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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뮤지컬 요덕 스토리

Posted November. 02, 2005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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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1999), 공동경비구역 JSA(2000), 태극기 휘날리며(2004), 웰컴투 동막골(2005). 하나같이 반전(), 남북 화해 메시지를 바탕에 깐 영화들이다. 대박을 터뜨렸다는 점도 같다. 몇 해 전 공연됐던 블루 사이공이라는 창작 뮤지컬도 반전 주제로 화제를 모았다. 전쟁하지 말고 평화롭게 살자는 데 누가 마다할까. 그러나 이를 얻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과 고통에 대해선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 것 같아 아쉽다. 서울대 전상인(사회학) 교수의 말이다.

탈북자 출신 영화감독 정성산(37) 씨가 북한의 요덕 정치범수용소를 소재로 한 뮤지컬 요덕 스토리의 제작에 나선 것은 그 비용과 고통을 조명하기 위해서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참상은 외면하면서 입만 열면 민족애()를 강조하는 사람들의 위선을 폭로하겠다는 뜻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정 씨는 지난달 보수 진영 9590명이 서명한 시국선언문 발표 행사장에도 나타나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정 씨는 원래 영화학도였다. 평양 연극영화대학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영화대학에 유학까지 했다. 군대에서 한국 방송을 듣다가 발각돼 사리원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간 정 씨는 간신히 탈출에 성공해 1995년 한국에 왔다. 남한에서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힘들게 살았지만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릴 수가 없어 동국대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2002년 숙청된 아버지가 양강도 정치범 수용소에서 돌팔매질로 공개 처형당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정 씨의 휴대전화에는 요즘 공연을 고집하면 죽이겠다 민족의 반역자 등의 협박 메시지가 자주 뜬다. 그래도 그는 멈출 수 없다. 돌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아버지나, 수용소에서 함께 지냈던 사람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서다. 정 씨가 위협에 굴복하지 않았으면 한다. 웰컴투 동막골을 보며 감동했던 영화 팬이라면 내년 3월 서울 대학로의 한 극장에서 개막될 정 씨의 뮤지컬 요덕 스토리도 한 번쯤 보기를 권한다. 최소한의 균형을 위해서.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