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X세대

Posted November. 01, 2005 03:02   

中文

언제 개인주의를 느끼느냐고요? 바로 나 자신을 볼 때죠. 1993년 본보가 연재했던 신세대 시리즈 자기중심주의의 첫머리다. 1991년 미국 작가 더글러스 커플랜드가 소설 X세대로 화제를 모은 이래 X세대는 세계의 유행어가 됐다. X세대를 각 나라에 맞게 해석해 일본에선 신인류, 우리나라에선 신세대 분석 붐이 일었다. 커피도 패션이다 돈이면 모두 해결 성()과 사랑은 일종의 자기표현 등의 제목을 단 기사에 기성세대는 고개를 저었다. 어른들은 1970년대에 태어나 고도성장과 민주화의 혜택을 받고 자란 젊은 집단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본보 시리즈를 사원교육 교재로 쓴 기업도 적지 않았다.

신세대의 10년 후를 추적한 2635세대 보고서가 제일기획에서 나왔다. 자기중심적, 진보적, 현실적, 유행추구적, 문화개방적이라는 5대 특징을 지닌 세대로 성장했단다. 과거의 특징을 상당 부분 유지하고 있지만 충동적이던 소비성향은 합리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 시대를 거치면서 돈 무서운 것을 깨달았다는 얘기다.

언제나 신세대가 주목받은 것은 그들이 사회 변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농경사회의 집단적 가치관에 젖어 살았다면 신세대는 민주화와 교복 자율화, 소비문화와 개인용 컴퓨터 속에서 풍요롭게 자랐다. 우리보다 나만 생각하는 정도가 기성세대의 눈에는 지나쳐 보이기도 한다. 인생에서 가족이 중요하다면서도 가족을 위해 나 자신을 희생해도 좋다는 응답은 386세대보다 적다. 나를 위해 가족을 희생시키는 캥거루족이 대개 2635세대다.

세계 속의 X세대 상징 인물로는 빌 게이츠와 마이클 조던이 꼽힌다. 미래를 읽는 눈과 발군의 능력으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이끄는 이들이다. 우리의 신세대도 이젠 한국사회의 미드필더가 됐다. 10여 년 전과 같은 경기 호황은 없다. 자칫하다간 선진국이 되기 전에 노인국()이 먼저 될 수도 있다. 나만 생각하기엔 2635세대의 할 일이 너무 많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