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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로 두드렸다 열렸다

Posted October. 27, 2005 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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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의 삼익악기 공장. 최고 품질의 피아노라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는 공장 내부에는 각종 피아노 부품을 조립하는 생산 라인이 돌아가고 있었다.

마침 삼익악기가 2002년 인수한 독일 벡스타인사()의 칼 슐츠(57) 회장이 방문해 이 회사의 생산 기술을 지켜봤다. 그는 놀라운 성장(Big improvement)이라고 감탄했다.

세계 최고 권위의 쇼팽 콩쿠르에서 임동민동혁 형제가 입상해 한국 음악계의 명성을 날린 요즘 한때 사양화 기로에 섰던 국내 악기업계도 세계로 도약하고 있다. 관련 업계 1위인 삼익악기는 그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품질이 경쟁력이다

삼익악기는 지난해 해외시장에 856억 원 상당의 악기를 수출했다. 올해는 100억 원대의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피아노는 세계 최대 피아노 시장인 미국에서 시장점유율 22%로 2위를 차지하며 1위인 야마하(25%)에 육박하고 있다.

경쟁력은 고품질과 정밀한 조립 기술이다.

파질 사이, 스타니슬라프 부닌 등 세계적 피아니스트가 이 회사의 제품으로 연주한다. 삼익피아노는 건반을 눌렀을 때 현을 울려 소리를 내는 부품인 해머와 동선의 간격이 정확히 13mm를 유지한다.

이 회사 조립부 김부환(44) 반장은 부품 규격과 조립이 조금이라도 정교하지 않으면 고른 음색이 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직원이 장인() 정신을 갖고 일한다고 말했다.

위기가 기회다

1958년 설립된 삼익악기는 무리한 계열사 확장으로 1996년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그러나 내실경영과 부단한 해외시장 개척으로 2002년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부도 직후인 1996년 인건비가 저렴한 인도네시아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피아노를 생산해 중국과의 경쟁에서 일찌감치 가격 우위를 확보했다. 당시 1만 대였던 인도네시아 생산 물량은 현재 2만4000대까지 늘어났다.

또 구조조정으로 부도 당시 2500명이던 직원을 현재 197명으로 줄여 제조원가를 떨어뜨렸다. 4만5000평이던 공장 부지 대부분을 매각해 9000여 평만 남겼다.

일부 고급 악기 생산설비만 국내에 두고 중급 악기 생산은 인도네시아와 중국 공장으로 모두 넘겼다.

1990년대 후반부터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미주 법인을 비롯한 외국 공장에 거의 대부분 현지인을 채용했다.

문화산업으로 악기 수요 창출

한국악기공업협회에 따르면 1990년대 초반 연간 25만 대였던 국내 피아노 생산량은 지난해 2만 대로 격감했다. 생산 기지가 외국으로 이전된 원인도 있지만 외환위기 여파가 컸다. 저()출산 추세로 피아노 교육 수요가 줄어든 탓도 있다.

그러나 삼익악기는 침체된 국내 악기 수요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자신한다. 주5일제 근무에 따른 여가 인구와 고령화 사회의 장년층이 새로운 악기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형국(50) 대표는 일본에서는 장년층이 악기 연주를 위해 집안에 방음() 장치를 설치하고 있다며 국내에도 이 같은 경향이 조만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또 쇼팽 콩쿠르에 첫 한국인 심사위원으로 참가한 강충모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피아니스트의 전국 순회공연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연주회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년에는 악기 구매 고객에게 저렴하게 악기를 교육하는 삼익 뮤직스쿨을 세우고 미국 테네시 주에 현지 공장을 세워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김선미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