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부활하는 김일성

Posted October. 15, 2005 07:52   

中文

조기숙 대통령홍보수석은 어느 강연에서 미국의 대학 교수들은 진보적 입장을 가진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한국의 교수 사회는 정반대로 보수 쪽이 너무 많다고 밝힌 적이 있다. 요즘 대학 주변의 상황을 보면 그런 지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미국 인문학 교수들의 좌()편향에 대해 소설가 홍상화 씨가 중편소설 디스토피아에서 인용한 대목이 떠오른다.

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 사회로 진출하지만 졸업 후에도 대학에 남아 있는 사람이 바로 학자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우수성이 다른 곳에서도 인정받기를 원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할 때 자신보다 나은 상대에게 질투심을 품는다. 그 질투심이 좌경화의 한 이유다. 한국의 대학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논리인지 궁금하다. 동국대 강정구 교수에 이어 같은 대학의 장시기 교수가 김일성은 위대한 근대적 지도자라고 밝혀 파문을 빚고 있다. 흔들리는 국기()에 또 한 번 일격을 가한 발언이다.

김일성은 1945년 10월 평양에서 열린 김일성 장군 환영대회에서 처음 대중 앞에 나타났다. 33세의 젊은 나이였다. 그가 사망한 1994년까지 50년 가까이 북한체제의 지도자였던 점은 분명하다. 장 교수는 아프리카에서도 김일성을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으나 누구나 그렇게 장기 집권하면 강한 인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 김일성 평가는 찬사 일변도지만 한국의 평가는 달라야 한다. 독재시절 반공교육에서 가르쳤던 시각도 곤란하다. 사실과 본질을 중시하는 지식인의 자세로 접근해야 한다.

장 교수는 기본이 부족하다. 300만 명의 동족을 희생시킨 625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을 민족지도자로 치켜세우는 것은 학자적 소신과 객관성 그 어느 것도 아니다. 김일성의 평생 꿈은 조선민족 모두가 쌀밥에 고깃국을 먹는 것이었다고 한다. 김일성이 50년간 절대 권력을 행사한 결과가 오늘날 북한 주민의 배고픔이라면 평가는 이미 끝난 것과 다름없다. 장 교수는 왜 김일성의 부활을 바라는 것일까.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