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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중복 건설 9조원 낭비 농사 안짓는 지주에 지원금

도로 중복 건설 9조원 낭비 농사 안짓는 지주에 지원금

Posted September. 29,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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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째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모(56) 씨.

2001년부터 정부가 직접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지원한 논 농업 직불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지원금이 모두 땅 주인에게 갔기 때문.

소작인이 지원금을 받으면 땅 주인이 임차료를 올리기 때문에 항의도 못해요.

정부 예산이 새는 단적인 사례다.

실태조사를 소홀히 한 탓에 각종 지원금이 엉뚱한 곳으로 나가는가 하면 사업성을 따지지 않고 중복 투자하는 사례도 많다.

28일 기획예산처가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에게 제출한 예산낭비 사례 지적 내용 및 조치 결과에 따르면 올해 37월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예산낭비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184건으로 이 중 33건에서 실제 예산이 잘못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고속도로에 휴게소가 너무 많이 들어서 건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도로공사 예산으로 건설한 중앙고속도로 원주휴게소는 전체 건물의 20%만 사용하고 나머지는 비어 있다.

남해고속도로에 있는 비싼 조경용 나무는 빗물이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는 고가도로 밑에 심어진 탓에 모두 말라죽었다. 기획예산처 양충모() 예산낭비대응팀장은 도로공사 담당자의 판단 착오로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고속도로와 국도가 같은 지역에 건설된 탓에 총 9조 원 이상이 낭비됐다고 지적했다. 교통량이 적은 곳에 국도를 확장하는 일도 있다.

해양수산부가 국고 10억 원과 지방비 5억 원을 들여 작년 11월에 완공한 경북 포항시 선어회 가공공장은 가동률이 20%에도 못 미친다. 이런데도 해양부는 연말까지 부산, 경기 성남시 등지에 같은 공장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충남도와 천안시, 축협이 191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중부농축산물류센터는 전문성이 떨어져 손해를 봤다. 1999년 20억 원이던 적자가 2002년 53억 원으로 늘었다.

한양대 이태식() 산업경영대학원장은 공공사업 예산을 연간 단위로 집행하다 보니 사업자가 연말에 예산을 무리하게 집행하고 다시 예산을 신청하는 등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