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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때리기

Posted September. 28, 2005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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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일각 체포조 보내자

이번 국정감사에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대거 삼성 공격에 나섰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도 합세하고 있다.

과거엔 재정경제위원회나 정무위원회 등 경제 관련 상임위에서 대기업 정책에 대해 논란을 벌이는 정도였으나 올해는 소속 상임위를 가리지 않고 거의 전방위적인 삼성 압박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삼성과 별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법사위 정보위 통일외교통상위 환경노동위 보건복지위 등에서도 삼성 관련 사안이 국감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정무위의 26일과 27일 금융감독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삼성 금융계열사의 금융산업구조개선법 위반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묵인 의혹, 삼성그룹 순환출자 문제, 삼성캐피털의 불법 대환대출에 대한 금감원 조치의 적절성 문제 등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정무위에는 열린우리당의 김현미() 문학진() 전병헌() 의원 등이 소속돼 있다.

법사위 소속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은 이 회장 체포조를 미국에 보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장 불거진 현안이라기보다는 장롱 속에 깊숙이 들어 있던 해묵은 사안들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정부가 나라살림에 세금을 얼마나 적절하게 썼는지, 정책의 실패는 없었는지를 주로 따지는 국감 자리가 민간 기업과 총수를 겨냥한 자리로 변질됐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합작품?

최근의 삼성 때리기는 평소 반()삼성 기류가 강한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가 먼저 문제를 제기하면 정치권에서 국감을 통해 거론하고 이를 다시 언론이 보도하는 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에 대해 정당하게 제기할 수 있는 문제도 있지만 지나치게 일방적이거나 삼성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른바 X파일 사건으로 삼성의 입지가 위축되고 삼성에 대한 반감이 사회에 확산되면서 삼성이 고립무원() 상태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에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던 운동권 재야파들이 속속 국회와 청와대 등 제도권으로 진입하면서 삼성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민노당은 삼성을 기득권 세력의 본산으로 규정하고 국감에서 삼성 문제를 쟁점화 하는 데 총력전을 펴고 있다.

삼성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금융계열사 의결권 제한을 뼈대로 한 공정거래법에 대해 6월 28일 헌법 소원을 낸 이후 괘씸죄를 건 정치권의 삼성 손보기 공세가 더욱 거칠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 침묵 속의 불만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공식 논평을 일절 내놓지 않고 있다.

최근 삼성 사장단 회의에서는 외부의 압박에 대처하는 길은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좋은 기업실적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뿐이며 삼성이 존경받는 기업으로 국민에게 다가서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 잇따라 나왔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정신을 재무장하고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내부적으로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적지 않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의 한 사장은 마치 한()풀이하듯 삼성을 타깃으로 해서 집중적으로 두드려 패는 방식은 곤란하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다른 계열사의 한 임원도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삼성을 무차별 난타하는 모습을 보고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고 했다.

삼성 일각에서는 아무리 흔들리지 말자고 해도 지금 같은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기업 활동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영해 조인직 yhchoi65@donga.com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