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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휘발유값 세게 톱5

Posted September. 15, 2005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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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 값이 L당 1600원을 넘어서면서 고통받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셀프 주유를 하거나 가격비교사이트를 찾아다니며 한 푼이라도 절약하려고 애를 쓴다.

하지만 휘발유 소비자 가격의 62%를 세금으로 걷어가는 정부는 유류세를 낮추면 소비가 늘어나 국민경제에 부담이 된다며 유류세 인하를 거부하고 있다.

국내 휘발유 값은 국제적으로 어떤 수준일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과 비교해 봤다.

국민소득 대비로 한국이 최상위권

미국의 석유가격조사전문지인 에너지 데탕트는 올 6월 현재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1개국의 휘발유 소비자 가격과 세금 비중을 최근 발표했다.

이 가운데 6월 말 현재 휘발유 값이 가장 비싼 나라는 L당 1549원(이하 모두 한국 돈으로 환산)을 받은 영국. 세금이 1100원으로 세금 비중이 71%에 이르렀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 덴마크 이탈리아 등 유럽의 선진국들도 60%가 넘는 세금 비중으로 L당 1400원대였다.

6월 평균가격이 1402원이었던 한국은 21개국 가운데 8위. 세금 비중으로 따지면 62.1%로 10위였다.

한국석유공사는 선진국들의 소비자 가격과 세금 비중이 높은 이유는 이들 국가 대부분이 석유 수입국이어서 높은 세금으로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라마다 경제수준이 다르기 마련. 따라서 절대치가 아닌 상대치로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해서 21개국을 비교하면 한국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소비자 가격을 1인당 국민소득으로 나눈 뒤 한국을 100으로 놓고 계산했을 때 각국의 휘발유 값은 일본 31, 미국은 14,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46에 불과하다.

국민소득 대비 휘발유 값이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폴란드 체코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4개국뿐. 수출산업이 취약해 석유 소비가 늘어나면 달러 유출을 감당할 수가 없어 의도적인 고()유가 정책을 쓰는 국가들이어서 한국과 비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세금 낮추자 vs 장기적으로 손해다

프랑스 정부는 최근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유사들에 가격 인하를 지시했다. 이 지시가 지켜지지 않으면 특별세를 부과해 서민들에게 이를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미국에서는 유가 폭등과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휘발유 값이 치솟자 조지아 주가 잠정적으로 휘발유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유류세로 21조4571억 원을 거둬들였다. 전체 국세 세입의 18.2%에 이른다.

이에 따라 최근 휘발유에 붙는 세금을 줄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야당인 한나라당도 유류세 10% 인하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제1차관은 세금을 깎아가면서 기름 값을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상수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