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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술 더 뜨는 한나라당

Posted June. 15, 2005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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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 열린우리당은 총선 공약이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문제로 정부 측과 논란을 벌이다가 공개하지 않기로 일단 결론을 냈다. 시장경제 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주택공사 분양아파트의 원가를 공개할 경우 임대주택 건설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분양원가 공개는 일부 시민단체의 단골 레퍼토리다. 그런데 평소 시장주의를 강조해 온 한나라당의 정책위원회가 그제 느닷없이 공공주택은 물론이고 민간업체가 공급하는 아파트도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방안을 띄웠다. 이혜훈 제4정책조정위원장은 주택은 일반상품과 달리 제품이 완성된 상태에서 소비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분양가를 세부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고 이유를 댔다.

분양원가를 세목별로 공개하면 분양가격 인하 효과가 생길 여지가 없지는 않다. 그래서 건설업자의 이익이 줄어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일단 분양된 아파트는 주변의 기존 아파트와 가격 동조 현상을 보이고, 아파트 공급이 부족하면 값이 폭등할 소지마저 커진다. 결국 건설업자의 몫이던 이익보다 더 많은 이득이 분양을 받은 사람에게로 옮겨가는 부()의 이전 효과만 낳기 쉽다. 건설업자의 이익이 커지면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라도 있지만, 분양자에게 이전된 이득은 투기적 불로소득의 증가만 가져오기 십상이다. 수급 불균형 속에서 분양대박을 꿈꾸는 투기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은 뻔하다.

건설업자의 이익을 예컨대 10%로 제한하는 위헌법률이라도 만들 생각이 아니라면 분양원가 공개보다는 정부의 규제를 풀도록 하는 것이 주택가격 안정의 지름길이다. 재건축 규제, 토지이용 규제, 용적률 제한 등 다중()규제가 원가 상승의 요인도 될 뿐 아니라 공급 부족에 따른 집값 앙등의 주범이다. 한나라당이 정부와 여당의 실패를 보고도 분양원가 공개를 대안()인 양 내놓는 것은 그 나물에 그 밥을 넘어 한술 더 뜨는 창의력 빈곤을 드러내는 것만 같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