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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시장 양보 불가피

Posted June. 14, 2005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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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쌀 협상을 앞두고 관세화를 통한 시장개방이 더 유리하다고 보면서도 농민 반발 등을 의식해 협상을 강행하느라 상대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이 자국 쌀의 시장점유율을 보장하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요구사항을 이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구두 약속하는 등 여러 나라에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13일 본보가 확인한 8건의 쌀 협상 관련 정부 내부문건에 구체적으로 나타나 있다.

농림부는 2003년 12월 쌀 시장 개방 유예의 장단점을 분석한 자료에서 사후비판 소지가 없는 안전한 협상을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쌀 재고가 많은 상태에서 (외국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은 개방보다 불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10월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는 쌀 시장을 여는 것이 개별 국가들과 별도 협상을 벌이는 것보다 유리하다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분석이 나왔다.

시장을 개방하면 2014년까지 낮은 관세로 수입되는 쌀이 전체 소비량의 7.17.5% 수준에 그치지만 개방을 미루면 대신 매년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이 8%에 이른다는 것. 실제로 쌀 협상 결과 의무수입물량 비율은 7.96%로 정해졌다.

이 회의에서 정부는 지금 시장을 개방하지 않고 나중에 개방하면 한꺼번에 많은 쌀을 수입해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정부는 또 최대 협상 상대국인 미국에 대해 2014년까지 수입쌀 시장점유율을 높이도록 선의의 노력(Good faith effort)을 다 하겠다고 구두로 약속했다. 주미 대사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이런 내용을 전달했다.

따라서 시장점유율이 미국 측 기대에 못 미치게 되면 양국간 통상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협상 과정에서 2014년까지 한국이 수입하는 쌀 가운데 자국 쌀의 점유율이 31%가 되도록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또 아르헨티나산 닭고기 수입을 위한 검역을 올해 6월 말까지 끝내겠다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 명의의 편지를 아르헨티나 측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아르헨티나가 검역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수입 시기는 미뤄졌지만 쌀 협상의 대가로 아르헨티나산 닭고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었다.



홍수용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