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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국제 NGO회의

Posted June. 01, 2005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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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비정부기구(NGO)와 유엔 산하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까지 사흘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식량 문제 등과 관련한 대북협력 국제회의를 갖고 31일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4년 만에 열린 회의였다. 회의에서는 대북 인도적 지원을 개발협력으로 전환하는 문제, 대북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해 토론이 이뤄졌다.

국제 가톨릭 구호단체인 카리타스의 캐티 젤웨거 국제협력국장은 이어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적 원조에서 개발지원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받아야 하지만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이 매년 500만550만 t의 식량을 필요로 하지만 현재 200만 t가량이 부족하다면서 올해 북한은 날씨가 좋지 않아 파종 시기가 늦어진 데다 농약이 부족해 식량 생산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세계식량기구(WFP)도 최근 북한의 식량위기가 1990년대 중반과 같은 최악의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는 등 북한 식량문제가 10년 만에 다시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식량난, 그 이후=유엔이 1998년 북한 어린이 수천 명을 대상으로 영양 상태를 조사한 결과 저체중 60.6%, 급성영양실조 15.6%, 만성영양실조 62.3%라는 놀라운 수치가 나왔다. 이는 아프리카의 최빈국에서나 볼 수 있는 수치.

2002년 조사에서는 각각 21%, 8.5%, 41.6%로 크게 감소됐지만 식량 상황이 악화되면 다시금 예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주민들의 충성도가 해마다 떨어지고, 가구 간 소득격차가 확대돼 계층별, 지역별 갈등이 확대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배급제가 사실상 폐지된 1990년대 후반 이후 부유층과 빈곤층의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졌다.

장마당(농민시장)에서는 비싼 열대 과일을 사먹는 사람들과 이들에게 구걸하는 걸인들의 대조적인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십 년간 평등의식으로 교육받은 빈곤계층은 충격에 가까운 박탈감과 상실감을 느끼는 반면 부를 축적한 계층에는 요즘의 북한이 천국이다.

함북 청진지방에서 지난해 11월 400500원에 거래되던 쌀값이 5월 말 현재 9001000원으로 치솟았다. 투기 목적의 식량사재기 사례도 많다.

현재 북한은 진수성찬을 차린 집과 국수 한 사리(약 200g)로 풀죽을 쑤어 하루를 연명하는 집이 이웃해 사는 사회로 변한 것이다.

외면하는 국제사회=이런 사정 때문에 북한 당국은 올해 먹는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었다. 모내기철인 요즘 전국의 수백만 인력이 농촌에 강제 투입되고 있다.

장마당 입구마다 규찰대가 서서 농촌지원확인서를 검사한 뒤 출입을 허가하고 있다. 예년에 없던 광경이다. 집집마다 퇴비 할당량이 떨어져 노인들이 통을 들고 변소를 돌아다니며 인분전쟁을 벌이기도 한다.

북한 당국도 식량 생산을 향상시키기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제도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 권태진() 박사는 북한은 협동농장 자율권 강화와 포전(북한말로 논과 밭) 담당제 등 식량생산 제고를 위한 여러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체제유지를 고려할 때 더 꺼내들 카드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의 지원도 지지부진하다. 국제사회는 199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북한에 23억2431만 달러를 지원했다. 그러나 지원국이 점차 줄고 있다. 특히 북핵 및 일본인 납치 문제로 미국, 일본 같은 주요 지원국가들이 등을 돌린 상태고, 우방국인 중국도 작황 부진을 이유로 지난해 북한에 대한 식량 수출을 중단했다.

동남아 지역의 지진해일 피해도 대규모 원조가 필요한 북한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북한이 기댈 곳은 남한뿐. 올해 남한이 북한에 지원하는 비료 20만 t은 북한의 지난 10년간 연평균 비료소비량의 절반에 가깝다.



주성하 황유성 zsh75@donga.com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