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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자리 저요 저요, 이장자리 난 바빠서

통장자리 저요 저요, 이장자리 난 바빠서

Posted February. 10, 200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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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은 상한가, 이장()은 하한가.

지난달 초 신임 통장 지원 신청을 받은 경남 창원시 S 동사무소 직원들은 깜짝 놀랐다.

지난해만 해도 지원자가 없어 전임 통장들에게 연임을 통사정했어야 했는데 올해는 10명 남짓한 통장을 뽑는 데 무려 50명이 넘는 희망자가 몰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직 교사, 전직 중소기업 임원, 법무사 등도 포함돼 있는 등 경력도 화려했다.

지난해 말 8명의 통장을 뽑은 대전 서구 가장동 역시 24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예전에는 주민의 추천을 받아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원한 후보가 통마다 1, 2명에 불과했다.

통장의 인기는 서울도 마찬가지.

강동구 A 동이 지난해 말 통장 선출 공고문을 내자 일주일 만에 7명이 지원했다. 나이도 과거의 60대에서 3050대로 낮아졌다.

고민 끝에 봉사경력 등이 다양한 40대 주부를 통장으로 뽑았지만 선출 후에도 연임은 안 된다 주민 총투표를 하자며 말이 많았다.

경쟁이 심해지자 많은 자치단체가 공개채용제도를 도입하고, 동장 등으로 심사위원회를 구성해 엄정한 심사를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불협화음과 불필요한 경비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통장의 인기가 급격히 높아진 데는 금전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정기수당이 지난해보다 100% 정도 올라 20만 원 정도 받고, 회의 참석비도 2만 원씩 나온다. 게다가 설과 추석 상여금도 있으며 3년 이상 근속한 통장의 중고생 자녀에게는 학자금 전액이 지원된다.

행정자치부 자치행정과 장금용() 사무관은 경쟁이 치열할수록 더 능력 있는 통장이 뽑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부정이나 후유증이 없도록 상급 행정기관이나 주민들이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반대로 농촌 지역에서는 갈수록 이장 구하기가 어려워 비상이 걸렸다.

가뜩이나 젊은 사람이 없는 현실에서 그동안 이장에게 다소의 금전적 도움을 주던 이장 모곡제()를 폐지하는 마을이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

이장 모곡제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매년 쌀 1, 2말 정도의 곡식이나 돈을 거둬 이장에게 활동비로 주던 관행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노인들만 살거나 특별한 수입이 없는 가구가 늘면서 이마저도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지난해 후반부터 경북 의성군이나 전북 고창군 등 많은 농촌 지역에서 모곡제가 폐지됐다.

경북 울진군 이장협의회 관계자는 이장이 온갖 마을 잡일은 다 하는데도 겨우 오토바이 기름값 정도 지급하던 모곡제마저 폐지하니 누가 하겠다고 나서겠느냐고 말했다.

의성군 안계면의 김한열 이장은 이장이라는 직책이 주민을 위해 필요한 만큼 정부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