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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에 안방 다 내줄판

Posted December. 22, 2004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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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외국계 은행에 국내 시장을 다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10년 뒤 한국 금융이 어떻게 변할지 걱정스럽다.(김승유 하나은행장)

한국 증권회사는 거래 중개수수료 따먹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익원이다. 이런 19세기 영업방식으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외국계 금융회사 대표)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구태의연한 영업방식을 답습할 경우 선진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 금융회사에 시장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경고다.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한국경제의 성장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흉내만 낸 은행 대형화=은행은 지표상으로 볼 때 구조조정에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1997년 말 33개에 이르던 은행 수는 올해 6월 말 현재 19개로 줄어 6년 만에 무려 14개(42.4%)나 없어졌다. 은행원도 같은 기간 11만3994명에서 8만9511명으로 줄었다. 언뜻 보면 은행간 합병과 구조조정으로 대형화에 성공한 모습이다.

그러나 금융전문가들은 상품 개발과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이렇다 할 개선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국내 은행은 대출 의존도가 높고 이자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서 경기 변화나 이자율 변동 등 외부환경 변화에 취약한 수익구조라는 것.

금융연구원 한상일() 연구위원은 국민 우리 등 국내 주요 은행들이 합병 후 판매 관리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등 비용 절감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못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2금융권은 더 문제다=증권은 사실상 구조조정의 무풍지대였다. 증권사 수는 1997년 말 36개에서 올해 6월 말 42개로 오히려 늘었다. 임직원 수도 4%가량 증가했다.

그러나 주식 중개수수료 수입에 의존하는 천수답식 영업으로 수익내기는 더 힘들어졌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1999년 평균 0.33%에서 작년 말 0.17%로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인수합병(M&A), 주식 상장, 회사채 발행 등 수익성이 좋은 기업금융(IB) 부문에서는 외국계 증권사가 싹쓸이하고 있다.

보험사는 1997년 말 45개에서 올해 6월 말 현재 36개로 감소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12개가 퇴출됐다. 그러나 보험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인 데다 외국계 보험사의 진출, 은행연계보험(방카쉬랑스) 시행으로 추가적인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다.

외국계 파상공세 버틸 수 있을까=각 금융 영역에서 외국계 금융회사의 파상공세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8개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뉴브리지캐피탈) 외환(론스타) 한미은행(씨티은행)의 경영권이 외국 자본에 넘어갔고 국민 신한금융지주 하나은행 등 국내 간판 은행들의 외국인 지분도 6070%에 이른다.

보험권에서는 미국계 메트라이프와 AIG, 네덜란드계 ING가 사세를 적극 확장하고 있다. 투신권에서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그룹인 프루덴셜과 피델리티가 180조 원에 이르는 자산운용시장을 놓고 각축전을 벌일 태세다.

대응 방안은=대형화가 먼저냐, 리스크 관리 능력 등 내실을 기하는 게 먼저냐.

벼랑 끝에 몰린 금융산업을 구하는 해법에 대해 국내외 금융전문가들이 내리는 처방은 다소 엇갈린다.

금융연구원 지동현()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산업도 대형화보다는 제조업처럼 누가 먼저 고객 요구에 부응하는 질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내놓는가에 생존 여부가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보스턴컨설팅그룹 이병남() 부사장은 수십 개의 증권사가 난립하는 구조에서는 건전한 투자문화의 정착과 증권업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제조업에서는 대형화를 추구하면서 금융업은 다르다고 얘기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ABM암로 윤경희() 한국총괄대표는 국내 금융시장은 포화상태라며 규모를 키워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운 홍수용 kwoon90@donga.com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