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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페 USA

Posted November. 16, 200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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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국대사는 8월 공식 업무를 시작하기 전부터 주목의 대상이었다. 부임 직후부터 전임자들보다 한결 활발하게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나고 다녔기 때문이다. 미 대사관 직원들 사이에서 젊은 대사(52세)라 그런지 그가 요구하는 빡빡한 스케줄을 만들기가 벅찰 지경이라는 푸념이 나올 정도였다. 그는 역대 미국대사 중 처음으로 국립 518묘지를 참배하기도 했다. 한미관계가 어느 때보다 민감한 시기의 미국대사로서 대민() 외교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달 초 미국대사관이 한 인터텟 포털사이트에 카페 USA를 개설한 것도 같은 취지일 것이다. 힐 대사는 이곳에 올린 인사말에서 카페 USA는 한국민의 정서를 이해하기 위한 쌍방향 대화의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말 방한했던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도 짧은 일정을 쪼개 젊은 세대와 대화시간을 가졌던 것을 볼 때 한국을 대하는 미국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한국사회에서 인터넷이 차지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한 조치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카페 USA가 개설된 지 열흘도 안 돼 온갖 욕설과 비방으로 오염됐다고 한다. 남북한과 미국에 대해 노골적으로 호오()의 감정을 드러내는 글들로 도배질이 됐다는 것이다. 몇 해 전에 Fucking USA라는 반미() 노래가 유행한 적도 있지만, 미 대사관이 개설한 공식 사이트에 낯 뜨거운 비방 글을 올리는 행위는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한 누리꾼의 지적처럼 누워서 침 뱉기이며 나라 망신시키는 꼴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처지를 바꿔 놓고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사회의 혐한() 감정을 우려한 워싱턴의 한국대사관이 카페 Korea를 개설했다고 치자. 이곳에 미국 누리꾼들이 몰려들어 한국에 대한 욕설을 쏟아낸다면? 애초에 좋았던 의도가 악감정으로 변질되기 십상일 것이다. 일반 시민에게 외교관과 같은 예의와 절제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시민도 기본적인 사리분별력은 있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예의는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을 재는 척도가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

송 문 홍 논설위원 songm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