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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에 ‘내로남불’ 못쓰게 하는 선거법 빨리 바꾸라

현수막에 ‘내로남불’ 못쓰게 하는 선거법 빨리 바꾸라

Posted April. 26, 2021 07:19   

Updated April. 26, 2021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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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시설물·인쇄물을 이용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선관위는 4·7 재·보선 당시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현수막에 ‘내로남불’ ‘무능’ ‘보궐선거, 왜 하죠?’ 등의 문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개정 의견은 사용 금지 결정의 근거가 됐던 선거법 90조와 93조를 폐지하는 한편 정당과 후보자의 명칭과 성명 등을 명시하는 경우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자유롭게 투표참여를 권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내로남불’ 등의 문구를 현수막에 쓸 수 없다고 했던 선관위 결정은 국민의 상식적인 눈높이와 맞지 않았다. 선관위가 관련 조항을 너무 좁게 해석해 편파 시비를 자초한 측면도 있다. 다만 선관위의 사용금지 결정이 타당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선거법 관련 조항이 시대착오적인 것은 분명하다. 이미 온라인이나 전화, 말로 하는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가 사라졌는데도 유독 시설물·인쇄물에는 똑같은 내용의 문구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아닐 수 없다. 

 개정 의견에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일반 유권자도 정당 기호나 후보자 이름이 새겨진 선거운동용 모자나 어깨띠, 윗옷 등을 제작하거나 구입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들어 있다. 후보자와 배우자 및 선거사무원만 어깨띠, 윗옷을 착용하고 선거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현행 선거법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만큼 함께 개정돼야 한다.

 선관위는 2013년과 2016년에도 선거법 개정 의견을 냈지만 법 개정으로 이어지지 못한 전례가 있다. 국회가 국민의 높아진 정치의식 수준이나 달라진 선거운동 문화를 반영해 낡은 법 조항을 고치겠다는 의지 보다는 선거 유불리 차원에서 접근했기 때문이다. 여야는 작은 득실에 얽매여선 안 된다. 선관위 편파 시비 논란을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도 1년 안팎으로 다가온 만큼 국회는 선관위 의견을 받아들여 즉각 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