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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펠로시에 “3류 정치인”

Posted October. 18, 2019 07:34   

Updated October. 18, 20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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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지역 내 쿠르드족 공격에 대해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싸움”이라고 밝혔다. 미군의 철군으로 인해 동맹인 쿠르드족에 대한 ‘토사구팽’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책임을 부인한 것이다.

○ 쿠르드족과 분명한 거리두기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세르조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시리아와 터키는 우리와 아무 상관이 없는 땅에서 서로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쿠르드가 우리와 함께 싸운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는 이들에게 많은 돈을 지급했다”며 “쿠르드족은 천사가 아니다”는 말도 반복했다. 그는 쿠르드 분리주의 무장 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경우 이슬람국가(IS)보다 더 과격하고 테러 위협이 크다는 주장도 내놨다. 미국이 앞서 대(對)터키 경제 제재안을 발표하며 터키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는 듯했지만,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으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안보 및 경제 측면에서 동맹 가치가 높은 터키를 의식해 쿠르드족과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백악관에서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의장,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스테이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 양당 지도부와 이번 사태 논의를 위한 회동을 가졌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펠로시 의장에게 “3류 정치인”이라고 막말을 퍼부었고 이에 민주당 지도부가 얼마 후 자리를 떴다.

 앞서 이날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부 시리아 내 미군 철수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354 대 60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의회가 미군의 북부 시리아 철수 결정을 반대하며 터키는 시리아에서 군사 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 후 기자들에게 “우리는 대통령의 ‘멘털 붕괴’(meltdown)를 목격했다”며 하원 결의안 채택과 관련해 “(대통령이) 매우 흔들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긴장감 감도는 만비즈

 시리아 정부군과 터키군이 집결 중인 전략 요충지 만비즈에선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터키는 쿠르드족의 영향력이 자국에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시리아는 터키군의 추가 진격을 차단하기 위해 만비즈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 확전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는 만비즈 인근에 군대를 파견해 터키군과 시리아 정부군 사이에서 순찰 활동을 펼치며 양국의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가 러시아를 끌어들인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인명 피해도 늘고 있다. 16일 터키 국방부는 트위터를 통해 “유프라테스강 동쪽에서 ‘평화의 샘’(터키군의 공격 작전명) 작전으로 (쿠르드족) 637명을 무력화(사살·생포·항복 등)했다”고 밝혔다. 시리아인권관측소는 터키군 작전 이후 어린이 21명을 포함해 71명이 사망했고, 피란민은 3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성명을 통해 “ISIL(이슬람국가·IS의 옛 이름)을 포함해 유엔이 지정한 테러리스트 단체들이 분산될 위험과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되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키의 군사작전에 대한 비판이 없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카이로=이세형특파원 turtle@donga.com ·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