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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중계도 공동방역도 거절하는 北, 남북관계는 ‘선전용’일 뿐인가

축구중계도 공동방역도 거절하는 北, 남북관계는 ‘선전용’일 뿐인가

Posted October. 11, 2019 07:39   

Updated October. 11, 2019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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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평양에서 열리는 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경기의 생중계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라고 한다. 북한이 생중계를 위한 협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일본의 중개인을 통한 논의에서도 터무니없는 증계권료를 요구하는 등 의지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은 우리 정부가 북한으로부터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공동 방역을 제의했지만 무응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도 각종 남북교류로 화해 분위기가 한껏 고조됐지만 2·28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관계는 ‘올 스톱’ 상태다. 북한은 남북교류를 전면 중단한 뒤 한미 연합훈련과 한국의 무기도입을 빌미로 대남 비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심지어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대북 식량지원마저 외면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를 지원하려 했지만 이마저 북한의 무응답으로 끝내 전달되지 못했다.

 개성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 지 오래다. 정부는 5월 북한에서 ASF 발병이 확인된뒤 공동 조사와 방역을 제안했지만 북측은 상부에 보고한 뒤 답을 주겠다고 밝힌 이래 아무런 얘기가 없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북 접경의 북한군 부대가 ASF에 감염된 돼지를 강에 버려 남측까지 오염원을 전파시켰을 가능성까지 나오지만 북한의 묵묵부답으로 속수무책인 상태다. 정상국가라면 자국 발병 바이러스의 접경국가로의 전파를 막기 위한 방역노력에 먼저 적극 나서야 마땅한데, 북한에겐 그런 최소한의 상식과 도의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평양 축구경기도 29년 만의 ‘경평(京平)축구’ 부활이라는 기대가 높지만 북한의 막판 태도변화가 없다면 녹화방송으로 볼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북한이 대미 관계가 안 풀리면 남측에 어깃장을 놓으며 남북관계를 희생양 삼아온 게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작금의 행태를 보면 북한이 그토록 강조했던 남북관계 개선이란 게 사실은 대미 협상의 지렛대였음을, 나아가 김정은이 말끝마자 외친 ‘인민의 먹는 문제 해결’도 한낱 선전용이었음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이렇게 남북관계를 틀어막고 자급자족만 외치다간 내상(內傷)만 깊어지고 내폭(內爆)의 위기를 앞당길 뿐임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