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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중동산 석유 필요 없어”

Posted September. 18, 2019 09:54   

Updated September. 18, 2019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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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대한 무인기(드론) 공격 이후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전략비축유(SPR)를 보유한 미국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트위터에서 “우리는 순 에너지 수출국이며 현재 세계 최대 에너지 생산국”이라고 자찬한 뒤 “우리는 중동산 원유 및 가스가 필요하지 않으며, 거기에 유조선도 거의 없지만, 동맹국을 도울 것”이라고 썼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WP) 등 일부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이 중동산 석유에 의존하고 있지 않지만 동맹국을 돕기 위해 전략비축유를 방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릭 페리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사우디 석유) 시설의 운영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이해하기 전에 전략비축유 필요 여부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페리 장관은 “에너지 생산 및 소비 국가들이 함께 모여 이란의 악의적 행동을 중단시켜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국제유가 상승이 ‘셰일가스 혁명’으로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등극한 미국 경제에 당장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사우디 석유시설 피격 여파로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14.7%(8.05달러) 오른 62.90달러에 마감했다. 2008년 12월 이후 약 11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보였다. 하지만 1년 전에 비해서는 여전히 7%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휘발유 가격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미국 내에서 사우디 원유 의존도가 가장 높은 캘리포니아주의 이날 일반 휘발유 갤런당 평균 가격은 3.631달러로 일주일 전, 1년 전과 거의 비슷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전했다.

 유가 상승은 원유 수출을 늘려 미국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서부 텍사스와 걸프 해안을 잇는 새로운 송유관이 거의 완성됐으며 한국과 일본 등 사우디 원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 수출이 곧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철강과 시추 장비회사, 대체연료인 에탄올 원료를 생산하는 중서부 옥수수 농가들도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에너지 기업들의 주가는 10%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다만 중동 갈등이 확산되거나 원유 공급 차질이 장기화되면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미국 분석 기관들은 이번 사태로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10∼25센트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루 4억 갤런의 휘발유를 소비하는 미국 소비자의 부담이 최대 1억 달러 늘어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유가가 오르고 있다. 큰 폭의 금리 인하, 경기 부양(이 필요하다)”며 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다시 압박했다.

 시장에선 연준이 이번 주 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전쟁 긴장 완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 압력, 소비와 기업 심리 등 경제지표 호조 등을 이유로 연준이 ‘금리 동결’이라는 깜짝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미 연방기금 금리선물시장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이 34% 반영됐다고 CNBC는 전했다. 동결 확률은 한 달 전 0%, 일주일 전 5.4%에 불과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