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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듭 푼 정의용-양제츠 ‘베를린 90분 극비회동’

매듭 푼 정의용-양제츠 ‘베를린 90분 극비회동’

Posted November. 01, 2017 08:45   

Updated November. 01, 20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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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6일 독일 베를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첫 정상회담을 마친 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지)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극비리에 마주 앉았다. 한중 양국의 외교 컨트롤타워인 두 사람은 90분간의 회동에서 최대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첫 만남엔 성과가 없었지만 결국 31일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한 합의문 마련의 시발점이 됐다.

 외교 소식통은 “당시 회동에서 정 실장이 ‘양국 간 신뢰’를 강조했고, 두 사람이 7월 이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신뢰 회복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 합의문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핫라인을 통해 양국의 견해차를 단계적으로 좁혀가며 “공동 발표문을 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자”는 데 합의했다.

 두 사람이 돌파구를 마련한 ‘투 톱’이라면 마무리는 남관표 안보실 2차장 몫이었다. 남 차장은 협상 파트너인 쿵쉬안유(孔鉉佑)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와 합의문 세부 조율 작업을 벌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간 남 차장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청와대에서 보이지 않으면 ‘중국에 가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합의문의 단어 하나, 문장 하나가 민감하기 때문에 직접 마주 앉아 협상을 벌였다”고 말했다. 정 실장과 남 차장은 추궈훙(邱國洪) 주한 중국대사와도 수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 발표로 한중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입하면서 그동안 존재감이 별로 없다는 평가를 받았던 정 실장과 남 차장의 입지가 탄탄해졌다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도 지난주 국가안보실로부터 다섯 차례 별도 보고를 받을 만큼 이번 합의문에 신경을 기울였다. 합의문 확정 후엔 “어려운 문제를 풀어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고 한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8월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아 서울에서 열린 중국 미술작가인 치바이스(齊白石) 전시회를 관람하며 양국 관계 복원을 위한 친서를 전달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이번 협상 과정에서 ‘정의용-남관표 라인’이 활약하면서 실무 부처인 외교부가 위축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정상에게 곧바로 직보할 수 있는 라인이 필요했기 때문에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외교부를 배제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