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군 패션디자이너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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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STREET2023-11-09 17:2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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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군 패션디자이너는 TAFE NSW 패션디자인스튜디오에서 ‘2021년 최고의 졸업생 5명’에 선정됐다. 이를 계기로 ‘호주패션주간(Australian Fashion Week: AAFW)’에 초청돼 패션쇼 디자이너로 참석했다. 그는 지난 2013년 워킹홀리데이로 호주에 왔다. 그는 지난달 28일 새로운 컬렉션을 '2023 K-ZUMA FAHION SHOW'를 통해 선보이기도 했다.
 
“1년 중 364일 청소 알바를 하면서 생활비를 대는 힘든 여정이지만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며 즐겨 입을 수 있는 옷을 디자인하는 일이 너무 즐겁다”.

다음은 김수군과 일문일답.

TAFE NSW 패션디자인스튜디오 올해의 최고 졸업생 5명 선정을 축하한다. 쉽지 않은 일인데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어느정도 기대는 하고 있었는데, 막상 선정이 되니 기분이 좋았다. 다만 졸업작품 8개 이외에 추가로 4개를 두달안에 완성해야했고,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모든 패턴부터 바느질까지 직접 했기때문에 시간이 많이 부족해 부담감도 있었다.”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 같은데..

“학업을 위해 4년의 시간을 투자하고, 이번 컬렉션은 약 1년 정도 걸렸다. 생활비와 학비, 여러 컬렉션에 필요한 비용은 학기 중 열심히 일을 하면서 벌었다. 아침 5시부터 8시 30분까지 청소일을 하고, 9시부터 5시까지 등교했다.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다시 청소일을 했다. 밤에 과제를 하는 식으로 3년동안 크리스마스를 제외하고 1년 364일 계속 일했다. 마침 코로나 사태가 발생해 학교를 파트타임으로 바꾸고, 1년 정도 풀타임 (새벽부터 저녁까지)으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졸업작품까지 할 수 있었다.”

그렇게 바쁜 생활 속에서 어디서 영감을 얻고 아웃풋을 내나?

“일반 사람들도 같이 소통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패션은 크게 Ready to wear 와 Couture 이렇게 2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Ready to wear는 말그대로 상업적으로 대중에게 유통되는 옷을 의미하고, Couture 대중들에게 유통되는 옷이라기 보다는 아트에 가까운 옷을 제작하는 것이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저게 무슨 옷이냐?” 라는 의문을 갖게하는 옷이다.

대부분의 디자이너들은 자연이나 건물 직접적인 것들에대해 영감을 받는다면, 나는 오히려 심오하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인류의 역사나 종교, 전쟁, 사회적인 이슈에서 영감을 받고, 작품으로 만들어 모든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것을 목표로 한다.”

김수군 디자이너가 이번에 출시한 컬렉션의 컨셉에서도 그런 메세지를 찾아볼 수 있나?

“물론이다. 이번 컬렉션의 컨셉은 종교를 통해서 우리가 직면했던 문제, 직면하고 있는 그리고 직면해야 할 문제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인 ‘LOOK2’의 디자인은 바이블내용의 아마겟돈에서의 예수를 형상화하고, 디지털 프린팅이나 스크린 프린팅 같은 경우는 인류의 전쟁을 비판하고 여러가지 사회적 이슈(인종차별, 코로나 바이러스 등)를 성경 문장을 통해 전달하고 했다.”

TAFE NSW 5명 최우수 졸업생은 어떻게 선정되나?

“정확한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졸업작품 패션쇼에서 졸업학생들 중 12명이 Industry night 에 선발이 된다. 이 쇼는 패션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초청하여 선보인다. 그 이후에는 학교내의 모든 디자인 교사들의 투표를 통해서 12명 중 최종 5명이 선발되는 걸로 알고 있다.”

이번에 5인 중 2명이 한국인이었다. K-패션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나?

“냉정하게 말하자면 K-패션의 위상이라기 보다는 호주내의 모든 브랜드들이나 학생들의 스타일에서 벗어난 스타일을 선보였기 때문에 최종 5명에 들어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졸업 이후에는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현재는 밀라노에서 열리는 패션어워드를 신청한 상태이다. 내년에는 한국에서 진행되는 K-패션 오디션을 준비하면서, 내후년에 열리는 뉴욕 패션위크에 참가할 생각이다. 궁극적으로는 한국에 돌아가서 중고등학생들에게 패션디자인을 가르치면서 개인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다.”
AAFW(Australian Fashion Week)에서 선보이는 김수군 디자이너 컬렉션 출처 : 한호일보(http://www.hanhodaily.com)
AAFW(Australian Fashion Week)에서 선보이는 김수군 디자이너 컬렉션 출처 : 한호일보(http://www.hanhodaily.com)
6년간 댄서로서 활동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중학교 때까지는 소극적인 성격을 가졌었다. 우연히 동네 형을 통해서 춤을 시작하게 되었다. 춤을 추면서 성격도 많이 변했다. 현재로 계속 취미로 활동하고있다. 호주에서는 라는 크루에 속해있고 시간 날때마다 연습도 하고 배틀이나 쇼케이스도 하고 있다.”

그는 군 생활을 하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필리핀에서 3개월 어학연수 후 호주에 왔는데 예상보다 영어가 안들렸다. 어느날 길거리에서 춤을 추고있었는데 지나가던 댄서가 춤출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해주었다. 그곳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늘었다.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일을 했다고 하던데..

“집안 사정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편의점, 고기집 등 여러 알바를 했다. 고 3때는 서산에 있는 현대오일뱅크에서 보온공&석공 일을 시작했는데, 일을 하면서 사업 실패자, 도박꾼 등 많은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그 때 ‘실패한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됐다. 제대 후 호주로 왔고 ‘아 내가 하고 싶은걸 해보자’라고 생각해서 지금 패션디자인까지 오게되었다.”

호주 생활 중 힘들었던 때를 어떻게 극복했나?

“처음에는 영어 때문에, 나중엔 학비 때문에 힘들었다. 춤을 추면서 호주 친구들을 많이 만나면서 영어가 늘었고, 학비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터지면서 학업을 미룰 수 있게돼서 넉넉하게 벌 수 있게 되었다. 문제가 생길때마다 그것에 대해서 일단 계획을 세우고, 하나씩 해결해가는 편인 것 같다. 늘 감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스로를 표현한다면..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에서 학업에 몰두했고, 동시에 일도 했다. 만약에 여기서 실패를 한다고 해도 정말 한계에 다다른 최선이기 때문에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패션디자이너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패션 디자이너라기보다 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모든 방면으로 시도하고 받아들일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같은 길이 놓여있을 때 걸어갈 수도 있고, 차를 탈 수도 있고,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 그런데 누구나 편하게 생각하는 비행기를 타고 빠르게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마음이라면 골목골목의 분위기를 걸으면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게 된다.”

한인 청년들에게 격려 한 마디 한다면..

“격려보다는 이런 말을 해주고 싶다. 모든 것은 자신의 책임이고 남을 탓하면서 살지 않기를 바란다. 설령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부족해서 지원을 넉넉하게 받지 못한다고 해도, 부모님 지원없이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는 본인을 탓하고, 부족함을 채워 가려고 노력하지 않는 본인을 탓하고, 그 노력이 본인이 생각하는 최대치라고 생각하면 거기에 대한 실패나 결과에 대해서 핑계거리를 만들지 않고 나의 부족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정말 최선이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앞으로의 계획은?

“호주에서 몇 번의 컬렉션에 도전을 하고, 이후에는 한국에 돌아가서 학원을 차려서 먹고 사는데 지장없이 살아가는게 계획이다. 더 멀리는조용한 집에서 미래의 아내와 단둘이 걱정없이 노후를 살아가는게 꿈이다.”

한호일보 김형주 기자 julie@hanho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