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업 말고 AI 투자로만 220조 번 美빅테크들…업계는 실적 착시 우려

김영호 기자2026-08-31 15:4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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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빅테크 지난 분기 1600억달러 이익 중 상당액이 오픈AI·앤트로픽 등 AI기업 지분 평가이익으로 나타나 실적 착시 우려가 나온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지난 분기 인공지능(AI)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한 지분 가치가 급등하면서 세전이익이 1600억 달러(약 220조400억 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 성장세도 견조했지만 거액의 평가이익이 실적에 섞여 있어 AI 호황 속 빅테크의 실제 수익성을 따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과 아마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분기 실적에서 지분 투자 가치 상승에 따른 ‘기타수익’이 크게 늘었다. 오픈AI와 앤트로픽, 스페이스X 등 다른 기업에 투자해 둔 지분 가치가 오른 영향이 컸다.

이들 기업의 기타수익 등을 통해 세전이익에 반영된 금액은 16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직전 분기 약 690억 달러의 두 배를 웃도는 규모다.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 판매로 들어온 현금이 아니라 상당 부분 보유 지분 가치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라는 점에서 실적의 ‘질’을 따져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파벳 기타수익 979억 달러…본업 밖 평가이익 급증

알파벳의 기타수익은 6월 30일까지 3개월 동안 979억8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억6200만 달러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알파벳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스페이스X와 다른 비상장기업 지분에서 발생한 미실현 평가이익이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고 밝혔다.

아마존도 2분기 기타수익이 534억 달러에 달했다. 아마존은 이 가운데 대부분이 앤트로픽 투자 지분의 가치 상승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힘입어 아마존의 2분기 순이익은 626억 달러로 전년 동기 182억 달러에서 크게 늘었다.

엔비디아 역시 최근 분기에 기타수익으로 77억7100만 달러의 이익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억4700만 달러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엔비디아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보유 주식의 미실현 평가이익에서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평가이익을 키운 대표적인 사례로 스페이스X가 꼽힌다. 스페이스X가 지난 6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상장하면서, 알파벳은 보유 지분에서 상당한 미실현 평가이익을 반영했다. 엔비디아도 6월 말 기준 스페이스X 주식 약 1억2300만 주를 보유한 것으로 공시됐다.

MS도 6월 말 분기 기타수익이 34억44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17억700만 달러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MS는 이번 분기에 앤트로픽 투자에서 32억 달러, 오픈AI 투자에서 4억8000만 달러의 이익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 대부분은 일회성 평가이익…실적 과대평가 우려로 이어져

문제는 이 같은 이익 상당 부분이 제품·서비스 판매나 영업활동에서 창출된 현금이 아니라 보유 지분의 가치 상승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투자 기업의 가치가 오르면 회계기준에 따라 평가이익이 손익계산서에 반영되지만, 반대로 기업 가치가 떨어질 경우 이익이 다시 줄어들 수도 있다.

주요 AI 기업들이 아직 비상장 상태라는 점도 변수다. 통상 상장기업의 지분 가치 평가는 매 분기 진행되는데, 비상장기업의 경우 새로 투자를 받는 펀딩 라운드에만 재평가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때문에 분기별로 평가이익의 반영분이 달라 분기별 손익 변동 폭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올해 평가이익이 크게 반영된 만큼, 내년 따라올 조정 규모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자들이 기업별 평가이익 규모를 따로 살피지 않고 전체 이익만 보면 실적 흐름을 잘못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 미국 주식 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벤 스나이더는 “이들 기업의 성장세가 실제 수요를 반영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로 왜곡된 것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FT에 전했다.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