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ANㅌr MOZIP?”…아이 못 읽게 만든 ‘암호 공지’ 화제[e글e글]

김수연 기자2025-11-24 14: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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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는 ‘SSANㅌr MOZIP 안내’라는 제목의 산타 모집 공지가 붙어 있으며, 한자·영어·숫자가 섞여 아이들이 읽기 어렵게 꾸민 안내문이 게시판에 붙어 있는 모습이다. X 갈무리 @ tooni8_ch

한 아파트에서 어린이들이 읽지 못하도록 ‘암호문’으로 작성된 산타 모집 안내문이 올라오며, 온라인에서 “어른들만 볼 수 있는 공지”라는 반응과 함께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아이들의 동심을 지키기 위한 일종의 ‘보호 장치’가 오히려 성인들에게 더 큰 웃음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저희 아파트 공지 한번 보세요. 지금은 오히려 어른들이 제일 신난 상황”이라는 글과 함께 안내문 사진이 공유됐다.

사진 속 제목은 ‘SSANㅌr MOZIP 안내(산타 모집 안내)’로,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전달할 봉사자를 모집하는 내용이었다.

● 왜 이런 ‘암호 안내문’이 등장했나…“아이들 바로 읽지 못하도록”


이 안내문이 눈길을 끈 이유는 문장 구성 방식이다. 안내문에는 아이들이 내용을 바로 이해하지 못하도록 한글 사이에 비슷한 소리의 영어, 숫자, 한자까지 자유롭게 섞어 넣었다. 예를 들어 ‘활동 내용’은 ‘활dong 내용’으로 적혔고, “각 HOME에 BANG문하여 SUN물 BAE달”처럼 의미만 남겨 어른들만 해석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단어 표기를 바꿔 아이들이 읽기 어렵게 한 일종의 ‘보호 장치’였다.

활동 방식도 같은 방식으로 표현됐다. 안내문에는 “2인 1조, 한 팀 당 5 HOME BANG문 예정”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는 두 명씩 조를 이뤄 다섯 가구에 선물을 전달한다는 뜻이다. 시간 역시 “X-ㅁr스 D-1 NIGHT 나IN시~열ONE시”라고 표기해, 크리스마스 전날 밤 9시부터 11시까지 활동한다는 의미를 숨겼다.

선물을 받을 아이들은 ‘18년생~23년생 Chil드러니’로 안내돼 있었다. 2018년생부터 2023년생까지의 어린이를 의미했다. 아이들의 호기심에서 안내문을 지키려는 어른들의 섬세한 ‘암호 문체’가 돋보이는 부분이다.

● 혜택조차 암호로…“SUN물 즈응정 제공”

혜택 안내 역시 같은 방식이다. 모집 마감은 “11월 26일(수)”라고 적혔고, 봉사자 혜택은 “SSAN他 봉사자의 HOME 無조건 이BAN뜨 대상 포함”과 “SO~正의 SUN물 즈응정”이라는 표현으로 안내됐다. 참여한 봉사자에게도 작은 선물이 제공되고, 선물 배달 대상에도 포함된다는 의미다.

작성자는 안내문 마지막에 “chil드러니가 hoxy나 눈취채쥐 몬하게 적운 공고”라며 아이들이 읽기 어렵도록 만든 이유를 직접 밝히며 양해를 구했다.

이어 “많은 입주민의 참여를 기다린다”는 문구로 공지를 마무리했다. 독특한 문체 뒤에는 아이들의 설렘을 지키려는 배려가 깔린 셈이다.

● 동심 지키려는 배려에…누리꾼도 ‘센스 만점’ 호응

온라인에서도 반응은 뜨거웠다. 누리꾼들은 “암호문인데 읽히는 게 더 신기하다”, “어른들끼리만 통하는 센스가 귀엽다”, “아이들 동심을 이렇게 지키다니 감동”, “이 정도 장난은 공지문에서 허용해야지” 등 긍정적인 반응을 남겼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