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리호 발사 성공, 우리 손으로 우주 문열다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마침내 우주로 가는 길을 열었다. 1조9572억 원을 투입해 개발에 착수한 지 12년 3개월 만이다. 1992년 국내 첫 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지 30년 만, 2002년 국내 최초 액체로켓 ‘KSR-Ⅲ’를 발사한 지 20년 만에 자체 기술로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 기술을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7번째로 확보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오늘은 한국의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뤄낸 날”이라며 “오후 4시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을 초속 7.5km로 700km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누리호는 1단 엔진 분리,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2단 엔진 분리,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형 분리 등 정해진 비행 계획을 완수했다. 누리호가 쏘아 올린 성능검증위성과의 첫 교신도 발사 후 42분이 지나 예정대로 남극 세종기지와 이뤄졌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위성 모형을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2차 발사도 순탄치 않았다. 기상 상황으로 발사일이 한 차례 연기됐고, 예상치 못한 1단 엔진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문제로 한 차례 더 미뤄졌다. 누리호 개발을 실질적으로 책임진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앞으로 더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이제 한국이 우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숨죽인 15분 45초… 65년 기다린 우주의 문턱 넘어누리호 발사 결정적인 순간들1단로켓 123초 불 뿜으며 쏘아올려발사 227초 뒤 13년전 실패했던 ‘위성 덮개’ 페어링 분리 성공시켜작년 일찍 꺼져 실패 안긴 3단엔진 연소 521초 버텨 궤도 700km 안착실제위성-모형 정상적으로 내려놔1957년 인류의 우주 개발이 시작된 이후 강대국의 전유물이던 ‘우주의 문턱’을 한국이 넘는 데는 65년이 걸렸다. 하지만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에 불과했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출발해 15분 45초 만에 700km 궤도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형을 성공적으로 내려놓고 임무를 마쳤다.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눈에 많이 띄었다. 누리호가 발사되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 시민은 “아이들이 이번 발사 성공을 보고 우주 과학도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도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몇몇 연구자들은 감격에 겨워 울먹이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서 영상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이 된 게 자랑스럽다”며 반겼다. 누리호의 핵심 기술이자 심장에 해당하는 75t 액체엔진은 이날 확실한 능력을 발휘했다. 액체엔진 4기를 장착한 1단 로켓은 123초간 불꽃을 힘차게 내며 누리호를 62km 상공까지 끌어올렸다. 연소가 끝난 1단을 분리한 누리호는 다시 고도를 높여 가다 발사 227초 후 고도 202km를 지나며 위성을 보호하던 덮개(페어링)를 분리했다. 2009년 8월 나로호(KSLV-Ⅰ) 발사 당시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실패한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누리호는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했다. 발사 269초 뒤 고도 273km. 이번엔 누리호의 마지막 단인 3단 액체엔진에 불꽃이 켜졌다. 누리호는 600∼800km 우주궤도에 1.5t급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됐다. 누리호의 3단에는 위성 궤도 투입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형이 실려 있었다. 521초간 안정적으로 연소를 해야 이들 위성을 목표 고도인 700km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는 산화제 탱크 내 헬륨탱크가 분리되면서 산화제가 누설되는 바람에 521초를 채우지 못하고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번 2차 발사에서도 누리호는 목표 연소 시간을 채우지 못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발사 후 875초 뒤 성능검증위성을, 발사 후 945초 뒤엔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내려놨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때마다 엔진 성능이 변화해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다”며 “발사체 최종 목표는 목표한 궤도에 투입하는 것으로 정상적으로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 성공은 숱한 시도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2차 발사도 쉽지 않았다. 기상 상황과 예기치 않은 레벨센서 문제가 발생하며 발사가 두 차례 미뤄졌다. 이번 2차 발사에는 위성모형만 실렸던 1차 발사 때와 달리 실제 위성이 탑재됐다. 이제 눈여겨볼 것은 큐브위성 사출이다. 성능검증위성은 2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조선대 KAIST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위성을 순차적으로 궤도로 내보낸다. 2019년 열린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위성들이다.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0cm의 초소형 크기도 있지만 지구 대기를 관측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우주과학기술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개발에서 발사까지 비용이 3억 원 정도로 대형위성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30년간 지난한 도전 끝에 대한민국 땅에서 우주로 가는 길이 비로소 열렸다”며 “정부도 항공우주청을 설치해서 항공우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22 03:00 
“10년간 동고동락”…누리호 개발의 주역들“끊임없이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내며 10년간 동고동락했던 친구입니다. 우리 힘으로 만든 발사체 발사 성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뿌듯함을 줍니다. 1차 발사 후 의기소침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었습니다.”누리호 개발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연구진과 참여한 국내기업 300여개 500여명의 엔지니어들은 누리호 발사 성공에 감격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약 37만개에 달하는 누리호 부품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작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시 3단 엔진 산화제 탱크 문제로 성공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발빠른 분석과 협업으로 8개월만에 2차 발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협력과 경험은 누리호 개발로 확보한 발사체 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을 원활하게 해 우주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매 순간이 위기…누리호 개발의 주역들누리호 개발 주역인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인력은 약 250명이다. 5개 부서와 16개 팀으로 구성돼있다. 연구자들에게는 매 순간이 위기였다. 그 중에서도 누리호 1단과 2단을 구성하는 주력 엔진 75t급 액체엔진 개발은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75t급 엔진은 개발 초기 기능과 성능에 집중한 나머지 목표 대비 25% 무겁게 설계됐지만 연소시험 등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며 데이터 축적과 무게 감량을 위한 설계 개선, 경량 소재 적용 등을 통해 최종 설계 기준에 맞게 무게를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소 불안정 문제 해결은 난제였다. 발사체엔진개발부 연소기팀은 누적 연소시험 시간 1만8290초(2022년 1월 기준)를 수행했다. 지상 및 고공 모사 환경에서 총 184회 연소시험을 진행하며 연소 불안정을 해결했다. 2007년부터 엔진 연구를 시작한 한영민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개발한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할 시험 설비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의 심장인 75t급 액체엔진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엔진에 투입되는 연료와 산화제(추진제)를 충전하는 추진제 탱크도 난제다. 최대 높이 10m, 최대 직경 3.5m 크기의 탱크 내부에 대기압의 4~6배의 압력이 작용하는 가운데 비행 중 가해지는 관성력과 하중,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동시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 두께 2mm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광수 발사체구조팀장은 “추진제 탱크는 설계도면이 있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며 “최적의 공정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공정을 개발하는 데 최대 1년 가량 소요됐다”고 밝혔다.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구축한 제2발사대도 빼놓을 수 없다. 발사체를 개발해도 발사대 기술이 없으면 발사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선일 발사대팀장은 “13명의 연구자와 현대중공업 등 협력기업까지 더하면 60여명이 발사대를 개발, 구축했다”며 “발사체 엔진 연소가 시작하면 최대 추력인 300t을 낼때까지 발사체를 붙잡고 있다가 정밀하게 발사체 고정을 해제하는 지상고정장치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지상고정장치 기술은 나로호 발사 때는 없었던 기술이다. 총사업비 80% 집행한 300개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누리호 개발 사업에 국내 기업 약 300개가 참여했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에 해당하는 1조 5000억원이 이들 기업에 집행됐다. 구조와 엔진, 시험설비, 추진기관, 제어 분야 등 전 부문 개발에 함께 했다.누리호 27만 개 부품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75t급 액체엔진 개발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이창한 KAI 우주사업팀장은 “연구소가 지금까지 요소기술을 축적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를 안보나 경제 분야에서 상업성을 갖추도록 확장하는 DNA는 산업체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기관생산기술팀 차장은 “전 국민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주 분야에 주목하는 상황에서 한화도 우주산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대표적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현대로템은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와 추진공급계 시험설비 구축을 주도했고 현대중공업은 누리호를 쏘아올릴 발사대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대기업 외에도 추진제 탱크 유지하는 헬륨 고압탱크 공급하는 이노컴, 누리호 동체 만드는 한국화이바, 터보펌프 개발의 주역 중 하나인 에스엔에이치, 누리호 전자장비 이어주는 와이어 하네스개발 기업 카프마이크로, 누리호 전자탑재시스템 개발한 단암시스템즈, 누리호 탑재 카메리시스템 개발한 기가알에프, 누리호 시험설비 유지보수 기업 한양이엔지, 누리호 위성항법수신기를 개발한 덕산넵코어스, 누리호 밸브를 만든 하이록코리아, 누리호 단열재를 개발한 위즈텍, 지상제어시스템을 개발한 유콘시스템 등 수많은 우주 분야 중소기업도 사업에 참여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2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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