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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이 “한국 학교 단체생활이 공동연구 자양분”“내 인생의 롤모델은 주변 친구들과 선생님이었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는 6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허 교수는 “한국에서 초중고를 거치며 한 반에 40∼50명과 함께 생활하며 서로를 알아간 과정이 지금의 나를 만든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필즈상 수상을 가능케 한 연구성과에도 이런 경험이 녹아 있다는 설명이다. 허 교수는 “현대 수학에서 공동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며 “다른 동료들과 함께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며 깊은 연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연구 과정이 수학 연구자에게는 큰 즐거움”이라며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던 문제도 풀어낼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허 교수를 두고 표현한 ‘수포자(수학포기자)’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허 교수는 “수포자였던 적은 없으며 그런 표현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대학교 3, 4학년에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학업을 쉬다가 우연한 기회에 수학을 만나 매력을 느끼고 아직까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필즈상이란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부담감은 있지만 억눌리지 않고 앞으로도 찬찬히 꾸준히 공부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자신의 일상에 대해 “연구활동은 하루에 4시간만 집중해서 하고 나머지는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집안일도 많고, 아이들 공부를 봐주기도 하며 머리를 식히고 다음 날 다시 공부하는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고 있다”라고 전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7-07 03:00
허준이, ‘11개 추측난제’ 해결… “보통 수학자 평생 1개도 못풀어”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39·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가 한국계로는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인 ‘필즈상’을 품에 안으며 한국 수학계에 새 역사를 썼다. 국제수학연맹(IMU)은 5일 오전(현지 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에서 필즈상 수상자로 허준이 교수와 마리나 뱌조우스카 스위스 로잔연방공대 교수, 위고 뒤미닐코팽 프랑스 고등과학원 교수, 제임스 메이나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필즈상은 탁월한 업적을 세운 만 40세 이하 젊은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수학계 최고 권위의 학술상이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 발표와 수여가 이뤄진다. 노벨상에 수학 분야가 없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린다. 이날 알토대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허 교수는 수상자로 호명되자 동료 수학자 200여 명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거듭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허 교수는 이번 수상에 대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의미 있는 상을 받게 돼 기쁘다”며 “나의 수학적 영웅 이름 아래에 내 이름이 오르게 된다니 낯설고 무게가 많이 느껴진다”고 소감을 밝혔다. 필즈상은 수학 역사가 깊은 미국과 유럽에서 대부분 수상자가 나온다. 아시아권엔 벽이 높다. 1936년 필즈상 시상을 처음 시작한 이후 아시아 출신으로는 허 교수를 포함해 지금까지 9명의 수상자가 나왔다. 최근 30년 내엔 허 교수 외에 이란 테헤란공대 출신의 고(故) 마리암 미르자하니 교수(2014년 수상)가 유일하다. 일본은 3명, 중국은 1명을 배출했다. 허 교수는 아버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와 어머니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학과 명예교수가 유학하던 시기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미국 국적인 허 교수는 국내에서 서울 방일초등학교와 이수중학교를 나온 뒤 상문고등학교를 자퇴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2007년 서울대 물리천문학부와 수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2009년 같은 학교 수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일리노이대에서 박사과정을 이수하면서 2012년 45년간 수학계 난제였던 ‘리드 추측’을 해결해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6년 뒤 2018년 리드 추측을 포함하는 ‘로타 추측’마저 해결해 세계 수학계를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필즈상 선정위원회는 “대수기하학의 도구를 사용해 여러 조합론 문제를 풀어 ‘기하학적 조합론’을 발전시킨 공로로 허준이 교수에게 필즈상을 수여한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카를로스 케니그 국제수학연맹 회장은 “허 교수는 매우 다른 두 분야인 대수기하학과 조합론에서 교차점을 찾아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했다”며 “이런 발견은 잘 나오지 않으며 조합론 연구로 필즈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최초”라고 말했다. 허준이 교수 ‘필즈상’ 수상 의미‘리드추측’ ‘로타추측’ 난제 등 풀어 ‘조합 대수기하학’ 아이콘으로“한국, 세계 수학계 리더로 떠올라 교육개편-연구 투자 등 뒷받침을”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수학과 교수(한국 고등과학원 석학교수)의 연구 분야는 ‘조합 대수기하학’이다. 대수기하학은 방정식으로 풀 수 있는 기하학적 공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조합론은 주어진 조건을 만족하는 것들의 수를 세는 문제를 탐구한다. 중고교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경우의 수’와 비슷한,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분야다.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조합론의 오랜 난제를 여러 개 해결하면서 ‘조합 대수기하학’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보통 수학자들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해냈다수학자들은 보통 난제를 추측의 형태로 제시한다. 허 교수는 유명한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비롯해 조합론에서 해결되지 못했던 11개의 추측을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해결했다. 대부분 수학자는 평생 문제 하나를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 대수기하학에 대한 강력한 직관을 바탕으로 조합론의 난제를 공략했다. 두 분야 모두에 정통한 수학자만이 시도할 수 있는 매우 어려운 연구다. 허 교수는 1차 다항식으로 직선이나 평면을 나타내고 2차 다항식으로 타원이나 쌍곡선을 분석하는 대수기하학을 접목하는 해결 방법을 제시했다. 엄상일 기초과학연구원(IBS) 이산수학그룹 CI(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조합론에서 제기되는 추측 문제는 이해하기 쉽지만 풀기는 어렵다”며 “허 교수의 진짜 업적은 풀지 못한 문제를 어떤 방법을 써서 풀어야 할지 상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대수기하학이라는 아이디어를 연결해 풀어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수학 연구 생태계 재편은 숙제올 2월 국제수학연맹(IMU)이 한국 수학의 국가 등급을 4그룹에서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시킨 데 이어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으로 한국 수학계는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세계 수학계 리더 중 하나로 떠올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수학 연구 생태계 재편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수학자들은 수학 연구 관련 정부출연연구소를 늘리거나 관련 투자가 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현민 부산대 수학과 교수는 5일 “국내 사립대들은 취업률이란 잣대로 수학과를 없애거나 소홀히 하고 있어 수학 생태계 자체가 위험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승열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도 “허 교수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미국 클레이재단 지원을 받아 강의 없이 5년 동안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0대 중반 박사를 배출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창옥 KAIST 수리과학과 교수는 “한국의 박사과정 시스템은 이른 나이에 박사 학위를 하고 좋은 업적을 쌓아가기 힘든 환경”이라고 지적했다. 수학 교육 개편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처럼 뒤늦게 수학에 입문해 성과를 내는 ‘슬로 스타터’(시동이 늦게 걸리는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양산되고 있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학생)들을 막을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허 교수에게 축전을 보내 “이번 수상은 수학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음을 각인시켜 준 쾌거”라며 “허 교수의 노력과 열정에 찬사를 드린다”고 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헬싱키=이채린 동아사이언스 기자 rini113@donga.com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박정연 동아사이언스 기자 hesse@donga.com}2022-07-06 03:00
“겸손하지만 연구엔 엄격” “중학생땐 소설 써”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지인들이 기억하는 허 교수는 글을 잘 쓰고 겸손하고 따뜻하면서도 집중력과 재능은 최고 수준인 보기 드문 수학자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밟은 김재훈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허 교수는 음식 주문시간도 아까워 손님 없는 식당을 찾는 ‘지식 흡입가’다. 김 교수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일리노이대 수학과 건물인 알트겔드홀 지하 컴퓨터실에는 항상 종이와 프린터 토너가 부족했다”며 “매일 수백 장씩 논문을 프린트하는 한 학생 때문이었는데 그가 바로 허준이였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렇게 인쇄한 논문을 모두 꼼꼼히 밑줄을 치며 읽고 그 종이에 본인의 생각을 적어 뒀다고 한다. 글씨체도 화려했다. 김 교수는 “한번은 포커를 치는데 허 교수 본인의 패가 나빠 먼저 죽고는 남은 사람이 베팅하는 시간 동안 가방에서 논문을 꺼내 읽었다”며 “물건을 사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까워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무조건 제일 비싼 물건을 사는 등 본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허 교수가 서울대 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허 교수는 연구도 뛰어나지만 완벽한 강연과 수려한 글쓰기까지 갖춘 보기 드문 수학자”라며 “겸손하고 따뜻해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한편 자신의 연구에는 한없이 엄격해 모든 게 철저히 확인되기 전까지 밤잠을 설치는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박준택 씨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한 공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 씨는 허 교수에 대해 “준이는 중학생이 하룻밤 사이 썼다고 믿을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발표했다”며 “준이가 당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서울 방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수중학교를 다니던 허 교수는 예술에 빠져들었다. 시와 소설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박 씨는 “뒷산에 올라 세계를 관찰하다 내려와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전날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헬싱키=김미래 동아사이언스 기자 futurekim93@donga.com}2022-07-06 03:00
“카드게임 중에도 논문 읽던 허준이 교수…연구 강연 글쓰기까지 완벽”(영상)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의 지인들이 기억하는 허 교수는 글을 잘 쓰고 겸손하고 따뜻하면서도 집중력과 재능은 최고 수준인 보기 드문 수학자다. 미국 일리노이대에서 함께 박사과정을 밟은 김재훈 KAIST 수리과학과 교수에 따르면 허 교수는 음식 주문시간도 아까워 손님 없는 식당을 찾는 ‘지식 흡입가’다. 김 교수는 “2009년 9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일리노이대 수학과 건물인 알트겔드홀 지하 컴퓨터실에는 항상 종이와 프린터 토너가 부족했다”며 “매일 수백 장씩 논문을 프린트하는 한 학생 때문이었는데 그가 바로 허준이였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그렇게 인쇄한 논문을 모두 꼼꼼히 밑줄을 치며 읽고 그 종이에 본인의 생각을 적어뒀다고 한다. 글씨체도 화려했다. 김 교수는 “한번을 포커를 치는데 허 교수 본인이 든 카드가 먼저 죽자 남은 사람이 배팅하는 시간 동안 가방에서 논문을 꺼내 읽었다”며 “물건을 사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까워 가격을 비교하지 않고 무조건 제일 비싼 물건을 사는 등 본인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부분에는 전혀 가치를 두지 않았다”고 했다. 그렇다고 인생을 즐기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복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허 교수가 서울대 수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는 “허 교수는 연구도 뛰어나지만 완벽한 강연과 수려한 글쓰기까지 갖춘 보기 드문 수학자”라며 “겸손하고 따뜻해 모두의 존경과 사랑을 이끌어내는 한편 자신의 연구에는 한없이 엄격해 모든 게 철저히 확인되기 전까지 밤잠을 설치는 완벽주의자”라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박준택 씨를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박 씨는 허 교수에 대해 “준이는 중학생이 하룻밤 사이 썼다고 믿을 수 없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소설을 발표했다”며 “준이가 당연히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서울 방일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이수중학교를 다니던 허 교수는 예술에 빠져들었다. 시와 소설처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에 열중했다. 박 씨가 기억하는 중학교 2학년 시절의 허 교수는 두꺼운 책을 학교에 가져와 읽는 척하는 ‘이상한 아이’였다. 박 씨는 “뒷산에 올라 세계를 관찰하다 내려와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전날 작곡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김미래 동아사이언스 기자 futurekim93@donga.com}2022-07-05 19:49
‘누리호 사출’ 서울대 큐브위성, 양방향 교신 성공지난달 21일 성공적으로 발사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에 실린 성능검증위성에서 서울대 연구진이 개발한 큐브위성 ‘스누글라이트-2’가 4일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위성과 양방향 교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졌다는 뜻은 위성과 명령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위성이 사실상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하루 앞서 KAIST 연구진이 개발한 큐브위성 ‘랑데브’도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이번 누리호 발사는 큐브위성 사출 노하우까지 확보하는 부수적인 성과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서울대의 큐브위성인 스누글라이트-2는 이날 오전 3시 21분경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안테나 전개 명령을 수행하고 관련 상태정보가 서울대 지상국에 수신됐다. 누리호에서 사출된 큐브위성 중 두 번째로 양방향 교신에 성공한 것이다. KAIST의 랑데브는 전날 오후 4시 10분경 KAIST 지상국과 양방향 교신이 이뤄졌다. KAIST 지상국은 이날 오전 2시와 오후 2시 40분 경 전력공급 채널의 상태 변경, 시스템 모드를 대기모드에서 안테나 전개 모드로 변경할 것을 랑데브에 명령했다. 이날 오후 4시 10분경 랑데브으로부터 수신한 데이터를 분석해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KAIST 측은 양방향 교신 이후 9번의 상태 정보를 받아 위성 전원과 우주용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 등이 정상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큐브위성은 작게는 수 ㎏에서 크게는 수십 ㎏까지 나가는 작은 위성이다. ‘유닛’(Unit·단위)의 앞글자인 ‘U’를 크기 단위로 쓴다. 가로·세로·높이 각 10㎝인 정육면체를 1U라고 한다. 랑데브는 가로세로 10㎝에 높이가 34㎝로 3U 크기 위성으로 초분광 카메라로 지구를 관측하는 임무를 맡았다. 스누글라이트-2 역시 3U 크기로, 지구대기관측 임무를 수행한다.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 궤도 안정화가 마무리 된 지난달 29일 조선대의 큐브위성을 시작으로 이틀 간격으로 KAIST와 서울대의 큐브 위성을 사출했다. 큐브위성 사출 기술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선진국들이 가지고 있다. 일본은 ISS에 붙어있는 일본 실험모듈에 큐브위성 사출장치를 설치하고 군집위성기업들과 개발도상국들의 큐브위성을 저궤도에 올려주고 있다. 5일에는 박상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팀의 큐브위성 ‘미먼’이 사출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 사출된 조선대 연구팀의 큐브위성 ‘스텝큐브-2’은 아직까지 양방향 교신에 성공하지 못했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7-04 13:28
자동차 표면 긁혔을 때 햇빛 쬐면 30분만에 원상복구 된다자동차 표면이 긁혔을 때 햇빛을 쬐면 30분 만에 스스로 원상 복구되는 투명한 보호용 코팅 소재가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화학연구원은 보호용 코팅 소재와 내구성 등 성능이 동일하면서도 태양광에 포함된 1000∼1100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파장대의 빛으로 자가 치유되는 투명한 코팅 소재를 개발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보호용 코팅 소재는 제품 본래의 색이 드러날 수 있도록 무색투명해야 하고, 고가 제품의 표면을 보호해야 하므로 내구성이 좋아야 한다. 특히 자동차 보호용 코팅 소재의 경우 온도 등 외부 변화에 크게 영향받지 않아야 한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면서 자가 치유 기능을 부여하기가 지금까지는 매우 어려웠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소재를 자동차에 덮어씌우면 차 표면에 흠집이 나도 한낮 햇빛에 30분 이상 노출되면 흠집이 스스로 사라진다. 자동차 모형에 신소재를 코팅하고 표면에 흠집을 낸 다음 한낮 햇빛에 30분 정도 노출시키자 흠집이 완전히 사라지고 코팅 소재의 표면이 회복되는 것을 확인했다. 돋보기를 이용해 빛을 모으면 30초 후 흠집이 완전히 없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소재에 햇빛이 흡수되면 빛 에너지가 열에너지로 바뀌면서 표면 온도가 올라가고, 온도가 올라가면 고분자들이 원래의 그물망 구조에서 해체돼 떨어졌다 붙었다를 반복하며 자가 치유되는 원리다. 연구팀은 기존에 개발된 상용 코팅 소재에 특정 물질을 넣어 고분자들이 해체와 재결합을 반복하는 동적인 화학결합을 설계했다. 여기에 투명한 광열염료(빛 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주는 염료)를 섞고 햇빛을 비춰 동적 화학결합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했다. 이번에 개발된 소재는 향후 자동차와 같은 수송 수단과 스마트폰과 컴퓨터 같은 흠집이 많이 가는 전자·정보 기기, 건축 재료의 코팅 소재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자동차를 재도장할 때 다량으로 발생하는 유해성 유기용매 사용을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어플라이드 폴리머 머티리얼스’ 5월호 표지 논문에 소개됐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7-04 03:00
음식물 쓰레기로 비행기 연료 만든다… 항공업계 탄소 감축 ‘일석이조’항공기는 전 세계로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한편으론 기후변화를 가속화한다는 눈총도 받는다. 승객 1명이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비행기로 왕복하면 약 1000kg의 탄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과학자들은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약 3.5%를 차지하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항공기 탄소 배출 감축의 해법을 찾고 있는 데릭 바던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 선임연구원 팀을 소개했다.○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제트유수분을 많이 함유한 음식물 쓰레기에서는 고약한 냄새가 많이 난다. 노란 액체인 ‘휘발성 지방산(VFA)’이 원인이다. 연구팀은 최근 이 VFA를 활용해 등유(케로신)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했다. 케로신은 항공기나 우주발사체 제트 엔진에 쓰이는데 지난달 21일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에도 사용됐다. 음식물 쓰레기에선 미생물이 발효되면서 메탄이 발생한다. 하지만 메탄을 곧바로 항공 연료로 쓸 수는 없다. 연구팀은 메탄 미생물의 발효를 억제해 VFA 생산을 촉진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런 다음 촉매를 이용해 VFA를 탄화수소 유도체인 케톤으로 만들고, 수소를 넣고 산소를 제거하면 케로신이 생성된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음식물 쓰레기 등에서 생성되는 VFA를 활용해 케로신을 만들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항공기 업계가 요구하는 연료품질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 연구팀은 올해 3월 국제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기술을 공개하며 “기존 항공유와 동일한 연료품질 기준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탄소 절감 효과 뛰어나고 그을음도 적어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에서 뽑아낸 항공 연료는 탄소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고 보고 있다.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탄소뿐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가 매립될 때 발생하는 탄소까지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존 연료보다 연소할 때 그을음도 약 34% 적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을음은 항공기가 날아가면서 날개 뒤로 구름이 길게 이어지는 비행운을 만드는데 비행운은 복사열을 지구에 잡아두는 역할을 한다. 비행운으로 지구 온난화 효과가 더 커진다. 사이언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세가 꺾여 항공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항공 업계의 탄소 감축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만 해도 매년 210억 갤런(1갤런은 약 3.79L)의 항공유를 소모하는데, 이번 세기 중반까지 그 양이 배로 증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지난해 10월 2050년까지 항공사들의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결의안을 승인했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 항공유처럼 ‘지속가능한 항공유’를 만들어 대체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 보고 있다. 연구팀은 “음식물 쓰레기 항공 연료는 전기 비행기가 상용화되기 전 항공기의 탄소 배출 저감을 이끌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유망한 방안”이라며 “1, 2년 안에 해당 연료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전기 항공기 등장 전까지 징검다리 역할 지속가능한 항공유 시장도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에 따르면 2030년 지속가능한 항공유 시장 규모가 2021년 대비 70배 성장해 약 157억 달러(약 20조2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 기업 창업도 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 중국, 일본, 핀란드, 스웨덴 등에서 12개 기업이 창업했다. 미국 스타트업 에이메티스는 목재 폐기물과 주방에서 나오는 기름을 이용해 항공 연료를 개발하고 있다. 캐나다 스타트업 에너켐은 도시 폐기물을, 미국 스타트업 제보는 옥수수 줄기와 농업 폐기물을 항공 연료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바던 선임연구원 팀 역시 지난해 올더퓨얼이란 회사를 창업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미국 항공사인 유나이티드항공은 지난해 8월 지속가능한 항공유 57억 L를 구매했다. 올더퓨얼은 2023년 미국 항공사 사우스웨스턴항공의 항공기로 개발한 항공유를 시험할 예정이다. 대한항공도 올해 2월 파리∼인천 구간 국제선 노선에 국내 최초로 지속가능 항공 연료를 도입했다. 제임스 스패스 미국 에너지부(DOE) 바이오에너지기술사무소 책임자는 “지속가능한 항공유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7-04 03:00
미국서 빠르게 퍼지는 조류인플루엔자… 사람도 감염 피할 수 없어미국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AI로 목숨을 잃은 야생조류만 100개 종 38만3000마리로 추정된다. 닭과 오리 등 가금류까지 합칠 경우 그 수는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사람과 포유류 감염까지 우려되면서 AI를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고병원성 AI 급격히 확산23일 미국 농무부(USDA)의 AI 모니터링 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는 텍사스, 조지아, 위스콘신, 미네소타, 아이오와 등 36개 주에서 AI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총 372개 조류 무리에서 AI 감염이 확인됐으며 약 4009만 마리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AI는 닭·오리·철새 등 조류가 ‘H5N1’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공기를 통해 전파되고 호흡기로 감염되며 사람도 드물게 감염된다. 질병의 중증도에 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와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LPAI)로 나뉘는데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HPAI다. 빠른 전파 속도로 조류에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HPAI는 1996년 중국의 거위에서 처음 발견됐는데 이후 전 세계의 숙주를 거치며 진화했다. 2005년 중국에서 대규모 발병을 일으켰고 2014년에는 북미에 처음 등장했다. 이제는 미국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전염병이 됐고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1∼3년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03년 HP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유행 때마다 수백만∼수천만 마리의 닭이 살처분되고 있다. 개발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HPAI에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으로 조류 살처분을 택하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살처분만으로 대응할 수 없을 정도로 HPAI의 유행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어 방역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간까지 위협… AI 감시 체계 정비해야이번에 미국에서 확산되고 있는 AI는 지난겨울 유럽에서 캐나다 동부로 날아온 검은등갈매기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검은등갈매기가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날개폭이 2.5m에 이르는 검은등갈매기는 하루 만에 대서양을 횡단할 수 있다. 그만큼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점점 더 많은 종류의 조류가 감염에 노출되면서 확산 양상이 복잡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감염에 유리한 방향으로 진화하면서 유행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니콜라 힐 미국 매사추세츠대 생물학과 교수 연구팀은 “야생조류들이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례가 늘면서 확산세가 가팔라지고 있다”고 지난달 19일 국제학술지 ‘플로스 전염병’을 통해 밝혔다. 인간과 포유류의 감염 사례까지 늘고 있다. 미국 위스콘신주 천연자원부는 지난달 31일 붉은 여우 개체군에서 HPAI 양성 반응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위스콘신 외에 미네소타와 아이오와, 미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도 감염된 여우가 확인됐다. 아마도 감염된 조류를 먹은 후 전염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토끼나 스컹크 같이 조류를 먹는 다른 종에서도 감염 사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4월 28일에는 조류와 접촉한 후 HPAI에 감염된 사람의 사례가 미국에서 보고됐다. 이 사례를 포함해 2003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880건의 인간 감염 사례가 있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는 “HPAI에 감염된 조류의 타액이나 점액, 대변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며 “사람 간 감염은 드물지만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가 사람의 눈이나 코, 입에 들어가면 인간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조류의 행동양식에 대한 연구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행동양식을 파악해 고병원성 바이러스 감염과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힐 교수는 “HPAI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확산을 막기 위해 야생조류의 행동양식을 연구하고 관련 감시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27 03:00
누리호 발사 성공, 우리 손으로 우주 문열다한국형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마침내 우주로 가는 길을 열었다. 1조9572억 원을 투입해 개발에 착수한 지 12년 3개월 만이다. 1992년 국내 첫 위성 ‘우리별 1호’를 발사한 지 30년 만, 2002년 국내 최초 액체로켓 ‘KSR-Ⅲ’를 발사한 지 20년 만에 자체 기술로 발사체 개발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1t 이상의 실용위성을 쏘아 올리는 발사체 기술을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인도,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7번째로 확보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21일 “오늘은 한국의 과학기술이 위대한 전진을 이뤄낸 날”이라며 “오후 4시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누리호는 성능검증위성을 초속 7.5km로 700km 궤도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누리호는 1단 엔진 분리,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2단 엔진 분리,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형 분리 등 정해진 비행 계획을 완수했다. 누리호가 쏘아 올린 성능검증위성과의 첫 교신도 발사 후 42분이 지나 예정대로 남극 세종기지와 이뤄졌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위성 모형을 초속 7.5km의 속도로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2차 발사도 순탄치 않았다. 기상 상황으로 발사일이 한 차례 연기됐고, 예상치 못한 1단 엔진 산화제 탱크 레벨 센서 문제로 한 차례 더 미뤄졌다. 누리호 개발을 실질적으로 책임진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앞으로 더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이제 한국이 우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지 고민을 시작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숨죽인 15분 45초… 65년 기다린 우주의 문턱 넘어누리호 발사 결정적인 순간들1단로켓 123초 불 뿜으며 쏘아올려발사 227초 뒤 13년전 실패했던 ‘위성 덮개’ 페어링 분리 성공시켜작년 일찍 꺼져 실패 안긴 3단엔진 연소 521초 버텨 궤도 700km 안착실제위성-모형 정상적으로 내려놔1957년 인류의 우주 개발이 시작된 이후 강대국의 전유물이던 ‘우주의 문턱’을 한국이 넘는 데는 65년이 걸렸다. 하지만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까지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15분 남짓에 불과했다. 누리호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출발해 15분 45초 만에 700km 궤도에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형을 성공적으로 내려놓고 임무를 마쳤다. 전남 고흥군 우주발사전망대에는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온 부모가 눈에 많이 띄었다. 누리호가 발사되자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성을 질렀다. 한 시민은 “아이들이 이번 발사 성공을 보고 우주 과학도로 자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진도 서로를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몇몇 연구자들은 감격에 겨워 울먹이기도 했다. 전국 곳곳에서 영상을 지켜보던 시민들은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이 된 게 자랑스럽다”며 반겼다. 누리호의 핵심 기술이자 심장에 해당하는 75t 액체엔진은 이날 확실한 능력을 발휘했다. 액체엔진 4기를 장착한 1단 로켓은 123초간 불꽃을 힘차게 내며 누리호를 62km 상공까지 끌어올렸다. 연소가 끝난 1단을 분리한 누리호는 다시 고도를 높여 가다 발사 227초 후 고도 202km를 지나며 위성을 보호하던 덮개(페어링)를 분리했다. 2009년 8월 나로호(KSLV-Ⅰ) 발사 당시 페어링 한쪽이 분리되지 않으면서 실패한 만큼 긴장을 늦출 수 없었지만 누리호는 정상적으로 기능을 수행했다. 발사 269초 뒤 고도 273km. 이번엔 누리호의 마지막 단인 3단 액체엔진에 불꽃이 켜졌다. 누리호는 600∼800km 우주궤도에 1.5t급 인공위성을 실어 나르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됐다. 누리호의 3단에는 위성 궤도 투입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성능검증위성과 위성모형이 실려 있었다. 521초간 안정적으로 연소를 해야 이들 위성을 목표 고도인 700km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 때는 산화제 탱크 내 헬륨탱크가 분리되면서 산화제가 누설되는 바람에 521초를 채우지 못하고 475초 만에 연소가 조기 종료됐다. 이번 2차 발사에서도 누리호는 목표 연소 시간을 채우지 못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발사 후 875초 뒤 성능검증위성을, 발사 후 945초 뒤엔 위성모사체를 궤도에 성공적으로 내려놨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발사 때마다 엔진 성능이 변화해 미세한 차이가 발생한다”며 “발사체 최종 목표는 목표한 궤도에 투입하는 것으로 정상적으로 잘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번 발사 성공은 숱한 시도 끝에 얻어낸 값진 결과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2차 발사도 쉽지 않았다. 기상 상황과 예기치 않은 레벨센서 문제가 발생하며 발사가 두 차례 미뤄졌다. 이번 2차 발사에는 위성모형만 실렸던 1차 발사 때와 달리 실제 위성이 탑재됐다. 이제 눈여겨볼 것은 큐브위성 사출이다. 성능검증위성은 29일부터 이틀 간격으로 조선대 KAIST 서울대 연세대의 큐브위성을 순차적으로 궤도로 내보낸다. 2019년 열린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선정된 위성들이다.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30cm의 초소형 크기도 있지만 지구 대기를 관측하고 데이터를 수집하는 우주과학기술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개발에서 발사까지 비용이 3억 원 정도로 대형위성의 1000분의 1에 불과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30년간 지난한 도전 끝에 대한민국 땅에서 우주로 가는 길이 비로소 열렸다”며 “정부도 항공우주청을 설치해서 항공우주 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22 03:00
내년부터 4차례 추가 발사… 2031년 달착륙선 보낸다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21일 2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누리호 고도화 사업과 차세대 발사체 개발 등 후속 우주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번 발사에 이어 내년부터 2027년까지 6873억 원을 투입해 4차례 더 발사된다. 반복 발사를 통해 신뢰도와 안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관련 기업과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누리호의 신뢰를 높이는 고도화 사업은 이미 진행 중이다. 항우연은 내년에 발사될 3호기 조립을 진행하고 있다. 고도화 사업을 통해 누리호는 2023년 차세대 소형위성 2호, 2024년 초소형 군집위성 1호, 2026년 초소형 군집위성 2∼6호, 2027년 초소형 군집위성 7∼11호를 순차적으로 싣고 우주로 향할 예정이다. 장영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발사체체계개발부장은 “현재 정해진 탑재체 외에 추가 탑재체를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누리호의 성능을 뛰어넘는 2단형 차세대 발사체를 개발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5월 9일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대상에 선정됐다. 2023년부터 2031년까지 9년간 1조933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발사체가 개발되면 2031년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달 착륙선을 달에 실어 보내는 첫 임무에 나선다. 차세대 발사체는 액체산소와 케로신(등유)을 사용하는 2단형 발사체로 개발된다. 1단 엔진은 100t급 추력을 내는 다단연소사이클 방식 액체엔진 5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방식으로 설계돼 총 500t의 추력을 낸다. 권현준 과기정통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차세대 발사체 개발을 통해 본격적인 우주탐사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설계 단계부터 민간이 참여하는 첫 발사체 개발 사업으로 민간의 발사체 개발 역량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사체 개발과는 별도로 8월에는 한국의 첫 달 궤도선 ‘다누리’가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두려움에 떨며 엔진 연소시험”… 12차례 설계 바꿔고정환 개발본부장 “끝 아닌 시작”2014년 연소불안정 현상 발생16개월간 엔진 33기 만들며 극복개발서 성공까지 12년3개월 걸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 성공은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이번 발사를 계기로 우주 꿈나무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정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사진)은 21일 누리호 2차 발사 결과 브리핑에서 이같이 말했다. 누리호는 2010년 3월 개념설계를 시작한 뒤 발사 성공까지 12년 3개월이 걸렸다. 2014년 10월 누리호의 심장 격인 75t 액체엔진을 처음 시험하던 중 연소불안정 현상이 발생한 것은 가장 괴로웠던 순간으로 꼽힌다. 원인을 알기 어렵고 해결 방법도 마땅치 않아 엔진 설계를 12번이나 바꿔 16개월 만에 극복했다. 무려 33기의 엔진을 만들어 시험하는 과정을 거쳤다. 시험 횟수만 184회, 누적 연소시간은 1만8290초에 달한다. 7t 액체엔진도 12기를 만들어 103회 동안 2만70초를 태운 끝에 지금의 신뢰성을 얻었다. 고 본부장은 개발과정을 ‘어려움이 연속된 시기’라고 표현하며 “75t 엔진 연소시험을 할 때는 두려움에 떨기도 했다”고 말했다. 75t 엔진 검증에 성공한 뒤에도 엔진 4기를 묶는 클러스터링 기술 검증과 부품 문제로 첫 발사가 8개월 미뤄졌다. 2021년 10월 첫 발사에서는 목표 고도인 700km에 위성모형을 투입하는 데 성공했으나 목표 속도에 도달하지 못해 임무에는 실패했다. 3단 산화제탱크 누설로 목표 연소시간을 채우지 못했다. 이번 2차 발사에 쓰인 누리호는 산화제탱크 내부 보강 작업 등을 거쳤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shinjsh@donga.com}2022-06-22 03:00
“10년간 동고동락”…누리호 개발의 주역들“끊임없이 풀기 어려운 숙제를 내며 10년간 동고동락했던 친구입니다. 우리 힘으로 만든 발사체 발사 성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뿌듯함을 줍니다. 1차 발사 후 의기소침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반드시 거쳐야 할 길이었습니다.”누리호 개발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연구진과 참여한 국내기업 300여개 500여명의 엔지니어들은 누리호 발사 성공에 감격하며 한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약 37만개에 달하는 누리호 부품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제작했다. 지난해 10월 1차 발사시 3단 엔진 산화제 탱크 문제로 성공 문턱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셨지만 발빠른 분석과 협업으로 8개월만에 2차 발사에 나설 수 있게 됐다. 협력과 경험은 누리호 개발로 확보한 발사체 기술의 민간기업 이전을 원활하게 해 우주산업 생태계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매 순간이 위기…누리호 개발의 주역들누리호 개발 주역인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 인력은 약 250명이다. 5개 부서와 16개 팀으로 구성돼있다. 연구자들에게는 매 순간이 위기였다. 그 중에서도 누리호 1단과 2단을 구성하는 주력 엔진 75t급 액체엔진 개발은 험난한 과정을 겪었다. 75t급 엔진은 개발 초기 기능과 성능에 집중한 나머지 목표 대비 25% 무겁게 설계됐지만 연소시험 등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며 데이터 축적과 무게 감량을 위한 설계 개선, 경량 소재 적용 등을 통해 최종 설계 기준에 맞게 무게를 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소 불안정 문제 해결은 난제였다. 발사체엔진개발부 연소기팀은 누적 연소시험 시간 1만8290초(2022년 1월 기준)를 수행했다. 지상 및 고공 모사 환경에서 총 184회 연소시험을 진행하며 연소 불안정을 해결했다. 2007년부터 엔진 연구를 시작한 한영민 발사체엔진개발부장은 “개발한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할 시험 설비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고정환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누리호의 심장인 75t급 액체엔진 연소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고 밝혔다. 엔진에 투입되는 연료와 산화제(추진제)를 충전하는 추진제 탱크도 난제다. 최대 높이 10m, 최대 직경 3.5m 크기의 탱크 내부에 대기압의 4~6배의 압력이 작용하는 가운데 비행 중 가해지는 관성력과 하중, 압력을 견딜 수 있는 동시에 무게를 줄이기 위해 최소 두께 2mm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광수 발사체구조팀장은 “추진제 탱크는 설계도면이 있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며 “최적의 공정을 찾기 위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공정을 개발하는 데 최대 1년 가량 소요됐다”고 밝혔다. 순수 국내 독자 기술로 구축한 제2발사대도 빼놓을 수 없다. 발사체를 개발해도 발사대 기술이 없으면 발사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강선일 발사대팀장은 “13명의 연구자와 현대중공업 등 협력기업까지 더하면 60여명이 발사대를 개발, 구축했다”며 “발사체 엔진 연소가 시작하면 최대 추력인 300t을 낼때까지 발사체를 붙잡고 있다가 정밀하게 발사체 고정을 해제하는 지상고정장치를 개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지상고정장치 기술은 나로호 발사 때는 없었던 기술이다. 총사업비 80% 집행한 300개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누리호 개발 사업에 국내 기업 약 300개가 참여했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에 해당하는 1조 5000억원이 이들 기업에 집행됐다. 구조와 엔진, 시험설비, 추진기관, 제어 분야 등 전 부문 개발에 함께 했다.누리호 27만 개 부품 총조립을 맡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75t급 액체엔진 개발을 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대표적이다. 이창한 KAI 우주사업팀장은 “연구소가 지금까지 요소기술을 축적하는 역할을 했다면 이를 안보나 경제 분야에서 상업성을 갖추도록 확장하는 DNA는 산업체가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추진기관생산기술팀 차장은 “전 국민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주 분야에 주목하는 상황에서 한화도 우주산업에 사명감을 가지고 대표적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현대로템은 추진기관시스템 시험설비와 추진공급계 시험설비 구축을 주도했고 현대중공업은 누리호를 쏘아올릴 발사대 개발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대기업 외에도 추진제 탱크 유지하는 헬륨 고압탱크 공급하는 이노컴, 누리호 동체 만드는 한국화이바, 터보펌프 개발의 주역 중 하나인 에스엔에이치, 누리호 전자장비 이어주는 와이어 하네스개발 기업 카프마이크로, 누리호 전자탑재시스템 개발한 단암시스템즈, 누리호 탑재 카메리시스템 개발한 기가알에프, 누리호 시험설비 유지보수 기업 한양이엔지, 누리호 위성항법수신기를 개발한 덕산넵코어스, 누리호 밸브를 만든 하이록코리아, 누리호 단열재를 개발한 위즈텍, 지상제어시스템을 개발한 유콘시스템 등 수많은 우주 분야 중소기업도 사업에 참여했다.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21 17:17
누리호, 발사대서 다시 기립… 오늘 우주 재도전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LSV-Ⅱ)가 21일 오후 4시경 2차 발사에 재도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가 20일 오전 11시 10분경 발사대에 다시 섰다고 밝혔다. 15일 발사대에 세워졌다가 센서 오작동으로 다시 조립동에 내려간 후 5일 만이다. 정확한 발사 시각은 21일 오후 2시 30분에 발표된다. 현재로서는 오후 4시가 유력하다. 누리호는 20일 오전 7시 20분 무인특수이동차량에 실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까지 약 1시간에 걸쳐 이송됐다. 오전 기립 작업을 완료하고 오후에는 전원과 추진제 등을 충전하기 위한 ‘엄빌리컬 타워’ 연결과 기밀 점검이 이뤄졌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보완 과정을 거쳐 이달 15일 2차 발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기상 상황 악화로 발사일을 하루 늦춘 16일로 정했다. 16일 발사를 위해 발사대에 세워진 후 발사 전 최종 점검 작업 중 1단 엔진 산화제 탱크 센서에서 오류가 발견돼 16일 발사도 취소됐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가 위치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의 반경 20km에 낙뢰 가능성이 낮으며 누리호 발사 기준을 넘는 강한 바람도 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한국이 우주로 갈 수 있는 길을 꼭 열겠다”고 말했다.고흥=고재원 jawon1212@donga.com}2022-06-21 03:00
발사대에 다시 선 누리호, 내일 우주로…“낙뢰·바람 괜찮아”한국형발사체 누리호(KLSV-Ⅱ)가 21일 오후 4시 2차 발사에 재도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누리호가 20일 오전 11시 10분경 발사대에 다시 섰다고 밝혔다. 15일 발사대에 세워졌다가 센서 오작동으로 다시 조립동에 내려간 후 5일 만이다. 정확한 발사 시각은 21일 오후 2시 30분에 발표된다. 누리호는 20일 오전 7시 20분 무인특수이동차량에 실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체종합조립동에서 제2발사대까지 약 1시간에 걸쳐 이송됐다. 오전 기립 작업을 완료하고 오후에는 전원과 추진제 등을 충전하기 위한 ‘엄빌리칼 타워’ 연결과 기밀 점검이 이뤄졌다. 누리호는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서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이후 보완 과정을 거쳐 이달 15일 2차 발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기상 상황 악화로 발사일을 하루 늦춘 16일로 정했다. 16일 발사를 위해 발사대에 세워진 후 발사 전 최종 점검 작업 중 1단 엔진 산화제 탱크 센서에 오류가 발견돼 16일 발사도 취소됐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나로우주센터 제2발사대가 위치한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반경 20km에 낙뢰 가능성이 낮으며 누리호 발사 기준을 넘는 강한 바람도 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협 항우연 발사체추진기관개발부장은 “한국이 우주로 갈 수 있는 길을 꼭 열겠다”고 말했다. 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20 17:18
역대급 가뭄 원인으로 지목된 ‘라니냐’… 앞으로 더 잦아질 수 있다지난겨울부터 역대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집계된 최근 6개월간 강수량은 166.8mm로 평년 강수량(344.6mm)의 절반 수준이다. 기상 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최저치다. 전국 곳곳은 이미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 같은 가뭄 피해를 겪고 있다. 경남 밀양에선 이례적으로 6월 들어 대형 산불도 발생했다. 6월에 500ha 이상의 피해를 입힌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것은 1986년부터 산불 통계를 낸 이후 처음이다.○ 가뭄 원인 라니냐로 추정, 세계 곳곳 몸살 과학자들에 따르면 가뭄은 네 종류로 분류된다. 강수량과 무강수 계속일수를 기준으로 하는 기상학적 가뭄, 농업에 영향을 주는 농업적 가뭄, 하천과 저수지 등 가용 수자원을 기준으로 하는 수문학적 가뭄, 물의 수요공급에 관해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는 사회·경제적 가뭄 등이다. 기상청은 이번 가뭄에 대해 누적 강수량이 평년 강수량보다 적어 건조한 기간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기상학적 가뭄에 해당한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든 결국 가뭄 원인은 강수량 부족에서 온다. 지난겨울부터 강수량이 떨어진 이유는 뭘까. 기후 과학자들은 올 들어 기록적인 가뭄을 겪는 이유 중 하나로 열대 중동 태평양 지역에서 발생한 라니냐 현상을 꼽고 있다. 라니냐는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낮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이다. 기상청 엘니뇨·라니냐 전망에 따르면 지난달 8∼14일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해수면 온도는 26.7도로 평년보다 1.2도 낮다. 라니냐 현상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강해져 동태평양의 따뜻한 해수가 서태평양으로 옮겨가며 발생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태평양에 강한 고기압이 나타난다. 강한 고기압은 반작용으로 저기압을 강화시키고 그 반작용으로 고기압이 다시 강화된다. 한국은 강한 고기압이 작용하는 지역에 놓이면서 결국 비구름이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근 위성사진을 분석하면 비구름은 예년보다 남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비슷한 분석은 인접한 중국에서도 나왔다. 위안 싱 중국 난징정보과학기술대 수문학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봄 중국 남서부 지역이 겪은 고온과 가뭄 현상의 원인이 그해 태평양 서부 필리핀해에서 발생한 라니냐 현상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트 인 애트모스페릭 사이언스’에 지난달 11일 공개했다. 실제로 중국 남서부 지역인 충칭과 청두는 지난해 봄 1961년 이후 최악의 가뭄을 겪었고 동태평양과 마주한 미국과 아르헨티나 역시 기록적인 가뭄을 겪었다. 서태평양의 인도도 폭염 피해를 입었다.○ 가뭄 앞으로 더 자주 오고 강해질 것라니냐 현상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앞으로 더 잦게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해수 온도가 올라가면 해류 흐름의 변화로 라니냐 현상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딥티 싱그 미 워싱턴주립대 환경학과 교수 연구팀은 올해 2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에 라니냐 현상의 결과로 20세기에 비해 21세기에 가뭄 현상이 10배 더 증가할 것이란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북미와 중미, 동아시아, 남아시아 등 전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뭄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가뭄이 더 자주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가뭄이 이달 말부터 점차 완화돼 7월 중 대부분 해소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5일 발표된 정부 가뭄 예·경보 3개월 전망에 따르면 6월 말부터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많은 비가 예상된다. 이날 현재 전국 대부분에 내린 4단계 가뭄 예·경보도 9월에는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성민 기상청 수문기상팀 사무관은 “전반적으로 강수량이 회복되는 시기”라며 “어느 정도 가뭄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20 03:00
“보행 돕는 웨어러블 로봇, 머지않아 안경처럼 일상화될 것”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사진)는 세상의 모든 보행장애를 극복하겠다는 일념으로 15년째 로봇 연구를 해온 공학자다. 장애인을 위한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해 이 분야의 실력을 겨루는 국제대회인 ‘사이배슬론’에 두 번이나 출전했다. 9일 대전 KAIST 연구실에서 만난 공 교수는 노트북을 펴고 영상 하나를 보여줬다. 최근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 수십 명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시위를 벌이는 장면을 담은 영상이다. 공 교수는 “많은 장애인이 이동에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이를 보장하려는 움직임은 여전히 더디다”며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웨어러블 로봇이 이동권 보장을 위한 미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의 326개 지하철 역 중 21곳에는 엘리베이터가 없다. 차고를 낮춰 장애인 승하차를 쉽게 한 저상버스의 전국 도입률도 27.8%에 불과하다. 공 교수는 “현대 기술을 적극 활용해 장애인 이동권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공 교수 연구팀은 하지마비 환자가 입고 걸으면 평지는 물론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웨어러블 로봇 ‘워크온슈트’를 개발했다. 지팡이를 짚지 않고도 1분 이상 가만히 설 수 있고 힘들이지 않고도 시속 3.2km로 걸을 수 있다. 다리를 다친 환자를 위해 재활훈련용 로봇인 ‘엔젤렉스’도 개발했다. 장애 진행을 늦추고 상태를 개선하는 치료 훈련에 활용된다. 공 교수는 “이동권 보장은 선천적인 장애인이나 불의의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고령화와 성인병 증가 등을 이유로 보행장애를 겪는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6만5627명이었던 보행치료 환자는 2019년 7만1656명으로 늘었다. 보행장애가 후유증으로 남는 뇌졸중 환자 수도 매년 약 3%씩 증가해 2020년 약 63만 명에 달했다. 공 교수는 나동욱 세브란스재활병원 교수와 의기투합해 2017년 LG전자 투자를 받아 재활로봇 제작기업 엔젤로보틱스를 설립했다. 회사는 워크온슈트나 엔젤렉스를 포함해 5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분당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이 25대의 웨어러블 로봇을 구매했다. 5월에는 말레이시아 대한재활병원에 공급하며 해외수출도 시작했다. 그는 10년 뒤면 적응훈련도 필요 없는 개인 맞춤형 웨어러블 로봇을 1주일 만에 생산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는 로봇 한 대를 제작하는 데 6개월, 환자가 적응 훈련을 하는 데까지 18개월 정도 소요된다. 공 교수는 “아직은 제품 경량화나 품질 확보 등이 기술적 과제로 남아 있다”며 “머지않아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추듯 맞춤형 로봇을 손쉽게 구매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웨어러블 로봇 시대를 앞두고 가장 필요한 건 뭘까. 공 교수는 “지금은 장애인들이 웨어러블 로봇을 입고 부끄러워 집밖에 나가길 꺼린다”며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대한장애인체육회와 손잡고 웨어러블 로봇을 입은 장애인이 참여하는 로봇체육대회 창설을 추진하는 이유다. 공 교수는 “보행 장애인에게 기다림만을 강요하는 ‘희망고문’이 되지 않도록 로봇 착용 문화를 확산하는 활동과 함께 반드시 더 뛰어난 기술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대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17 03:00
화성 착륙 15개월 만에… 불모지 달리며 생명체 흔적 찾아라지난해 2월 화성에 착륙한 미국의 화성 탐사 로버(이동형 로봇) ‘퍼시비어런스’가 본격적인 생명체 탐사에 나섰다. 화성 착륙 후 약 15개월 만에야 본래 주어진 임무 수행에 나선 것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지난달 28일 퍼시비어런스가 착륙지인 예제로 분화구의 호크스빌 갭 지역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은 39억 년 전 강이 흐르며 퇴적물이 쌓여 만들어진 삼각주 지형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퇴적물은 생명체에 필요한 탄산염 등 유기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호크스빌 갭에 고대 생명체의 흔적이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어로 ‘인내’라는 뜻의 퍼시비어런스는 나사의 9번째 화성 착륙선이자 5번째 화성 로버다. 길이 3m, 무게 1026kg으로 소형차 크기다. 6개 바퀴로 달리며 과학장비 7대와 카메라 23대가 실려 있다. 퍼시비어런스의 주 임무는 화성에서의 1년인 687일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것이다. 퍼시비어런스의 핵심 임무 수행은 예상치 못한 발견으로 늦어졌다. 착륙 지점 지표면에서 뜻밖에 화성암이 발견돼 착륙 후 3개월 동안 화성암 분석과 장거리 이동 준비에 집중했다. 화성암은 화학 원소의 방사성 붕괴를 기반으로 생성 연대를 측정하는 데 용이하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암 분석을 마친 뒤 착륙지에서 약 2km 떨어진 호크스빌 갭까지 이동을 시작했다. 분당 2.5m 속도로 장애물들을 피하며 이동해 4월 삼각주 지형의 외곽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미세한 진흙이 쌓여 딱딱하게 굳은 암석인 이암이 발견됐다. 이암은 보통 느리게 흐르는 강이나 호수에서 발견된다. 빠르게 흐르는 강에서 형성되는 사암도 발견됐다. 케이티 모건 나사 퍼시비어런스 프로젝트 연구원은 “이런 암석들은 생명체 번성을 유추해볼 수 있는 중요한 연구자료”라고 말했다. 퍼시비어런스가 도착한 지역은 삼각주 지형에서 지대가 가장 낮은 곳이다. 가장 오래전 형성된 퇴적층이라 고대 생명체 흔적을 찾기에 적합한 장소로 꼽힌다. 퍼시비어런스는 최근 몸체에 달린 지름 5cm짜리 원형 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암석 채취와 분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다. 삼각주 탐사는 2∼3개월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탐사를 이어가는 동안 나사 과학자들은 다음 탐사 위치를 검토할 예정이다. 퍼시비어런스에는 길이 5cm가량의 분필만 한 표본 용기 43개가 실려 있다. 올해 9월에는 지금까지 수집된 샘플들을 지구로 귀환시킬 만큼 과학적 가치가 있는지 평가가 진행된다. 나사는 시간과 비용 문제로 30개의 표본만 지구로 가져올 계획이다. 표본 수거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초 나사는 2026년 탐사선을 화성으로 보내 2028년 표본을 회수하고 2031년쯤 지구로 돌아올 계획을 세웠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일정이 변경됐다. 나사는 새로운 계획을 짜고 있다. 표본 용기는 화성에서 수십 년간 보관이 가능하다. 퍼시비어런스는 지금까지 약 11km를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다 보니 예상보다 거리가 늘었다. 올해 3, 4월에는 약 5km를 주행하며 지구 밖 행성에서 가장 긴 거리를 이동한 로버라는 기록도 세웠다. 앞으로도 매년 약 15km를 더 이동해 화성에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대 생명체 탐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10 03:00
‘시속 380km’ 거침없는 가속… 질주하라, 친환경 연료로지난달 29일(현지 시간) 미국 옥수수 산지인 인디애나주의 주도 인디애나폴리스 모터스피드웨이(IMS) 경기장.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과 함께 날렵한 모습의 경주용 차량 33대가 눈 깜짝할 새 지나갔다. 전광판에는 평균 시속 약 175마일(약 282km), 최대 속도는 시속 236마일(약 380km)이 찍혔다. 관람석을 꽉 메운 33만 명의 관중은 이날 개막한 ‘인디애나폴리스500(인디500)’ 자동차 경주를 지켜보며 연신 함성을 질렀다. 질주하던 차량들은 수시로 트랙 한쪽에 마련된 피트레인(정비공간)에 들어와 타이어를 교체하고 연료를 채웠다. 대회 주최 측은 대회에 출전한 모든 차량에 일반 휘발유가 아닌 바이오에탄올에 휘발유를 섞은 연료가 들어간다고 소개했다. ○ 탄소 배출 줄이는 바이오에탄올인디500은 ‘르망24시’, ‘모나코 그랑프리’와 함께 세계 3대 모터스포츠 대회로 꼽힌다. 인디500은 2.5마일(약 4km) 거리의 타원형 서킷을 200바퀴 돌아 총 500마일(약 804km)의 거리를 누가 빨리 주파하는지 겨룬다. 다른 대회가 차량 성능을 가리는 데 중점을 둔다면 이 대회는 모든 조건이 같은 차량으로 레이서들의 진짜 운전 실력을 가리는 대회로 알려져 있다. 대회 우승자에게 최고의 레이서라는 영예가 따라붙는 이유다. 이날 경기에선 선두가 38차례 바뀌는 치열한 경주 속에서 스웨덴 카레이서 마르쿠스 에릭손이 1등을 차지했다. 인디500의 또 다른 차별점은 출전 차량에 바이오에탄올 연료를 쓴다는 점이다. 2005년까지는 메탄올 100%를 쓰다가 2006년 메탄올과 바이오에탄올이 섞인 연료를 사용했고, 2018년부터는 바이오에탄올 85%에 휘발유 15%를 섞어 쓰기 시작했다. 미 정부가 휘발유 사용을 줄이는 정책을 펴면서 인디500이 탄소중립을 구현하기 위한 새로운 연료 시험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를 수확해 세포벽을 이루는 셀룰로오스를 당으로 분해한 뒤 효모로 발효시켜 만든다. 화석연료보다 대기오염 물질이 적어 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 또 휘발유는 산소 함량이 적어 불완전 연소에 따른 일산화탄소 배출이 많은 반면 바이오에탄올은 산소를 포함하고 있어 불완전 연소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원료인 옥수수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흡수가 이뤄지고, 옥탄가가 높아 엔진의 열효율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부에 따르면 바이오에탄올은 휘발유 연료보다 탄소배출량이 44∼46% 적다. 옥수수와 사탕수수 산지인 미국과 중국, 브라질이 탄소중립을 위한 전략자원으로 바이오에탄올을 내세우는 이유다. 가격도 저렴해 고유가 대응책으로 활용한다.○ 대체연료 진화의 시험장 ‘인디500’ 한편에선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가 차량 엔진 출력과 연료소비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인디500은 이런 주장을 검증하는 시험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대회에서 두 번 우승한 일본인 카레이서 사토 다쿠마는 “바이오에탄올은 옥탄가가 높아 차량 파워가 굉장히 향상된다”며 “자동차 경주에 매우 적합한 연료”라고 말했다. 인디500 경주용 차량은 휘발유를 쓰는 포뮬러원(F1) 경주용 차량과 거의 대등한 성능을 낸다. 상용차의 경우 바이오에탄올을 휘발유에 10% 혼합할 경우 연비가 1∼2% 나빠질 수 있지만 이 정도는 주행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인디500 대회 주관사인 인디레이싱리그는 내년부터는 사탕수수 폐기물로 만든 바이오에탄올과 다른 바이오연료를 혼합한 100% 재생 가능한 연료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휘발유만 썼을 때보다 탄소 배출량을 60%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선 바이오에탄올이 이미 전체 연료 소비량의 10%를 대체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바이오에탄올 함량 비율을 높인 휘발유 사용 확대를 위해 속도를 높이고 있다. 탄소 감축을 위해 내연기관 차량을 전기차로 전환해야 하는데 미국 내 2억7600만 대에 이르는 차량을 단시간에 모두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바이오에탄올이 내연기관차들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디딤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에탄올옥수수, 밀, 사탕수수 등에서 나오는 전분에 알코올 생성 효소를 넣어 얻은 액체연료. 제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발생이 적고, 연소 과정에서 일산화탄소 발생 비율이 대폭 줄어든다. 생산비가 휘발유의 8분의 1 수준에 머문다.인디애나폴리스=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6-03 03:00
서울∼부산 20분 주파?… 음속으로 달리는 ‘꿈의 친환경 열차’ 하이퍼루프웬만한 상업용 여객기보다 빠른 초고속열차 하이퍼루프의 첫 주행 시험이 올해 안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터널굴착회사 ‘보링컴퍼니’를 세운 일론 머스크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하이퍼루프 실험이 올 하반기(7∼12월) 시작된다”며 “수년 내 운행을 시작한 하이퍼루프를 직접 보게 될 것”이라고 알렸다. 머스크가 음속에 가까운 시속 1200km의 속도로 달리는 하이퍼루프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처음 공개한 건 2012년. 열차가 지름 3.5m의 긴 터널을 자기장에서 추진력을 얻어 빠르게 달리는 방식이다. 열차 안에는 영구 전류가 통하는 초전도 전자석이 설치되고, 터널의 바닥에는 열차에 장착된 자석과 자기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기장이 흐르도록 만든다. 서로 같은 극끼리 밀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자석의 원리를 이용해 추진력을 생성하는 것이다. 공기의 저항과 마찰 저항을 없애기 위해 터널을 진공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고 열차 차량을 지상에서 살짝 띄운 상태로 운행한다. 이론대로라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0분 정도 걸린다. 약 370km 거리의 워싱턴DC에서 뉴욕까지도 비슷한 시간 안에 주파한다. 자동차로 약 5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눈 깜짝할 새에 이동하는 것이다. 신호가 없는 터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교통체증도 없다. 열차 운행에 사용되는 전력은 태양광에서 얻는다. 하이퍼루프가 ‘꿈의 친환경 열차’로 불리는 이유다. 머스크는 하이퍼루프를 제안하며 ‘기존 교통수단보다 빠르고 안전하며 구축 비용도 고속철도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실현할 지하터널굴착회사 ‘보링컴퍼니’도 2016년 설립했다. 2018년에는 캘리포니아에 1.8km의 연구 목적 터널을 건설했다. 하이퍼루프 개발에는 여러 나라가 뛰어들었다. 미국의 보링컴퍼니 외에도 ‘하이퍼루프 트랜스포테이션 테크놀로지(HTT)’와 ‘버진 하이퍼루프’, 스위스의 ‘스위스포드’, 네덜란드의 ‘하르트’ 등이 개발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관련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하이퍼루프 상용화 시기는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2030∼2040년을 운행 목표 시점으로 잡는다. 본격적인 시험 운행 단계로 들어서면서 투자도 늘고 있다. 보링컴퍼니의 현재 기업가치는 56억7500만 달러(약 7조1670억 원)로 평가된다. 최근 6억7500만 달러(약 8555억 원) 규모의 새로운 자금 조달 소식도 들려온다. 기술적으로 해결할 부분은 남아 있다.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달릴 때 나타나는 진동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여전히 찾고 있다. 차량이 진공에 가까운 상태에서 운행하기 때문에 음속 장벽은 거의 없지만 최고 속도에서 열차가 흔들리지 않도록 시험 운행을 통해 최적의 설계와 운영 방안을 찾는 게 관건이다. 홍수와 같은 기상재해에 대처할 방안도 찾아야 한다. 하이퍼루프는 국내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백종대 건설연 선임기술위원은 “극복해야할 기술적 난관들은 있으나 충분히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며 “하이퍼루프는 도심 접근이 가능한 KTX의 편리함과 비행기의 빠른 속도를 다 아우를 수 있는 차세대 교통수단”이라고 말했다. 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5-23 03:00
누리호의 재도전, 한 달 앞으로… “지난해의 실패는 없다”10일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종합조립동.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두 번째 시험발사를 앞두고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1단과 2단 로켓이 결합 작업을 앞두고 누워 있었다.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의 1단은 길이만 23.1m, 2단은 18.5m에 이른다. 각 단의 최종 점검과 발사 때 로켓 각 단을 분리하는 파이로록(화약을 터뜨리는 장치) 설치를 마치고 2주 뒤 성능 검증 위성을 실은 3단 결합만 끝나면 최종 발사까지 모든 준비를 마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다음 달 15일 2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의 모습을 이날 마지막으로 공개했다.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체계개발부 부장은 “지난해 10월 21일 첫 발사에서 위성 모사체(모형위성)를 목표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하며 실패를 맛본 누리호의 재도전 준비가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독자 개발 덕에 발사기간 1개월만 밀려 누리호는 중량 1.5t의 실용위성을 고도 600∼800km의 지구 저궤도에 투입하는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개발한 우주발사체다. 독자 기술로 확보한 75t급 액체엔진 4기를 묶어 300t의 추력을 내는 1단 로켓과 75t급 액체엔진 1기로 구성된 2단 로켓, 7t급 액체엔진 1기가 들어가는 3단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10월 이뤄진 첫 발사에서는 3단 엔진이 계획보다 일찍 꺼지면서 목표 궤도인 700km에서 초속 7.5km의 속도로 모형위성을 투입하는 데 실패했다. 설계 과정에서 실수로 3단 엔진의 산화제 탱크에 들어 있는 헬륨 탱크의 고정 장치가 풀리면서 엔진이 예상보다 일찍 꺼진 것이다. 실패 원인 분석과 해결책 마련까지는 5개월이 걸렸다. 1차 발사 실패 당시 2차 발사가 반년 이상 연기될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예상외로 발사는 예정보다 딱 1개월만 미뤄졌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은 “2009년 나로호 1차 발사 실패 때는 파트너인 러시아 측이 보안 문제를 제기해서 원인 파악에 시간이 걸렸지만 독자 개발한 누리호는 처음부터 끝까지 국내에서 모든 부분을 제작하다 보니 문제 파악과 해결책을 찾는 데 들어가는 시간이 훨씬 적게 걸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조립이 끝난 누리호 두 번째 발사체 일부를 뜯어 보완도 마쳤다. 고 본부장은 “1차 발사 때 정상 작동한 1단 엔진과 2단 엔진 성능은 충분히 검증됐다고 판단했다”며 “2차 발사 때는 별도의 사전 연소 시험이나 리허설 없이 곧바로 쏘게 된다”고 말했다. 항우연에 따르면 누리호는 이달 16일 3단에 실릴 성능검증위성이 조립동에 도착하고 1∼2단 조립이 끝나 3단과 결합까지 끝나면 다음 달 12일쯤에는 모든 발사 준비가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발사 하루 전인 다음 달 14일 이송장치에 실려 나로우주센터 가장 남쪽에 자리한 발사대로 옮겨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발사관리위원회는 당일 기상과 우주 날씨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구체적인 발사 시간을 확정할 예정이다.○ 누리호 후속 발사체 개발도 속도 내 누리호 후속 발사체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방문한 발사체조립동 한편에서는 누리호 3호기 동체 조립이 진행되고 있었다. 내년 1월 발사를 앞둔 누리호 3호기에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실린다. 국산 발사체에 일반 상용 위성과 같은 성능을 갖춘 위성이 실리는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3호기는 본격적인 독자 우주 개발의 시대를 열 발사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부는 한국형발사체 고도화 사업에 6874억 원을 투입해 2027년까지 누리호 3호기를 포함해 모두 4기의 발사체를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점차 저가 경쟁으로 치닫는 상업 발사 시장에서 누리호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조9330억 원을 들여 누리호보다 강력한 2단형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는 차세대 발사체 개발사업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차세대 발사체는 액체산소와 케로신(등유) 연료를 사용하는 2단형 발사체로, 누리호보다 단수는 하나 적지만 추력은 늘어났다. 순조롭게 개발이 진행되면 2031년 달착륙선을 우리 발사체로 실어 보내는 첫 임무에 나선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등이 개발한 재사용 로켓에 들어가는 재점화와 추력 조절 기술을 함께 확보하는 것도 목표로 세웠다. 보통 예비 타당성 조사에 7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과는 올해 11월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흥=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jawon1212@donga.com}2022-05-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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