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열

유성열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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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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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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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임 밸류’가 아니라 ‘양질의 훈련’ 원하는 청년들[광화문에서/유성열]

    2020년 8월 5일 시행된 청년기본법에 따르면 ‘청년(靑年)’이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이다. 새내기 대학생부터 사회 초년생 정도가 법적인 의미에서 청년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청년이 대학생이나 직장인은 아니다. 학교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 있고, 음식 배달 또는 택배 기사를 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있으며, 구직을 아예 포기한 니트족도 있다. 그리고 시야에 잘 포착되지 않는 다른 청년도 수십만 명 존재한다. 정부 지원을 받고 기술을 배우며 미래를 준비하는 직업훈련생이다. 국비 지원 훈련생(약 16만 명)에 전문대생(70만 명)까지 합하면 국내 직업훈련생은 86만 명에 이른다. 보통 직업훈련생이라고 하면 4년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제조업 공정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청년을 떠올린다. 그러나 최근엔 4년제 대학생들도 직업훈련을 받는 경우가 많다. 정보기술(IT)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코딩, 빅데이터 등을 익혀 빅테크 기업에 들어가려는 청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공계보다 취업이 어려운 인문계 대학생 사이에서도 최근 IT 분야를 중심으로 ‘직업훈련 열풍’이 불고 있다. 정부는 이런 청년들을 위해 2020년 11월부터 ‘K-디지털 트레이닝’ 과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약 3만 명의 훈련비를 지원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이 과정에 네이버, SK하이닉스 등 대기업을 참여시켜 직업훈련의 한 축을 맡기고 있다. 청년들이 선망하는 ‘디지털 선도기업’이 청년들을 직접 가르치도록 해 직업훈련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이들 기업에 민간 훈련기관의 최대 3배에 해당하는 훈련비를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기업이 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하는 데다 훈련의 질도 높은 만큼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정부의 이런 정책이 ‘양질의 훈련’보다 ‘네임 밸류’에 치우친 것 같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명 대기업들을 참여시킨 것까진 좋은데, 훈련의 질을 높이는 고민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디지털 선도기업 훈련을 이수한 청년들의 취업률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민간 훈련기관들의 IT 분야 취업률이 80%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미진한 성과다. 정부는 “올해 과정이 모두 끝나야 정확한 취업률이 산출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청년들 사이에선 “대기업이 가르쳐 준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했지만 시중 학원 강의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6일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재한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직업훈련 정책의 청사진이 발표됐다. 정부는 “현장 수요에 부합하는 훈련 과정 개발 및 확대 등을 통해 맞춤형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며 “첨단산업 선도기업, 민간단체 등이 주도하는 다양한 훈련 과정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약속을 지키려면 직업훈련생들의 목소리부터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청년들은 대기업이란 ‘네임 밸류’보단 ‘양질의 훈련’을 더 원하고 있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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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노동법 근간 뒤흔드는 노란봉투법의 두 조항

    “노동법의 근간이 뒤흔들릴 수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두고 “손해배상·가압류 제한보다 더 심각한 조항이 있다”고 했다. 그는 “노동법의 근간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체결한 근로계약인데,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을 확장하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며 “이런 조항까지 패키지로 통과되면 노동시장 전반의 혼란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참여 근로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이다. 2014년 법원이 쌍용자동차 파업 노조원들에게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자 한 시민이 4만7000원의 성금을 노란 봉투에 담아 전달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기업이 파업으로 인한 손해 배상을 청구할 경우 근로자의 삶이 파탄 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란봉투법은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는데, ‘불법 파업 면책법’이란 비판을 받으며 통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가 올 6∼7월 점거파업을 벌이면서 다시 쟁점화됐다. 대우조선이 하청지회 간부 5명을 상대로 47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자 노동계와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며 노란봉투법을 다시 추진하고 나선 것.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이 대표 발의한 노조법 개정안엔 더불어민주당 의원 46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고, 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을 7대 입법과제에 포함시켜 연내 처리를 공언하고 있다. 개정안은 노조가 폭력을 동원하거나 사내 시설 등을 파괴했을 경우를 제외하곤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게 했다. 대우조선 하청지회처럼 ‘비폭력 점거 파업’으로 기업 운영을 마비시켰을 때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는 것이다. 노조의 손해배상 책임이 입증되더라도 시행령이 정한 상한액까지만 배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한데 이 개정안에는 손해배상 제한 관련 내용뿐 아니라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을 대폭 넓히는 조항(2조 1, 2항)도 담겨 있다. 시행령으로 근로자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 사용자로 인정토록 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하청 근로자도 원청회사의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원청은 이들의 ‘사용자’로서 교섭 의무를 갖게 된다. 대우조선 하청지회 근로자들의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하청업체가 아니라 원청인 대우조선이 되는 것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근로자와 사용자의 개념이 지나치게 넓어져 노사관계가 혼돈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선업 등 일부 제조업은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하청 근로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하고 일하는 환경까지 위험하다 보니 청년과 중장년층 모두 기피한다. 제조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서라도 하청 근로자의 처우는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노조법상 근로자와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 노사관계를 새롭게 규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노동시장 전체에 극심한 혼란이 올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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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유가족의 슬픔엔 시간표가 없다

    동아일보 히어로콘텐츠팀은 제복 공무원 유가족들의 고통과 현재, 그리고 미국의 보훈 시스템을 다룬 ‘산화,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을 지난달 8∼13일 보도했다. 며칠 전 팀원과 팀장, 데스크가 저녁을 먹으며 시리즈 후기와 반응을 공유했다.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팀장이 급히 나가 전화를 받았다. 10분 이상 통화를 하고 돌아온 팀장은 웃으며 말했다. “박현숙 씨예요. 가끔 이렇게 먼저 전화를 주시네요.” 박 씨의 남편 허승민 소방위는 2016년 5월 강원 태백 강풍 피해 현장을 수습하다 머리를 다쳐 세상을 떠났다. 백일 된 딸 소윤이를 남긴 채였다. 박 씨는 그저 평범하게 딸을 키우고 싶어 눈물을 꾹 참고 아무렇지 않은 듯 지내보려 했다. 하지만 끝내 곪은 눈물이 덧나고 공황장애까지 겪으며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히어로콘텐츠팀은 박 씨와 같은 ‘남겨진 사람들’을 5개월간 취재했고, 그 결과물이 이번 시리즈였다. 그날 팀장이 박 씨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을 때 ‘grief knows no schedule’이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미국의 군 유가족 지원 비영리기관인 ‘TAPS(Tragedy Assistance Program for Survivors)’는 유족이 언제든지 상담을 받을 수 있는 ‘헬프라인’을 24시간 운영하는 이유를 이 문구로 설명한다. 유가족들이 겪는 슬픔은 시간표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 찾아올 수 있고, 그래서 24시간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다. TAPS는 ‘동반자적 연대’라는 원칙 아래 순직 군인 유가족으로 구성된 ‘돌봄 전담팀’도 운영한다.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끼리 슬픔을 나누고 돕도록 하는 게 심리 안정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다른 유족을 돕고 싶은 유족은 순직 1년 후부터 일정한 교육과 훈련을 받은 뒤 돌봄 전담팀에 합류할 수 있다. 국내엔 이런 시스템이 전무하다. 먼저 TAPS와 같은 유족 지원 전문단체가 없다. 사단법인 성격의 유족회가 있지만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24시간 헬프라인’은 꿈도 꾸지 못한다. 순직소방공무원추모기념회의 연간 예산은 1억 원 안팎인 반면 전미순직소방관재단(NFFF)은 매년 100억 원을 유족 지원에 쓴다. 만약 국내에도 유족들을 위한 헬프라인이 있었다면, 순직 사고 발생 직후부터 TAPS의 ‘돌봄 전담팀’과 같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면 박 씨는 본인이 원했던 대로 ‘아무렇지 않게’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팀장과의 통화에서 박 씨는 다른 유족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만약 TAPS처럼 ‘돌봄 전담팀’을 운영하는 유족 지원 전문단체가 국내에도 있었다면 박 씨는 그 누구보다 앞장섰을 것이다. 유가족들의 ‘선택권’은 지금보다 넓어져야 한다. 상담이 필요할 땐 24시간 전문가와 통화할 수 있고, 다른 유족을 돕고 싶을 땐 마음껏 도울 수 있는 선택권. 그리고 그 선택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전문단체. ‘일류 보훈’을 추구한다는 현 정부가 깊이 고민할 대목이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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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국보다 중요한 행안부 장관의 업무[광화문에서/유성열]

    행정안전부 경찰국이 2일 출범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취임한 지 81일 만이다. 이 장관은 취임 당일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를 만들었고, 자문위와 행안부는 단 4차례 회의로 경찰국 신설을 공식화했다. 관련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은 “국민 일상생활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이유로 40일에서 4일로 단축시키며 당초 계획(8월 말)보다 한 달여 일찍 경찰국을 출범시켰다. 자문위와 이 장관, 행안부가 속도전을 펼친 결과다. 경찰국이 위법하다는 쪽과 합법이라는 쪽 모두 정부조직법을 근거로 든다. 일선 경찰과 야당은 정부조직법 34조 1항이 열거한 행안부 장관 사무(업무)에 ‘치안’이 없기 때문에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경찰국을 만들려면 국회가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위법하지 않다는 쪽에선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는 조항을 지목한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을 통해’ 치안 사무를 관장할 수 있는 만큼 경찰국 신설은 법적 근거가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경찰국 논란을 취재하며 정부조직법을 뜯어 보다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18개 중앙부처 가운데 행안부 장관 업무가 가장 많다는 것이다. 34조 1항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지원·재정·세제 △낙후지역 등 지원 △안전 및 재난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 △민방위 및 방재에 관한 사무 등 16개 업무를 관장한다. 선거와 국민투표를 지원하는 책임도 갖고 있다. 행안부가 경찰국의 근거로 삼은 내용은 이 조항엔 없으며 5항에 별도로 규정됐다. 지난달 1일 민선 8기 지자체가 출범했다. 비수도권 단체장들은 침체와 소멸 위기 속에 그 어느 때보다 비상한 각오로 업무에 돌입했다. 인구가 빠져나가지 않도록 전담팀을 만들고, 기업들을 찾아다니며 투자를 읍소하고, 정부 예산을 한 푼이라도 더 따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경찰국 논란이 이어진 81일을 돌아보면 이 장관은 지자체의 분투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지자체 재정을 살피고 낙후지역을 적극 지원하는 게 행안부 장관의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인데도 말이다. 3일 강원 양양 낙산해수욕장에선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1층짜리 편의점 건물의 절반가량이 무너졌고 같은 날 인천 중구 항동 도로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했다. 두 사건 모두 인명 피해가 없었던 탓일까. 안전 정책과 방재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은 그 흔한 메시지 하나 내지 않았다. 역대 정부는 대통령민정수석실이 치안비서관을 두고 경찰을 통제했다. 현 정부 들어 민정수석실이 폐지되고, ‘검수완박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경찰 권한이 과도해졌기 때문에 경찰국 신설이 시급했다는 게 이 장관의 설명이다. 그러나 경찰 통제 업무에만 신경을 쓰고 다른 업무를 소홀히 한다면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장관에겐 경찰국(34조 5항)보다 더 중요한 16개의 업무(34조 1항)가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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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협치 없인 불가능한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광화문에서/유성열]

    문재인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도입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다. 주 52시간제는 박근혜 정부와 19대 국회가 처음 추진했고, 문재인 정부와 20대 국회가 이를 이어 받아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면서 시행됐다. 2015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노동 공공 교육 금융 등 4대 개혁을 천명하고 대대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이 가운데 노동개혁은 당시 정부가 가장 집중했던 분야였다. 노동개혁 논의는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며 주도했고,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을 대타협의 모델로 삼았다. 1970년대 극심한 실업난을 겪었던 네덜란드는 1982년 ‘바세나르 협약’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 노동계가 임금 동결을 받아들이는 대신 경영계는 노동시간 단축과 일자리 나누기 등을 약속하고, 정부는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했다. 네덜란드의 15∼64세 고용률은 2019년 기준 78.2%에 달한다. 노사정(勞使政)이 한 발씩 양보해 노동개혁에 성공한 결과다. 노사정위도 바세나르 협약과 비슷한 ‘빅딜’을 추진했다. 주 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통상임금과 실업급여를 확대하는 대신 저(低)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 도입, 비정규직 고용기간 연장과 파견 확대 등을 추진했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확대하는 ‘유연안정성 모델’이었다. 협상은 상당한 진통을 겪었지만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로 양보하면서 2015년 9월 15일 협약문이 완성됐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 협약 이후 17년 만에 나온 사회적 대타협이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협약을 시행하려면 국회가 노동법을 개정해야 했다.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은 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9·15협약’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입법을 일단 미룬 채 지침만으로 시행이 가능한 저성과자 해고와 임금피크제부터 추진했다. 이는 노동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한국노총의 협약 파기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대타협 이후 야당과 협치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했다. 2016년 총선에서 압승하면 노동법을 손쉽게 개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선에선 예상을 뒤엎고 더불어민주당이 1당이 됐다. 그리고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개혁의 동력이 상실됐다. ‘한국형 노동개혁’이라 불리며 세계가 주목했던 9·15협약은 휴지 조각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5월 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노동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할 것”이라며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듣고 2015∼2016년 노동개혁 국면의 데자뷔를 느꼈다. 다음 총선은 아직 1년 9개월이나 남았고 국민의힘 의석은 115석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과 여당이 적극 협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초당적 협력’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2015년처럼 말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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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바닥뷰’를 남긴 세종보 개방과 해체 결정[광화문에서/유성열]

    3월 24일 세종시에 ‘금강보행교’라는 랜드마크가 건설됐다. 1446m의 둥근 모양으로 국내에서 가장 긴 보행전용 교량이다. 조선의 4대 임금 세종대왕과 세종시 6개 생활권을 형상화해 교량 지름을 460m로 설계했고, 다리 길이는 한글이 반포된 1446년을 반영한다는 ‘스토리’도 입혔다. 국비 1116억 원이 투입된 공사는 3년 6개월이나 걸렸다. 금강보행교는 금세 핫 플레이스가 됐다. 시원한 ‘리버뷰’를 감상할 수 있다는 소식에 개장 1주일 만에 10만 명이 다녀갔고, 화려한 조명이 불을 밝히는 야간에는 인증샷을 남기려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그러나 한 세종시민은 기자에게 “서울의 ‘한강뷰’ 못지않은 ‘금강뷰’가 펼쳐진다고 해서 가봤는데, ‘강바닥뷰’가 심했다”고 아쉬워했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일하는 한 고위 관료도 “낮이 아니라 밤에 가야 한다”고 촌평했다. 야경이 화려해 밤에 가는 게 더 좋다는 이유와 함께 “낮에는 강바닥이 너무 잘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막대한 세금으로 지은 금강보행교가 ‘강바닥뷰’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원인으로 인근에 있는 세종보가 지목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1월 세종보 수문을 개방했다. 이후 금강 수위가 낮아졌고, 최근 가뭄까지 이어지며 강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세종시민들 사이에선 “세종보의 수문을 닫아 수량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의 자연성을 회복해 수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리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뒤집었다. 지난해 1월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전면 해체, 금강 공주보는 부분 해체,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촌보는 상시 개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주민 반발을 고려해 해체 시기를 정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세종보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계획을 세울 때부터 도시기반시설로 계획됐다는 점이다. 폭 1km 이상의 한강이 관통하는 서울처럼 세종도 세계적 수변도시로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는데, 이명박 정부의 4대강 보와 패키지로 묶이면서 ‘전면 해체’라는 폭탄을 맞았다. 더구나 세종보는 금강 수위가 높아지면 저절로 흘러넘치는 수중보(水中洑)로 설계돼 일반 보에 비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의견이 많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춘희 현 세종시장조차 세종보 철거 결정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아 왔고, 이해찬 전 의원도 민주당 당 대표 시절 “시간을 두고 판단하자”는 입장이었다. 이 시장은 2006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내며 세종보 건설 계획에 관여한 전력도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하면 문재인 정부의 세종보 철거 결정은 ‘MB 유산’을 지우는 데 휩쓸린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세종보의 존치와 재가동을 적극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무턱대고 반대하기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종시를 만들었고, 노무현 정부가 세종보를 계획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유성열 사회부차장 ryu@donga.com}

    • 2022-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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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청남대 개방에서 배우는 청와대 활용법

    충북 청주에도 ‘청와대’가 있다. 남쪽의 청와대란 뜻의 ‘청남대(靑南臺)’다. 1980년 대청댐 준공식에 참석한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청호의 풍광에 매료돼 건설을 지시했고 1983년 축구장 255개 면적(182만5647m²)으로 준공됐다. 청남대는 청와대처럼 청기와를 올린 본관과 골프장, 수영장, 헬기장 등을 갖춘 대통령 전용 리조트였다. 역대 대통령들은 이곳에서 총 366박 471일을 보내며 정국 구상을 가다듬었다. 언론은 이를 ‘청남대 구상’이란 용어를 만들어 보도했다. 청남대와 주변 지역은 오랫동안 청와대처럼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비밀의 공간이었다. 일반인 출입은 청남대에서 약 10km 떨어진 진입로부터 통제됐다. 청주의 학부모들은 청남대 진입로 바리케이드를 본 자녀가 “저기는 왜 못 가?”라고 물으면 “대통령 별장이라 들어가면 안 돼”라고 말해야 했다. 청남대 내부도 1999년 7월에야 사진으로만 공개됐다. 청남대는 2003년 4월 18일 전면 개방됐다. 대선 후보 시절 “청남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약속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청남대의 소유권을 충북도에 넘겼고, 충북도는 바리케이드를 없앤 후 청남대의 문을 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즉시 청와대를 개방해 22일까지 37만 명이 다녀간 것처럼 당시 청남대에도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렸다. 개인적으로 청남대를 세 번 방문했다. 처음 방문했던 2003년엔 대통령들이 럭셔리하게 휴식을 취하던 공간과 푸른 잔디가 끝없이 펼쳐진 골프장이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나 2시간여 동안 둘러본 뒤 나오면서 든 생각은 딱 하나, “또 올 곳은 아니네”였다. 10년 뒤 대청호에 드라이브를 갔다가 청남대가 생각나 다시 들러봤다. 입장료가 생긴 것에 다소 놀랐지만 승용차 진입이 허용된 점이 인상적이었다. 청남대 진입로 가로수길을 달리면서 왜 이곳이 대통령 별장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청남대 내부도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각종 관람시설이 새롭게 마련됐고 전직 대통령 이름을 명명한 ‘대통령길’도 눈길을 끌었다. 3시간여 동안 둘러본 뒤 나오면서 든 생각은 “또 올 만하네”였다. 그해 청남대 누적 관람랙은 700만 명을 돌파했다. 세 번째 청남대 방문은 2018년 친구의 결혼식이었다. 당시 청첩장을 받은 동창들은 청남대에서 일반인 결혼식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놀랐고, 결혼식 장소가 대통령 헬기가 오르내렸던 잔디밭이란 것에 또 놀랐다. 동창들은 지금도 화창한 가을 하늘 아래 푸른 잔디밭에서 결혼한 친구 얘기를 안줏거리로 올리며 청남대를 추억한다. 청남대는 이렇게 개방에만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투자하고 다듬고 개발하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2년마다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3번이나 선정됐다. 올해 1월 18일 누적 방문객은 1300만 명을 돌파했고, 4월엔 임시정부기념관도 문을 열었다. 이제 막 속살을 드러낸 청와대가 청남대의 19년을 벤치마킹한다면 한국관광 100선을 넘어 전 세계적 명소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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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문서를 일일이 뒤져야 하는 공직자 재산 공개

    지난달 30일 오전 인사혁신처가 고위공직자 1978명의 정기 재산공개를 앞두고 사전 브리핑을 했다. 한 기자가 “1년간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상위 1∼10위 공직자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 인사처는 자료로 배포하겠다고 답했다. 자료는 오후 2시 34분에야 배포됐다. 왜 이렇게 늦어졌는지 궁금했다. 공직자 재산 데이터베이스(DB)만 다루면 쉽게 뽑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인사처는 “직원들이 데이터를 뽑은 다음 하나씩 확인하는 작업을 거치느라 늦었다”고 설명했다. 전자 정부 시스템만큼은 세계 최고를 자랑한다는 한국에서 재산 증가 상위 10명을 추려내는 작업이 이렇게 더딜 줄 몰랐다. 사실 이런 자료는 공직자 재산 DB만 공개돼 있다면 기자가 직접 가공해서 금방 만들 수 있다. 1000여 개의 국가승인통계를 DB 그대로 공개해 이용자가 자유자재로 가공할 수 있는 국가통계포털(kosis.kr)처럼 말이다. 이런 작업이 불가능한 이유는 ‘법’에 있었다. 공직자윤리법 10조는 공직자 재산을 ‘관보 또는 공보에 게재하여’ 공개토록 규정하고 있다. 관보는 법령 공포, 고시 등 정부가 국민들에게 알릴 사항을 문서로 만들어 공개하는 ‘국가 기관지’다. 정부는 관보가 아닌 DB 형태로 공직자 재산을 공개하려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매년 정기 재산 공개는 3월 마지막 주 목요일 0시 문서 형태의 관보와 PDF 파일 형태의 전자관보(gwanbo.go.kr)로만 공개된다. 공직자 수천 명의 재산을 파악하고 검증하려면 이 문서를 일일이 뒤지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 심지어 각 부처와 기관별로 관보가 구분돼 있는 탓에 수많은 문서를 일일이 ‘클릭’하고 내려받아야 한다. 정부 자체적으로는 공직윤리시스템(www.peti.go.kr)을 통해 공직자 재산 DB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공직자들은 여기에 자신의 재산을 신고하고, 공직자윤리위원회도 이곳의 DB를 활용해 재산을 검증한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일반 국민들은 관보만 볼 수 있을 뿐 이 시스템의 데이터에는 전혀 접근할 수 없다. 정부 내에선 “그래도 우리는 일본보다 편리하다”는 말이 나온다. 디지털화가 더딘 일본에선 국회의원의 재산을 열람하려면 국회의사당에 가야 한다. 카메라 촬영이나 복사도 불가능해 수첩이나 공책을 들고 가 옮겨 적어야 한다. 의원들은 서류로 재산을 신고하고, 이 서류를 묶은 보고서로 재산을 공개한다. 일본보다 편리하다고 그대로 둘 게 아니라 한발 더 앞서 나가는 건 어떨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현재 정부 각 기관과 지자체, 사법부, 입법부 등으로 구분된 공직자 재산 DB를 일원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누구나 공직자 재산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해 ‘부패의 감시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새 정부가 ‘DB 일원화’를 넘어 ‘DB 공개’에 나선다면 부패 감시체계는 더 촘촘히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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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산림청 특수진화대 처우가 열악한 이유

    대형 산불이 날 때마다 주목받는 이들이 있다. 산림청 소속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다. 2019년 4월과 2020년 5월 강원 영동지역 산불, 그리고 이달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까지 특수진화대는 화마(火魔)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국민과 산림을 지켜냈다. 특수진화대는 헬기와 일반 소방인력이 접근하기 어려운 산속까지 침투해 통로를 개척하고 진화선을 구축한다. 평시에 산불 감시·예방 업무를 하다 산불이 나면 즉시 투입된다. 급경사지나 절벽도 거침없이 올라야 하기 때문에 특수진화대가 되려면 일정 기준 이상의 체력을 갖춰야 한다. 산불을 조기에 진화하기 위한 일종의 특수부대인 것. 특수진화대는 이번에도 경북 울진군 소광리 일대의 금강송 군락지와 수령 500년 이상의 대왕소나무를 사수했다. 군락지에서 24시간씩 맞교대를 하며 추위와 졸음을 이겨내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불씨를 온몸으로 막아낸 특수진화대가 없었다면 200년 넘은 금강송 8만여 그루는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었다. 큰 산불이 날 때마다 이들의 열악한 처우도 주목을 받는다. 산림청 5개 본부의 특수진화대는 총 435명으로 공무직(무기계약직) 160명, 1년 계약직 275명이다. 정부가 ‘임용’한 공무원이 아니라 산림청이 ‘고용’한 근로자 신분이다. 특수진화대가 사실상 ‘산림 소방관’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공무원인 소방관과는 신분과 처우가 다른 이유다. 경찰관 군인 소방관 등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제복 입은 공무원(MIU·Men In Uniform)’이라고 부르는데 공무직 또는 비정규직인 특수진화대는 ‘비공무원 MIU’인 셈이다. 그렇다고 근로자의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이들의 월급은 6년간 250만 원으로 고정됐고 출장비 외에 위험수당, 가족수당 등은 전혀 없다고 한다. 올해부터 처우개선비로 월 5만 원이 추가됐지만 실질적인 처우 개선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특수진화대는 야간이나 휴일에 불을 꺼도 초과근로수당을 받지 못한다. 산림청의 인건비 예산이 부족한 탓이다. 초과근로가 발생하면 무조건 대체휴무를 써야 하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쓸 수 없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20년 초과근로 3만7729시간 가운데 2427시간을 휴일로 쓰지 못했다는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장비와 시설도 열악한 편이다. 한 대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방한·방수 기능이 뛰어난 장갑을 받지 못하다 보니 사비로 사서 쓰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원들이 머무르는 일부 대기실은 아직도 연탄난로를 쓰고 있다. 3년 전 영동 산불 때 한 특수진화대원은 “소방관의 열악한 처우는 많이 알려졌지만 저희는 더 열악하다”며 자신이 착용한 2000원짜리 마스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당시 특수진화대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됐지만, 3년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많지 않다. 찾아 보면 특수진화대처럼 공무직이나 계약직 신분으로 국가에 헌신하는 비공무원들이 많지 않을까. 새 정부는 이런 분들까지 살뜰히 살피는 정부였으면 좋겠다.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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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속도 5030’ 안착… 교통사고 사망자 2500명대로 줄이겠다”

    “올해는 좀 더 도전적으로 접근하겠다. 교통사고 사망자를 2500명 수준까지 줄이는 걸 목표로 하겠다.” 권용복 한국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4월 전면 시행한 ‘안전속도 5030’ 정책과 올해 7월 시행되는 보행자 보호 관련 제도들이 본격적으로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며 이렇게 밝혔다. 지난해 국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2900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2016년 4292명에서 32.4% 감소한 것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연간 2000명대에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권 이사장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가 우린 1.16명인데, 선진국은 보통 0.5명 수준이라 아직 갈 길이 멀다”면서도 “보행자, 이륜차, 화물차 등 교통안전 취약 부문을 집중 관리해 나간다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교통사고 사망자가 2016년부터 연평균 7.5%씩 감소하고 있다.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관계기관이 역량을 집중한 결과다. 지난해 정부가 추진한 도심부 속도 하향, 음주운전 처벌 강화 등 타깃을 명확히 한 교통안전 정책이 바탕이 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보행 사망자는 40% 이상 감소했는데, 교통안전 패러다임을 보행자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정책적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 같다. ―올해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떤 정책이 중점적으로 필요하다고 보는가? “국내 교통사고는 보행자, 이륜차, 화물차가 취약 영역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 중 보행 사망자 비율은 3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두 배 정도다. 주거지나 상업지 주변 이면도로 등 ‘생활권 도로’는 시속 30km 이하 주행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륜차는 사업용 자동차에 준하는 안전관리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고, 사업용 화물차는 노상안전점검을 제도화해야 한다. 또 비사업용 화물차의 경우 교통안전법상 안전관리 항목을 적용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쿠팡 등 배송사업자의 안전점검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올해 7월부터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 중 보행자의 통행을 우선하는 ‘보행자 우선도로’가 시행된다. “보행자 안전이 위협받는 도로환경에서 통행우선권을 보행자에게 주면서 보행자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정책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차량 소통을 우선시하는 정책과 제도를 추진해왔다. 앞으로는 보행자의 통행과 안전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전환한다는 의미가 있다. ―이면도로를 중심으로 ‘생활권 안심도로’를 추진한다고 들었다. “생활권 안심도로는 ‘포스트 5030’ 정책이다. 보행자 안전성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가기 위해 우리 공단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보행자 우선도로보다는 큰 개념으로, 보행자가 통행하는 생활권 도로 중 다양한 이동수단의 안전성과 공존성이 확보된 도로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추진할 생각인가? “안전속도 5030 정책 등이 효과를 내면서 보행 사망자 비율은 감소하고 있지만 지속적으로 보행자 안전성을 높여 나가려면 생활권 도로를 중심으로 시설을 개선하고 보행자에게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첨단기술을 활용한 교통사고 방지 기술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역의 뒤쪽 도로, 사당역 주택가 같은 ‘안전 사각지대’를 생활권 안심도로로 선정해 ‘안전한 속도’와 ‘안전한 도로환경’ 등을 구현해 나가겠다. 제한속도 준수율을 모니터링해서 지방자치단체가 합리적인 제한속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으로 교통시설 개선안도 마련해 적용하겠다. ―이륜차 난폭운전은 단속하기가 어렵지 않나? “2020년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는 525명이었는데, 지난해 457명으로 13% 정도 감소했다. 공익제보단 등 ‘시민 참여형’ 사업이 성과를 거둔 결과다. 상습 법규위반 지역과 관련 시간대에 공익제보단을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실제 교통안전 강국인 스웨덴에서도 우리의 공익제보단과 유사한 ‘교통관제사’(traffic controller) 제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번호판이 잘 보이지 않는 이륜차가 많다. 번호판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데…. “국내 이륜차는 220만 대나 되지만 번호판을 없애거나 가리고 다니는 이륜차가 굉장히 많다. 더욱이 번호판이 뒤에만 있는 탓에 잘 보이지도 않고, 번호판에 지역까지 들어가 있어 복잡하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번호판의 시인성을 개선하는 ‘번호체계 개편 방안’을 연구 중이다. 번호판 글자체와 색상, 크기는 물론이고 디자인도 개선해 선호도를 조사해보려고 한다. 또 이륜차도 사업용 번호판 도입을 검토하고, 이륜차 전면에 번호판을 부착하는 게 타당한지도 검토해 나가겠다. ―화물차는 졸음운전 사고가 많은 편인데…. “화물차는 교통량이 적은 아침 일찍 또는 밤에 많이 다니다 보니 졸음운전에 따른 사고가 많은 편이다. 일단 화물차 기사들이 휴게시간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현재 규정이 ‘2시간 운행 15분 휴식’으로 돼 있는데, 준수 여부를 적극 점검하겠다. 특히 화물차 기사들이 쉴 수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인프라도 많이 구축할 필요가 있다.”김천=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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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靑 퇴직자 잇단 재취업… BTS 소속사로, 公社 자회사로

    최근 청와대에서 퇴직한 후 공공기관이나 민간기업으로 재취업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적법 절차를 거쳤다”는 입장이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 말 ‘낙하산 알박기 인사’가 속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윤리위)는 3일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퇴직자 4명의 재취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 퇴직 공직자 94명의 취업심사 결과를 공개했다. 윤리위에 따르면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하다 1월 퇴직한 A 씨는 인천공항시설관리 상임감사로 취업이 허용됐다. 인천공항시설관리는 현 정부의 공공기관 근로자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2017년 설립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자회사다. A 씨는 더불어민주당 당직자 출신이다. 역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1월에 퇴직한 B 씨는 연예기획사인 하이브로 이직한다.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다.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의 보좌관 출신인 B 씨는 이달 중 하이브에 입사해 아티스트 개발 총괄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1월 대통령비서실에서 퇴직한 별정직 고위공무원 C 씨는 한국가스안전공사 상임감사 취업이, 지난해 12월 대통령경호처 3급 공무원으로 퇴직한 D 씨는 울산항만관리 사장 취임이 각각 허용됐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대통령비서실과 대통령경호처 출신 4명 모두 취업예정 업체와 연관성이 없는 곳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판단해 취업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업무연관성이 없어 법적으로 괜찮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권 말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A 씨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문성)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B 씨는 취업 배경을 묻자 “회사(하이브) 측에 물어보라”고 했다. 최근 윤도한 전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한국IPTV방송협회장, 김제남 전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이 한국원자력안전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을 두고도 취임 전 문 대통령의 ‘공공기관 낙하산 근절’ 약속이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왔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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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풀뿌리 민주주의 흔드는 지자체장 간선제

    지역 언론인 출신 A 씨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방의회 의원에 당선된 그는 3선에 의장까지 지낸 뒤 지방자치단체장 출마를 고민했다. 하지만 현역 단체장이 오랜 기간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해 온 터라 당선 가능성이 희박했고, 출마를 포기했다. A 씨는 자신의 정치 경력을 더 높이 쌓아 올리기는 어렵다고 생각했다. A 씨가 아직 꿈을 포기하기엔 이르다.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더라도 지자체장이 되는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반응도 있겠지만 불가능한 얘기가 아니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장을 지방의회가 선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간선제가 도입되고 A 씨가 동료 의원들을 자신의 편으로 확보한다면 그의 꿈은 현실화될 수도 있다. 최근 행안부는 ‘지자체 기관 구성 다양화 방안’이란 정책을 추진하며 특별법을 만들고 있다. 주민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자체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겠다는 의도다. 행안부는 3개의 안을 만들어 지자체 의견 수렴에도 나섰다. 첫 번째 안은 일정한 자격을 갖춘 행정·경영전문가가 지원하면 이 가운데 1명을 지방의회가 선출하는 방식이다. 자격 요건은 지방의회가 조례로 정하며 지방의원의 출마는 금지된다. 행안부는 “미국의 책임행정관과 유사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안은 지방의회가 의원 중 지자체장을 뽑는 방식이다. 행안부는 “집행기관과 의결기관이 융합한 영국과 비슷하다”고 했다. 마지막 안은 지자체장을 직선제로 뽑되 지자체장의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시키는 형태다. 3안을 제외한 1, 2안은 간선제가 기반이다.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는 지자체는 주민투표를 통해 셋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겠다는 게 행안부의 구상이다. 행안부는 “지방자치법에 법률적 근거가 있다”고 밝혔다. 올해 1월 13일 시행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4조는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장의 선임 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 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2020년 여야는 32년 만에 처음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하며 이 조항을 넣었다. 규모와 특성이 제각각인 만큼 지자체장 선출 방식도 주민이 스스로 정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행안부 측은 “법률로 정하라고 했는데, 법률이 없으니 정부가 만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행안부 설명이 일부 이해는 된다. 자치권 확대라는 취지도 좋은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간선제가 도입되면 지방자치제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흔들릴 수 있다. 특정 정당이 지방 권력을 독점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시기도 문제다. 행안부는 “6월 지방선거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방선거가 임박한 시점에 추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곧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치러진다. 특별법이 정말로 필요하다면 새 정부와 다음 지자체장들이 논의해 정하는 것이 올바른 수순이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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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지자체장 ‘간선제 선출’ 추진 논란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할 때 주민들이 직선제와 간선제 가운데 직접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중에는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을 뽑는 안도 들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현재 주민 직선제만 가능한 지자체장 선출 방식에 3가지 방식을 추가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추가되는 방식은 △행정·경영 전문가 중 지방의회가 선출 △지방의원 중 지방의회가 선출 △직선제를 유지하되 지자체장 권한을 지방의회로 분산 등이다. 주민들이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 할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행안부는 지난주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고,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만든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다만 특별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규모와 특성이 제각각인데 획일적으로 지자체장을 뽑는 게 효율적이냐는 문제 제기가 있어왔다”며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민 손으로 대표를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대구처럼 정치색이 뚜렷한 지역은 특정 진영이 권력을 장기적으로 독점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장을 뽑는다는 생각 자체가 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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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통안전’ 대선 공약 제안 간담회 오늘 국회서 개최

    다음 달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회와 손해보험협회, 시민단체가 모여 교통안전 정책 공약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린다. 국회 교통안전포럼(대표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2소회의실에서 ‘신(新)정부에 바란다’를 주제로 교통안전 공약 제안 간담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교통안전포럼은 ‘교통문화 선진화’를 목표로 발족한 연구모임으로 여야 국회의원 79명이 참여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전국모범운전자연합회, 녹색어머니중앙회가 공동 개최하는 이번 간담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교통안전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서약식을 열고, 교통안전을 위해 초당적으로 노력하겠다는 뜻을 담은 ‘블록 쌓기’ 퍼포먼스가 펼쳐진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열리는 토론에선 이윤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책본부장이 ‘20대 대선 후보자를 위한 교통안전 공약’을 주제로 △마을주민 보호 구간 법제화 △배달라이더 자격제 도입 등 20개 공약을 정치권에 건의할 예정이다. 임재경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준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의 전문가 토론도 이어진다.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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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지자체장 간선제’ 추진…‘풀뿌리 민주주의’ 정신 훼손 우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을 선출할 때 주민들이 직선제와 간선제 중에서 직접 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 중에는 지방의회가 지자체장을 뽑는 방안도 들어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행안부는 현재 주민 직선제만 가능한 지자체장 선출 방식에 3가지 방식을 추가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추가되는 방식은 △지자체장 지원자 중 지방의회가 선출(지방의원 제외) △지자체장을 지원한 지방의원 중 지방의회가 선출 △주민 직선제를 유지하되 지자체장 권한(예산편성권 등)을 지방의회로 분산 등이다. 주민들이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바꾸려 할 경우 주민투표를 통해 이 중 하나를 고르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행안부는 지난주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온라인 설명회를 열었고, 추가 의견 수렴을 거쳐 만든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다만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는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자체 규모와 특성이 제각각인데 획일적으로 지자체장을 뽑는 게 효율적이냐는 문제제기가 있어왔다”며 “지자체장 선출 방식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주민 손으로 대표를 뽑는 ‘풀뿌리 민주주의’ 정신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의 한 기초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의회 본연의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며 “대구처럼 정치색이 뚜렷한 지역은 특정 진영이 권력을 장기적 독점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광주시의 한 관계자는 “시의회가 시장을 뽑는다는 생각 자체가 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대구=명민준 기자 mmj86@donga.com}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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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구감소지역에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푼다…한곳당 최대 160억

    정부가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에 매년 최대 160억 원을 10년간 지원한다. 지원액은 매년 평가를 거쳐 새로 정해지기 때문에 각 지방자치단체의 ‘아이디어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지방소멸 대응기금 배분 등에 관한 기준’을 만들었다고 8일 밝혔다. 정부는 인구 감소로 소멸 위기에 처한 지자체를 돕기 위해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올해 처음 조성했다. 올해 예산 규모는 7500억 원이며 내년부터는 1조 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10월 정부는 연평균 인구증감률과 인구밀도, 고령화비율, 재정자립도 등을 감안한 ‘인구감소지수’를 개발해 지수가 높은 전남 강진, 강원 고성, 경북 고령 등 89곳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하고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 다음으로 지수가 높은 부산 금정구 중구, 인천 동구, 광주 동구, 대전 대덕구 동구 중구, 경기 동두천 포천, 강원 강릉 동해 속초 인제 등 18개 지자체도 관심지역으로 정해 지원 대상에 포함했다. 기금은 강원 경북 등 광역지자체에도 지원된다. 다만 인구감소지역이 없고 재정 여건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받은 서울과 세종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정부는 각 지자체가 기금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 기금심의위원회가 타당성과 실현가능성 등을 따져 차등 지급하기로 했다. 인구감소지역은 평균 80억 원을 주되 최대 160억 원, 관심지역은 평균 20억 원을 주되 최대 40억 원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기금을 많이 받으려면 창의적이면서도 다른 지자체와 차별화되는 투자 계획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금은 17개 시도가 구성해 운영 중인 지자체 조합에 설치되고, 한국지방재정공제회가 관련 사무를 위탁받아 운영한다. 조합은 5월까지 각 지자체로부터 투자계획안을 제출받아 평가한 뒤 8월 중 올해 배분액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해철 행안부 장관은 “기금이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하는데 마중물로 작용되길 바란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도 신속히 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2-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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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안전해서 행복한 사회를 위한 조건

    하셰미 낭얄라이 씨(33)는 지난해 8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을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에 온 특별기여자다. 임시생활시설에서 정착 교육을 받은 그는 현재 아내, 두 아이와 함께 인천에 정착했다. 하셰미 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가족들과 공원에서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고, 그의 네 살배기 딸은 “여기는 총소리가 안 들려서 행복해요”라고 아빠에게 말했다. 이 가족이 한국에 정착한 이유는 무엇보다 ‘안전’이었던 것. 문득 “하셰미 씨 가족이 생각하는 것만큼 한국이 안전한 사회일까?”라는 질문을 던져 봤다. 최근 한 달 새 국내에서 일어난 안전사고를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가 그렇게 안전해 보이지는 않아서다. 이달 5일 충북 영동터널을 지나던 KTX(고속철도) 열차가 탈선해 7명이 다쳤다. 열차가 탈선 후 급제동하면서 인명 피해가 적었지만, 하마터면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칠 뻔했다. 1차 조사 결과 기차의 바퀴가 이탈해 탈선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정비 불량 등 전형적인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1일엔 신축 중이던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가 무너져 1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아파트 분양자들이 입주한 후 건물이 무너졌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 법한 사고였다. 붕괴 규모가 워낙 크고 콘크리트 잔해물이 뒤엉켜 있는 탓에 실종자 5명은 여태껏 가족들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의 지시로 콘크리트 지지대를 철거했다”는 협력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확보하고 부실시공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에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무리한 공기 단축, 저비용 공사 등이 맞물려 발생한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근로자가 일터에서 사망한 소식도 하루가 멀다 하고 이어졌다. 20일 포항제철 공장에서 3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석탄 운반 차량과 설비에 끼여 숨졌고, 24일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선 50대 근로자가 크레인 오작동으로 철판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건설 현장의 추락사도 잇달았다. 18일 서울 강동구 오피스텔 공사 현장에서, 25일 경기 안성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해 1명씩 숨을 거뒀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828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하루 평균 2명 이상이 일터에서 죽고 있는 셈이다. 하셰미 씨 가족은 전쟁과 테러가 없는 한국에서 ‘치안의 안전함’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이런 뉴스를 접하면서 ‘일상과 일터의 안전함’까지 느낄지는 모르겠다. 안전한 사회는 개인의 관심이나 경각심만으론 이룰 수 없다. 중대재해처벌법 같은 법이나 고용부의 근로감독이 만능 해결사도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의 경각심과 각종 사고를 예방하는 시스템, 그리고 관련법까지 모든 요소가 톱니바퀴 물리듯 맞물려 돌아가야 가능하다. 하셰미 씨 가족이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안전해서 행복하다”는 느낌을 받았으면 좋겠다.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2-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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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유성열]코로나 시대의 히어로, 얼굴 없는 천사들

    올해 연말은 유독 차가운 것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변이를 거듭해 우리의 일상을 여전히 삼키고 있어서다. 많은 사람들이 송년 모임을 취소해야 했고, 연말마다 활기찬 기운으로 가득했던 광화문 거리는 초저녁부터 썰렁한 모습이다. 세밑마다 퍼져나갔던 온정의 물결도 올해는 잔잔해 보인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서울광장에 설치한 ‘사랑의 온도탑’은 30일 현재 83.2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달 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운영되는 온도탑은 모금회 목표액의 1%가 모금될 때마다 1도씩 수은주가 오른다. 이번에 모금회가 설정한 목표는 3700억 원. 남은 한 달 동안 620여억 원만 더 모금하면 100도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모금회에 따르면 대기업의 연말 기부가 이어지면서 온도가 80도를 넘겼지만, 개인 기부자가 지난해보다 약 11만 명 감소했다고 한다. ‘100도 달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 것. 더구나 온도탑 옆에 설치된 구세군 냄비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 겨울 한파 속에 사랑의 온도탑마저 얼어붙진 않을지, 지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익명의 기부자들이 전국 곳곳에 온기를 퍼뜨리고 있다는 점이다. 27일 70대로 추정되는 한 노인은 경기 구리시 수택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검은 비닐봉지를 건넸다. 봉지에는 현금 5만 원권 200장, 총 10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이 노인은 “1년간 폐지를 모아 팔아서 번 돈”이라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한 뒤 사라졌다. 이름을 묻는 직원에게는 “김 씨”라고 쿨하게 답했다. 2000년부터 21년 동안 익명으로 선행을 베푼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노송동 행정복지센터는 29일 오전 “성산교회 앞 트럭에 박스를 놓았다”는 전화를 받았고, 박스에는 5만 원권 다발과 돼지저금통, 그리고 “불우한 이웃을 도와달라”고 적힌 편지 한 통이 들어 있었다. 박스에 담긴 금액은 총 7009만4960원. 전주의 천사는 이렇게 22년간 총 8억872만8110원을 기부했다. 영남에서도 선행이 이어졌다. 28일 오후 부산 수영구 광안1동 행정복지센터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성 1명이 찾아와 봉투를 건넸다. 이 여성이 “어려운 이웃에게 써 달라”고 한 봉투에는 600만 원이 들어 있었다. 경북 영주의 두 노인은 폐지를 팔아 번 95만 원과 노인일자리로 모은 10만 원을 영주1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고, 지난해 100만 원을 기부했던 익명의 기부자는 올해도 100만 원을 행정복지센터 기부함에 남겼다. 지난해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온도탑이 100도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목표액 3500억 원을 올해 1월 20일 조기에 달성했다. 최종 모금액은 4009억 원, 온도탑은 114.5도까지 올라갔다. 코로나19 시대의 진정한 히어로, ‘얼굴 없는 천사’들이 있기에 올해도 믿는다. 100도, 아니 그 이상도 달성할 수 있기를. 유성열 사회부 차장 ryu@donga.com}

    • 202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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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김문기와 찍은 사진에도… “하위직원이라 기억이 안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기억이 안 난다”며 관련성을 재차 부인했다. 이에 대해 야당은 김 처장에 대해 “누군지 몰랐다”던 이 후보가 2015년 1월 김 처장 등과의 호주 출장 사진이 공개되자 입장을 바꿨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 후보는 24일 CBS 라디오에서 김 처장에 대해 “일부에서 시 산하(기관) 직원이고 해외출장도 같이 갔는데 어떻게 모르냐 하지만, 실제 하위직원이라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는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사람이었는데 (나중에 검찰에 기소된 뒤) 대장동 개발사업 내용을 파악하느라 연결받은 게 이분”이라고 해명했다. 2015년 성남시장으로 호주 출장을 갔을 당시에는 김 처장을 알지 못했고 경기도지사가 된 이후인 2018년 대장동 수익금 관련 허위사실 공표죄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김 처장을 인지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후보는 “그때는 (김 처장과) 통화를 상당히 많이 했다”며 “(김 처장이) 제 전화번호부에 입력돼 있는데 (2015년 함께 출장 간) 그 사람이 그 사람인지 연결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현근택 대변인도 이날 MBC 라디오에서 야당이 제시한 2015년 호주 출장 사진에 대해 “악마의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현 대변인은 “(단체) 사진 찍는다고 다 아느냐, 정치인은 사진 찍는 경우 많다“면서 “전체 사진 중 (이 후보와 김 처장이 같이 나온) 일부만 확대한 게 아닌가”라고 했다. 야당이 이 후보와 김 처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가 함께 나온 사진만을 부각하며 당시부터 친분 관계가 있던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이날 국민의힘은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길은 특검뿐”이라며 이 후보를 향해 총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허정환 상근부대변인은 “‘초과이익환수 조항 삭제’를 누가, 왜 주도했는지가 서서히 밝혀지고 있다”며 “범죄의 설계자인 몸통은 뻔뻔스럽게 활보하고 범죄를 막으려 했던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기막힌 현실”이라며 이 후보를 겨냥했다.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이두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후보에게 방해가 됐던 사람들은 욕설을 들어야 했고 뺨을 맞았고, 정신병원으로 끌려갔고 목숨을 잃었다. 우연일까?”라며 “솔직히 말하자면 대장동 (관련) 논평 쓰기도 무섭다”고 했다.권오혁 기자 hyuk@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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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李 “朴 사죄 필요” 尹 “우리 朴대통령”… 대선앞 ‘사면 변수’ 돌발

    내년 3·9 대선을 75일 남겨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변수가 떠오르면서 여야는 사면 이슈가 선거 판세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야 대선 후보가 모두 겉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면 결정에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그동안 “사과가 먼저”라는 입장을 고수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했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모두 후폭풍의 방향과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전격 사면 결정에 당황한 與野 여야는 24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박 전 대통령 사면 결정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후보는 정부의 사면 발표 이후 2시간 뒤인 이날 오전 11시 30분경에서야 입장문을 통해 “(문 대통령의)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보다 앞서 출연한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제가 상황 파악이 안 된 상태에서 말씀드리기는 좀 부적절한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이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것은 그동안 그가 사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20일 언론 인터뷰에서도 “본인들의 사과와 잘못 인정 없이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윤 후보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도 당혹스럽긴 마찬가지다. 윤 후보가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영수 특별검사 팀에서 박 전 대통령 수사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사면 변수가 부담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윤 후보가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가 (박 전 대통령 형 집행정지를) 불허한 게 아니고 검사장은 형집행정지위원회 (결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라고 적극 해명한 것 역시 이 같은 인식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양수 수석대변인 명의로 된 “환영한다. 국민의힘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35자 분량의 짤막한 논평만 내놨고 이준석 대표는 “다시 한 번 당 대표로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與野, 돌발 변수에 대선 판세 예의주시 여야 모두 박 전 대통령 사면이라는 돌발 변수를 맞닥뜨리면서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열린민주당과의 통합, 과거 탈당 인사들에 대한 대사면 등 진보세력 결집에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자칫 지지층 이탈로 이어질까봐 우려하는 눈치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5일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성인 1000명 대상 11월 2∼4일 실시,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진보 성향 유권자 중 71%가 전직 대통령 사면에 반대했다. 실제로 이날 민주당에서는 강성 인사들을 중심으로 “국민통합은 국민이 정의롭다고 판단해야 가능하다”(김용민 최고위원), “최순실도 풀어줄 것이냐”(안민석 의원) 등 공개적인 반대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의 최대 고민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자칫 보수 분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야권 관계자는 “윤 후보가 과거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한 검사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전통 지지층이나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윤 후보에게 갖고 있는 은연한 반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사면이 윤 후보에 대한 책임론으로 번질 경우 지지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적으로는 박 전 대통령이나 당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직접적으로 윤 후보를 비판하거나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도 정권교체에 대한 생각은 똑같을 것”이라며 “(이번 사면이) 대선에 특별한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강성휘 기자 yolo@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

    • 2021-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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