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국

변종국 기자

동아일보 산업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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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누군가에게 “저 기자는 참 대단했어. 고마웠어. 멋졌어. 열심히 살았어”라고 기억되는 기자였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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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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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말레이 삼성SDI 현장 찾아… “단기실적 일희일비 말고 변화 주도”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합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현지 시간) 말레이시아의 삼성SDI 사업장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자는 의미다. 이 회장은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설 연휴 기간에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1공장 생산 현장과 2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봤다. 삼성SDI는 원형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부터 1조7000억 원을 들여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 최종 완공될 예정이며, 올해부터 ‘프라이맥스(PRiMX)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스름반 공장은 1991년 설립된 삼성SDI 최초의 해외 법인이다. 초기엔 브라운관을 만들다가 2012년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전자를 넘어 미래 먹거리로 전환한 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해외 사업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삼성SDI는 매출 22조7000억 원, 영업이익 1조6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배터리 업황도 주춤하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과감한 투자와 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10일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찾았다. 삼성전자와 말레이시아 유통기업 ‘센헹’이 2022년에 함께 만든 동남아 최대 전자 매장을 방문해 갤럭시 S24 등 전략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폈다. 말레이시아는 삼성 스마트폰 점유율 1위 국가로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한 요충지로 꼽힌다. 또 이 회장은 명절에 타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설 선물을 전달하고 애로사항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이 회장은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2022년 추석에는 멕시코와 파나마 현장을 찾았다. 특히 이번 행보는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나온 첫 공개 행보였다. 이 회장은 선고 다음 날인 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했다. 삼성 관계자는 “중동에서도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지만, 애초에 이번 해외 출장은 말레이시아 현장 점검이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1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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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레이시아 사업장 찾은 이재용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 주도하자”

    “단기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과감한 도전으로 변화를 주도합시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9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의 삼성SDI 사업장을 찾아 이같이 말했다. 성과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를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말자는 의미다. 이 회장은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하자”고 강조했다.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설 연휴 기간에 말레이시아 스름반에 있는 삼성SDI 배터리 1공장 생산현장과 2공장 건설현장을 둘러봤다. 삼성SDI는 원형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22년부터 1조7000억 원을 들여 2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2025년 최종 완공될 예정이며, 올해부터 ‘프라이맥스(PRiMX)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스름반 공장은 1991년 설립된 삼성SDI 최초의 해외법인이다. 초기엔 브라운관을 만들다가 2012년부터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다. 삼성그룹이 전자를 넘어 미래 먹거리로 전환한 것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해외 사업장으로 꼽힌다. 지난해 삼성SDI는 매출 22조7000억 원, 영업이익 1조6000억 원을 달성하는 등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전기차 시장 둔화로 배터리 업황도 주춤하고 있다. 이에 이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과감한 투자와 도전을 주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은 10일엔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찾았다. 삼성전자와 말레이시아 유통기업 ‘센헹’이 2022년에 함께 만든 동남아 최대 전자 매장을 방문해 갤럭시 S24 등 전략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폈다. 말레이시아는 삼성 스마트폰 출하량 1위 국가로 동남아 시장 확대를 위한 요충지로 꼽힌다. 이 회장은 또 명절에 타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들에게 설 선물을 전달하고 애로사항도 듣는 시간도 가졌다.이 회장은 매년 명절마다 해외 사업장을 찾고 있다. 지난해 추석에는 이스라엘과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다. 2022년 추석에는 멕시코와 파나마 현장을 찾았다. 특히 이번 행보는 5일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후 나온 첫 공개 행보였다. 이 회장은 선고 다음날인 6일 오후 아랍에미리트(UAE)로 출국했다. 삼성 관계자는 “중동에서도 비즈니스 미팅이 있었지만, 애초에 이번 해외 출장은 말레이시아 현장 점검이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11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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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술유출 유죄 496건 중 피해액 반영 ‘0건’

    ‘0년(한국) vs 최소 10년(미국)’.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초임계 반도체 세정 장비’ 핵심 도면을 중국으로 빼돌린 전직 연구원 A 씨에 대해 법원은 지난달 징역 10년의 2심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액에 따른 형량은 0년이었다. 검찰이 피해액을 약 2200억 원으로 추산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피해액을 명확하게 계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미국은 법원이 피해액을 직접 산정하고 양형에 반드시 반영하도록 제도화돼 있다. 7일 본보가 복수의 법학 교수, 변호사 등에게 자문한 결과, 미국 법원이 2200억 원의 피해액을 인정했다면 형은 10년 1개월∼12년 7개월 가중됐다. 이는 초범일 경우다. 법률 전문가들은 만약 범죄 전력이 있거나 죄질이 나쁘면 최대 17년 6개월∼21년 10개월의 형이 가중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연방양형위원회의 양형 기준표에 따르면 기술 유출 범죄에는 최소 징역 0∼6개월이 부과된다. 거기에 피해액 정도에 따라 징역이 가중된다. 초범이고 피해액이 2200억 원이면 징역은 최소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재범이거나 해외로 기술이 유출된 경우, 기술 유출범이 범죄의 대가로 돈을 받은 경우는 형량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 1월까지 기술 유출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496건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피해액을 산정해 적시한 판결은 한 건도 없었다. 23건(4.6%)엔 피해액이 적혀 있었지만, 이는 장비 절도 등 직접적인 피해액이 있는 경우였다.美, 기술유출 피해액 따져 33년刑까지 형량 가중… 韓, 반영 안해 [한국, 기술유출 ‘솜방망이 처벌’]韓, 피해액 산정 못해… 美법원, 시장 가치 등 반드시 반영英, 국가안보법 적용해 최대 종신형… 日, 전담법원 설치 재산몰수-추징韓, 피해액 산정 기준-전문기관 없어… “형 적게 살고 큰돈 번다” 먹잇감 돼 한번 기술이 유출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수년간 쏟아부은 비용이 물거품이 되고 기술 격차를 단숨에 따라잡히게 된다. 유출된 기술이 상용화되는 경우엔 기업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은 기술 유출 피해액을 산정하는 전문 기관과 체계가 없어 법원 판결에서 피해액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 법원 관계자는 “해당 기술의 가치와 유출에 따른 손실액, 피해 기업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미래 발생할 손실 규모 등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산정해야 하는데, 판사가 참고할 산정 기법이나 기준 등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진다. 반면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은 법원이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액을 산정해 형량에 적극 반영한다. 피해액 산정 기준과 이에 따른 양형 기준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윤해성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과 달리 피해액을 양형에 반영하는 것이 강제 규정으로 돼 있다”며 “기술 유출범들은 피해액 산정이 안 돼서 형량이 적고, 형을 살고 나오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노려 우리 기업을 먹잇감으로 삼는 것”이라고 말했다.● 美 피해액 따른 처벌 최대 33년 9개월 2021년 미국 테네시 동부 지방법원은 코카콜라에서 영업 비밀을 훔친 혐의로 화학 기술자 Y 씨에게 징역 14년형 및 약 20만 달러(약 2억6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Y 씨가 훔친 기술이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법원이 전문가 증언과 피해 자료 등을 바탕으로 Y 씨가 회사에 끼친 피해액을 약 1억2000만 달러(약 1596억 원)로 산정한 결과다. 미국 연방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미국 법원은 ‘범죄 심각성 등급표’에 따라 기술유출 피해액 구간별로 양형에 반영할 가중등급을 30개로 나눈다. 이를 ‘양형기준표’에 대입해 피해액에 따라 최대 36등급을 부여한다. 피해액만으로 최대 405개월(33년 9개월)의 징역 선고가 가능하다. 미국 법원은 △기술 개발 비용 △기술의 시장 가치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실 △범죄로 인해 감소한 기업 가치 △기업의 미래 수익 등을 종합해 기술 유출에 따른 피해액을 산정한다. 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기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민간 시장이 발달해 있고, 피해액 산정 방법도 오랜 기간 축적됐다”며 “손실 금액이나 피해자의 수, 범죄 수법의 치밀함, 전과 등에 따라 형량이 크게 달라진다. 피해액을 양형에 반드시 반영해 엄중한 처벌을 내린다”고 말했다. 영국은 최근 기술 유출에 대한 벌금 상한을 아예 없앴다. 지난해 12월 말 ‘국가안보법’을 제정해 국가적 보호가 필요한 정보를 불법 취득해 해외로 넘기려 한 경우엔 종신형과 상한 없는 벌금에 처하도록 명시했다. 영업비밀 등을 빼돌려 국외로 유출하려는 경우에도 최대 14년의 징역 또는 상한 없는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영국은 범죄자의 경제적 이득을 박탈하기 위해 벌금을 크게 높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은 과거엔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법률이 없어 상표법 등으로 처벌했다. 최대 처벌 수준이 징역 10년에 그쳤지만 당시에도 피해액을 산정해 형량에 반영했다. 피해자가 입은 금전적 손해액을 5개의 구간으로 나눠 형량에 반영하는 식이다. 일본은 기술 유출 범죄 전담 법원을 뒀다. 도쿄와 오사카 지방법원이 일본 전역에서 발생한 기술 범죄 재판을 전담한다. 오사카 지방법원은 2020년 “피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업계의 시세, 해당 정보 자체의 가치, 해당 정보를 이용해 올릴 수 있는 매출 및 이익, 피해자의 영업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을 밝혔다. 기술 범죄자들의 재산을 몰수하거나, 몰수가 불가능하면 추징을 하는 규정도 있다. 특히 피해액을 산정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영업 비밀이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판사에게만 산정 근거를 공개할 수 있는 절차도 갖췄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소속 A 조사관은 “피해 기업이 법원에서 피해액을 주장하면, 피의자 측 변호인들이 산정 자료를 보여달라고 한다. 피해 기업은 내부 정보가 공개되는 2차 피해를 입는 것”이라며 “이렇다 보니 아예 피해액 자체를 산정하지 않으려는 기업들도 많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산정한 피해액 인정 안 하는 韓 법원 피해액은 범죄자들이 얻은 경제적 이득을 박탈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A 조사관은 “기업들 입장에선 피해액이 산정돼야 나중에 민사 재판에 가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며 “피해자들은 울고, 범죄자들은 떵떵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피해액 산정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은 피해를 본 기업들이 어렵게 피해액을 산정해 가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2년 국내 한 금속 관련 기업 B사는 직원이 기술을 빼돌려 동일한 업체를 차리는 피해를 입었다. 이에 B사는 약 100억 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형사 재판에서 손해액이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이 산정된 손해액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에 관여한 류정선 법무법인 혁신 변호사는 “전문 기관에서 기술 가치 평가도 받고, 변리사와 회계사 등 전문가들이 감정해서 피해액을 산정했다. 그런데 형사소송에서 재판부는 평가 자체를 믿기 어렵다면서 피해액을 배척했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액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형량이 징역 2∼3년에 그쳤다. 지금도 범죄를 저지른 기업은 유출한 기술로 만든 제품을 버젓이 사용하며 정상적인 기업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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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찰 “기술개발에 든 비용 기준으로 유출 피해액 계산해야”

    법조계도 기술 유출 범죄의 경우 피해액을 산정해 형량에 반영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생기고 있다. 기술 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기반으로 피해액을 산정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대검찰청이 용역 과제로 발주해 지난해 12월 말 공개한 ‘기술 유출 피해금액 산정 등에 관한 연구 보고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양형 기준이 상향 조정되더라도 피해액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려면 피해액 산정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유출 및 탈취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소요된 비용을 피해액 산정 기준에 적용하자는 이른바 ‘원가접근법’을 제시했다. △기술 및 제품 개발에 소요되는 급여나 보수 △비품이나 연구시설 등의 비용 △개발 공정에 사용된 원재료비 △제품의 제조 및 시험, 시험 설비에 들어간 비용 등을 합산해 피해액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원가접근법은 이미 지출된 개발 비용을 근거로 피해액을 계산하는 것이기에 구체적이고 명확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다만 보고서는 기업이 받을 수 있는 피해액과 기술 가치 감소 등을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에 보고서는 “원가접근법을 중심으로 피해액을 산정하되, 기술 가치 감소나 기업이 받게 된 피해액 등도 양형에 참고하는 건 가능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법원은 피해 기업이 주장하는 피해액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피해액 산정을 위해 참고할 공신력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술 유출을 담당하는 판사가 첨단기술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법원이 기술 유출 피해액을 판단할 수 있는 공식 감정 규정을 마련하거나 감정 전문기구를 두는 방법도 거론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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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도체 전쟁속 재판만 107회… 8년간 사법리스크에 경영 발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회계 부정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래 줄곧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 회장은 그동안 검찰 조사 및 재판 출석으로 장기 해외 출장 등에 제약을 받았고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결정도 정체됐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삼성은 사법 리스크라는 경영 족쇄에 발목이 잡혀 온 것이다.● 이재용 회장, 재판 출석 횟수 96회 이 회장은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된 이후에도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를 받으며 경영 보폭이 제한됐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검찰은 2018년 수사에 착수했고, 2020년 9월 이재용 회장과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삼성전자 등 10개 계열사를 37회, 임직원 주거지 등을 13회 압수수색했고 300여 명에 대해 860여 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 검찰 기소 이후에도 1심 선고까지는 3년 5개월이 걸렸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1심 선고일인 5일까지 2년 10개월간 총 107회 재판 중 96회 출석했다. 2022년 회장 취임 첫날과 이듬해 취임 1주년에도 법원에 있었다. 그간 글로벌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며 그룹 사업을 뒷받침하던 이 회장은 법원이 쉬는 명절 기간을 이용하거나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서를 받아야 해외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사법 리스크 이전 매년 참석하던 미국 정·재계 거물들의 비공개 회담 ‘선밸리 콘퍼런스’도 2016년을 마지막으로 찾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매주 1, 2회씩 법원에 출석해야 했던 만큼 해외 파트너 방한을 비롯한 주요 사업 미팅 일정 조율에도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만큼 삼성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의사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2021년 이후 삼성전자가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거나, 기업을 인수합병한 사례는 없었다. 주력 사업들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에서는 지난해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내며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 1위(매출 기준) 자리를 미국 인텔에 내줬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011년 첫 스마트폰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한 지 12년 만에 미국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중장기 투자·지배구조 개선 등 나설 듯 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1심 재판이 끝난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복귀했다. 앞서 이어졌던 재판들에서도 이 회장은 공판 일정이 끝나는 대로 대부분 서초사옥으로 돌아와 업무를 이어갔다.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지연과 중장기 투자, 신규 M&A 등 산적한 과제들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 등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M&A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이 “4세 승계는 없다”고 선언한 이래 삼성은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수평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이어 왔다. 2021년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 3개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한 지배구조 개편안 연구용역 보고서도 최종본이 현재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내부 검토 중인 단계다. 미등기이사인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나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회복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첫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된 이후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아 현재까지 미등기·무보수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4대 그룹 중 총수가 미등기이사인 곳은 삼성뿐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책임경영을 위한 등기이사 복귀와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위한 컨트롤타워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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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엔솔 ‘362% 성과급’에 직원들 트럭 동원해 항의 시위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기아 등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낸 기업들의 직원들이 성과급에 대한 불만 수위를 높이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직원 1700여 명이 익명으로 돈을 모아 이날부터 29일까지 서울 여의도 일대에서 트럭 전광판 항의 시위에 나선다. 트럭 전광판에는 ‘경영목표 명확하게 성과보상 공정하게’, ‘피와 땀에 부합하는 성과체계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나온다. 일부 직원들이 사측이 성과급을 산정하는 기준에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서 성과급이 예상보다 줄자 반발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영업이익 2조 원을 돌파했지만, AMPC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은 1조5000억 원대로 낮아진다. 이에 올해 성과급은 기본급의 340∼380%, 평균 362%로 책정했다. 지난해(기본급의 870%)의 절반이 되지 않는 수준이다. 사측은 AMPC는 변동성이 큰 점을 고려해 성과지표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의 불만이 커지자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2일 직원 대상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동명 사장은 “1분기(1∼3월) 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 보상 경쟁력을 더 높여 경쟁사보다 나은 대우를 받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사측은 5일 트럭 시위에 대해 “이미 개선하겠다고 약속한 성과급 기준 등 동일한 내용을 익명 트럭집회를 통해 또다시 요구하는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안타까움을 표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성과급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최근 노조 소식지에서 역대급 성과에 따른 특별성과급을 요구했다. 특별성과급은 연말성과급과는 다른 별도의 포상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의 특별성과급 요구가 다른 계열사들에도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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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용, 반도체 전쟁 속 재판만 107회…8년 간 경영 발목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당 합병·회계 부정 관련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래 줄곧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 이 회장은 그동안 검찰 조사 및 재판 출석으로 장기 해외 출장 등에 제약을 받았고 그룹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결정도 정체됐다. 글로벌 반도체 전쟁 속에서 삼성은 사법 리스크라는 경영 족쇄에 발목이 잡혀 온 것이다.●이재용 회장, 재판 출석 횟수 96회이 회장은 앞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복역하다 2021년 8월 가석방된 이후에도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를 받으며 경영 보폭이 제한됐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했던 참여연대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발로 검찰은 2018년 수사에 착수했고, 2020년 9월 이재용 회장과 전현직 임직원 11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삼성전자 등 10개 계열사를 37회, 임직원 주거지 등을 13회 압수수색했고 300여 명에 대해 860여 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했다.검찰 기소 이후에도 1심 선고까지는 3년 5개월이 걸렸다. 이 회장은 2021년 4월부터 1심 선고일인 5일까지 2년 10개월간 총 107회 재판 중 96회 출석했다. 2022년 회장 취임 첫날과 이듬해 취임 1주년에도 법원에 있었다.그간 글로벌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투자자들을 직접 만나며 그룹 사업을 뒷받침하던 이 회장은 법원이 쉬는 명절 기간을 이용하거나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서를 받아야 해외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다. 사법 리스크 이전 매년 참석하던 미국 정·재계 거물들의 비공개 회담 ‘선밸리 콘퍼런스’도 2016년을 마지막으로 찾지 못했다. 재계 관계자는 “매주 1, 2회씩 법원에 출석해야 했던 만큼 해외 파트너 방한을 비롯한 주요 사업 미팅 일정 조율에도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그런 만큼 삼성은 그룹 차원의 중장기 의사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2021년 이후 삼성전자가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 투자해 지분을 확보하거나, 기업을 인수합병한 사례는 없었다. 주력 사업들도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반도체(DS) 부문에서는 지난해 14조8800억 원의 적자를 내며 2년 만에 글로벌 반도체 기업 1위(매출 기준) 자리를 미국 인텔에 내줬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2011년 첫 스마트폰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한 지 12년 만에 미국 애플에 1위 자리를 내줬다.●중장기 투자·지배구조 개선 등 나설 듯5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날 1심 재판이 끝난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복귀했다. 앞서 이어졌던 재판들에서도 이 회장은 공판 일정이 끝나는 대로 대부분 서초사옥으로 돌아와 업무를 이어갔다.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이 회장은 최근 미국 정부의 반도체 보조금 지급 지연과 중장기 투자, 신규 M&A 등 산적한 과제들을 진두지휘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간 삼성은 차량용 반도체 기업 등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M&A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이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 개선 작업을 본격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회장이 “4세 승계는 없다”고 선언한 이래 삼성은 주요 계열사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등 수평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시도를 이어 왔다. 2021년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생명 3개사가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한 지배구조 개편안 연구용역 보고서도 최종본이 현재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에서 내부 검토 중인 단계다.미등기이사인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나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회복 논의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부회장이던 2016년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첫 등기이사직을 맡았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면서 2019년 10월 임기가 만료된 이후 재선임 안건을 올리지 않아 현재까지 미등기·무보수로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4대 그룹 중 총수가 미등기이사인 곳은 삼성뿐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책임경영을 위한 등기이사 복귀와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위한 컨트롤타워 회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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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내 항공사 여객기 올해 27대 늘어… 운임 떨어질 가능성

    올해 국내 항공사들이 보유한 항공기 수가 지난해보다 27대 더 늘어나면서 항공 운임이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물가 상승 등의 여파로 운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까지 떨어지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2024년도 국적항공사 항공기 도입 계획’ 자료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올해 총 27대의 여객기를 더 늘릴 계획이다. 통합을 추진 중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여객기 수를 각각 3대, 1대 줄인다. 반면 저비용항공사(LCC)는 대부분 항공기를 늘린다. 제주항공이 1대, 진에어가 4대, 이스타항공이 5대, 에어로케이가 5대를 늘린다. 티웨이항공은 6대, 에어프레미아는 2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통합 계획에 따라 티웨이항공에 5대, 에어프레미아에 4대의 항공기를 각각 임대할 계획이다. 에어부산은 1대를 줄인다. 항공사들은 항공기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규모의 경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을 늘릴 수 있다. 항공사들이 항공기 도입에 속도를 내는 이유다. 운항하는 항공기 대수가 늘어나면 좌석 공급량이 비례해 증가한다. 항공 운임은 좌석 공급량과 여객 수요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올해 항공 운임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LCC 임원은 “항공사들은 코로나19 사태로 비용을 줄이려고 항공기를 반납하거나 퇴역시켰다”며 “그런 상황에서 최근 여행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항공 운임이 크게 올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올해 항공기 대수가 늘어나면서 항공 운임은 자연히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불경기 등으로 여행 수요까지 줄어들면 항공료 인하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항공 운임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항공사 임원은 “해외여행 수요가 견고하고, 물가와 인건비 등 각종 비용도 상승했기에 항공사들이 크게 항공료를 내리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중 갈등으로 미중 직항 노선이 줄어들면서, 한국에서 환승하는 승객이 많이 증가했다. 이 상황도 항공 운임을 밀어올리는 요인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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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여년 무료 진료-미용 봉사… 박언휘-배점옥씨 LG의인상

    LG복지재단이 28년간 무료 진료 봉사를 해 온 박언휘 씨(69)와 29년간 미용 봉사를 이어온 배점옥 씨(52)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고 1일 밝혔다. 박 씨는 1996년 내과 의사가 된 뒤 보건소와 복지시설 등에서 무료 진료 봉사를 했다. 박 씨는 소록도 등 도서산간벽지는 물론이고 해외의 의료 사각지역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무료 의료 봉사를 해왔다. 배 씨는 1995년 부산에서 미용기술 자격증 취득 후 강사로 활동하며 복지관, 요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배 씨는 1998년 울산의 한 미용학원에 강사로 취직한 뒤 울산 북구의 한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아가 무료 미용 봉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LG 의인상은 2015년 제정됐으며, 현재까지 LG 의인상 수상자는 총 222명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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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봉 일부반납… 토요회의 실적개선 앞장 SK 임원진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이 흑자를 이룰 때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캠퍼스에서 취임 후 첫 임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는 ‘턴어라운드(실적 개선) 원년’이라는 막중한 소명 속에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사활을 걸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장은 임원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면서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을 권했다. 아침부터 업무 계획을 수립하고 임원 간 소통 기회를 늘리자는 취지다. 다만, 임원 조기 출근으로 구성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식 업무 시간 이전에는 보고 및 회의 소집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자”며 ‘해현경장(解弦更張)’ 자세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SK그룹은 수뇌부와 주요 계열사 CEO들이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시켰다.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개최했던 것을 2주 간격으로 토요일에 연다. SK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소속 임원들은 매달 두 차례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새롭게 SK의 사령탑을 맡은 최창원 수펙스 의장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의장은 평소 오전 6시에 출근하고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며 수행비서도 없이 다니는 것으로 안다”며 “근면 검소한 성격이 경영 철학에 담겨서 그룹 전체의 분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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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승인… 美-EU만 남아

    일본 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이로써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야 하는 14개국 중 유럽연합(EU)과 미국의 판단만 남기게 됐다. 31일 일본 공정취인위원회(JFTC)는 홈페이지를 통해 양사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공지했다. 일본 경쟁당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 측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 결합할 경우 한일 일부 노선에서 시장점유율이 증가해 경쟁 제한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에 일본 측은 서울 4개 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대해 시정 조치를 요구했다.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등이 해당 구간 운항을 요청하면, 대한항공은 기업결합 이후 10년 동안 슬롯(공항에서 특정 시간대에 운항할 수 있는 권리)을 일부 양도해야 한다. 또한 일본 경쟁당국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부문 매각이 가시화될 것을 전제로, 일본발 한국행 일부 화물 노선에 대한 화물공급 사용계약 체결(BSA)을 요구했다. 대한항공의 지배력이 강화됨에 따라 화물 운임이 변동될 수 있어 안정적인 화물기 공급칸을 확보해 놓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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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내 짐의 위치를 찾아라!

    얼마 전 6세인 둘째 아이를 순간적으로 잃어버릴 뻔한 아찔한 경험을 했다. 아이들은 잠시라도 방심하거나 손을 놓은 틈을 놓치지 않는다. 갑자기 골목이나 건물 안으로 재빠르게 뛰어 들어가면 놓치기 십상이다. 첫째는 이제 혼자서 등하교와 등하원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됐다. 휴대전화를 사주기엔 이른데, 학교나 학원을 잘 다니는지 항상 불안하다. 아이에게 위치 추적기라도 줘야 하나 고민하던 차에 통신 기능 없이 열쇠나 반려동물, 옷 등에 달아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태그2’(사진)를 써 보게 됐다. 열쇠고리 형태로 다용도로 활용하기 좋아 보였다. 스마트태그는 휴대전화와 연동해 놓으면 실시간으로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치다. 우선 프랑스 툴루즈에서 파리를 거쳐 인천으로 돌아오는 출장길에서 여행용 가방(캐리어)에 스마트태그를 넣어 봤다. 실시간으로 캐리어 위치가 변하는 것을 스마트폰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스마트태그 위치를 보니 다행히 기자가 탄 비행기와 일치했다. 수속을 마치고 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여전히 스마트태그는 비행기에 있었다. 작업자들이 아직 짐을 내리지 않은 것이다. 불과 몇십 m 떨어진 비행기와의 거리 차이도 확인할 수 있었다. 혼자 학원을 가는 아이 가방에 스마트태그를 넣어 뒀다. 학원 건물과 기기의 위치가 정확하게 일치했다. 스마트태그가 움직일 때면 바뀐 위치가 기록된다. 아이가 어떤 길을 통해 갔는지도 알 수 있었다. 여행을 가서도 아이 주머니에 스마트태그를 넣고 다녔다. 가족이나 지인끼리 기기 상황을 공유할 수도 있었다. 상황에 따라 50m 정도의 오차가 존재하기도 했지만, 아이 위치를 알 수 있어 심리적 안정을 주기엔 충분했다. 특히 미아방지용 아이템으로 적절해 보였다. 반려동물에게 목걸이로 달아 줘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태그2는 ‘펫 케어’ 기능을 강화했다. 산책 모드를 통해 경로, 시간, 거리 측정과 식사, 식수, 휴식 등의 활동을 기록하고 관리할 수 있다. 분실 모드도 지원한다. 기기에 사용자의 연락처와 메시지를 입력할 수 있는데, 습득자는 휴대전화를 통해 입력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분실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신용카드와 스마트태그 기능을 합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갤럭시 스마트태그2는 원형 건전지로 구동된다. 일반 모드에서 500일, 절전 모드에서 700일까지 수명을 유지한다. 가격은 3만6300원이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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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온 신임 사장 “흑자달성 때까지 연봉 20% 반납”

    이석희 SK온 신임 사장이 흑자를 이룰 때까지 연봉의 20%를 자진 반납하기로 했다. 31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이 사장은 전날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캠퍼스에서 취임 후 첫 임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 사장은 “올해는 ‘턴어라운드(실적개선) 원년’이라는 막중한 소명 속에 CEO와 임원이 사활을 걸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서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사장은 임원의 역할에 대해 강조하면서 임원들에게 오전 7시 출근을 권했다. 아침부터 업무 계획을 수립하고 임원 간 소통 기회를 늘리자는 취지다. 다만, 임원 조기 출근으로 구성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공식 업무 시간 이전에는 보고 및 회의 소집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느슨해진 거문고 줄을 다시 팽팽하게 고쳐 매자“며 ‘해현경장’(解弦更張) 자세를 주문한 바 있다. 이에 SK그룹은 수뇌부와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들이 토요일에 모여 현안을 논의하는 ‘토요 사장단 회의’를 20년 만에 부활시켰다. 한 달에 한 번 평일에 개최했던 것을 2주 간격으로 토요일에 연다. SK그룹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수펙스) 소속 임원들은 매달 두 차례 금요일에 쉴 수 있는 유연근무제도 반납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새롭게 SK의 사령탑을 맡은 최창원 수펙스 의장의 리더십도 주목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의장은 평소 오전 6시에 출근하고 임원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며 수행비서도 없이 다니는 것으로 안다”며 “근면 검소한 성격이 경영 철학에 담겨서 그룹 전체의 분위기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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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LG, ‘스마트 디스플레이’로 기업 공략… 유럽 최대 ‘ISE’展서 B2B 제품 대거 선보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30일(현지 시간)부터 2월 2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디스플레이전시회 ‘ISE 2024’에서 기업 간 거래(B2B) 수요를 노린 디스플레이 제품을 대거 선보인다. 30일 삼성전자는 ISE 2024에서 △스마트싱스(SmartThings)가 적용된 상업용 디스플레이 △몰입감 높은 교육 환경을 제공하는 2024년형 전자칠판 △화상회의에 최적화된 105형 스마트 사이니지 △투명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등을 선보인다. 특히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서비스 영역을 B2B 시장까지 넓힌다. 스마트 사이니지, 호텔 TV 등 상업용 디스플레이 제품에 스마트싱스를 연결하는 것이다. 휴대전화나 각종 디바이스를 통해 사무실이나 가게, 호텔 등의 온도와 습도, 공기질 등을 관리할 수 있다. 보안 및 방범 기능은 물론 전력량도 제어할 수 있다. 2024년 전자칠판은 최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해, 교사와 학생이 전자칠판과 모바일, 탭, PC 등으로 양방향 수업을 할 수 있다. LG전자도 ISE 2024에서 B2B 고객을 위한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을 선보인다. LG전자는 호텔 스위트룸, 회의실, 교육 공간, 스튜디오, 리테일 매장 등 다양한 콘셉트로 전시관을 꾸며 상업 수요 맞춤형 제품을 공개한다. 발표 시간을 표시하는 타이머 기능과 레이저 포인터 등으로 활용 가능한 리모컨, 전원이 끊겨도 화면을 계속 보여주는 재난상황실용 기능 등을 탑재한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이 밖에도 칠판처럼 필기하고 웹서핑이 가능하며, 최대 9대 스마트 기기와 무선으로 화면을 공유할 수 있는 LG 크리에이트보드 및 화면과 화면 너머를 동시에 보여주는 투명 올레드 사이니지 등도 전시한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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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바이오-클린테크 육성해 성장 동력 확보

    LG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A-B-C(인공지능·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적극 육성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AI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 및 빅데이터 기술을 확보하고 대규모 연구개발(R&D) 추진을 위해 5년간 3조6000억 원을 투자한다. LG AI연구원을 중심으로 초거대 AI ‘EXAONE(엑사원)’ 및 AI 관련 연구개발에 집중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종 산업 분야와의 협업 또한 늘려 AI 리더십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LG는 지난 2020년 그룹 차원의 최신 AI 원천기술 확보 및 AI 난제 해결 등 AI 연구의 허브 역할을 수행할 LG AI연구원을 설립했다. LG AI 연구원은 출범 1년 만에 초거대 AI 엑사원을 선보였으며 LG 계열사와 국내외 파트너사들이 엑사원으로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각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을 이어왔다. 지난해 7월에는 전문성과 신뢰성에 초점을 맞춘 ‘엑사원 2.0’을 공개했다. 엑사원 2.0은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이해하고 답변할 수 있는 이중 언어 모델이자 언어와 이미지 간 양방향 생성이 가능한 멀티모달 모델이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2.0을 기반으로 3대 플랫폼인 ‘유니버스(언어)’ ‘디스커버리(난제)’ ‘아틀리에(창작)’를 개발했다. 또한 고객 상담 자동화와 소재 및 신약 개발, 디자인 프로세스 혁신 등 다양한 산업 현장에서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LG전자는 주 단위로 국가별, 지역별 제품 판매 수요를 예측하는 데 AI 기술을 적용하기 시작했으며 LG이노텍은 카메라 렌즈와 센서의 중심을 맞추는 공정에 AI 기술을 도입해 최적화 기간을 50% 이상 단축하는 등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5년간 1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LG화학은 혁신신약 연구와 더불어 신약 파이프라인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간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검토하고 첨단 바이오 기술 확보에도 집중한다. LG는 또 바이오소재, 신재생에너지 활용, 전기차 충전 등 클린테크 분야에 5년간 1조8000억 원을 투자한다. 대표적으로 LG화학은 친환경 고부가 신사업 비중을 대폭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며 지속가능 과학기업으로의 대전환에 나선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재생에너지 관련 사내독립기업을 출범하고, LG전자와 LG유플러스는 전기차 충전사업에 투자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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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쓰오일, 바이오원료 국내첫 정유공정 투입

    에쓰오일이 바이오 원료(폐식용유, 팜 부산물 등)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기존 정유 공정에 투입한다고 29일 밝혔다. 지속 가능 항공유와 차세대 바이오디젤 등 저탄소 연료유와 나프타, 폴리프로필렌 등 친환경 석유화학 원료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바이오 원료를 정유 공정에 투입하는 시도는 국내 정유사 중 최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7월과 12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와 바이오 원료 처리에 대해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에쓰오일은 향후 2년 동안 새로운 대체 원료의 혼합 비율을 조정해 가면서 전체 제품 수율 변화와 공정 영향성 등을 평가하며 친환경 제품 생산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대체 원료를 활용해 생산한 제품들의 글로벌 저탄소 제품 국제 인증(ISCC) 취득을 추진해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과 순환 경제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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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암호는 “식기세척기”, 반도체 세정기술 빼갔다

    “반도체 세정 장치는 ‘식기세척기’, 반도체 초임계 세정 장비는 ‘CL(구름)’이라고 부릅니다.” 국가정보원에서 십수 년간 기술유출 사건을 조사해온 A 조사관은 “기술유출범들은 평소 가명으로 활동하면서 헬리콥터를 ‘큰 잠자리’로 바꿔 부르는 식으로 빼돌릴 기술을 곤충이나 동물 이름으로 부르며 수사망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의 기술 유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동아일보는 22일 국정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서 기술유출 첩보 수집 및 조사 업무를 해온 조사관 2명을 접촉해 ‘기술 사냥꾼’들의 진화하는 수법을 들었다. 단, 그들의 신상이 특정되지 않도록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예를 들어 차세대 반도체 세정 기술인 초임계 장비는 ‘CL(클라우드)’이라 부른다. 액체와 기체의 중간 성질을 갖고 있는 초임계 기술을 ‘구름’에 빗댄 것이다. A 조사관은 “유출범들끼리 사용하는 은어는 암호 수준”이라며 “초성만 사용해 은밀하게 메시지를 주고받는 경우도 있다 보니 기술과 정황을 파악하고 관련자를 불러 물어보기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기술유출범들이 국내 전문가들에게 접근하는 방식 또한 고도화되고 있다. B 조사관은 “브로커들은 전문성을 가진 핵심 인물이나 특정 장비 기술자 등을 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한다. 영입 목표를 정해 놓고 호시탐탐 노린다”며 “채용 플랫폼 ‘링크트인’ 같은 곳에서 프로필이나 이력 등을 보고 접근해 무작위로 e메일을 보내기도 한다”고 말했다. 조사관들은 핵심 인력을 포섭해 거액을 주며 기술을 빼내오는 것은 전통적인 방식이고 최근엔 인수합병(M&A)이나 기술 이전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가장해 기술을 탈취하는 방법도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앞으로 인공지능(AI)에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와 바이오 등 분야에서 기술 탈취 시도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과학원이 규정한 35개의 ‘차보쯔(卡脖子) 기술’도 주요 탈취 대상이다. 차보쯔는 ‘두 손으로 목을 조르다’라는 의미로, 미국 등 선진국에 대한 기술 의존도가 높아 중국의 기술 자립을 막는 분야를 가리킨다. 반도체와 로봇, 항공 엔진, 연료전지, 의료 영상 장비 부품, 촉각 센서 등이 해당된다. A 조사관은 “중국이 한국과 산업 구조가 유사하고 지리적으로 가깝고 교역량도 많기 때문에 기술 유출 국가 중 중국의 비중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며 “해외 네트워크와 함께 기술 유출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날로 진화하는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선 예방이 기본이고 사전 징후를 빠르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결재 허술한 보안 업데이트 시간 틈타 설계도 대량 빼돌려” 국정원이 적발한 기술사냥꾼 수법재택근무 중 회사 내부망 자료 촬영… USB로 장기간 기밀 빼돌리기도경쟁사 취업제한 피해 위장사 이직… 대기업 협력사 매각때도 유출 우려 수년 전 한 기업에서 설계도면이 대량으로 유출된 사건이 발생했다. 조사 결과 범죄자들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시간을 노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22일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한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A 조사관은 “보안 시스템을 나름 잘 갖춘 기업이어서 도대체 어떻게 도면을 빼돌렸을까 궁금했는데, 보안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시간엔 상급자의 결재 없이도 자료를 무단 전송할 수 있다는 걸 노렸다”며 “찰나를 노려 방대한 자료를 빼내는 대범함과 치밀함에 놀랐다”고 말했다. 기술을 유출하고 또 빼내는 ‘기술 사냥꾼’들은 기업의 이른바 ‘루프홀(허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국정원 조사관들은 날로 진화하는 기술 유출 수법을 보면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했다. ● 허점과 빈틈 노리는 기술 사냥꾼들 한 대기업에서는 국가 핵심 기술로 지정된 ‘3나노 파운드리 반도체 제조기술’이 유출됐다. 연구 책임자가 재택근무 중 내부망에 올라온 각종 자료를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A 조사관은 “범인은 ‘정상 업무를 했다’, ‘기술을 팔려는 목적은 없었다’ 등 핑계를 댔지만 이는 치밀하게 계산된 행동”이라고 말했다. 범죄자들은 장기간 유출에 공을 들이고 알리바이도 만든다. 한 피의자는 “집에서 자료 준비를 하겠다”고 회사에 보고한 뒤 이동식저장장치(USB)로 내부 자료를 여러 차례 반출했다. 장기간에 걸쳐 자료를 빼냈던 그는 퇴직 직전 기밀 자료를 대거 빼냈다. A 조사관은 “피의자는 회사가 USB로 자료를 가져가는 걸 문제 삼는지를 계속 테스트했던 것”이라며 “적발되고 나니까 회사가 문제 삼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위를 정당화했다”고 말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퇴직 임원의 경쟁사 취업을 일정 기간 제한하는 내규를 둔다. 하지만 기술유출범들은 ‘징검다리 이직’이라는 방식을 통해 무력화하고 있다. B 조사관은 “한 기업이 기술 인력을 빼돌렸는데 원래 하던 일과는 전혀 관련 없는 회사에서 일을 시켰다. 알고 보니 전 회사와 맺은 전직 금지 기간을 회피하려는 꼼수였다”고 설명했다. 엉뚱한 기업을 징검다리처럼 활용하지만 실제로는 페이퍼 컴퍼니 같은 곳에서 과거 몸담았던 기업의 일과 동일한 업무를 한다는 것이다. B 조사관은 “이직한 ‘위장 회사’가 사실은 전 직장과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회사라는 걸 수사 당국이 규명해야 하기 때문에 단서와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며 “각종 첩보에 대한 가치와 진위 등을 검증하기 위해 현장에서 며칠 밤을 새우며 잠복근무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중국이 2014년부터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반도체 대기금’ 펀드를 조성한 이후 한국의 반도체 핵심 기술과 인력을 영입하려는 시도가 더 거세졌다고 말한다. ● “협력사 기술 유출되면 대기업도 타격” 최근엔 인수합병(M&A)과 기술 이전 등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가장해 기술을 탈취하는 방법이 대세다. 재무적으로 어려운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인수하는 식이다. 특히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기업들이 주된 표적이다. A 조사관은 “소부장 기업을 노리고 인수를 시도할 때, 중간에 투자 자문사를 끼워서 정상적인 투자 및 인수로 둔갑시킨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최근 5년간 적발한 38건의 반도체 기술 유출 사건 중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건은 8건이었다. 나머지는 대기업 협력사였다. B 조사관은 “삼성이나 SK, LG 등 대기업들은 핵심 협력업체들의 무분별한 매각을 상당히 우려한다. 협력사들과 상당한 기술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이 아무리 보안을 잘 지켜도 협력사 기술이 빠져나가면 대기업의 기술이 빠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그간 알려진 사건들 외에도 산업 기밀 유출은 전방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2022년에는 국정원의 감시망에 전력반도체 설계 기술이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해당 기술은 정부가 비메모리 분야 강화를 위해 예산을 지원한 연구개발(R&D) 사업의 결과물이었다. 또 지난해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 구동용 반도체 설계 자료가 불법 유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B 조사관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로 인해 수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고난도 기술이 아니더라도 곧바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이 범죄의 표적이 되는 추세”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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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성문 썼다고 기술 유출 감형, 허탈”

    “재판에서는 판사의 재량이 많이 반영된다. 상향된 양형 기준이 제대로 재판에 반영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기술 유출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 22일 만난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 A 조사관이 한 말이다. 19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지식재산·기술 침해범죄 양형 기준 수정안’을 의결해 국가핵심기술을 빼돌린 경우 최대 징역 18년형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고 초범이라도 정상을 참작하지 않도록 했지만, 실제 재판에서 새로운 양형 기준이 제대로 적용될지를 우려한 것이다. A 조사관은 “기술 유출을 한 피의자가 반성문을 써오거나, 규명 탄원서가 들어오면 감형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술유출범의 경우 교수나 임원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경우가 많다 보니 “깨끗하고 학식 있는 사람들이 저질렀다는 이유로 착시 효과를 일으킨다”는 설명이다. A 조사관은 “실형 선고가 드문 데다, 실형이 나오더라도 평균 선고형량은 1년 2개월에 그친다”라며 “기껏 조사를 해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나오면 너무 허탈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유출 처벌이 제대로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하지면 기술 유출 범죄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양형 기준이 상향된 만큼 감경 기준 또한 늘어난 점을 걱정하고 있다. 형을 줄여 주다 보면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다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B 조사관은 “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끝인데, 그동안엔 기술이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형을 낮춰주기도 했다. 기술 피해액을 산정하는 방식도 미흡하다 보니 피해를 가볍게 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보이지 않는 피해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형을 선고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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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하이닉스 5개분기 만에 흑자… “반도체 봄 온다”

    SK하이닉스가 5개 분기 만에 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반도체 시장이 바닥을 지나 올해는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필두로 고성능 메모리 시장이 확대되고 모바일 기기 및 PC용 반도체 등 수요가 증가하며 반등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5일 SK 하이닉스는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10∼12월) 매출 11조3055억 원, 영업이익 3460억 원을 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가 분기 흑자를 낸 건 2022년 3분기(7∼9월) 이후 처음이다. AI 서버와 모바일용 수요가 늘고 감산 효과가 본격화되며 반도체 평균 판매단가가 상승하는 등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간 SK하이닉스 실적은 매출 32조7657억 원, 영업손실 7조7303억 원, 순손실 9조1375억 원이다. SK하이닉스가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 실적’을 보인 것은 주력 제품인 DDR5와 4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HBM3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4배, 5배 이상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은 “작년 하반기(7∼12월)부터 수급 상황이 개선되며 극심했던 불황기를 벗어나 본격적인 성장세로 전환했다고 판단된다”며 “지난 2년간 역성장한 PC와 모바일 기기의 출하량이 성장세로 돌아서고, 고객들의 투자 증가와 AI용 서버 수요 및 일반 서버의 수요도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격려 차원에서 구성원들에게 자사주 15주와 격려금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AI폰의 등장과 AI 응용 애플리케이션(앱)의 확산, AI PC 시장 등이 확대되면서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반도체 기업들은 감산과 비용 절감 등으로 버텼지만, 올해는 제품에 따라 공급을 조절하면서 수익성을 높여나갈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업계의 재고 수준이 정상화되는 시점에 맞춰 감산 규모가 점진적으로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감산이 필요했던 오래된 제품들의 생산은 계속 감소하지만,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기업들의 지속적인 감산 노력과 수요 증가는 반도체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D램 범용 제품(PC용 8Gb 2133㎒)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기업 간 거래 가격)은 1.65달러로 전달보다 6.45% 올랐다. 또 다른 메모리 주요 제품인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메모리카드·USB용 128Gb MLC)의 평균 고정거래 가격도 4.33달러로 전달 대비 6.02% 올랐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2021년 7월 정점을 찍은 뒤 하락하다가 지난해 10월부터 석 달 연속 반등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도 지난해 4분기 적자폭이 1조 원대 초중반으로 축소됐을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분기(4∼6월) 4조3600억 원, 3분기 3조75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는 수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D램과 낸드플래시 모두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며 “업황이 바닥을 찍은 것은 맞다.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기업들이 어떻게 공급 정책을 가져갈지와 고성능 반도체의 기술 수준 등에 따라 실적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변종국 기자 bjk@donga.com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 2024-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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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엔진서 불꽃 발생… 긴급 회항

    아시아나항공의 보잉 B747-400F 화물기가 이륙 직후 엔진에서 불꽃이 발생해 긴급 회항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주에도 미국의 화물전문 항공사인 아틀라스 항공의 보잉 B747-8F 화물기가 엔진에 불이나 비상 착륙을 했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4일(현지 시각) 오후 8시 21분 샌프란시스코 공항을 이륙해 인천으로 오려던 아시아나항공 OZ285편 항공기에 이륙 직후 엔진 내부 고압 압축기 실속 현상이 발생했다. 비행기는 엔진에서 공기를 빨아들여 압축시킨 뒤 연소를 시켜,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추진력을 얻어 비행을 한다. 그런데 엔진에 제대로 공기가 들어오지 않아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당시 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기 관제를 담당하던 공항 타워 등에서는 이륙 후 엔진에서 불꽃을 목격하고 해당 사실을 기장에게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육안으로는 불꽃을 보지 못했으나 외부 소음이 발생하고 진동이 증가하는 문제가 생겨서 다시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회항했다”고 밝혔다. 엔진 점검을 해보니 내부 손상이 일부 확인됐고, 교환 및 정비 작업을 진행한 뒤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압축기 실속이 발생하면 불완전 연소된 연료 일부가 엔진 배기가스로 배출되면서 순간적으로 불꽃이 발생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말한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화물에도 문제는 없는 상황이다. 한편 19일(현지 시각)에도 미국 마이애미에서 푸에르토리코로 향하고 있던 미국 아틀라스 항공 보잉 B747-8F 화물기의 엔진에서 불이나, 항공기가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하는 일이 있었다. 당시 사고 목격자는 화물기가 불꽃을 뿜어내며 날아가는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와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는 해당 사고를 조사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과 아틀라스 항공이 운영하는 항공기는 모두 보잉의 B747 계열 화물기다. 아시아나항공의 B747-400F 항공기가 더 오래된 모델이며, 아시아나항공은 B747-400 계열 화물기를 총 10대 보유하고 있다. 다만 두 항공사가 장착한 엔진은 다르다. 아시아나항공은 CF6-80C2 엔진을 달고 있으며, 아틀라스 항공은 최근 개발된 GEnx-2B67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 기체 자체의 문제인지 엔진의 문제인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겠지만, 불완전 연소에 따른 문제는 엔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4-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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