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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강화 우려로 코스피가 2,500 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9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국 경제가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저성장 등 ‘복합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46% 하락한 2,492.9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500 선 밑으로 내려온 건 2020년 11월 13일(2,483.87)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특히 3일(2,670.65)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원화 가치도 나흘 연속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4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286.4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2일(1288.6원)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장중 한때 1292.5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12일(1291.5원) 연고점을 경신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500여 일 만에 3000만 원 아래로 떨어졌고, 이더리움도 140만7000원까지 내려앉으며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 15일 이틀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13일 전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에도 FOMC에서 0.75%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복합위기가 시작됐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진정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급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공급 사이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슈퍼달러’ 펀치에 환율 나흘째 치솟아… “1300원 돌파 시간문제”[‘자이언트 스텝’ 공포]美 금리인상 전망에 달러 수요 급증… 장중 연고점 1292.5원까지 올라원자재난 기업들, 환율 쇼크 겹쳐… 항공사 “10원 오르면 410억 손실”“코스피, 약세장인 베어마켓 진입… 인플레 공포에 2400 무너질 수도” “5개 솔드(sold) 90원!” “던(done)!” 14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2층 외환 딜링룸. 암호 같은 용어가 오가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1290원에 500만 달러를 사겠다는 주문이 순식간에 체결됐다. 장중 환율이 연고점인 1292.5원까지 오른 이날, 평소보다 많은 전화가 몰렸다. 점심시간을 전후해 환율이 1280원대로 내려가자 달러를 사려는 전화가 더 많이 몰렸다. 그러자 오후 2시 25분 모니터에 표시된 환율이 1290원을 또다시 넘었다. 이번에는 달러를 파는 거래가 속출하며 여기저기서 “보트(bought)” 외침이 들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전날보다 2.4원 오른 1286.4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강도 긴축을 할 것으로 예상돼 ‘금융위기의 바로미터’로 읽히던 달러당 1300원 선을 뚫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와 기업 경영에 비상이 걸렸다. ○ 장중 연고점 뚫은 원-달러 환율14일까지 나흘 연속 원-달러 환율이 치솟은 것은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것이란 전망에 ‘슈퍼 달러’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높은 금리 혜택을 보고 달러를 사려는 수요가 많아진 것이다. 고(高)환율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달러로 표시된 해외 수입품 가격이 더 비싸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미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4%로 13년 9개월 만에 최고로 뛰었다. 당분간 5, 6%대 고물가가 예상된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1% 오르면 물가 상승률이 0.06%포인트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 환율 쇼크까지 덮쳤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해 국내에서 부품을 만드는 중소기업들은 환율에 따라 생사가 좌우된다”고 전했다. 특히 달러로 항공기 대여료, 유류비 등을 결제하는 항공사는 직격탄을 맞았다. 대한항공은 1분기(1∼3월) 공시에서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르면 환손실 410억 원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통상 환율 상승은 수출 기업의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는 공식도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 둔화로 소비 침체 국면이 올 수 있어서다.○ “베어마켓 진입, 2,400도 깨질 수 있어”이날 코스피는 2,492.97원에 마감해 약 1년 7개월 만에 2,500 선을 내줬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 증시가 베어마켓(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하지 않았다는 불안감과 미 연준이 제대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불신에 2,400도 깨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이 더 오르면 경상수지가 악화되면서 대외 신인도가 하락하고 투자금이 빠져나가며 환율과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과거와 현재의 위기는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은 과거보다 외환보유액이 늘어나고 단기 외채가 줄어드는 등 기초체력이 나아졌다”며 “한미 금리가 역전하더라도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거듭된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잡히지 않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 15일(현지 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다음 달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14일 미 노동부가 발표한 5월 생산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8% 올랐다. 미 생산자물가는 3월(11.5%), 4월(10.9%)에 이어 3개월 연속 10%대 이상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연준을 향한 비판도 확산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돈 풀기 정책의 여파로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오래전부터 울렸는데도 일시적 현상으로 치부하다가 통화정책을 실기(失期)한 끝에 금융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까지 내몰렸다는 것이다. 금리 선물(先物)을 통해 통화 정책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14일 오전 1시(미 동부 시간) 기준 현재 0.75∼1.00%인 미 기준금리가 이번 FOMC 이후 1.50∼1.75%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의견이 92.5%에 달했다. 7월 FOMC에서 금리가 2.25∼2.50%까지 오를 것으로 보는 확률도 79.7%에 이른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1.00%포인트 올릴 가능성 역시 ‘사소하지 않다’고 전망했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도 높아졌다.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13일 “침체 위험이 30% 정도라고 예상했지만 50%에 가까워진 것 같다”고 했다. 미 증시도 급락했다. 13일 뉴욕 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나스닥 지수는 각각 전 거래일 대비 2.79%, 4.68%씩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역시 3.88% 떨어졌다. 특히 1월 전 고점보다 21% 이상 하락해 증시가 3개월 동안 20% 이상 하락하는 상황을 뜻하는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연준이 세계 금융위기 시절의 대책이었던 ‘제로(0)’ 금리와 확장 재정에만 매달리는 바람에 현 상황을 맞이했다며 “전염병 대유행(팬데믹)이라는 새 위기에 낡은 전술로 맞섰다”고 비판했다. 특히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일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경제 관료 및 연준 수뇌부가 오바마 행정부 때 발생한 실업률 급등의 재연을 우려해 금리 인상 시점을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강화 우려로 코스피가 2,5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1290원을 돌파하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한국 경제가 ‘복합위기’에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46% 하락한 2,492.9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500선 밑으로 내려온 건 2020년 11월 13일(2,483.87)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특히 3일(2,670.65)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날 외국인이 2758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원화 가치도 나흘 연속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2.4원 오른(원화 가치 하락) 1286.4원에 마감했다. 지난달 12일(1288.6원)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장중 한때 1292.5원까지 오르며 지난달 12일(1291.5원) 연고점을 경신했다. 가상자산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비트코인은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에서 500여 일 만에 3000만 원 아래로 떨어졌고, 이더리움도 140만7000원까지 내려앉으며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은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4, 15일 이틀 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giant step)’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13일 전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연준이 다음달에도 FOMC에서도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4일 “복합위기가 시작됐고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이 당분간 진정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공급 측면에서 물가 상승 요인이 나온 것이기 때문에 공급 사이드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취하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의 물가 급등세가 예상보다 장기화되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한꺼번에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점점 커지고 있다. 0.75%포인트 금리 인상은 만일 현실화되면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4, 15일 이틀 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이 같은 방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13일 보도했다. 연준은 앞서 지난달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고 향후 두어 번 더 ‘빅 스텝’을 가동할 방침을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5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8.6%로 나옴에 따라 ‘빅 스텝’으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이날 “인플레이션 지표가 더 뜨겁고 오래 지속되는 것으로 나옴에 따라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1994년 이후 가장 큰 금리 인상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연준은 이틀간의 회의를 마치고 15일 오후(한국시간 16일 새벽) 새로운 기준금리를 공개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앞서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을 해 왔다. 파월 의장은 지난달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라앉고 물가가 내려간다는 분명하고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면서 “그런 증거가 없다면 우리는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소비자들의 1년 간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6.6%로 2013년 6월 조사 시작 이래 역대 최고치였던 올 3월과 동률을 이뤘다. 인플레이션 예상치가 높으면 그에 따른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지기 때문에 실제 물가에도 악영향을 준다. 월가의 일부 금융회사들도 ‘자이언트 스텝’ 전망에 힘을 실었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와 제프리스그룹은 5월 물가지표가 공개된 직후 이번 FOMC 회의에서 0.75%포인트의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금융투자회사 그랜트 손튼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의 물가 대처가 늦었고 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며 “연준은 0.75%포인트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금리 선물(先物)을 통해 통화 정책을 점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번주 회의에서 0.75%포인트 인상을 점치는 쪽은 13일 오후 10시반(미 동부시간) 기준 97% 안팎에 이른 반면, 0.5%포인트 인상 확률은 3% 가량에 그쳤다. 1주일 전만 해도 0.5%포인트 인상 전망이 95%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시장의 전망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발 긴축 공포에 한국과 아시아 증시가 3%대 폭락을 하는 ‘검은 월요일’이 재연됐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전망되자 한국 주식과 원화,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갇힌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52%(91.36포인트) 폭락한 2,504.5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4.72% 급락한 828.77에 마감했다. 2020년 6월 15일(―7.09%)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3.01%)와 대만 자취안지수(―2.36%), 홍콩 H지수(―3.54%) 등 아시아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2.50%), 프랑스(―2.39%), 독일(―2.22%) 증시도 이날 오후 9시 현재 2%대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주요 지수가 2∼3% 급락한 채 개장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장중 1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원화 가치와 국채 가격도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1원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1284.0원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14%로 2012년 4월 6일(3.54%) 이후 가장 높았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138억2200만 달러(약 17조8000억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 3년 만에 경상·재정수지가 적자인 ‘쌍둥이 적자’가 전망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 경제학자 49명을 설문한 결과 70%가 내년 안에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 상원이 총기 규제를 일부 강화하는 입법에 합의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합의한 데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지하고 있어 의회 통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12일 양당 10명씩의 상원 협상단이 ‘레드플래그(red flag)법’을 시행하는 주(州)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을 담은 협상안에 합의했다고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레드플래그법은 위험인물로 판단된 사람이 총기를 가질 수 없도록 경찰이나 가족, 지인 등이 법원에 청원해 받아들여지면 총기를 압수하는 법이다. 전체 50개 주 가운데 19개 주가 도입한 이 법을 연방정부 지원으로 더 많은 주에서 채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합의안은 또 18∼21세가 총기를 구매할 경우 범죄기록 및 정신건강 상태를 당국이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신원조회 강화 내용도 담았다. 총기 사건이 빈번한 일선 공립학교의 안전 및 정신건강 프로그램 강화 방안도 들어 있다. 다만 공격용 소총 판매 금지나 총기 구입 가능 연령을 21세(현행 18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 민주당이 요구해온 핵심 내용은 빠졌다. 최근 텍사스주 유밸디 초등학교 총기 난사 범인이나 뉴욕주 흑인 거주지역 슈퍼마켓 총격범은 모두 18세였다. 그럼에도 공화당의 집요한 반대를 뚫고 총기 규제 강화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합의안은 (총기 규제 강화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담기진 않았지만 옳은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한 걸음을 의미한다”면서 의회의 빠른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총기 사고 유족이나 피해자들도 대체로 환영했다. 2011년 6명이 숨진 총기 난사 사건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고도 기적적으로 생존한 개브리엘 기퍼즈 전 애리조나주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오늘 우리나라는 총기 안전에 대한 초당적 합의 발표로 중요한 전진을 하게 됐다”고 평가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글로벌 인플레이션 악화로 미국이 내년 경기 침체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전망이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해 강한 긴축 정책을 도입할 경우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경착륙’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국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과 공동으로 경제학자 49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70%는 내년 안에 경기 침체가 닥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응답자 38%는 미국의 경기 침체 시기로 내년 상반기(1∼6월)를 꼽았다. 내년 하반기(7∼12월)라고 응답한 학자는 30%였다. 2%는 올해 말로 예상했다.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에 대해서는 응답자 55%가 3∼4%를 꼽았다. 현재 기준금리 0.75∼1.00%의 3배까지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FT는 “이번 설문 결과는 경제적 고통을 일으키지 않고 수요를 꺾을 수 있다는 연준 입장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연준의 빠른 긴축으로 경기 침체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지난주 미 CNBC방송의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는 응답자는 아무도 없었다. 응답자 68%는 경기 침체 시기로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77%는 뉴욕 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0,000 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12일 CNN에 출연해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 경우 거의 항상 2년 안에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면서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너무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낸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줄곧 비판해왔다. 과도한 돈 풀기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현실이 됐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6% 급등해 41년 만의 최대 폭 상승을 이어갔다. 그는 “물가는 더 오를 위험이 있다”며 “물가가 아주 빨리 내려갈 확률은 작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서머스 전 장관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경기 연착륙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경기 침체가 올 수도 있지만 연준은 연착륙을 달성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현재 경제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하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발 긴축 공포에 한국과 아시아 증시가 3%대 폭락을 하는 ‘검은 월요일’이 재연됐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전망되자 한국 주식과 원화,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도 가속화하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갇힌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52%(91.36포인트) 폭락한 2,504.5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4.72% 급락한 828.77에 마감했다. 2020년 6월 15일(―7.09%)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3.01%)와 대만 자취안지수(―2.36%), 홍콩 H지수(―3.54%) 등 아시아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유럽 유로스톡스50지수(―2.50%), 프랑스(―2.39%), 독일(―2.22%) 증시도 이날 오후 9시 현재 2%대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는 주요 지수가 2∼3% 급락한 채 개장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장중 1월 고점 대비 20% 이상 떨어지는 약세장에 진입했다. 원화 가치와 국채 가격도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1원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1284.0원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14%로 2012년 4월 6일(3.54%) 이후 가장 높았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138억2200만 달러(약 17조8000억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치다.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 3년 만에 경상·재정수지가 적자인 ‘쌍둥이 적자’가 전망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 경제학자 49명을 설문한 결과 70%가 내년 안에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美 긴축페달에 韓금융시장 비명13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와 외환 시장이 발작을 일으킨 것은 통제되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가 41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하며 걷잡을 수 없이 오르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도도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시장은 이달 14, 15일(현지 시간)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 1994년 11월 이후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까지 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끊임없이 나온다.○ 통제되지 않는 인플레이션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52%(91.36포인트) 하락한 2,504.51에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 한국항공우주를 제외한 99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하는 등 코스피 시총은 이날 총 71조95억 원 증발했다. 코스닥까지 합치면 한국 증시에서 88조7257억 원이 날아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5.1원 급등(원화가치 하락)한 1284.0원에 마감했다. 환율이 장중 1288.9원까지 오르며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자 외환당국이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구두 개입하면서 1290원 돌파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례적으로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를 명시했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긴급 거시경제금융 점검회의를 열고 “필요시 시장안정조치를 가동하겠다”며 “국채시장은 15일 예정돼 있던 바이백(조기상환) 규모를 확대하고 대상 종목도 추가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14%로, 약 10년 만에 최고치였다. 엔화 가치도 24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13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35.22엔에 거래됐다. 1998년 10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글로벌 시장에 충격을 일으킨 원인은 인플레이션 공포다. 미 노동부가 10일(현지 시간)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6% 상승했다.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그 여파로 이날 미국 뉴욕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는 2∼3%대 급락을 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월을 정점으로 꺾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물가가 계속 오르자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고 있지 못한다는 두려움이 커지면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며 “코스피가 2,50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 연준,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미 연준의 연이은 빅스텝 가능성도 커졌다. 미 연준은 이달 들어 양적긴축(QT)에도 나선 상황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미 연준이 이달 FOMC 회의에서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 확실하다고 보도했다. 또 다음 달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한은도 다음 달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은 성장을 둔화시키기에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기업들은 자금 조달 비용이 늘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가계는 부채 부담이 커지게 된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내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있어 한은이 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한국 경제가 경기 둔화와 물가 상승이 겹치는 ‘슬로플레이션’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미국발 긴축 공포에 한국과 아시아 증시가 3%대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이 재현됐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한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전망되자 한국 주식과 원화,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장’도 가속화되고 있다.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갇힌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3.52%(91.36포인트) 폭락한 2,504.51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낙폭은 2020년 8월 20일(―3.66%) 이후 가장 컸다. 코스닥도 전날보다 4.72% 급락한 828.77에 마감했다. 2020년 6월 15일(―7.09%) 이후 가장 큰 하락률이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3.01%)와 대만 자취안지수(―2.36%), 홍콩 H지수(―3.54%) 등 아시아 증시도 파랗게 질렸다. 원화 가치와 국채 가격은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5.1원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1284.0원에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514%로 2012년 4월 6일(3.54%) 이후 가장 높았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무역도 휘청거리고 있다. 올해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적자는 138억2200만 달러(약 17조8000억 원)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0년 이후 최대치였다. 4월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 3년 만에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함께 적자를 보이는 ‘쌍둥이 적자’가 전망된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 경제학자 49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70%가 내년 안에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되면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낮아져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환율이 올라 수입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글로벌 인플레이션 악화로 경기 침체 그림자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세를 잡기 위해 강한 긴축 정책을 도입할 경우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는 ‘경착륙’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12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이 경제학자 49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내년 경기 침체가 가시화할 것으로 대부분 예상했다. 응답자 38%는 내년 상반기(1~6월), 30%는 내년 하반기(6~12월)에 경기 침체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2024년 하반기 이후 침체가 올 것이라는 응답은 21%에 그쳤다. 또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앞으로 기준금리를 어디까지 올릴지에 대해서는 가장 많은 55%가 3~4%를 꼽았다. 앞서 미 CNBC방송이 지난주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설문조사했을 때도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답자 68%는 경기 침체 시기로 2023년 상반기를 꼽았고 뉴욕 증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0,000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도 77%나 됐다. 경제 전망을 놓고 경제학 대가들 논쟁도 재연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12일 CNN방송에 출연해 “지금처럼 인플레이션이 높고 실업률이 낮은 경우 거의 항상 2년 안에 경기 침체가 찾아왔다”고 경고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은 너무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면서 “그들이 이 문제의 중대함을 깨닫기 바란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재무장관을 지낸 그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줄곧 비판하는 입장을 취해 왔다. 과도한 돈 풀기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결국 현실이 됐다. 최근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8.6% 급등하면서 1981년 이후 40여 년 만에 최대 폭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그의 이날 발언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 최근 경기 침체 가능성을 부정한 것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옐런 장관은 9일 물가상승세가 계속되고 있지만 노동시장과 가계 소비여력은 아직 탄탄하다는 점을 들어 “경기 침체 조짐은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서머스 전 장관은 연준의 경기 인식이 여전히 너무 한가하다며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그는 물가 전망에 대해선 “물가가 더 오를 위험이 있다”며 “아주 빨리 물가가 내려갈 가능성은 적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한 바이든 행정부가 휘발유값을 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도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이 반격에 나섰다. 버냉키 전 의장은 12일 CNN방송에서 서머스 전 장관 의견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경기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일어날 수도 있지만 연준은 연착륙을 달성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면서 “인플레이션을 줄이면서 경기 침체를 유발하지 않거나 아주 적게만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경제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과 유사하냐’는 질문에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부인했다. 버냉키 전 의장은 “가장 근본적인 차이는 1970년대에는 13, 14년간 인플레이션이 지속돼 사람들이 매우 익숙해졌고 인플레 기대 심리가 굉장히 커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2015년에도 상반된 경기 해법을 주장하며 논쟁을 벌였다. 서머스 전 장관은 당시 “경제가 구조적 장기 침체에 들어갔다”며 재정 지출을 통해 경기를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전 의장의 양적 완화 같은 유동성 확대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이에 버냉키 전 의장은 “돈 풀기 정책으로도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다”고 맞섰다. 연준은 14~15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금리 정책을 발표한다. 지난달에 이어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빠른 물가 억제를 위해 0.75%포인트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만성 적자인 재정수지와 함께 월간 기준으로 3년 만에 ‘쌍둥이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기류에 휩싸였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만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에서 흑자 규모(29억5000만 달러)가 1년 전보다 20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다 4월엔 통상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집중돼 경상수지를 끌어내렸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38억2000만 달러 적자였다. 한은과 정부는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 5월부터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상품수지가 더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도 4월 적자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지출 확대로 통합재정수지는 올 들어 3월까지 이미 33조1000억 원 적자다. 4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면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빈번해질 수 있다.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물가 지표는 또다시 40여 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 노동부는 10일(현지 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6% 올랐다고 밝혔다. 월가의 예상치(8.3%)보다 높고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올리고 9월에도 더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ECB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현지 시간) 발표된 미국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달(8.3%)보다 오른 전년 대비 8.6%로 나타났다. 월가 예상치(8.3%)를 웃돈 것은 물론이고 최근 가장 높았던 올 3월 8.5%보다도 높아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미국 내에서는 인플레이션이 1분기(1∼3월)에 정점을 찍고 서서히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현실은 오히려 더 악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회의에 이어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 기조를 한동안 이어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급격한 긴축은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노동부는 “주거비와 휘발유, 식료품 가격이 전체 물가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며 “이 밖에도 항공요금, 중고차 및 신차 가격, 의료비 등 거의 모든 품목에서 물가가 올랐다”고 설명했다. 물가 전망도 어둡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와 조지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66%는 ‘내년에도 물가 상승세가 많이 또는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물가 상승 기대치가 커지면 근로자의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져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실제 물가 상승률에 악영향을 준다. 기업도 물가 상승을 동반한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미 CNBC방송이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답자 68%는 경기 침체 시기로 2023년 상반기(1∼6월)를 꼽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9일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1년 만에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ECB는 이날 현행 0%인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높이고 9월에도 물가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더 큰 폭으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뒤 지금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해 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단지 한 걸음이 아닌 여정”이라며 긴축을 당분간 이어 나갈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현재 8%가 넘는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 2%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CB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의 3.7%에서 2.8%로,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2.1%로 크게 낮췄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만성 적자인 재정수지와 함께 월간 기준으로 3년 만에 ‘쌍둥이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기류에 휩싸였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만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에서 흑자 규모(29억5000만 달러)가 1년 전보다 20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다 4월엔 통상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집중돼 경상수지를 끌어내렸다. 4월 배당소득수지는 38억2000만 달러 적자였다. 한은과 정부는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 5월부터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상품수지가 더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도 4월 적자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지출 확대로 통합재정수지는 올 들어 3월까지 이미 33조1000억 원 적자다. 4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면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 조치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빈번해질 수 있다.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물가 지표는 또다시 40여 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 노동부는 10일(현지 시간)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6% 올랐다고 밝혔다. 월가의 예상치(8.3%)보다 높고 1981년 12월 이후 최대 상승률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전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올리고 9월에도 더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ECB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韓경제 거시 건전성 적신호…전쟁-공급망 불안에 원자재값 올라4월 수입 증가폭이 수출보다 커…‘나라살림’ 재정수지도 적자 예상통화-재정 정책대응 여력 떨어져…“외환위기 이후 25년만의 위기 우려” 4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나타내는 ‘쌍둥이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한국 경제의 거시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면 대외 신인도가 흔들리고 외국인 자금 유출, 국가신용등급 하락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경제위기를 더 증폭시킬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기준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반 적자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상품수지 악화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수출입 상황을 보여주는 상품수지는 29억5000만 달러 흑자였지만 흑자 폭은 1년 전보다 20억 달러 줄었다. 수출(589억3000만 달러)이 1년 전보다 59억3000만 달러 늘었지만 수입(559억8000만 달러)이 79억3000만 달러로 더 많이 증가한 탓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4월 통관 기준 원자재 수입액은 1년 전에 비해 37.8% 급증했다. 통상 4월에는 12월 결산법인의 외국인투자가 배당금이 반영돼 경상수지를 더 악화시킨다. 올해 4월에도 해외로 배당금이 대거 지급되면서 배당소득수지에서 38억2000만 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적자 규모는 오히려 지난해(―51억6000만 달러)보다 감소해 결국 상품수지 악화가 경상수지를 끌어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를 500억 달러 흑자로 전망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이 장기화하면서 상품수지와 연동된 무역수지는 이미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무역수지는 4월(―25억1000만 달러), 5월(―17억1000만 달러) 두 달 연속 적자다. 올 들어 5월까지 누적 적자는 78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산업연구원은 올해 연간 기준으로 무역수지가 158억 달러 적자를 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 ‘쌍둥이 적자’ 현실화…대외 신인도 흔들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도 2019년 적자로 돌아선 뒤 올해까지 4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는 올해 재정 적자가 7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기준으로 무역수지와 재정수지의 ‘쌍둥이 적자’가 눈앞의 현실이 된 셈이다.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동반 적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자재 가격 상승은 정부가 제어할 수 없는 대외 요인이 커 상품수지가 더 악화될 수 있다”며 “앞으로 해외여행까지 폭발적으로 늘면 서비스수지마저 나빠져 경상수지 적자가 계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상수지 적자가 고착화하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상수지 적자는 대외 부채를 늘리고 국가 신용도를 떨어뜨린다”며 “결과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수입물가를 더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쌍둥이 적자가 이어지면 향후 경기 침체 등에 대응할 정부의 정책 여력도 제한될 것으로 우려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 지출을 확대해 재정 적자를 유도할 수 있지만 경상수지도 적자가 되면 그럴 여력이 사라진다”며 “추가로 발생할 대내외 변수에 통화·재정 정책으로 대응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세종=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4월 경상수지가 24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만성 적자인 재정수지와 함께 월간 기준으로 3년 만에 ‘쌍둥이 적자’가 확실시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기류에 휩싸였다. 1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 경상수지는 8000만 달러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 경상수지 적자가 발생한 것은 2020년 4월(―40억2000만 달러) 이후 2년 만이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에서 흑자 규모(29억5000만 달러)가 1년 전보다 20억 달러 감소한 영향이 컸다.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늘어난 탓이다. 여기에다 4월엔 통상적으로 국내 기업의 해외 배당금 지급이 집중돼 경상수지 적자폭을 키웠다. 4월 배당소득수지에서 38억2000만 달러 적자가 났다. 한은과 정부는 배당금 지급 등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 5월부터 경상수지가 다시 흑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상품수지가 더 악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나라살림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통합재정수지도 4월 적자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등 정부 지출 확대로 통합재정수지는 올 들어 3월까지 이미 33조1000억 원 적자다. 4월 경상수지와 재정수지가 동시에 적자를 기록하면 2019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 조치 여파로 경상수지 적자가 빈번해 질 수 있다. 쌍둥이 적자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하락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에 이어 유럽도 긴축 움직임을 공식화해 대외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일(현지 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올리고 9월에도 더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ECB가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세계적 긴축 움직임에 전날 뉴욕 증시가 2% 안팎 급락한 데 이어 코스피도 10일 1.13% 하락했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각국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9일(현지 시간)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처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11년 만에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미국 역시 8%대 물가상승률이 계속돼 중앙은행의 빠른 긴축이 불가피하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현행 0%인 기준금리를 7월에 0.25%포인트 높이고 9월에도 물가 전망이 개선되지 않으면 더 큰 폭으로 높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CB는 2016년 3월 기준금리를 0%로 낮춘 뒤 지금까지 제로(0)금리를 유지해왔다. 또 7월 1일자로 자산매입프로그램(APP)에 따른 채권 매입도 종료하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는 단지 한 걸음이 아닌 여정”이라며 긴축을 당분간 이어나갈 뜻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현재 8%가 넘는 물가상승률을 목표치 2%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ECB는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 글로벌 경제의 악재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월의 3.7%에서 2.8%로, 내년 전망치도 2.8%에서 2.1%로 크게 낮췄다. 미국도 급격한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오전 발표될 5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달과 비슷한 8.3% 수준으로 월가는 전망했다. 3월의 8.5%보다는 낮지만 여전히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지속되면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빅 스텝’ 기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이는 미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을 높여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세계 경제성장률을 큰 폭으로 떨어뜨리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가능성을 경고했다. 미국 경기 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9일 워싱턴포스트(WP)와 조지메이슨대 공공행정대학원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 66%는 ‘내년에도 물가상승세가 많이 또는 다소 악화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소비자의 물가상승 기대치가 커지면 근로자 임금 인상 요구가 높아져 기업 제품 가격 인상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에 실제 물가상승률에 악영향을 준다. 기업도 경기 침체에 대비하고 있다. 미 CNBC방송이 주요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2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응답자 68%는 경기 침체 시기로 2023년 상반기(1~6월)를 꼽았다. 또 현재 32,000선을 약간 넘는 뉴욕증시 대표지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30,000선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응답도 77%나 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경기 침체 위험이 평소보다 훨씬 높다”면서 2년 안에 침체에 빠질 확률을 50%로 추정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북한 미사일 도발을 놓고 한국 미국과 북한 중국 러시아가 유엔에서 정면충돌했다. 한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추가 대북제재를 불발시킨 중-러의 거부권 행사는 북한 도발을 묵인한 것이라고 비판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오히려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도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한미 연합훈련을 중단하라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는 8일(현지 시간) 유엔총회에서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에 우려를 표하지만 그들의 고통은 제재가 아닌 자국 정책에 따른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하늘에 비싼 미사일을 터뜨리면서 부족한 자원을 허투루 써온 것을 우리는 지켜봤다”고 비판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달 26일 유엔 안보리에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중국과 러시아에 그 이유를 설명하라는 취지로 열렸다. 김성 주유엔 북한대사는 “우리 무기를 현대화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안보를 지키기 위한 적법한 자위권”이라고 주장했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북한을 싸고돌았다.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2018년 비핵화 조치를 취한 북한에 미국은 화답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제재 대신 의장 성명을 고려하기를 희망했지만 미국은 홀로 표결 강행을 주장하며 안보리를 대결 구도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대북제재 완화와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비롯해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한 셈이다. 안나 옙스티그니바 주유엔 러시아 차석대사도 “기존 제재가 지역 안보 보장에 실패했고 비확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제프리 딜로렌티스 미국 주유엔 차석대사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은 북한에 (미사일 발사를) 암묵적으로 허용해준 것”이라고 비판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2년간 제로에 가깝게(close to zero) 떨어질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경제가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에 빠졌다고 경고한 보고서를 낸 7일(현지 시간)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2.9%)이 지난해(5.7%)의 반 토막에 그칠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경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교란 여파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은 이런 경기 둔화가 8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은행은 향후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긴축 정책이 신흥국에 충격을 주고 유럽이 러시아 제재로 에너지 수입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중국이 다시 대규모 봉쇄에 나서면 올해 세계 성장률이 2.1%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에서 1.5%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50년 전 오일쇼크 때와 닮았다”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세계 경제가 3가지 측면에서 1970년대와 닮았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의 부양책 이후 공급 측면의 문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성장률 전망치가 약화됐으며 △물가 억제를 위한 통화 긴축으로 신흥국이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급격한 물가 오름세가 나타났다. 이에 미국 등 주요국이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폈고 세계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겪었다. 현재도 공급 부문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이 왔다는 점이 비슷하다. 미국 등 주요국이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같다. 보고서는 “1970년대에 주요 선진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신흥시장과 개도국에 일련의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통화긴축 여파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 “일부 국가 1980년대식 부채 위기 내몰릴 것”주요국들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3.7%에서 2.5%로, 중국은 5.1%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 기존(3.4%)의 반 토막 수준인 1.7%로 낮췄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일제히 올렸다. 미국 상승률을 4.4%에서 7%로, 중국은 1.7%에서 2%로, 일본은 0.8%에서 1.9%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7%에서 7%나 올렸다. 월가는 10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8.2%로 예상하고 있다. 3월(8.5%), 4월(8.3%)에 이어 3개월 연속 8%대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도 8.1%로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신흥국과 각국 저소득층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올해 개발도상국의 1인당 소득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5%포인트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 및 비료 생산 차질로 전 세계의 식품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어 코로나19 이전보다 최소 7500만 명 이상이 극도의 빈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국장은 “일부 국가가 1980년대에 경험한 부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이는 실재하는 위협”이라고 진단했다.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동시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경제 불황 속 경제성장률이 계속 떨어지는데도 물가가 오르는 저성장 고물가 상태를 가리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세계은행이 7일(현지 시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4.1%에서 2.9%로 크게(1.2%포인트) 낮추면서 1970년대에 겪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이 50년 만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경고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4.5%(지난해 12월)에서 3.0%로 1.5%포인트 낮춰 하락 폭이 세계은행보다 컸다. 특히 OECD는 회원국들의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 예상했던 4.4%의 2배인 8.8%로 대폭 올렸다. 세계은행과 OECD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각국의 통화긴축 정책, 중국의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스태그플레이션을 야기하는 복합적인 악재로 지목했다. 세계은행이 제시한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5.7%)의 절반에 불과하다.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3.7%에서 2.5%로 낮췄고, 중국도 5.1%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내년과 2024년에도 세계 경제가 각각 3.0%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적 투자 약화 등으로 향후 10년간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OECD 회원국들의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지난해 연간 상승률(3.7%)의 2배가 넘는다. OECD는 올해 미국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4.4%에서 7%로, 중국은 1.7%에서 2.0%로, 일본은 0.8%에서 1.9%로 올렸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7일 기자회견에서 “평균 이상의 인플레이션과 평균 이하의 성장세가 수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며 많은 나라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악의 경우 앞으로 2년간 경제성장률이 “제로(0)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다. 2021∼2024년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2.7%포인트 둔화할 것이라며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6∼1979년 경기 둔화 속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무역 장벽을 없애고 제품 생산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OECD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에서 2.7%로 내렸고,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1%에서 4.8%로 올렸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는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4월 발표된 성장률 속보치(0.7%)보다 낮아졌다. ‘50년만의 글로벌 S’ 경고음전쟁-감염병 따른 공급망 불안에물가 상승-성장률 약화-통화 긴축 1970년대 ‘경기침체속 고물가’ 닮아 세계銀 “올 성장률 작년의 반토막”…OECD “물가상승률 작년의 두배” 1980년대 수준 부채위기 올수도“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앞으로 2년간 제로에 가깝게(close to zero) 떨어질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세계 경제가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위험에 빠졌다고 경고한 보고서를 낸 7일(현지 시간)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밝혔다고 전했다. 올해 세계 성장률(2.9%)이 지난해(5.7%)의 반 토막에 그칠 것이라는 세계은행의 경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교란 여파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세계은행은 이런 경기 둔화가 80여 년 만에 가장 가파른 속도라고 지적했다. 특히 세계은행은 향후 세계 경제의 성장 전망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의 긴축 정책이 신흥국에 충격을 주고 유럽이 러시아 제재로 에너지 수입을 갑자기 중단하거나 중국이 다시 대규모 봉쇄에 나서면 올해 세계 성장률이 2.1%까지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3%에서 1.5%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50년 전 오일쇼크 때와 닮았다”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현재 세계 경제가 3가지 측면에서 1970년대와 닮았다고 분석했다. △장기간의 부양책 이후 공급 측면의 문제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했고 △성장률 전망치가 약화됐으며 △물가 억제를 위한 통화 긴축으로 신흥국이 위기에 몰렸다는 점이다.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 주요 산유국의 감산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급격한 물가 오름세가 나타났다. 이에 미국 등 주요국이 강도 높은 금리 인상 정책을 폈고 세계 경제가 고물가와 저성장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을 겪었다. 현재도 공급 부문에서 예기치 못한 충격이 왔다는 점이 비슷하다. 미국 등 주요국이 강도 높은 통화긴축 정책을 펴고 있다는 점도 같다. 보고서는 “1970년대에 주요 선진국들이 스태그플레이션 대처를 위해 가파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는 신흥시장과 개도국에 일련의 금융위기를 발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50년 전과 마찬가지로 통화긴축 여파가 상당하다고 진단했다. ○ “일부 국가 1980년대식 부채 위기 내몰릴 것”주요국들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징후가 뚜렷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8일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지난해 12월 3.7%에서 2.5%로, 중국은 5.1%에서 4.4%로 하향 조정했다. 일본은 기존(3.4%)의 반 토막 수준인 1.7%로 낮췄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일제히 올렸다. 미국 상승률을 4.4%에서 7%로, 중국은 1.7%에서 2%로, 일본은 0.8%에서 1.9%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2.7%에서 7%나 올렸다. 월가는 10일 발표될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8.2%로 예상하고 있다. 3월(8.5%), 4월(8.3%)에 이어 3개월 연속 8%대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의미다. 유로존의 5월 소비자물가도 8.1%로 1997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에 나서면서 신흥국과 각국 저소득층이 특히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세계은행은 지적했다. 올해 개발도상국의 1인당 소득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5%포인트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곡물 및 비료 생산 차질로 전 세계의 식품 부족이 심각해지고 있어 코로나19 이전보다 최소 7500만 명 이상이 극도의 빈곤 상태에 빠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국장은 “일부 국가가 1980년대에 경험한 부채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이는 실재하는 위협”이라고 진단했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세종=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김성모 기자 mo@donga.com}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사진)이 7일(현지 시간) 상원 금융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이 (당분간은) 높게 유지될 것”이라며 “현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며 “인플레이션은 지금 최우선 경제 과제”라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높은 물가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선진국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미국 인플레이션이 조 바이든 행정부 책임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에너지와 식량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만큼 물가 급등은 외부 요인이 더 크다는 주장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 대응을 위해 바이든 대통령이 취할 조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지적에 “불행하게도 그것이 잔인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러몬도 장관은 “대통령은 의회 등에 유가를 낮추기 위한 아이디어를 요청하고 있지만 현실은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 일반 휘발유 가격은 이날 갤런(약 3.8L)당 4.92달러로 전주보다 0.3달러 올랐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세계은행이 7일(현지 시간)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낮추면서 1970년대에 겪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이 50년 만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을 경고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에 따른 공급망 불안정, 각국의 통화긴축 정책, 중국의 강도 높은 봉쇄 정책을 세계 경제를 짓누르는 복합적인 악재로 지목했다. 올해 1분기(1~3월) 한국 경제도 0.6% 성장하는 데 그쳤다. 4월 발표된 성장률 속보치(0.7%)보다도 낮아졌다. 세계은행은 이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월 4.1%에서 2.9%로 1.2%포인트 낮췄다.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률(5.7%)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은행은 내년과 2024년에도 세계 경제가 각각 3%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은행은 “전 세계적 투자 약화 등으로 향후 10년간 저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의 타격이 특히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역별로는 올해 선진국이 2.6%,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이 3.4% 각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모두 1월 전망치에 비해 1.2%포인트씩 낮아졌다.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월 3.7%에서 2.5%로 낮췄고 중국도 5.1%에서 4.3%로 하향 조정했다. 서방의 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1월 전망보다 11.3%포인트 낮은 마이너스(-) 8.9%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균 이상의 인플레이션과 평균 이하의 성장세가 수년 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이 상당하다”며 많은 나라가 경기 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최악의 결과가 현실화될 경우 앞으로 2년간 경제성장률이 “제로(0)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2021~2024년 세계 경제의 성장 속도가 2.7%포인트 둔화할 것이라며 2차 오일쇼크가 발생했던 1976~1979년 경기 둔화 속도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각국 정부에 무역 장벽을 없애고 제품 생산을 늘릴 것을 권고했다. 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잠정치)은 전 분기보다 0.6% 증가하는 데 그쳐 한국도 경기 침체 국면에 접어든 것 아이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10~12월) 1.3%까지 올랐다가 올해 민간소비와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다시 0%대로 떨어졌다.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