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임희윤 기자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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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아이유, 레드벨벳, 트웬티원파일러츠, 요요마, 래드윔프스, 카를라 브루니, 잭 블랙….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북유럽부터 남미까지 싸돌아다녔습니다.

imi@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칼럼45%
음악23%
인사일반13%
문화 일반13%
사회일반3%
문학/출판3%
  • “연주에 3명 필요 길이 3m 초대형 나발… 88올림픽 개막식에 쓰려고 특수제작”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내 국악박물관 3층. 길이 3m에 달하는 초대형 나발이 시야를 압도했다. 이날 개막한 국악기 개량 60년 회고전 ‘변화와 확장의 꿈’(다음 달 15일까지·무료)의 간판 작품. 25현 가야금, 9현 아쟁 등 40여 점의 전시물이 해양 생물이라면 저것은 거대한 흰수염고래쯤 되는 위용이다. 이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넉넉한 인상의 노인이 있었다. 한때 전설의 바다를 누비다 은퇴한 선장처럼 보이는 그는 현역. 중요무형문화재 42호 악기장 보유자 김현곤 씨(87)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대취타를 위해 의뢰 받아 제가 특수제작을 했죠. 황동에 코팅을 입힌 5개의 관을 곡선 형태로 이어 붙였습니다. 여기 이 고리에 줄을 걸어 두 명이 어깨에 메야 했으니 연주에 총 3명이 필요한 악기였지요. 허허.” 김 악기장은 국악기 개량의 살아있는 역사다. 고교 시절부터 악기사에 근무하며 미군 부대에서 버리는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을 수리했다. 손수 악기사를 차린 뒤 한때 양악기에 천착했지만 1980년대 초 국립국악원 의뢰로 우리 편종과 편경 복원에 착수하며 국악기에 투신했다. 이번 특별전은 1969년 이후 53년 만에 열리는 개량 국악기 전문 전시다. 60년에 달하는 국악기 개량의 역사를 악기, 해설 비디오, 연주 체험으로 일별할 수 있다. 상용화에는 실패했지만 발상이 신선한 다양한 개량 악기도 볼거리. 초대형 나발 못잖게 눈길 끄는 작품이 음량 조절 장구다. 궁편과 채편 사이에 밸브 모양의 칸막이를 설치해 다이얼만 돌리면 소리 크기를 조절할 수 있는, 김 악기장의 발명품이다. “자연음향을 살린 국악 홀이 느는 추세 속에 음량 조절이 늘 화두였는데, 재작년 국악원 수장고에서 이 작품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윤권영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 연구원(43)의 말이다. 그는 나이 차 44년을 극복한 김 악기장의 ‘영혼의 파트너’. 악기 연구와 개량 사업을 위해 지난 10년간 국내는 물론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을 함께 누볐다. 국악원과 김 악기장은 베트남 전쟁 때 소실돼 근 40년간 연주되지 못한 베트남 편종, 편경을 복원해 베트남 왕실에 기증하기도 했다. “최근 국악기 개량의 또 다른 화두는 중음역에 몰려 있는 국악관현악의 음폭 확장입니다. 저음 표현을 위해 콘트라베이스와 첼로를 ‘용병’으로 쓰지만 향후 저음 아쟁 등을 개발해 이를 대체하는 게 목표죠.”(윤 연구원) 특정한 소리를 내려면 결국 양악기의 구조를 따라가게 되는데 그럴 때 과연 어디까지가 ‘우리다운 것’이냐는 철학적, 인류학적인 문제가 대두되게 마련이다. 김 악기장은 “1980년대 국악기 개량 당시부터 수많은 논쟁과 난관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가 젊은 연구자에게 건네는 조언은 당신의 평생을 건 신념이기도 하다. “개량이란 원래 목숨 걸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악학궤범에 따라 크기와 개수가 제한된 편종의 한계를, 여론이 허한다면 크게 넓혀보는 게 저의 남은 꿈입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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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명 홀 있죠?” 결혼-돌잔치 예약 폭주… 콘서트 ‘떼창’도 부활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첫날 도심 식당가와 거리는 회식 등을 즐기는 인파로 모처럼 북적였다. 사적모임 인원제한이 사라지면서 결혼식과 돌잔치, 동문회 등 대규모 행사를 진행할 호텔 연회장 예약 문의는 평소의 2배로 치솟았고 예복, 정장 등 행사용 의류 구입도 크게 늘었다.》#1. 18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무교동 먹자골목은 퇴근 후 회식하는 직장인들로 북적였다. 일부 식당 앞에서는 직장인들이 들뜬 표정으로 입장을 기다렸다. 직장인 선모 씨(46)는 “2년여 만에 회사 팀원 12명이 한 테이블에 다 모여 저녁을 먹으러 왔다”고 했다. 야외에 설치된 테이블도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한 호프집 주인은 “이제야 활기가 도는 것 같다”며 기뻐했다. #2. 올가을 결혼을 앞둔 이모 씨(37)는 결혼식 계획을 뒤엎고 다시 짰다. 당초 100명 규모의 호텔 연회장을 예약했지만 300명 규모의 대형 웨딩홀로 식장을 바꿨다. 그는 “호텔 서너 곳에 문의했지만 모두 올해 말까지 토요일 예약이 마감됐다고 해서 일요일 저녁으로 겨우 예약했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 첫날인 18일 서울 도심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인파로 넘쳐났다. 사적 모임 인원 제한과 가게 영업시간 제한이 사라지자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료나 지인들과의 모임이 곳곳에서 열렸다. 소규모로 조촐하게 진행됐던 결혼식과 돌잔치 등의 모임 규모를 키우고 단체 여행도 재개하는 분위기였다. ○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에 ‘보복 회식’ 이날 서울 시내 사무실 밀집지는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기념하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부서원 7명과 함께 고깃집을 찾은 직장인 이모 씨(33)는 “8명이 함께 모일 식당을 예약하기도 힘들 정도로 자리가 찬 곳이 많았다”며 “얼마 만인지 생각도 안 날 만큼 오랜만에 부서원 전체가 모여 즐겁다”고 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는 회식 인증샷과 함께 ‘보복 회식’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를 분출한다는 ‘보복소비’에 빗대어 그동안 못 했던 회식을 집중적으로 한다는 뜻에서였다. 한 대리운전기사는 “17일 ‘12시 콜’(밤 12시에 대리운전을 부르는 콜)이 폭발했다. 노래방 야간 영업까지 풀려 자정 넘어서까지 3차 손님이 쏟아졌다”고 했다. 호텔가도 모처럼 대목을 맞이했다.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는 이달 15일부터 돌잔치 문의가 평소 2배 이상으로 쇄도했다. 지금까지는 돌잔치를 하면 사적 모임 인원 제한(10명)으로 주로 직계가족만 참석하는 모임만 받았다. 메이필드호텔 관계자는 “10명 이상 못 모이던 회갑연 등 가족 행사 문의가 늘었다”고 말했다. 학교 동문회와 대형 포럼 일정도 속속 잡히고 있다.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6월 이후부터 정보기술(IT) 업체 위주로 500명 이상 대규모 행사 예약이 잡히고 있다. 동창회는 물론이고 송년회 예약까지 벌써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예비부부들은 대형 웨딩홀로 갈아타거나 하객 수를 늘리기 위해 분주한 분위기였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주요 호텔과 웨딩홀 결혼식 예약 문의는 전년 동기보다 30∼50% 증가했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호텔 예식은 연말까지 대부분 마감됐고 내년 예식 일정도 인기 시간대 위주로 빠르게 채워지고 있다. 각종 행사가 늘어난 데다 사무실 근무까지 재개되며 정장도 많이 팔리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3월 1일부터 이달 17일까지 남성패션복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0.5% 늘었다. LF 신사복 마에스트로의 슈트 매출은 최근 일주일 새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 콘서트 떼창·영화관 팝콘 관람도 부활 여행업계도 가족 단위 여행 문의가 몰리고 있다. 인터파크 투어에서 이달 국내 숙박 예약은 전월 대비 80% 이상 증가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해외 항공편이 아직 정상화되지 않아 국내로 여행 수요가 쏠리고 있다”고 했다. 박수와 손짓으로만 응원을 보낼 수 있었던 콘서트장에선 일명 ‘떼창’이 부활할 것으로 전망된다. 300명 이상 대규모 공연이나 스포츠대회 등에 적용됐던 관계 부처의 사전 승인 절차가 사라지면서 초대형 콘서트도 열릴 수 있게 된다. 다음 달 공연 예정인 가수 임영웅, 아이돌 그룹 등의 콘서트에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광경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방역 당국이 25일부터 실내 취식을 허용하기로 함에 따라 13개월 만에 극장 상영관에서 영화를 보며 팝콘 등 음식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년간 중단했던 ‘봄 박물관 정원 산책’ 해설 등 각종 프로그램을 23일부터 본격적으로 재개한다.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임희윤 기자 imi@donga.com이승우 기자 suwoong2@donga.com}

    •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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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훈아, 데뷔 55주년 기념 전국 순회공연

    가수 나훈아(사진)가 데뷔 55주년 기념 순회공연을 연다. 18일 소속사에 따르면 나훈아는 6월 11일 부산 벡스코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 콘서트 ‘드림 55’에 나선다. 이어 대전 창원 인천 대구 안동 고양 서울 천안 광주까지 10개 도시에 걸쳐 9월까지 총 23회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나훈아는 앞서 2월 55주년 기념 앨범 ‘일곱 빛 향기’를 발표하고 수록 곡 ‘맞짱’ ‘Change (체인지)’의 뮤직비디오를 내놓기도 했다. 소속사 측은 “데뷔 55년을 기념해 나훈아는 본인 스스로 혼잣말처럼 ‘지나온 세월이 정말 꿈만 같다’고 넋두리하며 제목을 ‘드림 55’로 지었다”면서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온 우리 모두의 가슴을 후련하게 씻어줄 열정의 일곱 빛 향기 무대가 펼쳐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부산 출신인 나훈아는 1968년 ‘내 사랑’으로 데뷔했다. ‘고향역’ ‘영영’ ‘무시로’ ‘사랑’ 등을 크게 히트시켰다. 2020년 KBS 2TV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방송과 같은 해 8월 신곡 ‘테스형’이 인기를 끌며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말에도 부산 벡스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대구 엑스코에서 콘서트를 열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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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재즈의 모든 스펙트럼 준비… 소중한 무대 선사할게요”

    “세계 어디 내놔도 자랑스러운 한국 재즈인들의 날갯짓을 꼭 지켜봐 주세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카페에서 만난 재즈 가수 웅산은 “한국의 보석 같은 음악가들을 사람들이 더 많이 알아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국재즈협회(회장 웅산)가 대규모 재즈 축제를 준비했다. 26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엿새 동안 용산구 노들섬 복합문화공간에서 열리는 ‘2022 서울 재즈 패스타 앳 노들섬’이다. 행사 기간 100여 명의 음악가가 출동한다. 현장에서, 또 플랫폼 ‘네이버 나우’를 통해 모든 공연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유네스코가 제정한 세계 재즈의 날(매년 4월 30일)을 기념하는 축제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같은 기존 대규모 축제와 달리 서울 재즈 페스타는 100% 국내 음악가만 내세운다는 게 차별점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서울시도 이번 행사를 후원한다. 특히 예산을 따내기 위해 웅산이 직접 두 차례의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고 한다. “서울시 문화부 공무원 10분 정도를 두 차례 노들섬에 초대해 한국 재즈의 역사부터 브리핑했습니다. 노래만 하다가 자료 준비부터 진행까지 직접 하려니 무척 떨렸어요.” 이런 정성이 먹혔을까. 서울시는 예산 지원에 그치지 않고 서울시 대표 축제 7선 중 하나로 이 축제를 선정했다. “한국 재즈는 1926년 ‘코리아 재즈 밴드’가 시발점이 됐고 노들섬이 속한 용산구의 미 8군 무대를 기반으로 성장해갔죠.” 독특한 구성도 눈에 띈다. 애피타이저 격으로 ‘렉처 콘서트’가 문을 연다. 재즈 평론가 김광현, 남무성 씨가 친절한 설명을 공연에 곁들인다. 이정식 말로 성기문 유사랑 혜원 조해인 마리아킴 이주미 최우준 등 세대를 초월한 음악가들의 향연이 이어진다. 웅산은 한영애와 최초로 듀엣 무대를 펼친다. ‘누구 없소’를 부를 예정. 피날레이자 메인 무대는 파격. 한국 자유즉흥 음악의 전설인 강태환 트리오가 맡는다. “어쩌면 너무 진한 에스프레소를 넘어 원두 자체를 씹어 먹는 느낌의 어려운 무대가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애피타이저, 메인 메뉴, 디저트까지 한국 재즈의 스펙트럼을 모두 준비했으니 이 소중한 무대를 꼭 지켜봐주세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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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6월 컴백… 11개월 만에 새 앨범 낸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사진)이 6월 10일 새 앨범을 내고 컴백한다. 방탄소년단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라스베이거스’의 마지막 날 공연 피날레 영상을 통해 ‘2022.6.10’이라는 신작 발표일을 공개했다. 방탄소년단의 신작 발표는 지난해 7월 ‘Permission to Dance’ 이후 11개월 만이다. 이번 신작은 여러 곡을 담은 최소 미니앨범 이상의 분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 스페셜 앨범 ‘BE’(2020년 11월) 이후 1년 7개월 만에 한국어 노래까지 포함한 앨범 단위의 신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는 새 앨범 관련 세부 내용은 추후 안내하겠다고 밝혔다. 데뷔일(6월 13일)과도 맞물려 대규모 이벤트나 활동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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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조 아이돌이 포크 거장을 만나면…

    가수 이효리 씨(43)가 장필순, ‘어떤날’의 감성을 만난다. 싱어송라이터 조동익(62), 조동희(49) 남매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 씨가 부를 신곡(제목 미정)을 제작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동희 작사, 조동익 작곡, 이효리 가창’으로 완성할 신곡은 전대미문의 조합만으로도 가요계의 화제가 될 듯하다. 조동익 씨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전설적 포크 듀오 ‘어떤날’로 활동하며 관조적 정서를 대표한 음악가다. 들국화, 시인과촌장, 고 유재하와 김광석, 김현철, 동물원 등 수많은 음악가와 교류하고 음반 제작을 도왔다. 포크 거장 고 조동진 씨(1947∼2017)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가 그룹 핑클 출신인 이 씨의 곡을 처음 맡아 쓰게 됐으니 1980년대 포크 스타와 1990년대 아이돌 스타가 인생 여정을 돌고 돌아 뜻밖의 음악적 교차점에서 만난 셈이다. 조동익 씨는 “효리 씨는 댄스가수이자 아이돌이었지만 제주의 작은 마을 소길리에서는 저의 이웃이었고 가끔 소주 한잔 함께 하는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저는) 그의 또 다른 면을 조금 알고 있는 듯하다”고 운을 뗐다. “장르나 분위기는 일단 제가 직접 부를 것을 상상하며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만든 심심한 노래도 (효리 씨를 통해) 예쁘고 아름다운 노래가 될 거예요.”(조동익 씨) 이번 작업은 조동익-동희 남매가 3월 시작한 ‘투트랙 프로젝트’에 이효리 씨가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 성사됐다. ‘투트랙…’은 조동희 작사, 조동익 작곡의 신곡 연작 프로젝트. 가창자는 다양한 가수가 이어달리기하듯 맡는다. 첫 회로 3월 정승환, 장필순 씨가 ‘연대기’를 각자의 버전으로 불러 발표했다. 이달에는 잔나비(18일 발매 예정)와 한영애 씨가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로 이어받는다. 노랫말과 선율이 같은 하나의 신곡을 다른 개성의 두 가수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하는 형태다. 따라서 시리즈 3탄이 될 이효리의 ‘짝’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투트랙…’의 단초는 조동익-동희 남매가 25년 전 합작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년 장필순)다. 젊은 가수들의 목소리로 끝없이 재해석되는 가요사의 명작. 조동희 씨는 “그 곡에 버금가는 수작을 더 만들어 여러 가수의 목소리로 전달함으로써 현 시대의 보다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가 보자는 데 오빠와 생각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조동익 씨는 “그 곡이 그러했듯,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신곡을 연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두 달 간격으로 낸 연작이 10여 곡 모이면 CD나 LP로도 발매할 계획이다. 조동희 씨는 “한 곡에 3∼10명의 작사, 작곡가가 붙어 조립식으로 노래를 만드는 요즘의 케이팝 시스템 밖에 예스럽고 우직한 작사의 시대, 멜로디의 시대도 건재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투트랙 프로젝트’의 모든 음원은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도 서비스된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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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이효리, ‘어떤날’의 감성 만난다…조동익-동희 ‘투트랙 프로젝트’ 참여

    가수 이효리 씨(43)가 장필순, ‘어떤날’의 감성을 만난다. 싱어송라이터 조동익(62), 조동희(49) 남매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 씨가 부를 신곡(제목 미정)을 제작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동희 작사, 조동익 작곡, 이효리 가창’으로 완성할 신곡은 전대미문의 조합만으로도 가요계의 화제가 될 듯하다.조 씨는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전설적 포크 듀오 ‘어떤날’로 활동하며 관조적 정서를 대표한 음악가다. 들국화, 시인과촌장, 고 유재하와 김광석, 김현철, 동물원 등 수많은 음악가와 교류하고 음반 제작을 도왔다. 포크 거장 고 조동진 씨(1947~2017)의 동생이기도 하다. 그가 그룹 핑클 출신인 이 씨의 곡을 처음 맡아 쓰게 됐으니 1980년대 포크 스타와 1990년대 아이돌 스타가 인생 여정을 돌고 돌다 뜻밖의 음악적 교차점에서 만난 셈이다. 조동익 씨는 “효리 씨는 댄스가수이자 아이돌이었지만 제주의 작은 마을 소길리에서는 저의 이웃이었고 가끔 소주 한 잔 함께 하는 친구이기도 했다. (그래서 저는) 그의 또 다른 면을 조금 알고 있는 듯하다”고 운을 뗐다. “장르나 분위기는 일단 제가 직접 부를 것을 상상하며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제가 만든 심심한 노래도 (효리 씨를 통해) 예쁘고 아름다운 노래가 될 거예요.”(조동익) 이번 작업은 조동익-동희 남매가 3월 시작한 ‘투트랙 프로젝트’에 이효리 씨가 적극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혀 성사됐다. ‘투트랙…’은 조동희 작사, 조동익 작곡의 신곡 연작 프로젝트. 가창자는 다양한 가수가 이어달리기하듯 맡는다. 첫 회로 3월 정승환, 장필순 씨가 ‘연대기’를 각자의 버전으로 불러 발표했다. 이달에는 잔나비(18일 발매 예정)와 한영애 씨가 ‘사랑을 사랑하게 될 때까지’로 이어 받는다. 노랫말과 선율이 같은 하나의 신곡을 다른 개성의 두 가수가 비슷한 시기에 발표하는 형태. 따라서 시리즈 3탄이 될 이효리의 ‘짝’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다. ‘투트랙…’의 단초는 동익-동희 남매가 25년 전 합작한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1997년 장필순)다. 젊은 가수들의 목소리로 끝없이 재해석되는 가요사의 명작. 조동희 씨는 “그 곡에 버금가는 수작을 더 만들어 여러 가수의 목소리로 전달함으로써 현 시대의 보다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가 보자는 데 오빠와 생각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조동익 씨는 “그 곡이 그러했듯, 누구나 부를 수 있는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은 신곡을 연작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두 달 간격으로 낸 연작이 10여 곡 모이면 CD나 LP로도 발매할 계획. 조동희 씨는 “한 곡에 3~10명의 작사, 작곡가가 붙어 조립식으로 노래를 만드는 요즘의 케이팝 시스템의 밖에 예스럽고 우직한 작사의 시대, 멜로디의 시대도 건재함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투트랙 프로젝트’의 모든 음원은 음악 저작권료 청구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에도 서비스된다. 조동희 씨는 “동진, 동익 오빠와 소박한 음악 공동체 ‘하나음악’ ‘푸른곰팡이’에 머물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첨단 시장에 발맞춘 열린 사고(思考)에도 도전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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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재즈 ‘10년의 역사’ 담은 사진집 나왔다

    한국 첫 재즈 전문 사진집이 출간됐다. 다큐멘터리 사진·영상 작가인 이다영 씨(42)가 낸 ‘Jazz, OnStage’(재즈, 온스테이지)·(나미브)다. 5일 서울 중구의 전시장 겸 카페 ‘나미브’에서 만난 이 씨는 “상업적 실패를 감수하고서라도 역사를 기록한다는 신념으로 출간하게 됐다”고 말했다. 책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이 씨가 찍은 사진을 3권에 걸쳐 총 432페이지에 빼곡히 담았다. 신관웅, 최선배 등 국내 1세대 재즈 음악가부터 방한해 공연한 미국, 이탈리아, 노르웨이 등 세계 각지의 연주자들까지 두루 실었다. 어른이 두 손을 받쳐 들어야 할 정도로 묵직하다. “고교 때부터 재즈 마니아였어요. 한 장, 한 장이 이제는 역사가 된 (미국 유명 재즈 음반사) 블루노트의 앨범 사진들을 보면서 저도 언젠가 그런 뜻깊은 기록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사진집에서 그가 가장 아끼는 사진은 이탈리아 피아니스트 조반니 미라바시, 러시아 트럼페터 알렉스 시피아긴의 내한 연주 장면. 그는 “조명과 구도 측면에서 어려운 도전이었는데 무대 바닥을 기다시피 하며 잡아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은 재즈 공연계가 재생하기를 소망한다. “서울 이태원 ‘올 댓 재즈’가 지난해 문을 닫을 때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다시 저의 카메라에 재즈 사진이 가득 차 10년쯤 뒤 ‘재즈, 온스테이지’ 2편을 내는 날이 오기를 소망합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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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윤 기자의 죽기전 멜로디]매사추세츠의 A, B, C, D, E… K

    매사에 감사하란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근데 매사추세츠주에 감사할 일이 생길 줄은 또 몰랐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하면 뭐가 먼저 떠오르는지? 역사 마니아라면 보스턴 차(茶) 사건이리라. 미국 독립운동의 시원. 대학 도시로도 이름났다.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대(MIT), 웰즐리대 등 명문사학을 안팎에 품은 곳. 음악 팬도 잊지 못할 예향이다. 대표 주자가 저 싱거운 이름의 애향 록 밴드 보스턴. MIT 출신의 수재 톰 숄츠가 이끌며 자신의 공학 지식을 ‘More Than a Feeling’(1976년) 등 명곡 녹음에 쏟아부은 독특한 팀. 보스턴은 버클리음대도 가졌다. 키스 재럿, 게리 버턴 등 재즈 거장부터 록 밴드 드림 시어터, 이매진 드래건스까지 다양한 음악가가 거쳐 간 곳. #1. 보스턴의 록 음악사를 일괄하려면 ABC, 아니, ABCDE부터 외우면 된다. 세계적 록 밴드 에어로스미스, 보스턴, 더 카스(The Cars), 드림 시어터, 드롭킥 머피스, 익스트림을 배출했다. 이 ‘보스턴 음악 알파벳’은 인근 도시 로웰이 무대인 영화 ‘더 파이터’(2010년)도 반영했다. 권투 영화답게 뜨거운 음악이 많이 쓰였는데 동향 밴드 에어로스미스, 드롭킥 머피스의 로큰롤도 빠지지 않는다. #2. 아메리칸 뮤직의 수호자처럼 보이는 보스턴 음악계에 뜻밖의 뉴스가 있다. 한국 음악 붐이다. 지난달 찾은 버클리음대 교정에서는 케이팝을 좋아하고 연주하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이 학교 다국적 학생들의 케이팝 헌정 공연에서 퍼커션은 콜롬비아, 드럼은 가나, 바이올린은 프랑스 학생이 맡았다. 편곡에는 말레이시아, 체코, 미국 학생이, 전자음악 제작에는 한국과 중국 학생이 머리를 맞댔다. #3. 강 건너 MIT 교정에서도 한국 문화 서포터를 만났다. 재학생에게 한국 연수나 인턴십 기회를 만들어주는 ‘MIT 한국 프로그램’ 담당자 맷 버트 씨다. 1999년 한국 땅을 처음 밟고 매력에 푹 빠졌다는 그는 “내 이렇게(케이팝이 세계적 인기를 끌게) 될 줄 진즉에 알았다”며 너스레부터 떨었다. “당시 god의 ‘거짓말’ ‘길’을 들으면서 미국에서도 언젠가 반드시 통할, 수준 높은 음악이라고 생각했거든요.” MIT 내 한국어 수업 개설에 일등공신이기도 한 버트 씨는 “한국에 가려는 지원 학생 수가 매년 늘고 있다”면서 “공학 학교인 만큼 삼성전자, LG전자가 주요 교류처였는데 최근 NC소프트, SM엔터테인먼트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국제교류재단과도 긴밀히 협력해 교류의 폭을 넓힐 생각이다. #4. 팬덤을 넘어 이제 학계와 기업이 움직인다. 앞서 언급한 버클리음대 내 케이팝 헌정 공연 팸플릿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스페셜 생스 투(특별 감사)’란. 올해 최초로 개설된 케이팝 과목을 맡은 김혜주 교수, 에리카 멀 총장 등 학교 관계자들 옆에 나란히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민희경 CJ제일제당 사회공헌추진단장의 이름이 보였다. 영화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 뒤에 현지 문화 산업의 공고한 벽을 깨려는 물밑 작전이 있었다는 것이 떠오른다. CJ문화재단은 2011년부터 장학 프로그램으로 버클리음대에 차세대 인재들을 보내며 네트워크를 강화했다. 멀 총장은 지난해 취임하자마자 첫 해외 출장지로 한국을 택했다. 문화 산업의 파워게임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다. #5. 격세지감. A, B, C, D, E로 기억하던 보스턴에 이젠 K를 추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케이팝은 더 이상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 타운에서 LA 갈비를 뜯은 뒤 한국 노래방에 가야 접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다. 보스턴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오스틴에서 케이팝 아이돌을 넘어 더 많은 한국 음악이 소개되고 주목받을 날도 오지 않을까. 보스턴이 부른다. ‘More than a feeling∼’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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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미, 인종-성차별 넘었다지만… BTS는 내년 기약

    아쉬움은 남았어도 미련은 없었다. 아시아 가수의 그래미 첫 수상이라는 역사는 쓰지 못했지만 화려한 축하 공연 무대로 시상식장의 분위기를 사로잡았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3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팝 보컬/듀오 퍼포먼스’ 부문 수상에 실패했다. 트로피는 미국 가수 도자 캣과 SZA가 함께 부른 ‘Kiss Me More’에 돌아갔다. 방탄소년단은 같은 부문에서 지난해 ‘Dynamite’에 이어 올해 ‘Butter’까지 두 번 연속 후보로 지명됐지만 그래미의 벽은 높았다. 방탄소년단의 슈가는 시상식 뒤 브이 라이브 방송을 통해 “그래미 후보에 오른 것만 해도 벌써 두 번째인데 슬퍼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007, ‘미션 임파서블’ 연상시킨 퍼포먼스 방탄소년단은 시상식 초반, 극적으로 등장했다. 멤버 진이 우주선 관제 센터처럼 꾸민 특설 무대에 등장해 버튼을 누르자 정국이 천장에서 줄을 타고 내려왔다. 영화 007이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콘셉트의 ‘Butter’로 축하 무대를 꾸몄다. 음악적으로는 미스터리한 느낌의 재즈를 곳곳에 넣었고, 정장 의상과 트럼프 카드 소품을 안무에 활용했다. 마치 라스베이거스에 트로피를 훔치러온 대담한 아시아 스타를 은유하듯 의미심장한 무대였다. 강렬한 군무와 함께 노래가 끝나자 완성도 높은 무대를 향해 현지 팝스타로 꽉 찬 객석은 일동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사회자 트레버 노아는 시상식 중반, 방탄소년단이 앉은 자리에서 미니 인터뷰도 진행했다. 지난해 시상식에는 한국에서 영상으로 축하 무대를 대신했는데 올해는 현장에서 공연하니 어떠냐는 노아의 질문에 리더 RM은 멤버들을 둘러보며 “어때요, 여러분?” 하고 한국어로 물어봤다. 노아는 RM을 향해 “미국 드라마 ‘프렌즈’를 보며 영어를 익혔다고 하던데 나는 한국 드라마를 보며 한국어 연습을 했다”면서 우리말로 ‘오징어게임’의 대사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읊기도 했다.○ 흑인, 아시아계, 여성에 무게…달라진 그래미? 그간 백인 음악가, 컨트리와 록 장르에 후해 ‘화이트 그래미’라는 오명을 썼던 그래미는 올해 변화를 보여줬다. 흑인 음악가 존 배티스트가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을 비롯해 다섯 개의 트로피를 가져가며 최다 수상자가 됐다. 배티스트는 애니메이션 ‘소울’의 음악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배티스트의 뒤는 ‘올해의 레코드’ ‘올해의 노래’를 비롯해 4관왕이 된 R&B 듀오 실크 소닉이 이었다. 실크 소닉은 한국계인 앤더슨 팩, 필리핀계인 브루노 마스로 구성됐다. ‘최우수 신인상’을 받은 올리비아 로드리고도 필리핀계 부친을 뒀다. 흑인, 아시아계, 여성이 종합 부문 4대 본상을 나눠 가진 셈이다. 2012년과 2016년 그래미 수상자이자 2008년부터 그래미 심사위원(투표인단)으로 참여 중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그래미를 주최하는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의 최고경영자(CEO)로 지난해 흑인 음악가 하비 메이슨 주니어가 오르며 투표인단의 인종, 젠더 구성을 대폭 다변화한 것으로 안다”면서 “올해부터는 처음으로 1차 후보 선정부터 투표인단 전원이 참여하는 것으로 선정 과정이 변화하며 객관성을 더 높였다”고 설명했다. 본상은 아니지만 방탄소년단이 트로피를 못 받은 것은 아쉽다는 평도 나온다. 2017년부터 그래미 심사위원을 맡은 팝페라 가수 임형주 씨는 “도자 캣과 SZA의 수상 가능성이 높긴 했지만 한국 문화가 미국 주류로 침투하는 역사적인 시점에 그래미가 이런 흐름을 반영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음악적·시각적 황홀경 자아낸 축하 무대 방탄소년단을 포함한 여러 팀의 축하 무대는 반세기 넘은 시상식의 품격을 보여줬다. 피아노, 기타, 드럼을 오가며 꿈틀대는 음악적 재능을 펼친 실크 소닉, 허(H.E.R.), 브랜디 칼라일의 무대는 폭발적이었다. 빌리 아일리시와 피니어스는 최근 별세한 밴드 푸 파이터스의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를 기리며 ‘Happier Than Ever’를 강력한 록 버전으로 재해석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시상과 공연 양면에서 음악성을 중시하는, 시상식의 기본에 가장 충실한 시상식을 그래미가 보여줬다”고 평했다. 한편, 방탄소년단은 8, 9, 15, 16일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열고 현지 팬들을 만난다.제64회 그래미상 주요 수상자△올해의 앨범: 존 배티스트, ‘We Are’△올해의 레코드: 실크 소닉, ‘Leave the Door Open’△올해의 노래: 〃△최우수 신인상: 올리비아 로드리고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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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렌스키 “죽음 같은 정적, 노래로 채워 달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제64회 그래미 어워즈 시상식에 ‘깜짝 등장’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원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3일(현지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그랜드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 중반, 사전 녹화된 영상으로 출연했다. 그는 “음악과 상반된 것은 무엇인가. 파괴된 도시와 죽은 사람들의 침묵”이라고 운을 뗀 뒤 “우리(우크라이나) 음악인들은 (시상식장의) 턱시도 대신 방탄복을 입고 있다. 그들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해 병원에서 노래를 부른다”며 자국의 안타까운 상황을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어 “죽음과 같은 정적을 당신들의 노래로 채워 달라. 오늘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정적을 채워 달라”며 시상식장의 음악가와 청중, 세계 시청자들을 향해 호소했다. 또 “우리는 삶을 살아가고, 사랑하고, 소리를 낼 자유를 지키고 있다. 폭격으로 끔찍한 침묵을 가져오는 러시아에 맞서 우리 땅에서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화상 연설은 곧바로 우크라이나 예술인들과 미국 팝스타 존 레전드의 합동 무대로 이어졌다. 레전드는 이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위해 쓴 신곡 ‘Free’를 선보였다. 우크라이나 가수 미카 뉴턴이 레전드와 함께 노래했고 연주자 수산나 이글리단은 우크라이나 전통 악기인 반두라를 연주했다. 노래가 나오는 동안 ‘뉴턴의 자매는 현재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복무 중’이라는 자막이 나와 우크라이나의 현실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했다. 우크라이나 국기도 영상을 통해 무대를 채웠다. 최근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 탈출한 시인 류바 야킴추크는 평화에 관한 시를 낭송했다. 대형 스크린에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참상이 사진과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반전과 평화 메시지, 호소를 두루 담은 연설과 공연에 그래미의 객석은 뜨거운 눈물과 박수로 호응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당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TV에서 전쟁에 관한 진실을 말해 달라. 침묵 대신 당신이 할 수 있는 방법들로 우리를 지원해 달라. 그러면 평화가 올 것”이라고 호소했다. 그래미상을 주최하는 미국 리코딩 아카데미는 공식 트위터에 우크라이나를 지지해 달라는 의미의 ‘#StandUpForUkraine’ 문구와 우크라이나 국기를 올렸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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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 록밴드부터 퓨전 뽕짝까지… 2022년에 소환된 신중현-산울림

    MZ세대 음악가들이 신중현과 산울림을 잇달아 소환한다. 이것은 실제 상황이다. 신인 록 밴드 ‘콩코드’의 데뷔앨범 ‘초음속 여객기’(3월 21일 발매)는 첫 곡부터 놀랍다. ‘무지개꽃 피어있네’라는 곡을 여는 휑하고 고풍스러운 단선율 기타 반복 악절은 가히 신중현과 엽전들의 분위기. 곧이어 튀어나와 시냇물처럼 졸졸대는 미성은 마치 20대 시절 김창완(68)을 복제한 듯하다. 혹시 서울 종로구의 어느 눅눅한 LP 바 한편에 뒹굴다 반세기 만에 발굴된 음반이 아닐까? 그러나 콩코드는 1989년생 재즈 기타리스트 오지호 씨의 1인 프로젝트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데뷔(1992년)도 기억 안 날 연배다. 최근 서울 양천구에서 만난 그는 “고교 시절(2000년대) 들국화, 어떤날, 조동진에 빠졌고 신중현, 김정미, 산울림의 음악을 동경했다”고 말했다. 디지털 음원이나 유튜브가 그의 음악 선생님. 오 씨는 팬데믹 기간 자신이 운영하는 기타 학원에 틀어박혀 신작을 홀로 제작했다고 했다. “일부러 20만∼30만 원대의 저렴한 기타와 마이크로 녹음해 예스럽고 먹먹한 소리의 결을 살렸습니다. 녹음은 김정미, 산울림의 음반을 참고해 마무리했지요.” 밴드 이름 ‘콩코드’는 피천득(1910∼2007)의 수필집 ‘인연’을 뒤적이다 발견한 단어라고. “그저 어감이 좋아 골랐지 콩코드가 초음속 여객기의 이름이라는 사실은 인터넷에 찾아보고 알았다”는 게 그의 부연이다. 1982년생 힙합·케이팝 프로듀서 250(본명 이호형)의 신작 ‘뽕’(3월 18일 발매)은 뽕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역작이다. 고속도로 메들리나 카바레풍 트로트 정서가 힙합,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의 기운을 만나 신묘한 화학 반응을 이룬다. 수록곡 ‘나는 너를 사랑해’에는 신중현과 엽전들 1집(1973년)에 실린 같은 이름의 곡을 샘플링했다. 여울지는 신 씨의 목소리가 나른하다. 유튜브로 발표한 보너스 곡 ‘춤을 추어요’에는 1980년대 밴드 ‘무당’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활약한 전설적 기타리스트 이중산 씨도 참여했다. 7분 13초짜리 곡에서 4분 이상이 이 씨의 기타 솔로. 250은 “이번 앨범 제작에 김희갑 작곡가의 파트너인 양인자 작사가, 트로트 전자오르간 대가 나운도 씨도 참여했다. 어린 시절 방과 후 친구네 집에 놀러 가면 그 집 맏형, 누나의 방에 걸려 있던 포스터를 떠올리며 옛 느낌을 상상했고 음악에 구현했다”고 설명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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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운전대를 직접 잡는다는 것의 의미

    관점이 독특한 책이다. 자동차 운전이라는 행위가 지닌 능동적 인간성의 가치를 설파했다. 집필 계기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등장이다. 저자는 자율주행차가 인간을 수동적 승객으로 만들고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모든 차에 자율주행 기능이 적용되면 인간이 직접 운전대를 돌리고 경로를 선택하며 느끼는 스릴, 재미, 자율성이 말살되며 새로운 윤리적 문제까지 직면하게 되리라는 게 저자의 경고다. 예컨대 사고가 불가피한 비상 상황에서 자율주행차의 인공지능(AI)이 보행자와 다른 자동차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때 해당 선택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인간이 아닌 AI에 전가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 AI에게 보행자나 상대방 운전자는 하나의 인격체라기보다는 위험요소로 인식될 뿐이다. 정치철학 박사인 저자는 모터사이클 정비사로 운전광이다. 자신의 다양한 운전 경험과 자동차 공학 지식을 생생하게 풀어낸다. 자율성과 관련된 여러 심리실험 결과나 사회적 고찰까지 섞어내 마치 에세이와 인문서, 공학 책과 취미 잡지를 절묘하게 붙여 놓은 인상을 준다. 내용과 형식 모두 흥미롭다. 저자는 자동차가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뇌는 스스로 이동하는 과정을 통해 세상에 대한 인지지도를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3분의 1은 자신의 차에 인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눈길 가는 대목에도 불구하고 몇 장 들춰 볼 때 그럴듯하던 소재와 주제가 제한된 몇 가지 맥락 사이에서 반복되는 건 아쉽다. ‘자율주행은 인간성을 말살할 것’이라는 주제에 기대 저자 자신의 지식과 취미를 한껏 드러낸 인상이 짙다. 나선 절삭형 기어의 회전방향을 논하거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크루즈의 산길을 달리는 쾌감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 그렇다. 현학적 원문을 거의 그대로 옮긴 번역도 독자에 따라서는 다소 거슬릴 수 있을 것 같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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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철 시조, 보디캠 달고보듯 담대”… “K팝, R&B로 호소력 극대화”

    그룹 방탄소년단과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지금, 미국학계에서는 한국 문화에 대한 연구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그 가운데서도 독특한 시각으로 이름이 난 미국학자 2명이 있다. 1960년대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시조의 매력에 빠져 세계를 오가며 활동해 온 시조 전도사 데이비드 매캔 하버드대 명예교수(언어문화학·전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장)와 힙합, R&B 같은 흑인음악과 케이팝을 비교 연구해 주목받은 크리스털 앤더슨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문화학)다. 이들은 “한국 문화가 가진 생동하는 매력은 타 문화와 비교해 독특한 경쟁력을 가졌다. 이에 대한 더 깊이 있고 문화사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매캔 교수를 11일 미국 하버드대 미술관에서 만났다. 앤더슨 교수는 이날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매캔 교수가 한국 문화에 빠진 것은 1966년 경북 안동에 영어교사로 부임하면서부터다. “하버드대 학생일 때 해외에서 진행하는 의미 있는 ‘커리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지원했는데 ‘커리어’가 사실은 ‘코리아’였던 거예요.” 한국과의 우연한 만남은 그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각인을 남겼다. 방과 후 읍내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동료 한국인 교사들이 부르던 시조창에 매혹됐다. 비교문학을 연구한 그는 수시로 한미 양국을 오가며 연구와 집필 활동을 계속했다. “송강 정철의 ‘물 아래 그림자 지니’ 등 여러 시조는 마치 저자의 몸에 보디캠이라도 달고 조선의 자연을 보여주듯 그 묘사가 대담합니다. 운율은 거침없고 어조는 통렬하죠.” 하버드대 1학년생들을 가르칠 때 시조의 초장, 중장, 종장 형식을 바탕으로 한 에세이를 제출하게 할 정도로 시조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 그는 여러 권의 시조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다. 17세기 영국민요 ‘Barbara Allen’의 곡조에 시조 가사를 붙여 외기도 했고, 직접 우쿨렐레로 지은 멜로디에 시조를 얹는 실험도 했다. “가수 싸이에게 시조와 케이팝을 접목한 곡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하고 싶어요. 오래됐지만 멋진 운율감을 가진 시조가 오늘날의 젊은이와 호흡하려면 첨단의 리듬과 거침없이 섞이는 것도 필요합니다.” 앤더슨 교수는 10여 년 전 케이팝에 빠졌다. 2011년 SM타운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콘서트장을 찾아 무작정 수많은 관객을 설문한 것이 연구의 시작이었다. “제가 결국 다다른 곳은 1960년대 미국 흑인음악의 중심이었던 모타운 음반사와 인기 그룹 템테이션스였어요.” 복잡한 안무와 수준 높은 노래를 결합한 모타운과 케이팝을 나란히 놓자 그의 머릿속에서는 새로운 연구가 시작됐다. ‘케이팝의 가창에는 왜 R&B 창법이 널리 쓰일까’에 생각이 미치자 그 역사적 맥락을 파고들지 않을 수 없었다고. “R&B는 비주류였던 흑인의 음악이 백인과 협업해 미국 주류 문화로 진입하는 선상에서 발전했죠. 다양한 대중을 겨냥하며 호소력이 극대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앤더슨 교수는 케이팝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는 서태지와 아이들부터 비, 빅뱅, 투애니원은 물론 ‘쉬리’나 ‘닌자 어쌔신’ 같은 영화까지 다양한 층위의 콘텐츠를 들여다봐야 미국 주류로 향한 한국 문화의 힘과 흐름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50년대 로큰롤, 1970년대 글램 록 장르에 대한 연구처럼 케이팝 역시 오랫동안 미국학계의 연구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한국의 힙합과 케이팝, 언더그라운드와 주류 음악이 공생하는 생태계까지 골고루 주목해야 합니다. 케이팝은 매우 다층적인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이죠.”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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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LA ‘케이콘’ 무대, 10분간 눈 못뗄 공연 만들것”

    “슈퍼볼 하프타임쇼를 방불케 하는 시각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관객을 여러 차례 놀래며 완전히 빠져들게 만드는 게 지상과제죠.” 11일 화상으로 만난 안무가 제니퍼 아치볼드 씨는 20여 년의 탄탄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또 한 번의 큰 도전 과제를 마주한 듯 설레고 긴장돼 보였다. 그는 8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대규모 케이팝 콘서트 ‘케이콘’의 무대를 맡았다.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컨서버토리 무용과 학생들을 데리고 나간다. 이들을 지휘해 힙합, 발레, 현대무용, 케이팝을 섞은 독창적인 공연을 펼치는 게 그의 새 임무다. “10분간 눈을 못 뗄 공연을 만들 거예요. 현재 수십 곡의 케이팝을 들으며 구상 중입니다. 최종적으로 14, 15곡을 골라 구성하는 음악작업부터가 제 몫이죠.” 캐나다 출신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며 나이키, 토미힐피거 광고 안무를 제작하고 애틀랜타와 신시내티 발레 시어터의 입주 작가로 활약했다. 스트리트 힙합, 발레, 현대무용을 자유롭게 오가며 결합하는 독창적 안무가로 유명하다. 예일대, 컬럼비아대에서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컬럼비아대의 제 힙합 댄스 강의에서 케이팝 프로젝트를 맡게 됐다고 말했더니 학생들이 바로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어요. ‘이 그룹도 한번 보세요, 저 그룹도 체크해 보세요’ 하면서 학생들의 케이팝 추천이 쏟아졌고요.” 아치볼드가 케이팝을 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어릴 적 우상은 팝스타 재닛 잭슨이었다고. 그는 “케이팝에 관해 연구할수록 놀랍다”고 했다. “노래가 먼저 완성되면 거기 맞는 안무를 연습하는 게 보통인 미국 팝 시장의 흐름과 달리 케이팝은 쇼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거의 동시에 준비하더군요. 어린 나이에 완벽에 가까운 안무의 수준도 대단하고요.” 보스턴 컨서버토리 학생들도 단단히 벼르고 있다. 뉴욕에 있는 아치볼드가 다음 주 보스턴으로 날아가면 ‘게임’이 시작된다. 이미 130여 명의 학생이 아치볼드의 케이팝 프로젝트 오디션에 지원했다. 경쟁률이 약 10 대 1인 셈이다. 아치볼드는 “40명가량을 선발한 뒤 단계별로 압축해 12∼16명의 학생만 로스앤젤레스 케이콘 무대로 데려갈 것”이라면서 “발레, 힙합, 현대무용을 순간적으로 오갈 수 있는 미학적 이해도와 유연한 근육을 가진 학생들에게만 무대가 허락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레이크 댄스를 추고 현대무용을 표현하다 일순 근육을 이완시켜 발레 동작으로 이행할 수 있는 학생이라야 저와 케이콘에 갈 자격이 있습니다. 수많은 무용 미학을 케이팝과 접목해낼 생각이니까요.”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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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윤 기자의 죽기전 멜로디]“동남아 순회공연을 막 마치고 돌아온…”

    “자, 그럼 여러분께 소개 올리겠습니다! 동남아 순회공연을 방금 마악 마치고 돌아온! 따끈따끈한!” 왜 하필 동남아였을까. 잘 모르겠다. 어렸을 적 TV 개그 코너에 숱하게 등장한 저런 가수 소개 문구가 어디서 유래한 것인지. 그 어느 곳도 아닌 동남아를 순회하고 왔다는 게 암시하는 바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그렇다. 동남아시아는 수동적 소비자이자 문화의 변방에 불과했다는 방증 아닐까. 당시 개발도상국이자 대중문화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대한민국의 관점에서도 쉽게 내려다볼 수 있었던…. #1. “국왕 폐하, 만수무강하소서!” 이렇게 외치며 60대 후반의 백발이 성성한 푸른 눈의 기타리스트가 90도로 고개를 숙여 객석을 향해 인사했다. 2014년 12월 20일 오후 태국 방콕시내 시리낏 왕비 국립 컨벤션센터. 인공호수에 특설된 50m 길이의 초대형 수상무대 위에 있는 인물은 미국의 세계적인 기타리스트 래리 칼턴이 확실했다. 그는 태국 왕실을 상징하는 노란색으로 상하의를 빼입고 심지어 가슴팍에는 태국 왕실 문장 무늬를 새겨 달고 있었다. ‘세계적 연주자가 태국 왕에게 이렇게까지 잘할 일인가’ 하고 생각할 무렵, 그가 더 놀라운 말을 꺼냈다. “그럼 다음 곡으로는 푸미폰 국왕님의 작품인 ‘Candlelight Blues’를 연주하겠습니다.” #2. 푸미폰 아둔야뎃(1927∼2016). 당시 태국 국왕은 재즈 마니아, 그 이상이었다. 일찍이 스위스에서 음악 공부를 한, 전문 재즈 색소포니스트이자 작곡가였다. 스탠 게츠(1909∼1986), 베니 굿먼(1927∼1991) 같은 미국 재즈 거장들과도 협연한 바 있다. 칼턴은 아예 푸미폰 국왕이 지은 곡만 모아 연주해 앨범 하나를 낸 적도 있다. 그날의 공연 ‘스카이 재즈: 국왕 헌정 콘서트’는 칼턴, 카운트 베이시 오케스트라, 존 피자렐리, 다이앤 슈어, 윈터플레이의 화려한 출연진으로 4시간 동안 이어졌다. 가족 단위, 필부필부로 보이는 1만 명의 시민이 객석을 메우고 다소 난해한 재즈 공연에 집중해 경청하는 것도 장관. 한국의 콘서트 수준을 뛰어넘는 음향과 음질도 놀라웠다. 정작 국왕께서는 병환으로 참석하지 못했다고 했다. 공연 관계자는 그러나 최고의 공연 진행을 위해 긴장을 놓을 수 없다며 이렇게 귀띔했다. “오늘 공연 영상을 국왕이 계신 병실로 가져가야 하거든요. ‘DVD로 구워 와! 병실에서 보게’가 그분의 분부입니다.” #3. 별난 국왕의 기행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방콕의 재즈 클럽은 현지 연주자들의 높은 수준으로 이름났다. ‘동남아’가 결코 문화 변방과 동의어가 아님을 그해 겨울 나는 뼈저리게 느끼고 왔다. #4. 2PM의 닉쿤, 블랙핑크의 리사, 갓세븐 출신의 뱀뱀…. 태국 출신 멤버들은 그간 케이팝 세계에 풍요로운 재능을 아낌없이 선사했다. 2020년 데뷔한 한국 여성그룹 시크릿넘버에는 인도네시아인 멤버 디타가 있다. 자국 최초로 케이팝 멤버로 정식 데뷔한 디타는 이미 인도네시아의 국민 영웅이라고 한다. #5. 얼마 전, 필리핀 그룹 SB19를 인터뷰했다. 지난해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아리아나 그란데와 나란히 트로피를 다투며 동남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뮤직어워즈 후보에 오른 파란의 주인공이다. 작사, 작곡도 직접 하는 리더 파블로의 거침없는 자신감이 인상적이었다. “필리핀에는 뛰어난 재능이 넘쳐난다. 시스템의 미비로 아직 드러나지 못할 뿐.” #6. 동남아는 그간 케이팝의 가장 강력한 서포터였다. 한국, 일본에 비해 출산율이 높고 젊은층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참여도가 뜨겁다. 인구 대국도 많다. 인도네시아 2억7000만 명(세계 4위), 방글라데시 1억6000만 명(8위), 필리핀 1억1200만 명(13위) 등. 수많은 ‘좋아요’와 공유로 그쪽 젊은이들은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 싸이의 ‘강남스타일’, 방탄소년단의 ‘불타오르네’까지 많은 케이팝 곡을 세계에 알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7.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 역시 팝 시장의 철저히 수동적인 소비자에 머물렀다. 클리프 리처드 내한공연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뉴 키즈 온 더 블록 공연장에 인파가 몰려 사고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조용필 유재하 이문세 서태지 등 청춘을 대변하는 스타가 생기고 팬덤이 두터워지면서 자국의 팝 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시작했다. 조만간 동남아에서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을까. 태국에서, 필리핀에서, 인도네시아에서, 티팝이, 피팝이, 아이팝이 만개하는 날, 우리 음악 시장이 총천연색으로 더 다채로워지는 날을 상상해 본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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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K팝-오겜 나온 한국이 소프트파워 대표 사례”

    조지프 나이 미국 하버드대 석좌교수(85·사진)는 1980년대 소프트 파워 이론을 주창한 세계적 석학이다. 소프트 파워는 군사력이나 경제력 같은 이른바 하드 파워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문화, 예술, 과학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부드러운 힘을 뜻한다. 그는 근년에 케이팝과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 문화의 힘을 칭송하며 한국을 소프트 파워의 대표적 사례로 꼽고 있다. 1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도 그는 한국 손을 다시 한번 들어줬다. “한국은 개방적 사회 구조, 훌륭한 예술가들, 그리고 투자 의지를 가진 강한 기업가들을 보유하고 있죠. 문화상품은 생동감 넘치고 흥미진진합니다.” 나이 교수는 중국의 동북공정이나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같은 정책을 한국의 소프트 파워와 비교하며 나쁜 예로 꼽았다. 이 같은 정책이 아시아 정세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예술의 자유에 대한 중국 정부의 검열과 규제는 자신들의 문화적 노력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만 초래할 뿐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이른바 ‘신냉전’이 도래한 상황에서도 소프트 파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최근 홍콩, 미얀마, 태국의 시위 현장에서 평화를 외치며 한국어 피켓을 들어 올린 케이팝 팬들의 이야기는 무엇을 시사할까. 나이 교수는 자신의 이론을 바탕으로 의미심장하게 답했다. “하드 파워는 빠르게 먹힙니다. 소프트 파워는 서서히 작용합니다. 하지만 둘 다 중요합니다.” 그는 “베를린 장벽은 포병대의 일제 사격으로 무너지지 않았다. 소프트 파워에 의해 생각이 바뀐 보통 사람들의 망치와 불도저가 그것을 무너뜨렸다”고 설명했다. “푸틴의 군대가 설사 우크라이나의 군대를 무너뜨린다고 해도 4000만 명의 애국적인 보통 사람들을 통치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지금 세계 각지에서 쏟아지는 전쟁 반대 여론은 푸틴의 하드 파워 탓에 러시아의 소프트 파워가 얼마나 많이 희생되고 있는지를 보여주지요.” 나이 교수에게 차기 한국 대통령의 문화 정책에 대한 제언을 당부하자 짧지만 핵심을 찌르는 답변이 돌아왔다. “너무 많이 개입하지 말 것.” 그는 “만약 개입하면 한국 문화에 대한 신뢰성을 떨어뜨릴 것이며 이는 지금껏 써온 성공 스토리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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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K팝 연구 나선 美버클리음대 “학위과정 신설-교수 충원 검토”

    “좋은 예술가들, 투자 의지를 가진 강력한 기업가들을 보유한 한국의 문화상품은 생동감 넘치고 흥미롭다.” 세계적 석학인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동아일보와의 11일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기생충’ 같은 영화가 나왔다면 검열조차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주창한 ‘소프트 파워’ 개념에 충실한 대표 국가로 한국을 꼽으며 “열린사회에 기반한 한국적 접근법이야말로 최고의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6∼12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주류 학계에 침투한 양상을 취재했다. 세계 최고의 대중음악 교육기관인 버클리음악대학은 올해 처음 케이팝 강의를 개설하고 학교가 주관하는 케이팝 심포지엄을 열었다. 크리스털 앤더슨 미 조지메이슨대 교수(문화학)는 “‘방탄소년단과 오징어 게임은 어떻게 성공했나’ 같은 기초 담론을 넘어 한국 문화의 원류를 탐구하는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미국 학계의 최근 분위기”라고 전했다. 에리카 멀 버클리음대 총장… “K팝, 한 세대 대표문화로 진화빠른 학제화가 교육기관의 책무”… 강의 개설 이어 심포지엄 개최“美학생들 아이유 노래 즐기고, K팝 산업서 일하고 싶어 해”인근 예술학교도 “올 화두는 K팝” 11일(현지 시간) 오전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시 보일스턴가(街)는 전기기타나 콘트라베이스 가방을 메고 자유롭게 활보하는 20대 음악학도들로 활기가 넘쳤다. 세계 최고의 대중음악 고등 교육기관으로 꼽히는 버클리음악대 주변의 흔한 풍경이다. 그러나 이곳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코리안 소프트 파워’의 물결이 넘실대고 있었다. “케이팝과 관련해 교수진 충원, 강의 추가는 물론이고 학위 과정이나 세부 전공 개설까지 여러 안을 놓고 논의 중입니다.” 이날 오후 보스턴 시내 버클리음대 총장실에서 만난 에리카 멀 총장은 혁신적 청사진을 털어놨다. 그는 “케이팝과 한국 문화는 점점 더 세계화하고 있으며 이제는 특정 문화권을 넘어 한 세대를 대표하는 문화가 되는 양상이다. 이를 발 빠르게 학제화하는 것은 교육기관의 책무”라고 말했다. 1945년 설립한 버클리음대는 77년 역사상 최초로 한국 문화를 조망한 행사인 ‘케이팝 산업과 한류 심포지엄’을 8일 종일 열었다. 행사의 시작은 NCT, 트와이스의 프로듀서들이 케이팝 작곡가 지망생들의 습작을 지도하는 ‘A&R 리스닝 세션’. 저녁에는 축하공연과 한류 관련 토론을 이어갔다. 이번 행사는 CJ문화재단이 버클리음대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케이팝은 몇 년 전만 해도 버클리음대에서 철저한 비주류였다. 악기 연주에 방점을 둔 이곳에서 전자음악과 군무가 핵심인 케이팝의 소외는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몰랐다. 2018년 한인 학생회를 주축으로 ‘케이나이트(K-Night)’ 행사가 처음 열렸을 때만 해도 그들만의 잔치처럼 보였던 이유다. 그러나 분위기는 2, 3년 새 180도 바뀌었다. 박승은 버클리음대 한인학생회 부회장은 “학교 식당에서 흑인 학생들이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며 즐기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케이팝 산업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학생도 느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버클리음대는 올해 처음 케이팝 강의를 정식 개설했다. ‘케이팝 문화·실무’다. 그간 특강 형식으로 케이팝을 다룬 적은 있으나 학기에 정규 편성된 것은 처음이다. 멀 총장은 한국 문화의 부상을 20세기 문화사의 여러 변곡점에 비견했다. “1920년대 독일 표현주의 영화 운동이 1960년대 할리우드에까지 그 파장을 미쳤듯 훌륭한 문화운동은 물리적 거리를 넘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죠. 영화 ‘기생충’은 이미 미국 문화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는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도 했다. “미국의 교육기관들이 과거에 힙합을 공식 연구 과제로 채택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미국 문화의 주류로 침투한 한국 문화에 대해 그 산업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연구를 진행할 때가 됐죠.” 인근 예술학교 ‘보스턴 컨서버토리’(1867년 설립) 역시 올해 화두로 케이팝을 택했다. 클래식음악, 발레, 연극 등 전통 무대예술 교육으로 유명한 대학 과정의 이 학교는 올해 대규모 한류 축제인 케이콘 무대에 학생들을 출연시킬 계획이다. 토머스 네블릿 보스턴 컨서버토리 학장은 “힙합부터 현대무용까지 다양한 형식이 융화된 케이팝 댄스는 무용학도 전반에 시사점을 주는 과제”라고 말했다. 이들 학교는 2011년부터 ‘CJ음악장학사업’을 통해 한국 학생을 보내온 CJ문화재단, 케이콘을 주최하는 CJ ENM을 파트너로 삼고 한국 문화 연구에 도움을 받을 계획이다.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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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클리음대생들 “K팝엔 세계 모든 장르 녹아있어”

    ‘알잖아 내가 한 번 미치면/어디까지 가는지….’ 일사불란한 춤과 함께 아이유의 ‘Coin’을 열창하는 보컬은 중국인 학생. 밴드, 코러스, 관현악에 이르는 16인조의 빅밴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미국, 프랑스, 체코, 콜롬비아, 가나 등 다국적 학생으로 구성됐다. 8일(현지 시간) 저녁 버클리 퍼포먼스 센터에서 열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 ‘케이팝 공연’의 주인공은 버클리음대 내 한국 문화 팬들로 구성된 KCSA(Berklee Korean Culture Student Association) 멤버들이었다. 이날 레퍼토리는 크러쉬의 ‘나빠’, 로꼬 & 화사의 ‘주지마’까지 세 곡. “얼마 전 우연히 한국 래퍼 페노메코의 노래를 감상하다 고국 가나에서 쓰는 피진(pidgin)어가 한국어와 한데 섞이는 것을 들었어요. 너무 신선해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케이팝에 푹 빠졌다는 KCSA의 드러머 섀드랙 오퐁(30)이 꼽은 한국 문화의 융합 매력에 편곡자 겸 건반주자인 싱가포르 학생 리언 리(25)도 공감했다. “세계의 모든 장르가 경계 없이 녹아들죠.” 리는 열일곱 살 때 고국에서 군복무를 하다 아이유, 태연, 잔나비의 음악에 깊이 빠졌다. 오퐁과 리는 케이팝의 흥에 빠진 버클리음대 학생 중 빙산의 일각이다. 공연 총연출을 맡은 한국인 학생 박승은 씨(24)는 “지난해 말 16인조 빅밴드 모집에 80명 이상의 학생 연주자와 편곡자들이 몰렸다”고 귀띔했다. 제이슨 캐멀리오 버클리음대 글로벌 이니셔티브 부총장보는 “버클리음대의 방향성, 구체적 학제 개편에는 늘 학생들의 취향과 자발적 기획이 큰 영향을 미쳤다. 케이팝 붐 역시 그러할 것”이라고 말했다.보스턴=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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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담’ 이후 24년… 사이버가수 ‘로지-한유아’ 가요계 달군다

    가상인간 가수의 ‘사이버 대전’이 상반기 가요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선두주자는 생명보험부터 홍삼 제품까지 요즘 다양한 제품의 광고 모델로 활약 중인 사이버 인플루언서 로지(ROZY)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가 개발한 로지는 지난달 22일 데뷔 싱글 ‘Who Am I’를 냈다. 발표 9일 만에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90만 회에 육박하며 신인 가수치고는 상당한 폭발력을 내고 있다. ‘Who Am I’는 미디엄 템포의 인디 팝 장르 곡. 청량감 있는 비트와 서정적 멜로디를 조합했고 감성적 음색도 인상적이다. 볼빨간사춘기의 히트곡을 작업한 바닐라맨(정재원)이 작사, 작곡, 편곡에 참여했다. ‘Tell me who am I’ ‘지켜보던 너의 손 내밀어줘’ ‘여전히 널 기다려’ 등 정체성의 혼돈을 느끼는 가상인간의 1인칭 시점에서 팬들의 손길을 부탁하는 듯한 메시지를 담았다. 로지 데뷔 3일 뒤인 지난달 25일에는 경쟁하듯 또 다른 가상인간 한유아가 데뷔곡 ‘I Like That’의 뮤직비디오 일부를 먼저 공개했다. 상반기 중 데뷔할 예정인데 로지에 맞서듯 ‘맛보기’부터 발표한 셈이다. 로지의 곡과 달리 템포 빠른 댄스 팝 장르다. 음악 제작에는 마마무, 청하 등과 작업한 박우상 프로듀서가 합류했다. 한유아는 모델 매니지먼트 회사인 YG케이플러스와 계약을 맺고 가수 외에도 다채로운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LG전자가 개발한 가상인간 래아킴(김래아)도 가수 윤종신이 대표 프로듀서로 있는 연예기획사 미스틱스토리와 손잡고 가수 데뷔를 준비 중이다. 국내 가상인간 가수 역사의 시원을 찾으려면 1998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원빈을 모델로 해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만든 사이버 가수 아담은 데뷔 후 20만 장 넘는 앨범을 팔며 돌풍을 일으켰다. 여성 사이버 가수 류시아도 등장해 가요계에 제1차 사이버 대전을 열었다. 이른바 ‘아담 창세기’는 아담과 류시아가 자취를 감춘 지 20년 만에 한반도에서 다시 싹튼다. 제2차 사이버 대전의 관건은 목소리다. 아담과 류시아는 인간 가수가 만화 더빙하듯 입 모양에 맞춰 덧입혀 부른 게 한계였다. 그러나 근년에 국내의 인공지능 가창 딥러닝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김현식, 터틀맨, 김광석, 유재하 등 고인이 된 가수의 목소리를 차례로 살려낸 이 기술이 향후 가상 가수의 능력치와 정체성을 어디까지 확장할지가 관심사다. 싸이더스 스튜디오 엑스의 관계자는 “로지는 상반기 중 두세 개의 신곡을 더 낼 계획이다. 음원 수익금 전액은 굿네이버스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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