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운

이지운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구독 39

추천

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문화부와 채널A 사회부 등을 거쳤습니다.

easy@donga.com

취재분야

2024-03-27~2024-04-26
사회일반38%
보건28%
대통령19%
복지6%
정치일반3%
사건·범죄3%
사고3%
  • 복귀 전공의 명단공개, ‘참의사’ 조롱…“면허정지보다 무서운 의사집단”

    의사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단 이탈에 동참하지 않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실명이 담긴 리스트가 공유되고, 집단행동에 비판적인 글에 원색적 욕설이 담긴 댓글이 달려 논란이 되고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병원에 남은 전공의를 ‘참의사’라고 비꼬기도 했다. 경찰은 복귀 전공의 실명 공유 및 협박성 댓글에 ‘구속 수사’를 거론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복귀 전공의에 ‘참의사’ 조롱7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자신을 ‘복귀하고 싶은 전공의’라고 소개한 한 회원이 의사 비공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 일부를 캡처해 공유했다. ‘전공의가 있는 전원(병원 간 이송) 가능한 병원 안내드린다’는 제목의 글에 병원마다 남은 전공의 실명 일부 및 전공, 연차 등이 포함돼 있었다. 글쓴이는 “업무개시명령, 3개월 면허 정지보다 제가 속한 집단이 더 무섭다. 복귀하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온갖 눈초리와 불이익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된다”고 했다.커뮤니티에 전공의 집단 이탈에 대해 비판적 글이 올라오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이 댓글로 달렸다.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공무꾼(공무원을 비하하는 말)’으로 지칭하기도 했고 ‘버러지 XX’ ‘자식들 앞날에 사고와 악재만 가득할 것’ 등의 표현도 난무했다. 의대 교수들을 ‘X수’라고 지칭하며 “화끈하게 사직하든가 닥치고 당직이나 해라. 우리는 의사 목숨 걸고 나왔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있었다. 이 커뮤니티는 의사 면허 등을 인증해야 가입할 수 있어 리스트 작성자는 의사일 가능성이 높다.● “의사사회, 폐쇄적 배타적 특성”의료계에선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되는 이유 중 하나로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의사 사회의 특성을 들고 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인턴은 “의료계는 의예과 1학년부터 전문의 이후까지 계속 이어지는 좁은 사회”라며 “2020년 파업 때도 국가고시를 거부하지 않은 사람을 두고두고 ‘배신자’라고 불렀다”고 했다.‘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두고 의사단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사들은 모범적인 전문가가 돼야 한다”며 복귀 전공의 리스트를 작성한 사람이 의사로 밝혀질 경우 제재할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도 소속 교수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학생과 전공의 보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학생·전공의 복귀와 교수가 복귀를 설득하는 걸 누구도 비난하거나 방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개인정보법 위반”…경찰 “구속수사 추진”법조계에선 의사들이 일종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면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김의택 성지파트너스 변호사는 “사실 적시 명예훼손에 해당하며 전공의 복귀를 막으려 한 의도가 입증된다면 업무방해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경찰은 7일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 등의 실명을 게시하는 행위나 협박성 댓글은 형사 처벌될 수 있는 엄연한 범죄 행위”라며 “중한 행위자에 대해 구속수사를 추진하는 등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경찰은 또 지난달 의사 전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사직 전 병원 PC 자료를 삭제하라’는 취지의 글을 올린 작성자에 대해 6일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글 작성자는 서울에 근무하는 의사로 추정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석을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다른 생각을 가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최근 일부 개원의들이 전공의들을 돕겠다며 채용 공고를 내는 걸 두고서도 “전공의 규정에 따르면 수련기관 외 의료기관에서 근무할 수 없게 돼 있다. 겸직 규정을 위반하면 징계 사유가 되고, 처방전을 타인 명의로 발행하면 의료법 위반”이라고 경고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 2024-03-07
    • 좋아요
    • 코멘트
  • 의사 4명 지키던 응급실, 홀로 남은 교수 “사고 없길 빌뿐”

    5일 오후 10시 20분경, 경기 구리시 한양대 구리병원. 80대 여성 심정지 환자가 실려 오자 응급실에 비상이 걸렸다. 바쁘게 병상을 돌며 응급 환자를 진료하던 응급의학과 김창선 교수(46)를 필두로 응급실에 근무하던 간호사 대부분이 즉시 달려가 심폐소생술(CPR)을 시작했다. 하지만 15분간의 사투에도 환자는 숨을 되찾지 못했다. 응급실에서 진료와 검사를 기다리던 환자들은 불안한 눈빛으로 그 모습을 지켜봤다.● 4인 1조였던 응급실에 교수 혼자 남아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병원을 이탈한 지 3주째로 접어들면서 전국 수련병원 응급실 상당수는 말 그대로 ‘그로기(groggy·혼미)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수련 기간이 얼마 안 남았다며 자리를 지키던 레지던트 4년 차들이 지난달 말 수련을 마치자 병원을 떠나고, 이달 초 임용 예정이던 인턴과 레지던트 및 전임의(펠로)까지 대거 임용을 포기하며 상황은 더 악화됐다. 전공의 이탈 전까지 4명이 지켰던 한양대 구리병원 응급실에는 이날 김 교수뿐이었는데 동시에 환자 8명을 진료하고 있었다. 가운까지 벗어던진 채 환자를 살피는 김 교수의 주머니에선 휴대전화가 수시로 울렸다. 응급실 수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119 전화였다. 김 교수는 피곤한 표정으로 “많을 땐 119에서 10분에 4, 5통씩 전화가 온다”고 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전공의 병원 이탈 후 사흘에 한 번꼴로 ‘나 홀로 야근’을 한다고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에 병상이 18개 있어 전공의 이탈만 없었다면 환자 8명을 돌보는 것에 큰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일부 전공의가 심정지 환자를 도맡는 동안 나머지 의사들이 다른 환자들을 진료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다른 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콧줄·소변줄 삽입, 진료 동의서 받기 등 막내 인턴이 하던 일까지 교수가 나서야 한다. 이경원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는 “(집단 사직 전엔) 당직 중이던 내·외과 전공의들도 필요할 때면 응급실로 내려와 진료를 도왔다. 이제 이마저 없어 응급의학과 교수들의 진료 부담이 몇 배로 늘었다”고 했다.● “매일 사고만 안 나길 빌 뿐”인력 부족은 의료 서비스 질 저하와 직결되고 최악의 경우 의료사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김 교수는 “평소 전공의가 초진을 하고 오더(처방)를 내리면 교수가 ‘더블체크’를 하는데 지금은 제가 실수하는 즉시 사고가 생긴다”고 했다. 수도권 한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매일 ‘내가 근무할 때 사고만 안 났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조마조마하게 근무를 서는 교수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경증 환자와 비응급 환자의 응급실 이용이 30% 넘게 줄어든 덕분에 병원들의 질서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절반만 진실이라는 게 의료계의 반응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환자가 줄어도 중환자 수는 그대로다 보니 진료 부담은 거의 줄지 않는다”며 “공공의료원이 진료 공백을 메워준다고 하는데 조금만 중증이어도 ‘역량이 부족하다’며 받기 곤란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응급 전문의 70, 80명 사직” 전공의 공백으로 인한 ‘번아웃’(탈진)을 견디다 못해 일부 전문의도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병원과 연 단위로 계약해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데 최근 70, 80명이 계약을 갱신하지 않고 병원을 나가겠다고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응급실 외에도 곳곳에서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수술을 절반가량으로 줄였던 빅5 병원(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성모, 서울아산,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과목에 따라선 수술을 평소의 3분의 1로 더 줄이고 있다. 경희대병원 응급실은 당직 의사 부재로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부산대병원은 유사 진료과끼리 병동을 통합했다.구리=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박경민 기자 mean@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尹 “전공의 위주 병원구조 바로잡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의사들의 집단행동은 자유주의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국민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단체의 반발에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국민 생명권을 침해하는 불법적 집단행동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며 “정부 조치는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는 게 아니라 헌법에 따른 국가의 책무와 국민 생명권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사단체가 외신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의 강경 대응을 ‘인권 탄압’이라고 주장하자 정부 강경 조치의 합법성과 정당성을 강조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이후 처음 주재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대의 교수당 학생 수, 변호사 및 의사 수 증가 폭 등을 거론하며 의사단체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동시에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전공의 위주의) 병원 운용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전문의 중심으로 인력구조를 개편하고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제시한 시한(지난달 29일)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선 “합당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의료계는 즉각 반발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수가 체계를 개선하지 않아 (의사들이) 필수의료를 외면하게 만들고 대형 병원이 값싼 전공의에게 의존하게 만든 건 정부”라며 “수가 개선을 말로만 하지 말고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尹 “의대정원 2.2배 늘때 변호사 30배”… 의료계 “보상체계 개선을” [의료공백 혼란]의료 혼란 중대본 회의 첫 주재“의료비 511배 증가때 의사는 7배”… 숫자 앞세워 증원 반대 근거 반박의료계 “기초의학 분야 교수 부족… 수가 개선 재원 조달책 제시해야”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두 차례에 걸쳐 약 16분 동안 의료 공백 사태를 언급했다. 또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의대 2000명 증원 반대의 근거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료비 511배 증가할 때 의대 정원 2.2배” 윤 대통령은 중대본 회의에서 “건강보험이 처음 도입된 1977년 이래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116배, 국민 의료비는 511배나 증가했지만, 의사 수는 7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며 “의료 수요가 폭증한 것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또 “같은 기간 의대 정원은 2.2배 증원됐는데 전체 대학 정원은 7.5배 늘었고 배출되는 연간 변호사 수도 30배 늘었다”며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전국 어디서나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받고 있는데 의료 서비스는 오히려 후퇴했다”고 했다. 의대 정원을 당장 내년부터 현재 3058명에서 2000명(65%) 늘릴 경우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렵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닌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당 평균 (학생) 정원은 독일 243명, 영국 221명, 미국 146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77명”이라며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정원도 평균 1.6명에 불과해 법정 기준인 8명에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또 울산대 의대의 경우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0.4명이고 성균관대 의대의 경우 0.5명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그동안 의대 증원 논란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강해 구체적인 수치 등을 언급한 것”이라고 했다.● “기초·필수 분야 교수 확보가 문제” 이날 윤 대통령은 “수련 과정 전공의들이 이탈했다고 국민 모두가 마음을 졸이고, 국가적 비상의료 체계를 가동해야 하는 현실이 비정상적”이라고도 했다. 전공의 근무 환경 개선 및 전임의 중심 병원 정착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대형 병원이 젊은 전공의들의 희생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병원 운영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고 개혁하겠다”고도 했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난도가 높은 중증 심장질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지방 신생아 중환자실 전담 전문의의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하며 가장 시급한 (필수의료) 분야부터 보상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이 언급한 비교 대상이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성근 여의도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GDP나 의료비가 증가한 만큼 의사 수가 늘어야 한다는 건 근거 없는 주장”이라며 “같은 논리라면 물가 상승률만큼 수가를 올려줘야 하는데 정부는 그만큼 보상 체계를 개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의대 기초의학과 교수는 “의대 교수 수가 전체적으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필수의료나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는 절대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의사들 사이에선 정부가 제시한 필수의료 지원책의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에도 회의적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교과 교수는 “필수의료 수가 개선을 위해선 어떻게 재원을 조달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수가와 함께 의료진 개인에 대한 보상과 병원 운영비 지원 등 다각적 대책이 마련돼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박성민 기자 mi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3-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40개 대학 “의대 정원 3401명 늘려달라”

    의과대학이 있는 전국 40개 대학이 2025학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총 3401명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요청했다. 지난해 11월 정부에 제출한 희망 규모(2151∼2847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증원 희망 규모를 적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의대를 보유한 전국 대학 40곳은 제출 시한이었던 4일 밤 12시까지 모두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 대학 13곳이 총 930명을 신청한 반면 비수도권 27개 대학이 총 2471명을 신청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비수도권 대학 신청 비율이 72%인 것은 지역의료 및 필수의료에 대한 지역의 강력한 희망을 표시한 것”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정원 2000명의 배정 절차를 신속하게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학별 신청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지방 거점 국립대 위주로 대규모 증원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청 내용이 공개된 대학을 보면 의대 정원이 49명인 충북대는 현재의 5배가 넘는 250명으로 201명 늘려 달라고 신청했으며, 정원이 110명인 경북대는 현재의 2.3배인 250명으로 140명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의사단체에선 “대학들이 교육 여건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증원을 신청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의대 교수들의 분노와 절규가 담긴 반대에도 불구하고 각 대학본부가 터무니없는 증원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각 대학본부를 압박해 의대 정원 증원을 신청하게 만들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대 교수들과 재학생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강원대 의대 교수 2명은 5일 “(대학본부가) 일방적으로 140명 증원을 신청해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올 통로를 막았다”며 삭발했다. 원광대에선 의대 학장을 비롯한 의대 교수 5명이 보직 사임 의사를 밝혔고, 충북대 의대의 한 교수는 교수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다. 서울대병원·의대에선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한편 중대본은 이날부터 병원을 이탈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에 대해 3개월 의사 면허정지 처분에 착수했다. 대상자는 4일 기준으로 병원에서 이탈한 것으로 확인된 전공의 8983명이다. 정부는 4일 현장 점검을 마친 주요 병원 50곳 소속 7034명부터 이날 면허정지 사전통지를 시작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에 대한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는다면 불가피하게 의료법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지방대, 의대 정원 5배까지 증원 신청… 교수들, 증원취소 소송요청 규모, 작년 11월보다 늘어대학들, 마감 3시간前 무더기 신청수도권 930명-비수도권 2471명교수들 “복지장관 증원 권한없어”… 사직서 제출 등 집단반발 움직임도 전국 의대 증원 신청 마감일(4일)까지만 해도 정부는 대학 40곳의 희망 규모가 2500명 안팎일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지난해 수요조사 때와 비슷한 규모(2151∼2847명)의 증원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예상을 넘는 3401명이었다. 특히 막판에 ‘눈치작전’을 벌이던 대학들이 대규모 증원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감 막판 3시간 동안 1400명 몰려 5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의대를 보유한 대학 40곳 중 상당수는 신청 마감 시한인 4일 밤 12시 직전까지 고민을 거듭했다고 한다. 대학 내부적으로는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을 총장이 설득했고, 대외적으로는 다른 대학들이 어느 정도 숫자를 제출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탐색전을 벌였다. 마감일 오후 6시까지 신청한 대학이 17곳으로 절반에 못 미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오후 9시까지만 해도 교육부에 제출된 신청 규모는 2000명을 조금 웃돌았지만, 이후 마지막 3시간 동안 1400명 가량의 증원 신청이 무더기로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각 대학은 1998년 이후 27년 만에 의대 정원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서 대규모 증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에선 “이번에 신청하지 않으면 반세기는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정부가 총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확정한 가운데 ‘많이 써 낸 대학에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배정하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가 증원 신청이나 기한 연장은 없다는 정부 방침도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25년에 당장 늘릴 수 있는 규모가 (정부가 발표한) 2000명을 월등히 상회한다는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대 경쟁적으로 대규모 증원 신청 교육부는 이날 수도권 13개 대학은 930명 증원을 신청한 반면에 비수도권은 27개 대학이 2471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학은 대학당 평균 71.5명을, 비수도권 대학은 대학당 평균 91.5명을 신청한 것이다. 의대를 보유한 대학 40곳 중 증원을 신청하지 않은 대학은 없었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들은 정원을 최대 4, 5배까지 늘리겠다고 제출했다고 한다. 울산대의 경우 기존 정원 40명의 4배에 가까운 150명으로 110명 늘리겠다고 신청했다. 학령인구 감소의 직격탄을 맞은 지방대들은 이번 의대 증원을 ‘절호의 찬스’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수 학생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학비가 비싼 만큼 재정적으로도 도움이 되고, 대학 위상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병원으로 환자들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분원과 병상을 늘려 지역 거점 병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도 작용했다. 한 지방대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후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정원을 2.3배로 늘리겠다는 경북대 총장에게 ‘지방대에 재정 투자를 확실하게 할 테니 아무 걱정 말고 의대 확충을 해 달라’고 하는 걸 보고 다들 경쟁적으로 써낸 것 같다”고 말했다.● 소송, 사임…의대 교수들 반발 대학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증원 희망 규모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나자 의사단체는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의대 33곳의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과 후속 조치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 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이들은 “고등교육법상 교육부 장관이 의대 입학정원 증원 결정을 해야 한다. (증원을 결정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무(無)권한자이므로 증원 결정은 당연무효”라고 주장했다. 대학교수들의 반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충북대병원과 경북대병원 교수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직 의사를 밝혔지만 사직서는 수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의대 교수 사이에서 김영태 병원장과 김정은 의대 학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김 병원장은 6일 교수들과 간담회를 갖고 현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다른 의대에서도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 또는 겸직 해제 등의 집단행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춘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 2024-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미복귀 전공의 7034명 ‘면허정지’ 사전통지 시작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7034명의 미복귀 증거를 확보하고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위한 사전통지서 발송을 시작했다. 서울대병원이 병동 통폐합을 검토하는 등 현장의 의료 공백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에서 “전날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근무지 이탈자는 레지던트 1∼4년 차 기준으로 전체의 90%인 8983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중 현장점검을 통해 병원 이탈이 확인된 7034명을 대상으로 5일부터 3개월 의사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위한 사전통지서 발송을 시작했다. 다만 대상자가 많아 발송은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는 5, 6일 현장점검을 마친 뒤 나머지 미복귀자에 대해서도 사전통지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에겐 2주가량 소명 기간이 주어지고 정당한 사유 등을 소명하지 못하면 의사면허가 정지된다. 면허가 3개월 정지된 전공의들은 수련기간을 채우지 못해 이듬해 전문의 자격 시험을 치러야 하고 전문의 취득은 1년 늦춰진다. 정부는 병원 이탈 주동자들에 대해 형사 고발도 검토 중이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펠로) 중 상당수도 이달 초부터 재계약이나 임용을 포기하고 병원을 떠나면서 현장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병원들은 수술 축소 및 진료 연기에 그치지 않고 병동을 통폐합하며 병상 수를 대거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서울대병원은 남은 인력으로 환자를 효율적으로 볼 수 있도록 병동을 통폐합하는 대책을 준비 중이다. 제주대병원도 이번 주중 간호·간병서비스 통합병동을 2개에서 1개로 줄이기로 했다. 경북대병원 응급실은 “매주 수, 목요일 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대한응급의학회는 전날(4일) 성명을 내고 “비상진료체계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일선의 모든 의사 선생님들의 고군분투로 간신히 버텨 왔지만 이제 그 노력도 거의 한계에 달했다”고 호소했다. 다만 박 차관은 “전임의의 경우 현장에서 많은 노력을 해 재계약률이 상당히 많이 올라온 상태”라고 밝혔다. 또 교수 이탈 가능성에 대해선 “교수님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6일 오전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을 시작으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불러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방조 등의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 2024-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미복귀 전공의 면허정지 착수… “불가역적 처분”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후 복귀 시한까지 돌아오지 않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7000여 명을 대상으로 예고한 대로 4일 면허정지 및 고발 절차에 착수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법률에 따른 처분을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미복귀한 전공의는 개인의 진로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련병원 221곳에 대해 순차적으로 현장점검을 진행한 후 미복귀 사실을 확인하는 즉시 면허정지 사전통보를 할 방침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4일 먼저 주요 수련병원 50곳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한 후 5일 사전통보할 것”이라며 “면허정지 처분은 불가역적”이라고 했다. 다만 지금이라도 복귀한 경우에는 “정상을 참작하겠다”(조 장관)고 했다. 한편 연휴 기간이었던 3일까지 복귀한 전공의는 이탈한 전공의 8945명(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의 10%가량인 1000여 명에 불과했다. 여기에 4일부터 임용될 예정이었던 인턴 대부분과 전임의(펠로) 상당수도 임용을 거부하고 병원에 나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아일보 취재 결과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의 경우 전임의(1126명) 절반가량이 이탈한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지난주까지는 수술을 절반으로 줄였는데 이번 주부터는 그 이하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4일 대구 경북대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대구를 비롯한 지방에서 의대 증원의 혜택을 더 확실히 누리도록 하겠다”며 지방 의대 정원 대폭 증원을 약속했다. 교육부는 이날 의대 40곳의 증원 희망 신청 접수를 마감했는데 대학들은 정원 2500명 안팎을 늘려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빅5 전임의도 절반 이탈 병원… “교수들도 버티기 이젠 한계” [의료공백 혼란]인턴예정자도 대부분 임용포기… 정부, 미복귀 전공의 현장조사 진행“면허 정지땐 전문의 취득 1년 지연”경찰, 의협 전현 간부 6, 7일 조사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집단으로 병원을 이탈한 가운데 이달 초부터 근무를 시작하기로 했던 전임의(펠로) 및 인턴 예정자까지 대거 임용을 포기하면서 ‘의료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 ‘빅5’ 전임의 절반 이탈 4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삼성서울, 서울대, 서울성모, 서울아산, 세브란스병원)에서 4일부터 근무할 예정이었던 전임의 1126명 중 이날 정상 근무한 인원은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임의는 전공의가 전문 자격을 취득한 후 근무하는 의사로 빅5 전체 의사의 16%가량을 차지한다. 숙련도가 높아 빅5 의사의 39%를 차지하는 전공의 대부분이 병원을 떠난 후 교수와 일선을 지탱해 왔다. 빅5 병원의 한 관계자는 “레지던트를 마치고 같은 병원에서 전임의로 근무하려던 의사들이 후배 전공의와 재학생 뒤를 따라 이탈한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비수도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충남 천안시에 있는 단국대병원에선 이달부터 일하기로 했던 전임의 10명 중 5명만 계약했다. 대전성모병원도 전임의 7명 중 절반 이상이 계약을 거부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남은 교수들과 일부 전임의만으로 버티기에는 이제 임계점에 이른 것 같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전임의) 재계약률이 저조한 건 사실”이라며 “거의 한 명도 재계약을 하지 않은 기관도 있어 전임의들이 계약하도록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연세대 “정원 150명인데 3명만 계약” 의대 졸업 후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었던 인턴 예정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세브란스병원 인턴 정원이 150명인데 이달 1일부로 계약서를 작성한 건 3명뿐”이라고 했다. 다른 빅5 병원도 사정은 비슷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대병원에선 56명, 충남대병원에선 60명의 인턴 예정자가 이날 병원으로 출근하지 않았다. 충남대병원 신규 인턴 60명, 건양대병원 30명, 을지대병원 27명, 대전성모병원 25명도 모두 임용을 포기했다. 전공의에 이어 전임의와 인턴 이탈까지 이어지면서 빅5 병원들은 현재 절반가량 진행 중인 수술을 더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중환자 진료마저 거절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응급실에서 내과계 중환자실(MICU) 환자를 더는 수용할 수 없다고 공지했고, 세브란스병원은 심근경색과 뇌출혈 등 응급환자라도 부분적으로만 수용하고 있다.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은 정형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의 응급진료가 중단됐다.● 정부 “의사 면허정지 땐 전문의 취득 1년 늦어져”현재까지 의료 현장에 복귀한 전공의는 1000명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오전 11시 기준으로 근무지 이탈자(8945명)의 10% 남짓이다. 정부는 4∼6일 수련병원 221곳을 점검해 최종적으로 미복귀자를 파악한 후 면허정지 및 고발에 착수할 방침이다. 박 차관은 “3개월 이상 (의사) 면허정지를 받으면 전공의 수련 기간을 충족하지 못해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 이상 늦춰지고, 향후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경찰은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회장 등 5명을 6, 7일 불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기로 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3일 해외에서 귀국한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의 휴대전화와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3일 열린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일부 의사들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집회 참석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불법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수사할 것”이라고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영업사원 동원이) 사실이라면 의협이 먼저 나서 회원을 징계하고 당사자에게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 2024-03-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료공백’ 첫 강제수사… 의협, 집단휴진 시사

    경찰이 의료 공백 사태의 책임을 물어 1일 대한의사협회(의협) 전현직 간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이번 사태 이후 첫 강제 수사다. 보건복지부는 사직서를 낸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의사면허 번호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의료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2월 29일까지 복귀하라’고 밝혔지만 대다수가 응하지 않자 의사 단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모양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1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과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의 자택 등을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영장에는 지난달 17일 비대위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단체행동 관련 지침 등을 압수 대상으로 적시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장 등 5명을 의료법 위반과 업무방해 교사·방조 등 혐의로 경찰청에 고발했다. 경찰은 전공의 집단사직을 지지하고 법률적으로 지원하는 등 집단행동을 교사하거나 방조해 수련 병원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고 6일 출석을 요구한 상태다. 복지부도 1일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장 등 병원 이탈 전공의 13명에게 업무개시 명령을 공시 송달했다. 공문을 보낼 대상이 연락이 안 닿을 때 홈페이지 게시 등으로 대신하는 것이다. 정부는 명령에 불응한 전공의의 면허를 최소 3개월 정지시키고 사법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사태 초기 업무개시 명령 대상 중 등기우편이 반송되거나 전화번호가 바뀐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의협은 이날 압수수색과 공시 송달에 대해 “자발적 의사로 이뤄진 사직서 제출을 교사했다고 누명을 씌우고, 사직 및 계약 종료 등으로 돌아갈 병원도 없는 전공의들에게 노동을 강제한다”며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께 불편을 끼칠 수도 있다”며 추가 집단행동 가능성을 시사했다. 주 위원장은 “공권력이 전공의 후배에게 압박을 가한다면 한발 더 나아가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정부, 전공의 13명 면허번호 공개… ‘최소 3개월 정지’ 처분 착수 [의료공백 혼란]전공의에 업무개시명령 공시 송달“미복귀 확인뒤 고발 오래 안걸릴것”… 대상자들 “인턴 끝나 복귀할 곳 없어”경찰, 의협 ‘투쟁 로드맵’ 등 압수수색… 병원장들 “환자 우선” 연일 복귀 촉구 정부는 복귀 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 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 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공시 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 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 공시 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 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 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 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 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공시 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개원의 진료 중단 가능성”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라고 항변했다. 또 “하루이틀 개원의가 집단 휴직하는 건 비대위에서 정할 수 있다”며 전공의에 이어 동네 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 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 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 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3-0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화종료 5시간 만에 ‘명령서 공시송달’…의협, 집단휴진 시사

    정부는 복귀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29일이 지나자마자 강제수사에 돌입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13명의 면허번호까지 공개하며 면허정지 및 고발 수순에 착수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동네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 공시송달로 면허정지·고발 시동1일 0시 보건복지부는 홈페이지를 통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전공의 13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서를 공시 송달했다. 이름 중 일부 글자는 가렸지만 소속 병원과 6자리 의사면허번호는 공개했다.공시송달은 보통 공고로부터 14일 뒤를 효력 발생 시점으로 설정하지만 이번에는 ‘공고 당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효력 발생 시점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명령서 송달이 급박하게 이뤄지느라 일부 전공의의 소속 병원과 면허 번호가 잘못 기재됐다가 수정되기도 했다.정부는 전공의 단체 지도부를 시작으로 예고했던 최소 3개월 면허정지와 형사고발을 이어갈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공시송달을 이어가면서 4일부터 현장조사를 거쳐 미복귀가 최종 확인된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및 고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또 “2020년의 경우 미복귀 확인 후 고발까지 이틀 걸렸다. 이번에도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도 이달부터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할 방침이다.공시송달 대상이 된 전공의들은 반발했다. 류 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인턴 과정이 이미 끝나 복귀할 병원이 없는데 업무를 어떻게 개시하라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개원의 진료중단 가능성” 같은 날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김택우 위원장과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등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수색도 진행됐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한 지난달 6일 전후 작성된 회의록과 투쟁 로드맵 등이 포함됐다.경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해 “정부 정책 폐기를 목적으로 전공의 9006명과 공모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후 진료를 불가능하게 해 병원들의 정상적 업무수행을 방해했다”고 적시했다. 또 “전공의들의 업무개시명령 위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배포·전파했다”고도 했다.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우리가) 그런 적도 없고 만약 그렇게 하더라도 (전공의들이) 따를 것도 아니다”고 항변했다. 또 “전공의 후배들에게 공권력이 압박을 가한다면 개원의들도 휴일이 아닌 평일에 휴진하고 집회를 열 수 있다”며 “하루이틀 상황을 보면서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공의에 이어 동네병원도 진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세계의사협회(WMA)도 이날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강압적 조치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병원장들 “지금이라도 복귀해야”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병원장들은 연이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호소했다. 박승일 서울아산병원장은 1일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 “여러분을 의지하고 계신 환자분들을 고민의 최우선에 두시길 간곡하게 부탁드린다”며 복귀를 촉구했다. 이화성 가톨릭대의료원장도 산하 8개 수련병원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요청했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병원장은 지난달 28, 29일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유사한 메시지를 전했다.조규홍 장관도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에서 “지금이라도 속히 환자 곁으로 돌아와 달라”고 당부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복귀시한이 지나긴 했지만 연휴 동안 복귀할 경우 행정조치 여부를 추가로 판단할 것”이라며 선처 가능성을 시사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

    • 2024-03-01
    • 좋아요
    • 코멘트
  • 병원 “전공의-전임의 예정대로 임용” 통보, 의협 “초법적 발상… 정부 압박 있었을 것”

    “선생님들께서 제출하신 제반 서류들을 수리할 수 없습니다. 3월 1일부로 본원 전공의 임용 예정입니다.” 지난달 28일 건국대병원은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예정자에게 보냈다. 임용계약을 포기하겠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비슷한 안내문을 전공의 예정자들에게 보냈다.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병원들이 ‘3월 의료대란’을 우려해 전공의 예정자들에게 “임용 포기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의사단체들은 “이미 일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는 정부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때문에 수리를 못 한다고 해도 새로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것까지 막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병원에 남으려 했다가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예비 전임의(펠로)들에게도 비슷한 내용이 공지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28일 신규 전임의 예정자 215명에게 ‘임용 포기서를 수리할 수 없고 계약대로 3월 1일자로 임용 발령을 내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안내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병원들도 임용 포기 여부와 관계없이 전공의와 전임의들을 신규 임용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임의 임용계약 등은) 병원과 그분들의 관계다. 정부가 추가적인 명령을 내리거나 한 바가 없으며 병원이 자체 판단에 의해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예정자까지 안 들어올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어 내린 조치란 입장이다. 하지만 전공의와 전임의 예정자 상당수가 병원 방침과 관련없이 출근을 안 할 예정이어서 현장에서 실제 근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임용 후 의사들이 근무하지 않으면 ‘근무 이탈’에 해당돼 행정처분 및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의사단체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병원과 의료원 10곳에 “임용을 포기한 의사들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계약을 철회할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개별 병원들이 이런 초법적 발상을 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3-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병원 남은 전공의 “나는 우매한 의사입니다”

    “숭고한 소명의식 같은 게 아닙니다. 저까지 빠지면 응급실 운영이 더 어려워지니 병원에 남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최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김승현(가명) 씨는 다음 달부터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임의(펠로)로 일할 예정이다. 20일부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했을 때도 김 씨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 달부터 함께 전임의로 일할 예정이었던 동료 중 3분의 2 이상이 ‘임용 포기 서약서’를 쓰고 병원을 떠났지만 김 씨는 계속 병원에 남기로 했다. 그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전임의를 시작하면 원래 목표였던 연구와 기술 습득보다 전공의 업무만 대신하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동료들은 물론 교수님까지 말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래도 병원을 지키기로 한 건 “의료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응급실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실려 온다. 난동 부리는 취객은 정말 싫지만,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는 이런 감정을 바이탈(필수의료) 병’이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신을 “우매한 의사”라고도 했다.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의료 과목이 아닌 미용 등 비필수 분야를 선택하는 게 의사 개인에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란 뜻이다. 김 씨는 “미용 의료를 선택하면 힘들게 4, 5년간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아도 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챙길 수 있다. 돈도 더 벌고, 법적 책임을 질 일도 적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탈 병’ 때문에 결국 응급실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군중심리 휘둘린 의사들 아쉬워… 정부도 의대 증원 유연해져야” [의료 공백 혼란]응급실 남은 전공의“전공의들 정책 읽어봤는지 궁금… 남은 의사는 과로에 사고날까 걱정”“의대 2000명 증원 경직된 의사결정… 정책 효과 평가하며 유동적 조정을” 김 씨는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선 “찬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 행동에 대해서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병원이) 한 달을 못 버틸 것’이란 말이 나오는데 이런 상황을 아는 의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건 병원에 남은 의사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안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상태라면 의료 체계가 무너질 게 뻔하다. 사직한 전공의들도 그런 파국을 원하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2000명 증원 지나쳐… 정부는 유연성 보여 달라” 김 씨는 정부에 대해 아쉬운 점을 조목조목 나열했다. 그는 “먼저 의사 부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며 “설사 의사가 1만 명 부족하다고 해도 정부가 발표한 정책 패키지가 제대로 작동한다면 필수의료 의사 부족 현상이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리고 “정부가 2000명씩 5년간 증원 방식으로 추진하는 건 경직된 의사결정 같다”며 “정책 효과를 평가하며 의대 정원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0명을 한 번에 늘릴 경우 이들을 수용할 만한 교육 여건이 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 씨는 “현재도 의학 교육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대학병원에서 실습하는 의대생들을 전공의들이 가르치고 있다.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처벌하거나 근무를 강제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원칙적으로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병원에서 핵심 인력 역할을 해선 안 된다”며 “공익을 위해 직업의 자유를 제한할 순 있다고 해도 전문의부터 하는 게 맞다”고 했다.● “군중심리로 병원 이탈했나 돌아봐야” 김 씨는 확고한 주관 없이 ‘군중심리’에 휘둘린 병원을 이탈한 일부 전공의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자유”라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고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직접 판단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병원에 남은 의사들이 과로에 시달리다 의료 사고가 발생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 지금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김 씨는 “(전공의 이탈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응급실에 환자들이 밀려들다 문제라도 발생하면 고스란히 ‘내 책임’이 될 것 같아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인터뷰 당일인 27일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서 중상해 사고가 발생한 경우 의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사망 사고가 발생해도 처벌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의료 사고는 결국 병원들이 돈 안 되는 필수의료진을 적게 뽑아 발생한다. 필수과목 수가(진료비)를 대폭 인상하되 병원들이 필수의료진을 더 많이 뽑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2-2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의협 전현직 간부 등 5명 첫 고발

    정부가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 병원 이탈 사태와 관련해 전현직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등 5명을 고발했다.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의사를 고발한 건 처음이다. 보건복지부는 27일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의협 관계자 5명을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고발 대상은 의협 비대위의 김택우 위원장,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박명하 조직강화위원장과 노환규 전 의협 회장 및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다. 복지부는 또 온라인에서 단체행동을 선동하는 글을 올린 ‘성명불상자’도 함께 고발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료개혁은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재확인했다. 또 “국민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벌이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건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기 어렵다”며 “지금 증원해도 10년 뒤에나 의사가 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미루라는 것이냐”고도 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의사들이 요구해 온 의료사고 처벌 면제 계획을 발표하며 ‘당근책’도 제시했다. 보험에 가입한 경우 필수의료 분야에서 의료사고로 중상해가 발생하면 면책하고, 사망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처벌을 경감해 주겠다는 것이다. 尹 “의료개혁 협상대상 아니다… 2000명 증원 최소 조치”“근무 명령, 헌법 기본권 침해” 지적에 정부 “법적검토 마쳐 행정처분 할것”의협 “공산 독재 정권이나 할 주장”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모두 발언과 마무리 발언 등 3차례에 걸쳐 30분가량을 할애해 의대 입학정원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모든 국민은 국민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 헌법 36조 3항을 언급하며 “의대 증원 2000명은 국가의 헌법적 책무 이행을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 “의료개혁은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고 의료 현장에 혼란을 발생시키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정부가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복귀 시한을 29일로 정한 가운데 원칙적 대응 방침을 되풀이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두 배로 늘려 매년 1000명을 뽑으니 법률 전문가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자리를 잡아서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며 “(필수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진 건 결국 의사 수를 묶고 의사를 줄였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이날 경기 수원지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국민의 생명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게 국가의 책무”라며 “검찰은 (의료법상) 절차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정해진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인턴 수련 기간이 이달 말 끝나고 레지던트 과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전공의와 1년 단위로 레지던트 계약을 맺어 조만간 계약을 갱신해야 하는 전공의에게 진료유지명령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달 말∼다음 달 초 계약이 끝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이탈하며 의료공백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법적 검토를 마쳤고 충분히 명령이 가능하다는 자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명령을 위반한 경우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 대표적 국가가 바로 북한이다. 공산 독재 정권에서나 할 법한 주장을 대한민국 정부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대본에 따르면 26일 오후 7시 기준으로 전국 수련병원 99곳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09명(80.9%)이며 이 중 8939명(72.7%)이 근무지를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차관은 “일부 병원별로는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하는 전공의가 꽤 있다”고 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

    • 2024-02-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태아 지키려 수술 미룬 40대, 5명에 새 생명 주고 떠나

    배 속 아이를 지키기 위해 뇌혈관질환 수술을 미뤘던 40대 여성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달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에서 뇌사 상태였던 이하진 씨(42·사진)가 좌우 콩팥과 간장, 폐장, 심장을 기증하고 눈을 감았다고 26일 밝혔다. 이 씨는 2020년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내경동맥의 끝부분이 막히면서 연기 모양의 이상 혈관이 생기는 뇌혈관 질환으로 악화되면 뇌출혈과 뇌졸중 등으로 이어지며 사망할 수 있다. 의료진은 상태가 악화되자 수술을 권했지만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었던 이 씨는 수술을 미뤘다. 이 씨는 둘째 딸의 첫돌이 지난 후인 지난해 12월에야 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회복 과정에서 인플루엔자(독감)를 심하게 앓았고 지난달 17일 뇌출혈이 발생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남편 김동인 씨는 이 씨가 생전 장기기증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는 점을 떠올렸고 자녀들이 어머니를 자랑스럽게 기억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장은 “숭고한 결정으로 생명나눔을 실천한 기증자와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새 삶을 받은 5명의 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 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2-2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번에는 ‘인턴 대란’… 빅5 합격자도 “포기”

    20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로 발생한 의료 공백이 확산되는 가운데 의대 졸업생들이 대거 대학병원 인턴 임용을 포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지던트 3, 4년 차와 전임의(펠로) 상당수가 추가로 병원을 떠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규 인턴 충원까지 무산돼 ‘3월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전국 대학병원에는 인턴 합격 상태에서 단체로 임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인턴 합격자 123명 대부분이 계약 포기 의사를 밝힌 상태”라고 밝혔다. 부산대병원에선 다음 달 1일부터 인턴으로 일하려던 57명 중 52명이 임용 포기 각서를 병원에 냈다. 광주 조선대에서도 수련을 앞둔 인턴 예정자 36명이 전원 임용을 포기했다. 통상 대학병원은 의사 국가시험을 통과한 ‘새내기 의사’를 뽑아 3월 초부터 1년간 인턴 수련을 진행한다. 전공의 이탈로 ‘손발’이 사라진 상태에서 신규 인턴으로 업무 공백을 조금이나마 메우려던 대학병원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문제는 수련 마무리 단계란 이유로 병원에 남았던 3, 4년 차 레지던트들의 계약 역시 이달 말∼다음 달 초 끝난다는 것이다. 또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전임의 역시 상당수가 같은 시기 계약이 끝난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외과계열 교수는 “인턴 충원이 안 되고 레지던트 3, 4년 차와 전임의가 병원을 떠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수술 건수가 평시의 10%대까지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대형병원들은 평시 대비 50% 안팎의 수술을 진행 중이다. 의료대란이 목전에 닥쳤지만 정부와 의사단체는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5일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에서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후 용산 대통령실까지 행진했다. 반면 성태윤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2000명은 계속 필요한 인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원래 필요했던 의사 충원 규모는 3000명 내외”라며 증원 규모를 줄일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정부는 법무부가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하고, 검경이 신속한 사법 처리를 위해 협력체계를 구축하며 강제수사에 대비했다. 의대 증원 논란은 정치권으로도 번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의대 증원 적정 규모는 400∼500명”이라며 “의사는 파업을, 정부는 진압쇼를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있을 수 없는 정쟁 유도 행위”라며 “당 내부 위기 탈출용”이라고 정면 비판했다.대형병원 인턴 임용 집단 포기… “최악땐 수술 10%로 줄여야” ‘인턴 대란’에 의료공백 확산 우려서울대 인턴 등 합격자 “출근 안해”… 손발 역할 인턴 3월 충원 불발레지던트 추가 이탈에 병원들 막막 의대교수협 “중재 역할 하겠다” 25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이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던 인턴 57명 중 상당수가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인턴이 들어오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마저 어렵게 됐다”며 “전공의 이탈로 절대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손발’ 역할하는 인턴 충원 불발 인턴은 의대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수련 과정에 들어가는 첫 단계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과 선택 과목을 1, 2개월 단위로 순환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다. 이후 전공과목을 택해 레지던트, 전임의(펠로), 교수 단계를 밟는다. 응급실 근무를 포함해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진료 및 수술의 최전방에 배치돼 레지던트와 함께 ‘손발’ 역할을 한다. 예비 인턴들은 선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단체로 임용포기의사를 밝히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다음 달 4일자로 신규 인턴 101명이 임용될 예정이었지만 이 중 80여 명이 포기 서류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도 다음 달 입사 예정이던 인턴 35명이 임용포기 서류를 제출했다. 빅5 병원(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에서도 수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인턴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2일 신규 인턴 166명 대상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했는데 참여율이 극히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다음 달 초 병원을 지키던 3, 4년 차 레지던트와 전임의까지 상당수 병원을 떠나면 대형 병원에서 ‘의료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 ‘뇌출혈 수술도 부분적으로만 수용 가능하다’고 공지하는 등 대형 병원의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 3년 차 레지던트는 “동기 중에서 ‘안 남겠다’는 의견이 많아 3월이 되면 병원이 텅 빌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과거 대비 절반으로 줄인 빅5 병원의 수술 건수가 10∼20%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의료대란’ 막아야…중재 나선 교수들 ‘3월 의료대란’을 목전에 둔 의대 교수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호소문을 내고 “며칠 내 해결의 실마리가 안 풀리면 대형 병원은 급속히 마비 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며 교수들과 만나 정기적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협의 주체와 협의 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해도 사태 해결(전공의 복귀)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26일 오전 전공의들을 만나 정부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복귀를 요청할 계획이다. 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도 25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2000명 증원 원칙을 완화하고 현실을 고려한 증원 정책을 세우길 바란다”며 “교육 및 산업계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연합회 차기 회장인 최인호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공의들에게도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니 이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성명에 담았다”고 했다. 교수들이 나선 배경에는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전공의들이 복귀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정부뿐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성명을 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2024-0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정부 “복지부에 검사 파견… 병원 이탈 신속 사법처리”

    정부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 사태와 관련해 이날 ‘신속한 사법처리’를 강조했고 보건복지부에 검사 1명을 파견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반면 의사단체는 이날 거리에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맞섰다. 이날 정부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 자리에서 일선 검찰청이 경찰과 검경 협의회를 열며 불법 집단행동에 대한 신속한 사법처리에 대비하기로 했다. 압수수색과 체포 등 강제수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이미 “집단행동을 주도하는 주동자 및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 법무부에서 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해 행정명령 등에 대한 법률 자문을 지원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이날 회의에서 “허위 여론 선동, 명예훼손 등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를 열었다. 시군구 의사회장 등 4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한 자리에서 의협 비대위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강행할 경우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회의 종료 후 참석자들은 ‘의대 정원 졸속 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2.7km가량을 행진했다. 이날 의협은 다음 달 3일 2만 명 규모의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

    • 2024-02-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대 졸업생들 “인턴 안 한다” 임용 포기…의료 공백 ‘악화일로’

    25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이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던 인턴 57명 중 상당수가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인턴이 들어오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마저 어렵게 됐다”며 “전공의 이탈로 절대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손발’ 역할하는 인턴 충원 불발인턴은 의대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수련 과정에 들어가는 첫 단계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과 선택 과목을 1, 2개월 단위로 순환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다. 이후 전공과목을 택해 레지던트, 전임의(펠로), 교수 단계를 밟는다. 응급실 근무를 포함해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진료 및 수술의 최전방에 배치돼 레지던트와 함께 ‘손발’ 역할을 한다.예비 인턴들은 선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단체로 임용포기서를 내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다음 달 4일자로 신규 인턴 101명이 임용될 예정이었지만 이 중 80여명이 포기서류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도 다음 달 입사 예정이던 인턴 35명이 임용포기 서류를 제출했다.빅5(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 병원에서도 수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인턴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2일 신규 인턴 184명 대상 대상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했는데 참여율이 극히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달 말~다음 달 초 병원을 지키던 3, 4년차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까지 상당수 병원을 떠나면 대형병원에서 ‘의료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 ‘뇌출혈 수술도 부분적으로만 수용 가능하다’고 공지하는 등 대형병원의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 3년차 레지던트는 “동기 중에서 ‘안 남겠다’는 의견이 많아 3월이 되면 병원이 텅 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과거 대비 수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빅5 병원의 수술이 10~20%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의료대란’ 막아야…중재 나선 교수들‘3월 의료대란’을 목전에 둔 의대 교수들은 파국을 막기 위해 중재에 나서고 있다.정진행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호소문을 내고 “며칠 내 해결의 실마리가 안 풀리면 대형병원은 급속히 마비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며 교수들과 만나 정기적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협의 주체와 협의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해도 사태 해결(전공의 복귀)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26일 오전 전공의들을 만나 정부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복귀를 요청할 계획이다.거점국립대교수회연합회도 25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2000명 증원 원칙을 완화하고 현실을 고려한 증원 정책을 세우길 바란다”며 “교육 및 산업계까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연합회 차기회장인 최인호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공의들에게도 입장과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니 이제 복귀하라는 메시지를 성명에 담았다”고 했다.교수들이 나선 배경에는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전공의들이 복귀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정부뿐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성명을 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 2024-02-25
    • 좋아요
    • 코멘트
  • 정부 “의사 최소 1만명 확충 필요성 입증”… 의협 “2000명 증원 근거 없다는 것 확인”

    정부가 의대 증원에 참고한 보고서 3개 저자들이 21일 본보 긴급좌담회에서 “증원 규모는 연 750∼1000명이 바람직하다”고 밝힌 걸 두고 정부와 의사단체가 22일 정반대의 해석을 내놓으며 대립을 이어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본보 좌담회 내용을 언급하며 “2035년까지 최소 1만 명 확충이 필요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의사 확충의 속도는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의사 양성 기간(6∼11년)을 감안할 때 연 2000명이 아니라 연 750∼1000명씩 증원하면 의사 인력 확충 시간이 (2035년보다) 10년 더 늦어진다”고 했다. 복지부는 해명 자료에서도 “세 연구 모두 현행 의대 교육 여건에 대해선 분석하지 않았다”며 “의대 수요 조사에서 최소 2000명 이상을 확인했고 전문가 점검 등을 통해 충분한 교육 역량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반면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반대 반응을 보였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해당 연구들은 (보도된 대로) 당장 의대 정원을 연 2000명 증원하라고 밝힌 적이 없다”며 “정부가 이 연구들을 들먹이는 건 해당 연구의 일부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연 2000명 증원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도에서 언급된 연 750∼1000명 증원으로 협상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지금 의사가 부족하다는 근거는 전혀 없다는 게 저희의 인식”이라고 밝혔다. 의사 수가 충분하기 때문에 의대 증원이 전혀 필요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또 “한국 실정에 맞는 합리적이고 객관적 기준으로 이뤄진 대규모 연구를 통해 적정한 의사 및 보건의료 인력 규모를 추산해야 한다”고 했다. 의대 증원 규모를 두고 정부가 ‘2000명’, 의사단체가 ‘0명’을 고수하며 평행선을 달리는 걸 두고 의료계 원로들은 서로 조금씩 양보해 타협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희철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은 “정부와 의료계가 유연한 태도를 갖고 필요한 의료 인력 수를 추계할 거버넌스를 함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의학한림원은 첫해 의대 증원 규모로 350∼500명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본보 긴급좌담회에서 “2035년 의사 1만 명이 부족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연 750명(홍 교수)과 연 1000명(신 교수, 권 연구위원)을 적정 증원 규모로 제시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2-2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탈 전공의 45% 복귀”… 일부는 근무한척 일시 ‘로그인’

    정부의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2000명 증원 전면 백지화’와 ‘업무개시명령 철회’ 등 7가지 요구 조건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며 단체행동을 시작했다. 다만 언제까지 진료 거부를 할 것인지 등 향후 행동계획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20일 임시 대의원 총회를 마친 후 이날 밤늦게 각 병원 대표 82명의 실명이 담긴 성명서를 내고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라”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의 집단행동 금지 명령을 의식해 자신들의 사직서 제출과 근무 이탈을 ‘개별적 행동’이라고 주장해 왔던 이들이 본격적인 단체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이들은 정부의 증원 규모인 2000명을 두고 “어처구니없는 숫자”라며 “정부가 정치적 표심을 위해 급진적인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이달 초 발표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두고 “최선의 진료를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의사 수를 늘려도 저수가와 의료소송 문제를 우선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전협은 정부에 △의사 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전공의를 겁박하는 부당한 명령 철회 및 정식 사과 △주 80시간에 달하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10시 기준으로 주요 수련 병원 100곳의 전공의 중 63.1%에 해당하는 7813명이 병원 근무를 중단했다.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8816명으로 71.2%에 달한다. 복지부는 병원 근무를 중단한 6228명에 대해 업무복귀명령을 내렸고 이 중 45%에 해당하는 2851명이 복귀했다. 하지만 일부 전공의들은 정부가 현장 점검을 나오면 병원에 들러 전산망에 접속하고 간단한 진료 처방만 남기는 방식으로 근무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의 한 대형병원은 전공의들에게 ‘복지부 현장 실사가 예정돼 있어 무작위 연락이 취해질 수 있으니 최대한 병원 인근에 있다가 연락 받으면 바로 올 수 있도록 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런 ‘꼼수 이탈’을 감안하면 실제로는 병원 이탈률이 정부 발표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업무개시명령을 받고 복귀한 이들 중 상당수도 실제로는 일을 안 하는 것으로 알려져 의료공백은 여전한 상황이다. 서울의 한 상급 종합병원 관계자는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복귀하지 않았다는 불이행확인서에 교수가 서명하면 전공의들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에 상당수의 교수들이 서명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2-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고령화로 의사 1만명 부족… 의대 年750~1000명 증원 바람직”

    정부는 6일 전국 의대 입학 정원을 3058명에서 내년부터 5058명으로 2000명 늘리겠다면서 보고서 3개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이후 ‘2000명 증원’을 두고 의사·전공의 단체는 ‘비현실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2000명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규모”라며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동아일보는 정부가 참고한 보고서 3개의 저자인 홍윤철 서울대 의대 교수(64), 신영석 고려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63),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44)과 함께 적정한 의대 증원 규모와 방식, 정부와 의사단체 간 갈등의 해법 등에 대한 긴급좌담회를 진행했다.●“의사 부족은 예견된 미래” 이구동성참석자들은 모두 “현재도 의사 수가 부족하고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점에 동의했다.홍 교수는 “수도권은 지금도 의사가 초과 상태지만 비수도권 지역에선 의사 부족이 심각하다”며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은 지도부가 주로 수도권에 있다 보니 나오는 것이다. 의사 중 지방 현실을 대표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권 연구위원은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의료 서비스 수요가 많은 고령 인구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의사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의사 부족은 예상 가능한 미래”라고 말했다.정부가 본인들의 연구를 바탕으로 진단한 ‘2035년 의사 1만 명 부족’에 대해서도 ‘타당한 해석’이라고 했다. 정부는 2035년 의사 부족 규모로 홍 교수가 1만816명, 신 교수가 9654명, 권 연구위원이 1만650명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신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추계하는 방식을 참고해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의료 수요가 달라진다는 점과 의사들의 근로일수 등을 감안해 다양한 시나리오로 추정한 결과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도 “다양한 시나리오를 제시했기 때문에 어느 한 값이 연구를 대표하진 않는다”면서도 세 사람의 추계 방법론은 각각 다른데 결과값이 이 정도로 비슷하다는 것은 각 연구의 타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연 750~1000명 증원이 바람직”하지만 참석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매년 2000명 증원 방안에 대해선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신 교수는 “정부는 1만 명 부족 현상을 빨리 해소하기 위해 2000명씩 5년 증원을 결정한 것 같은데 1000명씩 10년 동안 늘리며 연착륙을 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정책의 결과를 차분히 평가하고 후속 조치를 구상하기에 5년은 지나치게 짧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아주 장기적으로 보면 인구가 줄면서 의사 초과가 되는 시점이 온다”며 “1000명 이상의 증원은 위험하고 750명 정도가 가장 적절하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했다. 홍 교수는 ‘늘어난 정원을 모두 비수도권에 배정할 것’이란 조건도 달았다. 그는 “의사가 부족한 건 비수도권이기 때문”이라며 “서울은 이미 의사가 많으므로 늘어난 정원을 배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5년마다 의대 정원이 적정한지 재평가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도 했다.보고서에서 5%씩 점진적으로 의대 증원을 늘리자고 했던 권 연구위원은 “점진적으로 늘릴 경우 어느 지역, 어느 대학에 우선적으로 배정할지를 두고 사회적 진통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1000명을 늘려 10년 정도 유지해 보면서 필수의료 정책을 함께 시행해 결과를 점검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의대의 현실적 여건을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교수는 “해부학 실습의 경우 시신 구하기가 어렵다. 정부 안대로 증원되면 전통적 방식의 해부학 실습은 못 하게 될 것”이라며 “급격히 정원이 늘면 학교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2000명 증원이 오히려 의대 교육 인프라에 대한 대학들의 투자 의지를 떨어트릴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권 연구위원은 “이렇게 급격하게 증원한다면 대학들은 5년 뒤 다시 정원이 감축될 것으로 예상해 의대에 대한 추가 투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필수의료 강화 구체안 내놓고 설득해야”참석자들은 전공의들은 이제라도 병원으로 돌아가고 정부도 의료계의 숙원인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 정비를 포함한 구체적인 필수의료 대책을 내놓고 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고도 했다.홍 교수는 “정부와 의사단체 모두 국민을 볼모로 잡고 서로 양보하라고 해선 안 된다”며 “수도권은 한 명도 증원하지 않고 지역에서만 증원을 한다면 반대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또 “지금처럼 진료할 때마다 수가가 매겨지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한 이상 필수의료 문제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행위별 수가제를 고집한다면 아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아청소년과(소청과)나 산부인과는 점점 소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궁극적으로는 진료 건수와 무관하게 꼭 필요한 진료과목에 높은 수가를 주는 가치 기반 수가제로 보상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신 교수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 사고가 날 것”이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환자를 열심히 돌보며 필수의료 지원 강화 등을 요구하면 더 설득력 있을 것이다. 또 이번 기회에 대형 병원이 전공의에 의존하는 현실도 바꿔야 한다”고 했다. 권 연구위원도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건강보험 개혁안 등을 구체화하면서 의사들에 대한 설득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여성의사 근로시간 반영, 성차별 아냐”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권 연구위원의 보고서 내용을 설명하던 중 “여성 의사 비율의 증가, 남녀 의사의 근로시간 차이까지 분석했다”고 밝혔다. ‘여성 의사가 남성 의사보다 근로시간이 짧다’는 취지의 발언인데 이를 두고 의사단체를 중심으로 ‘여성 의사 비하’ 논란이 제기됐다. 홍 교수도 이날 좌담회에서 “전공의를 기준으로 봤을 때 여성과 남성의 생산성 격차는 없다. 권 연구위원의 연구에서 이런 시각이 반영됐다면 수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권 연구위원은 “남녀 근로시간의 차이를 고려한 건 성차별적 시각이 반영된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여성 의사의 총 근로시간이 남성 의사에 비해 적은 건 자료에서 확인되는 현상”이라며 “외국의 의사인력 추계 연구에서도 여성 의사의 근로시간은 남성 의사의 80% 정도로 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보고서에선 여성 의사의 노동시간이 적은 이유를 파악하고, 여성 의사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일·가정 양립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4-0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병원 떠나 가운 입고 모인 전공의들, 5시간 마라톤 회의… 내용은 비공개

    20일 낮 12시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소속 병원 로고가 찍힌 가운을 입은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 100여 명이 강당에 모였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임시 대의원 총회에 참석한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들이었다. 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박단 대전협 회장은 “(대학병원) 가운을 입는 건 오늘이 마지막일 것으로 생각해 각자 가운을 입고 와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이번 사안(전공의 투쟁)은 1년 이상 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전공의로 19일 사직서를 내고 병원 근무를 중단한 상태다.이날 총회에 참석한 전공의들은 정부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조치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대표였다가 최근 사직한 류옥하다 씨는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과 싸우는 게 절대 아니다”라면서도 “이렇게 가면 필수의료가 붕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의 조치가 필수의료 붕괴를 가속화할 것이란 취지로 해석된다. 그는 또 “이미 사직한 상태인데 어떤 식으로 업무를 개시하라는 건지 모르겠다. 사태가 마무리돼도 필수의료 전공의 4분의 1, 3분의 1은 안 돌아갈 수도 있다”며 정부의 강경 대응에 불만을 드러냈다.환자에게 미안한 마음도 밝혔다. 한 전공의는 “환자를 두고 나오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만에 하나 사직서를 낸 상황을 지속하지 못한다면 정부의 겁박 때문이 아니라, 환자분들한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대전협은 이날 5시간 동안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고 이후 오후 늦게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대전협은 성명에서 “2000명은 어처구니 없는 숫자”라며 “합리적 의사 수 추계를 위해 과학적 근거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000명 의대 증원 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주장했지만 향후 대응 방침은 밝히지 않았다.이날 오전부터 빅5 병원(서울대, 서울아산,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병원) 등 주요 대학병원에선 진료를 중단하고 퇴근하는 전공의들이 줄을 이었다. 오전 8시경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앞에서 만난 한 전공의는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타며 “여행을 떠날 것”이라고 했다. 손에 든 종이가방엔 구겨진 의사 가운이 들어 있었다.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사직서를 낸 전공의는 총 6415명이다. 복지부에 자료를 제출한 병원 95곳의 전공의(약 1만1600명) 중 55%다. 복지부는 이 중 1630명이 진료를 중단한 것으로 파악했다.빅5 전공의들이 근무 중단을 선언한 20일에는 더 많은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이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계 등에선 빅5 전공의 2745명 중 30% 안팎이 근무를 중단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 집단휴진(파업) 당시 전공의 참여율이 80%였는데 그보다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관계자는 “정부가 면허 취소까지 언급하며 강경하게 나오는 탓에 ‘상황을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다만 이날 전공의의 선배인 임상강사 및 전임의(펠로)들이 입장문을 내고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묵살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혀 사직 릴레이가 전임의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4-02-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대 한명도 못늘린다 하면 의사들 왕따 될수밖에 없어… 정부 고압적 태도도 문제”

    “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무조건 찬성도, 반대도 아닙니다.” 17일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진행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사진)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정부가 ‘마주 달려오는 기차’처럼 대립해선 합의를 이끌어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의사단체와 정부 사이의 중재 역할을 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18일 늦은 오후 동아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단 한 명도 의대 정원을 늘릴 수 없다’고 주장해선 국민이 우리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응원을 받던 의사들이 왜 지금 ‘전 국민의 왕따’가 됐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들이 소통하지 않고 강경 투쟁 노선만 고집하면 집단행동은 ‘밥그릇 지키기’로만 보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정 위원장은 동시에 정부의 고압적인 태도 역시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직하면 군대에 가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겠다’는 식의 대응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전공의들에게 적합하지 않고 선배 의사와 교수까지 동요하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젊은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을 윽박지르기만 할 게 아니라 이들이 반발하는 이유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와 의사의 ‘양자 협상’ 구도를 넘어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함께 ‘공론의 장’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 것을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의대 증원의 파장은 이공계와 인문계 인력 유출까지 이어질 것이라 이들까지 협의에 참여해야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파국을 막고 지속가능한 보건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1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구체적 데이터를 가지고 2000명의 교육, 수련에 필요한 준비는 됐는지 국민 앞에서 같이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 발언 후 정부와 의사단체 측은 20일 한 방송에서 공개토론을 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와 의대생의 집단행동이 본격화되자 정부와 전공의·의대생 사이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며 비대위를 꾸렸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4-02-2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