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희

조건희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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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를 다루다가 지금은 사건팀 데스크를 맡고 있습니다. 정책이 사건이 되는 지점을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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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사회일반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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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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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3%
교육3%
  • [단독]만삭 아내 둔 심정지 환자, 헬기로 120km 이송해 소생

    원주서 쓰러진 40대 대동맥박리 환자,서울까지 120km 헬기-구급차 이송기적처럼 살아나 갓 태어난 아들 마주해“모든 톱니바퀴 맞물려 환자 소생”20일 오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 입원실. 태어난 지 사흘 된 아들 딱풀이(태명)를 영상통화로 처음 마주하는 정일수 씨(40)의 눈빛이 애틋했다. ‘딱 붙어 있으라’는 뜻으로 지어준 태명이 유난히 소중하게 느껴졌다. 불과 3주 전, 정 씨는 강원 원주시에서 심장 대동맥이 찢어져 심장이 멎은 채 쓰러져 발견됐기 때문이다. 120km 떨어진 이 병원으로 옮겨져 국내 최고의 명의를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였다. 수술을 집도한 송석원 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장(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은 “정 씨가 살아난 건 기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닥터헬기-특수구급차 동원해 120km 이송정 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강원 원주시의 한 요양병원에서 친척을 면회하던 중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일행이 심폐소생술(CPR)을 하며 119에 신고했다. 오후 1시 58분경 인근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A 씨는 찢어진 심장 대동맥에서 흘러나온 피가 심낭에 차올라 심장이 제대로 뛰지 않는 상태였다. 급성 대동맥박리였다. 긴급 수술이 필요했지만 근처엔 가용한 의료진이 없었다. 정 씨를 수술해 줄 병원을 찾아 수소문한 끝에 120km 떨어진 서울 강서구 이대서울병원이 ‘환자를 데려오라’고 응답했다.오후 4시 18분, 정 씨가 응급의료 전용 헬기(닥터헬기)에 올랐다. 헬기 안에서도 정 씨는 심정지를 맞았다. 헬기에 함께 탄 의료진이 여러 차례 정 씨의 심장을 마사지해서 되살려냈다. 헬기는 당초 이대서울병원 옥상 헬리패드로 직행할 계획이었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헬기가 뜨고 내릴 수 있도록 항공당국의 허가를 받은 병원 옥상 헬기장이었다. 하지만 기상이 나빠 병원 인근 하늘의 시정(視程·목표물을 뚜렷하게 식별할 수 있는 거리)이 좋지 않았다. 오후 4시 45분, 헬기는 병원을 약 15km 앞둔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 내려야 했다. 병원으로 향하는 올림픽대로는 토요일 저녁 나들이 차량으로 꽉 막혀 있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다행히 헬기장에선 구급차가 정 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닥터헬기 의료진이 구급차로 옮겨 탔다. 구급차 안에서도 정 씨의 심장은 여러 차례 멈췄다. 의료진은 승압제를 고용량으로 투약하며 정 씨의 혈압을 올리려 노력했다. 꽉 막힌 도로를 헤치고 구급차가 이대서울병원에 도착한 건 오후 5시 19분. 첫 응급실로 이송된 지 3시간 21분 만이었다. ● 밤새워 혈압 올려 가까스로 수술당시 정 씨의 수축기 혈압은 50㎜Hg으로 정상치(120㎜Hg)의 절반도 안 됐다. 혈압이 돌아오지 않는 한 수술을 시작하는 건 무리였다. 환자의 몸이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동맥박리 등 심장질환 환자를 5000명 넘게 수술한 송 교수도 “지금껏 봐온 환자 중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상태가 나빴다”고 말할 정도였다.정 씨의 아내는 만삭의 몸을 이끌고 병원으로 찾아와 중환자실 앞에서 초조하게 의료진의 설명을 기다리고 있었다. 송 교수는 “환자 가족에겐 객관적인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는 게 최선이라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지만, 아이가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를 잃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심정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의료진은 밤을 새워 정 씨의 심낭에 바늘을 꽂아 피를 빼내며 상태를 지켜봤다. 심낭에 차오른 피가 심장을 압박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다음날인 29일 아침부터 정 씨의 혈압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정 씨는 반쯤 의식을 차려 의료진과 눈까지 마주쳤다. 이날 점심 무렵 시작한 정 씨의 수술은 오후 늦게 마무리됐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수술 이후 정 씨의 심장 기능이 서서히 회복하기 시작했다. 정 씨가 중환자실에서 회복을 마치고 일반병실에서 안정을 찾아가던 17일, 정 씨의 아내가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정 씨는 20일 아내와 영상통화를 하며 아이 앞에서 약속했다. “만나면 우리 아기 꼭 안아줄게. 앞으론 술 담배도 안 할게.”● “‘표류’ 일상화된 의료 현실에 기적 같은 일”현장 의료진들은 정 씨가 살아난 게 응급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표류’가 일상이 된 의료 현실에서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정 씨에게 CPR을 해준 일행은 물론이고, 그를 첫 병원으로 이송한 119구급대, 닥터헬기에 동승한 의료진과 조종사 등 수많은 이들 중 한 명이라도 없었다면 정 씨를 소생시킬 수 없었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 “지역·필수의료가 붕괴하는 상황에서 정 씨처럼 이송과 치료에 관여한 모든 톱니바퀴가 다 맞물려 돌아간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이대서울병원 대동맥혈관병원은 올 6월 문을 열었다. 송 교수를 비롯해 국내 최고 수준의 대동맥 수술팀이 모였다. 365일 24시간 전국에서 대동맥박리 환자를 이송받아 수술하는 ‘EXPRESS 시스템’을 통해 지금까지 177명의 환자를 치료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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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액상 전자담배 규제법, 기재부 반대 의견

    합성 니코틴을 원료로 쓴 전자담배를 일반 담배처럼 규제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른바 ‘전자담배 꼼수 방지법’)에 기획재정부가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합성 니코틴이 유해성분 공개, 담뱃세 부과 등 규제 사각지대에 방치된 사이 수입량은 급증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경제재정소위원회에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하고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에서 ‘연초의 뿌리나 줄기, 합성 니코틴으로 제조한 것’까지 넓히는 방안을 논의한다. 현재 대다수의 액상형 전자담배가 ‘유사 담배’로 분류돼 유튜브 등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버젓이 판촉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해도 제재받지 않는데, 이를 규제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관할 부처인 기재부는 국회에 낸 보고서에서 “담배 규제 사각 해소를 위해 담배 원료의 범위를 확대하자는 취지에 동의한다”면서도 “합성 니코틴을 담배 원료로 인정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전자담배 꼼수 방지법에 사실상 반대 의견을 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성 니코틴의 독성과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는데 담배로 인정하면 정부가 유통을 허용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금연 학계에선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라고 지적했다. 합성 니코틴은 이미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합성 니코틴의 국내 수입량은 2020년 56t에서 지난해 119t으로 증가했다. 대다수는 니코틴 함량이 1% 미만이라서 환경부 관리 대상이 아니다. 2025년 11월부턴 ‘담배 유해성분 공개법’ 시행에 따라 담배에서 나오는 모든 유해성분을 검사해 공개해야 하는데 이 의무도 피해 가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100t 넘게 유통되는 합성 니코틴의 판매를 금지할 게 아니라면 담배 원료에 포함해 독성 감시라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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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뇌사자 자궁’ 이식 10개월째 정상…시험관 시술로 임신 시도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자궁이 없었던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여성은 첫 수술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수술에서 다른 사람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16일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팀장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이 대한이식학회에 제출한 발표 초록에 따르면 이식팀은 올 1월 44세 뇌사자의 자궁을 한국인 여성 A 씨(35)에게 이식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A 씨는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조직검사에서도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A 씨는 난소 기능이 정상이지만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이다. 자궁 이식 말고는 임신할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자궁을 보건복지부 승인을 거쳐 이식받았다. 국내 첫 자궁 이식 시도였다. 하지만 자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이후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국제자궁이식학회(ISUTx)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보고된 자궁 이식 사례 가운데 A 씨와 같은 재이식 수술은 처음이다. A 씨는 현재 본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첫 재이식 성공 외과-감염내과 전문의 등 13명 투입… 자궁 없던 30대에 두번째 이식 수술국내 ‘자궁 문제 불임’ 작년 1592명… 건보 적용-절차 표준화 등 논의할때‘의학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뇌사자 자궁 이식 성공. 세계 최초의 자궁 재이식 성공.’ 이번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자궁 이식 성공은 국내외 의료계에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선천기형이나 질환으로 자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궁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기다.● 전문의 13명 투입, 세계 최초 재이식 수술 성공 국내에서 이뤄지는 콩팥과 간 등 장기의 이식 수술은 한 해 50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자궁 이식 수술은 세계적으로 85건에 그친다. 이식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자궁을 내줄 기증자를 찾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수술 자체가 의학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증자의 몸에서 자궁을 적출할 땐 이와 연결된 크고 작은 혈관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수혜자의 난소와 생식선 등에 연결할 땐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거나 수술 부위가 감염되면 수술은 수포로 돌아간다. 수술 뒤 체계적인 관리도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자궁 이식에는 이식외과와 산부인과뿐 아니라 혈관외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감염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참여한다. A 씨의 진료에도 박재범 이교원 이식외과 교수뿐 아니라 김성은 오수영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등 13명의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이 투입됐다. 이식팀은 2020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면역억제제 없이 콩팥 이식을 받은 환자의 임신과 출산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다. 현행 장기이식법상 자궁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되진 않았다. 다만 2019년 1월 시행된 개정법에 따라 ‘사람의 내장 또는 조직 중 기능 회복을 위해 적출·이식할 수 있는 것’에 맞으면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심의와 복지부 장관의 결정을 거쳐 이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절차와 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 등을 거쳐 A 씨의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팀은 발표 초록에서 “진료와 수술이 임상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고, 관련 비용은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소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소식 삼성서울병원은 A 씨의 성공을 계기로 다른 불임 여성의 자궁 이식도 준비 중이다. 향후 A 씨가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거나 국내 자궁 이식 성공 경험이 여러 건 축적될 경우, 자궁 기형이나 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 씨가 겪은 MRKH 증후군의 국내 유병률은 여성 5000명당 1명 수준이다. 국내 가임기 여성 인구(1049만 명)에 대입하면 유병 인구가 2098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자궁에서 기원한 불임’으로 진단된 여성은 1만4794명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질병으로 인한 자궁 적출 수술이 해마다 약 4000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자궁 문제 탓에 임신하지 못하는 여성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신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는 해외 자궁 이식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글이 수백 건 검색된다. 일부 이용자는 국내에 자궁 이식 사례가 없다는 답변에 ‘해외에서 대리모를 구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판례상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배아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는 대리모 계약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리모 알선 브로커에게 거액을 줬다가 떼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술비만 1억… 건보 적용 논의 필요 이번 성공을 계기로 법에 명시된 이식 가능 장기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장기이식법에 손과 팔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2017년 2월 대구 W병원이 40대 뇌사자의 팔을 30대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뒤 ‘법령 위반’ 논란이 일자 이를 포함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다만 자궁 이식이 불임 여성 전반에 ‘고려할 만한 수단’이 되려면 건강보험 적용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의 수술과 면역억제제 투약, 시험관 시술 수술 등에는 최소 1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A 씨는 연구 기부금으로 비용을 댈 수 있었지만, 이런 지원이 없다면 개인에겐 부담되는 액수다. 자궁 이식에 뒤따를 수 있는 혼란과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계와 윤리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자궁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이식 절차 등을 표준화할 필요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자국 내 자궁 이식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 전인 2012년에 이미 관련 절차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등을 정한 규약이 발표됐다. 영국은 2015년 자궁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의 나이를 만 25세에서 38세 사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식팀을 이끈 박재범 교수는 “17일 학회에서 공식 발표한 이후에 응하겠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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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회, 국민연금 ‘내는 돈’ 9% → 최소13%로 인상 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최소 13%로 올리는 방안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방안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여론이 민감한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선)을 뒤로 미뤘으나 자문위는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문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자문위는 14차례 회의 결과를 토대로 2가지 개혁안을 최종 제시했다. 현재 보험료율(내는 돈)은 9%,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다. 첫 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소득보장강화안이다. 두 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두는 재정안정화안이다. 어느 쪽이든 보험료율은 최소 4%포인트 이상 오른다. 보고서는 “구조개혁의 큰 틀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해야 연금개혁의 지속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의 전체 체제를 바꾸는 더 넓은 차원의 개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하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은 모수개혁을 미루고 구조개혁부터 하겠다고 밝혔었다. 자문위 관계자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둘 다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단 급한 것(모수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 나이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지만 자문위는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으로 판단했다.국민연금 보험료율 13% 땐, 직장인 월평균 13만원 더 내야 연금특위 자문위 보고서2가지 구체적 숫자 제시안 나와수급 개시 연령 상향엔 신중 입장 올해 4월 기준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 보험료는 각각 29만2737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12만6035원이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제안한 개혁안대로 보험료율이 최소 13%까지 인상되면 직장인은 월평균 최소 13만105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지역 가입자는 5만6015원을 더 내게 된다. 자문위가 2가지 구체적인 모수개혁안을 제시함에 따라 꺼졌던 연금개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개혁이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사실상 알맹이 없는 방안만 내놨었다. 지난달 19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 기금 투자수익률, 소득대체율 등 갖가지 변수를 조합한 무려 24개 시나리오를 보고서에 담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이 모두 빠진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받아든 국회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조정 없이 추상적인 ‘구조 개혁’부터 하겠다고 나섰다. 이 때문에 “사실상 연금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연금특위 자문위 최종보고서에는 수급 개시 연령 상향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 담겼다. 자문위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방향일 수 있으나 현재의 (은퇴 후 연금을 수령하기까지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16일 열리는 회의는 연금특위 활동 기한이 연장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연금특위는 자문위의 최종 보고서와 정부의 계획안 등을 참고해 대국민 공론화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결과를 종합해 최종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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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민연금 ‘내는돈’ 현행 9%→최소 13%로 인상 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최소 13%로 올리는 방안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방안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여론이 민감한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선)을 뒤로 미뤘으나 자문위는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문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자문위는 14차례 회의 결과를 토대로 2가지 개혁안을 최종 제시했다. 현재 보험료율(내는 돈)은 9%,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다. 첫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소득보장강화안이다. 두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두는 재정안정화안이다. 어느 쪽이든 보험료율은 최소 4%포인트 이상 오른다.보고서는 “구조개혁의 큰 틀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해야 연금개혁 지속적 동력 확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의 전체 체제를 바꾸는 더 넓은 차원의 개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하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은 모수개혁을 미루고 구조개혁부터 하겠다고 밝혔었다. 자문위 관계자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둘 다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단 급한 것(모수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 나이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지만 자문위는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으로 판단했다.올해 4월 기준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 보험료는 각각 29만2737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12만6035원이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제안한 개혁안대로 보험료율이 최소 13%까지 인상되면 직장인은 월평균 최소 13만105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지역 가입자는 5만6015원을 더 내게 된다.자문위가 2가지 구체적인 모수개혁안을 제시함에 따라 꺼졌던 연금개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개혁이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사실상 알맹이 없는 방안만 내놨었다. 지난달 19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 기금 투자수익율, 소득대체율 등 갖가지 변수를 조합한 무려 24개 시나리오를 보고서에 담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이 모두 빠진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받아든 국회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조정 없이 추상적인 ‘구조 개혁’부터 하겠다고 나섰다. 때문에 “사실상 연금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이번 연금특위 자문위 최종보고서에는 수급 개시 연령 상향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 담겼다. 자문위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방향일 수 있으나 현재의 (은퇴 후 연금을 수령하기까지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16일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연금개혁특위는 자문위의 최종 보고서와 정부의 계획안 등을 참고해 대국민 공론화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결과를 종합해 최종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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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담배 꼼수 방지법’ 이번엔 통과할까… 16일 국회서 논의할듯

    현재 ‘유사 담배’로 분류된 액상형 전자담배를 현행법이 정의하는 ‘담배’에 포함해 세금을 물리고 유해성분 공개 등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이 국회에서 논의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는 이르면 16일 경제재정소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담배사업법 개정안을 상정할 방침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현행법상 담배는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정의돼 있다. 연초의 줄기나 뿌리에서 추출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으로 만든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액상형 전자담배는 유튜브 등에서 청소년을 상대로 버젓이 판촉하거나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해도 제재받지 않는다. 경고 그림이나 문구를 표시할 의무도 없다.더 큰 문제는 유사담배가 지난달 국회를 통과해 2025년 11월부터 본격 시행되는 ‘담배 유해성 관리법’조차 피해 간다는 점이다. 합성 니코틴 등으로 만든 전자담배에서 어떤 유해 성분이 나오는지, 담배회사가 전자담배 용액을 만들 때 어떤 재료를 쓰는지 알 길이 없어 ‘반쪽 규제’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그중에서도 합성 니코틴 제품은 더 깊숙한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담배소비세 등 각종 세금과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이 붙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허점 탓에 담배 판매업자들은 액상형 전자담배 용액을 팔면서 ‘연초의 잎뿐만 아니라 뿌리나 줄기도 쓰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모니터링한 결과 온라인에서 이뤄진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와 광고 3481건 가운데 합성 니코틴을 썼다고 표시한 게 3208건(92.2%)이었다.미국과 캐나다 등 해외에선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연초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니코틴이 포함돼 있으면 담배 제품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기재위에 계류 중인 담배 정의 확대 관련법안은 4건이다. 그중 3건은 담배의 정의를 ‘연초의 줄기나 뿌리를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나머지 1건은 여기에 ‘합성 니코틴으로 제조한 것’까지 더하는 방안이다. 20대 국회에서는 관련법안이 발의됐다가 처리 시한을 넘겨 폐기된 바 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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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급환자 ‘표류’ 방지, 내년 예산 240억 늘린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떠도는 ‘표류’를 막기 위해 내년 예산 240억 원을 추가 투입할 것을 국회가 정부에 요구했다. 분만 중 의료진의 과실 없이 불가항력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국가보상금의 한도는 현재의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높아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복지위)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복지위는 14일 전체회의를 열고 응급환자 표류 방지 예산을 올해보다 839억4900만 원 늘리는 내용이 담긴 2024년도 보건복지부 예산안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정부가 관련 지출을 올해보다 599억 원 늘리는 계획서를 냈는데, 이를 240억4900만 원 더 키우라고 국회가 요구한 것. 복지부는 이를 전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복지위는 전국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77곳에 병상 정보관리 전담 인력을 2명씩 둘 수 있도록 지원 예산 106억2000만 원을 신설하라고 요구했다. 119구급대나 다른 병원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할 때 병상과 의료진 정보가 정확하지 않아 수용 문의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여러 병원 전문의가 순번을 짜서 야간 당직을 서는 ‘순환당직제’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지원, 정신질환자 응급입원 시스템 구축,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 자제 캠페인 등에는 정부 계획보다 134억2900만 원을 더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복지위는 불가항력 분만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보상금 한도를 높일 것도 요구했다. 분만 중 산모가 사망하거나 아이가 뇌성마비로 태어났을 때 보상금 한도는 2013년 4월 제도 도입 이후 현재까지 3000만 원으로 묶여 있었는데, 이를 1억 원으로 상향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서도 “재정당국과 적정 보상금을 협의해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며 수용했다. 예산안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확정된다. 여야 모두 표류를 방지하고 의료사고 보상을 높이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고 복지부도 동의하는 만큼 관련 예산은 본회의까지 관철될 가능성이 크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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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대병원 의료진, 미얀마 어린이 26명에 웃음 선물

    국내 의료진이 미얀마에서 의료 봉사로 선천성 기형 환자들에게 새 희망을 선물했다. 13일 고려대 안산병원은 이 병원 김덕우 유희진 성형외과 교수와 박호진 고려대 안암병원 성형외과 교수 등 의료진 5명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미얀마 네피도 종합병원에서 구순구개열 환자 26명을 수술했다고 밝혔다. 구순구개열은 입술이나 잇몸, 입천장이 갈라지는 선천성 기형이다. 생후 3∼12개월 전후로 수술하지 않으면 위턱이 제대로 발달하지 못해 평생 발음장애를 안고 살아갈 위험이 큰데, 미얀마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고 많은 환자들이 수술비를 댈 형편이 안 돼 방치되는 일이 잦다. 김 교수팀이 만난 현지 환자들도 대개 만 2, 3세로 적정 치료 시기를 놓친 사례였지만 이번 수술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이 소속된 고려대의료원은 2012년 이후 미얀마 구순구개열 환자 수백 명을 대상으로 수술 봉사를 펴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중단됐다가 이번에 재개됐다. 고려대의료원 의료진은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고려대 안산병원은 후속 봉사활동을 위해 미얀마 보건복지부와 업무협약도 맺었다. 외국인 의료진이 현지에서 무료로 수술하려면 행정 절차를 밟는 데만 수개월이 걸리는데, 이를 간소화하는 내용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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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학중 ‘필수의료 실습’ 해본 의대생, 19명중 8명이 외과 등 힘든 전공 선택

    부산의 한 의대 졸업반(본과 4학년)인 오모 씨(24)는 올 7월 여름방학 때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서 2주간 ‘필수의료 실습’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평소 뇌혈관 개두술(머리를 열고 하는 수술)에 관심이 있었던 오 씨는 뇌혈관 수술과 입원환자 회진 등을 가까이서 지켜본 뒤 신경외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오 씨는 “술기(의학적 행위)를 익히기 어렵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기도 어려운 분야라는 걸 깨달았다”라면서도 “직접 경험해보기 전에는 막연한 걱정이 많았는데, 실제 체험해보니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의대생이 중증외상이나 소아 심장, 뇌혈관 등 이른바 ‘힘들고 돈 안 되는’ 전문 필수의료 분야를 2주간 경험해보고 진로를 정할 수 있도록 2021년 보건복지부가 도입했다. 첫해 참가자 135명으로 시작해 2022년 173명, 올해 255명 등으로 규모가 늘었다. 평균 경쟁률이 2 대 1로 의대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실습에 참여한 충청 지역 의대 3학년 고모 씨(29)는 “지방 의대에서는 어려운 수술을 참관할 기회가 적었는데 갈증이 풀렸다. 실제로 경험해 보니 어려운 만큼 도전 정신이 생긴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도입 첫해인 2021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의대 졸업반 학생 가운데 올해 전공의 1년 차가 된 19명의 진로를 추적해 보니, 8명이 이른바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을 전공하고 있었다. 특히 그중 4명은 심장혈관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 매년 정원을 못 채우는 ‘비인기 과목’을 선택했다. 필수의료 과목에 대해 가졌던 막연한 불안감, ‘돈은 안 되고 어렵기만 한 과목’이라는 편견이 현장 체험을 통해 상당 부분 불식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의료계는 현재 추진 중인 2년제 ‘임상 수련의’가 도입될 경우 실습프로그램을 확장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평생 특기가 될 전공을 선택하기 전에 필수의료 분야를 체계적으로 경험해 보면 지원율을 높일 수 있을 거라는 얘기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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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환암 이겨내고 아이 출산한 부부, ‘난임가족의 날’ 수기 공모전 대상

    고환암을 이겨내고 아이를 출산한 부부가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받았다. 비영리 단체 한국난임가족연합회(회장 김명희)는 11일 ‘제10회 난임가족의 날’을 앞두고 10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념행사를 열어 난임 성공 수기 공모전 당선자 13명을 시상했다고 밝혔다. 대상(복지부 장관상)은 ‘끝까지 나를 믿고 도전하면, 봄은 반드시 옵니다’를 쓴 진모 씨에게 수여됐다. 진 씨는 남편이 고환암에 걸린 후에도 임신을 포기하지 않고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한 과정을 상세하게 적어 난임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공로가 인정됐다. 김명희 한국난임가족연합회장은 “국가와 개인이 힘을 합쳐 난임 극복을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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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아픈데 진료 못 받았다’는 한국인 비율, 오스트리아의 30배

    아파도 진료받지 못한 우리나라 국민의 비율이 오스트리아의 30배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진료비 부담보다는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통편이 불편해 병의원에 가지 못하는 ‘돌봄 체계의 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6일 정우진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8년 한국의료패널 조사에 참여한 만 18세 이상 1만3359명의 응답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년간 병의원 치료나 검사가 필요했는데 받지 못한 적이 있다”는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11.7%였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해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조사 가운데 설문 문항이 같은 33개국과 비교했을 때 알바니아(21.5%)와 에스토니아(18.9%), 세르비아(11.8%)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오스트리아(0.4%)나 네덜란드(0.8%) 등과 비교하면 15~30배로 높았다.국내 지역별로는 강원의 미충족 의료 경험률이 22.9%로 가장 높았고, 제주(16.2%)와 전북(14.3%)이 뒤를 이었다. 전남(4.9%)과 광주(5.7%), 울산(6.7%) 등과 비교하면 지역 격차가 최대 4배 이상이었다.정 교수가 국내 미충족 의료 경험의 이유를 세 범주로 구분한 결과 ‘돌봄 부족’과 ‘시간 제약’, ‘진료비 부담’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돌봄 부족은 건강상의 이유나 어린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혹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병의원에 방문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경우를 묶은 것이다. 정 교수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돌봄과 의료를 통합한 체계를 갖추지 않으면 지역과 나이, 계층에 따른 ‘의료 소외’ 현상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보건행정학회지 최신호에 발표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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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소아청소년과 과실없는 의료사고, 국가가 보상

    의사가 환자 수술이나 시술 중 과실 없이 불가항력적으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지급하는 국가보상금 제도가 소아청소년과(소청과) 전반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분만 중 사망사고 등 극히 일부에만 적용돼 왔다. 이 정책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불가’ 입장이었던 보건복지부는 최근 입장을 바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의사들 사이에서 소송 부담 때문에 소청과가 ‘기피과’가 되고, 소아청소년 응급환자가 ‘표류’하는 상황이 이어지자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2일 동아일보 취재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는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 사업에 소청과 진료를 추가하는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돼 계류 중이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에 대해 복지부가 최근 “취지에 공감한다. 구체적인 유형과 방식에 대해 관련 단체와 논의하고 재정 당국과 협의하겠다”는 답변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회 다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발의했고 국민의힘에서도 별 이견이 없는 법안인 만큼 복지부까지 동의하면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국가 보상은 2013년 4월 처음 도입됐다. 현재는 분만사고 등에만 적용 중인데, 해당 사건이 발생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료보상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환자 측에 최대 3000만 원을 보상한다. 현재는 이 중 70%를 국가가, 30%를 병의원이 내지만 다음 달 14일부턴 정부가 전액 부담한다. 내년엔 보상액 한도도 늘릴 계획이다. 이 제도를 분만사고가 아닌 다른 분야로 넓히는 건 도입 10여 년 만에 처음이다. 올 9월만 해도 복지부는 해당 법안에 대해 “다른 진료과목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수용 곤란’ 의견을 표했다. 그런데 최근 소청과 의사들이 잦은 소송 위협 탓에 현장을 떠나고 새로운 의사도 들어오지 않는 현상이 심해지자 이를 수용했다. 의사단체를 상대로 ‘의대 정원 확대’를 설득할 카드이기도 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의 소청과 전공의(레지던트) 충원율은 2019년 92.4%에서 올해 25.5%로 급감했다. 비수도권 수련병원에서는 올해 72명 모집에 고작 4명(5.6%)이 지원했다. 소아심장 환자의 가슴을 열고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소아심장외과 전문의가 2035년엔 전국에 17명만 남게 될 거란 예측(동아일보 10월 10일자 A1·12면 참조)까지 나오면서 소아 필수의료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떠나는 의사 잡으려… 기형-미숙아 수술사고 책임, 국가가 분담 소아과 과실없는 의료사고 국가 보상 의료진 환영속 “지원 한도 높여야… 최선 다했다면 형사처벌 면제를”의료배상보험 의무 가입도 제기정부-의료계, 국가보상 범위 논의 복지부는 국가가 보상할 ‘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 소아 의료계와 논의하고 있다.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최후의 수단’으로 실시한 의료 행위였다면 의료진의 무과실 여부를 따져 국가가 보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식도나 항문이 없는 상태로 태어난 선천성 기형아나 괴사성 장염을 앓는 이른둥이(미숙아)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술 등이 우선 고려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술실 떠나려는 후배 붙잡는 데 도움” 일선 소아 의료진들은 이번 조치를 반겼다. 소아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는 성인 환자에 비해 의사 입장에서 훨씬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복 수술의 경우는 성인이라면 큰 문제가 없을 정도의 출혈에도 체구가 작은 소아 환자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 서정민 삼성서울병원 소아외과 교수는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수술이 어려울 뿐 아니라 혹시 결과가 잘못되면 (환자의) 기대여명에 따른 보상액도 큰 편”이라며 “국가가 보상을 지원한다면 수술실을 떠나려는 후배들을 붙잡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실효성 있는 의료진 보호를 위해선 배상 금액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행 중인 분만 사고에 대한 국가보상제는 한도가 3000만 원인데, 최근 의료사고 민사 소송에선 이보다 훨씬 큰 배상금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손해배상 금액이 수억 원을 넘나드는데 3000만 원을 지급한다는 건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형사처벌 면제 필요” 목소리도 민사 소송에 의한 손해배상만 정부가 부담하는 것으론 한계가 있고, 의료진이 현장에서 최선의 판단에 따라 진료했다면 형사 처벌도 면제해야 한다는 요청도 나온다. 수도권의 한 어린이병원장은 “분초를 다투는 아이를 어떻게든 살리려다 보면 사소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의료진이 형사 처벌의 공포를 떨쳐내지 못한다면 위급한 상황에서 적극적인 치료를 망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의사 본인은 과실이 없다고 판단하면서도 형사 소송으로 인한 긴 법정 다툼에 지쳐 일을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 합의금을 지급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올해 초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 씨가 중이염이 의심되는 환아의 귀를 검사하기 위해 귀지를 떼다 피가 나자, 부모가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논란이 된 적 있다. A 씨는 결국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청과 전문의는 “형사 고소가 의료 분쟁에서 ‘합의금을 키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까지 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필수과목 의료진이 최선을 다해 진료하던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해선 형사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하는 ‘필수의료 사고처리특례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궁극적으로는 필수의료 전반으로 국가의 안전망을 확대해야 하며, 보상 규모도 현재 분만사고에 적용되는 것보다 더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외선 책임보험 가입 의무화 불가피한 의료사고에 대비해 의료인이 의료배상 책임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불의의 교통사고에 대비해 운전자의 보험 가입이 의무인 것과 같은 이치다. 캐나다는 의료배상 책임보험 가입이 의무인데, 연 500만 원 수준의 보험료 중 80%를 정부가 부담한다. 일본의 책임보험은 의사가 의사협회에 가입할 때 자동으로 가입되도록 설계돼 있고, 미국도 뉴욕 등 일부 주에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법조계, 환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꾸리고 2일 첫 회의를 열었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료사고 부담은 필수의료 기피로 이어져 국민과 생명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환자와 의료인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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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장기요양보험료 월 평균 1만6860원… 182원 올라

    보건복지부가 31일 열린 장기요양위원회에서 2024년 장기요양보험료율을 올해 대비 0.01%포인트 오른 0.9182%로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에 장기요양보험 가입 가구가 낼 월평균 보험료는 기존 대비 182원 오른 1만6860원이 된다.장기요양보험은 스스로 생활하기 어려운 노인이나 노인성 질병 환자에게 목욕, 간호 등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이번 장기요양보험료 인상률은 2018년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장기요양보험의 재정 여건이 나쁘지 않고 물가·금리 등 국민 부담이 크기 때문에 인상률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장기요양위원회는 노인이 살던 곳에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장기요양 재가급여의 이용 한도액을 올리는 한편, 중증 수급자를 돌보는 가족을 지원하는 ‘중증 수급자 가족 휴가제’를 도입해 수급자가 월 한도액 외에도 단기보호 및 종일방문급여를 이용할 수 있게 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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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류 환자 죽음으로 내모는 ‘정책 표류’ [기자의 눈/조건희]

    두 사람이 생명을 잃었다. 상태가 심각해 구급차에 올랐지만 받아주는 병원이 없었다. 2008년 10월 일본 도쿄에서 뇌출혈로 숨진 30대 임산부와 2010년 11월 대구에서 장중첩증으로 숨진 A 양(4) 얘기다. 사건 이후 양국 정부는 응급의료 체계를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10여 년 뒤. 일본에서는 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거리를 떠도는 ‘표류’가 사라졌다. 환자가 표류하면 인근 모든 병원에 경보를 울리는 ‘마못테(まもって·지켜줘) 네트워크’와 구급대원 단말기에 이송 가능 병원을 자동으로 띄워주는 ‘오리온 시스템’을 2008년, 2013년 각각 도입한 덕이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올 8월부터 10월까지 일본을 포함한 5개국 의료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시리즈(25일자 A1·3면 등)에서 소개한 내용이다. 한국은 어땠을까. 정부는 2010년 A 양의 수용을 거부했던 병원에 행정처분을 내리는 한편 응급실마다 일일이 전화하지 않아도 치료 병원을 신속히 찾을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도 ‘마못테 네트워크’와 유사한 제도를 추진했던 것. 하지만 몇 달 후 관련 대책은 사라졌고 행정처분마저 철회됐다. 소방청과 보건복지부가 관할을 두고 입씨름하고, 의료계의 반발에 정부가 물러선 탓이었다. 그 후로 수많은 환자가 길거리를 떠돌다가 희생됐지만 정부와 의료계의 대처는 한결같았다. 소방본부가 환자의 응급도를 구분해 꼭 필요한 환자만 대형병원에 보내는 독일이나 응급환자 전원(轉院)을 정부가 조율하는 캐나다의 시스템도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그때뿐, 대책은 실행에 옮겨지지 않았다. 그 결과 올 3월 대구에서 발생한 B 양(17) ‘표류’ 사망은 12년 전 A 양 사건과 판박이였다. 이번에도 구급대원은 병원마다 전화를 거느라 골든타임을 날렸다. A 양을 받아주지 않았던 병원은 B 양 사건 때도 수용을 거부해 행정처분을 받았다. 개혁에는 진통이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이유’ 한 가지를 잊어선 안 된다. 환자의 생명. 응급환자가 허무하게 숨을 거둘 때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정부 부처와 병원들은 과연 환자의 생명을 최우선에 두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그걸 잊지 않고 대의를 위해 뜻을 모았기에 대책을 관철할 수 있었다. 대구시와 대구소방안전본부, 복지부는 B 양 사건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협의체를 꾸리고 ‘한국판 마못테 네트워크’의 시범사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도 부처 간 칸막이와 병원들의 반발 탓에 좌초될 위기라는 얘기가 들려온다. 기우이길 바란다.조건희·정책사회부 기자 becom@donga.com}

    •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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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치의 역할’ 美 동네의원, 식단까지 챙긴다

    ‘재무 상담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간호사, 의사….’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 위치한 ‘닷하우스’ 직원 300명의 면면이다. 3일(현지 시간) 취재팀이 닷하우스에 들어서니 잘 관리된 수영장, 농구 코트까지 갖춘 실내체육관이 눈에 띄었다. 재무 상담과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사무실이 마련돼 있고, 식료품을 지원받을 수 있는 ‘푸드뱅크’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지역 주민들을 위한 커뮤니티 센터일까. 아니다. 닷하우스는 이민자들이 주로 사는 도체스터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1차 의료기관, 즉 동네 의원이다. 기본적으로는 경증, 만성 질환자 치료가 목적이지만 단순히 환자 진료와 처방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거가 마땅치 않은 사람에겐 머물 곳을 알아봐 주고, 법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겐 무료 법률 상담도 지원한다. 환자가 겪는 사회적 어려움이 건강 상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차 의료기관이 ‘주치의’가 되어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곳으로 정의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도체스터 지역 주민 2만4000명이 의료-재활-복지 등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이 의원에 다닌다. 의사 한 명에 간호 인력 서너 명이 근무하기 마련인 한국의 동네 의원과는 사뭇 다른 운영 방식이다. 동네 의원이 담당하는 1차 의료는 필수의료 체계를 뒷받침하는 기반이다. 닷하우스처럼 경증, 만성질환자 진료를 의원에서 책임져 줘야 큰 병원이 중증, 응급 환자 치료에 전념할 수 있다. 이런 작은 병원과 큰 병원 간의 ‘분업’을 의료전달체계라고 하는데 한국에선 의료전달체계가 완전히 붕괴된 상태다. 6만8000여 개나 되는 동네 의원이 있지만 소아청소년과(소청과) 등에선 ‘오픈런’이 벌어진다. 줄을 서서 의사를 만나도 ‘3분 진료’ 끝에 처방전만 받아 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청과, 산부인과 등 꼭 필요한 의원은 줄고 미용 시술에 전념하는 의원이 는다. 심지어 마약성 진통제나 다이어트 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해 돈을 버는 곳까지 나오고 있다. 동네 의원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큰 병원에 경증 환자가 몰리고, 정작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표류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부는 19일 필수의료 혁신 전략 발표에서 1차 의료기관의 예방·관리, 교육·상담, 퇴원 후 관리 등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내놓지 못했다.美 동네의원, 경증-만성질환 책임져… 응급실 방문 35% 줄였다美 동네의원, 대형병원과 분업 확실맞춤형 서비스로 입원율 11% 감소환자 상급병원 수술 일정도 잡아줘韓 의원은 “큰 병원 가보라” 말만 미국 보스턴 닷하우스에서 일하는 한국인 의사 김유나 씨(41)에게 흑인 여성 A 씨(45)는 각별한 환자다. 김 씨가 이 환자를 처음 만난 건 5년 전. 병원을 찾은 표면적인 이유는 만성 허리 통증이었지만 A 씨는 우울증과 불안장애, 뇌전증(간질)까지 앓고 있는 어려운 ‘복합’ 질환자였다. 여러 약을 처방했지만 A 씨의 증세는 점점 더 나빠지기만 했다. 초보 주치의로서 고민이 깊어지던 차에 김 씨는 A 씨의 불안한 주거 환경을 떠올렸다. 당시 A 씨의 집 유리창이 깨진 채로 방치돼 있었는데, 이것이 그의 불안장애와 뇌전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데 생각이 미쳤다. 김 씨는 사회복지사와 협력해 A 씨가 살던 임대주택 창문을 수리해 줬고, 그 이후 환자의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기 시작했다. 김 씨는 “한국에서였다면 이렇게 환자 한 명을 오래 보고 고민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만약 A 씨가 한국에 살았더라면 어땠을까. 환자의 속사정을 알기 어려운 동네 의원에선 그에게 “큰 병원에 가 보라”는 말밖엔 해주지 못했을 것이고, 환자는 병명을 찾아 여러 종합병원을 전전하게 됐을 공산이 크다.● 응급실 방문 35%, 입원율 11% 감소 효과 환자가 중증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뿐 아니라 이를 조기에 포착해 대형병원으로 보내는 것도 1차 의료기관, 즉 의원의 중요한 역할이다. 취재팀이 2일 방문한 필리스 젠 센터는 대형병원인 브리검 여성병원이 운영하는 의원이다. 이곳의 의료진은 환자가 유방암이 의심돼 큰 병원에서 진료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그 자리에서 브리검 여성병원에 진료 및 수술 일정까지 잡아 준다. 환자가 유방암 수술을 받은 이후에는 다시 필리스 젠 센터로 돌아와 경과를 추적한다. 닷하우스 또한 보스턴대병원과의 환자 의뢰 및 회송 체계를 갖추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치 기반 1차 의료’의 특징이다. 비만율이 높고 고혈압, 당뇨 환자가 많은 미국 특성상 보스턴의 의원들은 영양사를 고용해 환자의 식단 조절을 각별히 챙기는 경우가 많다. 커스틴 마이징어 하버드대 의대 1차 의료센터 교수는 “환자에게 ‘맥도널드를 그만 드시라’고 할 것이 아니라, 환자가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때울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개선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스턴에 있는 1000여 개의 의원은 대부분 닷하우스나 필리스 젠 센터와 유사한 형태로 운영된다. 학계에선 이러한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 모델을 ‘가치 기반 1차 의료’라고 부른다. 하버드대 의대 연구에 따르면 가치 기반 1차 의료는 환자의 응급실 방문 확률을 35%, 입원율을 11%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늬만 남은 의료전달체계 회복해야 베테랑 내과 의사인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는 무늬만 남았지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큰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는 병이 호전된 후에도 동네 의원을 가지 않고 다니던 병원에서 계속 진료받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국민보건의료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종합병원을 찾은 외래 환자 중 22.3%가 감기, 장염 등 경증 질환자였다. 경증 환자가 대형병원을 채우고 있으면 정작 중증 환자는 의사 만나기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경증·만성질환자들이 동네에서 치료받는 게 낫다고 느끼도록 큰 병원에서 할 수 없는 통합적 건강관리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체질 개선을 위해선 장기적으로 의료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진료비) 지불 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한국은 의사가 수행한 검사나 시술 ‘한 건당’ 돈을 받는 행위별 수가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 아래에선 1차 의료기관이 영양사나 사회복지사를 뽑아 환자에게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대가를 지급받기 어렵다. 이와 대조적으로 보스턴에선 1차 의료기관들이 진료비를 ‘환자 1명당’으로 받는다. 우선 관리하는 환자 1명당 일정 금액의 진료비를 받아 환자에게 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쓰고, 추후 환자의 건강 상태가 개선되면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는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보스턴=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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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넓고 큰 獨구급차, 구급대원 5명이 함께 응급처치 가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상황에 맞는 국내 119구급차 모형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국내 구급차의 96%는 ‘스타렉스’나 ‘스타리아’ 등 12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소형차다. 앞뒤 길이가 5.12∼5.25m로 짧아 기도 확보와 심폐 소생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조차 어려운 구조다. 지난달 19일 독일 함부르크시 아스클레피오스 병원을 오가는 구급차는 ‘달리는 응급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이 구급차는 내부가 높아 키가 185cm인 현지 의사가 들어가 똑바로 서 있어도 머리 위 공간이 남았다. 환자를 태웠을 경우 운전자 구급대원 의사 등 4, 5명이 동시에 구급차 안에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구급차가 좁아 기도 삽관도 어려운 우리나라 구급차와는 달리 환자 침대 위쪽으로 두 사람은 앉을 수 있었다. 무전기와 약품 등을 수납할 공간도 충분했다. 독일 구급차도 20여 년 전에는 작고 낮아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응급환자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구급차의 크기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15인승 승합차나 대형 픽업트럭을 활용해 앞뒤 길이 6m 이상이다. 구급차 차체를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응급구조사들이 새로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국이 재교육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밀어붙였다. 위급한 환자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구급대원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10년 차 응급구조사 플로리언 페일 씨(35)는 “응급환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도 넓은 구급차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캐나다 앨버타주는 매년 대형 구급차를 확충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자와 구급대원의 안전을 위한 내부 개조에도 힘쓰고 있다. 2019년엔 구급차 내에서 환자를 응급처치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개조 작업을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1년 6개월간 구급대원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특수 시선 추적 고글 등 첨단장비를 활용한 결과였다. 그 덕에 환자 이송 중 사고로 인한 부상을 16% 줄일 수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 구급대원들은 비좁은 구급차로 인해 출동 중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구급대원 출신인 라이언 리 앨버타주 보건부 응급의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내 구급차 1811대 중 1737대(96%)가 소형이라는 점에 대해 “이런 구조로는 기도 삽관뿐 아니라 다른 응급처치를 하기에도 매우 어렵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됐다”고 말했다. 구급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송 중 응급처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선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가 14가지로 한정돼 있어 심근경색 환자의 심전도를 재지 못하고, 응급 분만 산모의 탯줄도 자를 수 없다. 반면 앨버타주에선 구급대원이 전문의약품 투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앨버타주 보건부 수석의료책임자 마크 매켄지 씨는 “환자가 반드시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진통제만 주고 돌려보냄으로써 응급실 과밀화까지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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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민연금 개혁안 자문위 회의서도 “C학점 이상 못받아”

    “대학에서 C(학점) 이상 받기 힘들 보고서입니다.” ―8월 18일,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 “국민들이 ‘도대체 어떡하라는 거야’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8월 11일,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계위) 회의록에 기록된 발언들이다. 국민연금의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 등을 조합해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는 것을 두고 개편안 보고서를 낸 재계위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이어진 것. 단일안을 유도해야 할 정부위원이 오히려 “소득대체율 인상안도 넣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나리오가 늘어난 사실도 확인됐다.● 정부 측이 “‘더 받는 안’ 넣어달라” 요청 29일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에 게재된 재계위 회의록에 따르면, 8월 말 공청회를 앞두고 위원 사이에서 격론이 일었다. 공청회에서 공개할 보고서에 현행 40%인 소득대체율을 45∼50%로 올리는 방안을 포함할지를 두고 찬반이 갈린 것.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정부위원 2명과 민간위원 13명 등 총 15명으로 재계위를 출범시키며 “재계위 논의 결과 등을 토대로 개혁안을 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5월 말부턴 ‘논의가 민감하다’는 이유로 회의록을 공개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이를 게재했다. 당시 재정 안정을 중시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습니다’ 식의 보고서를 내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라며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포함하는 데 반대했고, 대다수 위원이 이에 동의했다. 그 결과 공청회에선 소득대체율 인상안을 제외하고 △보험료율 인상(12∼18%) △수급 개시 나이 상향(66∼68세) △기금 투자수익률 제고(0.5∼1%포인트) 등을 조합한 18개의 시나리오가 공개됐다. 하지만 이달 13일 마지막 회의에서 정부 측은 “소득대체율 인상안도 최종보고서에 포함시켜 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회의록에 따르면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관은 “정부 입장에서는 다양한 안이 왔으면 좋겠다”라며 “(소득대체율) 45%는 포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재계위가 19일 복지부에 제출한 최종보고서에는 소득대체율을 45∼50%로 올릴 경우의 재정 전망까지 추가해 총 24개의 방안이 담겼다.● ‘지난 정부도 방향만 제시’ 주장, 사실 아냐 복지부가 27일 발표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는 2055년으로 예측된 재정 고갈을 막기 위한 보험료율 수치도 담기지 않았다. 재계위 최종보고서보다 후퇴한 방안을 발표한 것. 그 대신 복지부는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고 저소득층에 보험료 지원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재계위 회의록을 보면 이마저도 정부 내에서 조율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난다. 강기룡 기획재정부 경제구조개혁국장은 6월 9일 재계위 회의에서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해 “이견이 있다는 점을 (회의록에) 남겨 달라”고 요청했다. 8월 11일엔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 확대에 대해 “막대한 재정이 소요된다”라며 반대했다. 복지부는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28일 설명자료를 내고 “지난 정부들의 종합운영계획 4건 중 2건은 개혁 방향만 제시했다”라며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숫자를 포함했을 땐 오히려 찬반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돼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보험료 인상안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이는 한 해 전인 2007년 7월 노무현 정부 때 이미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하고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는 제도개혁을 단행했기 때문이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는다”라며 보험료 동결을 명시했고, 2014년 2월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해 수백조 원의 재정을 아꼈다.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면서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이번 정부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 개편안을 의결한 뒤 31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국회에 정부안을 낼 때 재정계산위원회 등의 최종보고서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결과, 대국민 설문조사 등을 함께 제출해 논의의 기초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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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600km 원격협진’ 시골 응급환자 살렸다

    병원이라기보다 증권거래소에 가까운 풍경이었다. 취재팀이 지난달 1일 방문한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WA) 로열 퍼스 병원의 ‘원격중환자실(HIVE)’ 중앙상황실에는 최신 의료기기도, 병상도, 환자도 없었다. 그 대신 3인 1조로 구성된 의료진들의 책상마다 8대의 모니터가 들어차 있었다. 화면은 환자의 심박, 혈압 등 각종 활력 징후와 검사 결과를 담은 차트와 그래프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모니터 위로는 환자와 언제든 화상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카메라가 설치돼 있었다. HIVE는 의료진이 여러 병실에 흩어져 있는 환자들을 한 장소에서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상황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일종의 비대면 진료 시스템이다. 최대 70명의 중증 입원 환자를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HIVE가 특별한 건 단순히 이 병원에 입원한 중환자만 보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도(州都) 퍼스 동남쪽 위성도시에 위치한 아마데일 병원, 동쪽으로 600km 떨어진 캘굴리 병원에 입원한 준중증 환자들도 WA주 최대 규모인 로열 퍼스 병원 의료진에게 원격으로 진료받는다. 두 병원은 100∼200병상 규모의 소형병원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병원 간 협력을 통해 의료진이 부족한 지역 소형병원도 중증 환자를 돌볼 수 있게 한 것이다. 8월에도 캘굴리 병원 중증 응급환자 1명이 HIVE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졌다. 호주는 응급실에서도 원격 진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캐나다에선 지역 내 병원들이 ‘원팀’을 이뤄 응급 환자를 수용할 최적의 의료기관을 최단 시간에 찾아낸다. 전원(轉院·병원을 옮김)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하면 지역 내 병원들의 병상과 의료진 현황을 실시간 파악하고 있는 ‘전원·의료지도센터(RAAPID)’에서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는다. 모든 병원이 환자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부가 19일 내놓은 필수의료 혁신 전략 발표 자료에는 ‘협진’과 ‘협력’이란 단어가 총 59번 등장했다. 국립대병원을 거점 의료기관으로 육성하고 지역 내 크고 작은 병원들과 연계를 강화해 서울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등 특정 병원으로 환자가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립대병원과 지역의료원 간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병원 간 협력은 환자 ‘표류’의 원인인 지역의료 인력 및 인프라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하지만 병원 간 무한경쟁을 통해 성장해 온 한국 의료체계에서 협력은 낯선 개념이다. 지금부터라도 ICT 등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치밀한 실행계획을 짜지 않으면 ‘협력 강화’는 공허한 구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호주, 지역병원마다 ‘원격응급실’… 韓, 서울로 옮기다 ‘표류 사망’호주도 지방엔 의료진 부족 허덕원격진료시스템 구축해 공백 메워실시간 모니터링으로 대응 더 빨라韓, 병원 간 연결 안돼 ‘환자 표류’… 원격중환자실, 내년 시범사업 첫발 “전 국민에게 ‘평등하게 진료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앤드루 제이미슨 호주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WA)주 지역의료국장은 호주가 원격 중환자실(HIVE·Health in a Virtual Environment) 같은 원격 협진 시스템을 도입한 목적이 지역 간 의료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호주는 한국보다 의사가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호주는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4.0명이다. 한국(2.6명)보다 50%가량 많은 수치지만, 호주에서도 지방에는 의료진이 모자란다. 광활한 땅덩이 곳곳에 인구가 수만 명 남짓한 소도시들이 뚝뚝 떨어져 있어 의사들이 지방 근무를 꺼리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에 있는 병원들은 24시간 전문의가 상주하지 못하고, 전공의와 진료 보조 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 위주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큰 병원에서 원격 진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중증 병상을 운영하기 어렵다.● 지역 중환자실·응급실, 큰 병원서 ‘원격 협진’중증 입원 환자는 기본적으로 의료진이 24시간 곁을 지켜야 한다. 길게는 2시간, 짧게는 15분 단위로 환자의 상태를 확인해 적절한 처방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소형 병원들은 이러한 ‘밀착 케어’를 하기에는 인력이 부족하다. 그 역할을 HIVE 중앙상황실에서 대신하고 있다. 그랜트 워터러 WA주 보건부 선임의학고문은 “HIVE를 통해 많은 중증 환자가 집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대형 병원 중환자실은 최중증 환자 위주로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HIVE 중앙상황실의 모니터에는 모든 환자의 심박과 혈압, 산소포화도 등 기본적인 활력 징후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혈액검사 결과와 전자의무기록(EMR) 등 상세 정보도 클릭 한 번으로 확인할 수 있다. HIVE 시스템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각 환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증세 악화를 감지하는 즉시 의료진이 이를 놓치지 않도록 알람을 울려 준다. 원격 중환자실은 일반적인 중환자실보다 더 뛰어난 치료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의료진이 병상을 오갈 필요 없이 앉은 자리에서 모든 환자를 모니터링할 수 있어 상태 악화에 더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HIVE 시스템을 개발한 필립스에 따르면 HIVE와 같은 원격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는 일반 중환자실 환자에 비해 입원 기간이 30%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WA주는 HIVE 외에 원격 응급실(ETS·Emergency Telehealth Service)도 운영하고 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이 24시간 교대 근무하며 지역 병원 응급실에 원격 진료를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WA주에는 지역 병원이 90곳 있는데, 모두 응급실에 원격 진료가 가능한 전용 병상을 갖추고 있다. 8월 캘굴리 병원에 교통사고를 당한 35세 남성이 실려 왔다. 갈비뼈가 부러지며 폐를 찔러 외상성 기흉이 생긴 환자였다. 의료진은 흉곽에 찬 공기를 빼기 위해 튜브를 삽입한 뒤 환자를 준중환자실로 옮겼다. 그런데 튜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고 환자의 늑막 압력이 높아지며 조금만 지체돼도 호흡 곤란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닥쳤다. 당시 캘굴리 병원엔 이를 처치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가 없었지만, HIVE를 통해 중증 외상 전문의의 지도를 받아 환자를 살려낼 수 있었다. 얼리샤 미철래니 캘굴리 병원장은 “HIVE가 없었다면 환자를 비행기에 태워 퍼스로 보내야 했을 텐데, 그사이 상태가 더 악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격 응급실을 통해 응급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WA주에서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쿠누누라 병원은 퍼스에서 약 3000km 떨어져 있는데, 환자 이송용 비행기를 띄워도 3시간 30분이 걸리는 거리다. 구급차로는 쉬지 않고 달려도 34시간이 걸린다.● 상급 병원 포화 해소해 ‘표류’ 막을 대안이러한 호주의 원격 협진 사례는 한국의 지역의료원 문제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전국 35개 지역의료원은 중환자실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전담 인력이 부족해 대부분 가동률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에 환자 상태가 조금만 나빠져도 큰 병원으로 옮겨져 상급 종합병원 중환자실이 포화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있는데도 병원 간 협력하는 시스템이 없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상급 병원 중환자실 포화는 중증·응급 환자 ‘표류’의 원인이 된다. 중환자실에 자리가 없으면 응급실에 자리가 있더라도 이 환자들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올해 5월 말 경기 용인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4세 구모 씨가 138분간 표류하다가 숨졌다. 당시 구급대가 연락한 인근 권역외상센터 3곳은 모두 중환자실이 부족해 이 환자를 받지 못했다. 구 씨처럼 지역 병원에 중환자실이 없어 서울 등 먼 병원으로 옮겨지다 골든타임을 놓치는 응급 환자가 적지 않다.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응급실이 환자를 받지 못한 사유 중 7.1%가 ‘중환자실 부족’이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한국에서도 원격 중환자실 시범사업이 첫걸음을 떼고 있다. 경기도에선 내년부터 이천, 안성, 포천의료원이 원격 중환자실 운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중앙 상황실 역할을 맡아 24시간 모니터링을 제공하게 된다. 인천의료원도 인하대병원과 연계해 내년부터 원격 중환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큰 수술은 대학병원에서 받더라도 경과는 지역의료원의 원격 중환자실에서 지켜보면 된다. 언제든 수술을 담당한 대학병원 교수와 협진할 수 있으니 환자도, 의료진도 마음이 놓일 것”이라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퍼스, 캘거리=특별취재팀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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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육여건 갖춘 국립대 의대-미니 의대 24곳부터 정원 확대 유력

    정부가 2025학년도에 ‘미니 의대’와 지역 국립대 의대부터 정원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11월 22일까지 신입생 수요 조사와 교육 여건 점검을 마치기로 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 의대 신설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의사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기존 의대부터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날 발표한 일정대로라면 올해 안에 정원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의사 확충 시급성 감안해 기존 의대부터 증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의사 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2025학년도 정원은 증원 여력이 있는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향후 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힌 것. 복지부는 늘어날 의대 정원을 50명 미만 규모의 ‘미니 의대’와 국립대 의대 등 24곳을 중심으로 배분한다는 기존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교육의 질과 효율성을 위해 의대 1곳당 정원이 최소 80명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가 달성되려면 국립대 의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니 의대 17곳 가운데 정원이 40명에 불과하면서 지역 내에 다른 의대가 없는 울산대와 제주대의 경우 정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원이 50명 이상인 국립대 의대 7곳 중에서는 광주와 전남을 아울러 유일한 국립대 의대인 전남대(125명) 등이 규모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니 의대의 정원이 전부 80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다른 국립대 의대에도 새 정원이 분배되면 전체 증원 규모는 500명을 훌쩍 넘게 된다. 복지부가 기존 의대의 규모를 먼저 키우기로 한 건 의사 양성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할 때 인력 확충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35년경 최소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해진다고 예측한다.● “4주 안에 의대 현장 점검까지 완료” 지역 의대 신설 요구에 대해선 지역 내 의료 수요와 역량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하기로 했다. 신설을 위한 준비 작업과 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당장 의대 정원에 반영하지는 않고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자칫 의대 정원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것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고 지역 공공의대를 세우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할지, 별도 전형으로 선발한 의대생이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진료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할지 등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았다. 정 보건의료정책관은 “의과학 분야 인재가 훌륭한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가겠다”며 “지역의사제를 도입할지와 별개로 지역인재 (선발) 전형 확대와 의료 취약지 근무 지원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6일부터 교육부와 함께 각 대학의 증원 수요를 조사한 뒤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의대 현장의 교육 여력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을 4주 안에 마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증원 수요는 있지만 교수와 강의실, 연구실 등 교육 역량을 갖추지 못한 곳은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서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한편 늘어날 의사가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되도록 각종 정책 패키지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정부와의 논의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밝힌 ‘의대 정원 수요 조사’ 계획은 자칫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 등에 따라 왜곡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각 의대의 교육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와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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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獨, 중증 환자만 대형병원 응급실 이송

    ‘심장마비·외상→ 귀터슬로 병원→ 녹색(치료 가능한 의료진 및 병상 있음).’ 지난달 22일 독일 서부 귀터슬로시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에 들어서자 중앙에 설치된 대형 화면이 먼저 보였다. 심장마비나 외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한 각 질환별로 어느 병원에 현재 이를 치료할 의료진이 있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병원 및 환자 이송 관리 시스템’이다. 이 화면에는 응급환자들이 탄 구급차가 어느 병원으로 가고 있는지 동선이 떴고, 심지어 상황실 아래 18대의 구급차 중 어떤 구급차가 현재 수리 중인지도 알 수 있었다. 상황실 직원 4명이 이 화면을 보며 분주히 통화를 했다. 독일 중앙구조관리국은 우리나라 소방재난본부에 해당한다. 이날 방문한 귀터슬로시 중앙구조관리국은 지역 주민 37만5000명을 대상으로 연평균 360여 건의 중증 응급환자 이송을 처리한다. 안스가어 칸터 귀터슬로 중앙구조관리국 센터장은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 정보를 관할 지역 내 10곳이 넘는 병원과 구급차 18대에 빠르게 전파하고, 8∼12분 내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이런 설명을 듣는 동안에도 ‘병원 및 환자 이송 관리 시스템’에 응급환자가 발생했다는 표시가 떴다. 응급환자의 가족이 112(우리나라의 119)로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로 연결됐다. 심장마비 환자였다. 직원은 환자의 상태와 위치 등을 묻고 응급처치법을 조언하며 안심시켰다. 그사이 응급현장에 구급차가 도착했다. 응급구조사가 현장에서 보낸 환자 정보를 토대로 중증인지, 경증인지를 파악했다. 마침 환자의 집에서 가까운 귀터슬로 병원에 심장마비 환자를 치료할 병상과 의사가 모두 있었다. 환자를 실은 구급차는 바로 출발했다. 중앙구조관리국은 환자의 응급도를 엄격히 구분해 꼭 필요한 환자만 대형병원으로 보낸다. 나머지는 소형병원에서 진료를 받게 한다. 이 때문에 중증 응급환자의 진료가 지연되는 일이 드물다. 독일 전역에는 이러한 중앙구조관리국이 주민 10만∼60만 명당 한 곳씩 설치돼 응급환자 이송을 돕는다. 내과 전문의 볼프강 슈미트 씨는 “중앙구조관리국이 지역 내 병상이나 의료진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한국과 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응급의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응급실 과밀화’다. 중증환자와 경증환자, 보호자가 뒤섞여 시장통을 방불케 한다. 이는 컨트롤타워 없이 현장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해야 하는 응급의료 시스템에 기인한다. 거리를 달리는 구급차 안에서 구급대원이 직접 전화를 돌려가며 환자를 수용해줄 병원을 찾다 보니 효과적으로 환자를 배분하기는 불가능하다. 또 구급대원이 이송하는 환자의 중증도를 판단했더라도 환자가 대형병원을 가겠다고 하면 거부하기가 어려운 구조다.獨, 컨트롤타워 허락 없인 응급실 못가… 韓, 환자 절반이 경증 獨 컨트롤타워, 최적 병원 찾아 안내병원, 환자도착 10분전 치료준비 마쳐韓, 구급대원이 환자분류-병원 문의‘경증, 응급실 이용 제한’ 진척 없어 ‘너무 늦게 발견한 건 아닐까.’ 지난달 21일 독일 귀터슬로시에서 만난 안드레 슈뢰더 씨(59)는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사연을 들려주며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5월 어머니 집을 찾았다가 바닥에 누워 있는 어머니를 발견했고, 독일 긴급구조 번호인 112(우리나라의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는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가 사는 귀터슬로시 할레 지역에서 약 24km 떨어진 빌레펠트 시내 병원으로 내달렸다. 도시 외곽 지역인 할레는 주변에 병원이 부족한 의료 낙후 지역에 속한다. 하지만 독일의 중앙구조관리국의 신속한 안내로 어머니를 살릴 수 있었다. ● 응급실 ‘컨트롤타워’ 둔 셈 독일의 중앙구조관리국이 슈뢰더 씨의 어머니를 ‘골든타임’ 내에 이송할 수 있었던 건 지역 내 응급실을 관리하는 ‘컨트롤타워’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에선 관할 지역 내 응급실 병상 수뿐 아니라 증상별로 처치할 수 있는 의료진의 근무 여부, 배치된 구급차의 이동 상황까지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중앙구조관리국 상황실 직원은 응급구조사가 업데이트하는 환자의 상태를 보면서 인근 병원 병상 현황과 의료진 근무 여부를 확인해 ‘최적의 병원’으로 이송시킨다. 일단 구급차를 탄 환자는 어느 병원으로 갈지, 응급실에 갈지 등을 선택할 수 없고 중앙구조관리국의 안내에 따라야 한다. 병원과의 유기적인 협력도 이뤄진다. 안스가어 칸터 귀터슬로시 중앙구조관리국 센터장은 “환자를 어느 병원, 어느 의사에게 보낼지 결정하고 병원에 이를 공유하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기 최소 10분 전에는 응급처치 및 치료 준비를 끝낸다”고 말했다. ● 중-경증 환자 분류로 응급실은 평온 병원에서도 환자 이송 전 중앙구조관리국이 △중증 △1차 처치가 필요한 중증 △경증 △도움이 필요한 환자(제 발로 걸어 들어온 환자)로 나눈 것에 맞춰 철저히 진료 동선을 분류하고 중증·응급환자부터 진료한다. 지난달 19일 찾은 함부르크시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응급실에는 당뇨병 환자인 중년 여성이 발이 퉁퉁 부은 채로 구급차에 실려 왔다. 경증환자 전용 통로로 들어온 이 환자는 미리 대기 중이던 의료진의 진찰을 받고 10여 분간 통로에 대기했다가 경증환자 치료실로 이동했다. 이런 엄격한 환자 분류로 응급실은 붐비지 않았고, 중증환자가 먼저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아스클레피오스 병원 응급실 토비아스 슈트라파타스 총책임자는 “중앙구조관리국은 어느 병원에서 환자가 빠르게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말했다. 또 중앙구조관리국이 환자를 보냈다면 독일 병원은 반드시 환자에게 1차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 병원 응급실 토비아스 셰퍼 부과장은 “중앙구조관리국에서 넘어온 환자의 1차 응급처치는 병상이 있든, 없든 간에 의무”라고 말했다.● 구급대원이 ‘컨트롤타워’부터 운전-응급처치 다 하는 한국 독일과 달리 우리나라 응급실은 항상 포화 상태다.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한 환자는 525만171명이다. 그중 249만9728명(47.6%)이 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KTAS)에서 가장 낮은 4, 5단계로 평가됐다. 증상이 경미하거나 아예 응급한 상태조차 아니었다는 뜻이다. 이런 환자들로 대형병원 응급실은 늘 ‘북새통’이다. 독일의 중앙구조관리국이 중증-경증 환자를 분류해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안내하는 것처럼 우리나라도 중증-경증 환자를 분류한다. 문제는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운전, 응급처치를 하면서 동시에 환자 분류를 하고 전체 병상과 의료진 상황을 파악하는 ‘컨트롤타워’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구급대원들이 수십 통의 전화를 걸어 병상과 의사를 찾는 상황에서 체계적인 이송이 이뤄질 리 없다. 3월 19일 ‘대구 여학생 표류’ 사건 당시 응급환자 정보 공유 시스템의 부재로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에 중증 응급환자 3명이 동시에 몰렸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8년 12월 ‘제3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에 “권역응급의료센터에 경증환자의 방문을 억제하는 시범사업을 벌이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올 5월에는 정부·여당이 다시 “경증환자의 대형병원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 이후 진척은 더디고, 느리다. ※ 이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귀터슬로=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

    • 2023-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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