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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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싶고, 요근래 핫한 '과학적인 팩트'를 가장 쉬운 말로 전달하겠습니다.

zzunga@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과학일반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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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17%
경제일반7%
건강7%
IT2%
  • ‘가짜 먹이’로 바이러스 속여 증식 막고… 세포 침입 원천봉쇄

    인류가 감염병 치료에 대응할 무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질병 감염 여부를 확실히 판단하는 진단 기술이 있다. 진단 시약과 키트는 국내외에서 여럿 개발돼 승인받았고,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감염자를 치료하는 치료제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백신이다. 치료제와 백신은 바이러스 특성을 공격해 인체 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데 주력한다. 크게 두 가지 대표적인 전략이 연구되고 있다. 먼저 ‘가짜 먹이’ 전략이 있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생체물질과 아주 비슷한 구조의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법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다 실패하고 코로나19용으로 다시 임상시험에 들어간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렘데시비르는 화합물로, 몸에 들어가면 인체의 효소에 의해 구조가 변형된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요한 효소의 작동을 방해한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 뒤 세포 내부에서 증식을 하고 다시 빠져나와 다른 세포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몸 안에 퍼져나간다. 이를 위해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의 게놈을 복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경우 RNA라는 유전물질이 게놈이다. 이 게놈을 복제하려면 복제를 담당하는 효소가 RNA의 ‘재료’인 염기 분자를 모아 길게 조립해야 한다. 렘데시비르 변형체는 이 과정에 필요한 염기 분자 4가지 가운데 하나와 비슷하게 생겼다. 결국 바이러스의 복제 효소는 진짜 재료와 렘데시비르 변형체를 구별하지 못하고 가짜인 렘데시비르 변형체를 복제에 활용하게 된다. 이 경우 마치 휘발유를 주입한 경유차처럼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고 복제는 중단된다. 바이러스 증식도 멈춘다. 효소의 작동을 방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은 렘데시비르 외에 현재 중국과 한국 등에서 치료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칼레트라는 복제효소가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분해 효소를 억제해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 코로나바이러스만의 고유한 구조 특성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막는 전략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왕관(코로나)’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표면의 돌기 구조(스파이크 단백질)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인지해 결합하며, 이 과정에서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있게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19만이 가진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연구 중이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2월 코로나19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밝혀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연구’에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기존에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다른 질병 대상 항체 가운데에서 코로나19의 세포 침입 과정을 방해할 수 있는 항체를 찾고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특정 구조를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로, 향후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이렇게 찾은 항체 후보 3종이 최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윤신영 ashilla@donga.com·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20-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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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치료제 4월쯤 나올까…치료제·백신 개발 어디까지 왔나

    1만 명의 지원자가 운집한 경연대회가 열렸다. 경연은 길게는 15년이 넘게 걸리고, 비용은 평균 1조 원이 넘게 든다. 오랜 시간과 돈을 들여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우승자는 단 1명이다. 심지어 우승자가 없을 수도 있다. 수지가 맞지 않는 경연이다. 참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도 반드시 시도해야 할 경연이 지구상에는 있다. 바로 신약 개발이다. 중요한 질병을 치료할 단 하나의 약을 개발하기 위해 제약사는 10~15년 동안 조 단위의 예산을 쏟아 부어 공을 들인다. 그래도 최종적으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약을 개발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허가한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이런 경연에 오른 대표적 사례다. 사람으로 치면 ‘새옹지마’의 주인공이다. 가장 치명적인 감염병 중 하나인 에볼라를 종식시킬 수 있는 강력한 치료제 후보물질로 촉망받으며 2018년 신약개발 마지막 단계인 임상 3상까지 갔지만, 결국 효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폐기됐다. 막대한 개발비는 모두 휴지통에 들어갔다. 하지만, 2년 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패자부활전’에서 부활했다.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데다 코로나바이러스 종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있어, 미국에서 2월, 한국에서 3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 돌입하게 됐다. 중국은 이미 후베이성에서 임상시험 중이고 첫 결과는 4월쯤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전문가들은 렘데시비르가 임상시험에서 치료 효과가 입증되면 신속하게 신약 허가를 받고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가 4월에 나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렘데시비르의 사례는 새로운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새로운 경향을 보여준다. 이른바 ‘지름길’ 전략이다. 개발된 또는 개발 중인 약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방법으로 ‘약물재창출’이라고도 한다. 10~15년씩 걸리는 긴 신약개발 기간 대부분을 건너뛰고, 최종에 해당하는 임상시험만 하면 돼 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약물재창출은 감염병 발발 등 시급한 상황에서 긴급하게 치료제 개발을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중국을 비롯한 각국은 전체 5%에 해당하는 위독한 폐렴 및 호흡곤란 환자에게 다른 치료제를 임상으로 투입해 코로나19 치료제로 사용할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에서도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와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에이즈 치료제와 다른 항바이러스제(인터페론)를 병행하는 요법, C형간염 치료제인 리바비린 등을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신종플루 치료제인 아비간이나 독감 치료제인 아르비돌, 에이즈 치료제인 다루나비르, 에볼라바이러스와 지카바이러스용 항바이러스제인 갈리데시비르 등도 코로나19에 활용할 수 있는지 임상시험에 돌입한 상태다.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이 개발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치료 약물도 임상 시험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도 마찬가지 전략을 시도중이다. 일부 제약사들은 자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 가운데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 것을 추려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코미팜은 자사 신약후보물질인 파나픽스를 활용해 긴급 임상시험(2~3상)을 진행하겠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파나픽스는 코로나19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나빠지게 하는 면역 과다 발현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해 생명을 구하는 원리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셀리버리 역시 사이토카인 폭풍을 억제하는 신약후보물질을 임상시험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2곳과 계약했다. 이뮨메드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자체 개발한 항바이러스 치료물질을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임상시험에 착수했다. 현재 1상을 끝내고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셀트리온과 한미약품도 코로나19를 억제하기 위한 치료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와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달 28일, 각각 약물 5000종과 1500종의 약효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을 찾아내 이달 말~4월 초까지 일선의 의사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과학자들은 이미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완치한 환자의 혈액 속 액체 성분인 ‘혈장’에 주목하고 있다. 완치 환자의 혈장에는 코로나19에 대항할 수 있는 항체가 많이 들어 있다. 항체는 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특정 단백질 구조에 반응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이다. 마치 범인의 얼굴을 기억한 경찰처럼 몸 안을 돌아다니다 범인(바이러스)이 들어오면 바로 공격해 막아낸다. 중국국립생명공학연구소와 진인탄병원은 완치 환자의 혈장에서 분리한 항체를 이용한 치료가 이미 효과를 봤다며 본격적인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감염병과 싸우기 위한 인류의 무기는 치료제 외에도 백신이 있다. 백신은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크게 네 가지 방법으로 만든다. 살아 있는 바이러스를 독성만 약화시켜 넣는 방법이 있다. 범인을 직접 몸 안에 넣어 경찰(항체)이 얼굴을 확인하게 하는 방법이다. 안전을 위해 독성을 아예 없앤 바이러스를 넣기도 한다. 독감백신이 대표적이다. 바이러스 대신 바이러스 단백질 조각만 넣어 인식시키는 방법도 널리 쓰인다. 아예 바이러스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다른 안전한 바이러스 유전자에 끼워 넣어 체내에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백신은 치료제보다 개발이 상대적으로 더디다. 3일 WHO에 따르면 현재 각국에서 약 20여 종의 백신이 개발되고 있다. 2월 말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의 제약회사 모더나가 첫 임상시험용 코로나19 백신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로 보냈다. 모더나는 20~25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이 백신의 임상시험을 4월 말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의 제약사로 메르스 백신을 보유한 노바백스 역시 오는 5~6월 중 첫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임상시험은 백신을 2번 투약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반응을 확인한다. 이 결과는 7~8월쯤 나온다. 이후 성공하면 다시 수백~수천 명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 다시 6~8개월이 걸린다. 중국은 1월부터 중국질병통제센터를 중심으로 바이러스를 추출해 백신을 개발하고 있다. 1월 톈진대, 2월 상하이대 등이 백신을 개발했다고 주장했지만,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상태로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 홍콩대 역시 1월 말 인플루엔자 백신을 바탕으로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했으며 1년 안에 임상까지 마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단백질 기반의 코로나바이러스 백신 후보물질 ‘S-트라이머’의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지난달 28일 발표했다. GSK는 중국 생명공학기업 클로버 바이오파마슈티컬스와 연구 협력을 체결해 중국과의 공동 개발도 시작했다. ▼ 치료제와 백신 개발, 두 가지 대표적인 전략은… ▼인류가 감염병 치료에 대응할 무기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질병 감염 여부를 확실히 판단하는 진단기술이 있다. 진단시약과 키트는 국내외에서 여럿 개발돼 승인 받았고,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한국이 기술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분야기도 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가 감염자를 치료하는 치료제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백신이다. 치료제와 백신은 바이러스 특성을 공격해 인체 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데 주력한다. 크게 두 가지 대표적인 전략이 연구되고 있다. 먼저 ‘가짜 먹이’ 전략이 있다. 바이러스가 증식할 때 필요한 생체물질과 아주 비슷한 구조의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법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되다 실패하고 코로나19 용으로 다시 임상시험에 들어간 항바이러스제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이다. 렘데시비르는 화합물로, 몸에 들어가면 인체의 효소에 의해 구조가 변형된다. 이 물질은 바이러스의 증식에 필요한 효소를 방해한다. 바이러스는 세포에 침투한 뒤 세포 내부에서 증식을 하고 다시 빠져나와 다른 세포에 침투하는 방식으로 몸 안에 퍼져나간다. 이를 위해 세포 내에서 바이러스의 게놈을 복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코로나19의 경우 RNA라는 유전물질이 게놈이다. 이 게놈을 복제하려면 복제를 담당하는 효소가 RNA의 ‘재료’인 염기 분자를 모아 길게 조립해야 한다. 렘데시비르 변형체는 이 과정에 필요한 염기 분자 4가지 가운데 하나와 비슷하게 생겼다. 결국 바이러스의 복제효소는 진짜 재료와 렘데시비르 변형체를 구분하지 못하고 가짜인 렘데시비르 변형체를 복제에 활용하게 된다. 이 경우 마치 휘발유를 주입한 경유차처럼 효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게 되고 복제는 중단된다. 바이러스 증식도 멈춘다. 효소를 방해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방식은 렘데시비르 외에 현재 중국과 한국 등에서 치료제 대용으로 사용하는 에이즈 치료제인 칼레트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칼레트라는 복제효소가 아니라, 바이러스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분해효소를 억제해 비슷한 효과를 얻는다. 코로나바이러스만의 고유한 구조 특성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세포 침입을 막는 전략도 있다. 코로나바이러스에 ‘왕관(코로나)’이라는 이름을 붙여 준 표면의 돌기 구조(스파이크 단백질)는 바이러스가 세포에 침입하기 위해 중요한 기능을 한다. 세포의 특정 단백질을 인지해 결합하며, 이 과정에서 세포 내부로 침투할 수 있게 준비가 되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이 과정을 차단하기 위해 코로나19만이 가진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구조를 연구 중이다.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연구팀은 2월 코로나19에만 존재하는 독특한 스파이크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을 밝혀 국제학술지 ‘항바이러스연구’에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화학연구원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이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이용해 기존에 이미 개발됐거나 개발 중인 다른 질병 대상 항체 가운데에서 코로나19의 세포 침입 과정을 방해할 수 있는 항체를 찾고 있다. 항체는 바이러스의 특정 구조를 인식할 수 있는 단백질로, 향후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응용될 수 있다. 이렇게 찾은 항체 후보 3종이 최근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윤신영 ashilla@donga.com·이정아, 조승한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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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뇨-심혈관 질환자, 폐렴 잘 걸려… 과로-스트레스 피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16번째 환자의 폐 기저질환 병력이 알려지면서 신종 코로나와 기저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기저질환이 신종 코로나에 미치는 영향을 Q&A로 정리했다. ―기존에 앓던 병이 있으면 신종 코로나에 더 취약한가. “중국 연구팀이 신종 코로나 확진자 41명에 대해 쓴 보고서를 보면 32%(13명)가 기저질환을 앓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당뇨병 환자(8명)가 가장 많았다. 다른 연구 결과를 봐도 신종 코로나 확진자 중 심혈관, 뇌혈관 질환 및 당뇨병 환자가 많다.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인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의 위험군과 비슷하다.” ―당뇨병 환자가 특히 많은 이유는 뭔가. “당뇨병 환자는 독감이나 폐렴 등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다. 일반인보다 면역력과 폐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폐렴구균에 의한 폐렴 발생률도 높은 편이다. 또 당뇨병 환자는 다른 합병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같은 호흡기 질환에 걸리더라도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심혈관, 뇌혈관 질환자 역시 폐렴 발병 위험도가 보통 사람보다 높다고 알려져 있다.” ―당뇨병 환자라면 감염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사망에도 취약할까. “그렇다. 신종 코로나를 비롯해 사스, 메르스 등 코로나바이러스 계열로 사망하는 것은 모두 폐렴 증상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폐렴에 약한 기저질환자는 사망 가능성도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까지는 신종 코로나의 치사율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낮다는 점이다.”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이외에도 특별히 취약한 사람이 있나. “노약자는 조심해야 한다. 노인들은 폐렴을 이겨낼 면역력이 젊은 사람보다 떨어진다. 또 노화로 인해 폐 기능이 떨어지면 기침을 잘 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서 감염된 바이러스나 세균의 배출이 잘 안되기 때문에 회복 속도도 더디다. 그뿐만 아니라 노인들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고, 간혹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감염 사실을 늦게 발견할 우려가 있어서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기저질환자나 노약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선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과로, 음주, 흡연 및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에도 건강한 사람보다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당분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는 게 좋다. 전염병이 돌 때는 본인 몸의 사소한 증상에도 주의를 기울여서 조기에 진단과 치료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 등 코로나바이러스가 7∼10년 간격으로 창궐한다는 ‘주기설’은 신빙성이 있나. “바이러스가 주기적으로 창궐한다는 건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는 말이다. 다만 코로나바이러스는 변이가 빨라서 1967년 처음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7가지 변종이 나왔다. 4가지는 감기 바이러스이고, 나머지는 각각 사스, 메르스, 신종 코로나다. 주기적이라기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일본 정부에선 신종 코로나 잠복기를 10일로 보고 있다던데 자가 격리 기간을 줄일 필요는 없을까. “잠복기는 감염자의 기억에 의존한다. A가 B와 만나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면, B의 유증상기에 A와 B가 만난 최초 시점을 통해 잠복기를 계산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직접 투입하지 않는 한 정확한 잠복기를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또 사람마다 잠복기가 다를 수도 있다. 사스의 경우 잠복기는 평균 4∼6일이지만 드물게 10일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14일을 기준으로 방역하는 게 안전하다.” ―신종 코로나도 사스처럼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까. “같은 코로나바이러스 계열이지만 지난해까지 사망자를 낸 메르스와 달리 사스는 2003년 7월 이후 발생 기록이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2003년 3명이 감염됐지만 사망자 없이 종결됐다. 반면 메르스는 2012년 등장한 이후 종식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 186명이 감염돼 36명이 숨졌다. 이런 차이가 나는 이유는 메르스의 숙주인 낙타가 중동지역에서 가축에 해당해 접촉이 많기 때문이다. 반면 사스는 박쥐, 사향고양이 같은 야생동물에서 옮는다. 신종 코로나도 박쥐에서 옮기 때문에 방역에 힘쓴다면 사스처럼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 ―언제쯤이면 신종 코로나가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을까. “하루 이틀 확진자가 추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해서 소강상태라고 판단해선 안 된다. 잠복기가 있는 데다 신종 코로나의 경우 전파력이 사스나 메르스보다 크기 때문이다. 확진 환자의 접촉자가 모두 음성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되면 그때는 조금 안심해도 될 것이다. 하지만 4일 새로 확진 판정을 받은 16번 환자의 경우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 새로운 변수다. 섣불리 안정기를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송혜미 기자 1am@donga.com /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20-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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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모없는 지방 덩어리, 알고보니 ‘황금’

    병원에서 지방흡입술이나 지방절제술을 하는 과정에서 몸에서 빼낸 지방은 쓸모가 없다는 이유로 지금까지는 그대로 버려졌다. 공식 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성형외과 병원을 기준으로 해마다 100∼1000t 정도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런 폐지방이 의외로 활용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줄기세포와 콜라겐 등 유용한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 산업적 용도로 사용하기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이달 15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바이오헬스 핵심 규제 개선 방안’에는 인체 폐지방을 의료기술이나 의약품 개발에 재활용하는 과제가 포함됐다. 사람 몸의 지방에 포함된 줄기세포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미 큰 주목을 받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재생생명공학및치료연구실 연구팀은 2001년과 2002년 각각 인체 지방조직에 들어 있는 지방줄기세포가 골수나 제대혈에서 얻는 성체 중간엽줄기세포처럼 뼈와 관절, 근육 등 사실상 모든 종류의 세포로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2007년에는 이탈리아 베로나대 성형및재건수술 연구팀이 세계에서 최초로 지방줄기세포를 환자에게 이식해 망가진 혈관을 치료하는 데 성공했다. 지방줄기세포는 또 성체줄기세포보다 더 쉽게 확보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사람의 폐지방에서는 이 외에도 세포를 배양하는 틀로 사용하는 세포외기질과 화장품과 성형에 사용되는 콜라겐도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이들 물질은 주로 태반이나 시신에서 얻었다. 하지만 시신에서 얻은 경우는 보존 처리 과정에서 오염되는 문제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사람에게서 얻은 지방으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개발한 사례는 없다. 국내에서도 부패와 감염 우려 때문에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전량 태우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인체 폐지방을 연구 목적으로만 활용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8월부터 대구 스마트웰니스 규제자유특구에서만 산업 활용 목적으로 연구를 허가했다. 현재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국내 병원들과 공동으로 인체 폐지방을 의료용으로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는 또 지방줄기세포 외에도 세포외기질을 이용해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팀은 세포외기질에 있던 세포를 모두 제거하고 원하는 세포를 틀에 집어넣어 인공장기나 오가노이드(실제 장기보다 작게 만든 미니 장기) 칩을 만들고 있다. 정봉수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의료신소재TF팀장은 “인체 폐지방으로 오가노이드를 만들면 동물실험을 최소화하고 실제 사람 몸과 비슷한 환경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테스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체 폐지방은 경제적 가치가 높지만 실제 산업에 활용되려면 넘어야 할 벽이 여전히 있다. 해외에서 인체 태반에서 얻는 콜라겐은 5mg이 약 80만 원에 거래된다. 인체 폐지방 1L에서는 콜라겐을 약 0.6g 얻을 수 있다. 정 팀장은 “인체 폐지방은 활용도가 다양하고 부가가치가 크지만 인체에서 유래하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생명윤리와 관련법의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산업계가 사회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인체 폐지방을 사용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식약처는 폐지방을 의료기기와 바이오 의약품으로 활용하려면 먼저 지방 기증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20-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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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밥맛이 좋은 이유는?

    지금으로부터 1만1500년 전 최초의 농부가 나타난 이후 세계 곳곳에선 좋은 종자를 개발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특히 한국인의 주식인 쌀은 꾸준히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 초기 야생 벼는 쌀알이 가볍고 영양분이 적었다. 농부들은 밥상에서 선택받은 종만 거둬 다시 씨를 뿌리는 방식으로 점점 통통하고 영양분이 많은 쌀을 생산했다. 특히 유전자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서로 다른 두 품종을 교배해 각각의 장점만 가진 새로운 종을 ‘창조’해내는 육종법이 발달했다. 유전 정보 분석이 가능해지고 벼의 DNA 전체(유전체)가 해독되자 맛과 수확량, 병충해저항성 등 장점을 유전자에서 찾는 일이 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한국과 중국, 일본인들이 많이 먹는 ‘둥근 쌀’ 자포니카는 야생 벼에는 없는 꼿꼿이 자라는 유전자(PROG1)와 종자 껍질이 하얀 유전자(Rc), 작물로부터 낟알이 떨어지지 않는 비탈립 유전자(Sh4) 등을 가졌다. 과학자들은 최근까지도 품종의 장점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찾고, 그것을 만드는 유전자를 찾았다. 이런 ‘분자표지’를 이용하면 벼를 일일이 재배해 수확하지 않아도 쌀이 원하는 장점을 가졌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과학자들은 유전물질에서 단백질을 만들어내지 않고 쓸모없어 보였던 부분이 우리가 아는 통통한 쌀을 탄생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생물학과와 중국농업과학원 작물과학연구소 연구진은 자포니카 벼와 벼의 조상 격인 야생 벼(루피포곤 벼)의 DNA를 비교한 결과 RNA에서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는 ‘비번역 RNA’가 자포니카 벼에서 훨씬 적게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18일 공개했다. RNA는 일종의 DNA 사본으로 DNA 중 쓸모없는 부분은 사라지고 유전자 발현과 연관된 부분만 남아 있는 유전물질이다. 비번역 RNA는 과거에는 단백질을 만들지 못해 쓸모없는 부분으로 생각됐지만 최근 비번역 RNA가 유전자 발현 조절과 후성유전에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분석 결과 두 품종이 가진 비번역 RNA의 종류는 각각 3363가지로 똑같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중 311가지가 자포니카 벼에서 야생 벼에 비해 적게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그중에서도 두 품종 사이에서 발현량이 크게 차이 나는 10가지를 골라 기능을 확인한 결과, 3가지 비번역 RNA 생산량이 늘어나면 쌀알이 야생 벼처럼 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재배 과정에서 이 비번역 RNA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통통하고 영양 많은 쌀이 늘어났다. 모영준 국립식량과학원 작물육종과 농업연구사는 “야생 벼는 척박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병충해나 재해를 이겨내는 능력이 뛰어나다”며 “기후변화에 대비하거나 친환경 재배 등에 활용하기 위해 이런 야생 벼의 장점들을 재배 벼로 이전하는 데에 유전자뿐만 아니라 비번역 RNA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른 품종의 벼나 야생 벼와의 교배를 통해 특정 유전자를 가진 신품종을 만들 수도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에서는 야생 벼의 병충해저항성 유전자(Bph18)를 가진 ‘안미’, 키다리병 저항성 유전자(qBK1)를 가진 ‘안평’ 벼를 개발했다. 2001년 벼의 유전체를 해독한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기업 신젠타 연구팀은 벼에 유전자변형으로 옥수수 유전자(psy)를 넣어 비타민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 함량을 23배나 높인 ‘골든라이스’를 개발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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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현병-치매에 ‘파스’ 붙이세요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5일(현지 시간) 노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최초의 피부 흡수 패치형 조현병 치료제 ‘세쿠아도’(성분명 아세나핀)를 승인했다. 파스처럼 붙이기만 해도 기존 약과 비슷한 효과를 안전하게 볼 수 있다. 기존 패치형 치료제는 근육 관절 통증 완화용이나 멀미 예방용 정도였지만 최근 고혈압이나 당뇨병, 요실금, 천식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패치형 치료제는 하루에 한 번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약효가 최대 수십 시간 지속되는 게 장점이다. 양승윤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는 “주사처럼 매번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고, 먹는 약처럼 위장이나 간에서 대사를 할 필요가 없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며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뗄 수 있어 안전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치형 치료제의 단점도 있다. 패치의 약물이 피부에 흡수되는 비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다. 피부 표면에는 수십 μm(마이크로미터·1μm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각질층이 존재하는데, 마치 벽돌 사이에 시멘트가 채워져 있는 것처럼 죽은 세포 사이에 지질이 채워져 외부 물질이 피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분자 크기가 작고, 피부 장벽의 지질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름과 잘 섞이는 성질을 가진 약물만 주로 패치형으로 개발됐다. 제약사들은 피부 흡수를 촉진하는 물질을 바르거나 초음파, 초미세전류 등을 이용해 약물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연구팀은 2012년 초음파를 이용한 패치를 개발해 약물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오브컨트롤드릴리스’에 발표했다. 피부에 초음파(20kHz∼3MHz)를 가하니 각질층이 일시적으로 연해져 분자량이 크거나 기름에 잘 녹지 않는 약물도 피부를 잘 통과했다. 돼지 피부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포도당처럼 작은 분자는 10배, 섬유질의 일종인 이눌린처럼 큰 분자는 4배 더 잘 흡수됐다. 이외에도 코르티솔이나 인슐린, 백신 등을 혈액에 직접 주입하기 위해 수백 μm 길이의 미세 바늘(마이크로니들)을 달기도 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패치 개발 경쟁이 뜨겁다.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기존 약들은 대부분 먹는 약인데, 치매 환자들은 복용 시간과 횟수를 제때 지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알약을 제대로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07년 노바티스에서 ‘엑셀론 패치’(성분명 리바스티그민·사진)를 처음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엑셀론의 제네릭(원드론 패치)을 출시했다. 보령제약과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성분명 도네페질)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는 기존 먹는 약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구토나 염증 등 부작용이 적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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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혈압, 당뇨병, 치매까지…피부에 붙이는 ‘패치형 약’ 전성시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5일(현지시간) 노벤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최초의 피부 흡수 패치형 조현병 치료제 ‘세쿠아도(성분명 아세나핀)’를 승인했다. 파스처럼 몸에 붙이기만 해도 기존 약과 비슷한 효과를 안전하게 볼 수 있다. 기존 패치형 치료제는 근육 관절 통증 완화용이나 멀미 예방용 정도였지만, 최근 고혈압이나 당뇨병, 요실금, 천식 등 다양한 질환 치료에 활용되고 있다. 패치형 치료제는 하루에 한 번 피부에 붙이는 것만으로도 약효가 최대 수십 시간 지속되는 게 장점이다. 양승윤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는 “주사처럼 매번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되고, 먹는 약처럼 위장이나 간에서 대사를 할 필요가 없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며 “부작용이 나타나면 즉시 뗄 수 있어 안전하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패치형 치료제의 단점도 있다. 패치의 약물이 피부에 흡수되는 비율은 10% 이하로 매우 낮은 편이다. 피부 표면에는 수십 마이크로미터(μm, 1μm는 100만분의 1m) 두께의 각질층이 존재하는데, 마치 벽돌 사이에 시멘트가 채워져 있는 것처럼 죽은 세포 사이에 지질이 채워져 외부 물질이 피부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다. 이 때문에 기존에는 분자 크기가 작고, 피부 장벽의 지질을 통과할 수 있도록 기름과 잘 섞이는 성질을 가진 약물만 주로 패치형으로 개발됐다. 제약사들은 피부 흡수를 촉진하는 물질을 바르거나 초음파, 초미세전류 등을 이용해 약물 흡수율을 높이는 방법을 개발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화학공학과 연구팀은 2012년 초음파를 이용한 패치를 개발해 약물전달 분야 국제학술지 ‘저널오브컨트롤드릴리스’에 발표했다. 피부에 초음파(20kHz~3MHz)를 가하니 각질층이 일시적으로 연해져 분자량이 크거나 기름에 잘 녹지 않는 약물도 피부를 잘 통과했다. 돼지 피부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포도당처럼 작은 분자는 10배, 섬유질의 일종인 이눌린처럼 큰 분자는 4배 더 잘 흡수됐다. 이외에도 코르티솔이나 인슐린, 백신 등을 혈액에 직접 주입하기 위해 수백 마이크로미터 길이의 미세 바늘(마이크로니들)을 달기도 한다. 최근에는 알츠하이머 치매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패치 개발 경쟁이 뜨겁다. 치매 증상을 완화하는 기존 약들은 대부분 먹는 약인데, 치매 환자들은 복용 시간과 횟수를 제때 지키기 힘들기 때문이다. 알약을 제대로 삼키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07년 노바티스에서 ‘엑셀론패치(성분명 리바스티그민)’를 처음 출시했고,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엑셀론의 제네릭(원드론패치)을 출시했다. 보령제약과 라파스는 마이크로니들 패치(성분명 도네페질)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치매 증상 완화용 패치는 기존 먹는 약과 효과는 비슷하지만, 구토나 염증 등 부작용이 작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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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 속에서 ‘부작용 없이 살빼는 약’ 실마리 찾았다

    이른바 ‘살 빼는 주사’로 잘 알려진 삭센다(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비만치료제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2015년 미국에 처음 선보인 이 약은 직접 자신의 몸에 주사를 놓는 방식의 주사형 비만치료제다. 몸에 들어있는 혈당조절 호르몬(GLP-1)과 유사한 성분(리라글루티드)으로 만들었다. 지금까지 시판된 비만약은 지방 흡수를 막고 밖으로 배출하거나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살을 빠지게 했다. 식욕억제제는 뇌에서 식욕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재흡수를 방해하는 방식으로 식욕을 떨어뜨려 단기간 효과를 낸다. 하지만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들어 있어 중독 우려가 있다. 독일 크놀사가 개발해 잠시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리덕틸(성분명 시부트라민)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이 밝혀져 2010년 퇴출됐다. 제니칼(성분명 올리스타트)처럼 지방 소화효소(라이페이스)를 억제해 섭취한 지방의 70%가량을 배출시키는 약은 신경계를 자극하지 않아 부작용이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 역시 변실금(자신도 모르게 변을 지리는 증상)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고 지방만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저지방 고탄수화물 음식을 즐기는 사람에겐 효과가 없다. 하지만 최근에는 삭센다에 이어 새로운 비만치료제들이 개발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한 HM12525A는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과 GLP-1이 이중으로 작용해 혈당을 조절하고 체중을 줄인다. 미국에서 임상 2상을 마쳤고 현재 3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 약은 주 1회만 투여해도 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약물이 혈중에서 분해하면 치료효과가 빨리 떨어지므로 반감기를 늘리는 랩스커버리 기술을 개발해 신약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체중 감량 효과를 극대화할 새 공격 목표를 찾는 연구도 활발하다. 그 중 하나가 ‘띠뇌실막세포’ 속 단백질인 ‘TSPO’이다. 띠뇌실막세포는 뇌 내부의 뇌실과 시상하부를 연결하는 부위의 세포다.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감지해 식욕을 조절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세포 내 어떤 단백질의 작용으로 식욕이 조절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김은경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연구팀은 띠뇌실막세포에 식욕을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관련 단백질을 관찰했다. 그 결과 띠뇌실막세포 내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TSPO’가 몸 속 영양이 넘치는 상태에 반응해 지질 및 에너지 대사,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오토파지’ 8월 30일자에 발표했다. 김 교수는 “TSPO를 조절할 약물도 개발되어 있다”며 “약물을 정확히 띠뇌실막세포에 배달할 수 있는 방법만 개발된다면 차세대 ‘기적의 비만약’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경계를 자극하는 비만 치료제와 달리 심장 발작 등 심혈관계 부작용이 적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비만을 유발하는 인간 유전자나 지방 세포를 조절하는 방안도 찾고 있다. 김율리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등 전 세계 100여 개 기관 연구자들은 고혈압과 비만을 유발하는 돌연변이 유전자 8가지를 발견했다는 연구결과를 7월 ‘네이처 제네틱스’ 발표했다. 연구팀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 17개국의 거식증 환자 1만6992명과 건강한 여성 5만5525명의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 돌연변이 유전자 중 지질 대사 이상 등 비만을 유발하는 것들이 있었다. 이 유전자들이 과다 발현하면 비만과 고혈압 등 대사증후군이 발생하고 지나치게 적게 발현하면 거식증이 발생했다. 연구팀은 돌연변이 유전자에 대한 추가 연구를 통해 대사증후군과 거식증 치료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권혁무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팀은 ‘톤이비피’라는 단백질이 백색 지방 세포의 에너지 소비와 지방 분해를 억제해 비만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사람일수록 지방세포 내 톤이비피 단백질이 많다.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톤이비피 단백질을 줄인 실험쥐는 에너지 소비가 활성화돼 지방세포 크기가 감소해 지방간과 인슐린 저항성 등 대사질환이 개선됐다. 연구팀은 톤이비피 단백질이 비만을 막고 대사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새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 띠뇌살막세포 ::뇌 내부의 뇌실과 시상하부를 연결하는 부위의 세포. 음식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감지해 식욕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짐.이정아 zzunga@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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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역세포 발견 美과학자 2명 ‘미국판 노벨의학상’

    외부 병균과 싸우는 인체의 면역 작용을 이용해 암 치료제를 개발한 과학자들이 ‘미국판 노벨 생리의학상’으로 불리는 래스커상을 받는다. 앨버트 앤드 메리 래스커재단은 10일(현지 시간) 올해 래스커상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로 자크 밀러 호주 월터 앤드 일라이자홀 의학연구소 명예교수와 맥스 쿠퍼 미국 에모리대 의대 에모리백신센터 교수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기초의학과 임상의학, 공공서비스 등 3개 부문에서 시상하며 각 부문 수상자는 상금 25만 달러(약 3억 원)를 받는다. 올해 기초의학 부문 수상자인 밀러 교수와 쿠퍼 교수는 특정 병원체와 암세포를 인식해 방어하는 면역세포를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정아 zzunga@donga.com·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9-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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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브레인’이 뇌파신호 보내

    다양한 신체 부위로 분화하는 능력을 가진 줄기세포를 이용해 배양접시에서 만든 미니 인공 뇌가 살아있는 사람처럼 뇌파를 생성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배양한 미니 뇌는 콩만 한 크기로 ‘오가노이드’라고 불리는 미니 장기의 하나다. 지금까지 뇌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는 연구는 많았지만 실제 뇌파 형태의 전기신호를 낸 사례는 처음이다. 알리송 무오트리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샌디에이고) 의대 세포 및 분자의학과 교수 팀은 대뇌피질에서 신경망을 구성하는 줄기세포를 이용해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완두콩 크기의 이 미니 뇌를 만든 목적은 뇌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관찰하기 위해서다. 과학자들은 뇌세포끼리의 상호작용을 관찰하기 위해 줄기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를 만들고 있다. 사람 뇌는 다른 동물보다 훨씬 발달했기 때문에 동물 실험으로는 연구에 한계가 있고, 사람의 뇌는 직접 들여다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오트리 교수팀은 10개월간 수백 개의 뇌 오가노이드를 배양하면서 전극을 붙여 뇌파와 유사한 전기적인 활동이 일어나는지 지켜봤다. 2개월 뒤 뇌 오가노이드에서 발생한 전기신호를 포착했다. 처음에는 동일한 주파수의 전기신호가 불규칙적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주파수에서 규칙적인 전기신호가 잡혔다. 연구팀은 이 전기신호의 패턴이 6∼9개월 만에 태어난 미숙아의 뇌파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뇌 오가노이드에서 뇌파가 나왔다는 것은 배양하는 동안 인간의 뇌와 비슷하게 신경망을 발달시켰다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 미니 뇌에 다양한 종류의 뇌세포가 들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아직 생각을 하거나 감정을 느끼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무오트리 교수는 “뇌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신경망 발달 과정과 뇌 세포 간 신호 전달 과정을 연구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자폐증이나 뇌전증, 조현병 등 뇌 질환이 발생하는 원인과 과정을 밝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셀 스템셀’ 8월 29일자에 발표됐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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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로바이러스 감염, 스마트폰 활용해 간편 진단

    한국인 과학자가 이끄는 미국 연구팀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물속의 노로바이러스를 감지하는 센서를 개발했다. 지금까지는 현미경과 레이저, 분광기 등 고가 장비를 이용해야 했으나 이번 성과로 쉽게 바이러스 검출이 가능해졌다. 윤정열 미국 애리조나대 의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노로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27일 미국화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노로바이러스는 식중독이나 위장염을 일으키는 병원체로 물이나 음식을 통해 감염된다. 감염자의 구토물이나 대변,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통해서도 전염 가능하다. 전염성이 높은 만큼 조기에 감염을 진단해 확산을 막는 일이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2013년부터 최근 5년간 매년 평균 1000명이 노로바이러스 식중독에 걸렸다. 세계적으로 매년 약 20만 명이 노로바이러스로 사망한다. 이 기술은 종이로 만든 미세유체칩과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물 샘플을 종이 미세유체칩에 스며들게 하고, 노로바이러스에만 특이적으로 붙는 형광색을 내는 항체를 스며들게 한다.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 물질은 스마트폰에 장착된 현미경으로 확인하고 그 양도 측정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적용하기 위한 스마트폰 현미경의 가격은 50달러(약 6만 원) 미만이다. 윤 교수는 “노로바이러스와 항체는 크기가 너무 작아 스마트폰용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어렵지만 형광 물질이 2, 3개 이상 응집된 경우에는 충분히 관찰할 수 있다”며 “스마트폰 앱으로 형광 신호 수와 노로바이러스 입자 수를 구분한다”고 설명했다.이정아 zzunga@donga.com·윤신영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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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기 덜 먹으면 온난화 속도 늦춘다

    쇠고기와 양고기 등 붉은 육류에는 포화지방과 콜레스테롤이 많아 과다하게 섭취하면 심혈관질환이나 대사증후군이 발생할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 붉은 육류가 건강 문제를 넘어 기후변화의 주범으로도 지목됐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전 인류가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 식단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 버거킹은 8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쇠고기 대신 식물성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출시하며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동참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8년 기준 전 세계 1만7796개의 체인점을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업체가 식물성 패티를 넣은 햄버거를 출시한 건 시사하는 바가 크다. 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50차 총회에서는 전 세계 과학자 107인이 내놓은 ‘기후변화와 토지에 대한 특별보고서’가 채택됐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 기후변화를 저지하려면 붉은 고기 섭취를 줄이고 통곡물과 채소, 과일 위주의 식물성 식단을 먹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보고서는 또 식물성 식단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상승한 수준으로 세계 평균기온을 유지하는 데 인류가 들여야 하는 노력의 20%를 줄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IPCC가 채택한 보고서는 2013년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조사한 통계 결과를 인용했다. 전 세계 축산업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은 7.1Gt(기가톤·1Gt은 10억 t)으로 전체 온실가스의 14.5%에 해당되는데 소를 키우는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양이 3분의 2에 달한다. 소와 염소, 양 같은 반추동물은 다른 동물에 비해 메탄가스를 더 많이 내뿜을 뿐 아니라 사료나 사료를 생산하는 농사에 쓰이는 비료를 만들 때에도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축산업을 위한 산림 파괴도 온실가스 증가에 한몫한다. IPCC가 채택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식물성 식단을 따라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붉은 육류 섭취를 줄이면 줄일수록 더 좁은 면적의 토지에서 더 많은 식량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도 저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초 마코 스프링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건강학과 선임연구원이 이끄는 ‘이트랜싯(EAT-lancet) 위원회’는 국제학술지 ‘랜싯’에 2년간 실린 연구 결과 357건을 바탕으로 ‘표준 식물성 식단’을 내놨다. 2050년 세계 인구가 100억 명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대비하고 기후변화 가속화를 막기 위해 연구한 결과다. 표준 식물성 식단에는 식품별 하루 섭취량이 나와 있다. 채소 300g, 과일 200g, 콩류 75g, 견과류 50g, 생선 28g, 달걀 13g, 우유 250g, 붉은 고기 14g, 닭고기 29g 등이다. 특히 붉은 고기는 기존에 알려져 있던 일일 섭취량과 비교해 절반 정도로 줄었다. 위원회가 국가별로 많이 섭취하는 식품을 분석한 결과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들은 표준 식물성 식단보다 붉은 고기는 약 4배, 밥이나 빵은 2.5배 더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유제품이나 과일 섭취량은 기준치를 크게 밑돌고 견과류는 거의 먹지 않았다. 스프링먼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인류가 현재 수준으로 붉은 육류를 섭취할 경우 2050년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금보다 50∼90% 증가할 전망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또 표준 식물성 식단에 따라 붉은 고기 섭취를 줄이고 채소와 과일 섭취량을 늘리면 205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은 바 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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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의 키-얼굴-성격 결정하는 ‘유전자 상호작용 지도’ 나왔다

    사람 세포에는 유전자가 약 2만5000개씩 들어 있다. 유전자들은 키와 얼굴 생김새, 성격, 생리학적 특성(체질), 특정 질환 발생 가능성 등 ‘표현형’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다. 표현형은 하나의 유전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두 개 이상의 유전자가 서로 상호작용한 결과다. 서로 발현을 돕기도 하고 반대로 억제하기도 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표현형만 봐서는 어떤 유전자들이 상호작용한 결과인지 알 수 없다. 미국 과학자들이 사람의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유전자 상호작용 지도’를 그렸다. 암이나 치매 같은 심각한 질환이 생기는 원인과 과정을 새롭게 분석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과 유전자 발현 정도를 모니터링하는 기술, 유전자 수백 수천 개를 하나씩 억제했을 때 나타나는 결과를 한꺼번에 분석하는 기술을 결합해 개별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8일자(현지 시간)에 발표했다. 조너선 와이즈먼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 세포및분자약리학과 교수팀은 인간의 유전자 중에서 각각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조합 6324개에 대해 2만8680가지로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 다음 결과를 관찰했다. 연구진은 이 중 다른 유전자와 강한 상호작용을 하는 유전자 112개를 찾았다. 또 상호작용이 강력하게 나타나는 287가지 조합에 대해 추가로 정밀한 상호작용을 측정한 결과를 토대로 유전자 상호작용 지도를 만들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유전자 상호작용 지도는 각 유전자가 얼마나 강력하게 상호작용하는지와 상호작용했을 때 서로 유전자 발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가 드러난다. 연구진은 특히 이번 연구를 통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새 유전자 상호작용에 따른 표현형을 발견하는 데도 성공했다. 사람 몸속 CBL이라는 유전자와 CNN1 유전자가 상호작용하면서 적혈구전구세포를 적혈구로 분화시킨다는 사실을 새로 밝혀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유전자끼리의 관계를 나타낸 첫 지도지만 아직 한계도 있다. 유전자 2개가 상호작용한 결과를 토대로 지도를 만들었지만 유전자가 3개 이상 복합적으로 얽혀 작용하거나 특정 표현형을 만드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의 영향력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전문가인 조승우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어 유전자 간 상호작용을 알아보기 위해 유전자 발현 산물인 단백질끼리의 상호작용을 관찰했다”며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의 응용기술이 발전하면서 이처럼 유전자 단위에서 분석한 성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 지도를 활용하면 유전자끼리의 상호작용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암이나 치매 같은 질환이 일어나는 원인과 과정도 아주 기초적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타깃을 발굴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와이즈먼 교수팀은 이 지도의 데이터를 이용해 유전자 간 상호작용을 실험 없이도 예측할 수 있는 머신러닝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앞으로 훨씬 구체적인 유전자 상호작용 지도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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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 관측 기술로 암세포 찾아낸다

    천문학자들이 별과 성운을 관측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이용해 암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서터대 연구팀은 별과 행성이 탄생하는 과정을 관측하는 기술을 이용해 유방암 피부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 성공했다고 3일(현지 시간) 영국천문학회 학술회의에서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방암 발생 초기에 유방조직에 칼슘 침전물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칼슘 침전물에 빛을 쬐이자 파장이 미세하게 변했다. 연구팀은 천문학자들이 별 탄생을 연구할 때 주변 먼지나 가스가 내는 빛을 분석하는 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실제 유방조직에서 암 발생 초기에 나타나는 미세한 칼슘 침전물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환자의 생체조직을 떼어내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고도 유방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 이 기술이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찰리 제인스 연구원은 “천문학 등 기초과학 연구는 세상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며 “의학 분야에서 진단이나 치료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천문학을 위한 기술이 의학에 활용된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천체 관측이나 심우주 탐사를 위해 개발된 기술 가운데는 이미 의료에 활용되는 기술이 있다. 환자 귀에 넣어 몸의 미세한 체온 변화를 측정하는 적외선 온도계가 대표적인 사례다. 적외선 온도계는 1983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가 개발해 지상 900km 궤도에 띄웠던 적외선천문위성(IRAS) 기술을 응용한 것이다. IRAS는 수백 m 떨어진 곳의 먼지가 내는 적외선까지 감지할 정도로 민감하다. 미국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다이아텍은 이 기술을 응용해 귓속 고막이 내는 적외선을 감지해 체온을 재는 적외선 온도계를 개발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해 개발한 발광다이오드(LED)는 골수이식 환자의 90%에게서 나타나는 구강 통증과 위장관 점막염 통증을 완화하는 데 쓰인다. NASA 마셜우주비행센터 전문가들은 LED 빛을 쬐인 세포가 150∼200%나 빠르게 성장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치료용 LED를 개발했다. 매일 1분 이상 구강을 비추는 임상시험 결과 골수이식 환자의 점막염 발생을 절반가량 줄였다. 미국 로봇 제조업체인 ‘인바이런멘털로봇’은 NASA에서 개발한 거품(폼) 형태의 인공근육 재료(템퍼폼)를 의족과 의수 등에 적용했다. 의족과 피부 사이에 넣어 외부 충격을 완화하고 열이나 습기, 마찰을 줄였다. 암 조직의 원인이 되는 세균을 찾아 우주에서 미생물을 검사하기 위해 개발한 장비로 유전정보를 분석하거나 지구보다 중력이 훨씬 작은 미세중력 환경을 구현하는 장비 내에서 세포를 관찰해 유전자 변이나 질병 원인, 발병 과정을 연구하기도 한다. 거꾸로 질병 치료에 사용되는 기술을 천문학에 활용한 사례도 있다. 2009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지금으로부터 약 330년 전에 초신성이 됐을 것으로 보이는 카시오페이아자리 A의 3차원 구조를 알아내기 위해 미국 보스턴브리검여성병원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 ‘3차원(3D) 슬라이서’를 활용했다. 원래 이 프로그램은 뇌수술을 앞둔 환자의 두뇌를 스캔한 뒤 3차원상에서 수술 계획을 미리 세우기 위해 개발됐다. 연구팀은 이 프로그램을 활용해 카시오페이아자리 A가 커다란 공 모양이지만 내부에 디스크처럼 편평한 부분이 있으며 별이 폭발해 초신성이 되는 과정에서 나온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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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식 발생과정 밝히는 ‘폐세포 지도’ 나왔다

    천식이 일어나는 과정이 세포 단위에서 밝혀져 신약 개발의 가능성이 커졌다. 콧속과 기관지, 폐에 이르는 호흡기 전체 세포들을 영역별로 분석한 이른바 ‘인간 폐세포 지도’가 처음으로 완성된 덕분이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웰컴생어연구소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 의료센터, 독일 뮌헨 폐질환연구센터 연구진은 건강한 사람 17명과 천식 환자 6명의 호흡기 세포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 17일(현지 시간)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사람과 천식 환자의 비강에서 기관지, 폐의 호흡기 세포 3만6931개를 개별적으로 분석한 뒤 영역별로 분포된 세포의 종류를 지도처럼 표시했다. 그 뒤 건강한 사람과 천식 환자의 폐지도를 비교해 천식이 어떻게 발생해 진행되는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건강한 사람은 비강에 점액을 만드는 ‘술잔세포’와 ‘2형 섬모세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기관지에는 기관지벽을 이루는 ‘곤봉체 세포’가 많았고 다른 부위에 비해 세포 종류가 다양했다. 폐의 조직인 폐포는 대부분 기체 교환을 하는 호흡세포로 이뤄져 있었다. 비강과 기관지 윗부분은 항원을 T세포에게 보여주는 수지상세포가 많지만 폐 깊숙한 곳일수록 직접 병원균을 공격하는 대식세포와 호중구가 많았다. 반면 천식 환자의 폐는 건강한 폐에 비해 염증이 잘 일어나 점액을 과다 분비하는 환경으로 변했다. 기관지에도 점액을 만드는 술잔세포가 많았고,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특정 면역세포(Th2세포)가 지나치게 많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박동원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이전에도 Th2세포가 천식 환자에게 많이 생성되고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어떻게 천식을 발생시키고 악화시키는지 구체적인 과정은 알 수 없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토대로 Th2세포가 천식을 발생시키는 과정을 제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신약이 개발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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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반인 우주여행 코앞… 우주 멀미 예방-방사선 영향 등 집중연구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내년부터 일반인도 우주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한 해 두 차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개방한다는 계획을 최근 내놨다. 일반인이 우주에 나가려면 전문 우주비행사와 비슷한 수준의 훈련을 받아야 한다. 중력이 거의 없고 먼 우주에서 날아온 방사선이 쏟아지는 우주 환경에서 적응하려면 체력과 순발력이 필요해서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의 전문가들은 앞으로 다가올 우주 유인 탐사 시대를 대비해 인간이 우주에 장기간 머물렀을 때 신체와 정신건강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연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6월 민간기관 최초로 인하대에 우주항공 의과학연구소가 설립됐다.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이자 항공우주의학 전문가인 김규성 연구소장과 김영효 부소장이 우주 멀미의 예방과 치료, 우주 혈관질환 진단과 예방, 우주 면역계 질환 진단과 치료 등 세 분야의 연구를 이끌고 있다. 10일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내에 설립된 우주항공 의과학연구소에서 만난 김영효 부소장은 “지구와는 다른 중력이나 기압, 또는 우주방사선 등에 노출됐을 때 인체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 원심력 이용해 지구와 다른 중력 환경 재현 우주에서 장기간 생활하면 인간 몸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 실제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는 340일 동안 ISS에 머물다 지구로 귀환한 우주인 스콧 켈리와 그의 일란성 쌍둥이형 마크 켈리를 비교한 결과가 공개됐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같기 때문에 둘의 유전자를 비교하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분석 결과 둘 사이에 건강상 뚜렷한 차이는 없었지만 우주인 켈리의 대사산물과 장내미생물 등에 변화가 있었다. 유전자를 바탕으로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과정인 ‘유전자 발현’에서 우주인이 7% 정도의 변화가 있었다. 우주항공 의과학연구소에서는 우주에서 일어나는 인간 몸의 변화를 살피기 위해 우주 환경을 조성하는 각종 장비를 운용하고 있다. 고중력 장비는 우주로 올라가거나 지구로 귀환할 때 신체 변화를 연구하는 장비다. 커다란 원통형 모터 주위로 4kg짜리 소형 세탁기만 한 케이지 두 대가 기울어진 채 가속도 없이 일정 속도로 회전하는데, 그 안의 동물은 기울어진 면을 바닥으로 인지하고 고중력 상태를 느낀다. 김 부소장은 “약 66rpm(분당 회전 수)으로 회전하면 지구 중력의 5배 정도를 느끼게 된다”며 “최대 지구 중력 15배까지 느끼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중력 환경도 원심력을 이용해 구현한다. 고중력 장비는 케이지를 한쪽 방향으로만 돌리지만, 무중력 장비인 클리노스탯(Clinostat)은 케이지를 360도 모든 방향으로 천천히 돌게 해 원심력을 분산시켜 중력을 상쇄한다. 또는 하지현수장치에 실험동물의 꼬리를 매달아 무중력일 때와 비슷한 생리 변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달이나 화성에 가는 우주인들은 먼 우주와 태양에서 날아온 엑스선, 감마선 등 우주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된다. 이런 환경에서 신체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엑스선 조사장치가 활용되고 있다. ○ 우주의학 기술로 오히려 지상 치료 실마리 찾아 우주에서의 생리 변화를 연구하다 병을 치료하는 실마리를 찾기도 한다. 김 부소장이 이끄는 연구진은 지구 중력보다 5배 큰 환경에 천식에 걸린 쥐를 4주 동안 노출시켰더니 기관지와 폐포에 생겼던 염증 반응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통해 중력이 큰 환경에서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 효과가 훨씬 크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해 1월 ‘플로스원’에 소개하기도 했다. 김 부소장은 “중력이 큰 상황에서는 세포골격 구조가 바뀌면서 세포 안으로 약물이 잘 스며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구 중력보다 10배 큰 중력 환경에서는 오히려 증상이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나 적당한 수준의 스트레스만이 긍정적인 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동물을 이용한 우주 연구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동물마다 느끼는 중력의 크기가 각자 질량에 반비례하기 때문에 천식 실험에 사용했던 지구 5배의 중력은 사람에게는 지구 2배 이하 중력으로 느껴진다. 연구진은 사람에게도 짧은 기간 고중력 환경에 노출시켜 비슷한 치료 효과가 있을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 현재로선 유인 우주 계획이 없다. 이런 이유로 한국의 우주의학 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머문다. 미국항공우주의학회(AsMA) 등 국제학회에 가보면, 다양한 우주실험 장비를 우주 발사체에 실어 보낸 경험이 있는 나라에서는 우주에서 얻은 실험 데이터를 발표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형발사체(누리호)가 2021년 발사될 예정이다. 김 부소장은 “한국은 아직 지상에서만 연구해 불리한 편”이라며 “추후 한국에서도 발사체를 보내 우주 실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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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존현실, 신약개발, 바이오매스… 세계 1등 기술개발 주춧돌 놓다

    머리에 쓰고 가상현실(VR)을 보는 장치인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속 영상은 그냥 현실 속 방의 모습이었다. 손에 쥔 도구를 이용해 ‘공’을 던지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테이블 위로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공이 날아가 부딪치더니 구르고 튀었다. 상자로 테이블을 막으니 구르던 공이 상자 앞에 멈췄다. 실제와 가상현실 영상이 혼합돼 있는데, 가상의 공과 실제 테이블이 만드는 조화가 정교해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이 영상은 현실세계와 VR 등 가상공간을 통합해 몰입도를 높여 주는 ‘공존현실’ 기술을 연구하는 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의 신기술을 이용해 만든 혼합현실(MR)이다. 레이저를 레이더처럼 써서 주변 지형지물을 확인하는 3차원 스캐닝 기술인 ‘라이다(LIDAR)’를 사용해 실제 방을 재현한 가상공간을 만들고, 여기에 현실세계 영상을 정밀하게 결합시켜 MR를 구현했다. 1m 공간에서 오차가 픽셀 5개(2∼3cm에 해당) 이내일 정도로 정교하다. 연구단이 개발한 다른 기술을 응용하면, 이런 가상공간에 여러 다른 사람이 동시에 들어와 함께 물건을 쌓거나 도구를 전해 주는 등 협업이나 교육도 가능하다. 올해 7월 열리는 컴퓨터 그래픽 분야 최대 국제학회인 ‘시그래프 2019’에서 차세대 유망 기술로 선정됐다. 연구단의 유범재 단장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AR)을 넘어서서 그 안에서 현실의 사람이 공존하고 실감 나게 교류하는 공존현실을 최초로 구현했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을 ‘선진국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꾸자는 목표로 기획된 최초의 국가 주도 원천기술 개발 사업인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이 올해 첫 ‘졸업자’를 배출한다. 정보기술(IT)과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환경기술(ET) 등 미래전략 분야에서 선정된 연구단에 최대 9년간 매년 100억 원 내외를 지원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당시 교육과학기술부)의 사업으로, 해당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획됐다. 다양한 기관과의 협력 연구를 통해 해당 분야의 국내 역량 전체를 키우는 요람 역할도 겸하고 있다. 이번에 사업이 종료되는 세 연구단은 각각 IT(실감교류인체감응솔루션연구단)와 BT, ET 분야를 대표하는 연구단이다. BT인 의약바이오컨버전스연구단은 9년간 집단지성으로 신약 개발에 필요한 약물 후보물질을 찾아내는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실제 후보약물을 개발해 왔다. 특히 여러 단백질합성효소(ARS)의 기능을 자세히 밝혀 이를 이용해 질환을 치료하거나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ARS의 신약 표적(타깃) 가능성은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리뷰 드러그 디스커버리’를 통해서도 발표돼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연구단의 플랫폼은 의료용 약물 표적과 물질을 공장처럼 빠르게 찾아낸다고 해 ‘타깃 팩토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연구단의 특별한 연구개발 과정은 세계적으로 전무후무하다는 평가를 받아, 지난해 9월 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가 특집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연구단의 김성훈 단장은 “국내 제약업계는 최근 많은 도약과 업적을 이루고 있지만 아직은 혁신 신약 개발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특히 약물 표적을 발굴하기 위한 기초과학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하다”며 “기초연구가 중개연구, 임상연구를 거쳐 최종적으로 신약 개발까지 이어지도록 다양한 분야 연구자들을 이어주는 ‘허브’ 역할을 하자는 목표로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덕분에 기존 신약 후보물질 개발 기간을 평균 6년에서 절반으로 줄였고, 지난 9년 동안 신약과 진단 파이프라인이 10개 이상 진행되는 성과를 올렸다. ET 분야 기술을 개발해 온 차세대바이오매스연구단 역시 올해 글로벌 프런티어 사업을 졸업한다. 연구단은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연료와 바이오소재를 산업화하기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해 왔다. 미세조류와 식물성 기름에서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로운 촉매와 공정을 개발했다. 또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잔사물에 미생물 공정을 도입해 모유 올리고당인 ‘퓨코시락토오스’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미세조류 오일을 원료로 하는 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글리세롤을 이용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기술도 완성했다. 유전자 교정기술인 크리스퍼를 이용해 미세조류의 성장과 지질합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바이오항공유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는 촉매도 개발했다. 특히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는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할 유력한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옥수수 등 식량을 쓰는 1세대와 나무를 쓰는 2세대에 비해, 식량 고갈 및 산림 황폐화 문제가 없고 배양 속도도 육상식물보다 수십 배나 빨라 친환경 바이오연료 생산에 적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연구단의 장용근 단장은 “미세조류 바이오매스는 1세대와 2세대보다 저렴하다”며 “현재까지 달성한 연구단의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대비 97%로, 바이오매스 분야에서 가장 앞서는 나라인 미국과 대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세 연구단은 2018년까지 8년 동안 총 1398편의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급 논문을 발표하고 1262개의 국내외 특허를 출원해 585개를 등록했다. 기술 이전은 69건, 사업화는 11건 달성했다. 연구단의 한 연구자는 “숫자로 보는 성과도 크지만, 관련 분야 인력을 키워 곳곳에서 활약하게 한 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성과였다”며 “연구단을 거쳐 간 많은 인재들이 해당 분야를 발전시키는 훌륭한 밑천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윤신영 ashilla@donga.com·이정아·고재원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9-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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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계 “게임중독 조기 치료 길 열려”… 업계 “과학적 근거 부족”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것은 술이나 도박처럼 게임도 과도하게 몰입할 때 나타나는 폐해를 미리 예방하고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게임중독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면 국가 간 비교 가능한 통계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구체적 실태 파악은 치료 연구를 위해 꼭 필요하다. 또 각국 정부는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하면서 WHO의 결정을 근거로 삼을 수 있다. 게임에 과도하게 몰입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나 정신건강학회는 이번 결정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게임 자체를 ‘악’으로 매도해선 안 되지만 게임 과몰입 증세가 뚜렷한 개인을 상대로 선제적 진단과 처방을 통해 게임 통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임상 데이터가 쌓이면 청소년 중독 예방 효과가 더 커질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게임중독 시 도박중독과 뇌 반응 유사 게임중독 논란은 1981년 영국에서 처음 제기됐다. 1978년 등장한 아케이드게임인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중독을 일으켜 일탈을 초래한다며 이를 금지하는 법안이 상정됐다. 당시 법안은 부결됐지만 게임중독을 규제해야 한다는 첫 목소리였다. 한국에서도 1990년대 후반 인터넷 게임이 활성화되면서 청소년 게임중독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WHO는 2014년부터 게임중독을 중요한 공중보건학적 문제로 보고 대응에 나섰다. 그해 게임중독을 ‘게임 이용장애(Gaming Disorder)’로 규정하고, 구체적인 진단 기준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발표한 게임중독 진단 기준은 지속성과 빈도, 통제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게임 시간과 빈도, 종료 등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고 △일상의 다른 관심사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며 △게임 몰입으로 부정적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상태가 12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게임중독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에선 올 1월 20대 남성이 생후 두 달 된 아들의 울음소리가 게임에 방해가 된다며 아이를 때리고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도 있었다. 보건복지부와 삼성서울병원이 2016년 만 18세 이상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인 100명 중 1명꼴로 게임중독 증세가 나타났다. 특히 18∼29세 남성의 게임중독(스마트폰 중독 포함) 유병률은 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는 도박중독과 비슷한 뇌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들이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권준수 이사장은 “게임중독에 쉽게 빠지는 사람은 도파민 분비가 많아 같은 자극에도 쾌감을 더 잘 느낀다”며 “그 행위를 중단했을 때 금단 증상이 나타난다면 ‘중독’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달 게임중독 민관협의체 발족 전문가들은 게임중독의 질병코드 등재로 기존의 상담 및 치료 시스템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는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한 핵심 이유는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폐해를 막자는 것”이라며 “성인이 돼서도 즉각적인 만족만 추구하는 충동적 성향이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청소년기 조기 진단과 예방에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의료계 내에서도 게임중독의 원인이 게임 자체인지, 아니면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 때문인지 명확하지 않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미국 존스홉킨스대, 호주 시드니대 등 교수 26명은 2017년 WHO에 서한을 보내 ‘게임중독이 질병이라는 결론을 내린 연구의 질이 낮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복지부는 게임중독의 질병 등재에 따른 향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업계와 보건의료 전문가, 법조계 인사 등으로 구성한 민관협의체를 다음 달 발족할 계획이다.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관리하는 만큼 게임 광고를 일정 부분 규제하는 내용 등이 담길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담배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처럼 게임중독 예방 및 치료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게임중독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복지부는 “현재까지 게임중독세를 추진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밝혔다.박성민 min@donga.com·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9-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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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과학 50년史, 월간 ‘과학과 기술’ 표지에 다 있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발행하는 월간 과학기술 잡지 ‘과학과 기술’이 5월 통권 600호를 맞았다. 1968년 1월 15일 창간된 이 잡지는 초기엔 계간으로, 이후 월간으로 발행되며 국내 과학의 주요 현안과 연구 성과를 소개해왔다. 여기에는 한국 과학과 기술의 50년 역사가 거울처럼 비추어 있다. 표지와 기사, 광고를 통해 그 50년사를 요약해 봤다.○1960, 70년대: 토목 왕국서 과학을 상상하다 1968년 1월 발행된 창간호는 당시 한국의 주력 공학과 산업을 짐작하게 해준다. 많은 기업이 축하의 마음을 담아 게재한 광고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삼부토건’과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의 전면 광고였다. 토목 및 도시계획 분야가 당시 중요 산업이었음을 알게 해준다. 석유화학 기업인 한일나이론공업주식회사도 창간 축하 광고 대열에 함께했다. 잡지는 이런 현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꿈꿨다. 1969년 4월호는 나일론이나 데크론 등 합성섬유로 만든 인공 혈관과,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 두개골 등의 등장을 전망했다. 인종별 피부를 저장해 화상 환자에게 이식해주는 피부은행의 등장도 예측했다. 당시의 화학공학 기술에 기반한 상상력이 오늘날 생체 친화 물질과 세포 3D 프린팅으로 현실화된 것이다.○1980년대: 주력 산업의 등장과 환경에의 주목 이 시기는 연구 결과가 구체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1983년 2월호는 표지에 ‘삼성 국내 최초, 세계 세 번째 64K D램 개발’을 의미하는 반도체 사진을 실었다. 이때부터 D램 분야 선두주자로 앞장선 삼성은 지금도 세계 메모리반도체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내용들도 담기 시작했다. 1986년 4월호는 살충제 DDT의 현미경 사진을 표지로 실었다. 1989년 5월호는 공장 굴뚝이 오염물질을 내뿜은 그림을 표지에 담았다. 1980년대 개발 우선주의의 부작용에 대해 과학계가 비로소 주목하기 시작했다.○1990∼2000년대: 첨단의 시대 첨단 과학과 기술이 대거 기사로 등장했다. 1990년 2월호에는 1988년 남극 세종과학기지 건립 등 남극 진출 성과와 전망을 제시하는 기획이 나왔다. 1992년 8월호에는 한국 최초 인공위성 ‘우리별 1호’ 발사 기념 특집판을 실었다. 1997년 10월호는 당시 공사 중이었던 한국형 고속철도(KTX)를 조망하며 KTX 이미지를 커버 사진으로 담았다. 2005년 5월호는 KAIST가 개발한 국내 최초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휴보’가, 2006년 8월호는 아리랑 2호 발사를, 2008년 5월호는 한국 최초 우주비행사에 도전한 이소연 박사를 각각 특집으로 다뤘다.○2010년대: 한국도 과학의 주역 최근에는 한국이 무대가 된 굵직한 과학기술계 사건이 눈에 띈다. 2015년 9월 특집이었던 메르스 사태, 2016년 5월 표지를 장식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2018년 2월호의 평창 겨울올림픽과 정보통신기술(ICT) 등이 화제로 다뤄졌다.김민수 reborn@donga.com·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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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레르기 유발 식품 나라마다 달라… 한국인 우유-달걀에 취약

    이달부터 대한항공이 땅콩을 기내 간식으로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3월 인천국제공항에서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승객이 탑승하지 못한 일이 계기가 됐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심하면 봉지를 뜯을 때 나는 냄새만 맡아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정도로 민감하다. 앞서 싱가포르항공과 콴타스항공, 에어뉴질랜드, 브리티시항공도 같은 이유로 땅콩 제공을 중단했다. 일각에서는 과연 땅콩 서비스를 중단해야 할 만한 일인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을 포함해 몇몇 국가에서는 땅콩 알레르기 환자가 유독 많고 증상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사례도 많다. 미국 콜로라도대와 싱가포르 아동의학연구소 공동 연구팀은 2013년 세계 89개국에서 식품 알레르기를 겪고 있는 환자를 조사해 국제학술지 ’세계알레르기협회지‘에 공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세 이하 소아청소년의 경우 영국이 식품 알레르기 환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콜롬비아, 핀란드, 리투아니아, 폴란드, 미국, 스페인,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호주, 일본 등의 순이었다. 대체로 소득 수준이 높은 나라들이 상위권에 속했다. 손경희 경희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소득이 높은 국가의 도시화한 지역, 자녀수가 적은 사회일수록 알레르기 질환이 많다”며 “과도하게 위생을 챙기면 면역세포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서 특정 항원을 만났을 때 면역반응이 지나치게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12위)과 홍콩(16위) 등이 속했다. 한국은 세계 상위 23위 안에는 없었지만, 5세 이하 식품 알레르기 환자 비율 순위에서는 호주와 핀란드, 캐나다에 이어 8위였다. 장기적으로 알레르기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다. 최근 학계에서는 식품 알레르기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식품 알레르기가 발생할 만한 유전적 요인을 갖고 있더라도 실제로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조리법이나 체내 비타민D의 양, 장내 미생물의 조성,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 항생제에 노출된 정도 등 환경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령 미국 콜로라도대와 싱가포르 아동의학연구소 공동연구팀은 미국이 땅콩을 볶아 먹는 데 비해 중국은 튀겨 먹는 경우가 많아 땅콩 알레르기 위험이 낮으며, 사계절 중 자외선이 적은 가을과 겨울에 태어난 아이가 신생아 때 비타민D 합성 효율이 비교적 낮아 식품 알레르기 환자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에서는 지난달 28일 식단이 서구화하면서 식품 알레르기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공동연구팀은 2007∼2015년 식품 알레르기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분석한 결과 임신 기간이나 모유 수유 기간에 빵과 과자를 많이 먹으면 아기가 식품 알레르기를 겪을 확률이 1.5배 더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과자류에 든 트랜스지방이 알레르기 발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했다. 트랜스지방은 면역계를 지나치게 활성화해 염증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면역반응이 일어날 때 생성되는 항체는 다음에 같은 항원이 체내에 들어왔을 때 즉각 반응한다. 심각한 경우 호흡곤란과 어지럼증, 저혈압, 실신 등 전신 면역반응(아나필락시스)이 나타날 수 있다. 아나필락시스가 일어난 환자의 약 35%는 식품 알레르기가 원인이다. 세계알레르기협회에는 우유(유제품)와 달걀, 땅콩과 견과류(아몬드와 호두 등), 생선, 갑각류, 콩, 밀 등 8가지를 식품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한다. 이 중 가장 흔한 것은 우유와 달걀이다. 과학자들은 국가마다 유전적 또는 환경적인 이유로 알레르기를 많이 유발하는 식품에 차이가 난다고 보고 있다. 땅콩 알레르기만 해도 미국이 한국보다 6배 더 많다. 또 미국과 캐나다,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새우와 게를 포함한 갑각류 알레르기가 다른 나라보다 많았다. 일본과 중국, 태국에서는 밀(글루텐) 알레르기가 비교적 흔하다. 한국은 우유와 달걀에 이어 밀 알레르기가 잦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유와 달걀은 아나필락시스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이정아 동아사이언스 기자 zzunga@donga.com}

    • 2019-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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