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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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몸 또는 마음이 아프거나 여러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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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2024-04-20
사회일반38%
보건30%
인사일반10%
정치일반10%
복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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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3%
국제일반3%
  • 박진영, 소아청소년 환자 위해 병원 5곳에 치료비 10억 기부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진영 대표 프로듀서(사진)가 소아청소년 취약계층 치료비 지원에 써 달라며 국내 병원 5곳에 총 10억 원을 기부했다. 박 대표는 “저에게도 세 살, 네 살 두 딸이 있다”며 기부 이유를 밝혔다. 박 대표 프로듀서는 4일 서울 강동구 JYP엔터테인먼트사옥에서 ‘국내 취약계층 치료비 지원 기부금 전달식’을 열고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충남대병원, 전남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에 각각 2억 원씩 총 10억 원을 기부했다. 이 기부금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에 사용될 예정이다. 박 대표 프로듀서는 “아빠가 되어 보니 너무 많은 아이들이 몸이 아픈 것만으로도 힘들 텐데, 치료비까지 부족한 상황이 얼마나 버거울지 생각하면 참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박 대표 프로듀서는 특히 삼성서울병원과 인연이 깊어 2020년부터 함께 치료비 지원 사업을 해 왔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총 10억5000만 원을 삼성서울병원에 기부했다. 이날 전달식에는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최재원 서울아산병원 대외협력실장, 윤석화 충남대병원 진료부원장, 신준호 전남대병원 공공부원장, 박성식 칠곡경북대병원 병원장 등이 참석해 박 대표 프로듀서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감사패를 전달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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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서 유행 폐렴, 국내 발생 3주새 1.6배 증가

    중국에서 유행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우리나라에서도 퍼지고 있다. 덴마크 프랑스 등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11월 넷째 주(19∼25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 환자는 270명으로 11월 첫째 주(10월 29일∼11월 4일) 173명의 1.6배로 증가했다. 이 폐렴은 아동·청소년에게 주로 전염되는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이다. 감염되면 38도 이상의 고열이 5일 이상 이어지고 극심한 기침이 3, 4주가량 계속된다. 국내에서의 직전 유행은 2019년이었다. 올해 11월 넷째 주 입원 환자는 2019년 같은 기간 입원 환자의 절반 수준이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최근 유행 중인 폐렴균은 항생제에 내성을 갖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성인에게 사용하는 퀴놀론계 항생제를 중증 소아 환자에게 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4일 “마이코플라스마가 유행하게 되면 소아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국은 소아 폐렴 환자가 크게 늘어 병원에서 환자들이 서너 시간 대기하는 등 의료 과부하가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달 20∼26일 마이코플라스마 신규 확진자가 541명으로 한 달 전보다 약 3배로 늘었다. 10년 만에 이 병이 유행하고 있는 프랑스는 지난달 말 15세 미만 확진자가 한 주 만에 36% 늘었다. 미국 오하이오주 워런 카운티에서도 감염이 확인됐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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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국내 확산…“유행시 소아진료 대란 올 것”

    중국에서 유행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국내 확산세가 커지고 있다. 의료현장에서는 환자가 더 늘어나면 소아 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덴마크 프랑스 등 해외에서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퍼지고 있다. ● 국내 입원환자 한 달 새 1.6배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11월 넷째주(19~25일)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 환자는 270명으로 11월 첫째주(5~11일) 173명의 1.6배로 증가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늦가을부터 초봄 사이에, 특히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유행하는 세균성 급성호흡기감염증이다. 11월 넷째주 입원 환자 270명 중 7~12세가 126명(46.7%)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1~6세가 100명(37.0%)이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국내에서 3, 4년을 주기로 유행하고 있다. 직전 유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기 전인 2019년이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넷째주 입원 환자(270명)는 2019년 같은 기간 입원 환자(544명)과 비교했을 때 절반 수준이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의 증상은 발열, 두통, 콧물, 인후통 등 일반적인 감기와 비슷하다. 하지만 통상 일주일 정도 증상이 지속되는 감기와 달리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증상이 약 3주간 이어진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 등을 할 때 비말(호흡기 분비물)로 전파되기 때문에 손씻기, 기침예절 준수 등 개인위생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항생제로 치료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기존에 많이 쓰이던 마이크로라이드계 항생제에 내성을 띤 세균이 유행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소아 환자에 한해서 성인에게 사용하는 퀴놀론계 항생제를 쓰고 있다”며 “퀴놀론계 항생제는 18세 이하에게 사용했을 때 연골 침착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하도록 되어있다”고 말했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유행에 보건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4일 입장문을 통해 “소아 감염병은 학교나 유치원 등 집단 생활이 불가피해 초기 대응이 부실하면 유행이 한 순간에 확산되는 특징이 있다”며 “감염 예방을 위해 손씻기 등 개인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반면교사로 삼아 정부 차원의 사전 대책 마련 등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어 “소아청소년 진료 현장에서는 (의료진) 인력 부족과 독감 환자의 급증을 비롯한 각종 바이러스 감염 환자로 애로 사항을 겪고 있는 만큼 만약 마이코플라스마가 유행하게 되면 ‘오픈런’과 같은 혼란 이상의 소아진료 대란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덴마크 프랑스 등 각국 환자 증가 중국은 지난달부터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 지역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을 중심으로 한 소아 폐렴 환자가 크게 늘어 병원 소아과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서너 시간 대기하는 등 의료 과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달 20~26일 마이코플라스마 신규 확진자가 541명으로 한 달 전보다 약 3배로 늘었고 프랑스도 지난달 말 15세 미만 확진자가 한 주 만에 36% 증가했다. 프랑스에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10년 만의 유행이다. 미국은 오하이오주 워렌 카운티에서 올해 처음으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이 유행 중이라고 미국 CNN방송이 1일 전했다. 다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중국에서 변종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이 발발해 세계 각지로 퍼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중국 보건 당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유행은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아데노바이러스, 인플루엔자(독감), 코로나19 등 기존에 알려진 병원체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폐렴을 어린이가 많이 앓고 있는 것은 올 초까지 2~3년간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학교에 다니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해 면역력을 기를 기회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은 장기간 강력히 봉쇄한 탓에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이후 호흡기 질환 유행 규모가 더욱 큰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더 엄격하게 펼친 국가에서 최근 환자가 급증했다. 지난달 23일(현지 시간) 비영리 국제 기구인 유럽 임상미생물학-감염병학회(ESCMID)가 세계적인 미생물학 연구 학술지 ‘랜싯 마이크로브’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덴마크 스웨덴 스위스 싱가포르에서 올 4~9월 보건 당국에 보고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환자가 평년보다 크게 늘었다. 다만 단순히 유행 주기가 돌아온 것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은 한국에서는 3~4년 주기, 미국에서는 3~7년 주기로 유행한다. 아메쉬 아달자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4년 주기로 유행한 덴마크에서는 마지막 유행이 2018년이었다”고 미 NBC뉴스에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 20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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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육아휴직급여, 휴직중 100% 준다… 급여상한 ‘최저임금 수준’ 인상

    육아휴직 기간에는 육아휴직 급여의 일부만 받고, 나머지는 회사에 복직한 뒤 6개월을 일해야 받을 수 있도록 한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제도가 폐지된다. 휴직기간에 육아휴직 급여를 100% 다 받을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르면 이달 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안이 담긴 ‘일·가정 양립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 “효과 없고 부작용만 커”… 12년 만에 폐지 30일 저고위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 처음 도입된 사후지급금 제도를 12년 만에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육아휴직 사후지급금 제도란 육아휴직자에게 ‘휴직 중’에는 육아휴직 급여의 75%만 주고 나머지 25%는 복직 이후 6개월 이상 근무한 것이 확인됐을 때 한꺼번에 주는 제도다. 저고위 관계자는 “12월 말이나 내년 1월 초 윤 대통령이 주재하는 저고위 회의에서 이 같은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며 “폐지 시점은 고용노동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아휴직 급여는 정부 고용보험기금에서 지급된다. 이 고용보험기금은 근로자와 사업주가 납부하는 고용보험료로 조성된다. 사후지급금 제도는 근로자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복직하자마자 금방 회사를 그만두는 상황을 막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복직 뒤 6개월을 채우지 않고 퇴사해 버리면 육아휴직 급여의 25%는 못 받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일을 계속 해야 할 이유가 생긴다. 육아휴직 급여는 기본적으로 통상임금의 80%로 책정된다. 월급이 100만 원인 직장인이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하면 육아휴직 급여는 월 80만 원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후지급금 제도 때문에 육아휴직 중에 80만 원의 75%인 월 60만 원만 받을 수 있다. 나머지 월 20만 원씩 12개월 치인 240만 원은 직장에 복귀해 6개월 이상을 근무해야 한꺼번에 받는다. 이런 구조 때문에 생기는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휴직 기간에는 급여가 적다 보니 저소득 근로자가 육아휴직 사용을 망설이게 되는 것.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아휴직 급여 수령은 보험료를 납부한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인데 복직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를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복직 후 직장 내 괴롭힘 등으로 퇴사를 하고 싶어도 사후지급금을 받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를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육아휴직 이후 6개월 동안 근무하지 않아 사후지급금을 받지 못한 인원은 최근 5년 동안 총 10만3618명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총 2037억3000만 원에 달한다.● “저출산 대책 핵심은 ‘일·가정 양립’” 정부는 저출산 문제의 핵심을 ‘일·가정 양립’으로 보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저고위 회의에서 발표할 대책도 ‘일·가정 양립’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저고위는 이때 육아휴직 급여 상한액을 현재 150만 원에서 최저임금 수준(올해 기준 약 201만 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포함시킬 계획이다. 지금은 월급이 아무리 많더라도 육아휴직 급여를 최대 150만 원까지만 받을 수 있다. 출산휴가가 끝나면 별도의 신청이나 승인 절차 없이 자동으로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하는 ‘자동 육아휴직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 등도 이번 대책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가족친화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방안도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육아휴직 확대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 맞는 방향이지만 재원 확보가 과제라고 지적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육아휴직 급여의 재원인 고용보험 기금은 지난해 말 기준 적자가 3조9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고용보험 기금에 들어가는 일반회계 전입금을 더 늘리거나, 인구정책을 전담하는 별도의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온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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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신건강 검진 2년마다 실시… 전 국민 생애주기별 맞춤관리

    정부가 전 국민의 생애주기별로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전 국민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발표한다. 한 개인이 청소년기(학업), 청년기(취업 및 출산 양육), 중장년기(은퇴), 노년기(노후) 등 인생의 각 단계를 거치면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을 때 국가가 이를 맞춤형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5일 전 국민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혁신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담당해 온 정신건강 관련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하는 것과, 대통령 직속 기구에서 관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반적인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바꾸는 개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 정신건강 검진 주기 10년→2년지금까지는 ‘치료’에 집중됐던 정신건강 관리 체계를 ‘예방·조기 발견→치료→재활·일상 회복’이라는 전 과정으로 확대해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대표적인 대책은 국가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검사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고, 중증·만성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현재 국가 정신건강 검진은 만 20세부터 10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2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검진 대상 질환도 지금은 우울증에 한정되지만, 여기에 조현병과 조울증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 검진을 할 때 청소년기(학업), 청년기(취업 및 출산 양육), 중장년기(은퇴), 노년기(노후) 등 시기별 맞춤형 검진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검사를 통해 정신질환 위험군으로 판별되면 무료 상담 기회를 제공해 치료 문턱도 낮출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고위험군 8만 명에게 정신건강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 국민 마음건강 투자 사업’에 내년도 예산 539억 원을 책정했고, 2027년에는 지원 대상을 50만~100만 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환자별 맞춤 관리 계획 수립이번 정신건강 혁신 방안에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중등도 이상 우울장애 등을 앓는 이로, 2021년 기준 국내에 65만 명에 달한다.퇴원 이후에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재활 치료에 참여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 퇴원을 한 환자와 가족 앞에 펼쳐지는 건 ‘치료 절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본보 11월 28일자 A1·10면 참조).정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경우 약 처방이나 상담뿐 아니라 ‘집중관리군’ 등록을 통해 회복과 재활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환자별 ‘케어 플랜’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증상이 완화됐다고 느껴 스스로 약을 끊고 병세가 악화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퇴원 환자의 직업 재활과 동료 지원, 후속 검사뿐 아니라 돌봄에 지친 환자 가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정부는 또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과 교육에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이 분야 예산은 올해 2억 원이었지만 복지부는 내년도에 31억 원을 책정했다.●“국민 정신건강 관리에 큰 힘 쏟을 것”정부가 이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내놓기로 한 건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는 100만 명을 넘었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이가 크게 늘었다. 여기에 올해 8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처럼 치료를 중단한 뒤 증상이 악화된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잇달아 범죄를 저지르면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의 허점도 드러났다.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는 데 비해 정책적 뒷받침과 투자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자문기구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올해 4월 펴낸 보고서에서 “고소득 국가의 경우 전체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1% 정도”라며 “한국의 경제 수준은 고소득 국가에 해당하지만 정신건강 예산 비중은 2.6%(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정부 관계자는 “국가가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에 큰 힘을 쏟겠다는 메시지와 비전도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표 당일에는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의료계, 정신질환 환자·가족 단체 등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시기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이 본인의 경험을 직접 발표하는 일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국내 정신과 진료환자, 12년새 2배로… 의사 수는 OECD 절반 미달국내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사람이 한 해 4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1년 정신질환이나 정신과적 문제 때문에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환자는 405만8855명이었다. 2009년까지만 해도 200만 명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10여 년 새 2배가 됐다. 하지만 이들을 진료하기 위한 의사 수는 해외 주요국 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 부족 때문에 국내 정신질환자의 ‘치료 절벽’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 1만 명당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수는 0.8명이다. 관련 통계가 수집된 OECD 29개국 평균인 1.8명에 비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29개국 중 한국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적은 나라는 멕시코(0.1명) 콜롬비아(0.2명) 튀르키예(0.6명)뿐이었다.절대적인 의사 부족보다 더 큰 문제는 가장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를 진료할 인력이 더 부족하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전국에 5곳 있는 국립정신병원의 전문의 충원율은 올해 8월 기준으로 41%에 불과하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대형 재난 발생 시 정신건강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국립정신건강센터도 전문의 충원율이 38%에 불과했다.민간 대학병원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큰 병원에 남는 것보단 개인병원을 차리는 것이 훨씬 더 많은 돈을 버는 까닭에 대학병원을 떠나는 의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를 보면 2020년 기준 정신건강의학과 개원의는 연 소득이 2억4000만 원에 이르는 데 반해, 상급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경우 1억3000만 원 수준에 불과했다. 서울연구원은 “지난해 서울시내 정신건강의학과 개인병원은 534곳으로, 5년 전에 비해 77% 급증했다”고 밝혔다.한국이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중증 정신질환 진료 인프라가 부족한 탓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OECD가 최근 펴낸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으로 정신질환자가 퇴원 후 1년 안에 자살하는 비율이 0.7%에 이른다. 이는 OECD 평균 0.38% 대비 1.8배에 해당한다. 또한 2021년 기준으로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진단을 받은 국내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사망할 확률이 4.2배였다. OECD 평균(2.3배)에 비해 83% 높은 수치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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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부, 전국민 정신건강 생애주기별 맞춤 관리한다

    정부가 전 국민의 생애주기별로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내용을 담은 ‘전 국민 정신건강 혁신방안’을 발표한다. 29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은 다음 달 5일 전 국민 정신건강 혁신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엔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혁신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그동안 보건복지부가 담당해 온 정신건강 관련 대책을 범정부 차원에서 종합하는 것과, 대통령 직속 기구에서 관장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신건강 혁신 방안은 한 개인이 청소년기(학업), 청년기(취업 및 출산 양육), 중장년기(은퇴), 노년기(노후) 등 인생의 각 단계를 거치면서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을 때 국가가 이를 맞춤형으로 관리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지금까지는 ‘치료’에 집중됐던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예방·조기 발견→치료→재활·일상 회복’이라는 전 과정으로 확대해 지원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계획이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중단해 증상이 악화되고, 강력범죄를 일으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반적인 정신건강 관리체계를 바꾸는 개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발표 당일에는 정부 관계자뿐만 아니라 의료계, 정신질환 환자·가족 단체 등도 참석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시기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었던 청년이 본인의 경험을 직접 발표하는 일정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국가가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에 큰 힘을 쏟겠다는 메시지와 비전도 함께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정신건강 검진 2년마다 실시… 4년내 무료상담 100만명 확대정부가 이처럼 범정부 차원에서 정신건강 혁신 방안을 내놓기로 한 건 우리 국민의 정신건강 관리 체계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는 100만 명을 넘었고,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는 22.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우울과 불안을 호소하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올해 8월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등처럼 치료를 중단한 뒤 증상이 악화된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잇달아 범죄를 저지르면서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 체계의 허점도 드러났다.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직후 윤석열 대통령은 “내 임기 동안 국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촘촘하게 만들겠다”며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전 국민 정신건강 혁신 방안’에는 그간 산발적으로 추진해 온 관련 대책을 종합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라고 전했다.● 국가 정신건강 검진 주기 10년→2년이번 혁신 방안의 핵심은 정신질환을 사전에 예방하고, 이미 발병했다면 최대한 빨리 발견해 치료하고, 치료를 마친 뒤에는 재활을 거쳐 다시 안정적으로 일상 회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 과정을 탄탄히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대책은 국가 정신건강 검진 주기를 단축하고 검사 대상 질환을 확대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조기에 발견해서 치료할수록 예후가 좋고, 중증·만성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현재 국가 정신건강 검진은 만 20세부터 10년마다 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2년으로 단축할 방침이다. 검진 대상 질환도 지금은 우울증에 한정되지만, 여기에 조현병과 조울증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이 검진을 할 때 청소년기(학업), 청년기(취업 및 출산 양육), 중장년기(은퇴), 노년기(노후) 등 시기별 맞춤형 검진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추진한다.검사를 통해 정신질환 위험군으로 판별되면 무료 상담 기회를 제공해 치료 문턱도 낮출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고위험군 8만 명에게 정신건강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하는 ‘전 국민 마음건강 투자 사업’에 내년도 예산 539억 원을 책정했고, 2027년에는 지원 대상을 50만~100만 명 규모로 늘릴 계획이다.● 환자별 맞춤 관리 계획 수립이번 정신건강 혁신 방안에는 조현병, 조울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중등도 이상 우울장애 등을 앓는 이들로, 2021년 기준 국내에 65만 명에 달한다.퇴원 이후에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재활 치료에 참여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 퇴원을 한 환자와 가족 앞에 펼쳐지는 건 ‘치료 절벽’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본보 11월 28일자 A1·10면 참조).정부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는 경우 약 처방이나 상담뿐 아니라 ‘집중관리군’ 등록을 통해 회복과 재활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환자별 ‘케어 플랜’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증상이 완화됐다고 느껴 스스로 약을 끊고 병세가 악화돼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는 사례를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퇴원 환자의 직업 재활과 동료 지원, 후속 검사뿐 아니라 돌봄에 지친 환자 가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정부는 또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을 위한 인식 개선 캠페인과 교육에도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이 분야 예산은 올해 2억 원이었지만 복지부는 내년도에 31억 원을 책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가는 것에 대한 부담감과 편견이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美-英, 정신건강 체계 개혁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민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는 데 비해 정책적 뒷받침과 투자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 자문기구인 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은 올해 4월 펴낸 보고서에서 “고소득 국가의 경우 전체 보건 예산 중 정신건강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5.1% 정도”라며 “한국의 경제 수준은 고소득 국가에 해당하지만 정신건강 예산 비중은 2.6%(2023년 기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해외에서는 이미 정신건강 관리 체계의 개혁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미국은 1977년 대통령 직속 정신건강위원회를 설립했고, 대선 때마다 후보자들이 정신건강 관리 체계의 설계를 공개하며 정책 경쟁을 벌인다.지난해 바이든 정부도 정신건강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전략 22개를 발표했다. 지역사회정신건강센터를 확대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영국은 6년 전인 2017년 테리사 메이 당시 총리가 정신건강을 빈곤, 인종차별, 청년 실업 등과 함께 영국 사회에 존재하는 심각한 문제로 규정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서 이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202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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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5만 중증 정신질환자… 병원 나오면 ‘치료절벽’

    올해 78세인 이진숙(가명) 씨는 지나온 세월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삶’ 같다고 생각한다.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죽으려야 죽을 수도 없었던 시간들. 20여 년 전, 딸(41)에게 조현병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그때부터 고통은 시작됐다. 서른일곱에 얻은 외동딸이었다. 평범했던 딸은 고3 무렵부터 조금씩 변했다. 부쩍 말수가 없어지더니, 수능 날에는 화장실에 들어가 나오질 않아 겨우 달래 시험장에 보냈다. 밥도 먹지 않아 입맛을 돋울 만한 온갖 음식을 먹여 보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키가 160cm 조금 안 되는 딸은 그 무렵 몸무게가 33kg이었다. 딸은 더 이상 이 씨가 알던 아이가 아니었다. 딸은 소파, 옷장, 침대를 내다 버리라고 했다. 장판부터 벽시계, 액자, 화장실 환풍구까지 뜯어 버리려 했다. 이 모든 게 중증 정신질환 발병 전 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건 나중에서야 알았다. 딸이 스무 살이 된 해, 우여곡절 끝에 병원에 입원시키고 퇴원하는 날. 이 씨는 이제 치료를 받았으니 괜찮아질 거라 믿었지만 그 믿음은 곧 깨졌다. 퇴원 후에 약을 잘 먹겠다고 약속했던 딸은 약을 입에 털어 넣지 않았다. 결국 병세가 나빠져 2번이나 더 입·퇴원을 반복했다. “제발 약 먹자.” “싫어!” 이 입씨름이 20년을 넘었다. 그저 간절히 바란다. ‘제발 누구든 우리 딸이 약을 꼬박꼬박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딸은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좋으니 남들처럼 밥벌이를 하고 싶다는 것. 하지만 긴 치료 탓에 기본적인 사회생활 능력을 갖추지 못한 딸을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이 씨는 딸을 데리고 연고 없는 시골로 내려가 구멍가게를 하나 차렸다. 작게 장사를 하면서 먹고살기를 바라는 부모 마음이었지만 오히려 딸에게 ‘원하지도 않는 일을 시켰다’는 원망만 들었다. 이 씨에게는 이제 시간이 없다.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던 그 삶마저 끝나는 날, 홀로 남겨질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턱 막힌다. 그는 말했다. “누가 우리 딸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법 좀 가르쳐주세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 씨의 딸처럼 조현병, 조울증 등 심각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중증 정신질환자는 2018년 59만9956명에서 2021년 65만1813명으로 증가했다. 퇴원 이후에 꾸준히 약을 복용하고 재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와 재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한 ‘치료 절벽’ 앞에서 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정신질환자, 퇴원후 관리할 병원 태부족… 가족이 부담 떠안아 〈상〉 병원 밖은 ‘치료절벽’‘최대 6개월 관리’ 참여 병원 10%… 낮 재활치료하는 곳은 3% 그쳐“수가 낮아 인건비도 안나와” 기피…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포함시켜야” 김진영(가명·49) 씨의 세 살 위 오빠는 환청과 망상 증상에 시달리는 중증 정신질환자다. 김 씨가 오빠 집에 갈 때면 종종 먹지 않고 남겨둔 약들이 눈에 띄었다. ‘왜 약이 이렇게 많이 남았냐’고 물으면 얼버무리던 오빠는 결국 병세가 악화돼 일주일 전 병원에 입원했다. 벌써 네 번째 입원이다. 입원 당시 오빠는 치료를 받아야 할 치아만 15개에 달했다. 폭식을 반복하면서 키 175cm에 몸무게가 140kg까지 불어났다. 김 씨는 “오빠는 완전히 방치됐다. 오전에는 집에 혼자 있다가 점심 시간이 지나면 ‘할 게 없다’며 그냥 길거리를 헤매곤 했다”고 말했다. ● 퇴원 환자 관리하는 병원 턱없이 부족중증 정신질환자는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중등도 이상 우울장애 등을 앓는 이들을 뜻한다.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의 핵심은 입원 치료뿐 아니라 퇴원 후에도 외래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증상을 관리하는 것이다. 중증 정신질환자는 병에 대한 자각이 없는 경우도 많아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가 2020년부터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병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 하나가 ‘병원 기반 사례 관리 시범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으로 구성된 팀을 꾸려 환자와 가족을 면담하고 퇴원 후 최대 6개월 동안의 관리 계획을 짠다. 복약 여부를 확인하고 증상이 있는지, 있다면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등도 살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참여 가능 의료기관 368곳 중 실제로 참여하는 건 37곳(10.1%)뿐이다. ‘낮병동 관리료 시범사업’도 마찬가지다. 낮병동이란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낮 시간 동안 재활치료를 제공하는 병원의 병동이다. 이곳에서 대인관계 및 사회적응 훈련, 취업교육 등도 함께 이뤄진다. 예를 들어 조현병은 대부분 10대 때 처음 발병하기 때문에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해 사회에 적응하고 함께 어울리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참여 가능 의료기관 2102곳 중 실제 참여하는 건 64곳(3.0%)에 불과하다. 현장 의료진들은 낮은 수가(건강보험에서 병원에 주는 진료비)를 참여율이 낮은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서영수 부산다움병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은 “낮병동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중 일부만 수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지금 수가로는 의료진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 환자 관리할 지역 센터는 만성 인력난현행 정신건강복지법상 정신의료기관은 환자가 퇴원할 때 본인의 동의를 받아 퇴원 사실을 지역 내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통보해야 한다. 퇴원 후에도 환자가 꾸준히 전문가에게 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센터는 이들에 대한 사례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 씨는 “센터 담당자가 너무 바빠 보인다. 가족 입장에서 궁금한 것도 많은데 한 번도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복지부의 ‘국가 정신건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환자 중 13%(2021년 말 기준)만 정신건강복지센터 등 지역사회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례 관리자 1명이 담당하는 환자 수는 무려 26.6명에 달했다. 이해우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센터에서 재난심리 등 모든 정신건강 업무를 도맡고 있기 때문에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할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도 ‘필수의료’” 전문가들은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뿐만 아니라 급성기 중증 정신질환자 치료 역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신건강의학과가 전공의 지원율이 높은 인기 과로 보이지만, 정작 급성기 중증환자들을 치료하고 이들의 재활까지 담당할 인력 및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일본에서는 퇴원 전후로 의료진이 중증 정신질환자의 집에 찾아가 가족들에게 환자와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고 주거 환경까지 살핀다. 이에 대한 수가가 별도로 책정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퇴원한 중증 정신질환자를 관리하는 체계를 탄탄하게 만들어 모든 부담을 환자와 가족들에게 떠넘기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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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대병원 교수가 신경외과 전공의 쇠파이프로 폭행”

    광주 조선대병원에서 신경외과 교수가 전공의를 쇠파이프로 폭행한 사건이 발생해 병원이 해당 교수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21일 조선대병원은 “신경외과 4년 차 전공의 A 씨가 지도교수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교육수련위원회를 열어 파악한 결과 A 씨의 주장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교육수련위원회는 전공의 정원과 교육 등 수련 업무 전반을 관리하고 폭행, 성폭력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병원에 따르면 전날인 20일 A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담당 지도교수에게 지속적이고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했다”는 글을 올렸다. A 씨는 “(교수에게) 따로 불려가 수차례 쇠파이프로 구타당하고 안경이 날아가 휘어질 정도로 뺨을 맞았다. 목덜미를 잡힌 채로 컴퓨터 키보드에 얼굴이 처박히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폭행을 당하면서도 전공의라는 신분과 지도교수라는 위치 차이에서 오는 두려움이 너무 커 꾹꾹 눌러 참으며 지내왔다”고 적었다. A 씨는 증거로 녹취 파일, 폐쇄회로(CC)TV 영상도 게시했다. 녹취 파일에는 “내 인내심을 시험하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라고 말하는 한 남성의 목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때리는 듯한 소리가 담겨 있다. CCTV 영상에는 한 남성이 병원 복도에서 다른 남성의 얼굴을 밀치는 장면이 담겼다. 병원은 21일 교육수련위원회를 연 뒤 “재발 방지 차원에서 해당 교수를 강력히 조치하기로 했다”며 “기존에 예약된 수술과 외래 진료를 제외한 모든 진료에서 해당 교수를 배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원 측은 교원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위원회 회부도 결정할 예정이다. 대한신경외과학회는 이날 “상황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학회 내에 폭행과 폭언에 대응하는 조직을 정비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해당 지도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휴대전화 전원이 꺼져 있어 연락이 닿지 않았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2023-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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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궁이식은 ‘새 생명’ 탄생시킬 수 있는 일”

    “환자의 두 눈과 코끝이 빨갰습니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애써 눈물을 참는 환자를 바라보며 제 마음 역시 함께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박재범 삼성서울병원 이식외과 교수는 올해 1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었던 환자 A 씨(35)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국내 최초로 ‘자궁 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동아일보는 17일 이를 보도(A1, 2면)했고, 박 교수는 이날 열린 대한이식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서 공식 발표했다. 발표 직전 박 교수는 전화 인터뷰를 통해 실패를 이겨낸 과정을 상세히 설명했다. 박 교수는 “태어날 때부터 자궁이 없었던 A 씨는 간절히 엄마가 되고 싶었다”며 “어렵게 자신의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지만 지난해 7월 수술은 실패로 끝났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 눈을 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눈을 피하면 A 씨가 더 좌절할 것 같아 어렵게나마 위로를 건넸다”고 회상했다. 박 교수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고,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다. 올해 1월 자궁 기증 조건에 맞는 뇌사자(44)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 박 교수는 “뇌사자 가족에게 기증 동의를 받는 일이 큰 고비였다”고 했다. 박 교수와 만난 뇌사자의 노모는 자궁 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고 난 뒤 물었다. “성공해 낼 수 있나요?” 박 교수는 답했다. “국내 첫 시도인 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망설이던 노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증에 동의했다. 늦은 밤 시작된 자궁 이식 수술이 다음 날 새벽이 돼서야 끝났다. A 씨는 이식한 지 29일 만에 첫 월경을 했다. 자궁 없이 태어난 환자에게는 생애 첫 월경이었다. 박 교수는 “이후 A 씨가 6개월 동안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고 조직검사 결과 거부 반응이 나타나지 않는 걸 보면서 성공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패를 딛고 ‘자궁 재이식’에 성공한 건 세계 최초다. 박 교수는 의학적 성취보다는 ‘생명’을 이야기했다. 그는 “자궁 이식은 다른 장기 이식과 달리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일”이라며 “의사로서 ‘이보다 더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자궁 이식을 하지 않아도 입양 등을 통해 엄마가 될 수 있지 않느냐’고 묻는다. 박 교수는 “(출산이라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당연한 일도 너무나 절실한 일이 된다”며 “이런 점을 사회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현재 A 씨는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의료진을 믿어준 환자와 어려운 결심을 해준 기증자의 가족들, 함께 고생한 동료 의료진 모두에게 감사하다”며 “A 씨는 정말 좋은 엄마가 될 것이고,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의료진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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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 사람은 살아야지” 유족 두 번 울리는 말들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네가 원했던 일이 아니었잖아’ 이 말 한마디를 듣고 싶었어요. 하지만 주변에 소중한 사람이 떠났다는 말조차 꺼낼 수 없었던 상황에 가슴 아팠습니다.” 권순정 한국자살예방협회 교육위원장은 자살 유족이다. 10대 때 가족이, 15년 전에는 직장 동료가 자살로 떠났다. 동료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권 위원장이었다. 권 위원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동료를 지키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을까 봐 두려웠고 고인에게 미안한 마음에 깊은 죄책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주변에 자살 유족이 있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슬픔, 망연자실함, 분노, 죄책감, 무력감 등 복합적인 감정을 겪는 유족들에게는 어떠한 말을 건네야 할지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때로는 위로의 차원에서 건넨 말이 상처로 남을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유족들은 ‘산 사람은 살아야지’라는 말을 듣고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인을 떠나보낸 뒤에 마음 정리는 유족이 자신의 속도에 맞춰 차츰차츰 해 나가야 하는데 저 말은 마치 고인을 잊고 빨리 일상으로 회복하라는 강요로 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유족을 보면서 순간적으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고인)는 정말 불효자다’라는 말이 튀어나올 수도 있지만, 이 역시 고인에 대한 험담처럼 들릴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2019년 자살 유족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상처가 되는 말’ 1위로 꼽혔다. ‘○○가 그렇게 될 때까지 뭐 했냐’ 같은 말도 유족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다. 권 위원장은 “이런 말 때문에 고인의 소식을 주변에 알리지 못하고 제대로 위로받지 못하는 유족들이 여전히 많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고인이 심장마비나 교통사고 등으로 사망했다고 하거나 이민이나 유학을 가 국내에 없다는 식으로 주위에 얘기해 상황을 피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펴낸 ‘2022년 심리부검(고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요인을 살펴보는 과정) 면담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심리부검 참여 유족 1120명 중 고인의 자살 사망 사실을 알리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응답한 유족이 806명(72.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말로든 행동이든 유족에게 ‘내가 네 옆에 있다’는 메시지를 건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배미남 인천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유족이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할 수 없고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면서, 대신 ‘언제든지 나는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해달라”며 “중요한 건 유족이 그 상황을 혼자서 견디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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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극이 또 다른 비극 낳지 않게… ‘자살자 유족’ 돕는 그들이 왔다

    《아내는 집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는 첫 목격자였다. 길을 걸어도, 밥을 먹어도, 잠을 자려고 눈을 감아도 끊임없이 그 장면이 떠올랐다. 걷잡을 수 없는 공포가 몸을 휘감았다.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면.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머릿속에서는 늘어진 비디오테이프처럼 ‘무한 반복’됐다. 후회가 꼬리에 꼬리를 문다. 내가 그날 아내를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다면 달라졌을까. 평소에 한 번이라도 더 말을 건넸다면 안 죽지 않았을까. 힘들어할 때 같이 엉엉 울어줬더라면. 죄책감은 일상이 됐다. 다시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현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가족, 친구, 동료 등 가까운 사람을 자살로 떠나보낸 이들을 ‘자살 유족’이라고 한다. 견디기 힘든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았다’는 의미에서 전문가들은 이들을 ‘자살 생존자’라고도 부른다. 갑작스럽게 고인과 이별한 유족들이 받는 충격과 고통은 상상 이상이다. 이때 사건이 발생한 지 24시간 내에 유족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있다. 지역 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에서 시행하는 ‘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원스톱 서비스)’다. 11월 18일은 세계 자살 유족의 날이다. 미국에서 아버지를 자살로 잃은 해리 리드 전 상원의원이 발의해 1999년 미국 의회에서 결의안이 통과됐다. 그때부터 전 세계는 매년 추수감사절 직전 주 토요일을 자살 유족의 날로 기린다. 이날을 앞두고 자살 유족들에게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는 원스톱 서비스 담당자들을 만났다. 2019년 9월부터 시작된 원스톱 서비스는 현재 서울, 인천, 광주 등 9개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장례식장에서 비에 젖은 청년을 만나다 원스톱 서비스 시행 지역에서 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은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에 연락한다. 원스톱 서비스 담당자는 정신건강사회복지사, 정신건강간호사 등 정신건강 전문가다. 이들이 경찰의 협조를 받아 사건 발생 24시간 안에 유족이 있는 경찰서나 장례식장으로 출동한다. 위기 상황에 처한 유족에게 24시간이라는 골든 타임 내에 ‘직접 찾아가는 것’이 이 서비스의 핵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자살사망자(2022년 기준)는 1만2906명으로, 하루 35.4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배미남 인천시자살예방센터 부센터장은 수년 전, 장례식장으로 출동했을 때 부모를 잃은 20대 청년을 만났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미처 우산을 챙기지 못했는지 청년의 머리카락은 비에 푹 젖어 있었다. 신발조차 제대로 챙겨 신지 못하고 뛰쳐나온 청년은 슬리퍼만 겨우 신고 있었다. 조문객이 거의 없는 장례식장은 숨막힐 듯 고요했다. 그 청년과 이야기를 나눴던 순간이 지금도 배 부센터장의 마음에 맺혀 있다. 자살은 유족에게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삼성서울병원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자살 유족은 일반인보다 18.3배 더 우울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사는 사망에 대한 책임을 물을 대상이 있지만, 자살은 아니다. 죽음의 책임을 고인에게 물을 순 없다. 결국 유족은 그 책임을 스스로에게 돌리면서 ‘내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자책한다. 원스톱 서비스에서 자살 유족의 특성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훈련을 받은 전문가들이 ‘애도 상담’을 진행하는 이유다. 광주자살예방센터에서 원스톱 서비스를 받았던 한 20대 남매도 그랬다. 남매의 아버지가 병으로 세상을 떠난 지 1시간이 지난 뒤 남매의 어머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시간 간격으로 부모님을 모두 잃은 20대 남매는 긴 시간 고통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한순간에 가장이 되어 버린 누나는 공황장애를 겪었고 군대에 간 동생은 의가사제대(복무 도중 개인의 사정 때문에 중도에 제대하는 것)를 했다. 남매에게는 부모님과의 이별을 충분히 슬퍼하고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건강한 애도’ 과정이 필요했다. 남매는 센터의 도움으로 애도 상담을 받았고 다른 자살 유족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자조 모임에도 참여했다. 이제 누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동생은 대학에 복학하면서 일상을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집, 유족에겐 트라우마 공간 고인이 사망한 장소를 떠올리기만 해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식은땀이 나는 건 유족들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그런데 그 장소가 함께 살던 집이라면 어떨까. 유족에게 집은 더 이상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트라우마를 증폭시키는 공간이 된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자살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장소는 자택(55.5%)이었다. 원스톱 서비스는 유족이 고인과 함께 살던 집에서 잠시 떠나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호텔 등의 숙박시설 비용을 지원한다. 호텔에 머물고 있는 유족에게 전화해서 끼니는 챙겨 먹었는지, 심리적인 어려움은 없는지도 묻는다. A 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마치 세상에 혼자 남겨진 듯한 느낌을 받는 유족들에게 ‘당신은 버림받지 않았다. 당신을 돌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반복해 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망 장소가 집인 경우 그 현장을 수습하는 것도 유족의 몫이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심적으로 너무 버거운 일이다. 그래서 현장을 수습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두려움을 호소하는 유족에게는 특수청소 업체 비용이 지원된다. 배 부센터장은 “유족에게 ‘저희가 수습해 드릴 테니 그냥 그대로 두시라’고 하고 업체를 불러 청소해 드리면 ‘너무 무서웠는데 도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고 전했다. ● 빚 남기고 떠난 경우 상속 포기 등 법률 지원도고인이 떠난 뒤에는 고인이 생전에 짊어지고 있는 현실의 짐들이 고스란히 남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고인의 부채다. 유족은 슬픔에서 채 벗어나기 전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문제는 사랑하는 사람을 예상치 못하게 떠나보낸 이들 중 상당수가 무력감을 경험한다는 점이다. 조정옥 광주자살예방센터 유족지원팀장은 “부채와 같은 문제는 고인의 사망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 안에 상속을 포기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무력감에 시달리다가 그 시기를 놓치게 되면 신용불량 등의 문제에 처하게 된다”며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팀장은 사업을 하다가 수십억 원 규모의 부채를 남긴 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남성 가장을 떠올렸다. 살던 집은 경매로 넘어갔고 고인의 자녀들은 한참 교육비가 많이 들어갈 나이대였다. 고인의 아내는 남편을 잃은 충격뿐만 아니라 홀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심한 우울감을 호소했다. 센터는 사망 사건이 발생한 당일 출동해 고인의 아내와 면담을 진행한 뒤에, 애도 상담과 함께 고인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무사 상담을 연계했다. 현재 법률 처리가 진행 중이다. 고인의 아내는 이런 말을 전했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안 계셨다면 저와 제 자녀들에게는 정말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있었을지도 몰라요. 선생님들이 저희 가족이 희망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셨습니다.” 지금 이 여성은 ‘투잡’을 뛰면서 부지런히 현실을 헤쳐 나가고 있다.● “직원 1명이 유족 100명 관리도… 지원 늘려야”하지만 모든 유족이 이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원스톱 서비스는 현재 9개 시도(서울 대구 인천 제주 세종 광주 강원 충북 충남)에서만 시행 중이기 때문이다. 또 사망 사건이 9개 시도 내에서 발생했더라도, 유족의 거주지가 다른 지역이라면 원스톱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배 부센터장은 “유족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사회적 울타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원스톱 서비스가 전국적으로 시행돼 더 많은 유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원스톱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 지역에서도 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광주자살예방센터에서는 유족지원팀 직원 7명이 교대로 24시간 근무를 하는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조 팀장은 “지원 대상인 유족이 계속 늘어나면서 직원 1명이 관리해야 하는 유족이 한때 100여 명에 달할 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조 팀장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담당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지원을 받던 유족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라며 “현장에서 유족들을 더 촘촘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자살 유족 원스톱 서비스자살 사건이 발생하면 24시간 내에 지역 내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자살예방센터에서 유족이 있는 곳으로 출동해 지원하는 서비스. 2019년 9월 처음 시작돼 현재 서울 인천 광주 등 9개 시도에서 시행되고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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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새 생명의 기회 만드는 ‘자궁 이식’, 이보다 더 귀한 경험 있을까”

    국내 첫 자궁 이식 수술 성공 사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술을 이끈 건 삼성 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팀장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이다. 박재범 교수팀은 올 1월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자궁이 없었던 30대 여성에게 44세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을 성공시켰다. 이 여성은 첫 수술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수술에서 다른 사람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여성은 현재 본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박 교수와 전화 인터뷰를 통해 국내 첫 자궁이식 수술을 성공으로 이끈 소회와, 그간의 과정을 물었다.-국내 최초로 자궁이식 수술에 성공한 소감은.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한 번도 성공해 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을 믿고 여기까지 와준 환자분께 감사드린다. 중간에 환자가 마음을 접는다면 의료진은 더 진행할 수 없었다. 환자와 동료 의료진 모두가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생각한다.”-환자는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았지만 자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당시 의료진도, 환자도 모두 좌절했을 것 같은데.“저도 완전히 ‘멘붕’이었다. 자궁 적출 수술을 마치고 환자가 퇴원할 때, 환자하고 눈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눈길을 피하면 환자가 얼마나 더 좌절할까 싶어서 어렵게 환자를 쳐다봤다 기억이 난다. 환자가 이미 많이 울었는지 눈이 빨개진 채로 정말 어렵게 눈물을 감추는 모습이 보였다. 일단 환자가 몸과 마음을 잘 추스리길 바라는 마음으로 위로를 건넸다. 재이식에 대해서는 ‘우리 또 좋은 기회를 봅시다’라고만 이야기했다.”-그러던 중 뇌사 기증자가 나타났다. “조건에 맞는 기증자를 찾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조건을 따져보니 이 환자에게 자궁을 기증할 수 있는 기증자는 우리 병원에서도 2~3년 만에 생길까 말까 하는 일이었다. 그러던 중 올해 1월에 44세 뇌사 기증자가 나타났다.”-뇌사 기증자의 가족을 설득하는 과정은 어땠나.“기증자의 가족들이 자궁 기증에 대한 최종 결정을 기증자의 친정어머니가 할 수 있도록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노모가 가족들의 부축을 받고 제 진료실로 들어오는 순간이 기억난다. 기력이 없어서 눈도 제대로 못 뜨고 계셨던 상태였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자궁 기증에 대한 설명을 듣던 노모가 ‘그러면 성공해낼 수 있지요?’라고 물었다. ‘국내 첫 시도인만큼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이며 ‘꼭 성공해달라’고 하셨다. 그렇게 늦은 밤 시작된 이식 수술이 다음날 새벽에 끝났다. 기증자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뇌사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한 뒤에, 언제 이식이 성공했다고 느꼈나.“환자가 이식한지 29일 만에 첫 월경을 했다. 자궁 없이 태어난 환자에게는 태어나서 하는 첫 월경인 셈이고, 의료진에게는 이식 성공의 신호탄과 같았다. 환자도 무척 기뻐했다고 들었다. 그때 희망을 품었다. 이후에 6개월 동안 환자가 규칙적으로 월경을 하고, 조직검사 결과 거부반응이 없다는 걸 보면서 성공이라고 판단하게 됐다.”-자궁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이끈 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장기이식을 하는 의사로서 희열을 느꼈다. 내가 의사로서 소임을 다하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매우 특별하게 느껴진다. 자궁이식은 다른 장기이식과는 달리 이식을 통해 ‘출산’을 할 수 있게 되고, 새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일이다. 새 생명의 기회를 만드는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감정이 든다. 의사로서 ‘이보다 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자궁이식을 하지 않더라도, 입양 등을 통해 어머니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그런 생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구나 자신이 이미 가진 것에 대해서는 간절함을 느끼지 못한다. (자궁이 아예 없어서)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은 사람에게는 남들에게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도 너무나 절실한 일이 된다. 그런 점에 대해서 사회가 섬세하게 고민한다면 좋겠다. 자궁이식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생명에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니다. 하지만 단지 생명권 뿐만 아니라 개인의 행복추구권에 대해서도 사회가 충분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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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뇌사자 자궁’ 이식 10개월째 정상…시험관 시술로 임신 시도

    태어날 때부터 기형으로 자궁이 없었던 30대 여성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하는 수술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성공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이 여성은 첫 수술에서 어머니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실패한 뒤 두 번째 수술에서 다른 사람의 자궁을 이식받는 데 성공했다.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이번이 세계 최초다. 16일 삼성서울병원 다학제 자궁이식팀(팀장 박재범 이식외과 교수)이 대한이식학회에 제출한 발표 초록에 따르면 이식팀은 올 1월 44세 뇌사자의 자궁을 한국인 여성 A 씨(35)에게 이식했다. 10개월이 지난 현재 A 씨는 규칙적인 생리주기를 유지하고 있고, 최근 조직검사에서도 거부 반응을 보이지 않아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A 씨는 난소 기능이 정상이지만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는 마이어-로키탄스키-퀴스터-하우저(MRKH) 증후군이다. 자궁 이식 말고는 임신할 방법이 없었다. 지난해 7월 어머니의 자궁을 보건복지부 승인을 거쳐 이식받았다. 국내 첫 자궁 이식 시도였다. 하지만 자궁으로 피가 제대로 통하지 않아 2주 만에 자궁을 제거해야 했다. 이후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두 번째 시도에서 성공했다. 국제자궁이식학회(ISUTx)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보고된 자궁 이식 사례 가운데 A 씨와 같은 재이식 수술은 처음이다. A 씨는 현재 본인의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수정한 배아로 임신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 첫 재이식 성공 외과-감염내과 전문의 등 13명 투입… 자궁 없던 30대에 두번째 이식 수술국내 ‘자궁 문제 불임’ 작년 1592명… 건보 적용-절차 표준화 등 논의할때‘의학적으로 매우 까다로운 뇌사자 자궁 이식 성공. 세계 최초의 자궁 재이식 성공.’ 이번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의 자궁 이식 성공은 국내외 의료계에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선천기형이나 질환으로 자궁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궁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기능을 하지는 않지만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기다.● 전문의 13명 투입, 세계 최초 재이식 수술 성공 국내에서 이뤄지는 콩팥과 간 등 장기의 이식 수술은 한 해 5000건이 넘는다. 하지만 자궁 이식 수술은 세계적으로 85건에 그친다. 이식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한 자궁을 내줄 기증자를 찾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수술 자체가 의학적으로 까다롭기 때문이다. 기증자의 몸에서 자궁을 적출할 땐 이와 연결된 크고 작은 혈관의 손상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를 수혜자의 난소와 생식선 등에 연결할 땐 더 정교한 기술이 필요하다. 면역 거부 반응이 나타나거나 수술 부위가 감염되면 수술은 수포로 돌아간다. 수술 뒤 체계적인 관리도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자궁 이식에는 이식외과와 산부인과뿐 아니라 혈관외과, 성형외과,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감염내과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의가 참여한다. A 씨의 진료에도 박재범 이교원 이식외과 교수뿐 아니라 김성은 오수영 이유영 산부인과 교수, 고재훈 감염내과 교수 등 13명의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이 투입됐다. 이식팀은 2020년 세계에서 세 번째, 국내에서 처음으로 면역억제제 없이 콩팥 이식을 받은 환자의 임신과 출산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었다. 현행 장기이식법상 자궁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되진 않았다. 다만 2019년 1월 시행된 개정법에 따라 ‘사람의 내장 또는 조직 중 기능 회복을 위해 적출·이식할 수 있는 것’에 맞으면 보건복지부 산하 장기등이식윤리위원회 심의와 복지부 장관의 결정을 거쳐 이식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이런 절차와 병원 내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 등을 거쳐 A 씨의 수술을 진행했다. 이식팀은 발표 초록에서 “진료와 수술이 임상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고, 관련 비용은 삼성서울병원 미래의학연구소를 통해 모금한 기부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불임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소식 삼성서울병원은 A 씨의 성공을 계기로 다른 불임 여성의 자궁 이식도 준비 중이다. 향후 A 씨가 임신과 출산에 성공하거나 국내 자궁 이식 성공 경험이 여러 건 축적될 경우, 자궁 기형이나 질환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 씨가 겪은 MRKH 증후군의 국내 유병률은 여성 5000명당 1명 수준이다. 국내 가임기 여성 인구(1049만 명)에 대입하면 유병 인구가 2098명으로 추산된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자궁에서 기원한 불임’으로 진단된 여성은 1만4794명에 이른다. 여기에 각종 질병으로 인한 자궁 적출 수술이 해마다 약 4000건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자궁 문제 탓에 임신하지 못하는 여성은 수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신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는 해외 자궁 이식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글이 수백 건 검색된다. 일부 이용자는 국내에 자궁 이식 사례가 없다는 답변에 ‘해외에서 대리모를 구할 수 있느냐’는 취지의 문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국내 판례상 부부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배아를 다른 여성의 자궁에 착상시켜 출산하는 대리모 계약은 인정되지 않는다. 대리모 알선 브로커에게 거액을 줬다가 떼이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수술비만 1억… 건보 적용 논의 필요 이번 성공을 계기로 법에 명시된 이식 가능 장기를 넓히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당초 장기이식법에 손과 팔은 이식 가능 장기로 명시돼 있지 않았지만, 2017년 2월 대구 W병원이 40대 뇌사자의 팔을 30대 환자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한 뒤 ‘법령 위반’ 논란이 일자 이를 포함하는 법 개정이 이뤄졌다. 다만 자궁 이식이 불임 여성 전반에 ‘고려할 만한 수단’이 되려면 건강보험 적용이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 씨의 수술과 면역억제제 투약, 시험관 시술 수술 등에는 최소 1억 원의 비용이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A 씨는 연구 기부금으로 비용을 댈 수 있었지만, 이런 지원이 없다면 개인에겐 부담되는 액수다. 자궁 이식에 뒤따를 수 있는 혼란과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 의료계와 윤리학계가 머리를 맞대고 자궁 기증자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이식 절차 등을 표준화할 필요도 있다. 캐나다에서는 자국 내 자궁 이식 성공 사례가 등장하기 전인 2012년에 이미 관련 절차와 이식 수혜자 선정 기준 등을 정한 규약이 발표됐다. 영국은 2015년 자궁 이식을 받을 수 있는 여성의 나이를 만 25세에서 38세 사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식팀을 이끈 박재범 교수는 “17일 학회에서 공식 발표한 이후에 응하겠다”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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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회, 국민연금 ‘내는 돈’ 9% → 최소13%로 인상 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최소 13%로 올리는 방안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방안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여론이 민감한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선)을 뒤로 미뤘으나 자문위는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문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자문위는 14차례 회의 결과를 토대로 2가지 개혁안을 최종 제시했다. 현재 보험료율(내는 돈)은 9%,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다. 첫 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소득보장강화안이다. 두 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두는 재정안정화안이다. 어느 쪽이든 보험료율은 최소 4%포인트 이상 오른다. 보고서는 “구조개혁의 큰 틀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해야 연금개혁의 지속적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의 전체 체제를 바꾸는 더 넓은 차원의 개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하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은 모수개혁을 미루고 구조개혁부터 하겠다고 밝혔었다. 자문위 관계자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둘 다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단 급한 것(모수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 나이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지만 자문위는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으로 판단했다.국민연금 보험료율 13% 땐, 직장인 월평균 13만원 더 내야 연금특위 자문위 보고서2가지 구체적 숫자 제시안 나와수급 개시 연령 상향엔 신중 입장 올해 4월 기준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 보험료는 각각 29만2737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12만6035원이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제안한 개혁안대로 보험료율이 최소 13%까지 인상되면 직장인은 월평균 최소 13만105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지역 가입자는 5만6015원을 더 내게 된다. 자문위가 2가지 구체적인 모수개혁안을 제시함에 따라 꺼졌던 연금개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개혁이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사실상 알맹이 없는 방안만 내놨었다. 지난달 19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 기금 투자수익률, 소득대체율 등 갖가지 변수를 조합한 무려 24개 시나리오를 보고서에 담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이 모두 빠진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받아든 국회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조정 없이 추상적인 ‘구조 개혁’부터 하겠다고 나섰다. 이 때문에 “사실상 연금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번 연금특위 자문위 최종보고서에는 수급 개시 연령 상향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 담겼다. 자문위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방향일 수 있으나 현재의 (은퇴 후 연금을 수령하기까지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16일 열리는 회의는 연금특위 활동 기한이 연장된 뒤 처음으로 열리는 회의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연금특위는 자문위의 최종 보고서와 정부의 계획안 등을 참고해 대국민 공론화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결과를 종합해 최종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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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국민연금 ‘내는돈’ 현행 9%→최소 13%로 인상 논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최소 13%로 올리는 방안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된다. 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방안이 담긴 최종보고서를 보고할 예정이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여론이 민감한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개선)을 뒤로 미뤘으나 자문위는 이 문제부터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1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자문위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자문위는 14차례 회의 결과를 토대로 2가지 개혁안을 최종 제시했다. 현재 보험료율(내는 돈)은 9%,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다. 첫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을 13%로,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는 소득보장강화안이다. 두번째 개혁안은 보험료율만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40% 그대로 두는 재정안정화안이다. 어느 쪽이든 보험료율은 최소 4%포인트 이상 오른다.보고서는 “구조개혁의 큰 틀에 저해되지 않는 선에서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해야 연금개혁 지속적 동력 확보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구조개혁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직역연금 등 공적연금의 전체 체제를 바꾸는 더 넓은 차원의 개혁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험료율 인상을 결정하면 여론이 악화될 것을 우려한 정치권은 모수개혁을 미루고 구조개혁부터 하겠다고 밝혔었다. 자문위 관계자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을 둘 다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일단 급한 것(모수개혁)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금 수령 나이를 지금보다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지만 자문위는 “급격한 제도 전환은 여러 부작용 가능성이 있다”며 부정적으로 판단했다.올해 4월 기준 국민연금 직장 가입자와 지역 가입자의 월평균 연금 보험료는 각각 29만2737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12만6035원이다. 연금특위 민간자문위가 제안한 개혁안대로 보험료율이 최소 13%까지 인상되면 직장인은 월평균 최소 13만105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씩 부담), 지역 가입자는 5만6015원을 더 내게 된다.자문위가 2가지 구체적인 모수개혁안을 제시함에 따라 꺼졌던 연금개혁의 불씨가 다시 살아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정부와 정치권은 연금개혁이 총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해 사실상 알맹이 없는 방안만 내놨었다. 지난달 19일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는 단일안을 내놓지 못하고 보험료율, 수급 개시 연령, 기금 투자수익율, 소득대체율 등 갖가지 변수를 조합한 무려 24개 시나리오를 보고서에 담아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달 27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조정 방안이 모두 빠진 ‘맹탕 개혁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를 받아든 국회는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조정 없이 추상적인 ‘구조 개혁’부터 하겠다고 나섰다. 때문에 “사실상 연금개혁이 물 건너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이번 연금특위 자문위 최종보고서에는 수급 개시 연령 상향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이 담겼다. 자문위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필요한 방향일 수 있으나 현재의 (은퇴 후 연금을 수령하기까지의) 소득 공백 기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진단했다.16일 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연금개혁특위는 자문위의 최종 보고서와 정부의 계획안 등을 참고해 대국민 공론화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결과를 종합해 최종 개혁안을 만들어야 한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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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의사회, 의대 증원 반발… “매주 수요일 오후 휴진 집회”

    정부가 이번 주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조사한 정원 확대 수요를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이에 반발해 휴진 집회를 벌이는 첫 의사단체가 나왔다. 경기도의사회는 15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반차를 내 휴진하고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투쟁 집회를 열겠다고 14일 밝혔다. 의사회 측은 “의대 증원이 기정사실로 되고 (의대들의) 희망 증원 규모가 수천 명에 달하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라며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첫 집회에는 의사회 소속 회원 2만5000여 명 가운데 100명 안팎이 참석할 것으로 주최 측은 내다봤다. 참여 규모가 작아 의료현장의 진료 차질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공식 발표한 이후로도 집단행동을 자제해 온 의료계에서 변화가 생긴 건 정부의 ‘증원 수요 조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최근 전국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2025∼2030학년도 입시 정원 수요를 조사했는데, 의대들은 최소 2700여 명에서 최대 4000명에 육박하는 수치를 적어 낸 것으로 전해졌다. 복지부는 13일 이런 결과를 공식 발표하려다가 계획을 미뤄 ‘주내 발표’로 번복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출석해 “수요조사 결과 발표 연기가 의사단체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의원 질의에 “전혀 그렇지 않다”며 “과학적인 통계로 업무(의대 증원)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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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1년 인턴’ 없애고 ‘2년 임상수련의’ 도입한다

    의대 졸업 후 1년간 대학병원에서 여러 전공 과목을 돌며 배우는 ‘인턴(수련의)’ 제도가 이르면 2025년부터 사라진다. 1958년 도입 이후 67년 만이다. 그 대신 2년간 체계적으로 여러 진료 과목을 거치는 ‘임상수련의’ 제도가 신설된다. 인턴을 기피하는 젊은 의사들이 의대를 졸업하자마자 개원에 쏠리고 대학병원에서 새내기 의사들이 무분별하게 혹사당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임상수련의를 마쳐야만 개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양질의 필수의료 인력 확보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7월부터 의료계 및 전문가 그룹이 참여하는 ‘전공의 수련 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같은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TF가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르면 2025년부터 새로운 수련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운영돼온 인턴 과정의 취지는, 의대(예과+본과) 졸업 후 1년간 병원의 모든 전공과목을 두루 경험하며 기초적인 의학 지식을 습득하고 적성에 맞는 전공과목을 찾도록 하는 것이다. 인턴이 끝나야 원하는 과목에 지원해서 3, 4년간 레지던트(전공의) 수련을 거친다. 그 뒤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진료 과목의 전문의가 된다. 1958년 전문의 수련 제도 시행 이후 이 틀은 그간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필수의료 붕괴, 의료 인력 공백 사태에서 인턴 제도 역시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커졌다. 주당 80시간을 넘나드는 장시간 근로, 체계적인 의료 기술 습득보다는 지도교수의 학회 업무에 동원되거나 온갖 허드렛일에 투입되는 현실 등이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대한전공의협의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턴 2명 중 1명(50.8%)은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일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의료계에서는 “인턴은 병원 1층 바닥보다 아래”라는 자조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의대를 졸업한 뒤 인턴을 거치지 않고 아예 일반의 자격증만 가지고 동네 병원 개원으로 진로를 트는 젊은 의사들도 늘고 있다. 이는 중증외상, 소아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는 인턴을 없애고 2년간의 임상수련의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 2년 동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을 집중 수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또 TF는 의대 졸업생이 임상수련의 과정을 마쳐야 개원할 수 있도록 법 제도를 바꿀 계획이다. 현재 일반의들이 개원하는 병원은 대부분 ‘돈이 되는’ 성형외과, 피부과 등 미용 시술 분야에 쏠리고 있다. 정부는 임상수련의 과정을 마치지 않으면 다른 병원에 취직해 일하는 ‘페이 닥터’(월급 의사) 취업은 허용해도 단독 진료(개원)는 못 하도록 할 방침이다.2년간 ‘내외산소’ 수련해야 개원 허용… 필수의료 공백 막는다 임상수련의 도입2년제 임상수련의, 필수의료 집중… 지역 공공병원 파견근무도 검토의료계 “병원 인력 확충 없으면2년짜리 인턴으로 전락할 우려”청소, 빨래, 커피 배달, 음식 주문, 도서관 책 반납, 서류 정리….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전공의 903명 대상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한 ‘인턴이 하는 일’들이다. 설문 응답자 절반은 수련 기간 중 진료 과목에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인턴 4명 중 3명(75.4%)이 주당 80시간 넘게 일하고 있지만 병원 안에서는 사실상 ‘잡일을 도맡는 사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듯 기형적으로 운영되는 인턴 과정을 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정부와 의료계 간 이견이 없다. 12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는 7차례 회의를 통해 크게 3가지 방안을 논의했다.● 2년제 임상수련의 “필수의료 경험”첫 번째 TF 안은 인턴 대신 2년제 임상수련의(가칭)를 도입하고, 2년 동안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선택과목 등 총 6개 과목을 각각 4개월씩 거치도록 하는 방안이다. 현재는 인턴이 ‘내외산소’ 과목을 경험하는 기간이 각 4주에 불과하다. 두 번째 안은, 2년제 중 처음 1년은 주요 과목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고 나머지 1년은 내과와 외과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 수련시키는 방식이다. 고교 문·이과 체계와 비슷하다. 레지던트(전공의)로서 신경외과, 정형외과 등 전문 과목을 본격적으로 수련하기 전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아이디어다. 한편 TF에선 의대 졸업 후 임상수련의 과정 없이 바로 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하는 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이는 “여러 필수의료 과목을 경험해 볼 기회를 잃게 된다”는 지적이 TF 내에서 나왔다.● “수련의를 지방 병원에 파견” 제안도TF에선 전공의 수련체계를 바꿔 지방 의료인력 공백 문제를 해소하자는 제안도 검토되고 있다. 2년제 임상수련의를 일정 기간 원래 소속 병원이 아니라 지역의 공공병원 등에서 ‘순환 근무’ 시키자는 의견이다. 실제 일본은 경우 수련의 1, 2년 차 ‘주니어 레지던트’를 4∼8주씩 지역 의료기관에 보내 근무시키고 있다. 호주는 정부가 추가 급여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지방 소도시 병원에 레지던트를 파견해 근무시키고 있다. TF에 참여하는 한 전문가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현장에 나오기까지 10년이 걸리는 만큼 수련의를 활용하는 게 당면한 지역의료 공백을 해결할 ‘묘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실제 지방 의료 현장에서 경험을 쌓다 보면 지방에 대한 이해도가 깊어지고 그 지역에 정착하는 의료 인력의 수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 있다. 의대 졸업 후 추가 수련을 받지 않은 ‘일반의’가 의원을 차리거나 취직하는 사례가 느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도 정부의 인식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문의 자격증을 따지 않고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이른바 ‘인기 과목’에서 근무하는 일반의 수는 2017년 말 128명에서 올해 9월 245명으로 늘었다. 이 중 87명(35.5%)은 성형외과 진료를 보는 것으로 나타나 생명을 살리는 일보다는 미용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가 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상수련의 제도가 시행되면 2년간 필수의료 과목을 수련해야만 개원이 가능해지기 때문에 이런 문제도 다소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의료계 “병원들도 추가 인력 뽑아야”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수련 과정 개편만으로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진형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전공의는 “병원에서 인턴은 수없이 많은 일을 한다. 이들의 업무를 대신할 추가 인력을 뽑지 않는다면 임상수련의 제도를 도입한들 ‘2년짜리 인턴’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들이 인턴을 ‘값싼 노동력’으로 보고 추가 인력을 뽑는 대신 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업무를 전가하기 때문에 수련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인턴 제도 개편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를 경험하는 기회를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구체적인 개편안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인턴전문의가 되기 위한 수련 과정(인턴 1년+레지던트 3, 4년) 중 하나. 의대 졸업 후 1년 동안 대학병원에서 내과, 외과 등 모든 과를 순환 근무한다. 일반의-전문의일반의는 의대 졸업 이후 의사면허를 딴 사람이다. 그 이후 인턴, 레지던트 등 수련 과정을 마치고 세부 전공을 받으면 전문의가 된다. 전문의가 개원한 병원만 ‘홍길동 내과’, ‘김철수 이비인후과’와 같이 과목명을 간판에 걸 수 있다. 일반의 개원 병원은 과목 없이 ‘홍길동 의원’이라고만 내걸 수 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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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개원 전문의 소득… 근로자 평균의 6.8배

    우리나라의 의사 소득이 노동자 평균 소득의 최대 6.8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격차가 가장 컸다. 12일 OECD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에 따르면 한국에서 2021년 기준 개원을 한 전문의 소득은 노동자 평균 소득의 6.8배였다. 노동자 평균 소득과 비교했을 때 봉직 전문의(월급 받는 전문의 자격증 소지자)의 소득은 4.4배, 개원 일반의는 3.0배, 봉직 일반의는 2.1배 많았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딴 후 일반의, 수련 과정까지 마치면 전문의다. 개원 전문의 소득 격차(6.8배)는 조사 대상 33개 회원국 중에서 가장 컸다. 한국 다음으로는 벨기에(5.8배), 독일(5.6배), 프랑스(5.1배) 등이 격차가 컸다. 또 한국의 인구 1000명당 평균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2021년 기준 OECD 평균은 3.7명이지만 한국의 경우 2.6명에 불과했다. 한국의 여성 의사 비중은 25%로 일본(23%)에 이어 뒤에서 두 번째였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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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적비관 자살, 쉽게 말하지 마세요”…서울대생 정신건강 살피는 의사[죽고 싶은 당신에게]

    [8회] 김은영 서울대 의대 교수한국에서는 매일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매일 92명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한국은 죽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에게’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지친 당신이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담겠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도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진료를 보러 온 학생에게서 간밤에 스누콜*에 전화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항상 말로 표현 못 할 시커먼 울음이 확 올라오면서 순간 호흡이 멈춘다. 공포영화처럼 죽음이 갑자기 코앞으로 다가온 느낌이다. 내 죽음이 두렵거나 무섭게 느껴진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타인의 죽음은 공포다. 죽고 싶다는 말을 거의 매일 듣는데 절대로 무뎌지지 않는다.” ―김은영 외 8인, ‘그대의 마음에 닿았습니다’ 중에서*스누콜: 자살 충동과 같은 응급상황에 이용할 수 있는 서울대 24시간 심리상담센터대학 중간고사가 있는 4월, 고시 2차 시험이 끝나는 6월이 되면 한 번 더 마음을 다잡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가 있다. ‘죽고 싶다’면서 진료실을 찾는 학생들이 유난히 많아져서다. 서울대 정신건강센터에서 학생들을 진료하는 김은영 서울대 의대 교수 이야기다.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서울대생이 무슨 걱정이 있어?”, “성적 때문에 그렇게 힘들면 그냥 학교를 그만두면 되는 것 아니야?” 하지만 이러한 말들은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20대 초반 청년들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 납작한 시선이라고 김 교수는 말한다. 2일 서울대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그의 연구실과 진료실은 서울대 학생회관에 있다. 학생회관에 들어서자 큰 거울 앞에서 춤 연습을 하는 학생들이 보였고 동아리방 밖으로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렇게 활기찬 캠퍼스에서 조용히 진료실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 불안의 시대를 사는 대학생들-이곳을 찾는 학생들은 어떤 학생들인가요?“각자 이유는 다르지만 무엇보다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성인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저도 ADHD인 것 같다’며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은데, 대부분은 불안장애인 경우가 많아요.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불안장애 증상 중에 하나거든요.”-대학생들이 왜 그렇게 불안에 시달릴까요?“원래 전통적인 의미에서 대학은 ‘유예기’에요. 대학에서 이것저것 도전하고 경험하면서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 탐색한 뒤에 성숙한 시민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거죠.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지금 학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이런 시간이 허락되지 않아요. 특히 대부분의 서울대 학생은 신입생 때부터 완전히 ‘번아웃’ 상태예요. 고등학생 때까지 온 가족이 나서서 모든 걸 갈아 넣어 딱 입학하잖아요? 신체적, 정신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면서 ‘제발 좀 쉬고 싶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하지만 마냥 쉴 수도 없잖아요.“맞아요. 거기서부터 불안이 시작돼요. 쉬고는 싶은데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이 생기거든요.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또 일단 잘하기는 해야겠으니 그야말로 미치는 거죠. 그러다 보면 극도의 무기력함에 빠지는 학생들도 많아요. 아예 은둔형 외톨이가 되는 거예요.”-서울대생 중에도 은둔형 외톨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있어요. 어렸을 때 천재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엄청나게 똑똑한 친구들이에요. 은둔형 외톨이들의 특징 중 하나가 자신에 대한 기대치가 굉장히 높다는 거예요. 그런데 학교에 와보니까 나보다 뛰어난 친구들도 있고, 친구들은 다들 부지런히 뭘 하고 있고, 대인관계도 원하는 대로 안 풀리니까 그냥 집 밖으로 안나와요.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너무 크니까 아예 회피하는 겁니다.”-그 간극은 왜 생기는 건가요?“이건 서울대생만의 문제도,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전 세계적으로 선진국에서 청년 은둔형 외톨이들이 엄청나게 늘고 있어요. 지금은 저성장 시대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도 사라진 사회잖아요. 그런데 고성장 시대를 살았던 청년 세대의 부모들은 노력해서 무언가 성취를 얻는 데 아주 익숙하기 때문에 자녀들에게도 매우 이상적인 목표를 심어주고 때로는 그걸 강요해요. 그러니까 현실은 굉장히 좋지 않은데 목표는 굉장히 이상적인 상태로 성장하는 거예요.”-그 간극 속에서 좌절에 빠지는군요.“맞아요. 한 걸음 떼서 집 밖으로 나가는 순간 소위 말해서 엄청난 ‘현타’가 오고 불안하고 두렵거든요. 집으로 완전히 숨어든 학생에게 아주 작은 성취부터 해보자고 제안하면, 고급 번역 아르바이트를 하겠다고 해요. 실제로 그 학생은 그 번역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안 돼요. 그런데도 ‘나는, 내 자녀는 이 정도를 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기대치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왜 살아야 하는지에 집착 마세요”-그동안 만났던 학생 중에 기억에 남는 학생이 있나요?“‘자살 사고가 심한 학생이 있었어요. 진료 시간마다 저한테 물었어요. ‘제가 왜 살아야 하는데요?’ ‘저는 죽을 건데, 선생님은 왜 저한테 죽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라고요. 매번 공격적으로 태도로 따지듯이 물었어요.”- 마치 ‘그만 살아도 된다’는 대답을 기다리는 사람 같습니다.“그 학생은 저도 잘 모르는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서 자신이 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반박을 하곤 했어요. 저도 매번 말문이 막히고 무척 힘들었죠.” -뭐라고 대답하셨나요?“사는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에 대해서 따지고 들면서 토론하면 답이 없어요. 중요한 건 도대체 무엇이 그 학생을 삶의 의미에 그렇게 집착하면서 매 순간 죽음을 떠올리게 했는지입니다. 그걸 들여다 봐야 해요.사람들에게 죽음의 의미는 다 다르거든요. 누군가는 너무 화가 나서 복수의 의미로 죽고 싶어 하죠. 어떤 사람들은 신체적인 고통이 심해서 그 고통을 제거하려고 죽음을 결심해요. 실패하거나 낙오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죽음을 떠올리기도 하죠. 서울대 학생들이 자살을 하면 ‘그냥 학교를 그만두면 되잖아. 이미 똑똑하니까 다른 걸 해도 먹고 살 수 있잖아?’라고 단순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이렇게 살면 내가 어차피 실패한 낙오자가 될 텐데, 그렇게 될 자기 자신을 감당할 수가 없는 거예요.”-가끔 들려오는 성적 비관 자살도 떠오릅니다.“그것도 마찬가지예요. ‘아이고, 공부 못한다고 저렇게 힘들어해? 성적이 뭔데?’라고 쉽게 말지만, 제가 보기에는 대학에서의 성적이라는 건 고등학교 때의 성적과는 의미가 굉장히 달라요. 고등학교 성적은 노력 대비 성과가 뚜렷하지만, 대학 성적에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영향을 미쳐요. 스스로 일상을 잘 관리해야 하고, 다른 친구들과 협업할 줄 아는 능력도 있어야 하고, 학비도 안정적으로 뒷받침돼야 해요.이렇게 지적인 능력 외의 요소들이 집약된 성적이라는 것의 편차가 커질수록 학생들은 무기력함을 많이 느껴요. 성적에 대한 압박 자체가 다방면에서 스스로 이상적인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으로 느껴지는거죠. 그래서 성적 비관으로 죽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건 단순히 그 학생이 똑똑하고 멍청하고의 문제가 아니에요.”● “자기 자신을 신생아처럼 돌보세요”-불안에서 간절히 벗어나고 싶은 학생들에게는 어떤 조언을 하나요?“여러 가지가 있지만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법을 연구해 보자고 해요. 내가 무엇을 할 때 조금이라도 즐거움을 느끼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질 수 있는지 그 감각을 익히는 것부터가 시작이거든요. 많은 학생이 어떨 때 내가 가장 편안하고 나른하고 행복한지 잘 몰라요. 항상 긴장하고 불안해하면서 ‘내가 지금 정신 팔 때 아니다’ 하면서 자신을 다그치니까요. ”-어떻게 하면 그 감각을 스스로 찾을 수 있나요?“예를 들어서 지나가다가 노란색 은행잎을 봤는데 순간 미소가 지어졌다면 그 몇 초의 시간을 기억하는 거예요. 나도 모르게 그냥 살짝 웃고 지나가는 게 아니고요. 내가 그 순간에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는 걸 인지하고 그런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늘려보는 겁니다.”-하나의 정답은 없네요.“많은 학생들이 딱 떨어지는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당장 뭘 하면 좋아지는지 알려달라고 하지만 그런 건 없어요. 우리는 신생아를 돌보듯이 자신을 돌봐야 해요. 아기를 키울 때 이 아기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니까 동요도 틀어주고 클래식도 틀어주고 하잖아요? 그런 것처럼 ‘내가 도대체 뭘 좋아할까’ 하는 호기심 어린 관점으로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는 거죠.”정신질환을 앓는 학생에 대한 치료뿐만 아니라 정신질환 예방과 정신건강에 대한 교육을 하면서 대학 내 전반적인 정신건강을 증진시키는 분야를 ‘대학정신보건’이라고 한다. 대학정신보건은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대학 내 총기사고나 약물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대학마다 정신과 의사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고용해 대학 내에 의원을 차린 학교가 서울대와 KAIST(한국과학기술원), UNIST(울산과학기술원) 3곳뿐이다. -왜 대학생을 진료하는 정신과 의사가 됐나요?“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임의(펠로)를 하면서 서울대 정신건강센터에 파견을 나와 근무한 적이 있어요. 저도 20대 초반에 힘든 시절을 보냈는데, 그때 이런 도움을 받았다면 그 시절을 훨씬 더 단단하게 보냈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 생각이 가장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그리고 지금의 대학생들은 청소년의 연장선상에 가까워요. 학술적으로도 요새는 생물학적인 연령보다 5살 정도 더 정신적으로 미숙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학교 1학년 스무살이면 정신적으로는 중학교 2학년 15살 정도라고 봐요. 그렇기 때문에 대학생을 진료한다는 건 ‘발달의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뿌듯하기도 합니다. 신입생 때 너무 불안정하고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성숙한 모습으로 졸업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기뻐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똑똑하고 우수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을 진료하는 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에게 어떤 의미인가요?“서울대 학생들은 졸업 후에 사회지도층이 될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 학생들이 20대 초반에 스트레스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이나 자신과 타인을 소중하게 돌보는 법을 잘 익히지 않으면 사회에 나가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거나 심지어 굉장히 왜곡된 방식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갑질 같은 거죠. 지금 무언가 어려움이 있어서 저를 찾아온 학생들이 나중에 훨씬 더 건강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추구할 수 있게끔,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존재가 되어주고 싶어요.”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죽고 싶은 당신에게’ 시리즈의 다른 기사들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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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군구 10곳중 4곳 응급-분만의료 취약지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은 응급의료 또는 분만의료 취약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부터 병원까지 이송되는 거리도 지역 간 4배의 차이가 날 정도로 지역별 필수의료 격차가 컸다. 5일 국립중앙의료원의 ‘2022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 중 응급의료 취약지로 분류된 곳은 98곳(39.2%)이었다. 응급의료 취약지란 △해당 지역에서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시간 안에 갈 수 없거나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내에 갈 수 없는 인구가 전체 인구의 30%를 넘는 지역을 뜻한다. 250개 시군구 중 분만의료 취약지로 분류된 곳은 108곳(43.2%)이었다. 분만의료 취약지는 해당 지역의 15∼49세 여성 중 △분만실이 있는 산부인과에 1시간 내에 갈 수 없는 경우가 전체의 30%를 넘거나 △실제 분만실 이용자 중 도착까지 걸린 시간이 1시간 이내였던 경우가 전체의 30% 미만인 지역을 뜻한다. 중증응급환자가 119구급대를 통해 병원까지 이송되는 거리 역시 지역별 격차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중증응급환자가 발생한 현장부터 병원까지의 평균 거리가 가장 짧은 곳은 서울과 인천으로, 각각 4km였다. 반면 가장 긴 곳은 경북(15km)으로, 서울과 인천의 3.8배에 달했다. 그다음으로 거리가 길었던 지역은 충남(14km), 전남(12km) 등이었다. 연구진은 “소방서는 인구와 면적을 고려해 비교적 고르게 위치한 반면 중증응급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응급의료기관은 지리적으로 균등하게 분포하고 있지 않은 상황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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