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역세권 아파트’ ‘걸어서 10분 거리에 지하철역’부동산 상품 관련 기사나 광고를 눈여겨보면 이런 표현이 빠짐없이 붙습니다. 역세권(驛勢圈)에 대한 정보입니다. 역세권은 사전적으로는 지하철역이나 철도역과 관련 시설로부터 영향을 받는 지역 또는 도시의 일상생활에서 교통수단으로서 철도를 용하는 인구가 거주·분포하는 지역을 의미합니다.하지만 부동산시장에서는 판매할 상품이 지하철역이나 철도역과 근접해 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마케팅 용어로 자주 사용합니다. 심지어 지하철역과 붙어 있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지품아(지하철을 품은 아파트)’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역세권 위치 여부는 부동산 상품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고, 가격에 반영됩니다. 아파트가 대표적입니다. 부동산정보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현재 수도권 전철 역세권 아파트 가격을 분석한 결과 모든 노선의 아파트값이 10% 이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8호선 아파트는 같은 기간 14% 넘게 증가해 상승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고금리와 경기 침체 탓에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모두 하락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5.9%, 서울은 2.5%가 각각 떨어졌습니다. 그렇다고 역과 가깝다고 해서 모두 환영받는 것도 아닙니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철도역이 지상에 있는 경우에는 오히려 주거환경을 훼손하는 시설물로 여겨집니다. 소음과 일조권 및 조망권을 가리고,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역에서는 역세권 아파트라도 지하역 역세권에 비해 선호도도 낮고, 집값도 낮게 형성됩니다. 신설 철도가 통과하는 지역마다 노선 지하화를 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운행 중인 철도가 지상구간이라면 지하화 요구는 선거철이면 빠지지 않고 제기되는 단골 민원이자 해당 지역의 숙원사업입니다. 하지만 천문학적 비용과 미흡한 지원제도 등이 걸림돌이 돼 관련 사업 대부분은 지지부진합니다. 그런데 최근 철도 지하화 사업에 힘을 실어줄 돌파구가 마련됐습니다. 국회가 이달 9일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하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통과시킨 겁니다. 이에 대해 부동산업계에서는 “철도 지하화가 본격화되면 서울에 과거 강남 개발과 같은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구로구 용산구 영등포구 등은 발 빠르게 후속 조치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물론 최소 수천억 원에서 수 조원 이상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철도 지하화가 당장 활성화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최근 전 세계적인 도시개발 추세가 도심지 재정비에 초점이 맞춰진 점을 감안하면 대도시지역 철도 지하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큽니다. 철도지하화특별법의 주요 내용과 앞으로 추진될 주요 철도 지하화 사업, 기대효과와 문제점 등을 짚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지하화 사업비, 상부 개발사업비로 충당 철도지하화 특별법은 사업 추진에 최대 걸림돌로 여겨지고 있는 비용 부담 최소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국토부가 법 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배포한 참고자료(‘‘철도지하화 특별법’ 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에서 이는 잘 드러납니다. 참고자료에 따르면 국토부는 철도지하화 특별법에 철도지하화통합개발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습니다. 핵심은 철도 지하화와 철도 지하화에 따라 확보되는 지상지역(이하 ‘상부’)의 개발사업을 연계 추진하라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지상지역 부동산 개발로 발생하는 이익을 철도 지하화 사업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업절차 규정도 마련됐습니다. 기존의 ‘철도건설법’에 따른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과 별도로 철도지하화 통합개발에 관한 종합계획을 수립하도록 규정한 것입니다. 노선별로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인 사업 절차를 마련하는 게 골자입니다. 지자체 단위로 지하화 사업이 추진될 경우 우려되는 난개발을 막고, 우선 순위에 대한 지역 간 갈등을 사전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비용부담 원칙도 정해졌습니다. 철도지하화 사업비용은 상부 개발사업에서 발생하는 이익으로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사업추진에 필요한 재원을 먼저 조달할 수 있도록 사업시행자가 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한 것입니다. 재원 조달 방안을 구체화하고 다각화함으로써 사업을 활성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국유재산 활용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국가가 사업시행자에게 철도 부지를 출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입니다. 또 상부 개발 시 기반시설 지원, 용적률 완화, 부담금 감면 등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그만큼 초기 사업비 부담이 줄고, 사업성은 개선될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참고자료에서 “철도지하화 특별법의 본회의 의결을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의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며 “시행령 등 하위법령 제정과 함께 종합계획 수립 등 후속 절차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철도지화하 특별법이 본격 시행될 경우 철도역 주변 개발사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요. 이에 대한 힌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콤팩트 시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철도역 인근을 고밀 개발하는 게 핵심입니다.국토부가 지난 2022년 8월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에서 제시한 콤팩트 시티는 3기 수도권 신도시 조성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지나는 경기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등지에서 철도역 1km 이내 지역에 대해 용적률을 대폭 완화하고 복합쇼핑몰, 오피스, 교통시설(복합환승센터), 주거단지 등을 집중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예컨대 철도역으로부터 반경 300m 이내 지역은 거점지역으로 복합쇼핑몰 등을 배치하되 고밀도를 적용하고, 300~600m 범위에는 직주근접을 위한 중고밀도의 청년주택을, 600m 이상 배후지역은 중밀도의 대단지 아파트를 각각 조성한다는 것입니다. ● 천문학적 사업비 등은 여전히 걸림돌철도지하화 특별법 통과 이후 철도 지상 노선이 지나는 전국 지자체마다 후속 조치 마련에 발빠르게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시 산하 자치구들이 부지런한 모습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구로구입니다. 구로구에는 구로역부터 온수역까지 5.6㎞, 신도림역부터 가산디지털단지역까지 2.2㎞ 구간의 지상철도가 지나고 있어 도시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구로구는 ‘2050 구로도시발전 계획’을 활용해 철도지하화 특별법 후속조치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철도지하화 특별법의 최대 수혜지역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 용산구도 바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용산구는 용산역∼서울역 일대를 ▲국제업무 지원 ▲그린네트워크 구축 ▲공공기능 강화 용도로 활용할 방침을 세웠습니다. 또 용산역∼서빙고역 일대에는 공원으로 조성해 한강 접근성을 확대하고 단절된 생태계를 회복할 계획입니다. 영등포구는 아예 올해 예산에 경부선 일대 종합발전 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영등포구에는 신도림역부터 대방역까지 길이 3.4㎞ 경부선 지상철도가 지나면서 구 전체를 남과 북으로 갈라놓습니다.하지만 철도지하화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습니다. 무엇보다 철도 지하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막대한 비용이 걸림돌입니다. 2013년 서울시 용역 결과에 따르면 지하철 1·2호선 구간과 국철 경인선·경부선·경의선 등 86.4㎞ 구간을 지하화하는 데 38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게다가 9년 전 용역 결과인 만큼 구간 확대와 시공비 상승 등으로 인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수도권 5곳을 포함해 전국 9개 철도 노선 총 188.8㎞를 지하화하는 데 62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놨습니다.사업비 대비 낮은 사업성도 문제입니다. 오래 전부터 1·2호선 지하화가 추진됐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무산된 것도 수조 원에 달하는 투입 비용 대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가 컸습니다. 기술적인 문제도 존재합니다. 지상에서 운행하고 있는 철도를 유지하면서 지하에서 공사를 추진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만큼 공사 안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도심철도 구간이 도심부를 관통하거나 해당지역의 간선도로 주변에 위치합니다. 공사기간 내내 발생할 교통체증을 포함한 공사 민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 탄력받게 될 서울역 대개조 한편 철도지하화 특별법이 본격화될 경우 서울역 일대 개발사업은 대표적인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대상지역은 한강철교 북단부터 서울역까지 구간으로서, 철도가 지상으로 다니며 서울 용산구를 동서로 갈라놓습니다. 이에 오래전부터 지역주민들의 지하화 요구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도심 철도 지하화를 내걸면서 탄력을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2년 1월 “도심 철도는 지역의 단절, 주변 지역의 낙후, 환경 악화의 원인으로, 지하화는 오랜 기간 숙원사업”이라며 “도시 공간이 새롭게 개발되면 20만 일자리 창출 효과가 생긴다”고 밝혔습니다.이후 2022년 5월 현 정부가 출범하자, 국가철도공단은 같은 해 8월 ‘서울역 종합개발을 위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당시 입찰제안요청서에서 철도공단은 서울역에 수색~광명 고속철도 지하화와 5개 신규 노선이 통과하는 등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을 고려해 철도역 지하화와 이로 인해 만들어질 철도역사 상부 유휴부지를 활용하는 종합적인 개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철도공단은 특히 서울역 지하화와 그에 따른 지상부 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핵심은 서울역에 몰리는 교통수요를 감안해 서울역의 종합적인 재정비 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역은 이미 경부선과 경의선의 기점역이며 경부고속철도와 경부선 계통 열차의 출발역입니다. 또 수도권 전철 1호선과 4호선, 수도권 전철 경의·중앙선, 인천국제공항철도 등이 통과하는 철도교통의 중추입니다. 여기에 앞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과 B노선, 수색~광명선, 신안산선 2단계, 신분당선 북부연장선, 유라시아선 등도 추가로 통과할 예정입니다. 이처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노선 수요와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선의 체계적인 배치가 불가피합니다.게다가 철도역을 지하화하면서 생길 상부 공간과 주변 지역을 합친 19만5500여㎡ 부지를 계획적으로 활용할 방안도 필요합니다. 철도공단은 여기에 공원과 광장, 업무, 상업, 주거시설 등이 들어선 복합시설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한편 이같은 계획에 따라 서울역은 북부역세권 복합개발사업(이하 ‘복합개발사업’)과 맞물려 대대적인 변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복합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봉래동2가 일대 철도 유휴부지에 MICE 시설과 오피스, 호텔, 하이엔드 주거시설 등이 결합된 대규모 복합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연면적만 약 35만㎡에 달하는 데다, 지하 6층~최고 지상 38층 규모의 건물 5개 동이 들어서게 돼 이미 ‘강북의 코엑스’로 불리고 있습니다.사업자인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달 복합개발사업의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2021년 서울시와 공공기여 사전협상을 완료하고 개발 계획안을 확정한 지 2년여 만에 관련 인허가를 모두 받은 것입니다. 한화 건설부문은 올해 중 본격적인 건설공사를 시작할 계획입니다.이런 일련의 조치가 가시화되면 12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역은 또 한 번 변신하게 됩니다. 문화서울역284 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역은 1900년 7월 남대문 정거장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역사의 모습은 갖추지 못한 채 120㎡ 크기의 목조 가건물이 들어선 간이역이었습니다.이후 서울역의 이름은 남대문역-경성역으로 바뀌었고, 1925년 9월 현재 우리가 보는 서울역 구역사가 준공됩니다. 그리고 1947년 11월 마침내 역 이름이 서울역으로 바뀌었고, 2004년 민자역사가 완공되면서 현재 모습이 됐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정부가 올해부터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각지에 서민·중산층용 실버타운(고령자용 주택) 조성에 적극 나서기로 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고령자용 주택 공급은 정부가 저소득층, 민간이 고소득층을 각각 떠맡았지만 서민·중산층은 사각지대에 놓여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이번 조치는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고된 상황에서 전체 사회계층을 아우르는 고령자 주거복지 정책이 시급하다는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70대 인구(주민등록 기준)가 20대를 앞지르고, 고령자 인구(65세 이상) 1000만 명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조성될 실버타운의 구체적인 입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가 내놓은 관련 발표와 정부 관련 연구기관 등이 최근 쏟아낸 각종 연구보고서 등을 보면 후보지는 수도권 신도시는 물론 전국 각지 인구감소지역의 학교 유휴시설 부지 등이 유력하다.●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 마련정부는 4일 발표한 ‘2024 경제정책방향’에서 고령사회에 대비한 핵심 사업의 하나로 실버타운 조성을 내걸었다. 올 상반기(1∼6월) 범정부 차원에서 ‘서민·중산층 대상 실버타운 공급 활성화 방안’(‘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보건복지부 등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도 꾸릴 예정이다. 실버타운 활성화 방안에는 △헬스케어 리츠를 통한 실버타운 시범사업 추진 △택지 공급 시 실버타운용 부지 배정 △학교 유휴시설 부지를 활용한 실버타운 공급 지원 △실버타운 입주자에 대한 주택연금 수급자격 유지 대책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다양한 방식을 통해 실버타운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게 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실버타운 입주자에 대한 주택연금 수혜 자격 유지는 수요 활성화 대책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부 움직임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내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 초고령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2년 기준 65세 이상이 17.5%를 넘어섰고, 2025년에 20.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빠른 것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바뀌는 기간은 영국 50년, 미국 15년, 일본 10년이었는데, 한국은 불과 7년이다. 그만큼 우리가 초고령층 사회 진입에 따른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뜻이다. 자녀와 같이 살고 싶다는 고령층이 갈수록 줄고, 부모를 모시고 살겠다는 자녀들의 부양의식이 낮아지는 점도 관련 대책 마련의 시급성을 뒷받침한다.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2023년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자녀와 같이 살기를 희망하지 않는다는 고령자는 전체의 75.7%에 달했고, 일하면서 수입이 있는 노년층의 경우 81.9%로 더 높아졌다. 일하는 75세 이상으로 범위를 좁혀도 자녀와 따로 살겠다는 비율은 80.7%나 됐다. 여기에 현재 고령자에 대한 주거 정책이 저소득층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서민·중산층 관련 정책은 미흡하다는 평가도 끊이질 않았다. 현재 정부가 시행 중인 고령자 주거 정책은 크게 저소득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 공급과 기존 주택 개조 사업으로 나눌 수 있다. 주택 공급 정책은 노인요양시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양로시설, 노인공동생활가정, 노인복지주택, 케어안심주택, 고령자복지주택, 공공임대주택 등이 있다. 이미 거주하고 있는 주택을 개조하는 사업으로는 국토부의 수선유지급여, 복지부의 복지용구급여,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지역사회통합돌봄, 복지부와 행정안전부의 노인돌봄전달체계 등이 있다. 문제는 이런 정책 대부분이 소득 구간 및 건강상태 등을 기준으로 일부 대상에 한정돼 있어 정책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소득 수준으로는 서민·중산층에 해당하는 3∼8분위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주거 정책이 거의 없다. 건강상태 기준으로는 노쇠(허약)한 노인들만 시설에 입소할 수 있고, 비교적 건강하거나 전(前) 노쇠 단계의 노인이 이용할 수 있는 주거 정책은 부족하다.● 동탄2신도시에 시범단지 정부 주도 실버타운 가운데 입지가 사실상 결정된 곳이 있다. ‘2024 경제정책방향’에서 첫 번째 사업으로 제시된 ‘헬스케어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활용한 실버타운 시범사업’이다. 국토부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헬스케어 리츠 사업자를 공개 모집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업지는 경기 화성 동탄2 택지개발사업지구에 위치한 의료복지시설용지다. 공개 모집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실버주택(시니어주택)과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의료·운동·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물 개발 사업을 주도하게 된다. 헬스케어 리츠는 병원, 요양시설, 의료연구시설 같은 부동산에 투자하는 리츠인데,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125조 원(15개 상장)에 달할 정도로 큰 시장이며, 고령 시대를 맞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토부는 4월까지는 헬스케어 리츠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으로 조만간 참가의향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사업자는 △랜드마크형 노인복지주택 건축 계획 △헬스케어 서비스 계획 △지역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편의·문화시설 공유 계획 △지역 상생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정할 예정이다. 사업자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주식을 공모 상장하고, 최소 10년간 실버주택(시니어주택)을 소유 운영하게 된다. 국토부에 따르면 복합시설물에 들어설 실버주택은 전체 면적의 55% 이상이어야 한다. 즉, 2000실 이상의 초대형 규모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현재 국내의 실버타운(시니어주택)이 대부분 200∼500실 규모다. 사업부지 면적이 약 18만 ㎡에 달하는 초대형이고, 인근에 골프장 녹지 하천 등이 있어 경관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SRT와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A노선(개통 예정 시기·2024년 3월), 수도권 전철 동탄∼인덕원선(2029년), 동탄 도시철도 1·2호선(2027년) 등을 이용할 수 있는 동탄역에서 차량으로 10분 거리여서 교통도 편리하다. 정부 주도 실버타운 대표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만한 조건을 고루 갖췄다는 뜻이다.● 3기 신도시에도 실버타운이 밖에도 ‘2024 경제정책방향’에는 앞으로 조성될 실버타운 입지에 대한 힌트가 담겨 있다. 정부는 우선 앞으로 신규 택지를 공급할 때 실버타운용 부지도 일정 수준으로 배정하기로 했다. 3기 수도권 신도시와 전국 대도시 지역에 신규로 조성될 택지개발사업지구에 실버타운이 조성될 것임을 시사한다. 또 학교 유휴시설 부지를 실버타운으로 활용할 경우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교육부는 지난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약 200곳의 학교 유휴시설 부지에 학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체육관, 수영장, 도서관 등이 들어서는 ‘학교복합시설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결국 이런 유휴부지에 실버타운이 들어설 가능성이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지역활력타운 사업 대상지도 실버타운 입지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활력타운은 인구소멸 위기를 해소하고, 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은퇴자 및 청년층 등의 비수도권 지역 정착을 지원할 목적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대상지는 전국의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수도권을 제외한 85개 지역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연구보고서(‘초고령사회 대응 K-CCRC(한국판 은퇴자복합단지)의 정책추진과 계획모형에 관한 연구’)에서 전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인구감소율, 고령화율, 노인주거복지시설 공급률 등 9개 항목에 걸쳐 적합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높은 점수를 받은 상위 5곳은 경북 영양군 영덕군 군위군, 경남 남해군, 전남 신안군이었다. 한편 ‘2024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서민·중산층의 실버타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실버타운 입주 시에도 주택연금 수급 자격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주택연금 수급자는 질병 치료나 심신 요양 등을 위해 병원, 요양시설 등에 입원하는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연금을 수령하려면 계속 담보주택에 거주해야만 한다. 실버주택 입주를 부득이한 사유에 포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부동산 가족법인은 부동산 관련 세금 절세를 위한 일석다조(一石多鳥)의 방법이다.” 동아일보와 법무법인 시완이 주최하는 ‘동아일보 자산승계학교’ 세 번째 수업이 열린 9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이날 강사로 나선 이영준 세무법인 탑코리아 강남지사 대표 세무사는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된 강의 내내 “부동산 법인을 이용하면 개인 자격으로 부동산을 보유할 때보다 각종 세금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산승계학교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기업을 청산하는 등 최근 잇따르는 자산승계의 부작용을 막고 올바른 자산승계 방법을 공유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2월 말까지 매주 화요일 진행되는데, 이날 강의는 ‘부동산 법인 활용 절세 전략’이 주제였다. 이 대표 세무사에 따르면 법인을 이용하면 승계비용 마련에서부터 자산가치 극대화, 승계 비용 최소화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그 차이는 부동산 매각 시 발생할 세금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개인의 경우 양도소득세를 낼 때 세율이 최대 55%(2년 이내 매각)에서 최저 34.65%(15년 이상 장기보유)가 적용된다. 반면 법인은 법인세를 내는데, 9.9%에서 최대 26.4%(지방세 포함)에 불과하다. 다만 가족법인 설립 시에는 따져봐야 할 사항이 적잖다. 우선 법인 최초 설립 시 주주가 아닌 감사나 이사가 필요하다. 또 회사 유형 결정부터 자본금 규모 설정, 자본금의 증자 및 감자에 따른 세무 상담, 각종 신고 사항에 대한 철저한 이행 등의 절차를 빠짐없이 밟아야 한다.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처럼 부동산 법인이 유리한데도 꺼리는 데에는 부동산 법인에 대한 정보 부족과 함께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사에서 집중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 투명한 장부 관리 부담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 대표 세무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부동산 법인 활용 시 단계별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우선 승계관점의 핵심 목표 설정이다. 가족들의 자금 출처 및 승계재원 마련, 재산의 양적 극대화, 승계비용의 최소화 등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현행 과세방식에 대한 이해다. 점차 촘촘해지고 세밀해지는 부동산 관련 과세방식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상황에 맞는 준비와 정밀한 절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 실력 있는 전문가 상담은 필수다. 세 번째는 절세 방법에 대한 이해다. 과세요건을 바탕으로 분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절세 방안을 찾아야 한다. 또 정밀한 리스크 관리도 요구된다. 이 대표 세무사는 “이러한 단계별 과정에서 반드시 의사결정 전에 최소 2곳 이상의 전문가를 찾아 상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세무컨설팅은 반드시 세무전문가에게 받고, 항상 리스크에 대한 대비를 습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4회 차 자산승계학교 수업은 ‘금융자산을 활용한 절세 전략’을 주제로 자산가들의 최근 금융투자 트렌드와 금융상품별 과세 방법 및 절세 전략에 대한 강의가 진행될 예정이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속도전’정부가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뒤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이하 ‘1·10 대책’)에 대해 이튿날 주요 일간지 대부분은 이런 제목을 달았습니다. 일부는 ‘재건축 6년 빨라진다’거나 아예 대놓고 ‘재건축 속도전’, ‘1기 신도시 재건축 속도전’ 등과 같은 표현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도심공급 확대’부터 ‘다양한 유형 주택공급 확대’ ‘신도시 등 공공주택 공급 활성화’ ‘건설산업 활력 회복’ 등을 위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각종 규제 완화부터 세제 및 정책 자금 지원, 전세사기 피해지원 및 예방 강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스(PF) 지원방안, 재정 투자 통한 건설투자 확대 및 민자사업 확대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언론이 ‘속도전’에 주목한 이유는 시장에 미칠 영향이 다른 대책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이를 유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 앞선 모두발언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속도를 내서 이 문제를 풀고 국민들의 집 걱정을 덜어드리겠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속도전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입니다.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1·10대책’ 관련 세부내용 설명자료에서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는 빠르게’라거나 ‘(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의) 사업 기간 단축’, ‘(소규모 정비 및 도심복합사업의) 속도 제고’ 등과 같은 표현을 반복적으로 사용했습니다.최근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정부 대책의 속도전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주택공급의 선행지표인 인허가나 착공 물량이 크게 줄어들면서 2~3년 뒤 수급 불안마저 우려되고 있습니다. 공급 위축 장기화는 건설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건설산업 전반과 지역경제 등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속도전에 치우진 이번 대책이 불러올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잖습니다. 우선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면서 예상되는 지역 간 갈등과 난개발 우려입니다. 급등한 공사비 등을 이유로 멈춰진 사업장이 많은 상황에서 당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또 3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용 대책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습니다.정부는 속도전을 앞세운 이번 대책의 기대효과로 “▲민간 부문의 수요·공급 규제 개선 ▲주택건설 사업성 제고 통한 주택시장 활성화 ▲수요 많은 도심 내 공급 확충 ▲서민의 주거사다리 기능 수행할 다양한 유형의 주택 신속 공급 ▲공공 공급물량 확대와 민간참여 확대를 통한 공급 정상화 견인 등”을 꼽았습니다. 과연 정부 바람대로 ‘1·10 대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요. 현재 상황에서 예측하기란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시장에 미칠 영향이 적잖은 만큼 ‘1·10 대책’의 주요 내용과 속도전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 그에 따른 문제점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 사전 안전진단 없이 재개발·재건축 사업 추진‘1·10 대책’은 크게 4개 부문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도심공급 확대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 확대 ▲신도시 등 공급주택 공급 활성화 ▲건설경기 활력 회복 등입니다. 이들을 관통하는 핵심은 속도전을 통한 주택공급시장의 활성화입니다. 이를 위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정비하고,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 등이 동원됐습니다.특히 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도심공급 확대의 경우 다시 ▲재개발·재건축 ▲1기 신도시 재정비 ▲소규모 정비·도심복합사업으로 나뉘어 속도전을 통한 활성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우선 재개발·재건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패스트트랙 제도가 도입됩니다. 이는 준공 30년이 넘은 주택에 대해서 사전 안전진단 통과 없이도 재개발·재건축 조합 설립을 통한 사업 추진을 허용하는 게 핵심입니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거친 뒤 사업계획 입안→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재개발·재건축사업 조합추진위 구성→조합 신청→조합 설립 등의 절차를 거친 뒤 사업인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사전 안전진단 없이도 사업계획 입안과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 과정에서 ‘안전진단-추진위 설치-조합 신청-조합설립’ 등의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습니다.정부는 패스트트랙이 도입되면 ‘사전 안전진단’을 밟은 데 걸리는 시간(평균 1년)과 ‘추진위 구성→조합 신청→조합 설립’에 필요한 시간(2년)이 단축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최소 3년이 줄어들 수 있다는 뜻입니다.이밖에 정비사업 추진 요건을 완화하고, 조합 설립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신설하는 한편 재건축 부담금 완화, 표준계약서를 활용한 공사비 갈등 완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부동산원에 설치된 도시재창조센터를 통한 종합컨설팅 등도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국토부는 “계획대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이 진행되고,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까지 적용하면 사업기간이 최대 6년 이상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1기 신도시 등 노후계획도시 재정비 부문도 통합 재건축 시 안전진단 면제와 용도지역 변경 및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사업성을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이를 통해 올해 안에 시범사업 성격의 ‘선도도시’를 지정하고, 2027년 첫 사업 착공도 추진됩니다.소규모 정비 및 도심복합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합 설립에 필요한 주민 동의률을 80%에서 75%로 낮추고, 교통 경관 등에 대한 심의를 통합 처리하는 방식으로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이 마련됐습니다.‘신도시 등 공급주택 공급 활성화’ 관련해서도 정부는 신도시 조성속도 높이기를 목표로, 인력과 자본 추가 투입을 통해 ‘지구 착공 6개월 이상 단축’과 일정 기간 내 토지보상착수 의무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주택 착공 물량 반토막…2~3년 뒤 수급 불안 우려정부가 이처럼 속도전을 강조하는 이유는 그만큼 주택시장의 상황의 녹록지 않기 때문입니다.정부는 주택시장의 근본적인 안정과 국민의 안정된 주거생활을 위해서는 충분한 주택공급을 통한 수급균형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1인 가구 급증, 빠르게 진행하는 고령화 등 인구변화로 다변화되는 주택 수요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다양한 유형의 주택공급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그런데 최근 주택 수요를 보여주는 가구수 증가에 비해 공급실적은 심각한 부진에 빠져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낮은 출산율에 따른 인구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가구수는 2020년 2073만 가구에서 지난해 2183만 가구로 늘어나고, 2025년 2231만 가구, 2030년 2318만 가구, 2040년 2387만 가구로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반면 주택공급 상황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인허가와 착공물량은 지난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해 11월까지 인허가 물량은 29만4000채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 감소했고, 착공은 17만 채로 무려 52%가 줄었습니다. 이러한 공급 위축이 장기화될 경우 2~3년 뒤 심각한 주택시장 수급 불안과 함께 집값 불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또 건설산업과 지역경제 등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대단히 높습니다. 실제로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에서도 드러났듯 건설경기 침체로 인한 건설시장 프로젝트파이낸스(PF) 부실은 심각한 상황입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기에 또다른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습니다.문제는 현재 나타나는 주택공급 부진 문제가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고금리와 고물가로 인한 주택건설의 사업성 악화가 지속되면서 지난해 중반 반짝 회복세를 보였던 주택시장은 최근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최근 재건축 3대 규제(분양가상한제,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는 개선됐지만, 지난 정부에서 추진한 과도한 공급 규제 여파로 선호도 높은 도심지역의 주택공급 기반이 크게 취약해진 상태라는 점도 문제입니다. 정부는 따라서 ‘1·10대책’을 통해 주택공급을 가로막는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 수요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주택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 속도전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이번 대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실현 의지를 보여주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 산하단체장과 기자단 등 150여 명을 초청해 가진 신년인사회에서 “대통령 임기 내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하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3개월 앞둔 총선용 카드라는 비판도하지만 속도전을 강조한 대책에 대한 부작용 우려도 적잖습니다. 우선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되면서 발생할 사회적 혼란과 갈등에 대한 우려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전국 주택은 1916만 채입니다. 이 가운데 지은 지 30년이 넘은 주택은 449만 채로 23.4%에 달합니다. 여기에 지은 지 20년 이상~30년 미만으로서 조만간 재개발·재건축 사업대상에 포함될 주택도 551만 채(28.8%)나 됩니다. 둘을 합치면 1000만 채로 전체 주택의 절반을 넘습니다. 이런 물량들이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한꺼번에 나선다면 사업 우선권 경쟁을 둘러싼 지역 간 갈등과 대 정부 압력은 상상을 초월한 수준으로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인허가를 다른 지역보다 먼저 따내기 위한 치열한 경쟁과 사회적 혼란이 펼쳐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재개발·재건축 관련 정책이 정권의 이념적인 성향에 따라 규제 강화와 완화를 오락가락하는 점도 이런 우려를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즉 완화를 추진하는 정권에서 인허가를 따내기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재개발·재건축은 사업성 확보를 위해 두터운 주택 수요층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대도시 중심으로 추진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서울과 인천, 경기도에서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마다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과제인 국토의 균형발전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최근 공사비 급등이나 고금리 기조에 따른 주택경기 침체 등으로 멈춰진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이번 대책이 정부가 원하는 수준으로 당장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나 은평구 대조1구역 등은 공사비 문제 등으로 멈춰진 상태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입니다. 야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야당에서 선뜻 도와주길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3개월도 남지 않은 22대 국회의원 선거(4월 10일)를 앞둔 시점에서 내놓은 대책이라는 점에서 표를 얻기 위한 총선용 대책이라는 시각도 제기됩니다. 일각에선 “이번 대책이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됐던 뉴타운 정책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까지 내놨습니다. 당시 뉴타운 정책은 ‘타운돌이’를 여럿 배출했습니다. 타운돌이는 2008년 제18대 총선을 이명박 정부가 앞두고 대대적으로 추진한 뉴타운 사업을 활용한 공약을 내걸고 당선됐던 수도권 지역 여당(당시 한나라당) 의원들을 일컫는 말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앞이 보이질 않습니다.”최근 만난 부동산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입니다. 그에 따르면 정부가 ‘시장 연착륙’을 부동산정책 목표로 세울 만큼 심각했던 지난해 초보다 갑진년 새해 현재 부동산업계가 느끼는 압박감은 훨씬 크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우선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반등하던 아파트값이 다시 하향세로 돌아서기 시작한 데다 각종 지표가 부동산 경기 침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올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대다수의 민간연구소의 전망도 “상반기에 침체됐다가 하반기에 안정세를 찾을 것”이라는 뜻에서 ‘상저하고(上低下高)’로 요약되는데, 그다지 밝지 않습니다. 지난해 말 말 터진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신청으로 본격화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발(發) 부동산시장 경색은 업계 관계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제2, 제3의 태영건설로 거론되는 곳들이 적잖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정부도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해법을 준비 중이라는 것입니다. 정부는 4일 발표한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부동산시장과 관련해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취약부문 잠재 리스크의 관리 필요성이 확대되고 있다”며 부동산업계의 위기감에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어 올해 경제정책방향의 목표를 ‘활력 있는 민생 경제’로 정하고, ▲민생경제 회복 ▲잠재위험 관리 ▲역동경제 구현 ▲미래세대 동행 등 4가지 실천 전략을 공개했습니다. 실천 전략에는 부동산시장과 건설업계 안정화 방안이 고루 포함돼 있습니다. 예컨대 민생경제 회복에서는 ‘역전세·전세사기 등 피해 방지 및 서민·취약계층 주거지원 강화’나 ‘해외건설 400억 달러 수주 달성 지원 통한 제2중동 붐 확산’, ‘지역경제·건설투자 활성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잠재위험 관리에서는 첫 실천과제로 ‘부동산 PF 연착륙’이 제시됐습니다.이런 세부과제들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앞으로 진행될 정부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제시될 것입니다. 또 제도적인 보완 절차 등을 거쳐 실제 시장에 반영됩니다. 즉 시간 여유를 갖고 정부 계획을 살펴보면서 대응전략을 수립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다만 이런 일련의 과정에 부동산시장 현실에 대해 정확한 이해는 필수적입니다. 즉 부동산시장의 수급상황을 보여주는 공동주택 현황이나 인구1000명당 주택 수, 주택보급률 등에 대한 최신 정보를 바탕으로 냉철하게 시장을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5일 기준으로 최근 1주일 새 새로 올려놓은 60여 가지의 주택 관련 통계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관련 통계로서는 가장 최신 정보가 담겨 있어 보다 정확한 시장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 ● 국토 교통 정책 438개 통계 정보 수록국토교통 통계누리는 국토부가 200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정보 포털로 ▲국토/도시 ▲주택 ▲토지 ▲건설 ▲교통/물류 ▲항공 ▲도로/철도 등 7개 분야의 국토교통 관련 주요 통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국토/도시 부문에서는 건축물부터 건축허가 및 착공, 국토지리정보, 도시정비사업 등에 이르는 94종의 다양한 통계정보가 수록돼 있습니다. 여기에는 국토부 산하기관이 만드는 건물에너지 사용량이나 도시계획현황 등도 포함됩니다.주택 부문에서는 무려 438종에 달하는 통계정보가 제공됩니다. 미분양주택 현황부터 아파트 주거환경, 임대주택, 주거실태조사, 주택건설실적(분양-인허가-준공-착공), 주택보급률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택 관련 정보가 망라돼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등 산하기관이 작성하는 부동산 가격조사나 외국인 주택소유현황 등도 공개됩니다. 토지 부문 통계는 공간정보산업조사부터 외국인토지 현황, 지적통계, 택지예정지구지정 및 공급현황, 토지소유 현황 등 118종에 달합니다.이밖에 ▲건설 부문에 건설공사계약부터 기계설비산업실태, 건설업경영분석, 임금실태 등 234종 ▲교통/물류 부문에 대중교통현황, 자동차등록현황 등 141종 ▲항공 부문에 17종 ▲도로/철도 부문에 79종의 각종 통계정보가 정기적으로 제공됩니다.인구/가구, 물가/가계, 환경, 건설/주택/토지 등 18개 분야의 국제 통계도 있습니다. 이 가운데 건설/주택/토지 부문의 경우 전세계 국가의 국토면적부터 주택건설 실적, 주택가격 변화율, 도시주택상태 등과 관련한 통계정보를 비교해서 볼 수 있습니다.이러한 통계별 작성주기와 공표시기는 제각각입니다. 미분양주택 현황처럼 매월 작성되고, 다음달 말에 공개되는 경우도 있고, 매년 작성돼 연말이나 연중에 발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택 이외의 거처 주거실태조사는 무려 5년 단위로 작성됩니다.이 가운데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최신·인기 통계가 별도 묶음으로 정리돼 있습니다. 최신 통계는 말 그대로 새로 만들어져 공급되는 통계를 소개한 것인데, ▲1주전 ▲2주전 ▲3주전 ▲4주전 ▲1달전과 같이 5개 시간대별로 묶여 있습니다. 인기 통계는 이용 빈도가 높은 28개를 별도로 선정한 것인데, 자동차 관련 3종(자동차등록대수현황-연도별/시도별, 이륜차신고현황)을 빼면 모두 주택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 지난해 공동주택 5.9% 상승…주택보급률은 0.1%P 하락이 가운데 최근 1주일 이내에 새로 공개된 통계 72건 가운데 66건이 주택 및 건설 및 국토정보 관련 기업들에 관한 내용입니다. 부동산시장의 최근 상황을 알려주는 최신 정보여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연간 단위로 작성되는 공동주택 현황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공동주택은 모두 1127만4298채로 1년 새 5.9%(62만9419채) 늘었습니다. 단지 수 기준으로 1만8536개 단지, 동수는 13만2402개 동입니다. 지난해 단지 수(1만7645개, 증감율·5.0%)나 동수(12만5980동,5.1%)보다 주택 수 증가 폭이 컸습니다. 아파트 단지 규모가 커지고, 고층 아파트가 늘어난 결과로 풀이됩니다.지역별로는 대규모 신도시가 포진해 있는 경기도가 328만1145채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체의 29.1%에 해당하는 물량입니다. 서울(161만2634채)도 100만 채 이상의 공동주택이 밀집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이어 부산(99만405채) 경남(70만4428채) 인천(68만9992채) 대구(60만3838채) 등도 공동주택이 60만 채 이상 들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나머지 지역은 세종(12만9503채)과 울산(25만2861채)을 제외한 대부분이 30만~40만 채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4만6707채에 불과했습니다. 연 단위로 작성되는 주택보급률은 2022년 말 기준으로 102.1%로 전년(102.2%)보다 0.1%포인트(p) 줄었습니다. 2010년(100.5%) 이후 2019년(104.8%)까지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던 주택보급률은 2020년(103.6%)부터 꺾이기 시작해 2021년(102.2%)에 이어 2022년까지 3년 연속 줄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주택보급률이 내리막길을 걸었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가구 수 증가를 주택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 결과 2019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주택보급률이 100%를 밑도는 지역은 서울(99.2%) 한 곳에 불과했지만 2020년에 서울 인천 대전 등 3곳으로, 2021년과 2022년에는 경기가 추가되면서 4곳으로 각각 늘어났습니다.2022년 기준 주택보급률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113.2%)이었습니다. 이어 전남(112.4%) 충북(111.6%) 충남(110.3%) 경남(109.3%) 전북(109.2%) 울산(108.4%) 순으로 뒤를 따랐습니다. 전국 집값 상승세를 선도하는 서울은 93.7%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습니다. 반면 연간 단위 통계인 인구 1000명당 주택 수는 2022년 말 현재 430.18채로 전년(423.6채)보다 1.6%(6.6채) 증가했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던 서울(2021년·203.4채→2022년·407.7채) 인천(390.3채→397.4채) 대전(419.7채→426.24채) 경기(382.2채→388.56채) 등도 마찬가지로 주택 수는 늘었습니다. ● 아파트 신규 분양 10만 채 이상 감소국토부는 매월 말경 ‘주택통계발표’를 발표합니다. 여기에는 건설-거래량-미분양 등 3개 부문에 대한 월 단위 통계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특히 건설 부문에는 인허가와 착공, 분양(승인물량 기준) 관련 통계가 제공됩니다. 다만 발표자료는 요약된 것이어서 종합적인 조망이 쉽지 않습니다. 반면 국토교통 통계누리에 보다 상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공개된 공동주택 분양실적은 지난해 11월 말까지 기준으로 16만3509채로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26만641채)보다 37.3%(9만7132채) 줄어든 물량입니다. 특히 유형별로 보면 일반분양 물량의 감소가 두드러집니다. 지난해 11만8100채로 전년(20만2217채)보다 무려 41.6%(8만4117채) 줄었습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2022년·8만3990채→2023년·6만650채, 감소폭·27.9%)보다 비수도권(11만8227채→6만9890, 40.9%)의 감소 폭이 컸습니다. 정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지난달까지 전체 분양물량이 같은 기간 10년 평균 물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문가들이 2~3년 뒤 심각한 수급불균형에 따른 부동산시장 불안이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유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2027년에 예정된 대선이 또다시 ‘부동산 선거전’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할 정도입니다. 정부도 이를 의식하고,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공급 활성화를 주요 실천과제의 하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주요 내용은 공공부문 공급 가속화와 민간의 애로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한편 연간 통계인 주택멸실수는 2022년 말 기준으로 9만6157채로 집계됐습니다. 2016년(13만2108채) 이후 꾸준하게 10만 채를 웃돌았던 멸실주택수가 다시 10만 채 이하로 떨어져 눈길을 끕니다. 고금리 기조의 여파로 주택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재개발재건축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2022년 멸실주택의 절반가량(47.4%)은 단독주택(4만5609채)이었고, 다가구(2만1044실, 점유율·21.9%) 아파트(1만3071채, 13.6%) 다세대(1만2130채, 12.6%) 연립(4314채, 4.5%)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2만1655채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서울(1만7168채)도 1만 채를 훌쩍 넘었습니다. 그나마 주택 실수요층이 두터운 수도권 지역에서 주택 재정비 사업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이뤄진 결과로 보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다사다난(多事多難)’매년 이맘때면 식상하지만 이 말을 되뇔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사들이 선정하는 10대 뉴스에 각기 다른 내용들이 담길 정도로 많은 일들이 펼쳐졌습니다.건설부동산시장도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세밑에 터진 시공능력평가순위(이하 ‘도급순위’) 16위 대형 건설사 태영건설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신청은 관련 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었습니다.여기에는 건설업계가 처한 시장환경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고금리 기조의 장기화 등이 계속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그 결과 정부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정책 목표를 ‘시장 연착륙’으로 삼았을 정도로 좋지 않은 환경에서 출발했던 건설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시계(視界)가 불투명합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나타났던 집값 하락세는 잠시 반등 기미를 보이기도 했지만 연중 지속되고 있습니다. 전세금 하락은 ‘역전세난’과 ‘빌라왕’ 속출과 같은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입됐던 프로젝트파이낸스(PF) 시장 경색은 태영건설 사례에서 확인된 건설사 연쇄 부도 우려로 이어졌습니다.올해보다는 내년 이후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일들도 적잖았습니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시작된 ‘1기 신도시 재건축’은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내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수도권 교통망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수도권 광역급행 철도(GTX)도 일부 노선이 착공하는 등 잇따라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반면 건설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새 아파트 분양가의 고공행진은 집값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이런 와중에 국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사건사고도 잇따랐습니다. 우선 인천 검단신도시의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건으로 드러난 ‘순살 아파트’는 큰 충격을 줬습니다. 또 국내 건설업계에 뿌리 깊게 자리한 부실공사 문제의 심각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습니다.사업경제타당성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던 비수도권 지역 신공항 사업들에 수백억~수천억 원의 정부 재정을 투입하기로 한 결정은 두고두고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희망 섞인 변화를 기대할 만한 일들도 있었습니다. 갈수록 심해졌던 건설노조의 횡포에 맞서 정부가 쏟아낸 대응책들이 현장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가 경제 위기의 돌파구로 기대했던 ‘제2 중동 붐’도 4년 연속 수주액 300억 달러 돌파라는 대기록을 썼습니다.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로 이런 사건·사고들의 의미를 다시 짚어 보겠습니다. 이런 사안 대부분이 올해는 물론 내년 이후 국내 건설부동산시장에 적잖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⓵ 올해 집값 6% 이상 급락…내년에는 낙폭 줄어2021년 시작한 금리 인상 기조에 무너지기 시작한 아파트값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추락을 면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수도권이나 비수도권과 관계없이 모두 외환위기 이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KB국민은행이 28일 공개한 12월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값은 0.11% 하락해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상승을 마감했습니다. 서울 아파트값 역시 0.11% 떨어지며 3개월 상승을 마감하고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연간으로 보면 전국 아파트값은 6.72% 떨어졌습니다. 이는 외환위기가 터진 이듬해인 1998년(-13.56%) 이후 가장 많이 하락한 것입니다. 서울 아파트값도 6.28% 떨어지며 역시 1998년 이래 가장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이밖에 경기(-8.57%) 인천(-9.68%) 등도 10% 가까운 하락폭을 보였습니다.이러한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하락폭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부동산 관련 민관연구소들이 대부분 내년 집값 하락폭이 1~3%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서울은 상승세 반전에 성공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고금리 기조가 하반기 이후 완화되고, 시장 침체로 줄어든 신규 공급에 따른 수급 문제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⓶ 전세가 급락에 전국으로 확산된 전세사기올해 전세시장 분위기는 매매시장과 조금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지역에서 7월까지 하향세를 지속하다 8, 9월 이후 상승세로 반전한 것입니다.다만 수치상 기록은 큰 차이가 없습니다. 연간 기준으로 아파트 전세금의 하락폭이 역시 크게 나타났습니다. 서울(-8.36%)을 포함한 수도권은 9.28% 하락했고, 전국 기준으로도 7.76% 떨어졌다. 역시 모두 1998년 이후 가장 크게 떨어졌습니다. 그 결과 2022년 하반기 이후 떨어진 전세 시세로 인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시작된 전세 사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됐고, 피해자도 속출했습니다. 대전에서는 공공주택 건설을 전담하는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까지 속이는 전세사기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와 여야는 지난 5월 전세사기 특별법을 통과시켰고 6개월마다 보완 입법을 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여야의 대립이 계속되면서 추가 개정안을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또 특별법도 실효성 논란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내년 전셋값은 다시 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22일 발표한 ‘2024년 주택시장 전망과 정책방향’을 통해 전국 전세금이 올해보다 2.7%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주택 신규 공급이 크게 줄어드는 데다, 매매가 하락에 따라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근거입니다.⓷ PF 경색에 도급순위 16위 건설사도 기우뚱“우려가 현실이 됐다.” 28일 도급순위 16위 태영건설이 기업개선작업을 신청한 데 대한 업계의 반응입니다. 태영건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서 개발사업 PF 우발채무(미래에 발생할 채무)에서 비롯된 유동성 위기로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며 “이에 태영건설은 금융채권자협의회에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PF 발(發) 자금 경색에 따른 건설사 부도 우려는 지난해 말부터 제기됐고, 정부도 지속적으로 대책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효과를 기대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실제로 5대 시중은행의 건설업 대출 연체액은 올해 11월 말 기준으로 1051억 원에 달해 지난해 말(524억 원) 대비 약 2배로 증가했습니다. 제2금융권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올 3분기(7~9월) 말 기준 국내 금융권 전체의 부동산 PF 연체율은 2.42%에 달합니다. 3개월 만에 0.24%포인트 높아진 수치입니다.문제는 현재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태영건설 수준의 시공능력 상위 건설사에서 또다시 기업개선작업 신청 등이 제기된다면 PF 발 위기가 건설업 전체로 번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나돌고 있습니다.⓸ 특별법 제정에 1기 신도시 재건축 본궤도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추진돼온 ‘1기 수도권 신도시 재건축’은 부동산 시장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올 초대형 개발사업입니다. 이를 위한 제도적 토대인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지난 26일 공포됐습니다. 특별법은 내년 4월 27일부터 시행되며, 국토교통부는 시행령 제정과 마스터플랜 수립, 선도지구 지정 등을 내년 주요 추진사업으로 시행하겠다는 계획입니다.특별법 적용 대상은 택지조성사업 완료 후 20년 넘게 경과한 100만㎡ 이상 택지 내 특별정비구역입니다. 특별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거쳐 대규모 블록 단위 통합정비, 역세권 복합·고밀도 개발 등이 진행됩니다. 이와 병행해 광역교통시설 및 기반시설 확충 등 도시기능 강화사업도 추진됩니다.이처럼 규모가 큰 대형사업을 원활한 추진을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 장치도 도입됩니다.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토지 용도지역 및 용적률 상향 ▲입지규제최소구역 지정 ▲리모델링 가구 수 증가 ▲각종 인허가 통합심의 등입니다. 1기 신도시별 선도지구는 여러 가지 일정 등을 고려할 때 내년 하반기에 지정될 가능성이 큽니다. 국토부는 선도지구를 정주 여건의 개선 정도나 도시기능 향상에 대한 기여도 등을 감안하고, 주민 의견수렴 등을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⓹ 시험운행, 계획 승인 등 속도 높이는 GTX수도권 부동산 시장에 대형 변수로 여겨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국토부는 27일 GTX-C 노선의 실시계획승인을 승인했습니다. 2011년 국가철도망 계획 반영 이후 12년 만입니다. 실시계획승인은 실제 착공을 위한 모든 제반 사항을 허가받았다는 뜻으로 이후에 착공이 바로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2028년 개통을 목표로 내년 1월 중 공사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GTX-C 노선은 수원에서 양주시 덕정역까지 약 74.8㎞를 잇는 민간 투자 방식의 수도권 광역급행열차입니다. 지하 40~60m 깊이를 파 철로를 내는 대심도 방식으로 건설되며, 총사업비는 추가역 공사비를 포함해 4조 6084억 원 수준입니다.국토부는 이에 앞서 이달 4일 GTX-A 수서~동탄 구간에서 종합시험 운행에 돌입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종합시험 운행은 내년 3월 개통을 위한 마지막 단계입니다. 철도안전법에 따라 철도 노선을 새로 건설할 때 철도시설 설치상태 및 열차운행체계의 점검과 철도 종사자의 업무 숙달 점검을 위해 시행하는 제도입니다. GTX-A 수서~동탄 구간은 지난달 열차 운행과 관련된 노반·건축·궤도·전기·통신 등 주요 공사를 모두 마쳤으며, 현재 수서역 등 역사와 환기구 일부 시설물에 대한 실내 마감 등의 막바지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⓺ 고공행진 분양가, 집값 시한폭탄 우려올해 아파트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했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이달 19일까지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10억 3481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4% 상승했습니다. 서울 비강남권 지역에서 분양된 소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1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지난 19일 입주자 모집공고를 낸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어반클라쎄목동’로, 59㎡형 C타입과 59㎡형 D타입 최고 분양가가 11억 원대였습니다. 이 아파트는 전체 45채에 불과한 한 동짜리 나 홀로 단지인데도 평균 분양가(3.3㎡)가 4000만 원을 넘어서며 주변 시세(3000만~4000만 원)를 웃돌았습니다.고분양가는 시멘트 철근 등 주요 원자재가 상승이 주원인입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평균가격(1t 기준)은 2021년 7만8800원에서 올해 11만2000원으로 3년 새 42.1%가 급등했습니다. 인건비도 거들었습니다.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한 ‘2023년 건설업 임금실태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건설업 임금은 26만5516원으로 상반기보다 3.95%, 작년 동기와 비교해선 6.71% 상승했습니다.원자재나 인건비 상승 추세를 볼 때 분양가는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이는 기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어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⓻ 순살 아파트로 드러난 건설업계의 민낯올해 4월 인천 검단 LH아파트에서 발생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소환하며 국내 건설업계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이후 진행된 전국 LH 아파트 단지 가운데 무량판 구조(대들보가 없이 기둥과 슬래브로 건물 하중을 지탱하는 방식)가 적용된 지하주차장에 대한 조사에서 102개 단지 중 20개 단지에서 철근이 누락된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입니다. 국토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LH가 독점해온 공공주택 사업을 민간에 개방하고 설계·시공·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외부 기관으로 옮기기로 하는 등 대책을 내놨습니다. 이른바 ‘LH 혁신과 건설 카르텔 혁파안’입니다.부실공사 근절을 위한 건설 카르텔 혁파대책은 설계와 시공, 감리 간 상호 견제 시스템 구축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우선 감리가 건축주와 건설사에 예속되지 않도록 허가권자인 지방자치단체가 감리업체를 더 많이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이 바뀝니다. 건축사와 구조기술사의 ‘분리 발주’와 공공공사에만 적용되던 건설사의 설계 검토 의무 조치 대상에 민간 공사도 포함됩니다.철근 배근이나 콘크리트 타설 등은 국토안전원 등 공공의 현장 점검 후 진행되며, 불량 골재 유통 차단을 위해 채취원부터 현장 납품까지 골재 이력 관리 시스템이 도입됩니다. 불법을 저지른 건설사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 배상도 추진됩니다. ⓼ 또다시 사업타당성 논란에 오른 신공항 신공항 신설 논란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올해 8월 새만금 잼버리 세계대회의 파행은 새만금국제공항(이하 ‘새만금 신공항’)을 포함한 비수도권 지역 신공항 사업을 다시 도마 위에 오르게 만들었습니다.시작은 정부가 8월 말경 공개한 ‘2024년도 예산안’에서 새만금 관련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대거 삭감한 것이었습니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 관련 예산은 당초 요구액(580억 원)의 11.4% 수준인 66억 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이후 건설이 추진되는 10개 신공항의 사업타당성을 다시 짚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습니다. 10곳은 새만금신공항을 비롯해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TK신공항), 제주 2공항, 서산공항, 백령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경기국제공항, 포천공항 등입니다.하지만 정치적인 논리에 밀리며 이들 공항 사업은 대부분 당초 일정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지난 21일 열린 본회의에서 예산이 261억 원 증액한 327억 원으로 다시 늘어났습니다.또 사업이 본격화되는 가덕도 신공항에는 무려 5363억 원이 책정됐고, 대구경북 신공항(100억 원), 백령도 소형공항(40억 원), 서산공항(10억 원) 등도 설계비 명목으로 예산이 처음 반영됐습니다.⓽ 급제동 걸린 건설노조 불법행위“경제에 기생하는 독이 되고 있다.”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세종시의 한 건설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건설노조의 불법행위가) 국민의 분양가, 입주비용, 건설업체의 생산원가로 반영된다”며 불법을 일삼는 건설노조에 대해 이같이 쏘아붙였습니다. 이후 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고, 올해 2월 범정부 차원의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이하 ‘근절대책’)을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특별단속을 진행했고, 총 4829명을 송치하고, 이 가운데 148명을 구속했습니다. 송치된 인원을 불법행위 유형별로 보면 전임비, 복지비 등으로 금품을 갈취한 경우가 3416명(70.7%)으로 가장 많았고, 건설 현장 출입방해 등 업무 방해(701명·14.5%) 소속 단체원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573명·11.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또 구속된 피의자 148명은 금품 갈취가 124명(83.8%)으로 압도적이었고, 채용 및 장비사용 강요(20명·13.5%) 업무방해(3명·2.0%) 폭력행위(1명·0.7%) 등의 순이었습니다.대책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경찰청이 최근 전국 주요 건설 업체 80여 곳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0%가 “(현장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⓾ 4년 연속 300억 달러 수주 성공“1970년대 오일쇼크와 세계 경제침체 시기에 중동특수를 통해 경제도약의 돌파구를 찾았던 것처럼 ‘제2의 중동 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현 정부는 출범 이후 계속되는 경제 침체 극복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로 ‘제2 중동 붐’을 꼽았습니다. 이후 국토부를 중심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을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수주 노력이 펼쳐졌습니다.그리고 일부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해외건설 수주가 4년 연속 3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달 15일 현재 해외건설 수주액은 292억 5000만 달러(약 38조 1400억 원)로 집계됐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272억 9000만 달러)보다 7.2% 늘어난 규모입니다.2019년 223억 달러였던 해외건설 수주액은 2020년 351억 달러로 증가한 뒤 2021년 306억 달러, 2022년 310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습니다. 연말에 수주가 몰리는 점을 감안할 때 올해에도 300억 달러는 무난하고, 올해 목표치 달성(350억 달러) 가능성도 높습니다. 정부는 이에 내년 수주 목표치를 올해보다 높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2027년까지 수주액을 500억 달러로 끌어올리고, 세계 건설 4대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5년 내 이사를 계획 중인 10명 중 7명 이상은 아파트를 원한다.” 주거시설로서 아파트에 대한 높은 선호도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최근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론조사전문업체 한국리서치가 20일 발표한 주간리포트(‘2023 부동산인식조사:부동산 투자 및 주택 보유 인식’)입니다. 이에 따르면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가운데 5년 내 이사를 계획 중인 응답자 34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71%가 다음 주거지로 아파트를 원했습니다. 뒤를 이어 단독주택(응답률·15%)이 큰 차이를 보이며 2위를 차지했고, 연립주택·다세대주택(9%) 오피스텔·고시원(4%) 여관 상가 등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1%) 등의 순이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22일 발표한 ‘2022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도 이는 확인됩니다. 전국 5만 1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한 지 7년 이하인 신혼부부의 73.3%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높은 아파트 선호도는 양질의 주거 서비스에서 비롯됐습니다.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이사 지역 선정 이유로 응답자들은 ‘시설이나 설비가 더 양호한 집’(34%)을 가장 많이 찾았습니다. 국토부 조사에서도 이사 경험이 있는 응답자의 절반가량(48.7%)이 현재 주택을 선정한 이유로 ‘시설이나 설비 상향’을 꼽았습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분양되는 아파트의 고급화 경쟁이 치열합니다. 특히 기술 발전에 따라 아파트 실내 설비 차별화가 어려워지자 주민공동시설과 단지 내 조경에 초점을 맞춘 고급화 경쟁에 적극적입니다. 피트니스센터와 골프 연습장은 기본이고 호텔 수준의 고급 수영장, 스카이라운지 등이 설치되고 있습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전담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이런 분위기에 가세했습니다. 경기 과천지식정보타운에서 다음 달(내년 1월) 입주 예정인 통합공공임대주택 시범단지에 무용, 연극 등 공연 관람이 가능한 문화공간, 아동돌봄시설, 바리스타존 등을 배치했습니다. 이에 따라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지 않아도 여가와 문화생활이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런 시설 대부분을 무료로 이용하거나 외부시설 이용 때보다 훨씬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집값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당분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 이후 아파트 주거공단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에서 학업과 업무를 같이 볼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바뀌면서 단지 환경 고급화 요구가 커지고 있습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도 이를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마냥 반가운 일만은 아닙니다. 우려되는 부작용이 적잖습니다. 무엇보다 아파트 단지 고급화가 고분양가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입주자가 매월 내는 관리비도 올라갑니다. 운영이나 관리 어려움 등을 이유로 주민공동시설을 제대로 이용하지 않으면서 자원 낭비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현재 국내에서 매년 지어지는 수십만 채의 주택 가운데 아파트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습니다. 국토부 ‘2023 주거종합계획’에 따르면 올해 준공될 주택 45만 9000채 가운데 아파트가 39만 3000채로 무려 85.7%에 달합니다.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을 중심으로 단지 고급화의 현주소와 원인, 전망, 보완 과제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 1991년 제도 도입…의무시설 이외 최대 38개까지 늘어나 아파트 단지 내 주민공동시설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입니다. 1991년 제정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하 ‘주택건설기준 규정’)에서 입주민의 편익 제고를 위해 일상 주거생활에 필요한 구매시설 생활시설 의료시설 주민운동시설 등을 단지 규모에 따라 적절하게 설치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입니다. 이후 115차례에 걸친 개정을 거친 주택건설기준 규정은 현재 경로당, 어린이놀이터 등 16종을 주민공동시설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주민공동시설 총량제를 적용해 단지 규모별로 의무적으로 설치해야만 하는 시설을 정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150채 이상~300채 미만이면 경로당과 어린이놀이터를 지어야 하고 ▲300세대 이상~500세대 미만은 어린이집 ▲500채 이상이면 주민운동시설, 작은도서관, 다함께돌봄센터를 추가해야 합니다. 제도적인 기반 마련과 별개로 아파트 단지 고급화 경쟁은 1997년 말 터진 외환위기가 도화선이 됐습니다. 당시 김대중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제 위기 극복을 목표로 분양가 자율화 조치를 단행한 것입니다. 이후 건설사들은 이전과 다른 설비와 단지 환경을 갖춘 고급 아파트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이런 사실을 소비자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아파트 브랜드를 경쟁적으로 선보였습니다.▶‘더퍼스트메트로센트럴파크뷰’ 아파트 이름은 왜 이렇게 됐을까 [황재성의 황금알] 이 과정에서 아파트 실내에 적극적으로 정보기술(IT)을 도입하고, 옷장이나 각종 주방가전 제품을 아파트에 내장한 형태(‘빌트인’)로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에 주차장을 만들고, 지상주차장을 없앤 아파트도 이때 선보였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는 아파트 고급화 경쟁에 기름을 붓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어서면서 절대적인 공급 부족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급격하게 수요가 위축되자 건설사들이 새로운 수요 발굴을 위해 아파트 단지 고급화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입니다. 이때부터 지상에 차 없는 아파트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 결과 최근 입주하는 아파트를 살펴보면 주민공동시설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습니다.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이 최근 펴낸 보고서(‘LH 공공분양주택 주민공동시설 특화방안에 관한 연구’)에서 이러한 상황이 잘 담겨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주민공동시설 가짓수는 단지 규모에 따라 민영아파트의 경우 8개에서 최대 17개까지 추가됐습니다. 단지 규모와 관계없이 독서실과 피트니스센터, 게스트하우스, 재활용품 창고, 소포보관소 등이 공통적으로 추가됐습니다. 공공분양아파트의 추가시설은 훨씬 다양해 최대 38가지에 달했습니다. 작은 도서관이나 공동육아방, 방과후돌봄, 주민카페 등이 공통으로 추가됐고, 1000채 이상 단지에서는 펫하우스, 어린이식당 등도 선보였습니다.● 차별화 어려운 아파트 상품의 마케팅 수단 이 같은 아파트 고급화 경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파트의 상품특성에서 비롯됐습니다. 아파트 주거공간은 공장에서 찍어낸다는 비하 섞인 평가를 받을 정도로 차별화가 쉽지 않습니다. 주거공간 설비도 기술 발전에 따라 기능적으로 차별화를 꾀하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선분양으로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 건설사로서는 주민공동시설과 단지 조경 고급화를 통해 승부를 걸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이를 홍보나 판매 제고를 위한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토지주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대표적인 사례로 포스코건설을 꼽았습니다. 아파트 주민공동시설에 ‘클럽 더 샵’이라는 브랜드를 붙이고, 친환경 디자인 추구하며, 단지 내 식물원 카페 ‘플랜트리움’을 홍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밖에 대우건설은 하이앤드 브랜드인 ‘써밋’을 적용한 스카이커뮤니티를, 현대건설은 건설업계 최초로 부산 사직에 ‘스크린 야구장’을 설치했습니다. 롯데건설은 ‘살롱 드 캐슬’이라는 프랑스어와 영어를 합성해 주민공동시설 브랜드를 선보였습니다. 소득 3만 달러를 넘어서면 고급 주거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점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피트니스 시설이나 물품 창고, 독서실, 회의실 등과 같은 공간을 개인 세대에서 마련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결국 주민공동시설로 배치함으로써 공간 효율성을 극대화한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 아파트 단지 공간에 대한 시각 변화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주거공간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업무를 처리하고 학업을 하는 공간으로 바뀌면서, 안전하고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에 대한 수요가 폭발했고, 아파트 단지 고급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최근 20년간 글로벌 팬데믹은 6차례나 반복됐습니다.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 플루, 2014년 에볼라 서아프리카 유행, 2015년 메르스, 2016년 지카 바이러스, 2020~2022년 코로나19 등입니다. 결국 언제든 팬데믹은 발생할 수 있는 시대에 접어들었고, 그에 맞는 시설에 대한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초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인구 구조 변화도 단지 고급화 경쟁을 불러오는 요인입니다. 활동량이 떨어지는 노인 세대는 아파트 단지 주변으로 생활 반경이 크게 줄어듭니다. 또 건강 관리를 위한 시설이 필요합니다. ● 주민공동시설 30% 이상 2년 넘게 방치하기도 고급화된 주민공동시설은 아파트 가치를 높이고 입주민들의 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합니다. 이는 집값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설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단지를 고급화하고, 각종 마케팅 수단으로 삼으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아파트 고급화 경쟁으로 초래된 부작용도 적잖습니다. 우선 건설 원가 상승에 따라 아파트 분양가 고공행진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서울 강남에서는 재건축을 추진 중인 아파트조합이 단지 설계를 외국계 기업에 맡기고, 수백억 원대의 비용을 지불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내년 1월 입주할 서울 강남지역 A아파트의 경우 올해 5월 조경 공사비(3.3㎡ 기준)를 당초 17만 원에서 44만 원으로 2.6배 높였습니다. 주변 아파트의 조경공사비가 52만~79만 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였습니다. 주민공동시설 유지 비용도 문제입니다. 이용자 전액 부담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운영비 대부분은 공용부분 관리비에 반영됩니다. 즉 관리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국토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는 ‘공동주택관리 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9월 서울지역 아파트 관리비(1㎡ 기준)는 3059원입니다. 이 가운데 공용관리비가 1502원으로,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용이 없어 방치되거나 노후화나 하자 등의 이유로 주민공동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조성되고 있는 야외수영장이나 연못, 분등 등과 같은 수변 시설도 겨울철에 활용도가 떨어집니다. 관리 부담에 아예 주민공동시설을 활용하지 않는 경우도 적잖습니다. 서울 서대문구 B아파트의 경우 입주한 지 2년이 넘었지만 주민공동시설의 30%가량은 문을 걸어둔 채 개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재화와 달리 생산비를 투입해 물리적인 양을 증가시킬 수 없는 부동산의 특성(일명 ‘부증성’)을 감안할 때 자원 낭비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위화감을 부추긴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지어진 아파트는 가격이 다르더라도 단지 내 시설은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새로 지어진 아파트는 이전 아파트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되었거나 단지 규모가 작은 아파트는 물론이고, 비아파트 거주시설 입주민으로서는 빈약한 편의시설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 주민공동시설을 인근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즉 해당 시설을 지역공공시설처럼 활용하게 하고, 이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자는 것입니다. 주민공동시설의 효율적인 활용과 관리가 이뤄지도록 입주민과 위탁관리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시설 활용 방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합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국토·교통 분야의 정통 관료이다.” 정부가 지난 4일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의 개각을 단행했습니다. 이 가운데에 국토교통부도 포함됐습니다. 장관 후보자는 박상우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었습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이날 인사발표 브리핑에서 “후보자가 풍부한 정책 경험과 현장 경험을 두루 겸비하고 있어 국민들의 주거안정을 강화하고, 모빌리티 혁신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이같이 소개했습니다. 여론의 평가도 대부분 이를 수긍하면서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복잡하게 꼬인 국토부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것입니다. 박 후보자는 1983년 행시 27회로 옛 건설부에 첫발을 내딛으며 공직에 입문했습니다. 이어 2014년 5월까지 30년 이상 국토부에서만 근무하며 내공을 쌓은 국토 행정의 전문가입니다. 그의 후보자 지명에 대해 여론 만큼이나 국토부 내부 반응도 호의적입니다. 그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정식으로 임명된다면 권도엽 장관(재임기간·2011년 6월~2013년 3월) 이후 10년여 만의 내부 출신 장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사실 국토부는 꽤 높은 업무 전문성이 요구되는 정부 부처입니다. 행정안전부의 정부기구도표에 따르면 국토부는 본부와 15개 지방청 등에 모두 4124명(2023년 3월 말 기준)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또 정부 전체 1년 예산(2024년 세출안 기준)의 9%가 넘는 막대한 자금을 사용합니다. 이는 61개에 달하는 정부 부처 및 각종 위원회 가운데 5번째로 큰 규모입니다. 업무도 국민 실생활에 밀착한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주거 안정부터 국토 균형, 도시 개발, 도로·철도·공항 등 각종 국가기간시설(SOC)의 건설 및 운영 등 결코 쉽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미래먹거리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모빌리티 관련 산업 육성에도 깊숙하게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업 대부분은 구상에서 계획 수립을 거쳐 실행에 이르기까지 평균 10년 이상이 필요합니다. 사업 규모가 큰 만큼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국토부에서 하급직 관료로 출발해 잔뼈가 굵은 경우가 아니면 관련 업무를 파악하는 데 최소 6개월 이상이 필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게다가 잘하면 본전이고 잘못하면 티가 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대표적인 게 주택 정책입니다. 정책을 제대로 펼쳐 시장이 안정되면 당연한 일입니다. 반면 집값이나 전세금이 크게 오르거나 떨어지고, 관련 시장이 불안해진다면 국토부는 물론 정권의 실패로 평가받기 일쑤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이를 극단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이는 국토부 장관이 결코 영예로운 자리로만 여겨질 수 없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과거 역사를 보면 정치적인 이유나 부적절한 행동 등으로 인해 장관직에서 불과 15일 만에 하차하는 등 불명예 퇴진자가 적잖았습니다. 박 후보자에 큰 기대를 거는 이유입니다. ● 장관 평균 재직 기간 1년 3개월…15일 단명 장관도 국토부가 현재의 모양을 갖춘 건 1994년 12월 24일에 단행된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폐합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작은 정부를 구현하겠다’며 두 부처를 합쳐 ‘건설교통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는 ‘국토해양자원 관리와 경제 인프라 지원 기능을 결합해 국토의 가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건설교통부를 해양수산부와 합친 뒤 문패를 ‘국토해양부’로 바꿔 달았습니다. 이어 2013년 2월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국토해양부에서 해양수산부를 다시 떼어냈고, 이름도 ‘국토교통부’로 교체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30년간 23명의 장관이 배출됐습니다. 이들을 유형별로 보면 15명이 관료 출신이 가장 많았고, 나머지는 정치인(6명)이거나 교수(2명) 출신이었습니다. 관료 출신 가운데에서도 사무관 때부터 국토부 업무를 익혀온 내부 출신 장관은 4명에 불과합니다. 강동석(재임기간·2003년 12월 29일~2005년 3월 28일) 추병직(2005년 4월 6일~2006년 11월 19일) 정종환(2008년 2월 29일~2011년 6월 1일) 권도엽(2011년 6월 2일~2013년 3월 11일) 전 장관 등입니다. 현직인 원희룡 장관(2022년 5월 21일~현재)를 제외한 전체 22명의 장관의 평균 임기는 452.2일로, 15.1개월(1년 3개월여)에 해당합니다. 유형별로 보면 관료 출신이 461.1일(15.4개월)로 학자(419.5일·14개월)나 정치인(438.6일·14.6개월)보다 길었습니다. 다만 내부 출신 국토부 장관은 720.3일(24개월)로 평균을 크게 웃돌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여기에는 이명박 정부 시절 3년이 훌쩍 넘는 1186일 동안 맹활약했던 정종환 전 장관의 공로가 큽니다. 하지만 나머지 3명도 모두 평균 기간 이상 장관으로 재직했습니다. 반면 정치인 출신 장관의 임기는 길지 못했습니다. 재임 기간만 1285일로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 타이틀을 거머쥔 김현미 전 장관(2017년 6월 21일~2020년 12월 28일) 덕분에 평균 기간이 늘어났지만 1년 이상 재직한 장관은 드뭅니다. 원희룡 장관과 이정무 전 장관(1998년 3월∼1999년 5월)만이 1년을 넘겼을 뿐입니다. 특히 오장섭(2001년 3∼8월) 김용채(2001년 8∼9월) 두 전 장관의 임기는 6개월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특히 김 전 장관은 취임(8월 22일)하고 15일 만인 9월 6일에 하차했습니다. 당시엔 민주당과 자민련이 연합해 정권을 잡은 뒤 장관 자리를 자민련 몫으로 배정했습니다. 그런데 이 연정이 깨지자 자리에서 물러난 것입니다. 두 명에 불과한 학자 출신 장관 임기가 상대적으로 짧아진 데에는 변창흠 전 장관(현 세종대 교수)이 큰 몫을 차지합니다. 박근혜 정부 출범과 장관에 오른 서승환 전 장관(현 연세대 총장)은 2013년 3월 11일부터 2015년 3월 13일까지 2년 넘게 활동했습니다. 반면 변 전 장관은 2020년 12월 29일 임명장을 받은 뒤 불과 108일 만인 2021년 4월 16일 낙마합니다. 여기에는 그가 심혈을 기울여 2021년 2월 4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시장 안정대책(‘공공주도 3080+’)에서 핵심 사업이었던 광명·시흥 신도시가 빌미를 제공합니다. 정부 발표 직후인 3월 2일 참여연대와 민변 등 시민단체들은 LH 직원들이 신도시 후보지에 대한 사전정보를 입수하고 토지투기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직전 LH 사장이었던 변 전 장관이 이들 직원을 두둔하는 발언을 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이는 걷잡을 수 없는 여론의 반발을 불러왔고, 변 전 장관은 3월 12일 사의를 표명합니다. 한 달 뒤에 있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4·7 보궐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한 문재인 정부는 이를 수용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한 달여 뒤인 4월 16일 사표를 수리했습니다.● 전문성 앞세워 안정적인 국토교통 정책 추진 기대 대통령실은 4일 발표 전까지 복수의 후보자를 두고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져 박 후보자의 낙점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집니다. 발표 전날까지도 언론에는 복수의 후보자가 거론됐을 정도였습니다. 여기에는 크게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선 김대기 비서실장의 설명에서 언급됐듯 박 후보자가 지닌 국토 행정 분야의 전문성입니다. 그는 국토부에서도 핵심 보직으로 알려진 주택정책과장-토지기획관-건설정책관-국토정책국장-주택토지실장-기획조정실장 등을 두루 거쳤습니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이런 경력을 쌓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퇴직한 이후에도 국토부 관련 업무와의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퇴직 직후 대한전문건설협회 산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을 거쳐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 3월 LH 사장이 됐습니다. 이듬해인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로 정권이 바뀌었지만, 그는 3년 임기를 완주했을 정도로 전문성을 인정받았습니다. LH 사장으로 재직하는 동안에는 이자 발생 부채를 20조 원 가까이 줄였고, 문 정부 국정과제인 ‘주거복지 강화’를 주도했습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문재인 정부가 123개 공공기관 및 기관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번째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우수 기관장 2명 가운데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박 후보자는 관련 분야에 대한 이론 무장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그 결과 1995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석사, 2007년에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지역계획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2015년에는 가천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학 박사학위를 따냈습니다. 이처럼 경험과 이론을 겸비한 전문가였기에 그는 2014년 공직에서 물러난 이후 좌우 정부를 가리지 않고 개각이 진행될 때마다 국토부 장관 하마평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만큼 준비된 ‘장관 후보자’라는 뜻입니다. 현재 국토부 두 명의 차관이 국토부 현안을 다루기에는 전문성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역대 국토부 차관은 모두 36명인데, 대부분은 국토부 출신으로 채워졌고 외부인은 4명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국토부 행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이들이 임명됐던 자리입니다. 3선 국회의원 출신 원희룡 장관이 보여줬던 정치적 행보에 대한 피로감도 정통 관료 출신 후보자에 무게를 실어줬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 장관은 재직 기간 대부분의 휴일을 반납하고 각종 현장을 누비며 왕성한 활동을 펼쳤습니다. 그 결과 일 많이 하는 ‘셀럽(유명) 장관’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습니다. 반면 뚜렷한 성과 없이 자신의 홍보에만 매달린 ‘사상 최초의 장관 유튜버’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옵니다. 국토부가 원 장관 취임 이후 9일까지 ‘장관동정’이라는 제목으로 내놓은 보도자료만 221건입니다. 이는 재임기간이 원 장관보다 2배 이상 긴 김현미 전 장관(144건)보다 50% 이상 많은 것입니다.● 장관 후보자의 입에 모아진 관심 이제 시장의 관심은 박상후 후보자가 펼쳐나갈 윤석열 정부 2기 국토부 정책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그는 다양한 통로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주거 안전망 구축과 출퇴근 교통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입니다. 박 후보자는 지난 4일 후보자 지명 직후 국토부 출입기자단에 보낸 소감문을 통해 “지난 30여 년간 국토부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근무하면서 국민들께서 일상에서 경험하시는 주거 문제, 출퇴근 문제와 함께 지속 가능한 국토와 도시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장관으로 취임하게 된다면) 촘촘한 주거 안전망 구축과 주거 사다리 복원을 통해 국민들의 집 걱정을 덜어드리고, 출퇴근 교통혁신을 통해 평범한 직장인의 하루의 시작과 끝을 보다 편안하게 만드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유관 산업에 대한 발전 지원과 적극적인 소통 행정 노력도 강조했습니다. 그는 소감문에서 “우리 경제의 활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건설교통 관련 산업이 건전하게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이어 “지역 균형발전, 저출산 대응 등 현안이 산적한 부처인 만큼 세심히 챙겨나가겠다”면서 “(이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언론, 전문가들과 끊임없이 소통함으로써 국민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관심도가 높은 주거정책과 관련해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흐름을 감안해 “아파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화두를 던져 관심을 불러 모았습니다. 이는 그가 5일 정부과천청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내놓은 것이었습니다. 그는 “주택 수요가 굉장히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고, 거기에 맞는 다양한 주택들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첫 출근길에서 밝혔던 “오랫동안 갖고 있던 아파트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비아파트 중심의 주택 정책 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었습니다. 박 후보자는 이같은 정책의 필요한 이유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를 꼽았습니다. 즉 “과거 40년과 달리 인구가 줄고 고령화되는 시절이 다가오고 있다”며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 공급이 이뤄진) 40년이 지나고 새로운 30년, 20년이 오기 때문에 거기에 맞는 주택 정책을 해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입니다. 최근 우려되고 있는 급격한 공급 감소에 따른 집값 불안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3기 신도시를 조기에 착수해 빨리 공급한다든지 재건축·재개발 사업 중 지체되고 있는 것들을 빨리 진행시킬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전통적인 방법과 더불어 공급 형태를 다양화하겠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이어 공급 형태에 대해서는 “도심에서 소규모로 다양한 형태의 주택들이 빠른 시간 내에 공급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협력하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그동안 정부 정책에서 소외됐던 오피스텔, 다세대, 연립주택 등과 관련한 특단의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서울에서 경기보다 출퇴근 비용 더 든다.’ 동아일보가 지난 11월 30일 자로 기획 보도한 ‘나의 출퇴근 체감비용’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기사에는 흥미로운 분석내용이 많습니다. 기사에서 제시한 출퇴근 체감비용은 수도권에 거주하는 근로자가 지하철 등을 이용하며 내는 교통비 이외에 출퇴근 시간과 혼잡도로 인한 불편을 금액으로 환산해 모두 더한 값입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직선거리가 비슷한 지역이라도 교통 인프라에 따라 출퇴근 체감비용은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둔 직장인이 경기 광명에서 출발할 때 체감비용은 월 77만 원이었습니다. 반면 하남은 66만 원, 성남은 31만 원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성남 용인 수원 화성 등지에 신도시가 집중적으로 개발되면서 서울 동남권에 교통망이 집중적으로 개발됐던 점을 감안하면 예측 가능한 결과입니다. 다만 행정구역으로 서울이지만 출퇴근 비용이 경기 지역보다 높은 곳이 있다는 사실은 눈길을 끕니다. 서울 노원구나 도봉구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경우 월 체감비용이 70만 원, 86만 원으로 각각 추정됐습니다. 반면 이들 지역보다 북쪽에 위치한 경기 구리시 거주자는 65만 원으로 훨씬 적었습니다. 이에 대해 분석에 참가했던 김진희 연세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울 북부권에선 경기 지역보다 출퇴근 여건이 나쁜 것으로 나타나는 지역이 적잖다”며 “서울 내 심각한 교통 인프라 불균형을 해소할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런데 이르면 2029년 서울 북부지역 거주자들의 체감비용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 동북부지역 핵심도로인 동부간선도로 일부 구간에 총길이 10.1km, 왕복 4차로 크기의 지하도로가 신설되기 때문입니다. 이 사업을 맡은 대우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11월 22일 사업비 1조 370억 원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약정 체결식을 가졌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업비를 확보했다는 의미이자, 사업 본격화를 선언하는 것입니다. 지하도로가 개통되면 지상 도로의 차량 정체가 크게 해소되고 통행시간도 기존 30분대에서 10분대로 단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상습적인 교통정체로 붙여졌던 ‘똥부간선도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으로 평가받던 서울 동북권의 활성화와 함께 부동산 가치 상승도 예상됩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본격화됨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경인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등의 지하화 사업도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경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의 지하화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 사업의 규모가 방대할뿐더러 수도권 일대 교통 시스템과 부동산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서 추진 중인 주요 도로 지하화 사업 현황과 의미 등을 꼼꼼히 짚어볼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1단계 2029년 준공 목표 제일 먼저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고 있는 동부간선도로입니다. 서울시 산하 ‘서울기록원’에 따르면 동부간선도로는 송파구 장지동에서 경기 의정부시 장암동까지 33km 구간을 연결하는 자동차 전용 도시고속도로입니다. 상계동 택지개발에 따른 교통 대책으로 1988년부터 건설되기 시작해 1999년 전 구간이 개통됐습니다. 공식적인 명칭은 ‘61번 서울특별시도’이지만, 서울 북동부와 동남부를 연결한다는 뜻에서 동부간선도로로 불립니다. 올림픽대로나 강변북로 등 다른 서울시의 고속화도로와 마찬가지로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주말이면 종일 꼬리에 꼬리를 문 차량 행렬을 볼 수 있는 상습 정체 도로입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는 2단계로 추진됩니다. 이번에 본격화를 선언한 사업은 대우건설이 2015년 서울시에 먼저 제안해 추진되는 프로젝트입니다. 즉 노원구와 중랑구의 접경지역인 월릉교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 12.2km 구간에 지하 60m 깊이의 대심도(大深度) 지하도로와 한강 하저터널을 건설하는 것입니다. 특히 2단계는 1단계 사업이 완료된 이후 추진되는데, 기존 동부간선도로 노원구 월계동에서 성동구 송정동까지 11.5km 구간에 지하 도로를 건설화하는 사업입니다. 1단계 사업은 다시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맡은 민자사업 구간과 서울시가 시비를 투입하는 재정사업 구간으로 나뉩니다. 민자사업 구간에는 강남구 청담동에서 성북구 석관동까지 10.1km 구간 지하에 소형차 전용 왕복 4차로 도로와 IC 4곳, 영업소 2곳 등이 들어섭니다. 이 구간에는 하천과 한강 하저가 포함돼 있어 난공사가 예상됩니다. 공사는 2029년 완료를 목표로 내년 3월 시작되며, 착공 후 30년간 대우건설 컨소시엄이 운영권을 갖습니다. 재정사업 구간은 민자구간의 남쪽에 해당하는 영동대교 남단부터 대치동 대치우성아파트사거리까지 2.1㎞ 구간에 걸쳐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시비 3348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며, 올해 2월 시공사도 선정됐습니다. 서울시는 민자사업 구간과 개통 시기는 맞출 예정이어서 2029년 완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는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1단계가 완료되고 월릉교에서 대치동을 왕복 4차로로 직접 연결하는 지하도로가 뚫리면 돼 간선도로의 교통량이 현재 15만5100대(하루 평균 기준)에서 8만7517대로 43%(6만 7583대)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동남∼동북권 통행시간도 기존 30분대에서 10분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서울시는 또 2단계 사업으로 1조 6376억 원을 투입해 단거리 지역 교통을 연결하고, 중랑천을 친환경 수변공간으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또 1단계 사업 구간이 끝나는 ‘대치우성아파트사거리’부터 ‘성남~강남 고속국도 종점’(일원동 일원터널교차로)까지 3㎞ 구간을 연결하는 사업도 추진 중입니다. 성남~강남 고속국도는 국토교통부가 경기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에서 서울 강남구 일원동까지 9.5㎞ 구간에 왕복 4차로를 건설하는 사업입니다. ● 경부고속도 지하화는 국토부와 서울시 구간 동시 추진 약칭 경부고속도로 지하화 사업으로 불리는 ‘경부고속도로 용인~서울 구간 지하화’는 정부가 3조 2000여억 원을 투입해 경기 용인시 기흥IC(나들목)에서 서울 서초구 양재IC까지 32.3㎞ 구간에 4~6차로 규모의 지하도로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여기에 서울시 관리구간(양재 IC~반포IC) 6.2 2027년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데, 올해 1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가 진행 중입니다. 공사가 완료된다면 기흥IC 북쪽 구간의 교통량이 4만 대가량 줄어들고, 기흥에서 양재까지 통행시간도 30분가량 줄어들 것으로 기대됩니다. 현재 예타가 진행 중인 경인고속도로 지하화는 규모 축소가 예상됩니다. 당초에는 인천 서구 남청라 나들목(IC)부터 서인천 IC를 거쳐 서울 양천구 신월 IC까지 19.3km 구간에 4~6차로 지하도로 2개를 뚫는 방식으로 추진됐습니다. 그런데 예타 과정에서 BC(비용 대비 편익)값이 기준치(‘1’)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토부가 사업을 축소해 경제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국도로공사가 민주당 허종식 의원(인천 동구미출홀구갑)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출발지점이 남청라IC에서 봉수지하차도(청라1동) 입구로 변경되는 방안이 유력합니다. 이 경우 전체 사업 구간은 15.3km로 줄고, 사업비는 2조 원가량에서 1조 7000억 원으로 낮아집니다. 2032년 개통 목표로 2027년 상반기에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며, 계획대로 되면 상습 정체 구간인 남청라~여의도 구간 통행시간이 40분에서 17분으로 23분 단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도권 제1순환고속도로 퇴계원~판교 구간 지하화는 약 31.5km 구간에 4조여 억 원을 투입해 지하 고속도로를 설치하는 사업입니다. 2027년 설계 착수를 목표로 현재 예타를 위한 사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영동고속도로의 용인∼과천 구간(31.7㎞) 지하화는 3조 1800억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입니다. 내년 상반기 예타를 신청할 예정입니다. 이와는 별도로 서울시는 경부간선도로와 강변북로 지하화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경부간선도로는 경부고속도로 서울 진입 구간이자 서울시가 관리하는 양재IC~반포IC 구간(7㎞)입니다. 상습적인 교통 정체와 도시공간 단절 등의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곳입니다. 서울시는 이 구간에 왕복 4~6차로의 중심도 지하도로를 건설하고, 지상을 일반도로로 바꾸는 방안을 구상 중입니다. 강변북로도 일부 구간에 대한 지하화와 구조 개선이 본격 검토되고 있습니다. 강변북로를 지나는 가양대교~영동대교까지 북측 7.4km 구간을 지하화하고, 지상 구간을 일반도로로 변경하는 게 핵심입니다.● 교통 정체 해결 위한 추가 부지 확보 불가능 이처럼 국내 주요 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선 해당 간선도로의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 데다, 과도한 차량 통행으로 발생하는 대기오염이나 소음, 초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시민 불편이 적잖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요 고속도로는 도로 용량 초과로 고속도로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받습니다. 대부분 구간의 서비스 수준은 극심한 교통정체 수준인 E~F로 30km 내외의 짧은 거리를 주행하는데, 최대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여기에 대부분의 간선도로가 만들어질 당시에는 도시 외곽에 있었지만, 현재는 도시가 커지면서 도시 내 시설물로 자리매김한 것도 문제입니다. 도시 경관을 해치고 지역 생활권의 단절 등을 일으키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게다가 서울 주변으로 추가되는 신도시 개발은 주요 도로의 교통정체를 가중시키는 요인입니다. 대표적으로 3기 신도시는 대부분 경부고속도로나 경인고속도로, 수도권 제1 순환 고속도로 등의 주변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초미세먼지도 문제입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의 배출원별 비중을 보면 난방발전이 39%로 가장 높고, 자동차 운행에 따른 매연이 25%로 뒤를 잇습니다. 또 지역별로는 국외가 55%로 절대적이지만, 서울시 내부도 22%로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서울의 경우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46㎍/㎥로, 런던 뉴욕 도쿄 파리 등 해외 주요 도시 대비 2~3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도로 인프라와 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 저감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눈앞으로 다가온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에 대비하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 앤 컴퍼니’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율주행자동차는 2040년 기준 전체 차량의 66%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반적인 예상을 뛰어넘어 자율차가 일상생활에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는 폭발적인 도로망 확충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9월 발행한 보고서(‘미래 교통환경 변화에 대응한 도시교통관리방향-자율주행자동차 전용 지하도로 중심으로’)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도입 시 승용차 통행시간 가치(승용차 이용에 따른 비용)가 약 20% 감소하고, 승용차 통행량은 약 140%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따라서 이에 대응한 도로 용량 확보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지상에 도로 인프라를 추가 확충하는 것은 부지 확보나 환경 이슈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연구원은 이를 해결할 방안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전용 지하도로 네트워크를 제시합니다. 이 경우 수송용량은 140% 늘어나고, 통행시간은 기존 승용차나 지하철 대비 30~70%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주택인 듯 주택 아닌 주택 같은 부동산 상품으로 불리는 게 있습니다. 바로 오피스텔입니다. 오피스(Office)와 호텔(Hotel)의 합성어로 업무와 주거 기능을 겸한 건축물입니다.1980년대 중반 국내에 첫선을 보일 당시만 해도 사무실이 주된 용도였습니다. 하지만 택지난에 시달리는 도심지에서 아파트를 대체할 상품으로 주목받으면서 2010년 이후에는 준주택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에 맞게 규제도 조정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오피스텔 누적물량이 100만 실을 넘어섰고, 주거용 건축물 가운데 아파트-단독주택-다가구주택의 뒤를 이을 정도로 비중도 높아졌습니다. 1인 가구가 급격히 늘어나는 인구 구조 변화 추이를 감안하면 앞으로 그 역할은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최근 10년 간 폭발적으로 늘어난 공급과 이에 따른 수익률의 지속적인 하락, 경기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분류되는 점 등은 오피스텔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이런 가운데 최근 오피스텔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정부 발표가 잇따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우선 국세청이 매년 고시하는 오피스텔 기준시가를 내년에 낮추기로 했습니다. 기준시가가 하락하는 만큼 오피스텔 소유자의 내년 세 부담은 줄어듭니다.국세청은 지난 17일 발표한 ‘2024년 오피스텔 기준시가(안)’에서 전국 오피스텔 122만 실의 기준시가를 4.78% 하향 조정했습니다. 관련 고시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오피스텔 기준시가가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에 대다수의 언론은 ‘19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집중 보도했습니다. 국세청은 실거래가나 시세를 기준으로 오피스텔에 대한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및 증여세 ▲취득세, 산세 등 지방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을 부과합니다. 하지만 이를 산정하기 어려울 때 기준시가를 활용합니다.국토교통부도 지난 17일 어린이집과 경로당을 오피스텔의 부속 용도로 인정해 용도 변경 없이 설치를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오피스텔 건축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부터 오피스텔에 어린이집, 경로당 같은 주민 공동시설이 허용됩니다.현재 오피스텔은 주거 목적으로 이용하고 바닥난방도 설치할 수 있지만 아파트와 달리 건축물 용도 변경 없이는 어린이집 등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할 수 없습니다. 주민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뜻인데, 앞으로 이를 보완할 수 있게 됐습니다.서울시는 이에 앞선 지난 15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 등 4개 지역에서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야 할 대상을 ‘아파트’로 한정한다는 내용의 ‘토지거래허가구역 조정안’을 확정해 16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습니다. 4곳은 투기적 수요 억제를 이유로 2020년 6월 24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세 차례 연장되며 이날까지 규제를 받아왔습니다. 이에 따라 오피스텔과 단독주택, 상가 등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조치들은 모두 오피스텔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도심지역 아파트 대체제로서 오피스텔의 공급 활성화를 위해선 보완할 과제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대부분 주거용으로 이용되며 규모도 대형화하고 있는데도 입법 사각지대가 많다는 것입니다. 오피스텔이 걸어온 길과 과제, 전문가들이 제시한 해결 방안 등을 정리해겠습니다. ●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준비과정에서 탄생한 오피스텔국내 오피스텔 1호는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 위치한 ‘성지빌딩’입니다. 지하 3층~지상 17층 건물에 4개 층에 오피스텔이 있습니다. 시공사는 성지건설입니다. 이 회사는 누리집에 “지난 1984년 국내 최초로 오피스텔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마포 성지오피스텔’은 국내 오피스텔 문화의 효시가 됐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피스텔의 탄생에는 ‘86 서울 아시안게임’(이하 ‘86아시안게임’)과 ‘88 서울올림픽’(이하 ‘88올림픽’)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학건축학회가 1987년에 발행한 논문집에 실린 ‘오피스텔의 건축계획 기준설정에 관한 연구’라는 4쪽 분량의 소논문에서 자세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당시 마땅한 설계기준이나 관련 규정이 없는) 오피스텔의 타당성과 문제점을 검토하고, 계획기준이 되는 요소들을 건축적 해결방안으로 제안함으로써 오피스텔의 계획지침을 제시할 목적”으로 작성됐습니다.논문은 오피스텔의 출현 배경에 대해 “사회 경제적인 변화로 기존의 호텔을 사무실화하거나, 복합건물 또는 아파트를 사무실로 변형시켜 이용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처럼 내적으로 새로운 기능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팽배해지면서 오피스텔이 개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직접적인 원인으로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꼽았습니다. “서울시가 (두 개의) 국제행사를 앞두고 도심재개발을 추진하면서 도심에 사무용 빌딩 신축이 활발해지고, 공급 과잉이 야기되자 새로운 형태의 사무실이 필요해졌다”는 것입니다.여기에 “88올림픽을 계기로 더욱 수요가 늘어날 외국회사의 지점 및 바이어들의 국내 연락사무소가 필요하게 되자, 도심재개발사업을 통한 사무실을 오피스텔로 활용하는 게 정책적으로 장려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밖에 ▲다원적 산업구조에 따라 직업과 업종이 다양화되고, 중소 기업체가 활성화 전문화되면서 규모는 작지만 짜임새 있는 사무실이 필요해진 점 ▲정보화 사회에 맞춰 소규모 업체에서도 사무자동화 기기의 공동사용이 요구된 점 등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논문은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여건 속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여 사회성을 높이려는 사업자들의 의지가 합쳐져 오피스텔이 개발됐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후 1988년 건축법을 통해 오피스텔은 제도화됐고, 2010년 이후 주택법에 기숙사, 다중생활시설, 노인복지주택과 함께 준주택으로 인정받게 됩니다. 특히 집값이 급등할 때마다 아파트의 대체제로서 주목받으면서 오피스텔 공급은 크게 늘어납니다.하지만 이런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부동산 경기 상황에 따라 정부가 바닥난방 허용 여부와 허용 면적, 욕실, 전용출입구 설치 등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고, 그 때마다 오피스텔 시장도 부침을 겪어야 했습니다.● 수도권에 전체 오피스텔 70% 이상 입지오피스텔은 현재 전국적으로 122만 실 규모로 추정됩니다. 이 가운데 70~80%는 주거용으로 활용됐고, 주이용자는 40대 이하 1인 가구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지난해 3월 발표한 논문 ‘오피스텔 100만 호 시대, 성과와 과제’에 담겨진 내용입니다. 이 논문은 2022년에 전국 오피스텔 총 물량이 100만 실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공급 ▲수요 ▲투자자 측면에서 오피스텔의 특성과 보완과제 등을 분석한 것입니다. 논문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주택 유형별 재고를 분석한 결과 오피스텔(2021년 6월)은 94만 1737실로 집계됐습니다. 아파트(1083만 채)-단독주택(356만 채)-다세대주택(199만 채) 다음이고, 연립주택(45만 채)보다는 2배 이상 많은 물량입니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에 전체 오피스텔의 70.1%(66만 559실)가 위치했습니다. 특히 서울에 29.9%(28만1346실)가 몰렸습니다. 전체 주택의 경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비중이 각각 46%, 54%입니다. 또 인구 역시 수도권과 비수도권 비율이 50대 50으로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지역에 오피스텔 수요가 집중돼 있음을 보여줍니다. 오피스텔의 80% 내외가 도시철도역 직선거리 3km 이내에 자리했습니다. 특히 역세권으로 불리는 도시철도역과 직선거리 500m 이내에 위치한 오피스텔이 전체의 44.0%(41만4000실)에 달했습니다.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본사)에서 직선거리로 반경 3km 이내에 있는 오피스텔도 전체의 78.0%나 됐습니다. 2017년 기준 서울 거주 직장인의 평균 출퇴근 거리가 13.3km입니다. 오피스텔이 그만큼 직주근접에 유리한 입지를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오피스텔 거주자 분석은 1190가구를 표본으로 실시됐습니다. 그 결과 1인 가구 비중이 73.4%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연령대는 40대까지의 비중이 77.4%에 달하고, 나이가 젊을수록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비중이 높았습니다. 젊은 계층이 오피스텔을 선호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과입니다. 이들이 사는 오피스텔의 66.9%는 원룸형이었고, 91.2%는 가구 및 가전제품이 제공되는 풀옵션 형태로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평균 전용면적은 40㎡였습니다. 다만 자가(67.2㎡)가 가장 넓고, 순수월세(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는 임대방식)가 25.9㎡로 가장 작았습니다.임대주택으로 활용되는 비율이 80.4%였는데, 보증부 월세(전세금 형태의 보증금과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방식)가 57.9%로 가장 많았습니다. 또 보증부 월세의 보증금 규모는 대부분 3000만 원 미만(88.3%)이었습니다.● 헷갈리는 정책 체계 등은 오피스텔 활성화에 걸림돌오피스텔은 이처럼 수도권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직주근접에 유리한 입지적인 특성에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련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적잖은 문제를 낳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명하지 못한 관리비입니다. 이에 따른 불만도 매우 큽니다. 부동산정보업체 직방이 최근 자사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8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오피스텔 거주자의 88.4%가 “관리비가 비싸다”고 응답했을 정도입니다. 관리비는 일반적으로 공용관리비와 전용관리비로 나뉩니다. 그런데 이를 정확하게 구분 표시하는 아파트와 달리 오피스텔은 공용면적(복도, 주차장, 계단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실거주 면적 대비 공용관리비가 높게 나옵니다. 여기에 오피스텔은 아파트와 달리 집합건물에 속해 관리비를 세부적으로 정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따라서, 오피스텔 건물 관리단이 관리비를 임의대로 책정할 수 있고 세입자들에게 정확한 관리비 내역을 알려주지 않아도 돼 ‘깜깜이 관리비’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정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9월 21일 ‘중개대상물의 표시·광고 명시사항 세부기준’(이하 ‘기준’)을 개정 고시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원룸·오피스텔 등 소규모 주택에서 10만 원 이상의 정액관리비가 부과될 경우 ⓵일반관리비와 ⓶사용료(전기·수도료, 난방비 등) ⓷기타 관리비로 구분해 세부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50만 원에서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다만 이를 활용할 공인중개사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내년 3월 말까지는 계도기간으로 운영됩니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활용도가 정부 기대를 크게 밑돌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3일 본인의 사회관계망(SNS)을 통해 “지난 9월 16일부터 관리비 세부 내역을 입력하도록 의무화했지만, 플랫폼 중개 물건 중 겨우 2% 정도만 세부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을 정도입니다.오피스텔 건축기준과 요건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지만 금융이나 청약에서는 비주택으로 하고, 일부 세제는 주택으로 취급하는 등 혼란스런 정책 체계도 문제입니다. 이로 인해 민원이나 법적 분쟁 소지가 적잖습니다.국토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오피스텔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서 이와 관련해 “오피스텔의 법적 위상을 명확히 해서 혼선을 일으키는 정책 체계를 개선하고, 오피스텔과 주택 간 형성 문제를 최소화하는 한편 기존 오피스텔과 신규 오피스텔 간 간극 최소화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이어 단기적으로는 오피스텔 관리수준 향상을 위한 법률 개정과 함께 오피스텔 사용 용도 신고 의무화, 관리시스템 구축 등을 제안했습니다. 주거용과 업무용으로 구분 사용되면서 세금 절세나 회피를 위한 허위신고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고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과태료 처분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건축기준 강화를 통한 주거 여건 개선 ▲실제 사용용도에 부합하는 과세 체계 적용 ▲오피스텔 정책 모기지 지원상품 확대와 규제지역 적용 등과 같은 제도 개선도 주문했습니다.88올림픽이 낳고, 아파트 규제가 키웠지만 여전히 주택인 듯 주택 아닌 부동산 상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오피스텔은 제대로 된 주거상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관련 정부 정책 담당자들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그동안 (언론 등을 통해) 얘기 나왔던 유력 후보지가 모두 포함되지 않은 이유는?”지난 15일 오전 10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는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날 ⓵경기 구리 토평2지구 ⓶오산 세교 3지구 ⓷용인 이동지구 ⓸충북 청주 분평 2지구 ⓹제주 화북2 지구 등 5곳이 후보지로 공개됐습니다.이후 진행된 취재진 질의응답에서 나온 첫 번째 질문은 정부가 공개한 5개 후보지에 대한 추가설명 대신 경기 고양 대곡이나, 하남 감북, 김포 고촌 등과 같은 지역들이 제외된 이유에 대한 배경 설명이었습니다. “(후보지 입지가)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거리가 있는 곳”이어서, 그동안 국토부가 신규택지 후보지 선정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걸었던 “서울지역 주택 수요 분산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의문”이라는 지적도 덧붙여졌습니다.김오진 국토부 제1차관은 이에 대해 “중장기적인 (수도권 지역의 안정적인 주택) 공급 기반을 확충하는 차원에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부는 이어진 추가 답변 과정에서 신규택지의 선정 기준으로 ⓵충분한 주택 수요⓶광역교통망 계획 ⓷난개발 방지 ⓸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 등 4가지를 적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점은 이전까지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신규 택지 선정의 중요 기준이었던 ‘서울 근접성’이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6차례에 걸쳐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집값 상승의 진앙지인 서울지역의 수급 불안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3기 수도권 신도시입니다. 경기 남양주 왕숙 1·2,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인천 계양, 부천 대장 등 6곳은 모두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들입니다.현 정부 들어서 신규 택지 선정방침이 바뀐 데에는 금리의 고공행진 등에 따른 집값의 하향 안정세가 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큽니다. 또 현 정부의 규제 완화로 서울 시내 재건축이 활발해지고, 도심 역세권 고밀 개발 등을 통한 도심 공급 활성화 대책 등의 영향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정부는 앞으로도 수도권 지역에서 신규택지를 추가로 발굴해나갈 계획입니다. 특히 내년 상반기에 지난 9월 발표했던 ‘8만 5000채 규모의 신규택지’ 가운데 이번에 공개한 5곳, 8만 채를 제외한 잔여 물량의 입지를 공개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언론과 일부 부동산 투자 전문가들이 점쳤던 지역들이 후보지에 포함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달라진 신규 택지 후보지 선정 기준과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개된 신규 택지후보지들의 입지 특성을 톺아보려는 이유입니다.● 달라진 신규 택지 선정 조건좌우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 대부분 집값의 하향 안정을 목표로 수도권 일대에 대규모 신규택지를 지정·조성해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문재인 정부의 택지 물량은 앞선 정부들을 넘어섰습니다. 국토부가 지난 2021년 10월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문 정부가 출범 이후 2020년까지 신규로 지정한 공공택지 면적은 5373만㎡입니다. 노무현 정부(4075만㎡)나 이명박 정부(3093만㎡), 박근혜 정부(297만㎡)를 크게 웃도는 규모입니다. 여기에 당시 기준으로 택지지구 지정을 추진 중인 물량도 전국 3811만㎡, 수도권 2957㎡에 달했습니다.이처럼 집권 초기 공급에 문제가 없다며 주택 수요 억제를 위한 규제책에 골몰했던 문 정부가 뒤늦게 택지 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내놓은 원칙은 ‘서울 근접성’이었습니다. 전국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는 서울 집값을 잡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기준이었습니다. 문 정부에서 30건에 가까이 쏟아낸 부동산 대책에서 택지공급 방안이 포함된 것은 모두 6건입니다. ⓵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발표 시점·2018년 9월21일) ⓶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 및 수도권 광역교통망 개선방안(2018년 12월19일) ⓷수도권 주택 30만 호 공급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 택지 추진 계획(2019년 5월7일) ⓸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2020년 5월 6일) ⓹서울권역 등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2020년 8월4일) ⓺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 방안(2021년 2월4일) 등입니다.모두 한결같이 ‘서울 접근성 양호’나 ‘서울 도심까지 30분 내 출퇴근 가능’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특히 1번째 ‘9·21대책’에서는 ‘서울과 인접한, 서울과 1기 수도권 신도시 사이에 위치한 330만㎡ 이상 대규모 택지’라고 밝혔습니다. 또 3번째였던 ‘5·7대책’에서는 ‘3기 신도시가 서울부터 평균 거리 1km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하지만 현 정부의 수도권 신규 택지 선정 기준에는 서울 근접성은 없습니다. 대신 ⓵충분한 주택 수요⓶광역교통망 계획 ⓷난개발 방지 ⓸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 등 4가지가 제시됐습니다. 특히 4번째 조건은 중앙 정부 주도로 신규 택지 후보지를 선정한 뒤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일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추가됐습니다. 현 정부 들어서 신규 택지 조건이 바뀌게 된 직접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는 집값의 하향 안정입니다. 지난해의 경우 전국 아파트값은 역대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서울 강남 집값은 2년 전 수준으로 곤두박질을 쳤습니다.올해 들어서도 이런 흐름은 계속되다 7월 이후 반짝 회복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분위기가 주춤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2주 차(조사 시점·13일) 전국 주간 아파트값은 0.02%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주(0.03%)보다 줄었습니다. 10월 3주차(10월16일·0.07%)를 정점으로 매주 상승 폭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아파트 실거래가는 지난달에 이미 하향 곡선을 시작했습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던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10월에 0.47%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게다가 연구기관들은 내년 값이 하향 안정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이달 1일 발표한 ‘2024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을 통해 “정책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내년 부동산시장에)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집값이 2%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현 정부가 꾸준하게 추진한 각종 규제 완화로 압구정동, 대치동, 여의도, 목동 등 서울 시내 인기 주거지역에서 재건축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점도 ‘서울 근접성’ 택지 확보에 대한 부담을 덜어줍니다.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도심 주요 간선도로 및 지상철 구간 지하화나 역세권 고밀 개발 등도 서울 근접 신규 택지에 대한 수요를 완화해주는 요인입니다. ● 수요 확보가 신규택지의 필요·충분조건정부의 바뀐 신규 택지 조건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선정된 신규 택지 후보지에서도 확인됩니다. 현 정부가 새로 발표한 택지는 이번에 발표된 5곳을 포함해 모두 8곳입니다. 나머지 3곳은 경기 김포 한강 2지구(발표 시점·2022년 11월), 평택 지제역세권(2023년 6월) 경남 진주 문산지구(2023년 6월)입니다. 이 가운데 ⓵용인 이동 ⓶청주 분평2 ⓷김포 한강2 ⓸평택 지제역세권 ⓹진주 문산 등 5곳은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이나 광역교통망 확충에 따라 주택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에 대비하려는 성격이 강합니다. 용인 이동지구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이동읍 일대 228만㎡에 주택 1만6000채가 들어서는데, 정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용인 첨단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용인테크노밸리 1·2차가 인접해 있고, 동쪽으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가 위치한다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됐습니다.청주 분평2지구는 충북 청주시 서원구 일대 130만㎡ 부지에 주택 9000채가 조성되는데, 청주역·오송역을 중심으로 신규 산업단지가 계속 조성되고, 반도체 공장 증설(SK하이닉스) 등 산업기능 강화로 인해 주거공간 확충이 요구되는 지역입니다.평택 지제역세권(면적·453만㎡, 계획주택수·3만3000채)와 진주문산(140만㎡, 6000채)도 인근에 위치한 첨단 산업단지 주거 지원을 위해 조성됩니다. 국토부가 올해 6월 발표한 보도자료(‘평택과 진주 2곳에 총 3만9000호 규모 콤팩트시티 조성’)에 따르면 평택 지제역세권은 평택-화성-용인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의 배후 주거단지입니다. 진주 문산 역시 경남 서부권 ‘우주·항공산업 클러스터’의 배후 주거단지 기능을 수행합니다.반면 김포 한강2지구(731만㎡, 4만6000채)는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사업에 필요한 수요 확보가 주요한 사업목적입니다. 이는 국토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도자료(‘수도권 서부지역의 광역교통 확충 등 지역 현안 해결 추진-서울5호선·GTX 등과 연계한 김포한강2 콤팩트시티 조성’)에서 잘 드러납니다.이 보도자료에서 정부는 서울시, 김포시, 서울시 강서구 등 지자체가 5호선 연장 논의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노선 인근 지역에 콤팩트 시티를 조성한다고 밝혔습니다. 사업타당성 확보에 필요한 수요를 새로 창출하겠다는 것입니다. 5호선 연장사업은 서울 방화역에서 검단신도시를 거쳐 김포 장기역까지 23.89㎞를 신설하는 사업입니다.정부는 또 신규 콤팩트 시티 조성에 따른 배후수요의 창출은 장기역에서 출발하는 GTX-D노선의 서울 도심권 연장사업의 타당성 확보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GTX-D노선은 김포 장기역을 출발해 검단역-계양역-대장 신도시역-부천종합운동장역-신도림역-여의도역-용산역으로 이어지는 노선입니다.● 지역민의 협조도 핵심 관건나머지 ⓵구리 토평2 ⓶오산 세교3 ⓷제주 화북2 등 3곳도 정부가 신규 택지 후보지 조건으로 내건 4가지를 모두 갖춘 곳으로 평가되지만, 지역주민 협조와 민원 해결에 보다 많은 비중이 실린 것으로 보입니다. 구리 토평2지구가 대표적입니다. 백경현 구리시장은 정부 발표 직후 가진 지역 언론 대상 설명회에서 “구리시의 30년 숙원사업인 한강변 토평지구 개발사업이 시작을 위한 물꼬를 텄다”며 “이 사업은 1990년대부터 논의가 시작되면서 구리시 발전을 견인할 핵심사업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정치적인 상황 등 여러 요인으로 사업이 중단 변경되면서 주민들의 개발 압박을 컸다”고 밝혔습니다.실제로 토평 2지구는 구리시 교문동 수택동 아천동 토평동 일대 292만㎡ 규모로 조성되는데, 서울에 인접해 있고 한강변에 위치해 주거지로서 매우 우수한 입지 조건을 갖춘 지역으로 평가받습니다. 정부도 이같은 입지적인 특징을 살려서 주거단지는 한강 조망으로 특화하고, 신성장 혁신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한편 한강변에는 여가·레저 공간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주택 목표 물량은 1만8500채입니다.오산 세교3지구는 오산시 가수동, 가장동, 궐동, 금암동, 누읍동, 두곡동, 벌음동, 서동, 탑동 일대 433만㎡ 부지에 주택 3만1000채를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이 역시도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습니다. 이곳은 2009년 9월 이미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되고, 개발계획까지 확정됐던 전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사업자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금난을 겪으며 토지보상 등에 차질이 빚어지자 2011년 3월 지구지정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습니다. 이로 인해 오산세교 3지구를 1지구(면적·323만㎡)와 2지구(277만㎡)와 합쳐 1000만㎡가 훌쩍 넘는 대규모 신도시로 조성하려던 정부 계획도 무산됐습니다.이권재 오산시장은 정부 발표 이튿날인 지난 16일 지역언론인 설명회를 갖고 “세교3지구의 후보지 재선정으로 오산은 50만 자족형 커넥트시티로, 경제자족도시로 성장이 가능해졌다”며 “세교 1·2지구만 있을 때 발생하는 기형적 개발을 막고, 세교 1·2·3지구를 아우르는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 경제자족도시 오산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제주 화북 2지구는 제주시 도련일동, 화북이동, 양평동 일대 92만㎡ 부지를 조성하는 사업인데, 주택 5500채가 들어섭니다. 제주시의 균형개발이 주요 사업목적 가운데 하나입니다. 제주시는 서부권(연동 등)에 비해 화북2지구가 포함된 동부지역이 개발이 더딥니다. 이에 따라 도시 활력을 높이기 위해 동부권의 계획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제기돼 왔습니다. 정부도 이를 반영해 화북 2지구를 북쪽에 위치한 제주 동부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지구와 남쪽의 첨단과학기술단지(1·2단지) 등과 연계해 동부권을 대표하는 주거복합단지로 조성할 계획입니다.● 유력 후보지의 추가 가능성은그동안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던 고양 대곡, 하남 감북, 김포 고촌 등이 신규택지 후보지에서 모두 제외됐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모두 서울에서 가깝다는 이유로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여기에 고양 대곡은 서울 지하철 3호선과 경의중앙선, 서해선이 지나고 내년엔 GTX-A도 개통 예정입니다. 김포 고촌은 서울 강서구와 인접한 곳으로 GTX-D와 서울 지하철 5호선 연장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하남 감북은 서울 송파·강동구와 가깝고 서울외곽순환도로 등 광역교통망도 확보했습니다. 한마디로 신규 택지 후보지로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조건을 갖춘 셈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현 정부가 제시한 조건 4가지(⓵충분한 주택 수요⓶광역교통망 계획 ⓷난개발 방지 ⓸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조 가능성)을 만족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습니다. 특히 지역주민 및 지자체 협조 가능성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진현환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신규 택지 후보지 발표 직후 가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지역에서 주민 반발이 심하거나 단체장 협조가 없으면 본지구로 지정해 사업하기 힘들고, 좋은 입지라 하더라도 사업이 이뤄질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봤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선 개발에 대한 반발 여론이 적잖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하남 감북으로 원주민 개발 반대가 거센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0년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지정됐다가 주민 반대로 소송이 4년간 이어지며 보상비가 급증하면서 2015년 해제된 경력도 있습니다.여기에 이들 지역의 지가가 이미 많이 올라 토지보상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언론 등을 통해 이들 지역의 개발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자 투자수요가 몰리면서 토지 가격이 올랐고, 이는 토지보상 협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실제로 신규택지 조성 과정에서 토지보상은 사업 진행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걸림돌로 작용하기 일쑤입니다. 3기 신도시의 경우에도 2019년 발표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마무리가 안 된 상황입니다. LH에 따르면 하남교산과 인천계양의 토지보상율은 99.8%, 고양창릉은 94% 진행됐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종합부동산세의 계절이 곧 다가옵니다. 이달 20일경이면 과세당국이 종부세 고지서를 발송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물가의 고공행진에 갈수록 얇아지는 주머니 사정을 고려할 때 종부세는 적잖은 부담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올해 종부세를 부담해야 할 대상자와 납부세액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입니다. 우선 종부세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공동주택 기준)이 지난해 대비 18.63% 하락했습니다. 이는 2004년 공시가격 제도 도입 이래 최대 규모로 떨어진 것입니다. 여기에 종부세의 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격에 적용하는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크게 낮춰진 상태입니다. 반면 종부세 면제 대상인 기본공제금액은 6억 원에서 9억 원으로, 1세대 1주택자라면 11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각각 높여졌습니다. 이런 조건을 조합하면 종부세 납부인원과 납부세액은 2020년 수준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부과대상자와 납부세액이 지난해보다 크게 줄어든다는 의미입니다. 2022년 종부세 대상자는 133만 5000명, 고지세액은 7조 5000억 원이었습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납세자(76만 3385명)와 납부세액(3조 9006억 원)이 모두 배가량 늘어났습니다. 또 국회예산정책처가 올해 7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요청에 따라 분석한 결과, 올해 종부세(결정세액 기준)가 지난해 6조 7000억 원에서 올해 4조 3000억 원으로 36.8%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이제 관심은 내년도입니다. 지난해 크게 하락했던 집값이 올해 다시 상승 전환하면서 공시가격이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동주택 공시가격 산정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실거래가는 올해 들어 8월까지 5.13% 상승했습니다. 최근 오름세가 주춤해진 상태이지만 연말까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공시가격과 시세의 비율인 현실화율도 관건입니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평균 69.0%) 수준으로 동결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급등한 재산세(보유세+종부세) 부담을 줄여주려는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세수가 크게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년까지 현실화율을 묶어두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해 공시가격 산정업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주목할 만한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우선 최근 누리집에 ‘2024년도 적용 개별주택가격/개별공시지가 조사·산정지침’(이하 ‘2024년 공시가격 지침’)을 공개했습니다. 공시가격을 어떤 식으로 정할 것인가에 대한 밑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국토부는 또 내년 이후 적용할 공시가격 현실화율 개선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준비 중이라고 6일 밝혔습니다. 공청회는 20일 개최될 예정인데, 현장 참석이 어려운 경우 13일까지 국토부에 우편이나 이메일(waterlily8@korea.kr)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해야 합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게는 악몽이 됐던 종부세와 부동산 공시가격이 어떤 모습으로 변신할지 국토부 지침서와 공청회에 발표될 내용 등을 통해 미리 점검해봅니다. ● 개별주택 공시가격 대상 주택은 388만 채 국토부가 제시한 내년 공시가격 산정 작업의 대원칙은 ‘신뢰성·투명성·정확성 제고’입니다. 이를 위해 ▲정확한 공시가격 산정 ▲철저한 검증 ▲투명한 정보공개 등을 2024년 공시가격 지침의 핵심적인 과제로 선정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무리한 공시가격 인상으로 적잖은 사회적인 혼란이 빚어졌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입니다. ▶ 이를 바탕으로 내년 개별주택의 경우 조사 대상이 388만 채로 올해(389만 채)보다 1만 채 줄었습니다. 지은 지 오래돼 멸실된 주택이 제외된 것으로 보입니다. 개별주택은 공동주택(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 등)을 제외한 단독·다가구·다중주택과 주상용주택 등을 의미합니다. 전체 개별주택 가격 산정 기준이 되는 표준주택은 올해(23만 채)보다 2만 채 늘어난 25만 채가 선정됐습니다. 내년 조사에서 가장 강조된 것은 현장검증 강화로, 토지·주택 특성 협의 절차 과정이 별도로 신설됐습니다. 2022년 표준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신청을 수용한 사례 가운데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토지·주택 특성 협의를 위해 시장·군수·구청장은 관련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해야 합니다. 협의체는 전년도와 올해의 조사 대상 부동산의 특성 변경 사항과 조사 결과와 현장 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관련 사항에 대해 논의하는 일을 맡습니다. 시군구의 지가 조사 담당자, 주택가격 조사 담당자, 표준지공시지가 조사·평가 담당자, 표준주택가격 조사·산정 담당자 가운데 각 1인 이상 총 4명으로 구성됩니다.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변경되는 것도 적잖습니다. 예컨대 ‘공가’는 거주 또는 사용되지 않는 주택으로 개보수 및 대수선이 필요한 주택에서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으로 수정됐습니다. 또 상업용지에 전기충전소가 추가됐습니다. 다중주택의 1층 바닥면적 기준이 330㎡에서 660㎡(주차장 제외)로 확대되고, 공시가격 산정 전산시스템은 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KRAS)에서 운영되던 개별주택가격 산정업무를 분리해 독자적인 운영방식(‘부동산공시가격산정시스템(KOREPS)’)으로 운용합니다. 개별주택 공시가격안에 대한 열람 기간은 올해(3월 21일~4월 10일)보다 내년(3월 19일~4월 5일)이 3일 정도 줄어듭니다. 최종 결정 공시일은 내년 4월 30일로 정해졌습니다. ● 개별공시지가 조사 대상은 3535만 필지 표준지공시지가를 토대로 작성되는 개별공시지가는 3535만 필지로 올해(3502만 필지)보다 33만 필지 늘어납니다. 개척지나 필지 분할 등으로 조사 대상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됩니다. 표준지도 58만 필지로 올해(56만 필지)보다 2만 필지가 증가했습니다. 기본적인 절차는 개별주택과 동일합니다. 즉 토지-주택 특성 협의 절차가 신설되고 관련 협의체를 운영하며, 부동산공시가격산정시스템을 이용하기로 한 것입니다. 또 개별공시지가 결정 공시일도 4월 30일로 같습니다. 관련 법령 개정에 따라 변경되는 것도 개별지가와 마찬가지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골프장인데, 회원제 대중제 간이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것을 ‘3홀 이상의 골프 코스를 갖추고 경영하는 골프장 부지’로 통일해 적용합니다. 다만 유료주차장에 대한 정의는 조금 더 다듬어졌습니다. 현재는 유료주차장에 대해 도시·군계획시설 주차장으로 지정돼 주차장으로 이용되는 경우에 공공용지(주차장)으로 보고, 주택지대 내에서 사유지가 임의대로 유료주차장으로 활용되는 경우와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년에는 해당 주차장의 지목이 주차장이면서 도시·군 계획시설로 고시된 토지로서 사업이 착공 내지 완료된 경우 또는 지구단위계획으로 조성된 주차장 부지인 경우에는 공공용지로 조사하도록 명시했습니다. 또 토지 이용 상황에 따라 조사 내용이나 정보 정리 방식이 보다 구체화됩니다. 예컨대 개발사업지의 경우 ▲토지수용방식 ▲환지방식 ▲관리처분방식으로 구분한 뒤 사업 시기별로 조사하고 정리해야 할 내용을 구분했습니다. 시군구 공무원이 전담해 가격을 산정하는 개별주택가격과 달리 개별공시지가는 전문성을 요구하는 작업이어서 시군구 공무원 이외에 감정평가사나 감정평가법인 등이 투입됩니다. 내년 조사평가 작업에 참여하는 감정평가사는 1278명으로 올해(1220명)보다 58명 늘어납니다. 표준지가 2만 필지 증가하면서 지역별로도 표준지가 전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표준지는 일정 단위의 구역에서 ▲지가의 대표성 ▲토지특성의 중용성(일정 구역 토지의 특성빈도가 가장 높은 토지) ▲토지용도의 안정성(토지이용 상황이 안정적으로 상당기간 유지되는 토지) ▲토지구별의 확정성(위치 등을 확인하기 쉬운 토지) 등을 토대로 선정됩니다. ‘2024년 개별공시지가 지침’에 따르면 전국 250개 시군구별 표준지 현황을 보면 경북 경주시가 6695필지로 가장 많았고, 제주 제주시가 6590필지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밖에 경남 진주시(5531필지) 경북 안동시(5430필지) 경기 화성시(5424필지) 전남 순천시(5325필지) 여수시(5145필지) 전북 익산시(5097필지) 경기 평택시(5053필지) 등도 5000필지 이상의 표준지가 배정됐습니다. 서울의 경우 종로구가 2026필지로 25개 구 유일하게 2000필지가 넘었습니다. 뒤를 이어 성북구(1955필지), 중구(1645필지) 은평구(1435필지) 서초구(1376필지) 서대문구(1363필지) 강남구(1348필지) 마포구(1343필지) 관악구(1337필지) 강서구(1304필지) 등에서 모두 1300필지 이상의 표준지가 선정됐습니다. ●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대규모 손질 한편 내년에 적용할 공시가격 현실화율에 대한 공청회가 20일 개최됩니다. 이번 공청회는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의 세운 공시가격 현실화율 로드맵을 다시 손질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진행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유형에 따라 최장 2035년(아파트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끌어 올리기로 한 현실화율 제고 계획이 지나치게 가파른 공시가격 상승과 과도한 세 부담 증가로 이어졌고, 그 결과 국민 불편만 초래했다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청회에서는 기존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현실화 계획의 수정 및 보완 방안을 발표한 뒤 전문가들의 토론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발표자는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입니다. 조세재정연구원은 이미 지난해 11월 관련 연구용역에 대한 중간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조세재정연구원은 집값 하락 등을 고려해 현실화 계획을 1년 유예(동결)하되, 현실화율 목표치를 90%에서 80%로 10%포인트(p) 낮추고, 목표연도도 2040년까지 늘리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와 여당은 최종적으로 2년간 급등한 보유세 부담을 줄인다는 이유로 올해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고,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아파트는 당초 목표치 72.7%에서 69.0%로, 단독주택은 60.4%에서 53.6%로, 토지는 74.7%에서 63.5%로 각각 낮춰졌습니다. 이번 연구 발표 내용에는 당장 내년부터 시행될 현실화율을 제시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토부가 올해 8월 연구용역 입찰을 위한 제안요청서에서 요구한 과업들이 적잖기 때문입니다. 제안요청서에서 국토부는 크게 4가지를 주문했습니다. 우선 2024년 이후 적용될 현실화율 목표 재검토입니다. 즉 적정한 보유 부담 수준과 부동산 시장 상황,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서 목표치를 제시해달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국민들이 느끼는 공시가격에 대한 저항감을 최소화하라는 요구도 덧붙였습니다. 두 번째는 현실화율 목표 달성 기간과 달성 계획에 대한 재검토입니다. 부동산 유형이나 가격 구간별 균형성을 높이고, 보유 부담 급증이나 구간 변동에 따른 공시가격 급등과 같은 기존 계획의 문제점을 해결해달라는 것입니다. 기존 계획은 저가 주택 보유자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이유로 고가(15억 원 초과)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2025년까지, 저가(9억 원 미만) 공동주택은 2030년까지 각각 목표치의 90%에 도달하도록 차등 적용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의 경우 공동주택은 현실화율이 71.5%에 달했지만 단독주택은 58.1%에 불과했습니다. 또 같은 공동주택이라도 시세 15억 원 이상은 81.2%였는데, 9억 원 미만은 69.4%로 10%p 이상 벌어졌습니다. 세 번째는 예측하지 못한 경기 변동, 대내·외 여건 변화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비상대응방안(Contingency-Plan)’ 제시입니다. 현실화 계획이 기계적으로 적용됨에 따라 우려되는 보유세 부담 급증 등과 같은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탄력적인 조정장치를 마련해달라는 주문입니다. 여기에는 현실화 계획 일시 중단이나 현실화율 제고 방식 조정 등과 같은 방안이 포함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현실화율 제고를 위한 공시가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네 번째는 현실화율 제고에 따른 유관 제도에 미칠 영향력 검토입니다. 즉 공시가격 조정에 따라 발생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납세자 규모 및 납세액 변동, 지역가입자 건강보험료 및 피부양자 규모 변동에 대한 사전 영향력을 따져보겠다는 것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내년 집값은 상고하저(上高下低) 흐름을 보이며 2% 하락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1일 발표한 ‘2024년 주택·부동산 경기전망’을 통해 “정책 강화,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추가적인 자금 유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이 같은 전망을 내놨습니다. 올해 3분기(1~9월)까지는 지난해와 올해 초 발표된 각종 규제 완화와 40조 원에 육박하는 정책 금융,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 등의 영향으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자금 유입 수준이 당초 예상보다 커지면서 집값이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올 4분기(10~12월) 이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김성환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규제 완화에 따라 매수 심리가 연초 대비 회복됐으나 여전히 과거 대비 부담스러운 가격 수준, 고금리 장기화 우려, 대출 경직성 등으로 내년에는 현재 수준의 거래량이 지속되기 어려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7월 이후 회복 기미를 보였던 부동산시장은 최근 들어 주춤대는 모양새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2일 발표한 ‘10월 5주차(조사기준·10월 30일 기준)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매매가가 0.04% 올랐지만 상승폭은 전주(0.05%)에 비해 줄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기준금리와 주택담보대출금리 상승에 대한 불안 심리가 확산되면서 매수에 관심을 보였던 수요자들이 줄어들고, 매매시장의 전반적인 상승 동력이 떨어진 결과”라고 풀이했습니다. 이처럼 밝지 않은 시장 전망에 국토교통부의 내년 정책 방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재정투자가 시장 활성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리고 그 힌트를 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예산안(총지출 기준)은 60조 6471억 원으로, 올해(55조 7514억 원)보다 8.8%(4조 8930억 원) 늘어났습니다. 정부가 건전 재정 원칙에 따라 내년 총예산안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2.8% 증가하도록 편성한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증가율입니다. 국토부의 예산안은 ⓵국민 안전 ⓶주거 안정 ⓷민생 지원 ⓸미래 성장 동력 확충 ⓹지역 활력 제고 등 5가지를 기준으로 편성됐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신규로 추진하거나 금액이 대폭 상향 조정된 사업 가운데 부동산시장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되는 것들이 적잖습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지난달 말 펴낸 보고서 ‘2024년 예산안 위원회별 분석-국토교통위원회’를 토대로 눈여겨볼 만한 내년 국토부 사업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또 앞으로 진행될 국회 심의 및 의결 과정도 예상해보겠습니다. ● 전세사기 구제-대구경북신공항-호남선 고속화 등 본격화 국토부가 내년에 새로 추진할 사업은 모두 35개이고, 여기에 투입될 예산은 1409억 원입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사업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시행에 따라 편성된 ‘전세사기 피해방지 및 지원’(편성액·41억6700만 원)입니다. 다세대나 연립주택 등을 중심으로 전세금이 급락하면서 사회문제가 됐던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업무를 전담할 ‘전세사기 피해 지원 위원회 및 지원단’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비용입니다. 대구경북통합신공항건설(100억 원)도 주목할 만한 사업입니다. ‘군 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과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기존 대구시 동구에 있는 대구 공군기지와 대구국제공항을 폐쇄하는 대신 지어지는 공항입니다. 위치는 대구시 군위군 소보면과 경북 의성군 비안면에 건설될 예정인 공항으로. 대구시청에서 직선으로 약 47km 떨어진 곳입니다. 호남선 고속화 사업(100억 원)도 관심을 가져볼 만합니다. 대전시 가수원에서 충남 계룡을 거쳐 논산역까지 총 29.2km 구간의 철로 선형을 개량하는 사업입니다. 이 구간은 일제 강점기인 1914년에 건설된 이후 선형 개량이 되지 않아 곡선 구간의 기울기가 심하고, 철도건널목이 많아 철도 운행 안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왔습니다. 민관협력지역상생협약 사업(135억 원)도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편성됐습니다. 인구감소 지역 내 빈집이나 폐시설, 지역자원 등을 활용하여 주기적인 방문을 유도하고 생활인구 유입을 지원하기 위한 사업들이 추진됩니다.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등록 인구나 상주인구, 체류인구, 유동인구 등과 같은 기존의 인구수 통계 기준으로 책정되는 것이 아니라 올해 5월부터 적용하는 새로운 인구개념입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주민등록 등록인구’에다 ‘체류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를 더한 값입니다. 결국 그만큼 인구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생활인구를 도입하면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보다 인구수가 최대 1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 내년에 사업비가 크게 늘어나는 사업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이 가운데에는 일반철도 안전이나 시설개량 등도 있지만 가덕도신공항 건설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 출자, 분양주택 융자 등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큰 사업들도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가덕도신공항건설 사업의 경우 202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됨에 따라 보상비 및 설계비 등 소요 예산을 반영해 전년 대비 무려 4026% 늘어난 5233억 원이 증액됐습니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 출자 사업은 2023년에 기금운용계획에는 당초 편성되지 않았으나 기금운용계획 자체변경을 통해 3839억 원으로 계획액을 수정했고, 2024년 계획안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여력 확대를 위해 7000억 원으로 늘려 편성됐습니다. ● 저출산 극복 위한 신생아 특례대출도 신설 국토부는 매년 수조 원 규모로 추진하는 주택구입·전세자금 융자 사업 관련 예산을 내년에는 대폭 확대했습니다. 2022년 8조 5217억 원 수준에서 올해 11조 3164억 원으로 늘린 데 이어 내년에는 12조 3645억 원으로 추가 확대했습니다. 이 가운데에서도 주목할 사업은 ‘신생아 특례대출’입니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저출산 극복을 위한 주거지원 방안’에 포함된 사업입니다. “출산 가구의 주거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집 걱정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에 따라 추진되는 것입니다. 당시 정부는 저출산 극복 방안으로 ⓵출산가구 주택공급 지원 ⓶출산가구 금융지원 ⓷혼인·출산에 유리하게 청약제도 개선 등 3가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신생아 특례대출 관련 내용을 별도로 책정했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은 연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하며, 대상주택(주택가액·9억 원 이하, 전세보증금·5억 원 이하)과 대출한도(5억 원, 3억 원)는 기존 대출상품보다 완화됩니다. 또 대출신청일 기준 2년 이내에 아이를 낳은 가구로 2023년 출산가구부터 적용됩니다. 정부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토부는 2024년 주택구입자금 대출소요 추정액 34조 9000억 원 가운데 26조 6000억 원이 신생아 특례자금으로 이용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 전·월세 자금 대출소요 추정액 22조 원 가운데 7조 6000억 원이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가구 임차보증금대출 등으로 활용될 것으로 봤습니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기존대출상품과 비교해 소득요건은 높이고 출산가구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입니다. 이는 소득요건 상향을 통해 지원대상을 확대하되 실제로 아이를 출산한 가구로 지원대상을 제한하려는 취지로 분석됩니다. 국토부는 또 혼인 여부가 아닌 출산 여부를 기준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의 지원대상을 선정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즉 혼인 신고한 법률혼 부부가 아니더라도 아이를 출산한 부부가 소득이나 자산요건을 충족할 경우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경우 부작용도 우려됩니다. 부부 중 한 명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무주택자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신생아 특례대출 대상에서 제외되는데도, 혼인신고를 하지 않고 아이를 출산한 경우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신생아 특례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산정책처는 따라서 국토부가 신생아 특례대출이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지원과 이를 통한 출산율 제고라는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사업 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사전에 검토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8개 신공항, 국회세종의사당 등 건설사업 가속화 국토부 내년 예산안에는 논란이 적잖은 신공항 건설 사업도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가덕도신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서산공항, 백령도소형공항, 새만금신공항, 울릉도 소형공항, 제주 제2공항, 흑산도 소형공항 등 8개나 됩니다. 이를 위해 올해 대비 4배 가까운 5351억 9400만 원이 늘어난 6718억 800만 원이 편성됐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신공항 건설비용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등에 따르면 신공항 사업의 본격 추진에 따라 2023년에 3435억 원 수준인 항공·공항 부문 지출이 2027년 2조 7809억 원으로 연평균 68.7% 급증합니다. 또 신공항 건설사업이 포함된 일반공항 건설 및 관리 프로그램 지출은 연평균 86.2% 증가합니다. 예산정책처는 이런 적극적인 재정투자가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서는 원활한 사업 추진 및 예산 집행을 통해 공항을 적기에 준공하여 사업 목적을 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5년간(2018~2022년) 신공항 사업의 집행실적은 계획을 크게 밑돌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매년 예산액 대비 집행률이 50% 미만이었고, 5년간 평균 집행률은 39.9%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 유관 부처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내년에 142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올해(2235억 원)보다 무려 36.5%(815억 원) 줄었습니다. 이 가운데 눈여겨볼 사업은 국회세종의사당 건립사업입니다. 건설용지 확보를 위한 보상비 350억 원이 반영됐습니다. 국회세종의사당은 세종동 일대 63만1000㎡ 부지에 들어설 예정이며, 12개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머물 수 있는 의원 사무실과 회의실 등이 마련됩니다. 또 국회 사무처 소속 부서 일부와 국회도서관 분관, 국회예산정책처와 국회입법조사처 등이 이전하게 됩니다. 이러한 정부 예산안은 국회 심의와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국회는 이를 위해 1일 심의에 착수했습니다. 헌법에는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규정이 지켜진 경우는 손에 꼽습니다. 지각 처리가 다반사였고, 지난해의 경우 시한을 무려 22일 넘긴 12월 24일 새벽에 가까스로 의결 처리했습니다. 이는 국회 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가장 늦은 기록이었습니다.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로 1일 열린 예산안 심의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공청회’에서 여야가 팽팽히 맞서며 순탄치 않은 미래를 예고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재정 건전성을 강조하며 정부의 긴축 기조를 엄호한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비판하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 역할을 주문했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붕어빵틀에서 인공위성까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1년 12월 10일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 성동구 청계천로 530에 위치한 청계천박물관에서 기획전시를 개최했습니다. 이듬해 4월까지 진행된 이 전시회는 ‘청계천 기계공구상가’의 역사를 소개하는 내용들로 채워졌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이를 소개하는 보도자료의 제목으로 붕어빵틀과 인공위성을 거론한 데 대해 “일상적인 것에서 최첨단의 물건까지 가능한 곳, 청계천의 넓은 제작 스펙트럼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여겨졌던 ‘세운상가 일대 청계천을 한 바퀴 돌면 탱크도 만들 수 있다’는 말이 실제로 가능한 일임을 보여주겠다는 뜻입니다. 당시 전시에선 청계천에 붕어빵틀을 제작 의뢰한 뒤 일주일 만에 만들어지는 제작과정을 영상에 담아 소개했습니다. 또 미디어아트 작가 송호준이 청계천에 의뢰해 만든 인공위성(‘OSSI-1’)을 2013년 4월 카자흐스탄에서 우주로 쏘아 올리는 과정을 담은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은’을 무료로 상영했습니다. 제작 당시 공정에 참여했던 청계천 기술장인의 작업 일부를 재현하는 이벤트도 진행됐습니다. 최근 청계천 기계공구상가 일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이곳을 포함한 주변 일대를 재정비하기 위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하 ‘변경안’)을 확정하고 지난 25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주민공람을 진행 중입니다. 변경안은 종로구 종묘에서 중구 퇴계로 일대 약 43만㎡ 부지를 대규모 녹지공간과 업무 및 주거용 건물, 다양한 문화·상업시설이 어우러진 ‘녹지생태도심’으로 바꾸기 위한 재개발 사업 시 반영해야 할 지침입니다. 핵심은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1km 정도를 남북으로 가로질러 세워진 세운상가 전체를 공원(존치정비구역)으로 만들고, 세운상가 좌우에 위치한 기계공구상가나 인쇄소 밀집지역 등은 고밀 개발을 통해 직주 근접이 가능한 복합업무단지로 바꾸겠다는 것입니다. 이는 오세운 서울시장이 33대 시장(2006년 7월 1일~2010년 6월 30일)으로 재직하던 2006년에 추진했던 재정비계획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됐던 국내 부동산 경기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여기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시절(2011년 10월 27일~2020년 7월 9일)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 관리 방향을 개발 대신 보전과 재생으로 바꾸면서 동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서울시의 이번 변경안에 대해 여전히 반대와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특히 세운상가가 지닌 근대 서울의 역사적 가치를 송두리째 뽑아 버리는 일이 마냥 옳으냐는 지적이 적잖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상가군을 없애고 조성한 녹지축 주변으로 남산의 경관을 가리게 될 초고층 건물군을 조성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합니다. 서울의 한복판에 자리한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가 지닌 역사적 가치가 무엇인지, 현재 상황은 어떠한지, 서울시가 그리는 미래는 어떻게 될지를 짚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운상가, 신문화의 전진기지 세운상가는 서울 종로구 종로3가와 중구 퇴계로 3가까지 남북으로 연결된 주상복합상가 건물 7곳을 통칭하는 이름입니다. 일반적으로 ‘세운상가’로 불립니다. 세운은 1966년 4월 서울시장으로 부임한 김현옥 시장이 ‘세계(世界)의 기운(氣運)이 이곳에 모이라’는 뜻에서 붙인 것이었습니다. 건물은 모두 8개였는데, 현재는 7개만 남아 있습니다. 북쪽(종로3가)에서 남쪽(퇴계로3가)으로 세운상가(현대상가)-세운상가 가동-청계상가-대림상가-삼풍상가-풍전호텔(현 호텔PJ)-신성상가(인현)-진양프라자의 순으로 배치돼 있습니다. 종묘 바로 앞에 위치했던 세운상가(현대상가)는 2008년 철거되고, 현재는 공원(세운초록띠공원→다시세운광장)이 조성돼 있습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2010년 발행한 책(‘세운상가와 그 이웃들’)에 따르면 세운상가의 뼈대는 일제강점기에 조성된 ‘소개공지대(疏開空地帶)’입니다. 이는 시가지에 화재가 났을 때 주변으로 번지는 일을 막기 위해 대규모 직선형으로 조성하는 빈터입니다. 미국과 전쟁을 치르던 일제는 일본의 주요 도시가 폭격받고, 제주와 부산 근처에 미군기가 출현하자 1945년 3월 ‘한반도 내의 도시소개대망’을 세운 뒤 서울에 5곳의 소개공지대를 결정합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세운상가 자리로, 규모가 폭 50m, 길이 1km에 달했습니다. 일제가 미국에 항복하고 해방이 되자 텅 빈 공터였던 이곳에 무허가 건축물이 난립합니다. 해외 교민과 북쪽에서 내려온 이주민,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모인 농촌지역 주민들이 거주하는 집이었습니다. 서울시는 한국전쟁 이후 복구계획을 세우고 이곳에 도시계획도로를 건설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재정 부족과 행정력 부재 등으로 계획은 실현되지 못합니다. 그 결과 무허가 건축물은 더욱 늘어났고, 지역 환경은 갈수록 나빠졌습니다. 게다가 일대에 대규모 사창가도 형성되자 여론의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소개공지와 주변 지역 환경정비를 위한 도심부 불량주택지대 재개발을 주요 시정계획으로 정합니다. 그리고 도로 대신 세운상가를 건설하기로 결정합니다. 이 과정에 김현욱 시장은 재개발지구 지정-계획 수립-건축물 철거를 동시에 진행하는 불도저 같은 추진력을 보였습니다. 건설공사도 거침없이 진행됐습니다. 1966년 9월 8일 첫 기공식이 거행됐는데, 이듬해인 1967년 11월 17일 첫 상가(현대상가)의 준공식이 진행됐을 정도였습니다. 이를 통해 2000개가 넘는 점포와 호텔 객실 177실, 주거용 아파트 851채가 들어서는 초대형 주상복합 건축물이 들어섭니다. 세운상가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개념들이 많이 도입됐습니다. 8~17층 높이의 건물 1~4층에는 상가를 넣고, 5층 이상에 아파트를 배치한 국내 최초의 주상복합건물이었습니다. 당초 계획에는 1층은 자동차 전용도로와 주차장으로 구상됐으나 최종적으로는 상가가 들어섰습니다. 또 전체 상가군을 세운상가(현대상가)+세운상가 가동, 청계+대림상가, 삼풍상가+풍전호텔(현 호텔PJ), 신성(인현)상가+진양프라자 등 4개 지구로 나눈 뒤 일상 도시 생활에 필요한 동사무소, 파출소, 은행, 극장, 초등학교 등을 배치했습니다. 주변 지역의 개발을 고려해 생활거점지역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습니다. 특히 4개 상가군은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종로와 을지로, 퇴계로 일대에 이미 활성화돼 있던 산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배치했습니다. 예컨대 세운상가(현대상가)와 세운상가 가동은 전자제품, 청계+대림상가에는 기계·조명·건축자재 관련 시설을 유치하는 식입니다. 사람이 걷는 보행로와 차들이 다니는 도로를 분리하는 ‘보차분리’도 도입됐습니다. 이를 위해 보행로는 3층에 설치한 데크를 활용하게 했습니다. 이를 통해 종묘에서 퇴계로까지 1km 거리를 걸어서 통행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아파트는 당시로서는 최첨단 시설을 고루 갖춘 최고급이었습니다. 1968년 10월 14일 자 동아일보에 실린 분양 광고에는 ‘실내 전체 스팀 난방, 온수, 냉수 상시 공급, 수세식 화장실과 최신욕조와 샤워 설비, 주부실(안방)은 스팀식 온돌 장치, 어린이 놀이터 설치’와 같은 홍보문구가 보입니다. 상가 시설에는 TV, 냉장고, 오디오 등 각종 전자기기는 물론 국내 최초 대형 슈퍼마켓, 미용체조실(헬스장), 실내골프장, 사우나 등 당시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기능들이 최초로 입점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세운상가는 신문화의 전진기지였습니다. ● 세운상가, 도심 팽창에 외면받다 1967년 처음으로 모습이 공개됐을 때 세운상가에 대한 기대는 컸습니다. 세운상가로 인해 서울의 상업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기존 백화점은 건물이 낡고, 거의 임대방식의 소매인이 운영하는 잡화점 수준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는 지하철이 다니지 않던 시기였으므로, 종로 중구 등 도심으로 걸어 다닐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됐습니다. 그 결과 세운상가에는 당대 최고 유명인사와 고위 관료 등이 입주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하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세운상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판의 이유는 크게 3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지적입니다. 인접 지역의 건축물과 비교할 때 너무나 크고,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서울시의 도로 축을 단절시킨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녹지축 단절을 유발했다는 문제입니다. 북악산-창덕궁-종묘로 이어지던 녹지가 남산으로 이어지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셋째는 3층에 보도를 둔 보차도 분리 시도에 대한 비난입니다. 동서 방향 중심인 서울시 교통흐름에 남북 방향의 도로를 설치해 방해했다는 것입니다. 또 보행로를 3층에 둠으로써 1층 공간이 주차차량, 통과차량, 보행자가 엉키는 혼잡만 유발했다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처럼 서울시의 도시형성 질서를 거스르는 건물군의 배치는 결과적으로 동서로 이어지는 도시축의 흐름을 단절하고, 주변 지역의 개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도 주지 못한 것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또 계획의 도와 달리 세운상가 좌우측에 위치한 주변 상권의 기능 연계마저 막고, 활성화를 저해한다는 지적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설계를 주도했던 윤승중 원도시건축 명예회장은 책(‘세운상가와 그 이웃들’)에서 이에 대해 “(세운상가를) 계기로 주변에 영향을 줘서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것을 기대했지만 70년대까지는 경제적인 능력이 따라오질 못하면서 주변 지역 개발이 안 됐고, 80년대 이후에는 서울시가 재개발지구로 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여기에는 1970~1990년대까지 가파른 경제성장과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난 인구와 자동차 등으로 도심 교통난이 심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서울역사편찬원에 따르면 1960년까지 244만 명에 불과했던 서울 인구는 1970년 543만 명, 1980년 836만 명으로 폭증합니다. 자동차는 1961년 4506대에서 1970년 3만 4870대, 1980년 13만 505대로 수직상승합니다. 세운상가의 쇠퇴는 주거시설부터 나타나기 시작됐습니다. 1970년대 강남개발이 본격화되고, 한강변에 대형 공급 아파트가 건립되면서 거주민들의 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상권도 1970년대 명동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 미도파 롯데백화점 등이 잇따라 개관하면서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잃게 됩니다. 직격탄은 세운상가의 주력이던 전기·전자업종이 1977년 도심부적격 업종으로 지정되고 도심 외곽으로 이전하는 정책이 결정된 일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1983년 서울 용산구 일대에 위치한 청과물시장을 송파구 가락동으로 이전시키고, 그 자리에 대규모 가전제품 판매단지를 조성하기로 결정합니다. 이어 1987년 용산 전자상가가 가동되고, 1998년 서울 광진구에 테크노마트가 들어서면서 상인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습니다. 이후 역대 서울시장들은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 재정비계획을 세우고, 세운상가 전면 철거 등을 추진했지만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의해 급제동이 걸립니다. 2014년 세운상가 철거와 주변 8개 구역을 통합개발하는 계획을 전면 취소하는 대신 전체를 171개로 쪼개 분할 개발하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데 뚜렷한 성과가 나지 않자 박 전 시장은 2020년 3월 발표한 ‘세운상가 일대 도심산업 보전 및 활성화 대책’을 통해 “‘개발·정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세운상가 일대의 미래 관리 방향을 ‘보전·재생’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아예 재개발이나 철거 대신 기존 시설의 유지 관리에 초점을 맞춰 관리해나가겠다는 의미였습니다. ● 세운상가 자리에 연트럴파크 4배 녹지축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 24일 발표한 ‘세운재정비촉진계획 변경안’(이하 ‘변경안’)은 다시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의 대대적인 변신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그 필요성에 대해 변경안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재개발이 좌초된 세운지구에는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97%에 달하며, 붕괴 화재 등에 취약한 목조 건축물도 57%에 이른다”며 안전에 취약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여기에 사업체 수와 종사자 수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면서 세운상가와 주변 일대의 경쟁력 약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최근 작성한 ‘서울도심 기본계획-2023년’에 따르면 세운상가 주변 지역 사업체 대표자의 70% 이상이 50대 이상이며, 2017년 사업체 1곳당 매출액은 2010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여기에 도심 공동화 현상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재정비촉진지구 내 정비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공실이 늘어났고, 2020년 1월 유동 인구는 전년 동월 대비 3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게다가 난개발 조짐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변경안의 핵심은 미국 뉴욕 맨해튼이나 일본 도쿄처럼 도심에서 일하면서 근처 녹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여가 활동까지 누리게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세운상가를 이루는 7개 노후 상가를 공원으로 바꾸기로 하고, 삼풍상가와 풍전호텔(호텔 PJ)을 도시계획시설 상 공원으로 결정했습니다. 7개 상가 중앙 지점부터 공원화해 위아래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구상입니다. 공원으로 지정된 토지는 협의 매수 대상이 돼 서울시가 토지 소유주와 가격을 놓고 협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서울시는 소유주와 협상을 시도하되 결렬되면 수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북악산-창덕궁-종묘-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약 14만㎡ 녹지 축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연트럴파크(경의선숲길공원·3만4200㎡)의 무려 4배 크기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 과정에서 박원순 전 시장이 1100여억 원을 투입해 만든 공중보행로는 철거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서울시는 공중보행로 사업과 세운지구 개발 사업 간 연결성이 없어 별도로 추진계획을 세워 처리 방안을 고민하겠다며 직답을 피하고 있습니다. 주변 지역은 세운상가 개발과 묶어 통합 재개발을 유도해나갈 방침입니다. 우선 블록별로 공원을 조성하고 주변 건물들 전면부는 공원과 연결할 계획입니다. 지하공간을 통합 개발해 자동차가 지상으로 다니는 것을 최소화하고, 남은 공간은 직선 형태의 공원으로 만들 예정입니다. 또 청계천과 도심공원 일대에는 도심 공동화를 막고, 직주(직장·주거) 혼합도시를 구현하기 위해 1만 채 규모의 도심 주거단지도 조성합니다. 개발되는 주택의 10%는 도심형 임대주택으로 만들어 직장인, 청년, 신혼부부 등에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종묘~퇴계원 일대에 위치한 각종 영화관이나 공연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국내 영화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충무로를 도심 문화거점으로 활용하고, 을지로 일대 도심공원 지하에 1200석 규모의 대규모 뮤지컬 전용 극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런 서울시 계획이 순탄하게 진행되기에는 적잖은 걸림돌이 있습니다. 우선 기존 소유주나 상가 영세 임차인들 반발입니다. 실제 세운지구 일대 상가주 등 일부 주민은 서울시 수용계획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에 세운상가에서 활동하는 영세 임차인들의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우려도 해결과제입니다. 세운지구의 대표적인 업종이자 가장 비중이 큰 인쇄업종의 경우 종사자 수만 1만 4000명으로 추산됩니다. 그런데 이들의 90%가량이 5인 이하 사업장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공시가격의 신뢰성·투명성·정확성 높인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15일 발표한 보도자료,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방안’(이하 ‘개선방안’)의 제목입니다. 공시가격은 현재 67개 행정제도의 기초자료로 활용됩니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상속증여세 등 조세 ▲건강보험료 ▲각종 부담금 ▲기초연금, 국가장학금, 근로장려금 등 각종 복지제도 ▲보상 소송 경매 등 각종 토지보상 ▲국·공유재산의 담보 제공이나 사용료 산정 등에 사용됩니다. 그만큼 국민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셈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산정근거 미공개, 외부검증 미흡 등과 같은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게다가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직접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인 부동산 정책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무리한 공시가격 현실화가 꼽힙니다. 집값이 급등한 가운데 공시가격을 시세에 빠른 속도로 맞춰나가는 과정에서 재산세가 폭등하는 등 적잖은 부작용이 뒤따랐기 때문입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이 공약과 정부 출범 초기 국정과제에 ‘공시가격의 투명성과 정확성 제고’를 약속했고, 이번 발표는 그 결과물입니다. 부동산 공시제도의 토대가 되는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약칭 ‘부동산공시법’)은 1989년 지가산정의 기준을 정하고, 토지·건물·동산 등의 적정한 가격 형성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도입됐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23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수정작업이 이뤄졌습니다. 특히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방식의 방향을 정하는 수술은 3차례나 진행됐습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좌파 정부에서 추진됐습니다. 대부분 공시가격의 균형성과 형평성 제고 등을 명목으로 공시가격 올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즉 공시가격과 시세의 격차를 줄이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제고가 핵심이었습니다. 반면 4번째가 될 이번 작업은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도 제고에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공시가격이 폭등하면서 이에 대한 국민 불신이 높아진 탓입니다. 다만 이번 개선방안에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빠져 있습니다. 국토부는 별도로 로드맵을 만들어 다음 달 발표 예정인데, 목표치(현실화율 90%)가 낮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민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정치적으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번 4차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방안을 톺아보겠습니다. ●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3차례 수술 부동산공시법은 1980년대 말 전국을 휩쓸었던 부동산 투기 열풍이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올랐던 노태우 정부 때인 1989년 4월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제정됐고, 같은 해 7월부터 시행됐습니다. 이전까지 공시가격은 기준지가(활용·공공보상, 주무부처·건설부(현 국토교통부)) 시가표준액(지방세, 내무부(현 행정안전부)) 기준시가(국세, 국세청) 등으로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사용됐습니다. 이를 통합해 공신력을 높이고, 공적 지가체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겠다는 데 법 도입 목적이었습니다. 부동산 공시제도 개발작업에 직접 참여했던 채미옥 (사)연구그룹 미래세상 이사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국토연구원이 발행하는 ‘월간국토’에 게재한 에세이(‘부동산 공시가격제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통해 “전국적인 부동산 투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의 과세대상 필지에 대해 동일한 시점과 기준으로 시장 상황을 반영한 지가정보가 필수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국내 부동산 공시제도가 독자적인 노력을 통해 개발됐는데도 일본의 공시지가제도를 베낀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이는 정부와 업계, 연구기관의 긴밀한 업무협의와 협조체제를 통해 지가체계를 일원화하는 데 성공했지만 일본의 공시지가제도라는 명칭을 사용하면서 자초한 결과였습니다. 채 이사는 이에 대해 “▲기존 기준지가정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외국제도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부처 간 경쟁의식을 잠재울 수 있다는 장점 ▲국내 연구진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제도보다는 외국에서 사용하는 제도라야 안도하던 사회 분위기 등이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습니다. 당시에도 1993년까지 토지 과세기준의 현실화가 목표였지만 지가가 급등하면서 목표 달성에는 실패합니다. 이후 지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공시가격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거친 뒤 1999년 하반기 이후부터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에 김대중 정부는 집권 3년 차인 2000년에 공시지가 현실화 계획을 발표합니다. 지가변동률을 웃도는 적극적인 공시지가 조정을 통해 시세반영률을 2005년까지 9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이때에도 현실화율의 기준이 되는 시세 산정에 개발이익 등을 배제함으로써 목표를 이루지 못합니다. 두 번째 수술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5년에 진행됩니다. 집권 내내 규제 정책을 쏟아내며 부동산과의 전쟁을 치렀던 노무현 정부는 종합부동산세 등의 보유세 과세표준을 산정하기 위해 정부가 모든 건물과 부속 토지를 일체로 평가해 가격을 공시하는 ‘주택가격공시제도’를 도입합니다. 이로 인해 공시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쏟아졌고, 우려는 현실화됐습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처음으로 산정된 2006년 16.20%를 보인 데 이어 2007년에는 22.73%로 치솟은 것입니다. 표준지도 2005년 26.25%, 2006년 17.81%, 2007년 12.40%로 두 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갔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11월에 내놓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 역시 공시가 현실화율 제고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공시가격의 균형성을 높이고, 형평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에서 공동주택은 2025~2030년까지, 단독주택은 2027~2035년까지, 토지는 2038년까지 모두 현실화율을 90%로 끌어올리기로 했습니다. 적정가격보다 낮게 공시하는 관행이 지속되면서 평균 현실화율이 50~70% 수준에 불과한 데다, 주택 유형이나 주택 금액별 현실화율이 제각각이어서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현실화 제고, 세율 인상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면서 보유세 등 국민 부담 확대를 초래했고, 부동산 유형별 차이를 반영한 현실화율 제고 속도 차등 적용은 불균형만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발생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는 민심 이반을 불러왔고, 2021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패배와 이듬해 5월 대선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정확한 산정-검증 강화-투명한 결과 공개 국토부가 이번에 내놓은 개선방안은 크게 ⓵정확한 공시가격 산정 ⓶철저한 검증 ⓷투명한 정보공개 등 세 갈래로 나뉩니다. 정확성 제고를 위한 정책과제는 모두 6가지입니다. 우선 첫 번째는 조사에 필요한 인원 투입 확대(현재 520명→650명+α)와 업무 조정 통한 업무 부담 최소화입니다. 두 번째는 가격 산정에 필요한 기초자료 보강입니다. 특히 지자체가 층, 면적, 구조 등과 관련한 주택의 물리적 특성 변화를 수시로 갱신하는 과세대장을 공시가격에 산정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을 내년 상반기 중 개정하기로 했습니다. 세 번째는 조사자의 현장 조사 강화입니다. 현장 조사 결과와 건축물대장 등과 같은 공부가 일치하는지를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점검하겠다는 것입니다. 네 번째는 가격 산정 역량 강화를 위한 담당자 교육 강화와 산정시스템 고도화, 지자체의 평가지표 개선 등입니다. 특히 지자체 업무평가 시 자체적인 공시가격 산정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을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됩니다. 다섯 번째는 지자체가 개별공시가격을 산정할 때 사용하는 비준표의 신뢰도 높이기입니다. 이를 위해 비준표 배율을 정비하고, 통계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가칭)비준표 검증위원회’가 구성됩니다. 마지막으로 조사자의 업무 부담을 줄이면서 객관적인 공동주택가격 산정이 가능한 ‘자동산정모형(AVM)’의 적용입니다. AVM은 부동산원이 2021년 자체 개발한 것으로, 실거래가격 등 다양한 정보를 활용해 해당 부동산가격을 자동으로 산출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철저한 검증은 ⓵공시가격 검증센터를 통한 상시검증제도 도입과 ⓶지자체의 공시가격 검토기능 확대 ⓷이의신청 검토기관 독립 등 3가지로 추진됩니다. 공시가격검증센터는 올해 서울시를 대상으로 세부 절차나 운영방식 설계를 위한 연구용역을 실시한 뒤 내년 중 2~3개 시도에 시범 적용할 예정입니다. 검증센터는 이의신청에 대한 1차적 검토 권한도 갖습니다. 투명한 정보공개는 ⓵특성조사 객관화와 등급 공개 ⓶소유자 대상 정보공개 확대 ⓷공시가격 조사·산정 담당자 실명제 확대 등 3가지입니다. 특히 내년부터 아파트의 층,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에 등급을 매겨 단계적으로 공개할 방침입니다. 그동안 로열층(통상 중간층)을 기준으로 층별 가격 차이를 나타내는 비율인 ‘층별효용비’가 세대 별로 공개되지 않아 공시가 신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 포레의 경우 조사자가 세대별 층별효용비를 모두 동일하게 적용했고, 이후 검증 과정에서도 걸러지지 않아 2019년, 2개 동 아파트 230채의 공시가격이 모두 정정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국토부는 내년 상반기에 국민 관심사가 높고 등급화가 상대적으로 쉬운 층(최대 7등급)·향별(8방향) 등급부터 먼저 공개할 예정입니다. 이어 조망(도시·숲·강·기타 등)과 소음(강·중·약) 등 조사자 주관이 적용되는 항목에 대해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26년까지 등급 공개를 추진합니다. ● 공시가 현실화율 목표 90%에서 80%로 낮아질 듯 한편 이번 개선방안에는 빠져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내달 중 발표될 예정인데, 시세의 90% 수준 달성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목표는 폐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토부가 지난해 6월 발표한 보도자료(‘공시가격 현실화 재검토 연구용역 추진’)를 통해 “현행 현실화 계획은 목표 현실화율(90%) 수준이 높다”며 “적정가격의 개념과 해외사례 등을 고려하여 현행 목표 현실화율의 적절성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해 11월 국토부 의뢰로 진행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면서 90%인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율 90%를 유지할 경우 집값 급락 시 공시가격이 실거래가를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판단 근거입니다. 다만 연구 과정에서 현실화율을 8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당시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는 불안한 시장 상황으로 인해 결론은 내리지 않았습니다. 국토부는 이를 토대로 올해 8월 다시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연구용역’을 발주했습니다. ‘부동산공시법’ 취지와 국민의 보유세 부담 적정 수준, 부동산 시장 상황, 경제 여건 등을 고려해 현실화율 목표치를 새로 제시하는 게 핵심과제입니다. 또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격 간 역전현상 최소화 등 공시가격에 대한 국민 수용성 제고도 고려”라고 덧붙엿습니다. 지난해 11월 조세재정연구원이 내놓은 용역결과를 반영하라는 의미입니다. 이와 함께 현실화율 목표 달성 기간 및 달성계획 재검토와 예측하지 못한 경기 변동, 대내외 여건변화 등에 적용할 수 있는 ‘비상대응방안’ 을 제시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현실화 계획의 기계적 적용에 따른 보유세 부담 급등 증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탄력적인 조정장치’도 요구했습니다. 여기에서 탄력적 조정장치는 현실화 계획 일시 중단을 뜻합니다. 필요에 따라서는 현실화율 제고를 위한 공시가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공시가격 상승률을 떨어뜨리는 장치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세와는 별개로 매년 오르도록 한 공시가격 현실화율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2024년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5.6%가 적용돼야 합니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국민 세 부담 완화 차원에서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렸습니다. 그 결과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72.7%에서 69%로 낮아진 상태입니다. 일각에서는 현실화율 목표가 90%에서 80%로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실제로 미국 등 일부 선진국은 세금을 부과하는 기준금액을 시세의 80~90% 수준에서 책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7일(이하 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본거지인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가운데 12일엔 대규모 병력과 탱크, 장갑차 등을 집결시켰습니다. 13일에는 가자지구 북부 팔레스타인 거주민들에게 24시간 내에 가자지구 남부로 대피하라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우려스러운 점은 군사력은 이스라엘이 월등히 앞서지만 지난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 전쟁처럼 이번 무력충돌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하마스보다 전력이 강한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향한 공격을 지속하고 있어 전면전 가능성마저 예상됩니다.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미국과 하마스의 배후세력으로 지목받는 이란의 대리전 혹은 ‘신(新)중동 전쟁’으로 비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스라엘 지지를 선언한 미국이 하마스의 배후 지원 의혹을 이유로 이란의 원유 수출 대금 60억 달러(12일 환율 1338원 기준·약 8조 원)를 다시 동결한 것은 이런 우려를 키웁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세계 경제에 또 하나의 전쟁 리스크가 덮친 셈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이번 전쟁이 유가 급등을 초래하는 수준으로 확대된다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자극해 세계 경제가 위협을 받을 수 있다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11일 진행된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확대돼 유가가 10% 상승하면 1년 후 인플레이션은 0.4%포인트(p) 증가하고, 글로벌 생산은 0.15%p 감소하면서 이미 어려운 환경에 있는 각국 중앙은행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 경제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국제 경제 위축은 수출 반등을 기반으로 한 경제 회복 전략을 물거품으로 만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내수 경기 침체에 따른 부동산시장 부진으로 고통 받으면서 해외건설 시장에서 탈출구를 모색해왔던 건설업계에는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현 정부가 출범 이후 공을 들여왔던 ‘제2 중동 건설 붐’ 조성 작업에도 차질이 우려됩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건설프로젝트 ‘네옴시티’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가운데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팔레스타인 지지’ 발언이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자칫 전체 프로젝트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았던 자잿값이 또다시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는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 회복에 또다른 악재가 될 수 있습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무력충돌이 국내 건설업계에 미칠 파장을 짚어보겠습니다.● 9월까지 수주실적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 현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경기 침체의 돌파구로 해외건설 수주 활성화를 삼았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국토교통부 장관을 단장으로 ‘제2의 중동 붐을 견인할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을 출범시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초 UAE를 방문해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수주 활동 지원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 ()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235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224억 달러)보다 5%가량 늘어났습니다. 이는 2015년(9월 누적수주액·345억 달러) 이후 가장 많은 수주액입니다. 올해 수주 상황을 보면 5월까지는 지난해 수준에 못 미쳤지만, 6월 17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실적을 뛰어넘었습니다. 이어 8월에 200억 달러를 돌파했고, 9월까지 기세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해외건설협회는 이에 대해 “수주 유력 공사의 입찰 결과 발표 및 계약이 지연되면서 6월 중순까지는 실적이 저조했지만, 이후 예고됐던 대형 공사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해외건설 수주목표 ‘350억 달러+α’ 달성 가능성도 높아졌습니다. 해외건설 수주액은 2007년 이후 2015년까지 398억~716억 달러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2016년 이후에는 223억~351억 달러대의 박스권에 갇혀 있습니다. 올해 수주액을 지역별로 보면 국내업체의 텃밭인 중동지역에서 9월 말까지 80억 달러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6억 달러)을 20% 넘게 웃돌았습니다. 태평양·북미, 중남미 지역의 성장세도 눈에 띕니다. 올 9월까지 수주액은 각각 74억 달러, 13억 달러로 이미 지난 한 해 실적을 넘어섰습니다. 공종별로는 산업설비가 110억 달러로 전체 수주액의 절반 수준인 46.8%를 차지합니다. 이어 건축(90억 달러) 전기(15억 달러) 토목(13억 달러)의 순으로 뒤를 잇습니다. 업체별로는 삼성물산(58억 달러)과 현대건설(56억 달러)이 근소한 차이로 1, 2위를 달리는 가운데 현대ENG(29억 달러) SK에코ENG(18억 달러) 대우건설(17억 달러)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건설업계에서는 당초 올 4분기(10~12월)에도 활발한 해외공사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현대건설의 경우 사우디에서 네옴시티 터널 프로젝트와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파니아 가스전 프로젝트 등에 대한 수주를 기대했습니다. 이밖에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삼성ENG, ㈜한화 건설부문 등도 중동지역에서 공사 수주에 공을 들여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거나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하면 중동지역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공사 발주나 계약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전체 사업비가 50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는 무력 충돌이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신 중동전쟁으로 비화 시 자잿값-분양가 자극 우려 건설업계는 무력 충돌이 해외공사 수주보다는 국내 건설공사비에 미칠 영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2022년부터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전세계적인 금리 인상 등의 영향으로 원재자값이 크게 오르면서 공사비 부담이 껑충 늘어나고 아파트 분양가가 크게 오르는 등 이미 적잖은 부작용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공사비 부담 증가를 보여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가 건설공사비지수입니다. 원자재와 인건비,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를 지수로 나타낸 것인데, 공사비 수준을 보여줍니다. 한국건설기술원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51.26으로 전월 대비 0.01%, 작년 동월 대비로는 2.99%가 올랐습니다. 이처럼 지수가 오른 데에는 경유(17.39%), 휘발유(9.91%), 전지(6.52%), 플라스틱 1차 제품(0.57%), 강화 및 재생목재(0.32%) 등의 가격 상승이 큰 몫을 차지했습니다. 건설자재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유가 불안 소식에 시멘트업계는 비상이 걸린 상태입니다. 국제유가 상승은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유연탄 가격의 상승 요인이 되고, 이는 시멘트 가격 상승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뒤 대표적인 유연탄 수출국인 러시아로부터 수입물량이 줄면서 국내 공사비가 폭등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치솟고 있는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또다시 자극할 수도 있습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R114’가 올해 들어 7월 초까지 공급된 민간 아파트 분양가를 분석한 결과, 3.3㎡(공급면적 기준) 기준 평균 분양가가 1908만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민간 아파트 평균분양가(1467만 원)보다 약 30% 이상 높아진 가격입니다. 중저가로 분류되는 분양가 6억 원 이하 아파트 비중도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2021년까지만 해도 분양가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전체 민간분양 아파트의 90.5%를 차지했습니다. 9억 원 이하로 범위를 넓히면 97.6%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6억 원 이하 비중이 72% 수준으로 크게 내려앉았습니다. 9억 원 이하도 91.3%로 떨어졌습니다. 이처럼 분양가가 급등한 데에는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의 사실상 폐지와 함께 철근, 시멘트 등 아파트 필수자재 가격 상승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특히 철근은 2021년 초 t당 70만 원대였지만, 지난해 100만 원을 돌파했고, 최근까지도 90만 원 후반대에 머물러 있습니다. 시멘트 가격도 2021년 초 t당 7만 5000원에서 올해 7월 기준 12만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습니다. 주택업계는 이에 대해 “고분양가는 결국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부담이 되고,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스라엘-하마드의 무력충돌이 신중동전쟁으로 비화한다면 업친 데 덮친 격이 될 것”이라며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습니다.●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정부와 건설업계 무력 충돌이 이스라엘에 국한된 상황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없지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중동 지역에 파견된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는 게 건설업계의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중동에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건설 사업에서 전쟁 등 예상하기 어려운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며 “기존 사업과 추후 발주의 일정이 지연될지를 지켜보면서 대응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업체 관계자도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주변국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다만 양측의 무력충돌이 주변으로 확대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중동 현장 근무자들에게 준비 상황을 점검하도록 지시해둔 상태”라고 밝혔습니다. 정부도 상황 변화를 집중 점검하면서 필요한 대책을 마련해나간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를 주재하면서 “향후 사태의 전개를 낙관할 수 없는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며 “금융·외환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24시간 점검하는 한편 상황별 대응계획을 재점검해 필요 시 즉각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편승한 석유류 가격 인상을 막기 위해 특별 현장 점검을 시행하는 등 물가 관리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해외건설의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필요하다면 ‘민관 합동 비상 대책반’을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중동시장이 국내 건설사의 핵심 주력시장인 만큼 상황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한 여러 가지 준비 방안은 마련해나가겠다는 것입니다.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은 “현재 상황만으로는 중동 지역에 대해 비관도 낙관도 하기엔 이르다”면서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무력충돌의) 확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같은 중동지역이라도 무력충돌에 따른 영향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맞춤형 진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예컨대 미국이 원유 수출 대금에 대해 다시 동결 조치를 내린 이란의 경우 국내업체들이 진출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사우디를 포함한 나머지 중동지역 국가들은 최근 유가의 흐름을 고려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에너지나 인프라 관련 공사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대비할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는 이어 올해 수주 목표인 ‘350억 달러+α’ 달성 가능성에 대해서도 “4분기에 계약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물량들을 봤을 때 충분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4도(都)3촌(村)’이 가능하게 농산어촌 주택은 1가구 1주택에서 제외하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이하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원 장관은 “국토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국토 이용 방식에 근본적인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4도 3촌'은 원 장관이 만든 표현으로 "(일주일 가운데) 4일은 수도권이나 대도시 등에서, 나머지 3일은 농산어촌 지역에서 지내는 생활"을 의미합니다. 원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4일 부산에서 개최됐던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냈고,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해 더욱 도약해야 한다”며 내놓은 여러 대책과 궤를 같이합니다. 국토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이 이달 초 다주택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를 내놓은 점도 원 장관의 발언을 주목하게 만듭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다주택자 기준을 2주택에서 3주택으로 높이고, 특별시나 광역시, 특례시,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의 주택은 다주택 기준에서 제외하자는 것”입니다. 정부는 이미 농·어촌 및 지방 중소도시에 위치한 공시가격 3억 원 이하 주택을 매입했거나 상속받아서 다주택자가 된 경우, 1주택자 수준의 종부세를 매기고 있습니다. 즉 공시가격만 과세표준에 합산하고 주택 수는 제외해 주는 식입니다. 국토연구원의 제안은 이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일정 조건을 갖춘 주택에 대해선 아예 1주택 산정에서 제외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 중소도시 부동산의 가치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에 인구유출까지 겪으면서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빈집’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은 대부분 현지에서 천덕꾸러기, 또는 처치 곤란한 골칫거리로 치부되기 일쑤입니다. 마을 미관을 해칠뿐더러, 안전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범죄에 악용되거나 주변 지역의 정주 환경을 악화시키고, 사회적 평판을 떨어뜨리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빈집이 한 번 생기면 주변에 빈집이 늘어나는 ‘전염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원 장관의 발언이 현실화한다면 빈집의 가치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정부는 비수도권 지역의 빈집 활용에 적극적입니다. 2021년에 관련 법(‘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소규모 주택 정비법’)을 개정해 관할지역 시장·군수에게 정기적인 관리의무를 부여했고, 빈집 활용에 대한 시민공모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에는 여러 부처마다 제각각으로 실행하던 빈집 관련 실태조사를 통합했습니다. 임시휴일과 개천절을 더한 연휴 기간이 그 어느 때보다 긴 이번 추석에 비수도권 지역 중소도시에 위치한 고향을 방문하셨다면 마을 빈집을 꼼꼼히 둘러보실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원 장관의 발언 내용과 국토연구원 보고서,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빈집 활용 방안 등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농산어촌 주택을 대도시권 거주자 별장으로 쓰자”원 장관은 21일 열린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제주도지사로) 지방자치 행정도 해보고 국토교통부 장관 업무도 해본 입장에서 국토 재배치 수준의 국토 이용의 대전환이 불가피한 시점이 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부가 활용하는 국토 이용의 큰 틀은 박정희 대통령 때 만들어졌고, 큰 성과를 냈지만 50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이라는 문제에 부닥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원 장관은 과도한 수도권 집중은 집값 급등과 같은 문제를 낳고, 이로 인해 결혼 포기, 출산 포기, 사회생활 포기 국가 성장 제한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방은 효율적인 자원 배분도 어려운 상태에서 나눠갖기식 자원 배분과 경쟁적인 서로 베끼기식 지방개발로 인해 모두가 특별해지지 못하는 상황이 몇십 년째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은 “이런 결과로 인구소멸과 인구 고령화, 초저출산이라는 한국적 현상으로 나타났다”며 “수도권과 지방의 첨단화를 이뤄내기 위해선 국토의 재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국토 재배치 방안으로 ▲국토 이용 방식의 대전환과 ▲농산어촌 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 ▲산업단지 재배치 등을 제시했습니다. 토지 이용 방식의 대전환은 경직적이고, 부처 할거주의로 운영되고 있는 토지 이용 방식의 수정을 의미합니다. 국토부가 국토 이용에 관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농지나 산지, 해양, 국립공원 등으로 지정된 곳은 손을 댈 수 없는 현행 방식을 바꾸자는 겁니다. 산업단지 재배치는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 기업과 산업시설의 지방 분산과 함께 울산 창원 광주 등 지방지역 산업단지의 적극적인 활성화 지원 등이 핵심입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농산어촌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는 ‘4도 3촌의 생활이 가능한 환경 조성을 염두에 둔 표현으로 해석됩니다. 수도권이나 비수도권 대도시 거주자가 농산어촌 지역의 집을 갖도록 장려해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농산어촌에서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자는 게 핵심입니다. 원 장관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자기 연봉의 15배를 바쳐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지만 지방에서는 절반 수준으로 내 집 마련도 가능하다”며 “이게 된다면 농산어촌으로 묶여 있는 지방 국토를 넓게 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도권은 수도권, 농촌이면 영원히 시골이 되는 상황도 타개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원 장관은 또 토론 과정에서 나온 질문에 답변하면서 “수도권 또는 대도시 거주자들이 지방에서 주택들을 구입해 별장이 됐든, 재택근무 공간이 됐든, 회원제 주거, 관광공간이 됐던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며 농산어촌 주택에 대한 1가구 1주택 해제 조치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다주택자 기준 2주택에서 3주택으로 완화하자”원 장관의 주장이 실현되기 위해선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선행돼야 합니다. 국토연구원이 이달 7일 발표한 보고서(’국토이슈리포트-다주택자 규제정책의 전환 필요성과 과제’)가 주목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보고서의 핵심은 다주택자를 규정하는 기준을 완화하자는 것입니다. 2주택자부터 다주택자로 보는 현행 기준이 세제 형평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똘똘한 한 채’가 있는 인기지역에 주택 수요를 집중시켜 지역 소멸 부작용을 초래하는 만큼, 인구 및 자가점유율, 지역 쇠퇴 상황 등을 감안해 통상적 다주택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자는 것입니다. 단계적 확대 방안은 3단계로 나뉘어 추진됩니다. 우선 1단계에서는 주택 수를 2채 이상에서 3채 이상으로 높이고, 이를 비수도권 지역 중 인구가 10만 명 미만이고 자가점유율이 상위 30%에 들어오는 지역, 1000명당 주택 수가 많은 강원·충청·전라·경상 지역부터 적용합니다. 2단계에서는 주택 수 상향 적용 지역을 비수도권 인구 20만 명 미만 중소도시(103개 시군) 가운데 자가점유율 상위 40% 이상인 지역으로 확대합니다. 이런 기준을 초과하는 대도시 지역은 가격 기준으로 다주택자를 판단합니다. 즉 대도시라면 기준가액을 초과한 경우 다주택자로, 기타 지역은 주택가액 합산 또는 소유 주택 건수 중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식입니다. 대도시 고가 주택 1채를 소유한 사람과 지방에 2채를 소유한 사람이 받는 규제가 동일한 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입니다. 마지막 3단계에서는 주택 수 기준을 특별시 광역시 특례시 인구 40만 명 이상 대도시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합니다. 기타 지역의 인구 50만 명 이상 대도시 지역이라면 가격 기준을 적용합니다. 다만 이런 다주택자 기준 확대가 전·월세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2주택자의 경우 거주 주택 이외의 주택은 임대주택으로 8년 이상 활용하거나 본인이 이용한다면 연간 90일 이상은 거주해야만 하는 단서를 달도록 했습니다. 또 다주택자 기준을 바꾸기 위해 사전에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절차를 거치고, 정교하게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설문조사 결과 국민 절반 가까이는 다주택자 기준의 재설계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입니다. 또 다주택자 기준도 현행보다 높아도 수용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다주택자 기준’에 대해 가장 많은 응답자의 48.3%가 ‘주택 3채를 보유한 가구’라고 대답했습니다. ‘2주택자’(44.2%)보다 4.1%포인트(p) 높은 수치입니다. 이는 국토연구원이 지난해 1월 18~2월 4일까지 전국 152개 시군구에 거주하는 성인 66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조사와 지난해 3월 7~21일까지 실시한 전문가 45명을 대상으로 한 서면조사 결과입니다.● 전국 빈집 13만여 채…전남 경북 전북 순으로 많아중소도시에 위치한 빈집은 이런 일련의 조치에서 최우선 수혜주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구유출 심화 등으로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면서 늘어나는 빈집 관리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빈집은 제대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통계청과 관리 책임을 진 국토부와 농식품부, 해수부 등이 제각각으로 통계를 산정해온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 결과 빈집 수치가 기준에 따라 10만여 채에서 151만여 채로 달라지면서, 고무줄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또 기초 지자체(시군구) 228곳 가운데 24%인 54개 지역에서는 관련 조례조차 없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습니다. 이에 정부는 2021년 3월 ‘소규모 주택 정비법’을 개정해 관할지역 지자체장(시장·군수)이 5년 단위로 의무적으로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주변 환경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빈집에 대해서는 집주인에게 안전조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올해 6월에는 국토부 농식품부, 해수부 등 3개 부처가 공동으로 빈집실태조사의 세부 추진 절차와 지자체의 빈집 관리 전담부서 지정 등에 대한 지침서(‘전국 빈집실태조사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전국 지자체에 배포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그동안 도시와 농어촌에서 서로 달랐던 빈집 기준이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않는 주택’으로 통일됐습니다. 또 빈집의 관리상태에 대한 구분도 1~3등급으로 일원화됐습니다. 빈집 조사와 정보 관리 업무는 국토부 산하기관인 한국부동산원으로 단일화됐습니다. 6월 이후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 중인 부동산원은 앞으로 시군별 통계 등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빈집은 모두 13만2052채입니다. 도시지역이 4만2356채, 농촌지역이 6만6024채, 어촌지역이 2만3672채입니다. 다만 이는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을 별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입니다. 도농복합지역이나 반농반어지역 등 일부 지역이 중복 조사돼 실제보다 수치가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입니다. 시도별로는 전남이 2만 8019채로 가장 많습니다. 뒤를 이어 경북(2만 1963채) 전북(1만 9104채) 경남(1만 4455채) 등도 1만 채 넘는 빈집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가장 적은 곳은 세종(647채)였습니다. 서울(2859채) 부산(4897채) 인천(2985채) 등 대도시에도 빈집은 있습니다. 빈집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농어촌이나 지방 중소도시는 지역산업의 쇠퇴에 따른 일자리 감소, 주택 소유자의 고령화, 주택 상속 등이 주원인입니다. 반면 대도시지역은 주택의 물리적 상태가 양호하고, 주택에 대한 임대수요가 있지만 소유자가 재건축·재개발 등을 기대하고 빈집으로 방치하는 경우가 적잖았습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기초.’ 문재인 정부가 모델로 삼았던 노무현 정부가 부동산 정책의 실책으로 집값과 땅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항변할 때마다 앞세웠던 말입니다. 언론이 비판의 근거로 삼는 통계 수치가 잘못됐고, 보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의도였습니다. 심지어 “정확한 정보는 정확한 통계에서 나오며, 이는 부동산 문제의 핵심을 들춰 주고 문제의 해법을 찾는 열쇠가 된다”며 “반면 잘못된 통계는 판단을 오도하고 시장을 왜곡시킨다”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또 “통계 왜곡의 부작용은 심각하다”거나 “통계는 속일 수 없다”며 언론 등을 질타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의 합리적인 의사 결정 과정에 왜곡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통계로 보는 부동산에 대한 오해와 진실’) 문재인 정부는 문 전 대통령이 노 정부 시절 청와대 비서실에서 시민사회수석, 민정수석, 비서실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역임했고, 평생의 정치적 동반자였다는 점에서 노 정부의 진화된 형태(‘업그레이드 버전’)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부동산 정책은 매우 닮았습니다. 집값 하향 안정을 목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규제 위주의 대책을 쏟아냈습니다. 또 두 정부 모두 집권 5년 동안 20회가 훌쩍 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통계에 대한 태도는 달랐습니다. 통계의 ‘정확성’을 강조했던 노 정부와는 달리 문 정부는 부동산 통계 가운데에서도 핵심인 부동산 가격 통계를 입맛에 맞게 ‘마사지’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입니다. 감사원은 지난 15일 보도자료(‘주요 국가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를 통해 “(문 정부의) 대통령비서실(이하 ‘BH’)과 국토교통부 등은 통계청과 (부동산 가격통계 작성 기관인)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감사원은 또 “이에 대해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범죄혐의가 확인된 관련자(12명=BH 6명+국토부 3명+부동산원 3명)에 대해서는 지난 13일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검찰청은 지난 20일 사건을 국토부와 통계청 등이 세종시, 대전시에 위치한 점을 고려해 대전지방검찰청에 배당했습니다. 수사 결과 감사원 발표가 사실로 확인되면 처벌을 받습니다. 통계법 위반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문 정부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인사들 모임인 ‘사의재’는 감사원 발표에 대해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부동산 주간 동향 통계를 추가로 받아본 것, 관계기관에 급격한 통계 수치 변동의 설명을 요청한 것 등 감사원이 문제 삼은 모든 사안은 시장 상황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의 판단은 다릅니다. 통계법(27조의 2의 2항) 위반 혐의가 높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련 조항에 따르면 “누구든지 통계작성기관에서 작성 중인 통계 또는 작성된 통계를 공표 전에 제공 또는 누설하거나 목적 외의 용도로 사용해서는 아니 된다”며 통계수치 사전 공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은 김현미 전 장관이 국회의원이던 2013년 7월 대표 발의한 것으로, 2014년 박근혜 정부의 통계법 개정안에 반영된 뒤 2015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됩니다. 현재까지 이 조항이 적용된 사례는 한 번도 없습니다. 따라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혐의가 입증되면 김 전 장관은 자신이 놓은 덫에 걸리는 첫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큽니다. 흔히 통계는 국가 운영의 기본 인프라로 여겨집니다. 국가의 상태를 측정하고 수치화한 정보는 정부 운영의 기초자료이기 때문입니다. 통계를 뜻하는 영단어 ‘statistics’가 ‘국가’를 뜻하는 ‘state’로 시작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따라서 이번 사례는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만들기 위해 독립성과 중립성, 정확성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반면교사로 남길 바랍니다. 감사원 발표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밝혀진 문 정부의 부동산 통계 조작과 이를 은폐하기 위한 시도 과정을 다시 꼼꼼히 들여다보는 이유입니다.● 집권 초기는 통계 결과 수정 유도 감사원에 따르면 문 정부의 집값 통계 왜곡 시도는 집권 직후(2017년 5월 10일)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은 정권 퇴임(2022년 5월 9일)을 6개월 앞둔 2021년 11월까지 이어집니다. 그 횟수는 최소 94회에 달합니다. 사실상 집권 기간 내내 통계 왜곡 작업이 이뤄졌다는 뜻입니다. 집권 초반기인 2017년 6월부터 2018년 8월까지만 해도 압박의 수위는 높지 않았습니다. 공표 전 가격통계 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그 결과가 맘에 들지 않으면 현장점검을 지시하거나 결정 근거를 해명하라는 지시를 반복적으로 내리는 식이었습니다. 즉 알아서 통계수치를 수정해 제출하라는 우회적인 압력이었습니다. 공표 전 통계 자료 공개 요구는 집권한 지 불과 한 달 정도 지난 6월 9일에 있었습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BH(정책실장)는 첫 부동산 대책 발표(발표시점·6월 19일)를 앞두고 주 1회 공표되는 자료로는 대책 효과를 확인하기에 부족하다며 국토부에 작성 중에 있는 ‘서울 주간 주택동향(매매)’을 추가로 조사(주중 조사)하여 보고하도록 요구합니다. 이에 부동산원이 제공 중인 정보로도 시장동향을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거절했지만 이튿날인 6월 10일 다시 주중 조사를 요구합니다. 당시 BH는 부동산원에 “한시적으로 몇 주간 주택시장을 모니터링하는 차원”이라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고, 주중 조사는 2021년 11월 12일까지 계속됐습니다. 그 결과 부동산원은 주 1회 국토부에 보고하던 주간 가격 통계를 6월 12일부터 ▲주중치(보고시점·매주 금요일) ▲속보치(매주 월요일) ▲확정치(매주 화요일)로 구분해 BH와 국토부에 주 3회씩 보고합니다. 이후 통계 왜곡 시도가 본격화됩니다. 2018년 8월 말경 발표된 ‘8월 4주차 통계’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서울시장이던 고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계획’(7월 10일)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67%로 껑충 뛰었습니다. 이를 발표 전인 8월 24일에 사전 보고받은 BH는 수치를 낮추고, ‘8·27 부동산 대책’이 시장에 영향이 미치고 있는 것처럼 반영할 것을 지시합니다. 8·27 대책은 수도권에 30만 채 이상의 추가 주택 공급이 가능하도록 30여 곳의 공공주택 추가 개발 진행과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을 골자로 합니다. 문 정부 최초의 공급대책이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서울시도 정부의 설득을 받아들이고 계획 발표 7주가 지난 8월 26일 “여의도·용산 마스터플랜 발표와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합니다. 이에 따라 부동산원은 4주차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0.45%로 낮춰 발표합니다. 당시 부동산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개발 호재와 상승 기대감으로 매물 회수되며 상승세이나, 통합개발 보류된 영등포구(+0.47%)는 상승 폭이 소폭 축소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금주 조사는 8월 21~27일까지의 가격변동을 반영한 것으로 금주 일요일부터 순차 발표된 정부의 시장안정정책이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집권 중반기부터 통계 조작 노골화 집권 중반기(2018년 9월 이후)부터 문 정부의 통계 왜곡 요구 수준은 강도가 높아집니다. BH는 “(이전까지 가격 산정 과정에 반영하던) 임의의 가중치 적용을 중단”하게 합니다. 또 국토부는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에는 호가 등을 변동률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고, 반대로 하락할 때는 호가 등을 그대로 반영하도록 지시”합니다. 정확성과 일관성이 중요한 통계 산정방식을 필요에 따라 마음대로 바꾼 셈입니다. 업무 지시도 간접적인 유도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적인 읍소나 협박 등을 동원해 노골적으로 바뀝니다. 김 전 장관의 취임 2주년을 앞둔 2019년 6월 하락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3주차 통계(6월 20일)에서 매매가 변동률이 마이너스(-)에서 보합(0.0%)으로 바뀌자 국토부는 부동산원에 “이대로 가면 저희 라인 다 죽습니다. (중략) 전주와 마찬가지로 마이너스(-) 변동률을 부탁드리면 안 되겠습니까”라며 압박을 가합니다. 이에 부동산원은 서울 매매가 변동률을 –0.1%로 소개한 뒤 “하락폭이 컸던 일부 인기 신축 및 재건축 단지는 회복세를 보이는 반면, 구축 단지는 여전히 매물 누적으로 하락하는 차별화된 양상을 이어가고 있다”며 “32주 연속 하락세를 지속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감사원에 따르면 당초 이 보도자료에는 “서울지역이 보합세로 전환, 강남 4구의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는 완전히 다른 내용이 담길 예정이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압박에도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국토부는 2019년 7월 4일 부동산원 직원을 세종시로 불러들여 “제대로 협조하지 않으면 감정원의 조직과 예산은 날려버리겠다”고 협박하기에 이릅니다. 또 한 달 뒤인 8월에는 부동산원 원장에게 “국토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며 본업(주택통계 등)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실제 가격 반영이 어렵다고 판단한 부동산원 직원들은 2019년 2월부터 2020년 6월까지 70주 동안 BH와 국토부에 보고하는 주중치에 대해서는 아예 표본조사도 하지 않고, 임의대로 산정한 가격을 청와대와 국토부에 제공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즉 ‘엉터리 통계’였던 것입니다. 문제는 BH와 국토부가 주중치보다 속보치나 공식 발표 통계인 확정치를 더 낮게 산정하도록 요구했다는 점입니다. 이후에도 통계 왜곡은 계속됐고, 대상도 총선을 2개월 앞둔 2020년 2월 서울지역 매매가에서 수도권 매매가로 확대됩니다. 2019년 서울 강남지역을 타깃으로 투기적 대출 수요 규제 강화와 종합부동산세율 상향 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12·16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뒤 서울 강북과 수도권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2020년 8월부터는 서울 전세가격도 대상에 포함됩니다. 직전인 그해 7월 말부터 임대차 3법이 시행되면서 예상됐던 전세금 상승을 우려한 조치였습니다. 실제로 3개월 뒤인 11월 1주차부터 전세금 상승폭이 커지자 BH는 국토부를 질책했고, 국토부는 다시 부동산원에 ‘통계 마사지’ 압박을 가합니다. 이에 11월 2주차(11월 12일) 보도자료에는 0.16%로 집계됐던 서울 전세금 변동률이 0.14%로 0.02%포인트(p) 낮춰져 소개됩니다.● 통계 왜곡 사실 은폐 시도도 그 결과 문 정부 5년간 부동산원 통계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25.79%였지만, KB국민은행 시세로는 62.19%로 껑충 뛰었습니다. 무려 36.40%포인트(p)에 달하는 차이가 발생한 것인데, 이는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통계 조사를 책임졌던 부동산원 직원들의 저항도 있었습니다. 이들은 문 정부의 통계 조작이 시도됐던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 사이에 모두 12차례에 걸쳐 정부 보고용 가격 조사 중단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거절됐습니다. 부동산원 관계자들은 심지어 2019년 11월 경찰 정보관에게 “BH(국토교통비서관실)와 국토부가 아파트 가격 통계에 외압을 가하고 있다”고 제보했고, 이런 사실은 당시 BH 공직기강비서관실에 보고됐습니다. 하지만 추가적인 조사 등 별도의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통계 왜곡을 은폐하거나 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났습니다. 2020년 7월 김 전 국토부 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문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집값 상승률은 11.5%”라고 말한 게 언론과 경실련 등으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에 당시 BH(정책실장)는 8월 19일 열린 대책회의(‘부동산 통계현안과 개선방안’)에 참석한 국토부 관계자에게 “적극적으로 감정원(현 한국부동산원)의 우수한 통계를 홍보하세요. 경실련 본부장이 날뛸 때 강하게 반박하라는 말입니다”라며 질책했습니다. 이후 부동산원은 통계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표본가격 현실화 등과 같은 작업을 진행하면서 변동률이 크게 오르는 일을 막기 위해 기존 가격 낮추거나 기준시점을 임의로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5년 단위인 통계표본 전면 교체 작업을 3년 만인 2021년 7월에 앞당겨 단행하면서 기존 표본은 낮춘 값으로, 추가되는 신표본은 실거래가로 각각 반영했습니다. 또 기존 통계에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도록 신구 표본 간 격차도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8차례에 걸쳐 조작하기도 했습니다. 정부는 또 경실련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통계의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대해 “주택가격동향조사 표본 현황은 관련법에 따라 비공개 대상으로 자료제공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또는 “부동산원의 주택가격 동향조사 이외에도 공동주택 실거래가격 지수, KB 등 타 기관이 생산 공표하는 주택가격 동향 및 매매수급지수 등 주택가격과 관련한 다양한 지표를 활용 중”이라는 동문서답으로 직답을 피했습니다. 문 정부에서 이처럼 부동산 가격 통계에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관심을 보인 이유는 27회에 걸쳐 대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을 중요 국정과제로 내세운 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정책 실패가 정권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실제로 문 정부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고, 그 첫 번째 원인으로 무리한 부동산 정책이 지목됐습니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가리기 위한 집값 통계 왜곡이 결국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에 불과했음이 들통난 셈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말로만 지방을 외치는 과거의 전철을 절대 밟지 않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에서 열린 지방시대 선포식에서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며 “모든 권한을 중앙이 움켜쥐고 말로만 지방을 외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이같이 말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역에 변변한 쇼핑몰 하나 짓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정치적 상황을 더 이상 국민들이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우리 국민 누구나 거주지 인근에서 필수 의료 서비스를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대한민국은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냈다”며 “이제는 지방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이 더욱 도약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발언은 역대 정부의 해묵은 과제였던 국토 균형 발전을 이루기 위한 새로운 해결책이자 청사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 핵심에 ‘공정한 접근성’ ‘재정 자주권 강화’ ‘비교 우위 산업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 ‘지역 산업과 연계된 교육’ 등을 골자로 하는 5대 전략과 9대 정책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수위와 강도 측면에서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만큼 국토의 균형 발전이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정도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가 소멸위험지역인데, 전국 226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험지역은 이미 절반도 넘는 118곳이나 됩니다. 소멸위험지역은 한 지역의 20∼39세 여성 인구를 65세 이상 인구로 나눈 값(인구소멸지수)이 0.5 미만인 곳입니다. 이 지수 수치가 낮으면 인구의 유출·유입 등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경우 약 30년 뒤에는 해당 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국토 균형 발전은 역대 정부가 공통적으로 짊어졌지만 누구도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결코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심지어 이를 빌미 삼아 표심을 겨냥한 선심 행정이나 불필요한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건설공사를 남발한 경우도 적잖습니다. 그 결과 국토 균형 발전 정책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국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의 다짐대로 지방을 살려야 저성장과 저출산, 고령화 위기에 직면한 대한민국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려는 균형 발전 정책을 꼼꼼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자세로 역대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들도 되짚어보겠습니다. 그 과정에서 앞으로 관련 정책을 추진해나가면서 염두에 둬야 할 사항들도 찾아보겠습니다.● 지방시대 이끌 5대 전략, 9대 정책 추진현 정부는 국토 균형 발전 정책을 책임질 기구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이하 ‘지방시대위원회’)를 조직해 지난 7월 출범시켰습니다. 윤 대통령이 14일 선포한 지방시대 관련 사업 역시 지방시대위원회가 주도하게 됩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같은 날 5대 전략과 9대 정책을 담은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5대 전략은 국토 균형 발전을 지방분권과 균형 발전이라는 두 개의 축을 토대로 ‘자율’ ‘고정’ 연대‘ ’희망‘의 가치를 담아서 정리한 것으로, ⓵자율성 키우는 과감한 지방분권 ⓶인재를 기르는 담대한 교육개혁 ⓷일자리 늘리는 창조적 혁신성장 ⓸개성을 살리는 주도적 특화발전 ⓹삶의 질 높이는 맞춤형 생활복지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9대 정책은 이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2027년까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할 과제들입니다. ⓵기회발전특구 지정 ⓶교육자유특구 도입 ⓷도심융합특구 조성 ⓸문화·콘텐츠 생태계(’문화특구‘) 조성 ⓹첨단전략산업 중심 지방경제 성장 ⓺지방 신산업 혁신역량 강화 ⓻매력 있는 농어촌 조성 ⓼지역 민간투자 활성화 ⓽지방분권형 국가로의 전환 등입니다. 이 가운데 핵심은 ’4대 특구(⓵~⓸)‘로 국토 균형 발전의 가시적이고 체감으로 느낄 수 있는 성과를 보여줄 핵심적인 정책들입니다. 기회발전특구는 기업의 지방 이전과 투자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인구를 유입시키자는 목적에서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광역시는 약 500만㎡(150만 평), 도 지역에서는 660만㎡(200만 평) 이하 규모로 조성되는 일종의 경제특구입니다. 여의도(290만㎡)의 2배 안팎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이전에도 국토 균형 발전을 명목으로 전국 각지에 다양한 형태의 경제특구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정부는 그 원인을 중앙정부가 주도하면서 지방의 수요와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했습니다. 또 특구에 제공되는 인센티브 수준이 낮고, 초기 투자 지원에 한정된 점도 문제로 봤습니다. 따라서 기회발전특구에는 설계단계부터 지방정부가 주도하고, △세제 감면 △규제 특례 △재정 지원 △거주 여건 개선 등 10가지 이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상속세 △양도소득세 △소득‧법인세 △취득세 △재산세 등 기업활동 전반에 걸쳐 파격적인 세제 혜택도 부여할 방침입니다. 또 기업의 지방지역 투자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에 대한 특례를 지방정부가 직접 기획할 수 있도록 권한을 넘겨주기로 했습니다. 이와 함께 △주택 특별공급 △주택 양도세 특례 부여 △초·중·고 설립 지원 등을 통해 기업뿐 아니라 근로자들이 지방에서 일하기 좋은 거주 환경을 마련해줄 계획입니다. 교육자유특구는 능력 있는 인력 양성과 정착을 위한 핵심적인 조건 가운데 교육 환경이 차지하는 판단에 따라 추진되는 사업입니다. 즉 지방에 거주해도 자녀 교육에 대한 걱정 없이, 지역인재가 공교육을 통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성장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교육자유특구에서는 중앙정부, 지자체, 교육청, 대학, 지역 기업, 지역 공공기관 등이 협력해 지역의 공교육 혁신과 지역인재 양성 및 정주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체제를 도입합니다. 교육자유특구로 지정되면 지방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함께 지역 맞춤형 공교육 혁신방안을 마련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반영해 규제를 완화하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게 됩니다. 정부는 이달 중 정부 시안을 발표하고, 11월에는 공청회 개최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시범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또 12월에 시범사업을 공모한 뒤 2024년부터 시범운영을 실시할 방침입니다. ● 기회발전-교육자유-도심융합-문화 등 4대 특구 집중 추진 도심융합특구는 지방 대도시 도심에 첨단·벤처 일자리(산업)와 삶(주거), 여가(상업·문화)를 한 데 모아둔 복합거점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지방에도 ‘판교 테크노밸리’와 같은 공간을 조성해 청년과 기업의 발길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에 따라 추진되는 것입니다. 이 특구는 기존에 도시 외곽에 추진되었던 지역개발과는 달리 KTX나 지하철 역세권 등 교통이 편리한 도심지에 위치합니다. 도심융합특구에서는 도시·건축 규제를 파격적으로 완화(입지규제 최소구역)해 도심에 고밀도 복합개발을 가능토록 하고 규제자유특구 등 각종 특구를 복수로 적용해 각각의 특구에서 제공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정부는 올 하반기에 ‘도심융합특구 조성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면 선도 사업지로 선정한 5대 광역시(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에서 내년부터 지역별 특색을 살린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할 방침입니다. 정부 계획대로라면 부산은 센텀2 도심첨단산업단지 일대에 미래 모빌리티와 로봇, 인공지능에 특화된 사업단지가 들어서게 됩니다. △대구는 옛 경북도청-삼성캠퍼스-경북대 일대△광주는 광주시청 인근 상무지구 △대전은 옛 충남도청과 KTX대전역 일대 △울산은 울산KTX역-테크노파크 일대에 각각 미래형 첨단산업단지와 문화시설 등이 조성됩니다. 문화특구는 지방의 ‘로컬리즘(지방다움)’을 콘텐츠·브랜드로 육성하는 사업입니다. 지방의 관광자원과 문화를 자산으로 키우자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올 12월에 7개 권역별로 균형발전을 선도하는 13개 ‘문화특구(대한민국 문화도시)’를 지정한 뒤 도시별로 최대 200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문화 향유 프로그램 개발 △문화공간 조성 △지역문화에 기반한 문화콘텐츠 생산·확산 △문화인력 양성 등과 같은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내년에는 지방 공연예술단체와 지역 공연·전시의 창작·제작·유통에 총 490억 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또 특색있는 로컬 여행 콘텐츠를 활용한 ‘워케이션’(일을 뜻하는 ‘Work’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일을 하면서 휴가를 동시에 즐기는 근무 형태를 의미) 프로그램과 야간관광 특화도시 조성 등을 통해 지역 체류형 여행 모델도 확산시켜 나갈 방침입니다. 지방의 자원·문화 특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 가치 창업가(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지역 대표기업인 로컬 브랜드 육성하는 사업도 추진합니다. 로컬 크리에이터가 주변 소상공인과 협업하고 지역의 인적·물적 자산을 연결해 골목상권을 넘어 골목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사업화 등을 패키지로 지원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내년 예산으로 88억 원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좌우 없이 국토균형발전 외쳤지만 수도권 집중 가속화 정부는 4대 특구를 포함한 9대 정책이 실행되면 △양질의 신규 일자리와 청년 인구가 늘어나고 △지방대학은 지역의 혁신과 인재양성의 산실이 되며 △농·어촌과 도시가 상생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밋빛 청사진이 그대로 구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국토 균형 발전은 좌우를 가리지 않고 역대 정부가 핵심 정책과제로 삼았습니다. 특히 노무현 정부 이후로는 최상위 국정과제로 국가 균형 발전을 내세웠습니다. 당시 노 정부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2003년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제정, 수도권 소재 행정기관 및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1개), 혁신도시(10개), 기업도시(6개) 건설정책을 추진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일자리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경쟁력 있는 지역 창조’를 내세운 뒤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하는 이른바 ‘5+2 광역경제권정책’을 제시했습니다. 또 ‘5+2’의 7개 광역경제권에다 163개 시·군의 기초생활권, 7개 초광역벨트권 육성전략을 담은 ‘3차원 지역발전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국민 행복, 지역희망: HOPE 프로젝트’라 이름 붙이고,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 정책으로 △지역행복생활권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 제고 △교육여건 개선 및 창의적 인재 양성 △지역문화 융성 및 생태 복원 △사각지대 없는 지역복지·의료 구축 등을 추진했습니다. (이상대, ‘지역발전정책의 전개 동향과 향후 방안-국토연구 제100권 기념 특별논단’) 지난 문재인 정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2월 1일 개최된 ‘국가균형발전 비전과 선포식’에 참석해 “우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국가 균형 발전의 엔진을 다시 힘차게 돌려야 한다”며 “우리 정부는 노무현 정부보다 더 발전된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또 이에 맞춰 정책과제 달성을 위한 ‘3대 전략’과 ‘9대 핵심과제’를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의 결과는 수도권 인구 집중 가속화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확대였습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가 ‘지역 내 총생산(GDRP)’입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GDRP가 2015년부터 역전되기 시작했고, 2021년에는 그 격차가 5.6%포인트(p)로 커졌습니다. 취업자의 50.5%(기준시점·2021년)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고, 100대 기업의 본사 가운데 86%(2022년)가 수도권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인구도 전체 인구의 50.5%(2022년)가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 이는 국토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이 그만큼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임을 반증합니다. 정부가 14일 발표한 ‘지방시대 비전과 전략’이 반드시 성공해 대한민국이 또다시 도약하는 밑거름이 되길 기대해봅니다.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오늘이 제일 싸다.” 요즘 새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나도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최근 1년 새 아파트 분양가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고 있습니다. 이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산하기관인 주택도시금융원이 매월 집계하는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서 확인됩니다. 지난달 발표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1㎡ 기준)는 492만 7000원이었습니다. 1년 전(440만 4000원)보다 11.9%가 올랐습니다. 분양가 상승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선 우크라이나 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촉발된 공급망 대란으로 자재비가 크게 올랐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시멘트 가격 인상의 여파가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원료인 유연탄 가격 상승을 이유로 업계는 지난해 2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33%에 달하는 가격 인상을 단행했습니다. 그 여파로 레미콘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인 골재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인건비 상승도 원인입니다. 여기에는 개별 인건비 상승도 문제지만 2018년 7월 도입된 ‘주 52시간제’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근로 시간이 줄면서 그만큼 공사 기간이 늘어나고, 인건비도 비례해서 증가한 것입니다. 2018년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1000억 원 이상 사업장의 경우 주 52시간제 도입에 따른 지연으로 공사비가 최대 14.5%, 노무비는 최대 20.5% 늘어났습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초 부동산 시장 정상화 차원에서 실시한 분양가상한제 적용 폐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정부는 올해 1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곳을 제외하고는 전국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했습니다. 이밖에 미국의 고금리 기조, 경기 부양을 기대했던 중국이 오히려 부동산 위기 등 혼란을 겪는 상황 등이 겹치면서 주택업체들은 예상되는 사업 리스크 비용까지 분양가에 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지난 4일 발표한 ‘경기도형 공공분양주택’(일명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계획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국내에서는 첫선을 보이는 유형으로, 분양가의 10~25%를 내고 입주한 뒤 나머지는 20~30년 동안 분납하는 주택입니다. 초기 부담이 크게 줄어든 탓에 국토교통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도하는 ‘뉴:홈’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토지임대부 주택’ 등과 함께 ‘반값 아파트’로 불립니다. 실제 입주금이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부담을 크게 줄인 공급방식이라는 사실을 강조한 표현입니다. 하지만 이들 반값 아파트가 무조건 환영받는 것은 아닙니다. 전매가 제한돼 있거나 아예 개인 간 거래가 금지되는 등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있기 때문입니다. 또 일부는 거주하면서 임대료(사용료)를 내야 하는 등 별도 비용도 발생합니다. 반값 아파트로 불리는 ‘지분적립형 주택’ ‘토지임대부 주택’ ‘나눔형 주택’이 치솟는 민간아파트 분양가에 견제장치가 될 수 있을까요. 그 가능성과 한계 등을 짚어보겠습니다.<‘반값 아파트’ 주요 유형별 비교>구분GH, 지분적립형 주택SH, 토지임대부 주택LH, 나눔형주택(이익공유형)정의-집값을 분할 납부-건물만 분양-토지는 공공 보유-처분수익을 공공과 공유특징-분양가 25% 최초 부담-나머지 지분(75%)을 20~30년 간 분할 취득-건물분 분양가 책정 -토지사용료(임대료) 납부-시세 70% 이하 공급-5년 후 공공환매-수분양자가 처분손익의 70% 취득 운영기간-20년 또는 30년 -40년, 추가 연장 가능 -40년, 추가 연장 가능임대료- 주변 전세시세 80% 이하(공공지분 사용료)-조성원가 또는 감정가+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없음처분방법-제3자에 지분 전체 전매허용(전매제한 10년)-공공 환매(개인간 거래 불허) -공공 환매(개인 간 거래 불허)처분가격-감정가격(지분 비율대로 공공과 차익 배분)-분양가+1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처분손익(감정가-분양가)을 수분양자 70%, 공공 30%로 배분 실거주의무-5년-5년-5년자료 : 각 기관● 장기 할부 구입 상품인 ‘지분적립형 주택’ GH의 공급계획에 따르면 ‘지분적립형 주택’은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 A17 블록에 지어질 주택 600채 가운데 240채입니다. 전용면적 60㎡ 이하 규모로 지어지는데 2025년 하반기에 착공한 뒤 준공을 1년 정도 남겨둔 2028년 초 공급될 예정입니다. 후분양으로 분양된다는 뜻입니다. 일반 공공분양아파트와 가장 큰 차이점은 최초 입주 시 분양가의 10%에서 25%만 내면 입주해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후 4~5년마다 일정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서 20~30년 뒤에 지분 100%를 갖는 방식입니다. 계약금(통상 분양가의 20%)에 약간의 웃돈을 더한 현금을 내고 입주한 뒤 자동차 할부금을 갚듯 정기적으로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식입니다. A씨가 분양가 5억 원짜리 주택을 20년 만기 4년 단위 지분적립형으로 분양받는 경우를 따져보겠습니다. 우선 입주할 때 분양가의 25%인 1억 2500만 원을 냅니다. 이후 4년마다 나머지 지분(75%)을 5차례에 걸쳐 분양가의 15%(7500만 원)에 가산이자(연리 2%)를 더한 금액을 분납하면 됩니다. 이런 5번의 분납 과정에서 이자가 9000만 원 정도가 발생합니다. 결국 A씨가 분양가 5억 원짜리 주택을 내 집으로 만들기 위해 투입하는 비용은 5억 9000만 원입니다. 여기에 입주 시 GH 보유 지분(75%)에 대한 사용료(보증금 또는 임대료)도 별도로 부담해야 합니다. 지분적립형 주택이 투기수단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도 마련돼 있습니다. 우선 5년 동안은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하고, 최초 입주일로부터 10년 간 다른 사람에게 판매(전매)할 수가 없습니다. 만약 A씨가 10년 이상 거주했지만 100%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전매한다면 매매 시점의 지분 비율로 GH와 차익을 나눠 갖습니다. GH는 지분적립형 주택을 수도권 지역 거주자의 내 집 마련 꿈 실현 방안으로 활용할 방침입니다. 2021년 기준 수도권 거주민의 자가보유율은 54.7%로 광역시(62.0%)나 그 외 지역(69.0%)에 비해 현저히 낮은데, 이를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겠다는 뜻입니다. 김세용 GH 사장은 “커다란 목돈을 들이지 않고 내 집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다가 지방정부로서 법을 개정하지 않고 현행 테두리 안에서 할 수 있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내놓게 됐다”며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을 지속할 수 있는 부지를 지속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주택’ 이달 수도권에서 공공주택 3200여 채가 공급됩니다. 이 가운데 SH가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에서 분양할 아파트 260채는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입니다. 토지 소유권은 공공(SH)이 갖고, 건물 소유권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 땅값이 빠지는 만큼 분양가가 낮아져 말 그대로 ‘반값 아파트’입니다. 아직 설계 단계인 지분적립형 주택과 달리 토지임대부 주택은 1970년대부터 국내에 도입됐고, 10년 전인 이명박 정부 때에도 활발하게 공급됐습니다. 올해에도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서울 강동구 강일지구에서 사전분양돼 모두 수십 대 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지난 6월 분양됐던 강동구 강일지구 3단지 2차는 전용면적 49㎡ 단일형, 총 590채의 아파트가 공급됐는데, 추정분양가가 약 3억 1400만 원이었습니다. 당시 비슷한 규모 주변 아파트 시세는 7억~8억 원대였습니다. 다만 분양가 이외에 공공이 보유한 토지에 대한 임대료를 추가 부담해야 합니다. 임대료는 택지를 만드는 데 들어간 조성원가 또는 감정가에 은행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 금액입니다. 2차의 경우에는 월 35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아파트는 분양받은 사람에게 낮은 이자의 전용 모기지도 제공됩니다.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5억 원 한도로 지원하며, 40년 만기로 소득에 따라 1.9~3.0%의 고정금리 조건입니다. 지분적립형 주택과 마찬가지로 후분양 방식입니다. 건설이 90% 정도 진행된 시점인 2026년에 본청약을 진행하며, 당첨자가 준공 아파트를 확인한 뒤 계약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계약을 포기해도 청약 제한 등과 같은 불이익은 없습니다. 40년간 거주한 뒤 재계약을 통해 최장 80년(40년+40년)까지 거주할 수 있습니다. 최소 5년 이상 실거주해야 하며, 이후 매매를 원하면 해당 아파트를 분양한 공공기관(SH)에만 팔 수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때 토지임대부 주택이 5년 전매제한 이후 자유롭게 거래되면서 ‘로또 아파트’로 불리며 부동산 투기꾼의 먹잇감이 됐는데, 이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 이익나눔형 등 다양한 유형의 ‘뉴:홈’ ‘뉴:홈’은 현 정부가 청년·서민층의 내 집 마련 부담 최소화를 내걸고 추진하는 공공주택 브랜드입니다. 여기에는 3개 유형(▲이익나눔형 ▲선택형 ▲일반형)이 있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도 이익나눔형에 포함됩니다. 이익나눔형은 시세의 70% 이하로 분양하면서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40년 만기의 장기에 연리 1.9~3.0%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해주는 주택입니다. 특징은 5년 의무 거주 이후 이사하고 싶을 때 공공에만 되팔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 때 발생하는 시세차익의 70%는 분양받은 사람의 몫입니다. 토지임대부는 공공에만 환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익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선택형은 먼저 6년 간 임대로 거주한 뒤 분양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주택입니다. 일단 입주 때에는 추정분양가의 절반 정도를 보증금을 내고, 나머지 절반은 월세로 냅니다. 이 때 추정분양가는 통상 시세의 80% 수준인 분양가상한제 적용 아파트 분양가보다 낮게 책정됩니다. 월세도 시세의 70~80% 수준에서 결정됩니다. 임대보증금도 전용대출 상품이 마련됩니다. 전세대출 형태인데, 보증금의 80%까지 연리 1.7~2.6% 조건입니다. 거주하고 6년 뒤 분양을 받지 않는다면 추가로 4년을 더 임대로 살 수 있습니다. 분양을 받을 경우 분양가는 추정분양가에다 6년 후 감정가격을 더한 뒤 둘로 나눈 값, 즉 평균으로 정해집니다. 선택형도 분양가의 80%까지 40년 만기, 연리 1.9~3.0% 조건으로 최대 5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일반형은 시세의 80%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되는 상품입니다. 다른 유형과 마찬가지로 전용 대출상품이 지원됩니다만 조건은 다릅니다. 대출한도가 4억 원이고, 분양가의 70%까지만 가능합니다. 만기도 30년으로 짧고, 금리도 연 2.15~3.0%가 적용돼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뉴홈에 대한 시장 반응은 뜨거운 편입니다. 올해 2월 첫선을 보였던 뉴홈 브랜드 사전청약 결과 1798채 모집에 2만 7153명이 신청해 평균 15.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고금리 영향으로 주택경기가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당시 시장 상황에선 이례적인 성과여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어 지난 6월에 있은 올해 1차 공급분도 평균 청약경쟁률 20.5대 1의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현 정부는 임기 내 50만 채를 뉴홈으로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에만 1만여 채를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이달과 12월에 각각 3274채, 4821채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달 공급물량은 나눔형이 ▲하남교산(452채) ▲안산장상(439채) ▲서울 강서마곡 10-2(토지임대부 260채) 등 1151채, 선택형이 ▲구미갈매역세권(300채) ▲군포대야미(340채) ▲화성동탄2(500채) 등 1140채, 일반형이 ▲구리갈매역세권(365채) ▲인천계양(618채) 등 983채입니다. 12월에는 나눔형으로 ▲남양주왕숙2) 836채 ▲마곡 택시차고지(토지임대부) 210채 ▲한강이남 300채 ▲위례A1-14 260채 ▲고양창릉 400채 ▲수원당수2 403채 등 2409채가 예정돼 있습니다. 선택형은 ▲부천대장 400채 ▲고양창릉 600채 ▲남양주진접2 300채 등 1300채, 일반형은 ▲대방동 군부지 836채 ▲안양관양 276채 등 1112채입니다.● 2~5년 뒤에나 가능한 본청약도 실수요자 부담 ‘반값 아파트’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시세나 민간아파트 분양가보다 낮은 분양가로, 내 집 마련 실수요자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우려도 적잖습니다. 우선 지분적립형 주택의 ‘사용료’,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지분 임대료’ 등과 같은 숨겨진 비용이 입주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지분적립형의 경우 입주할 때 공공기관 보유지분을 고려한 사용료(임대료)를 별도로 내야 하는데, 이 몫이 제법 큽니다. GH 분석자료에 따르면 분양가 5억 원 주택의 경우 지분 25% 취득에 필요한 1억 2500만 원의 자금 이외에 공공기관 지분 75%에 대한 사용료로 2억 1000만 원을 추가로 확보해야만 합니다. 이는 주변 전세시세(3억 5000만 원)에 GH가 제시한 적용률(80%)과 GH의 지분보유율(75%)를 각각 곱한 금액입니다. 이 금액은 일종의 전세보증금처럼 이용됩니다. 만약 사용료로 보증금을 절반(1억 500만 원)만 낸다면 나머지는 월세 형태로 납부해야 합니다. 이 경우 22만 원 정도입니다. 1억 500만 원(보증금의 절반)에다 전월세 전환율(2.5%)을 곱한 뒤 12개월로 나눈 값입니다. 다만 사용료는 추가 지분을 취득함에 따라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의 토지지분 임대료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임대료 수준은 택지를 만드는 데 들어간 조성원가 또는 감정가에 은행 3년 만기 정기예금 이자율을 적용한 후 주변시세 등을 고려해 해당 지역 지자체장이 정하게 됩니다. 금리가 올라가면 임대료도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또 지자체장의 결정에 따라 더 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투자수익이 반값 아파트에 대한 일반적인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는 점도 숨겨진 걸림돌입니다. 지분적립형의 경우 20년에서 30년 이후에나 100% 지분을 확보할 수 있고, 그 이전에 매각한다면 공공기관과 보유지분 비율만큼 매매차익을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다만 시세대로 팔 수 있어 집값 상승 시 지분만큼의 매매차익을 노릴 수 있습니다. 토지임대부 주택은 해당 주택을 분양한 공공기관에만 되팔 수 있고, 판매가는 주변 시세와 상관없이 1년 만기 정기예금이자율을 적용한 이자를 합친 금액으로 정해집니다.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매매차익이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주변 시세가 아무리 올라도, 이자 비용만 받는 수준이고, 그 금액만으로 다른 일반 아파트를 구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뉴:홈의 이익나눔형 주택의 경우에도 5년간 전매가 금지되고, 공공기관에만 환매가 허용됩니다. 또 판매가는 주변시세 등을 반영한 감정가로 결정되지만 이익이 발생하면 70%는 수분양자(입주자)가, 나머지는 공공기관이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본청약이나 실제 분양까지 2~5년이나 남았다는 점도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부담입니다. 청약 조건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