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이소연 기자

동아일보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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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소연 기자입니다.

always99@donga.com

취재분야

2024-03-24~2024-04-23
문학/출판43%
문화 일반10%
미술10%
역사7%
사건·범죄7%
사회일반7%
음악7%
인사일반7%
연극2%
  • 경복궁 담장 낙서범, 1시간 넘게 스프레이 뿌리며 활개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 경복궁 담벼락이 스프레이 낙서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들은 약 1시간에 걸쳐 경복궁 일대를 누비며 53m에 이르는 낙서를 남겼지만 붙잡히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17일 서울 종로경찰서와 경복궁 관리소 등에 따르면 전날(16일) 오전 2시 20분경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가 돼 있다”는 시민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경찰은 경복궁 서쪽 영추문의 좌우측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인근 담벼락에서 ‘영화 공짜’ 등의 문구와 불법 영화 공유 사이트 주소 등이 담긴 낙서를 발견했다. 경찰이 조사한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오전 1시 42분경 한 용의자가 빨간색과 파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영추문 좌우측 담장 6.25m 구간에 낙서를 남기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이 남성은 오전 1시 55분경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 38.1m 구간에도 낙서를 했다. 일부 글자는 높이가 2m가량이나 됐다. 경찰이 경복궁에 출동한 이후인 오전 2시 44분경, 이번에는 대담하게 경복궁 건너편 서울경찰청 주차장 입구 우측 담장에 9m가량의 낙서를 남겼다. 경찰은 CCTV 등을 토대로 용의자를 2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복궁 관리소 관계자는 “상황실 직원 2명이 경복궁 내외부에 설치된 429개의 CCTV를 보고 있었지만 낙서하는 모습은 못 잡아냈다”며 “직원 한 명이 CCTV 수백 대의 화면을 보면서 특이사항을 잡아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효자로 일대의 경우 지난 정부에선 청와대 경호 인력이 상시 배치돼 있었지만 지금은 경찰 인력과 순찰 빈도가 과거보다 줄었다”고 했다. 문화재청은 현장에 임시 가림막을 설치하고, 국립문화재연구원 보존과학센터 전문가 20여 명을 동원해 약품 세척 및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은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재청은 또 국가지정문화재인 경복궁 담장을 훼손한 범인이 체포될 경우 경찰과 협력해 엄벌할 방침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지정 문화재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경복궁 내에는 CCTV가 많지만 외곽에는 14대만 문을 중심으로 설치돼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며 “외곽 CCTV를 늘리고 감시 인력을 보강하겠다”고 밝혔다.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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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학대와 폭력의 악순환… 그렇게 부모는 가해자가 된다

    아무도 몰랐다. 2007년 1월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아쓰기(厚木)시의 한 연립주택에서 여섯 살 사이토 리쿠 군이 굶어 죽은 줄…. 친부 사이토 유키히로(당시 29세)는 3년 전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아이가 머무는 방을 접착 테이프로 밀봉하곤 했다. “일을 나간 사이 아이가 홀로 집 밖으로 나설까 우려해서”였다. 달리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아이를 혼자 키우는 동시에 수십 년째 조현병을 앓는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그렇게 하루, 이틀, 일주일…. 아이가 방치되는 나날이 이어졌다. 2004년 10월부터 전기와 수도, 가스 요금이 미납됐고, 집 안에 오물과 쓰레기가 쌓였다. 그러나 주변 누구도 그 집 안을 들여다보지 않았다. 리쿠의 죽음이 드러난 건 7년이 흐른 2014년 5월. 중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리쿠가 학교에 입학하지 않자 일본 교육위원회가 경찰에 조사를 의뢰하면서다. 경찰에 붙잡힌 아버지 유키히로는 일본 언론에서 ‘악마’로 다뤄졌다. 조사 결과 그는 장기간 집을 비우면서 아이에게 음식을 챙겨주지 않았다. 아이의 시신은 7년 동안 집 안에 방치했다. 책은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인 저자가 유키히로를 면회하며 시작된다. 평범한 얼굴을 한 유키히로는 저자와의 첫 만남에서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어요.” 이후 저자는 유키히로의 가족과 지인을 찾아다니며 그의 생애를 추적한다. 평범했던 유키히로의 일상이 무너진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가 조현병을 앓기 시작하면서였다. 환청과 환각 증세를 보였던 유키히로의 어머니는 집 안에 기름을 뿌리고 불을 붙이려고 하는 등 폭력적인 행동을 자주 했다. “원래 애가 죽는다든가 그런 일은 흔한 일”이라고 했던 유키히로의 법정 진술은 폭력과 학대가 일상적으로 벌어졌던 자신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책은 부모가 아이를 살해하거나 유기해 죽게 만든 실제 사건 두 개를 추가로 다룬다. 2013, 2014년 두 차례 영아 유기 범죄를 저지른 다카노 이쓰미(37)는 친모에게 착취를 당하는 유흥업소 종사자였다. 한집에 사는 가족은 이쓰미의 배가 불러 오고, 홀로 아이를 낳는 동안에도 그를 들여다보지 않았다. 저자는 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든 원인으로 한 개인을 지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아이가 학대로 죽어가는 동안 주변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는 무얼 했는지를 묻는다. 또 아이를 학대한 가해자 역시 어린 시절 부모와 사회로부터 방치된 아이였음을 밝힌다. ‘학대와 방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현실을 비춘 것이다. 저자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선 학대 속에서 자라난 부모를 위한 지원 정책이 우선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가정을 ‘밀실’로 만든 사회의 무책임도 간과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리쿠는 경찰과 지역 아동상담소가 구할 수 있는 아이였다는 것이다. 2004년 10월 7일 리쿠는 부모를 찾으며 집 밖을 떠돌다가 경찰에 신고된 적이 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한 세 살 아이가 집 밖을 혼자 돌아다니는 건 방임으로 여길 만한 정황이었지만 경찰과 지역 아동상담소는 리쿠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뒤 다시 살펴보지 않았다. 일본의 사례를 다뤘지만 한국 사회와도 무관하지 않은 내용이다. 보건복지부가 올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학대로 아동 50명이 사망했다. 원제 “‘鬼畜’の家 わが子を殺す親たち(‘악마’의 집 우리 아이를 죽이는 부모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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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식기부터 가구까지 K-공예품 한자리에

    ‘2023 공예트렌드페어’가 14∼17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번 행사에서는 식탁과 식기, 조명, 가구부터 공예 예술 작품까지 다채로운 공예품을 선보인다. 공예가와 공방, 갤러리 등 276개사가 참여했다. 신진 공예가의 작품들로 구성한 ‘신진공예가관’, 공예기업과 공방의 공예품을 전시하는 ‘공예공방관’, 국내 대학과 대학원 재학생들의 공예품을 모은 ‘공예아카데미관’ 등을 마련했다. 한국 공예품의 판로 확장을 위한 수출상담회를 비롯해 유통계 종사자와 공예가가 교류하는 행사도 열린다. 유통 플랫폼 SSG닷컴과 협업해 온라인 판매 지원도 추진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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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느날 족발 대신 배달된 돼지 한마리…

    어느 날 아파트 공동현관문 앞으로 살아 있는 돼지 한 마리가 배달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족발을 시킨 904호, 감자탕을 주문한 805호, 돈가스를 배달시킨 702호…. 돼지를 잡아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는 이들이 돼지를 해치우기 위해 또다시 스마트폰을 든다. 이들은 돼지를 잡을 때 쓰는 ‘우레탄 망치’ ‘전문가용 칼’ ‘바비큐 그릴’ 등을 주문한다. 다음 날 아침 현관문 앞엔 배송 물품이 산처럼 쌓이고, 사람들이 포장을 뜯느라 분주한 사이 돼지는 홀연히 사라진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신설한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픽션 부문)을 받은 ‘사라진 저녁’(창비·2022년)의 줄거리다. 이 그림책을 지은 권정민 작가(43·사진)는 최근 e메일 인터뷰에서 “문명은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줄어들고 있는 현실을 비추고 싶었다”고 했다. ‘사라진 저녁’은 팬데믹 기간 구상했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주민보다 배달원이 더 많이 타고 있었다. 그때 권 작가의 머릿속에 돼지 한 마리가 덜컥 아파트 앞에 배달되는 장면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일도 타인의 노동력을 빌려야만 하는 손쉬운 선택을 합니다. 그 손쉬운 선택들이 쌓여 결국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점점 더 무감각해지는 우리 모습을 들춰보고 싶었어요. 아파트에 배달된 살아 있는 돼지는, 내가 한 일이 무엇인지 그 실체를 대면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첫 그림책 ‘지혜로운 멧돼지가 되기 위한 지침서’(보림)를 출간한 권 작가는 약 10년간 EBS에서 ‘지식채널e’ 등 교양 프로그램을 만든 방송 작가였다. 권 작가는 “그림책은 겉보기엔 단순한 이미지로 구성돼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의미로 짜여 있다”며 “보이는 것과 다른 의미들이 숨겨져 있는 그림책에 매료됐다”고 했다. 그의 그림책은 야생동물과 식물처럼 말 못 하는 존재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첫 그림책 ‘지혜로운…’은 도심에서 살아남은 멧돼지가 다른 멧돼지들에게 생존 전략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멧돼지의 모습과 함께, ‘먹을 수 있을 때 충분히 먹어 둘 것’이라고 말하는 멧돼지의 말은 야생동물과 공존할 수 없는 도시 환경을 비춘다. ‘우리는 당신에 대해 조금 알고 있습니다’(문학동네·2019년)에선 식물의 시선으로 사람들의 하루하루를 들여다본다. “모두에게 각자 입장이 있지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는 한쪽뿐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힘이 센 인간의 이야기만 들리는 게 현실이죠. 그럴 때 나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 존재의 목소리를 상상합니다. 결국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간에 대해 말할 때 인간의 숨겨진 모습, 이중적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하거든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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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돌 쏟고, 땅 파고, 쇠 가는 소리… “소음을 잘 다듬어 음악에 담았죠”

    ‘끼익 끼익 끼익….’ 제주도에 바람이 몹시 불던 어느 날, 싱어송라이터 루시드폴(본명 조윤석·48)이 사는 제주 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담벼락 위에 드리운 돈나무 가지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가 휴대용 마이크를 꺼내 나뭇가지에 갖다 대자, 가지가 돌담에 긁혀 나무가 내는 흐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 소리는 2021년 발매된 디지털 싱글 ‘Listen To Pain’에 삽입됐다. 한 제약회사 의뢰로 복합 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를 위해 만든 이 앨범에 나무의 소리를 담아낸 이유를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함께 있지만 아무도 애써 듣지 않는, 세상의 살갗 아래 숨어 있는 소리들이 있죠. 들리지 않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타자의 아픔도 조금 더 들을 수 있지 않을까요.” 에세이 ‘모두가 듣는다’(돌베개)를 최근 출간한 루시드폴을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7일 만났다. 책엔 그가 2019년 반려견 ‘보현’의 소리 등을 담아낸 정규 9집 ‘너와 나’ 이후 주변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 흔적이 담겼다. 루시드폴은 “휴대용 녹음기를 들고 보현이를 따라다니면서 귀로는 들리지 않는 소리의 세계가 있음을 깨달았다. 시력이 나쁜 사람이 자기 눈에 딱 맞는 안경을 썼을 때 갑자기 세상이 쨍하게 보이듯 나 역시 그날 이후 다른 세계의 소리를 듣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다르게 들으려 하자 공사장에서 나는 굉음조차 그에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몇 해 전부터 그가 농사를 짓는 과수원 주변에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끊이지 않았다. 루시드폴은 “처음엔 소음으로부터 나를 위로하고자 공사장의 소음을 채집해 음악을 만드는 일에 매달렸다”고 했다. 덤프트럭이 돌을 쏟고, 그라인더가 쇠를 갈고, 중장비가 땅을 부수는 소리를 녹음기에 담았다. 그 다음 그 소음을 잘게 자르고 재조립해 그 위에 멜로디와 화성을 쌓았다. 이 소리는 12일 발매하는 그의 두 번째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 앨범 ‘Being-with’의 타이틀곡 ‘Mater Dolorosa(마테르 돌로로사·고통 받는 어머니)’로 다시 태어났다. 공사장의 소음이 그를 거쳐 음악이 된 것. “소음을 내가 잘 다듬고 타일러서, 듣기 좋은 음악으로 세상에 되돌려 보낼 수 있다면….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더라고요.” 새 앨범엔 수중 마이크로 녹음한 바닷속 소리를 담은 ‘Microcosmo’ 등 총 5곡이 수록됐다. 루시드폴은 “음악이란, 무의미한 소리가 의미의 세계로 바뀌는 과정 및 결과”라며 “나의 음악이 누군가에게 닿아 어떤 의미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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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뮤지컬 샛별들 “미래의 꿈에 더 가까이”

    “4번의 도전 끝에 이 상을 받았습니다. 예선에서 탈락해도 좌절하지 않고 도전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래뿐이었고, 제가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고 싶었거든요.”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에서 11일 열린 제7회 동아뮤지컬콩쿠르 시상식에서 대학·일반부 금상을 공동 수상한 정이제 씨(25·홍익대 대학원 1학년)의 말이다. 정 씨는 이날 본선 무대에서 뮤지컬 ‘프리다’의 넘버 ‘코르셋’을 불렀다. 정 씨는 “프리다 칼로의 삶을 담은 이 노래처럼 인생이 부서졌다고 느낀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뮤지컬 ‘멤피스’의 ‘Memphis Lives in Me’를 부른 나범수 씨(26·명지대 4학년)가 대학·일반부 금상을 공동 수상했다. 고등부 금상은 크리스틴 체노웨스의 곡 ‘The Girl in 14G’를 부른 정보나 양(18·안양예고 3학년)에게 돌아갔다. 중등부 금상은 뮤지컬 ‘퍼니 걸’의 ‘Don’t Rain on My Parade’를 부른 김하랑 양(15·심석중 3학년), 뮤지컬 ‘아이다’의 ‘My Strongest Suit’를 부른 노윤서 양(15·양영중 3학년), 뮤지컬 ‘시카고’의 ‘I Can’t Do It Alone’을 부른 유수민 양(15·국립전통예중 3학년)이 공동 수상했다. 초등부 금상은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의 ‘놀아보세’를 부른 박소후 군(10·경기초 4학년)과 뮤지컬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의 ‘풍금을 쳐줘’를 부른 정은서 양(11·서울문래초 5학년)이 함께 받았다. 본선 심사는 이유리 서울예술단 단장 겸 예술감독과 송한샘 쇼노트 부사장, 이성준 음악감독, 배우 박민성 이지혜 전수미, 연출가 이재은이 맡았다. 이 단장은 “전반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참가자들이 본선에 올라 공동 금상 수상자가 대거 나왔다. 특히 초등부와 중등부에선 참가자 대부분이 상향 평준화된 실력을 보여줘 한국 뮤지컬의 미래가 밝다는 것을 증명해 보였다”고 평했다. 본선 채점표와 참가자들에 대한 개별 심사평은 동아뮤지컬콩쿠르 홈페이지(www.donga.com/concours/musical)에 이번 주중 게시될 예정이다. 다음은 수상자 명단. ▽초등부 △금상 박소후(경기초 4학년) 정은서(서울문래초 5학년) △동상 문서인(제주대교육대부설초 5학년) 이유이(서울신석초 5학년) △장려상 구민솔(거제중앙초 5학년) 곽보경(보정초 4학년) 권아린(서울면목초 5학년) 문세연(서울성산초 4학년) 성나윤(진천상신초 5학년) 양규아(한홀초 4학년) 유주헌(안양 부림초 6학년) 이다인(남양주 가곡초 6학년) 이산(서울동교초 6학년) 이해인(안산해양초 4학년) 임수연(서울양진초 6학년) 전서연(가내초 5학년) ▽중등부 △금상 김하랑(심석중 3학년) 노윤서(양영중 3학년) 유수민(국립전통예중 3학년) △장려상 성예슬(안양 부안중 2학년) 손지안(국립전통예중 2학년) 주시진(통영중앙중 2학년) 황지안(서울외국인학교 1학년) 황지율(천왕중 3학년) ▽고등부 △금상 정보나(안양예고 3학년) △은상 최현정(서울공연예고 3학년) △동상 안성훈(인천대중예고 3학년) △장려상 김민서(안산 광덕고 3학년) 김응규(서초고 3학년) 박서은(목동고 3학년) 양수현(계원예고 2학년) 이원익(신갈고 2학년) ▽대학·일반부 △금상 나범수(명지대 4학년) 정이제(홍익대 대학원 1학년) △동상 장여랑(명지대 1학년) △장려상 김다빈(서울예대 3학년) 김솜이(백석예대 1학년) 김수민(인하대 4학년) 박상헌(동서울대 2학년) 박서형(서울예대 2학년) 박정윤(서울예대 1학년) 백승준(명지대 3학년) 이시은(명지대 1학년) 정가영(청강문화산업대 2학년) 조성민(서울예대 1학년) 최소현(국민대 3학년) 한별(홍익대 2학년) △보아스 특별상 곽보경(보정초 4학년) 성예슬(부안중 2학년) 양수현(계원예고 2학년) 박상헌(동서울대 2학년)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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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러브 스토리’ 男 주연 라이언 오닐 별세

    미국 유명 영화 ‘러브 스토리’(1970년)에서 남자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라이언 오닐이 8일(현지 시간) 별세했다. 향년 82세. 고인의 아들 패트릭 오닐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아버지가 사랑하는 가족들 곁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오닐은 백혈병으로 투병했고, 2012년 전립샘암 진단을 받았다. 1964년 TV 드라마 ‘페이턴 플레이스’로 데뷔한 오닐은 영화 ‘러브 스토리’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오닐은 이 영화에서 신분 차이를 넘어 사랑에 빠졌지만 백혈병으로 연인과 사별하는 올리버 역을 맡았다. “사랑은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야”라는 올리버의 명대사도 유명하다. 오닐은 이듬해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후 ‘와츠 업 덕’(1972년), ‘페이퍼 문’(1973년), ‘드라이버’(1979년) 등에 출연하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러브 스토리’의 후속작인 ‘올리버 스토리’(1978년)에도 출연했다. 2010년대엔 TV 드라마 ‘위기의 주부들’에 출연했다. 두 차례 이혼했으며, 세 명의 여성 사이에서 자녀 넷을 뒀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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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NYT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에 김혜순 ‘날개 환상통’

    김혜순 시인(68·사진)의 시집 ‘날개 환상통(Phantom Pain Wings)’이 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발표한 ‘올해 최고의 시집 5권’ 중 하나로 선정됐다. NYT는 이 시집에 대해 “영적이고, 기괴하고, 미래가 없는 상황 등 다양한 종류의 공포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김 시인이 등단 40주년을 맞아 2019년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한 이 시집은 올 5월 영문판으로 미국 뉴디렉션 출판사에서 출간됐다. 최돈미 시인 겸 번역가가 영어로 옮겼다. 앞서 김 시인은 2019년 ‘죽음의 자서전(Autobiography of Death)’으로 캐나다 그리핀 시문학상(국제 부문)을 한국 시인 최초로 받았다. 한편 NYT가 뽑은 올해 최고의 시집 5권엔 한국계 미국 시인 모니카 윤의 시집 ‘From From(프롬 프롬)’도 포함됐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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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문협회 “다음, 지방신문 등 기사 배제 시정하라”

    한국신문협회 산하 디지털협의회는 카카오가 운영하는 인터넷 포털 다음이 기사 검색에서 지방 신문사 등 기사를 대거 배제한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한국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는 8일 성명을 내고 다음이 이용자가 기본 설정을 유지할 경우 뉴스 제휴 언론사(CP) 150여 곳의 기사만 노출되도록 일방적으로 변경한 데 대해 “언론과 뉴스의 공적 위상을 추락시키고 이용자의 다양한 뉴스 선택권을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 다음은 PC와 모바일에서의 뉴스 검색 기본 설정을 뉴스 제휴 언론사로 변경했다. 이용자가 일반적으로 PC 다음 웹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뉴스 제휴를 맺은 언론사 기사만 나타나도록 한 것이다. 이용자가 ‘전체 보기’로 설정을 바꾸면 검색 제휴를 맺은 매체의 기사도 볼 수 있도록 했다. 디지털협의회는 “다음의 조치로 신문협회 소속 지역 신문사 26개사 가운데 22개사가 이용자들에게 노출 기회를 박탈당하게 됐다”며 “지역 신문사들이 맡아 온 지역 여론 대변과 지방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이 크게 위축될 위기에 처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음이 언론 발전과 이용자의 뉴스 선택권을 보호하고 증진할 사회적 책임이 있음에도 이런 조치를 일방적으로 내린 것은 지역 신문사들의 역할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 부당한 처사라는 점에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촉구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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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매카시의 마지막 질문… 실재 너머엔 오직 허무뿐일까

    바다로 추락한 비행기의 실체는 수면 위에선 보이지 않았다. “뭐든 사라진 거”를 바다에서 건져 올리는 ‘인양 잠수부’ 보비 웨스턴이 물밑에 들어가 보기 전까지는. 그가 물밑 12m 깊이까지 잠수해 비행기 창에 손전등을 비춰 보니, 승객 7명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머리카락은 물에 둥둥 떠 있었고, 눈은 공허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그런데 어떤 뉴스도 들리지 않았다. 시신을 건지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아무도 이들의 죽음을 모른다면 그들의 삶과 죽음조차 없던 일이 될까. 보비는 암흑으로 둘러싸인 심해를 두려워하면서도 계속해서 물밑으로 이끌린다. 올해 6월 13일 타계한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코맥 매카시(1933∼2023)가 지난해 생애 마지막으로 발표한 연작 장편소설 두 권이다. ‘로드’(문학동네) 이후 16년 만이다. 핵폭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과학자 아버지를 둔 보비와 얼리샤 웨스턴 남매가 각 소설의 주인공이다. ‘패신저’는 여동생 얼리샤가 극단적 선택을 하고 난 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잠수부 보비의 이야기로, 1980년이 배경이다. ‘스텔라 마리스’는 10대 때부터 편집성 조현병을 앓아온 얼리샤가 1972년 정신의학 시설 ‘스텔라 마리스’에 입원해 의사와 7차례 나눈 상담 녹취록으로 이뤄져 있다. 두 소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를 펼쳐 보인다. 보비의 이야기가 물밑의 세계를 다룬다면, 조현병을 앓는 수학자 얼리샤의 이야기는 수(數)의 세계와 산산이 조각난 의식의 세계를 보여준다. 얼리샤의 방 안엔 ‘키드’라 불리는 난쟁이를 비롯한 인물들이 주고받는 말들이 끊임없이 흐른다. 이들은 실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얼리샤의 머릿속에선 콧구멍의 털과 귓구멍 안 생김새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생생한 모습으로 어른거린다. 그렇다면 ‘키드’는 이 세상에 없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얼리샤는 말한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인간 의식과 실재가 같은 게 아니라는 점이에요.” ‘스텔라 마리스’는 얼리샤의 가슴 깊이 묻힌 슬픔의 근원이 오빠 보비의 부재임을 보여준다. 자동차 경주 사고 이후 혼수 상태에 빠진 보비는 뇌사 판정을 받았다. 생명 유지 장치에 의존한 그의 숨을 거둘 권한은 얼리샤에게 있다. ‘스텔라 마리스’에서 얼리샤는 그가 죽었다고 여긴다. 이것이 실제인지 소설은 확답하지 않는다. 다만 얼리샤는 “오빠 없이 살아 있는 것보다 오빠와 함께 죽는 게 낫다”고 말할 뿐이다. ‘서부의 셰익스피어’라 불리는 저자는 유작에서 삶과 죽음, 현실과 환영, 실재와 의식에 대한 오랜 고민을 녹여 냈다. 수학과 양자물리학 담론 등 현대 문명을 이루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천착해 내용은 비교적 난해한 편이다.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를 잃는 상실을 겪은 남매의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던지고자 한 질문은 인류가 오랜 시간 품어온 질문과 다르지 않다. ‘죽음 이후는 허무뿐일까.’ 얼리샤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 방정식들이 거기 내 눈앞에 실재한다는 걸 이해했어요. 그게 현실 속에 있다는 걸. 그건 종이 안에, 잉크 안에, 내 안에 있었어요. 우주 안에. 그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절대 그것 또는 그 존재에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었어요.”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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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삽살개 그림에 쓴 영조의 詩… 노론 겨냥 “대낮에 왜 짖느냐”

    “밤에 사립문을 지키는 것이 네가 맡은 임무거늘, 어찌하여 길에서 대낮에 이렇게 짖고 있는가.” 조선의 화가 김두량(1696∼1763)이 1743년 그린 ‘삽살개’(사진) 그림 위에 영조(1694∼1776)가 쓴 시다. 고개를 들고 노란 눈을 치켜뜬 삽살개는 당대 영조와 갈등을 빚던 노론의 대신들을 상징한다. 소론의 박필부(1687∼1752)를 중앙 직책에 올리려 할 때, 노론 대신들이 당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반대하자 이 같은 그림과 글로 경고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이 그림은 국립중앙박물관이 8일 개막하는 특별전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에서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된다. 전시는 영조와 정조(1752∼1800)가 탕평 정치를 이루기 위해 활용한 글과 그림을 선보인다. 성균관 앞에 영조가 1742년 세운 ‘탕평비’의 탑본과 수직적인 군신 체계를 형상화한 ‘화성원행도’ 8폭 병풍(1795년) 등 88점을 모았다. 내년 3월 10일까지. 3000∼5000원.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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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전 속 요망하고 고얀 것들… 출판계 누비는 ‘K요괴’

    ‘K요괴’들의 전성시대다. 최근 네이버 웹툰 ‘호랑이형님’, 올해 6월 종영한 tvN 드라마 ‘구미호뎐1938’, 영화 ‘외계+인’(2022년)을 비롯해 고전 설화 속 요괴들이 콘텐츠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무기와 구미호, 반인반요(半人半妖), 식인충(食人虫)…. 한국 전통 요괴가 한국 크리처물을 구현하는 상상의 밑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전통 요괴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연구와 출판도 덩달아 활발해지고 있다. 김용덕 한국전통예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불화 등 우리 문화재 속 도상에서 환상 동물 8가지를 추려 ‘문화재에 숨은 신비한 동물 사전’(담앤북스)을 최근 펴냈다. 앞서 ‘한국 요괴 도감’(위즈덤하우스·2019년)과 고전소설 속 요괴 20종을 추린 ‘요망하고 고얀 것들’(눌와·2021년)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분야 신진 학자들이 꼽은 한국 요괴의 매력을 살펴봤다.● 남성 중심 가치관 전복한 ‘올출비채’요괴는 전통 가치관과 욕망의 충돌을 드러내는 존재다. 한국 고전소설 76편에서 요괴 157종을 찾아낸 ‘K요괴 전문가’ 이후남 전주대 인문과학종합연구소 연구교수는 “‘올출비채’야말로 조선 최악의 여성 요괴”라고 했다. 이름도 생소한 이 요괴는 고전소설 ‘삼강명행록(三綱明行錄)’에 나온다. 첫 등장부터 파격적이다. “푸른 저고리 사이로 붉은 살이 드러났고, 누런색 머리는 불이 붙은 것과 같았다. 두 귀밑에 드문드문 난 귀밑머리는 송곳과 같았고, 매섭게 뻗은 눈썹에선 살기가 느껴졌다. …허리는 기둥처럼 두꺼웠고 팔은 방망이같이 튼실했다.” 올출비채는 사람을 잡아 죽여 만두를 빚어 먹는 요괴로 무거운 기둥뿌리를 뽑아 남편을 때려눕히고, 도련님들을 무자비하게 호령한다. 이 교수는 “올출비채는 남성 가부장이 지배했던 조선 사회가 여성에게 요구했던 여성성을 완전히 전복시킨 요괴”라며 “당대를 지배했던 윤리와 여성의 욕망, 남성의 공포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전소설 ‘황장군전’에 나오는 요괴 ‘은수자’는 키 50척(약 15m)에 4개의 눈과 6개 팔이 달린 은행나무다. 원래 평범한 나무였으나, 악인 엄평을 만나 이름을 얻고 요괴로 탈바꿈했다. 엄평을 따르며 그의 뜻대로 발을 굴러 지진을 일으키고, 분신술로 자신과 닮은 요괴들을 복제해 사람을 죽인다. 이 교수는 “비록 악한 요괴지만, 자신에게 이름을 지어준 이와의 의리를 지키는 면모가 은수자의 매력”이라고 했다.● “요괴엔 욕망 간 갈등, 선과 악 경계 담겨”김용덕 한국전통예술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요괴에 대해 “선악을 선택할 수 있는 양면적 존재로 그려지는 것이 매력”이라고 했다. ‘뇌공신(雷公神)’이 대표적이다. 뇌공신은 번개와 천둥을 일으키는 능력을 가진 존재로, 일본과 중국 불화에선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방해하는 요괴로 나온다. 반면 조선 불화에선 18세기 후반부터 석가모니를 방해하는 악을 처단하는 조력자로 그려진다. 김 연구원은 “악인을 다면적으로 바라보는 당대 조선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며 “이 같은 측면이 K요괴의 복잡다단한 매력을 더한다”고 했다. 도깨비 연구의 권위자인 김종대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요괴에는 당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공포의 근원뿐 아니라 지배 윤리와 욕망 사이의 갈등, 선과 악의 경계가 담겨 있다”며 “우리 요괴를 연구하는 것은 인간성을 사유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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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놀라움, 일상속 동네 길 위에 있어… 천천히 걸어야 보이죠”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된다.’ 조선 정조 때 문인 유한준이 남긴 말이다. ‘동네’만큼 이 말이 어울리는 것이 있을까. 하지만 우리 동네 집값은 알아도, 동네에 숨은 인문학적 가치는 모르고 살기 일쑤다. 서울 노원구 상계도서관(구립)은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노원을 걷다’ 프로그램(총 15회)을 개최해 주민들이 동네를 만나도록 했다. 노원에 26년째 사는 구효서 소설가를 비롯해 노원과 인연이 깊은 문인, 전시기획자, 학자들이 노원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주민들과 함께 곳곳을 탐방했다. 역시 주민인 김은지 시인이 동네 책방을 이끌었고, 하응백 문학평론가는 노원의 문화유산을 소개했다. 문인들은 ‘노원의 문학’을 들려줬다. 김응교 시인은 수락산 주변에서 말년을 보냈던 천상병 시인(1930∼1993)의 시와 삶을 전했다. 김 시인은 “천 시인은 늘 변두리의 마음으로 살았다. 서울에서도 북쪽 변두리에 있는 노원구의 지역성이 시인에게 ‘바깥’을 사유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시인은 지역 주민들에게 노원구 곳곳에 세워져 있는 천 시인의 시비를 찾아 읽어볼 것을 권했다. 거리와 공원, 미술관 등을 탐방하면서 주민들은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것을 돌아봤다. 올해 6월 1일엔 무심코 지나치는 거리의 예술 작품을 만났다. 중계근린공원엔 주송렬 작가가 만든 ‘유아독존’이란 조형물이 있다. 거대한 책가방을 형상화한 조형물은 가운데가 숫자 ‘1’ 모양으로 텅 비어 있는 모습이다. 해설을 맡은 김세현 전시기획자는 “1등을 추구하는 삶이 얼마나 공허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라며 “노원구엔 공공 조형물 473점이 설치돼 있다. 거리의 미술관을 발견하고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동네를 아끼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겼다고 했다. 오랫동안 골목상권을 지킨 지역 상인의 입을 통해 지역 상권의 역사를 듣자 평범한 시장도 달리 보였다. 30년 넘게 노원에 산 신유정 씨(56)는 “골목 상권이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함께 만든 우리 동네의 문화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구효서 소설가는 강연에서 “목적 없이, 일부러 꼬불꼬불하게 길을 천천히 거닐어 보라”고 권했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빠르게 걷기만 했던 길을 의식하고 걸음으로써, 우리 옆에 무엇이 있고 누가 사는지 발견하고 변하라”고 했다. “몰랐던 우연성과 타인을 만나 머물러 보세요. 놀라움은 매일의 일상 속, 우리 동네 길 위에 있습니다. 느리게 천천히 걸어야만 발견할 수 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주민들은 ‘다른 눈’을 갖게 됐다고 했다. 최근 상계도서관에서 만난 문지영 씨(47)는 구 소설가의 말을 따라 가장 빠른 길이 아니라, 일부러 가장 느리게 가는 길을 찾아다닌다고 했다. 그러자 20년 넘게 동네에 살면서도 눈길 한 번 준 적 없던 곳들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였다. “이제는 동네를 다닐 때 혹시 내가 놓친 것은 없는지, 내가 가보지 않은 다른 길은 없는지 유심히 살펴보는 다른 눈을 가지게 됐어요.”(문 씨)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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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으로 천하의 神器로다”

    “참으로 천하의 신기(神器)이다.” 임진왜란 당시인 1595년 6월 선조(1552∼1608)가 조총(鳥銃)을 일컬어 한 말이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고 해서 조총이라고 불렸던 이 무기는 15세기 유럽에서 처음 등장했다.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점화되는 방식으로, 흔들림이 적고 가벼워 적중률이 높았다. 일본은 1543년 다네가(種子)섬에 온 포르투갈인으로부터, 명나라는 1548년 왜구로부터 조총 제작법을 습득했다.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이듬해인 1593년부터 투항한 일본군을 동원해 국산화에 나섰고, 조총은 17세기 이후 조선의 주요 무기가 됐다. 국립진주박물관(경남 진주시)은 임진왜란 이후부터 조선 말까지 화약 무기 발달사를 다룬 특별전 ‘화력조선Ⅱ’를 5일 개막했다. 앞서 이 박물관이 고려 말부터 조선 전기까지 화약 무기사를 조명했던 ‘화력조선Ⅰ’의 후속 전시다. 17세기 이후 조선 군영에서 제작한 조총 15점과 화기 50여 점을 비롯한 유물 총 150점을 선보인다. 전시는 조선 화약 무기의 면면과 함께 한계를 조명했다. 서구 열강과 화력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분기점은 18세기다. 김명훈 국립진주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8세기 동아시아에 찾아온 평화의 시대가 역설적으로 서구 열강과 군사적 격차를 벌렸다”고 했다. 같은 시기 유럽에선 여러 국가가 연합한 대규모 전쟁이 발발했고, 그 과정에서 ‘군사혁명’이 일어났다. 전시는 ‘화력 조선의 끝’으로 면제배갑(綿製背甲)을 꼽았다. 면제배갑은 무명을 여러 번 겹쳐 만든 방탄복으로 1860년대 제작됐다. 하지만 1871년 신미양요 광성보 전투 때 병사들이 입은 면제배갑은 미군이 사용하는 유선형 탄환을 막을 수 없었다. 당대 미군은 연속 발사가 가능한 강선(腔線)총으로 무장하고 있었고, 조선군은 참패했다. 이후 조선 역시 강선총 등 신식 무기를 국산화하려 했으나 실패했고, 1907년 일제에 의해 군대가 강제로 해산됐다. 2021년 전시 ‘화력조선Ⅰ’ 은 팬데믹 와중에도 6만7000명가량이 찾았다. 박물관이 조선 화약 무기 발달과 전쟁사를 주제로 만든 유튜브 콘텐츠 ‘화력조선’은 조회 수 880만 회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모았다. 내년 3월 10일까지. 무료.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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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순간이 바꾸는 生의 페이지… 더 나은 선택이란 존재할까

    죽음은 때로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저자(76)가 열네 살 때 한 소년이 그의 앞에서 벼락에 맞아 죽었다. 저자와 소년 사이의 거리는 불과 몇 발자국에 불과했다. 만약 벼락이 그를 비켜 가지 않았다면 그날이 저자 생의 마지막 날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벼락을 피했고 삶은 계속됐다. 저자는 2017년 이 책을 출간하며 영국 가디언지와 나눈 인터뷰에서 “그날 이후 나는 항상 내게 일어난 일, 그 완전한 무작위성에 대해 괴로워했다. 그날이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저자의 적지 않은 소설 가운데서도 분량이 가장 방대한 이 책은 삶의 무작위성 앞에서 저자가 오랜 시간 품어온 가정(假定)을 펼쳐 보인다. 만약 그해 여름 캠프에 가지 않았다면, 만약 그해 가을 삼촌이 도박에 전 재산을 걸지 않았다면, 만약 그날 그녀와 키스하지 않았다면…. 저자는 소설에서 자신과 같은 해(1947년)에 태어난 주인공 아치 퍼거슨을 4개의 평행우주 속에 그려냈다. 퍼거슨은 어찌할 수 없는 일들과 어찌할 수 있었던 일들을 거치며, 다른 존재로 4개의 다른 버전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그려 나간다. 소설은 퍼거슨의 유년기부터 20대까지를 연대기순으로 1∼7장으로 나누고 다시 퍼거슨이 같은 시기에 보낸 각기 다른 4가지 버전의 이야기를 각 장의 1∼4절로 나눠 펼친다. 이는 작은 선택의 차이와 삶의 우연이 겹겹이 쌓여 끝내 다른 존재로 갈라지게 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일례로 유년 시절 ‘퍼거슨 3’의 이야기를 다룬 1장 3절의 첫 문장은 “그(퍼거슨)의 사촌 앤드루가 죽었다”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퍼거슨 4’의 이야기 1장 4절은 그 나이대 퍼거슨의 가족이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 차이와 우연들이 퍼거슨 가족의 앞날을 송두리째 바꾸고, 그가 보게 될 책과 영화를 바꾸고, 그가 만날 인연을 바꾸고, 결국 그의 이야기를 바꾼다. 미국 현대사가 인물의 삶을 관통하며 예기치 못한 사건에 연루시킨다. 이토록 예측 불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까. 저자도 같은 고민을 한 것 같다. 자신처럼 소설을 쓰는, 자신과 가장 닮은 ‘퍼거슨 4’를 통해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오직 신만이 네가 바른 선택을 했는지 잘못된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다는 뜻이야. 불행하게도 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절대 말해주지 않아. 신에게 편지를 쓸 수는 있지. 하지만 그건 아무 소용이 없잖아. 주소를 모르니까.” 아마도 어찌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선 어찌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며 웃어넘길 수밖에 없다는 뜻이 아닐까. 책을 읽다 보면 다른 세계 속 퍼거슨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뒤섞인다. 각각의 이야기는 별개의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이야기 전체가 한 사람 앞에 놓였을지 모를 다른 삶의 갈래를 모두 펼쳐 보인 듯하다. ‘퍼거슨 4’의 말을 빌리자면 “현실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느낌”이다. 저자가 ‘선셋 파크’ 이후 10년 만에 낸 장편이다. 저자는 66세 때부터 3년간 쓴 이 소설을 펴내며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온 것 같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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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떤 고통은 치료 아닌 응답이 필요해”

    “원래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고 잘 잊어요. 그래서 사회가, 공동체가 응답하지 못하는 일이 너무나 많은데, 그렇다고 환멸을 느끼거나 지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고통은 본래 그런 면이 있으니까. 인연이 닿아 저에게도 고통의 이야기가 전해졌기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입니다.” 차별과 고용불안 등 사회적 요인이 장애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어떻게 해치는지 탐구해 온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44)가 자신의 공부를 되돌아본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동아시아)를 22일 출간했다. 책은 그간 이어온 여러 매체와의 대담과 기고 등을 묶었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이날 만난 김 교수는 “좋은 해답이라기보다 좋은 질문을 찾으려 애썼던 시간을 공유하고 싶었다”고 했다. 건강은 사회적이다. 휠체어를 타는 고혈압 장애인에게 이뇨제를 처방하면 외출을 더욱 꺼리게 된다. 거리의 장애인 화장실이 상당수 창고로 변해버린 탓이다. 장애인의 건강과 이동권은 직결돼 있다. 김 교수가 “어떤 고통은 치료가 아닌 응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책 속 소제목처럼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하고, 지워진 존재는 고통에 응답받지 못하는’ 한국 사회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보건학자의 길을 택한 김 교수는 그동안 해고 노동자와 그 가족, 동성애자와 양성애자, 소방공무원, ‘코로나19 취약계층’의 고통을 다뤄왔다. 그는 자신의 연구를 “비명과 신음소리를 사회적 언어로 해석하는 작업”, “인간의 고통을 사회적 맥락에서 바라보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연구는 ‘더 나은 질문’을 찾는 과정이었다. 트랜스젠더인 사람에게 “구직 과정에서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어봤자 실태에 접근하긴 어려웠다. 성별을 표시해야 하는 서류 심사 자체가 장벽이어서 취업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다른 질문지를 만들었다. “신분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하는 상황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을까 봐 일상적 용무를 포기한 적 있습니까?” 그제야 혐오를 맞닥뜨릴까 두려워 ‘평범한’ 경험마저 포기하며 사는 이들의 목소리가 드러났다. 세월호 생존자와 가족, 천안함 생존자의 건강에 관한 논문을 쓰기도 했다. “정치 사회적 맥락이 너무 다른 별개의 사건이지만 모두 서해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와 동료를 잃은 것이지요. 거기에 집중했을 땐, 다르지 않았어요.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다루는 한국 사회의 (부족한) 실력이 일관되게 드러난 일들이었습니다.” 2017년 ‘아픔이 길이 되려면’(동아시아) 이후 대중서 여섯 권을 펴낸 김 교수는 앞으로 10년간은 ‘차별과 건강’을 주제로 한 교과서를 쓸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의 경험, 우리의 데이터가 담긴 교과서가 필요해요. 제 모든 시간을 교과서 집필에 쓰려고요.” 인터뷰 말미에 그는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며 독자를 언급했다. “독자들이 저를 지켜주셨어요. 책을 많이 읽어주신 덕분에, 그를 통해 이웃들을 지켜낸 이야기도 많았어요. 그래서 더 노력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깊이 감사합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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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순 老작가가 파헤친 ‘돈 앞에 선 인간’

    “돈이 인간을 어떻게 구속하고 지배하는가. 이것이 인간의 실체를 밝히는 열쇠라고 생각했습니다. 끝없이 야기되는 비극적인 현실, 이것은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 제 평생에 걸쳐 생각했던 돈에 얽힌 인간의 본성과 욕구를 탐구하고자 했습니다.” 장편소설 ‘황금종이 1·2’(해냄)를 출간한 조정래 작가(80·사진)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200자 원고지 약 1800장 분량의 이번 소설은 돈을 둘러싼 인간 군상의 비극을 그렸다. ‘천년의 질문’(2019년) 이후 4년 만에 낸 장편이다. 조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가 어느 만큼이나 지니지 못하면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박탈해 버리는 것은 무엇일까”를 비롯한 13가지 물음으로 책을 연다. 그는 “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돈 앞에서 당신은 어떤 인간인지 독자에게 묻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설은 돈 앞에 선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담아냈다. 평생 모은 돈이 담긴 통장을 이불 밑에 숨긴 채 죽어간 사람 등 열네 개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펼쳐진다. 소설은 다른 한 편으로 돈에 휘말린 삶에서 빠져나갈 방법을 탐색한다. 조 작가는 “다음 책이 내 생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고 했다. “등단 60주년(2030년)에 인간 영혼의 근원을 탐구한 작품을 발표하고 은퇴하는 것이 작가로서 소망”이라는 것. 그는 “이번 작품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새 작품 준비를 시작했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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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뒤섞는건 그게 내겐 진실이기 때문”

    임유영 시인(37·사진)의 첫 시집 ‘오믈렛’(문학동네)이 출간 당일인 지난달 24일 중쇄를 찍었다. 온라인 예약 판매에 주문이 밀려들며 오프라인 서점에선 초쇄본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출판사도 “우리도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긴 어렵다”고 할 정도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임 시인은 2020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등단작부터 일부 심사위원들로부터 “이게 시야?”(문학평론가 박상수)라는 반응이 나오는 등 논쟁적인 작품으로 화제를 불러모았다. 당시 출품 시 9편 중 8편의 제목이 ‘아침’으로 같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어떤 시는 “모자 하나가 멀리 호수 위에 둥둥 떠 있는 걸 보았다”는 문장으로, 또 어떤 시는 “새 아이보리 비누를 뜯어 세수했다”는 문장으로 시작됐다. 매일 새로운 아침이 오고 매일 다른 일기를 쓰듯 서로 다른 이야기가 ‘아침’이라는 제목의 시로 반복됐다. 그게 바로 일상이고, 그게 바로 시라는 듯이.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10일 만난 임 시인은 “매일 쓰는 일기와 시의 세계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는 걸 깨달으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시는 우리가 살아가는 순간의 진실을 적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술이론을 전공한 그는 2019년 한 문화원에서 처음 시작(詩作) 수업을 들었다. 그는 “그 전까진 매일 글을 끄적이면서도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을 외면했다”고 했다. “시를 쓰는 자의식을 갖는다는 게 너무 비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신인이지만 국립현대미술관과 경기도미술관에서 현대미술 작가 이안리와 ‘콜렉티브 안녕’이란 이름으로 시와 그림을 함께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선보인 이력도 있다. 임 시인의 작품 가운데는 타인의 입장이 되어 쓴 이야기가 적지 않다. 시 ‘만사형통’에선 누군가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베풀려 했던 ‘나’의 마음을 거절하는 ‘그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따뜻한 거 먹이고 싶다. 삼겹살에 묵은지 지글지글 구워서 쌈 싸주고 싶다. 그러나 두 사람은 외투에 냄새 배는 게 싫다며 사양하였고, 나는 마침내 거절을 쥐고 다른 잠 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임 시인은 “‘그들’이 수혜자로만 그려지는 게 아니라 자기 목소리를 내는 존재이길 바랐다”고 했다. 시 ‘꿈 이야기’에선 4월의 어느 날 사고로 죽은 소녀의 이야기가 꿈과 현실을 오가며 펼쳐진다. 그는 “시에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을 뒤섞는 까닭은 그것이 저에게 일말의 진실이기 때문”이라며 “삶 가운데 죽음이 있고, 꿈은 현실을 반영한다”고 했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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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우크라에서 온 메시지엔… “내일도 내가 숨쉬고 있을까”

    “여섯 살짜리 아들에게 지금 전쟁이 벌어지는 거라고 얘기했다. 아들은 울음을 터뜨렸다.”(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사는 기자 K) “여기서는 자유롭게 숨을 쉴 수가 없다. 사람들이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품고 살아간다.”(러시아 예술가 D) 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날, 독일의 작가이자 삽화가인 저자는 두 나라에 사는 두 친구가 떠올랐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 사는 러시아 출신 기자 K가 안전하게 살아 있는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예술가 D가 ‘푸틴의 러시아’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지…. 얼굴 한번 본 적 없이 온라인으로 딱 한 번 접촉했던 이들이 무탈하길 바라는 마음에 보낸 안부 문자 한 통으로 이 책은 시작됐다. 돌아온 답장 속엔 전쟁이 뒤바꿔버린 두 가족의 일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전쟁의 한복판에 놓인 K는 폭격에서 살아남은 이들을 취재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동료들이 살해당했고, 기차역과 거리엔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정처 없이 떠돌았다. 이 전쟁을 반대하는 D는 푸틴 정부가 자신과 가족을 감시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 숨죽이며 살아갔다. 혹시라도 가장 가까운 친구가 D의 생각을 경찰에 알릴까, 그 누구에게도 마음을 터놓을 수 없는 불신의 나날이 이어졌다. 가장 사적인 문자메시지에 전쟁이 불러온 여파가 생생히 전해진 것이다. 그날 이후 저자는 1년간 두 친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엮어 그림책을 펴냈다. 두 사람이 보내온 문자와 함께 자신의 그림을 담았다. 책을 펼치면 왼쪽엔 K의 나날이, 오른쪽엔 D의 나날이 동시에 펼쳐진다. 저자는 이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개인들의 사적인 발화가, 이 전쟁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들도 이 전쟁이 일상에 끼치는 끔찍한 여파를 이해하게 해주는 정서적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왼쪽 페이지엔 K가 사는 집 창문 너머 치솟는 불길이, 오른쪽 페이지엔 D가 사는 러시아 곳곳에 나붙은 전쟁 지지 포스터가 그려져 있다. 이 간극은 이들의 몸과 마음에도 영향을 미쳤다. 종군 기자로 우크라이나 현장을 취재하는 K는 온몸으로 전쟁을 겪어야 했다. 새벽엔 경보 소리에 잠에서 깼고, 거센 포격 소리 속에서 쪽잠을 자는 나날이 이어졌다.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복통을 느꼈다. “분노와 증오가 뒤섞인 고통이었다”고 K는 말한다. 전쟁의 한복판에서 멀리 떨어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머무는 D에게 전쟁은 무기력감으로 다가왔다. 전쟁에 반대 목소리를 낸 D 주변 예술가들이 해고됐다. 전쟁 반대 시위에 나가 목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정부의 감시 대상이 될까 두려웠다. 혼자서라도 러시아를 떠나고 싶지만, 가족들이 머무는 고향을 떠날 수 없음을 깨닫고 만다. 직업도, 사는 지역도, 처한 상황도 모두 다르지만 이들은 전쟁 이후 미래를 빼앗겼다는 공통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전쟁이 벌어진 지 35주가 흘렀을 때 K는 “요즘 누군가 미래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만약 우리가 살아남는다면’이란 표현을 사용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D는 52주가 지났을 때 “이 전쟁 때문에 미래를 떠올린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를 잊고 말았다”고 했다. 저자는 “서로 다른 점은 있으나 D와 K 모두가 전쟁의 목격자”라며 “이 전쟁에서 인간이 치르고 있는 희생을 이해하려면 바로 이런 개인적인 목소리를 기록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썼다. 원제는 ‘Diaries of War’.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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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무공 예장 행렬, 409년 만에 재현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예장(禮葬·국가에서 예를 갖춘 장사) 행렬을 409년 만에 재현하는 ‘이순신 순국제전’이 17∼19일 충남 아산시 현충사 일대에서 열린다. 온양온천역∼현충사 4.4km 구간에서 19일 펼쳐지는 충무공 예장 행렬은 17세기 예법에 따라 진행된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충무공의 예장은 충무공이 노량해전에서 순국하고 16년이 지난 1614년 산소를 이장하며 치러졌다. 당시 광해군이 “(충무공의) 예장을 치르고 묘소의 석물을 모두 갖춰 주라”고 명한 기록이 남아 있다. 이번 재현 행사는 1627년 인조의 아버지 원종의 묘를 이장하는 과정에서 진행된 예장 절차를 상세히 기록한 ‘원종예장도감의궤’ 등을 참고했다. 김시덕 을지대 장례지도학과 교수는 “충무공은 임진왜란 일등공신으로 덕풍부원군에 추봉됐고 영의정으로도 추증됐다”며 “국가의 예우를 다해 장례를 치를 자격이 있다고 조선 왕실이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장 행렬엔 제관 복장을 갖춘 시민 700여 명이 참여한다. 제관 복장은 조선 왕실 복식사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고증을 거쳐 17세기 양식으로 복원했다. 상여는 온양민속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32인 상여’를 사용한다. 상여꾼 32명이 드는 규모로 현존 민속 상여 중 최대 규모다. 1930년대 제작됐다. 온양민속박물관은 17일 이 상여를 선보이는 전시를 연다. 이날 오후 2시 반 박물관에선 ‘이별이 아닌 만남, 죽음’이라는 주제로 인문학 콘서트를 열고 충무공의 죽음이 지닌 의미를 살펴본다. 온양온천역에선 18일 오후 2∼5시 이봉근 명창의 ‘성웅 충무공 이순신가’와 국가무형문화재 종묘제례악보존회의 ‘충무공 현충제례악’ 공연이 펼쳐진다. 이번 제전은 아산시가 주최하고 아산문화재단과 을지대가 공동 주관한다.이소연 기자 always99@donga.com}

    • 2023-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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