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임희윤 기자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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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현, 아이유, 레드벨벳, 트웬티원파일러츠, 요요마, 래드윔프스, 카를라 브루니, 잭 블랙….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북유럽부터 남미까지 싸돌아다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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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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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예린과 더 발룬티어스 “우리가 가고 싶은 꿈의 길로 걸어간다면…”[인터뷰]

    R&B 팝스타가 거친 록 밴드 보컬로 다시 데뷔하는 일. 동서고금을 뒤져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안 가본 길은 인간을 매혹한다. ‘Square’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의 싱어송라이터 백예린(24)이 록으로 중무장해 돌아왔다. 밴드 ‘The Volunteers’(한국어명 ‘더 발룬티어스’)의 보컬로서다. 이들의 1집 ‘The Volunteers’(27일 오후 6시 발매)는 질풍노도의 첫 곡 ‘Violet’부터 대중에게 익숙한 백예린의 80%를 찢고 시작한다. ‘눈의 꽃’의 나카시마 미카가 영화 ‘나나’에서 펑크 록커로 변신했던 2005년의 일도 생각났다. 앨범에 실린 10곡 전곡을 미리 들어봤다. 배반이란 때로 사람을 미치게 한다. 윤기 있는 중저음, 세련된 비브라토로 뻗는 고음…. 백예린 특유의 보컬은 갈아대는 록 기타, 난타하는 드럼과 덜컹대며 짜릿하게 들어맞는다. 초기 라디오헤드를 연상시키는 격정적인 사운드 위로 앨라니스 모리셋, 크랜베리스, 브리더스, 가비지, 시네이드 오코너의 환영도 스쳐갔다. 공식 데뷔를 앞둔 밴드 ‘더 발룬티어스’의 네 멤버, 백예린(보컬·기타), 구름(베이스), Jonny(기타), 김치헌(드럼)을 최근 서울 마포구의 음악 작업실에서 만났다. 합주실엔 드럼세트, 기타앰프, 케이블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록의 온기가 얼음을 녹이고 네 잔의 아이스커피가 바닥을 드러낼 때쯤, 이 ‘자원봉사자들’의 정체는 조금 더 또렷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아낌없이 돕는 사람들. 그리고. 비틀스, 크랜베리스, 더 발룬티어스….―‘The Volunteers’라니…. 국어로 옮기면 자원봉사자들인가요. 유래가 궁금해요. 백예린(이하 예린): “조니, 형석, 저, 이렇게 셋이서 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우리 밴드 하자!’ 해놓긴 했지만 계속 감정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방황하던 무렵이었죠. 멤버 오빠들이 많이 도와줬어요.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밴드명을 엄청 생각해보다가 ‘The Volunteers’가 떠오른 거예요. 제가 오빠들한테 받는 만큼 돌려주지 못했음에도 너무 열심히 도와주고 ‘이렇게 해보자, 저렇게 해볼까’ 했던 게 너무 고마워서요. ‘더 발룬티어스…. 자발적으로 도와주는 고마운 오빠들.’ 저 역시도 베풀어야겠다는 생각에서 짓기도 했어요. 사람이 사람을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도와준다는 게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Jonny(조니): “이거다 싶었죠. 저는 늘 ‘The …s’로 된 밴드 이름들이 좋았거든요.”―좋아하는 ‘…스’ 밴드가 있다면? 조니: “비틀스(The Beatles).” 고형석(형석):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 김치헌(치헌): “더 발룬티어스….” 조니: “앞에 ‘The’ 뺀 티셔츠 입고 록 페스티벌 가면 우리 진짜 자원봉사자 돼.”―2017년 결성. 음원을 사운드클라우드에 올리기 시작한 건 2018년…. 시간 간격이 좀 있어요. 정식 데뷔앨범을 지금 이 시점에 내게 된 이유는요? 예린: “밴드 결성 초기에는 멤버들이 여기 정식으로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어요. 저의 레이블(블루바이닐)이 생기고 나서는 좀더 편하게 밴드 음악을 제대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R&B 기반의 팝 가수가 이 정도로 거친 록 밴드의 보컬로 변신한 것이 놀라워요. 국내외에서 비슷한 예가 잘 떠오르지 않네요. 아주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 것 같아요. 예린: “20대 초반에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그때 밴드 ‘바이 바이 배드맨’의 음악을 접하고 좋아하게 됐고, 공연까지 보러 다니면서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오빠들(조니, 형석)과 친해지면서 밴드 음악을 더 많이 접하게 됐죠. 나이도 어리고 힘들던 시기에 좋은 사람들을 만난 거죠. 어떻게 보면 오빠들이 없었다면 제가 록에 관심을 가질 기회가 영영 없었을지도 몰라요. 그러다 함께 (영국 밴드) 오아시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슈퍼소닉’을 보게 됐어요. 근데 록 신(scene)은 분위기가 너무 다른 거예요. 저는 늘 조금 스스로를 틀에 가둬 생각했고, 착한 아이로 지내야 한다는 부담감 같은 게 있었거든요. 그런데 ‘슈퍼소닉’을 보면서 좀더 내 맘대로 즐기고 자유롭게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는 제 안의 다른 자아를 대중 분들한테도 보여드리고 싶어졌죠.”―작년 예린 씨 솔로 앨범 인터뷰 때 영국 밴드 ‘울프 앨리스’의 팬이라고 했던 게 생각나요. 예린: “네. 오빠들과 어딜 가다가 차 안에서 우연히 접하고 너무 빠졌어요. ‘이렇게 자유롭게 자아를 표현할 수 있다니!’ 공연 영상을 찾아보다가 (영국)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의 존재도 알게 됐고요. 저 좀 많이 늦었죠? 너무 좁게 살았나 봐요. 여자 프런트퍼슨으로서 멋있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울프 앨리스 덕에 많이 하게 됐어요.”―초기에 조니 씨, 형석 씨와 의기투합한 건데, 치헌 씨는 어떻게 들어오게 됐나요. 예린: “‘밴드 해보자!’ 뒤에 ‘드러머는 어떡해?’ 했더니 형석 오빠가 대학 후배가 하나 떠오르는데 한번 연락을 해보겠다고 했어요. 저희끼리 만든 데모 한두 곡을 들려줬더니 ‘오케이’를 해서 그 뒤로 이렇게 넷이 어울리게 됐죠. 히히.”―과묵한 치헌 씨, 이쯤 해서 한 말씀 해주시죠? 치헌: “음…. 제가 정식 밴드 활동은 ‘The Volunteers’가 처음이에요. 원래는 백예린 음악 같은 팝이나 R&B를 좋아했거든요. 록은 고교 때 좀 듣다 말았는데 이렇게 돌고 돌아 이 친구들과 다시 함께 록을 들으니까 왠지 흥미가 강하게 생기더라고요. 저에 대해 더 설명하자면, 그동안 박지윤 백예린 같은 가수의 세션 활동을 했고요. ‘캣츠’ 같은 뮤지컬에서도 연주를 맡았습니다.”―이 대목에서 조니 씨에 대해서도 궁금해 하는 분들이 생겨요. 조니: “‘바이 바이 배드맨’을 열아홉 살 때 형석이와 함께 시작했어요. 그걸 쭉 해오다 중간 중간 세션 일도 했고요. (하드록 밴드) ABTB의 객원 기타리스트로도 활동했고요. 그러다 예린이 세션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레 여기까지 왔죠.”●“…하지만 예린의 멜로디가 얹히면 다른 음악이 돼버리죠”―앨범 제목이 담백해요. 그냥 ‘The Volunteers’. 예린: “10곡 중에 6곡 정도는 만든 지 2년 정도 흐른 노래죠. 4곡 정도가 새로운 곡인데, 그 사이에 저나 멤버들의 심경과 생각의 변화가 많아서 10곡을 다 묶어놨을 때 하나로 관통하는 주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옛 밴드들 가운데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가진 이들도 많잖아요.”―사운드가 예상보다도 더 세고 거칠어서 좀 놀랐어요. 조니: “사실 저는 더 세게 하고 싶었는데 다른 멤버들이 자제를 시켜줘서….” 형석: “록 밴드는 이렇게 하는 게 맞죠. 만들면서 강한 음악이라고 특별히 생각하진 않았어요. 록 시장 전체의 분위기로 봤을 때는 꽤 팝적이라 생각해요. 예린이가 프런트이니까 아마 더 세게 느껴질 수도 있을 거예요.”―요즘은 록에 전자음악을 많이 넣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경향인데 ‘더 발룬티어스’는 우직하게 하드한 기타 사운드를 뼈대로 해서 앨범을 만든 점도 의외였어요. 형석: “그러게요. 신시사이저는 앰비언트 역할로 아주 조금만 넣었어요.”―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의 질감도 많이 느껴지더라고요. 조니: “1980~90년대 미국 얼터너티브 록이나 그런지 밴드들을 상상하고 기타 사운드나 리프를 만들려 했어요. 소닉 유스나 너바나 같은 팀들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 산 CD가 너바나의 ‘Nevermind’(1991년)였거든요. 하지만 그런 기타 리프와 사운드를 만들어놔도 결국 예린이가 쓴 멜로디를 붙여놓으면 아예 다른 음악이 돼요. (보컬) 멜로디는 다 예린이가 만들거든요.”―그렇군요. 밴드로서 작업 프로세스가 궁금해지네요. 예린: “이를테면 첫 곡 ‘Violet’은 아예 형석 오빠가 트랙을 다 만들고 나서 저한테 멜로디를 맡긴 경우예요.” 조니: “4번 곡이 수록곡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만든 곡이었는데요. 우리 셋이서 연주만 하고 있었는데 예린이가 저기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거예요. ‘뭐하고 있지?’ 했는데 갑자기 5분 뒤에 ‘멜로디 만들었어’ 하며 노래를 부르더라고요. 기타 리프만 있었을 때는 제 리프에 대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멜로디를 붙이니 ‘됐다!’ 싶더라고요.” 치헌: “(10번 곡) ‘Summer’는 처음에 베이스라인만 있었죠.” 형석: “거의 힙합이었지. 흐하.”●“록을 할 때는 젊을 때만 누릴 수 있는 것을 자유롭게 보여주자!”―녹음할 때 많이 쓴 이펙터나 장비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조니: “원래 저는 ‘펜더’ 기타를 주로 치는데 이 앨범에서는 ‘깁슨 레스폴’을 주로 쳤어요. 곡들의 분위기와 잘 어울려서요.” 형석: “초기에는 가진 기타 앰프가 ‘오렌지’뿐이었어요. 그게 확실히 레스폴과 잘 묻어서 많이 쓴 것 같아요.” 조니: “전에 하던 밴드에서는 쓸 일이 별로 없었던 ‘퍼즈(fuzz)’ 이펙터도 많이 썼죠.”―예린 씨, 록적인 곡은 언제부터 쓰기 시작한 건가요? 예린: “2017년 무렵요. 처음엔 제가 써놓고도 스스로 약간 헷갈리는 게 많았어요. ‘이런 멜로디가 원래 록에서도 쓸 만한 멜로디인가, 아니면 너무 팝 같은 멜로디인가?’ 그래서 오빠들한테도 많이 물어봤죠. 조니 오빠 말대로 제가 팝스러운 멜로디를 계속 써왔던 사람이어서 또 되레 멤버들이 만들어주는 사운드 위에서 이질적이지만 새로운 스타일로 잘 표현이 되는 것 같아요. 결론은요. ‘잘 나왔다!’입니다. 흐하.”―이에 대한 ‘록잘알’ 오빠들의 의견은? 조니: “(예린이의 멜로디가 붙으니) 요즘 나오는 록 밴드 음악처럼 느껴졌어요. 그래서 악기들은 되레 더 예스럽게 가져가보려는 게 있었죠. 그래야 조화가 잘 될 거 같아서.” 형석: “예린이는 ‘너무 팝스럽지 않아?’ 하고 묻는데 제가 볼 땐 아니었어요. ‘그냥 하고 싶은 대로 더 해도 될 거 같은데?’라고 답해줬죠.” 치헌: “지금 딱 좋은 듯.” 조니: “한번도 ‘바꿔볼래?’가 없었어요. 그대로가 좋아서.” 치헌: “딱 좋아.” 예린: “이래서 밴드 합니다.”―사운드 못잖게 가사에서도 상당한 분노가 느껴져요. 예린: “2017년, 2018년에 쓴 곡들에는 확실히 사회를 향한 분노가 있어요. 늦게 찾아온 사춘기처럼 제 머릿속에 이상한 게 많았나 봐요. 제 솔로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것만 보여드리자는 생각도 했죠. 팬이나 대중이 저를 떠올릴 때 원피스를 입은 하늘하늘한 예린, 페스티벌 예린…. 이렇게 많이 생각해주시는데 그런 것들을 많이 깨고 싶었나 봐요, 제가. ‘그거 나 아닌데….’ 록을 할 때만큼은 솔로 때의 이미지를 좀 버리고 지금 젊을 때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보여드려보자는 생각을 했죠. 모든 노래가 다 실제 저의 분노를 담은 건 아니고요. 비유와 은유도 많아요. 어릴 적 철없던 제가 쓴 곡들과 최근에 쓴 곡들이 모여서 앨범이 조화를 잘 이룬 것 같아요.”―5번 곡 ‘Radio’는 처음부터 끝까지 두 개의 코드만으로 구성한 점이 특이했어요. 예린: “저 혼자 두 개의 코드를 기타로 반복해 치면서 노래해 데모를 만들었죠.”●“어떤 곡들은 가상의 영화 스토리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만들었죠”―‘Radio’의 노래 가사 속에서 ‘Radio’가 의미하는 것은 뭘까요? 예린: “몇몇 수록 곡의 가사는 제가 머릿속에서 가상의 영화 스토리를 상상해 놓고 썼어요. ‘Radio’도 그렇죠. 이 영화(?)의 배경은 옛날 시골 마을이에요. 미국 남부에 있는…. 어떤 아이가 엄마랑만 자랐는데 믿을 것은 교회 밖에 없고 모든 게 차단된 상태에서 결국 즐거움의 의미로 존재하는 유일한 것은 라디오밖에 없는 거예요. 이걸 가지고 도시로 나아가서 그 즐거움을 전하는 내용인데, 그 과정을 가사에 그렸어요. 그 좁은 세상에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 즐거움을 주는 하나뿐인 무언가가 그 소녀에게는 라디오라는 얘기죠.”―이야기를 들을수록, 음악을 들을수록 ‘더 발룬티어스’의 첫 공연이 기다려지는데요? 일동: “올해 안에, 그것도 아마 머잖아 할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예린: “제 솔로 공연에서는 멤버들이 뒤로 가 있고 저 혼자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아 찜찜한 게 있었어요. 이번에 데뷔를 준비하면서, 합주를 하며 에너지를 정말 많이 받았어요.”―예린 씨는 기타를 언제부터 쳤어요? 예린: “아버지가 밴드 보컬이셨어요. 기타도 치셨죠. 아버지가 어릴 때부터 조금씩 가르쳐줬어요. 그땐 손이 작으니까 제대로 배우지는 못했죠. ‘더 발룬티어스’ 데뷔를 위해서 본격적으로 멤버들에게 배웠어요. 정말 제대로 하기 시작한 것으로 치면 올해부터예요. 아직은 초보죠.” 형석: “저렇게 말해도, 재능 있어요. 잘 쳐요.”―R&B 기반의 팝을 하다 록을 하게 됐어요. 창법과 발성은 어떻게 다르게 접근했나요? 예린: “솔로 할 때는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썼죠. 노래에 기교가 많다보니 테크닉에 신경을 써야 해서 녹음을 한 번에 끝낼 것도 여러 번 하고 했는데, 록 밴드 버전의 저는 조금 시원시원하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은 넘어갔어요. 어떻게 보면 무성의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런 애티튜드까지 다 포함돼 있는 음악 장르가 록이라고 생각해요. 연주 소리도 크고, 쿨한 장르다보니 좀 신경이 덜 쓰이기도 하고요. 제 딴에는 확실히 다르게 하려고 노력하는데 결국 저는 한 사람이어서 목소리는 비슷한 것 같아요. 다만, 솔로를 할 때는 좀더 성숙한 목소리를 내려 노력하는 반면, 밴드를 할 때는 좀더 어리광부리는 스타일로! 좀더 ‘젊음의 맛을 보여주자!’ 하는 느낌으로요.”―‘Radio’ 못잖게 첫 곡 ‘Violet’의 ‘violet’의 의미가 궁금해요. 정작 가사에는 ‘violet’이 한 번도 안 나오네요. 예린: “그냥 개인적인 소원이었는데, 여자 이름을 앨범에 꼭 한 번 들어가게 하고 싶었어요. 아마 음반에서 가장 분노가 가득한 곡일 거예요.”―2번 곡 ‘PINKTOP’의 가사에는 미스터리의 ‘분홍색을 입은 남자’가 등장해요. 예린: “멤버들이랑 지내다 알게 된 사실인데, 오빠들이 핑크색 옷 입는 걸 민망해하거나 부끄러워하더라고요. 또 머릿속에서 혼자 영화 한 편을 그렸죠. 남자의 핑크 탑처럼 우리가 편견을 갖는 옷차림이나 행색들이 있잖아요. 하지만 결국 우리가 가고 싶은 길, 꿈을 위한 길을 걸어가고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어떤 행색을 하든, 또 무엇을 하든 상관없는 게 아닌가라는 말을 건네고 싶었어요.”―3번 곡 ‘Let me go!’는 아무래도 자유의지를 그린…? 예린: “이것도 영화 한 편을 머릿속에 그려봤는데요. 우리 밴드가 미국에 투어를 간 거예요. 공연 중간에 자유시간이 나서 컨버터블을 타고 로스앤젤레스 같은 데를 가보는 거예요, 멤버들끼리. 선글라스를 끼고 머리를 막 휘날리면서, 멋진 행인들을 바라보면서 모든 걸 내려놓고 질주하는 거죠!”●언젠가는 국내외 록 페스티벌도 나가고 싶다, 언젠가는―그 ‘Let me go!’라는 영화 속 밴드는 슈퍼스타 밴드이겠죠? 예린: “꼭 그렇지 않아도 좋아요. 아무리 작은 클럽을 도는 투어라 해도. 따뜻한 햇살 아래서 맘껏 놀고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면 돼요. 팬데믹 때문에 더 이런 가사가 나온 것 같아요. 빨리 나가서 공연하고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는 답답함 때문에요.” 형석: “투어 자체가 밴드의 목표는 아니지만. 아, 정말 해보고 싶긴 하네요. 해외 페스티벌도 나가보고 싶고.”―예린 씨는 이런 머릿속 영화 얘기를 멤버들과 공유하나요? ‘자, 이런 느낌으로 연주해줘!’ 하는 식으로요. 예린: “아뇨. 놀릴까봐…. 흐하.”―4번 곡 ‘Time to fight back in my way’에도 특별한 스토리가 있을 것 같은데요. 예린: “조니의 기타 리프 위에 제가 가사와 멜로디를 얹었어요. 그날 저희 셋(예린 조니 형석)이서 차를 타고 합주실에 같이 왔는데, 오는 길에 RATM(미국 랩 메탈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Take the Power Back’이 나오는 거예요. ‘이 가사 너무 멋있는데! 힘을 다시 가져와야 해!’ 하고 생각하며 노랫말을 썼죠. 가사는 센데 노래는 비교적 잔잔한 편이네요.”―센 노래로 치면 6번 곡 ‘Crap’이 만만치 않네요. 조니: “제일 하드한 노래 축에 속하죠.” 형석: “구성이 입체적인 노래예요. 일반적인 노래의 폼(form)을 잘 뒤틀어놓은 곡이라고 생각해요. 후반 작업이 끝난 뒤에 저는 이 노래가 제일 머리에 남더라고요. 평소에는 하지 않는 방식으로 만들었지만 또 자연스럽게 나온 느낌이라서….”―그렇다면 라이브에서 가장 기대 되는 곡은 뭔가요? 치헌: “최근 합주했을 때는 ‘Let me go!’가 가장 에너지가 좋았어요. 뒤에 드럼 솔로도 나오고! 집중도가 흐트러질 새가 없죠.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몰아쳐서. ‘Crap’도 비슷한 느낌으로 기대가 많이 돼요.”―드럼 사운드에도 공을 많이 들였다고요? 치헌: “이번에 ‘C&C’와 ‘Q’라는 브랜드의 드럼을 추천받아서 몇 곡씩 나눠 연주했어요. Q는 (영국 밴드) 뮤즈 같은 팀이 쓰죠. 대중적인 브랜드는 아닌데, 엄청나게 록적인 사운드가 나오더라고요. ‘Let me go!’ ‘Crap’ 같은 곡이 Q의 사운드예요. C&C 역시 유명한 브랜드는 아닌데 Q와 또 색깔이 완전 달랐어요. 빈티지한 사운드랄까. 서스테인(잔음의 지속시간)이 좀 짧은 드럼이죠. ‘PINKTOP’ ‘Time to fight back in my way’ 같은 곡들에 썼어요.”―형석 씨는 ‘바이 바이 배드맨’에서 건반주자였잖아요. 더 발룬티어스에서는 베이스기타를 맡았는데 어때요? 형석: “원래 중학생 때부터 베이스기타를 쳤어요. 안 놓고 꾸준히 연주는 했죠. 기타나 드럼에 비하면 비교적 연주의 집중도가 낮아도 소화가 가능한 악기라서, 한마디로 꿀 빨고 있죠. 흐하.”―7번 곡 ‘Nicer’에는 또 어떤 영화가 한 편 들어가 있나요. 예린: “이 곡은 영화까지는 아니고요. 일단 ‘Violet’과 함께 제일 먼저 쓴 밴드 곡이에요. 어려서부터 모든 이에게 공손해야 해, 친절해야 해, 이런 말을 너무 많이 듣고 자라서 그것에 대해서 써보고 싶었어요. 굳이 그렇게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를 하는 노래죠.”―오아시스의 갤러거 형제의 도움도 좀 있었던 건가요? 예린: “있었죠. 조금 막 살아도 되겠구나 하는!”●모두가 여름의 팬은 아니군요!―8번 곡 ‘Medicine’도 가사가 아리송합니다. 약이라…. 예린: “이 노래도 약간 반항적인 가사가 있는 노랜데, ‘그래도 우리 가족에게 나는 약 같은 존재야’ 하는 내용입니다. 어떤 이에게 부당한 미움을 받는다고 해도, 저는 그런 귀한 존재이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겠다! 하는 마음입니다.”―9번 곡 ‘S.A.D’는 이니셜로 표기가 돼있는데 무엇의 약자인가요? 예린: “Social Anxiety Disorder. 우리말로 하면 사회 불안 장애예요. 말 그대로 심적으로 불안한 상태를 그려본 곡이에요.”―대망의 마지막 곡으로 ‘Summer’를 넣었어요. 혹시 모두들 여름을 좋아하나요? 치헌, 조니: “여름 좋아해!” 예린: “난 여름이 별로야.” 형석: “나쁘지 않은 듯.”―모두가 여름의 팬은 아니군요! 예린: “따뜻한 느낌이어서 쓴 게 아닐까 싶어요. 제 경험도 담았지만 그 무렵에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봤거든요. 거기 나오는 과일, 햇살, 바다…. 풍경이나 색채가 너무 예뻐서 영향을 받았어요.―‘띠옹~’ 하는 소리를 내는 악기는 혹시 시타르인가요? 형석: ”맞아요. 정확히는 가상악기로 만든 시타르 소리죠.“ 조니: ”그게 신의 한 수였던 것 같아요. 원래는 기타만 가는 거였는데 아예 다른 느낌이 들어가 버렸어요.“ 예린: ”시타르 덕분에 더운 느낌이 나요. 소리가 쨍해서.“―자, 앨범을 대앨범을 강 쓱 훑어봤는데요. 음반 전체가 청자에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가기를 원하며 작업했나요? 치헌: ”드럼만 봤을 때는 최대한 자연친화적인, 날 것 그대로의 사운드를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전체적인 사운드 믹스는 형석이가 담당했으니까….“ 형석: ”여러 아티스트들의 정규 1집을 보면서 느낀 게 있어요. 대부분 정규 1집을 만들 때는 관통하는 스토리 주제를 갖고 임하는 것보다는 당장 젤 잘하는 걸 다 집어넣는 경우를 많이 봤죠. 이런 것도 보여주고 싶고 저런 것도 들려주고 싶고…. 그러니까 모든 것이 약간은 과하게 들어간, 그런 앨범이 자연스레 된다고 생각해요, 1집이라는 게.―장르로 보자면 개러지 록부터 드림 팝까지 여러 결이 느껴져요. 형석: “그런 장르를 모두 즐겨들으며 지내요. 어떤 틀 없이 저희가 즐기는 것을 다 넣은 셈이에요. 밴드의 방향을 미리 정하지 않고, ‘할 수 있는 것을 전부 넣어보자’인 거죠. 프로세스를 한다기보다 날것의 상태로 펼쳐놓는.” 조니: “멤버들이 음악을 워낙 다양하게 들어서 2집 때는 또 저희가 어떤 장르를 하고 있을지 몰라요. 드림 팝을 할 수도 있고 빡세게 하드록을 할지도 모르죠. 요즘 드는 생각은 굳이 밴드를 장르로 나눠야 하나 하는 거예요. 록 밴드면 그저 록 밴드인 거죠.”―모든 인터뷰의 피날레죠. 밴드 ‘더 발룬티어스’의 목표와 꿈을 물어볼 시간입니다. 조니: “팬데믹이 빨리 끝나서 국내 록 페스티벌 무대에도 서고 해외 공연도 하고 싶습니다.” 예린: “록 신이 좀더 많이 부흥을 했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더 어린 친구들도 저희로 인해 다양한 음악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고요. 많은 밴드 분들, 특히 팬데믹 때문에 힘들어하는 아티스트들이 앞으로는 더 자유롭게 음악을 많이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록에 대한 편견. 있을 수 있죠. 저도 있었고요. 단순히 시끄러운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갤러거 형제만 봐도 왠지 막 무질서할 것 같고. 접하기 두려워하거나 편견을 가질 수도 있는데, 저희가 친근하게 다가감으로써 이런 것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리고 싶어요. 앞으로 다른 인디 밴드들과 홍익대 앞 작은 라이브 클럽의 무대에도 함께 서보고 싶습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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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춘향이가 거문고 비트에 랩을… 전자음악으로 되살아난 국악의 흥

    이달 10일 국립국악원이 홈페이지에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놨다. 안숙선, 이춘희 등 명창들의 ‘얼씨구!’ ‘으이!’ 같은 추임새와 아니리를 짧은 음원 파일 2800개로 나눠 누구나 내려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지난해 9월 내놓은 국악기 단음(短音) 407개, 악구(樂句) 2226개까지 하면 5000여 개의 고급 국악 ‘소스’가 무료 배포된 것. 국악원은 “케이팝, 대중음악, 유튜브 제작 등 다양한 콘텐츠 생산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급 소식을 전자음악가 소월(본명 이소월·35)에게 먼저 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계적 음악 소프트웨어 ‘에이블턴’이 주최한 국제 행사에 한국인 최초로 연사로 초청된 실력가, ‘핑거 드러밍’ 장인, 전직 재즈 드러머. 소월은 왜 이제 알려주냐는 듯 반겼다. 서울 강서구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을 23일 찾았다. 톰 요크(라디오헤드) 포스터가 붙은 벽 아래에서 켄드릭 라마 앨범 표지를 바탕화면에 띄워둔 컴퓨터를 소월이 켰다. 먼저 국악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 ‘악구’-‘성악’-‘여창’ 섹션을 차례로 클릭했다. 안숙선의 ‘춘향가’ 중 ‘사랑가’ 대목을 골라 여러 구절의 음원을 내려받았다. ‘에이블턴 라이브’ 프로그램을 가동시켰다. 받은 음원에서 ‘춘향이가 하는 말이…’ ‘우리 어머니는 소싯적에…’ ‘오날(오늘)같이 즐거운 날…’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같은 악구를 디지털로 더 잘게 쪼개 여기저기 콜라주했다. 전문 용어로 ‘찹(chop)’ 기법. 이번엔 징 소리를 내려받을 차례. ‘징∼’ 하는 음파를 샘플러에 넣고 고음역대를 필터로 깎아낸 뒤 다이내믹 계열 이펙터로 저음역을 더 부각시켰다. 듣자니 꽤 몽롱했다. 리듬이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정글 뮤직’풍의 비트를 입히니 가히 전북 남원의 광한루가 영국 런던의 지하 클럽으로 빨려 들어갔다. 음악이 딱 멈춘 말미에 ‘…어쩔라고 그러시오∼’를 붙이자 ‘코믹 계몽 음악극’이 완성됐다. 재미가 드니 속도가 붙었다. 이주은 명창의 ‘자진모리방자분부듣고1’ 파일을 내려받았다. 이번엔 자진모리 가야금 샘플도 변형해 넣어보기로 했다. “가야금 소리가 정말 잘 녹음됐네요. 소리의 길이를 늘인 다음, 소리 입자 크기를 ‘랜덤’으로 변형해 뽑았습니다.”(소월) ‘방∼자 분부 듣고 춘향 부르러 건너간다∼’ 하는 소리에 거문고와 징 소리를 변형해 만든 ‘무그 베이스(moog bass)’ 사운드를 까니 당장 랩을 얹고픈 매력적 미디엄 템포가 됐다. 토핑 삼아 안숙선 명창의 ‘으이!’ ‘하이 그렇지∼’를 얹으니 금상첨화. 소월은 “씽씽, 이날치 신드롬 이후 대중음악가들의 국악에 대한 갈증이 많아진 시기”라면서 “가르치는 학생들(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도 국악기 샘플을 보내주실 수 있냐는 문의를 많이 한 바 있다. 명창, 명연주자들이 좋은 음질로 녹음한 음원인 만큼 향후 대중음악에서 잘 활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단, 내려받은 뒤 파일명이 원래 제목을 알아볼 수 없게 형성되는 것, 한 번에 최대 10개까지만 내려받을 수 있는 것은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국립국악원 장악과의 이승재 팀장은 “앞서 악기 음원은 지난해 9월부터 현재까지 약 1만3000회 다운로드됐다. 용도와 사용처를 물은 결과 대학, 각종 콘텐츠 제작사, 개인 유튜버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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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커 변신 백예린 “늦게 온 사춘기처럼, 록의 세계에 빠져들어”

    R&B 팝스타가 거친 록 밴드 보컬로 다시 데뷔하는 일. 동서고금을 뒤져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Square’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 거야’의 싱어송라이터 백예린(24)이 록으로 중무장해 돌아왔다. 밴드 ‘The Volunteers’(한국어명 ‘더 발룬티어스’)의 보컬로서다. 이들의 1집 ‘The Volunteers’(27일 발매)는 질풍노도의 첫 곡 ‘Violet’부터 대중에게 익숙한 백예린의 80%를 찢고 시작한다. 배반이란 때로 사람을 미치게 한다. 윤기 있는 중저음, 세련된 비브라토로 뻗는 고음…. 백예린 특유의 보컬은 갈아대는 록 기타, 난타하는 드럼과 덜컹대며 짜릿하게 들어맞는다. “많은 분들이 저 하면 떠올리는 원피스 입은 하늘하늘 예린, 서울재즈페스티벌 예린, 이런 것들을 많이 깨고 싶었나 봐요. ‘그거 나 아닌데…’ 하는 마음으로요.”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백예린은 “밴드 결성 무렵(2017년) 사회를 향한 분노도 있었고, 늦게 온 사춘기처럼 머릿속에 이상한 게 많았나 보다”고 말했다. 밴드명은 백예린 안에 움튼 록의 세계를 활짝 펼치도록 아낌없이 지원해준 멤버들에 대한 헌사다. 그는 솔로가수 데뷔 후 인디 밴드 ‘바이바이 배드맨’의 음악에 빠져 공연을 보러 다니다가 멤버 조니(기타), 고형석(베이스기타)과 친해졌다. 함께 영국 밴드 오아시스를 다룬 다큐멘터리 ‘슈퍼소닉’을 보며 록의 분방한 사운드와 세계관에 눈떴다. 김치헌(드럼)까지 합류하며 합주가 시작됐다. 1990년대 얼터너티브 록이나 그런지를 연상시키는 지글대는 기타 사운드는 조니의 몫. 밴드 리더인 조니는 “내가 소닉 유스나 너바나를 상상하며 만든 기타 리프에 예린이 신선한 멜로디를 얹으면 아예 다른 음악이 되곤 한다”고 말했다. 3번 곡 ‘Let me go!’는 4비트로 후려치는 호쾌한 드럼, ‘Let it go!’(놔버려)의 절규가 어우러져 UK 록 차트 1위 곡을 듣는 듯 중독적이다. 4번 곡 ‘Time to fight back in my way’에 대해 백예린은 “멤버들과 합주실에 가는 차 안에서 (미국 밴드)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의 (랩 메탈 곡) ‘Take the Power Back’을 듣고 썼다”고 했다. 9번 곡 제목 ‘S.A.D’는 사회불안장애의 영어 약자. “팬데믹으로 힘들어하는 록 아티스트들이 더 자유롭게 많은 음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저희도 홍대 앞에서 그들과 한 무대에 설 준비가 돼 있습니다!”(백예린)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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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넘어선 BTS, 빌보드 어워즈 4관왕 ‘새 역사’

    방탄소년단이 올해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4관왕을 차지해 미국 3대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다관왕 자체 기록을 경신했다. 이들은 2019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2개 부문을,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3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방탄소년단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소프트 시어터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톱 셀링 송’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 ‘톱 듀오·그룹’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019년 본상인 ‘톱 듀오·그룹’을 수상한 이후 이번에는 본상 가운데 ‘톱 듀오·그룹’은 물론 ‘톱 송 세일즈 아티스트’와 ‘톱 셀링 송’까지 받으면서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 또렷한 발자국을 남겼다. 방탄소년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한국에서 영상으로 출연해 수상 소감을 대신했다. ‘톱 셀링 송’ 수상자로 호명된 뒤 리더 RM은 영어로 “이렇게 의미 있는 부문의 수상자가 돼 정말 영광이다. 우리는 ‘Dynamite’를 통해 모두와 함께 신선한 에너지를 나누고 싶었고, 이를 이뤘다는 증거가 이 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곡 ‘Butter’의 무대 공연도 이 시상식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서울에서 녹화한 영상 속에서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대기실에서 거울을 보는 장면으로 시작해 무대 세트, 시상식 레드카펫을 오가며 군무와 노래를 보여줬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 그래미 어워즈와 함께 미국의 3대 팝 시상식이다. 빌보드 뮤직 어워즈는 1년간 빌보드 차트 성적에 기반을 두고 수상자를 결정한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Dynamite’가 지난해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하고 꾸준히 사랑을 받은 것이 주효했다. 방탄소년단은 2017년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팬 투표로 결정하는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하며 이 상의 수상자로 등장했다. 이후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의 축하 무대에서 ‘DNA’ ‘Fake Love’ ‘Boy with Luv’ 등을 선보이며 현지 유명 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뮤직 어워즈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의 경우 올해까지 5연속으로 제패하며 독보적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팬덤의 화력을 입증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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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십만 인파 대신 레이저-조명… 英 광야에 펼쳐진 ‘한여름 밤의 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돼 영국의 푸른 광야에 뚝 떨어져 ‘한여름 밤의 꿈’을 꾼 듯했다.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1832∼1898)도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도 상상하지 못했을 정경을 첨단 기술이 가능케 했다. 23일 저녁(한국 시간) 영국에서 송출된 대형 온라인 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라이브 앳 워디 팜’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6시간 동안 콜드플레이, 데이먼 알반, 하임, 케이노 등 14개 팀이 영화적 영상 연출을 통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1970년 시작된 ‘글래스턴베리’는 영국 서머싯으로 매년 20만 명 이상의 음악 팬을 불러들이는, 세계 최대의 야외 대중음악 축제다. 팬데믹으로 작년 행사는 취소됐고 올해는 온라인으로 대체됐다. 아델, 콜드플레이,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 영상을 맡았던 마흔 살의 젊은 거장 폴 더그데일이 축제의 총연출을 담당했다. 무대, 그 자체부터 파격이었다. 콜드플레이는 글래스턴베리의 심장 격인 거대한 ‘피라미드 스테이지’를 비워두고 시작했다. 예년 같으면 수십만 인파가 들어찼을 무대 앞 잔디밭에 원형 무대를 세웠다. 피라미드 스테이지는 골조만 훤히 드러낸 채 거대한 소품 역할을 했다. 콜드플레이가 ‘Fix You’ ‘Viva La Vida’ ‘The Scientist’ 등 대표곡을 연주하는 동안 인파 대신 레이저와 조명으로 들어찬 객석이 거대한 원형 생물처럼 빛으로 물결쳤다. 광야에 쏟아진 비는 무료 특수효과가 됐다. 레이저와 불꽃이 빗물에 투사되며 카메라에 몽환적인 정경을 펼쳤다. 현지의 고대 유적인 스톤 서클(환상 열석) 내에도 사상 최초로 무대를 뒀다. 데이먼 알반, 울프 앨리스, 하임 등이 신비로운 돌무더기 사이로 빛과 드라이아이스에 휩싸여 공연했다. 영국 로커 PJ 하비는 공연 대신 숲길을 거닐며 자작시를 낭송했다. 드론과 360도 카메라가 분위기를 더 비현실적으로 만들었다. 하룻밤 꿈처럼 명멸한 사상 첫 ‘온라인 글래스턴베리’는 어떻게 제작됐을까. 현지 제작사 ‘드리프트(Driift)’의 릭 새먼 대표는 본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워디 팜’ 일대의 8곳에 무대를 특설하고 8일에 걸쳐 녹화했다. 매일 시차를 두고 조금씩 촬영해 하룻밤 사이 열린 일처럼 편집해냈다”고 설명했다. 콜드플레이 공연은 마지막 날(21일) 밤에 촬영해 밤새 편집을 마쳤다고 한다. 새먼 대표는 “훗날 팬데믹 상황이 끝난다고 해도 이런 식의 스트리밍 콘서트가 예술성, 독창성, 일회성으로 승부한다면 세계 공연 시장의 새 수익 모델로 남을 뿐 아니라 새로운 예술 매체로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만약 한국에서 공연을 연다면 서울 도심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와 특별한 콘서트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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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잠 안오는 밤, 귀에 꽂힌 ‘21세기 처용가’

    ‘새벽 4시 잠들지 않아∼’(오왠 ‘오늘’ 중) 이런 노래를 새벽 4시에 듣는 건 마치 자이언티의 ‘양화대교’를 양화대교를 건너며 듣는 것과 흡사하다. 요즘 통 잠을 못 잔다. 진짜 새벽 4시에 스포티파이를 열었다가 인공지능님이 쏜 화살을 심장에 맞았다. 감성적인 노래를 죄다 때려 박은 5시간짜리 플레이리스트 ‘4:00 am Groove’를 메인 화면에서 조우한 것이다. 랜덤 재생. 하필 첫 곡으로 크루셜스타의 ‘유학’이 당첨된다. ‘유학이라도 가면 좀 나아질까/유학이라도 가면 좀 나아질까/유학이라도 가면 좀 나아질까…’ 창밖의 서울 야경은 무심히 졸고 있다. 이럴 때 정신 드는 노래는 따로 있다. 마침 밤에 찰떡같이 어울리는 멜랑콜리 범벅이다. ‘새벽 다섯 시에 들어와 보니/내가 본 걸 믿을 수 없네/네가 다른 사람 몸 위에…’ 설마…. 신라 향가 ‘처용가’? 아니다. ‘Guilty Conscience’. 미국 싱어송라이터 ‘070 셰이크’가 작년에 낸 노래이니 그 무대가 서라벌일 리 만무하다. 경주는커녕 1997년 뉴저지에서 태어난 Z세대 가수다. ‘서라벌 밝은 달에 밤들이 노닐다가/들어와 잠자리를 보니/가랑이가 넷이구나’의 ‘처용가’ 정서를 070 셰이크는 깊은 밤 네온처럼 울렁이는 신시사이저, 쿨하나 서글픈 가창으로 기막히게 풀어냈다. 송골매가 7집(1987년)에 AC/DC나 주다스 프리스트 스타일로 실은 ‘처용가(처용의 슬픔)’와는 결이 사뭇 다르다. 그러나저러나 이미 큰일이 벌어진 걸 뭘 어쩌겠나. 070 인터넷전화로 이 밤에 호소할 데도 없다. 더구나 저 예명의 070은 뉴저지주의 우편번호일 뿐…. 070 셰이크는 앨범에서 ‘Guilty Conscience’ 바로 앞에 이 노래를 배치했다. ‘The Pines’. 비극은 예정된다. 19세기 애팔래치아 산맥 일대에서 전래된 민요 ‘In the Pines’(솔숲에서)의 2020년 버전이다. ‘어젯밤 어디에서 잤니… 솔숲, 솔숲, 솔숲, 볕도 안 드는 곳….’ 치정의 역사가 유구하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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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또 한번 美 적신 한국엄마 이야기

    한국의 모정(母情)이 미국 사회를 또 한 번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영화 ‘미나리’의 바통을 이어 받은 건 신간 ‘Crying in H Mart: A Memoir’(한인 마트에서 울다: 비망록·사진)다. 이번엔 할머니가 아닌 어머니 이야기. 한국계 미국인 미셸 조너(32)가 지난달 펴낸 이 에세이는 4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발간 첫 주에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신간에 이어 논픽션 부문 2위를 차지했다. 미국 뉴욕 자택에 머무는 저자 조너를 20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한인 어머니와 겪은 문화적 충돌과 이해의 이야기를 다뤘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사람, 엄마가 그리운 모든 이라면 이해할 구석이 있는 스토리라고 생각은 했지만 미국인들이 이리 폭넓게 공감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조너는 신간의 한국어판(문학동네)도 내년에 내놓을 계획이다. 할리우드 영화화도 조율하고 있다. 조너는 198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모친은 한국인, 부친은 미국인. 생후 9개월에 미국 오리건주로 이주해 자랐다. “아시아인이 거의 없는 도시에서 성장하며 엄마를 이해하는 것은 무척 힘들었어요. ‘그렇게 하면 주름 생겨’ ‘어깨 펴고’ 같은 잔소리를 끝없이 하는 엄마를 ‘미국 아이’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거죠.” 조너는 세월이 흐른 뒤에야 “엄마의 훈육이 괴팍한 게 아니라 한국적이며 정이 가득한 양육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만시지탄. 2013년, 어머니는 암 진단을 받았다. 모친을 간호하며 그는 “말년의 어머니를 위해 한국 음식을 가장 한국의 맛에 가깝게 만들어드리려 애썼다”고 했다. 한국식 슈퍼마켓 체인인 ‘한아름 마트(H Mart)’에 매주 들러 장을 보고 한식 조리법을 배웠다. 모친은 이듬해 별세했다.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줄곧, 나는 H 마트에서 운다’는 책의 첫 문장은 그렇게 탄생했다. 조너는 마트의 정경을 담담히 묘사했다. 거기서 마주한 떡국, 계란장조림, 동치미, 김, 미역국이 왜 자신을 울게 하는지를 설명한다. 섬세한 문장들은 독자의 명치에 자주 뜨끈한 것을 밀어 넣는다. “영화 미나리를 봤어요. 할머니가 고춧가루를 바리바리 싸오는 장면에서 깊이 공감했죠. 엄마와 먹던 짜장면과 탕수육, 간장게장과 김치찌개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조너는 ‘재패니즈 브렉퍼스트’라는 예명의 싱어송라이터로도 활동하며 평단의 찬사를 받아왔다. 다음 달 4일, 4년 만에 3집 정규앨범을 낸다. 표지에 한국식 단감을 배치했다. “떫고 딱딱한 단감도 세월에 맡겨두면 달고 무른 곶감이 되잖아요. 1, 2집을 어머니 잃은 아픔으로 가득 채웠다면 이젠 기쁨 같은 새 감정도 받아들일 때가 됐음을 감으로 상징했어요.” 앨범 안에도 한국 문화의 영향이 있다. “수록 곡 ‘Be Sweet’의 베이스 라인은 바니걸스(토끼소녀)의 노래 ‘부메랑’에서 영향을 받았어요. 몇 년 전 서울 공연 뒤 들른 (마포구 음악 바) ‘곱창전골’에서 처음 듣고 완전히 반했거든요.” 조너는 “큰이모와 저녁을 먹으며 바니걸스와 신중현 이야기를 꺼냈더니 ‘어렸을 때 네 엄마와 펄 시스터즈의 ‘커피 한 잔’을 가장 즐겨 불렀다’고 얘기해주셨다”고 말했다. 신간 에세이의 피날레는 노래방 장면이다. 조너는 이모와 ‘커피 한 잔’을 열창한다. “이모의 얼굴을 보며 노래하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제가 최대한 엄마와 똑같은 방식으로 노래하려 애쓰고 있음을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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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빌보드 1위 또 해야죠”

    그룹 방탄소년단이 두 번째 영어 곡 ‘Butter’로 돌아왔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시간으로 21일 오후 1시 신곡 ‘Butter’를 전 세계에 공개했다. 지난해 8월 발표한 ‘Dynamite’처럼 가사 전체를 영어로 해 세계 여름 팝 시장을 노린 곡이다. 분당 박자 수(BPM)도 110 정도로 ‘Dynamite’와 유사해 춤추기 좋은 템포다. 로브 그라말디, 스티븐 커크 등 외국인들이 주요 작사, 작곡가로 참여했다. 영국인 2명이 작사·작곡을 전담했던 ‘Dynamite’와 달리 ‘Butter’는 총 8명의 작사·작곡가 중 멤버 RM(랩 일부 작사)도 포함됐다. 이날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지민은 “거창한 메시지가 있는 곡은 아니다. 버터처럼 부드럽게 녹아서 너를 사로잡겠다는 귀여운 고백 노래”라고 소개했다. 멤버들은 신곡으로 빌보드 싱글차트 정상을 다시 밟고 싶다고 했다. 슈가는 “1위를 할 것 같다. 해야 할 것 같다. 하겠다. 해내겠다”면서 웃었다. RM은 “2021년을 대표하는 서머 송으로 사랑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그래미 어워즈에서 처음 후보(최우수 팝듀오·그룹 퍼포먼스)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한 이들은 그래미 트로피에 대한 욕심도 감추지 않았다. 슈가는 “‘Butter’로 다시 한번 도전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시간 기준으로 23일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서 ‘Butter’의 무대를 선보인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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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당신이 본 적 없는 콜드플레이를 보게 될 것”

    영국 서머셋의 ‘워디 팜’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야외 대중음악 축제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이 23일 저녁(한국시간), 사상 최초로 ‘라이브 스트리밍’ 형식의 콘서트를 연다. 매년 전 세계 음악 팬 20만 명 이상을 집결시키는 이 축제는 코로나19로 작년과 올해 메인 행사를 취소했다. 하지만 온라인 무관객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연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환상적인 대안적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적인 첫 ‘온라인 글래스턴베리’가 될 ‘라이브 앳 워디 팜(Live at Worthy Farm)’의 공동 제작사 ‘드리프트’의 릭 샐먼(Ric Salmon) 대표를 17일 화상으로 인터뷰 했다. 샐먼은 소니뮤직과 ‘미니스트리 오브 사운드’에서 일했고 워너뮤직 인터내셔널에서 A&R 부사장을 지냈으며 ATC 매니지먼트(닉 케이브, 데미언 라이스, PJ 하비, 로라 말링 등)의 공동 설립자로서 온라인 스트리밍 콘서트의 전문 기획·제작사인 ‘드리프트’를 지난해 세웠다. 50년 전통의 글래스턴베리가 신생 회사를 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드리프트’는 불과 1년 새 나이얼 호란, 닉 케이브, 비피 클라이로, 안드레아 보첼리, 카일리 미노그, 더못 케네디, 코트니 바닛, 로라 말링, 버디 등 다양한 아티스트의 스트리밍 콘서트를 제작해 천문학적 티켓 판매량을 기록했다. 로열 앨버트 홀, 유니언 채플 등에서 촬영한, 손에 잡힐 듯 생생하며 예술적인 영상이 성공을 견인했다. 글래스턴베리는 한국시간으로 23일 오후 6시부터 관람권 구매자를 대상으로 이 특별한 축제를 방영한다. 콜드플레이, 데이먼 알반(‘블러’ ‘고릴라즈’), 하임, 조자 스미스, 울프 앨리스, 아이들스 등 14개 팀과 당일에 깜짝 공개될 ‘시크릿 출연진’까지가 약 6시간 동안 공연한다. 올해 처음 한국에 공식 티켓 판매처(멜론티켓)도 뒀다. 멜론티켓에서 21일 오후 11시 59분까지 예매할 수 있다. 가격은 3만4100원. 라이브 음악의 대안적 미래를 일구는 샐먼 대표에게 올해 글래스턴베리의 관전 포인트와 세계 콘서트 산업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샐먼 대표는 ‘워디 팜’에 위치한 방송용 차량 안에서 영상 통화를 받았다. 곧 야외로 나가 기자에게 현지 작업 상황도 보여줬다.●하룻밤의 환상 만들 8일간의 촬영―(17일 현재) 현지 상황은 어떤가. 촬영은 잘 되고 있나. “요 며칠 날씨가 너무 안 좋았다. 지난 3, 4일간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졌다. 뇌우 경보까지 발효돼 제작진에게는 긴장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지금은 비가 그쳤다. 지금껏 찍은 결과물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좋아 다행이다.”―촬영은 어떤 방식과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나. “내가 있는 이 방이 방송실이다. 편집과 송출을 하는 곳. (샐먼은 휴대전화 카메라로 실내를 쓱 보여준 뒤 문을 열고 차량 밖으로 이동해 야외 현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이번 행사는 음악 페스티벌과 영화 촬영을 결합한 것과 마찬가지다. 저기 방송용 트럭들이 보이지 않나. 여기 이렇게 진흙도 있고…. (검지로 멀리를 가리키며) 저 끝에 위치한 (공연용) 텐트가 촬영장소 중 하나다. 그리고 이쪽으로 보면 또 하나의 촬영장이 있다. 저 멀리로 조그맣게 피라미드 스테이지(글래스턴베리의 메인 스테이지)가 보인다. 언덕 위로도 아름다운 무대가 있다. 촬영기간은 8일이다. ‘첫날 오후 7시에 한 팀, 둘째 날 7시 40분에 또 다른 팀…’ 이런 식으로 촬영해 논스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편집한다. 마치 하루 저녁 동안 펼쳐지는 공연처럼 환상적으로 연출할 것이다. 마지막 촬영분은 금요일(21일) 저녁에 진행할 콜드플레이의 무대다. 밤새 편집을 마쳐 토요일(22일) 저녁부터 위성으로 송출할 것이다. (영국에서는 22일 방영)”―토요일은 당신들에게 힘든 날이 되겠다. “그렇다. 하지만 우리 전에 누구도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한다는 마음에 놀랍고 흥분될 따름이다.”―오늘(17일) 촬영할 부분은 어떤 것인가. “(영국 록 밴드) ‘울프 앨리스’와 ‘스페셜 게스트’다. 특별 게스트가 누구인지는 송출 당일까지 극비다.”●“희소성과 예술성이 스트리밍 콘서트 미래 좌우할 것”―역사적인 글래스턴베리마저 온라인 공연을 택했다. 코로나19가 콘서트 시장을 완전히 변화시킬 거라고 보는가. “전통적 콘서트를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을 다른 방식으로 진화시키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불과 1년여 전만 해도 이런 대규모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는 상상도 못했지 않나. 예전에는 대개 온라인 음악 감상은 곧 무료 관람을 의미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에서 접하는 콘텐츠는 거의 공짜였다. 하지만 이번 글래스턴베리 같은 이벤트가 시장 변화의 방증이 될 것이다. 만약 독점적이며 가치 있고 희귀한 라이브 콘텐츠를 만든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관람료를 지불할 거라는 것이다. 기존 월드투어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것도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의 경우, 국가와 도시간 이동이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나. 비용도 많이 들고. 콜드플레이가 아무 도시에나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일정 수준의 팬 층이 존재해야 한다. 스트리밍 라이브는 그런 경계마저 깨부술 것이다.”―한국에서는 몇몇 케이팝 그룹이 온라인 콘서트를 성공적으로 했다. 기술의 발전이 온라인 콘서트를 어느 단계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방탄소년단의 콘서트가 세계 75만 관객을 모았다는 것을 잘 안다. 증강현실을 비롯한 여러 기술이 케이팝 콘서트를 풍부하게 하고 있다. 한국의 음악 시장은 아주 진보적이며 현대적이다. 팬들의 열정도 대단하다. 그러니까 한국 시장이 마치 미래로 열린 창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떤 팀에게는 그렇게 증강현실, 몰입형 콘텐츠, 쌍방향 소통 등의 첨단기술이 더 어울릴 것이다.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디지털 기반으로 음악과 엔터테인먼트를 소비하는 경향이 강할 테니까. 하지만 우리가 지난해 했던 안드레아 보첼리 크리스마스 콘서트(이탈리아 파르마 왕립극장)의 경우, 관객의 연령대가 상대적으로 높다. 콘서트의 방식 자체는 고전적인 것을 유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8만 장의 관람권이 팔려나갔다. 공연 자체에 어떤 기술이 얼만큼 쓰일지는 아티스트와 관객의 성향에 따라 크게 다를 것이다.”―‘드리프트’에서 제작한 닉 케이브, 로라 말링 등의 온라인 공연을 봤는데 대단했다. “고맙다. 예술적이며 영화적인 연출을 시도했다.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와는 분위기가 좀 다를 것이다. 다행히 큰 성공을 거둬 기뻤다. 음악 시장의 미래 청사진을 보는 듯해 행복했다.”―온라인 콘서트 제작에서 경험한 난점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복잡다단함이다. 라이브 쇼 자체는 기존 방식의 티켓 판매, 마케팅 전략, 협찬 섭외를 필수로 한다. 아레나 쇼가 가진 전통적 요소를 하나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TV 생방송 쇼의 특성도 안고 가야 한다. 두 가지를 자연스럽게 결합하는 것이 가장 흥미롭고 어려운 도전이다. 이탈리아의 보첼리 콘서트 때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프랑코 드라고니(‘태양의 서커스’ 연출가)에게 맡겨 창의적인 작업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글래스톤베리는 훨씬 더 복잡하고 어마어마하게 대담한 프로젝트다.”●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를 연출한 영상 음악 거장, 폴 더그데일―페스티벌 제작 과정에서 연출가 폴 더그데일, BBC 프로덕션과 협업은 어땠나. “지난 몇 년간 함께 작업한 폴은 현재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라이브 뮤직 연출가다. 지금껏 롤링 스톤스, 아델, 테일러 스위프트, 콜드플레이 등 최고의 음악가들과 작업했다. 하지만 글래스턴베리는 그러한 그에게도 쉽지 않은 작업이다. BBC의 제작 팀은 두 말할 것 없이 세계 최고다.”―한국인들이 가장 기대하는 순서는 아마 콜드플레이일 것이다. 콜드플레이는 그동안 멋진 공연을 이미 숱하게 보여줬다. 이번 무대에 특별히 더 기대할 게 있을까. “전에 아무도 본 적 없는 뭔가를 준비 중이다. 대단한 장관이 될 것이다. 세계 라이브 음악의 상징인 피라미드 스테이지가 전대미문의 더 엄청난 것으로 변화하는 광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 며칠 전 무대 세팅을 시작했다. 대단히 야심 찬 프로젝트이며 틀림없이 볼 만할 것이다. 한국의 음악 팬들도 즐거워하리라 확신한다.”―첨단기술을 사용할 계획인가. “특수효과와 조명 연출을 포함한 여러 믿기 힘든 기술을 사용해 놀라운 효과를 만들어낼 계획이다. 더 이상은 말할 수 없다. 그날 밤 확인해 달라.”―장소 선정이 자유로운 온라인 행사임에도 글래스턴베리의 원 개최지인 ‘워디 팜’을 촬영지로 고수한 이유는? “워디 팜은 세계 라이브 음악 팬의 성지다. 이곳의 지형지물에 창의적이고 정교한 영상 연출을 더해 전에는 보지 못한 방식으로 ‘워디 팜’을 보여줄 것이다. 관객이 없다는 것이 되레 새로운 여지를 열어줬다. 상상만 했던 것을 현실화할 기회를 줬다.”―만약 이런 대형 라이브 스트리밍 이벤트를 한국에서 연다면 어디서, 누구와 하고 싶은가. “블랙핑크, 방탄소년단과 함께 하고 싶다. 물론 그들은 이미 너무 잘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패션, 기술, 영상 제작 등 모든 면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줘 진정한 세계적 명가로 떠오르는 모습을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보고 있다. 만약 한국에서 공연을 기획한다면 서울 도심의 전통적인 장소를 택하고 싶다. 작년에 우리는 런던 자연사박물관에서 더못 케네디의 공연을 촬영했다. 테이트 모던에서도 공연 하나를 기획 중이다. 서울에서도 그런 곳이면 좋겠다. 특별하고 제한된 장소에 물리적으로 관객을 들여야 할 때 필요한 보안이나 안전 문제에서 자유로워지면 오롯이 증강현실과 현실을 접목한 환상적인 연출이 가능해지리라 본다.”―연출가 폴 더그데일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많다. 좀더 설명해준다면…. “40세로서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지구상에서 가장 큰 아티스트들과 일했다. 개성과 줏대를 지녔지만 또 대단히 겸허하다. 한 아티스트의 이면을 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아티스트와 기막히게 협업한다. 사물을 포착하는 독특한 눈을 가졌다. 조명, 카메라, 렌즈를 활용하는 더그데일만의 방식이 있다.”●“스톤 서클에 사상 최초로 무대 설치… 압도적 장관 보여줄 것”―당신이 이번 행사에서 가장 기대하는 무대는? “모든 무대가 그만의 마법을 갖고 있다. 이곳 언덕 위에 위치한 유서 깊고 신성한 장소인 ‘스톤 서클’(환상 열석) 가운데에 사상 최초로 무대를 설치했다. 잠시 뒤 울프 앨리스가 그곳에서 촬영한다. 데이먼 알반도 거기서 할 거다.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곳이다. ‘벨라 다리’도 아름답게 활용할 것이다. 초기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설립에 공헌한 인물인 아라벨라 처칠(1949~2007)을 기리는 특별한 장소다.”―영상으로 본 예년의 글래스턴베리에서 무대 이상의 장관은 제창하고 열광하는 수십 만의 인파였다. 그 에너지가 없이도 볼 만한 행사가 될까. “아시다시피 멋진 스포츠 경기를 볼 때 꼭 스타디움 현장에 있어야만 감동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관객이 있어야 할 자리를, 아티스트의 바로 곁에 서있는 느낌이 대신할 것이다. 아티스트와 더 가까워지게 될 것이다. 영화적 연출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들어드릴 것이다.”―언젠가는 팬데믹이 끝날 것이다. 그 이후에도 이런 방식의 공연이 그 나름의 생명력을 갖고 지속될 수 있을까. “그렇다. 진화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창의적인 예술 장르로 남을 것이라고 본다. 진짜 콘서트를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부가적인 새로운 포맷이 되기에는 충분하다. 그러려면 대단히 특별하고 예술적이며 독창적이고 일회성이 있는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언제든 볼 수 있는 유튜브 콘텐츠는 그 가치가 제로로 수렴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희소성이 있는 온라인 이벤트는 정말 가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낼 것이다. 새로운 수입원이자 새로운 소통 수단일 뿐 아니라 새로운 예술 매체로 살아남을 것이다.”―이번 글래스턴베리의 VOD는 기대할 수 없다는 뜻도 되나. “노(No)! 노! 노! 결코 그럴 일 없다. 노! 노! 노!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마술적인 순간을 한국의 음악 팬들도 꼭 체험했으면 한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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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4시 잠들지 않아∼” MZ세대 위로하는 싱어송라이터 오왠

    ‘새벽 4시 잠들지 않아/돌아갈 수 없는 시간들을 생각하곤 해.’ 마음 상한 귀갓길을 터덜터덜 걷는 템포로 시작하는 데뷔 곡 ‘오늘’을 낸 지, 이달 24일이면 꼭 5년이 된다. 싱어송라이터 오왠(본명 신진욱·28)은 데뷔 후 한결같이 심야형 인간으로 살았다. “보통 새벽 6, 7시에 자서 아침 10시에 일어나요. 낮에 노래를 써도 밤 같은 음악이 나오곤 하죠.” 그의 밤 노래 중에서도 ‘오늘’은 유별나다. 2019년 SBS TV 경연 프로그램 ‘더 팬’에 출연해 한 차례 차트에서 ‘역주행’하더니 2020년 말 KB국민은행 인터넷 광고 ‘서른의 맞춤법’편에 3분 52초의 곡 전체가 오롯이 실려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광고 속 주인공은 갑작스러운 상견례를 앞두고 ‘서울 소형 아파트’를 검색하고 “평범하게 살기 싫었는데, 평범하게 살기도 버겁다”며 한숨짓는다. 그때 ‘나만 왜 이렇게 힘든 건가요/오늘밤이/왜 오늘의 나를 괴롭히죠’ 하는 ‘오늘’이 흐른다. 눈물샘이 터졌다는 MZ세대의 댓글이 넘쳐난다. 이런 공감 덕에 ‘오늘’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에서 ‘좋아요’ 11만4000여 개가 쌓여 있다. 이 정도면 아이유의 ‘좋은 날’(좋아요 13만5000여 개)과 선우정아의 ‘도망가자’(10만여 개) 수준. 위로 노래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삶을 포기하려 맘먹었는데 ‘오늘’을 듣고 다시 살아보기로 했다는 팬 메시지를 여러 번 받았어요. 답장도 못했죠. 좋은 말을 해드릴 자신이 없어서…. 노래로 보답할 수밖에요.” 신작 미니앨범 ‘Mood Night’에는 작정하고 밤을 위한 노래만 네 곡을 실었다. 코로나19로 집과 직장의 경계가 무너진 이들을 위해 쓴 ‘쉴 곳’이 첫 곡. ‘쉴 곳이 필요해’를 반복하는 후렴구는 샤워하다가 떠오른 멜로디라고. ‘날 찾으면 조용히 안아줘요/오늘 밤이 따뜻하길 바라고 있어요’라 노래하는 ‘마음이’는 ‘오늘’ 못잖게 마음을 휘젓는다. 오왠은 “밤잠 못 이루는 분들이 귀를 기울여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음 달 19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포구 ‘구름아래소극장’에서 공연한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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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 쓴 음악평론이 사라진다… 영상-음성 비평 시대의 딜레마

    “음악 평론을 글로 하는 세대는 아무래도 저희가 마지막인 것 같습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만난 박준우 대중음악평론가는 착잡해 보였다. 카페라테 잔을 들고 쓴웃음과 한숨을 반반씩 섞어 말했다. 박 평론가는 1988년생. 대학 졸업 후 2011년부터 웹진 ‘힙합엘이’에 기고하며 평론가의 길을 걸었다. 10년 차 평론가지만 근년 들어 글의 수요가 시들해짐을 어느 때보다 체감한다. 그는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에서 분위기 좋은 음악을 골라 틀어주는 플레이리스트(추천 재생목록)나 예능형 음악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면서 진지한 ‘글 평론’의 시대가 저무는 느낌”이라고 했다. 대중음악계에서 문자 평론의 위기가 대두되고 있다. 중견 평론가부터 신세대 평론가까지 서둘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거나 오디오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다. 1990년생인 월간 ‘재즈피플’의 류희성 기자는 2019년 유튜브에 ‘재즈기자’ 채널을 열었다. 재즈 장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구독자 수가 최근 5만9000명을 돌파했다. 선곡 목록이 특히 인기인데 ‘재알못도 무조건 아는 유명한 재즈곡 모음’ 플레이리스트는 조회수 100만 회가 넘었다. 음반사 ‘블루노트’의 역사 등을 다룬 해설성 콘텐츠도 올려뒀지만 조회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 그러나 골수팬이 늘면서 최근에는 유튜브 생방송도 하며 구독자들과 소통하고 있다. 중견 재즈 평론가 황덕호 씨(56)는 2018년 유튜브 채널 ‘황덕호의 Jazz Loft’를 열었다. 황 평론가는 “소수의 선택된 향유자가 베토벤의 신작 초연을 보고 글로 표현하던 시대에 평론이 시작됐다면, 지금은 모든 청자가 모든 음악을 언제든 들어볼 수 있는 정반대의 시대”라며 “‘좋다, 나쁘다’는 개인의 평을 강요하기보다 뒷이야기나 맥락을 담아 소개하는 친절한 전달자로 평론가의 역할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명 유튜버가 평론가의 역할을 대체한 사례도 있다. 채널 ‘theneedledrop’(구독자 약 236만 명)을 운영하는 미국의 앤서니 팬태노 씨(36)가 대표적. 음반당 5∼15분의 짧은 영상을 만드는데 과장된 표정과 적당한 유머를 섞어 말로 비평한다. 인기 영상은 편당 조회수가 수백만 회에 달한다. ‘글 평론’의 위기는 21세기, 음악이 밀봉된 음반을 뚫고 나온 디지털 음원 시대의 개막 이후 점증했다. 최근 2, 3년 사이 유튜브, 틱톡 등 뉴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이 폭발하며 하향 곡선은 가팔라졌다. 음악 전문 정기간행물은 화석화됐고 한때 융성했던 웹진마저 예전 같지 않다. 한 음악 웹진 관계자는 “2015년만 해도 건당 수만∼10만까지 기록하던 리뷰 글 조회수가 2018년 이후 1000회 밑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1980, 90년대 전영혁, 성시완, 김광한 등이 스타 필자로 대접받던 음반 해설지 시장은 사실상 절멸 직전. 정민재 평론가(29)는 “3, 4년 전만 해도 연간 10여 편 되던 팝 해설지 청탁이 지난해 한두 장으로 줄더니 올해는 전무하다. 국내 제작 CD 대신 수입반과 디지털 음원만 유통하는 경향이 일반화한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상 평론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다소 길고 진지한 전통적 평론의 가치는 퇴색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류희성 기자는 “스스로를 유튜버라 생각하지 않는다. 음악을 깊게 향유하려는 사람을 위해 본격 평론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멜론’에서 오디오 콘텐츠 ‘인디스웨이’를 진행하며 한편으론 새 책도 집필 중인 정민재 평론가는 “유튜브를 잠시 운영했는데 불특정 다수의 수요나 기호에 맞춰 기획하다 보니 보람이 되레 줄었다. 설혹 반향이 작더라도, 깊이 있는 글은 내 정체성의 기본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김학선 평론가는 “뉴미디어 플랫폼에서는 조회수와 수익이 특정 가수의 팬을 만족시키는 유의 콘텐츠로 몰릴 수밖에 없다”면서 “독자와 청자로 하여금 더 오래, 깊게 생각하게 할 뿐 아니라 비판적 시각이 살아있는 평론 글의 가치는 특별하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장문의 심층 인터뷰를 중심에 둔 텍스트 기반 웹진 ‘세계’(가칭)를 하반기 창간할 계획이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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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홈페이지서 게임하고 가상 공간 따라가보면… ‘취향 저격’ 공연이 짜잔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12일 오후 페스티벌 개최지에 도착하니 쾌적했다. 잔디밭의 초록 물결, 푸른 물을 뿜는 분수대, 거대한 전기기타 모형까지…. 비현실적으로 예쁜 트램이 멈춰선 중앙 지역에 오뚝 솟은 3층짜리 건물이 메인 무대라고 했다. 야외 공연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이는 이곳은 우리 집 거실, 내 노트북 화면 위다. 14, 15일 열리는 온라인 음악축제 ‘하이크 온 파크 뮤직 페스티벌’을 미리 체험해 봤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김호 작가가 그렸다는 메인 홈페이지 화면에서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을 확인한 뒤 곳곳에 심어져 있는 몇 개의 말 풍선부터 클릭해 봤다. ‘GAME 1’과 ‘GAME 2’에 먼저 눈길이 갔다. ‘GAME 1’은 심리테스트.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편이다’ ‘나를 위한 물건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같은 질문에 ‘YES’나 ‘NO’로 답하다 보니 결과가 나왔다. ‘혼자보다는 함께하는 행복을 즐기는 당신의 감성에 맞는 뮤직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합니다. ROOM 301 이동하기.’ 3층짜리 건물의 제일 위층, 301호실로 이동하니 창밖에 비가 내린다. 방 한가운데 쳐둔 텐트 옆 의자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 모으고 얌전히 앉아있다. 이 방은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이규영 작가가 그렸다고 했다. 301호에서는 마침 십센치, 악뮤(악동뮤지션), 규현, 장범준의 공연이 열릴 참이다. 라디오 앞에 놓인 ‘MERCH’(머천다이즈) 말풍선을 클릭하니 디자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열린다. 페스티벌 기분 내기 좋은 앙증맞은 램프, 칫솔, 텀블러를 2일권 공연 티켓과 묶어 판다. 물론 홈페이지 메인 화면의 ‘SHOP’을 클릭하면 공연 티켓만 따로 살 수도 있다. 1일권은 2만5000원, 2일권은 4만5000원. 심리테스트 결과와는 다르지만 101호와 201호도 엿보지 않을 수 없었다. 클릭 한 번이면 들어갈 수 있으니까…. 원색 톤이 돋보이는 201호실(작가 ‘127’ 그림)은 분위기가 또 다르다. 책장 아래 놓인 ‘STORY’ 버튼을 눌러 보니 이 방의 주인은 회사원 겸 유튜버. 그러고 보니 방마다 가상의 주인을 상정해 그에 맞게 꾸며둔 것이었다. 넓은 창 밖으로 꽃잎이 날리는 101호실은 박상혁 작가의 그림 솜씨다. 101호실에서는 권진아 정승환, 201호실에서는 정세운 정준일이 공연을 할 참이다. 심리테스트가 ‘점지’해준 301호실로 돌아와 규현의 공연을 봤다. 캠핑카와 텐트가 들어선 무대. 뒤쪽 스크린에는 푸른 산과 나무가 투사돼 있다. 규현은 밴드의 반주에 맞춰 ‘화려하지 않은 고백’ ‘광화문에서’ 등을 열창했다. 하이크 페스티벌처럼 인터넷 지도로 가상의 개최 장소를 두고 여는 온라인 페스티벌이 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하는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입장료 무료)이 열리는 곳은 ‘온라인 백마도’다. 홈페이지 내에 경기 김포시 백마도를 온라인 지도로 구현해 3개 무대를 오가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김포시 백마도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평소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섬이지만 행사 기간에는 누구든 온라인 지도에서 백마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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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향 저격’ 음악축제 거실에서 즐긴다

    낮 최고 기온 27도, 미세먼지 좋음. 유난히 날씨가 좋았던 12일 오후, 페스티벌 개최지에 도착하니 쾌적했다. 잔디밭의 초록 물결, 푸른 물을 뿜는 분수대, 거대한 전기기타 모형까지…. 비현실적으로 예쁜 트램이 정차한 중앙 지역에 오뚝 솟은 3층짜리 건물이 메인 무대라고 했다. 야외 공연을 즐기기에 더할 나위 없어 보이는 이곳은 우리 집 거실, 내 노트북 화면 위다. 14, 15일 열리는 온라인 음악 축제 ‘하이크 온 파크 뮤직 페스티벌’을 미리 체험해봤다. ‘맥주탐구생활’ ‘칵테일탐구생활’로 유명한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김호 작가가 그렸다는 메인 홈페이지 화면에서 아기자기한 공간 구성을 확인한 뒤 곳곳에 있는 몇 개의 말 풍선을 클릭해봤다. ‘GAME 1’과 ‘GAME 2’에 먼저 눈길이 갔다. ‘GAME 1’은 심리테스트. ‘이성보다 감성이 앞서는 편이다’ ‘나를 위한 물건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같은 질문에 ‘YES’나 ‘NO’로 답하다보니 결과가 나왔다. ‘혼자보다는 함께 하는 행복을 즐기는 당신의 감성에 맞는 뮤직과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합니다. ROOM 301 이동하기.’ 3층짜리 건물의 제일 윗층, 301호실로 이동하니 창밖으로는 비가 내리고 방 한가운데 쳐둔 텐트 옆 의자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앞발 모으고 얌전히 앉아있다. 이 방을 그린 건 또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이규영 작가라고 한다. 301호에서는 마침 십센치, 악뮤(악동뮤지션), 규현, 장범준의 공연이 열릴 참이다. 라디오 앞에 놓인 ‘MERCH’(머천다이즈) 말 풍선을 클릭하니 디자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가 열린다. 페스티벌 기분 내기 좋은 앙증맞은 램프, 칫솔, 텀블러를 2일권 공연 티켓과 묶어 팔고 있다. 5만9000원~14만9000원으로 가격이 다양하다. 물론 홈페이지 메인 화면의 ‘SHOP’을 클릭하면 공연 티켓만 따로 살 수도 있다. 1일권은 2만5000원, 2일권은 4만5000원. 심리테스트 결과와는 다르지만 인간적 호기심으로 101호와 201호도 엿보지 않을 수 없었다. 클릭 한번이면 들어갈 수 있으니까…. 빨강과 파랑 톤으로 채색된 201호실(작가 ‘127’ 그림)은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책장 아래 놓인 ‘STORY’ 버튼을 눌러보니 이 방의 주인은 회사원 겸 유튜버. 그러고 보니 방마다 가상의 주인을 상정해 그에 맞게 꾸며둔 것이었다. 넓은 유리창 밖으로 꽃잎이 흩날리는 101호실은 박상혁 작가의 그림 솜씨다. 101호실에서는 권진아 정승환, 201호실에서는 정세운 정준일이 공연을 할 참이다. 심리테스트가 ‘점지’해준 301호실로 돌아와 규현의 공연을 봤다. 캠핑카와 텐트가 들어선 무대 뒤 스크린에는 푸른 산과 나무가 투사돼 있었다. 규현은 밴드의 반주에 맞춰 ‘화려하지 않은 고백’ ‘광화문에서’ 등을 열창했다. 하이크 페스티벌처럼 인터넷 지도로 가상의 개최 장소를 두고 여는 온라인 페스티벌이 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이 이달 28일부터 30일까지 개최하는 ‘멈추지마 인디뮤직페스티벌’(입장료 무료)이 열리는 곳은 ‘온라인 백마도’다. 홈페이지 내에 김포시 백마도를 온라인 지도로 구현해 3개의 무대를 오가며 감상할 수 있게 했다. 페스티벌 관계자는 “김포시 백마도는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평소에는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된 섬이지만 행사 기간에는 누구든 온라인 지도에서 백마도를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임희윤기자 imi@donga.com}

    • 2021-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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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시대적 감성” vs “왜 마며든거지”

    ‘이런 비트에 늑대 가지고 노는 여우라는 가사라니 완전 구시대적 감성.’(아이디 담****) ‘가사는 여전히 아쉽지만 노래는 정말 좋아ㅠㅠ’(린****) 음원 플랫폼 멜론에서 그룹 ‘있지(ITZY)’의 새 앨범(지난달 30일 발매) 댓글 창이 찬반양론으로 폭발하고 있다. 있지는 2019년 데뷔해 ‘달라달라’ ‘WANNERBE’를 히트시킨, 트와이스를 잇는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걸그룹. 그들의 신작 타이틀곡 ‘마.피.아. In the morning’에 대한 ‘괴곡(怪曲)’ 논란이 진행 중이다. 마치 ‘땀 흘리는 외국인은/길을 알려주자’ 같은 가사로 화제를 모은 f(x)의 ‘Hot Summer’(2011년) 때 갑론을박을 보는 듯하다. 강한 힙합 비트를 배경으로 멤버들은 ‘배우, 보다, 더 배, 우/늑대, 가지고, 노는 여, 우’ 같은 랩을 한다. 마피아 게임을 소재로 했다는데 맥락이 난하고 플로(flow·랩의 리듬적 흐름)와 가사의 조합도 억지스럽다는 평이 적지 않다. 제목의 ‘마.피.아.’는 ‘마침내 피어난 아침’의 약자. 발표와 동시에 업계도 술렁였다. 이를테면 15세 래퍼 권기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촌스러운 음악을 엄청난 예산을 들여서 아직도 하고 있다니”라고 했다. 반대파는 있지의 골수 팬덤인 ‘믿지’ 가운데서도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발매 일주일을 넘기며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왜 마며든(마피아가 스며든) 거지 대체 왜’(한*****) 같은 아우성이 늘었다. 주요 음원 플랫폼의 일간과 주간 차트는 20위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로는 10일 만에 7400만 회를 넘어서며 선전 중이다.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사진)가 오랜만에 공동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악기 연주와 보컬 디렉팅까지 맡았다. JYP는 그간 원더걸스, 미쓰에이, 트와이스 등 여성 그룹의 명가였다. 이대화 평론가는 “멋진 사운드와 베테랑다운 편곡이 느껴지지만 하이라이트 부분의 매력이 조금 아쉽다. 세련되게 들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학선 평론가는 “쉰 살의 박진영이 약관의 멤버들을 위해 작사한 것부터가 어색하다. 만약 JYP 사내에서 블라인드 방식으로 타이틀곡을 정했다면 A&R 팀의 위기”라며 “케이팝을 종합예술로 봐준다 해도 음악이 비디오보다 후순위로 한참 밀려난 느낌”이라고 혹평했다. ‘마.피.아.…’가 JYP의 항로 수정 예고편일지 모른다는 예측도 나온다. 미묘 평론가는 “작사 감각은 건배사보다 못한 ‘아재 센스’일 수 있다고 해도 JYP 남성 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선보여 효과를 거둔, 이른바 정신없는 ‘마라맛’을 JYP가 받아들이는 단계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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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오랜만에 들려온 반가운 목소리

    이럴 때 팬들은 ‘계 탔다’고 한다. 그것도 무려 12년 묵은 곗돈. 해체했나 싶던 노르웨이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신곡 ‘Rocky Trail’(4월 30일 발매)을 냈다. 3집 ‘Declaration of Dependence’(2009년) 이후 12년 만의 정규앨범도 다음 달에 낸다고 한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로 말할 것 같으면 21세기 북유럽에 혜성처럼 나타난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환생이다. 폴 사이먼과 아트 가펑클은 물론 아직 생존 중이지만…. 섬세하고 아련한 화성을 나눠 연주하는 두 대의 통기타, 그리고 스며들듯 속삭이는 두 사람의 목소리는 양쪽 스피커로 에덴의 향기를 흩뿌린다. 신곡 ‘Rocky Trail’은 미국의 로키 산맥을 트레킹하다 떠오른 생각을 담은 노래다. 오래전 각자의 길로 갈라진 소중한 누군가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뒤늦게 읊조리는 두 사내의 노래는 여전히 참 쓰고 달다. 3집 수록 곡 ‘Boat Behind’의 속편 같다. 금상첨화. 곗돈이 또 얹혔다. 아일랜드 포크 싱어송라이터 데이미언 라이스의 새 노래 ‘Song for Berta’(4월 28일 발매·사진)도 나와 줬다. 지난해 ‘Chandelier’(원곡 가수 시아) 리메이크를 빼면, ‘쌀 아저씨’란 애칭의 이 사내가 7년 만에 낸 신곡이다. 아이슬란드, 인도네시아의 가수와 협업은 했지만 ‘쌀’ 특유의 인장이 노래에 꾹 찍혀 있다. 노래 속 베르타는 온두라스의 환경운동가이자 렝카족 지도자였던 베르타 카세레스(1971∼2016)다. 카세레스는 렝카족이 신성시하는 괄카르케강 유역에 동의 없이 댐을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에 맞섰다. 조상이 물려준 소중한 땅과 환경을 지키려 했다. 자택에서 괴한의 총에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카세레스의 투쟁을 생전 모습과 만화로 재구성한 뮤직비디오는 이런 글귀가 마무리한다. ‘그들은 죽음이 베르타의 목소리를 잠재우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더 커졌고 더 멀리 퍼져나갔다.’ 사람의 길을 다룬 두 개의 조용한 노래가 내 맘속 댐을 허물었다. TNT보다 부드럽게. 깃털보다 강력하게.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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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돌 넘어 ‘역사’까지 알고 싶다… ‘케이팝 다큐’ 업그레이드

    이제 ‘케이팝 역사가 궁금하다’는 단계까지 왔다. 개별 한국 그룹에 대한 조명을 넘어 케이팝 전반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해외 팬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캐나다의 다큐멘터리 제작사 ‘뱅어 필름’이 3월 말 유튜브 오리지널(독점 콘텐츠)로 공개한 시리즈 ‘케이팝 에볼루션’은 조회 수 210만 회(1편 기준)를 넘겼다. 유료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 사용자에게는 이번 시즌 7편 전체를 한 번에 공개했고 유튜브 무료 회원들에게는 매주 수요일 저녁 한 편씩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있다.(10일 현재 6편까지 방영) 제작 회사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뱅어 필름’은 토론토에 본사를 뒀다. 헤비메탈 역사를 다뤄 큰 인기를 얻은 ‘메탈: 어 헤드뱅어스 저니’(2005년)가 첫 작품. 넷플릭스로도 공개돼 찬사를 받은 미국 힙합 다큐 ‘힙합 에볼루션’(2016년)도 이곳 솜씨다. 뼈대 있는 음악 다큐멘터리 전문 제작사가 미국 힙합 다음 주제를 케이팝으로 잡은 것이다. ‘케이팝 에볼루션’은 한국 음악의 세계적 인기나 가수의 매력 같은 밝은 면만 다루지 않았다. ‘아이돌의 인생: 연습생’(5편), ‘케이팝 뮤직비디오 제작기’(7편)에는 멤버들의 팍팍한 합숙 생활, 뮤직비디오 영상 보정 등 특수한 한국적 상황을 다룬 뒷이야기가 등장한다. 강다니엘, 강타, 보아, 산다라박, 태민 등 아이돌 가수부터 음악 프로듀서, 평론가까지 다양한 인터뷰도 실었다. 한국 측 공동제작사 ‘보더리스필름’의 박세진 프로듀서는 “팬덤, 기획사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중립성을 지키려 노력했다. 해외 제작사가 맡았기에 편견 없이 보여주는 데 수월한 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2019년 6월부터 약 1년 반 동안 제작된 케이팝 에볼루션은 시즌2가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 올 초 SBS TV ‘전설의 무대 아카이브K’를 만든 한국 제작사 ‘일일공일팔’도 4월 ‘슬기로운 음악대백과’를 필두로 여러 시리즈를 유튜브 등의 플랫폼에 선보일 계획이다. 케이팝과 한류를 다룬 새 다큐멘터리 시리즈도 속속 기획 단계에 들어갔다. 음악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방송사, 유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각각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현재 준비 중이다. 개별 그룹에 대한 다큐멘터리 형태의 영상은 꾸준히 제작돼 왔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콘서트와 무대 뒷이야기를 다룬 ‘번 더 스테이지’(2018년), ‘브링 더 소울’(2019년)에 이어 지난해 ‘브레이크 더 사일런스’까지 극장, 팬 플랫폼 ‘위버스’, TV 등에서 상영되며 인기를 모았다. 이 같은 국내외의 케이팝 다큐 제작 물결이 한류의 새 단계를 방증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신이 꽂힌 한두 가지 콘텐츠나 응원하는 몇몇 가수에 국한해 열광하던 마니아 지향 서브컬처였던 한류가 라틴팝이나 샹송처럼 일반화하면서 한국 문화 전체에 호기심을 갖는 이들도 자연스레 늘었기 때문이다. 2년 연속 아카데미 시상식을 흔든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신드롬까지 가세하면서 한국 문화는 다큐멘터리로 다룰 좋은 소재가 됐다. 한국 음악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DFSB 콜렉티브의 버니 조 대표는 “한국의 음악, 영화, 드라마, 패션이 동시다발적으로 조명을 받으며 ‘한국 문화가 대체 뭐기에?’ 하는 외국인들이 폭증한 셈”이라면서 “그간 한국 매체에서도 한류 역사를 다룬 기획이 적었다. 한류의 미래를 위해 과거를 정리하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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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계약 불발 아이돌은 끝? 새로운 성공 보장된 금맥!

    올해 초 JYP 소속 아이돌 그룹 ‘갓세븐’의 해체와 일곱 멤버의 공중분해는 가요계 안팎에 여러 화두를 던졌다. 이 정도 인기의 아이돌 그룹 멤버 전원이 각자 다른 회사로 비산한 것은 케이팝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 유겸이 하필 같은 JYP 출신인 박재범이 이끄는 AOMG에 간 것, 잭슨이 개인 레이블 ‘팀왕’을 차린 것, 뱀뱀이 어비스컴퍼니(전 메이크어스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것이 제각각 의미심장했다. 재계약이 불발된 아이돌을 영입하기 위한 가요계의 물밑 싸움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가요계에 따르면 기존 엔터테인먼트 업계 외에 중소 음반사나 인디 음악 제작사에서도 아이돌 출신 멤버 영입에 나선 상태. 익명을 요구한 A음반사의 관계자는 “(아이돌 영입은) 시장 정체 상태에서 글로벌을 겨냥해 투자를 유치하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움직임에는 케이팝 시장의 글로벌 확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영향력 폭발, 아이돌 멤버들의 개인 활동 증가 등 여러 요소가 맞물려 있다. 아이돌 영입을 준비 중인 중소 음반사의 한 임원은 “현재 회사 공식 계정과 소속 가수의 팔로어 수를 다 합친 것보다 몇십 배 많은 팔로어를 거느린 아이돌 가수의 영입은 돈으로 사기 힘든 슈퍼파워”라면서 “아이돌 한 명 영입으로 수십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기대하며 장기적으로 상장도 바라보고 있다”고 귀띔했다. 선미, 청하 같은 아이돌 출신 솔로 가수의 브랜드 안착 선례도 영향을 미쳤다. 시각 콘셉트 개발, 외부 작곡가를 활용한 세밀한 기획으로 기존의 아이돌 이미지에 차별적 개성을 부가하는 데 성공한 것. 아이돌 영입을 준비 중인 B사 관계자는 “아이돌이 들어오면 기존에 소속된 싱어송라이터와 프로듀서를 붙여 새로운 음악가로 거듭나게 할 생각”이라며 “연습생과 그룹 활동으로 다진 탄탄한 개인기, 수려한 외모에 독특한 음악이 더해지면 승산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뱀뱀을 영입한 어비스컴퍼니는 원더걸스 출신 선미의 솔로 활동을 성공시킨 전력을 내세웠다. 류호원 어비스컴퍼니 이사는 “뱀뱀은 출신국인 태국을 위시한 아시아권에서 입지가 대단하며 세계 시장에서 성장할 가능성이 무한하다고 본다. 선미의 성공 모델을 뱀뱀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적용할 자신도 있어 과감하게 영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H.O.T.와 god부터 소녀시대, 원더걸스까지…. 재계약 불발 또는 해체의 역사는 케이팝에 다반사였다. 과거 아이돌은 재계약에 실패해 흩어질 경우 각자도생이 쉽지 않았다. 솔로 가수 이미지 구축 실패, 전 소속사의 은밀한 방해공작, 새 소속사의 ‘화력’ 부족 등 난관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케이팝을 둘러싼 환경이 달라진 만큼 다양한 장르와 콘셉트로 해체 이후 더 큰 성공을 기대할 수 있는 여건이 생겼다. 이런 이유로 인디 음반사들까지 움직이는 상황이다. 이미 최근 들어 아이돌 음악에 인디 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왔다. ‘검정치마’는 청하와 예성의 솔로 앨범에, ‘9와 숫자들’은 방탄소년단의 곡에 참여했다. 아이유는 신작에 김수영을 참여시켰다. 아이돌과 비(非)아이돌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인공지능 음악 추천과 플레이리스트(추천 재생 목록)의 시대에 아이돌의 이미지와 독특한 ‘인디 감성’의 결합은 새로운 금맥이 될 수 있다. 최근 아이돌 그룹 전원 재계약에 성공한 한 대형 연예기획사의 임원은 “근년에 다양한 개인 활동을 장려하며 SNS로 개인별 팬덤까지 움직이는 분위기에서 동상이몽을 하는 멤버가 늘고 있다”면서 “새로운 형태의 ‘포스트 아이돌’이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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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년 작가의 요람’ 누아갤러리 마포구 개관

    청년 작가의 요람을 표방하는 누아갤러리(사진)가 4일 개관했다. 서울 마포구 양화로의 서교동 청년주택에 부설된 누아갤러리는 주택 내 성큰 광장(개방형 지하광장)에 들어선 청년 문화·여가 시설 중 하나. 광장에는 200석 규모의 공연장, 회의 공간도 들어섰다. 누아갤러리는 이날 개관식과 함께 개관 기념전 ‘희망과 또 새롭게 시작’을 열어 다음 달 6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에는 강민기 심성희 이훈상 작가가 참여했다. 권도현 누아갤러리 관장은 “인간의 내면과 실존을 섬세한 터치와 창의성으로 표현한 작가들의 감성을 주목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누아갤러리 측은 앞으로도 청년 작가들을 지원해 전시공간을 열어주고 중견 작가들과의 만남을 주선해 우리나라 미술의 미래를 열어나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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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독상에 중국인… 연기상 후보 절반이 유색인종-非미국권

    올해 아카데미도 지난해에 이어 ‘화이트 오스카’(수상자 대부분이 백인인 것을 빗대는 말)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작품상과 감독상 모두 중국인 감독이 수상했고, 연기상 후보 20명 중 절반이 유색인종이거나 비(非)미국권에서 나왔다.○ 2년 연속 아시아 감독·작품상2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3관왕에 올랐다. 이 영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살 곳을 잃고 미국 각지를 방랑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을 그렸다.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중국인 클로이 자오 감독(39)이 연출을 맡았다. 자오 감독의 수상은 아카데미 역사상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자오 감독은 앞서 올해 골든글로브와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도 수상했다.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아시아인이 받은 것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자오 감독은 이날 수상 소감에서 “지금도 기억에 남는 중국 시의 첫 구절이 ‘사람들이 태어날 땐 선하다’는 것이다. 이 오스카상을 믿음과 용기를 갖고 자신의 선함을 유지하는 모든 분들께 돌리고 싶다”며 동양적인 메시지로 채웠다 . 올해 연기상 후보에는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포진했다. 남우주연상 후보군에는 파키스탄계 영국인(리즈 아메드·‘사운드 오브 메탈’), 흑인(고 채드윅 보즈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한국계 미국인(스티븐 연·‘미나리’)이 공존했다.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대니얼 컬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레슬리 오덤 주니어(‘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등 흑인 세 명이 지명됐다. 여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불가리아 배우 마리아 바칼로바를 포함하면 유색인종이나 비(非)미국권 인물이 연기상 후보 20명 가운데 10명에 달했다. 이날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컬루야는 수상 소감에서 그가 연기한 미국 흑표당(1965년 결성된 흑인운동단체) 지도자 프레드 햄프턴에 대해 “햄프턴은 위대하며, 지금 이 시대의 우리가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양성 추구하는 아카데미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29년 1회부터 2016년 88회 시상식까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총 1668명 중 유색인종은 6.4%에 불과했다. 1991년부터 25년간 조사에서도 11.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한 세기에 가까운 아카데미의 역사에서 변화의 바람은 최근에야 불어닥쳤다. 2016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된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얘) 해시태그 운동이 시발점이 됐다. 2015년과 2016년,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을 모두 백인으로 지명한 뒤 그간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며 역풍이 된 것이다. 중요한 분기점은 지난해에 왔다. 한국 영화 ‘기생충’이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개의 트로피가 기생충에 돌아가고 봉준호 감독이 현지에서 대담한 인터뷰(‘아카데미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매우 로컬이다’)를 하며 아카데미의 철옹성에 균열을 냈다. 봉 감독은 올해 감독상 후보를 한국어로 소개했으며, 윤여정은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을 용서한다”는 말로 미국 중심주의에 웃으며 펀치를 날렸다.○ 디즈니 제친 넷플릭스이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노매드랜드에서 주인공 펀 역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그의 이번 여우주연상 수상은 ‘파고’(1997년), ‘쓰리 빌보드’(2017년)에 이어 세 번째다. 남우주연상은 앤서니 홉킨스에게 돌아갔다. ‘더 파더’에서 홉킨스는 치매에 걸린 뒤 두려움과 공포와 싸워 나가는 노인을 연기했다. 올해 83세로 역대 최고령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아카데미에서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최다 후보작이었던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영화 ‘맹크’는 촬영상과 미술상을 받았다. 맹크를 포함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영화가 올해 아카데미에서 7관왕에 오르면서 노매드랜드, ‘소울’로 5개 부문을 수상한 디즈니를 제치고 최다 수상작을 낸 스튜디오가 됐다.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후보에 올랐던 한국계 미국인 감독 에릭 오의 ‘오페라’는 고배를 마셨다.정성택 neone@donga.com·임희윤 기자}

    • 2021-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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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이트 오스카’ 탈피 몸부림…연기상 후보 절반이 유색인종-외국인

    올해 아카데미는 지난해에 이어 ‘화이트 오스카’의 오명을 지우려는 데 박차를 가했다. 미국 중심주의에서도 탈피하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한 세기에 가까운 아카데미의 역사에서 변화의 바람은 최근에야 불어 닥쳤다. 2016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널리 공유된 ‘OscarsSoWhite’(오스카는 너무 하얘) 해시태그 운동이 시발점이 됐다. 2015년과 2016년, 남녀 주·조연상 후보 20명을 모두 백인으로 지명한 뒤 그간 누적된 불만이 폭발하며 역풍이 된 것이다. 중요한 분기점은 지난해에 왔다. 한국영화 ‘기생충’이었다.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모두 4개의 트로피가 ‘기생충’에게 돌아가고 봉준호 감독이 현지에서 대담한 인터뷰(‘아카데미는 국제 영화제가 아니다. 매우 로컬이다’)를 하며 아카데미의 철옹성에 균열을 냈다. 이번 시상식에서도 명장면은 미국 바깥에서 만들어졌다. 봉 감독이 바통을 건네고 윤여정이 이끌었다. 봉 감독은 감독상 후보를 한국어로 소개했으며, 윤여정은 “내 이름을 잘못 발음한 것을 용서한다”는 말로 미국 중심주의에 웃으며 펀치를 날렸다. 올해 연기상 후보에는 다양한 인종의 배우가 포진했다. 남우주연상 후보군에는 파키스탄계 영국인(리즈 아메드·‘사운드 오브 메탈’), 흑인(고 채드윅 보즈먼·‘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한국계 미국인(스티븐 연·‘미나리’)이 공존했고, 남우조연상 후보에도 대니얼 컬루야(‘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레슬리 오덤 주니어(‘원 나이트 인 마이애미’) 등 흑인 세 명이 지명됐다. 여우조연상 후보로 오른 불가리아 배우 마리아 바칼로바까지 치면 유색인종이나 비(非)미국권 인물이 연기상 후보 20명 가운데 딱 절반인 10명에 달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1929년 1회부터 2016년 88회 시상식까지 연기상 후보에 오른 총 1668명 중 유색인종은 6.4%에 불과했다. 1991년부터 25년간 조사에서도 11.2%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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