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임희윤 기자

동아일보 오피니언팀

구독 3

추천

신중현, 아이유, 레드벨벳, 트웬티원파일러츠, 요요마, 래드윔프스, 카를라 브루니, 잭 블랙…. 많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북유럽부터 남미까지 싸돌아다녔습니다.

imi@donga.com

취재분야

2024-03-19~2024-04-18
칼럼45%
음악23%
인사일반13%
문화 일반13%
사회일반3%
문학/출판3%
  •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한 솔로→산 홀로… 오묘한 작명의 세계

    몽글몽글 솜사탕 같은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구사하는 1990년생 네덜란드 프로듀서 ‘산 홀로’의 음악에 요즘 빠졌다. 그의 예명을 보며 정말 홀로 산 정상에 올라 운해를 바라보며 듣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가 산울림의 ‘산 할아버지’를 특히 좋아하는 한국 음악가가 아니라면 필시 ‘스타워즈’ 시리즈의 광팬일 거라 짐작했는데 과연 주인공 ‘한 솔로’의 앞뒤 철자를 바꾼 작명이 맞다고 한다. 몇 년 전부터 해외 음악계에는 이렇게 알파벳 한 글자를 비틀어 ‘팀명 유머’를 구사하는 팀이 적잖이 출현했다. 역사적 그룹 비틀스의 드러머를 질주감 있는 드림 팝 장르로 소환한 링고 데스스타, 미남 배우 톰 크루즈에게 혼나기로 작정한 복고적 전자음악가 콤 트루즈, 재즈 트럼페터 쳇 베이커를 위조한 흐느적대는 전자음악가 쳇 페이커, 로이 오비슨에 재미와 비트를 더한 하우스 뮤직 음악가 조이 오비슨 등 무궁무진하다. 그저 눈에 확 띄는 팀명만으로 승부하는 코미디 가수들은 아니다. 원래 이름의 소유자와 분위기나 장르는 퍽 다르지만 음악도 꽤 개성 있고 좋아서 팬도 상당하다. 대개 전자음악가들 사이에 저런 작명이 근년에 유행했다. 적어도 내용증명 한 번쯤은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단연 걸작의 팀명은 하모니카 르윈스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의 스캔들로 유명한 모니카 르윈스키 전 백악관 인턴의 이름에 작은 악기 이름을 결합했다. 클린턴이 불어서 연주하는 악기인 색소폰에 통달했음을 상기하면 영판 억지도 아니다. 하모니카 르윈스키의 우상은 엘비스 프레슬리인 것 같다. 프레슬리를 재해석한 듯 번쩍이는 의상, 노래방 의자도 들썩일 울렁거리는 보컬로 승부하는 괴짜 록 밴드다. 저 작명의 ‘스타워즈’ 전쟁판에서 산 홀로의 음악이 오래갈 가능성에 한 표를 던진다. 닥터 드레의 ‘The Next Episode’를 창의적으로 리믹스해 유튜브에서 2억 회 이상의 조회수를 올리기도 한 홀로는 홀로 참 잘 살아남을 음악가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평화 또는 사랑”… ‘21세기 사이먼&가펑클’의 귀환

    에메랄드빛 바다, 노란 백사장, 하얀 태양의 융단이 깔린 누벨칼레도니 해변. 이 비단결 같은 음악을 틀어놓고 잠든다면 아마 저런 정경을 꿈에서 만날지 모르겠다. 그러나 주인공은 남회귀선도, 적도도 아닌 북위 60도에 위치한 노르웨이 베르겐에서 왔다. 1999년 결성, 2001년 데뷔. 엘렌 외위에, 에이리크 글람베크 뵈에(이상 46). 두 남자로 구성된 모던 포크 듀오, 북유럽의 음유시인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가 돌아왔다. 해체설을 불식하고 무려 12년 만의 정규앨범, 4집 ‘Peace or Love’를 18일 세계에 내놓은 외위에와 뵈에를 서면으로 만났다. 뜻밖에 외위에는 이탈리아의 시라쿠사, 뵈에는 베르겐에서 각각 답장을 보내왔다. 외위에는 “하루하루가 (연인의 재회를 그린) ‘Cayman Islands’(2004년 2집 수록) 같으면 좋았겠지만 (소통의 단절을 묘사한) ‘My Ship Isn‘t Pretty’(2009년 3집 수록)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들은 21세기의 ‘사이먼 앤드 가펑클’(1960, 70년대 큰 인기를 모은 미국 포크 록 듀오)로 일컬어진다. 부서질 듯 가녀린 두 미성의 하모니는 ‘The Sound of Silence’ ‘Scarborough Fair’만큼 아찔한 절경.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의 미학은 종종 저 20세기 전설의 듀오마저 뛰어넘는다. 두 대의 기타가 양쪽 스피커에서 각자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는 마법의 분산화음이 커피와 우유처럼 소용돌이칠 때 말이다. 외위에는 “앨범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리게 된 이유 중 하나도 제대로 된 기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뵈에가 1∼3집에 사용한 클래식 기타를 2010년 사무실에서 도둑맞았거든요. 그 뒤에 다른 기타도 몇 대 만났지만 잃어버리거나 문제가 생겼습니다.”(외위에) 듀오이지만 서로의 음악과 삶을 존중하는 태도도 오랜 공백에 영향을 미쳤다고. “각자 추구하는 가치를 존중하며 원하는 일을 하면서 지냈어요. 저는 아이가 셋이고 전자음악 프로젝트 활동을 했어요. 건축 심리학을 가르치면서 베르겐에서 도시계획과 디자인을 맡기도 했죠.”(뵈에) 신작에서 이들은 따사롭고 아름다운 어쿠스틱 설계도에 또 한번 삶의 관조를 실어낸다. 사랑스러운 동시에 평화롭기까지 한 이 앨범의 제목에 ‘와/과(and)’가 아닌 ‘또는(or)’을 넣은 이유가 궁금했다. “인생에서 평화와 사랑 모두를 얻을 가능성보다는 하나만을 얻을 가능성이 더 크잖아요. 우리가 모두 평화 ‘또는’ 사랑을 기대한다면 30대 후반쯤 돼서는 덜 실망할 거예요. ‘최소한 평화는 건졌네…’ 아니면 ‘그래 내게 사랑은 있으니까…’라면서.”(외위에, 뵈에) 이들은 노르웨이의 자연보다 도시의 특성에 더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둘은 “베르겐은 겨울에 눈도 안 오고 여름에 수영을 할 만큼 따뜻한 것도 아니어서 별 자극이랄 게 없다. 그래서 음악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듀오는 이역만리 한국을 촉촉한 비의 정경으로 기억했다. “서울에서 열린 야외 페스티벌(2013년) 무대에 섰는데 그때 정말 엄청났죠. 비가 오고 있었고 관중은 원색의 우비를 입었어요. 비가 오는데도 객석이 컬러풀했던 그 광경을 잊을 수 없습니다.” 두 사람은 “무엇보다 한국 팬들이 우리의 신작을 들으며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했다. “신작 작업을 끝마칠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은 한국, 멕시코, 인도네시아같이 저희 음악을 많이 사랑해주는 특별한 나라에서 다시 공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었거든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2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흙손’들이 그린 아이돌 그림 “정성은 금빛!”

    전문가 리뷰라고 했다. 그래서 ‘엄근진(엄숙, 근엄, 진지)’ 모드로 임했는데 첫 작품부터 빵 터졌다. 내 속의 엄근진이 ‘엄마! 근데! 진짜!’로 변했다. 16일 저녁 서울 서초구의 한 스튜디오. 기자는 아이돌 팬덤 활동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블립’이 주최한 제1회 ‘흙손대회’ 전문가 리뷰에 참여했다. 흙손대회(그림)는 지난달 덕후백일장(글짓기)과 함께 열린 일종의 팬 경연이다. 어린이날 사생대회, 글짓기대회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된 이 대회에 모집 기간(5월 5∼30일) 동안 566건의 그림, 214건의 글이 들어왔다.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한 달간 홈페이지(blip.oopy.io)와 블립 앱에서 국민투표를 받아 당선자를 결정한다. 이에 앞서 이날 진행한 전문가 리뷰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모였다. 서울대 디자인학부 김경선 교수, 이신비 ‘블립’ 디자이너,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 멤버 세은과 아이사, 요즘 TV와 유튜브에서 코믹한 캐리커처를 그려 ‘하카소’로 이름을 떨친 개그맨 하준수,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 그리고 기자가 참여했다. 흙손대회에서 흙손이란 속칭 ‘금손’의 대척점에 있는 개념. 비전문가를 뜻한다. 흙손 작품들을 보며 초등학교 시절 그렸던 삐뚤빼뚤 크레파스화의 추억이 살아났다. 전문가 리뷰는 흙손 작품을 보고 실제 모델(아이돌)을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중장년층을 묘사한 것으로 보이는 첫 그림을 보자 아이돌은커녕 고향에 계신 어머니가 생각났다. 고민 끝에 ‘우리 엄마!’라고 답하자 주최 측이 정답인 아이유의 사진을 화면 오른쪽에 나란히 띄워줬다.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림은 서툴렀지만 의상과 소품, 구도와 표정까지 묘사하려 노력한 팬의 정성이 뭉클하게 다가왔다. 흙손 팬들의 작품은 때로 가히 피카소의 입체파나 르누아르의 인상파 화풍을 연상시켰다. 선글라스에 헝클어진 머리를 한 그림에는 ‘김태원!’을, 얼굴 하관이 늙수그레하게 묘사된 작품에는 ‘배철수!’를, 4인조 여성그룹 그림엔 ‘메탈 밴드!’를 외친 기자는 NCT, 세븐틴, 마마무 등의 정답 사진을 볼 때마다 세부 표현에 무릎을 쳤다. 스테이씨의 아이사와 세은도 평가 내내 혼란과 감탄 사이를 오갔다. “설마 아이유 선배님은 아니겠죠”(세은), “헉, 대박! 맞혔어!”(아이사) 하던 둘은 “그림 솜씨를 떠나 팬들의 정성이 느껴져서 감동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블립을 운영하는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의 김홍기 대표는 “아이돌이 아닌 팬들이 주인공인 행사를 만들려 했다. 높은 참여 열기에 놀랐다. 팬 아트의 세계에서도 ‘금손’들만 조명 받는 상황에서 ‘못 그려도 괜찮아요. 좋아하면 돼요!’란 말을 해주고 싶다. 손은 흙손이어도 팬들의 마음은 늘 금빛”이라고 말했다. 블립 측은 방탄소년단, 아이유, NCT, 블랙핑크, 엑소, 아스트로 등을 그린 흙손 팬들의 작품을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버스정류장 열 곳에 이달 25일부터 2주간 전시한다. 최종 수상작은 다음 달 30일 발표한다. 수상자에게는 전자기기, 화장품 등 부상도 수여한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수십 분의 예술, 나는야 ‘긴 곡바라기’[임희윤 기자의 죽기전 멜로디]

    ‘밴드 ××, 새 싱글 앨범 17일 발매!’ ‘가수 ○○○, 여름 겨냥해 싱글 앨범 내놔’ 보도 자료나 인터넷 기사에서 자주 접하는 ‘싱글 앨범’이라는 말에 마음 한구석이 늘 불편했다. 애당초 싱글과 앨범은 물과 기름처럼 섞일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세계 대중음악사에서 싱글은 곡 단위로 발표되는 작품을, 앨범은 여러 곡을 모아놓은 작품집을 늘 의미했다. 그러니 싱글 앨범이란 마치 ‘냉찌개’나 ‘솔로 그룹’처럼 양립 불가의 개념이고 이율배반적 단어이자 잘못 통용되는 말이다. #1. 그러나 그럴듯한 지적도 요즘처럼 모든 게 가능해진 하이브리드 세상에서는 꼰대의 잔소리로 ‘역지적’당할 수 있음 또한 명심해야 하리라. 실제로 위키피디아의 ‘Single (music)’ 항목에는 ‘In South Korea(한국에서는)’라는 하위 항목이 존재한다. 일종의 단서 조항. 요약하면 남한에서는 싱글 앨범이라는 개념이 통용된다는 얘기다. #2. 그래도 물러설 수 없다. 핑크 플로이드의 ‘The Dark Side of the Moon’(1973년), 스매싱 펌킨스의 ‘Mellon Collie and the Infinite Sadness’(1995년) 같은 서사적 앨범을 들으며 ‘이런 게 앨범의 맛!’이라 되뇌던 필자에게는 3분짜리 한 곡에 경음악 버전 하나 붙여놓고 ‘싱글 앨범’이라 우기는 일이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류 대중 예술의 개념이 대변혁을 겪는 이 중차대한 시기에 감히 ‘내 맘대로 절충안’을 제시해 본다. #3. 첫째, ‘싱글 앨범’이라 칭하려면 무릇 한 곡의 길이가 6분은 넘어야 한다. 악뮤의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4분 50초)는 유장한 제목과 별개로 아쉽지만 탈락이다. 버브의 ‘Bitter Sweet Symphony’(5분 58초)에도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적어도 오아시스의 ‘Champagne Supernova’(7분 31초) 정도는 돼야 합격. #4. 둘째, 10분을 넘기면 ᄒᆞᆫ글 기준 글자 크기 ‘15’ 이상으로 당당히 ‘싱글 앨범’이라 써 붙일 수 있도록 하자. 많은 노래가 떠오른다. 주로 옛날 노래인데 하나같이 명곡이다. 우선 도어스의 ‘The End’(11분 43초)가 들어가겠다. 주술적 기타 리프 위로 탬버린이 방울뱀처럼 올라타면 짐 모리슨(1943∼1971)의 염세적 읊조림이 나타나 파국의 문을 연다. #5. 오, 밥 딜런은 야속하다. 엇비슷한 코드 진행과 멜로디를 끝없이 반복하며 오디오북 낭독하듯 가사를 줄줄 읊는 ‘Desolation Row’(11분 21초·1965년)를 냈던 그는 지난해에도 ‘Murder Most Foul’(16분 54초)로 고매하신 평단을 사로잡았다. #6. 영국 밴드 ‘제스로 툴’의 ‘Thick as a Brick’(1972년)은 말 그대로 싱글이자 앨범이다. 43분 46초짜리 한 곡으로 이뤄진 음반이니까. LP 레코드에 싣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파트 1, 파트 2로 잘랐을 뿐. LP의 A면을 가득 채운 핑크 플로이드의 ‘Atom Heart Mother’(23분 41초)는 양반인 셈이다. #7. 긴 곡이 록 시대 아재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23분짜리 곡 하나보다 2분 30초짜리 곡 열 개로 승부를 봐야 유리한 플레이리스트(추천 재생 목록)의 시대에도 가히 싱글 앨범이라 불릴 만한 기나긴 곡은 나온다. R&B 싱어송라이터 프랭크 오션의 ‘Pyramids’(9분 52초·2012년)는 간과할 수 없는 긴 명곡이다. 미국 가수 쿠코가 ‘Lover is a Day’(7분 36초·2016년)에서 들려주는, 물에 잠긴 형광 셀로판지 같은 감성은 프린스의 ‘Purple Rain’(8분 40초·1984년)의 보랏빛 습기에 뒤지지 않는다. #8. 비상한 재능을 지닌 20대 4인조 밴드 ‘실리카겔’이 얼마 전 신곡 ‘S G T A P E - 01’을 발표했다. 24분 33초짜리 곡이다. 인상적인 멜로디가 빼곡하다. 여러 곡으로 잘라 내지 그랬냐고 물으니 보컬 김한주가 답했다. “청개구리 한번 돼보고 싶었다.” 내일은 이 곡을 들으며 회사 앞 산책을 해야겠다. 청계천 시작점에서 광통교를 지나 정조 능행 반차도를 찍고 돌아오면 딱 맞을 것 같다. 진짜 ‘싱글 앨범’의 시대는 이렇게 계속된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한민국 톱 드러머, 11년만에 가수로 ‘두번째 데뷔’

    최근 11집을 낸 가수 김현철은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와, 미쳤다. 1번 곡 드럼 누가 쳤어요?” 답은 드러머 이상민(42)이다. ‘City Breeze & Love Song’에서 초고속으로 리듬을 세분하는 드럼 타격은 안 그래도 청량한 시티팝의 ‘호수’ 위로 푸른 쇄빙선처럼 통렬히 질주한다. “현철 형과 드럼 톤부터 많이 상의했어요. 북의 조율을 평균보다 낮춰 두툼하고 묵직한 1980년대식 사운드를 만들어냈죠.” 이상민은 현재 대한민국 톱클래스 드러머다. 그간 김동률 김현철 박정현 선우정아 아이유 이소라 이승철 이적 등의 음반이나 공연에서 드럼을 맡았다. 얼마 전 ‘이상민’, 이름 세 글자를 앞세운 싱글 ‘My Light’를 냈다.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노래도 직접 불렀다. 드럼 키보드 베이스 연주와 프로그래밍까지 했다. “연주곡 중심이던 이상민 1집(2010년) 이후 11년 만에 예술가 이상민으로 다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R&B·솔 느낌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북을 통타하던 이상민의 매력적 이면. “하지만 노래 후렴이 나와야 할 부분에서 보컬 대신 드럼 솔로를 넣었죠. 연주자로서의 색깔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제목 ‘My Light’는 내 안에 잠재한 또 다른 자신을 향해 눈뜨게 만들어준 존재를 가리켜요. 후반부에 환희에 찬, 어떤 의식과도 같은 드럼 솔로를 넣었습니다.” 열세 살에 스틱을 잡은 그는 고2 때 ‘시나위’의 오프닝 밴드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한상원 밴드에서 활약하고 정원영의 앨범에 참여하다 강호정 이적 정재일 등과 ‘긱스’를 결성했다. 훗날 ‘기생충’의 음악감독을 맡게 되는 팀 막내 정재일과 함께 준수한 외모에 천재적 연주로 인기를 누렸다. “드러머로서의 물리적 기술보다 예술 전반을 보는 초월적 시선을 늘 더 생각해요. 제 영웅은 웨인 쇼터, 마일스 데이비스거든요.” 그는 연주력과 예술성을 절차탁마하는 음악인에게 조명이 비춰지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음악을 음악 그 자체의 미학적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 ‘찐(진짜) 음악인’에 대한 ‘찐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이 늘 안타깝습니다.” 그가 11년 만에 ‘이상민’의 간판을 다시 내건 것도 ‘찐 음악인’으로서 이상민 세 글자로 재출발하겠다는 다짐이다. 이상민은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51분간의 자유즉흥 실황 연주를 담은 듀오 앨범 ‘Stellive Vol.6 | Unprepared Part2’도 이달 내놨다. “8월에는 ‘이상민’의 다음 신곡 ‘쉽게 쓴 사랑노래’를 발표할 거예요. 어쩌면 그 곡이 제가 진짜 보컬리스트로서 데뷔하는 노래가 될지도 모르겠네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1년 만에 ‘이상민’ 간판 내건 드러머…“예술가 이상민으로 새 출발”

    최근 11집을 낸 가수 김현철은 요즘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다. “우와, 미쳤다. 1번 곡 드럼 누가 쳤어요?” 답은 드러머 이상민(42)이다. ‘City Breeze & Love Song’에서 느닷없이 도약하는 벌새의 날갯짓처럼 초고속으로 리듬을 세분하는 드럼 타격은 안 그래도 청량한 시티팝 위로 푸른 얼음 조각을 뿌리듯 후련하다 못해 통렬하다. “현철 형과 드럼 톤부터 많이 상의했어요. 북의 조율을 평균보다 낮춰 두툼하고 묵직한 1980년대식 사운드를 만들어냈죠.” 이상민은 현재 대한민국 톱 드러머다. 그간 김동률 김현철 박정현 선우정아 아이유 이소라 이승철 이적 등의 음반이나 공연에서 드럼을 맡았다. 그가 얼마 전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앞세운 싱글 ‘My Light’를 냈다. 작사 작곡 편곡을 하고 노래도 직접 불렀다. 드럼 키보드 베이스 연주와 프로그래밍까지 했다.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 앤더슨 팍, 맥 밀러, 블러드 오렌지 등과 협연한 미국의 베테랑 음악 친구들이 연주를 보탰다. “연주곡 중심이던 이상민 1집(2010년) 이후 11년 만에 예술가 이상민으로 다시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R&B·솔 느낌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북을 통타하던 이상민의 매력적 이면. “하지만 노래 후렴이 나와야할 부분에서 보컬 대신 드럼 솔로를 넣었어요. 보컬리스트와 연주자로서의 색깔을 함께 보여드리고 싶었거든요.” 2011년 무렵 써둔 이 곡의 제목은 원래 ‘M’이었다. 뮤직의 ‘M’이자 그가 존경하는 미국 싱어송라이터 미셸 은데게오첼로의 ‘M’. “‘My Light’는 내 안에 잠재한 감정을 바라볼 수 있게, 눈 뜨게 만들어준 어떤 존재를 가리켜요. 그래서 후반부에 환희에 찬, 어떤 의식과도 같은 드럼 솔로가 나오죠.” 열세 살에 스틱을 잡은 드럼 신동. 그는 고2 때 밴드 ‘시나위’의 오프닝 밴드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한상원 밴드에서 활약하고 정원영의 앨범에 참여하다 강호정 이적 정원영 정재일 한상원과 ‘긱스’를 결성했다. 훗날 ‘기생충’의 음악감독을 맡게 되는 팀 막내 정재일과 함께 준수한 외모에 천재적 연주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커다란 드럼 세트는 이상민을 가리기는커녕 돋보이게 만들었다. “드러머로서의 물리적 기술보다 예술 전반을 보는 초월적 시선을 늘 더 생각해요. 제 영웅은 특정 드러머가 아니라 웨인 쇼터, 마일스 데이비스거든요.” 그는 유수의 가수가 자신을 찾는 이유에 대해 “어쨌든 뭔가 매력적이니까?”라며 웃었다. “기술인으로서 작곡가나 가수의 통제에 따르기보다는 예술가 대 예술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저는 어떤 연주를 앞에 두고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음악을 하려해요. 어떤 분야든 자기 분야에 주인의식을 갖기 어렵잖아요. 사회 분위기가 그런 걸 바라지도 않고요.” 그는 연주력과 예술성을 절차탁마하는 음악인에 대해 조명이 비추지 않는 현실에 대해서도 아쉬워했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은 (예술계의) 건강에 해롭죠. 좋은 음악에 대한 진짜 정보가 가려져 있어 안타까워요. 음악을 음악 그 자체의 미학적 언어로 전달하기 위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 ‘찐(진짜) 음악인’에 대한 ‘찐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지 않는 것, 부와 명예만 좇는 자본이 음악 산업 전반을 삼킨 상황을 과연 좋게만 볼 수 있을까요.” 그가 11년 만에 ‘이상민’의 간판을 내건 이유도 ‘찐 음악인’으로서 이상민 세 글자로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장화된 음악계가 가진 ‘대중성’이라는 허울 좋은 제한을 뚫고 예술가로서 나아가보려는 몸부림이에요.” 이상민은 피아니스트 조윤성과 조이(JOYEE)란 이름으로 51분간의 자유즉흥 실황 연주를 담은 듀오 앨범 ‘Stellive Vol.6 | Unprepared Part2’도 이달 내놨다. 앞으로 황호규(베이스)까지 셋이서 케이재즈트리오 활동을 이어가고 다음달에는 조윤성과 듀오 연주에 현대무용가 최수진의 안무를 곁들인 공연도 펼칠 계획이다. “8월에는 ‘이상민’의 다음 신곡 ‘쉽게 쓴 사랑노래’를 발표할 거예요. 좀더 본격적으로 저의 가창을 담은 곡. 어쩌면 진짜 보컬리스트로서 데뷔하는 곡이 될지도 모르겠네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6
    • 좋아요
    • 코멘트
  • ‘포스트 BTS’는 어디에… 음원차트서 맥 못 추는 남성 아이돌

    방탄소년단, 오마이걸, 헤이즈, 에스파, 브레이브걸스, 스테이씨…. 최신 가요의 흐름을 보여준다는 각종 디지털 차트를 보면 요즘 뜻밖의 흐름이 감지된다. 방탄소년단을 제외하면 남성 아이돌 그룹을 상위권에서 찾기 힘들다는 점이다.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의 순위를 종합해 보여주는 ‘가온차트’의 6월 첫 주 디지털 주간 차트에는 100위권 내에 남성 아이돌이 단 세 팀뿐이다. 그것도 37위(더보이즈 ‘KINGDOM COME’), 42위(투모로우바이투게더 ‘0X1=LOVESONG(I Know I Love You)’), 60위(NCT 드림 ‘맛(Hot Sauce)’·이하 ‘맛’)에 포진했다. 여성 아이돌은 상대적으로 보편적 대중성에 호소하는 곡이 많았고 남성 아이돌의 국민 히트곡이 엑소의 ‘으르렁’(2013년) 이후 드물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근의 경향은 유별나다. 근년 차트를 떠올려보면 최소한 신보 발매 초기에는 상당 기간 남성 그룹의 신작이 정상을 찍거나 ‘줄 세우기’까지 했기 때문이다. 가온 월간 디지털 차트(5월)도 양상은 비슷하다. 브레이브걸스, 저스틴 비버, 아이유, SG워너비, 오마이걸, 방탄소년단, 있지가 자리한 ‘성층권’ 아래에 NCT 드림의 ‘맛’이 14위로 걸쳐 있을 뿐이다. 국내 디지털 차트와 CD 판매량의 간극을 보면 더 괴이쩍다. NCT 드림은 지난달 10일 첫 정규앨범 ‘맛’을 발매 16일 만에 200만 장이나 팔았다. 엑소도 이달 7일 낸 스페셜 앨범을 또 한 번 100만 장 넘게 팔며 여섯 번째 밀리언셀러를 만들어냈다. 해외 차트와 온도 차도 작지 않다. NCT 드림은 아이튠스 톱 앨범 차트 세계 37개 지역 1위, 일본 오리콘 주간 차트 1위에 올랐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지난달 31일 낸 정규 2집 ‘혼돈의 장: FREEZE’를 빌보드 앨범 차트 5위까지 올렸다. ‘여성 그룹=음원(곡), 남성 그룹=CD(음반)’라는 종래의 공식이 극한값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15일 가온차트에 따르면 올 1∼5월 국내 피지컬 앨범(CD, LP 등)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00만 장 늘어 1900만 장에 달했다. 팬데믹 이후 이어진 CD 시장 성장세가 폭발에 이른 모양새다. 2019년 연간 판매량이 약 2500만 장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년 전 한 해 동안 팔린 CD 물량이 올해에는 반년 만에 빠질 기세다. 전문가들은 이를 국내 인기 차트의 역사에 하나의 균열이자 분기점으로 본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이른바 총공(음원 소비 총공격)으로 아이돌의 차트 성적을 떠받치던 팬덤의 화력이 전통적 음원 차트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다. 열성 팬덤의 규모로 승부를 보는 남성 그룹이 대중적 히트곡을 노리기보다 어둡거나 신비로운 세계관을 구축하고 격렬한 퍼포먼스와 시각 콘셉트에 몰두하는 경향도 영향을 미쳤다.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갑옷을 입고 나와 칼싸움을 하는 신인 그룹 ‘킹덤’, 그리고 남성 그룹이 극한 콘셉트 대결을 펼친 엠넷 경연 프로그램 ‘킹덤’이 좋은 예”라며 “방탄소년단, 엑소 이후 주류 트렌드가 된 세계관 구축이 팬덤 결집에는 도움이 되는 반면 대중성 확보에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경우가 잦다”고 말했다. 그러는 사이, 여성 아이돌 그룹의 밝고 대중성 높은 댄스곡은 기세가 더 높아졌다. 틱톡, 인스타그램의 ‘릴스’ 기능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짧은 영상이 유행하면서 발랄한 여성 댄스곡이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얻고 더 널리 퍼지기 때문이다. 이대화 평론가는 “유튜브와 TV를 통해 애프터스쿨, 브레이브걸스, SG워너비가 소환되는 등 웃기거나 신나거나 추억을 자극하는 예능형 음악에 대한 조명이 대세가 된 경향도 이런 변화에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BTS, 빌보드 싱글 3주 연속 1위… “감격 또 감격”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곡이 이 차트에서 3주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발표한 첫 영어 곡 ‘Dynamite’는 발매 첫 주와 둘째 주에 연속으로 정상을 밟은 뒤 2주간 2위로 내려앉았다가 5주 차에 다시 1위를 하며 총 3주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이 차트에서 ‘Life Goes On’ 등의 곡으로 통산 8회 1위를 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3주 연속 빌보드 1위라는 믿기지 않는 대기록을 만들어주신 아미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멤버 슈가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3주 1위라니 다 아미 덕분입니다…감격 또 감격”이라고 썼다. ‘Butter’는 음원 다운로드 횟수에서 다른 곡들을 압도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집계 기간인 4∼10일 ‘Butter’의 음원 다운로드는 13만8400건, 스트리밍 횟수는 1540만 회였다. 이번 집계에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Butter’의 세 가지 리믹스 버전 판매량까지 반영됐다. 리믹스 버전은 할인가(69센트)로 판매됐다. 방탄소년단에 밀려 3주 연속 2위를 하게 된 미국 팝계의 샛별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good 4 u’는 스트리밍 횟수에서 4210만 회로 ‘Butter’를 크게 앞섰지만, 다운로드 횟수(1만1100건)는 ‘Butter’의 12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방탄소년단의 파죽지세는 데뷔 8주년(이달 13일)과도 맞물렸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은 13, 14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열린 팬 미팅 ‘BTS 2021 MUSTER 소우주’를 195개 국가와 지역에서 133만여 명이 시청했다고 15일 밝혔다. 빅히트뮤직은 다음 달 9일 ‘Butter’를 담은 실물 싱글 CD도 낸다. 이날은 팬덤 이름인 ‘아미’가 지어진 날이기도 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방탄소년단 “버터, 빌보드 3주 1위라니…아미 덕분”

    방탄소년단의 ‘Butter’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3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곡이 이 차트에서 3주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발표한 첫 영어 곡 ‘Dynamite’는 발매 첫 주와 둘째 주에 연속으로 정상을 밟은 뒤 2주간 2위로 내려앉았다가 5주차에 다시 1위를 하며 총 3주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이 차트에서 ‘Life Goes On’ 등의 곡으로 통산 8회 1위를 달성했다. 방탄소년단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3주 연속 빌보드 1위라는 믿기지 않는 대기록을 만들어주신 아미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밝혔다. 멤버 슈가는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3주 1위라니 다 아미 덕분입니다…감격 또 감격”이라고 썼다. ‘Butter’는 음원 다운로드 횟수에서 다른 곡들을 압도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집계 기간인 4~10일 ‘Butter’의 음원 다운로드는 13만8400건, 스트리밍 횟수는 1540만회였다. 이번 집계에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방탄소년단이 내놓은 ‘Butter’의 세 가지 리믹스 버전 판매량까지 반영됐다. 리믹스 버전은 할인가(69센트)로 판매됐다. 방탄소년단에 밀려 3주 연속 2위를 하게 된 미국 팝계의 샛별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good 4 u’는 스트리밍 횟수에서 4210만 회로 ‘Butter’를 크게 앞섰지만, 다운로드 횟수(1만1100건)는 ‘Butter’의 12분의 1 수준에 그쳤다. 방탄소년단의 파죽지세는 데뷔 8주년(이달 13일)과도 맞물렸다. 소속사 빅히트 뮤직은 13, 14일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열린 팬 미팅 ‘BTS 2021 MUSTER 소우주’를 195개 국가와 지역에서 133만여 명이 시청했다고 15일 밝혔다. 빅히트뮤직은 다음 달 9일 ‘Butter’를 담은 실물 싱글 CD도 낸다. 이날은 팬덤 이름인 ‘아미’가 지어진 날이기도 하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5
    • 좋아요
    • 코멘트
  • 그룹 015B ‘텅 빈 거리에서’ 31년만에 리메이크

    음악 프로듀서 그룹 ‘015B’가 데뷔 30주년을 맞아 옛 히트곡 ‘텅 빈 거리에서’를 리메이크해 14일 내놓았다. 015B는 1990년 1집 ‘텅 빈 거리에서’로 데뷔했다. 이번에 재해석한 곡은 1집 첫 곡이다. 당시 객원가수 윤종신도 이 곡을 통해 대중에게 처음 이름을 알렸다. 015B와 윤종신은 데뷔 동기다. 015B 관계자는 “데뷔 30주년인 지난해 팬데믹으로 인해 기념공연 등의 계획을 추진하기가 어려웠다”며 “기념 프로젝트를 보류하다 늦게나마 음원으로라도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윤종신과 의기투합해 이번 곡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번 리메이크는 1990년 당시의 사운드와 감성을 되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다음 달 중순에는 1집 2번 곡 ‘때늦은 비는’을 재해석해 발표할 계획이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기장-콘서트장부터 일상회복 실험…“떼창은 안돼”

    14일부터 서울 잠실야구장에선 7000명 이상이 동시에 프로야구를 관람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등 K팝 스타의 공연도 4000명까지 함께 즐길 수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실외 스포츠경기장과 대중음악 공연장의 입장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의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을 11일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줄지 않는 탓에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대구 제주는 2단계)를 유지했지만 그 대신 문화체육 행사의 관람제한 수위를 낮춘 것이다. 우선 실외 스포츠경기장은 2단계 지역에서 좌석 수의 30%까지 입장이 허용된다. 현재(10%)의 3배 수준이다. 서울 잠실구장(좌석 수 2만5000개) 관람객은 최대 2500명에서 7500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30%로 제한 중인 1.5단계 지역에선 50%까지 많아진다. 좌석 2만3646개인 부산 사직구장에는 앞으로 1만1823명이 입장할 수 있다. 대중음악 공연의 입장 허용 인원도 최대 4000명까지 늘어난다. 이번 조정안은 14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적용된다. 이후에는 사적 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기준을 완화한 새로운 체계의 거리 두기 개편안이 시행될 전망이다.14일부터 잠실야구장, 7500명 함께 직관한다 실외경기 관중 최대 50% 허용, 콘서트장에 4000명까지 입장 정부가 경기장과 콘서트 입장 인원을 늘리겠다고 밝히자 그동안 코로나19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던 문화체육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기장 좌석의 10% 관객만 입장하고 있는 수도권의 한 프로야구단 관계자는 “야구장에 관중이 들어오면 인원과 관계없이 고정 지출이 발생한다. 관중 10% 입장으로는 경기당 수천만 원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10일 현재까지 KBO리그 10개 구단의 입장 수입은 89억1834만 원이다.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약 300억 원이 줄어들었다. 새로운 조정안이 시행되는 14일은 각 구단의 이동일이라 경기가 없다. 구단들은 15일부터 관중을 늘려 입장시킨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구단 내 안전요원 수도 늘릴 계획이다. 다만 경기장 내 음식 섭취와 육성 응원은 계속 금지된다. 한 구단 관계자는 “구장 내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만큼 음식 섭취를 금지한 조치도 풀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중음악계 역시 환영의 목소리를 내놨다. 14일부터 콘서트 입장 인원이 4000명으로 늘어나면서 야외 대중음악 페스티벌인 ‘뷰티풀 민트 라이프 2021’(26, 27일 서울 송파구 88잔디마당), 아이돌 가수 연합 공연인 ‘제27회 드림콘서트’(26일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 등 대형 공연이 관객 수천 명 앞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뷰티풀 민트 라이프’ 관계자는 “발열 체크 등의 절차를 거쳐야 행사장으로 입장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야외무대 앞쪽에 의자를 배치해 지정좌석제로 운영하며 안전요원이 수시로 돌아다니면서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정부는 이번 조치와 별도로 7월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개편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지금처럼 확진자 수 증감에 따라 기존 거리 두기 방식을 조금씩 바꾸는 것이 아니라, 현행 5단계의 거리 두기를 1∼4단계로 전환한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개편안 초안은 3월에 발표됐다. 초안의 틀을 유지할 경우 수도권에서도 사적 모임에 8명까지 모이는 게 가능해진다. 수도권 식당과 카페, 노래연습장, 유흥시설 역시 밤 12시까지는 영업하게 된다. 나머지 다중이용시설은 시간 제한이 사라진다. 정부는 새로운 거리 두기 개편안의 시행을 앞두고 14일부터 강원도에서 이 제도를 시범 적용한다. 춘천, 원주, 강릉을 제외한 나머지 강원 15개 시군에서는 이날부터 개인 모임을 8명까지 할 수 있다. 식당, 카페 영업제한이 사라지고 종교행사는 좌석 수의 50%까지 참석 가능하다. 일부에선 거리 두기 개편안을 촉박하게 추진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의 백신 접종이 6월 말에 끝나고 항체 형성 기간이 2주 정도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7월 중하순에 거리 두기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수렴해 다음 주에 구체적인 새 거리 두기 체계 개편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다만 개편안을 7월 초에 바로 적용할지는 이달 말까지 방역 및 예방접종 상황을 본 뒤 결정하기로 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몇 달 동안 거리 두기 개편안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으며 적용 시점을 논의하고 있다”며 “6월까지 전체 인구의 4분의 1 정도의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 그때부터 ‘일상 회복’ 대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3분기(7∼9월) 백신 접종계획을 17일 발표한다. 60∼74세 가운데 백신이 부족해 접종 일정이 연기된 사람들이 최우선 접종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연령순으로 50대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7, 8월에는 30세 이상 어린이집·유치원·초중고교 교사와 고3 수험생의 접종도 예정됐다.김성규 sunggyu@donga.com·이헌재·임희윤 기자}

    • 2021-06-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왓챠 이어 쿠팡도 ‘음악 패키지화’ 국내 음악서비스시장 ‘플랫폼 빅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 e커머스 업체 등이 국내 음악 서비스 시장에 뛰어들며 ‘제3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최근 인디 음악 제작사 붕가붕가레코드(붕가붕가)의 고건혁 대표를 뮤직 태스크포스(TF)팀에 영입했다. 그룹 ‘장기하와 얼굴들’ ‘브로콜리 너마저’ ‘새소년’ 등을 배출한 음악계 대표 산파인 붕가붕가가 근년에 사실상 고 대표의 1인 기업으로 움직였던 점을 고려하면 왓챠가 붕가붕가를 인수한 것과 다름없다는 평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붕가붕가 소속 이색 그룹 ‘술탄 오브 더 디스코’도 왓챠 산하에서 새로운 콘텐츠 제작에 투입될 가능성을 점친다. 왓챠는 앞서 2019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몽키3를 운영하는 모모플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 음원 유통 서비스 왓챠뮤직퍼블리싱을 신설했다. 여기에 붕가붕가가 가세하면서 더 큰 그림을 짜는 형국이다. 온라인 쇼핑 플랫폼으로 유명한 쿠팡도 음악 서비스 론칭을 조율 중이다. 지난해 쿠팡플레이를 세우면서 OTT 시장에 뛰어든 쿠팡 역시 왓챠처럼 기존 음원 플랫폼 한 곳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새 시장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다. 왓챠가 몽키3를 택한 것처럼 벅스 등 중위권 플랫폼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도 들린다. 음악과 무관해 보이는 업체가 잇따라 음악에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첫째는 기존 멤버십에 월정액 기반의 음악 서비스를 결합해 유료 구독자, 정기 회원을 묶어두는 이른바 ‘자물쇠 효과’를 노리기 때문이다. 둘째는 음악 시장의 지각 변화에 있다. ‘포스트 멜론’을 노리는 ‘빅 픽처’다. 한 OTT 업체 관계자는 “멜론, 지니, 벅스 등 고전적인 음원 플랫폼이 비대해지면서 기존 운영 방식이 고착됨에 따라 유튜브 뮤직, 스포티파이 등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앞세운 새 서비스에 강한 도전을 받는 상황”이라며 “왓챠, 쿠팡 등 플랫폼 기업은 수백만 회원의 일간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듬은 알고리즘이 무기다. 추천 중심의 음악 생태계에서 주도권 쟁탈을 꿈꿀 만하다”고 귀띔했다. 영상과 음악의 연계는 또 다른 수익모델도 열 수 있다. 이를테면 음악가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다큐멘터리, 예능 제작이다. 넷플릭스는 ‘비욘세 홈커밍’(2019년) 등 여러 흑인 음악 다큐멘터리를 앞세워 지지부진하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구독자를 늘렸다. 새 음악 유통 플랫폼을 통해 재능 있는 신인과 IP 선점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해외에서는 근래 ‘디스트로키드’ ‘튠코어’ 등 인디 음원 유통 플랫폼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릴 나스 엑스, 찬스 더 래퍼, 조자 스미스 등 대형 기획사를 끼지 않은 가수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성공 공식을 쓰고 있다. 빌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유니버설, 소니, 워너 등 3대 음반사를 제외한 개별 레이블과 아티스트의 글로벌 음악 시장 점유율은 31.1%나 된다. 음악 스타트업 스페이스 오디티의 김홍기 대표는 “SK텔레콤, KT 등 이동통신사가 가입자나 휴대전화 구입자를 상대로 멜론, 지니 이용권을 패키지 서비스 하던 시절, 네이버가 네이버뮤직(현 바이브)을 운영한 시대가 새로운 물결을 마주하게 됐다. 수백만 가입자를 지닌 콘텐츠 플랫폼, 생활 밀착 플랫폼이 ‘음악 패지키화’를 통해 어떤 미래를 만들지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단독]‘시티팝 시조새’ 김현철, 처음으로 ‘全曲 시티팝’ 앨범낸다

    ‘시티팝 시조새’ 김현철(52)이 2년 만의 정규앨범을 ‘완전 시티팝’으로 무장했다. 11집 ‘City Breeze & Love Song’(14일 발매·사진)에 담길 7곡을 미리 들으며 상상의 강변 드라이브를 했다. 스피커에서 불어오는 기분 좋은 음표의 산들바람은 소파에 앉은 몸을 도시의 스카이라인 위로 올려줬다. “발라드가 한 곡도 없는 앨범은 처음 만들어 봐요. ‘오랜만에’ ‘동네’ ‘왜 그래’의 시원한 사운드에만 집중했거든요. 미디엄템포, 16비트 리듬, 장조…. 시티팝의 공식 안에서 최선을 다해 봤죠.”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녹음스튜디오에서 최종 믹스 작업을 하던 김현철의 얼굴에는 내내 흡족한 표정이 그윽했다. 젊은층에 불어닥친 ‘시티팝’ 장르 재조명 열풍을 타고 김현철이 13년의 공백을 깨부순(2019년 10집 ‘돛’ 발매) 지 2년 만이다. ‘젊은이들이 왜 내 음악을 다시 찾나’ ‘시티팝이 뭔가’ 하며 당황해하던 김현철은 한때 시티팝이란 단어에 거부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시티팝을 한번 품어보기로 했다. 10집 ‘돛’에 발라드, 포크 등 여러 장르를 담은 것과 달리 11집은 전곡 시티팝 음반으로 기획한 것. 짐 슈밋, 닐슨 앤드 피어슨 같은 1970, 80년대 미국 AOR(앨범-오리엔티드 록)를 찾아 들으며 감성을 더 벼렸다. “새벽에 차를 몰고 나와 한강변이나 광화문 사거리를 달려보기도 했죠. 도시의 텅 빈 야경 위로 낮의 분주한 풍경도 떠올려 봤고요.” 첫 곡 ‘City Breeze & Love Song’은 도시의 아침 소음으로 시작한다. 악기의 표면이 만져질 듯 청량감이 폭발하는 관악 섹션, 후렴구에 터지는 펑키한 당김음, 그리고 감미로운 멜로디의 향연…. “어쩌면 전 늘 이런 앨범을 꿈꿔 왔는지도 몰라요.” ‘누군가가 좋으면/흑백은 컬러가 되고’라 노래하는 2번 곡 ‘So Nice!!’, 입꼬리도 목소리도 ‘승천’하는 연애의 마법을 그린 6번 곡 ‘Take Off’는 그의 말대로 “연애 장려 송(song)”으로 제격이다. “20대 중후반에 광화문 같은 도심에 근무하는 사회 초년병을 노래의 주인공으로 상정했어요. 혼란한 도시 속에서 만난 설렘의 대상, 즉 ‘너’라는 존재는 미풍이자 복잡함 속의 아름다운 질서일 테죠.” ‘춘천 가는 기차’를 감싸던 신시사이저, ‘동네’의 펑키 리듬, ‘왜 그래’의 관악 섹션의 환영을 음반 곳곳에서 마주할 수밖에 없다. ‘So Nice!!’에는 아예 ‘오랜만에’의 기타 솔로 일부를 그대로 넣었다. “제 음악에 30여 년간 흐른 DNA를 암시하고 싶었거든요.” 요즘 김현철의 인생철학은 4번 곡 ‘평범함의 위대함’에 다 담겼다. ‘아무렇지 않은 날에/아무렇지 않게 걸어 … 무리해서 앞서 걷지 않음/편한 음악 속에 한가로움….’ 김현철은 “좋은 집, 근사한 차, 유튜브 구독자가 없더라도 근근이 사는 소시민이 ‘짱’”이라며 웃는다. 13년 만에 돌아온 김현철의 미풍은 세다. 지난해 ‘Drive’가 블랙핑크 제니가 주연한 스마트폰 광고에, ‘오랜만에’가 배우 공효진의 커피 광고에 쓰였다. “음악 하는 게 요즘 참 재밌어요. 앨범 낸다는 것의 의미를 이제 알 것 같아요. ‘지금의 나’를 기록하는 일이죠. 안 들어 주신대도 괜찮아요. 30년 전 낸 노래들이 돌아와 새로운 세대를 만난 것처럼, 지금 만드는 음악이 언젠가 제가 떠난 뒤에라도 어딘가 닿을지 모르니까요. 그런 생각을 하면 더 최선을 다하게 돼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빌보드 녹인 BTS ‘Butter’… 2주 연속 ‘핫100’ 1위

    그룹 ‘방탄소년단’의 신곡 ‘Butter’가 빌보드 싱글차트에서 2주 연속으로 정상을 밟았다. 7일(현지 시간) 빌보드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발매된 ‘Butter’는 오는 12일자 빌보드 ‘핫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발매 첫 주에 1위에 올라 2주 이상(총 3주) 정상을 지킨 첫 영어 싱글 ‘Dynamite’의 기세를 올해 ‘Butter’로 다시 한번 이어가는 모양새다. ‘Butter’는 지난주에 이어 현지 팝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good 4 u’를 또 2위에 머물게 했다. 빌보드에 따르면 ‘Butter’는 이번 집계기간 동안 스트리밍과 다운로드 수에서 각각 1910만 회와 14만200건을 기록해 전주 대비 각각 41%와 42% 감소했다. 하지만 라디오 청취자 수는 전주보다 24% 증가한 2240만 명으로 나타났다. ‘Butter’는 장기집권 가능성도 있다. 같은 곡을 다르게 편곡한 ‘Hotter Remix’(지난달 28일 발매) ‘Sweeter Remix’ ‘Cooler Remix’(이상 4일 발매) 등 여러 버전을 추가로 내면서 차트 뒷심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자인 로드리고의 ‘화력’이 ‘good 4 u’ ‘deja vu’ ‘traitor’의 세 곡으로 분산되고 있는 것도 한 곡으로 승부를 건 방탄소년단이 더 유리한 지점이다. 한편, 빌보드는 이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에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과 윤석준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를 포함시켰다. 인디 파워 플레이어스는 빌보드가 세계 3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소니, 워너를 제외한 다른 음악 기업의 리더를 선정해 발표하는 리스트다. 빌보드는 “하이브가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의 아티스트 매니지먼트, 레이블 서비스, 퍼블리싱 기능을 갖춘 스쿠터 브라운의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했다. 네이버 브이라이브도 인수하고 유니버설 뮤직 그룹과의 합작 레이블을 미국에 설립했다. 하이브의 이런 움직임은 ‘음악에 기반한 세계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을 추구하는 비전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0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새가 우는 건 그리움 때문일까

    “이게 무슨 소리지? 개구리 소린가? 아파트 앞에 개구리 살 만한 데가 없을 텐데….” 며칠 전부터 초저녁에 창문을 열면 괄괄한 울음소리가 들린다. 저리도 끝없이 울어대는 대상이야 따로 있는지 알 도리가 없지만 저이는 왠지 우리 집 안으로도 열심히 저 소리를 욱여넣는다. 풀벌레인지, 개구리인지 그의 얼굴이 요즘 퍽 궁금하다. 싱어송라이터 전유동은 지난해 낸 앨범 ‘관찰자로서의 숲’에 ‘그 뻐꾸기’라는 곡을 담았다. ‘그 뻐꾸기 검은등뻐꾸기/언젠가 만날 수 있겠지/목소리만 들었던 너를’ 전유동은 실제로 어딘가에서 특이하게 우는 뻐꾸기의 노래를 들었다고 한다. 어떤 종인지 언젠가는 알아내고 싶어서 그 멜로디를 틈나는 대로 흥얼거리며 되새겼다고. ‘도#-시-시-솔#’ 잊지 않으려는 절박함이 동력이 됐다. 급기야 이 멜로디를 주선율로 삼은 ‘그 뻐꾸기’라는 노래까지 만들었으니. ‘이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도무지 알 길이 없었지 (중략) 언젠가 만날 수 있다면/내 이름을 알려줄 거야’ 뻐꾸기가 작곡한 선율에 E장조라는 인간의 화성 체계를 얹어 전유동은 익살과 재치가 넘치는 사람의 노래를 지어냈다. 미국 싱어송라이터 J J 케일(1938∼2013)의 곡 ‘Magnolia’(1972년)에서는 여름 바람에 묻어 날려 온 쏙독새(whippoorwill)의 노래가 화자를 자극한다. 휘파람으로 헤비메탈을 연주하듯 빠른 4연음을 구사하는 이 새의 노래에는 확실히 특별한 구석이 있다. 곡의 주인공이 고향인 미국 남부에 두고 온 연인을 사무치게 그리워하게 만들 정도로…. 2008년 어찌 보면 시대착오적인 사이키델릭 포크 록을 홀연히 들고 나타난 미국 밴드 ‘플리트 폭시스’는 데뷔작에 소품 격인 ‘Meadowlarks’를 실었다. 말 그대로 들종다리 새에 관한 노래. 목가적인 G장조로 시작한 노래는 후반부에 굴절되듯 뒤틀린 조옮김(E♭M7-A♭)을 지나 몽환적인 합창으로 향한다. ‘Gm-G-Gm-G…’ 단조와 장조를 한 마디씩 오가는 이 피날레는 마치 결론이 묘연한 설화의 마지막 페이지 같다. 생명체가 저마다의 정한을 뿜어내는 계절이 도래했다. 그렇다면 나의 노래는 누굴 향한 걸까.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대중음악 공연 뛰어든 페인트회사

    페인트 회사부터 화장품 브랜드까지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대중음악 공연 영상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경쟁이 뜨겁다. 삼화페인트는 올해 2월부터 유튜브 채널에 매달 ‘투톤라이브’를 선보인다. 비비, 문수진, 릴보이 등 가수나 래퍼가 출연해 말 그대로 두 가지 페인트 색조(투 톤)의 배경을 오가며 노래하는 형식이다. 조회 수가 많게는 편당 30만 회를 넘을 정도로 팬들에게 인기다. 비비 편(2월)은 긴밤하늘색과 설백색, 릴보이 편(3월)은 풋사과연두색과 푸른꿈색을 배경에 넣는 식으로 은근한 홍보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배달의 민족도 지난해 신설한 ‘배민라이브’로 재미를 보고 있다. 천용성, 서사무엘, 정밀아 등의 가수들이 야외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담았는데 반도네온 연주자 고상지의 ‘광화문 연가’는 조회 수 50만 회를 넘었다. 버드와이저 코리아는 2019년부터 선보인 ‘BUDXBEATS(버드엑스비츠)’ 시리즈가 선전하며 편당 많게는 100만∼200만 회의 조회 수를 올렸다. 황소윤, 짱유, 설 등 여러 가수와 밴드가 버드와이저를 상징하는 붉은색 배경과 로고를 뒤로하고 노래한다. 화장품 브랜드 마몽드는 최근 쇼핑 라이브 형식의 방송에서 모델 백예린의 ‘가든 라이브’를 녹였다. 현대카드와 신한카드도 비슷한 공연 콘텐츠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콘텐츠는 대개 네이버문화재단의 ‘온스테이지’, CJ문화재단의 ‘아지트 라이브’ 등에 착안했다. 네이버나 CJ가 예술가 발굴과 지원 등 문화사업 성격이라면 최근 기업 콘텐츠들은 광고 효과에 초점을 뒀다. 미술도, 패션도, 게임도 아닌 대중음악 콘텐츠에 투자가 몰리는 까닭은 뭘까. 팬데믹 영향이 크다. 지난해부터 ‘팬메이드 라이브’ 시리즈를 선보인 ‘현대카드 DIVE’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대중음악 콘서트가 사라지다 보니 MZ세대의 갈증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라이브 콘텐츠에 출연한 한 가수 측 관계자는 “종전에 유튜브에 넘쳐나던 팬들이 직접 찍은 직캠 공연 영상마저 자취를 감춘 게 한몫했다”고 말했다. 삼화페인트 관계자는 “팬데믹 이후 페인트칠 등 인테리어를 DIY로 하는 20, 30대가 크게 늘었다. 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업계에 따르면 휙 넘기기 일쑤인 일반광고에 비해 소비자들의 시청 지속 시간이 길어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큰 점도 공연 콘텐츠에 투자하는 이유다. 음악가들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배민라이브’에 강산에, 오존, 임금비 등을 출연시킨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의 강명진 대표는 “인디 음악가가 높은 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경제적 한계가 있다. 좋은 음악가들의 퍼포먼스가 고품질로 아카이빙되는 점이 좋다”며 “다양한 스펙트럼의 음악가를 섭외해 미국 NPR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처럼 신뢰감과 지속성을 갖는 채널이 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아이즈원 재결합 위해’ 32억원 모았다, 초유의 리론칭 펀딩… ‘기적’ 이뤄질까

    해체한 아이돌 그룹의 재결합을 위해 ‘역대급 지원금’이 쌓이고 있다. 그룹 ‘아이즈원’의 재결합을 바라며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아이즈원 리론칭 펀딩’ 프로젝트가 모금 40여 일 만에 32억 원을 모은 것. 케이팝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는 “아이즈원 리론칭 펀딩이 리워드(보상)형 크라우드 펀딩의 국내 최고 모금액 기록을 경신했다”고 2일 밝혔다. 종전 최고 기록은 ‘텀블벅’에서 2019년 약 26억 원을 모은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OST 발매 프로젝트였다. 아이즈원은 2018년 엠넷의 ‘프로듀스 48’을 통해 결성돼 올 4월 29일 활동을 종료한 걸그룹이다. 여러 소속사의 연습생이 뭉친 그룹이라서 일찍이 시한부 활동을 표방했지만 팬들의 아쉬움을 잠재울 순 없었다. 아이즈원의 팬 연합 ‘위즈원’을 중심으로 결성된 ‘평행우주위원회’가 주도한 이번 펀딩의 목표는 뚜렷하다. 바로 아이즈원의 활동 재개다. 4월 21일 모금 개시 20분 만에 목표액(10억 원)을 달성했을 정도로 팬들은 열성적이다. 그날 하루에만 20억 원을 넘게 모았다. 지난달 25∼30일에는 서울 성동구 ‘공간 와디즈’에서 관련 전시회도 열었다. 아이즈원 리론칭 펀딩은 이달 21일까지 계속된다. 익명을 요청한 평행우주위원회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년 반 계약직으로 실적이 좋으면 정규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쉬지 않고 일해 왔는데 갱신 한 달을 앞두고 해고 통보를 받은 임시직 입장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라며 “실적이 좋으면 연장이 가능할 거라는 믿음이 팬덤 활동의 기반이 돼왔고, 이런 동력으로 아이즈원은 역대 프로듀스 관련 그룹 중에서도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즈원은 지난해 1집 초동 판매량이 35만 장을 돌파하며 국내 걸그룹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위원회에 따르면 10여 명의 고문 변호사 등도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모금을 마치면 각 기획사들과 협상에 들어갈 계획이다. 팬들의 열정과 거액이 기적을 이뤄낼 수 있을까. 가요계에선 회의론도 적잖다. 복수의 전 아이즈원 멤버 소속사 관계자들은 “30억 원 정도면 앨범 1∼3장을 내고 활동할 자금은 된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은 제로”라며 “해체 당시 각 소속사 간의 토론으로 매듭을 지었다. 이미 각 멤버가 현 소속사에서 다음 플랜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 흐름을 되돌릴 순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본인 멤버들은 이미 자국으로 돌아가기도 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기막히게 부르는 무명가수 있나요?

    ‘혹시 귀사에 7080 가요를 기막히게 부르는 가수가 있습니까?’ ‘신인 가수 A 씨가 1980, 90년대 가요를 잘 소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최근 알 만한 가요기획사마다 심심찮게 쏟아지는 방송사 제작진의 섭외 전화 내용이다. 옛 가요 ‘재소환’과 ‘심폐소생’ 움직임이 활발해진 데 따른 현상이다. 첫 타자는 KBS 2TV에서 다음 달 방송을 앞둔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새가수)다. ‘7090 레전드 가요 환생 프로젝트’를 기치로 내걸었다. 잘 알려진 옛 명곡을 기막히게 재해석하는, 덜 알려진 가수를 발굴하는 것이 목표다. ‘새가수’의 TV 광고에는 ‘어쩌다 마주친 그대’(1982년 송골매 2집 수록)가 흐른다. 심사위원으로 배철수, 이승철, 김현철, 거미, 강승윤, 솔라가 포진했다. CJ ENM 계열 채널에서도 옛 가요를 신선하게 리메이크하는 젊은 가수들을 뽑는 경연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램 형식은 ‘새가수’와 대동소이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한다. 가요계에서는 7090(1970∼90년대) 가요가 트로트의 바통을 이어받아 새로운 ‘금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요 리메이크 프로그램에 소속 가수를 출연하게 해달라는 제안을 받은 한 가요기획사의 대표는 “트로트가 근년에 향수를 자극하며 중장년층, 노년층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방송사마다 유사한 프로그램이 난입하며 트로트 피로감이 쌓인 상황”이라면서 “7090 가요는 문화계 전반의 레트로 붐과 함께, TV 본방송을 많이 보는 연령층에 소구할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인 셈”이라고 말했다. 2000년대 복고 붐도 거세다. MBC ‘놀면 뭐하니?’의 ‘MSG 워너비’ 프로젝트의 인기가 대표적. SG워너비(2004년 데뷔)의 옛 히트곡인 ‘Timeless’ ‘살다가’ ‘라라라’까지 차트를 역주행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1996년생인 레드벨벳 멤버 조이는 지난달 31일 낸 첫 솔로앨범을 리메이크 프로젝트로 꾸몄다. 박혜경의 ‘안녕’(2003년), 해이의 ‘Je T‘aime’(2001년), 애즈원의 ‘Day By Day’(1999년) 등 밀레니엄 전후 인기곡을 재해석했다. 앞머리에 머리핀을 눌러 꽂은 앨범 표지부터 다분히 복고적이다. 허각은 인기 웹툰 ‘바른연애 길잡이’ OST에 포맨의 ‘고백’(2006년)을 실었다. 8일에는 1990년대생의 한 가수가 샵의 ‘내 입술…따뜻한 커피처럼’(2003년)을 리메이크해 깜짝 발표할 예정이다. 가요 홍보대행사 HNS HQ의 김교식 대표는 “뉴트로 붐의 지속, 예전 노래를 드라마 주요 장면에 많이 삽입하는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 2’ 방영(17일 첫 방송), 싸이월드 부활(7월)이 이어지며 올 한 해 가요 리메이크 붐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학선 대중음악평론가는 “방송사의 안전지향이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면서 “음악을 전면에 내걸었지만 창작자가 아니라 그저 노래만 잘하는 ‘기술자’만 양산한다는 점에서 아쉽다. 유사한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운데 인정받는 장범준이 처음부터 스스로 만든 노래를 갖고 나왔다는 사실을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6-03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싸이월드 휩쓴 ‘저격이 형’이 돌아왔다

    “Back to the old school!(옛날식으로 다시 한번) 진짜 오랜만이네.” 이달 중순 40대 래퍼가 유튜브를 뒤집었다. 화려한 배경도 편집도 없이 저런 선언과 함께 시작한 곡 ‘BK Love’. 주인공은 MC 스나이퍼(본명 김정유·42). 임영웅, NCT 드림을 제치고 한국 인기 뮤직비디오 차트 정상을 찍었다. “연인과 이별한 래퍼 친구와 제 옥탑방에서 한잔하다 뱉은 만취 프리스타일 랩이 뼈대가 됐죠. 당시 싸이월드 ‘파도타기’를 하다 영감 받아서 쓴 가사도 꽤 됐어요.” ‘나의 마음 알고 있었니/정말로 너만을 생각하며…’로 시작하는 ‘BK Love’(2002년 1집 수록)는 싸이월드 세대에게 콜드플레이의 ‘Fix You’에 비견할 대표 비가(悲歌)였다. 당시 1980년대생들은 ‘저격이(스나이퍼) 형’(애칭)의 속사포 랩에 오열하며 기꺼이 ‘도토리’를 헌정했다. 2004년 사카모토 류이치의 앨범 머릿곡(‘undercooled’)에 참여해 전 일본 투어에 동행할 정도로 위세가 대단했다. 싸이월드 부활(7월)을 앞둔 지금, 그를 그리는 이는 증가일로다. 급기야 11일 새 앨범 ‘Chronicles’를 냈다. 2002∼2004년 발표곡 14개를 엄선해 재해석한 작품. 방송 출연 대신 유튜브로 팬과 소통한다. 그의 채널은 구독자가 18만9000명을 넘었고, 최근 급격히 늘어나는 추세다. “‘중학생인데 형 랩이 좋다’ 등의 댓글에 사기충천해 옛 히트곡을 하나둘 다시 선보이다 앨범으로 묶어 내게 됐다”고 말했다. 충북 제천 출신. 고교 졸업 후 상경해 언더그라운드에 투신했다. “1990년대 후반 J(일본)힙합의 융성을 보며 결심했죠. ‘나는 K힙합, 스나이퍼 힙합을 만들어야겠다!’” ‘붓다 베이비’를 자처한 불교 세계관, 아쟁 등 국악기 활용, 사회 비판 메시지는 이색적이었다. ‘대한민국 코리아/돈이면 다 콜이야/그래서 이 꼴이야/모두가 감추는 꼬리야’(2004년 ‘Seoul Station’)라 일갈하던 랩은 돈 자랑이 필수가 된 요즘 힙합계와 대비된다. “그때 제 랩은 토로의 수단이었죠. 상경해 막노동하며 살던 제가 본 세상에 대해…. 후회는 없어요. 여태 살아남은 이유도 분명 있겠죠.” 신작에서 그는 옛 곡에 통기타, 피아노, 현악을 덧대 온화한 감성을 뿌린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동명 원곡에 전태일 열사의 사연을 얹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대표적이다. 마지막 곡 ‘대화’가 ‘저격이 형’이 겪은 변화를 대변하는 듯하다. 2004년 원곡에서 ‘힙합의 대안은 누가 제안해? 스나이퍼 당신입니다’라 뿜던 사자후 피날레는, 2021년 버전에서 ‘힙합은 빌어먹을 얼어 죽을 힙합!’으로 대체했다. “요즘 발라드 가수 곽진언이 참 좋아요. 팬데믹이 끝나면 기타나 피아노 들고 홍익대 앞에서 버스킹을 하는 게 꿈입니다. 방랑자처럼요.”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임희윤 기자의 죽기전 멜로디]레거시 미디어와 슈퍼리치 대중음악

    서울 종로구 ○○로 ×××번지 임희윤 기장님♡ 몇 년 전 사무실에서 우편물을 뜯다 빵 터졌다. 발신인님의 거룩한 오타에 하루치 피로가 순간 삭제됐다. 기분 좋은 모음 ‘ㅏ’에 받침으로 ‘ㅇ’까지 깔리면 언제나 울림이 최고다. 아리랑도 그러하다. 더욱이 답답한 하루라면 기자보다 기장이 짱 아닌가. 오타 사연은 좀 더 있다. ‘임희윤 기사님’이 가장 흔하다. 좋은 뉴스를 잘 포장해 배달하라는 호령이니 새겨둔다. 평기자인 내게 가끔 ‘임희윤 차장님’ ‘임희윤 팀장’ 하는 우편물도 온다.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래도 기장님보다 나를 더 붕 뜨게 해준 오타는 딱 하나뿐이다. 10여 년 전 받은 ‘임희윤 음악부장님께’다. 기자 초년병 신세에 부장이라니…. 게다가 종합일간지에 음악부 같은 건 있지도 않다. 누가 볼세라 공용책상에서 낚아챘지만 ‘음악부장님께’에 한동안 마음이 갔다. ‘그래, 어쩌면 나는 이 세계의 음악(클래식 빼고)을 포괄하는, 알고 보면 제법 중요한 존재일지도 몰라.’ 등세모근이 뻐근해졌다. #1. 신문사에서 대중음악 담당 기자는 ‘가요기자’로 불린다. 실제 맡는 분야로 보면 가요는 빙산의 일각이다. 트로트, 아이돌,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 블루스, 재즈, 크로스오버 뮤직, 해외 팝(이 안엔 다시 앞에 나열한 세부 장르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등 실로 방대하다. 그래도 그냥 가요기자다. 글자 수의 경제학 때문일까. 그러고 보니 재즈 피아니스트 박진영을 소개하고 래퍼 이센스를 인터뷰한 내 기사를 보며 누군가는 ‘가요기자가 왜 가요는 안 다루고…’ 하는 시선을 보냈을지도 모를 일이다. #2. ‘한국대중음악상’이라는 게 있다. ‘가요기자’처럼 경제적인 설명이 필요할 때 ‘한국의 그래미’라 불린다. 그래미어워즈처럼 장르를 세분해 팝, 록, 메탈, R&B, 힙합, 일렉트로닉, 재즈 등에 여러 트로피를 준다. 비판도 있었다. 명색이 ‘대중’음악상인데 왜 종종 그리 안 대중적인 음악에 상을 주냐는 거다. 그러나 명칭에 있는 대중음악은 ‘대중(적)’음악이 아니라 비(非)클래식을 통칭하는 대분류로서의 ‘대중음악’일 뿐이다. #3. 2021년을 달리는 ‘가요기자’로서 최대 장점은 독자들 모두가 ‘슈퍼리치’라는 것이다. 패션·명품 기자라면 수백, 수천만 원짜리 가방, IT 기자라면 백만 원짜리 휴대전화, 출판 기자라면 수만 원짜리 책들을 독자에게 권해야 하는 부담이 있을 수도 있지만 지금 이 세상에서 노래는 거의 공짜니까 말이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1억 개의 싱싱한 노래를 언제나 들을 수 있는 70억 명의 독자가 있다! 노래를 명품으로 환산하면 독자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손에 쥐고 계신 셈이다. 언제든 휴대전화만 켜면 1초 만에 5대양 6대주에서 난 진귀한 음악 상품을 소비하고 버릴 수 있는 셈이다. #4. 그래서 행복하냐고 하면 마냥 그렇지도 않다. 레거시 미디어에서 매일 쏟아지는 수많은 새로운 음악가, 신선한 명작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볼 일이 줄어 서운하다. 대중음악의 넓은 스펙트럼과 높은 가치를 오랫동안 존중한 영미권 미디어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미국 공영방송 NPR는 전 세계의 펄떡대는 대중음악가(씽씽, 고래야, 방탄소년단 포함)를 소개하는 프로그램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2008년∼)를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그 기반에는 주간 라디오 프로그램 ‘올 송스 컨시더드’(2000년∼)가 있다. 옮기면 ‘다 들어보니’다. 매주 세계에서 나오는 신선한 음악을 귀신같이 엄선해 소개한다. 뉴욕타임스의 신보 리뷰와 연간 대중음악 베스트 리스트도 부럽다. 내가 영국 ‘가디언’지의 앱에 알림 설정을 켜게 된 이유는 딱 하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재즈 신보만 소개하는 옹고집 재즈 칼럼니스트 존 포덤 선배(라고 불러도 되죠?) 때문이다. #5. 좋은 작품의 탄생은 가장 좋은 문화 뉴스다. 뛰어난 소설이 나왔을 때, 숨은 참종교인을 알게 될 때, 괜찮은 전시가 열릴 때 기자들은 펜이나 카메라를 들어 기록해야 한다. 기자의 펜이 조용필과 나훈아에서 멈췄다면 누군가는 조동익 정미조의 바람 같은 노래를 모른 채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6. 신문에서, TV에서, 라디오에서 새로운 음악에 대한 소식을 더 많이 읽고 듣고 보고 싶다. 실은 ‘임희윤 음악부장님’부터 닥치고 반성할 일이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

    • 2021-05-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