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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KIA 투수들은 퓨처스리그(2군)에만 다녀오면 공이 빨라진다. KIA 팬들은 2군 사령탑인 손승락 감독(41·사진) 이름을 따서 이를 ‘손승락 아카데미 효과’라고 부른다. 마무리 투수 정해영(22)이 대표 사례다. 정해영은 5월 28일 광주 LG전에서 속구 평균 시속 138.7km를 기록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이로부터 35일 만에 1군 경기에 출전한 2일 잠실 LG전 때는 빠른 공 평균 스피드가 시속 145.4km까지 올랐다. 최고 시속은 147.2km가 나왔다.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린 프로 2년 차 왼손 투수 최지민(20)도 손승락 아카데미 장학생 출신이다. 최지민은 지난해 6월 10일 속구 평균 스피드가 시속 139.1km에 그친 뒤 2군으로 내려갔다. 넉 달 뒤 1군에 돌아왔을 때는 평균 시속 143.4km로 공이 빨라졌고 올해는 평균 시속 145.3km를 던진다. 손승락 아카데미의 성공 비결은 ‘근력 강화’다. 통산 271세이브(역대 2위)를 남기고 은퇴한 손 감독은 “선수 시절 갑자기 구속이 떨어져 투수 코치님들께 조언을 구할 때가 있었다. 그때마다 늘 ‘투구 자세를 바꿔 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면서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서 지도자 연수를 한 뒤에야 운동선수에게 근력과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한국에서는 기량이 떨어지면 기술의 형태를 바꾸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기본이 되는 근력 단력을 가장 중요시하더라”고 말했다. 영남대 재학 시절 평균 학점이 3.5 이상일 정도로 ‘공부 열심히 하는 운동선수’로 통했던 손 감독은 1군에서 투수가 내려오면 제일 먼저 현재 상태를 분석해 어떤 근육을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 결정한다. 정해영은 “투구 영상을 보시고는 (성적이 좋았던) 지난해에는 엉덩이 근육을 주로 썼는데 이번 시즌에는 허벅지 근육을 쓰고 있다고 지적해 주시더라. 엉덩이 근육 보강 훈련에 집중하면서 좋았던 예전 모습을 되찾게 됐다”면서 “물론 (훈련 강도는) 상상 이상이었다”며 웃었다. 손 감독 혼자 이런 결정을 내리는 건 아니다. 손 감독은 매일 오전 8시 분야별 코치를 한데 모아 회의를 진행한다. 손 감독은 “투수를 가르칠 때는 투수 코치만 필요한 게 아니다. 배터리 코치뿐 아니라 트레이닝 코치, 타격 코치의 시각까지 참고해 선수별로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와 구단 운영 철학이 같은 심재학 단장 지원 속에 내가 선수 시절 얻지 못했던 답을 후배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 뿌듯하다. 2군에서 선수들이 잘 성장해 1군에 힘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류현진(36·토론토)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2013년 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한화 외국인 투수 22명은 149승 185패(승률 0.446), 평균자책점 4.62를 합작하는 데 그쳤다. 2015년 1군 무대에 합류한 KT(153승)보다 외국인 투수 누적 승수가 더 적은 팀은 한화뿐이다. 물론 외국인 투수 평균자책점도 10개 구단 가운데 최하위였다. 이번 시즌은 다르다. 국내 무대 2년 차를 맞은 외국인 투수 페냐(33)는 6승 5패에 평균자책점 3.04를 기록 중이고, 산체스(26)는 5승 무패에 평균자책점 1.48이다. 여기에 입단 2년 차 문동주(20)도 5승 5패, 평균자책점 3.52로 ‘외국인 투수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야구에서 좋은 선발 투수는 연승은 이어주고 연패는 끊어주는 존재다. 페냐가 선발 등판한 지난달 21일 대전 KIA전에서 3연패를 끊은 한화는 1일 대구 삼성전까지 8경기를 내리 이겼다. 한화가 8연승에 성공한 건 2005년 이후 18년 만이었다. 이 8연승 기간 페냐와 산체스, 문동주 모두 2승씩을 올렸다. 페냐가 선발 등판한 2일 대구 경기에서 삼성에 1-2로 패하며 연승이 끊겼지만 6이닝 2실점 투구 내용이 나빴다고는 할 수 없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페냐가 패전투수가 됐다고 하는 편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8연승 기간 한화 타선은 경기당 평균 5.9점을 올렸다. 특히 프로 5년 차 노시환(23)의 활약이 눈부셨다. 노시환은 이 기간 타율 0.324(34타수 11안타), 5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이제 시즌 홈런(17개)은 리그 단독 2위, 타점(52개)은 공동 2위다. 노시환(0.941)보다 OPS(출루율+장타율)가 높은 타자도 최정(36·SSG·0.976) 한 명뿐이다. 최정은 홈런(19개)과 타점(58개)에서 모두 1위를 기록 중이다. 경남고 4번 타자 출신인 노시환은 지난해 타율 0.281, 6홈런, 59타점에 그친 뒤 고향 부산에서 한동희(24·롯데) 등 경남고 동문들과 함께 합동 훈련을 진행했다. 역시 경남고 졸업생인 이대호(41·은퇴)도 이 자리에 들러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노시환은 “예전에는 이대호 선배님께 여쭤 봐도 ‘공이 오면 잘 보고 치면 된다’는 식으로만 말씀해주셨는데 이번에는 본인만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주셨다”면서 “특히 ‘살 빼라’는 조언이 와닿았다”며 웃었다. 노시환은 비시즌 동안 몸무게를 7kg 가까이 줄였다. 한화는 연승 기간 팀 순위를 10위에서 8위까지 끌어올렸다. 이제 10위 삼성(5경기)보다 5위 두산(3경기)과의 승차가 더 적다. 한화는 2018년 이후 ‘가을 야구’ 무대를 밟은 적이 없지만 확률은 일단 한화 편이다. 연도별로 팀을 따로 구분하면 지난해까지 총 86개 팀이 8연승을 기록했으며 그중 76개(88.4%) 팀이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에이스 모드’를 가동한 원태인(23·삼성)이 18년 만의 9연승에 도전하는 한화 타선을 막아서며 팀의 연패 탈출을 이끌었다.원태인은 2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안방경기에서 6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 2-1 승리의 발판을 놓았다. 지난달 21일 KIA전부터 8경기 연속 승리를 달리던 한화는 이날 패배로 2005년 이후 첫 9연승 기록에 실패했다. 리그 최하위 삼성은 연패를 4경기에서 끊어내며 이날 LG에 진 9위 KIA와 승차를 4.5경기로 좁혔다.원태인은 시속 150㎞에 가까운 강속구를 앞세워 한화의 방망이를 잠재웠다. 이날 전체 투구 수 109개 중 약 37%에 달하는 40개의 공을 속구로 던졌다. 최고 시속은 149㎞를 기록했다. 변화구 중에서는 속구와 같은 동작으로 던지지만 볼 끝이 가라앉아 타자의 타이밍을 뺏기 쉬운 체인지업을 가장 많이(25개) 던졌다.2021년(14승 7패)과 2022년(10승 8패) 두 시즌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책임지며 팀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원태인은 올 시즌 초반이던 3, 4월 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4.55로 부진했다. 하지만 5월 4경기 평균자책점이 3.97, 6월 4경기에서는 1.73으로 매월 나아진 성적표를 받아들며 이전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경기 후 원태인은 “팀 분위기가 (연패로 인해) 아무래도 좋지 않다보니 전환점을 만들고 싶었다. 오늘 선발 마운드에 오르기 전 코치님과 포수 (강)민호 형에게 ‘내가 연패를 끊겠다’고 말하고 등판했다”고 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47)은 일주일 사이 14이닝을 소화한 원태인에 대해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피칭을 했다”며 칭찬했다.원태인의 호투에 팀 타선도 화답했다. 0-1로 뒤진 2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4번 타자 포수 강민호(38)가 한화의 선발 투수 페냐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7구째 속구를 받아쳐 동점을 만드는 1점 홈런을 만들었다. 강민호는 이 시즌 10번째 홈런으로 2010년 롯데 소속 시절부터 이어온 연속 두 자릿수 홈런 기록을 14시즌으로 늘렸다. KBO리그 역대 9번째 기록이다.결승타는 외국인 타자 피렐라(34)의 몫이었다.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피렐라는 1-1로 맞선 3회말 2사 1루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 페냐에게 좌중간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직전 경기까지 시즌 6승 4패 평균자책점 3.05로 잘 던지던 페냐는 5월 21일 LG전 이후 42일 만에 패전 투수(시즌 5패)가 됐다.삼성의 오승환(41)은 2-1로 앞선 9회초 등판해 승리를 지켜내며 시즌 10번째 세이브(2승 2패)를 기록했다. 이는 개인 통산 380번째 세이브로 KBO리그 첫 번째 기록이다. 이 부문 역대 2위는 손승락(41·은퇴)이 남긴 271세이브다. 이날 오승환은 2020년부터 4시즌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 기록(역대 18번째)도 달성했다.리그 1위 LG는 안방 잠실구장에서 KIA에 3-1 승리를 거두며 선두를 지켰다. LG를 1.5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는 2위 SSG는 고척에서 키움에 9-5 역전승을 올렸다. 수원에서는 KT가 NC에 5-0 완승을 거뒀다. 두산은 롯데를 4-2로 꺾고 주말 3연전을 위닝 시리즈(2승 1패)로 만들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양궁이 뭐하는 건데요?” 2012년 초등학교 3학년이던 임시현(20·한국체대)은 “양궁 한 번 안 해 볼래?”라고 묻던 학교 체육 선생님에게 이렇게 되물었다. 선생님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활 쏘는 거야” 하고 알려줬다.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던 임시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좋아요”라고 했다. 11년 전 이렇게 양궁과 인연을 맺은 임시현은 이제 한국 여자 양궁의 ‘슈퍼 루키’로 성장했다. 임시현은 4월 열린 ‘2023년 리커브 여자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 어렵다는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21년 도쿄 올림픽 3관왕 안산(2위·광주여대) 등 선배들을 제치고 가장 좋은 성적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한양궁협회는 임시현의 국가대표 선발전 1위 소식을 알리면서 ‘새로운 스타 탄생 예고’라는 표현을 썼다. 임시현은 처음 출전한 국제대회인 5월 월드컵 2차 대회(중국 상하이)에서 개인전과 단체전 2관왕을 차지했다. 양궁협회는 임시현의 국제무대 데뷔전 2관왕 소식을 전하면서 이번엔 ‘새로운 스타’라고 했다. 이제 스타가 됐으니 한 달 전 표현에서 ‘탄생 예고’를 지운 것이다. 임시현은 6월 월드컵 3차 대회(콜롬비아 메데인)에서도 개인전과 단체전 모두 우승하며 두 대회 연속 2관왕에 올랐다. 한국은 월드컵 1차 대회(튀르키예 안탈리아)엔 참가하지 않았다. 23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만난 임시현은 “나는 중학교 때까지 지도자들에게 칭찬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한 그저 그런 선수”였다고 했다. 초등학생 때는 시 단위 대회에서도 입상한 적이 없고, 중학생 때는 전국대회에 나가면 다른 선수들 들러리 서기 일쑤였다고 했다. 임시현은 양궁을 시작한 이후로 6년 동안 전국대회 정상에 한 번도 오르지 못했지만 활을 놓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자신이 모든 걸 제쳐 두고 양궁에 집중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고향 강릉을 떠나 원주에 있는 북원여중(현 북원중)에 입학했는데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살면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며 “대회 성적도 잘 나오지 않아 마음이 복잡했다. 조금만 더 하면 잘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양궁을 정말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팀 내 다른 선수들이 쉴 때도 밤늦게까지 훈련장에서 활을 쐈다. 고교 시절 국가대표 선발전 첫 출전을 앞두고는 지도자가 “좀 쉬라”고 말릴 정도로 독하게 훈련했다고 한다. 임시현은 고교 2학년이던 2020년 처음 참가한 국가대표 선발전 1차 대회에서 실업팀 선배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최종 엔트리 8명에는 들지 못했었다. 임시현은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5위를 해 태극마크를 처음 달았다. 하지만 국제무대에는 나서지 못했다. 리커브는 해마다 남녀 각 8명의 국가대표를 뽑는다. 선발전 1∼3위는 세계선수권대회에 나간다. 월드컵에는 4위까지 출전한다. 5∼8위는 세계선수권이나 월드컵보다 레벨이 낮은 대회에 참가하거나 1∼4위 선수들의 훈련 파트너가 돼 준다. 임시현은 심리 관련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한다. 그는 “최근 읽은 책에서 ‘자기 암시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자꾸 실패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을 성공시키는 자신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는 얘기였다”고 했다. 다음 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임시현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면 내가 10점을 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자주 하면서 ‘틀림없이 잘 쏠 거야’라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한다”고 말했다. 임시현은 8월 월드컵 4차 대회(프랑스 파리)에 출전하고 9월에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나서 금메달에 도전한다.진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남자 카누 국가대표 조광희(30·울산시청)는 아시아경기에 처음 나간 2014년 인천 대회 당시엔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지 않았다. 대표팀 막내급이었고 출전 종목도 카약 1인승 200m여서 자기 일만 잘하면 됐다. 21세의 그에게 200m 거리는 짧게 느껴질 만큼 힘이 넘치던 시기였다. 9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많은 것이 변했다. 조광희는 이제 남자 국가대표팀 맏형이 됐다. 주 종목도 카약 2인승 500m와 4인승 500m로 바뀌었다. 그의 주 종목이던 1인승 200m가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종목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력을 다해 노를 저어야 할 거리는 2배 이상으로 길어졌고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할 동료도 생겼다. 패들링 한 번을 하더라도 신경 쓸 게 많아졌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조광희는 여전히 한국 남자 카누를 대표하는 에이스다. 조광희는 2014, 2018년 아시아경기 1인승 200m에서 금메달을 따며 한국 카누 선수로는 처음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조광희는 맹장염으로 4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서지 못했다. 하지만 대한카누연맹 경기력향상위원회는 특별 선발로 그에게 태극마크를 달아줬다. 주 종목이 바뀌었어도 조광희가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메달을 딸 가능성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20일 카누 국가대표팀 훈련지인 강원 화천군 북한강 카누훈련장에서 만난 조광희는 “나이가 들어 경기력이 떨어졌을 거란 걱정은 안 해도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내 정신력은 더 강해지고 있고 카누에서 정신력을 넘어서는 체력은 없다”며 “주 종목이 바뀌었지만 아시아경기 3회 연속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새 종목 적응에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종목을 바꾸고 작년 6월부터 훈련을 시작한 조광희는 페이스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조광희는 “500m 훈련을 처음 시작했을 때 200m 경기를 하듯 초반부터 전속력으로 패들링을 했다가 후반에 힘이 떨어져 퍼지는 경우가 많았다”며 “3분씩 나눠 일곱 차례 패들링하는 훈련이 있는데 첫 3분 구간에서 시속 15km로 달리다 마지막 구간에선 12km까지 스피드가 떨어지곤 했다”고 말했다. 1년이 지난 지금은 다르다. 조광희는 전날 훈련 때 측정한 속도 기록지를 내밀며 “이제는 첫 구간부터 마지막 구간까지 똑같이 시속 13km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파트너와의 호흡도 중요하다. 2인승은 두 선수가 같은 순간에 노를 젓고, 같은 타이밍에 발을 차야 속력이 잘 붙는다. 조광희는 “파트너 장상원(30·인천시청)은 키가 나(183cm)보다 10cm 이상 큰 195cm다. 팔다리 길이의 차이 때문에 노 젓는 속도를 맞추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고 했다. 정광수 카누 국가대표팀 감독(47)은 “광희는 패들링 기술이 워낙 좋고 순발력도 뛰어나 2인승 종목에도 빠르게 적응했다”며 “2인승은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추는 데 적어도 2년은 걸리는데 광희와 상원이는 1년 만에 완성도 80% 이상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한국 카누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33년 만의 2인승 500m 금메달에 도전한다. 1990년 베이징 대회에서 박차근(57)과 천인식(55)이 이 종목 금메달을 합작했다. 조광희는 “이번 아시아경기는 새 종목으로 나서는 첫 메이저 대회인 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 내년 파리 올림픽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밀어붙일 수 있다”며 “1인승 200m 종목은 끝났지만 아시아경기에서 3회 연속 금메달을 따고 싶다. 중국 선수들의 기량이 많이 좋아졌지만 내가 그들한테 질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화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김하성(샌디에이고)이 약 한 달 만에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연패 탈출에 힘을 보탰다. 김하성은 23일 샌프란시스코와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방문경기 4회초에 왼쪽 담장을 넘기는 1점 홈런을 날렸다. 시즌 6호이자 지난달 25일 워싱턴과의 경기 이후 약 한 달 만에 나온 홈런이다. 지난 시즌 김하성은 홈런 11개를 기록했다. 이날 김하성은 바뀐 투수 제이크 주니스의 초구를 때려 담장 밖으로 날려 보냈다. 1번 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하성은 볼넷 2개를 얻었고 3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10-0 완승을 거들었다. 샌디에이고는 3연패에서 벗어났다. 밥 멜빈 샌디에이고 감독은 “세 타자의 홈런이 오늘 승리에 가장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샌디에이고는 이날 매니 마차도와 게리 산체스가 나란히 3점포를 터트리는 등 홈런 세 방으로만 7점을 뽑았다. 샌프란시스코는 연승 행진이 10경기에서 멈췄다. 배지환의 소속 팀 피츠버그는 이날 마이애미에 4-6으로 져 10연패를 당했다. 3타수 무안타에 그친 배지환의 방망이는 5경기 연속 침묵을 지켰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어? 얘 봐라?” 황희동 울산장애인체육회 역도부 감독(52)은 2018년 신인 선수 스카우트 차원에서 범서고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이 학교 2학년 이은서(22·한국석유공사)가 하체 힘이 좋아도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을 주문한 뒤 이은서가 일어나려고 할 때 순간적으로 어깨를 눌렀다. 이은서는 황 감독의 팔 힘을 이겨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나 이은서는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은서는 21일 열린 2023 베를린 여름스페셜올림픽 파워리프팅 여자 52kg급 F04 경기에서 벤치프레스 37.5kg, 데드리프트 110.0kg, 스쾃 90.0kg으로 전 종목 1위와 합계 1위를 모두 차지했다. 이은서는 “처음 출전한 (스페셜)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따 너무 뿌듯하다. 생각지도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가 금메달을 따낸 건 이은서가 처음이다. 스페셜올림픽은 전 세계 발달장애인이 참가하는 스포츠 축제다. 스페셜올림픽도 지체장애인이 참가하는 패럴림픽처럼 장애 정도에 따라 같은 종목도 등급을 나눠 경기를 치른다. 16회를 맞은 이번 대회에는 전 세계 190개국에서 선수 약 7000명이 참가했다. 이은서는 선천적인 지적장애(3급)로 이해력이 부족하다. 지난겨울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오른쪽 발목을 접질려 한 달 동안 깁스를 했던 이은서는 완치 후 거의 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다리를 절뚝이며 걷는다. “이제는 똑바로 걸어도 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보통 지능지수(IQ)가 50∼70 일 때 지적장애 3급 판정을 받는다.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는 이해력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은서는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에서 한국신기록을 3개나 세우며 2년 연속 3관왕에 올랐고, 이번 스페셜올림픽에서도 2위보다 총 67.5kg을 더 들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이은서를 지도하고 있는 황 감독은 “학창 시절에는 내성적이었던 은서가 관중들 박수 소리를 들으면서 자신감을 키웠다. 이제는 지도자가 요구하지 않아도 ‘다음에는 1kg을 더 들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전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최형우(KIA)는 20일 한화와의 프로야구 대전 방문경기에서 4회에 외야 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을 날렸다. 이 홈런 타구는 외야 관중석에 맞은 뒤 그라운드 안으로 돌아왔다. 한화 중견수 문현빈은 이 공을 주워 ‘팬 서비스’ 차원에서 다시 외야 관중석으로 던졌다. 문제는 이 공이 ‘한국 프로야구 1호 개인 통산 1500타점 기념구’였다는 점이다. 한화와 KIA 구단은 이 공을 받은 팬을 찾아 기념품과 기념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팬과 구단의 협상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았다. 두 구단 관계자가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에도 최형우는 덤덤했다. 최형우는 “나는 기념구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은 편”이라며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필요로 한다면 모를까 나는 괜찮다”고 말했다. 21일 이 팬이 KIA가 대전 방문경기 때 쓰는 숙소를 찾아 최형우에게 공을 전달하면서 이 ‘기념구 해프닝’은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최형우와 달리 기념구에 유달리 애착이 큰 선수도 있다. SSG 최주환은 16일 롯데와의 안방경기에서 홈런으로 개인 통산 1000번째 안타를 때려냈다. 프로야구에서 1000안타를 기록한 건 최주환이 115번째였다. 구단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았고 팬도 이 공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다. 최주환은 생각이 달랐다. 최주환은 19일 소셜미디어에 “18년 (동안의) 눈물과 인내로 이루어낸 소중한 공이다. 돌려줄 거라 믿는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최주환은 이 과정에서 팬의 얼굴을 게시물에 그대로 노출해 비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팬이 공을 돌려주기로 하고 최주환도 팬에게 사과하면서 역시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야구장에서 파울볼과 홈런볼을 팬이 가져갈 수 있게 된 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뉴욕(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팬이었던 루번 버먼 덕분이다. 버먼은 1921년 5월 16일 경기에서 자신이 잡은 파울볼을 집으로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가 훈계와 함께 퇴장 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버먼은 구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정신적 피해 보상금 100달러와 파울볼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남자 유도 60kg급 국가대표 이하림(26·한국마사회)은 ‘골든스코어(연장전)의 사나이’로 통한다. 연장전이 선언되면 이하림 스스로 “‘하림 타임’이 왔다”며 승리를 자신한다. 이하림은 지난해 12월 국제유도연맹(IJF) 예루살렘 마스터스 대회 결승에서 골든스코어 시작 18초 만에 나가야마 류주(27·일본)에게 절반승을 따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스터스는 세계랭킹 36위 안에 드는 선수만 참가하는 메이저 대회다. 이하림은 현재 세계랭킹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하림은 또 올해 5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연장전에서 다카토 나오히사(30·일본)에게 반칙승을 거뒀다. 다카토는 2021년 도쿄 올림픽 때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훈련 중인 경기 용인대에서 14일 만난 이하림은 “상대 선수가 연장전에서 무릎을 짚고 헐떡이며 숨 고르는 모습을 보면 더 힘이 난다”며 웃었다. 원래 이하림은 체력이 약해 연장전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걸로 소문이 났던 선수다. 연장전이 선언되면 코치석에서 “지겠다”고 걱정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이하림은 “한국마사회 입단 후 상대를 바꿔 가면서 계속 경기를 치르는 체력 훈련을 한 게 큰 도움이 됐다. 보통 한 판에 5분 정도 걸리는데 열 판 동안 상대를 바꿔 가면서 계속 경기를 치른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동석 한국마사회 코치(35)는 “하림이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발전 가능성을 봤다. 힘이 좋은 선수는 아니지만 체력을 조금만 더 키워주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체력이 약하면 토너먼트 후반에도 제 기량을 발휘하기가 쉽지 않다. 이하림은 용인대 4학년이던 2019년부터 한국마사회 입단 1년 차인 2020년까지 2년 사이에 국제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만 6번 패했다. 이하림은 “메달에 닿을 듯하다가 안 닿으니까 심리적으로 위축돼 더 긴장이 되고 몸도 잘 움직이지 않는 일종의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제는 ‘정신 무장’도 달라졌다. 이하림은 지난해 3월 열린 항저우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 때 1회전에서 왼쪽 발목 인대 파열 부상을 당했지만 발목에 테이프만 감은 상태로 다섯 판을 내리 이겨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하림은 “아시아에는 경량급 강자가 많아 (9월 개막하는 항저우) 아시아경기가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1위 양융웨이(26·대만)를 이번 대회에서 만나면 꼭 한 번 꺾어보고 싶다. 연장전으로 승부를 끌고 가면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양융웨이는 강한 근력을 바탕으로 상대를 단번에 제압하는 스타일이다. 반면 이하림은 빠른 발로 상대 진을 빼놓은 뒤 연장전에서 승부를 보는 방식으로 경기를 풀어 나간다. 지금까지는 힘이 스피드를 이겼다. 이하림은 “양융웨이와 지금까지 세 차례 만나 세 번 모두 졌다”면서도 “그와 마지막으로 붙어본 게 벌써 2년 전이다. 이번에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하림이 양융웨이를 물리치면 금메달을 차지할 확률도 그만큼 올라간다. 한국 유도가 아시아경기에서 남자 60kg급 금메달을 딴 건 1986년 서울 대회 때 김재엽(59)과 1994년 히로시마 대회 당시 김혁(51) 등 두 명뿐이다.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조남석(42) 이후로는 결승에 오른 선수도 없다. 이하림도 아시아경기 첫 출전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 준결승에서 패해 결국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하림은 “요즘 주요 대회 시상대에 자주 올라서 자신감이 가득하다. 어떤 선수와 붙어도 질 것 같지 않다”면서 “저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땄으니 이번 대회 때는 반드시 금메달을 가지고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용인=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샛별’ 임시현(20·한국체대)이 한국 여자 양궁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임시현은 19일 콜롬비아 메데인에서 막을 내린 2023 양궁 월드컵 3차 대회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슛오프 승부 끝에 앙헬라 루이스(16·멕시코)를 6-5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시현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차 대회 때도 개인전 우승을 차지했다. 월드컵 2차 대회는 임시현의 국제무대 데뷔전이기도 했다. 임시현은 안산(22·광주여대), 강채영(27·현대모비스)과 함께 출전한 단체전에서도 우승하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역시 월드컵 2차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2관왕이다. 임시현은 혼성 단체전에서도 김우진(31)과 은메달을 합작하면서 금 2개, 은 1개로 이번 대회를 마감했다. 임시현은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올림픽 금메달만큼 어렵다’는 여자부 전체 1위를 차지했다. 임시현은 서울체고에 재학 중이던 2020년 참가한 도쿄 올림픽 대표 1차 선발전에서도 1위를 하면서 당시 남자부 1차 1위 김제덕(19·당시 경북일고)과 함께 ‘양궁 영재’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김제덕과 달리 당시 대표팀 최종 명단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임시현은 “옛날에는 어깨 아이싱을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어깨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 또 심리학 책을 읽으면서 자신감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며 “세계선수권대회까지 감각을 유지할 수 있도록 훈련에 더욱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임시현을 비롯한 한국 양궁 대표팀은 다음 달 31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 출전해 2회 연속 5개 전 종목 석권에 도전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홈런 단독 1위로 올라섰다. 오타니는 18일 캔자스시티와의 아메리칸리그(AL) 방문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시즌 23호 홈런(1점)을 쏘아 올렸다. 전날까지 내셔널리그(NL)의 피트 알론소(29·뉴욕 메츠·22홈런)와 MLB 홈런 공동 1위였던 오타니는 이 홈런으로 단독 선두가 됐다. 이 홈런은 오타니의 MLB 통산 150번째 홈런이기도 했다. 오타니는 652경기 만에 150홈런을 치면서 마쓰이 히데키(49·은퇴)가 1236경기에 걸쳐 남긴 일본인 타자 MLB 최다 홈런 기록(175개)에 25개 차이로 다가갔다. 마쓰이가 150홈런을 치는 데는 988경기가 필요했다. 오타니는 열흘 전만 해도 시즌 16홈런으로 당시 홈런 선두 에런 저지(31·뉴욕 양키스·19홈런)보다 홈런 3개가 적었다. 그러나 저지가 오른쪽 엄지 발가락 인대를 다쳐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이 홈런 7개를 추가하면서 저지보다 홈런이 4개가 더 많아졌다. 오타니는 OPS(출루율+장타율)도 1.011로 MLB 전체 1위이고, 타점은 라파엘 데버스(27·보스턴)와 함께 공동 선두(56개)다. 오타니는 투수로도 피안타율 최저 1위(0.178)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MLB가 지금과 같은 양대 리그 체제를 확립한 1901년 이후 투수로 70이닝 이상을 던진 선수 중 홈런과 피안타율에서 모두 선두에 오른 건 오타니가 처음이다. 오타니가 이날 7회초에 홈런을 칠 때만 해도 에인절스는 캔자스시티에 8-2로 앞서 있었지만 7, 8회말 각 3점을 내준 뒤 9-9로 맞선 9회말 사마드 테일러(25)에게 끝내기 안타를 얻어맞으면서 9-10으로 역전패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e스포츠협회는 9월 예정된 2023 항저우 아시아경기를 앞둔 3월 ‘리그 오브 레전드’(롤) 사령탑에 ‘꼬마’ 김정균 국가대표 감독(38)을 선임했다. 한국 대표팀은 롤이 시범 종목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당시 결승에서 중국 대표팀에 세트 스코어 1-3으로 무너지며 준우승에 그쳤다. 롤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번 대회에서 김 감독과 한국 대표팀은 ‘아시아경기 초대 챔피언’ 자리에 도전한다.김 감독은 자타가 공인하는 롤 최고 지도자다. 2013년 국내 롤 프로팀 T1의 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역시 국내 롤 프로팀인 담원게이밍(현 DK)의 사령탑이던 2021년에는 국내 최대 롤 대회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때 자신과 함께 대회 최다 우승 타이 기록(9회)을 가지고 있던 ‘페이커’ 이상혁(27)의 소속 팀 T1을 결승에서 세트 스코어 3-1로 꺾으며 ‘LCK 최초 10회 우승’ 기록을 세워 화제가 됐다. 이때 e스포츠 롤 공식 홈페이지는 김 감독에 대해 ‘역대 최고 지도자’(The Coach GOAT·the Greatest Of All Time)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김 감독은 경기 지도력과 분석력뿐 아니라 선수의 기량을 알아보는 안목도 탁월하다. 현시점 롤 ‘레전드’로 통하는 선수 이상혁을 발굴한 지도자가 김 감독이다. 이번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김 감독이 협회와 논의를 통해 선발한 국가대표 선수들 역시 ‘세계 최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포지션별로 △톱 ‘제우스’ 최우제(19·T1) △정글 ‘카나비’ 서진혁(23·JDG) △미드 이상혁, ‘쵸비’ 정지훈(22·젠지)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25·JDG)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21·T1) 등 6명이 최종 국가대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김 감독은 “2020시즌에 중국 롤 프로팀인 비시게이밍 감독을 맡아봤고,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도 여러 차례 상대해봤다. 중국 선수들의 공격적 성향을 잘 이해하고 있어 아시아경기에서 중국 대표팀을 상대할 때 유리할 거라 본다”며 “특히 이번에 선발한 한국 국가대표는 각자의 포지션에서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다음은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의 전당에서 김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지금은 ‘롤 명장’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김 감독에게도 선수 시절이 있었다. 과거 e스포츠 선수로 진로를 정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어렸을 때 게임을 좋아하고 또 잘했다. 그때 유행하던 스타크래프트와 워크래프트에 재능이 있었고, 특히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여러 플레이어가 가상의 무대에 동시에 참여해 온라인 전투를 벌이는 게임의 한 종류) 장르의 ‘카오스’라는 게임을 잘했다. 같은 유형의 게임인 롤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카오스를 잘했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내가 10대일 때만 해도 게임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았다. 집안에서 게임 선수가 되는 걸 직접적으로 반대한 건 아니었지만, 부모님이 내가 게임을 하는 걸 싫어한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부모님 눈치를 보다 25세라는 늦은 나이가 돼서야 선수에 도전하게 됐다.”―오랫동안 꿈꿔왔던 선수 생활이었는데 그 커리어가 길지는 않았다.“프로 게이머는 통상 10대의 어린 나이에 시작한다. 내가 선수 생활을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걸 잘 알았기 때문에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훈련에 매진했다. 어느 순간 ‘더하면 죽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후 1시쯤 일어나서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훈련만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에 대한 부담이 커졌고, 결국 선수 생활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선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닉네임 ‘꼬마(kkOma)’를 써오고 있다. 과거 이런 닉네임을 정하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나.“중학생 때 게임에 등록할 이메일 주소를 만드는데 그때 내 키가 작아서 그렇게 지었다. 반에서 키를 재면 거의 항상 앞번호였다. 그때 먹는 걸 참 싫어했는데 지금 청소년들에게는 밥을 잘 먹으라고 말해주고 싶다. (웃음) 닉네임 만들 때는 별생각 없이 만들었는데 지금 보니 멋이 없는 것 같아 가끔 후회될 때도 있다.”―T1에서 코치직을 맡아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로 맡는 팀마다 호성적을 냈다.“코치든 감독이든 선수와 마찬가지로 ‘프로’이기 때문에 내가 대우를 받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성적을 내는 게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했다. 물론 성적 스트레스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연승하고 있을 때는 한 번이라도 삐끗하면 ‘나락’, ‘퇴물’ 소리를 듣곤 했기 때문에 부담이 더 커지곤 했다.”―롤 지도자로서 평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가.“게임 전략적으로 조언을 주는 것뿐 아니라 선수마다 말 못 할 어려움이 있으면 먼저 생각해서 그 고민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선수들에게 정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수 개개인에 대해 알아가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게임 운영과 멘탈 관리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 선수 개개인의 사정을 잘 알고 있어야 경기 상황 중 튀어나오는 각 선수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두 가지를 잘 챙기다 보면 ‘어떤 선수는 어떻게 해줘야 더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게 된다. 내가 아무리 많은 우승을 일궜어도 결국 대회를 우승으로 이끌어가는 주체는 선수들 자신이다. 나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려 노력했다.”―선수들을 대하는 마음이 유독 각별한 것 같다.“내가 선수 시절 겪은 아쉬움이 커서 그런 듯하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우승 한 번 해보지 못한 게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 지도자로 전향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이끌게 되면 반드시 우승을 선물해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어떤 일이든 최선을 다하면 못 할 일이 없다’는 희망을 나는 가져보지 못했지만 선수들에게는 주고 싶었다. 그래서 지도자로서 더 노력하게 되고, 선수들을 향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진 것 같다.”―지도자 커리어 중 힘들었던 시기를 하나만 꼽아본다면.“T1 코치 소속이던 2015시즌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그 시기는 내 황금기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성적이 좋았을 때다. LCK 스프링(5월), 서머(8월)와 국제 최대 롤 대회인 ‘월드 챔피언십’(월즈) 등 3개 메이저 대회에서 T1의 우승을 이끌었다. 승리가 너무나 당연하고, 패배하는 날은 ‘이상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그때 패배에 대한 압박이 가장이 크게 다가왔다. 선수들 앞에서는 최대한 좋은 표정을 하고 감정을 숨기려 노력했지만 집에 돌아와 혼자 있는 시간이 되면 나도 모르게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오는 ‘틱 장애(투레트증후군)’ 증세를 한동안 겪기도 했다.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스크림(연습경기)을 할 때 과정이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불안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선수들도 힘들 텐데 내 감정까지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아 혼자 속앓이를 하다 보니 생긴 일시적 증세였던 것 같다. 내 취미가 레고인데 레고를 자주 하게 된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뭘 해도 자꾸만 일 생각이 떠올라 괴로웠는데 레고에 집중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곤 했다.”―대회를 치를 때면 수첩을 항상 들고 뭘 기록한 뒤 세트가 끝날 때마다 경기장에 올라가 지시를 내리곤 한다.“나는 경기 현황을 분 단위로 체크하며 수첩에 피드백해야 할 점을 정리한다. 롤은 팀 게임이라 한 팀원이 자신의 위치를 지키지 않으면 실수하지 않은 다른 팀원이 피해를 보기도 한다.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은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A 선수가 한 번 데스(Death)했을 때 그 원인은 A 선수에게 있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때 경기 후 기록은 A 선수의 데스로 남겠지만, 다른 라인에서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상대에 대한 압박을 풀어버린 B 선수의 잘못이 A 선수 데스에 영향을 미친 걸 수 있다는 얘기다. 누가 무엇을 잘못해서 졌는지 알려줘야 A 선수가 그릇된 이유로 자책하는 일을 피할 수 있고, B 선수도 다음 경기에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 이런 과정이 있었기에 한 번이라도 더 많이 승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아시아경기 얘기를 해보자. 2018년 대회 당시 시범 종목으로 치른 경기이긴 했지만 한국 팀은 중국 팀에 무너지면서 준우승에 그쳤다. 원인을 어떻게 보고 있나.“당시 중국 대표팀은 5명의 주전 선수 중 4명이 같은 롤 프로팀 소속이었고, 1명 만이 다른 팀 선수였다. 당시 시범 종목으로 채택돼 급하게 치른 대회인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국가대표 선수끼리 ‘원 팀’으로 호흡을 맞추는 데 중국 팀이 훨씬 유리한 환경이었다고 본다. 아직 이번 대회 중국 대표팀의 최종 명단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후보 선수들 구성을 살펴봐도 2018년 대회 같은 상황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번 LCK 스프링도 평소보다 일찍 시작한 만큼 한국 대표팀이 아시아경기 전 호흡을 맞출 시간도 많다. 2018년과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최근 롤 국제 대회인 미드시즌인비테이셔널(MSI)에서 한국 프로팀 성적이 좋지 않았다. 한국 팀이 중국 선수로만 구성된 팀에 패배하기도 했다. 아시아경기를 앞두고 중국 대표팀을 상대해야 하는 현시점에 좋은 신호로 보이지는 않는데.“나는 중국 프로팀에서 감독직을 맡아보기도 했고,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로만 구성된 팀을 상대해본 적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 선수들이나 팀의 성향에 대해서도 남들보다 많이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국 선수들은 큰 대회에서 떨지 않고, 매우 공격적으로 행동한다. 한국의 경우 데이터에 근거해 특정 결과가 예상되는 안정적인 액션을 자주 취하는데 이와 대조적이다. 이런 중국 선수들의 경기 운영 방식을 감안해 전략을 세우고 있다.”―이번 아시아경기 목표는 어떻게 설정했나.“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이번 한국 국가대표 선수 6명은 모두 각자의 포지션에서 국내뿐 아니라 세계 최정상에 있는 선수들로 발탁했다. 국가대표에 선발된 선수들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 LCK 스프링 대회가 진행 중이라 아직 선수단 상견례는 하지 못했는데, 국가대표에 뽑힌 각 선수에게 ‘여러분이 자신의 포지션에서 세계 최고’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이 멤버라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물론 중국도 강팀이기 때문에 절대 방심하지 않겠다.”―아시아경기 주전은 5명인데 국가대표 최종 멤버는 6명을 뽑았다. 중복 포지션인 미드에 이상혁과 정지훈 중 한 명은 예비 엔트리가 될 것 같은데.“조심스러운 주제다. 한 가지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누구를 주전으로 하고 누구를 예비 선수로 할지 정해놓고 뽑지는 않았다는 사실이다. 아시아경기 때 컨디션이 더 좋은 선수에게 주전을 맡길 생각이다.”―이번 아시아경기 국가대표 6명 중 가장 기대가 되는 선수를 꼽아본다면?“(최)우제가 대회 결승 등 큰 경기에서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아 일각에서는 ‘큰 대회에 약하다’는 평가도 나오는 걸로 안다. 하지만 우제의 경기력은 계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고, 꾸준히 잘하던 선수가 한두 번 못했던 경기가 하필 결승이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확률로 따지면 우제가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잘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제가 데뷔했을 때부터 꾸준히 봐왔는데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어떤 활약을 할지 기대가 된다.” ―마지막으로 아시아경기에 임하는 각오 한 말씀 부탁드린다.“롤이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국가대표 감독을 맡는다는 게 처음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감독직 수락을 놓고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결국 국가대표 감독을 맡게 된 이유를 설명하라고 한다면 사명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다. 내게는 ‘한국이 반드시 아시아경기 롤 초대 챔피언이 돼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롤 팬 여러분들이 우리 한국 대표팀을 응원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다.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리그 오브 레전드’(롤)는…2023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처음 정식 종목에 채택된 e스포츠 7개 종목 중 하나다. 톱, 정글, 미드, 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5개 포지션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과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국가대표를 파견하는 롤, 피파온라인4,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5 등 4개 e스포츠 종목 중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롤 대표팀이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르면 ‘아시아경기 초대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팀에서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 이제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아시아 정상에 도전한다. 9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한국 ‘리그 오브 레전드’(롤)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김정균 감독(38) 이야기다. 김 감독은 T1 소속으로 흔히 ‘롤드컵’(롤+월드컵)이라고 부르는 ‘롤 월드챔피언십’ 정상에 세 번(2013, 2015, 2016년) 올랐다. 이 대회에서 세 번 우승한 지도자는 김 감독이 처음이었다. 김 감독은 또 국내 정상 팀을 가리는 ‘롤 챔피언스 코리아’에서도 선수와 지도자를 통틀어 가장 먼저 10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런 명지도자도 대표팀 감독 자리를 선뜻 수락하기는 쉽지 않았다. 12일 서울 마포구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의 전당에서 만난 김 감독은 “롤이 처음으로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된 이번 대회 사령탑을 맡는다는 게 처음에는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면서 “그래도 결국 감독을 맡은 이유를 설명하라면 ‘사명감’ 말고는 달리 표현할 단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흔히 말하는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다. 데뷔 후 약 2년 만에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이후 인터넷 개인 방송을 하며 롤 경기를 분석했다. 방송 시간이 총 1만 시간에 육박하자 ‘롤 선수 보는 눈은 따라올 사람이 없다’는 평가를 듣게 됐고 지도자 자리까지 얻었다. 아마추어 게이머 ‘고전파’를 발굴해 ‘페이커’ 이상혁(27·T1)으로 키워낸 인물이 바로 김 감독이다. 이상혁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롤 선수다. 재미있는 건 김 감독이 e스포츠협회와 함께 아시아경기 대표 선수를 선발하면서 ‘미드’ 포지션에 이상혁뿐 아니라 ‘쵸비’ 정지훈(22·젠지)도 함께 뽑았다는 점이다. 나머지 4개 포지션은 항저우 대표 선수가 전부 1명이지만 미드만 2명이다. 김 감독이 이번 대회 주전으로 어떤 선수를 기용할지 관심이 몰리는 게 당연한 일. 김 감독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대회를 앞두고 경기력이 더 좋은 선수를 기용할 것”이라며 웃었다. 이상혁이 포함돼 있던 한국 롤 대표팀은 e스포츠가 시범 종목이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결승에서 중국에 1-3으로 패해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항저우에서도 중국이 경계 대상 1호다. 김 감독은 “2020년에 중국에서 비치(vici) 팀 감독을 맡아봤고 국제대회에서 중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도 여러 차례 상대해봤다. 중국 선수들에 대한 이해도가 남들보다 높다고 자부한다”면서 “또 이번에 선발한 한국 대표 선수들은 각자 포지션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자랑한다. 이들과 함께라면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이상혁, 정지훈과 함께 △톱 ‘제우스’ 최우제(19·T1) △정글 ‘카나비’ 서진혁(23·JDG) △원거리 딜러 ‘룰러’ 박재혁(25·JDG) △서포터 ‘케리아’ 류민석(21·T1)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김 감독은 “(최)우제의 활약이 가장 기대된다. 우제가 ‘큰 대회에 약하다’는 평을 듣는다는 건 안다. 하지만 꾸준히 잘하던 선수가 어쩌다 못 한 경기가 하필 중요한 경기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확률로 따지면 우제가 이번 대회에서 잘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힘을 실어줬다. 그리고 계속해 “선수 시절 ‘이 이상 열심히 하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 최선을 다했는데 우승 한 번 못 해본 게 지금도 마음에 남아 있다. 그래서 지도자로 전향하면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이끌게 되면 반드시 우승을 선물해주자’는 목표를 세웠다. 대표 선수 각자가 ‘내가 이 포지션 세계 최고’라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꼭 금메달을 들고 돌아오겠다”고 강조했다.‘리그 오브 레전드’(롤)는톱, 정글, 미드, 원거리 딜러, 서포터 등 5개 포지션이 한 팀을 이뤄 상대 팀과 전투를 치르는 게임이다. 9월 개막하는 항저우 대회부터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되면서 전 세계 PC 게임 중 가장 많은 유저를 보유한 롤에도 ‘국가대항전’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하게 됐다. 한국은 아시아경기 초대 챔피언 타이틀을 노린다.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남자 탁구 국가대표 임종훈(26·한국거래소·세계랭킹 11위)이 10년 넘게 기다리고 기다렸던 경기가 열린 건 올해 3월 15일이었다. 임종훈은 이날 자신의 롤모델이자 세계랭킹 1위 판전둥(26·중국)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그랜드 스매시 단식 16강전에서 맞붙었다. 이날 임종훈이 한계를 인정하는 데는 채 20분이 걸리지 않았다. 임종훈은 판전둥에게 33점을 내주는 동안 10점밖에 따내지 못하면서 0-3(3-11, 2-11, 5-11)으로 완패했다. 임종훈은 “‘탁구 그만두고 탁구장 차려야 하나’라는 말이 입 밖으로 절로 나왔다”고 회상했다. 이로부터 30일이 지난 4월 14일 임종훈은 WTT 챔피언스 단식 준결승에서 판전둥과 두 번째 맞대결을 벌였다. 이번에도 결과는 똑같았다. 그러나 내용은 달랐다. 임종훈은 세트 스코어 1-3으로 뒤진 상황에서 3-3 동점을 만든 끝에 결국 3-4(8-11, 6-11, 11-5, 10-12, 11-8, 11-6, 9-11)로 석패했다. 판전둥이 세계랭킹 5위권 밖 선수와 7세트까지 경기를 치른 건 2020년 3월 5일 이후 이날이 처음이었다. 임종훈은 “첫 맞대결에서 ‘디테일의 차이’가 월드클래스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판전둥은 모든 스윙을 1cm 단위로 계산해서 내가 받기 어려운 위치로 공을 줬다. 그래서 나도 판전둥을 1cm씩 더 괴롭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판전둥도 “임종훈의 변칙적인 스윙 방향이 내 플레이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다”고 평했다.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임종훈은 백핸드 드라이브에 강점이 있는 선수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포핸드에 상대적으로 약점이 있다는 뜻이다. 판전둥도 이를 놓치지 않고 포핸드 쪽으로 계속 공을 보내며 임종훈을 괴롭혔다. 그러나 임종훈은 ‘1cm 접근법’으로 이 약점을 이겨냈다. 임종훈은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입스(yips·알 수 없는 정신적 이유로 경기력이 떨어지는 현상)가 찾아와 포핸드 드라이브를 하루에 2개 치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그전에는 하루에 150개도 칠 수 있었다”면서 “그래서 어떤 공이든 백핸드 드라이브로 응수할 수 있도록 학창 시절 내내 백핸드 드라이브 연습에 매달렸다. ‘백핸드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얻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백핸드로만 탁구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임종훈은 2015년 실업팀 KGC인삼공사에 입단한 뒤로 포핸드 특훈을 시작했다. 임종훈은 “‘하루 1000번씩 1만 번을 해봤는데도 안 되는 일은 포기해도 된다’는 글귀를 소셜미디어에서 보고 도전 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임종훈은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 포핸드 스윙을 1000번씩 연습했다. 2년간 이어진 이 개인 특훈은 2017년 타이베이 유니버시아드 복식 은메달,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단체전 은메달, 같은 해 폴란드 오픈 단식 우승 등의 성과로 나타났다. 임종훈은 장우진(28·미래에셋증권)과 짝을 이뤄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 복식에서도 2회 연속(2021, 2023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임종훈은 이제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정상을 바라보고 있다. 임종훈은 “메이저 대회 시상식에 갈 때마다 다른 나라 국가를 듣는 게 너무 싫다”며 “이번 아시아경기에서는 단식이든 복식이든 내가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애국가를 듣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세계선수권 메달보다 판전둥과 맞붙었던 두 경기가 내게는 의미가 더 컸다. 세계 정상급 선수로 성장하기 위해 중요한 게 무엇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라며 “아시아경기에서 판전둥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이번엔 그를 꼭 꺾어보겠다. 첫 대결은 완패했고, 두 번째는 비등했으니 세 번째 만남에선 이길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어렸을 적 시너지를 다시 내보겠습니다.” 지난달 프로농구 SK로 팀을 옮긴 오세근(36)은 8일 서울 강남구 한국농구연맹(KBL)에서 열린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2011년 프로 데뷔 이후 KGC에서만 뛰어온 ‘원클럽맨’이었던 오세근은 2022∼2023시즌이 끝나고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SK로 이적했다. 그러면서 대학 시절 중앙대에서 함께 뛰었던 김선형(35·SK)과 다시 한솥밥을 먹게 됐다. 오세근이 말한 “어렸을 적 시너지”는 바로 중앙대 시절 김선형과의 찰떡 호흡을 의미한다. 07학번인 두 선수는 입학 예정자 자격으로 2006년 11월부터 중앙대에서 뛰기 시작해 2008년까지 52연승 기록을 세우며 중앙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당시 52연승은 지금도 대학농구 최다 연승 기록으로 남아 있다. 오세근과 김선형은 졸업을 앞둔 2010년 중앙대를 대학리그 원년 우승 팀으로 만들기도 했다. 2011년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오세근이 전체 1순위로 KGC, 김선형이 2순위로 SK 지명을 받으면서 둘은 프로에서 적으로 상대해 왔다. 이날 기자회견에 오세근과 함께 참석한 김선형은 “서로 다른 곳에서 각자 성장한 뒤 만나게 된 이산가족 같은 느낌이 든다”며 “세근이 형과 (대학 졸업 후) 13년 만에 다시 뭉친 만큼 새 시즌엔 낭만 농구가 무엇인지를 팬들께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학번은 같지만 오세근이 중학교 3학년 때 1년 유급을 해 김선형은 오세근을 형이라고 부른다. 김선형은 또 “우리 팀 멤버가 가장 좋았던 때는 통합우승을 달성한 2021∼2022시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세근이 형이 합류했으니 다음 시즌의 SK가 더 강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오세근은 “KGC에서 이뤄놓은 걸 다 두고 온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힘들었다”면서도 “SK행을 결정하는 과정에 선형이가 차지한 비중이 상당했다. 나이가 많이 들어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중앙대 시절 선형이와의 추억을 재현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도 된다. 좋은 성적으로 팬들께 보답하겠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덴버가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에서 2승째를 올리면서 창단 후 첫 우승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갔다. 서부 콘퍼런스 챔피언 덴버는 8일 동부 챔피언 마이애미와의 2022∼2023시즌 NBA 파이널(7전 4승제) 3차전 방문경기에서 109-94로 승리를 거두고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섰다. 덴버는 ‘올라운더(all-rounder)’ 니콜라 요키치가 32득점, 21리바운드, 10도움을 기록하는 원맨쇼의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요키치는 NBA 파이널 한 경기 득점-리바운드-도움 숫자에서 각각 30-20-10 이상을 기록한 최초의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요키치는 또 자신이 갖고 있는 단일 시즌 플레이오프(PO) 최다 트리플 더블 기록을 10경기로 늘렸다. 요키치는 “개인 기록에 대한 별다른 감흥은 없다. 오늘 경기를 이겨 팀이 시리즈에서 앞서가게 된 게 기쁠 뿐”이라고 했다. 덴버의 엔진 역할을 하는 저말 머리도 이날 3점슛 3개를 포함해 양 팀 최다인 34점을 넣고 리바운드 10개, 도움 10개를 기록하면서 트리블 더블을 작성했다. 같은 팀 두 선수가 한 경기에서 모두 30점 이상을 넣으면서 각각 트리플 더블을 달성한 건 NBA 역사상 정규리그와 PO 경기를 통틀어 처음이다. 마이클 멀론 덴버 감독은 “오늘 요키치와 머리 듀오가 코트에서 보여준 활약은 내가 덴버를 이끌어온 7년 중 가장 위대한 퍼포먼스였다”고 말했다. 두 팀의 4차전은 10일 열린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남자 조정 국가대표 김동용(33·진주시청)의 고교 시절 별명은 ‘1000m 선수’였다. 조정은 출발선부터 결승선까지 2000m 레이스를 벌이는데 김동용은 지구력이 약해 늘 중간 지점부터 스피드가 급격히 떨어지곤 했기 때문이다. “1000m까지 가는 걸 보고 에이스인 줄 알았더니 속았다”며 핀잔을 주는 지도자도 있었다. 하지만 고교 졸업 후 15년이 지난 지금 김동용의 지구력을 문제 삼는 이는 없다. 신은철 조정 국가대표 코치(36)는 “올해 뽑힌 국가대표 16명 중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과 비교해도 지구력만큼은 맏형인 (김)동용이가 최강”이라고 평가했다. 김동용의 별명도 이제는 ‘물속의 거북이’로 바뀌었다. 평소 행동은 느릿느릿한데 배에 올라 노만 잡으면 누구보다 빠르고 꾸준하게 물살을 가르기 때문이다. 김동용은 4월 13, 14일 강원 화천호 조정경기장에서 열린 2023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싱글스컬 중량급 부문 우승(7분28초23)을 차지하며 9월 개최 예정인 항저우 아시아경기 출전권을 손에 넣었다. 이로써 김동용은 아시아경기에 4회 연속 참가하는 최초의 한국 조정 선수가 됐다. 싱글스컬은 한 명의 선수가 양손에 노 하나씩 잡고 배를 모는 종목이다. 조정 국가대표 훈련시설이 있는 경남 진주 진양호 조정훈련장에서 6일 만난 김동용은 “약점이었던 지구력이 내 최대 강점이 된 건 학창 시절부터 이어온 혹독한 훈련의 결과”라며 “이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했다. 신 코치는 “동용이는 훈련이 아무리 힘들어도 내색을 안 한다. 국가대표 선수 중 ‘어디 아픈 데 없냐’고 먼저 물어보게 되는 유일한 선수”라고 했다. 김동용은 진주 경남체육고에 입학하면서 조정에 정식 입문했다. 김동용은 중학교 3학년 때 키 186㎝, 몸무게 80㎏이었다. 이런 체구를 눈여겨본 박삼윤 당시 경남체육고 조정부 감독(61)이 그를 스카우트했다. 경남체육고 입학 후엔 신병 훈련소와 다름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오전 6시면 학교 기숙사에서 진양호로 이동해 하루 종일 조정 훈련을 했다. 식사는 학교 급식실에서 나른 음식을 비닐로 덮은 식판 위에 올려놓고 해결했다. 훈련을 피하고 싶은 마음에 매주 일요일 밤이면 “몸이 안 좋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렸다”는 등 기숙사로 복귀하기 힘든 이유를 지어냈다. 대구대 체육학과에 입학한 김동용은 당시 이 대학 조정팀을 지도하던 한광훈 감독(65)을 만났다. ‘호랑이 지도자’로 불리던 감독이었다. 김동용은 “감독님은 항상 ‘스트로크 레이트(Stroke Rate·1분당 노 젓는 횟수) 34회 이상’을 강조했다. 스트로크 레이트 훈련을 5분 동안 하면 매 분 34회 이상 노를 저어 5분을 채워야 했는데 체력이 떨어진 4분째에는 33번 젓는 데 그치곤 했다. 그때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다시’라고 외치시는 소리가 정말 끔찍했다”고 회상했다. 축적된 훈련의 성과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2명의 선수가 각자 양손에 노를 잡고 배를 모는 더블스컬 종목에서 동메달을 땄다. 이후 2014년 인천 대회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싱글스컬 종목에선 은메달을 잇달아 목에 걸었다. 몸무게 72.5㎏ 이하 선수만 참가하는 경량급 종목을 제외하면 아시아경기에 3회 연속 출전해 모두 시상대에 오른 선수는 남녀 국가대표를 통틀어 김동용이 유일하다. 김동용은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개인 첫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남자 조정 선수가 아시아경기 중량급(몸무게 제한 없음)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건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신 코치가 싱글스컬 정상에 올랐던 게 유일하다. 김동용은 “내가 큰 대회를 앞두고 있으면 어머니는 늘 뒷산 계곡에서 3000배 기도를 하시는데 지난해부터 어머니 무릎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어머니가 더 이상 무리하시지 않아도 되도록 이번에 반드시 금메달을 따서 안겨 드리겠다”고 했다.진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덴버가 창단 후 처음 진출한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에서 첫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덴버는 2일 마이애미와의 2022∼2023시즌 NBA 챔피언 결정(7전 4승제) 1차전 안방경기에서 104-93으로 이겼다. 덴버의 창단 후 챔프전 첫 승리다. 1967년 창단한 덴버는 아메리칸농구협회(ABA) 소속으로 프로리그에 참여하다 1976년 NBA로 옮겼다. 덴버는 ‘트리플 더블러’ 니콜라 요키치(사진)가 기선 제압에 앞장을 섰다. 요키치는 양 팀 최다인 27점을 넣고 리바운드 10개, 도움 14개를 기록했다. 이로써 요키치는 지난달 23일 LA 레이커스와의 서부 콘퍼런스 결승 4차전에서 세웠던 단일 시즌 플레이오프(PO) 최다 트리플 더블 기록을 9경기로 늘렸다. 요키치는 이번 시즌 PO 16경기에서 평균 29.8점, 13.1리바운드, 10.5도움을 기록 중이다. 요키치는 “가장 중요한 건 이번 파이널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남은 경기에서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PO 막차 티켓인 ‘8번 시드’를 손에 넣은 뒤 동부 콘퍼런스 우승까지 차지하는 돌풍을 일으킨 마이애미는 ‘에이스’ 지미 버틀러가 13점에 그쳐 힘든 경기를 했다. 이 경기 전까지 버틀러는 이번 시즌 PO에서 경기당 평균 28.5점을 넣었다. 두 팀의 2차전은 5일 열린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음주 파문과 관련해 사과했다. 선수협회는 2일 김현수 회장(35·LG·사진) 이름으로 사과문을 발표했다. 선수협회는 “WBC 대회 기간 중 한국 야구 대표팀 일부 선수들의 음주 논란에 대해 한국 프로야구 선수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국민 여러분과 프로야구를 사랑해주시는 팬 여러분에게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좋은 경기력만으로는 국가대표라 할 수 없다.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가 얼마나 큰 책임감이 필요하고 경기 외적으로도 타의 모범이 돼야 하는지를 명심하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현수는 “WBC 대표팀 주장이었으며 선수협회의 현 회장으로서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면서 “선수들은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며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전날 김광현(35·SSG), 이용찬(34·NC), 정철원(24·두산)은 WBC 기간 도쿄의 유흥주점 출입 의혹에 대해 “한 ‘스낵 바’에서 술을 마신 사실이 있다”고 시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여성 종업원의 접대를 받았다는 사실은 부인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김광현(35·SSG), 이용찬(34·NC), 정철원(24·두산)이 국가대표로 참가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기간 일본에서 유흥업소에 출입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여성 종업원이 동석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김광현은 1일 안방 삼성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나는 이번 음주 파문 당사자 중 한 명이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제대회 기간 불미스러운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며 “생각이 짧았다. 내 행동을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SSG는 이날 김광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같은 시간 두산과 NC가 맞대결을 벌인 창원에서도 이용찬과 정철원이 공개 사과에 나섰다. 이용찬은 “이유를 불문하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조사 절차에 성실히 응하고 결과를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안산공고 후배인 정철원은 “(3월 10일 오후 11시 12분에) 한일전이 끝난 뒤 광현이 형과 둘이 다음 날 새벽 2시 반까지 술을 마신 건 맞다”면서 “식사를 겸해 술을 마신 거다. 술자리에 여자는 없었다”고 말했다. 세 선수는 WBC 한국 대표팀이 대회 장소인 도쿄에 처음 입성한 3월 7일과 일본에 4-13으로 패한 3월 10일 도쿄의 한 ‘스낵 바’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는 의혹을 받던 상태였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