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아형

신아형 기자

동아일보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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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없이 보고 듣겠습니다. 진실 앞에 겸손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abro@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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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가계부채비율도 세계 3위… 방치땐 경제성장 저해”

    한국의 가계부채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음을 암시하는 지표들이 속속 공개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과거 저금리 및 집값 상승기 때 불어났던 가계빚이 고금리 시대를 맞아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부상한 상황이다. 정부는 현재 가계빚이 “아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가계의 상환 부담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제 성장의 기반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계빚 비율 12년 만에 14위→3위 한은이 17일 발간한 ‘BOK 이슈노트’에 따르면 작년 4분기(10∼12월) 현재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0%로 주요 43개국 가운데 세 번째로 높았다. 국가 경제 규모에 비해 가계빚의 총량이 지나치게 크다는 뜻이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이 비율이 다른 나라와 달리 계속 상승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한은은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계부채 비율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줄어든 반면에 한국과 중국, 태국 등은 계속 증가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0년 43개국 중 14번째 수준이었지만 2016년 8번째로 올랐고 작년에는 3번째까지 올랐다. 다른 나라들이 고통스러운 긴축으로 가계빚을 줄여 나가는 동안 한국은 시한폭탄을 키우는 역주행을 한 것이다. 한국만 유독 가계빚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영끌’ ‘빚투’로 불리는 자산 투자 열풍이 꼽힌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저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자산 수요 증가 등이 가계빚 증가의 주요 요인”이라며 “가계가 부채를 늘려 온 과정에서 이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규제도 조기에 도입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가계부채가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위험은 제한적이지만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세를 제약하고 자산 불평등을 확대할 수 있다”며 “가계부문의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을 점진적으로 이뤄야 한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미 불어날 대로 불어난 가계빚을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기에는 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경제성장률 등을 감안했을 때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39년에야 약 9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사상 최대 가계부채는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한 올해 초에는 다소 소강 상태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집값이 다시 꿈틀거리면서 급증하는 분위기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한 달 새 5조9000억 원 늘어난 1062조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4000억 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4월(2조3000억 원) 증가세로 전환한 뒤로 증가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지난달에만 7조 원이 늘었는데 주택 가격이 급등하기 직전인 2020년 2월(7조8000억 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대치동 등 재건축 규제 완화로 부동산 시장에서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며 “가계부채를 줄이지 못한 채 방치하는 건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는 시한폭탄의 위력만 더 키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기준금리를 4연속 동결한 한은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가계빚 총량을 줄이려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자칫 가계의 상환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한은은 가계빚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것에 대비해 추가 금리 인상 카드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금리를 3.5%로 했더니 3개월 동안 가계부채가 늘어났다. 단기적으로는 어쩔 수 없지만 가계부채는 장기적으로 큰 부담”이라면서 “당분간 금리를 내릴 것을 크게 기대하지 말라”고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한은의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대해 “통화당국의 어려움과 가계대출의 지나친 팽창 우려에 100% 공감하고 있다”며 미시적인 정책 대응을 통해 가계부채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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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휴대용 음주측정기선 ‘훈방’… 실제 경찰용 재보니 ‘면허정지’

    “더, 더, 더!” 14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 교통안전계. 담당 경찰 목소리에 따라 숨을 불어넣던 기자 얼굴이 달아올랐다. 이어 음주측정기 화면의 수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경찰은 약 10초 뒤 최종 수치를 확인하더니 “0.031%로 면허정지 수치”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검경 합동 음주운전 근절 대책’이 시행되는 등 음주운전 단속이 강화되면서 운전자 사이에선 개인이 온라인 등에서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폰으로 음주량과 몸무게를 직접 휴대전화에 입력해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애플리케이션(앱)도 있다. 하지만 휴대용 음주측정기와 앱이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본보 기자 2명은 온라인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음주측정기 3개를 구입해 실제 경찰이 음주운전 단속에 사용하는 음주측정기와 정확도를 비교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경찰은 ‘면허정지’, 휴대용은 ‘훈방조치’ 포털 사이트에 ‘휴대용 음주측정기’를 검색하면 ‘고성능 숙취측정’, ‘정확성 보장’ 등의 문구와 함께 수만 개의 제품이 검색된다. 크게는 △스마트폰 연결형 △스마트폰 앱 연동형 △스마트폰과 관계 없는 건전지형 등으로 나뉜다. 가격도 1만 원 이하의 저렴한 제품부터 10만 원 넘는 것까지 천차만별이었다. 본보는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하는 1만 원 이하의 A 측정기, 건전지형인 2만 원대 B 측정기, 스마트폰 앱과 연동되는 10만 원대 C 측정기를 구입해 성능을 실험했다. 실험에 참여한 남녀 기자는 체격과 평소 주량을 감안해 각각 소주 1병과 500mL맥주 1캔(남성), 소주 반병과 500mL맥주 1캔(여성)을 마셨다. 음주 후 1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남성 기자가 스마트폰에 연결된 A 측정기에 입을 가져다 대고 약 10초간 숨을 불어넣었다. 측정기 화면에 표시된 수치는 0.02%였다. 건전지를 넣어 손에 들고 측정하는 B 측정기를 사용했을 때는 0.019%가 나왔다. 이를 보던 경찰은 “정말 소주 1병 이상 마신 게 맞느냐. 이 정도면 훈방 조치 수준”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사용하는 C 측정기를 불자 0.027%로 수치는 다소 높게 나왔지만 여전히 단속 기준 아래였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혈중알코올농도 0.03∼0.08% 미만은 면허정지, 0.08% 이상은 면허취소에 해당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를 사용했을 때는 면허정지 수치인 0.031%가 나온 것이다. 경찰이 사용하는 측정기에서 0.028%로 아슬아슬하게 단속 기준을 밑돌았던 여성 기자도 휴대용 측정기에선 0.011∼0.023%가 나왔다. 남녀 기자 모두 휴대용 측정기 수치가 경찰 측정기보다 낮았던 것이다.● “직접 입력하는 앱이 가장 부정확” 측정을 도와준 경찰은 “휴대전화 앱과 연동되는 C 측정기의 경우 실제 경찰이 쓰는 측정기와 같은 제조사에서 만든 제품이라 그나마 정확도가 높았다”면서도 “다만 같은 회사 제품이라도 직접 확인한 것처럼 정확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맹신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관리 감독의 문제도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는 4개월에 한 번씩 성능을 점검해 필요한 경우 교정을 한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경우 경찰 장비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지는 건 물론이고 성능 점검을 주기적으로 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확도가 가장 떨어지는 건 성별, 몸무게, 마신 술의 양을 직접 입력해 계산하는 혈중알코올농도 계산 앱이었다. 여러 번 되풀이해서 계산했음에도 남성 기자는 0.57%, 여성 기자는 0.27%라는 비현실적인 수치가 나왔다.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차원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실적으로 큰 도움은 안 될 것 같았다. 경찰 관계자는 “앞으로도 음주운전 단속은 더 강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술을 한 잔이라도 마셨다면 휴대용 음주측정기에 의존하지 말고 운전대를 아예 안 잡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 날 숙취운전 때 참고는 가능” 경찰은 휴대용 측정기를 구입할 경우 가격이 좀 나가더라도 가급적 정확도가 높은 측정기를 구입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또 음주 직후가 아닌 다음 날 아침 숙취운전이 걱정될 때 술기운이 남아 있는지를 체크하는 정도로 사용할 것을 권한다. 실제로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저녁 및 심야시간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줄어드는 추세인 반면, 아침이나 점심 때 숙취운전으로 인한 음주운전 사고는 늘고 있다. 경찰청의 ‘시간대별 음주운전 교통사고 현황’을 보면 올 1∼6월 전체 음주운전 사고 건수는 58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135건)에 비해 17.4%가량 줄었다. 이는 저녁·심야 시간으로 분류되는 오후 6시∼오전 6시 음주운전 사고 건수가 5574건에서 4312건으로 22.6% 줄었기 때문이다. 반면 주간 시간대인 오전 6시∼오후 6시 사고는 지난해 1561건에서 올해 1578건으로 소폭(1.1%) 늘었다. 경찰청에 음주측정기를 납품하는 제조업체 관계자는 “과음한 경우 다음 날에도 혈중알코올이 감지된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음주측정기는 숙취운전 예방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게 좋다”고 했다. 경찰청 관계자도 “음주운전 못지않게 숙취운전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다음 날 휴대용 측정기를 사용해 보고 조금이라도 알코올이 감지된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술 먹은 다음날 무심코 운전대… 시동 안걸려 대중교통 탔죠”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체험단도로교통공단, 20명 시범 운영국회선 제도 도입 본격 논의중 “부끄러운 얘기지만 예전에 음주운전으로 두 번 적발된 적 있어요.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험단에 참여했습니다.” 경기 파주시에 사는 직장인 박모 씨(37)는 지난달 도로교통공단(공단)에서 진행하는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 시범 캠페인에 참여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박 씨는 2021년 4월 자신의 집에서 지인들과 술을 마시던 중 차를 타고 집 앞 편의점을 방문했다가 차에서 잠들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신고로 경찰에 적발됐는데 2016년에도 음주 후 차 안에서 잠든 적이 있어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이후 2년 동안 면허 취득이 금지됐던 박 씨는 올 4월 면허 재취득을 위해 공단을 찾았다. 그때 그의 눈에 ‘음주운전 방지장치 국민 체험단 모집’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박 씨는 “두 번이나 실수를 반복한 스스로에게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 중이라고 들었는데 그와 별개로 개인적으로라도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달아야겠다는 생각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전날 술을 마신 후 아침에 차에 탔는데 시동이 걸리지 않는 걸 보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공단은 지난달 경찰청, 오비맥주, 센텍코리아, 디에이텍과 함께 국민 체험단 20명의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시범 캠페인을 시작했다.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는 운전자가 차에 탈 때마다 설치된 음주측정기를 활용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고 일정 기준치 이상이면 시동이 걸리지 않게 한다. 올 4월 배승아 양이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지는 등 음주운전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이어지자 본보 등이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국민 체험단으로 선정된 참가자 20명은 본인 차량에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를 설치하고 3개월간 체험을 진행 중이다. 공단 관계자는 “체험 기간 수집된 모니터링 데이터와 참가자 대상 설문 답변은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의 국내 적용 방안 수립을 위한 연구 등에 활용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동잠금장치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입법에 앞서 선제적으로 구입하거나 체험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소속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지난달 시동잠금장치 제조업체 디에이텍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운송 차량 10대에 장치를 설치했다. 앞으로 3개월 동안 시범운영을 거친 후 본격 도입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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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래정지→재개→다시 정지… 혼란 키운 거래소

    “거의 전 재산을 투자했는데 갑자기 다시 거래정지가 돼서 매일 휴대전화만 들여다보면서 살고 있어요.” 최근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정지된 이화그룹 3사(이화전기, 이아이디, 이트론) 중 이아이디에 2500만 원을 투자한 A 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올 3월 지인 추천으로 이아이디 주식에 1500만 원을 투자했지만 5월 10일 이아이디 주식 거래가 갑자기 정지됐다. 바로 다음 날 거래가 재개되자 A 씨는 문제가 해결된 줄 알고 이아이디 주식 1000만 원어치를 추가로 샀다. A 씨는 “거래소의 거래재개 결정을 믿고 추가로 투자했는데 전 재산을 날릴까 봐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화그룹 계열 3사는 두 달 넘게 주식 매매가 정지된 상태다. 앞서 거래소는 5월 10일 장 마감 후 이화그룹 전·현직 임원의 횡령, 배임 혐의에 대해 조회 공시를 요구하며 거래를 정지시켰다. 이에 이화그룹이 김성규 대표의 횡령액이 거래정지 기준인 10억 원에 못 미치는 8억 원가량이라고 공시하자 거래소는 거래정지를 풀었다. 하지만 검찰로부터 횡령액이 10억 원을 넘는다는 사실을 통보받고선 12일부터 2차로 거래를 정지시켰다. 기업의 잘못된 공시를 믿고 재개 결정을 내렸다가 투자자들의 혼란만 키운 것이다. 4월 말 종가 기준 1995원까지 치솟았던 이화전기 주가는 다음 달 거래정지까지 770원으로 폭락했다가 하루 잠깐 장이 열린 사이 16.75% 급등했다. 결국 거래소는 3개 종목을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올렸다. 심사 결과에 따라 해당 종목들은 상장폐지가 될 수도 있다. 하루 만에 다시 투자금이 묶인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거래정지 번복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아이디 투자자 B 씨는 “거래정지가 잠시 풀린 날 결혼자금으로 모아둔 3200만 원을 투자했다. 거래소가 밝힌 정지 사유가 너무 모호해 구체적으로 무엇 때문에 거래가 정지된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화그룹 주주연대는 거래소가 시장에 혼란을 야기했다며 지난달 서울남부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거래소의 모호한 거래정지 기준에 대한 불만은 이뿐이 아니다. 지난달 14일 거래소는 동반 하한가를 맞은 동일산업, 동일금속, 만호제강, 대한방직, 방림 등 5개 종목에 대해 하루 만에 거래정지를 내렸다. 하지만 올 4월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 때는 이처럼 신속한 거래정지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정지 조건은 크게 4가지다. △상장사가 조회 공시 요구에 대해 신고 시한까지 응하지 않거나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된 경우 △풍문 또는 보도로 주가나 거래량이 급변할 때 △기업의 공시 사항이 주가와 거래량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될 때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이 조건들로는 거래가 정지된 이유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게다가 거래재개 원인도 불분명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우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SG 사태 때도 동일한 거래정지 규정이 있었지만 시장 충격이 이렇게 커질지 몰라 대처가 미흡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시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기업 정보를 일반 주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거래정지와 재개 기준을 더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거래정지 사유에 대해 상세한 원인과 배경, 재발 방지 계획까지 공시하는 기업에 한해 거래를 풀어준다”며 “반면 한국은 투자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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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준금리 4연속 동결… 한은, 3.5% 유지

    한국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올 2월, 4월, 5월에 이어 4연속 기준금리 유지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처음으로 2%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3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금통위원 6명의 만장일치로 현재 3.50%인 기준금리를 유지하기로 했다. 금통위는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상당 기간 목표 수준(2.0%)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은이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자 시장에선 긴축 기조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1개월 만에 2%대로 떨어져 물가 압력이 다소 해소된 상황에서 굳이 금리를 올려 경기 침체와 가계부채 불안을 부추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 연준이 26일(현지 시간)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결정해 한미 금리 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지면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불안 우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13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 물가지표의 둔화로 연준의 긴축 우려가 줄었다는 해석이 나오며 전날보다 14.7원 급락한 1274.0원에 마감했다.이창용 “물가 2% 돼야 금리인하 논의”… 시장선 “연말 내릴수도” 기준금리 4연속 동결경기침체-금융불안 우려 등 고려물가→경기로 무게중심 이동 관측한은 “가계빚 급증땐 대응 나설것” 한은이 4연속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한 건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 궤도에 접어든 영향이 컸다. 여기에 올 하반기(7∼12월) 경기 침체 우려와 새마을금고 부실, 막대한 가계부채 등의 상황도 복합적으로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7%로 2021년 9월 이후 21개월 만에 2%대로 내려갔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3.5%에서 3.3%로 낮췄다. 그간 가장 시급한 과제였던 물가가 한풀 꺾이면서 한은은 숨을 고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불안한 경기도 한은이 금리 추가 인상을 택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수출이 크게 줄면서 국내외 경제기관들은 일제히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앞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5%로 낮췄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1.6%에서 1.5%로 내려 잡았다. 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에 대해 “미국 성장률이 유지되고 중국 불확실성은 커진 상황을 반영해 1.4%를 유지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가 이달 들어 수출 감소로 다시 적자다.● 시장은 금리 인하 시점에 관심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언제쯤 금리 인하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한은은 미국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의식해 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뒀지만, 시장에선 한은의 무게 중심이 물가에서 경기로 이미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동안의 긴축 기조에서 벗어나 ‘피벗(pivot·통화 정책 방향 전환)’ 시점을 재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은이 물가에서 경기로 무게 중심을 옮긴 만큼 이르면 올 4분기(10∼12월), 늦어도 내년 중에는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놓겠다고는 하지만 가능성을 닫아놓지는 못한다는 것이지, 추가 인상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석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며 “한은은 금리 인하를 생각하고 있지만 다만 지금 그걸 언급할 시기는 아니라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금리 인하 가능성과 관련해 물가가 목표치(2%)에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인하 논의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재는 긴축을 더 강하게 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긴축인지 완화인지에 대해 일부러 모호한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긴축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했다. 향후 최대 변수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결정이다. 연준이 2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 한국과 격차가 2.0%포인트로 벌어져 환율 불안이 커질 수 있다. 한은이 하반기 경기 부담에도 금리 인하를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금리 인하를 이야기하려면 미국의 금리 인상 기조가 멈추는 것이 선제 조건”이라며 “다음 금통위에서도 한은에는 선택지가 금리 동결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금통위에서는 한국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른 가계부채의 심각성도 논의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 회의에서도 위원들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해 많은 우려를 표했다”며 “추후 예상 밖으로 급격히 늘어나면 금리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한 달 사이 7조 원이나 급증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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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 톱10밖 밀려났다… GDP규모 작년 세계 13위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가 세계 13위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한 한국은행 자료가 나왔다. 2020, 2021년 2년 연속 10위에 올랐지만 3년 만에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게 됐다. 지난해 환율 상승으로 달러 표시 가격이 하락한 데다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출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12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9% 감소한 1조6733억 달러로 추정됐다. 원화 기준으로는 2161조8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3.9% 늘었다.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9% 올라 달러화 기준 명목 GDP가 줄어든 것이다. 한국의 명목 GDP 순위는 2018년 10위에서 이듬해 12위로 하락했다가 2020, 2021년 2년 연속 10위를 유지했다.韓 경제순위, 伊-브라질에 밀려… “인구감소에 더 추락 우려” 한국GDP 작년 세계 13위무역적자 478억달러로 역대 최대1%대 저성장 전망 올해 더 험난“반도체 등 특정품목 의존 바꾸고 저출산 대응 연금-노동-교육 개혁을”일본(4조2256억 달러)과 독일(4조752억 달러), 영국(3조798억 달러)은 3∼5위를 차지했다. 이어 인도, 프랑스, 캐나다, 러시아, 이탈리아가 세계 10위권에 들어갔다. 브라질(1조8747억 달러)과 호주(1조7023억 달러)는 각각 11, 12위를 차지해 한국을 앞질렀다. 지난해 명목 GDP 하락은 ‘강달러’ 현상과 더불어 수출 및 인구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등 특정 품목에 의존적인 수출 구조를 바꾸고, 인구 감소로 인한 경제활력 저하를 막기 위한 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 부진과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인해 무역적자는 연간 기준 역대 최대인 478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132억 달러 적자) 이후 14년 만에 연간 적자를 냈다. 올해는 대중(對中) 수출 부진까지 겹쳐 무역적자가 계속 쌓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10일 수출은 1년 전보다 14.8% 감소한 132억67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8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수출도 같은 기간 36.8% 급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명목 GDP 감소의 핵심은 반도체 경기 악화와 수출 부진”이라며 “특히 반도체는 산업 특성상 금방 회복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고 짚었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인 수출이 꺾이면서 올해 경제성장률은 1%대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각각 지난해 1월(2.9%)과 6월(2.8%) 전망 이후 한국 경제성장률을 네 번 연속 낮춰 1.5%를 제시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다섯 차례 연속 성장률 전망치를 내린 한은은 이보다 낮은 1.4%를 내놓았다. 문제는 이 같은 추세가 인구 감소와 맞물려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앞으로 명목 GDP 순위가 더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며 “무엇보다 저출산으로 노동 인구 감소가 굉장히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추세적으로 성장 동력이 약해지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11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5200만 명인 우리나라 인구는 2041년 4000만 명대로, 2070년에는 현재의 3분의 2 수준인 38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세계 인구는 올해 80억5000만 명에서 2070년 103억 명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성장 잠재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는 상황을 기존의 방법으로 원상 회복시키긴 쉽지 않다”며 “반도체 외 신산업 발굴과 전문 인력 양성, 연구개발 지원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현 정부가 제시한 연금, 노동, 교육 등 3대 개혁을 언급하며 “3대 개혁에 대한 세세한 장기적 대응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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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직연금 방치없게… 자동운용해 수익률 높인다

    퇴직연금을 미리 정해둔 상품으로 자동 운용하도록 하는 ‘디폴트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이 12일 시행됐다. 연금을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고 안전한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려는 취지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시범 도입된 디폴트옵션이 전산망 구축 등에 필요한 1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퇴직연금에는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세 가지가 있는데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고 성과에 책임을 지는 DC형 및 IRP에만 적용된다. DC형 또는 IRP에 가입하고 2주가 지났는데 적립금을 운용할 금융 상품을 정하지 않거나, 금융상품의 만기가 도래하고 6주가 지났는데도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만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고객이라면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가입자들이 전문성이나 시간 부족으로 자신의 퇴직연금을 사실상 방치함에 따라 수익률이 저조해진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퇴직연금 역사가 긴 미국, 영국 등에서는 디폴트옵션을 통해 연금의 연평균 수익률이 6∼8%에 이르고 있다. 국내 디폴트옵션은 고용노동부 상품심의위원회를 거쳐 승인된 상품으로 구성된다. 펀드 상품의 경우 타깃데이트펀드(TDF), 사회간접자본펀드, 밸런스펀드(BF) 등으로 구성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퇴직연금 시장은 2019년 200조 원 규모를 넘어선 뒤 올 1분기(1∼3월) 338조 원 규모로 커졌다. 올 2분기(3∼6월) 상위 6개 대형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하나·KB증권)의 디폴트옵션 유치 금액은 약 922억5000만 원으로 전 분기 대비 84% 증가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디폴트옵션 도입을 계기로 가입자들이 금융사별 경쟁력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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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모주 ‘따따블 허용’ 보름만에 첫날 주가 123% 껑충

    한국거래소가 공모주의 상한가 규정을 완화한 지 보름 만에 신규 상장사들의 첫날 평균 주가가 약 12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는 지난달 26일부터 코스피, 코스닥시장 신규 상장사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 폭을 기존 공모가의 63∼260%에서 60∼400%로 확대했다. 11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이후 상장한 6개 공모주의 첫날 종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123.5% 상승했다. 지난달 1∼25일 상장한 8개 종목의 평균 상승률(37.2%)보다 3배 이상 높아진 것. 특히 지난달 29일 상장한 시큐센은 205%, 이달 6일 상장한 교보14호스팩은 240.5% 올랐다. 이른바 ‘따따블’(주가가 공모가의 4배까지 급등)을 기록한 종목은 아직 없지만, 이번 제도 시행으로 최근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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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증권사도 전망 포기한 에코프로 초고속 질주… 고평가 논란

    양극재 분야 지주회사 에코프로가 10일 장중 한때 주당 100만 원이 넘는 이른바 ‘황제주’ 대열에 들어섰다. 올 들어 700% 넘게 급등한 에코프로 주가에 대해 증권사조차 명확한 분석이나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기업 펀더멘털과 유리된 주가 흐름을 무작정 추종하면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 주가는 장중 한때 101만5000원까지 치솟은 뒤 96만5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올 초보다 777% 급등했다. 코스닥에서 황제주가 나온 것은 2007년 동일철강(종가 110만2800원) 이후 16년 만이다. 에코프로는 올 4월 증권가의 과열 경고에 잠시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곧 ‘나 홀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증권업계는 에코프로 주가에는 2차전지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감이 반영돼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지원 대상에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가 포함돼 관련 업체들이 북미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전기자동차의 배터리 수요가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에코프로의 주가가 다른 2차전지 관련주보다 고평가된 요인에 대해선 증권가도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 기준(순이익은 지난해 12월 결산법인 사업보고서 기준) 에코프로의 주가수익률(PER)은 674배로 포스코퓨처엠(267배), LG에너지솔루션(166배) 등 다른 2차전지 관련주보다 월등히 높다. 주가가 1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PER은 숫자가 높을수록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의미다. 에코프로 주가가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크게 넘어서면서 애널리스트 보고서도 5월을 끝으로 뚝 끊겼다. 최근 3개월간 에코프로 보고서를 낸 곳은 삼성증권과 하나증권뿐이다. 두 보고서의 에코프로 목표가 평균치는 42만5000원. 10일 주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터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순혁 전 금양 이사는 “증권사 보고서를 믿지 말라”며 2차전지 관련주의 추가 상승을 주장하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에코프로가 지주사라는 점에서 분석이나 전망이 어렵다고 말한다. 한 대형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는 사업회사가 아닌 지주사이기에 인수합병(M&A)이나 배당의 변화 같은 변수가 없으면 주가 방향을 이론적으로 설명하기가 힘들다”며 “(일부 투자자들이) 지주사를 사업회사처럼 평가하려다 보니 자꾸 시장과 보고서 간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2차전지 전문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 주가는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아 모든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며 “실적과 상관없이 주가가 형성되기에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필요 없어진 곳이 됐다”고 말했다. 에코프로가 공매도 세력과 온라인에서 도는 온갖 소문 등으로 혼탁해진 종목이 돼버렸다는 주장도 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이 주가가 계속 오르자 추가 손실을 막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여서 갚는 이른바 ‘쇼트 스퀴즈(short squeeze)’에 나서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 수급 측면에서 요즘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 종목 선택지가 적다 보니 에코프로에 몰린 경향이 있다”며 “냉정한 관점에서 회사의 가치를 고민해 투자할 필요가 있다. 남들을 따라 사는 건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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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들어버린 ‘증권가의 꽃’ 애널리스트… 위상 악화에 ‘엑소더스’

    《#일명 ‘1세대’라 불리는 32년 차 증권사 애널리스트 A 씨. 한국 증권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 입사한 그는 한때 수억 원의 연봉을 받으며 ‘증권가의 꽃’이라고 불렸던 애널리스트의 최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이제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추락하면서 매달 급여 통장에 찍히는 금액도, 증권사 내 영향력이나 업무량도 적어진 현실. “애널리스트 전성기 때는 돈을 많이 받는 만큼 일도 너무 많아 힘들었다”라며 “그 시절이 꼭 그립지만은 않다”라고 말했지만 그의 덤덤한 목소리에 섭섭함이 적잖이 묻어났다. 》 2000년대 초중반만 해도 수억 원대 연봉을 자랑하며 대학생들의 선망을 받는 직업으로 꼽혔던 증권사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 그러나 과거의 명성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나날이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증권사 수익구조 변화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등장, 투자상품의 다변화 등의 영향이 겹치며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내리막을 탄 것이다. ● ‘증권가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들 본보가 인터뷰한 1세대 애널리스트들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를 애널리스트의 ‘황금기’로 꼽는다. 1997년 외환위기라는 시련을 거치며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 파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되던 시기이기 때문. 이때 이른바 ‘해외파 애널리스트’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영입됐고, 2007년 코스피가 처음 2,000을 넘어서자 기관투자가의 리서치 수요까지 늘어났다. 1999년부터 애널리스트로 일해온 B 씨는 “양질의 리포트가 쏟아져 나왔다”며 “애널리스트들에게는 가장 좋았던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이때 정확한 경제 방향성 예측으로 ‘이코노미스트’로서 명성을 쌓은 애널리스트들도 적지 않았다. ‘닥터 둠’으로 불리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도 그중 하나.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를 역임한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예측해내며 거시경제 ‘족집게’로 이름을 떨쳤다. 각종 통계와 현장을 담은 애널리스트들의 리포트가 여의도 밖에서까지 화제를 모으는 일도 왕왕 있었다. 2011년 당시 유진투자증권의 김미연 애널리스트가 내놓은 입시전형 분석 자료 ‘교육의 정석’은 뜨거운 반응을 모으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엄마들은 물론이고 입시정보에 목말랐던 워킹맘들의 ‘필독서’로 떠올랐다. 인터넷 카페에선 이 자료를 앞다퉈 공유했고 일부 입시컨설팅 업체들은 100쪽이 넘는 이 자료를 따로 묶어 돈을 받고 팔기까지 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전국 단위 설명회를 열었고, 김 애널리스트도 단숨에 ‘스타 애널리스트’로 떠오르며 대신자산운용 리서치운용본부장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신뢰 잃고 위상 추락… ‘엑소더스’ 가속화 ‘스타급’ 대우를 받던 애널리스트의 인기는 2010년대 후반 들어 시들해졌다. 이후 해가 지날수록 애널리스트의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내 현역 애널리스트 수는 1069명이다. 약 10년 전인 2014년(1192명)에 비해 123명이나 줄었다. 증시 활황기였던 2010년 1575명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13년 만에 약 32%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에도 케이프투자증권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아예 리서치센터를 없애버리기도 했다. A 씨는 “애널리스트의 연봉 절대 금액도 2010년보다 낮아졌다”고 고백했다. 젊은 세대의 애널리스트는 리서치센터를 ‘거쳐 가는 곳’ 정도로 여기는 분위기다. 1세대 애널리스트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요즘에는 애널리스트로 입사해 어느 정도 경력을 쌓으면 투자은행(IB)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쪽으로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애널리스트의 위상이 위태로워진 데는 △수익률 저하 △신뢰 상실 △투자 환경의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지만, 결정적으로 리서치센터 운영의 수익성이 낮아진 게 치명타라는 평가가 나온다. 리서치센터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기관 및 법인 고객들에게 투자에 도움이 될 종목 분석 자료를 제공해 매매거래를 유치하는 영업 활동이었다. 그러나 과거 증권사에 주식매매를 위탁했던 법인 투자자들은 수수료율이 더 낮은 온라인으로 직접 주문하는 비중이 늘어났다. 증권가의 경쟁 격화도 수익성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증권사가 많아지면서 수수료를 두고 출혈 경쟁이 생긴 측면도 있다”며 “법인영업의 수수료 수익이 계속 하락하니까 리서치센터의 비용을 충당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애널리스트의 리포트가 아니더라도 유튜브 등 투자 정보를 얻을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애널리스트 분석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널리스트 리포트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사실상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지적도 있다. 25년 차 애널리스트 C 씨는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1년간의 시장 동향도 맞히지 못하는 리포트를 돈 주고 살 필요가 없지 않나”며 “당연히 리서치센터의 파워가 현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 씨는 “애널리스트들이 자기가 담당하는 기업의 실적을 제대로 추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 리포트 질 하락엔 접근 어려운 기업정보가 한몫 일부에서는 리포트의 정확도가 떨어진 원인으로 기업정보에 접근하기 어려워진 현실을 꼽기도 한다. 2000년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기업과의 유착관계가 논란이 될 정도로 기업들로부터 비공식 루트로 정보를 받곤 했다. B 씨는 “과거에는 기업들이 실적 공식 발표 전 애널리스트에게 근사치를 슬쩍 알려주면 그 수치를 토대로 리포트를 작성하기도 했다”며 “이를 ‘위스퍼 넘버(비공식 소문)’라고 부르곤 했는데, 이러한 관행을 악용해 선행매매(기업의 중요 정보를 미리 빼돌려 자신의 투자에 활용하는 불공정거래)를 저지르는 사건들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이 미리 정보를 흘리는 게 차단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기업정보를 얻기 어려우니 매도 의견을 내기도 쉽지 않다. 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평균 매수 의견 비중은 약 89%로 나타났다. DS투자증권, 부국증권, 유화증권 등의 매수의견 비중은 100%에 달했다. 외국계 증권사를 제외하고 매도 의견을 낸 곳은 DB금융투자(0.7%), 미래에셋증권(0.7%), 유진투자증권(1.3%), 한화투자증권(0.6%) 등이 유일했다. ‘매도 의견’을 내버리면 불이익을 받을 위험이 따르기도 한다. 정 이코노미스트는 “예전에 일 잘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한 대기업을 상대로 매도 리포트를 낸 적이 있었는데, 그 기업이 거래 정지를 당하면서 해당 증권사 펀드에 투자했던 수천억 원을 바로 빼버렸다”며 “매도 리포트를 못 내는 것을 애널리스트 탓으로만 돌려선 안 된다”고 말했다. ● “애널리스트 역할 더 중요” vs “이미 사양 산업” 고객의 수요도, 회사의 지원도 메말라가는 한국 리서치센터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엇갈린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애널리스트의 전문성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이제 과거와 같은 ‘전성기’는 다시 없을 것이란 비관론도 적지 않다. 막 애널리스트의 길을 걷기 시작한 신입 애널리스트들은 애널리스트의 역할이 되레 더 중요해졌다고 자신한다. 지난해 8월 입사한 E 씨는 “빠르게 움직이는 시장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게 좋아서 애널리스트를 택했다”며 “유튜브와 주식 오픈채팅방 등 투자자가 정보를 얻을 채널이 다양해진 건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는 굉장한 부담이지만, 정보를 재검증해 신뢰성을 높이는 일은 더 중요해졌다고”고 했다. 반대로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는 이미 사양 산업이 돼버렸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들의 분석이 더 이상 맞지도 않고, 돈만 축내는 곳을 민간 기업인 증권사가 더는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증권사가 리서치센터를 전폭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이상 애널리스트의 입지가 과거처럼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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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월 경상수지, 한달만에 흑자 전환… “하반기 더 개선”

    상품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보이면서 5월 경상수지가 한 달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반도체 경기 침체 등으로 침체됐던 수출 전선이 올 하반기에 회복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5월 경상수지는 19억3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4월 7억9000만 달러 적자를 낸 지 한 달 만에 흑자로 반전했다. 지난해 12월 26억8000만 달러 흑자 이후 5개월 만의 최대 흑자 폭이기도 하다. 경상수지 흑자 전환은 상품의 수출입 차이를 보여주는 상품수지가 두 달 연속 흑자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5월 상품수지는 18억2000만 달러로, 전월(5억8000만 달러)에 이어 또다시 흑자를 기록했고, 그 규모도 커졌다. 6월 전망도 나쁘지 않다. 앞서 2일 산업통상자원부는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를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수출 경기 부진은 여전하지만 조금씩은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분석이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로는 14.7% 감소했지만 전월(491억1000만 달러)보다는 증가한 527억5000만 달러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승용차 수출이 1년 전보다 52.9% 급증하면서 전체 수출을 견인했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 탓에 반도체 수출은 1년 전에 비해 35.6% 줄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올 1월 전년 동월 대비 ―43.4%까지 내려갔지만 이제는 점차 감소세가 완화되고 있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상품수지 개선세가 본격화돼 하반기 전체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반면 서비스수지는 내국인의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지난해 5월부터 매월 적자를 기록 중인 서비스수지는 5월에도 9억1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그중 여행수지 적자는 8억2000만 달러로, 전월(5억 달러)보다 적자 폭이 확대됐고, 운송지급이 늘면서 운송수지는 4월 3000만 달러 흑자에서 5월 3억5000만 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경상수지가 저점을 벗어났지만 올 하반기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향후 경상수지에는 여행객 증가와 원유 가격 변동, 수출 회복 시점 등의 변수들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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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용 한은총재, 중국 런민은행 판궁성 당서기와 만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중국 요청에 따라 3일 판궁성(潘功勝) 런민은행 공산당위원회 서기를 만났다. 런민은행은 이날 “판궁성이 이 총재와 회견했다. 양측은 거시경제 발전과 한중 금융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글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날 양측의 회동은 중국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북경사무소 순시 차 중국을 방문했고, 사전에 협의된 일정에 따라 이강(易綱) 런민은행장을 먼저 만났다. 이때 중국 측에서 새로 임명된 판 서기와의 만남을 즉석에서 제안했다. 판 서기는 2012년부터 런민은행 부행장으로 재임 중이며, 2015년 말부터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국가외환관리국 당 서기를 맡아 왔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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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행중 폰 사용-영화시청 가능, 음주-졸음운전은 안돼”

    “자율주행차, 정말 안전한가요?” 이르면 연내에 고속도로 등 특정 구간에선 핸들을 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레벨3 자율주행차가 일반에 판매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들 사이에선 자율주행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이 여전히 적지 않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차에 대한 궁금증을 Q&A로 정리했다. ―운전 중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거나 쇼핑을 해도 되나. “고속도로 등 자율주행 모드가 허용되는 구간에선 가능하다. 지난해 4월 시행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운전자가 자율주행 시스템을 사용해 운전하는 경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 금지, 방송 등 영상물 시청 금지, 영상표시장치 조작 금지 등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경찰은 이르면 연내에 출시되는 국내산 레벨3 자율주행차의 경우 정부의 안전 기준 조건을 충족해 해당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운전 중 술을 마시거나 자도 되나. “음주운전은 여전히 금지된다. 경찰은 레벨3 자율주행차의 경우 비상시 운전자가 대응해야 하며, 자율주행 모드가 허용되지 않는 구간도 있는 만큼 기존의 음주운전 규제를 그대로 적용할 방침이다. 같은 이유로 잠을 자서도 안 된다. 제조사들은 자율주행차에 운전자 모니터링시스템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눈 깜박임, 머리나 몸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 수면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그러다 이상반응을 감지하면 시끄러운 알림음을 내거나 안전띠 조이기 등의 방식으로 운전자에게 경고를 보낸다.” ―핸들을 안 잡은 상태에서 시속 몇 km까지 달릴 수 있나. “국토교통부의 ‘부분 자율주행 시스템 안전 기준’에 따르면 레벨3 자율주행 모드로 국내에서 운행 가능한 최고 속도는 시속 110km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도로마다 정해진 최고 속도를 초과할 순 없다.” ―주행 중 갑자기 낙하물이 덮쳐도 괜찮나. “자율주행 차량에는 인간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와 라이다(LiDAR), 레이더(RADAR) 등의 센서가 탑재된다. 센서들이 감지한 위험이 자율주행 시스템에서 대응 가능한 돌발 상황이라면 속도를 낮추면서 운전자의 개입을 요청하게 된다. 대응하지 못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라면 자율주행 시스템이 즉시 차량을 세우게 된다. 제조사들은 센서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모든 돌발 상황에서 자율주행 시스템이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 때문에 운전자는 레벨3 수준의 자율주행차라도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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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핸들 안잡는 자율車 ‘100% 준법운전’에… 성급한 뒷차들 ‘빵빵’

    ‘빵, 빵∼!’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4단지 사거리. 기자가 탄 자율주행차가 주황색 신호에 멈추자 따라오던 택시가 경적을 울려댔다. 자율주행차는 신호가 바뀔 때까지 남은 시간을 계산해 ‘무리한 좌회전’ 대신 ‘정지’를 선택했는데, 택시기사는 ‘속도를 더 내서 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것이다. 자율주행차와 일반차 운전자 간 인식 차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날 기자는 현대차동차의 자율주행 관련 자회사 포티투닷(42dot)의 지원을 받아 자율주행차를 체험했다. 항상 핸들을 잡을 필요가 없고, 전방을 계속 주시할 의무도 없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차였다. 체험 주행을 한 30여 분 동안 자율주행차는 대체로 안정적인 주행 실력을 보였다. 교통법규를 100% 완벽하게 지키면서 큰 불편없이 서울 시내를 누빌 수 있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의 모범 운전은 다른 운전자들의 답답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예를 들어 제한속도가 시속 50km인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는 시속 40km 중반대로 달렸는데, 이를 못 참은 운전자들이 연이어 추월하면서 앞질러 갔다. 기자가 답답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파란불이 들어온 후 앞 차량이 10초가량 출발하지 않았는데 자율주행차는 경적을 울리지 않고 계속 기다렸다. 기자가 조급한 표정을 짓자 체험에 동행한 안전요원은 “자율주행차 보급이 확대되면 이와 유사한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할 것”이라며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이 공존하려면 서로 간 이해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이르면 연내 본격 자율주행 시대 열린다 자동차 업계에선 연내에 본격적인 자율주행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 조만간 운전 중 핸들을 잡지 않고, 전방주시를 안 해도 되는 ‘레벨3’ 자율주행차를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레벨3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한 제네시스 G90을 올 하반기(7∼12월)나 내년 상반기(1∼6월) 출시할 예정이다. 기아는 올 5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 EV9 사전 계약을 받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상암동, 청계천, 세종시 등에서 기술연구와 테스트 목적으로만 제한적으로 허용됐던 레벨3 자율주행차가 전국 곳곳을 달릴 날이 머지않은 것이다. 현행 규정상 레벨2∼4 자율주행차는 고속도로 등 지정된 구간에서만 자율주행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레벨에 따라 운전자가 느끼는 차이는 크다. 레벨2에선 운전자가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고 핸들도 잡고 있어야 한다. 핸들을 놓으면 경고음이 울리도록 설계돼 있다. 반면 레벨3는 비상 상황이 발생해 시스템이 요청할 때만 핸들을 잡으면 된다. 레벨3 이상 자율주행 시대가 열리면 기자가 체험했던 자율주행차와 일반 차량 간 마찰이 일상화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차 업계와 정부 안팎에선 일반 차량의 배려를 유도하기 위해 별도의 등을 달거나, 라이트 색을 다르게 하는 등의 방안도 검토 중이다. 다만 일각에선 이 같은 조치가 오히려 추월 등 위험 운전을 늘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일반차와 조화롭게 달리기 위한 교통안전 캠페인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제조사들도 자율주행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전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운전자가 안전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무 사항을 명시하고, 도입 초기 국민 보호 차원에서 제조사 외 제3자가 안전성을 재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논란 불거질 듯 자율주행 시대 도래에 따른 다른 걱정거리도 있다. 먼저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가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자율주행차를 구입한 이들이 “자율주행 시스템이 운전하다 일어난 일을 왜 내가 책임지느냐”고 반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 법규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따르면 교통사고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이 지게 돼 있다. 사고가 나도 운전자가 기술 결함과 사고 간 인과관계 등을 밝혀야 한다. 사실상 제조사에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인 것이다. 이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2016년 5월 미 플로리다주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맞은편 대형 트럭과 충돌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자율주행 시스템이 흰색 트럭과 하늘을 구분하지 못해 사고가 난 것으로 판명됐지만 미 교통 당국은 결함이 아닌 기술적 한계라고 판단하고 운전자 과실로 결론내렸다. 예를 들어 제조사가 매뉴얼에 ‘자율주행차 운전자에게 안전운전 의무가 있다’는 문구를 삽입할 경우 제조사의 책임 회피가 더 쉬워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보험연구원의 황현아 손민숙 연구원은 올 4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존에 하드웨어만 공급하던 제조사가 이제는 소프트웨어까지 관리하는 만큼 제조사에 더 강한 책임을 부과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동 기획: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소방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도로공사 도로교통공단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교통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특별취재팀유근형 기자 noel@donga.com한재희 기자 hee@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송유근 기자 big@donga.com전혜진 기자 sunri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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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엔저에 “일본주식 사자”… 국내투자자 매수 ‘역대 최대’

    엔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올 상반기(1∼6월)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4만4752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해당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해와 2021년 상반기에는 각각 2만6272건, 2만6030건에 그쳤다.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월별 매수액은 지난해 6월 약 227만 달러에서 올 1월 6873만 달러로 증가한 데 이어 5월 1억7998만 달러, 지난달 2억9559만 달러로 치솟았다. 이는 일본 경제가 조만간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국면에서 탈출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더불어 엔화 약세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올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기준 2.7%로 경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긴축 가능성에도 일본은행(BOJ)이 통화정책의 완화 흐름을 유지해 외국인 자금을 끌어들이는 엔저 효과를 누렸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의 매력도가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현상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7% 오른 3만3753.33엔으로 1990년 3월 9일 이후 가장 높았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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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체감경기 암울… 대기업 계열사마저 자금난 걱정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6월에도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개선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걸었다. 기업들의 벌이가 신통치 않은 가운데 대기업 계열사들 가운데서도 신용등급이 강등되거나 대규모 증자에 나서는 기업들도 잇달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2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6월 전 산업 업황 BSI는 지난달과 동일한 76으로 집계됐다. 제조업 업황 BSI 역시 73으로 전월과 동일했고, 비제조업은 오히려 지난달보다 1포인트 떨어진 77로 나타났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기업 경영 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해 지수화한 것으로, 지수가 100을 밑돌면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는 의미다. 제조업 업황 BSI는 2월 63까지 내려갔다가 상승 전환됐지만 3∼4월 70, 5∼6월 73으로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의 체감 경기가 쉽사리 개선되지 못한 데는 반도체 경기 침체 영향이 컸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6월 BSI는 전월 대비 7포인트 하락한 67로 집계됐다. 7월 업황전망도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제조업 업황전망 BSI는 1포인트 하락한 72로 조사됐다. 황희진 한은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반도체 위탁생산 납품업체의 경쟁 심화로 전자·영상·통신장비 위주로 실적이 많이 악화됐다”며 “이번 달에는 가격 회복 지연을 우려한 업체가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대기업 계열사들의 자금난도 현실화되고 있다. 경영자금 조달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유상증자를 택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고, 신용등급 하향 조정도 이뤄지고 있는 것. SK이노베이션은 23일 이사회에서 1조1777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올해 1분기(1∼3월) 부채비율이 900% 이상까지 늘어난 CJ CGV도 주주배정과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총 1조200억 원 유상증자를 한다고 20일 공시했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신용등급이 일제히 내려갔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은 20일 롯데케미칼의 수익성 악화와 차입금 부담을 고려해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하향 조정했다. 롯데지주 역시 AA(부정적)에서 AA―(안정적)로 강등됐고 롯데물산, 롯데케미칼 등 다른 계열사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이 밖에 LG디스플레이는 A+에서 A로 하향됐고, 부동산 업황 부진의 피해를 입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금리 상태가 계속되면서 기업들의 재무적 건전성이 악화될 위험이 높아졌다”라며 “이는 내년 상반기까지 경기 침체를 더 심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기업의 경우 그룹 차원의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지원을 해도 업황이 곧바로 개선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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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비심리 13개월만에 ‘낙관적’… 1년뒤 물가전망은 안꺾여

    최근 물가 상승세가 주춤하고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가 13개월 만에 ‘낙관적’으로 돌아섰다. 2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중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7로 전월 대비 2.7포인트 높아졌다. 4개월 연속 오름세로 지난해 5월(102.9) 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CCSI는 △현재 생활형편 △생활형편 전망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현재 경기 판단 △향후 경기 전망 등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하는 지표로 100을 넘으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현재 경기 판단(69)이 지난달 대비 가장 큰 폭인 5포인트 올랐다. 향후 경기 전망(78)은 4포인트, 소비지출 전망(113)은 2포인트 상승했다. 나머지 현재 생활형편(89)과 생활형편 전망(93), 가계수입 전망(98)은 각각 1포인트씩 높아졌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CCSI 상승을 두고 “경기 부진 완화 기대, 대면 활동 확대 등에 따른 소비 회복 흐름과 물가 상승세 둔화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소비자가 1년 뒤의 물가를 가늠하는 물가수준전망은 146으로 전월과 동일했다. 전기요금과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외식 가격이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향후 1년에 대한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을 보여주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과 동일한 3.5%를 유지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주춤하는 가운데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지난달보다 8포인트 상승한 100으로 집계됐다. 실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달 전월 대비 0.01% 오르며 16개월 만에 반등했다. 금리수준전망지수는 114에서 105로 한 달 사이 9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한국 기준금리가 세 번 연속 동결되고 미국도 정책금리 목표범위를 현 수준(5.00∼5.2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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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우-폭염 예고에 밀 등 국제 곡물값 급등… 국내 식료품 가격 자극해 물가 요동 우려

    한국 정부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 ‘끈적한 인플레이션(sticky inflation)’과의 전쟁을 벌이는 가운데 ‘슈퍼 엘니뇨’라는 복병을 만났다. 올여름 2016년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엘니뇨로 곡물 생산이 타격을 입으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뜩이나 식량 공급망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이상기후 리스크까지 겹치면 국민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 기관들은 앞다퉈 올여름 이후 강력한 엘니뇨를 예고하고 있다. 엘니뇨는 동태평양과 중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 수개월 동안 지속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엘니뇨가 겨울까지 지속될 확률이 90%”라며 연말로 갈수록 엘니뇨 강도가 세질 것으로 예측한다. NOAA에 따르면 적도 태평양의 엘니뇨 감시 구역인 ‘니뇨 3.4’의 해수면 온도는 11∼17일 기준 이미 평년보다 0.9도 높은 28.6도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엘니뇨는 폭우와 폭염,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를 불러오며 주요 농산물, 곡물 생산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특히 호주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칠레와 브라질 등 남미의 주요 식량 원자재 생산국들이 엘니뇨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공급 차질로 인한 물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시장에서는 가격 상승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7월물 옥수수 가격은 26일 1부셸(약 27kg)당 6.45달러로 1일(5.93달러) 대비 약 8.8% 올랐다. 21일에는 6.71달러까지 치솟은 바 있다. 또 대두 선물(7월물)은 같은 기간 14.2% 뛰었고, 밀 선물(7월물)은 17.4% 치솟았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설탕 가격 지수는 올해 들어 34.9% 오른 157.6으로 집계됐다. 식량 원자재 가격이 뛰고, 이를 원료로 하는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겨우 진정되기 시작한 국내 소비자물가도 ‘밥상 물가’를 중심으로 다시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5월 전년 동기 대비 4.2% 올라 지난해 하반기(7∼12월·5.6%)에 비해 상승 폭을 줄였고, 5월에는 3.3%로 빠르게 둔화됐다. 하지만 국제 유가 상승과 공공요금 인상 등에 엘니뇨발 식료품 가격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물가가 꿈틀거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올해 1월 주요 선진국들보다 먼저 금리를 동결시킨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권의 대출연체율이 치솟고 경기 불안이 이어지고 있어 물가가 뛴다고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한투자증권 하건형 수석 연구원은 “에너지 및 일부 식료품의 자급자족이 가능한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식료품과 에너지 물가가 원자재 가격에 민감하게 움직인다”며 “하반기 물가 불안 재점화에 대한 경계심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상기후 리스크가 과거에 비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이것만으로 한은이 금리를 인상하기는 어렵겠지만, 따져야 할 ‘득과 실’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발표한 ‘엘니뇨에 따른 기후·경제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서 “1960∼2019년 엘니뇨 발생으로 인한 세계경제 손실은 평균 3조4000억 달러였다”며 “회색코뿔소(예상할 수 있지만 간과하기 쉬운 위험)인 엘니뇨가 내년까지 세계 경제 회복에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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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회복 기대 꺾이고… 엘니뇨에 물가는 들썩

    하반기(7∼12월)를 눈앞에 둔 가운데 여전히 경제 상황에 회복 기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올 초부터 하반기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으나 산업 현장에선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침체 하반기 성장)’ 흐름이 예상만큼 나타나지 않는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전국 2307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3분기(7∼9월)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3분기 BSI가 91로 집계됐다고 27일 밝혔다. 지난 분기 조사 결과(94)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BSI가 100보다 높을수록 전 분기 대비 경기 전망을 긍정적으로 본다는 의미이고 100보다 낮을수록 반대다. 올 2분기(4∼6월)에 크게 올랐던 긍정 전망이 하반기로 접어들며 오히려 꺾이는 모양새다. 같은 기간 내수(94→90), 수출(97→94) BSI가 모두 낮아졌다. 업종별로도 주력 업종인 정보기술(IT)·가전(83), 전기(86), 철강(85) 등에서 기준치를 크게 하회했다. 상승세를 보이던 자동차(98), 화장품(93) 업종도 부정 전망이 더 많았다. 주력 업종 중심으로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던 주요 기관들의 전망과는 다른 흐름이다. 정책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올해 말에도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 목표(2%)를 웃돌 것으로 전망돼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은 데다 재정 투입 여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여름 7년 만에 ‘슈퍼’ 엘니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더해 이상 기후로 식량 원자재 공급 차질이 빚어지면 겨우 둔화세를 보이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미 설탕 가격이 뛰는 등 ‘밥상 물가’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인다. 경기 부양 재정 여력 역시 충분치 않다. 올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 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 원 줄었다.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원을 넘어서 재정 건전성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올 하반기 수출, 투자를 중심으로 민간 활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경제 정책을 운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국무회의에서 “하반기에는 국민들께서 변화의 결실을 체감할 수 있도록 국무위원들이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에 총력을 다해 달라”고 지시했다. “高물가-中 소비둔화로 3분기까지 침체”… 기업 실적 전망 하향 한은 “물가 다시 뛰어 연말 3%안팎”中시장 ‘리오프닝’ 예상보다 지체기업 62% “상반기 목표달성 어려워”3분기 실적전망도 3개월 만에 낮춰 #1. 삼성전자는 올해 기대작인 폴더블 스마트폰 신제품 판매 목표치를 지난해 대비 1.3배로 잡았다. 전작 출시 때 전년 대비 1.5배로 잡았던 것보다 다소 보수적으로 잡은 목표다. 가전 사업에서도 가동률 조정, 수익성 제고 등 ‘체질 개선’이 하반기(7∼12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의 한 고위 임원은 “최소 3분기(7∼9월)까지는 시장 침체가 지속될 거라고 보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2. 자동차, 배터리 업계에선 올 들어 주요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 증가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 집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1∼5월 누적 현지 전기차 판매량은 5만69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3.8% 감소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 구매력 회복에 시간이 필요하다. 외부에서 전망하는 드라마틱한 우상향은 이뤄지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주요 업계에서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고물가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서 주요 지표들도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307개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기 회복세가 더뎌지면서 상반기(1∼6월) 영업실적도 당초 목표에 미달한다고 보는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올해 계획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응답 기업의 43.5%가 ‘소폭 미달’을 예상했고, 18.9%는 ‘크게 미달할 것’이라고 응답해 62.4%의 기업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주요 대기업의 3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가 하향 조정되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이날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3개월 전 4조4189억 원에서 이달 26일 기준 3조6478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LG디스플레이는 ―1054억 원에서 ―2791억 원으로 적자 전망이 커졌다. 포스코홀딩스는 1조5290억 원에서 1조2507억 원으로, 에쓰오일은 6427억 원에서 5265억 원으로 영업이익 전망치가 줄었다. 이 외에 삼성SDI, CJ제일제당, 현대제철, LG생활건강 등 다수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3개월 새 하향 조정됐다. 하반기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배경 중 하나로 고물가로 인한 소비 둔화 지속이 꼽힌다. 한국은행은 19일 내놓은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까지 뚜렷한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2%대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으나 이후 다시 높아져 등락하다가 연말경 3% 내외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보다 3.3%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으로 기대됐던 중국 시장의 리오프닝(재개)이 예상보다 지체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김광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가 청년층의 실업률 증가 및 재화 소비 둔화 추세가 이어지며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27일 발표한 ‘국제사회 제재에 대한 러시아 대응 시나리오별 한국 경제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 원자재(원유, 천연가스, 석탄) 가격이 10% 상승하면 전 산업의 생산 비용은 0.6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대중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되는 가운데 내수 소비도 둔화 추세를 보이는 만큼 소비 진작을 위한 통화 정책이나 수출 둔화 문제를 해소할 중장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곽도영 기자 now@donga.com신아형 기자 abro@donga.com세종=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홍석호 기자 will@donga.com변종국 기자 bjk@donga.com}

    • 202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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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對美 경상수지 사상최대 흑자… 對中수지는 21년만에 적자로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가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극과 극의 성적표를 거뒀다. 대미 경상수지는 사상 최대 규모 흑자를 기록한 반면에 대중 수지는 수출 부진으로 2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2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지역별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 대한 경상수지 흑자는 677억9000만 달러로 전년(455억4000만 달러)보다 222억5000만 달러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승용차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대미 상품수지(563억8000만 달러)가 2014년 이후 최대 흑자를 낸 영향이 컸다. 서비스수지는 20억2000만 달러 적자를 냈지만, 이 역시 운송수입이 증가하면서 2005년(33억 달러 적자) 이후 최소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대중 수지 흑자는 전년(234억1000만 달러) 대비 312억 달러 쪼그라든 ―77억7000만 달러(적자 전환)로 집계됐다. 대중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것은 2001년(―7억6000만 달러) 이후 21년 만이고 적자 규모도 역대 최대다. 반도체 등 기계·정밀기기와 석유제품의 수출이 감소한 반면에 원자재 등의 수입은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화용 한은 경제통계국 국제수지팀장은 “대중 수출 부진은 반도체 영향이 큰데, 향후 중국에서 전자기기 생산이 늘어나면서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 직접투자도 함께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664억1000만 달러로 전년(660억 달러)에 비해 소폭 늘었다. 투자는 주로 중국과 동남아에 몰렸다. 중국과 동남아에 대한 직접투자 규모는 각각 72억9000만 달러, 153억4000만 달러로 모두 역대 최대였다. 증권투자는 글로벌 증시 부진 등으로 내국인의 해외 투자와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모두 감소했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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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계대출 늘며 금융 불안… 취약차주 40%, 빚이 연소득보다 많아

    올 들어 부동산 가격 하락 폭 축소 등에 가계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하면서 한국 금융시스템이 더 취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층과 자영업자, 저소득·저신용의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대출 및 연체가 늘어나고 있어 향후 부실 확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 취약성지수 상승, “취약 차주 40%는 연소득보다 못 갚은 빚이 더 많아”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시스템의 중장기적 취약성을 보여주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1∼3월) 7개 분기 만에 상승세로 돌아선 48.1로 집계됐다. 2021년 2분기(4∼6월) 59.4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4분기(10∼12월) 46.0까지 내려왔던 FVI가 다시 오른 것이다.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 폭이 4월 2조3000억 원, 5월 4조2000억 원으로 빠르게 늘고 있어 올해 2분기 FVI가 더 높아질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가계 빚만 불어난 것이 아니라 연체율도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1분기 금융권 전체에서 0.83%로 지난해 4분기(0.66%)보다 0.17%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연체율이 0.80%를 넘은 것은 2020년 2분기 이후 처음이다. 특히 소득이 적거나 신용이 낮은 취약 차주의 연체가 늘고 있다는 점이 심상치 않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중 신규 연체차주와 신규 연체잔액에서 취약 차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8.8%, 62.8%에 달했다. 게다가 신규 연체 취약 차주 중 39.5%는 갚지 못하고 있는 빚이 연소득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사정도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소득 개선은 더딘 반면에 부채 규모는 빠르게 증가한 것이다.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7.6% 증가했다. 이는 2019년 말(684조9000억 원)보다는 50.9% 불어난 규모다. 한은은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더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 분석 결과 자영업자대출의 연체위험률은 올해 말 3.1%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나아가 이 중 취약 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치솟을 것으로 분석된다. ● “약 9만 가구가 전세금 반환 어려움 겪을 수 있어” 주택시장 가격 변동도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꼽혔다. 주택가격의 급격한 조정으로 자산규모가 쪼그라들면 가계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에 따르면 주택가격 조정으로 가계 평균 순자산은 2021년 12월 말 4억4000만 원에서 올해 3월 말 3억9000만 원으로 5000만 원 감소했다. 더불어 금융부채 보유 가구 중 고위험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2.7%에서 5.0%로 확대됐다. 고위험가구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자산대비부채비율(DTA)이 100%를 모두 상회하는 가구를 뜻한다. 올해 임대가구가 세입자에게 반환해야 할 보증금 차액은 24조2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총 116만7000가구인 임대가구의 대다수는 보유 금융자산과 추가 차입 등을 통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하면서도, 차입 후에도 보증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는 가구의 비중을 약 4.1∼7.6%로 진단했다. 최대 8만8700가구에 달한다. 한은은 “주택 가격이 급격히 하락할 경우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반환 부담 증대, 미분양 주택 물량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문의 부실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2023-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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