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하

주성하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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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련 사이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http://nambuk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zsh75@donga.com

취재분야

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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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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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맥심 카누’ 발매 10주년 프로모션… 캠핑-문화생활 상품 제공 이벤트

    국내 1위 인스턴트 원두커피 ‘맥심 카누’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카페’라는 브랜드 슬로건 아래 다양한 프로모션을 선보이며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동서식품은 카누 발매 10주년을 맞아 14일부터 맥심 카누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푸짐한 경품 혜택을 제공하는 ‘맥심 카누 패들 포인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최근 비대면 생활이 일상화된 가운데 캠핑, 피크닉 등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에 발맞춰 기획됐다. 카누 제품을 살 때 부여되는 ‘패들 포인트’를 모으면 적립된 포인트에 따라 다양한 캠핑 및 문화생활 상품을 제공한다. 대상 제품은 카누 아메리카노 2종, 카누 디카페인, 카누 시그니처 미니 2종, 카누 라떼, 카누 티라미수 라떼 등 11종이다. 카누 패들 포인트 프로모션이 인쇄된 스페셜 제품 구입 후 패키지에 인쇄된 난수번호를 맥심 카누의 소비자 리워드 플랫폼인 ‘카누 패들 포인트’ 앱에 입력하면 제품에 따라 0.5∼1패들 포인트가 쌓인다. 적립 포인트는 최소 2패들 포인트부터 사용할 수 있으며 누적된 포인트에 따라 밤켈 쿨러, 밤켈 워터 저그 등 8종의 캠핑용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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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후변화 전문가-산업계, 탄소중립 이행 방안 머리 맞댄다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및 온실가스 감축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지난달 31일부터 13일까지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됐다. 회의에는 197개 당사국 정부대표단을 포함하여 산업계, 시민단체, 연구기관 등에서 온 4만여 명이 참석했다. 약 2주에 걸쳐 진행된 이번 회의는 당초 폐막일(12일)을 하루 넘기면서까지 치열한 협상을 한 끝에 ‘글래스고 기후합의’를 대표 결정문으로 채택했다. 합의에는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감축이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COP26 결정문에 따라 각국의 정부는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과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을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Re100(사용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 캠페인을 통해 제품 생산과정 등에서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으며, 글로벌 투자 패러다임 또한 기업의 재무적 요소뿐 아니라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이슈를 중시하는 새로운 그린투자 패러다임으로 전환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자국의 산업계 비용 부담을 상쇄하기 위해 2023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제조업 비중과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역시 정부와 산업계가 손을 잡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나서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와 함께 4월 민관 협력의 컨트롤타워인 ‘탄소중립 산업전환 추진위원회’를 출범하고, 산업부문 탄소중립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한 방향을 논의해 왔다. 업계 또한 업종별 협의회(9개 업종)를 통해 탄소중립 공동선언을 하고 석유화학-바이오 연대 협력 선언, 자동차 탄소중립 5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등 탄소중립에 자발적 동참 의지를 표명하였다. 산업부는 탄소중립 지원정책의 첫 단추로 17일 ‘탄소중립 산업·에너지 R&D(연구개발) 전략’을 발표했다. 또한 산업계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12월까지 중장기적 산업부문 탄소중립 추진 전략과 정부의 정책 및 재정 총력 지원 방안을 담은 ‘탄소중립 산업大전환 비전과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산업부와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COP26 회의 내용에 발맞춰 산업계의 탄소중립을 위한 실질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고자 25, 26일 이틀간 ‘2021 산업계 탄소중립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올해로 16회째를 맞는 콘퍼런스는 ‘산업계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그린투자 대응 전략’이라는 주제로 국내외 기후변화 전문가와 산업계 관계자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산업계 탄소중립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첫째 날인 25일에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존 번 델라웨어대 에너지·기후변화정책 석좌교수, 케리 워링 국제기업지배구조연대(ICGN) 대표, 안드레이 마르쿠 유럽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전환 라운드테이블(ERCST) 소장 등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이들은 파리협정 이행, 그린투자 패러다임 전환 및 산업계 글로벌 규제 대응 전략 등을 발표하며 세션별로 국내 전문가들의 패널토론이 진행된다. 26일에는 국내외 기후변화 정책과 산업계 대응 전략을 논의한 뒤 탄소중립 대응을 위한 주요 국내외 우수기업의 사례를 공유할 예정이다. 이번 콘퍼런스는 해외 연사는 온라인으로, 국내 연사 및 패널은 오프라인으로 현장에 참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등록을 마친 참가자들은 온라인 생중계 링크를 통해 콘퍼런스에 참여할 수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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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가거점국립대학이 지역 성장동력… 상생 협력체계 구축을”

    《대학의 미래와 고등교육 방향 등을 모색하는 제2차 고등교육 정책포럼이 22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 호텔에서 열렸다. ‘국가균형발전과 고등교육의 방향’을 주제로 열린 포럼은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와 국회 교육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포럼에서는 마강래 중앙대 교수와 반상진 전북대 교수가 발제를 했으며 김동원 전북대 총장, 김수갑 충북대 총장, 홍원화 경북대 총장,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 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이 토론에 나섰다. 발제와 토론에서는 대학이 처한 위기 상황을 진단하고 이의 해결과 대학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다. 축사에서 조해진 국회 교육위원장은 “지방대학 경쟁력 저하가 지방 소멸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지방대학 살리기가 국가의 중점 정책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정부는 대학의 자율적인 혁신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혁신플랫폼’과 같은 정책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사열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국가거점국립대는 지식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노력해야 하며, 정부와 지방정부는 상생적 협력 구축이 되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초강력 메가시티 조성하자마강래 중앙대 교수수도권 쏠림 현상이 국가적 위기를 만들고 있다. 첨단 기업들이 서울 강남과 경기 판교로 몰리고, 스타트업 기업들도 서울을 중심으로 발달하면서 수도권에선 집값 폭등과 출산율 하락이라는 사회 경제적 문제가 발생했다. 반면 지방은 인구 3만 명 이하의 군이 2000년 6개에서 2020년 18개로 급속히 늘어나고 있는 등 소멸 위험이 높은 지역이 계속 늘고 있다. 지방 중소도시들에선 상위 계층을 위한 생활 인프라가 점점 줄어들고 주민 1인당 행정비용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비수도권의 위기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긴밀한 연관성이 있으며 비수도권 대학의 위기 또한 산업구조 변화로 인한 ‘사회적 인구이동’과 관련돼 있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만드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비수도권에도 힘을 모을 공간이 필요하고 젊은 산업 인력의 특징을 면밀히 분석해 이들을 유치해야 한다. 젊은이들의 도심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첨단산업도 이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에너지가 폭발하는 거점의 조건으로 서울의 도심처럼 일과 삶, 놀이, 배움 등 다양한 기능이 융복합된 환경 조성이 필요하고,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충청권과 대구·경북권, 광주·전남권, 부산·울산·경남권 4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초광역 메가시티 조성 논의를 하루 빨리 현실로 옮겨야 한다. 현재 국회에선 초광역권 계획을 현실화하기 위한 국토기본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발의됐고,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방에서도 현실에 맞게 지방자치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비수도권 거점 대학들도 이러한 현실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공유성장형 대학연합 도입을 반상진 전북대 교수한국 교육은 극단화된 대학 서열 구조와 학벌 중시 고용 구조라는 블랙홀에 빠져 있다. 고정관념을 벗어난 새로운 사고로 고등교육의 대전환을 이룩할 시기를 더는 미룰 수 없다. 최근 국립대학은 고등교육 체제의 기초 체력 붕괴, 대학의 재정위기와 학생의 교육비 증가, 지역 간 대학의 교육과 연구 격차, 대학에 대한 공신력 약화 등의 위기를 겪고 있다. 위기 극복을 위해 ‘공유성장형 대학연합체제’ 구축을 제안한다. 이는 대학 간 물적·인적 자원 공유를 통해 대학 경쟁력을 향상시켜 대학 교육과 학위의 사회적 공신력을 확보하고 개별 대학의 경쟁력이 아닌 대학 체제의 경쟁력 강화를 지향하는 공유성장 체제이다. 국립대 대학원은 교육 과정과 강의 개방, 학점 교류, 교수 교류 등을 확대하며, 대학원생 선발 공동 최소 기준 도입, 공동 지도교수제 및 공동 학위제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동 연구 활성화를 위한 컨소시엄’을 도입하고, ‘연구중심 국립대학연합운영위원회’(가칭)를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 대학 역시 교육 과정과 강의 개방, 학점 교류, 교수 교류 등을 확대하면서 학력 인증제와 공동 학생선발제, 공동 학위제를 도입하고, ‘권역별 국립대학연합운영위원회’(가칭)를 만들어야 한다. 대학의 변화 과정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으려면 국가적 차원의 대학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국공립대 등록금 무상화, 사립대 반값 등록금을 실시하며 고등교육 재정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인 국내총생산(GDP)의 1.1%를 투자해야 한다. 동시에 ‘선교육-후평가 체제’로 대학의 내적 역량 강화와 자율 성장, 사회적 책임 강화를 이룩해야 한다. 대학 경쟁력 높이기 위해 ‘쓴소리’ 하겠다 송석언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장송석언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 회장(제주대 총장)은 고등교육정책포럼을 연 이유를 “대학의 미래와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송 회장은 국립대를 포함해 지방대는 “학령인구 감소, 대학 재정 악화, 지방대학 기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번 포럼에서는 지역 혁신 거점으로서 대학의 역할과 국가균형발전과 연계한 교육·연구 생태계 구축 등에 대해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차기 정부에 제시할 6가지 대학정책으로 국립대학법 제정, 공공기관 지역인재 채용의무제 개선, 국·공립 지방대학 무상교육,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및 연구비 지역 배분 확대, 지방대학 내 국책연구소 설치, 지방대학 과학기술특성화 단과대학 지원을 꼽았다. 제안의 바탕에는 대학을 성장 동력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들어 있다. 그는 “신정부 출범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열리는 포럼에 대한 관심이 고등교육의 발전을 이끄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거점국립대 총장들이 나선 것은 “광역지자체에서 가장 규모가 큰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책무와 대학의 역할을 극대화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며 “앞으로 고등교육정책포럼은 대학의 위기를 극복하고 글로벌 수준의 대학 경쟁력에 필요한 것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겠다”고 했다. 이번 포럼을 위해 강원대 경북대 경상대 부산대 전남대 전북대 제주대 충남대 충북대 총장들과 서울대 총장은 작년 10월부터 매주 금요일 원격 화상회의와 대면회의로 고등교육발전을 위한 논의를 해왔다.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는 8월 1차 고등교육 정책포럼을 열고 ‘지자체-대학-산업체’ 간 협력기반 혁신교육모델을 통한 대한민국 고등교육 방향을 모색한 바 있다.연합대학 프로그램 정착위해 지원 강화 필요 김동원 전북대 총장공유성장형의 국립대 연합체제 제안을 환영한다. 최근 서울대 포함 10개 국가거점국립대에서 학부생과 대학원생, 교수로 나눠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세 그룹 모두 거점국립대 간의 학점교류 및 교환학생, 교환교수 등의 프로그램을 선호했다. 연합체제 구축의 기대효과는 이동성 강화를 통한 교육 수준의 질적 제고와 교육 콘텐츠 공동 활용, 자원 공동 활용과 교육 격차의 완화이다. 2023년 이후에는 각 대학별 200명 이상의 교환학생이, 2025년 이후에는 각 대학별 500명 이상의 학생이 복수전공, 마이크로학위 등을 위해 교류될 것으로 예상한다. 교육과 공동연구를 위한 교수 교류도 활성화될 것이다. 특히 지역인재 채용의무 할당제가 30%+20% 방식으로 확대되면, 혁신도시 공공기관 취업을 위한 특화 공동교육 프로그램 참여자가 크게 증가할 것이다. 대학별 중점교육·연구 분야가 정해지는 향후 3∼5년 이후에는 연합대학 체제의 구축이 활발히 추진될 것이다. 정부의 재정지원 강화와 관련 제도의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 국립대-정부-산업체 연계해 지역문제 해결해야 김수갑 충북대 총장고등교육 정책은 국가균형 정책의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혁신거점의 플랫폼으로서 대학, 특히 국립대에 축적된 인적·물적·지적 자원을 지역정부, 산업체, 교육기관, 민간기관 등과 연계하여 지역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 및 도시 발전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둘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역대학 간의 실질적 협업의 활성화 및 상생을 유도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셋째, 국립대학의 공공성, 자율성 및 사회적 책무성을 강화하고,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 재정지원의 충분성 및 안정성 제고를 위해 국립대학법 제정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사립대학법도 필요하다. 넷째, 지역의 인재가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혁신도시법과 지방대육성법에서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할당을 강화해야 한다. 다섯째, 대학진단체제 개편과 관련해 대학기본역량진단과 대학기관인증평가의 연계 및 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지역대학 주도형 연구개발 사업으로 전환 절실 홍원화 경북대 총장“수도권에서 멀수록 대학 위기는 가깝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학령인구 감소가 위기를 불러올 것으로 예견했지만 닥친 현실은 생각보다 심각하다. 인력과 산업,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대학의 위기는 지역 소멸의 위기를 의미한다. 대학 연구력 향상을 통해 지방대학의 우수 인력과 기술이 지역산업과 결합하여 성장 동력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의 노력과 더불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절실하다. 국가균형발전은 교육균형발전으로부터 시작된다. ‘연구개발(R&D) 분권’ 실현을 위해 정부의 대학 R&D 사업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지역 및 지역대학 주도 방식으로 R&D 사업 구조를 개편하고, 대학연구소 활성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국립대학이 우수 연구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년 및 보수 등 신분의 제한과 관련된 법령에 예외 규정 등을 신설해야 한다. 추가 인센티브, 학과 및 연구소 신설 등 행정·재정적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 고등교육 공공성 확보위해 재정 확대 필요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동-남갑, 국회 교육위원회)2021년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두 가지에 집중했다. 첫째,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반드시 국가 차원의 재정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과 둘째, 지방대학의 위기는 곧 지역 소멸이기에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는 고등교육 생태계 구축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본 의원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진행한 ‘3주기 대학기본역량진단’과 ‘지역혁신플랫폼’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설문에 응답한 147개 대학은 대학기본역량진단에 꼭 포함해야 하는 지표로 ‘학생중심평가, 대학의 자율혁신 노력, 지역사회 동반성장’을 꼽았다. 중요한 지적이다. 대학이 지역사회와 동떨어져 섬처럼 남아서는 안 된다. 또 ‘지역혁신플랫폼 사업의 목적과 내용이 본인의 기관에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90% 이상, ‘다른 지역에도 지역혁신플랫폼 사업 수행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도 80% 이상이었다. 고등교육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방도 수도권도 같이 살 수 있는 묘안이 시급하다. 고등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한 국가적 의지가 절실하다. 반상진 교수가 제안하는 국가책임 대학재정지원체제 개편이 필요한 이유다. 국가균형발전 정책 핵심은 ‘초광역 협력’신익현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관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을 위해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초광역 협력’이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 전략으로 부각되고 있다. 교육부는 인력 양성 체제 혁신을 통해 지자체와 대학이 협력하는 대학혁신, 청년 일자리와 정주 여건이 연계된 지역혁신 플랫폼이 내실화하고 확대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인력 양성은 지역의 인구 소멸에 대응하고 국가 경쟁력 강화에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국가균형발전 정책에서 부수적으로 다뤄져 왔다. 대학 간 경계를 넘어 동반성장을 통해 지역의 인재 양성을 지원하는 공유대학 같은 연합대학이 지역의 대학발전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교육부는 연합대학이 지역혁신 플랫폼과 함께 지역대학 혁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고등교육기관의 한 유형이 될 수 있을지 법제화를 검토하겠다. 이와 함께 국립대학 위상 강화와 자율적 운영에 필요한 재정 확보를 위한 국립대학법 제정을 국회와 협의 중이다. 법제화가 되면 국립대학 재정은 책무성에 맞게 확충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동아일보 공동기획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 2021-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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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은 왜 삼지연을 10번이나 시찰했을까[주성하의 北카페]

    김정은이 35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6일 백두산 아래 위치한 삼지연시 꾸리기 3단계 공사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지 지도를 했는데, 2012년 12월부터 9년 사이 삼지연에만 10번이나 찾아갔습니다. 삼지연시 간부들은 죽을 맛이겠습니다. 김정은이 자주 찾아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죠. 올 때마다 이번엔 무슨 평가를 내릴지 조마조마할 겁니다. 칭찬 받으면 승진이겠지만 욕먹으면 목을 내대야 합니다. 승진하려는 욕심에 목숨 걸 사람은 없겠죠. 김정은이 집권 이후 삼지연만큼 자주 찾아간 곳이 강원도 원산입니다. 강원도 간부들은 죽을 맛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김정은은 원산을 자주 방문하는데, 그래서 강원도와 원산의 간부들은 다른 지역 간부들로부터 동정의 시선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럼 왜 김정은은 원산과 삼지연에 이처럼 큰 관심을 가질까요. 김일성 시대부터 북한 권력자가 현지 시찰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면 대개 그 주변에 애용하는 별장이 있습니다. 거기 찾아가 놀다가 심심하면 밖에 나와 돌아보는 것이 현지 지도가 됩니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 원산을 수없이 들락거린 것도 원산 송도원 옆에 김정은이 태어난 ‘602초대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곳에서 어릴 적 향수를 느끼며 놀다가 심심하면 나와서 원산 시내 좀 돌아보면서 “뭔 도시가 이따위냐”는 식으로 호통 좀 치고 들어가는 겁니다. 이것 역시 정신적 스트레스를 푸는 행동입니다. 한편으로 주기적으로 대내외에 “내가 멀쩡하게 살아있고, 나라를 잘 통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김정은이 삼지연을 10번이나 찾은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아마 원산 다음으로 많이 방문한 지방이 삼지연일 겁니다. 삼지연에도 김일성 때부터 김 씨 부자들이 애용하던 별장이 있습니다. 김일성이 특히 애용했고, 김정일은 잘 다니지 않았지만, 김정은이 다시 자주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럴까요. 백두산 아래는 공기도 좋지만, 고도가 높은 지대에 살수록 심장마비와 뇌졸중에 걸릴 위험성이 낮아진다는 연구도 있어 특히 자주 가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이 가장 우려하는 질환이 바로 심혈관질병이 아닐까요. 일단 유전적으로 취약합니다. 할아버지 김일성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아버지 김정일은 뇌졸중으로 사망했습니다. 게다가 김정은은 몸무게가 100㎏ 이상 나가 이런 질병에 더 취약합니다. 그래서 백두산을 열심히 찾아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을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어릴 때부터 살았던 스위스의 수도 베른은 해발고도 500m 이상이었고, 주변에는 알프스 산맥이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컸던 김정은이니 고산지대가 몸에 맞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별장을 가는 길에 삼지연 시내를 보니 매우 거슬렸겠죠. 삼지연은 워낙 외진 곳에 있는 곳이라 발전이 별로 없고, 도시도 매우 낙후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무슨 군 소재지가 이렇게 더럽냐. 당장 멋있게 꾸려라”고 호통을 쳤겠죠. 김일성이나 김정일은 외국에서 살지 않고, 인생의 대다수 시간을 북한에서만 보냈기 때문에 낡은 도시가 익숙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스위스 알프스 산맥의 멋진 집들을 보고 자라온 김정은에겐 백두산 아래에 이렇게 남루한 집들이 있다는 것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이후 백두산 별장에 갈 때마다 삼지연을 돌아보며 이것저것 잔소리하다보니 벌써 10번이나 찾았겠죠. 양강도 도 소재지인 혜산을 현지 시찰했다는 공식 보도는 없는데, 양강도에서도 가장 외진 지역인 삼지연만 뻔질나게 드나듭니다. 삼지연엔 공항이 있어 혜산을 들리지 않고도 전용기를 타고 곧바로 갈 수 있기 때문이겠죠. 북한 전체를 다스려야 할 김정은이 도 소재지는 가지도 않고, 외진 시골의 한 지역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16일 김정은의 삼지연 방문은 그가 올해 평양 밖을 시찰한 첫 사례입니다. 올 한해 거의 활동이 없었는데,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보기엔 “저렇게 놀아도 권력이 유지 되는가” 싶어 부러움을 살 일입니다. 김정은은 그동안 왜 지방엔 나가지 않았을까요. 그토록 좋아하는 포사격이나 미사일 발사 참관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올해 달라진 김정은의 체형과 연관지어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김정은은 올해 최소 20㎏ 이상 감량을 했다고 합니다. 주지육림에 빠져 살 수 있는 김정은이 그 모든 유혹을 참고 살을 뺐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긴 합니다. 살을 빼기 위해 위 절제 수술을 받았든, 운동을 했든, 아무튼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입니다. 살을 빼는 동안 정신적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고, 폭식하는 일이 생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선 일상과 멀어져야 했을 겁니다. 또 운동과 요양도 병행이 돼야 하겠죠. 전국에 수십 개의 별장을 갖고 있는 김정은이 평양에만 붙어있기는 답답할 겁니다. 원산에도 찾아가 지냈을 것이고, 다른 곳에도 다녔을 것입니다. 이번 삼지연 방문도 일부러 도시 건설을 파악하기 위해 갔다기 보단 백두산 별장에서 보내다가 잠깐 나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저는 김정은의 삼지연 시찰 보도를 접하고, 사진 속 김정은 얼굴부터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혈색이 좋아 보이더군요. 당장 죽을병에 걸린 것은 아닌 듯합니다. 그렇지만 올 한해 지방 시찰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주 건강한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처럼 김정은이 오랫동안 사라지면 외부에서 꼭 등장하는 것이 건강이상설이죠. 김정은이 갑자기 사망하면 북한에 큰 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절대적 권위자가 사라진 북한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죽으면 여동생 김여정이 물려받아 큰 혼란이 없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만 권력을 물려받는 것과 권력을 지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에도 김정은이 권력을 지킬 수 없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김정은은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례 때문에 북한 체제라면 김여정도 권력을 잘 휘두를 수 있다고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이 가부장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여성 권력자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일부는 맞는 말이지만 그게 핵심은 아닙니다. 권력은 하루아침에 물려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김정은 역시 3년이나 권력이양기를 거쳤습니다. 김정일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다가 깨어난 뒤 아들에게 권력을 물려주는 일에 3년 내내 몰두했습니다. 가장 먼저 비밀경찰인 보위부의 권력을 넘겨주고, 이후 군부를 넘겨주었으며, 당을 장악하게 했습니다. 한편으로 나라의 금고라고 할 수 있는 39호실과 군부 돈줄을 모두 장악하게 했습니다. 이렇게 2년 동안 치밀한 로드맵을 거쳐 권력과 돈을 다 물려준 뒤 2010년 9월에야 김일성광장에 아들을 데리고 나와 “내 후계자는 김정은이다”라고 대내외에 알렸습니다. 권력 세습의 정통성을 확인시켜준 것이죠. 만약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가령 장성택과 그의 측근들은 맏아들인 김정남을 밀고, 조직지도부는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을 밀고, 누구는 김정은을 밀고 그러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손을 들어줄 김정일은 갑자기 죽었기 때문에 누구도 자신의 논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습니다. 권력 투쟁에서 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각 파벌은 목숨 건 권력 다툼에 나설 것이고, 이럴 경우 피바람이 불어 북한에 혼란이 오게 됩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3남 김정은을 낙점해 인민들 앞에서 공표했기 때문에 김정은 아닌 다른 아들을 미는 사람은 정통성을 주장하기 어려웠죠. 단순하게 후계자로 인정했다고 그가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뿐만 아니라 당, 정, 군과 함께 비밀경찰과 돈까지 김정은이 미리 틀어쥐게 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통치가 가능했죠. 반면 지금 김정은이 쓰러지면 김여정은 아무런 세습 과정도, 정당성도 없이 권력을 물려받게 됩니다. 가뜩이나 허약한 4대 세습에서 권력과 총대, 돈을 장악하지 못한 김여정이 북한을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젊은 김정은이 벌써 아버지처럼 김여정에게 권력을 물려줄 수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김정은이 갑자기 쓰러지면 북한이 그만큼 위험해지는 것이죠. 김정은이 오랫동안 사라지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그래서 위험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삼지연에 나타난 김정은의 혈색을 보니 당분간은 건강이상설은 나올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다만 그가 내년에도 평양 밖을 다니지 않는다면 건강이상설은 언제든지 고개를 다시 들게 될 것입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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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지긋지긋한 짝사랑, 그만두면 안 되나

    문재인 대통령이 9월 유엔총회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제안한 지 벌써 한 달 반이 넘었다. 그러는 사이 한국에선 차기 대통령 후보가 정해져 정치권은 대선 정국에 들어갔다. 임기가 몇 달 남지 않은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매듭지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김정은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어떻게 한국 정부와 상대할지 주판알을 튀기고 있을 것이다. 일단 두 후보의 대북 공약을 보면 파격적이라고 볼 것이 거의 없다. 이 후보는 햇볕정책을 계승하겠다고 했고, 윤 후보는 비핵화 진전에 따른 단계별 남북 화해 정책을 펼치겠다고 해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김정은 처지에서 볼 때 전혀 구미가 당길 만한 매력 포인트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설령 어떠한 파격적인 대북정책 공약을 내놓아도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일 뿐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김정은이 잘 알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집권 이후 상대했던 남쪽의 3개 정부만 봐도 공약과 현실은 전혀 달랐다. 이명박 정권의 ‘비핵개방 3000’은 구호부터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핵을 폐기하면 북한의 국민소득을 3000달러로 만들어 준다는 것인데, 북한이 임기 5년짜리 이명박 정부를 믿고 핵을 폐기하겠다고 할 리가 없는 것이다. 서로 불신하는 적대관계에서 “제일 소중한 것을 버리면 얼마를 준다”는 제안은 초등학교에서도 통하지 않을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구호를 내놓았지만 신뢰는 고사하고 개성공단까지 폐쇄했고 남북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불신이 가득 쌓였다. 이렇게 과거 두 보수 정부의 대북 정책을 평가하면 “우린 잘하려 했는데 김정은이 호의를 악으로 갚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올 수 있겠지만 대북정책은 원래 그럴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이다. 김정은의 처지에선 보수 정부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떠올리면 제일 분통이 터지지 않을까 싶다. 보수 정부에는 기대감조차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에는 큰 희망을 걸고 판문점에 나타났고 멀리 싱가포르, 베트남까지 행차하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 얻은 것이 전혀 없다.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열지도 못한 데다 대북제재는 더 강화됐고 대북 지원을 받은 것도 없다. 대박을 기대하고 무대 위에 올라가 열정적으로 쇼를 펼쳤지만 아무런 페이도 받지 못한 배우 신세가 된 것이다. 지금쯤 김정은은 “다시는 남조선 놈들의 번지르르한 말에 속아 농락당하지 않겠다”고 이를 갈지도 모르겠다. 대선 무대에 등장한 두 후보의 캐릭터를 놓고 봐도 김정은이 혹할 만한 포인트가 보이진 않는다. 이재명 후보를 문재인 대통령보다 더 신뢰할 수 있을까. 윤석열 후보가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보다 더 화끈하다고 기대할 수 있을까. 김정은의 머릿속도 복잡할 것이다. 대통령 선거에 투표할 한국 국민들도 대북관계에 큰 기대가 없긴 마찬가지다. 누가 되더라도 대북 공약만 놓고 보면 데자뷔 ‘시즌2’인 셈이기 때문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남북 모두 이렇게 바닥인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럴 때엔 관점을 바꿔 보는 것이 어떨까. 이번 정당 경선 중에 ‘남북 불간섭과 체제 경쟁주의’로 전환하겠다는 홍준표 국민의힘 후보의 공약이 눈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너흰 위대한 김정은주의를 내걸고 공산주의를 만들어서 잘살아라. 우린 상관하지 않고 우리 길을 가겠다”로 요약된다. 호전적인 정책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일상에선 가장 흔한 관계 정리다. 왜 우리만 수십 년 넘게 북한을 짝사랑하며 먼저 구애를 해야 하는가. 남녀의 사랑에서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늘 양보할 수밖에 없다. 수십 년 짝사랑하며 뺨을 맞아도 참고 웃어주면 버릇이 잘못 들고, 주종관계가 굳어진다. 짝사랑하다 먹히지 않으면 그만둘 줄도 알아야 한다. “너는 너대로 잘살고, 나는 나대로 잘살게. 이젠 너 없이도 잘살 수 있을 것 같아. 남남이 됐으니 과거 버릇 고치지 못하고 괴롭히면 가만있진 않겠지만 도와달라고 하면 옛정을 봐서 도와줄게.” 이런 것은 연인 관계에서 매우 흔한 관계 정리다. 오랜 기간 짝사랑했는데 먹히지 않았다면 관계의 주도권을 한 번쯤 상대에게 넘겨보는 것은 어떨까. 점점 가난해져 파산 상태에 몰린 상대에게 나를 잡을지, 뺨을 칠지 결정하게 하는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내가 크게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은가.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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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국하는 북한 외교관들, 4개월 감금된다 [주성하의 北카페]

    북한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한다며 빗장을 닫았던 국경을 다시 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4일 “북한이 철도를 이용한 화물 운송을 중심으로 국경 물자 교역 재개를 준비하고 있으며 준비는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통일부는 구체적 재개 시점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28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열차 운행이 11월 중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어느 시점에 중국에서 열차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큰 의미를 부여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면적인 국경 개방은 여전히 요원하기 때문입니다. 또 작년 10월부터 북중 교역이 완전히 중단됐다고 알려졌지만, 사실 그동안 몰래 밀무역으로 필요한 물품들은 들여갔기 때문에 이번에는 연말, 연초에 열차로 조금 더 많이 물자를 들여간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열차가 몇 편이나 오갈지도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양의 물자가 오가기는 물리적으로 어렵습니다. 북한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방역 지침에 따르면 외부에서 들여오는 물자는 메틸알코올로 소독을 한 뒤 자외선 소독기를 거쳐 80도 이상 유지하는 고온 창고에서 48시간 보관하고 다시 야외 야적장에 보름동안 보관하게 돼 있습니다. 절차뿐만 아니라 소독에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라 차량 한 대를 소독하는 데 메틸알코올 140㎏을 쓴다고 합니다. 10대만 소독해도 메틸알코올 1400㎏이 드는데, 매일 이 정도의 메틸알코올을 보장할 수가 없다고 합니다. 또 80도 이상 고온을 유지하는 거대한 세관 창고를 유지하려면 막대한 석탄을 때야 하는데 이렇게 소모되는 석탄도 엄청납니다. 북한이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이런 식의 방역 규정을 유지하는 한 열차로 들여오는 대량의 물자를 소독할 방법이 없습니다. 소독약도, 소독공간도 마땅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태도가 당장 바뀔 것 같지 않습니다. 4일 북한 노동신문은 “겨울철에 내리는 눈을 통해서도 악성비루스(바이러스)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대한 방역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눈으로 코로나가 전염된다는 것은 어디서 본 사례인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1년 동안 북한은 “남조선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묻은 괴뢰들의 독수리가 날아왔다”며 북새통을 피우기도 했고, 생선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온다며 어부들이 바다에 나가는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이런 북한이 북중 국경을 전면 개방할 수 있을까요. 다만 최근 꽁꽁 닫았던 빗장을 약간 열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막혀 있던 인적 왕래는 수십~수백 명 규모에서 오갈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 2월 중국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 전에 필요한 인원만 교환한 뒤 다시 국경을 폐쇄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인적왕래가 시급한 대표적인 사례가 북중 간 대사 교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중국 주재 북한 대사였던 지재룡은 2월에 임기가 만료가 됐지만 아직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외부 인원이 들어오는 것을 완전히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3월 대사급 외교관계를 끊고 철수했던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 외교관들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베이징에 머물고 있습니다. 북한 주재 리진쥔(李進軍) 중국 대사의 사정은 더 급합니다. 그는 원래 지난해 3월 경 임기가 마무리돼 본국으로 돌아가야 했지만, 북한이 신임 중국 대사를 받기 거절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평양에 계속 머물게 됐습니다. 중국 당국이 특별기를 편성해 순안공항에 신임 대사만 내려놓고 오겠다고 했음에도 북한은 외국에서 사람을 받지 못한다며 거절했습니다. 리 대사는 당뇨 합병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약품도 물자도 풍족하지 못한 북한에서 생애 최악의 고난을 겪고 있지만, 우방국 대사관을 비워둘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북중 국경이 열리면 사실상 인질처럼 살고 있던 지 전 대사나 리 전 대사는 본국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전임 대사를 따라 말레이시아 철수 인원 등 외무성 소속 외교관들도 일부 들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어느 직급까지 귀국을 허용해 줄지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귀국 날짜를 기다리던 외무성 소속 일부 외교관들은 열흘 내로 귀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귀국 시점은 11월 중순으로 정해졌고, 정기적으로 귀국이 이뤄지진 않는다고 합니다. 즉 이번에 한 무리가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은 언제 뒤따라 들어갈지 기약이 없는 것입니다. 귀국 명령이 급작스럽게 내려질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이번에는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 외교관들은 중국에서 물품을 구입해 컨테이너에 싣느라 분주하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돈을 갖고 돌아가면 빼앗기기 쉽지만 물건을 가지고 가면 보다 지키기 안전합니다. 또 오랜 코로나 봉쇄로 북한 내부에서 수입 물자 가격이 10배 이상 뛰었고, 반면 무역이 이뤄지지 않아 달러나 위안화 환율이 코로나 이전보다 훨씬 떨어졌기 때문에 외화를 그대로 갖고 가기 보단 물품을 구매해 들여가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훨씬 이득입니다. 이번에 귀국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사람들은 가족이 기다리는 북한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부럽게 지켜봐야 합니다. 중국에 나와 있는 대다수 외교관이나 무역일꾼은 비자 기간이 만료돼 현지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통제된 공간에 머물러 왔습니다. 그러다보니 귀국할 때 가져가려고 벌어놓았던 돈을 소비하고만 있는 실정이어서 불만이 큽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사람들도 마냥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돌아가는 사람들은 4개월이라는 코로나 격리 및 당 검토(검열)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합니다. 신의주에 있는 12개 여관과 숙소가 이번에 귀국하는 사람들을 격리 및 검토하는 임시 거처지로 정해졌다고 합니다. 북한은 해외입국자는 45일간 자가 격리 기간을 거치게 합니다. 격리가 풀리면 당 검토 및 보위성 검열이 시작됩니다. 해외에 머무는 동안 잘못한 것이 없는지, 관계를 가지지 말아야 할 인물과 접촉했는지 등을 조사하는 것입니다. 45일 격리가 지나면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일어나 조사를 받고, 조사를 받지 않을 때엔 저녁까지 당 정책 학습을 하면서 75일을 더 감금된 상태로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조사는 먼저 해외에 체류하고 있던 기간 자신의 모든 생활 과정을 자세하게 써내고, 이에 기초해 숨기고 있는 것이 있는지 엄격한 확인 과정을 거칩니다. 해외 체류하는 동안 이들을 감시해온 당 간부 및 보위성 파견원의 보고서와 차이가 나는 것이 있다면 조사 기간은 훨씬 길어지게 됩니다. 요즘 북한 보위성은 “죄가 없으면 죄를 만들라”는 신조로 일하고 있습니다. 해외 생활을 몇 년 동안 했다면 보위성 검열에서 안전할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이런 검열도 결국 엄중한 정치적 범죄라고 판단되지 않으면 뇌물을 받는 것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또 “당에서 용서해 줄 테니 이번에 갖고 온 물자 중 얼마를 평양시 1만 세대 건설에 지원하라”는 요구도 따르게 됩니다. 잘못이 없다고 해도 “동무가 해외에서 편안하게 지내며 돈을 벌 동안 고국에선 장군님 방침을 관철하느라 죽을힘을 다해 고생하고 있으니 갖고 온 물자를 내놓아 충성심을 증명하라”는 회유가 따르게 됩니다. 해외에서 구입해 온 물자를 지켜 집에 갖고 가려는 사람과 이걸 하나라도 더 뺏어내려는 굶주린 북한 당 및 보위성 간부들과의 신경전이 조만간 막을 올리게 됩니다. 만약 소식통의 제보대로 11월 중순에 일부 외교관이 귀국한다고 해도 이들은 4개월 뒤인 3월 중순에야 평양에 있는 집에 가게 됩니다. 물론 이중 몇 명은 죄를 지었다고 잡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기약 없이 해외에 남아 갇혀 살면서 번 돈을 까먹고 사는 사람이나, 이런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귀국하는 사람이나 서로가 당분간 앞날이 막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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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현건은 왜 목숨 걸고 탈옥했나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

    열흘 전 중국 지린(吉林)교도소에 수감됐던 탈북민의 탈옥 소식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주현건이란 이름의 39세 탈북민은 교도소 내 가건물을 능숙하게 타고 오른 뒤 전기철조망까지 손상시키고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단신에 그쳤을 수도 있는 뉴스지만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탈옥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와 220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제가 됐다. 미국 CNN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도 사건을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현상금 15만 위안(약 2752만 원)을 내걸고 체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 주 씨가 체포됐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주 씨의 탈옥 사건은 올 들어 가장 화제가 된 탈북민 관련 뉴스가 아닐까 싶다. 지난해 2월부터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탈북민 뉴스를 수면 아래로 깊숙이 끌어내렸다. 사실 코로나 사태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사람이 중국 내 탈북민들이다. 탈북민들이 한국에 오면서 경유하던 동남아 국가들이 국경을 폐쇄하면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새로 입국하는 탈북민이 거의 없어 탈북민 정착 교육기관인 하나원은 텅텅 빈 지 오래다. 중국에서 마냥 숨어 살기도 어렵다. 지역 간 이동이 통제되고 단속이 강화되면서 돈을 벌기도, 은신처를 옮겨 다니기도 매우 힘들게 됐다. 체포되는 탈북민도 늘어나지만 북한이 받지 않아 중국 내 감옥에 기약 없이 잡혀 있다. 최소 내년 6월까진 북한이 탈북민 북송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란 정보도 있다. 물론 올해 7월 북한은 비밀을 많이 아는 고위급이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탈북민 50여 명은 끌고 갔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 동북의 여러 감옥에는 수백 명의 탈북민이 잡혀 있다고 한다. 주 씨의 경우 2014년 강도 혐의로 11년 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25년까지 수감돼 있어야 하지만 모범수로 감형이 돼 2023년 8월에 출소될 예정이었다. 형기가 1년 10개월 정도 남은 상황에서 그는 왜 목숨을 걸고 위험한 탈옥을 감행했을까. 감옥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남은 형기에 절망하고, 출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희망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탈북민은 반대다. 출소 날짜가 다가올수록 더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중국 감옥에서 출소된다는 것은 북한으로 끌려간다는 것을 의미하고, 북한에 끌려가면 최소 교화소행을 예약했다는 뜻이다. 북한 교화소는 중국 감옥과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열악해 살아서 나오는 것이 기적이다. 이에 비하면 중국 감옥은 차라리 천국에 가깝다. 탈옥한 주 씨도 감옥에서 나갈 날짜를 손꼽아 기다린 것이 아니라 사형수가 사형집행일을 세듯 북에 끌려갈 날짜를 손꼽아 세어 봤을 것이다. 사람이 죽음이 가까워지면 없던 용기와 힘이 생겨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목숨 건 탈옥으로 이어진 것이다. 어쩌면 탈옥에 실패하더라도 형기가 더 늘어나면 나쁘지 않다고 계산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최악의 인생처럼 보이는 주 씨가 체포된 다른 탈북민들에겐 오히려 부러움의 대상이다. 죄를 짓지 않고 체포되면 곧바로 북송이지만, 강도 짓이라도 해서 형을 선고받으면 형기만큼 사는 날이 늘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 사태는 수감된 탈북민에게 강제로 형을 부여한 효과가 있다. 가령 작년 3월에 체포됐다면 바로 끌려가서 지금쯤 북한에서 배신자로 낙인찍혀 죽었을 수도 있지만 코로나 덕분에 1년 7개월이나 더 살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코로나가 영원히 종식되지 않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이번 탈옥 사건으로 대규모 검거 선풍이 벌어지고, 탈북민 신고포상금이 올라가면 그런 희망을 품어야 하는 사람이 더 늘어날 것 같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국경을 무단 침범한 자가 저항하면 발포를 허가하는 조항을 담은 ‘육지국경법’을 25일 통과시켰다. 최근 중국은 북-중 국경지역에 뚫기 어려운 철조망을 만들고 폐쇄회로(CC)TV를 촘촘하게 설치했는데 이제는 총기 사용까지 허가한 것이다. 이렇게 탈북이 막히고, 중국을 경유하는 한국행 루트까지 봉쇄되면 앞으로 중국 내 탈북민 관련 소식은 뉴스에서 싹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것이 중국과 북한이 바라는 것일 것이다. 주 씨의 탈옥을 계기로 감옥에 오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 석방이 두려운 불행한 동포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세상이 기억했으면 좋겠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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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안함 폭침은 남포연락소 6인조 잠수정 소행”[주성하의 北카페]

    얼마 전 영국 BBC방송이 북한 정찰총국 대좌 출신이라는 탈북자 김국성(가명) 씨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김 씨는 한국 사회에 논란이 될만한 몇몇 주장을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990년대 초반 북한에서 보낸 공작원들이 청와대에서 5~6년간 근무하고 무사히 북한으로 복귀했었다”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과거 근무한 사람의 명단이 다 있는데, 이중에 북으로 갔다는 행방불명자를 찾지 못하겠습니까. 이건 한국 사회를 너무 우습게 본 주장이죠. 그는 또 “극비리에 황장엽을 암살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졌고 내가 직접 지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황장엽 전 비서를 암살하기 위해 정찰총국이 파견한 공작원 두 명은 입국하자마자 체포돼 10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들은 이미 형기를 마치고 한국 사회에서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습니다. 자신들을 김 씨가 지휘했다는 말을 들으며 그들은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을까요. BBC는 김 씨에 대해 “30년 동안 북한의 첩보기관에서 ‘지도자의 눈과 귀, 두뇌’ 역할을 하면서 최고위층에 올랐으며 2014년 탈북해 현재 서울에 살면서 한국의 정보기관에서 일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그가 증언한 내용을 전부 검증하진 못했지만 신원에 대해선 확인했으며 일부 주장에 대해선 확실한 증거를 찾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한국에는 김 씨의 신원에 대해 BBC보다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김 씨가 30년 동안 첩보기관에서 일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는 중국에서 정찰총국 산하 외화벌이업체 책임자로 있다가 탈북했습니다. 북한은 총정치국이나 정찰총국 산하 외화벌이 책임자의 경우 대좌나 상좌 편제로 인정해 줍니다. 김 씨가 정찰총국 대좌였다는 것은 이런 의미였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정찰총국 산하 외화벌이 회사에 있기 전에는 다른 기관 2곳을 거치며 민간인으로 평생 외화벌이 업무만 했습니다. 정찰총국 소속 외화벌이 책임자는 스스로 밝힌 것처럼 5년 정도 지냈을 겁니다. 상식적으로 30년 동안 대남 공작부서에서 잔뼈가 굵고 많은 비밀을 아는 대좌급 실무 고위간부를 정찰총국이 갑자기 달러를 벌어오라고 중국에 보낼 수 있을까요. 그가 한국 정보기관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 아닙니다. 고위직 탈북자들이 들어가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 1년 정도 있다가 조기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에 대해선 그가 어떤 경력을 갖고 있고, 중국에선 뭘 팔았는지 등도 들었지만 그것까진 밝히지 않겠습니다. 영국의 BBC 방송이 아무리 세계적인 언론사라고 해도, 북한 관련 정보는 한국 언론이 더 잘 알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CNN 방송도 지난해 4월 김정은 사망설 때문에 망신을 당했습니다. 김 씨의 주장 중에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사건에 대해 “김정은의 특별 지시에 의해 실행된 군사 작전이자 성과”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그는 “북에선 도로 하나 건설하려 해도 최고지도자의 승인이 없으면 안 된다. 김정은의 지시 없이는 실행 불가능한 작전”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이건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내용입니다. 김정은의 지시 없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을 실행했다면 그는 북한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겠죠. 그런데 천안함 폭침과 관련해 관련 내용을 잘 아는 탈북민도 한국에 은둔해 있습니다. 세계적 명성의 BBC방송조차 “이 사람의 신분은 확인했는데, 주장은 확인할 수 없다”고 보도를 냈는데 저 역시 똑같은 논리로 천안함 폭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한국에서 최초로 서술해 볼까 합니다. 검증이 불가능한 내용이지만, 증언을 한 A 씨는 BBC와 인터뷰한 김 씨보다 훨씬 더 천안함 폭침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인물입니다. A 씨는 신분을 숨기고 살고 있고, 어떤 언론과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신분 공개에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밝힐 순 없지만, 그의 신분은 충분히 검증했습니다. 그가 설명한 천안함 폭침 사건의 전개과정은 이렇습니다. 천안함은 정찰총국 산하 서해 남포연락소 소형 잠수정이 격침시켰습니다. 남포연락소는 2009년 이전까지 노동당 작전부 산하에 소속돼 있었습니다. 북한은 육상 연락소 2곳과 해상 연락소 4곳을 운영했고 이들은 대남 침투 및 복귀 안내, 전투정찰 임무 등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다가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기간인 2009년 작전부가 정찰총국에 통합돼 정찰총국 1국(육·해상정찰국)이 되면서 남포연락소도 정찰총국 소속이 됐습니다. 해상 침투가 목적인 남포연락소는 소형 잠수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직접 천안함 공격 임무를 지휘했습니다. 천안함은 잠수함 탐지와 방어에 약하다는 점 때문에 공격대상이 됐다고 합니다. 2009년 12월부터 북한은 천안함의 좌표와 움직임 등을 계속 파악해 왔고, 날씨가 좋지 않은 시기를 노려 새벽에 공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천안함 공격조에는 6인 탑승 소형 잠수정 3척이 망라됐습니다. 6인승은 매우 작기 때문에 잠수함이라고 부르지 않고 잠수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습니다. 1조 개척조, 2조 공격조, 3조 엄호조로 구성됐습니다. 1조는 겨울에 항이 얼어붙는 남포에서 언제든 출동할 수 있게 얼음을 깨는 등 앞장서 안전한 루트로 안내하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2조는 천안함 공격조였고, 3조는 2조의 습격 후 있을 수 있는 반격에 대처해 엄호 및 유인 임무를 수행하되, 2조의 공격이 실패하면 재공격하는 임무도 맡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천안함을 공격하기 위해 준비한 어뢰에 페인트를 3번이나 덧칠했다고 합니다. 어뢰 파편이 발각돼도 페인트가 3번이나 덧칠된 것을 지목하며, 조작된 어뢰라고 하기 위한 의도였습니다. 실제론 세 번 덧칠했다는 어뢰 파편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1번이라고 적혀 있는 어뢰 추진체가 발견됐습니다. 이 1번이 북한이 어뢰 내부까지 분해하지 않아 생긴 실수였는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쓴 것인지는 세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몇 달 동안의 준비 끝에 3월 26일 마침내 빈틈을 노려 북한의 천안함 폭침이 성공했습니다. 모든 것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닙니다. 작전 과정에 앞장서 루트를 개척하던 1조 잠수정이 고장났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2조의 침투와 공격, 귀환은 무사히 이뤄졌습니다. 천안함 도발 이후 김정은이 이설주와 함께 남포연락소에 직접 나왔다고 합니다. 그는 천안함 공격조의 성과를 극찬하면서 자기 이름이 적힌 소위 ‘명함 금시계’를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또한 공격조 대원들을 당에서 직접 키워야 한다며 2조 잠수정 조원들을 원하는 대학에 보내주었고, 전원 평양에 3칸 이상 집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후 천안함을 공격한 2조 6인은 국방위원회 간부, 김일성고급당학교, 김일성종합대학, 인민경제대학 학생 등으로 흩어졌다고 합니다. 천안함이 피격된 지 10년이 넘었으니 이들은 이미 북한의 핵심 간부로 자리 잡고 있겠죠.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그랬듯 한국에 회담하려 내려와도 우리는 그들의 신분을 모르고 환영했을지도 모릅니다. 2조는 많은 특혜를 받았지만, 1조와 3조는 아무런 ‘배려나 특혜’가 없어 불만이 컸다고 합니다. 물론 나중에 또 어떻게 달래주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이 A 씨가 밝힌 천안함 공격 전말입니다. 한국에선 천안함 폭침이 김정은의 지시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저지른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시 하달 구조상 이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A 씨가 구체적으로 밝힌 새로운 증언은 남포연락소가 천안함 공격 임무를 수행했고, 소형 잠수정 3척을 작전에 투입해 오래 전부터 천안함을 노렸으며, 공격에 성공한 잠수정 조원들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등입니다. 북한을 상대로 우리가 A 씨의 주장을 검증하긴 불가능할 겁니다. 다만 A 씨의 신원은 확실합니다. 현재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약 3만4000명 중 북에서 살 때 천안함 폭침의 진실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인물이 A 씨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원도, 주장도 정확치 않음에도 BBC가 용감하게 기사를 내는 것을 보면서, 적어도 신분은 확실한 A 씨의 천안함 관련 증언은 얼마든지 보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이번 ‘북카페’의 주제로 정했습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21-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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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역력 강화입증 반사 효과 ‘종가집 김치’ 수출 급증

    ‘김치’의 세계적인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국내 김치 수출액은 2016년 7900만 달러에서 2020년 1억4400만 달러로 지난 5년간 82%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김치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0.1% 증가해 8680만 달러였다. 종전 역대 최대치인 지난해 상반기 7230만 달러를 크게 앞서 올해 연간 수출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포장 김치의 수출 상승세는 대한민국 대표 포장 김치 제조회사인 대상 종가집이 이끌고 있다. 종가집 김치의 수출액은 2016년 2900만 달러에서 2020년 5900만 달러로 103% 증가했다. 올 상반기에도 3500만 달러어치를 팔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었다. 국내 전체 김치 수출액 중 대상 종가집 김치의 비중은 40%에 이른다. 김치 수출액의 폭발적인 증가는 면역력 강화 효과에 대한 관심과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 발표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7월 프랑스 몽펠리에대 장 부스케 명예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 사망자 수와 지역별 식생활 차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에서 한국인들이 먹는 ‘발효배추(김치)’와 독일인들이 먹는 독일식 김치인 ‘사워크라우트’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발효 배추를 먹는 국가들의 사망자 수가 적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종가집은 국내 업계 최초로 북미와 유럽에서 식품안전 신뢰도 표준으로 여겨지는 ‘코셔(Kosher)’ 인증마크를 획득해 김치 수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향후 종가집은 유대인, 무슬림뿐 아니라 채식주의자, 참살이(웰빙)를 지향하는 약 2500억 달러 규모의 코셔 시장에 김치 제품을 수출할 예정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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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콤상큼 ‘제주감귤 빼빼로’

    빼빼로 시즌이 다가오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올해는 빼빼로데이(11월 11일)에 만남을 기대하는 사람도 많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사태로 소비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빼빼로는 전년보다 26% 늘어난 1260억 원어치나 팔려 출시 이후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올해는 11월 초 위드 코로나에 대한 기대감으로 빼빼로 판매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롯데제과가 우리 농산물 상생 프로젝트 일환으로 선보인 ‘제주감귤 빼빼로’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제과의 우리 농산물 상생 프로젝트는 국내 농산물을 활용해 소비 촉진을 돕고 색다른 맛의 빼빼로를 선보여 고객의 니즈를 만족시킨다는 취지로 진행되는 빼빼로 사회공헌 사업이다. 작년에 이천 쌀로 만든 ‘우리 쌀 빼빼로’는 당시 생산 물량 10만여 개가 모두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제주감귤 빼빼로’는 제주산 감귤을 사용해 제주 감귤의 싱그러운 맛과 향을 느낄 수 있게 했다. 막대 과자에 감귤 쿠키와 감귤 초콜릿을 입혀 특유의 달콤함과 상큼한 맛이 특징이다. 매년 독창성에 관심이 집중되는 기획 제품도 예년에 없던 아이디어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빼빼로를 의인화해 각각의 성격과 스토리를 담은 프렌즈 캐릭터는 올해도 화려한 모습을 선보인다. 롯데제과 자사몰인 롯데스위트몰에서는 18일부터 선착순으로 빼빼로를 구매하는 고객 2500명에게 ‘빼꾸’ 키트를 준다. 또 3만∼4만 원의 기획팩을 31일까지 살 경우 카메라 키트를 증정한다. 11월 11일까지 진행하는 인스타그램 이벤트에서는 롯데제과 공식 계정을 팔로하고 이벤트 페이지에서 원하는 굿즈의 게시물을 리그램하면 추첨을 통해 ‘빼꾸’ 키트와 카메라 키트를 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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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붕공사 현장 42.7% ‘안전조치 미흡’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가을철 지붕 추락사고 예방을 위해 지붕 개량 공사 현장을 합동점검하고 있다고 19일 밝혔다. 올 8월 말 ‘3대 안전조치 현장점검의 날’에 고용부와 공단이 지붕 공사 현장 75곳을 점검한 결과 32곳(42.7%)의 안전조치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32곳 가운데 개인보호구 착용 불량이 10곳(31.3%)으로 가장 많았고 ‘안전난간 미비’ 7곳(21.9%), ‘지붕 추락 예방조치 불량’ 6곳(18.8%), ‘추락방호망 및 안전대 불량’ 3곳(14.3%) 등이었다. 고용부와 공단은 이번 합동점검에서 지붕 단부(端部·끝머리) 안전난간 설치, 선라이트(sunlight·폴리카보네이트 재질 지붕재) 구간 발판 및 안전덮개 설치, 안전대 착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지도할 계획이다. 또 이달 말까지 지붕 개량 공사 현장에서 지도 및 계도 중심의 점검과 행정 및 사법 조치 중심의 감독을 병행해 안전조치 이행을 독려하고 안전관리 관행을 변화시키는 게 목표다. 공단은 지붕 추락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현장 점검은 물론 안전덮개와 안전블록 구입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지붕 공사 전용 채광창 안전덮개를 새로 개발한 공단은 올 5월부터 안전블록과 함께 현장에 제공하고 있다. 채광창 안전덮개는 공사 도중 파손돼 추락하지 않도록 일정 무게와 충격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했다. 무게 약 3.8kg인 알루미늄 소재를 사용해 현장에서 편리하게 시공할 수 있게 했다. 안전블록은 안전그네(안전대)와 연결해 미끄러짐을 방지하도록 자동 잠금장치가 갖추어져 있으며 죔줄이 자동적으로 수축돼 추락을 예방하도록 했다. 고용부와 공단이 최근 5년간(2016∼2020년) 지붕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추락 사망사고 183건을 분석한 결과 가을과 봄에 각각 52건, 58건이 발생했다. 모두 110건(60.1%)이 봄가을에 일어난 것이다. 특히 비가 많이 오고 태풍이 잦아 공사가 진척되기 어려운 여름이나 눈과 추운 날씨 탓에 공사가 힘든 겨울이 오기 전에 작업을 많이 하다 보니 사망사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공단 측은 분석했다. 공사 종류별로는 공장과 축사 지붕공사에서 추락사고가 주로 발생했다. 특히 지붕이 많이 낡아서 개·보수 공사를 할 때 추락사고의 절반가량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 유형별로는 지붕재 파손에 의한 추락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붕 끝머리에서의 미끄러짐, 지붕에서 이동하는 도중 추락 순이었다. 실제 이달 1일 경북 상주시의 한 건물 지붕에서 차광망(遮光網)을 설치하던 노동자가 밟고 있던 선라이트 채광창이 깨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지난달 15일에는 세종시의 한 군부대에서 지붕 방수 공사를 하다 지붕에 깔아놓은 방수시트 비닐 부분을 밟고 미끄러져 약 6m 아래로 떨어져 작업자가 숨지기도 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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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남매 공동 통치의 결말은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 권력기관은 국무위원회다. 김정은도 대외적으로 국무위원회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한다. 국무위원회는 위원장 김정은과 12명의 부위원장 및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무위원회는 2016년 6월에 신설돼 지금까지 5년 남짓 지났는데 지난달 최고인민회의 전원회의에서 3기 국무위원 명단이 발표됐다. 새 국무위원 명단을 보는 순간 “북한에서 국무위원으로 살아남는 것은 요즘 화제가 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에서 생존하는 것만큼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5년 동안 국무위원회에서 자리를 유지한 것은 김정은과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철 통전부장 등 3명뿐이었다. 3기 국무위원이 새로 임명되기 전 위의 3명을 제외하고 모두 22명이 부위원장이나 위원이 됐는데 이 중 20명이 사라졌다. 5년 생존율이 10%도 안 되는 것이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가 12일 오징어게임을 빗대 “극단한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 만연된 남조선과 자본주의 사회 현실을 그대로 파헤쳤다. 인간을 극단적 경쟁으로 내몰고 그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돼 가는 야수화된 남조선 사회”라고 비난했다. 설마 그래도 북한 국무위원보다 더 살아남기 어려울까. 지난달 3기 국무위원회 위원으로 김여정이 공식 임명됐다. 명단을 보는 순간 “3기 국무위원은 더 생존하기 어렵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무위원은 노동당 비서나 내각 장관이라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12명 안에 들어가려면 권력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김여정은 부부장이라는 직책으로 국무위원이 됐다. 이것만 봐도 북한에서 공식적 서열은 의미가 없다. 국무위원회 초대 제1부위원장이었던 황병서가 처형된 것을 보면 공식 서열 2인자도 안전하지 않다. 국무위원회의 실질적 서열을 따지려면 김정은의 숙청에서 자유로운 순서로 서열을 매기는 것이 맞다. 처형에서 제일 안전한 사람은 국무위원회에서 계급이 제일 낮은 김여정이고, 그가 사실상 북한을 움직이는 국무위원회의 실질적 2인자이다. 김정은이 올해 1월 노동당 제1비서 직책을 신설하자 그 자리에 누가 올라갈까 논란도 있었는데, 이번에 여동생을 직급에 상관없이 국무위원에 임명한 것을 보면 그 자리가 김여정의 것이라는 것에 무게가 실린다. 김여정이 국무위원회 회의장에 앉게 되면서 다른 국무위원들은 과거엔 김정은 눈치만 보면 됐는데 이제부터 김여정의 눈치까지 봐야 한다. 국무위원회 회의 장면을 상상해 보자. 예전엔 김정은의 표정을 보면서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다가 “거 말이 안 되는 소리 집어치우라” 하면 바로 고양이 앞의 쥐처럼 움츠러들면서 “장군님 죄송합니다. 제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라고 말해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부턴 옆에서 또 “이게 말이 됩니까” 하는 김여정의 목소리가 날아오면 역시 목을 움츠리며 “김여정 동지,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김여정의 눈 밖에 나서 “오빠, 저 인간 못쓰겠어요” 하면 바로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라면 회의가 열릴 때마다 국무위원들은 김정은에게 조심스럽게 보고를 한 뒤 김여정의 표정까지 슬쩍 살펴야 한다. 눈동자가 두 배로 부지런해져야 하는 것이다. 전임 국무위원들의 생존율을 다 봤기 때문에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하루하루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북한 국무위원회, 나아가 북한은 이제 명실상부하게 남매가 지배하게 됐다. 역사를 거슬러 봐도 권력자가 아내나 자식을 2인자로 삼은 경우는 있었지만, 이렇게 오누이가 권력을 쥐고 통치한 사례는 매우 찾기 어렵다. 기원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이집트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미인의 상징처럼 알려진 클레오파트라는 18세 때 왕조의 피가 일반인들과 섞이면 안 된다는 당시의 법에 따라 8세 아래 남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결혼했다. 둘은 남매이자 부부였고, 이집트의 공동 통치자였다. 그런데 권력은 기원전 시대에도 나눠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남동생이 자라면서 실질적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벌어졌다. 1차 내전에선 남동생이 이겨 누나를 내쫓았지만 로마에서 카이사르가 침공해 클레오파트라와 손을 잡는 바람에 남동생은 전장에서 죽었다. 김정은은 비극적 결말로 끝난 이집트와 달리 여동생과 끝까지 사이좋게 북한을 통치할 수 있을까. 역사에 기록될 사례가 이제 막 시작됐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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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음식 맛 따지지 말라’는 김정은의 지시

    코로나 봉쇄가 1년 8개월째 이어지면서 북한 내부 경제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과 식료품은 코로나 사태 이전보다 10배 이상 가격이 뛴 것들이 많다. 주민들은 아우성을 칠 힘조차 없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아직 봉쇄를 풀 생각이 없어 보인다. 북-중 무역 재개를 위해 평북 의주비행장에 건설한 물류기지는 7월 중순에 이미 완공됐다고 하는데, 본격적인 무역 재개가 언제 이뤄질지 기약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얼마 전 김정은이 염장을 지르는 발언을 해 사람들이 황당해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발언은 김정은의 지시를 전달하는 방침 전달 회의에서 공개됐다. 김정은의 말씀이라며 이것저것 전달했는데, 사람들이 가장 황당해했던 발언의 요지는 이렇다. “지금 형편이 몹시 어렵지만 아무리 어렵다 해도 전쟁 때에 비기겠는가. 전쟁 때는 사탕가루, 기름, 맛내기가 없다고 싸움을 못한 게 아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탕가루, 기름, 맛내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같이 논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설탕, 식용유, 조미료가 없다고 불평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발언을 통해 김정은이 현 상황을 전쟁 상황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전시에는 전시법이 작동해 즉결 처형도 이뤄진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작년 2월부터 두 달 동안 북한에선 코로나 방역지침 위반에 걸려 700명이 넘게 처형됐다. 이후에도 지금까지 각종 명목으로 잔혹한 처형이 계속 이어져 왔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김정은은 지금은 전쟁 시기이니 불평불만을 가지거나 자기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자들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또 인민을 향해 “지금 전쟁을 하고 있으니 너희들이 궁핍하게 살아도 불만을 가지지 말라. 고작 기름 따위가 없다고 불만이냐”며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다. 방침 전달식이 끝난 뒤 사람들이 “조금 있으면 이조시대, 고려시대보다 지금이 낫다는 말이 나오겠다”며 비웃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암울한 것은 김정은이 치른다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식용유나 조미료, 설탕이 없는 음식을 언제까지 먹고 살아야 할지 기약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 주민들이 제일 황당했던 대목은 “아무리 어렵다 해도 전쟁 때에 비기겠는가”라는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조건반사적으로 ‘니가 전쟁을 알아?’라는 생각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이제는 북한에 외부 정보가 많이 들어가 웬만한 사람들은 김정은이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에 스위스에서 편안하게 유학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영양 상태가 좋은 김정은이 먹는 것 가지고 불만을 갖지 말라고 하니 북한 사람들은 “당신은 배고픈 것이 뭔지 아는가. 당신은 기름이 들어가지 않은 음식을 먹어 본 적이 있느냐”고 묻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꼬물만큼도 없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올해 7월 북-중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7월에 150여 개 품목, 1680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인민을 위한 품목은 전혀 없고 김씨 일가를 위한 사치품과 식품, 의약품만 들여갔다. 예를 들면 코코아가 들어 있지 않은 사탕 2kg(209달러), 로열젤리(1480달러), 피아노 1대(2800달러), 접이식 의자 5개(500달러) 등이 수입 품목에 올라 있는데, 특정 브랜드 사탕 2kg 같은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너무나 뻔하다. 이렇게 국경을 꽁꽁 막아 놓고 자기는 필요한 것들을 다 사다 쓰고 먹고 하면서 인민들은 식용유나 조미료, 설탕이 없어도 불만을 갖지 말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말을 전달받는 사람들이 “개돼지들이 배만 채우면 되지 맛을 따지겠냐”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정은이 불만을 가지지 말라고 했으니 이제부터는 불평하는 자들을 잡아다 족칠 차례다. 마침 28일 열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5차 회의에선 청년교양보장법이란 것이 채택됐다. 가장 불만이 많고 말을 잘 듣지 않는 젊은 세대부터 확실하게 고삐를 죄겠다는 의도다. 전 세계가 코로나 와중에도 물류 교류를 하며 살고 있는데, 유일하게 국경을 폐쇄하고 백신 지원도 거부하며 홀로 치르고 있는 김정은의 ‘셀프 전쟁’은 과연 언제 끝날지 암울하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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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열도, 전문성도, 의지도 실종된 북한군[주성하의 北카페]

    북한군을 보면 저렇게 수뇌부의 서열이 요동치는 군 조직이 어떻게 유지가 가능한지, 저렇게 비전문적인 조직이 과연 전쟁은 치를 수 있을지 신기할 정도다. 까마득한 후배가 갑자기 상급자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고, 총참모장(한국 합참의장)을 지내다 사회안전상(경찰청장)으로 가는 등 전문성이란 것도 존재하나 싶다. 김정은 집권 초 북한군은 부단한 수뇌부 교체를 겪었다. 그때는 젊은 지도자가 쿠데타 등을 우려하다보니 군부 힘을 빼놓기 위해 정신 차릴 틈이 없이 물갈이를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김정은 집권 10년차가 된 지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 최근 달라진 북한군 수뇌부를 봐도 알 수가 있다. 북한군엔 도대체 서열이란 존재하나 싶고, 인사에서 밀린 장성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살지도 궁금하다. 대표적 사례 몇몇을 보자. 9월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군부 전체를 통솔하던 이병철을 대신해 새로 상무위원이 됐다. 노동당 상무위원은 김정은을 제외하고 4명인데, 이병철은 북한이 공식발표한 상무위원 서열에서 최룡해 다음으로 2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에 김덕훈 내각 총리,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가 호명된다. 김정은까지 포함할 경우 북한 전체 서열에서 3위인 자리에 박정천이 발탁이 된 것이다. 그런데 박정천은 2015년에 계급이 소장(한국군 준장)에 불과했다. 6년 만에 소장-중장-상장-대장-차수-원수로 이뤄진 북한군 계급 체계를 다 밟고 승진했고, 지금은 상무위원이 돼 군 최고 수뇌에 오른 것이다. 북한군 하급 병사도 1년에 한 계급 올라가기 거의 불가능한데, 장성 승진이 병졸 승진보다 더 빠르다. 박정천이 벼락출세를 할 동안 다른 장성들은 무슨 심정이었을까. 북한군은 한국군에 비해 장성수가 3배 정도 많다. 2021년 한국군의 장성 정원은 375명인데 북한군 장성 보직은 10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세계대전을 몇 차례나 치른 나라인 듯 대원수-원수-차수 등 강대국들도 없는 계급 체계를 갖추고 있고 장성 숫자도 대단히 많다. 이런 상황이니 박정천의 선배 장성들도 매우 많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은 이름 한번 호명되지 않고 있다. 물론 박정천의 인생도 기구하다. 그는 2012년에 이미 소장을 달고 있었고, 2012년 중장, 2013년 상장이 됐는데 2015년에 갑자기 상장에서 소장으로 강등됐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70세 훌쩍 넘어서도 현직을 유지하는 북한군의 특성상 2012년에 소장 이상을 달고 있었던 장성들은 아직 현직에 족히 수백 명은 될 듯 싶다. 박정천은 전형적인 포병맨이다. 포병사령관, 포병국장을 거쳐 인민군 총참모장이 됐다. 일반 군단을 지휘해보지 못한 포병 출신이 육해공을 모두 지휘해야 하는 총참모장이 되는 사례는 매우 드문 경우다. 그런데도 그가 북한군 군단장들을 다 제치고 총참모장에 이어 북한군을 통솔하는 군 담당 상무위원이 된 것은 누구보다 김정은 옆에서 박수를 친 시간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늘 곁에 있다보니 때론 기분 나쁘게 한 일도 많아 거의 매년 계급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했다. 김정은은 집권 이래 쏘는 데 매우 집착해 왔다. 그는 2004년 김일성군사종합대학 포병과에 입학해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물론 일반 학생들과 함께 대학에 다닌 것은 아니다. 홀로 군 장성들의 특별과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수많은 병과 중에 하필 포병과를 선택해 들어갔다는 것은 그가 애초에 포사격을 제일 좋아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집권해서도 김정은은 수시로 포사격과 미사일 발사 실험장에 나타났고, 쏘는 순간 그의 얼굴 표정은 늘 활짝 웃고 있었다. 이런 김정은에게 그림자처럼 붙어 다닌 사람이 포병사령관인 박정천이었다. 박정천은 김정은의 요구 사항을 비교적 잘 맞춰준 것으로 보인다. 300미리 등 각종 대구경 방사포를 만들라면 방사포를 만들고, 순항미사일을 만들라면 순항미사일을 만들었다. 9월 북한이 공개한 열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도 박정천이 아이디어를 내고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그런 공로로 포병과의 한계를 넘어 북한군 최고 수뇌가 됐다. 그런데 포병 밖에 경험이 없는 그가 전쟁이 일어나면 과연 육해공 전체를 통솔해 종합적인 지휘를 할 수는 있을지 의문이다. 김정은 옆에서 박수칠 기회가 적어 후배의 지휘를 받게 된 북한군 군단장들이나 각종 병과 사령관들은 어떤 심정일까.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포병이나 됐을껄…”하며 ‘껄무새’가 되거나 또는 “저 인간은 또 언제 목이 날아나지”하며 손가락을 꼽고 있을지 모른다. 올해 7월 국방상이 된 이영길이 바로 그런 생각을 품고 있는 대표적 인물일지도 모른다. 그 역시 경력이 만만치 않다. 이영길은 2013년 8월에 총참모장이 돼 2년 반이라는 비교적 오랜 기간 자리를 유지했다. 그런데 갑자기 강등돼 사라졌다가 다시 2018년 6월에 다시 총참모장이 됐다. 이영길이 처음 총참모장이 됐을 때 박정천은 포병사령관으로 그의 지휘를 받았다. 이영길이 두 번째로 총참모장이 됐을 때도 박정천은 포병국장으로 역시 그의 수하였다. 이영길은 2019년 9월 총참모장직을 박정천에게 물려주고 뜬금없이 경찰수장격인 사회안전상에 임명됐는데, 올해 7월 다시 국방상으로 돌아왔다. 와보니 이제는 박정천의 지휘를 받는 신세가 됐다. 7월에 이영길의 후임으로 사회안전상이 된 장정남은 그 자리가 차라리 편할지도 모른다. 장정남은 2013년에 국방상(당시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인물이다. 역시 당시 박정천은 그의 지휘를 받는 위치에 있었다. 장정남은 2002년에 소장이 된 경우라 박정천에 비해 승진도 빨랐던 듯 싶다. 이후 장정남의 인생은 평탄치 않았다. 2013년 5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인민무력부장을 지낸 13개월 동안 계급이 4번이나 바뀌었다. 중장에서 상장이 됐다가 3개월 뒤 다시 대장이 된 것까진 좋았다. 그런데 6개월 뒤 상장으로 강등됐다가 1개월 뒤 다시 대장이 됐다가 4개월 뒤 다시 상장이 됐다. 2014년 6월 그는 인민무력부장에서 해임돼 5군단장이 됐는데 현재도 상장을 달고 사회안전상을 하고 있다. 상장이라도 달고 있는 것이 다행일지 모른다. 2018년 4월 대장에 국방상까지 지낸 장정남이 대좌(대령) 계급을 달고 회의에 참가한 사진도 공개됐다. 그랬다가 9일 뒤 다시 상장을 달고 공식 무대에 나타났다. 장정남은 대장에서 대좌로 강등됐다가 다시 상장까지 드라마틱한 롤러코스터를 탄 인물이다. 그렇지만 그는 아직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2015년 4월 국가정보원이 반역죄로 공개 처형됐다고 밝힌 당시 총참모장 현영철과 같은 길을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에는 현영철이 김정은이 참가한 회의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처형됐다고 알려졌지만 꼭 그 이유 때문에 죽었다고 보기엔 무리다. 2016년 총참모장에 임명된 이명수의 경우에도 김정은이 참석한 회의에서 조는 장면이 목격됐지만 살아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선 현영철이 김정은의 군 인사에 불만을 터뜨리다가 걸려 죽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까마득한 말단 장성을 기분이 좋다고 승진시키고, 군에서 신망이 두텁던 능력 있던 장성은 기분이 나쁘다고 숙청하니 현영철이 “군 체계가 무슨 꼴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한탄하다 밀고에 걸려 죽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군 경험이 전혀 없는 장성택이나 김경희에게 하루아침에 대장 계급을 달아주기도 했고, 노동당 조직부 간부들에게도 선물하듯이 대장, 상장 계급을 하사하기도 했다. 하긴 군 경험이 없는 김정일, 김정은이 원수가 돼 최고사령관이 된 북한군에서 누가 장성을 달던 큰 의미는 없을지 모른다. 문제는 현영철이 개탄한 상황이 지금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 사격과 미사일 사격 때마다 김정은 옆에 붙어 열심히 박수친 박정천이 군 최고 수뇌가 되는 것을 보면서 북한군 장성들은 김정은에게 충성할 마음이 생길까. 게다가 후배가 상급자가 됐다고 전역을 신청할 수도 없다. 군복을 벗겠다고 자발적으로 말하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없다고 숙청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군은 엄격한 지휘체계가 필요한 조직이고, 따라서 그 어느 조직보다 엄격한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그런데 북한군에는 서열도, 순서도, 능력도, 전문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북한군이 과연 전쟁을 치를 능력이 있을까. 우리는 북한군의 능력을 장비나 병력 숫자로만 따져왔다. 하지만 유사시엔 북한군 장성들의 전쟁 의지도 중요한 변수가 된다. 북한군의 성격은 사실상 김 씨 일가를 지키는 가병(家兵)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가병 조직도 주인에게 충성할 이유와 사기가 있어야 싸우는 법이다. 군이 아니라 심지어 세상 어느 마피아 조직도 김정은처럼 안하무인으로 인사를 하게 되면 중간 보스들이 배신을 하는 법이다. 그래서 유사시 북한군 일선 사단, 군단 지휘관들이 김정은을 위해 과연 목숨 바쳐 싸울지가 매우 궁금해진다. 끝으로 아래에 김정은 시대 북한 군부 3대 핵심 요직의 변화를 정리했다.김정은 시대 북한 군부 3대 핵심 요직 변화총참모장이영호 (2009년~2012년 7월) ※2012년 7월 숙청현영철 (2012년 7월~2013년 5월) ※ 2015년 4월 반역죄로 공개처형김격식 (2013년 5월~2013년 8월) ※ 2015년 5월 사망이영길 (2013년 8월~2016년 2월)이명수 (2016년 2월~2018년 6월)이영길 (2018년 6월~2019년 9월)박정천 (2019년 9월~2021년 9월)림광일(2021년 9월~)인민무력부장김영춘 (2009년 2월~2012년 4월)김정각 (2012년 4월~2012년 11월)김격식 (2012년 11월~2013년 5월)장정남 (2013년 5월~2014년 6월)현영철 (2014년 6월~2015년 5월)박영식 (2015년 6월~2018년 6월)노광철 (2018년 6월~2019년 12월)김정관 (2019년 12월~2021년 7월) ※2020년 국방상으로 변경리영길 (2021년 7월~)총정치국장최룡해 (2012년 4월~2014년 4월)황병서 (2014년 4월~2018년 4월)김수길 (2018년 4월~2021년 1월)권영진 (2021년 1월~)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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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오빠, 동생’까지 괴뢰 말투가 된 북한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인 ‘조선의 오늘’에 2일 눈길을 끄는 사진들이 올라왔다. 김정은이 지난달 30일 탄광과 건설장 같은 험지에 자원해 새 출발을 한 ‘뒤떨어졌던 청년’ 9명을 만났다는 사진이다. ‘조선의 오늘’은 “지난날의 과오를 깨끗하고 성실한 땀으로 씻으려는 자그마한 양심의 싹도 소중히 여기고 모두를 안아 내세워주시는 분”이라고 김정은을 치켜세웠다. 그 사진을 보면서 이들은 어떤 죄를 지었기에 뒤떨어진 청년이 됐을까 상상해봤다. 강력범죄를 저질렀다면 ‘접견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나마 용서가 가능한 ‘범죄’의 범위에서 나름 짐작해봤다. 깡마른 청년들은 생활고 때문에 도둑질을 했을 것 같고, 키 큰 청년들은 주먹질하다 잡혔을 것 같다. 김정은과 사진 찍는 자리에서도 발을 쩍 벌리고 양옆 청년들과 팔짱을 낀 ‘배포 큰 청년’도 보였다. 피부도 하얗고 영양 상태도 좋은 이 청년은 무슨 죄를 지었을까. 혹 보지 말라는 영상물이나 하지 말라는 말을 했다가 걸린 잘사는 집 자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해 11월 ‘괴뢰 말투와의 전쟁’을 선포한 뒤 지금까지 많은 청년들이 체포됐다. 벌써 1년 가까이 돼 가고 있는데 단속은 점점 심해진다. 게다가 계속 새로운 ‘괴뢰 말투’들이 지정돼 내려오는데, 그걸 다 외우고 실수하지 않는 것도 예삿일은 아닐 듯하다. 처음엔 한국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는 단어가 괴뢰 말투로 지정됐다. 가령 연인 사이에 “오빠야, 자기야” 했다간 괴뢰 말투를 쓰는 범죄자가 되는 식이다. 그런데 청년절인 8월 28일에 새로 내려온 방침을 입수해 보니 더 기가 막혔다. 이런 대목도 있었다. “괴뢰 문화의 졸렬성, 부패성을 똑바로 인식시키기 위한 사상교양 사업을 짜고들 것. 청년들 속에서 친인척 관계가 없는데도 ‘오빠’ ‘동생’이라는 괴뢰 말투를 쓰면서 불건전한 사상을 유포시키는 행위를 근절하도록 할 것.” 형제나 친인척이 아닌 관계에서 오빠, 동생이라고 부르면 범죄자가 되는 것이다. 연상이나 동갑이면 “철수 동지” “영희 동무” 이런 식으로 부르고, 나이가 어리면 이름을 부르라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에 한국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들어간 지 20년도 더 되는데, 어릴 때부터 그 영향을 받아 오빠, 동생 하며 큰 청년들은 하루아침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가는 호칭을 쉽게 바꾸긴 어려울 것이다. 오빠, 동생뿐만 아니라 방침에는 괴뢰 말투의 잔재를 완전히 쓸어버리기 위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표현들이 잔뜩 나열돼 있다. 이번에 새로 괴뢰 말투로 지정된 표현은 이런 것들이다. ‘파격적이다. 이례적이다. 특례적이다’는 말은 절대로 쓰지 말 것. ‘단언하건대, 강조하건대, 정세하에서, 조건하에서, 금후, 사회적 거리두기’ 등도 괴뢰 말투라 피해야 한다. 괴뢰 말투가 아니지만 피해야 할 단어도 지정돼 있다. “위대한 수령님과 장군님에 대하여 ‘회고’라는 말을 쓰지 말 것”이라 내려온 것으로 보아 앞으로 ‘회고 모임’, ‘회고 음악회’ 이런 행사는 열리지 않을 듯하다. ‘친인민적’ ‘친현실적’이란 말은 ‘망탕(마구)’ 쓰지 말아야 할 단어가 됐다. 방침을 보니 시대를 역행하는 탈레반이 떠올랐다. 앞으로 북한에서 오빠, 동생 하다가 걸리면 범법자가 되고, 불미스러운 과거를 가진 뒤떨어진 청년이 돼 잘해봤자 탄광과 건설장에 가야 한다. ‘조선의 오늘’은 김정은이 만난 청년들을 1998년에 제작된 영화 ‘줄기는 뿌리에서 자란다’의 주인공에 비교했다. 깡패 두목이던 청년이 조직원들을 데리고 탄광에 가서 열심히 일해 영웅이 된다는 영화다. 웃기는 일은 이 영화가 북한에서 상영 금지된 영화라는 것이다. 불법영상물 단속기관의 자료에는 이 영화가 ‘장성택 역적의 여독청산과 관련하여 회수해야 할 전자다매체 목록’과 ‘역적들과 그 관련자들의 낯짝이 비춰지는 영화’ 목록에 동시에 올라있다. 여주인공 김혜경이 장성택의 정부였다고 처형됐기 때문이다. 보면 범죄자로 몰려 잡혀가던 영화를 다시 언급하며 따라 배우라고 하니 노동당 선전선동부도 이 박자 저 박자 맞추다가 맛이 간 것 같다. 어처구니없는 일은 북한은 ‘괴뢰말 사전’을 만들어 사람들을 마구 잡아들이는데, 한국은 저들과 함께 ‘겨레말 큰사전’을 만든다며 400억 원의 세금을 썼고, 지금도 쓰고 있다는 것이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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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카카오-폴리페놀 함유 드림카카오 호평

    롯데제과의 ‘드림카카오’ 초콜릿이 높은 카카오 함량과 폴리페놀 성분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호평을 얻고 있다. 롯데제과의 드림카카오 82% 제품 한 통에는 1420mg의 폴리페놀이 함유돼 있다. 블루베리 100g을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드림카카오 82% 제품의 폴리페놀 함량은 9배 이상이다. 드림카카오 56% 제품 한 통에는 900mg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고, 드림카카오 72% 제품 한 통에는 1220mg의 폴리페놀이 들어 있다. 드림카카오 초콜릿은 폴리페놀 함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드림카카오 용기 정면에 56%, 72%, 82%라는 큰 숫자는 카카오 함량을 표시한 것으로, 소비자가 취향과 입맛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여기에 폴리페놀 함량도 눈에 잘 띄게 강조하여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폴리페놀은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유해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抗)산화물질 중 하나로 심장 건강과 혈당 조절, 두뇌 건강, 항염증 작용 등 다양한 효능을 나타내 최근 뜨고 있는 건강식품이다. 또한 카카오에는 폴리페놀과 함께 혈관 확장에 도움을 주고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플라바놀,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는 카테킨 등 건강에 좋은 성분이 다양하게 들어 있다. 이 때문에 폴리페놀과 카카오 함량이 높은 롯데제과 ‘드림카카오’ 초콜릿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찾는 인기 제품이 됐다. 특히 다크 초콜릿의 쌉싸름한 맛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으며, 동시에 적당량을 운동과 함께 섭취하면 유익하다고 알려지면서 남성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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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엔제리너스 타임빌라스점 오픈

    롯데GRS(대표이사 차우철)가 경기 의왕시에 있는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TimeVilas)에 자연친화 매장 엔제리너스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점을 10일 오픈했다. 타임빌라스는 ‘Time(시간)+Vilas(별장)’의 합성어로 ‘시간도 쉬어가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자연과 함께하는 친환경 개념의 공간으로, 지난달 20일 롯데백화점 동탄점에 문을 연 엘리먼트(A’lement) 매장에 이어 롯데GRS가 선보이는 두 번째 친환경 개념 매장이다.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점은 1층 광장 앞에 위치해 있으며 전체 면적 47평 규모에 39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자연과 어우러지는 ‘플랜트월’이 특징이다. 롯데GRS 관계자는 “단순 음료를 마시는 공간을 넘어 도심 속 휴식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공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곳에선 신선한 재료로 당일 판매하는 샐러드 5종, 샌드위치 4종을 판매한다. 또한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셜티 커피 4종과 특별한 의미를 담은 디저트 8종이 판매된다. 매장 이용 고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고자 조명식 도예 작가의 친환경 작품도 설치했다. 또 이곳에선 커피 생두 껍질인 허스크(Husk)로 만든 친환경 컵뿐만 아니라 꽃을 활용한 상품도 선보여 예술과 자연 공간의 미를 경험할 수 있다. 엔제리너스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점은 방문 고객에게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오픈 이벤트로 음료 구매 시 선착순 1000명에게 드립백, 2만 원 이상 구매 시 200명에 한해 에코백을 제공하고 그랜드 오픈일인 10일부터 17일까지 케이크, 샐러드, 샌드위치 구매 고객에게 제조 음료를 30% 할인해 준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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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은 왜 밤에만 열병식을 진행할까?[주성하의 北카페]

    북한이 정권수립 73주년인 9일 0시에 심야 열병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열병식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무기는 공개되지 않은 채 정규군 대신 예비군격인 노농적위군과 경찰격인 사회안전무력 소속 병력과 무기가 동원됐습니다. 살이 훌쩍 빠진 김정은의 등장, 122mm 다연장로켓과 대전차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단 트랙터, 중앙당 본부당사 잔디밭에서 펼쳐진 연회 등 눈길을 끌만한 것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왜 대낮이 아닌 한밤중에 열병식을 진행할까요? 북한은 1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벌써 열병식을 세 번 열었습니다. 지난해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 올해 1월 8차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도 야간에 열렸습니다. 이중 2번이 0시에 열렸고, 노동당 대회 기념 열병식은 저녁 6시부터 열렸습니다.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일 시대를 거쳐 김정은 집권 초기까지 북한의 모든 열병식은 낮에 열렸습니다. 상식적으로 봐도 이런 대형 이벤트는 낮에 해야 보기가 좋습니다. 그런데 굳이 야간에 할 이유는 무엇일까요. 북한에서 열병식 시간을 최종 결정할 사람은 김정은 밖에 없습니다. 그가 낮에 하자거나 밤에 하자거나 결정을 해줘야 그대로 집행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참가자들이 햇볕 땡볕에 노출되는 것이 걱정돼 야간에 열병식을 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이미 열병식이나 집단체조 참가자들은 그 행사 하나를 위해 1년 넘게 땡볕 속에서 고생했기 때문입니다. 신변 안전을 위한 목적도 아닐 겁니다. 어차피 낮이나 밤이나 감시위성에 포착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밤보다는 낮이 카메라로 찍기에 더 좋기 때문에 홍보를 위한 것도 아닐 겁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김정은이 화려한 불꽃놀이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밤에 열병식을 진행하는 것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 바로 불꽃놀이입니다. 밤하늘에 터지는 화려한 축포와 조명의 조화는 낮에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김정은은 집권하자마자 불꽃놀이와 조명에 매우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물론 포사격이나 미사일 발사장에 꼬박꼬박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더 넓게 보면 뭘 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 축포든, 미사일이든, 뭘 쏘는 장면을 볼 때마다 김정은의 표정은 매우 환해집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9년 4월 14일 평양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가 최초로 열렸습니다. 이때는 김정은이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처음으로 맞는 김일성 생일이었습니다. 이때 평양에 살았던 탈북민들도 나중에 정말 처음 보는 화려한 불꽃놀이였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때 진행 장소는 완공도 채 되지 않은 평양 105층 류경호텔이었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기도 합니다. 이 류경호텔 빌딩의 가장자리에서 각종 축포가 수없이 쏟아져 나와 평양의 하늘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국내 최고 높이의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이런 방식의 불꽃놀이를 주기적으로 진행합니다. 류경호텔 불꽃놀이 아이디어는 김정은이 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왜냐하면 김정일 시절에는 이런 것에 별 관심도 없었고, 실제 진행되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평양에선 불꽃놀이 행사가 잇따라 진행됐습니다. 설날과 주요 명절마다 대동강 위엔 화려한 축포가 터졌고, 실제로 북한도 내부적으로 주요 불꽃놀이 행사를 김정은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김정은이 좋아하는 것은 불꽃놀이뿐만 아닙니다. 화려한 조명 역시 아주 좋아합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4월엔 각종 축포와 레이저쇼가 동원된 ‘빛의 조화’라는 이름의 야간행사가 처음 열렸습니다. 심야 열병식에는 각종 색상의 조명, 발광다이오드(LED)를 단 전투기와 드론 등도 동원됩니다. 마치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 등 주요 선진국의 각종 전야제를 흉내 내는 듯합니다. 이와 관련 떠오르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미국 행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 관련 입장을 피력했는데 마지막에 느닷없는 발언을 해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끝으로 며칠 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며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 데 대하여 위원장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말 뜬금포가 아닙니까. 왜 독립절 기념행사 DVD가 필요했는지 의문은 몇 달 뒤에 풀렸습니다. 10월 북한에 노동당 창건 75주년 행사를 야간에 진행했는데 마치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 퍼레이드에서 본 듯한 장면들이 많이 연출됐습니다. 미국은 지난해 7월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야간 대규모 불꽃쇼와 전투기 편대를 동원한 에어쇼를 펼쳤습니다. LED를 단 전투기와 드론, 항공기에서 쏘는 폭죽 등이 김정은에겐 매우 인상 깊었나 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북한에서 열린 3차례의 야간 열병식에서 모두 구현됐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8일 노동당 본부 청사 야외에서 열린 연회도 고풍스러운 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을 배경으로 잔디 정원에 차려진 원형 테이블에 나눠 앉아 진행된 모습이 마치 백악관 로즈가든의 연회를 방불케 했습니다. 여담이지만, 김정은은 2018년 6월 제1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찾은 싱가포르에서 화려한 야경에 충격을 받았나 봅니다. 이후 평양의 야경이 급작스럽게 화려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실내는 전혀 완공되지 못한 류경호텔도 밤에 보면 선진국의 그 어떤 화려한 빌딩보다 더 현란한 조명을 발산합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이번 북한의 심야 열병식의 기획자는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이고, 이들이 본보기로 삼은 행사 기획이 바로 미국의 독립기념일 행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미로 생존해 온 북한이 미국을 열심히 따라 배운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입니다. 화려한 불꽃쇼와 조명을 좋아하는 김정은 덕분에 평양 시민들은 잠을 잘 시간인 새벽에 김일성광장에서 지새우게 됐습니다. 대동강에서 터져 오르는 축포의 멋진 배경을 연출하기 위해 수천 명의 청년들이 경축야외에 동원돼 김일성광장에서 새벽 2~3시에 즐거운 듯 춤을 추어야 했습니다. 각종 대북제재와 코로나 봉쇄로 북한의 현실은 점점 시궁창에 빠져드는데, 그 북한의 지도자는 누구보다 화려함을 좋아한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한 부조화입니다.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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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성하 기자의 서울과 평양사이]황해제철소 노동자 폭동의 진실

    2001년 모 월간지에 ‘황해제철소 노동자 폭동 사건’이라는 탈북민의 기고가 실렸다. 황해북도 송림시에 있는 황해제철소에서 간부들이 압연 철판을 중국에 팔아 옥수수로 바꿔 노동자에게 배급을 줬는데 보위사령부가 탱크를 몰고 몰려와 간부들을 무리로 처형했다고 썼다. 다음 날 노동자 수천 명이 제철소 정문 앞에 모여 이에 항의하자 수십 명을 탱크로 깔아 죽였다고 주장했다. 처형장에서 김일성의 간호사를 하던 여성이 마이크를 뺏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라고 반발하자 그를 그 자리에서 처형했다는 묘사까지 자세하게 보탰다. 처형된 사람들을 평토장했는데 밤에 사람들이 몰려와 봉분을 만들고 수백 개의 헌화를 하고 갔다는 등 이후 다른 탈북민의 그럴듯한 설명들까지 보태졌다. 이런 말들을 토대로 황해제철소 폭동이 중국 톈안먼(天安門) 사건과 유사한 북한의 대표적 인민 항쟁이라고 추앙하는 사람들도 나타났고, 인터넷에도 그런 글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제는 한국에 3만5000명에 가까운 탈북민이 왔다. 송림에 살던 사람은 물론이고 그곳에서 간부를 하던 사람도 있다. 이들을 만나 당시 송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오랫동안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황해제철소 노동자 폭동은 몇몇 탈북민이 지어낸 대표적 거짓말이었다. 취재를 통해 파악한 황해제철소 사건의 진상은 이랬다. 수많은 아사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이 3년째 이어지던 1998년이 되니 북한의 기강이 말이 아니었다. 공장 자재를 훔쳐 팔고, 전선줄을 잘라 팔고, 심지어 철도 레일까지 뽑아 고철로 팔았다. 사회가 수습 불가 상황으로 치닫자 김정일은 보위사령부에 총소리를 울려 사회 기강을 바로잡으라는 지시를 내렸다. 보위사령부는 신의주와 혜산 등 중국과의 주요 밀무역 통로를 집중 조사했다. 신의주에서 이들은 철강재가 고철로 팔리는 것을 파악하고 추적에 들어갔는데 북한의 양대 제철소로 꼽히는 황해제철소가 연루된 것이다. 당시 인구 13만 명의 송림의 상황은 매우 심각했다. 오직 제철소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업도시라 아사자가 전국 평균 이상으로 나왔다. 제철소 당위원회에선 직장 스스로 먹고살라는 지시를 내렸다. 철제일용직장 같은 부서에서는 석유곤로나 불고기판을 만들어 팔기도 했지만 제철소 핵심인 강철직장은 팔 것이 없었다. 전기가 없어 철도 생산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이들은 제철로 바닥에 깔린 철로 만든 타일인 ‘깔판’을 뽑아 팔았다. 신의주에서 보위사령부 중좌 한 명이 송림에 잠입해 깔판을 사갈 거간꾼으로 위장해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걸려든 사람은 성길이라는 이름의 제철소 선전대 대장이었다고 한다. 그의 집에 도청기를 설치해 연관자들도 색출했다. 그리고 몇 달 뒤인 1998년 8월 초 오전 3시경 보위사령부는 공포감을 주기 위해 인근 탱크부대의 전차들을 동원해 송림에 진입했다. 주로 장갑차들이었고, 탱크는 몇 대뿐이었다. 이후 이들은 미리 찍어둔 간부 11명을 체포해 처형했다. 송림시 안전부 부부장, 강철직장 보위지도원, 제철소 당위원회 선전선동부 부부장, 선전대 대장 등이 포함됐다. 또한 도씨 성을 가진, 송림에서 알아주는 거간꾼도 들어 있었다. 이들에게 씌워진 죄명은 반당반혁명종파분자, 간첩 등이었다. 처형은 송림시에서 제일 큰 철산광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뤄졌다. 그런 끔찍한 광경을 보고 사람들은 뒤에서 불만은 토로했지만 사형장에서 반발한 사람도, 다음 날 제철소 정문에 모여 시위한 사람도 없었다. 북한에서 정부에 반항하거나 처형된 사람의 무덤에 헌화를 하는 행위는 일가족까지 연루돼 처벌되는 정치적 범죄이다. 더구나 탱크까지 몰려온 와중에 감히 당국에 반발할 수 없었다. 송림에 왔던 전차부대는 10여 일 더 머물다가 철수했다. 사회를 정화시킨다며 송림에 전차부대를 진입시켜 11명을 처형한 것이 황해제철소 사건의 진실이다. 송림에 탱크부대까지 진입해 많은 사람을 처형했다는 소문은 북한에 빠르게 퍼졌다. 여론이 나빠지자 김정일은 “총성이 너무 큽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이후 송림에선 “사형수 한 명이 눈치를 채고 도망갔다가 나중에 잡혔는데 김정일이 총소리 그만 내라고 하는 바람에 살았다. 결국 먼저 도망치고 볼 일이다”는 말도 퍼졌다고 한다. ‘황해제철소 폭동 사건’처럼 몇몇 탈북민이 지어낸 거짓말이 한국 사회에 혼란을 빚어낸 사례는 여러 건이 있다. 탈북민의 말을 무작정 받아쓰다간 언젠가는 곤경에 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 202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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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국경폐쇄에도 최고위층 위해 비타민·로열젤리 수입[주성하의 북카페]

    북한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국경을 철저히 폐쇄하고 북중 무역을 막았지만, 김정은 일가와 최고위층을 위한 필수품 수입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민들은 시계용 배터리조차 들여올 수 없어 시간이 멈춰진 세상에서 살고 있지만 김 씨 패밀리는 여전히 자신들만의 호화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최근 단독으로 입수한 올해 7월 북-중 무역통계에 따르면 북한은 7월 한 달 동안 1680만 달러(196억5600만 원)어치를 중국에서 수입했습니다. 우리 세관에 해당하는 중국 해관총서가 작성한 이 자료에는 7월 북한이 수입한 150여 가지 품목과 수량, 가격이 1달러 단위까지 자세히 적혀 있습니다. 수입품 목록과 수량을 살펴보면서 맨 처음 든 생각은 “이 목록은 중앙당 재정경리부가 작성해 자기들에게 필요한 것들만 들여간 것이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수십 가지 항목은 10인 미만의 사람이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소량이고, 다른 것들도 민생이나 대규모 공사와 거리가 먼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코로나 폐쇄 와중에도 북한이 반드시 들여갈 만큼 중요한 것은 김 씨 패밀리와 고위층의 소비를 위한 것 외에 더 있을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식품, 의약품, 술과 담배 등 기호품, 의류 등의 항목을 살펴보면 의약품 수입 비중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680만 달러 중 의약품이 약 300만 달러어치를 차지합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인슐린과 코르티코 스테로이드 호르몬 및 그 유도체(코르티손) 수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입니다. 인슐린은 40만 달러 이상을, 코르티손은 1만7000달러어치를 수입했습니다. 관련 분야에 종사하는 전문가는 “북한이 최근 3년 동안 인슐린과 코르티손 치료제를 들여간 적이 없는데 이번에 압도적으로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김정은의 체형으로 볼 때 당뇨와 류머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을 거라고 추정해 왔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과거 지팡이에 의지해 나타나거나 쩔뚝거리며 부자연스럽게 걷는 모습을 여러 차례 노출했습니다. 북한이 수입한 10여 종류의 의약품 중에 인슐린과 류머티스 관절염에 많이 쓰는 코르티손 관련 약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 이런 전문가들의 추정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추정에 대해 북한이 수입한 약품이 꼭 김정은을 위해 쓰이는 것이냐는 반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가능한 반론입니다. 그런데 의약품 수입 액수를 보면 김 씨 패밀리와 최고위층을 위해 존재하는 봉화진료소에서만 쓰기에도 넉넉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1년 반 동안 코로나로 인해 북중 국경이 완전히 폐쇄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 들여간 의약품 수량은 그동안 점점 비어갔을 봉화진료소 의약품 창고를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가 추정됩니다. 단일 품목으로는 인슐린과 비타민(약 39만 달러) 종류가 가장 많았고, 각종 항생제들도 수입했습니다. 항생제인 암피실린은 약 9만 달러, 페니실린 약 1만 달러, 세파마이신 6000달러 등입니다. 의료용 밴드 및 드레싱은 1360달러어치 들여갔습니다. 북한의 이번 의약품 수입이 봉화진료소가 아닌 일반 환자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밴드를 불과 1360달러어치만 사갈 수 있겠습니까. 그것도 코로나로 인한 국경 폐쇄의 와중에 말입니다. 7월에 들여간 의약품 품목만 봐도 김 씨 일가와 북한 고위층이 주로 걸리는 병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항생제야 모든 병원의 필수항목이라 생각해 여러 종류를 들여갈 수 있다 쳐도 가장 대표적인 항생제인 페니실린은 불과 1만 달러어치 들여갔는데, 인슐린은 40만 달러나 사갔습니다. 아마 전 세계에서 당뇨병 발병률이 가장 낮은 곳을 꼽으면 북한이 아닐까 싶습니다. 잘 먹지 못하는 데다 각종 동원으로 시달리다보니 북한 사람들은 비만이 아닌 영양실조를 걱정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당뇨병을 걱정할 정도로 잘 먹고 운동을 잘 하지 않는 계층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들여간 의약품은 당뇨병 치표제인 인슐린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이거야 말로 북한 현실과 너무나 판이하게 차이가 나는 역설적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항생제 수입 액수에 비해 비타민을 39만 달러어치나 사간 것도 눈길을 끕니다. 올해 상반기 김정은은 수십kg이나 감량된 모습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이렇게 급속히 살을 뺄 수 없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위절제술을 받은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습니다. 위절제술을 받은 사람이 평생 복용해야 하는 것이 각종 비타민이라고 합니다. 이번 수입 품목이 김 씨 패밀리를 위해 특별히 이뤄진 것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는 다른 항목은 식료품을 들 수 있습니다. 코코아가 들어있지 않는 사탕과자를 불과 2㎏, 209달러어치만 사갔다던가, 로열젤리를 약 1480달러어치 사간 것이 대표적입니다. 국가간 무역에서 특정 브랜드의 사탕 과자와 로열젤리를 209달러, 1480달러어치를 사갔다면 그게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이걸 보고 인민들을 위한 식품 수입이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요. 인조 꿀과 크림 및 설탕 종류도 4425달러어치 들여갔습니다. 북한에는 질 좋은 진짜 꿀도 많을 텐데 굳이 중국에서 인조 꿀을 들여간 것은 특정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닐까요. 술은 불과 2만 달러어치 들여갔습니다.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후지모토 겐지는 회고록에서 “김정일의 개인 술창고엔 양주만 1만 병이 넘게 저장돼 있다”고 썼습니다. 이를 통해 유추해 볼 때 김 씨 패밀리의 술 창고는 아직 충분히 견딜만한가 봅니다. 반면 담배는 137만 달러어치를 사갔습니다. 이건 김 씨 패밀리만 소비하기엔 상당히 많은 수량입니다. 사실 북한의 대다수 공산품은 질이 조악하기로 소문이 났지만 담배만큼은 꽤 괜찮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10년경까지 약 20년 동안 위조담배 판매에 큰 힘을 쏟기도 했습니다. 외국에서 담배 생산 설비와 생산 노하우를 들여와 유럽과 미국, 일본 등의 유명 브랜드 담배를 위조해 해외에 몰래 팔았던 과거가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의 담배 생산 능력은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이런 북한이 하필 담배를 137만 달러나 사간 것은 얼핏 이해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동당 39호실이 운영하는 평양의 주요 외화상점에서 각종 해외 브랜드의 담배가 매우 중요한 판매항목임을 감안할 때 담배 수입은 김 씨 패밀리를 위한 것이 아닌 내수 달러를 흡수하기 위한 판매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또 각종 옷감용 천도 100만 달러어치 사갔는데 이것은 열병식이나 각종 행사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김정은이 회의를 열면 간부들도 김정은과 스타일이나 색깔까지 똑같이 맞춘 옷을 입고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것을 위한 수입품목일 수도 있습니다. 150여개 품목 중엔 천을 씌운 금속 재질의 접이식 의자도 개당 100달러씩 5개 사들여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건 무엇일까요. 일반 간부를 위해 특정 접이식 의자 5개를 사가진 않겠죠. 김정은이 외부 현지시찰을 갔을 때 앉기 위한 의자이거나 바닷가에서 피서를 즐길 때 필요한 접이식 의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 김정은이 군부대를 시찰할 때 철제 프레임에 천을 씌운 의자에 앉아 참관하는 사진이 종종 나옵니다. 이 의자가 낡아 새로 수입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또 수입품목 중에 2800달러짜리 피아노도 1대 들어있는 것이 눈길을 끕니다. 수입 항목 중에는 인테리어를 위한 항목도 꽤 있습니다. 가령 목재가구(1만2000달러) 철제가구(1900달러), 플라스틱가구(3000달러) 석조가구(350달러)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액수만 보면 이 가구들은 방 몇 개 정도를 인테리어 할 정도에 불과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김정은이 회의할 때마다 회의장 인테리어가 바뀌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이것들도 그렇게 회의장을 새 단장하기 위한 가구들이 아닐까요. 북한의 150여개 수입항목에서 예외적으로 액수가 많은 것이 딱 한 가지 있습니다. 공기 주입식 타이어를 무려 약 475만 달러어치나 사갔습니다. 사실 타이어는 현재 북한 실정을 볼 때 매우 중요한 품목이긴 합니다. 최근 김정은의 지시로 평양 시내에 벌여놓은 각종 공사에서도 타이어가 없으면 기계 장비들이 투입될 수가 없습니다. 공사용 타이어일 수도 있지만, 김정은의 경호와 중앙당 간부들의 의전을 위해서도 막대한 양의 타이어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정은이 시찰을 나가면 경호부대가 며칠 전부터 출동해 그 지역을 4겹으로 에워싸고 개미 한 마리 드나들 수 없게 만듭니다. 우리는 북한 매체에서 김정은의 현지시찰 사진만 보지만, 그 한 번의 시찰을 위해 수백, 수천 명의 경호부대가 차량을 타고 움직입니다. 그러니 김정은 경호를 위해서도 타이어 수입은 불가피한 것입니다. 그밖에 중앙당 간부들의 차량을 운용하기 위해서도 타이어는 많이 필요하겠죠. 북한이 7월에 중국에서 수입한 1680만 달러어치 150여개 품목 중에는 민생을 위한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북한 내부 사정은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굶어죽는 사람들이 나온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그런데 수입품목만 보면 인민들은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장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하고 일체의 수입과 밀수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김 씨 일가만은 필요한 것들은 다 알아서 사다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9일 김정은은 노동당 세포비서대회에서 “나는 당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폐쇄 와중에 몰래 들여간 7월의 수입품목을 보면 이 말이 거짓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존재하는 이유를 아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 씨 왕조를 위해 존재합니다.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 2021-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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