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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중국에 판매하려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차단했다. 올 1월부터 구형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이 금지되는 ASML의 2023년 마지막 장비 수출까지 미국이 막아서고 나선 것이다. ASML은 1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네덜란드 정부가 최근 심자외선(DUV) 시스템 출하 허가를 부분 취소했다”며 “최근 미국 정부와의 논의를 통해 미국 수출 규제 규정 범위에 대해 추가 설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형인 DUV와 최첨단인 극자외선(EUV) 등 노광장비는 반도체 웨이퍼에 빛을 비춰 미세한 회로를 새기는 장비로, ASML은 세계 노광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은 2019년 EUV 장비 수출을 차단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DUV 장비 수출을 차단하는 새로운 수출 규제를 내놨다. 당초 DUV에 대한 수출 규제는 올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ASML이 수출 규제 시행을 앞두고 네덜란드 정부의 승인을 얻어 마지막 DUV 장비 수출에 나서자 미국이 이를 차단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말 직접 네덜란드 정부에 전화를 걸어 DUV 수출 취소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이 구형 반도체 장비 수출 사전 차단을 위한 외교적 압박에 나선 것은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가 장착된 스마트폰을 출시하는 등 미국의 수출 규제 우회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새해에도 중국에 대한 반도체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지난해 12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에 대해 “미국은 국가 안보를 위해 가능한 한 가장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전쟁 발발 후 줄곧 하마스를 지지해 온 예멘의 시아파 반군 ‘후티’ 선박들을 홍해에서 공격해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을 사살하고 선박 3척을 침몰시켰다. 지난해 10월 중동전쟁 개전 이후 미국이 후티와 직접 교전한 것은 처음이다. 그간 후티는 홍해 일대를 지나는 서방 주요국의 민간 선박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팔레스타인을 탄압하는 세력이라며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로 인해 각국 주요 해운사가 속속 홍해 항로를 포기하고 일대의 안보 위협까지 고조되자 미국이 직접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영국 또한 후티 공격을 검토하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지난해 12월 31일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이날 오전 6시 30분경 홍해를 지나던 덴마크 해운사 머스크의 컨테이너선 ‘항저우’의 긴급 구조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다. 당시 후티의 소형 선박 4척은 항저우호에 20m까지 접근해 소형 화기를 쏘며 위협했고 승선을 시도했다.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 ‘아이젠하워’, 구축함 ‘그레이블리’ 등에 있던 헬기를 출격시켰다. 중부사령부는 “후티 선박이 구두 경고를 한 미 헬기에 발포함에 따라 자위권 차원에서 응사했다. 4척 중 3척은 침몰시켰고 나머지 한 척은 달아났다”고 밝혔다. AFP통신 등은 이 교전으로 최소 10명의 후티 대원이 죽고 2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후티는 하마스와 마찬가지로 이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중동전쟁 발발 후 최소 23차례 홍해를 지나는 서구 민간 선박을 공격했다.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 측은 “향후 48시간 동안 홍해 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대원과 선박을 잃었지만 후티의 공격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란 국영 IRNA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이란의 정보수장 격인 알리 아크바르 아흐마디안 최고국가안보회의(NSC) 의장은 수도 테헤란에서 무함마드 압둘살람 후티 대변인과 만났다. 두 사람이 후티에 대한 이란의 추가 지원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맞서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이 홍해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후티를 겨냥한 공습을 검토하고 있다고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다만 미국의 딜레마는 점점 커지고 있다. 후티와의 추가 교전은 이란의 추가 개입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이미 2개의 전쟁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엄청난 상황에서 후티와의 대결은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물밑에서 공들였던 후티와 사우디아라비아의 평화협상 중재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위험성도 존재한다.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올해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 시작되자 ‘낙태권’ 이슈를 대선 유세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애써 홍보했던 ‘바이드노믹스(바이든 대통령의 경제정책)’ 효과가 지지부진하자 초반부터 대선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낙태권을 들고 나선 셈이다.백악관은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생식(reproductive) 자유를 위한 투쟁’ 순방 계획을 발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위스콘신에서부터 순방을 시작한다”며 “우리는 연합을 구축해 우리 몸과 생명에 대한 권리를 침해하는 공격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올해 대선 판도의 가늠쇠인 위스콘신 등 주요 경합주(州)를 시작으로 해리스 부통령 등이 직접 낙태권을 전면에 앞세운 순회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내각 주요 인사들을 총동원해 바이드노믹스 알리기에 나섰다.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통한 경제성과를 집중 홍보해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던 의도다. 하지만 지지율이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역대 재선에 도전하는 대통령 중 최악으로 떨어지자 낙태권 이슈를 다시 꺼내들었다.낙태권 문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공화당 주요 후보들과의 가상대결에서 밀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세를 역전시킬 ‘최후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2년 연방대법원이 낙태권 폐지 판결을 내리며 공화당은 각 주에서 낙태 금지 법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포함한 공화당 후보들은 대부분 낙태 금지에 원칙적인 찬성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공화당은 낙태 금지에 대한 거센 반대 여론에 부딪혔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당초 예상했던 ‘레드 웨이브(공화당 압승)’에 실패한 데 이어, 지난해 버지니아주 중간선거 등에서도 잇따라 패배했다.바이든 행정부는 앞서 29일엔 냉장고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 대한 에너지 효율 표준을 개정하는 등 환경규제 강화 대책을 내놨다. 공화당의 반대에도 민주당 성향 청년층 관심이 높은 환경정책을 강행하고 나선 것.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 승리의 원동력이었던 청년층과 유색인종 지지율이 최근 하락하고 있는 것을 의식한 행보라는 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30일 새해 소원을 묻는 기자 질문에 “내년에도 (대통령으로) 돌아오는 것”이라며 재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올린 신년 메시지에서 역대 최고기록을 경신한 불법이민자 급증 사태가 ‘대선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음모론을 주장했다. 그는 “미국을 파괴하고 있는 ‘부도덕한 바이든(Crooked Biden)’과 급진좌파 그룹에게 일찍 새해 인사를 하고 싶다”며 “그들은 불법 이민자들의 입국을 허용해 이들을 2024년 대선 유권자로 등록시키려 하고 있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은 이달 15일 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투표일인 11월 5일까지 11개월간의 대선 대장정에 돌입한다. 공화당 내 지지율 1위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주에서의 압도적인 1위를 자신하고 있다. 최근 지지율 상승세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등이 그를 추격하고 있다. 만일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디샌티스 주지사가 3위를 기록하면 공화당 경선은 사실상 트럼프 대 헤일리의 양자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헤일리 전 대사는 23일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은 뉴햄프셔주, 다음 달 24일 고향인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트럼프 대세론’을 흔들겠다는 각오다. 이 두 곳에서 선전을 펼치지 못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15개 주의 경선이 한꺼번에 몰린 3월 5일 ‘슈퍼 화요일’ 이전에 사실상 후보로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위험은 공화당 후보를 공식 선출하는 7월 15일 전당대회 때까지 계속 변수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 집권 민주당은 다음 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프라이머리를 통해 경선을 시작한다. 이변이 없는 한 8월 전당대회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인 데다 그의 고령 및 건강 우려 등도 여전하다. 민주당 성향인 무소속 후보의 출마 가능성 또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벌린(뉴햄프셔)=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지난해 12월 27일(현지 시간) 미국 북동부 뉴햄프셔주의 소도시 벌린을 찾았다. 한때 미 최대 종이 공장을 보유했지만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인구가 약 2만 명에서 9000명으로 줄었다. 도심에서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웠지만 파출소 옆 마을회관은 달랐다. 야당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유세가 예정돼 있어 인파가 몰린 것이다. 헤일리 선거 캠프의 직원은 “예상보다 많은 이가 찾아왔다. 그의 지지율 급등세(surge)가 확인되고 있다”고 반색했다. 11월 5일 대선을 치르는 미국은 이달 15일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 23일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시작으로 장장 11개월의 대선 레이스에 돌입한다. 당초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최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세로 공화당 내 ‘트럼프 대세론’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反트럼프 정서 힘입은 ‘헤일리 돌풍’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유세 내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가 “트럼프는 혼란을 가져온다. 여러분 모두가 알지 않느냐”고 하자 많은 이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현장에서 만난 공화당원인 60대 여성 진 델라니 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반대한다. 그는 본인 입으로 (취임 첫날) 독재자가 되겠다고 했다”며 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등 다른 독재자를 추켜세운 것을 보면 농담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델라니 씨는 최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덜 나쁜 후보를 찾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부인과 함께 왔다는 민주당원 버니 마텔 씨(71)는 “4년 전엔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더 이상 그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며 “바이든은 정점을 지났다. 미국은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헤일리 전 대사가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되어 바이든 대통령과 대결한다면 헤일리를 지지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인도계 사업가 주긴더 싱 씨(53)는 뉴욕에서 무려 6시간을 운전해 이날 유세에 참석했다. 그는 “같은 인도계인 헤일리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무척 자랑스러울 것”이라며 “탄탄한 경쟁력을 가진 헤일리가 뒤늦게나마 주목받게 돼 기쁘다”고 했다.● ‘노예제 미언급’ 여진은 계속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남북전쟁의 원인이 무엇이냐’는 한 주민의 질문에 “기본적으로 정부가 어떻게 운영되느냐의 문제였다”고만 답해 구설수에 올랐다. 노예제라는 전쟁 발발의 본질을 끝까지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지지층과 공화당 지지세가 강한 남부 유권자들은 노예제 역사를 의무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비판적인종이론(CRT)’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들을 흡수하지 않고는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중도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해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그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남북전쟁은 의심할 여지 없이 노예제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헤일리 전 대사는 하루 뒤 유세에서도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은 그(트럼프 전 대통령)를 사면하는 것”이라며 트럼프 지지자를 포섭하려는 태도를 취했다.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사람도 많았다. 벅 윌리엄스 씨(83)는 “종이 공장 폐쇄 후 내가 나고 자란 이 도시가 사라질까 걱정이 많다”며 “트럼프가 이 마을을 예전처럼 되돌려주면 좋겠다. 그에게 투표할 것”이라고 했다.벌린(뉴햄프셔)=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공약으로 내건 ‘보편적 기본관세’를 한국 등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집권 2기에는 보호무역 조치를 더욱 노골화해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유럽 등 동맹국과도 무역전쟁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 재선 캠프 관계자는 미국과의 FTA 체결국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직 어떤 결정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하면 미국 무역적자 감축을 위해 모든 수입품에 세율 10% 보편적 기본관세를 부과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FTA를 맺은 20개국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자국에는 보편적 기본관세를 적용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미국과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를 맺은 캐나다의 커스틴 힐먼 주미 대사는 NYT에 “캐나다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관세 자유화율 99% 협정을 맺었다”며 “보편적 기본관세가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도 USMCA처럼 트럼프 행정부 당시 협정을 개정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캠프는 미국과 FTA를 맺은 동맹국이더라도 보편적 기본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낸 로버트 라이트하이저는 NYT에 보편적 기본관세가 부과되면 기존 관세율에 10%포인트가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인 만큼 FTA 체결국도 예외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무역법 301조를 앞세워 철강, 알루미늄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 것처럼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미국 무역적자 규모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국제긴급경제권법 및 관세법에 따라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관세를 매길 수 있는 명확한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의회가 관세 부과에 반대하더라도 대통령 직권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다. 대니얼 프라이스 전 백악관 국제경제보좌관은 NYT에 “과거 트럼프가 관세를 부당하게 부과했을 때 한국, 일본 등 핵심 동맹은 ‘(트럼프가) 곧 정신 차릴 것’이라 생각해 보복을 자제했지만 이번에는 그런 환상에 빠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야당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탄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본격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층 공략에 돌입했다. 공화당 첫 경선지로 내년 1월 15일 당원대회(코커스)가 열리는 아이오와주 집중 유세에 나선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가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최대 지지 기반인 ‘레드넥(Redneck·교외에 사는 저학력, 저소득 백인 남성 노동자)’ 지지를 얼마나 얻느냐가 이번 경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항마’로 떠오른 그가 경선 초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기반에 균열을 내지 못한다면 최근 지지율 급등은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분석이 많다.● “아이오와 밀리면 어렵다” 물량 공세뉴욕타임스(NYT)는 25일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슈퍼팩(super PAC·특별정치활동위원회) ‘번영을 위한 미국인(AFP)’이 아이오와 방문 유세 활동에 나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원봉사자 150명을 모집해 아이오와 코커스 전까지 10만 가구를 찾아다니며 헤일리 전 대사 지지를 요청하겠다는 목표다. 21일까지 5일간 아이오와에서 유세했던 헤일리 전 대사는 27∼29일 공화당 두 번째 경선지인 뉴햄프셔 방문 이후 다시 아이오와로 향한다. 그는 최근 아이오와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이 바로 지상전에 나설 때”라며 “우리는 모든 지역을 뒤덮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초기 경선지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중 유독 아이오와에서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 상승세는 더디다. 21일 폭스뉴스 여론조사 결과 아이오와에서 헤일리 전 대사 지지율은 16%로, 트럼프 전 대통령(52%)은 물론이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18%)에게도 밀렸다. 헤일리 전 대사 핵심 지지층인 고학력, 고소득자 및 중도층 비율이 높은 뉴햄프셔와 달리 농촌 지역 저소득층 백인이 많은 아이오와에선 별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헤일리 전 대사가 아이오와에 집중하는 이유다. 헤일리 전 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선 본선 경쟁력을 앞세우며 중도층 표심을 겨냥하고 있다. 미 정치 전문 매체 더힐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508개 여론조사를 평균한 결과 그(42.9%)는 일대일 가상대결에서 바이든 대통령(39.4%)을 3.5%포인트 앞섰다. 이에 비해 트럼프 전 대통령(45.3%)은 바이든 대통령(43.4%)을 1.9%포인트 앞서는 데 그쳤다. 하지만 아이오와 코커스 결과 당내 3위로 뒤처지면 뉴햄프셔에서 선전한다고 해도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기대가 빨리 식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 정치 분석 단체 ‘더 쿡 폴리티컬 리포트’ 에이미 월터 분석가는 PBS 방송에서 “(당원들을 상대로 한 경선지인) 아이오와는 (당적이 없는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는 경선지인) 뉴햄프셔의 틀을 벗어날 수 있을지 보여주는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연초 잇단 사법 리스크 일정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 및 사법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부패한(crooked) 바이든의 유일한 희망 ‘정신 나간(derailed)’ 잭 스미스(특검)를 포함한 모두에게 메리 크리스마스가 되길”이라고 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 경선 참여 자격에 제동을 건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항고 시한인 내년 1월 4일 등 새해 초부터 사법 리스크 관련 일정이 이어질 예정인 가운데 성탄절 메시지로 비판과 조롱을 쏟아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헤일리 돌풍이나 ‘디생티모니어스(DeSanctimonious·신성한 체하는 디샌티스)’ 반등은 없다. 모두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반도체와 핵심 광물 희토류의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신식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해 온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중국산 저가 범용 반도체까지 규제할 뜻을 밝히자 중국 또한 전략물자인 희토류의 가공 기술 수출을 금지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미국과 중국에 모두 진출해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 또한 어떤 식으로든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는 이날 “다음 달부터 미 기업들이 범용 반도체를 어떻게 조달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자동차, 항공우주, 방산 등 첨단 산업 분야에 속한 100여 개 기업의 범용 반도체 수급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또한 “중국이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미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경쟁하지 못하도록 하는 우려스러운 징후를 확인했다”며 “미 범용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는 외국 정부의 비(非)시장적 행동에 대처하는 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로 해당 시장에 진입할 길이 막히자 구형 범용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이에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 또한 블룸버그통신에 범용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관세나 기타 무역 수단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기업이 수입하는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같은 날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희토류의 제조 및 정련 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중국 수출금지·제한 목록’ 개정판을 발표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60%, 희토류 가공 및 정제 산업의 약 90%를 점유했다. 이번 조치로 특히 전기자동차, 의료기기, 무기 등에 쓰이는 희토류의 공급 및 가공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범용 반도체 실태 조사가 시작되면 미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 또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조사 범위와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미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범용 반도체구형 설비로 제작하는 저성능 반도체. 통상 28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보다 큰 반도체를 뜻한다. 10나노급 이하 최신식 반도체보다 처리 속도가 느리나 세계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美 “中 보조금으로 반도체 장악 막아야”… 중국産에 관세 부과 시사 [美, 피아 구분 없는 경제전쟁]격화되는 美-中 패권갈등美 “中, 반도체 시장 왜곡 안돼"… 범용 반도체 공급망 수급실태 조사中 “美, 수출통제 남용 타국기업 차별”… 희토류 광물 이어 가공기술까지 통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산 저가 범용 반도체에 칼을 빼들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미국의 규제로 최신식 반도체 시장에 진입할 길이 막힌 중국이 보조금,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자국산 범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육성하자 이 또한 좌시할 수 없다며 “미 주요 기업의 중국산 반도체 수급 실태를 조사하겠다”고 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중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올해 내내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주요 광물 자원의 수출을 통제해 온 중국 또한 가만히 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또한 핵심 광물 자원을 가공하고 제련하는 기술의 수출까지 금했다. 미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18∼2021년 기준 미국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74%에 달한다. 우리 정부와 반도체 업계 또한 양국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규정하는 범용 반도체가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까지 포함되는지에 따라 파장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태의 후폭풍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민관 합동 차원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몬도 “中 보조금으로 범용 반도체 장악” 미 상무부는 다음 달부터 국방과 자동차, 항공우주 등 주요 분야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범용 반도체 공급망을 조사하겠다고 21일(현지 시간)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이번 조사는 선제적 대응을 위한 것”이라며 “관세 부과, 수출 통제, 동맹국과의 협력 등을 통해 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국의 보조금 지원이 전체 반도체 시장을 왜곡하도록 만들 수 없다”며 강경 대응을 천명했다. 범용 반도체는 구형 공정으로 제작된 반도체로, 업계에서는 통상 28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보다 큰 반도체를 뜻한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좁을수록 처리 속도가 빠르고 소비 전력이 감소한다. 이에 삼성전자 등 반도체 선도 기업은 최근 10나노급 이하 첨단 반도체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전체적인 반도체 수요로만 보면 범용 반도체의 비중이 최신식 반도체보다 높다. 특히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의 95%가 범용 반도체라고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분석했다. 이에 중국 또한 ‘반도체 선도국’의 상징성은 떨어지지만 ‘매출 확대’가 용이한 범용 반도체 시장에 사활을 걸고 있다. 당국 주도로 최소 1조 위안(약 182조 원) 이상의 반도체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범용 반도체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SMIC 등 중국 반도체 기업 또한 2026년까지 범용 반도체 분야에서 26개 공장을 새로 짓기로 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세계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 비중은 현재 29%에서 2027년 33%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러몬도 장관이 “중국이 보조금을 받는 (범용) 반도체를 쏟아내 미 기업이 (해당) 반도체를 만들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비판한 것도 이 때문이다.● 中, 희토류 가공 기술까지 무기화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 또한 21일 웹사이트에 희토류의 추출, 정제, 가공 등의 기술에 관한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게재했다. ‘첨단산업의 쌀’로 불리는 희토류는 자동차, 의료기기, 무기 등 최첨단 제품에 들어가는 17가지 희귀 광물이다. 중국은 미국의 반도체 규제가 강화되자 올 8월 반도체 생산의 주요 재료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통제로 맞섰다. 이달 1일부터는 2차전지 음극재의 핵심 재료인 흑연의 수출 또한 규제했다. 이 와중에 이제는 희토류 가공 기술까지 금지하기로 한 것이다. 왕원빈(王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관련 질문을 받고 “기술 발전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일상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범용 반도체 실태 조사에는 반발했다.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은 “미국이 수출 통제 조치를 남용해 외국 기업에 차별적이고 불공정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영향에 촉각 국내 업계는 사태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nm 이하 최첨단 반도체 공정에 주력하고 있지만 일부 범용 반도체 공정 또한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범용 반도체는 사용처가 워낙 넓고 다양해 미국의 조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공급망 파악 목적으로 끝날지, 제한적으로라도 규제 조치가 이뤄질지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곽도영 기자 now@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미국 백악관이 일본제철이 미 철강기업 US스틸을 인수하는 과정에 대해 “긴밀한 동맹이어도 국가 안보와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안보 사안에는 패권 갈등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물론 일본 같은 핵심 동맹에도 깐깐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백악관이 집중 심사를 예고하면서 US스틸에 대한 최종 인수 허용 결정이 당초 예상됐던 내년 2, 3분기를 넘어 같은 해 11월 미 대선 이후로 늦춰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21일(현지 시간) 성명을 통해 “US스틸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민주주의 국가의 무기에 필수적인 부분이었고 여전히 미 철강 생산 전반의 핵심 요소”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행정부의 (관련) 조사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거론한 조사는 미 연방정부 산하의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담당한다. 국가 안보에 관한 외국 투자를 규제 및 감독하며 미 대통령에게 특정 거래에 대한 불허를 권고할 권한을 지녔다. 재무, 상무, 국방장관 등 16개 부처 수장이 관여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행보는 US스틸 매각 기사가 보도된 후 미 내부에서 적지 않은 반발 여론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이웃 오하이오주 등 과거 미 철강업의 중심지였으나 세계화, 자동화 등으로 몰락한 ‘러스트벨트(쇠락한 산업지대)’에서는 지역 정치인과 노조가 한목소리로 “매각 반대”를 외치고 있다. 현재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밀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 지역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브레이너드 위원장 또한 “바이든 대통령은 미 철강노조 조합원이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노동자라고 생각한다”며 성난 민심을 달랬다. 일본은 백악관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사이토 겐(齋藤健) 경제산업상은 22일 “일본제철이 (인수) 절차에 확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이니치신문은 미 여야 의원과 노조가 모두 반대하고 있어 인수 절차가 난항을 겪을 가능성을 우려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반도체와 핵심 광물의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패권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최신식 첨단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규제해 온 미국이 21일(현지 시간) 중국산 저가 범용 반도체까지 규제할 뜻을 밝히자 중국 또한 전략 물자인 희토류의 가공기술 수출을 금지하겠다며 ‘맞불’을 놨다. 미국과 중국에 모두 진출해 있는 한국 반도체 기업 또한 어떤 식으로든 후폭풍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미 상무부는 이날 “다음 달부터 미 기업들이 범용 반도체를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시작할 것”이라며 자동차, 항공우주, 방산 등 첨단산업 분야의 1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이들 기업의 범용 반도체 수급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또한 “중국이 자국 기업의 범용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면서 미 기업이 (해당) 시장에서 경쟁하지 못하도록 하는 우려스러운 징후를 확인했다”며 “미 범용 반도체 공급망을 위협하는 외국 정부의 비(非)시장적 행동에 대처하는 것은 국가안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규제로 해당 시장에 진입할 길이 막히자 구형 범용 반도체 시장에 집중하며 시장 점유율을 늘렸다. 이에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 또한 블룸버그통신에 범용 반도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관세나 기타 무역 수단이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 기업이 수입하는 중국산 범용 반도체에 관세를 대폭 인상해 중국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같은 날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는 희토류를 사용한 고성능 자석 등의 제조 기술, 정련기술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중국 수출금지·제한 목록’ 개정판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조치로 특히 전기자동차, 의료기기, 무기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의 공급 및 제련에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미국의 범용 반도체 실태 조사가 시작되면 미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 또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조사 범위나 계획이 나오지 않았지만 우리 기업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미 정부와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철중 기자 tnf@donga.com조응형 기자 yesbro@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에 제동을 건 콜로라도주(州) 대법원 판결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을 넘겨받은 미 연방대법원이 내년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일부 지지자들의 2021년 1월 6일 의사당 난입을 선동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자신이 면책특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한 결정을 연기해 달라고 20일 연방대법원에 요청했다. 반면 백악관과 집권 민주당은 대법관 9명 중 6명이 보수 성향인 현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릴 수 있다고 우려해 일부 대법관을 관련 재판에서 제외하라고 촉구했다. 연방대법원은 49년간 유지된 연방 차원의 낙태권을 지난해 폐기하는 등 최근 잇따라 논쟁적 판결을 내놓고 있다. 일부 대법관의 향응 의혹으로 ‘민주주의 최후 보루’라는 신뢰 또한 급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대선 과정에 영향을 끼칠 주요 결정을 내리게 됐다. ● “대선에 직접 개입하게 된 연방대법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20일 “공화당의 유력 주자를 대선 캠페인이 한창일 때 수개월간 형사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은 명백한 당파적 이해를 공익으로 가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이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야당 유력 주자에 관한 재판을 시작하는 것 자체가 ‘사법부의 선거 개입’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1·6 사태’ 가담 혐의 등으로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주장에 대법원에 특권 여부를 신속히 판결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법원은 빠르면 내년 1월 신속 판결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대법원이 면책특권을 기각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경선이 한창인 내년 3월부터 관련 재판을 받는다. 민주당은 일부 대법관의 중립성을 문제 삼는다. 민주당 하원의원 8명은 최근 대법관 9명 중 경력이 가장 오래된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에게 서한을 보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면책특권 재판에 참여하지 말라”고 압박했다. 토머스 대법관은 공화당 소속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91년 임명했다. 또 보수 성향 로비스트인 그의 부인 지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에도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대법원은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가 격돌했을 때도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막는 결정을 합법으로 인정해 부시 전 대통령의 승리를 확정짓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대법원이 다시 대선에 직접 개입하게 됐다며 “대법원이 가시방석(Hot seat)에 앉았다”고 논평했다.● 트럼프 지지자, 주 대법관 살해 위협까지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 후폭풍도 가시지 않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일 소셜미디어에 “내가 직면한 모든 사건은 백악관 소행”이라며 “조 바이든(대통령)이 나에 대한 모든 정치적 허위 기소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대선 캠프는 각계에 정치자금 모금 이메일을 보내 이번 사태를 지지층 결집에 이용하고 있다. 당내 경쟁자 또한 이 사안에 대해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둔했다.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는 콜로라도주 대법원을 향해 “판사가 아니라 유권자가 내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부 강성 지지층은 온라인에 콜로라도주 대법관의 사무실 주소 등을 올리고 “이들을 죽이면 끝난다”는 위협 글까지 게재했다. 민주당에서는 올 3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첫 사법 기소가 오히려 그의 지지율 상승을 이끌었듯 이번 콜로라도주의 판결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 고문이었던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트럼프에게 제기된 모든 법적 도전은 공화당 경선에서 그의 지지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면서 “콜로라도(주 대법원의 판결)도 똑같을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란에 가담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확실히 내란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다만 콜로라도주 경선 참여권 박탈에 대해선 “법원이 결정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콜로라도주에서 열리는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주(州)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상고하기로 해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이 결론은 뒤집힐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다른 주에서도 ‘트럼프 출마 불가’ 소송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과정에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19일(현지 시간) “미 수정헌법 14조 3항에 근거해 콜로라도주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보로 포함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내란 가담자의 공직 출마를 제한하고 있다. 앞서 주 지방법원은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수정헌법 14조 3항이 대통령직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주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특정 주 대선 경선 출마를 금지한 첫 판결이다. 미시간과 애리조나 등 경합주에서도 트럼프 출마 자격 판결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해당 주 판결은 물론 대선 판세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트럼프, 미시간 등 15개주서 출마자격 줄소송… 경선 영향 불가피콜로라도 대법 “자격 없다” 첫 판결대선 출마 막힐 가능성 낮지만경합주서 자격 박탈 판단땐 치명타대선 개입 재판에도 악영향 가능성… 트럼프 “궁극적인 선거개입” 반발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간) 콜로라도주(州)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오면서 이번 결정이 내년 대선 국면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연방대법원에 즉각 상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에서 대선 출마가 막힐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 판도를 좌우할 주요 경합지에서 유사 소송이 이어질 예정인 데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되더라도 대선 본선까지 출마 자격을 둘러싼 법적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판결을 “선거 개입”이라고 규정하며 또다시 지지층 결집 계기로 삼고 있다.● “내란 가담 트럼프 출마는 헌법 위배”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이날 내란 가담자의 공직 자격을 박탈하는 수정헌법 14조 3항을 적용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 참여는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주 대법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화적인 권력 이양을 방해하기 위해 폭력과 불법적인 행동을 선동하고 장려했다”며 “1·6 의사당 난입 사태가 ‘반란’이라고 판단하는 데 거의 어려움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2020년 대선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주에서 공화당 관리들에게 결과를 뒤집도록 압력을 가했다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주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전례가 없다는 것을 안다”며 연방대법원 확정 판결이 있을 때까지 이번 판결의 효력을 정지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또한 이번 판결은 콜로라도주에만 해당하기 때문에 다른 주 경선에 출마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에 대한 최종 판단은 연방대법원의 손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스티븐 청 트럼프 대선 캠프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신속하게 연방대법원에 상고하고 비민주적인 이번 결정을 유예해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연방대법원은 보수 성향 대법관이 6 대 3으로 다수를 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오늘 미국은 궁극적인 선거 개입을 봤다”며 다시 한번 지지층 결집 효과를 노리고 있다. 다른 공화당 대선주자들 역시 대법원이 출마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미시간 등 경합주도 유사 재판 진행 중 이번 판결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 자격을 심리하는 다른 주 법원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15개주에서 관련 소송 및 항소가 제기된 상태다. 2016, 2020년 대선에서 모두 민주당 후보가 승리한 콜로라도주는 대선 판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적은 편이다. 하지만 대표적인 경합주인 미시간주와 애리조나주에서 대법원 재판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들 지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경선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 판결이 나오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기 위해선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이른바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중 최소한 한 곳에서 승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미네소타주 등은 주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참여 자격을 유지해 주면서도 대선 본선 출마 자격에 대해선 반(反)트럼프 진영이 항소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 대선 본선까지 출마 자격 논란이 이어질 수 있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가담 혐의를 인정한 이번 판결이 내년 3월부터 이어질 트럼프 전 대통령의 ‘1·6 의사당 난입 사태’ 선동 의혹과 조지아주 대선 뒤집기 혐의 등을 다루는 다른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연방대법원이 대선에 미칠 혼선을 고려해 신속한 판결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가 열리는 내년 1월 15일 전에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1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인공지능(AI)으로 지도를 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 ‘임팩트 옵서버토리’ 스티브 브럼비 최고경영자(CEO)는 회의실에 설치된 스크린 위에 북한 지도를 띄웠다. 지도 속 북한은 평양 등 일부 대도시와 개마고원 인근을 제외하고 대부분 옅은 노란색으로 표시됐다. 나무가 거의 없다는 뜻이다. 도시를 의미하는 붉은색, 경작지인 오렌지색 외에 대부분 산림 지역인 녹색으로 뒤덮인 한국과는 달랐다. 한눈에 휴전선 경계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였다.》 임팩트 옵서버토리는 AI를 이용해 매주 세계 지도를 새로 만들고 있다. 단순히 미국과 유럽 정부가 공개하는 인공위성 사진과 민간 상업용 위성사진을 이어 붙인 지도가 아니라 이를 AI가 분석해 도로와 호수, 강 등 지형의 변화는 물론이고 산림과 경작지, 황무지 등을 색깔로 구분한 세계 지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브럼비 CEO는 “북한이 주민들을 위해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북한의 최신 지도는 북한이 알리고 싶어 하지 않지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한국과 일본, 중국 정부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식량위기가 발생하면 인구 이동이 촉발되고 이로 인해 자원 분쟁과 전쟁이 일어난다”며 “매주 최신 지도를 제작하는 것은 국제적 긴장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AI 혁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커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글로벌 도전과제들을 해결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인간으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처리 속도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AI를 활용한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변화나 식량위기, 전 세계를 휩쓰는 전염병 등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난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딥페이크(deep fake) 등을 활용한 허위정보 확산으로 인한 정치적 혼란, AI 기술을 활용한 무인기(드론) 등 무기 개발로 인한 AI 군비 경쟁에 대한 우려 속에 주요 국가 간 AI를 통제하는 규칙을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규제를 둘러싼 논란도 커지고 있다.“AI는 글로벌 난제 ‘게임체인저’” 임팩트 옵서버토리는 AI를 기반으로 기후변화 대응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스타트업이다. 우주 연구를 위해 미국으로 이주한 호주 과학자인 브럼비 CEO는 미국 정부를 위한 재난 지도 제작을 지휘하다 2020년 AI 기반 지도 제작 기업인 임팩트 옵서버토리를 세웠다. 회사 직원은 20명에 불과하지만 1만 대의 컴퓨터가 딥러닝 기술로 매일 수집되는 위성사진을 분석해 매주 세계 지도를 새롭게 만들고 있다. 임팩트 옵서버토리가 만들어내는 최신 지도를 통해 미국 정부는 폭우와 화재, 가뭄으로 인한 지형의 변화와 도시 인프라 확대가 미칠 환경 영향을 수시로 점검해 대형 재난을 예방할 수 있다. 폭우나 홍수, 허리케인 등 기상 이변으로 인한 대형 재난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이 회사가 만든 최신 고해상도 지도로 도시 구석구석의 최신 정보를 파악해 구조대를 보낼 수 있다. 브럼비 CEO는 “미국 정부는 2년에 한 번씩 수백만 달러를 들여 지도를 업데이트한다”며 “하지만 매일 1000명 이상의 사람이 이주해 오는 플로리다주 같은 곳에서 재난 구조에 2년 전 지도를 사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여름 대형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플로리다주를 강타했을 때도 최신 지도를 사용해 이재민들이 도움을 요청할 만한 곳을 찾아 구조대를 보낼 수 있었다”고 했다. 임팩트 옵서버토리는 미국 국가지리정보국(NGA)은 물론이고 유엔과도 협력해 전 세계 지도를 유엔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예산 부족으로 지도를 만들지 못하는 개발도상국에 최신 지도를 제공해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고 기후 감시 단체들이 주요 국가의 기후변화 국제협약 준수 여부를 점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AI 기술이 없었다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작업들이다. 이 회사는 작물 종류에 따른 실시간 농업 지도를 개발하는 등 AI 기술을 활용한 글로벌 식량위기 대응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브럼비 CEO는 “AI는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거리엔 휴대전화 카메라가 있고 공중에는 드론과 비행기, 위성이 있다. 이들이 포착한 모든 정보는 클라우드 컴퓨터에 저장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 3년 안에 이 모든 정보가 AI로 통합될 것이며 우리는 모든 도시의 생생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이를 글로벌 도전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느냐는 정부의 몫”이라고 지적했다.규제 선점 경쟁에 “혁신 발목 잡을라” 챗GPT 등 생성형 AI의 출현으로 AI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자 국제기구들도 앞다퉈 AI 프로젝트에 나서고 있다. 13일 폐막한 제2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에선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AI 프로그램 개발을 목표로 하는 ‘AI 혁신 그랜드 챌린지’를 시작하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뿐 아니라 식량위기, 국제보건, 교육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연구가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 확산을 예측하는 등 AI를 통한 질병 감시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로 미 하버드대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으로 개발한 AI 프로그램인 이브스케이프(EVEscape)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독감 등 바이러스가 어떤 변이를 일으킬지 예측할 수 있다. 포브스지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이 AI 프로그램이 있었다면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AI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 생산량 변화를 추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유네스코는 AI를 활용한 교육 격차 해소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19일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의 질병 및 빈곤 퇴치 활동과 관련해 “내년부터 AI 혁신의 거대한 물결이 시작될 것”이라며 “AI는 세상 모든 아이들이 동등하게 생존과 번영을 누리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AI 규제를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AI의 긍정적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최근 AI 프로그램을 통한 생체인식 수집을 금지하고 건강이나 안전, 환경 등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분야에는 AI 사용을 금지하는 AI 규제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두고 미국 기업들이 AI 개발을 주도하는 가운데 유럽이 먼저 강력한 규제를 마련해 유럽 시장이 미국 AI 기업들에 통합되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도 내년 대선을 앞두고 AI 규제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AI 프로그램 개발 시 사전 정부 보고 의무 등을 담은 AI 규제 행정명령을 내놓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AI에 대한 과도한 규제에 반대하고 있다. 문병기 워싱턴 특파원 weappon@donga.com}
미국 콜로라도주(州)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여할 수 없다고 19일(현지 시간) 판결했다. 2021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내란 선동 혐의가 있다고 보고 대통령 출마 자격을 박탈한 것이다. 미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내란 가담자의 공직 출마를 제한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고, 보수 우위인 연방대법원에서 콜로라도주 대법원 판결을 무효화시킬 가능성이 높아 트럼프의 대선 출마가 불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이날 “(공화당의) 콜로라도주 예비선거 투표용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을 후보로 포함시키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앞서 주 지방법원은 내란 선동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수정헌법 14조 3항이 대통령에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지만 주 대법원이 이를 뒤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이 연방대법원에 항소하면 확정 판결 때까지 판결 효력을 정지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미시간과 애리조나 등 경합주에서도 트럼프 출마 자격 판결이 이어질 예정이어서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 과정에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독주 체제였던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가 약진하며 ‘대항마’ 입지를 굳히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내년 초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지이며 집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햄프셔주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다. “재집권 시 첫날은 독재할 것” “이민자가 미국 피를 오염시킨다” 등 최근 논란을 부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또한 헤일리 전 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압승을 자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제3지대 후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표를 더 많이 잠식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 경선지서 대역전 노리는 헤일리 미 CBS방송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년 1월 23일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이 열리는 북동부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9%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15%포인트 차로 따라붙었다. 지난달 9∼14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이곳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18%)는 트럼프 전 대통령(46%)에게 28%포인트 뒤졌다. 약 한 달 만에 격차를 대폭 좁힌 것이다. 특히 헤일리 전 대사는 ‘호감 가는 후보’를 묻는 문항에서 55%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넉넉히 제쳤다. ‘합리적 후보’ 항목에서도 51%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앞섰다. 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공화당원뿐 아니라 당적이 없는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내년 11월 대선(본선)에서 특정 주자의 경쟁력을 평가하기에 적합해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한다. 또 주자 가운데 의미 있는 2강 또는 3강을 압축해 경선 구도를 확정짓는 효과를 갖는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 또한 최근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다만 CBS 조사에서 같은 달 15일 공화당의 첫 대선 후보 경선이 열리는 중부 아이오와주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이 13%에 불과해 트럼프 전 대통령(58%)에게 크게 뒤졌다. 아이오와주 경선은 공화당원만 참여가 가능한 ‘당원대회(코커스)’ 형태로 치러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 헤일리 전 대사의 눈은 내년 2월 23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로 향해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곳에서 나고 자랐고, 39세 때인 2011년 미 역대 최연소 주지사에 올랐다. 사우스캐롤라이나 최초 여성 주지사라는 기록도 세웠다. 뉴햄프셔에서 본선 경쟁력을 입증한 후 고향에서의 승리를 통해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리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텃밭’ 공략하는 트럼프 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서부 네바다주에서 유세 활동을 벌였다. 이곳은 공화당의 주요 경선지 중 히스패닉 인구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히스패닉 유권자를 집중 공략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서 자신의 우위를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박빙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의 41%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제3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는 35%만 “제3후보 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제3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 특히 젊은 유권자 결집에 중대한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17일 진단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독주 체제였던 미국 공화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대항마’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미국대사의 선전으로 새 국면에 접어들었다. 헤일리 전 대사는 내년 초 공화당의 두 번째 경선지이며 집권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뉴햄프셔주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의 표심을 파고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추격하고 있다. “재집권시 첫 날은 독재할 것” “이민자가 미국 피를 오염시킨다” 등 최근 논란을 부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막말 또한 헤일리 전 대사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압승을 자신하며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재대결’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블룸버그와 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거나 저울질하고 있는 제3지대 후보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표를 더 많이 잠식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초기 경선지서 대역전 노리는 헤일리미 CBS방송이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년 1월 23일 공화당의 두번째 경선이 열리는 북동부 뉴햄프셔주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29%의 지지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4%)을 15%포인트차로 따라붙었다. 지난달 9~14일 워싱턴포스트(WP)가 이 곳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18%)는 트럼프 전 대통령(46%)에게 28%포인트 뒤졌다. 약 한 달 만에 격차를 대폭 좁힌 것이다.특히 헤일리 전 대사는 ‘호감 가는 후보’를 묻는 문항에서 55% 지지를 받아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넉넉히 제쳤다. ‘합리적 후보’ 항목에서도 51%로,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36%)을 앞섰다.뉴햄프셔주 ‘예비선거(프라이머리)’는 공화당원 뿐 아니라 당적이 없는 유권자도 투표할 수 있다. 내년 11월 대선(본선)에서 특정 주자의 경쟁력을 평가하기에 적합해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한다. 또 주자 가운데 의미 있는 2강 또는 3강을 압축시켜 경선 구도를 확정짓는 효과를 갖는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반(反)트럼프 인사인 크리스 수누누 뉴햄프셔 주지사 또한 최근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다만 CBS 조사에서 같은 달 15일 공화당의 첫 대선 경선이 열리는 중부 아이오와주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율이 13%에 불과해 트럼프 전 대통령(58%)에 크게 뒤졌다. 아이오와주 경선은 공화당원만 참여가 가능한 ‘당원대회(코커스)’ 형태로 치러져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다.헤일리 전 대사는 뉴햄프셔에서 바람을 일으킨 뒤 내년 2월 23일 고향 겸 정치적 텃밭에서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예비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 곳에서 나고 자랐고 주지사도 지냈다. 뉴햄프셔에서 본선 경쟁력을 입증한 후 고향에서의 승리를 통해 ‘트럼프 대세론’을 무너뜨리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든 텃밭’ 공략하는 트럼프트럼프 전 대통령은 17일 서부 네바다주에서 유세 활동을 벌였다. 이 곳은 공화당의 주요 경선지 중 히스패닉 인구의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히스패닉 유권자를 집중 공략해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서 자신의 우위를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박빙 열세를 보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층 단속에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모닝컨설트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의 41%는 “(바이든 대통령이 아닌) 제3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을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선택했던 유권자는 35%만 “제3후보 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제3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층, 특히 젊은 유권자 결집에 중대한 장애물로 떠오르고 있다고 17일 진단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르면 내년 8월 을지자유의방패(UFS) 훈련 때부터 북핵 공격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가 반영된 한국과 미국의 연합훈련이 실시된다. 위기 시 양국 정상이 24시간 소통할 수 있는 전용 ‘핫라인’도 구축된다.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해 미군 전략자산을 동원한 핵 반격 등 양국 군사력을 결합한 ‘일체형 확장억제’가 가시화하는 것이다. 한미 양국은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고 이 같은 지침에 합의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핵 전쟁 상황 시 미국의 핵무기와 한국의 비핵무기, 전략자산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서로 보호하면서 공중·해상·육상에서 군사 활동을 할 수 있다. 이를 결합하려면 실전 훈련이 필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간 양국의 연합훈련에는 북핵 투하 시 대응 시나리오가 없었다. 연합 작전계획에 미국의 핵우산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김 차장은 “북핵 공격 시 ‘미국이 알아서 핵 보복을 해줄테니 안심하라’는 것이 (기존의) 미 핵우산이었다면 지금은 처음부터 한미가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핵 대응을 실행한다는 것”이라고 차이점을 강조했다. 두 나라는 내년 중반까지 북핵 공격 시 공동 대응에 대한 총체적 지침과 한반도에 특화된 핵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도 내놓기로 했다. 핵 관련 민감 정보공유 방식과 보안체계 구축, 핵 위기 시 협의 절차 및 체계, 북핵 위기관리 및 위험 감소 계획 등이 담긴다. 김 차장은 “양국 정상이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휴대장비도 전달돼 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 또한 “내년 UFS 연합훈련은 북한의 대남 핵투하 등 핵공격 상황을 상정해 미 핵전력으로 보복하는 단계까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한미, 연합작계에 없는 ‘北 핵공격시 美핵전력 운용계획’ 마련 내년 8월 연합훈련때 핵작전 포함北의 핵공격 수위-방식에 맞춰한미 구체적인 핵보복 작전 연습“향후 연합작전계획 수준 발전” 한미가 15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를 통해 내년 하반기 연합연습부터 ‘핵작전 시나리오’를 포함시키기로 합의했다. 한미 연합방위태세가 기존에는 재래전 위주였다면 내년 8월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 연습부터 미국 핵전력의 핵무기 운용계획을 처음 적용해 북한의 핵공격 수위와 방식에 따른 구체적인 핵보복 방안을 포함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합의로 한미 훈련이 대북 핵전쟁 대비 수준으로 진화하면서 한미가 북한 핵무력 고도화에 맞설 총체적인 군사적 대응책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전술핵 등 다종다량의 핵탄두를 양산·배치하는 등 대남 핵무기 위협 수위를 꾸준히 높여 왔다. 한미는 이번 NCG 공동성명에서 “미국 및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용납될 수 없다”며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귀결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했다.● 내년 8월부터 한미 훈련에 핵보복 포함 현재의 한미 연합작전계획은 연합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이 할당받은 한미 재래식 전력으로만 대북 방어작전을 수행하도록 돼 있다. 확장억제(핵우산) 수단인 미국의 핵전력은 빠져있는 것. 미 핵전력은 미 전략사령부가 미 대통령의 지침을 받아서 별도의 작전계획으로만 운용된다. 이로 인해 매년 상·하반기 한미 연합연습은 북한의 핵도발 임박 상황까지만 적용돼 진행됐다. 북한의 핵공격 시나리오 자체가 훈련 범위를 벗어난다고 본 것이다. 군 관계자는 “이런 구조로는 북한 핵공격 시 미국의 확장억제가 즉시적·실효적으로 시행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연합작계와 별개로 한반도에 특화된 별도 핵무기 운용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8월 UFS 연합연습 때 전시지휘통제소인 CP 탱고를 찾아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상정해 한미 양국의 핵과 비핵전력을 결합한 강력한 대응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후 11월 한미 국방장관은 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향후 한미 연합연습 시 북한의 핵 사용 상황을 포함하는 것에 대해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한 달여 만에 열린 이번 NCG 2차 회의에서 한미가 ‘핵전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로 한 것. 양국은 내년 중반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라고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밝혔다. 한미는 이 가이드라인에 포함될 핵무기 운용계획을 만들어 내년 하반기 UFS 연합연습에 처음으로 적용한다. 핵무기 운용계획에는 북한의 핵공격 유형·수위에 따라 미국이 어떤 핵전력으로 어느 수준까지 보복하는 내용 등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전술핵을 장착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으로 최전방이나 한국 내륙 및 해상 등 핵공격 감행 시 그에 대한 구체적인 보복 방안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美의 대북 확장억제, 향후 작계 수준 발전” 군 소식통은 “이번 협의는 일단 별도 핵전력 운용계획을 만들어 군사적 실효성을 극대화하는 조치”라며 “미국의 대북 확장억제를 향후 (한미 연합) 작전계획 수준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가 내년 하반기 연합연습에 핵보복 작전을 포함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에 활용될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더 자주, 고강도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미 해군의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인 ‘미주리함’(SSN-780·7800t)은 17일 해군작전사령부 부산 작전기지에 전격 입항했다. 한미 NCG 2차 회의 직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에 경고장을 날린 것. 버지니아급 핵잠이 국내 전개된 것은 2017년 11월 이후 6년여 만이다. 버지니아급 핵잠은 미국의 주력 핵잠인 로스앤젤레스(LA)급의 후속 기종으로 2000년대 초반부터 배치됐다. 로스앤젤레스급보단 수중 소음이 훨씬 적고, 12개의 수직발사관에서 사거리 2500km급 토마호크 미사일을 다량 발사할 수 있다. 핵추진인 만큼 수중에서 몇 개월씩 잠항하며 유사시 북한 등 적국의 주요 표적을 동시다발적으로 초정밀 타격도 가능하다. 앞서 7월에는 한미 NCG 출범에 맞춰 적국의 핵공격 시 수백 배의 핵보복을 가하는 전략핵잠수함(SSBN)인 켄터키함이 부산 작전기지에 전개된 바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
한국과 미국은 15일(현지 시간)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를 열고 북한 핵 공격에 대비해 한미가 한 몸처럼 움직이는 ‘일체형 확장억제(핵우산)’ 체제 구축을 내년 6월까지 완성하기로 했다. 올 4월 한미 정상이 미국 핵우산 작동에 한국을 참여시키는 ‘워싱턴선언’을 채택한 지 1년여 만에 미 전략자산을 동원한 핵 반격 등 한미 전력을 결합하는 ‘한국형 확장억제’가 제도화되는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한미 간 핵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 지침을 완성하기까지 필요한 NCG 회의가 지금까지 두 번 열렸고, 내년 6월에 세 번째 NCG를 열 수 있다면 준비형 임무를 띤 NCG는 끝난다”고 말했다. 이어 “완성된 확장억제 체제를 어떻게 유지·관리할지 논의하는 추가적인 NCG가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올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확장억제의 신뢰를 높이려는 취지로 NCG 출범 등을 담은 워싱턴선언을 발표했다. 이어 두 번째 회의 만에 확장억제 완성 시간표를 내놓은 것. 한미가 확장억제 강화 속도전에 나선 것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정찰위성 발사 등 고강도 도발을 이어가면서 북핵 위협 수위가 높아진 가운데 북-러 안보협력 강화로 군사적 긴장이 빠르게 고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 11월 대선 전에 확장억제 체제를 제도화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 연합훈련과 미군 전략자산 전개 등에 부정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면 확장억제 강화가 뒷걸음질치고, 한국이 자체 핵개발을 재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미국 내에서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최대 외교 성과로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한미 확장억제 체제를 중심으로 일본, 호주 등이 참여하는 아시아판 다자 확장억체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라는 관측도 있다. 김 차장은 “한미 양자 간 확장억제 체제 운영과 별개로 일본을 포함한 역내 다른 국가들과 함께 다수가 별도의 확장억제 대화를 갖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 의회조사국(CRS)은 17일 미 대통령이 임의로 대북제재를 면제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제재 해제를 위해선 대량살상무기(WMD) 동결이나 감축 외에 인권침해, 자금세탁, 불법 사이버 활동 등에서도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13일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 시 북한 핵동결 관련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한미 정상이 문제 상황에 대비해 수시로 통화할 수 있는 휴대장비가 양국 대통령에게 이미 전달된 상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15일(현지 시간) 제2차 핵협의그룹(NCG)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북핵 위기 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시간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핫라인’을 구축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장은 ‘휴대장비는 핵 전용으로 전달됐는가’란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기존 한미 긴급통신 시스템 외에 핵 협의를 위한 별도의 휴대장비가 전달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 차장은 “전자파 공격이 있더라도 이 휴대장비를 보호하고, 위기 상황에서도 문제 없이 통화할 수 있도록 보완해 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통령은 어디서든 핵무기 발사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통신장비인 ‘핵 가방(nuclear football)’을 갖고 있다. 미 대통령이 집무실이나 관저를 벗어날 때는 군사 보좌관이 무게 20kg의 핵가방을 들고 대통령을 수행한다. 핵 가방 안에는 핵무기 발사를 위한 인증 코드와 통신장비, 발사 절차 관련 정보들이 담겨 있다. 김 차장이 소개한 정상 간 긴급통신을 위한 핫라인은 핵 가방과는 다른 통신장비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 사용하는 장비와 유사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러시아의 핵 공격 등에 대응하기 위한 핵기획그룹(NPG)을 가동하는 나토는 24시간 운영되는 정상 간 핫라인이 구축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핫라인에는 정상들이 이동 중에도 사용할 수 있는 암호화된 보안 위성통신 및 인터넷 통신 등 휴대장비가 포함돼 있다. 음성 통화 외에 텍스트나 데이터 전송, 영상 통신도 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지면서 ‘트럼프 현상’이 다시 미국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현상은 극단적 발언으로 논쟁을 일으켜 여론을 단숨에 집중시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트럼프 현상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할 것이라는 이른바 ‘북핵 용인설’로 불거진 논쟁들은 한반도가 트럼프 현상의 또 다른 최전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3일(현지 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동결하고 새로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면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하고 경제 지원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핵 동결을 뼈대로 한 비핵화 협상 구상은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핵시설 폐기 등 본격적인 비핵화 조치가 이뤄지기 전 경제제재 해제 등 우려할 만한 대목도 없지 않지만, 북한이 합의를 위반하면 제재를 부활시키는 이른바 ‘스냅백(Snapback)’ 조항 등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핵 동결 협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암묵적으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대목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소셜미디어에 “민주당 공작원들이 지어낸 허위 정보”라고 반박할 만큼 미국 내에서도 폭발력이 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일축에도 미국 내에 광범위하게 퍼진 북한 비핵화 비관론을 고려하면 현실성이 낮지 않은 얘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토록 바랐던 북-미 정상회담이 ‘노딜’로 끝나자 북한은 이미 핵 포기 불가를 선언하고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로 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발하고 있다. 그런 북한을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하고 나서는데도 속수무책인 상황이 이어지며 미국에선 ‘이제 도대체 무슨 수로 북한의 핵을 포기시키느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미국의 한 전직 당국자는 “앞으로 북한이 더 이상 미국과 대화하려 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한 적이 있다”며 “미국의 협상 레버리지(지렛대)가 떨어진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라고 했다. 대선 유세의 단골 레퍼토리로 북-미 정상회담을 자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측도 비핵화 비관론에선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재집권 시 국무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한미연구소(ICAS) 대담에서 북한 비핵화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 핵 개발을 저지할 마지막 최고의 기회를 흘려보낸 뒤 미국의 어떤 행정부도 비핵화 목표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재집권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으려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 때보다 더한 파격이 필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트럼프 2기로 다시 시작될 ‘북핵 드라마’에 과장된 공포심을 갖는 것도 금물이다. 일각에선 사업가 시절부터 시작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한국의 악연을 거론하며 ‘코리아 패싱’을 걱정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한미관계에 대한 과도한 우려를 일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1기 당시 한미일 협력, 중국 견제 등을 두고 문재인 정부와의 이견으로 갈등이 있었을 뿐 윤석열 행정부와의 ‘케미’는 다를 것이라는 주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파격 행보가 북-중-러 신냉전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거나, 남북 간 핵 불균형을 완화하는 등 한국에 예상치 못한 기회의 문을 열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트럼프발 북핵 드라마의 예고편은 더 자주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정해진 결말은 없다. ‘새드 엔딩’을 바꿀 대담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