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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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몸 또는 마음이 아프거나 여러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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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5~2024-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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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철부대’와 크로스핏, 단체줄넘기…서울광장에 건강이 넘쳐요

    “와, 1등이다!”13일 오후 1시경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가 열린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함성이 터져나왔다. 단체 줄넘기 대회에 참가한 14개 팀 가운데 직장인 고진혁 씨(33) 팀의 1등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광화문 인근 직장을 다니는 친구 5명이 모인 이 팀은 모두 77개의 줄넘기를 해서 1등을 차지했다. 고 씨는 “평소 운동을 좋아하는데 친구들과 좋은 추억까지 만들 수 있었다”며 “1등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으로 친구들과 함께 소고기를 먹으러 갈 것”이라며 웃었다. 비록 1등을 하지 못한 팀에게도 단체 줄넘기 대회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참가한 양춘림 씨(47)는 “회사 옥상에서 단체 줄넘기 연습도 하고 왔다. 17개 밖에 하지 못해 아쉽지만 동료애도 나누고 재밌는 경험을 공유하게 됐다”고 말했다.이날 서울헬스쇼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지나고 3년 만에 다같이 운동을 하러 모인 시민들로 가득한 ‘축제의 장’이었다. 시민들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모여 몸을 움직면서 참여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 헬스장-암벽장으로 변신한 서울광장이날 오후 서울광장은 야외 ‘헬스장’으로 변신했다. 채널A 프로그램 ‘강철부대’ 출연자로 인기를 끌었던 황충원, 정해철 씨가 진행하는 일일 크로스핏(Cross Fit) 수업이 열렸기 때문이다. 크로스핏이란 역도, 체조, 육상 등 여러 운동을 번갈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는 고강도 운동이다.무대에 오른 황 씨와 정 씨는 참가자들에게 맨몸스쿼트,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 버피(팔굽혀펴기와 제자리뛰기를 합친 동작) 동작을 알려줬다. 이후 무대 아래로 내려와 참가자들과 함께 본격적인 운동을 시작했다. 동작 한 개를 연속으로 8번 한 뒤 10초 쉬기를 1세트로, 총 8세트를 반복했다. 1세트만 해도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김윤혜 씨(32)는 “평소에 헬스를 즐겨하지만 크로스핏은 처음 해봤는데 땀도 많이 흘리고 운동이 제대로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광장 한 켠은 작은 암벽등반장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국립공원공단은 높이 약 10m의 인공 암벽등반장을 설치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참가자 심규대 씨(34)가 맨 꼭대기까지 올라 종을 울리자 아래에서 구경하던 시민들이 다같이 ‘와!’하는 함성을 지르며 박수를 치기도 했다.암벽등반 체험은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들의 지도하에 이뤄졌다. 참가자 전원이 헬맷과 안전로프를 착용하고 어린이들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하게 진행됐다. 부모님과 함께 서울헬스쇼를 찾은 김민찬 군(8)도 암벽등반 체험을 마친 뒤 “하나도 무섭지 않고 재밌었다”며 웃었다.이날 오후에는 전 프로 골퍼 김하늘 선수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골프 수업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김 선수에게 골프 스윙과 퍼팅 등을 배웠다. 수업이 끝난 뒤 김 선수에게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 지친 몸과 마음을 잠시 쉴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안다르와 함께하는 도심 속 힐링 요가’ 프로그램에서는 전문 요가 강사가 뻣뻣해진 몸을 풀어주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요가 수업을 진행했다.● “코로나19 이후 떨어진 체력 끌어올려요”이날 서울헬스쇼에서 진행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들은 팬데믹 기간 동안 움츠러들었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홈트레이닝 서비스 ‘피트니스 캔디’의 강사들과 함께 댄스 음악을 활용한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선아 씨(32)는 “코로나19 유행 이후에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체력이 많이 안 좋아졌다”며 “집에서 홈트레이닝만 하다가 야외에서 운동을 하니 정말 상쾌하다”고 전했다.이날 서울광장에서는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hy(옛 한국야쿠르트)의 프로바이오틱스 음료 ‘스트레스케어 쉼’을 무료로 시음해 보는 행사도 진행돼 인기를 끌었다. 롯데웰푸드는 가정간편식(HMR)인 쉐푸드 제품을 레스토랑처럼 꾸며진 버스에서 무료로 맛볼 수 있는 ‘버슐랭’ 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김소영기자 ksy@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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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늘의 골프수업, 강철부대 크로스핏… “셀럽들이 운동지도”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에서는 유명 전문가들에게 직접 운동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풍성하게 마련돼 있다. 서울헬스쇼 첫날인 13일 오후에는 전 프로 골퍼 김하늘 선수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골프 수업을 한다. 참가자들은 김 선수에게 골프 스윙과 퍼팅 등을 배울 뿐만 아니라 수업이 끝난 뒤 김 선수에게 사인을 받고 함께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갖는다. 참가자들은 또 추첨을 통해 야마하골프 골프채, 까스텔바작 골프 의류, 젝시오 골프 모자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오후에는 채널A 프로그램 ‘강철부대’ 출연자로 인기를 끌었던 황충원, 정해철 씨가 진행하는 일일 크로스핏(Cross Fit) 수업도 열린다. 크로스핏은 역도, 체조, 육상 등 여러 운동을 번갈아 하면서 체력을 단련하는 고강도 운동이다. 이날 크로스핏 수업은 스쾃, 팔굽혀펴기, 버피(스쾃과 제자리 뛰기를 합친 운동) 등 크로스핏 동작 중 장비 없이 맨몸으로 할 수 있는 동작을 배우게 된다. 참가자들은 추첨을 통해 삼성 갤럭시 버즈2 이어폰, 강남하트스캔 건강검진권 등을 받는다. 이날 오전에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피트니스 캔디’의 강사 4명과 함께 신나는 K팝 댄스를 활용한 운동을 배우는 시간도 있다. 둘째 날인 14일 오후에는 피트니스 비키니 선수이자 유명 유튜버인 ‘배지타’가 진행하는 맨몸 운동 수업도 열린다. 구독자가 67만 명에 달하는 유명 유튜버 ‘브레이너 제이’(본명 유재성)도 서울헬스쇼를 찾는다. 유 씨는 숙면과 마음 건강을 돕는 콘텐츠로 인기를 얻은 ‘수면 코치’다. 유 씨는 현장에서 슬립테크 스타트업인 에이슬립의 슬립루틴 애플리케이션(앱)을 활용해 시민들과 일대일 수면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슬립루틴 앱은 사용자가 깊은 수면 단계에 있을 때 알람을 받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얕은 수면 단계에 있을 때 알람을 울리도록 하는 서비스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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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든 식물 보며 ‘내 불행 탓’…우울증 아이를 다시 웃게 한 선생님[죽고 싶은 당신에게]

    [4회] 초등교사 김대홍 씨한국에서는 매일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매일 92명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한국은 죽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에게’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지친 당신이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담겠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도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중학생 시절부터 30년 가까이 친하게 지냈던 그 언니는 늘 주변의 어려움에 먼저 귀를 기울이던 사람이었다. 각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매일같이 만나진 못했지만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함없었다. 그런데 언니의 영정사진 앞에 선 뒤에야,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김대홍 씨(42·여)는 3년 전 겨울의 기억이 또렷하다. 언니는 남편과 초등학생 아들을 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뒤늦게 언니가 우울증을 앓던 사실을 알게 된 것보다 김 씨를 더 괴롭게 한 건 ‘바쁘다’라는 이유로 언니가 짊어지고 있던 삶의 무게를 나누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세상을 등지기 직전까지 언니가 느꼈을 고통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그 고통을 헤아리려고 할수록 죄책감은 커졌다.언니의 장례식장을 다녀온 뒤 월요일 아침, 초등교사인 김 씨는 출근해서 공문을 한 통 받았다. 자살 예방 강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공문을 딱 보는 순간 마음이 얼어붙는 느낌이었어요. 누군가 ‘해야 한다’고 등을 떠미는 것 같기도 했고요. 언니를 챙기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신청하게 됐습니다.”그렇게 김 씨는 3년째 자살 예방 강의를 하고 있다. 세종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김 씨와 8일 이야기를 나눴다.자살 예방 강사 연수를 받은 이후 김 씨는 지금까지 15개 학교에 강의를 나갔다. 강의를 시작할 때는 ‘소중한 사람을 잃은 기억으로 이 자리에 섰다’는 말로 운을 뗀다. 동료 교사를 대상으로 하는 이 강의에서 자살 고위험군인 학생들이 보내는 신호와 쉽게 마음을 터놓지 않는 아이들로부터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법 등을 교육한다.김 씨는 학교에서 마음이 아픈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특히 학교폭력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생활부장을 하면서 학폭 피해 학생들 가운데 마음의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을 많이 봤다. 학교에서 정서행동검사를 시행하면, 우울감과 부정적 정서를 갖고 있다고 나타나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다. 김 씨가 가르치던 초등학생 A 양도 마찬가지였다. 정서행동검사에서 우울감 정도가 심하다고 드러난 학생들을 중심으로 상담을 진행하던 과정에서 만난 아이였다. A 양은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작은 일도 모두 ‘내 탓’을 하곤 했다. 과학 시간 숙제였던 ‘강낭콩 키우기’를 하면서도 그랬다. 아파트 화단에 심었던 강낭콩이 비바람에 흔들려 말라 시들어버리자 A 양은 말했다. “나는 불행한 존재고, 그래서 나에게 온 생명체도 불행하게 만든 것 같아요.” 강낭콩이 시든 뒤 일주일 동안 A 양은 매일 울며 극심한 우울증 증상을 보였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였던 A 양은 가정에서 받은 상처가 깊은 아이였다. A 양은 엄마와의 기억이 없었다. A 양의 엄마는 아이가 3살일 때, 남편의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모국으로 돌아갔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우리 엄마가, 우리 이모가….’ 라는 말을 할 때마다 아이는 부러움과 함께 외로움을 느끼며 작아지곤 했다. 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아버지도 A 양의 양육을 제대로 하기 힘든 상황이어서 아이는 그룹홈에서 사회복지사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을 보듬기 위해서 김 씨가 가장 먼저 한 건 A 양과 함께 식물원을 찾는 일이었다. 생명력이 강하다는 식물 ‘파키라’ 화분을 두 개 샀다. 그리고 A 양과 하나씩 나눠 가지며 약속했다. “○○이는 선생님을, 선생님은 ○○이를 생각하면서 이 식물을 기르는 거야. 선생님은 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이가 건강하기를 기도할 거야.”아이와 함께 ‘엄마의 나라’인 베트남 음식도 먹으러 갔다. 비록 엄마와 함께한 추억은 없지만, 낳아준 엄마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었고 웃음도 되찾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아이는 수업 시간이 끝나면 작은 엽서에 그림을 그려 김 씨에게 조용히 건네곤 했다. 무럭무럭 자란 파키라 화분을 그림으로 그려 대회에서 상도 받았다.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퇴근 후 선물을 포장해 아이를 만나러 갔던 시간들은 김 씨에게도 행복한 추억으로 남았다. 김 씨는 자살 예방 강사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아이들의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활동을 하면서 내 삶 속에서 나를 살아있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고민을 토대로 위기에 빠진 아이들을 일으켜 세울 힘을 찾게 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삶을 다시 살아갈 용기는 대단한 일로부터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주 작고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우리의 삶을 지탱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고 믿는다. 아이든, 어른이든 마찬가지다. 김 씨는 “주변 곳곳에 삶의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며 “이들에게 안부를 묻고 고통의 무게를 조금씩 나누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주는 일에 함께 했으면 한다”고 전했다.자살 예방 Q&A내 가족, 친구, 이웃이 ‘죽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문을 받아 자살 예방과 관련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드립니다.Q. 주변에 자살자의 유족이 있습니다. 조심스러워서 쉽사리 말을 건네기가 어렵습니다. 어떤 말을 조심하면 좋을까요?A. 네, 자살 유족은 일반인보다 18배 더 우울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로 정서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황입니다 누군가가 쉽게 툭 던진 한 마디가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수 있습니다. 아래는 복지부가 조사한 ‘자살 유족에게 상처가 되는 말’ 1~5위입니다. 이 말들은 반드시 삼가주세요.1위 “불효자다” “나약하게 자랐다” 등 고인에 대한 험담2위 이제 그만 잊어라3위 너는 그렇게 될 때까지 뭐 했어4위 도대체 왜 그랬대5위 이제 괜찮을 때도 됐잖아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죽고 싶은 당신에게’ 시리즈의 다른 기사들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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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움직입시다”… 서울광장서 크로스핏, 인공암벽 등반

    ‘2023 서울헬스쇼―도심 속 건강축제’가 13∼15일 사흘 동안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신체적·정신적 후유증을 남긴 데다 고령인구가 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지금, 서울헬스쇼는 시민들에게 올바른 건강 정보와 최첨단 헬스케어 산업 및 서비스를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움츠러들었던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3년 만에 마스크를 벗고 함께 뛰는 ‘건강 축제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열린 광장에서 단체 줄넘기·인공 암벽 등반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인 서울광장에서는 사흘 동안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먼저 운동을 하면서 활기를 찾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여럿 준비됐다. 첫날인 13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단체 줄넘기 이벤트’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운동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최소 5명이 한 팀을 이뤄 남녀노소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1등을 한 팀은 상금 1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광화문과 시청 일대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서울헬스쇼가 열리는 동안 국립공원공단은 10m 높이의 인공 암벽등반장을 서울광장에 설치한다. 안전요원이 배치될 예정이라 암벽 등반을 처음 해보는 사람들도 부담 없이 도전해 볼 수 있다. 또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골프 장타대회’와 일대일 축구 대결을 펼칠 수 있는 ‘스트리트 사커’도 상설 프로그램으로 열린다. 지친 몸과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는 시간도 눈길을 끈다. 13일 오후에는 ‘안다르와 함께하는 도심 속 힐링 요가’가 진행된다. 전문 요가 강사가 바쁜 일상으로 뻣뻣해진 몸을 풀어주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되는 요가 클래스를 연다. 참가자는 직접 요가 자세를 교정받고 10만 원 상당의 안다르 요가복 등을 받을 수 있다. 14일 오후 ‘도심 속 릴렉스 불멍 타임’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서울광장 무대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모닥불 영상을 보면서 단체로 ‘불멍 때리기’를 할 수 있다. 지친 퇴근길에 잔잔한 모닥불 영상을 보면서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시간이다. ● 전문가에게 배우는 크로스핏·골프 레슨도전문가들에게 운동을 배울 기회도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13일 오후에는 채널A 강철부대 출연자인 황충원, 정해철 씨가 진행하는 일일 크로스핏 클래스가 열린다. 크로스핏(CrossFit)은 역도, 체조, 육상 등 여러 운동을 번갈아 하면서 신체를 단련하는 운동으로 역동적인 것이 특징이다. 이날 크로스핏 클래스는 스쾃, 푸시업, 버피 등 크로스핏 동작 중 맨몸으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배울 수 있게 구성된다. 참가자들은 추첨을 통해 삼성 갤럭시 버즈2 이어폰, 강남하트스캔 건강검진권 등을 받을 수 있다. 이날 오후에 전 프로 골퍼 김하늘 선수에게 골프 레슨을 받는 시간도 마련된다. 시민들은 김 선수에게 골프 스윙과 퍼팅 레슨을 받은 뒤 김 선수와 사인회 및 포토타임을 가질 수 있다. 레슨 후에는 추첨을 통해 야마하골프 골프채 등이 증정된다. 14일 오후에는 피트니스 비키니 선수이자 유튜버인 ‘배지타’가 진행하는 맨몸 운동 클래스도 열린다. 음악과 춤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날릴 기회도 있다. 13일 오후에는 서울광장에서 1시간가량 버스킹이 열린다. 14일 오후 ‘비보이 페스티벌’에서는 비보이 크루의 ‘비보이 배틀’이 진행된다. 이날 오후에 차례로 5개 댄스팀이 참여하는 ‘줌바·라인댄스 페스티벌’, 6개 댄스팀이 참가하는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 등이 열린다. 참가자들뿐만 아니라 광장을 찾은 시민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각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와 참가 신청은 서울헬스쇼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프로그램별 경품 목록도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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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3년 ‘운동 멀리’… 비만인구 3.3%P 증가

    “팬데믹이 끝났지만 진짜 ‘건강 위협’에서 벗어나야 하는 건 지금부터입니다.” 1일 방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며 팬데믹은 사실상 종료됐다. 하지만 건강하게 먹고 움직이는 습관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탓에 만성질환이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무너진 건강 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개인과 사회가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비만 인구의 비율은 37.1%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33.8%보다 3.3%포인트나 증가했다. 만성질환 유병률뿐만이 아니다. 식습관과 운동 습관, 흡연·음주 행태 등 모든 건강지표가 일제히 악화됐다. 원영준 가톨릭관동대 국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저출생 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움직여서’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건 국가적 과제”라고 말했다. 걷기 4.3%P 줄고 육류 1kg 더 먹어… 40대男 절반 복부비만 ‘하루 30분 걷기’ 고령층이 더 실천4명중 1명꼴 지방 과다섭취회식 줄었지만 ‘혼술 폭음’ 늘어비만-당뇨병 유병률 모두 증가 아침에 샤워를 하러 욕실에 들어가 거울 앞에 선 나건강 씨(45)는 불룩하게 나온 뱃살을 보고 흠칫 놀랐다. 숨을 멈추고 배를 집어넣어 봐도 두 손 가득 잡히는 두툼한 옆구리살은 숨길 수 없었다. 평소 입던 35인치(약 89cm) 바지는 허리가 꽉 낀 지 오래다. 나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확찐자’(살이 갑자기 찐 사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나 씨는 코로나19 유행 전과 후의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반영해 전문가들과 함께 만든 가상의 인물이다. 40대 남성 가운데 나 씨처럼 허리둘레가 90cm(여성은 85cm)가 넘는 복부비만인의 비율은 2021년 46.6%로 집계됐다. 2년 전인 2019년 39.9%보다 6.7%포인트나 증가했다. 전 국민의 일상을 뒤흔든 코로나19 이후 한국인의 건강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나 씨의 하루를 따라가며 질병관리청 2021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의 건강 행태를 코로나19 유행 전인 2019년과 비교해 봤다.# 오전 8시: 택시 타고 출근 나 씨는 집 앞 헬스장을 지나쳐 택시 승장강으로 향했다. 코로나19 전에는 트레드밀(러닝머신)에서 걸으며 아침 뉴스라도 보는 게 일상이었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로 헬스장이 폐쇄된 뒤로 회원권을 연장하지 않았다. 나 씨가 하루에 걷는 시간을 다 더해도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국내 만 19세 이상 성인의 ‘걷기 실천율’은 2019년 43.5%에서 2021년 39.6%로 하락했다. 걷기 실천율은 하루 30분 이상 일주일에 닷새 이상 걸었던 비율로, 일상 속 신체활동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특히 같은 기간 만 19∼64세의 걷기 실천율은 43.4%에서 39.1%로 하락 폭이 더 컸다. 만 65세 이상 걷기 실천율이 39.9%에서 44.4%로 증가하며 2020년부터 젊은층을 앞선 것과 대비된다. 고령층의 걷기 실천율이 젊은층을 역전한 건 2009년 이후 11년 만이다.# 낮 12시: 점심은 튀긴 고기와 짠 반찬 나 씨는 편의점에서 식후에 마실 음료를 꼼꼼히 골랐다. 그는 탄산음료 한 캔에 각설탕이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 알게 된 후로 ‘제로음료’만 골라 마신다. 한국 성인이 가공식품 선택 시 영양표시를 읽는 비율은 2년 새 33.5%에서 35.0%로 높아졌고, 하루 평균 당 섭취량은 62.2g에서 57.6g으로 줄었다. 하지만 영양표시가 없는 식당에서 나 씨의 점심 메뉴 선택은 기름진 육류였다. 돈가스 정식에 제육볶음을 추가한 것. 앞서 편의점에서 발휘한 꼼꼼함이 무색해지는 메뉴 구성이다. 20분 만에 식사를 마친 나 씨는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제로음료를 마시며 ‘나 정도면 건강을 챙기는 편이지’라며 뿌듯해했다. 2년 새 우리나라 성인은 하루 평균 육류 섭취량을 2.5g 늘렸다. 연간 1kg에 육박한다. 음료 섭취량도 12.1g 늘었다. 반면, 채소와 과일은 31g이나 덜 먹게 됐다. 이에 따라 지방 섭취량이 적정선을 초과한 비율은 23.3%에서 25.7%로 올랐다.# 오후 4시: 건강검진서 만성질환 경고 나 씨는 서류 전달을 위해 3개 층 위에 있는 사무실로 올라가면서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몸이 무거워지니 예전엔 별생각 없이 계단으로 오르내렸던 건물도 더 높게 느껴진다. 한국 성인이 하루 중 자는 시간을 빼고 앉거나 누운 채 보내는 평균 시간은 2년 새 8.6시간에서 8.9시간으로 늘었다. 때마침 나 씨의 회사 메일로 건강검진 결과표가 도착했다. 결과는 체질량지수가 25가 넘는 ‘비만’이었다. 고지혈증을 경고하는 콜레스테롤 수치도 2년 전 검진보다 높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믿기 싫은 결과였다. 그나마 당뇨병이 아닌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나 씨의 입사 동기 중 한 명은 얼마 전 당뇨병 진단을 받고 우울해했다. 부부와 자녀까지 모두 비만 판정을 받았다는 동료도 있었다. 국내 성인 비만 유병률은 33.8%에서 37.1%로, 당뇨병은 9.5%에서 10.3%로 각각 3.3%포인트, 0.8%포인트 올랐다. 청소년 비만도 같은 기간 11.1%에서 13.5%로 증가했다.# 오후 7시: 회식 대신 집에서 혼술 나 씨는 업무를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2년 전이었다면 분명히 ‘한잔하자’고 권했을 부장도 일찍 퇴근했다. 코로나19 이후 식당 영업시간 제한이 반복되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부서 회식은 자연스레 줄었다. 간혹 술자리가 잡혀도 밤늦게 2차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다. 실제로 2년 새 ‘월 1회 이상 음주했다’는 성인의 비율은 60.8%에서 57.4%로 줄었다. 하루 평균 주류 섭취량도 130.2g에서 102.5g으로 감소했다. 하루 한 번 이상 외식하는 비율도 31.0%에서 23.8%로 줄었다. 하지만 소파에 누워 스마트폰으로 ‘술방’(술 마시는 방송)을 보던 나 씨는 ‘딱 한 캔만’을 속으로 외치며 캔맥주를 꺼냈다. 그렇게 시작한 ‘혼술(혼자 마시는 술) 파티’는 찬장에서 꺼낸, 반쯤 남아있던 위스키병을 비우고야 끝이 났다. 2년 새 전체 음주량이 줄어든 것과 반대로, 일주일에 두 번 넘게 하루 7잔(여성은 5잔) 이상 술을 마신 ‘고위험 음주’의 비율은 12.6%에서 13.4%로 오히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대화 상대 없이 혼자 술을 마시면 제어가 어려워 자칫 알코올의존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나 씨는 오늘도 이렇게 ‘유병장수’의 길에 한발 더 가까워지며 하루를 마쳤다. 내일은 다를 수 있을까.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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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인, 코로나 거치며 ‘우울위험군’ 6배로… “운동하면 해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한국인의 정신건강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한 고립, 경제적 손실, 돌봄 부담 등이 정신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우리 마음에 남기고 간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에 하나가 ‘운동’이라고 강조한다. 우울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는 ‘우울 위험군’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6배로 늘어났다.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국내 ‘우울 위험군’은 조사 대상자인 2063명 중 391명(18.95%)으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3.24%)의 5.9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 위험군이란, 중간 수준의 우울감을 자주 느껴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수 있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한 상태인 사람들을 뜻한다. 운동 등의 신체활동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단순한 ‘기분 때문’이 아니다. 운동을 하면 우리 몸에서는 ‘행복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 ‘천연 진통제’로 일컬어지는 엔도르핀, 행복감과 즐거운 감정을 증가시키는 도파민 등의 분비가 촉진된다. 또 운동을 하면 ‘내가 해냈다’는 자아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데 이 역시 우울감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장봉우 충북대 체육교육과 교수 팀의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이 주 3회 50분씩 유산소 운동을 최대 24주 동안 하면, 운동을 하지 않았을 때보다 우울감은 31.9% 감소하고 자아효능감이 26.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해야 좋을까. 빨리 걷기, 자전거 타기 등을 주 3회, 30분 이상 하면 우울증에 뚜렷한 효과가 있다. 꼭 격렬한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요가처럼 정적인 운동도 자신의 호흡과 신체 감각에 집중하면서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생각과 불안감을 줄일 수 있다”고 전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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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시에 전쟁 준비하듯 정부가 ‘보건안보’에 투자해야”

    “평시에 전쟁을 준비하듯, 앞으로 새로 등장할 신종 감염병에 대비해 정부가 ‘보건 안보’를 지킬 방법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김진용 인천의료원 감염내과장은 3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과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환자가 차를 타고 검사를 받는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를 처음 제안한 장본인이다.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검사는 의심환자의 검사 대기시간을 줄여 빠른 검사가 가능할뿐만 아니라 의료진과의 접촉을 최소화해 감염 위험을 낮춘다는 이점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진단 검사키트와 신약 개발 과정에도 참여한 김 과장은 “의사로서 평생에 한 번도 겪지 못할 일을 3년만에 모두 겪었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19 극복의 동력을 “백신이 개발되기 전이라 잘 버티는 일이 중요했는데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보고 “이제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다시 찾아왔을 때 병상 등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환자 진료 및 치료를 민간병원에만 의존했는데 평소에 공공병상 확보 등에 투자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의 고비마다 방역·의료의 최전선에서 힘쓴 이들이 있었다. 이들은 다음 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경계’로 하향되는 사실상의 ‘엔데믹’을 앞두고 다음에 닥칠 ‘팬데믹’ 준비의 중요성부터 강조했다.이성구 전 대구의사회장은 2020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유행이 심각했을 때, 동료 의사 5700여 명에게 A4 용지 한 장 분량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흡사 의병(義兵)을 모집하는 심정으로 의사가 부족했던 대구 병원에 자원해 줄 것을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존경하는 의사 선생님들,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 병원으로 와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긴 호소문으로 전국 의료진의 대구행을 이끌어냈다. 이 회장은 “평소의 의료체계나 인력운영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상태라 지역의료계 책임자의 한사람으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워낙 다급한 상황이다 보니 의사들이 본질적인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기꺼이 달려와 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회장은 “국민과 정부, 의료진 모두 각자 최선을 다했기에 오늘이 왔다”며 “우리 모두의 노력과 희생에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방역당국과 의료인의 역량이 크게 증가됐는데 이를 활용해 다음 대유행을 준비해여 한다”고 강조했다.방역 인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역학조사관이다. 역학조사란 감염병의 발생 원인과 특성 등을 밝히는 일로, 방역 당국이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역학조사관들이 현장에서 뛰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7번째로 질병관리청 역학조사관 전문 과정을 수료한 베테랑이자 ‘경북 1호 역학조사관’인 임민아 경북도청 역학조사관도 그 중 한명이다.그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던 시기를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았다”고 표현했다. 한참 바쁠 때는 아침과 점심, 저녁, 야식 모두를 책상에서 먹어야 했을 정도로 바빴다. 휴일도 없이 일하면서 초등학생 두 딸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이 시기를 지난 지금, 임 조사관은 코로나19 대유행에서 얻는 교훈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코로나19 대응 지침을 첫 1판부터 가장 최신인 13-3판까지 분석해 경북 지역 보건소 직원들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응의 잘한 점과 못한 점을 되짚어보는 강의를 하는 것이다. 이달 초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참가해 한국이 의료기관 내에서의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줄일 수 있었던 방법 등을 공유하기도 했다.임 조사관은 “방역당국이 국민들에게 예방접종, 사회적 거리두기 등 참 많은 요구를 했는데 모두 성실히 이행해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그 과정에서 자영업자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하루빨리 그분들도 다시 웃을 수 있는 시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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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 더 비싼 비대면 진료… ‘휴일-한밤’ 소아 초진, 약처방 못받아

    다음 달 1일부터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원칙적으로 의사에게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환자만 대상으로 한다. ‘소아청소년과 대란’이 심각한데도 소아청소년의 비대면 진료를 통한 초진을 제한적으로만 허용했고, 처방받은 약 역시 대부분의 환자들은 퀵서비스나 택배로 수령할 수 없어 환자들의 불편만 키운 ‘반쪽짜리 시범사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휴일·야간 소아 환자, 비대면 처방은 불가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선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다. 다음 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게 된다. 정부는 이런 입법 공백을 막고자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했다. 보건복지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의원급 의료기관, 즉 동네 의원에서 동일한 질환에 대해 한 번 이상 대면 진료를 받은 적이 있는 재진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진행한다고 보고했다. 고혈압과 당뇨 등 만성질환자는 1년 이내에 대면 진료를 받은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 외 환자는 30일 이내가 기준이다. 섬·벽지 거주자,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만 65세 이상 및 등록장애인, 감염병예방법상 1, 2급 감염병의 확진자 등은 의료 접근성이 낮다고 보고 이들에게는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하기로 예외를 뒀다.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도 재진이 원칙이다. 다만, 휴일과 야간에는 초진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의학적 상담은 가능하지만 약 처방은 불가능하다는 까다로운 조건을 뒀다. 예컨대 의사로부터 “아이 상태가 심각하니 응급실에 가라” “해열제를 먹이고 푹 쉬게 하라”고 상담을 받을 순 있지만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동안 의료계는 소아의 경우 고열이나 복통 등 증상 발현 후 급격히 상태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료계의 우려와 부모들의 요구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면서도 의료계의 요구를 대폭 수용했다. 하지만 영유아일수록 야간 응급 상황이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밤중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도 상담만 받고 처방을 받지 못해 다시 병원에 가야 한다면 누가 이용하겠냐는 것이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야간·휴일 소아 환자의 비대면 처방 금지는 육아 가구의 고통을 외면한 결정”이라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안의 최종 내용은 지난 당정협의회에서 발표한 초안보다 더 퇴보했다”고 비판했다. ● 수가 인상에 환자 부담도 늘어비대면 진료를 통해 처방받은 의약품을 수령하는 방식은 크게 본인 수령, 대리 수령, 재택 수령으로 나뉜다. 약사와 환자가 협의해서 수령 방식을 결정한다. 퀵서비스나 택배로 집에서 약을 받는 재택 수령이 가능한 대상자는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사람, 감염병 확진자, 희귀질환자 등으로 제한했다. 병원에 가기 어려워 비대면 진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가 약을 타기 위해 직접 약국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약사 단체들은 배송 과정에서 의약품이 파손되거나 변질되는 문제, 약물 오남용 문제 등을 근거로 처방약 배달에 반대해 왔다. 반쪽자리 시범사업에도 환자의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정부는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수가는 진찰료의 30% 수준으로 추가 지급하고 약국의 경우 약국관리료 및 조제기본료, 복약지도료의 30%를 더해 지급한다. 비대면 진료 시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도 이에 비례해 30% 비싸진다. 감기 진료를 받을 때 대면 진료는 3000원(30%)을 내고, 비대면 진료는 3900원(39%)을 내게 된다는 뜻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 2023-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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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10년간 40대 산모만 늘었다…20대 분만은 63.5% 감소

    최근 10년 사이 40대 산모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대에서 분만 건수가 감소했지만 40대만 43% 넘게 급증했다. 초저출산이 지속되는 가운데 ‘산모의 고령화’ 추세가 뚜렷해진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분만 건수는 2013년 42만4717건에서 2022년 24만4580건으로 10년새 42.4% 급감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이 기간동안 유일하게 40대에서만 분만 건수가 늘었는데 그 건수가 1만3697건에서 1만9636건으로 약 43.3% 증가했다. 40대 산모가 전체 분만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0%까지 늘어났다. 출생아 100명 중 8명은 40대 산모의 아이인 셈이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대의 분만 건수는 모두 감소했다. 30대 분만은 30만3085건에서 18만5945건으로 약 38.6% 감소했다. 특히 20대 분만은 10만5931건에서 3만8695건으로 약 63.5% 나 줄었다. 신 의원은 “고령 출산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도록 산모와 태아의 건강유지를 위해 필요한 산부인과·소아과 등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의료 지원 방안도 충분히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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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과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 내달 막히면 어쩌나”

    다음 달 1일부터 시작되는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을 앞두고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 18세 미만 소아청소년 환자에게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을 허용할지를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가 초진 허용에 반대하는 가운데 이대로 진행되면 어린 환자들과 부모의 불편이 가중되고 ‘소아청소년과 대란’도 더욱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30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시범사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 소아청소년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 10만 명 이용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이후 국내에선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가 허용됐다. 현재는 초진과 재진 구분 없이 허용 중이지만 다음 달 1일 코로나19 위기 경보가 ‘경계’ 단계로 내려가면 비대면 진료는 법적 근거를 잃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입법 공백을 막고자 비대면 진료를 시범사업 형태로 전환해 이달 17일 사업의 범위를 정했다. 원칙적으로 재진만 허용하되,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65세 이상 고령자나 장애인 등 외출이 어려운 환자 등에 한해서는 초진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때 쟁점이 소아청소년의 야간·휴일 초진 허용 여부였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국내에서 소아청소년을 대상으로 야간과 휴일에 이뤄진 초진은 10만 건에 달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24일부터 지난해 말까지 소아청소년 대상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는 총 67만8809건 이뤄졌다. 이 중 10만768건(14.8%)이 초진이었고, 그중 9만67건은 작년에 이뤄졌다. 하루 246건꼴이다. 해당 환자들은 코로나19와 기관지염, 비인두염(감기), 알레르기비염 등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해 정부는 당초 17일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추진 방안 발표에서 소아청소년 대상 야간·휴일 비대면 진료 초진을 허용할 방침이었지만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자 보류했다. ● “비대면 막히면 응급실 과밀화 심화” 우려도 의료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안전성과 법적 책임 때문이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소아는 고열이나 복통 등 증상 발현 후 급격히 악화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의사가 직접 환자를 만나서 살펴보는 대면 진료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비대면 진료 때 ‘응급실 안 가도 된다’고 했다가 만에 하나 상태가 악화하면 의료진이 과도한 법적 책임을 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24시간 대면 진료가 가능한 소아 응급실을 단기간에 늘릴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비대면 초진마저 막으면 오히려 응급실 과밀화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증 환자들이 응급실로 몰리면 중증 환자 치료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때 비대면 진료를 통해서 일종의 ‘교통 정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한밤에 아이가 열이 날 때 최소한 ‘응급실에 가야 하는지’ 정도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상담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대안을 남겨둬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초진을 통해 ‘처방’을 하는 건 반대하지만 ‘상담’만 하는 것은 응급실 과밀화를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이 허용되지 않으면 ‘소청과 대란’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현재 소청과 의사, 의원 부족 때문에 평일에도 부모들이 자녀를 위해 병원에서 진료 대기줄을 길게 서야 하는 실정이다. 비대면 초진이 막히면 한밤중이나 주말에 아이가 아플 때마다 응급실에 가거나 전국에 37개뿐인 달빛어린이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이 의원은 “‘소청과 폐과’를 선언할 정도로 소아진료 체계가 붕괴된 상황인 만큼 ‘야간·휴일 비대면 초진’이라는 선택지마저 원천 봉쇄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 2023-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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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고 싶다는 100번의 신고는 살려달라는 외침이었다”[죽고 싶은 당신에게]

    한국에서는 매일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매일 92명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한국은 죽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에게’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지친 당신이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담겠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도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죽고 싶다’고 말함. ‘이렇게 하면 죽을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봄. 아무 말 없이 그냥 끊음.지난해 초여름의 어느 날 새벽. 경기 부천소사경찰서 범박지구대 권지혜 경위(45)가 40대 A 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며 확인한 신고 내역이다.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려도 끝나지 않던 A 씨의 신고 내역은 총 100여 건에 달했다. 내용은 언제나 비슷했다. 이날도 A 씨는 늘 그랬던 것처럼, 죽고 싶다며 112에 전화를 걸었다.권 씨가 A 씨의 집에 도착했을 때 A 씨 가족들은 아무도 밖으로 나와보지 않았다. 반복되는 경찰 신고와 출동은 이 가족의 일상이 된 듯했다.권 씨는 생각했다. ‘이 사람은 지금 많이 외롭구나. 죽고 싶다고 했지만, 사실은 너무 살고 싶고 누구라도 말할 상대가 필요해서 이런 식으로 SOS 신호를 보낸 것 아닐까.’‘무슨 일이 있으셨느냐’라는 권 씨의 질문을 시작으로 두 사람의 긴 대화가 시작됐다. 권 씨는 A 씨의 말을 차분히 들은 뒤 운을 뗐다. ‘자꾸 죽는다고 하면 안 된다’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말이 아니었다. 지금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나도 한때는 잠이 들면 영원히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고, 그래서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그러자 ‘너무 괴롭다’는 말만 반복하던 A 씨가 조금씩 속내를 털어놨다. A 씨가 진정됐을 때 권 씨는 다음 날 A 씨가 근처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조처를 한 뒤 현장에서 나왔다.권 씨는 자살 예방 교육 강사 자격이 있는 경찰이다. 권 씨처럼 일정한 교육을 수료하고 자살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을 정신건강 전문가 등에게 연계하는 이들을 ‘자살 예방 게이트키퍼(Gate keeper)’라고 한다. 특히 지구대나 파출소 경찰은 현장에서 자살 시도자를 가장 먼저 만나는 만큼 이들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19일 부천에서 자살 시도자의 ‘골든타임’을 사수하는 23년 차 경찰, 권 씨를 만났다. 권 씨는 2021년 경찰을 대상으로 하는 자살 예방 교육 강사 연수를 다녀왔다. 이 연수에서 한국형 표준 자살 예방 프로그램인 ‘보고 듣고 말하기’ 교육을 받았다. 2018년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진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개발한 것으로, 자살을 암시하는 신호를 감지해 그 이유를 듣고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대화를 나누는 법을 가르치는 프로그램이다. 권 씨가 긴 시간 A 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상대에게 공감하는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것도 이때 받은 교육 덕분이었다.워킹맘인 권 씨에게는 한때 일도 가정도 뜻대로 되지 않던 시기가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아 잠시 휴직했다가 복직한 뒤, 직장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업무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두 아이가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자 돌봄 부담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때부터 권 씨는 아무리 피곤해도 누우면 잠이 오지 않았다. 불면은 점점 더 깊어졌고 감정 기복도 심해졌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속 시원히 털어놓지 못했다.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봐, 친구들이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직장 동료들이 나약한 사람으로 볼까 봐 두려웠다. 그 사이 권 씨를 짓누르는 우울의 무게는 커져만 갔다.차라리 아침에 눈을 뜨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자 권 씨는 용기를 내 상담센터와 병원을 찾았다. 물론 쉽지 않았다. 상담을 받으면서 과거의 기억을 끄집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유난히 마음이 복잡했다. 처음 정신건강의학과 알약을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상담과 약의 도움으로 권 씨의 마음은 다시 단단해져 갔다. 자꾸만 인생을 잘못 산 것 같고 안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 같은 마음이 들 때, ‘정말로 매번 선생님에게 좋지 않은 일만 있었나요?’라는 상담사의 질문을 받으면 자신의 상황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약의 도움으로 감정 기복이 줄었고 조금씩 마음도 편안해졌다. 마음이 괴로운 시간을 보내고 자살 예방 교육도 받은 뒤 권 씨에게는 여러 변화가 생겼다. 먼저 자살과 정신건강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자살이 개인의 문제일 뿐이고 나약함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 받는다는 선입견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목숨을 끊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 개인의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고통을 먼저 헤아릴 수 있게 됐다. 권 씨에게 정신건강의학과 병원은 더 이상 께름칙한 공간이 아니다. 오히려 스스로를 다시 일으킬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그러면서 일터에서도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의 자신처럼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경찰 동료들이 눈에 띄었다. 그런 동료들에게는 ‘많이 힘들면 마음동행센터에 가보라’고 넌지시 연락처를 알려주기도 했다. 마음동행센터는 근무 중 트라우마 등 어려움을 겪는 경찰들이 이용할 수 있는 경찰 전용 심리상담센터다.어려움을 딛고 일어나서 이제는 주변을 살피는 권 씨. 그는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저희 아이들이 유치원에 다닐 때 부르던 노래가 있어요. ‘모두 다 꽃이야’라는 동요인데, 가사가 이래요.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노래를 읊어주던 권 씨가 다시 말했다. “지금 아주 괴로워도 스스로 완전히 실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요즘엔 장미가 활짝 피어 있지만, 국화가 가을에 핀다고 해서 꽃이 아닌 건 아니잖아요. 늦게 피는 꽃도 다 꽃이니까요.”자살 예방 Q&A내 가족, 친구, 이웃이 ‘죽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문을 받아 자살 예방과 관련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드립니다.Q.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자주 하는 말이 있을까요? 어떤 말을 할 때 위험하다고 보면 되는지 궁금합니다.A. 네,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과 자살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고 자기비하적인 말을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주변인이 사후세계를 동경하는 말을 하거나 자살하는 방법에 대해서 질문할 때도 꼭 관심을 가져주세요.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부천=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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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 현대화-성범죄 피해지원도 ‘저출산정책’이라니…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가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 총 51조216억 원을 분석했더니, 실제 국민들이 지원받는 금액보다 부풀려져 있거나 저출산과 관련이 없는 정책의 예산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 저고위는 저출산 대응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는데도 내실 없이 집행돼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없는 것으로 보고 저출산 정책의 비용과 효과를 따지는 검증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저출산 정책 이름 붙이면 예산 따기 쉬워 저고위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총 51조216억 원) 중 가장 큰 비중(46%)을 차지하는 지원 분야는 ‘주거’(23조4012억 원)였다. 주거 문제가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꼭 필요한 지원인 건 맞지만, 문제는 주거 예산의 약 40%(9조5300억 원)는 ‘주택 구입 및 전세 자금 융자’가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주택도시기금에서 청년 및 신혼부부에게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을 대출해 준다. 빌려주고 돌려받는 기금 자체가 저출산 예산으로 잡혀 있다 보니 실제보다 예산을 많이 투입한 듯한 ‘착시효과’가 발생한다. 정부 관계자는 “국민들이 시중보다 낮은 금리로 정부 대출 상품을 이용함으로써 얻는 혜택만큼만 실제 저출산 예산으로 봐야 하는데, 지금은 이보다 부풀려지고 있어 오히려 획기적인 정책 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교 시설을 현대화하는 ‘그린 스마트 스쿨 조성’에 쓰이는 1조8000억 원처럼 저출산 대응과 거리가 먼 사업도 여럿 포함돼 있다. △고교 학점제 도입 기반 조성(427억 원) △중소기업 원격근무 활성화(410억 원)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150억 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24억 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는 “각 정부 부처에서 일단 ‘저출산 정책’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상대적으로 예산을 배정받기 수월하다고 보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전했다.● “저출산 예산 ‘착시효과’ 걷어낼 것”저고위가 밝힌 2006∼2021년 저출산 대응에 투입된 예산은 280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기간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1.13명에서 0.81명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0.78명으로 더 떨어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저출산 예산’이라는 개념 자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 대신 저출산 대응에 투입되는 재정의 규모를 따질 때는 아동에 대한 현금성 지원, 보육 서비스 등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족 지출’이라는 지표를 쓴다. 이 지표가 2019년 기준 한국은 1.5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25%)의 약 70% 수준에 그친다. 이에 따라 저고위는 연내에 실제보다 부풀려진 저출산 예산과 효과적인 정책이 무엇이었는지 검증해 저출산 정책을 재구성할 예정이다. 내실 없이 부풀려진 예산이 국민들로 하여금 ‘저출산 문제 해결에 몇백조 원을 쏟아부어도 무용지물이다’라는 냉소를 불러 정책에 관한 관심과 추진 동력, 체감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은 저출산 대응에 돈을 제대로 쓰지도 않고 쓴 척하는 셈”이라며 “저출산 예산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실제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예산이 무엇인지 분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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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독사 위험군’ 153만명… 1인가구 5명중 1명꼴, 50대 최다

    서울에 사는 A 씨(61)는 사업 실패와 이혼으로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 A 씨는 수십억 원의 빚을 떠안고 고시원에 홀로 살고 있었다. 고시원 이용료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던 그는 누구와도 교류하지 않고 고립되어 지냈다. 우울감이 점점 심해지고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을 때 A 씨는 구청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파산면책을 신청하면서 빚더미에서 벗어났고, 지방자치단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심리상담도 받았다. 정부가 18일 A 씨처럼 고독사 위험에 처한 이들을 발굴해 적절한 복지 서비스를 받게 하는 내용의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2023∼2027)’을 발표했다. 고독사 수는 2021년 기준 전체 사망자 100명당 1.06명인데, 이를 2027년까지 0.85명으로 20% 줄이는 것이 목표다.● 1인 가구 5명 중 1명이 ‘고독사 위험군’ 나 홀로 가구가 전체 가구의 33%(2021년 기준)를 넘어서면서 고독사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고독사는 관련법상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돼 홀로 사는 사람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된다. 2021년 고독사 수는 총 3378명으로 2017년 2412명에서 40%나 늘었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에 ‘고독사 위험군’은 약 152만5000명에 달한다. 전체 1인 가구가 약 717만 명인 점을 감안하면, 1인 가구 5명 중 1명이 고독사 위험군인 셈이다. 지난해 1인 가구 9400여 명을 대상으로 사회적 교류와 식사 횟수 등 표본조사 결과를 토대로 고독사 위험군 규모를 추정했다. 고독사 위험은 특히 중장년층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 중 고독사 위험군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50대(33.9%)였다. 그다음이 60대(30.2%), 40대(25.8%) 등 순이었다. 특히 중장년층 남성은 은퇴 이후 전통적 가장의 역할로 여겨져 온 경제력을 상실하면 좌절하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김민철 서영대 사회복지행정과 교수는 “65세가 되면 노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지만 그 직전 연령대는 ‘소득 절벽’ 현상을 겪는다”며 “특히 남성들은 여성들에 비해 어려움을 겪을 때 가족이나 친구 등 비공식적인 관계망을 통해 위로와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동네 이장·식당 주인, ‘우리 마을 지킴이’로정부는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독사 위험군을 제때 발굴해 복지 서비스로 연계하는 ‘연결 고리’를 탄탄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18일 발표한 대책에도 평범한 이웃들이 고독사 위험군을 직접 발굴해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게이트키퍼(gate keeper)’ 양성 방안이 포함돼 있다. 복지부는 평소 이웃들을 자주 마주치는 동네 이장, 식당이나 부동산중개업소 주인 등을 ‘우리 마을 지킴이(가칭)’로 키워내고 교육할 계획이다. 고독사 위험군을 발굴해 복지, 주거, 고용 서비스 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각 지방자치단체 소속의 통합사례관리사 수도 현재 978명보다 더 늘리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는 시군구별로 필요한 인력을 추계한 뒤에 정할 예정”이라며 “처우 개선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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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협 “대리처방-수술 거부 준법투쟁… 면허증도 반납”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간호법 제정이 무산될 상황에서 대한간호협회(간협)는 17일 “(이날부터) 대리처방, 대리수술, 대리기록 등에 관한 의사의 불법 지시를 거부하겠다”며 준법 투쟁을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대리처방·수술·기록뿐 아니라 채혈, 초음파와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기관 삽관 등 의료 행위가 포함됐다. 주로 진료보조인력(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가 하던 일로, 이 중 일부는 의사의 업무다. 그럼에도 필수의료 분야 인력난으로 간호사들이 의사를 대신해 행해 왔다. 현재 PA간호사는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간협 지침대로 PA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업무를 거부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병원 내 간호부서가 아닌 진료부서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단체 행동을 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간협 관계자도 “간호사 본인의 판단에 따라 계속 업무를 하겠다고 하면 협회 차원에서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간협은 또 17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간호사의 면허증을 모아 보건복지부에 반납하기로 했다. 면허증을 반납한다고 해서 실제 면허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단체로 항의를 하는 차원이다. 19일에는 간협 주최로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규탄대회가 열린다. 간협은 이날 최소 4만 명의 간호사들이 연차를 내고 참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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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숙 여가부 장관 “남성 군복무 보상 확대해야”

    “2030 남성과 여성이 느끼는 불평등의 종류가 다릅니다. 남성에게는 군 복무 기간을 보상하고 여성에게는 취업과 승진 과정에서 차이가 없도록 만들어주는 제도가 필요합니다.”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17일 취임 1주년을 앞두고 9일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남성과 여성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도록 양성평등적 관점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지난해 5월 취임한 김 장관은 여전히 여가부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양성평등 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가부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며 “(현재 논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지만)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개편하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男은 군대, 女는 취업·승진 불평등 해소해야”김 장관은 “여성 징병제를 시행하는 네덜란드의 요안너 도르너바르트 주한 대사를 만났을 때 ‘한국에서 여성의 사회적 복무를 도입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여성 군 복무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하는 만큼, 남성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여성에게 군 복무 의무를 지우기보다는 남성의 군 복무에 대한 사회적·경제적 보상을 현행보다 늘리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군 가산점 제도에 대해서는 “이미 위헌 판결을 받은 제도”라며 “보상 방법으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했다.이어 남성의 군 복무 보상을 위해서 “금전적 보상과 함께 군 복무 중 (대학) 학점을 따거나 코딩 교육을 제공하는 등 취업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할 수 있도록 ‘패키지’로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 장관은 여성이 겪는 노동시장 내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성별근로공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별근로공시제란 기업이 직원 채용과 근로, 퇴직단계에서 성비 현황을 외부에 공시하는 제도다. 김 장관은 “뉴질랜드에서는 남녀 임금 격차가 10% 미만인데도 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는데 한국은 31%나 된다”며 “국내에서는 성별근로공시제를 올해 하반기에 공공부문에만 시범사업으로 도입하는데 이를 민간기업에도 확대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젠더 갈등 근본 원인은 저성장으로 인한 경쟁 심화”김 장관은 취임 당시부터 지금까지 여가부가 한국 사회의 젠더갈등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한 점이 폐지가 필요한 근거라고 언급해 왔다. ‘장관으로 취임한 이후 여가부가 젠더갈등 해소에 일조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김 장관은 “젠더갈등은 사회, 경제, 문화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여서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라 지난 1년간의 성과를 자평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젠더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은 저성장으로 인해 경제적 자원이 과거에 비해서 줄어들다보니 경쟁이 심화돼 그 문제가 (상대 성별과의) 갈등으로 표면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실제 현실에서의 젠더갈등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 나타나는 것만큼 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여가부 폐지’는 현재 사실상 ‘멈춤’ 상태다. 여야가 여가부 폐지에 대해 합의하지 못하면서 2월 본회의를 통과한 정부 첫 정부조직법 개편안에는 여가부 관련 내용이 아예 빠지게 됐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현재 만들어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좋은 대안이라는 데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여가부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여성의 권익이 굉장히 낮아 목소리를 크게 내는 집단이 필요했다”며 “하지만 사회 환경이 변하면서 여성 특화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낮아졌는데 여가부의 사업은 여성중심적인 게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몸캠’ 등으로 인해 전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의 25%는 남성인데 이런 부분도 정책적으로 포용해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또 여가부가 지금의 ‘작은 조직’ 형태로는 양성평등, 청소년, 가족 정책을 총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그는 “조직이 영원히 한 형태로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가 바뀌는만큼 조직의 형태나 효율성 측면에서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폐지 추진에 있어서는 ‘국회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장관은 “조직개편은 국회에서 원내대표 협의사항으로 재논의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저출산 심화에 청소년 정책 더욱 집중”김 장관은 취임 후 1년 동안 청소년 정책에 특별히 집중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그동안 청소년 정책이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저출산 현상이 심각한 시대에 청소년 한명, 한 명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정책이 제대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전에는 (정책의 대상으로) 여성만 조명했다면 (취임 이후에는) 청소년에 대해서 조명하려고 많이 애를 썼다”고 말했다.특히 최근 증가하는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고 보고 있다. SNS를 통해 마약 관련 불법 정보가 청소년에게 노출되는 빈도를 보면 그 증가 추이가 너무 가파르다는 분석이다.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에 따르면 마약류 불법정보 점검 건수는 지난해 7만6323건으로 전년 대비(1만8969건) 약 4배로 늘었다. 청소년 보호 정책을 총괄하는 여가부는 청소년매체환경보호센터를 통해서 SNS와 채팅 애플리케이션(앱) 등에서의 마약류 유통 정보 등을 점검하고 있다. 문제가 될만한 정보를 발견하면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고, 삭제 및 차단 등의 협조 조치를 요청하고 있는데 그 횟수를 기존 월2회에서 앞으로는 상시요청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청소년들의 정서·행동 문제 중심의 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국립청소년디딤센터의 프로그램도 알코올, 마약류 문제 치유까지 확대한다. 마약 중독 청소년이 입소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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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4년→?’ 팬데믹 주기 짧아져… “환기시설-병상 확보 시급”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직접 주재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선언과 함께 확진자의 격리 의무를 권고로 전환하는 등의 방역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환자 발생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코로나19의 끝이 보이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엔데믹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다음 팬데믹을 일으킬 수 있는 또 다른 신종 감염병, 이른바 ‘감염병X’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바탕으로 감염병X를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짧아지는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감염병X는 예상보다 일찍, 코로나19보다 더 큰 규모로 찾아올 가능성이 높다.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신종 감염병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다. 국내 첫 환자 발생 시점을 기준으로 주기가 6년 2개월→6년→4년 8개월로 짧아지고 있다. 질병관리청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겪은 세대가 다시 팬데믹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지구는 감염병이 퍼지기에 유리한 환경으로 변하고 있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간이 동물의 서식지를 계속 침범하고 있어 인수공통 감염병 발생과 확산이 쉬워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1년 미국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는 “다음 팬데믹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며 앞으로 25년 안에 코로나19만큼 치명적인 팬데믹이 발생할 가능성이 최대 57%에 달하는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 최장 기간 ‘등교 중지’ 후유증 커 정부가 자랑하는 낮은 코로나19 사망률 등의 방역 성과는 아이들의 ‘배울 권리’를 희생한 결과이기도 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한국이 학교를 폐쇄한 기간은 79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한국보다 더 오랜 기간 학교를 폐쇄한 곳은 멕시코(81주)뿐이다. 학생들은 설령 감염돼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게 밝혀진 이후에도 한국은 코로나19 지표가 나빠지면 손쉽게 학교 문을 닫았다. 이로 인해 소득에 따라 학력 및 건강 격차가 벌어지는 등 후유증이 남았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래 세대에게 중대한 문제를 이렇게 조치할 수밖에 없었던 건지, 다시 팬데믹이 오기 전 논의와 정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해관계자들이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참여형 거버넌스’를 미리 정비하고 학교 문을 불가피하게 닫을 때를 대비한 돌봄 시스템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기 시스템, 중환자 병상 확보가 핵심 전문가들은 감염병X가 호흡기를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따라 과거 상하수도 시설을 개선해서 장티푸스, 콜레라 등 수인(水因)성 감염병을 예방했듯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만들어야 호흡기 감염병을 막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깨끗한 실내 공기를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환기다. 환기를 하면 깨끗한 새 공기가 들어오고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는 밖으로 빠져나간다. 환기를 자주, 오래 할수록 호흡기 감염병에 걸릴 위험이 줄어들지만 지금껏 환기의 중요성이 등한시됐다. 배상환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작은 건물에도 냉난방 시설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환기 시설도 마찬가지”라며 “현재 건축법상 환기 시설 설치가 의무인 다중이용시설 대상이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병상 준비도 중요하다. 방역 당국은 ‘의료 여력’에 따라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단계를 조정했다. 의료 여력의 핵심은 중환자를 입원시킬 병상이 몇 개나 비어 있는지였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병상 동원령을 내렸지만 차출된 병상은 늘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 시설과 장비가 있어도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숙련된 의료인력은 갑자기 구할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국내 인구 10만 명당 중환자 병상은 10.6개로 OECD 평균(12개)에도 못 미친다. ● 아프면 쉴 권리 제도화해야 코로나19 유행 시기 아프면 쉬는 문화의 중요성이 강조됐지만 이 문화는 아직도 정착하지 못했다. 감염된 채 외부 활동을 할 경우 전염병 확산도 빨라진다. 지난해 7월 서울 종로구 등 6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근로자가 업무와 관련 없는 병이나 부상으로 쉬어도 수당을 지급해 ‘아프면 쉴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까지 상병수당 총지급액은 35억5400만 원에 그쳤다. 상병수당에 배정된 분기별 예산이 약 45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예산 대비 지급률이 26%에 그친다. 질병청은 3월 “격리 의무를 해제하되 병가 활용, 출석 인정 등 아프면 쉬는 문화 활성화를 위해 사업장과 학교 등에 자체 지침 마련 및 시행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민간의 자발적 참여에만 기댄다면 한계가 명확하다. 중소·영세기업이 직원에게 병가를 줄 경우 정부가 사업장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 20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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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르면 이달내 코로나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

    이르면 이달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완전히 해제된다.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자문위)는 8일 회의에서 ‘확진자 7일 의무 격리’를 ‘권고(의무 해제)’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냈다. 코로나19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이르면 이번 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자문위 권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백신 패스, 마스크 착용 의무에 이어 ‘마지막 방역 자물쇠’였던 격리 의무까지 사라지면, 2020년 1월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일상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자문위는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자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확진자 격리 의무 해제를 이달 내로 앞당겨 시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당초 방역 당국은 5월 격리 의무를 5일로 줄이고, 7월 해제로 전환하기로 계획했었다. 다만 일부 자문위원은 병원 감염을 막기 위해 ‘입원’ 코로나19 환자의 격리는 유지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부는 9일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이르면 10일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방침을 확정할 전망이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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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자문위, “코로나19 격리 의무 완전히 해제” 결론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자문위)가 8일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자택 격리 의무를 완전히 해제하자고 결론 냈다. 코로나19 최종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가 이르면 이번 주 열릴 예정인 가운데 자문위 권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다. 백신 패스, 마스크 착용 의무에 이어 ‘마지막 방역 자물쇠’였던 격리 의무까지 사라지면, 2020년 1월 이후 3년 3개월여 만에 일상이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자문위는 전체회의에서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내리자고 제안했다. 자문위원 과반수는 ‘확진자 7일 의무 격리’를 ‘권고’로 전환하자는 의견을 냈다. 당초 ‘5일 격리’로 단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는데 더 앞당기자는 것으로, 이르면 이달 내로 시행된다. 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했다.다만 자문위는 병원 감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원’ 코로나19 환자의 격리는 유지하자는 의견도 제시했다. 정부는 이르면 주내 중대본 회의에서 최종 방침을 확정할 전망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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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문 모른 채 엄마 장례식 간 아이…그날 이후 아이들 마음 챙깁니다”[죽고 싶은 당신에게]

    한국에서는 매일 36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매일 92명이 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 갑니다. 한국은 죽고 싶은 사람이 정말 많은 나라입니다.그런데 우리 사회 곳곳에는 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온 마음을 다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에게’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는 연재물입니다. 지친 당신이 어디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담겠습니다. 죽고 싶은 당신도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수교사 김송현 씨4년 전, 특수교사 김송현 씨(32)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김 씨가 가르치던 발달장애인 초등학생의 아버지였다. 그가 전한 소식은 아이의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비보였다. 경황이 없는 아버지를 대신해 김 씨가 부랴부랴 아이를 장례식장으로 데려가던 길, 죽음이 무엇인지 모르는 아이는 그저 해맑기만 했다. 장례식장에 도착해서도 아이는 더 이상 엄마를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김 씨는 그런 아이를 보면서 ‘엄마가 없는 아이의 삶이 어떨지’ ‘앞으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그날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이때부터 김 씨의 고민은 깊어졌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떠날 만큼 힘든 사람의 마음은 어떤 걸까.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이 김 씨를 자살 예방 강의를 하는 교사가 되도록 이끌었다. 4일 현재 울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특수교사로 근무하는 김 씨와 이야기를 나눠봤다.김 씨가 자살 예방 강의를 시작하게 된 건 2021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생명지킴이 강사’ 연수에 참여하면서부터다. 이 연수를 통해서 교사가 자살 고위험군 학생을 만났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떤 절차와 방법을 통해서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배웠다. 이를 바탕으로 김 씨는 3년째 울산 지역 교사들을 상대로 자살 예방 강의를 하고 있다. 학생 자살과 자해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교육청에 강의를 신청하면 김 씨와 같은 생명지킴이 강사인 교사들이 강의를 나간다. 지난해 김 씨는 10개 학교에서 강의했다. 청소년 자살 및 자해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아이들이 보내는 SOS 신호를 학교에서 알아채 위기 상황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방법들을 안내했다.김 씨가 둘러본 학교 현장에서는 너무 많은 학생이 마음의 상처를 호소하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지금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학생을 찾아아 선생님들이 밤새 아이를 찾으러 뛰어다니는 일도 봤다. 실제로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 연령에 해당하는 9~24세 사망 원인 1위는 2011년 이후 10년째 자살이다. 2020년 9~24세 사망자는 총 1909명이었는데 이중 자살이 957명(50.1%)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에도 10대 학생들의 자살 소식이 잇따라 알려졌다. 특히 그 순간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생중계하는 일까지 생겨나면서 학부모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김 씨는 친구와 이성 관계, 학업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힘들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본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아이들의 마음도 그 누구보다 이해한다. 그래서 김 씨는 가족들의 세심한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아이들과 식사를 꼭 같이 하셨으면 좋겠어요. ‘밥 먹는 동안에는 우리 잠깐만 핸드폰도 보지 말고 다 먹었다고 먼저 일어나지 말자’고 약속을 해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에게 오늘 하루는 어땠는지, 요즘 친구들이랑은 잘 지내는지 물어봐 주세요.”그러면서 그는 덧붙였다. “처음에는 서로 어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열흘, 한 달이 지나면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게 자연스러워질 거예요. 아이 학원과 부모님 직장 때문에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간식을 먹는 시간이나 주말 저녁을 이용해서라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꼭 들어주세요.” 김 씨는 학교 현장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최근에는 김 씨가 생명지킴이 강사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인이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다. 가정폭력을 당하고 있었던 지인은 자기 가족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하지 못한 채 홀로 고통을 삼키고 있었다. 술에 기대 하루하루를 보내던 지인은 우울증 증상도 뚜렷했다.김 씨가 강사 연수에서 배운 대로 지인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준 뒤 마지막에 ‘자살을 생각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지인은 울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김 씨는 가정폭력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상담사의 연락처를 건넸다. 그리고 ‘다시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지면 언제든 연락해라. 들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지인은 상담과 약물치료를 받기 시작했다.“저는 ‘누구나’ 주변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우리는 쉽사리 그 ‘누구’가 되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가까운 사람이 나로 인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는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하면, 그 경험 자체가 나에게도 살아갈 힘이 된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계속 제 학생들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해요.”자살 예방 Q&A내 가족, 친구, 이웃이 ‘죽고 싶어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의 자문을 받아 자살 예방과 관련된 궁금증을 하나씩 풀어드립니다.Q.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하는 행동이 있을까요? 어떤 행동을 할 때 위험하다고 보면 되는지 궁금합니다.A. 네, ‘자살 위험 신호’가 있습니다. 자신에게 중요한 물건을 남에게 주는 등 주변 정리를 하는 행동이 대표적입니다. 식사나 수면 패턴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자꾸만 혼자 있으려 하면서 대화를 피하는 행동, 기존에 관심을 가지던 것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모습도 위험 신호에 해당하니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세요.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 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애플리케이션(앱)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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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 사망 여고생 ‘표류’ 때, 외상센터에 빈 병상 있었다

    3월 대구에서 추락 사고를 당한 여학생이 병원을 찾아 헤맬 당시, 한 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빈 병상이 있었는데도 ‘자리가 꽉 찼다’며 수용을 거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역외상센터는 추락이나 교통사고 등 중증외상환자 전용 응급수술 시설이다. 대구의 한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이 여학생은 159분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표류’하다가 결국 숨졌다. 보건복지부는 4일 소방청·대구시와의 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당시 환자를 받아주지 않은 병원 8곳 중 4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내리는 한편 전국 응급실에 환자 이송 거절 기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건 당일 경북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대구소방본부 119구급상황관리센터가 A 양(17)을 받아줄 수 있는지 전화로 물었을 때 ‘중증외상환자가 몰려 자리가 없다’는 취지로 거절했다. 하지만 복지부와 소방청, 대구시가 합동 조사한 결과 당시 센터엔 빈 병상이 1개 있었다. 진료 중이던 다른 환자 상당수는 경증이었다. 환자 수용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경북대병원 관계자는 “따로 공식 입장을 낼 게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전문가 자문 결과 경북대병원뿐 아니라 대구파티마병원과 계명대 동산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도 그날 정당한 사유 없이 A 양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복지부는 이들 병원 4곳에 △책임자에 대한 조치 △재발 방지책 수립 △환자 거부 사유 기록 등 시정명령을 내렸다. 경북대병원엔 2억2000만 원, 나머지 3곳은 각각 4800만 원의 보조금을 삭감하고, 대구파티마병원과 경북대병원에는 각각 3674만 원, 1670만 원의 과징금도 물린다. 복지부는 향후 전국 모든 응급실에 환자 거부 사유를 기록하게 하고, 이를 보조금 평가 등에 반영할 방침이다. A 양의 표류는 ‘수술 등 최종 치료가 안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받지 않는다’는 응급실의 오래된 관행 때문이라고 보고 이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3월 발표한 제4차 응급의료 기본계획엔 없었던 내용이다.‘수술 의사 부족하면 일단 진료거부’ 관행에… 대구 여고생 희생 이송 거절 병원 4곳 시정령-과징금병원간 전원 어려워 중증환자 기피검사도 않고 “의사 없다” 거부 일쑤“전원 쉽게 할 응급체계 서둘러야” 보건복지부는 3월 대구 여고생을 받아주지 않았던 병원들에 행정처분을 내리며 ‘수술 등 최종 치료가 안 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는 거부하는’ 병원의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중증 응급 환자를 수술할 의료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병원 간 전원(轉院)이 어려운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행정처분을 반복해도 비슷한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 ‘최종 치료 가능해야 수용’ 관행에 제동A 양(17)이 3월 19일 오후 2시 15분경 4층 높이 건물에서 떨어진 채 발견됐다. 이때 겉으로 드러난 증상은 크지 않았다. 뒤통수와 발목이 부어 있었고, 혈압과 맥박은 정상이었다. 이런 경우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는 컴퓨터단층촬영(CT) 등 검사를 해야 알 수 있다. 가벼운 타박상이면 간단한 응급처치만 한 뒤 귀가하면 된다. 하지만 뇌출혈이라면 신경외과 전문의가 수술해야 한다. 골반이 부러져 동맥이 찢어졌다면 정형외과와 혈관외과 등 의료진이 동시에 수술에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전문의가 있든 없든 일단 환자를 받아서 검사하고 전문 의료진이 없으면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게 응급의학 교과서에 적힌 진료 절차다. 그런데 당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신경외과 전문의가 학회에 참석하느라 부재중이라며 119 수용 문의를 거부했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외상외과 의료진이 다른 환자를 수술 중이라고 했다. ‘만에 하나’ A 양이 뇌출혈이거나 중증외상이면 수술할 의료진이 없으니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는 얘기였다. 복지부는 이런 이유가 환자를 받지 않을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환자에게 어떤 진료가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다른 외상 수술이 시작됐다거나 신경외과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환자를 거부한 건 응급의료법 위반이다”라고 설명했다.● “꽉 막힌 병원 간 전원부터 해결해야”의료계에서는 복지부의 이런 조치에 대해 “최종 치료 여력이 없는 병원이 환자를 받기를 꺼리는 배경도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수도권에는 생명과 직결된 수술을 하는 이른바 ‘필수의료’ 분야 의료진이 부족하다. 중증외상이나 뇌출혈, 급성 심근경색 등 모든 중증 응급 환자를 직접 커버할 수 있는 병원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결국 A 양처럼 어떤 전문 의료진이 필요해질지 불확실한 환자는 수용할 때부터 전원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 한국에선 바로 그 ‘전원’ 단계가 동맥경화처럼 꽉 막혀 있다. 전원 보낼 병원을 찾느라 응급실 의사가 전화를 수십 통 돌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료진과 병상, 장비에 여력이 있는 병원을 한 번에 찾아주는 시스템이 없고, 이를 중간에서 조율해 주는 중앙응급의료상황실은 인력 부족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현 체계에서 최종 치료 가능성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환자를 받았다가는 오히려 해당 의료진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치료 못 할 환자를 왜 오라고 했냐’며 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복지부도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고 전원 시스템을 보강하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 4일 발표에도 “응급의료기관의 최종 치료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이를 실현할 대대적인 인력 보강이나 건강보험 진료비 개혁 같은 근본적인 대책은 빠져 있다. 박향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관은 “당장 보완할 수 있는 부분부터 대책에 담았다”며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인력 대책 등도 착실히 실행에 옮기겠다”고 말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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