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김종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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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부터 스포츠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골프, 농구, 야구, 라켓 종목 등을 체험하며 취재해왔습니다. 사람과 사랑, 땀과 꿈을 보고. 듣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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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1~20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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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백한 내 잘못” 잠정구에 발목 잡혀 컷 탈락한 대세 박민지[김종석의 TNT타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박민지(23)가 3년 연속 우승을 노렸던 무대에서 시즌 3번째 컷 탈락했다. 박민지는 14일 경기 포천의 대유 몽메르CC(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대유위니아 MBN 여자오픈 2라운드에서 버디 1개와 보기 1개로 타수를 줄이지 못해 중간합계 3오버파 147타로 3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번 시즌 6승을 올린 박민지는 이 대회에서 2019년과 지난해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박민지가 컷 통과에 실패한 것은 4월 KLPGA챔피언십과 7월 맥콜 모나파크 오픈에 이어 세 번째다.●잠정구 선언 없이 플레이 화근 전날 6번 홀(파5)에서 4벌타를 받은 끝에 10타 만에 홀아웃하며 퀸튜플 보기(더블파, 양파)를 저지른 것에 결국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1라운드를 3오버파 75타로 마친 그는 120명 가운데 공동 94위까지 처졌다. 이날 순위를 80위까지 끌어올렸지만 2라운드 컷 통과 기준선인 이븐파 144타를 넘지 못했다. 당시 상황을 다시 복기해보자. 박민지는 이 홀에서 투온을 노린 공이 숲으로 들어가 없어진 것으로 간주한 게 불행의 시작이었다. 프로비저녈볼(잠정구)을 치겠다는 의사를 동반 플레이어에게 밝혔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1벌타 후 프로비저널 볼을 친 뒤 자신의 캐디가 러프에서 발견한 처음 친 공으로 플레이를 이어가면서 규칙 위반으로 3벌타를 추가로 받았다.●“퀸튜플 보기가 5오버파인 것 12년 만에 처음 알아.” 골프 규칙 18조 3항에 따라 동반 플레이어에게 ‘프로비저널볼(잠정구)’ 플레이를 하겠다는 선언을 하지 않은 박민지는 숲 앞쪽에서 찾은 공이 인플레이 상태가 아니므로 더 이상 쳐서는 안 됐다. 잘못된 공(오구)을 친 것이 돼 2벌타를 받았다. 또 그린 앞쪽에 놓인 공을 특별한 이유 없이 집었기 때문에 1벌타가 보태졌다. 잠정구라는 용어는 2019년 개정된 대한골프협회 골프 규칙에서 프로비저널볼로 번역하고 있다. 결과론이지만 잠정구를 치겠다고 선언한 뒤 처음에 쳤던 공을 찾아 쳤더라면 벌타 없이 3온으로 파도 가능했다. 잠정구 플레이 선언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어 공을 찾았더라도 계속 잠정구로만 플레이 했더라도 5온으로 보기까지 노릴 수 있었다. 박민지에게는 뼈아픈 교훈이 됐다. 2라운드까지 10언더파를 기록한 안나린이 단독 선두에 나섰다 박민지는 1라운드 후 인스타그램에 “5개 오버가 퀸튜플 보기인 것을 12년 만에 처음 알았다”며 “오늘이 교훈이 되어 앞으로 평생 프로비저널볼(잠정구) 잘 말하고 다니렴 민쟈(민지야)”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또 당시 논란이 된 부분에 대한 해명에도 나섰다. “(동반자였던 오)지현 언니가 도와주려고 한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런데 경기가 끝나자 사람들이 언니가 클레임을 걸었다고 오해했다”며 “언니는 저를 도와주려다가 오해받는 일이 생겼다. 언니에게 정말 감사드리고 (언니는) 정말 멋진 사람”이라고 설명했다.●김세영도 비슷한 착각으로 벌타 잠정구를 둘러싼 박민지의 착각은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피레이션 3라운드에서 김세영을 떠올리게 한다. 김세영은 12번 홀까지 버디만 4개를 골라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하지만 13번 홀(파4)에서 티샷이 OB 방향으로 날아가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김세영은 잠정구를 치고 나간 뒤 원구가 살아 있어 그 공으로 플레이를 했고, 더블 보기를 범했다. 하지만 동반자에게 잠정구를 치겠다는 명확한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오구(잘못된 볼) 플레이를 한 게 돼 2벌타를 더해 쿼드러플 보기가 됐다. 김세영 역시 박민지처럼 “잠정구를 칠 때 반드시 ‘프로비저널볼’ 또는 ‘잠정구’라는 용어를 사용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잠정적으로 공을 플레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나타내야 한다”는 골프 규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박민지와 달리 잠정구로 친 공을 집어든 부분과 관련한 벌타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프로가 아니더라도 아마추어 골퍼들도 라운드 도중 잠정구를 칠 상황이 발생하면 동반자에게 “하나 더 칠게”라는 식의 발언보다는 명확하게 ‘잠정구’ 또는 ‘프로비저널볼’이란 용어를 사용해야 혼란이나 분쟁을 막을 수 있다. 물론 스코어도 지키고.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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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달 딴 근대5종 전웅태가 누구보다 반가운 서장훈[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

    서장훈(47)은 도쿄 올림픽 근대5종에서 첫 메달을 딴 전웅태(26) 소식을 누구보다 반겼다. 코트에서 ‘국보급 센터’로 활약하며 한국 농구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서장훈은 비록 종목은 다르지만 운동선수 후배의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특히 지난해 자신이 진행하는 방송 프로그램에 전웅태가 출연한 인연도 있어 도쿄에서 거둔 전웅태의 동메달 쾌거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 프로그램에서 전웅태는 “사람들이 근대5종이 어떤 종목인지 잘 몰라 고민”이라고 하자 서장훈은 개그맨 이수근과 함께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답”이라고 조언을 해줬다. 전웅태에 따르면 자신이 태극마크가 새겨진 국가대표 유니폼 차림으로 국제대회에 나가려고 공항에 가면 주위에서 무슨 운동하느냐고 묻기는 하는데 근대5종이라고 하면 “아~. 네네” 하면서 낯설어하고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는다는 것. 정작 본인은 누군가 종목 설명을 해달라고 하면 언제든 알기 쉽게 답할 수 있도록 준비까지 하고 있는데도 말할 기회는 좀처럼 없었다고 한다. 서장훈은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전웅태의 동메달에 대해 “지난해 도쿄 올림픽도 연기되고 코로나 때문에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어려움을 접했다. 오랫동안 준비한 결과를 제대로 펼칠 수 없을지도 몰라 걱정했다”며 “전웅태 선수가 5년의 기다림 끝에 좋은 성과를 얻어 너무 기뻤다. 대단한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 극소수 인기 종목을 제외하면 대부분 운동선수들이 주위의 관심을 덜 받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며 “지속적인 애정은 이상론일 수 있다. 전웅태 선수가 너무 주위를 의식하기 보다는 자신만의 성취감을 통해 행복한 운동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전했다. 서장훈이 청춘을 바친 농구도 요즘은 그 인기가 국내에선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2013년 은퇴한 서장훈이 방송 활동을 시작한 계기 가운데 하나는 농구에 대한 팬들의 관심과 흥미를 높이고 데 기여할 수도 있다는 선의가 포함돼 있었다. 과거 서장훈은 “요즘 프로농구 인기스타라고 하는 후배들도 거리에 나가면 사람들이 잘 알아보지 못한다. 키가 크고 덩치가 크니까 다른 종목인 줄 아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는 “스포츠가 인기를 유지하고 많은 사랑을 받으려면 국제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읽고 팬들의 구미에 맞추는 변신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농구만 하더라도 허름한 경기장 식당에서 찌개 먹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난만큼 시설을 개선하고 새로운 관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서장훈은 방송에서 전웅태에게 국가대표의 사명감을 강조했다. 비록 자기 종목을 몰라주고 관심이 떨어진다고 해도 국가를 대표하고 있는 만큼 본인이 감수하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 서장훈 농구 인생의 최고 황금기 가운데 하나는 2002 부산 아시아경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결승에서 중국을 꺾었을 때다. 한국 남자 농구가 20년 만에 금메달을 딴 순간이었다. 전웅태는 방송에서 “내가 사랑하니까 너도 사랑하라고 하는 건 강요일지 모른다. 국가대표로 열심히 하다보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줄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서장훈과 전웅태는 재회할 수 있을까. 서장훈은 “전웅태 선수가 ‘고민 있으면 한번 더 나와야 하나요’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기회가 되면 어디서든 한번 보고 싶다”고 후일을 기약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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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피땀, 2주 박수[오늘과 내일/김종석]

    몇 년 전 일본 출장 때 일이다. 현지 언론은 온통 일본 육상 남자 100m에서 처음으로 마의 10초 벽이 깨진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기류 요시히데의 9초98 기록도 놀라웠지만 레이스가 펼쳐진 후쿠이 육상경기장에 1만 명 가까운 관중이 들어찬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8일 폐막한 도쿄 올림픽은 코로나 사태로 96% 경기가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텅 빈 객석에 익숙한 한국 비인기 종목 선수들에게는 별 낯설 게 없는 환경이었다. 한국 근대5종 첫 올림픽 메달을 딴 전웅태는 지난해 한 방송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애달픈 처지를 털어놓았다. “사람들이 근대5종을 잘 모른다”는 고민을 말하자 진행자 서장훈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게 답”이라는 처방을 내놓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깜짝 주목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이번엔 다를까. 여홍철은 기자가 처음 취재했던 올림픽인 1996 애틀랜타 대회 체조 남자 뜀틀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 체조 최초의 올림픽 은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시상대에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2차 시기 착지 실수로 세 발짝 물러나면서 0.031점 차로 금메달을 놓친 아쉬움이 컸다. “부모님과 감독님께 죄송할 뿐이다”라는 말을 반복하던 그는 눈시울을 붉혔다. ‘은메달에 그쳤다’, ‘통한의 눈물’이란 표현이 기사에 등장했다. 도쿄 올림픽 체조 여자 뜀틀에서 여홍철의 딸 서정이 19세 나이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여자 체조 선수 최초로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된 그는 시상대에 올라 활짝 웃었다. 어떤 회한도 없어 보였다. 1년 연기됐다가 열린 도쿄 올림픽은 부정적인 여론이 많았다. 막상 개막 후 17일 동안 열기는 폭염만큼이나 뜨거웠다. 올림픽의 주인공은 어렵게 무대에 오른 선수들이라는 사실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한국은 금메달 7개, 톱10 진입의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성적에 대한 시선은 25년 세월을 두고 메달을 딴 부녀의 상반된 반응처럼 달랐다.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쏟아낸 열정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체조, 수영, 육상, 근대5종 등은 불모지에서 값진 성과를 거뒀다. 높이뛰기 우상혁은 24년 만에 한국 신기록을 1cm 넘겼다. 여자 배구의 기적 같은 ‘해보자’ 4강은 아직도 가슴을 뛰게 한다. 이번 대회는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체육의 통합, 시도체육회 회장 직선제 시행 후 처음 맞은 올림픽이다. 새로운 시스템이 정치 논리에 휘말려 오히려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양궁(현대차), 펜싱(SK)에서 보듯 장기 투자가 국제 경쟁력의 발판이라는 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몇몇 뜻있는 기업인, 지도자에게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 “훈련하다 보면 근육이 터질 것 같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 주저앉고 싶은 순간이 온다. ‘이 정도면 됐어’, ‘다음에 하자’는 말이 나온다. 99도까지 온도를 올려놓아도 1도를 넘기지 못하면 물은 끓지 않는다. 마지막 1도, 포기하고 싶은 1분을 참아내야 다음 문이 열리고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김연아의 에세이에 나오는 내용이다. 도쿄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은 자신의 한계에 맞서 마지막 1도를 채우려고 오랜 세월 피, 땀, 눈물을 흘렸을 게다. 무한능력의 투혼을 보인 그들 모두가 슈퍼 히어로였다. P.S. 올림픽에 무심했던 가족, 지인들이 대회가 끝나 허전하다고 한다. 걱정 마시라.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6개월 남았고, 파리 올림픽도 3년 후면 열린다. 변함없는 애정과 관심을….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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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 1개, 버디 11개…꿈의 ‘59클럽’ 가입 허윤나[김종석의 TNT타임]

    ‘핫식스’ 이정은(25)은 24일 에비앙챔피언십 2라운드에서 10언더파 61타를 쳤다. 남녀 메이저 골프대회를 통틀어 최저타 타이기록이다. 보기 없이 버디만 10개를 낚아 대회가 열린 프랑스 에비앙 레뱅의 에비앙 리조트골프클럽(파71)을 자신의 놀이터로 만들었다. 이정은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최소타 기록도 갖고 있다. 2017년 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12언더파 60타라는 놀라운 스코어를 적었다. 전미정이 제5회 파라다이스 인비테이셔널 2라운드 때 작성한 종전 기록 11언더파 61타를 14년 만에 1타 줄였다. 최저타 전문으로 불리게 된 이정은 보다 더 뜨거운 선수가 있다. KLPGA에서 처음으로 60타 벽을 허문 허윤나(23·야마하)다.● 과정에 집중하다 보니 좋은 결과허윤나는 22일 전북 군산CC(파72)에서 열린 KLPGA 드림투어 시드순위전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11개를 잡아 13언더파 59타를 쳤다. 24일 KLPGA에 따르면 국내 여자 프로 가운데 공식대회에서 60타를 친 선수는 2명 있었다. 정규투어에서 작성한 이정은에 이어 올해 3월 KLPGA 준회원 선발 실기평가 본선에서 당시 아마추어 김태희가 2라운드에서 버디 12개로 12언더파 60타를 쳤다. 1라운드 불꽃타에 힘입어 이번 대회에서 4위로 합격증을 받은 허윤나는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몸 컨디션이 좋다거나 플레이를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며 “아주 평범하고 평온한 하루를 시작했는데 초반 3홀에서 버디 3개를 기록해 마음이 편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전반 9개 홀에서 이미 7언더파를 몰아친 그는 “후반 들어서도 좋은 결과를 생각하면서 과정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골프 인생 새로운 전환점 기대어릴 때부터 단거리 달리기 등 운동을 좋아했던 허윤나는 천안 불당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를 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그린과 인연을 맺었다. “아버지를 따라 연습장을 간 뒤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처음엔 재미가 없었는데 코스를 돌아보니 공이 앞으로 나가는 걸 보면서 신기했고 재미를 느꼈다” 선수 생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자신에 처음 골프채를 쥐게 한 아버지와 얽힌 일화다. 중학교 때 출전한 대회에서 성적이 너무 나빴는데 경기 끝난 뒤 아버지가 혼을 내지 않고 오히려 맛있는 갈비를 저녁으로 사줬다는 것. 허윤나는 “그때 정말 감동을 받았다. 아버지는 ‘항상 결과보다 과정에 더 집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요즘도 대회 끝나면 스코어 보다는 그 과정을 물어본다”고 말했다. 허윤나는 올 시즌 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동갑내기 박민지를 롤 모델로 꼽았다. 그는 “같이 플레이한 적이 있는데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상대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는 강한 멘털이 무척 감명 깊었다”고 전했다. 2019년부터 야마하 클럽과 계약한 그는 리믹스 120 드라이버와 리믹스 020 아이언을 쓰고 있다. 야마하골프 이영노 과장은 “힘이 좋은 편이라 샤프트 강도 6S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허윤나는 “단기적으로는 2부 투어 우승과 1부 투어 시드권 획득이 목표”라며 “장기적으로는 건물주가 되고 싶다”며 웃었다.● 최첨단 용품과 과학적인 트레이닝으로 최소타 경쟁허윤나처럼 ‘59클럽’에 가입한 여자 프로는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이 꼽힌다. 소렌스탐은 2001년 LPGA투어 스탠더드 레디스터 핑 2라운드에 13언더파 59타를 기록했다. LPGA투어에서 50대 스코어는 그가 아직도 유일하다. 소렌스탐은 선수 시절 ‘비전54’를 목표로 삼기도 했다. 18홀에서 모두 버디를 낚아 54타를 기록하겠다는 의미다.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는 심심치 않게 ‘꿈의 스코어’라는 59타가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은 지난해 더 노넌 트러스트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59타를 친 스코티 셰플러다. PGA투어에서는 2016년부터 해마다 50타대 스코어가 나오고 있다. 2016년 ‘8자 스윙’으로 유명한 짐 퓨릭은 트래블러스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에서 12언더파 58타를 기록했다. 역대 한 라운드 최소타 기록이다.앞서 퓨릭은 2013년 BMW 챔피어십에서 59타를 쳤다. PGA투어에서 2차례 50대 스코어를 남긴 건 그가 유일하다. 퓨릭은 “위대한 선수들이 많이 있었지만 아무도 58타를 못쳤다. 이런 기록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올해는 아직 PGA투어에 50대 스코어는 나오지 않았다. PGA투어에서 최초로 50대에 진입한 인물은 1977년 알 가이버거로 멤피스 클래식 2라운드에서 13언더파 59타를 작성했다. 그 후 다시 59타가 나오기까지는 14년이 걸렸다. 칩 벡이 1991년 라스베이거스 인비테이셔너 3라운드에서 59타를 쳤다. 2017년 저스틴 토머스와 애덤 해드윈은 2주 연속 59타를 연이어 남기는 진기록도 세웠다. 일본의 골프 신동으로 불리던 이시카와 료는 2010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더 크라운스 4라운드에서 버디 12개로 12언더파 58타를 쳤다. 1973년 출범한 JGTO는 홈페이지를 통해 “58타는 세계 6대 투어(미국, 유럽, 아시아, 남아공, 호주, 미국)에서 처음 나온 기록”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마루야마 시게키(일본)는 2000년 US오픈 예선전에서, 제임스 본(미국)은 캐나다투어에서 58타를 친 적이 있지만 공식 대회가 아니라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과거보다 50대 스코어가 양산되는 이유로는 최첨단 과학 기술이 접목된 클럽과 공 등 용품의 비약적인 개발과 과학적인 골프 트레이닝 방법에 따른 근력과 멘털 강화 등이 꼽힌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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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위 바티와 2위 오사카 빅뱅으로 뜨거워진 도쿄올림픽 테니스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에서 여자 테니스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세계 랭킹 1위 애슐리 바티(25·호주)와 2위 오사카 나오미(24·일본)가 출전해 금메달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 테니스의 경우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시아)가 고심 끝에 도쿄행 티켓을 구입해 관심을 끌고 있지만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등 간판스타들의 불참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맞대결 전적 2승 2패 팽팽 바티는 올림픽 전초전 성격이던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에서 처음 정상에 오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게다가 컨디션 조절을 위해 윔블던에 불참한 오사카가 안방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나서게 돼 세계 1,2위 라이벌 대결 구도가 흥미롭게 됐다. 오사카는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바티와 오사카는 나란히 올해 프랑스오픈에서 우승 후보였다가 오히려 아픈 기억을 남겼다. 바티는 허리와 골반 부상으로 프랑스오픈 2회전 도중 기권한 뒤 극적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오사카는 프랑스오픈에서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기자회견을 거부해 벌금까지 부과된 끝에 기권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결승 대결이 성사된다면 확실한 흥행카드가 될 게 분명하다. 바티와 오사카는 역대 4차례 맞대결을 펼쳤는데 2승 2패로 팽팽히 맞섰다. ●한국 기업 휠라 후원 받는 바티바티는 호주 원주민의 피가 흐르고 있다. 오사카는 아이티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바티는 호주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데 대해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올림피언이 되는 건 어릴 때부터 품어온 오랜 꿈이다. 호주 대표가 된다는 가장 큰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시상대 오르는 황홀한 상상을 꼭 이루겠다.” 바티의 올림픽 출전 소감이다. 오사카 역시 도쿄의 홈팬 앞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티는 한국 기업인 휠라와 계약했다. 신발, 의류 등을 지원받는다. 윔블던에서 바티는 1971년 이본 굴라공이 호주선수 최초로 윔블던 우승할 때 입었던 드레스와 비슷한 형태의 휠라 운동복을 입고 나와 화제를 뿌렸다. 굴라공 우승 50주년을 맞아 휠라에서 특별히 디자인한 제품을 제공한 것. 특히 스커트 밑단의 물결무늬와 레이저 커팅한 플라워 패턴으로 당시 굴라공의 경기복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는 평가다. 호주 원주민 출신인 굴라공은 1980년 다시 윔블던 정상에 섰는데 바티의 우승은 호주선수로는 그 후 41년 만의 일이다. 바티는 “굴라공은 자랑스럽게 존경스러운 존재다. 그녀에게 영감을 받은 의상을 내가 입게 된 것은 정말 흥분된 일이다”고 말했다. 윔블던 결승에서는 바티와 함께 휠라 스폰서를 받는 카롤리나 필스코바(체코)가 우승을 다투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올림픽 개최에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던 오사카는 자신에게 거액을 들여 후원하고 있는 일본 기업들과의 관계도 올림픽 출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라멘으로 유명한 닛신식품, 일본 최대 항공사 전일본공수(ANA), 요넥스(라켓) 등이 오사카와 계약을 맺고 있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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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구 대표팀, 홍성서 아시아경기 담금질 스타트

    한국 소프트테니스(정구) 국가대표 선수단이 충남 홍성에서 2022 항저우아시아경기를 향한 본격적인 담금질을 시작했다. 11일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정인선)에 따르면 국가대표 선수단은 7일 충남 홍성에서 전지훈련 입촌식을 갖고 20일까지 광천생활체육공원 테니스장 등지에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훈련에는 인천시 체육회 서규재 감독(남자 감독)과 NH농협은행 유영동 감독(여자 감독)을 비롯해 김지연 기술코치, 유예슬 체력코치와 남자 선수 10명, 여자 선수 9명이 참가하고 있다. ●한국 정구와 홍성군 상생 기대정구 대표팀이 홍성을 찾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정구 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려 했으나 도쿄올림픽 관계로 훈련 여건이 여의치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방 훈련 장소 찾는 것도 쉽지 않은 형편. 이런 사연을 전해들은 충남 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전익범)의 주선과 홍성군청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성사됐다. 입촌식 행사에는 김석환 홍성군수, 정인선 회장 등이 참석하기도 했다. 유영동 감독은 “홍성은 코트 훈련 뿐 아니라 체력 강화에도 뛰어난 환경을 갖추고 있다 ”유영동 감독은 “선수들 정신력 함양 및 기초체력, 기본기 훈련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성군은 국가대표 선수단의 성적 향상을 지원함으로써 국내 소프트테니스 발전에 기여하는 한편 국가대표 훈련이 지역 내 초·중·고 소속 소프트테니스부 선수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훈련 기간 중 선수단의 숙박 및 음식업소 방문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석환 홍성군수는 “코로나19라는 어려움 속에서 운동에 전념하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전지훈련 장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며 “홍성에서 흘린 땀이 내년도 아시아경기에 좋은 결실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선수들을 격려했다. ●아시아경기 대표적인 메달밭 한국 정구는 아시아경기 대표적인 효자종목이다. 처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4 히로시마 대회를 시작으로 아시아경기 마다 메달밭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에서는 금메달 7개를 모두 따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때는 2개의 금메달을 포함해 8개의 메달을 수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항저우 아시아경기는 2022년 9월 개최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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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김종석]10만 번의 활시위, 10만 번의 퍼팅

    한국 양궁은 신궁에 비유된다. 양궁이 올림픽에 처음 채택된 1984 LA 대회부터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까지 전체 34개의 금메달 가운데 23개(은 9개, 동 7개)를 수집했다. 역대 여름올림픽 최대 금맥이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최초로 남녀 개인전과 단체전에 걸린 4개 종목을 석권했다. 23일 개막하는 도쿄 올림픽에서는 남녀 혼성 종목이 신설돼 5개 싹쓸이 도전을 꿈꾼다. 특히 여자 양궁은 17개 금메달 가운데 16개를 독식했다. 역대 여자 단체전 우승은 28년 동안 한국뿐이다. 한국 여자 골프는 2016 올림픽에서 박인비(33)가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골프가 1900년 파리 대회 이후 116년 만에 부활한 가운데 올림픽 시상식에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감격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 여자 골프에도 국가별 최대 인원 4명이 출전한다. 박인비 김세영(28)은 2회 연속 나서며 26세 동갑내기 고진영 김효주가 가세한다. 양궁과 골프는 바람 기온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강풍이 불면 오조준한다. 헤드업을 해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두 종목은 대표적인 멘털 스포츠로 선수들은 외부 요인을 컨트롤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한다. 두 종목은 편법이나 특혜 시비 한 번 없이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쳤다. 양궁은 6개월 동안 5차례 대표선발전을 치렀다. 경쟁률은 30 대 1이 넘는다. 리우 2관왕 장혜진은 3차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대표로 뽑힌 선수들이 선발전에서 쏜 화살만도 1인당 2900발가량 된다. 2012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진혁은 불혹의 나이로 9년 만에 올림픽 사대에 서게 됐다. 매일 300발씩 1년에 10만 발을 쐈다는 그의 오른쪽 어깨 회전근은 4개 가운데 1개만 남았다고 한다. 그래도 올림픽을 향한 희망으로 버텼다. 골프는 3년간 대회 성적에 따른 랭킹에 따라 60명만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이 기간 박인비는 43개 대회에서 약 1400km를 걸었다. LPGA투어에 따르면 대회 때 퍼팅 수만 5000개 가까이 된다. 연습을 합치면 10만 번 넘게 퍼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선천적으로 손목이 약해 팔굽혀펴기도 못 하는 박인비는 코킹(손목 꺾음)이 별로 없는 독특한 스윙을 갖게 됐다. 그래도 그는 올림픽 타이틀 방어의 기회를 잡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독하게 훈련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집에서 근력 훈련에 매달렸고, 20대 때도 거의 없던 5개 대회 연속 출전을 했다. 여자 골프는 중고교 시절 아마추어 국가대표가 되는 것도 하늘의 별 따기. 김효주는 고교 시절 프로대회 우승까지 했지만 아시아경기 대표 선발전에서는 미역국을 먹은 뒤 큰 상처를 받았다. 한국 대표 되기가 메달 따기보다 힘들다는 말도 있다. 도쿄 올림픽은 개막이 1년 연기되면서 5년을 기다려야 했다. 장기 레이스에서 늘 긴장하며 실력을 쌓아야 했기에 선수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심적 부담이 컸으리라. 아시아 출신 올림픽 출전 선수 17명 가운데 최고령인 박인비는 “5년 전 올림픽을 마치고 계속 좋은 기량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이 든다. 한국 대표팀은 선발되기 어려운 자리인 만큼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도쿄 올림픽이 이제 18일 남았다. 공정한 경쟁을 거쳐 달게 된 태극마크가 이미 훈장처럼 보인다. 그들의 열정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익숙한 세상을 향해서도 큰 울림을 줄 것 같다.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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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세영·김효주·고진영 뒤 이을 스타 황유민의 탄생 [김종석의 TNT타임]

    강민구배 한국여자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는 4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스타 탄생의 무대다. 세계 최강으로 떠오른 한국 여자골프 유망주들을 숱하게 배출했다.●한국여자아마 우승=그린 톱스타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여자골프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선수 4명 가운데 3명이 이 대회 우승자 출신이다. 김세영은 세화여중 2학년 때인 2006년 역대 최연소 챔피언 기록인 만 13세 5개월 9일의 나이로 우승했다. 당시 김세영은 이보미, 유소연 등과 우승을 경쟁을 펼친 끝에 연장전에서 장수화를 꺾었다. 대회를 주최하는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중학교 시절부터 김세영은 ‘몰아치기’에 능했다. 위기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 강심장의 소유자였다”고 평가했다. 김효주는 2012년 정상에 오른 뒤 고교 시절부터 프로 잡는 아마추어로 이름을 날렸다. 2013년 우승 트로피를 안은 고진영은 국내 프로 무대를 평정한 뒤 LPGA투어에 진출해 세계 랭킹 1위로 장기집권했다. 도쿄올림픽 대표선수 4명 가운데 나머지 한 명인 박인비는 중학교 1학년 때 미국 유학을 떠나 대회 출전 기회가 없었다. 올림픽 대표 외에도 역대 우승자의 면면은 화려하기만 하다. 원재숙, 정일미, 장정, 신지애, 백규정, 최혜진, 유해란…. 국내와 해외에서 이름을 날린 한국 여자골프의 전설들이 많다.●한국여자오픈 4언더파 4위 돌풍 주역45회째를 맞은 올해 대회가 2일 대전 유성CC(파72)에서 끝난 가운데 이번에는 아마추어 국가대표 황유민(18·신성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황유민은 3라운드 합계 14언더파 202타를 쳐 2위 박아름을 2타차로 제쳤다. 3위는 10언더파를 기록한 이지현(서울컨벤션고). 황유민은 이로써 신지애(2005년)와 권서연(2017년)이 갖고 있던 대회 54홀 최저타 기록(203타)을 1타 넘어섰다.황유민은 일찌감치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국내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최대 규모의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1위이자 전체 4위를 차지해 프로 선배들을 놀라게 했다. 코스가 워낙 까다로워 프로 선수들도 힘들어했지만 황유민인 불과 9명에게만 허용한 언더파(-4) 스코어로 대회를 마쳤다. 황유민은 “꼭 우승하고 싶은 큰 대회에서 정상에 올라 너무 감격스럽다. 내년 아시아경기(항저우)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낸 뒤 프로에서도 활약하고 싶다”고 말했다.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한국여자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도 54홀 최저타를 칠 정도로 꾸준하고 일관된 기량을 지녔다”며 “승부처에서 집중력이 뛰어나 발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11세 때인 2014년 아버지를 따라 간 골프연습장에서 우연히 골프를 시작한 그는 근력과 유연성이 뛰어나 163cm의 크지 않은 체구에도 드라이버를 260야드 넘게 날린다. 한연희 전 국가대표 감독의 지도를 받으면서 김효주와 함께 훈련하며 실력을 키우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한다. ●골프 키다리 아저씨 역할 유성CC 1976년 창설된 이 대회는 2000년부터 유성CC 줄곧 열리고 있다. 2014년 타계한 유성CC 창립자인 강민구 명예회장은 생전에 박세리, 장정, 허미정 등 대전 지역 유망주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골프장을 개방해 꿈나무 육성과 지원에 정성을 다했다. 강은모 유성CC 대표는 이날 대한골프협회에 5000만 원의 발전기금을 전달했다. 유성CC는 지난 17년간 약 9억원의 골프 발전 기금을 후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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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정구 도시 영주…정인선 회장, 장욱현 시장에 감사패

    경북 영주시가 새로운 소프트테니스(정구)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영주시는 26일과 27일 영주시민운동장 정구장에서 처음으로 전국규모 정구대회인 제21회 문체부장관기 전국생활체육시도대항대회를 개최했다. 이 대회에는 전국 11개 시도 4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한 가운데 성황리에 마쳤다. 영주시는 최근 정구 전용 돔구장(실내 2개면, 실외 1개면)을 개장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플레이가 가능한 전천후 플레이 환경을 갖췄다. 영주시는 또 처음으로 대한체육회 사업인 학교연계형 스포츠클럽으로 정구를 선택해 시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체육의 연계와 전문체육 선수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27일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에 따르면 정인선 협회 회장과 임원진은 지난 주말 장욱현 영주시장과 시관계자들을 만나 정구 현안에 대해 논의를 했다. 이 자리에 정인선 회장은 장 시장과 김영준 영주시체육회장에게 정구 저변 확대에 기여한 데 따른 감사패를 전달하기도 했다. 올해 초 대한소프트협회 회장에 당선된 정인선 회장은 부임 후 전국을 돌며 김보라 안성 시장, 황숙구 전북 순창군수, 염태영 수원시장, 고윤환 경북 문경시장 지방자치단체장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정구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등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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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많이 배웠어요”…여자골프 국가대표의 특별한 한국오픈 자원봉사

    코오롱 제63회 한국오픈골프선수권대회 3라운드가 열린 26일 충남 천안 우정힐스골프장에는 선두그룹 3개조에 태극마크가 달린 유니폼을 입은 여자 선수가 한 명씩 배정됐다. 현재 한국 골프 여자대표인 이지현(서울컨벤션고), 방신실(비봉고), 이정현(운천중)이다. 이들은 이동식 스코어보드를 드는 자원봉사를 맡았다. 이지현은 김주형-이준석-변진재가 치열한 순위 경쟁을 펼친 마지막 조에, 방신실은 간판스타 박상현-이태희-강경남 조에, 이정현은 이태훈-김비오-김진성 조에서 18홀을 따라 돌았다. 대표선수들은 평소 골프 대표팀 훈련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우정힐스CC에서 합숙훈련을 하고 있었다. 27일 마지막 4라운드 때도 자원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장차 한국여자골프를 이끌 대표선수에게는 단순한 자원봉사를 뛰어넘어 내셔널 타이틀이 걸린 국내 최고의 무대에서 간판선수들의 플레이를 바로 눈앞에서 지켜보는 배움의 무대가 됐다. 대회를 주관한 대한골프협회 관계자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지 않는가. 생생한 현장 교육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중학교 졸업반으로 일찌감치 대표선수가 된 유망주 이정현은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프로 대회에 갈 수 없었는데 코스 안에서 갤러리보다 더 가까이서 프로님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그린 주변 쇼트 게임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여자 프로님들과는 다른 스타일의 플레이도 많았다. 다음에 오늘 배운 프로님들의 루틴과 쇼트 게임 기술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주니어선수권 여중부 우승자인 이정현은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넥센 세인트나인 마스터즈에 출전해 아마추어 부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시즌 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박민지는 국가대표 경험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고 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강심장을 키웠고, 단체생활을 통해 인내심과 배려도 기를 수 있었다. 2016년 멕시코 세계 아마추어 팀 선수권대회에서 국가대표로 한국 우승을 합작한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은 KLPGA투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대한골프협회는 여자 대표선수들이 많은 경험으로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해 KLPGA투어 휴엔케어 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이소미는 국가대표 시절 대한골프협회와 SK텔레콤오픈이 마련한 최경주 재능기부 동반라운드에 참석했던 걸 꿈을 키우는 소중한 계기로 삼고 있다. 한편 이날 자신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18번 홀에서 홀아웃한 뒤 갖고 있던 공을 해저드에 집어던지고 퍼터를 내려찍으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한 한 선수의 행동은 도마에 올랐다. 이 장면이 TV 화면에 고스란히 잡히면서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에서 어린 후배 선수들에게도 본보기와는 거리가 먼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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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금세대 선두 나선 달리기왕 박민지 [김종석의 TNT타임]

    한국 여자골프의 새로운 황금세대로 ‘멕시코 삼총사’가 주목받고 있다. 이번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세로 떠오른 박민지(23)를 비롯해 박현경(21), 최혜진(22)이 그 주인공이다. ●세계 대회 21타차 정상 합작 세 명의 선수는 10대 고교 시절인 2016년 9월 멕시코 리베리아 마야의 엘카말레온골프장에서 끝난 세계 여자아마추어 골프 팀 선수권에서 한국을 4년 만에 다시 정상으로 이끌었다. 2위 스위스를 무려 21타차로 제친 대승이었다. 당시 학산여고 2학년이던 최혜진은 4라운드 합계 14언더파를 쳐 비록 시상은 없었어도 개인전에서도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보영여고 졸업반 박민지는 9언더파를 기록했고, 함열여고 1학년 박현경은 9언더파를 적었다. 현장에 다녀온 강형모 대한골프협회 부회장은 “시상식에서 최혜진이 일어나 참가자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박민지가 공동 3위, 박현경이 10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고 전했다. 이 대회에 출전했던 하타오카 나사(일본), 해나 그린(호주)은 후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기도 했다. 이 대회 우승을 통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회원 자격을 확보한 10대 세 명은 서로를 “프로”라고 부르며 다가올 미래를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태극마크 늦었지만 땀으로 극복 아마추어 시절부터 단연 최강이던 최혜진이 KLPGA투어에서도 먼저 이름을 날리며 주요 타이틀을 휩쓸었다. 이번 시즌에는 박민지가 시즌 개막 후 10개 대회에서 5승을 휩쓸며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최근 2개 대회에서는 치열한 선두 경쟁 끝에 박민지가 우승을, 박현경이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대표팀 코치 시절 세 명을 지도한 박소영 프로(45)는 누구보다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한없이 어리게만 보였던 제자들이 어느덧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6년은 박인비가 8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시기다. 박민지, 최혜진, 박현경은 올림픽 시상대 꼭대기에 오른 박인비의 모습을 보며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박소영 프로는 “박민지가 나이는 가장 많았지만 대표팀에는 가장 늦게 선발됐다. 박민지가 대표 1년차였을 때 최혜진이 3년차, 박현경이 2년차였던 걸로 기억된다. 대표팀에서 톱이었던 최혜진이 다른 선수들에게 영향을 많이 줬다. 세 명이 합숙도 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이젠 좀 쉬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훈련에 몰두하는 성실성을 지녔으며 골프선수로 그리 여유 있는 환경은 아니어서 더욱 노력하는 집념을 보였다는 게 박 프로의 설명. ●고소공포증으로 1층에서만 연습 박민지에 대한 기억도 누구보다 또렷이 남아 있다. “민지가 대표팀이 처음이라 단체 생활을 힘들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가 운동(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을 하셔서 민지에게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시즌 박민지는 지칠 줄 모르는 체력을 상승세의 비결을 꼽았다. 고교시절에도 이미 그는 체력왕으로 유명했다. 박소영 프로에 따르면 박민지는 그 누구보다 체력 강화 위주의 훈련에 매달렸다. 어머니의 코치 아래 대회에 나가면 티타임에 맞춰 시간대별 스트레칭 등 워밍업에 공을 들였다. 골프장 주차장을 달리기도 했다. 대표팀 훈련 장소 가운데 하나인 경기 포천시 베어스타운 골프장 입구 가파른 오르막길을 달려서 오르기를 반복했다. 박소영 프로는 박민지의 정교한 어프로치 샷에 대한 비결도 공개했다. “박민지가 약간 고소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골프연습장 2,3층에서는 공을 못 친다. 1층에서만 하다 보니 거리감이 유달리 좋다. 다른 선수들도 그 영향으로 1층에서 연습하게 됐다.”●대표팀이 성장의 원동력 박소영 프로는 “이 친구들은 축복받은 아이들이다. 대한골프협회의 체계적인 지원도 많이 받았고 해외 큰 대회에도 자주 나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탄탄한 선수 선발과 육성 시스템 덕분에 한국 여자골프가 화수분처럼 큰 선수들이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다는 의미였다. 골프가 철저하게 개인운동이지만 대표팀 생활을 통해서 합숙과 단체 생활을 통해 골프 실력 뿐 아니라 멘털도 키울 수 있다는 것. 요즘도 세 선수와 자주 통화한다는 박소영 프로는 “정상의 자리가 하나뿐이니 누군가는 힘들 때도 있다. 슬럼프를 겪는 경우도 많다. 박민지, 박현경, 최혜진이 우정어린 대결을 펼치면서 계속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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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탱크’와 1m 쇠자[오늘과 내일/김종석]

    최경주(51)가 요즘 애지중지하는 도구가 있다. 1m짜리 쇠자다. 지난해 미국 댈러스 인근에서 열린 최경주 주최 주니어 골프대회에 출전한 10대 한국 선수가 퍼팅 연습에 사용했던 것이다. 퍼팅을 최대 약점으로 꼽는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한국은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는데 미국은 찾기 힘들어요. 나중에 밥 사줄 테니 달라고 했죠.” 최경주는 매끄러운 자 위에 공을 올려두고 퍼팅 스트로크를 반복했다. “집이든 호텔방이든, 아침이든 저녁이든 틈만 나면 했다. 처음엔 공이 자를 벗어나기 일쑤였는데 끝까지 똑바로 굴러가게 되더라. 퍼팅에 자신감이 붙었다. 골프에선 1m 퍼팅이나 300m 드라이버나 똑같이 한 타 아닌가.” 9일 1년 만에 귀국한 최경주가 전화 통화에서 전한 사연이다. 50대에 접어든 최경주는 이번 시즌에도 PGA투어 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지난해 5월 만 50세가 넘어 챔피언스 투어 출전 자격도 얻었지만 여전히 세계 최고의 골퍼들이 나서는 PGA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시험하고 있다. 그가 PGA투어를 지키고 있는 건 통산 상금 50위 이내(33위)에 진입했기 때문. PGA투어 통산 8승을 거둔 그는 상금 총액이 약 366억 원에 이른다. 장수 비결로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혁신과 뜨거운 열정이 꼽힌다. 퍼팅만 해도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지름이 40mm에 이르는 홍두깨 그립을 퍼터에 장착하기도 했다. 하키스틱 같은 희한한 퍼터를 사용한 적도 있다. 퍼팅 고민에 자식뻘 선수에게서 건네받은 쇠자와 씨름하고 있지 않은가. 최경주는 30대 후반부터 10년 넘게 식이요법과 근력 강화 등 철저한 자기관리를 실천하고 있다.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더 강하게 운동해야 한다. 복근 단련과 회전력을 높이는 데 신경 쓰고 있다. 티오프 2시간 반 전부터 스트레칭과 기본운동에 들어간다. 최종 라운드에도 언더파를 칠 정도로 몸이 좋아졌다.” 몇 년 전부터 최경주는 주니어 골프 장학생을 선발해 해외에서 3주가량 함께 동계훈련 캠프를 갖는다. 어린 선수들과 어울리면서 새롭게 깨닫는 것도 많다고 한다. 최경주가 처음 PGA투어에 진출한 2000년에 한국 선수는 그가 유일했다. 혼밥이 일상이었고 낯선 아시아 선수에 대한 차별에 외로움도 컸다. 그의 개척에 힘입어 PGA투어에서는 10명 가까운 한국 선수가 뛰고 있다. 최경주는 따뜻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 이경훈이 80번 도전 끝에 PGA투어 첫 승을 거뒀을 때 2시간 가까이 기다려 축하하며 꼭 껴안아 줬다. 이번 귀국도 10일 개막하는 SK텔레콤오픈에서 후배들을 격려할 목적도 있었다. 그는 최근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을 한 필 미컬슨(51)을 보면서도 느낀 게 많다고 했다. “위대해 보였다. 나도 한다고 했는데 안이했고, 게을렀다. 더 집중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최경주 같은 중년이 되면 ‘꼰대’나 퇴물 취급을 받기 쉬운 세상이다. 하지만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뭔가를 익히고, 젊은 세대와 소통하려 애쓴다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게다. 101세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는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는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건강한 법이니 나이가 들어도 놀지 말고 공부해야 한다”는 조언을 자주 한다. “나는 느리고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지만 절대 뒤로는 가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삶의 숫자가 아닌 숫자 속 삶이다.” 링컨 대통령의 명언이다. 끊임없이 배우며 나아가는 ‘탱크’ 최경주의 별명을 두 분이 퍽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다.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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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골프여제’ 박인비와 멀리 떠난 할아버지 [김종석의 TNT타임]

    ‘골프여제’ 박인비(33)는 지난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복귀를 위해 출국하기에 앞서 경기 용인시 한 노인요양병원을 들렀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면회가 힘든 상황이었지만 입원 중인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소식에 관계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 먼발치에서나마 뵐 수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24일 박인비는 미국에서 할아버지 박병준 옹(87)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를 접했다. 당장이라도 귀국길에 오르고 싶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 가족의 만류도 있어 멀리서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했던 할아버지의 명복을 빌었다.●할아버지 소원으로 골프 시작한 소녀 박인비 골프 인생에 할아버지는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존재였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박인비가 처음 골프를 시작한 것도 할아버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젊은 시절부터 사업을 하며 골프를 친 할아버지는 아들, 손주 3대가 골프 라운드를 함께 하는 것이 소원 가운데 하나였다고 한다. 박인비 아버지 박건규 씨는 이런 사연을 전하며 “어느 날 인비도 이제 골프할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아버지 말씀에 골프장으로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박인비가 태어났을 때 어진 여왕이 되라는 의미로 ‘인비(仁妃)’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할아버지였다. 박인비가 초등학교 시절 골프에 재주를 보여 중학생 때 미국 유학을 놓고 고심하자 할아버지는 적극 후원에 나섰다 그 덕분에 박인비는 집안의 맏며느리였던 어머니 김성자 씨, 동생 인아 씨와 미국 플로리다로 떠날 수 있었다. 한때 싱글 골퍼였던 할아버지는 가끔 손녀인 박인비와 골프를 치는 걸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 ●올림픽 금메달 목에 걸어주며 눈물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박인비가 금메달을 딴 뒤 귀국했을 때 할아버지는 다른 가족과 함께 오전 3시부터 인천국제공항에서 손녀를 손꼽아 기다렸다. 당시 현장에 있던 기자는 할아버지가 걸어준 꽃다발에 눈물을 흘리던 박인비 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할아버지가 “힘들었지”라며 큰일을 해낸 손녀의 등을 두드려줬을 때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함을 유지해 ‘침묵의 암살자’라고까지 불렸던 그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던 표정 변화였다. 박인비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금메달을 할아버지 목에 걸어주면서 꼭 안아드렸다. 할아버지는 “인비가 이제 국민의 딸이 된 것 같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박인비는 리우올림픽 출전 자체를 망설였다. 손가락 부상이 심해져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후배들에게 태극마크를 양보해야 한다는 여론까지 일었다. 본인 역시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 때도 할아버지의 말씀이 큰 힘이 됐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건 쉬운 일이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다.” 박인비가 마음을 다잡고 올림픽에 대비한 운동을 재개했다는 얘기에 할아버지는 “이젠 됐다”며 기뻐했다.●80대에도 18홀 따라다니며 열성 응원 80대에도 할아버지는 박인비가 국내 대회에 출전하면 대회 기간 사나흘 동안 내내 18홀을 같이 따라 걸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2014년 위암 투병 중에도 한일 국가대항전에 출전한 박인비를 위해 일본으로 건너가 응원할 정도로 손녀 사랑이 남다르다. 2017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챔피언십 때는 아들 부부, 박인비 동생 인아 씨와 현장을 찾기도 했다. 박인비는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해산물, 고기 등을 대접해야 한다며 싱가포르 맛집을 모시고 다녔다. 이 대회에서 박인비는 72홀 노보기 플레이라는 완벽한 경기력을 펼친 끝에 우승 트로피를 안은 뒤 “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회가 끝나고 귀국한 뒤 며칠 후 할아버지는 갑작스러운 뇌경색으로 쓰러져 오랜 세월 병원에 누워있었지만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인비가 우승하는 것도 직접 봤으니 여한이 없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어려서부터 가족의 소중함 강조 경기 안산에서 용기 포장재 제조업체 유래코를 창업해 건실한 중견기업으로 키운 할아버지는 가족의 소중함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명절 때면 친척 수십 명이 모여 차례도 지내고 음식을 나눠먹는 걸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 회사도 인화를 강조했다. 박인비가 우승이라도 하면 회사 직원들은 떡을 돌리며 축하 잔치를 벌였다. 어려서부터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접한 박인비도 가족 사랑이 남다르다. 박인비는 LPGA투어 일정이 비면 수시로 귀국해 가족과 시간을 보낸다. 그래야 재충전이 잘되는 것 같다고 한다. 귀국해 집에 있을 때면 직접 고기도 굽고, 국도 끓여 가족에게 식사 대접하는 걸 큰 즐거움으로 여긴다. 미국에서도 수시로 할아버지, 할머니와 화상통화로 안부를 묻곤 했다. 박인비가 한때 골프를 관둘 위기에서 다시 부활한 데는 현재 남편인 남기협 씨의 도움이 컸다는 건 굳이 설명이 필요 없다. 코치, 캐디, 매니저, 스폰서 등도 식구처럼 여기며 좀처럼 바꾸지 않고 있다. 오랜 세월 한 배를 타다보니 끈끈한 정이 쌓여 경기력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는 평가다. 할아버지는 이제 먼 곳에서 손녀를 지켜보게 됐다. 박인비가 문득 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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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달성군청 옥천군청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 남녀 동반 우승

    달성군청과 옥천군청이 한국실업소프트테니스(정구) 춘계연맹전에서 나란히 우승했다. 15일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에 따르면 달성군청과 옥천군청은 10일부터 14일까지 충북 옥천 중앙공원 소프테니스장에서 열린 이번 대회 남녀일반부 단체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달성군청은 2복식, 1단식의 결승에서 인천체육회를 2-1로 눌렀다. 달성군청 이수열과 김종윤이 복식에서 이긴 뒤 단식 윤형욱이 서권에 패했지만 김현수와 박규철이 다시 복식 승리를 따내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이로써 달성군청은 2019년 대회 이후 2년 만에 우승하며 올해 들어 제42회 회장기 대회에 이은 2관왕에 올랐다. 여자일반부 결승에서 옥천군청은 NH농협은행을 2-0으로 눌렀다. 진수아와 고은지가 복식에 이긴 뒤 이수진이 단식까지 잡아 2연승을 거뒀다. 옥천군청은 지난해 대회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개인전 혼합복식에서는 김종윤(달성군청)-임유림(경남체육회) 조가 우승을 합작했다. 왼손잡이로 당당한 체구를 지닌 김종윤은 단체전에 이어 두 번째 타이틀을 안았다. 개인전 남자 단식 우승은 간판스타 김진웅(수원시청)에게 돌아갔다. 여자 단식에서는 임유림이 1위를 차지해 혼합복식에 이어 2관왕이 됐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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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힘으로 4승 거둔 ‘4차원 골퍼’ 허인회[김종석의 TNT타임]

    허인회(34)의 모자 정면에는 다소 촌스러울 정도로 큼지막한 글자가 새겨 있었다. ‘BONANZA’. 노다지를 말한다. 1970년대 국내에서도 방영된 미국 TV 드라마 제목이기도 하다. 자수성가한 아버지와 세 아들 스토리를 다룬 서부영화였다. 허인회가 모처럼 금맥을 캐내며 대박을 터뜨렸다. 며칠 전 경기 성남 남서울CC에서 끝난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 특히 나흘 내내 아내 육은채 씨(33)와 캐디로 호흡을 맞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시상식에서 무릎을 꿇고 아내에게 우승 트로피를 바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는 평가다. 21일이 부부의 날이라는데 큰 선물을 안긴 듯 보였다. 2015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우승 후 6년 만에 통산 4승째를 거두며 5년 짜리 투어카드도 받아 한결 편하게 선수생활에 집중하게 됐다. 허인회에게 전화로 보난자 의미를 물었다. 캐디 아내의 모자도 같은 단어가 박혀 있었다. 메인스폰서냐는 질문에 허인회는 웃음부터 터뜨렸다. “하하. 누가 보드게임 업체 아니냐고 하던데 아니에요. 아버지가 태국에서 하시는 골프장 이름이에요. 지난해까지는 계약하고 달았는데 성적이 별로여서 올해부터는 그냥 달아드리고 있어요.”●연습을 안 하고도 우승한다고 믿었던 이슈 메이커‘4차원 골퍼’. ‘괴짜 골퍼’, ‘게으른 천재.’…. 허인회는 별명이 참 많다.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를 지녔다는 의미다. 국가대표 출신으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던 허인회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신인이었던 2008년 필로스오픈서 첫 승을 올리며 주목받았다. 승승장구할 줄 알았으나 5년 무관의 세월 끝에 2013년 헤럴드 KYJ 투어챔피언십서 2승째를 기록했다. 이 대회 우승할 당시 그는 마지막 날 티오프 40여 분을 앞두고 가장 늦게 대회장에 도착했다. 보통 선수들은 2시간 전에 골프장에 도착해 몸을 풀기 마련. 허인회는 연습 그린에서 공을 몇 개 굴려본 게 전부였다. “연습은 경기 날 아침에 아니라 평소에 해야 한다. 스트레칭은 1번홀 티샷을 한 뒤 걸어가면서 하는 걸로 충분하다.” 우승 후 소감도 귀를 의심하게 할 정도였다. “그동안에도 연습을 안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안 했기 때문에 우승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연습을 안 하고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게 나도 신기하다.” 통산 3승째를 거둔 2015년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연장접전 끝에 우승을 확정지은 허인회는 굳은 표정으로 거수경례를 했다. 국군체육부대 소속의 현역 군인 신분이었다. 군인신분이라 우승 상금 8000만 원을 받을 수 없었던 허인회 일병은 ‘다’나 ‘까’로 끝나는 군인 특유의 말투로 소감을 밝혀 영 어색하기만 했다. 머리를 온통 노랗게 물들이고 카레이싱과 오토바이의 속도감에 빠져들던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는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와이프 캐디는 인생의 로망이자 이기적인 꿈천재성과 달리 기복이 심했던 그는 결혼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가수 지망생인 현재의 아내를 2011년 모임에서 처음 만난 뒤 2014년 우연히 재회하면서 연인이 됐다. 2016년 한국오픈 1라운드 때는 몇 달 전 혼인신고를 하고 법적인 부부가 됐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골프장에서 프러포즈를 하기도 했다. 우승하면 제대로 혼례를 치르려 했지만 정상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하자 2019년 8월 인천 드림파크CC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아내가 캐디로 나선 건 3년 전부터다. 허인회는 “와이프에게 캐디를 부탁한 건 그게 내 인생 로망이었기 때문이었다. 애기가 생기기 전까지 내 이기적인 꿈을 따라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고생시킨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와이프가 캐디해서 안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3년 내내 들었다. 그래서 오기로 와이프와 함께 이겨내려고 했다. 그래야 우리가 함께 해냈다는 게 된다. 결국 해냈다”며 기뻐했다. 허인회는 2015년 SK텔레콤오픈 2라운드 때 캐디 없이 혼자 캐디백을 메고 18홀을 돈 끝에 홀인원 1개에 버디 5개, 더블보기 1개로 5언더파를 몰아친 적이 있다. 1라운드를 함께했던 캐디가 이날 늦잠을 자다 티타임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 허인회는 “가방 무게를 줄이려고 평소 14개 클럽 중 드라이버, 3번 우드, 유틸리티에 5, 7, 9번 아이언 등 8개와 볼 3개만 갖고 라운드했다. 마실 물도 넣지 않았다. 힘이 너무 들어 나흘 경기를 한 뒤 다시 36홀을 돈 느낌이다”라고 말했다. 아내가 캐디는 맡은 요즘도 최대한 가방을 가볍게 하려고 애쓰고 있지만 캐디 늦잠까지 걱정할 일은 없다.●필드의 안팎에서 내조의 여왕보통 캐디는 보너스로 우승 상금의 10%를 받는다. 매경오픈 우승 상금이 3억 원이니 통상적인 사례금은 3000만 원. 허인회는 어떨까. “와이프한테 얼마 줄지 묻는 그 질문을 너무 많이 받는다. 나도 기꺼이 10% 줄 수 있다. 하지만 내 돈이 와이프 돈이고, 와이프 돈이 내 돈 아닌가. 암튼 기분이 너무 좋다.” 허인회는 필드 안팎에서 아내의 내조가 끝내준다며 엄지를 내세웠다. 자신만의 고독한 싸움이라는 골프에서 때론 바가지를 긁기도 하는 동반자가 돼줄 뿐 아니라 ‘퇴근’하면 힘들어도 집밥으로 영양 보충에 청소, 남편 헤어스타일 관리까지 온갖 정성을 다한다고 한다. 허인회와 아내의 캐디 동행은 언제까지 계속 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중요한 열쇠가 될 것 같다. 현재 같은 무관중 경기가 계속될 경우 부부가 대회 때 코스 안에서 함께 할 수는 없다. 허인회는 “갤러리가 입장이 허용될 때까지는 캐디로 계속 호흡을 맞추려 한다”고 말했다. 코리안투어에서 인기를 받기도 했던 허인회는 팬 서비스에도 각별한 신경을 쓴다. 사인이나 사진 촬영 요청에도 늘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게 코리안 투어 관계자의 설명이다. 허인회는 “하루 빨리 갤러리가 꽉 찬 골프장에 플레이하고,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리고 싶다”고 말했다.●행운의 ‘4’자와 계속된 인연 “결혼을 잘한 것 같다”며 활짝 웃은 허인회는 전화번호 끝자리가 ‘4444’로 끝난다. 국내에 휴대전화가 처음 도입될 때부터 일부러 선택해 쓰던 번호란다. 갖고 있는 차량 번호는 ‘4000’이다. “누군가는 불길하다고 하지만 내게는 ‘4’가 행운의 숫자다. 서양에서도 럭키넘버 아닌가.” 기자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라 물었다. “이번 매경오픈이 몇 회째인지 아는가.” 바로 대답이 돌아왔다. “40회 아닌가. 그래서 내가 이렇게 우승한지 모르겠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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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과 내일/김종석]김경문이 받은 ‘우승 반지’

    김경문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63)은 며칠 전 뜻깊은 선물을 받았다. 자신의 이름이 영문으로 새겨진 지난해 한국시리즈 챔피언 NC의 우승 반지였다. 다이아몬드 150개와 사파이어 41개를 활용해 눈이 부셨다. 김 감독은 NC 창단 사령탑으로 2013년부터 6년 동안 선수 선발 및 육성, 훈련 시스템 등 기틀을 다지는 데 기여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해 NC는 김 감독과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나누려 했다. NC는 김 감독뿐 아니라 이태일 전 대표에게도 황순현 대표가 직접 우승 반지를 선사했다. 김 감독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야구의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끈 명장. 하지만 14시즌 동안 두산, NC 감독을 맡아 4차례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만 한 번도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무관의 아쉬움이 컸던 그는 집행검 케이스에 담긴 반지에 “내가 한 우승도 아닌데 감동받았다. 주위에서 전임 감독까지 챙기는 건 본 기억이 없다”며 감격스러워했다. 김 감독은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주전 포수로 OB 우승 주역. 당시엔 우승 반지라는 존재를 모르던 시절이라 두산 감독으로 있던 2011년 30주년 기념식 때 뒤늦게 받기도 했다. 어느 조직이든 전임자의 그림자를 지우고 과거와 단절하려는 모습이 흔하다. NC가 보여준 ‘떠난 자’에 대한 이례적인 예우는 신선해 보인다. 누가 팀을 맡든 좋은 레거시(유산)는 계속 이어간다는 메시지와 함께 화합과 동행의 가치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현재 NC 구성원에게도 충성도와 팀워크를 높이는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이런 훈훈한 모습은 처음이다. 같은 유니폼을 입고 있든 아니든 원 팀이 되는 건 모두의 발전을 위해 좋은 일 아닐까.” NC 간판스타 양의지 얘기다. 프로야구 삼성 마무리 투수 오승환(39)은 지난주 국내 첫 통산 300세이브를 달성했다. 대기록을 세운 직후 그의 소감이 남달랐다. 응원해 준 팬 분들, 함께 운동했던 선후배 동료들을 언급한 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하는 컨디셔닝(트레이닝) 코치님들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트레이닝 코치의 역할은 크게 두 분야로 나뉜다. 체력 향상과 유지, 부상 관리와 재활이다. 선수들이 지친 심신을 추스르며 감독 코치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다. 삼성에는 1군에 5명, 2군에 4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야간경기가 있는 날 오전 11시에 맨 먼저 야구장에 나와 오후 11시가 넘어 불 끄고 귀가한다. 한 트레이닝 코치는 “한때 우리는 그저 트레이너로 불리며 무시받기도 했다. 어떤 고참 선수는 ‘야 인마 어깨 좀 주물러 봐’라고 하더라. 오승환의 한마디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승환은 경기고 시절 팔꿈치 부상으로 프로 입단에 실패하는 좌절을 겪었다. 대학에서는 팔꿈치 접합 수술을 받아 2년 동안 재활만 해야 했다. 한-미-일을 거쳐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까지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은 결코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게다. 묵묵히 고생하는 트레이닝 코치들을 콕 집어 고마움을 표시한 이유다. 마침 감사의 달이다. 어린이, 어버이, 스승, 성년, 부부. 기념일이 연달아 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세상은 지쳐만 간다. 가까운 분조차 챙기기 쉽지 않다. 그럴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김경문’이 되고 ‘오승환’이 되어주면 좋겠다.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면 어떠랴. 손 편지나 전화 한 통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김종석 스포츠부장 kjs0123@donga.com}

    • 2021-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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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기와 ‘그분’의 30년 질긴 인연[김종석기자의 퀵어시스트]

    프로농구 KGC 김승기 감독(50)은 4강 플레이오프를 3연승으로 통과한 뒤 ‘그분’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어떤 팀 감독과 맞붙고 싶으냐는 질문을 들었을 때였다. 김 감독은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주신 ‘그분’, 누군지 아시지 않느냐. 그분과 정면으로 붙어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KCC 전창진 감독(58)을 에둘러 언급한 것이다. 당시 KCC는 전자랜드와의 4강전에서 2연승을 달리고 있어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1승만을 남겨둔 상태. 그분과 만남은 금세 성사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 시즌을 끝으로 농구단 매각을 결정해 농구 역사에서 사라지게 될 전자랜드가 인천 안방에서 2연승을 달려 이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분’ 발언이 전자랜드의 마지막 불꽃을 일으켰다는 분석도 나온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전자랜드의 투지를 자극했다는 해석이다. 이제 29일 전주에서 열리는 최종 5차전 승자가 김승기 감독이 이끄는 KGC와 맞붙는다.● 3개월 공 들여 김승기 스카우트한 전창진 김승기 감독과 전창진 감독은 용산고 8년 선후배 사이.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54) 역시 용산고 동문이다. KGC와 4강전을 치른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경복고 출신이지만 중학교는 김승기, 전창진, 유도훈 감독과 같은 용산중을 졸업했다. 이번 시즌 4강전이 용산중 동문회가 됐다. 본인의 말대로 김승기 감독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누구보다 전창진 감독과 인연이 결정적인 작용을 했다. 농구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김 감독과 전 감독은 엮였다. 용산고 졸업 후 1990년 중앙대에 입학한 김승기 감독은 ‘터보가드’로 이름을 날리며 홍사붕, 양경민 등과 실업팀을 위협하는 대학농구 강팀을 이뤘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김 감독은 키는 182cm에 불과하지만 한 박자 빠른 패스워크와 3점슛 성공률에서 발군의 기량을 과시해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실업팀들 간의 치열한 스카우트 전쟁의 표적이 됐다. 선수 김승기는 대학 졸업반인 4학년 때 삼성전자 입단을 확정지었다. 김승기가 도장을 찍는 데는 전창진 감독이 없으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그 시절 전창진 감독은 삼성전자팀 주무로 농구단 온갖 살림을 도맡아 했다. 선수단 관리, 스카우트, 홍보 등 1인 다역을 맡은 그는 깔끔한 일처리와 탁월한 능력으로 이름을 날려 ‘세계적인 주무’로 불리기까지 했다. 전창진 감독의 3개월여에 걸친 ‘그림자 설득’ 끝에 김승기는 “모든 건 형(전 감독)이 다 알아서 해 달라”는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 ‘터보가드’ 김승기는 삼성전자 입단 계약금으로 1억5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입단 후 국가대표로도 이름을 날린 김승기는 1997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28년 만에 정상에 오르는데 앞 장 서기도 했다.● 감독 코치로 10년 넘게 한 배 김승기는 1998년부터 TG삼보(현 DB)에서 다시 전창진 감독과 재회한다. 전 감독은 최희암 당시 연세대 감독을 삼성 사령탑으로 영입하는 문제에 휘말려 갈등을 겪다가 홀연히 삼성을 떠났다. 전 감독은 용산고 출신이 구단주, 사무국장 등 요직을 맡고 있던 TG로 옮겨 최종규 감독 밑에서 코치로 변신해 지도사 수업을 쌓기 시작했다. 김승기는 TG 시절 감독으로 승격한 전창진 감독의 지도 아래 선수로 뛰다가 2003년 모비스로 트레이드 된다. 허재, 김주성 등 황금멤버를 갖춘 TG가 우승한 뒤 연봉 문제로 김승기를 내보낼 수밖에 없었던 것. 모비스에서 뛰다가 2005년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김승기는 전자랜드 이적이 무산되면서 농구 인생을 마감할 뻔 했다. 아내와 두 아들을 둔 실직가장이 될 위기에서 전창진 감독이 손을 내밀어 재영입하기에 이르렀다. 2006년 TG를 인수한 동부에서 계속 지휘봉을 잡은 전창진 감독은 은퇴한 김승기를 코치로 받아들여 3시즌을 함께 했다. 전 감독이 KT로 옮긴 2009년부터도 김승기는 코치로 2015년까지 한솥밥을 먹었다. 두 사람이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춘 세월만도 10년이 넘는다. 이 시기에 정규리그 우승, 챔피언결정전 정상 등극 등 기쁨의 순간도 함께 맞았다.● 호형호제 관계에서 서로 다른 길 전 감독은 2015년 다시 KGC로 옮기면서 김승기와 함께 새 둥지를 찾았다. 하지만 전 감독이 승부조작 의혹으로 수사까지 받으면서 KGC 감독 부임 후 몇 개월 만에 자진사퇴했다. 전 감독이 떠나면서 김승기 감독이 감독 대행을 거쳐 KGC를 이끌게 됐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심한 균열이 일어나기도 했다. 서운한 감정과 오해가 교차하면서 한때 감정 대립 양상까지 보였지만 지난해 화해의 전기를 마련한 뒤 원만하게 회복된 것으로 전해진다. 전 감독은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KCC에서 복귀할 수 있었다. 2019년 KCC 감독에 오른 전 감독은 이번 시즌 팀을 정규리그 1위에 올려놓으며 감독상을 수상했다. TG와 KT에 이어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3개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이끈 명장이 됐다. 과거 맹장 이미지에서 벗어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지도력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10년 만에 역대 최다인 6번째 감독상을 받은 전 감독은 “이 상을 죽을 때 까지 간직하겠다”는 소감을 밝힐 만큼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전 감독이 대인기피증까지 생길 정도로 고통 받던 야인 시절 김 감독은 KGC를 최강으로 이끌며 우승 반지를 끼기도 했다. 이런 영광을 안기까지는 김 감독의 표현대로 전 감독 밑에서 터득한 지도력도 큰 힘이 됐다. 전창진 감독이 이번에 챔피언결정전에 오른다면 김승기 감독과는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대결을 치르게 된다. 한때 친 동생 같이 여겼던 후배와 하나 뿐인 우승 트로피를 다툰다면 만감이 교차할 것 같다. 우선은 전자랜드의 절박한 도전부터 뿌리쳐야 한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202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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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5년 만에 다시 정구 스승 만난 정인선 회장

    올해 60줄에 접어든 그는 타임머신을 타고 그 옛날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최근 중학교 시절 처음 라켓과 인연을 맺게 해준 잊지 못할 은사를 만난 정인선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정구) 회장이다.●1970년대 중반 정구부 사제 관계 첫 인연정 회장은 1974년 수원 수성중 1학년 때 당시 체육교사였던 신융선 전 경기체고 교장(79)의 손에 이끌려 정구부에 입단했다. 이천농고 정구부 선수 출신인 신 전 교장은 수성중 교사로 일하며 정구부 창단을 주도했다. “흰색 유니폼에 라켓 가방이 너무 멋있어 보여 정구를 하게 됐다”던 정 회장은 1년 6개월 정도 정구 선수로 활동했다.올해 초 협회장에 당선된 정 회장은 이달 들어 소프트테니스 저변 확대를 위해 전국 주요 지방자체단체 단체장과 연쇄 회동을 갔던 중 염태영 수원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정구 인생의 출발점이 된 사연을 전했다. “오랜 세월 연락이 끊긴 은사님을 꼭 다시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정 회장은 중학교 졸업 후 대전고를 거쳐 연세대 의대에 입학하면서 반 세기 가까이 신 전 교장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염태영 시장의 도움으로 수소문한 끝에 정 회장은 지난 주말 수원 한 식당에서 신융선 전 교장과 뜻 깊은 만남의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스승과 제자의 재회는 정 회장이 중학교에 다니던 1970년대 중반 이후 45년 만이었다. 두 사람은 옛날 추억을 더듬으며 애틋한 사제의 정을 나눴다. 신 전 교장은 약속 날짜를 잡고는 옛 제자를 다시 만난다는 설렘에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이뤘다고 털어놓았다.●한 포인트의 소중함 가슴 속에 새겨정 회장은 “대회에 나갔다가 상대 선수에게 매치포인트에 몰린 상황이었는데 너무 화가 나 마지막 공을 일부러 날려버려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린 일이 있었다. 다음 날 선생님께 눈물이 나도록 혼났다. 그 한 점으로 경기가 뒤집어 질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한 포인트의 소중함과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포기해선 안 된다는 가르침을 가슴에 새기는 계기가 됐다는 게 정 회장의 얘기다.정 회장은 중학교 시절 정구부가 갑자기 해체돼 운동을 중단하게 됐다. 여기에도 감춰진 스토리가 있었다. 신 전 교장이 정 회장과 정구를 치다가 라켓에 얼굴을 맞아 치아를 다쳐 치과 치료를 위해 급하게 병원을 찾았는데 당시 교감이 무단조퇴라는 이유로 정구부를 돌연 해체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이젠 웃지 못할 해프닝처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됐다. 신 전 교장은 “아주 오래 된 아름다운 추억 속에서 사랑하고 예뻤던 제자가 이렇게 자랑스럽고 위대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줘 너무 감격하고 감사했다”며 “행복하고 고마운 마음을 평생 간직하게 해준 제자를 평생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효자종목 정구 재도약을 위해 다시 손잡아 성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하던 정 회장은 학창 시절 경험을 살려 서울 광진구에서 정구 동호인 활동을 하면서 다시 라켓을 잡았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 정구협회회장과 실업정구연맹 회장 등을 거쳐 한국 정구의 최고 수장까지 오르게 됐다. 신 전 교장은 은퇴 후에도 경기도체육회에서 생활체육관련 업무에서 자원봉사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신 전 교장이 정구 선수를 하던 때만 해도 그 인기가 테니스 보다 높았다. 요즘 정구는 비인기 종목 신세지만 아시아경기나 세계선수권에서는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을 휩쓸 만큼 효자 종목이다. 운동 효과가 뛰어난 반면 몸에 무리는 적어 생활 체육 스포츠로도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다. 정구 부흥을 이끌어달라는 스승의 덕담에 정 회장은 “정구는 운명과도 같다며. 재도약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겠다. 선생님도 좋은 조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정인선 회장이 은사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전달한 뒤 후일을 기약하며 아쉬운 작별의 발걸음을 돌렸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스승의 날. 두 사람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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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인자 윤형욱-뉴 페이스 송지연 정구 국가대표 선발

    윤형욱(32·달성군청)과 송지연(27·달성군청)이 소프트테니스(정구) 국내 최강에 오르며 태극마크를 달았다. 22일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정인선)에 따르면 윤형욱은 전날 전북 순창에서 끝난 국가대표선발전 남자단식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제98회 동아일보기 전국대회에서 우승한 윤형욱은 세계 최강 김진웅(수원시청)을 꺾었다. 윤형욱의 장점은 커팅 서비스와 강한 포핸드 스트로크. 뛰어난 실력에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금메달리스트 김진웅의 그늘에 가려 만년 2위에 머물렀으나 대어를 낚는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메디컬 타임아웃을 2번이나 사용하고도 기어이 승리를 따내는 투혼을 발휘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관계자는 “윤형욱이 자신감을 얻게 됐다. 내년으로 다가온 항저우아시아경기에서 기대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여자단식에서는 커팅 서비스와 쇼트가 주특기인 송지연이 이슬지(DGB대구은행)를 제치고 국내 최고 자리에 올랐다. 단식 전문인 송지연은 지난해 문경시청의 국내 전관왕 등극을 이끈 주역이다. 평소 부드러운 이미지에 밝은 미소가 트레이드 마크지만 코트에서는 매서운 눈빛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가다. 문경시청 주인식 감독은 “다른 선수보다 뛰어난 집중력을 지녔으며 승부근성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개인 단식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송지연도 국제무대에서 간판스타로 떠오를 발판을 마련했다. 이번에 선발된 국가대표팀은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제9회 아시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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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둥지에서 10년 만에 정구 대표 뽑힌 배환성

    팀 해체로 어렵게 새 둥지를 찾은 배환성(36)이 10년 만에 소프트테니스(정구) 대표로 선발됐다. 왼손잡이 배환성(인천시체육회)은 전북 순창에서 21일까지 계속되고 있는 2021년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선발전 복식 3차전에서 팀 동료 박재규(29)와 호흡을 맞춰 1위를 차지해 태극마크를 달게 됐다. 이로써 배환성은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 단체 1위, 복식 3위를 차지한 뒤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배환성은 지난해 이천시청 해체로 소속팀을 잃는 설움 속에 은퇴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인천시체육회에 뒤늦게 합류하면서 계속 라켓을 잡을 수 있었다. 하드코트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배환성은 정교한 커팅 서브가 주무기다. 스매싱 기술이 뛰어난 후배 박재규와 호흡이 잘 맞는다는 평가다. 여자복식에서는 NH농협은행 간판스타 문혜경과 백설이 국가대표로 확정됐다. 문혜경은 지난달 시즌 개막전인 회장기 대회에서 NH농협은행의 단체전 우승을 이끌며 단식과 복식에서도 정상에 올라 3관왕을 차지했다. 이번에 선발된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팀은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태국 치앙마이에서 개최되는 제9회 아시아 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

    • 2021-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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