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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납부한 의료비 중 본인부담 상한액을 넘어선 금액에 대한 환급 절차를 23일 시작한다고 22일 밝혔다. 본인부담상한제는 환자가 낸 건강보험 적용 연간 의료비가 일정액을 넘어서면 그 차액을 돌려주는 제도다.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2004년 도입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득 하위 10%는 본인부담금 상한선이 83만 원이다. 즉, 소득 하위 10%인 사람이 지난해 건보 적용 의료비를 100만 원 냈다면 이번에 차액 17만 원을 돌려받게 된다. 본인부담금 상한선은 소득에 비례해 높아져 상위 10%는 598만 원이 기준이다. 미용 시술 등 건보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의료비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본인부담상한제 적용 대상자들은 개별적으로 건보공단이 보낸 안내문을 받게 된다. 안내문에 따라 인터넷이나 전화 등으로 환급을 신청해야 한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이번에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의료비를 환급받는 사람은 총 186만8545명이다. 총환급액은 2조4708억 원으로, 1인당 132만 원꼴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방역당국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현행 2급에서 4급으로 하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하루 확진자 5만 명을 넘어서던 코로나19 여름 유행이 진정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하지만 해외에서 새로운 변이인 ‘BA.2.86’이 유행 조짐을 보이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1일 오후 7시부터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자문위) 18차 회의가 열린다. 이날 회의에서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여부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취합하게 된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회의를 거쳐 수요일(23일)에 4급 하향을 발표하고, 이르면 28일부터 시행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4급 감염병으로는 인플루엔자(독감)가 있는 만큼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이 관리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당초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하향 시점에 맞춰 병원급 의료기관과 요양원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자문위 내에선 병원 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만큼 감염병 등급을 내린 이후에도 한동안 더 유지하자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현지 시간) 코로나19의 신종 변이인 ‘BA.2.86’을 ‘감시종’으로 분류한다고 밝혔다. 감시종이란 아직 전파력이나 중증화율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추적 관찰이 필요한 변이 바이러스를 뜻한다. BA.2.86은 13일 이스라엘에서 처음 보고된 이후 덴마크, 미국, 영국에서 연이어 확인됐다. 미 CNN에 따르면 덴마크 보건부는 “BA.2.86은 스파이크 단백질에 30개 이상의 아미노산 돌연변이가 생겼다. 굉장히 이례적인 사례”라고 발표했다. 방역당국도 BA.2.86의 확산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지만, 당장 코로나19 등급 하향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변이 정도가 심하다는 게 꼭 위험도가 커짐을 뜻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백과사전식 ‘개혁안’을 내놓은 채 논의를 마무리했다. 8개월간 20차례 넘게 회의했지만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성에 방점을 둔 연금 개편안을 병렬적으로 제시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지면서 현 정부의 주요 과제인 연금 개혁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보험료율 등 조합하면 18개 시나리오 정부가 3월 발표한 재정추계에 따르면, 현행 국민연금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현재 10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연금 기금은 2055년 고갈된다. 매달 소득의 9%씩 내는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것 자체에는 재정계산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재정계산위는 ‘내는 돈’인 보험료율을 얼마나 올리는 것이 바람직한지 합의를 보지 못했고 12%, 15%, 18%로 인상하는 시나리오를 각각 제시하기로 했다. 보험료율 인상 폭에 따른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각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추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마련된 3개의 기본 시나리오에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이라는 변수가 추가된다. 재정계산위는 현재 65세인 수급 개시 연령을 66, 67, 68세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여기에 기금 운용 연평균 수익률을 현재보다 0.5∼1%포인트 상향 조정해 계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다. 이번에 제안된 보험료율이나 수급 개시 연령 개편안 중 상당수는 5년 전 지난 정부의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이나 올해 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에서도 이미 검토했던 수치다. 오히려 전보다 변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조합해 계산하면 연금 개혁 시나리오가 18개가 된다는 결론에 이른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는 재정계산위 논의를 토대로 10월 말까지 국민연금 개혁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재정계산위가 특정 방안을 권고하지 않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늘어놓는 데 그치면서 정부의 개혁안 도출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총선을 6개월 앞둔 시점에서 정부가 ‘보험료 인상’을 강하게 밀어붙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금 수익률 1%포인트 상향에 현실성 지적도 재정계산위가 국민연금 재정 안정화 방안으로 ‘기금투자 수익률 제고’를 든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현재는 기금 운용 수익률을 연평균 4.5%로 잡고 장기 재정전망을 하는데, 이를 5∼5.5%로 상향해 계산하면 예상 고갈 시점을 늦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투자수익률을 1%포인트 올리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월 열린 재정계산위 9차 회의에서 “미래 70년 동안 수익률을 일괄적으로 0.5%포인트보다 초과한다고 가정하는 건 확률적으로 낮은 가정”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재정계산위 보고서에는 현재 만 60세 이전까지인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만 65세 이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60∼64세는 희망자만 보험료를 냈는데, 이제는 납부를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또 출산으로 일을 쉬어 보험료를 내지 못한 기간도 보험료를 낸 것으로 인정해주는 출산크레디트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둘째 아이 출산 시부터 출산크레디트를 적용받았는데, 첫아이부터 혜택을 받게 한다는 것이다. 출산크레디트를 적용받는 기간의 연금보험료는 국가가 세금으로 대신 내주게 된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김현숙 장관이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기간 중 에어컨이 나오는 국립공원 숙소에 머물렀다는 지적에 대해 여성가족부가 “장관이 신변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해명을 20일 내놨다.한덕수 국무총리는 3일 김 장관에게 전화로 “현장을 지키며 참가자 안전을 확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김 장관은 4일부터 전북 부안에 머물렀지만, 그가 묵은 곳은 잼버리 야영장이 아닌 국립공원공단 변산반도 생태탐방원이었다. 이 숙소는 야영장에서 약 17킬로미터 떨어져 있으며, 모든 객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반면 김관영 전북지사는 행사 기간 내내 야영장 텐트에 묵었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4~6일 사흘간 야영장에서 생활했다.이에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김 장관은 숙영을 검토했으나, 신변을 위협하는 협박으로 경찰의 보호를 받는 상황에서 숙영 시 위해 요소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숙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가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김 장관의 신변을 위협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전북경찰청이 신변보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여가부는 게시물이 올라온 날짜와 구체적인 글의 내용 등은 밝히지 않았다.한편 여가부는 “김 장관은 대회 기간 내내 현장에 머물며 잼버리 병원, 허브클리닉, 화장실, 샤워장, 물류창고, 운영요원 식당, 대집회장 등 영지 시설을 점검하고 제기되고 있는 불편 사항 개선 등 안전한 행사 진행에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또 “대회 초반 제기된 화장실 등 위생시설 개선을 위한 조치 및 온열환자 발생 등 폭염에 대비한 잼버리 병원 내 의료 인력 확충, 적십자 냉방차 추가 조치 등을 현장에서 즉시 시행했다”고 밝혔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25일 전체 회의를 열고 잼버리 파행에 대한 여가부의 책임 소재를 물을 예정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어르신, 좋은 아침입니다. 혈압약 드실 시간이에요. 꼭 챙겨 드시고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충남 당진시 치매노인센터는 2021년부터 지역 내 치매 노인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 노인이 사용하는 AI 스피커는 겉보기엔 보통 집에서 쓰는 AI 스피커와 비슷하지만 주인에게 먼저 말을 건다는 것이 다르다. 노인이 약 먹을 시간을 알려주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되면 ‘날이 많이 뜨거우니 되도록 밖에 나가지 말라’고 일러주기도 한다. 이처럼 치매 노인들을 돌보기 위해 정보기술(IT)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늘고 있다. IT 기기들은 노인이 낙상하거나 다친 것을 감지해 조치를 취하거나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는 ‘학습 도구’ 역할을 하기도 한다.● AI, 치매 노인의 말벗 겸 건강 지킴이 당진시에서 활용하는 AI 스피커는 노인들의 말동무가 돼 주며 적적함을 달래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가 좋다. 노인이 집을 나서며 “병원 다녀올게”라고 말하면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기다리고 있을게요”하고 답하는 식이다. 당진에 사는 이모 할아버지(90)는 “AI 스피커가 말을 걸어 주니 손자, 손녀와 함께 사는 기분이 들어 좋다”고 말했다. AI 스피커의 기능 중 노인들에게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음성으로 원하는 노래를 검색해 재생하는 기능이다. 73세 김모 할머니는 “평생 TV에서 나오는 노래만 듣고 살았는데,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아무 때나 들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정윤숙 당진시 치매안심센터 주무관은 “처음엔 어르신들이 매달 300곡씩 들을 수 있게 지원했는데, ‘더 듣고 싶다’는 요구가 많아 재생 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렸다”고 했다. AI 스피커는 노인이 위급 상황에 빠졌을 때 119에 신고하는 SOS 기능도 갖추고 있다. 노인이 낙상하거나 쓰러졌을 때 “살려줘”라고 말하면 24시간 운영되는 관제센터로 전달되고, 센터에서 노인에게 전화를 건다. 노인이 전화를 받지 못하거나 전화상으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즉시 119에 신고가 접수된다. AI 스피커를 개발·운용하는 SK텔레콤에 따르면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SOS 호출은 6000건 넘게 발생했고, 이 중 500여 건은 실제로 119 출동으로 이어졌다.● 스마트워치가 낙상 감지해 실시간 신고 전남 나주시 치매안심센터와 한양대 생존신호정보연구센터는 스마트워치를 활용한 노인 안전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지난해 치매 고위험군 노인 80명에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는데, 착용한 노인이 낙상 사고를 당하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관제센터와 자녀에게 알림을 보낸다. 산소포화도와 심박수도 실시간으로 측정해 건강 이상 신호가 감지되면 알림을 보낸다. 아직은 시범 단계지만 응급상황 발생 시 경찰과 소방에 자동으로 신고를 접수시키는 시스템도 준비하고 있다. 치매 노인의 인지 능력 개선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IT가 활용되고 있다. 광주 동구 치매안심센터는 기존에 사용하던 책 대신 태블릿PC를 활용해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이 집에서 태블릿PC를 가지고 틀린 그림 찾기, 시계 보고 시간 맞히기 등의 퀴즈를 푸는 형태다. 광주 동구 치매안심센터가 사후평가를 해 보니 3개월간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치매 노인들의 인지선별검사(CIST) 결과가 평균 14.3점에서 16.7점으로 높아졌다. 이 센터 정소희 주무관은 “태블릿PC를 활용하면 글이 아닌 음성과 그림으로 안내가 나오니 한글을 모르는 어르신들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국민연금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정부 자문기구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가 매달 내는 직장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를 최소 9만 원 올리는 개편안에 잠정 합의했다. 보험료를 올리고 연금 수령 나이를 늦추는 등의 조치를 통해 연금기금 소진 시점을 2055년에서 2093년 이후로 미룰 수 있을 것으로 계산했다. 17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재정계산위는 18일 제21차 회의를 열고 이런 개편안을 담은 보고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한다. 민간위원 13명과 정부위원 2명으로 구성된 재정계산위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5년마다 재정 여건과 출산율 등을 따져 개편안을 제시한다. 이번이 5차 재정계산이다. 재정계산위는 지난해 11월 30일 이후 약 8개월간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돈’인 소득대체율을 현행 9%와 40%에서 각각 어떻게 조정할지를 논의해 왔다. 그 결과 소득대체율은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을 이르면 2025년부터 12∼18%로 인상하는 ‘재정안정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노후소득 보장 방안’을 도출했다. 두 가지 방안 모두 최소 3%포인트의 보험료율 인상을 전제한다. 올 4월 기준 직장 가입자의 월평균 보험료(29만2737원)에 대입하면 직장인은 매달 9만7579원(본인과 회사가 절반인 4만8789원씩 부담)을 더 내야 한다는 뜻이다. 지역 가입자는 월평균 4만2011원을 더 낸다. 복지부는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개편안에 대해 30일경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10월 말 정부안으로 재정리해 국회에 제출한다.자문위, 국민연금 3%P 더 납부 공감… 받는돈 ‘유지 vs 인상’ 격론 국민연금 보험료 조정 제안연금 보험료율 인상폭 낮추려면받는 나이 늦추거나 국고투입 필요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70년 후에도 국민연금 기금을 남기는 것이다. 이론상으론 5년 후인 2028년에 태어날 아이가 만 65세 노인이 될 때까지 기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설계한다. 국민들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대의에 동의해 보험료 인상이라는 ‘쓴 약’을 감내해줄 것을 기대하는 것이다. 현행 제도 아래서 보험료 인상만으로 2093년까지 기금을 유지하려면 당장 2025년부터 보험료율을 17.86%로 올려야 한다. 국민이 수용하기도, 국회의 동의를 얻기도 어려운 방안이다. 보험료율 인상 폭을 줄이려면 연금 받는 나이를 늦추거나 국고를 투입하는 등 여러 재정안정화 조치가 동반돼야 한다. 재정계산위가 내놓은 ‘연금 개혁 방정식’이 더욱 복잡해진 이유다.● 재정계산위 방안대로면 수십 개 개편안 나와 재정안정화 방안은 보험료율을 △12% △15% △18%로 각각 인상하는 세 가지 시나리오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 연금받는 나이를 현행 65세에서 66∼68세로 늦추거나 연평균 4.5%인 기금 운용 수익률을 5.0∼5.5%로 높이는 등의 조치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후소득 보장 방안도 상황은 비슷하다.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서 보험료율을 13% 수준에 묶어두려면 보험료 외에 추가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건강보험 제도처럼 국민연금 재정에도 국고를 투입하거나, 주식 수익 등 자본소득에도 추가로 보험료를 매기는 보완 조치가 뒤따른다. 재정계산위가 크게 두 가지 방안을 도출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제안한 셈이다. 다만 재정계산위 내에선 재정안정성을 고려해 소득대체율을 유지하자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대체율 인상 필요성을 주장해온 일부 위원은 이런 방향성에 반발해 11일 열린 20차 회의에서 집단 퇴장하기도 했다. 재정계산위는 18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내부 의견 봉합에 나설 방침이다. ● 국민연금 개편안, 다시 복지부로 일각에선 국민연금 개편에 있어서 모두가 만족하는 방안이 도출되기 어려운 만큼, ‘최선’이 아닌 ‘차악’의 방안일지라도 실행에 옮기는 데 더 힘을 모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4차 재정계산 당시엔 복지부가 재정 안정과 노후소득 보장 사이에서 한쪽을 택하지 못한 채 복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원동력을 잃었고, 개편도 결국 무산됐다. 국민연금법에 따라 복지부는 10월까지 국민연금 개편안을 제출해야 한다. 이번에도 수십 개의 시나리오를 받아 든 복지부가 단일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개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연금 개혁은 다시 공전할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국민연금 개편안 도출에 실패하고 복지부로 공을 넘긴 바 있다. 만약 이번에도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을 포함한 개혁안이 좌절되면, 5년 후에는 더 비싼 청구서를 받게 될 게 확실시된다. 재정계산 시점으로부터 70년 후까지 기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보험료율은 2013년 3차 재정계산 당시 12.72%였지만 2018년엔 16.02%로 올랐고, 올해 기준으로는 17.86%가 됐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올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 상한선이 월 소득 인정액 202만 원(1인 가구 기준)으로 지난 15년 사이 5배나 올랐다. 기초연금이 상대적으로 덜 빈곤한 노인에게도 지급되면서 노인 빈곤 해소라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재정계산위) 위원들도 이러한 문제의식을 갖고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 개혁 방향성을 논의했지만, 구체적인 개편안은 내놓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2008년 기초노령연금(기초연금의 전신)이 처음 시행될 당시엔 월 소득 인정액 40만 원 이하인 노인에게 매달 10만 원씩 지급됐다. 그런데 올해는 기준이 되는 월 소득 인정액이 202만 원이다. 매달 받는 금액도 월 32만3180원으로 올랐다. 월 소득 인정액은 월 소득과 금융자산, 부동산 등을 합쳐 일정 공식에 따라 계산한다. 올해는 월 소득 인정액이 선정 기준이 되는 202만 원보다 낮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제도를 자세히 뜯어보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는 소득의 상한선은 더 올라간다. 노인의 월 소득에서 108만 원을 일괄 공제하고, 여기에 0.7을 곱한 금액을 ‘소득 인정액’으로 산정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실제로는 월 최대 396만5000원을 버는 노인까지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부동산 등 재산도 소득 인정액 산정에 포함되지만, 대도시 기준으로 1억3500만 원까지는 재산이 ‘0원’인 것으로 친다. 이처럼 기초연금 수급자가 늘면서 발생하는 첫 번째 문제는 국가 재정 악화다. 연기금에서 지급되는 국민연금과 달리 기초연금은 100% 세금으로 충당된다. 둘째로 국민들의 국민연금 가입 동기를 약화시킨다는 문제도 생긴다. 국민연금을 월 46만 원 이상 받는 사람은 기초연금 금액이 최대 50%까지 감액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계산위 내에선 기초연금 지급 대상자 폭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2월 개최된 6차 회의에서 김수완 강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기초연금 목표수급률을) 소득 하위 70%로 정한 이론적, 실제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같은 달 열린 7차 회의에서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기초연금 수급자 중 3분의 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른 ‘빈곤 노인’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달 말 공개될 재정계산위의 연금 개편안에는 기초연금 수급 대상자를 줄일 구체적인 방안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액을 월 40만 원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국내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누적 감염자가 50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첫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환자 수 이미 넘어서15일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6∼12일)까지 확인된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총 513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시점의 누적 환자 수가 211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4배에 이르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한 해 1000∼2000명대의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말라리아 방역 사업이 효과를 내면서 2010년대 이후부터 한 해 환자가 1000명 이하로 줄었다. 특히 2020년부터는 한 해 환자가 500명 미만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든 까닭이다. 질병청은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순차적으로 해제된 것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세로 돌아선 주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질병청은 3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말라리아 경보 제도는 올해 생겼다. 지난달 중순 경기 파주시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질병청 관계자는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발견됐다는 건 말라리아가 그만큼 많이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내년에는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욱 퍼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6개월∼1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폭염의 영향은 내년도 환자 추이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8시간 간격으로 증상…치명률은 낮아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며, 감염 후 6개월∼1년이 지난 시점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으로 발열과 오한, 구토, 두통 등이 있는데, 48시간을 주기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확진되면 항말라리아제를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돼도 의사 처방에 따라 끝까지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제대로 치료받으면 치명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외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치명률이 10%에 이른다. 국내에서 말라리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일부 지역이다. 북한의 경우 말라리아 방역 상황이 한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국내서도 북한과 접경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는 전체 국내 발생 말라리아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 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4∼10월에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간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엔 긴 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게 좋다.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질병청은 “국내 위험 지역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국립대병원의 기타 공공기관 지정 해제 추진 상황을 재차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대병원은 인건비, 예산, 정원 등이 정부 규제에 묶여 있지만 규제 완화가 현실화되면 자유롭게 양질의 의료 인력을 고용하고 정원을 늘리는 것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5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국립대병원 규제 완화 진행’ 상황에 꾸준하게 관심을 갖고 관련 사항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동아일보 ‘지역의료난 부추기는 규제’ 기획 보도(7월 10일자 A1면)를 접한 뒤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국립대병원 규제 완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느냐”며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2월 서울대 어린이병원 방문 당시 “기타 공공기관 규제 때문에 인력 충원이 어렵다”는 건의사항을 받고 규제 완화를 검토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날 지시에 대한 추진 경과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국립대병원을 기타 공공기관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 완화 시점은 이르면 내년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하며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기타 공공기관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각종 규제의 대상이 된다. 매년 인상할 수 있는 인건비 총액에 제한이 걸리는데, 올해 기준 상한선은 1.7%다. 또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정원도 마음대로 늘릴 수 없다. 공공기관의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전국 17곳의 국립대병원은 이러한 규제가 지역 필수의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국립대병원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호소해 왔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모기에 의해 전파되는 대표적인 감염병인 말라리아 환자가 국내서 급증하고 있다. 올해 누적 감염자가 500명을 넘어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2배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최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하고 예방수칙을 준수해줄 것을 당부했다.● 지난해 환자 수 이미 넘어서15일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둘째 주(6~12일)까지 확인된 국내 말라리아 환자는 총 513명이다. 지난해의 경우 같은 시점의 누적 환자 수가 211명에 불과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2.4배에 이르는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2000년대까지만 해도 국내에선 한 해 1000~2000명대의 말라리아 환자가 꾸준히 발생했다. 하지만 말라리아 방역 사업이 효과를 내면서 2010년대 이후부터 한 해 환자가 1000명 이하로 줄었다. 특히 2020년부터는 한 해 환자가 500명 미만으로 줄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야외 활동이 줄어든 까닭이다. 질병청은 지난해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가 순차적으로 해제된 것이 말라리아 환자가 급증세로 돌아선 주된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질병청은 3일 말라리아 경보를 발령했다. 지난달 중순 경기 파주시에서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 유전자가 발견된 데 따른 조치다. 질병청 관계자는 “채집한 모기에서 말라리아 원충이 발견됐다는 건 말라리아가 그만큼 많이 퍼져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여기에 내년에는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더 늘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말라리아는 모기가 좋아하는 덥고 습한 환경에서 더욱 퍼지는 특성을 보이는데,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국내에서 유행하는 말라리아는 6개월~1년 이상의 긴 잠복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올해 폭염의 영향은 내년도 환자 추이에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48시간 간격으로 증상…치명률은 낮아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 말라리아다. 삼일열 말라리아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게 물렸을 때 감염되며, 감염 후 6개월~1년이 지난 시점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주요 증상으로 발열과 오한, 구토, 두통 등이 있는데, 48시간을 주기로 증상이 나타났다가 호전되기를 반복하는 게 특징이다. 확진되면 항말라리아제를 복용해 치료할 수 있다. 제대로 치료받지 않으면 재발 가능성이 있으므로 증상이 호전돼도 의사 처방에 따라 끝까지 치료제를 복용해야 한다. 삼일열 말라리아의 경우 제대로 치료받으면 치명률은 극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해외 열대 지역에서 유행하는 ‘열대열’ 말라리아의 경우 치명률이 10%에 이른다. 국내 환자 중 약 10%는 해외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국내에서 말라리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경기 북부와 인천, 강원 일부 지역이다. 북한의 경우 말라리아 방역 상황이 한국에 비해 열악하기 때문에 국내서도 북한과 접경 지역에서 말라리아 발생률이 높은 경향을 보인다. 특히 경기 파주시와 김포시는 전체 국내 발생 말라리아 환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발생 빈도가 높다.말라리아를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모기에게 물리지 않는 것이다. 4~10월에는 모기가 활발하게 활동하는 야간 시간대에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외출 시엔 긴 소매, 긴 바지를 입는 게 좋다. 모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질병청은 “국내 위험 지역에 거주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은 말라리아 의심 증상이 나타날 경우 신속히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
“여성가족부에 대해 과잉 지탄이 가해지고 있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2020년 7월 잼버리 조직위원회 첫 구성 당시 이정옥 전 여가부 장관) “행정안전부가 구체적인 책임을 지기는 어렵다고 본다.”(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던 기간 행안부 차관을 지낸 A 씨) 동아일보는 11일 막을 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파행 원인을 묻고 재발을 막기 위한 백서(白書)를 쓰기 위해 10∼13일 잼버리 준비와 운영에 참여한 관계기관의 전현직 책임자 11명을 인터뷰했다. 이 가운데 본인이나 소속 기관에 책임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취재팀이 인터뷰를 시도한 대상은 잼버리 조직위원회 소속 5개 기관(여가부, 행안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스카우트연맹,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의원)을 비롯해 집행위원회를 맡은 전북도, 대통령실, 국무조정실 등 총 8개 기관이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과 강태선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는 통화가 성사되지 않았다. 수차례 전화와 문자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문체부와 행안부, 대통령실, 국무조정실은 “답하기 곤란하다”며 자세한 답변을 거부했다.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김 의원은 “지금 시점에선 답하기 적절치 않다”며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지만 13일 기자회견에서 “힘이 센 기관이 일선 공무원을 희생양 삼기 위한 감찰 시도로는 본질을 규명할 수 없다”며 국회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잼버리 행사의 컨트롤타워는 (전북도가 아닌) 조직위원회였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이처럼 아무도 책임지거나 반성하지 않는 현실이 잼버리 행사를 ‘3000억 원짜리 관재(官災)’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 부처와 전북도가 모두 책임 규명 과정에서도 ‘남 탓’으로 일관한다면 앞으로 잼버리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前여가장관 “과잉지탄” 前행안차관 “책임못져” 前총재 “잘못없다” 반성 없는 ‘파행 잼버리’갯벌 부지 선정 책임자들 침묵조직위 2인→5인 위원장 변경뒤 책임소재 모호… 서로 네 탓만총리 주재 회의도 2차례 그쳐잼버리 조직위원회는 여가부 장관을 중심으로 5명이 공동 위원장을 맡았다. 전북도지사는 집행위원장을 맡았고, 세계스카우트연맹 역시 의사결정에 관여했다. 예산과 인력 등을 총괄한 여가부와 기반 시설을 담당한 전북도 외에도 여러 기관을 참여시킨 이유는, 폭염 등 재난안전 관리는 행정안전부가 맡는 식으로 전문성과 책임감을 발휘해 행사를 성공시키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일을 떠넘기다가 행사가 파행으로 흐르자 책임을 피하기 급급했다. 행사에 관여한 전·현직 관계자들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이런 인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갯벌 야영장’ 선정-점검 책임자들 “난 잘못 없다” 잼버리 행사는 2015년 9월 전북 부안군 새만금을 국내 후보지로 정한 것부터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는 비판이 많다. 기존 매립지 대신 갯벌을 부지로 정하면서 매립 공사에만 3년이 소요됐고, 다른 행사 준비도 줄줄이 지연됐다. 부지 선정 당시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김윤덕 의원이 ‘새만금에 유치하자’는 의견을 처음으로 냈고,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가 이를 적극 추진해 한국스카우트연맹이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2012년 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한국스카우트연맹을 이끈 함종한 전 총재는 “(나는) 사실 새만금을 찬성하지 않았는데 여러 사람이 밀어붙여서 결정됐다”며 “내가 잘못한 건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고 말했다. 송 전 지사는 여러 차례 취재팀의 전화와 문자메시지에 답하지 않았다. 김 의원도 13일 기자회견에서 부지 선정과 관련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2017년 8월 잼버리 유치가 확정된 이후에라도 정부가 현장의 문제점을 파악했다면 세계스카우트연맹에 부지 변경을 신청해볼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여가부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장관 일정에 따르면 전임 장관 4명 중 새만금을 방문한 사람은 정영애 장관뿐이었다. 정현백 전 장관은 잼버리 파행에 대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면서도 본인이나 여가부의 책임에 대해서는 “다음에 필요할 때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진선미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에 총리도 ‘총괄’ 역할 손 놔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의 문제도 행사 준비가 막바지에 이른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행사 개막을 불과 6개월 앞둔 올 2월까지 야영장 전기·통신 설비 진행률이 5%에 그쳤다. 샤워장과 급수대는 3월에야 설치하기 시작했다. 잼버리 행사 준비에 참여했던 한 공무원은 “여가부와 한국스카우트연맹, 전북도 사이에서 의사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당초 2인 체제(여가부 장관, 김 의원)였던 조직위는 2월 행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가 위원장으로 추가된 5인 체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책임 소재는 오히려 더 불명확해졌다. 대표적인 게 폭염 대책이다. 행사 시작 후 참가자 사이에서 온열질환이 속출하면서 폭염 대책이 부실을 드러냈지만, 안전 대책을 맡은 행안부도 책임을 피하기 바빴다. 전직 행안부 차관 A 씨는 “(행안부) 자치행정과 소속 십수 명이 전국 상황을 챙겨야 한다”며 “(잼버리에 대해) 행안부가 구체적인 책임을 지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태풍 ‘카눈’이 북상하자 K팝 공연 장소를 급하게 바꾸고 아이돌 그룹을 무리하게 섭외했다는 논란에 대해 “대원들의 안전을 위해 날짜를 바꾼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과 국무조정실도 다양한 관계 기관의 업무를 조율하는 역할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대회를 원만하게 마무리한 후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며 언급을 피했지만, 내부적으론 전북도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문재인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 잼버리 행사와 관련해 ‘정부의 적극 지원’을 약속해 왔다. 잼버리 사업예산 1171억 원 중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870억 원(75%), 전북도가 265억 원(22%), 부안군이 36억 원(3%)을 집행했다. 지자체 탓만 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국무조정실은 2021년 4월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정부지원위원회’를 꾸렸지만 회의는 같은 해 11월과 올 2월 두 차례만 열렸다. 국무조정실 측은 “(파행 책임 등은) 추후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부안=박영민기자 minpress@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사지원 기자 4g1@donga.com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기간 휴대전화 충전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고 현장에서 와이파이 등 통신이 원활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대회 개막 6개월 전까지 전기·통신 설비 진행률이 5%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실에 따르면 여성가족부는 이 의원실에 올해 2월 제출한 ‘잼버리 대회 진행 현황 및 사업별 진행률 답변서’에서 당시 잼버리 시설 내 전기·통신 설비 진행률이 5%라고 밝혔다. 개막을 6개월 남겨두고 조직위가 뒤늦게 여의도 면적의 약 3배 규모인 267만 평 부지에 전기·통신 설비 작업을 졸속으로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조직위 측은 전기통신 시설이 2월까지 설치가 안 됐던 것은 맞지만, 예정된 일정대로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6월 운영본부 텐트 설치작업이 있기 전에 전기와 통신 시설은 모든 준비를 예정대로 마무리해뒀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폭우로 부지에 침수가 발생하면서 텐트 설치가 늦어진 탓에 (텐트에 전기와 통신을 넣는 작업도) 덩달아 늦어진 점은 있다”고 했다. 여가부는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에도 이 의원실에 잼버리 시설 조성 진행률 자료를 제출했는데 당시 야영장은 설계용역도 마치지 않은 상태였다. 설계가 확정되지 않은 탓에 관련 인허가는 전체의 절반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도 기반시설 공정이 37%라는 점을 지적하며 철저한 준비를 당부했는데 미흡한 준비로 대회가 파행에 이르렀다”고 했다.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장이 열악했던 이유를 추적해 보면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부지 선정부터 잘못됐다는 결론에 이른다. 새만금 내 기존 매립지 대신 공유수면(갯벌)을 부지로 정한 탓에 매립공사에 3년간 1846억 원을 쏟아붓고도 나무 한 그루 없는 진흙탕에 야영장이 만들어졌다. 9일 취재팀이 분석한 잼버리 관련 회의록에는 정부와 전북도 관계자들이 청소년 참가자들의 안전보다 새만금 개발을 우선시한 정황이 그대로 기록돼 있었다.● 기존 매립지 두고 ‘갯벌 메워 개최’ 강행 전북 부안군 새만금 3권역 관광레저용지가 잼버리 개최 후보지로 정해진 건 2015년 9월이었다. 송하진 당시 전북도지사가 “백지의 땅에 세계 청년들의 꿈과 희망을 무한대로 그려 넣을 수 있다”며 한국스카우트연맹을 설득한 끝에 새만금이 다른 후보지였던 강원 고성군을 제치고 국내 후보지로 정해졌고, 2017년 8월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이를 확정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당시 새만금 내에는 신시∼야미 관광레저지구(6.3㎢) 등 매립한 지 10년 이상 지나 나무가 자랄 정도로 안정화된 부지가 여럿 있었다. 하지만 전북도는 매립되지 않아 갯벌과 다름없는 8.84㎢를 개최지로 밀어붙였다. 새만금 개발 비용이 불어나고 예상보다 진척이 느려지자 매립 비용을 한국농어촌공사의 농지관리기금으로 충당하기 위해서다. 기존 관광레저용지였던 이곳을 농업용지로 바꾸면서까지 이를 강행했다. 매립공사에 투입된 예산 1846억 원은 잼버리 사업비 1171억 원의 1.6배에 달한다. ‘최적의 개최지’를 먼저 정한 게 아니라 새만금 일대 개발을 위해 잼버리를 끌어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매립공사는 2020년 1월 착공해 지난해 12월에야 마무리됐다. 부실시공 논란을 빚은 샤워장 등 영지 시설을 올해 3월에야 짓기 시작한 것도 부지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부지가 농업용지인 탓에 평지로 조성돼 배수가 원활하지 않았다.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지 않아 나무를 심을 수 없었고, 물을 억지로 퍼낼 간이펌프를 조달하는 데만 2억5000만 원을 더 썼다. 부지 매립을 담당한 한국농어촌공사 측은 “매립 (착수) 당시엔 침수 문제가 이렇게 심각할지 예상하지 못했다. (땅을) 콘크리트로 완전히 메우지 않는 이상 물이 빠지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부지의 문제점을 시인하면서도 “간이펌프를 설치해 침수 문제는 상당히 해결했다고 본다”고 해명했다.● “잼버리 목적은 숙원인 공항, SOC 해결” 정부와 전북도가 성공적인 행사 개최보다 개발을 우선시한 정황은 여러 회의록에서 드러난다. 2017년 12월 6일 제19차 새만금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이낙연 국무총리는 잼버리 부지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선거 중에 공공매립을 말씀하셨는데 속도가 나지 않아서 고심했다”며 “농지기금을 써서 부지를 일단 매립하고 그다음에 관광레저지구로 돌린다거나 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용지 변경은 농지관리기금을 타내기 위한 ‘위장’이었던 셈이다. 추가적인 예산 확보가 어려운 공공매립보다 농지관리기금을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전북도는 개발 목적을 숨기지도 않았다. 2017년 11월 전북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당시 김대중 도의원은 “잼버리를 하려는 목적은 숙원사업인 공항이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최병관 전북도 기획조정실장(현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잼버리 유치의 목적에 대해 “새만금을 좀 더 속도감 있게 개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단체는 정부와 전북도가 개발 이익을 위해 청소년을 희생양으로 삼았다고 지적했다. 김나희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홍보국장은 “새만금 매립 명분을 얻기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사기극을 벌였다”라며 “특히 농업용지가 아닌 걸 알면서도 1846억 원의 농지관리기금을 내준 건 그 자체로 배임 범죄다”라고 지적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여러분의 금연 결심, ○○○가 도와드립니다. 2+1 이벤트 진행 중.” 경기 지역의 한 액상형 전자담배(니코틴 용액을 가열해 증기를 흡입) 판매점은 인터넷 블로그를 통해 ‘금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연초를 피우던 흡연자가 전자담배를 사 가면 가격을 깎아 준다는 것이다. 많은 전자담배 취급점이 이 업체와 같이 전자담배 흡연을 금연 방법으로 홍보하고 있다. 여기엔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본인과 주변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이 적다는 논리가 깔려 있다. 이러한 주장이 어디까지 진실일지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설명을 바탕으로 9일 확인해 봤다. ―전자담배는 유해 물질 함유량이 연초보다 90% 이상 적다? “영국 보건부가 이러한 연구 결과를 인용한 바 있다. 하지만 전자담배 옹호론자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 물론 전자담배의 종류에 따라 함유된 유해 성분의 종류와 양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유해 성분의 함량과 유해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보건복지부(USDHHS)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졸중, 심근경색증 등의 발생 위험성은 담배 속 유해 물질에 조금만 노출돼도 급격하게 증가한다.” ―궐련형 전자담배(연초 고형물을 가열해 니코틴 증기를 흡입)는 간접흡연 위험이 없다? “사실이 아니다. 이탈리아 로마 라 사피엔차대 연구진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서 배출된 미세 입자의 상당량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의 폐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도 근거가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에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3종의 타르 함유량을 조사한 결과 4.8∼9.3mg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초의 타르 함유량(0.1∼8mg)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다.” ―연초를 전자담배로 바꾸는 것이 완전한 금연을 위한 ‘과정’이다? “전자담배 사용자 중 대부분은 연초와 전자담배를 동시에 흡연하는 ‘중복 사용자’다. 국내 전자담배 흡연자 중 84.5%는 연초도 함께 피우고 있으며, 청소년 전자담배 흡연자도 76.6%가 연초를 중복 사용하고 있다. 전자담배와 연초를 중복 사용하면 연초만 피우는 사람에 비해 니코틴 의존도가 더 높아지고, 이는 오히려 금연을 더 어렵게 만든다. 업체들의 주장처럼 전자담배를 금연 보조 제품으로 사용하려면 전자담배를 약처럼 처방해 사용량과 방법 등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는 비현실적인 가정이다.” ―영국에선 전자담배 사용을 권장한다? “영국과 뉴질랜드에서 연초 대신 전자담배를 사용할 것을 권장하는 정책을 쓰는 건 맞다. 하지만 두 국가를 제외한 전 세계 대다수 국가는 모든 담배를 해롭게 바라보고 규제하고 있다. 태국 싱가포르 멕시코 등 세계 32개국은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궐련형 전자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국가도 10개국에 이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해 연초와 동일한 규제 정책을 적용해야 하며, 액상형 전자담배도 금연보조제로 홍보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성가족부가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를 10개월 앞두고 해충 피해에 대비하겠다며 2600만 원을 들여 연구용역까지 마치고도 이번 대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된 ‘화상벌레’ 등의 피해에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실에 따르면 여가부는 2021년 11월 25일부터 지난해 9월 30일까지 해충 피해 예방을 위한 종합적 방제 시스템 수립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용역 결과 “많은 양의 곤충(딱정벌레목, 등애 류 등)과 주요 감염병 매개 모기종인 얼룩날개모기류가 채집돼 적극적인 방역이 필요하다”고 조사됐다. 여가부는 지난해 10월 이 의원실에 제출한 답변서에 “11월까지 해충방역대책 수립을 위해 질병관리청, 새만금환경생태단지 관리단, 한국농어촌공사, 전북 부안군 등과 함께 관련 기관 협의를 해나가겠다”고 했다.하지만 일명 ‘화상벌레’로 불리는 청딱지개미반날개가 덥고 습한 잼버리 부지에서 들끓었던 탓에 대회 내내 온 몸에 상처를 입은 청소년 환자가 속출했다. 습지 특성상 대규모 해충 번식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는데도 여가부와 관련 기관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현장에 가봤더니 대회 초반부터 모기를 제외한 다른 해충에 대한 대비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고 지적했다.정부가 잼버리를 앞두고 8억8000만 원을 들여 출시한 ‘잼버리 메타버스’ 애플리케이션도 참가자들의 외면 속에 가입률이 2.8%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민주당 장경태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 출시된 이 앱에 가입한 잼버리 대원은 전체 4만3000여 명 중 1194명에 그쳤다. 과기부 관계자는 “잼버리 현장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한편 전날 “잼버리 위기 대응을 통해 대한민국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가 빈축을 산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예정돼 있던 브리핑을 열고 시작 직전 취소했다. 김 장관의 브리핑 발언이 잇따라 논란이 되면서 브리핑이 취소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장관은 8일 잼버리 대원 조기 철수 관련 브리핑에서 “위기 대응을 통해 대한민국의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다가 빈축을 샀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를 두 달 앞둔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잼버리 메타버스’ 앱을 출시했다. 잼버리 메타버스는 가상 공간에서 잼버리 프로그램을 체험하며 아이템을 모으고, 캐릭터를 꾸밀 수 있는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개발과 운영에 예산 8억8000만 원이 투입됐다.정부가 밝힌 잼버리 메타버스 제작 취지는 ‘잼버리 참여자들이 온라인에서 교류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이었다. 하지만 잼버리 메타버스에 대한 스카우트 대원들의 호응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4만여 명에 이르는 잼버리 참여자 중 잼버리 메타버스에 가입한 사람은 3% 미만이었다. 가입자들의 평균 이용 시간도 1인당 6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참여자 가입률 2%대… 휑한 메타버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기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6일 기준 잼버리 메타버스에 가입한 잼버리 대원은 1194명이다. 새만금 잼버리 참여자가 4만 여명인 것을 감안하면 가입률이 2%대에 불과하다. 과기부 관계자는 “잼버리 대원 자격으로 메타버스에 가입하려면 별도의 ‘코드’를 입력해야 하는데, 이 코드가 지난달 21일에야 발급돼 가입률이 저조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잼버리 대원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가입할 수 있다. 일반인까지 합치면 총가입자 수는 1만782명에 이른다. 하지만 이들이 메타버스 안에 접속해 있었던 총 누적 시간은 1154시간. 가입자 1명당 평균 플레이 시간이 6분 남짓이라는 뜻이다.기자도 7~9일 틈틈이 잼버리 메타버스에 접속해 봤다. 하지만 각종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가상의 야영장인 ‘잼버리 오픈 월드’는 늘 인적이 드물었다. 수 차례 접속했지만 동시 접속자 수는 좀처럼 5명을 넘지 않았다. 오픈월드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에 참여해보려 했지만, 2~4인 이상이 한자리에 모여야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이라 ‘그림의 떡’이었다. 게임 자체도 ‘디지털 네이티브’인 MZ 세대(밀레니얼+Z세대) 스카우트 대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으로 보였다. 특히 워터파크를 꾸며 놓은 호수 속으로 들어가 보니 그래픽 깨짐 현상이 심했다. 5분 정도 접속해 있었더니 휴대전화가 들고 있기 불편할 정도로 뜨거워졌다.● 잼버리 개영 후 이용자 급감… “충전시설 부족 영향”과기부가 잼버리 메타버스 앱을 출시한 건 6월 9일이다. 정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잼버리 메타버스를 홍보했고, 7월 들어서는 일일 접속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일일 접속자 수가 2000명을 넘어선 날(7월 15, 16일)도 있었다.하지만 정작 잼버리가 시작된 8월에 접어들자 이용자가 오히려 급감했다. 8월 1~6일 하루 평균 접속자 수는 561명으로 집계됐다. 직전 1주(7월 25~31일) 하루 평균 접속자 수 1099명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진 수치다. 과기부 측은 잼버리 개영 후에 접속자가 더 늘며 메타버스가 ‘흥행’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던 것이다.이에 대해 과기부 관계자는 “개영 후에는 대원들이 여러 현장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접속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야영장 내에서 휴대전화를 충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짐작한다”고 말했다. 실제 잼버리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행사 초기부터 “휴대전화 충전 시설이 부족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개영 직후부터 열악한 시설 문제가 제기되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며 잼버리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사태 수습’에 집중 투입돼 메타버스 홍보가 부족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기부 관계자는 “폐영 후에도 메타버스를 계속 운영하며 참여자들이 각자 귀국한 후에도 교류할 수 있는 장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장 의원은 “10억 원에 가까운 국민 세금이 투입됐지만, 잼버리 참여자들이 이 앱의 존재를 잘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잼버리 메타버스 앱 이용 저조는 정부의 허술한 대회 준비 및 부실 운영 실태를 보여주는 한 사례”라며 “과기부는 대회 이후에도 앱 이용을 기대하고 있는데, ‘혈세낭비’ ‘애물단지’ 앱으로 전락하지 않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현장에서 담당 공무원이 ‘이유를 막론하고 (잼버리 행사가 진행되는) 12일 동안만 버티게 해 달라’라고 하더군요. ‘공무원 수백 명이 날아가게 생겼다’라면서요. 개영식까지 한 달도 채 안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에서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 공사 하청을 맡은 A업체 관계자는 지난달 공사 현장에서 잼버리 담당 공무원에게 황당한 말을 들었다고 했다. 당시 기록적인 장마로 야영장이 거대한 ‘진흙밭’으로 변하는 등 문제가 심각해진 시점이었다. 그는 8일 동아일보에 “현장 관계자들은 난리가 나서 비 오는 날에도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뉴스에선 ‘준비가 잘되고 있다, 문제없다’고만 말하니 어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새만금 지역이 잼버리 개최지로 최종 선정된 건 2017년 8월이다. 올해 8월 행사가 개최되기까지 꼬박 6년이라는 시간이 있었다. 그런데 동아일보가 조달청 나라장터 홈페이지에 올라온 잼버리 관련 공사 발주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본격적인 공사는 행사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2021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샤워장과 급수대 설치 공사는 행사를 넉 달 남짓 앞둔 올해 3월에야 시작됐다. 정부가 6년이란 시간이 있었음에도 뒤늦게 준비에 착수해 ‘펄밭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참여자들이 이용할 필수 시설도 당초 계획보다 모자라게 마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새만금개발청이 밝힌 초기 계획에 따르면 영지에는 샤워장 417동, 급수대 278개가 들어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야영지에 실제로 마련된 건 샤워장 281동(67%), 급수대 120개(43%)다. 각각 초기 계획의 절반 안팎 수준만 설치된 것이다. 행사 초기 위생 불량 문제가 지적됐던 화장실도 관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게 배치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잼버리 사태의 책임 소재를 규명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등을 대상으로 한 감찰도 검토되고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가신인도의 문제가 걸린 만큼 최선의 수습을 다 한 뒤 철저한 리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통령실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12일 잼버리 폐막식 때까지는 최선을 다해 지원에 집중할 것”이라며 “감찰 관련 사항은 언급 않는 게 관례”라고 말을 아꼈다.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도 전북도 등 지자체의 예산 배정과 집행, 사업 진행 경과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샤워기-급수대, 당초 목표 절반도 안돼… 화장실, 1명이 10곳 관리 샤워기, 5000개 필요한데 1650개…급수대, 278개의 43% 120개 설치화장실 납품업체 “2곳당 1명 필요”…조직위, 불결 논란에 뒤늦게 증원폐기물 처리-해충 구제 대응도 늦어 전북 부안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는 행사 초기부터 샤워장과 화장실, 급수대 등 필수·위생시설이 열악해 논란이 됐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잼버리 야영장에 마련된 샤워장과 급수대 수는 당초 목표의 절반 안팎 수준이며, 그 안에 설치된 ‘샤워기 수’로 보면 목표의 3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전반적인 준비 과정을 되짚어 보면, 정부와 전북도가 부실한 계획과 늦장 준비로 ‘뻘밭 참사’를 불러온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샤워기 5000개 필요한데… 1650개만 설치 새만금개발청은 2016년 ‘2023 세계잼버리대회 유치 실천 방안 연구용역’ 보고서를 내놓았다. 사실상의 ‘초기 마스터플랜’에 해당하는 이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정부는 야영장에 샤워장을 총 417동 세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8일 잼버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영지 내에 실제로 마련된 샤워장은 281동(67%)뿐이었다. 샤워장이 아닌 ‘샤워기 수’로 보면 문제가 더 심각하다. 초기 계획에선 1동당 샤워기를 12개 설치해 약 5000개의 샤워기를 확보하기로 했지만, 실제 설치된 샤워기는 목표치의 33%인 1650개에 불과하다. 급수대 역시 278개를 설치하겠다는 당초 목표 대비 43%인 120개를 설치하는 데 그쳤다.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야영장 내 샤워장과 급수대 설치공사 업체를 선정한 건 잼버리 개막까지 불과 4개월여를 앞둔 3월 중순이었다. 정부가 늦장을 부리다 뒤늦게 샤워장 조성에 착수하면서 준비가 미흡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조직위 관계자는 “7월 장마가 길어지며 샤워장을 설치하는 데 시간이 부족했던 건 맞다”면서도 “세부 운영 계획을 세우며 상황에 맞게 수량을 조정한 것으로, 시간이 없어 적게 만든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늦장’ 의혹이 제기되는 건 샤워장뿐만이 아니다. 당초 ‘K팝 콘서트’ 공연 등이 예정됐던 무대 설치 용역은 6월 중순이 돼서야 업체가 확정됐다. 공사 중 발생한 건설 폐기물을 처리할 업체는 개막 5일 전인 지난달 27일에야 정해졌고, 결국 행사장 곳곳에 폐기물이 쌓여 있는 채로 잼버리가 시작됐다.● 1명이 화장실 10개 청소… 임기응변 잼버리 잼버리 행사 초기 위생이 불량했던 화장실은 수량 자체는 충분했지만, 화장실을 청소하고 관리하는 데 배정한 인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화장실 354개를 관리하는 데 배정된 인원은 70명이었고, 그나마도 오전, 오후로 나뉘어 투입돼 1명이 화장실 10개를 관리해야 했다. 잼버리 야영장에 이동식 화장실을 납품한 업체 관계자는 “통상 유지보수와 관리(청소) 계약을 함께 맺는데, 조직위는 납품과 유지보수 계약만 체결했다”며 “청결 상태를 유지하려면 화장실 2곳당 1명 정도를 배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직위는 불결한 화장실이 큰 논란이 된 후인 3일에야 추가 인력 100명을 부랴부랴 투입했다. 잼버리 참여자들의 온몸을 ‘화상벌레’ 등에 물린 상처로 가득하게 만든 것도 조직위의 준비 부족과 무관치 않다. 습지 특성상 대규모 해충 번식이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조직위는 해충 기피제를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다. 상처투성이가 된 참여자들의 다리 사진 등이 논란이 된 후에야 부랴부랴 후원을 받아 해충기피제를 참여자 1명당 1개씩 배부했다. 13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야영장 시설 공사도 철저한 계획보다는 그때그때 ‘임기응변’ 위주로 이뤄진 정황이 드러났다. 공사에 참여한 한 업체 대표는 “행사를 20일 남짓 앞두고 야영장 내부 길 곳곳이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로 진흙탕이 됐고, 예정에 없던 자갈 포장 공사를 추가로 해 줬다”고 말했다. 진흙밭 위에 텐트를 치기 위해 플라스틱 팰릿을 깔기로 한 것도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하청업체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장관석 기자 jks@donga.com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폭염 때문에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전북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영국 스카우트들이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은 이번 잼버리에 참가국들 중 가장 많은 45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을 파견했다. 영국 BBC방송은 4일(현지 시간) 영국 스카우트가 행사장에서 철수해 앞으로 이틀 내에 호텔로 돌아갈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영국 스카우트 측은 바로 출국하지 않고 호텔에서 머물다가 애초 계획대로 13일 자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번 잼버리는 세계 155개국 약 4만 명의 청소년이 참가했다. 전체 참가자의 10%를 차지하는 영국이 행사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이번 잼버리는 사실상 파행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정부는 현장 폭염으로 온열 환자들이 속출하자 대사관 직원들이 현장에 상주하면서 현장 상황을 모니터링했고 참가국들 중 가장 먼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이번 잼버리가 미숙한 운영으로 질타받는 가운데 지난해 열릴 예정이던 ‘프레잼버리’(잼버리 예비 행사)가 기반 시설 미비로 개최가 취소되는 등 부실 행사가 예견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잼버리 주최국은 통상 본행사 전에 프레잼버리를 열어 준비 상황을 점검한다. 전 세계 청소년 수만 명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모의고사’를 치르는 셈이다. 그런데 잼버리조직위원회는 지난해 8월 개최할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를 행사 2주 전에 돌연 취소했다. 당시 조직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같은 달 낸 여성가족부 결산심사 검토보고서에선 “상하수도와 주차장 같은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프레잼버리) 행사 정상 개최에 대한 회의적인 입장도 존재했다”고 분석했다. 잼버리 영지는 올해 장마를 거치며 곳곳에 물이 차는 등 같은 문제가 반복됐고 폭염까지 덮치면서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다. 4일 조직위는 새만금 잼버리 영지에 설치된 잼버리 병원에서 3일 하루 동안 1486명이 진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잼버리 부실 운영에 대한 국내외 우려가 커지자 총력 대응에 나섰다. 이날 오후 잼버리 행사 현장을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가 전면에 나서서 마지막 참가자가 새만금을 떠날 때까지 안전 관리와 원활한 대회 진행을 책임지겠다”고 밝혔다.잼버리 ‘최대 참가국’ 英 이어 연쇄철수 우려… 행사 파행 불가피 170개 야외행사 대부분 스톱“즐길거리 없이 땡볕 고문 수준”일일체험 나선 성인들조차 분통尹 “냉방버스 등 무제한 공급” 지시 전북 부안군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캠프에서 4일 영국 스카우트 참가자들이 안전을 이유로 철수를 결정함에 따라 이번 잼버리 행사의 파행이 불가피하게 됐다. 영국은 이번 잼버리에서 가장 많은 4500여 명의 스카우트 대원을 파견했다. 영국에 이어 나머지 국가들도 잼버리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어 연쇄 철수 우려도 나오고 있다. 조직위는 4일 0시 기준으로 총 155개국, 3만9304명이 잼버리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참가하기로 한 4만3000여 명에는 못 미쳐 상당수가 입소하지 않거나 퇴소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이기순 여성가족부 차관은 브리핑에서 “해외 국가가 외교 채널을 통해 안전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열악한 환경에 코로나19까지 발생 이날 계속되는 폭염으로 온열질환자가 속출하자 잼버리조직위원회는 야영장 내에서 이뤄지는 170여 개 야외 프로그램 운영을 대부분 중단했다. 전날만큼의 ‘대혼란’은 없었지만 일반인이 드나들 수 있는 델타 구역 안팎에선 여전히 참가자 불편이 이어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하다.” 4일 오전 잼버리 행사장에서 만난 김모 씨(32)는 “더위를 피할 제대로 된 시설조차 없다”면서 “왜 학생들이 어지럼증을 호소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 씨는 일일 체험에 참여하기 위해 휴가까지 냈으나 이미 무더위에 지친 모습이었다. 젊은 시절 스카우트 지도자로 활동했다는 김가현 씨(79)는 “최소한의 안내 표시판조차 없어 불편하고, 시설도 엉망이어서 즐길거리가 없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은 유모 씨(45)는 “에어컨이 없는 체험관은 불볕더위로 숨이 막히는 실외와 다를 바 없었다. 제대로 된 체험도 못 하고 힘만 들었다”고 했다. 세계 각국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푸드하우스’ 행사장도 열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일부 부스는 현금만 사용할 수 있어 현장에 설치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2대 앞에는 돈을 찾으려는 50여 명의 학생과 일일 체험자들이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늘어섰다. 이날 오후 현장의 일부 ATM에는 더 이상 현금 출금이 불가하다는 ‘X자’ 표시가 붙기도 했다. 야영장 내 환자 발생도 계속되고 있다. 조직위에 따르면 새만금 잼버리 영지에 설치된 잼버리 병원에선 3일 하루 동안 1486명이 진료를 받았다. 이 중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138명이었다.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3일까지 28명 발생해 추가 전파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에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4일 폭염 속에서 진행 중인 세계잼버리대회를 중단해 줄 것을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 尹 대통령 “냉방버스, 냉동탑차 무제한 공급” 여름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라”고 4일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날 긴급 소집된 임시 국무회의에서는 잼버리 대회 지원을 위한 예비비 69억여 원 지출안이 의결됐다. 정부는 참여자들이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쿨링 버스’ 130대를 이날 현장에 배치했다. 또 참가자들에게 매일 얼음 생수를 5병씩 나눠주는 등 개인 폭염 대비 물품도 지급하기로 했다. 의료 인프라도 확충됐다. 야영장 안에 설치된 잼버리 클리닉 5곳의 운영시간을 매일 밤 12시까지로 연장하고, 5일까지 의사 37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자체 인력 외에 민간 병원으로부터 의료진 파견도 받는다. 세브란스병원은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의료진 18명을 4일 현장에 파견했고, 서울대병원도 의료진을 보냈다. 대한의사협회도 이르면 5일부터 응급의료지원단을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외교부는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에 주재하는 23개국의 주한 외교단을 상대로 폭염, 위생 등 잼버리 운영 논란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조치 사항에 관해 설명했다. 외교부는 오영주 2차관을 반장으로 내부 태스크포스(TF)도 꾸려 주한 외교단과 잼버리조직위원회 간 소통도 돕기로 했다. 해외 학부모들 사이에서 잼버리에 참여 중인 자녀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준비 예산 못 쓰고 ‘내년 이월’ 반복 행사 준비 부족과 시설 미비로 원성을 사고 있지만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개최에 책정된 예산은 총 1030억 원에 이른다. 2017년 대회 유치 직후에는 491억 원을 예상했으나 준비 과정에서 2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준비에 차질을 빚으며 지급된 예산을 제때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난해 제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여가위)가 여성가족부 결산심사를 앞두고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해 전북도가 잼버리 시설 조성 등에 쓰기 위해 확보한 예산은 55억7100만 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말 기준으로 집행된 예산은 이 중 8.3%인 7억8300만 원에 불과했다. 여가위는 보고서에서 2020년과 2021년에도 예산이 예정대로 쓰이지 못하고 다음 해로 이월되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프레잼버리가 취소된 것도 이러한 준비 지연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지운 기자 easy@donga.com부안=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부안=최미송 기자 cms@donga.com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주말인 5, 6일에도 전국 낮 최고기온이 37도까지 달하는 폭염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 곳곳에 소나기가 내려 습도까지 높은 ‘습한 폭염’이다. 2023년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야영장이 있는 전북 부안군 새만금 역시 주말 동안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오른다. 바다에 인접한 탓에 한낮에는 60∼70%, 저녁부터는 90%까지 습도가 높아진다. 푹푹 찌는 찜통더위가 예고돼 참가자들의 건강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4일 기상청에 따르면 6일까지 무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에 강한 게릴라성 소나기가 쏟아진다. 5일 전국 아침기온은 23∼28도, 낮 최고기온은 32∼37도에 이르며 강원 및 충청 내륙과 전라 경상 제주 등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소나기가 내리겠다. 전라 지역은 5∼60mm, 그 외 지역은 5∼40mm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2일 밤부터 3일 오전 사이 밤 최저기온이 30도를 넘어섰던 강원 강릉은 3일 밤 최저기온도 30.7도로 이틀 연속 ‘초(超)열대야’가 나타났다. 그 외 서울(26.5도), 청주(26.6도), 목포(26.2도), 포항(27.6도) 등 많은 지역이 열대야를 보였다. 열대야는 전날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경우를 이르며 30도가 넘으면 초열대야라고 표현한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면서 온열질환자도 급증하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모두 1385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다. 이 중 18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온열질환자는 29%, 사망자는 3배로 늘었다. 특히 29일엔 하루 7명이 사망했는데, 이는 2011년 온열질환 감시체계를 가동한 이후 하루 사망자로는 가장 많았다.김예윤 기자 yeah@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역 일대에서 차량으로 퇴근길 행인 5명을 들이받고 흉기로 백화점 내에서 시민 9명을 무차별 습격한 최모 씨(22)가 범행 하루 전날 흉기 2개를 구입해 서현역을 찾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 씨가 3년 전 ‘조현성 인격장애’(분열성 성격장애)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고, 집 근처 마트에서 흉기를 사서 사전에 범행 장소까지 둘러본 점에 비춰 이 사건을 피해망상에 빠진 ‘외톨이 테러범’에 의한 계획 범죄로 보고 4일 최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정실질환 진단 후 최근 3년간 치료 거부”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범행 전날인 2일 오후 6시 40분경 자신의 집 근처 대형마트에서 회칼과 과도를 구입해 바로 서현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 씨는 서현역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무서운 생각이 들어 (바로) 실행에 옮기진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일 최 씨가 자신을 스토킹하는 집단 구성원 다수가 서현역에 있다고 생각해 범행 장소로 정하고 차량과 흉기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전과는 없지만 정신질환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결과 최 씨는 대인기피증으로 분당구의 한 고등학교를 1학년 때 자퇴했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병원 2곳에서 지속적으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2020년 조현병 직전 단계인 조현성 인격장애 판정을 받았다. 최 씨는 약을 처방받아 복용해 오다 최근 3년 동안은 치료를 거부해 더 이상 진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의 직계가족 중에서도 조현병을 앓았던 병력이 있다고 한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비현실적인 공상 등이 특징인 증상으로 제때 치료받지 않을 경우 조현병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는 질환”이라고 했다. 최씨는 체포 직후 “경찰이 날 보호해 줘야 한다” “특정 집단이 나를 스토킹하며 괴롭히고 죽이려 한다. 내 사생활을 전부 보고 있다”며 횡설수설했다고 한다. 경찰은 최 씨가 사용하던 휴대전화 2대와 컴퓨터 1대도 압수해 인터넷 게시글과 검색 이력 등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가 온라인에 떠도는 ‘살인 예고글’을 작성한 사실이 있는지도 포렌식 결과가 나오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 중3 시절 올림피아드 입상한 영재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 씨는 중학교 3학년이던 2015년 당시 올림피아드에 참가해 입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최 씨는 수학 등 이과 분야에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최 씨는 특목고가 아닌 일반고에 진학했다. 최 씨가 비뚤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즈음이었다고 한다. 급기야 영재 출신으로 프로그래머를 꿈꾸며 공부해왔던 최 씨가 수년 뒤 ‘외톨이 테러범’으로 돌변한 것이다. 최씨는 서현역에서 도보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곳에 가족들의 도움으로 아파트를 얻어 혼자 지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의 친형은 특목고에 진학한 뒤 명문대에 입학했다고 한다. 최씨는 사건 당시 어머니 소유 차량을 운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의 아버지는 3일 범행 직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 차가 왜 거기에 있느냐. 범인은 잡혔느냐”며 혼란스러워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최 씨 아버지는 사건 발생 1시간 반이 지날 때까지 부부가 쓰던 차량을 아들이 타고 나가 범행을 저질렀는지 모르고 있었다. 경찰은 피해자 보호팀에 18명을 편성하고 피해자별 일대일 전담 요원을 매칭해 부상자와 가족 등을 상대로 심리지원을 하고 있다. 성남=이경진 기자 lkj@donga.com최원영 기자 o0@donga.com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