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양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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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빠져 사는 사람들을 소개합니다. 건강해야 100세까지 즐겁게 살 수 있습니다.

yjongk@donga.com

취재분야

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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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해진의 이 선물, 디스크를 떨쳐냈다” 영화배우 진선규의 건강법[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두 번의 허리 디스크 수술은 그의 몸놀림을 제한했다. 어렸을 때 태권도와 합기도를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시절 애크러배틱 서클을 만들어 활동했다. 사회생활 하면서 복싱과 브라질 무술 카포에라까지 즐겼던 그로선 다소 답답한 삶이 이어졌다. 하지만 달리기를 통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범죄도시’ ‘극한직업’으로 유영한 영화배우 진선규 씨(46)는 디스크 수술 후유증을 달리기로 극복했고 이젠 산까지 뛰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2019년 ‘승리호’ 찍다가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어요. 10여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수술이었죠.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같이 영화를 찍던 유해진 선배(53)가 ‘신발 하나 사줄 테니 걷고 달려봐’라며 고급 트레일러닝화를 선물해줬어요. 그때부터 걷고 달렸습니다.” 처음엔 동네 뒷산을 걸었다. 걷다보니 달릴 수도 있었다. 달리다보니 근육이 생겨 허리도 좋아졌다. 그는 “ 무엇보다 달리면 즐겁고 몸에 활력이 생겼다. 내 몸에 딱 맞은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때부터 달리기는 매일 꼭 달려야 하는 루틴이 됐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것은 2년 전 과거 함께 영화를 찍었던 고한민이란 후배의 조언을 받으면서다. 고한민 씨(40)는 연예계에서 달리기 마니아로 유명하다. 진 씨는 “그 친구는 매일 달리는 마라톤 전문가다. 내게 달리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해줬다”고 했다. 5km, 10km, 20km. 그는 “난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함께 하면 더 즐겁고 힘도 덜 들었다”고 했다. 알음알음 자연스럽게 크루(동호회)가 형성 됐다. 달리기를 즐기는 모임이다.“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입니다. 제가 함께 달리는 모임은 자연스럽게 마라닉을 하죠. 즐겁게 소풍가듯 달립니다. 전 영화 찍을 때도 매일 그 지역을 달려요.” 22일 개봉할 ‘카운트’를 경남 진해에서 찍은 4개월 동안도 매일 달렸다. 그는 “오랜만에 내 고향 진해를 구석구석 달리면서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km를 달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 및 TV 촬영을 위해 어딜 가든 달린다. 해외서도 마찬가지다. 달리면서 그 지역을 눈에 하나하나 담는다. “달려보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 tvN에서 방영된 ‘텐트 밖은 유럽’을 유해진 씨와 함께 촬영하면서도 달렸다. 달리면서 체력이 좋아져 어떤 힘든 촬영도 즐겁게 버틸 수 있었다. 지난해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그는 “산을 달리면 내 호흡과 심박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내에게만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지난해 여름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를 크루 멤버들하고 달렸어요. 그냥 함께 뛰어보자며 나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어요. 하지만 완주한 뒤 너무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무와 꽃, 바위 등 자연과 함께 하는 느낌이 좋았죠.” 그때부터 트레일러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0년대 초반 사막과 남극 등 오지를 달려 ‘오지레이서’로 알려진 유지성 OSK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52)를 만나면서 산 달리기를 배우고 있다. 유 대표는 최근 국내 트레일러닝 대회를 만들어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유 대표가 강원도 영월군과 함께 지난해 12월 개최한 ‘2022 스타트 영월 에코하이킹대회’ 15.6km에도 참가해 걸었다. 지난해 10월엔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2시간1분28초에 완주했다. 산과 도로는 달리는 맛은 다르지만 완주의 기쁨은 같았다.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 감독과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완주했다. 달리다보니 마스터스마라토너를 지도하고 있는 권 감독도 1년 전 자연스럽게 만났고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진 씨는 지난해 가을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11월 대회를 앞두고 30km 장거리 달리기를 했는데 오른쪽 무릎 장경인대 부상이 온 겁니다. 허리가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 무리를 하다보니…. 원래 디스크 탓에 왼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오른쪽에 힘이 쏠리다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풀코스 도전 대신 거리에서 회원들 완주를 응원했어요.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다시 도전하려고 했는데 역시 20km를 넘어가는 훈련을 하면 장경인대 쪽에 통증이 와서 포기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달리며 버틸 수 있는 한계를 현재론 20km로 규정했다. 그 이상을 하면 몸에 무리가 갔다. 그리고 바로 다시 초보자로 돌아갔다. 최근부터 권 감독의 도움을 받아 기초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권 감독님이 전신의 근육 균형을 맞춰 다시 달려야 부상이 없다고 권유했다”고 했다. 주 1,2회 권 감독 마라톤스쿨에서 달리기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진 씨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기회만 되면 달리기의 매력을 얘기한다.“제가 언론 인터뷰나 방송에 나가서 얘기하다보면 어느 순간 달리기를 말하고 있어요. 그래서 ‘아 제가 참 달리기를 좋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만나는 사람들에게 달리기를 권유하고 있어요. 30분 달리는 게 쉽지 않지만 걷기부터 해서 조금씩 달리면 누구나 달릴 수 있어요. 그렇게 4주, 8주 하면 달리기의 희열을 느낄 수 있죠. 온전히 내 숨소리를 들으며 달려 땀을 흘리고 나면 몸과 마음이 맑아져요.” 달리기가 왜 좋을까?“사람들이 물어요. ‘왜 힘들게 달리냐고?’ 그럼 30분만 달려보라고 합니다. 짧은 시간에 모든 잡념을 잊고 온전히 나에 집중하며 에너지를 쏟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정말 내 발소리와 심장박동, 호흡 소리만 들려요. 바람이 ‘쉭’ 하고 내 몸과 머리에 있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흠뻑 땀 흘리면 심신이 리플레시됩니다.” 진 씨는 사막마라톤 출전도 꿈꾸고 있다.“유 대표님을 만나면서 사막마라톤에 대해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6박 7일간 25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이지만 또 가고 싶다는 말에 놀랐죠. 사막과 산, 돌산, 개울을 달리는 재미가 좋다고 합니다. 사막의 밤하늘도 예술이라고…. 도심을 떠나 자연의 참맛을 느낀다나요. 듣는 것만으로도 황홀했어요. 산을 달려보니 알겠어요. 몸이 만들어지며 저도 꼭 사막마라톤에 도전할 겁니다.” 진 씨는 올 가을까지 몸을 만들어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할 계획이다. 그리고 사막마라톤 도전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카운트는 어떤 영화일까. 그는 “한 체육교사가 아웃사이더 아이들하고 복싱을 매개로 서로의 꿈을 공유하는 건강한 영화다. 달리는 장면이 많아 정말 건강하게 찍었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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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디스크로 약해진 몸, 달리기로 되살렸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영화배우 진선규 씨(46)는 2019년 ‘승리호’ 촬영 당시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10여 년 전에 이어 두 번째 수술이었다. 어렸을 때 태권도 합기도를 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시절부터 애크러배틱도 하고 복싱도 즐기던 그는 수술 후 모든 움직임을 조심해야 했다. 그때 승리호에 같이 출연한 선배 배우 유해진 씨(53)가 “신발 하나 사줄 테니 걷고 달려봐”라며 고급 트레일러닝화를 선물해 준 게 계기가 돼 이젠 산까지 뛰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처음엔 동네 뒷산을 걸었죠. 걷다 보니 달릴 수 있었고, 달리다 보니 근육이 생겨 허리도 좋아졌죠. 무엇보다 달리면 즐겁고 몸에 활력이 생겨요. 제 몸에 딱 맞는 운동이라는 느낌이 들었죠. 그때부터 달리기는 매일 해야 하는 루틴이 됐습니다.”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한 건 2년 전 함께 영화를 찍었던 후배 고한민 씨(40)의 조언을 받으면서다. 진 씨는 “그 친구는 매일 달리는 마라톤 전문가다. 내게 달리기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페이스메이커 역할도 해줬다”고 했다. 5km, 10km, 20km. 그는 “함께 달리는 게 좋았다. 함께 하면 더 즐겁고 힘도 덜 들었다”고 했다. 알음알음 자연스럽게 크루(동호회)가 형성됐다. 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마라톤과 피크닉을 합친 ‘마라닉’이다. 나와 함께 달리는 모임은 마라닉을 한다. 소풍 가듯 즐겁게 달린다. 난 영화 찍을 때도 매일 그 지역을 달린다”고 했다. 22일 개봉할 영화 ‘카운트’를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서 찍는 4개월 동안에도 매일 달렸다. 그는 “오랜만에 내 고향 진해를 구석구석 달리면서 제대로 느꼈다”고 했다. 그는 매일 새벽 5km를 달리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영화와 TV 촬영을 위해 어딜 가든 달린다.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달리면서 그 지역을 하나하나 눈에 담는다. “달리다 보면 안 보이던 것도 보인다”고 했다. 지난해엔 트레일러닝에도 입문했다. “지난해 여름 강원 정선군에서 열린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12km를 크루 멤버들과 달렸어요. 그냥 함께 뛰어보자며 나갔는데 정말 힘들었죠. 거의 죽을 지경까지 갔어요. 하지만 산을 달리면서 내 호흡과 심박 소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어요. 온전히 저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죠. 나무와 꽃, 바위 등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도 좋았어요.” 지난해 10월엔 서울레이스 하프코스를 2시간1분28초에 완주했다. 산과 도로는 달리는 맛은 다르지만 완주의 기쁨은 같았다. 한국 여자마라톤 최고기록을 세웠던 권은주 감독과 회원들의 도움을 받아 완주했다. 달리다 보니 마스터스 마라토너를 지도하고 있는 권 감독도 1년여 전 자연스럽게 만났고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 진 씨는 지난해 가을 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도전하려다 부상을 입기도 했다. “11월 대회를 앞두고 30km 장거리 달리기를 했는데 오른쪽 무릎 장경인대에 이상이 왔어요. 원래 허리 디스크 탓에 왼쪽 무릎이 안 좋았는데 오른쪽으로 힘이 쏠리다 보니 탈이 난 것 같아요. 그래서 풀코스 도전 대신 거리에서 회원들 완주를 응원했어요. 올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에 다시 도전하려고 했는데 역시 20km를 넘어가는 훈련을 하면 장경인대 쪽에 통증이 와서 포기했습니다.” 진 씨는 다시 달리기 초보자로 돌아갔다. 권 감독의 도움을 받아 기초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권 감독님이 전신의 근육 균형을 맞춘 뒤 달려야 부상이 없다고 권유했다”고 했다. 권 감독의 마라톤스쿨에서 주 1, 2회 달리기의 기초를 배우고 있다. 진 씨는 “많은 사람들이 달렸으면 좋겠다”며 기회만 되면 달리기의 매력을 얘기한다. 그는 “30분 달리는 게 쉽지 않지만 걷기부터 시작해 달리는 거리와 시간을 조금씩 늘리면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렇게 4주, 8주 하다 보면 달리기의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온전히 내 숨소리를 들으며 달려 땀을 흘리고 나면 심신이 맑아진다”고 했다. 진 씨는 달리기 덕분에 카운트의 복서 출신 체육교사 역할을 잘 찍었다고 했다. “영화를 준비하며 하루 네다섯 시간의 복싱 훈련도 소화했다. 또 달리는 장면이 많아 정말 건강하게 찍었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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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스포츠 산업은 신 국가 성장동력…27년까지 100조원 이상으로 키운다

    문화체육관광부가가 스포츠 산업을 신 국가 성장 동력으로 보고 2027년까지 국내 스포츠 산업 규모를 100조 원 이상으로 키우겠다고 밝혔다.문체부와 대한체육회는 14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 벨로드롬 경기장에서 ‘2023년 대한민국 체육비전 보고회’를 열었다.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 시도 및 시·군·구 체육회장, 생활체육 동호인 등 약 1600명이 참석했고, 윤석열 대통령도 행사장을 찾아 체육인들을 격려했다. 이번 비전 보고회는 9월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훈련 개시식 및 민선 2기 시도 체육회장 당선 축하를 겸해 열렸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스포츠 산업은 새롭고 차별화된 성장 동인이다. 2021년 기준 64조 원인 스포츠 산업 규모를 2027년까지 100조 원 이상으로 키워 체육 현장의 자립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K-컬처와 스포츠의 융합, 스타 비즈니스 등으로 스포츠 산업을 키우겠다”고 덧붙였다. 취임 후 처음으로 진천선수촌을 찾은 윤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체육인의 땀과 열정이 담긴 진천선수촌에서 비전을 공유하게 돼 기쁘다.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다. 스포츠 산업을 국가 성장 동력으로 삼고 육성하겠다. 우리는 2차례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세계적인 스포츠 인프라도 최고의 선수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엘리트 스포츠가 세계 최고 수준이 돼야 한다. 국민 건강을 향상하고 양질의 복지를 추구하는 스포츠 복지 정책 추진할 것이다. 스포츠 인프라를 촘촘하게 확충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스포츠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대표 지원, 엘리트 체육의 성장을 위한 지역과 학교 스포츠 지원, 체육인 복지, 생활 체육 활성화 등 한국 체육에 관한 거의 모든 부문을 화두에 올렸다. 정부는 국가대표 선수와 지도자의 처우 개선, 은퇴 선수들을 위한 재정 마련, 엘리트 스포츠 인재 양성, 전 국민 생애 주기별 맞춤형 스포츠 활동 지원, 스포츠 클럽을 중심으로 한 생활 스포츠 확대 등도 ‘달성 과제’로 선정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은 “체육회는 정부와 협력해 엘리트 체육과 생활 체육 지원을 강화하고, 건강한 스포츠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라며 “국내외 단체와 소통하고 협력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체육 단체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3-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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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체력 안 져요”… 아들 둘 워킹맘은 오늘도 달린다[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외국계 은행에 다니는 ‘워킹 맘’ 백은주 씨(43)는 요즘 트레일러닝으로 활력을 찾고 있다.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즐기던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산을 달리는 묘미에 빠져 있다.“대학시절부터 치열하게 살면서 항상 운동을 놓지 않았어요.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살도 잘 붙는 체질이라 운동을 해야만 몸매 관리가 됐죠. 음식을 조절하며 덜 먹는 것으론 절대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죠. 주로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거나 러닝머신 위를 달렸습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서도 이 루틴은 바뀌지 않았다. 아들 둘을 낳고는 더 운동에 매진했다. 늘어난 체중 감량과 스트레스 탈출을 위해서다. 특히 달리기가 좋았다.“전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코로나19로 실내 운동이 금지되면서 돌파구로 찾은 게 등산이었죠. 운동을 못해 몸이 근질근질할 때 집 근처 산을 올랐는데 살 것 같았습니다. 그 때 산을 달리는 사람들을 봤고 저도 달렸죠. 자연스럽게 트레일러닝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서울 집 근처(서울 성동구 상왕십리) 아차산을 올랐고, 인왕산, 북악산 등을 찾았다. 2021년 여름부터 ‘올댓트레일’이란 크루(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 백 씨는 산이 주는 풍광보다는 엄청난 운동량 때문에 트레일러닝이 좋았다. 10km, 20km, 30km….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즐겨서인지 산을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더 즐거웠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느낌도 든다”고 했다. 토요일 북한산을 20~30km 달리고 일요일 다시 15~20km를 달리는 식으로 산을 누볐다.“트레일러닝이란 게 참 묘해요. 주말에 달리고 나면 월요일, 화요일엔 근육통 때문에 고생을 해요. 그런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말짱해져요. 이게 반복되니까 제 능력이 업그레이드되는 겁니다. 10km도 힘겨워했는데 어느 순간 50km까지 달리는 겁니다. 또 주말에 긴 거리를 달린 뒤 몸이 너덜너덜했는데 이젠 다음날 말짱한 거예요. 그 재미가 너무 좋았어요.” 달리다보니 대회 참가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 “지난해 6월 열린 하이원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42km에 출전해 10위를 했어요. 상위권 기록을 살펴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산을 탔죠. 지난해엔 주당 40~50km 산을 달렸어요. 달리는 재미도 있었지만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죠. 이왕 하는 김에 결과도 좋으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백 씨는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50K 53km부문에서 9시간38분25초로 여자부 3위를 했다. 그리고 그 1주일 뒤 열린 트레일온런 30km부문에서 4시간34분30초로 여자부 2위를 했다. 2주 연속 출전해 상위권에 올라 기뻤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무리한 탓에 햄스트링 손상을 입은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을 2주 연속 입상할 정도로 무리해서 온 증상이라며 대체 운동을 권했다”고 했다. 최근 백 씨가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이유다. 현재 즐기는 운동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운동을 하는 것으로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이라 한다. 특정 근육만 과도하게 써서 입을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는 훈련법이다. 마라톤마니아들이 사이클과 수영을 병행하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으로 연결된다. 백 씨는 5년 전 회사를 옮기면서 한 2년을 달리기에만 매달린 적이 있었다. 새 회사에 적응해야 했고 계속 되는 업무에 스트레스도 많았다. 점심시간에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달렸다. “아이들도 키워야 하고 회사일도 잘해야 하고…. 달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매일 10km를 달렸다. “그 전까진 매일 운동하진 않았다. 피곤했지만 쉬는 것보단 달리고 났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 그렇게 1년을 하자 체력도 좋아졌지만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 달리기도 습관이 돼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운동이 긍정의 에너지를 줬어요. 운동한 뒤 에너지가 채워지니까 하루라도 안하면 몸이 반응을 해요. 그래서 매일 운동하게 됐죠.” 백 씨는 서른 살이 넘으면서 정말 힘든 시기였지만 달리기가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20세부터 40세까진 엉덩이 붙이고 소파에 앉아서 쉰 적이 별로 없었어요. 또 지난 10여 년 동안은 제 삶이 없었어요. 열심히 일도 해야 하고, 아이들도 잘 키워야 하고…. 그러려면 제가 더 건강해야 했죠. 일도 잘하고 아이들도 잘 키우려면 체력이 필요했죠. 그리고 사회생활 하는데 건강한 외모도 도움이 됐죠. 솔직히 한동안 전 살기 위해서 운동에 매달렸어요.” 지금은 “내가 원했던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첫째가 중학교 2학년, 둘째가 5학년이 되니 저의 부담이 많이 줄었어요. 그렇다보니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에 여유가 생겨 그 시간을 잘 활용해 인생을 즐기고 있습니다.” 백 씨는 트레일러닝 전도사도 자처한다.“제가 운동하는 모습을 쭉 지켜본 친구 등 지인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그래서 트레일러닝의 매력을 알려주고 싶어요. 트레일러닝이 잘 알려지지 않아 진입장벽이 다소 높은데 제 경험을 바탕으로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겨울엔 산 달리기를 쉬는 계절이다. 눈이 내려 미끄럽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있다. 대신 주말에 눈 쌓인 산을 걸었다. 체력훈련으론 그만이었다. 2월 2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남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남산 2바퀴를 달리면 15km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각 1시간씩 하고 있다. 이젠 장거리 달리기도 시작한다. 3월 19일 열리는 2023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처음 42.195km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첫 풀코스 도전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싶어요. 트레일러닝대회에서 다시 입상하는 게 올해의 목표입니다. 사이클, 수영도 열심히 해 2종목씩 열리는 듀애슬론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론 철인3종도 완주할 겁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오는 만족감과 자존감이 저를 더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야 멋진 중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무리하진 않는다. 즐기는 게 최고의 목표다. 그는 “몸을 예쁘게 만들면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너무 무리하게 달리는 분들의 경우 살이 너무 빠져 앙상하게 보였다. 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다. 목표를 설정하고 열심히 할뿐이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트레일러너들의 꿈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출전도 도전할 계획이다. UTMB는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1km(UTMB), 100km(CCC), 145km(TDS), 300km(PTL), 55km(OCC), 40km(MCC), 15km(ETC), 15km(YCC) 등 8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출전하려면 포인트를 쌓아야 한다. UTMB 포인트를 주는 국내외 대회에 출전해야 한다.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 그에게 세상엔 온통 도전할 것투성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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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 업무-육아 스트레스, 달리면서 훨훨 날렸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대학 시절부터 치열하게 살면서 항상 운동을 놓지 않았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살도 잘 붙는 체질이라 운동을 해야만 몸매 관리가 됐다. 음식을 조절하며 덜 먹는 것으론 절대 제대로 된 다이어트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주로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거나 트레드밀 위를 달렸다. 외국계 은행에 입사해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결혼을 하고서도 이 루틴은 바뀌지 않았다. 특히 달리기가 좋았다. 아들 둘 키우는 ‘워킹 맘’ 백은주 씨(4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부터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빠져 살고 있다.“실외보다는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코로나19로 실내 운동이 금지되면서 돌파구로 찾은 게 등산이었죠. 운동을 못 해 몸이 근질근질할 때 집 근처 산을 올랐는데 살 것 같았습니다. 그때 산을 달리는 사람들을 봤고 저도 달렸죠. 자연스럽게 트레일러닝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2021년 여름부터 ‘올댓트레일’이란 크루(동호회)에 가입해 달리고 있다. 백 씨는 산이 주는 풍광보다는 엄청난 운동량 때문에 트레일러닝이 좋았다. 10km, 20km, 30km…. 평소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즐겨서인지 산을 달리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더 즐거웠다. “목표한 거리를 완주하면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이겼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달리다 보니 대회 참가에 대한 욕심도 생겼다.“지난해 6월 열린 하이원 운탄고도 스카이레이스 42km에 출전해 10위를 했어요. 상위권 기록을 살펴보니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죠. 그래서 더 열심히 산을 탔죠. 지난해엔 주당 40∼50km 산을 달렸어요. 달리는 재미도 있었지만 대회에서 상위권에 입상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죠. 이왕 하는 김에 결과도 좋으면 성취감도 느낄 수 있죠.” 백 씨는 지난해 9월 열린 코리아 50K 53km 부문에서 9시간38분25초로 여자부 3위를 했다. 그리고 그 1주일 뒤 열린 트레일온런 30km 부문에서 4시간34분30초로 여자부 2위를 했다. 2주 연속 출전해 상위권에 올랐지만 후유증이 남았다. 무리한 탓에 햄스트링 손상을 입은 것이다. “정형외과 전문의가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운동을 2주 연속 입상할 정도로 무리해서 생긴 증상이라며 대체 운동을 권했다”고 했다. 최근 백 씨가 사이클을 타기 시작한 이유다. 현재 즐기는 운동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운동을 하는 것으로 크로스트레이닝(Cross-Training)이라 한다. 특정 근육만 과도하게 써서 입을 수 있는 부상을 방지하는 훈련법이다. 마라톤 마니아들이 사이클과 수영을 병행하는 이유다. 자연스럽게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으로 연결된다. 백 씨는 5년 전 회사를 옮기면서 2년가량을 달리기에만 매달린 적이 있었다. 새 회사에 적응해야 했고 계속되는 업무에 스트레스도 많았다. 점심시간에 피트니스센터로 가서 달렸다. “아이들도 키워야 하고 회사 일도 잘해야 하고…. 달리지 않으면 미칠 것 같았다”고 했다. 매일 10km를 달렸다. “피곤했지만 쉬는 것보단 달리고 났을 때 기분이 더 좋았다. 그렇게 1년을 하자 체력도 좋아졌고 업무 효율도 높아졌다”고 했다. 겨울은 산 달리기를 쉬는 계절이다. 눈이 내려 미끄럽기 때문에 다칠 위험이 있다. 대신 주말에 눈 쌓인 산을 걸었다. 체력 훈련으로는 그만이었다. 지난주부터 매주 목요일 저녁 서울 남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다시 시작했다. 남산 2바퀴를 달리면 15km다. 평소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를 각 1시간씩 하고 있다. 이젠 장거리 달리기도 시작한다. 3월 19일 열리는 2023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는 처음으로 42.195km 풀코스 완주에 도전한다.“풀코스 첫 도전에서 좋은 기록을 내고 싶어요. 트레일러닝대회에서 다시 입상하는 게 올해의 목표입니다. 사이클, 수영도 열심히 해 2종목씩 열리는 듀애슬론 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입니다. 궁극적으론 철인3종도 완주할 겁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오는 만족감과 자존감이 저를 더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건강해야 멋진 중년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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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진했을때 새로운 에너지 넘쳐”…부상도 못 막은 ‘산 달리기’ 사랑[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해야 할까요? 산을 달리는데 어느 순간 가급적 긴 거리를 달리게 됐습니다. 산을 오르고 내리고 힘들지만 완전히 탈진했을 때 새로운 에너지가 몸속에 끓어 넘치는 기분이 들었어요. 그 때부터는 산을 전투적으로 타고 있습니다.” 마쉬코리아에 근무 중인 정재원 씨(43)는 달리기과 클라이밍 마니아다. “내 최애 스포츠”라고 당당히 말한다. 클라이밍 하다 왼쪽 발목 인대가 끊어지고 산을 달리다 왼쪽 무릎 측면 인대를 다쳤지만 그의 ‘산 달리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2015년쯤 일겁니다. 실내에서 스포츠클라이밍을 하다 떨어져 왼쪽 발목 인대 3개가 끊어 졌습니다. 병원을 찾았는데 두 곳은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고, 한 곳은 수술하면 다시 끊어지니 하지 말고 재활하자고 했어요. 전 후자를 택했죠. 한 1년 반 운동을 하지 못했지만 오히려 발목을 강화하는 훈련을 많이 하게 됐고 부상이 없어야 운동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더 주의해서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정 씨의 달리기 사랑은 예비군으로 복학한 대학시절인 2003년 시작됐다. 그는 “해병대 갔다 온 친구가 함께 운동하자고 했다. 당시 술을 전혀 하지 못하던 때라 흔쾌히 따라 나섰다”고 했다.“그 즈음 대학 축제 때 5km 단축마라톤 대회가 열려 참가했는데 완주한 뒤 느낀 성취감과 희열이 저를 계속 달리게 만들었습니다. 그 때쯤 스포츠브랜드들이 5km, 10km 단축마라톤대회를 개최하고 있었고 적극 참가했습니다.” 달리기의 매력에 빠진 뒤 수업이 끝난 뒤 거의 매일 5~10km를 달렸다. 학교 캠퍼스와 서울 한강변을 주로 달렸다. 주말에는 20km 이상 중장거리를 달렸다. 그는 “술을 못 마셨기 때문에 저녁엔 늘 시간이 남았다”고 회상했다. 42.195km 마라톤 풀코스는 2007년 완주했다. 그해 가을 열린 대회에서 3시간47분대에 완주했다. 마라톤을 즐기던 그는 2011년 사막마라톤 등 극한의 오지를 달린 ‘오지레이서’ 유지성 OSK 아웃도어스포츠코리아 대표(52)가 쓴 ‘하이 크레이지’란 책을 보고 사막마라톤 완주를 결심했다. 하이 크레이지는 유 대표가 사하라와 고비, 아타카마 등 세계 3대 사막마라톤과 남극마라톤까지 완주하는 등 15번의 오지 레이스 4000km에 도전해 완주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정 씨는 여기저기 수소문해서 유 대표를 만났고 결국 2017년 고비사막마라톤을 완주했다. 고비사막마라톤은 6박7일간 250km를 달리는 ‘지옥의 레이스’다. “힘겨웠지만 절대 잊을 수 없는 레이스였죠. 끝이 보이지 않는 지평선을 뛰면서 제가 어디를 뛰고 있고 잘 가고 있는 건지에 대한 두려움이 제일 컸습니다. 그런데 그런 막연함을 극복하고 골인 지점에 도착했을 때의 희열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컸습니다.” 어릴 때부터 산을 좋아했던 정 씨는 사막마라톤을 준비하면서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도 빠져 들었다.“그냥 산에 가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어요. 나무와 꽃, 풀, 바위, 개울…. 자연과 하나 된다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사이에 끼어 있는 것보다는 산에 있는 게 좋잖아요.” 국내에서 열린 트레일러닝은 거의 빠지지 않고 다 뛰었다. 코리아 50K, 노스페이스 TNF 100, 서울 100K(서울 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대회) 50km, 서울둘레길 157km. 트렌스제주 트레일러닝 100km…. 서울둘레길 157km는 36시간에 완주했다. 21km를 달리며 온갖 장애물을 넘는 스파르탄레이스 비스트도 두 차례 완주했다.“제가 국내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은 거의 다 완주했는데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는 두 번 출전해 다 포기했습니다. 2021년엔 80km에서 포기했습니다. 40km쯤에서 왼쪽 무릎 인대를 다쳤는데 참고 달리다 극한 상황에서 포기했죠. 인대 파열은 나중에 병원에 가서 알았습니다. 지난해에는 회사를 옮기고 하는 과정에서 운동을 제대로 못한 상태에서 나갔다가 60~70km쯤에서 자체 포기했어요. 천천히 달리면 완주는 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완주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아서 멈췄죠.”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는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9개봉을 달리는 아주 힘든 레이스다. 누적 상승고도가 9000m가 넘는다. 그는 주말엔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5산 종주 45km를 훈련 삼아 11시간에 달릴 정도로 철각을 과시했었는데 유독 울주에서만 그의 발걸음을 돌려세웠다. 하지만 조만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도 정복할 계획이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한다.“올해는 3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한 뒤 8월엔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에 출전합니다. 사실 UTMB는 2020년 출전권을 획득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년간 못 가다 이번에 출전하게 됐습니다.” 동아마라톤의 목표는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 달성이다. 3시간37분이 풀코스 최고기록이니 7분 넘게 줄이면 된다. UTMB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정 씨는 이번에는 OCC부문에 출전한다. OCC는 이벤트로 당첨됐고 170km 출전을 위해 포인트를 쌓을 계획이다. UTMB는 각국에 포인트를 쌓을 수 있는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정 씨는 2010년부터는 크라이밍도 병행하고 있다.“중국에서 사업하는 친구를 보기 위해 상하이에 갔습니다. 제 친구가 클라이밍을 즐기더라고요. 그래서 따라 해봤는데 정말 짜릿하더라고요. 성취감도 큽니다. 그래서 달리기와 함께 병행하고 있습니다.” 태국과 스페인 등 크라이밍 명소에 가서 오르기도 했다. 실내외에서 즐기던 그는 2015년 사고이후엔 주로 실내에서만 클라이밍을 하고 있다. 그는 “트라우마가 생겨 야외에서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래도 클라이밍의 짜릿함은 잊을 수 없어 실내에서 주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회사에 다니다보니 요즘은 매일 운동하지는 못한다. 화요일(와우산 30)과 목요일(찰스런 남산달리기) 퇴근한 뒤 동호회 회원들하고 함께 달린다. 주말에는 긴 거리의 산을 주로 달린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는 훈련량을 높인다.“주말엔 집(경기도 고양시 일산) 근처 정발산과 호수공원을 주로 달립니다. 한양도성길도 달리고 불수사도북 5산도 달리고….” 부상당하지 않게 집에선 케틀벨 스윙으로 코어근육을 키워주고 있다. 아직 장애가 남아 있는 왼쪽 발목 보강운동도 빼놓지 않는다. 그는 “다친 경험이 더 몸을 조심하게 한다”고 했다. 클라이밍에 중요한 턱걸이 훈련도 틈틈이 한다.“언젠가 나이 들면 지금같이 달릴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나이에 맞게 속도나 강도를 낮추면 됩니다. 달리기의 희열, 평생 느끼면서 살고 싶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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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 탈출에 최고”…‘디바’ 비키의 스트레스 해소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제 아들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최근 3개월간 8kg을 감량해서 놀랐어요. 좀 통통해 걱정했는데 엄마가 운동하며 몸매 관리하는 것을 보고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사춘기라 잘 얘기하지 않는데… 엄마가 열심히 운동해 복근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자신이 좀 창피했었다고 하더군요. 매일 줄넘기 2000개씩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까지 병행했다내요. 이젠 저도 더 이상 숨지만은 않을래요.”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로 활동했던 김가영 씨(45)는 운동을 통해 은둔형 삶에서 벗어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그동안 내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목표를 가지고 도전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디바 해체의 충격과 둘째를 낳은 뒤 찾아온 산후 우울증을 달리기로 극복한 뒤 운동 마니아가 됐는데, 자신을 모델 삼아 열심히 땀을 흘리는 아들을 보고 더욱 운동에 매진하게 된 것이다. 김 씨의 올해 목표는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와 트레일러닝 완주다. 김 씨에게 운동은 삶의 오아시스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산 그는 ‘스포츠 천국’에서 운동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고 마니아 수준은 아니지만 다양한 운동을 접했다. 걸그룹 활동할 때 체력보강을 위해 전문 트레이너의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기도 했다. 그에게 진정한 운동은 2003년 유명 스포츠브랜드의 러닝 팬츠 협찬을 받고 달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옷이 너무 예뻐 그걸 입고 무작정 서울 한강변을 달렸는데 날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그 때 짧은 팬츠를 입고 바람 맞으며 달린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는 그 때부터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뒤 공원을 매일 달렸다. 그는 “한 5km 정도를 달렸는데 달린 뒤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고 했다.“사람들을 피해 살고 있었고 가족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웠어요. 제 생활은 겉은 화려한데 속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았죠.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달리니 해소가 되는 겁니다. 어느 정도 기량이 좋아지면서 여성마라톤대회와 각종 스포츠브랜드 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달리기는 트레이너에게 주 3회 받는 웨이트트레이닝 PT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분전환이 확실하게 됐다. 사실 웨이트트레이닝 PT는 춤을 더 잘 추기 위한 훈련의 성격이 강했다. 마지못해 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좋아서 자발적으로 한 것이다. 가끔 등산을 하던 그는 북한산에 가서도 달렸다. “성북동, 불광동 코스를 자주 갔는데 걸어서 올라가다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했다. 그래서 뛰어 올랐다. 힘들지만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할까,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오는 쾌감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산을 달리고 내려오면 생각도 정리가 된다. 산은 내게 철학적인 의미도 던져줬다. 내가 가는 산은 봄여름가을겨울 계절에 따라 색은 바뀌지만 같은 계절이 오면 똑같은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다. 우직하게 변치 않는 모습을 보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내 마음도 다잡을 수 있었다”고 했다.“산을 타다보니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죠. 콘서트 1시간 반 두 시간 하고 나면 두 친구는 기진맥진하는데 전 생생했어요. 춤을 추면서도 달리기를 병행하니 체력도 좋아졌고 그게 저를 더 운동에 빠져 들게 한 것 같습니다.” 2006년 혼자 방송활동하면서 한 3년은 더 달리기에 매달렸다. 2013년 둘째를 낳을 때까지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간헐적으로 하던 그는 2015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육아를 어떻게 해야 할 지도 몰라 고민하고 있을 때 서울에서 외딴 경기도로 이사까지 가다보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고 했다. “친정 식구는 미국에 살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는데 남편은 만날 바빴어요. 솔직히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독박육아를 하다보니 너무 우울했어요. 사실 그 때 상황에서 병원을 찾았어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역시 그런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운동이었어요. 동네 요가클래스 선생님이 알려준 보디웨이트(자기 몸을 활용한 웨이트)로 운동을 했죠. 운동은 진짜 힘든 삶 속의 오아시스였습니다. 그 때 요가 선생님과 교감하며 운동했는데 체력이 많이 좋아졌어요. 재미도 붙었죠. 아기가 어린이집에 안 간다고 하면 아기를 안고 스쾃을 하기도 했죠. 운동으로 치유됐다고 봅니다.” 김 씨는 2017년 지인의 권유로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파르탄레이스 13km에 출전해 완주한 뒤 크로스핏도 접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대회장에서 과거 운동할 때 만났던 친구들도 보니 신났죠. 은둔형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죠. 그 친구들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저도 시작했죠.”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도 지구력까지 향상 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김 씨는 2020년 경기도 용인 수지로 이사 가면서 철인3종하는 이순철 수영 코치(45)를 만나 수영을 배웠고 지난해 말부터는 철인3종 완주를 위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달리기 1시간, 수영 1시간씩 하고 있다. 그는 10km를 58분에 완주한다. 과거엔 53분에 달렸다고 했다. 가끔 산도 달린다. 산은 경기도 광교산, 청계산을 주로 달리고, 수원성곽을 달리기도 한다.“코치님이 지난해 말부터 다른 운동 다 끊고 달리기와 수영에만 집중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한 3개월 만에 3kg에 더 빠진 거예요. 전 계속 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더 빠질 살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만큼 유산소 운동이 지방을 빼는 데는 효과가 큰 것 같아요.” 코리아 50K,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카이러닝, 제주국제트레일러닝 등 트레일러닝대회에도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이젠 다양한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을 하고 있다. 가정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항상 도전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이제 나를 드러내놓을 생각이다. 내 연령대 여성분들에게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운동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정신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 코치를 만나면서 다양한 동호회에 가입해 운동하고 있다. 과거 은둔형에서 변신하고 있다.“사실 올해 가장 첫 목표는 3월 열리는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하프코스를 완주하는 것입니다. 42.195km 풀코스 완주는 아직 어렵고 하프코스를 릴레이로 달리는 부문에 신청했어요. 동아마라톤 완주하고 트레일러닝과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해 완주하겠습니다.”용인=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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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걸그룹 해체와 출산 후 우울증, 달리기로 극복했어요”

    3인조 걸그룹 가수 디바의 비키로 활동했던 김가영 씨(45)가 ‘운동 전도사’로 변신했다. 디바 시절부터 달리기를 즐긴 그는 그룹 해체에 따른 상실감과 둘째를 낳은 뒤 찾아온 우울증을 달리기로 극복한 뒤 운동 마니아가 됐다. 요즘은 자신을 모델 삼아 열심히 땀 흘리는 아들을 보고 운동에 더욱 매진하고 있다. “제 아들이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데 최근 3개월간 8kg을 감량해 놀랐어요. 좀 통통해 걱정했는데 엄마가 운동하며 몸매 관리하는 것을 보고 살을 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줄넘기를 매일 2000개씩 하고 피트니스센터에서 근력운동까지 했다네요.” 김 씨는 “그동안 나의 정신건강을 위해 운동을 했는데 이제는 아이들을 위해 내가 목표를 세우고 도전해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의 올해 목표는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올림픽 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와 각종 트레일러닝 완주다. 김 씨에게 운동은 삶의 오아시스였다. 디바로 활동하던 2003년 유명 스포츠 브랜드의 러닝 팬츠 협찬을 받고 달리기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 그는 “옷이 너무 예뻐 그걸 입고 무작정 서울 한강변을 달렸는데 나를 알아본 사람들이 몰려 난리가 났었다. 그런데 그때 짧은 팬츠를 입고 바람 맞으며 달린 느낌이 자유롭고 좋았다”고 했다. 그때부터 서울 강남 갤러리아백화점 뒤 공원을 매일 달렸다. 그는 “한 5km 정도 달렸는데 달린 뒤 기분이 너무 상쾌했다”고 했다. “사람들을 피해 살고 있었고 가족 모두 미국에 있어 외로웠어요. 제 생활은 겉은 화려한데 속은 그렇지 않은 측면이 많았죠. 스트레스가 많았어요. 달리니 해소가 되는 겁니다. 어느 정도 기량이 좋아지면서 여성 마라톤대회와 각종 스포츠 브랜드 마라톤대회 10km 부문에 출전하기도 했어요.” 걸그룹 활동을 하면서 트레이너로부터 주 3회 웨이트트레이닝 PT를 받기도 했지만 달리기가 주는 맛은 달랐다. 기분 전환이 확실하게 됐다. 가끔 등산을 하던 그는 북한산에 가서도 달렸다. “성북동, 불광동 코스를 자주 갔는데 걸어서 올라가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 지루했다. 그래서 뛰어 올랐다. 힘들지만 달리기의 희열이라고 할까, 거친 숨을 몰아쉬고 난 뒤 오는 쾌감이 좋았다. 산을 달리고 내려오면 생각도 정리가 된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했다. 2006년부터 혼자 방송 활동을 하면서 한 3년은 더 달리기에 매달렸다. 2009년 결혼했고 2013년 둘째를 낳을 때까지 요가와 필라테스 등을 간헐적으로 하던 그는 2015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에 매진했다. 그는 “육아 고민으로도 힘들었는데 서울에서 좀 외딴 경기도로 이사까지 가다 보니 우울증이 다시 찾아왔다. 그때 동네 요가클래스 선생님의 권유로 보디웨이트(자기 몸을 활용한 웨이트)로 운동했고 체력이 좋아지면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7년 지인의 권유로 다양한 장애물을 통과하는 스파르탄레이스 13km에 출전해 완주한 뒤 크로스핏도 접했다. “제가 체력이 좋다는 것을 새삼 느꼈어요. 대회장에서 과거 운동할 때 만났던 친구들도 보니 신났죠. 은둔형으로 살았는데 이젠 그럴 필요 없다는 생각도 했죠. 그 친구들이 크로스핏을 하고 있었고 저도 시작했죠.”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코어 근육을 키우면서 지구력까지 향상시키는 종합 운동이다. 김 씨는 2020년 경기 용인시 수지로 이사를 가며 철인3종을 하는 이순철 수영 코치(45)를 만나 수영을 배웠고 지난해 말부터 철인3종 완주를 위한 훈련에 들어갔다. 코리아 50K 등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이젠 대회 출전을 목표로 훈련하고 있다. 가정주부로 아이들을 키우는 바쁜 삶 속에서도 항상 도전하면서 나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다”고 했다. “이제 더 이상 숨지 않고 저를 드러내 놓을 생각입니다. 제 연령대 여성분들에게 바쁜 가운데서도 짬을 내 운동하면 몸도 건강해지고 모든 스트레스를 날릴 수 있어 정신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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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4세 청년' 조웅래, 대한민국 한바퀴 5228km 최초 완주[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달리기 마니아’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64)이 국내 최초로 대한민국 한바퀴 5228km를 완주했다.조회장은 26일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 30여km를 달려 고성통일전망대로 들어왔다. 2021년 12월 3일 고성통일전망대를 출발해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양일간 평균 45km를 달려 116일차, 518시간 57분59초 만에 사상 처음 한반도를 둘레를 달려서 완주했다. 그는 동해안 해파랑길(750km), 남해안 남파랑길(1470km), 서해안 서해랑길(1800km), DMZ 평화의 길(524km) 등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조성한 코리아 둘레길에 더해 제주도 한바퀴(220km), 육지와 교량으로 연결된 주변 섬과 해안선(436km) 등 5200km를 목표로 달렸다. 조 회장이 만든 대한민국 한바퀴다. 조 회장은 달리다보니 당초 목표로 했던 5200m에 모자랄 것 같아 중간에 울릉도 한바퀴(42km)까지 돌아 총 5228km를 달렸다.조 회장은 “60세 중반에 남이 가지 않는 길을 두 발로 달렸다는 데 의미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경제 침체 영향으로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을 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탓에 회사 일도 잘 안 풀리고 내부에 안 좋은 일도 있어 내 자신이 무기력해지기까지 했다.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뜀박질에 나섰다. 땀을 흘리면 에너지가 생긴다”고 완주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달리다보니 무슨 엉뚱한 짓이냐고 하던 사람들이 응원을 해주기 시작했다. 나를 따라 도전해보겠다는 사람도 있었다. 60세 중반인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개인적으로도 큰 자부심이 생겼다”고 덧붙였다.조 회장은 달리는 형님들을 따라 2001년 동아일보 경주오픈마라톤에서 마라톤에 입문해 지금까지 42.195km 마라톤 풀코스를 80회 완주한 마라톤 마니아다. 그는 “풀코스 첫 도전인 경주오픈마라톤에서 무리하다 35km에서 포기한 게 지금까지 달리는데 큰 교훈이 됐다”고 했다. 그는 “절대 무리하지 않아야 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열심히 노력하지만 몸에 이상이 있으면 멈춰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번 대장정에서 3차례 중도에 질주를 멈췄다고 했다.하지만 조 회장은 언덕을 오를 때 절대 걷지 않았다. 그는 “한번 걸으면 또 언덕이 나오면 걷고 싶어진다. 이번 폭염에 30km 지점에서 서고 싶었지만 그럼 다음에 또 선다. 그래서 속도를 늦추고 어떻게든 43~44km를 완주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참고 극복하면 자신감을 얻는 법”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 코로나19와 경제 심체로 어렵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하던 일을 하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25일 체감온도 섭씨 영하 30도가 넘는 가운데서도 DMZ 43km를 달렸다.“제가 이렇게 뛸 수 있는 원동력은 23년간 달린 게 쌓였기 때문입니다. 달리고 나면 요가를 1시간 합니다. 요가는 근육을 풀어주면서도 단련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또 맨발로 황톳길과 흙 운동장을 걸어 몸에 나쁜 기운을 따 뺍니다. 이렇게 관리하지 않으면 못 달립니다.”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접지효과(Earthing)로 활성산소가 빠져 나가고 마사지 효과도 볼 수 있다. 조 회장은 2006년 사재를 털어 조성한 계족산 황톳길(14.5㎞)을 맨발로 거의 매일 달리고 사무실에 요가 매트를 깔고 근육을 풀어주며 몸을 관리하고 있다. 조 회장은 “90세에 마라톤 풀코스를 달리는 게 꿈이다. 꾸준하게 몸을 만드는 이유”라며 활짝 웃었다.조 회장은 이날 한국기록원으로부터 ‘대한민국 한바퀴 국내 최단시간 완주’ 증서를 받았다. 그는 대한민국 한바퀴를 최초 및 최단 시간에 완주한 기록을 공인받기 위해 한국기록원에 정식 기록 등재를 신청했고, 모든 구간 거리 및 경로 등이 표시된 지도와 일지, 기록 관련 문서, 제3자 확인서, 사진, 영상 등을 전달했다. GPS로 기록한 모든 코스도 정보 공유 차원에서 공개할 생각이다.고성=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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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둘째 출산 후 22kg 감량” 아들 셋 가정주부 진은주 씨의 건강관리법은[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3년 쯤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 충격을 받았어요. 일찍 결혼 탓에 미혼 친구들이 많았는데 다들 ‘왜 이렇게 살이 찐 거야’라며 놀라워했어요. 그동안 체중이 좀 늘었지만 비만이라고는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날씬한 친구들을 보니 비교가 됐습니다. 결혼식에서 돌아온 뒤 바로 살을 빼야겠다는 마음먹었죠.” 아들만 셋을 키우는 가정주부 진은주 씨(42)는 둘째가 3살이 되던 2013년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처음엔 일단 무작정 달렸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달리기였다. 아이들 재우고 집(경기도 수원) 근처 만석공원을 밤 12시에도 달렸다. 피트니스센터도 등록했다. 아이들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낮에 운동했다”고 말했다. 그는 “둘째 낳을 때쯤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집 밖에도 나가지 못하고 애만 키우다보니 체중이 불어 있었다. 집에서 돌보던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할 시간을 만들었다. 독하게 마음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했다. 진 씨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웨이트트레이닝도 했지만 당시 인기 있었던 스피닝자전거를 타는 그룹 운동을 주로 했다. 매일 1시간 이상 운동했다. 그렇게 한 6개월 정도 했을 때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1년여가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려 22kg을 감량했다. 그는 “건강해지자 운동이 즐거웠다. 살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었다”고 했다. 진 씨는 2016년 셋째를 낳은 뒤에도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몸조리를 한 뒤 운동도 계속 하기도 했지만 과거처럼 많이 먹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첫째, 둘째 때는 엄청나게 먹었다. 그런데 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그렇게 많이 먹질 못하겠다. 금방 살이 찌기 때문에 유지하려면 또 운동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진 씨는 2018년 쯤 우연히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푸른숲길 달리기에 참가하면서 트레일러닝에 빠져 들었다. 그는 “도로와 공원만 달리다 자연 속을 달리는 느낌이 새로웠다. 나무와 꽃, 바위, 개울 등으로 보고 달리면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과 여행가서 산을 달렸다. 2019년 초 겨울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인제로 가서 화이트트레일 인제를 달렸고, 6월 강원도 정선 하이원 스카이러닝에도 가족들과 함께 가서 달렸다. 그해 9월 거제지맥 트레일러닝에도 가족들과 함께 했다. 진 씨는 “인제와 하이원에선 큰 아들과 10km 정도의 짧은 거리를 함께 달렸다”고 했다. 진 씨는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외 운동에 제약을 받자 더 산에 매달렸다. 집에서 스피닝 자전거를 타거나 집 근처 광교산을 자주 찾았다. 코로나19에도 등산은 제한이 없었다. 그는 “산을 달리다보니 장거리 트레일러닝에도 참가하고 싶었다”고 했다. 2020년 10월 하이트레일나인피크울주(현 울주 트레일 나인 피크) 105km에 참가했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9개봉을 달리는 아주 힘든 레이스다. 누적 상승고도가 9000m가 넘는다. 그는 “솔직히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도 몰라서 평소대로 집에서 운동하며 광교산을 1시간 씩 달렸다. 대회에 참가해 65km 지점에서 포기한 뒤 그 때 훈련이 ‘턱도 없이 부족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나인피크울주 완주를 포기하고 실망하고 있을 무렵 집안에 힘든 일이 생겼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 때부턴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달리기에 더 몰두 했습니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참가신청을 한 뒤 완주하기 위해 거의 하루에 5시간 이상 운동했습니다.”‘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종주) 5산 종주’ 45km를 20시간에 2회 완주하기도 하는 등 대회 출전 전까지 5산을 5차례 훈련 삼아 달렸다. 한겨울 섭씨 영하 17도에도 달렸다. 여름 폭염도 그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안 달렸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몸을 힘들게 하니까 마음이 좀 진정됐다”고 했다. 실제로 진 씨는 운동을 통해 정신 건강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은 불안(스트레스)을 떨치게 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심리학)는 “운동을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심박수가 높아지기 때문에 딴생각을 할 수가 없다. 일종의 타임오프(Time Off·휴식) 효과다. 번거로운 일상에서 탈출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통하여 안정감과 침착함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집중력이 좋아져 일을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 씨는 2021년 10월 나인피크울주를 33시간18분04초에 완주했고 여자부 7위를 했다. 그는 “완주만으로도 기뻤는데 상위 성적까지 내서 더 좋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후 장거리 트레일러닝 대회 출전은 자제했다. 2022년 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태국 치앙마이에서 열리는 100마일 대회도 출전하려고 준비했었는데 중간에 포기했다. 그는 “더 이상 힘들게 달리는 게 싫었다”고 했다.“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제 몸을 보니 너무 혹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늙어 보였어요. 생각해보니 선크림을 바르긴 했지만 폭염 속에서도 운동했으니…. 발목 등 부상도 많았어요. 그 때부턴 즐겁게 건강하게 운동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 씨는 요즘 하루에 2시간 운동한다.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주 1, 2회는 광교산을 달린다. 그는 “지금은 몸속 나쁜 노폐물을 뺀다는 기분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진 씨는 운동을 시작한 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완주를 위해 운동할 때를 빼고는 하루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 하는 루틴을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고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럽 알프스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UTMB(울트라트레일몽블랑)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UTMB는 세계 최고 권위의 트레일러닝 대회로 170km(UTMB), 101km(CCC), 119km(TDS), 290km(PTL), 55km(OCC) 등 5개 종목이 열린다. UTMB에 가려면 각종 트레일러닝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따야 한다.그는 “171km는 못 달리고 55km 정도를 여행하듯 달리고 싶다. 올핸 UTMB 포인트를 주는 트레이러닝 대회에 출전하려 한다”고 했다. 진 씨는 4월 열리는 코리아 50K와 5월 열리는 제주국제트레이러닝 50km에 출전할 계획이다. 그는 “포인트가 쌓이면 내년 UTMB에 출전하겠다”며 활짝 웃었다.수원=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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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으로 22kg 빼고 이젠 산 달리는 재미에 빠졌어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아들만 셋을 키우는 진은주 씨(42)는 둘째가 세 살 때인 2013년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 충격을 받았다. 결혼을 일찍 해 미혼인 친구가 많았는데 다들 “왜 이렇게 살이 찐 거야”라며 놀랐기 때문이다. 그동안 체중이 좀 늘었지만 비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날씬한 친구들을 보니 비교가 됐다. 그때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결혼식에서 돌아온 뒤 바로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일단 무작정 달렸어요. 아이들 재우고 집(경기 수원시) 근처 만석공원을 밤 12시에도 달렸죠. 피트니스센터에도 등록했어요.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했죠.” 진 씨는 “둘째 낳을 때쯤 신종플루가 유행했다. 집에서 애만 키우다 보니 체중이 불어 있었다. 집에서 돌보던 둘째까지 어린이집에 보내고 운동할 시간을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피트니스센터에선 웨이트트레이닝도 했지만 당시 인기 있었던 스피닝 자전거를 타는 그룹 운동을 주로 했다. 매일 1시간 이상 했다. 그렇게 6개월 정도 했을 때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했고 1년여가 지나자 정상으로 돌아왔다. 무려 22kg을 감량했다. 그는 “건강해지자 운동이 즐거웠다. 살면서 받는 모든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었다”고 했다. 2016년 셋째를 낳고 강원 춘천시에서 열린 푸른숲길 달리기에 우연히 참가하면서 트레일러닝에 빠져들었다. “도로와 공원만 달리다 자연 속을 달리는 느낌이 새로웠다”고 했다. 2019년 초 겨울 가족들과 함께 강원 인제군으로 가서 화이트트레일인제를 달렸고, 6월 강원 정선군 하이원 스카이러닝에도 가족들과 함께 가서 달렸다. 2020년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실내외 운동에 제약을 받자 더 산에 매달렸다. 집 근처 광교산을 자주 찾았다. 코로나19에도 등산은 제한이 없었다. 그는 “산을 달리다 보니 장거리 트레일러닝에도 참가하고 싶었다”고 했다. 2020년 10월 하이트레일나인피크울주(현 울주 트레일 나인피크) 105km에 참가했다. 울산 울주군 영남알프스 9개 봉을 달리는 아주 힘든 레이스다. 누적 상승고도가 9000m가 넘는다. 그는 “솔직히 어떻게 훈련해야 할지 몰라서 평소대로 집에서 운동하며 광교산을 1시간씩 달렸다. 대회에 참가해 65km 지점에서 포기한 뒤 ‘턱없이 부족한 훈련’이었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했다. “나인피크울주 완주를 포기하고 실망하고 있을 무렵 집안에 힘든 일이 생겼어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그때부터는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달리기에 더 몰두했습니다. 2021년 나인피크울주 참가 신청을 한 뒤 완주하기 위해 하루에 거의 5시간 이상 운동했습니다.”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5산 종주’ 45km를 20시간에 2회 완주하는 등 대회 출전 전까지 5개 산을 5차례 훈련 삼아 달렸다. 한겨울 섭씨 영하 17도에도 달렸다. 여름 폭염도 그의 질주를 막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안 달렸으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 수도 있다. 몸을 힘들게 하니까 마음이 좀 진정됐다”고 했다. 2021년 10월 나인피크울주를 33시간18분04초에 완주했고 여자부 7위를 했다. 그는 “완주만으로도 기뻤는데 상위 성적까지 내서 더 좋았다”고 했다. “나인피크울주를 완주한 뒤 제 몸을 보니 너무 혹사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이 너무 늙어 보였어요. 생각해 보니 선크림을 바르긴 했지만 폭염 속에서도 운동을 했으니…. 발목 등 부상도 많았어요. 그때부턴 즐겁고 건강하게 운동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진 씨는 요즘 하루에 2시간 운동한다. 1시간 달리고 1시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주 1, 2회는 광교산을 달린다. 그는 “지금은 몸속 노폐물을 뺀다는 기분으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목표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럽 알프스 산맥을 달리는 세계 최고의 트레일러닝대회인 울트라트레일몽블랑(UTMB)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다. 그는 “171km는 못 달리고 55km 정도를 여행하듯 달리고 싶다. 올핸 UTMB 포인트를 주는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한다”고 했다. 진 씨는 4월 열리는 코리아 50K와 5월 열리는 제주국제트레일러닝 50km에 출전할 계획이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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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혈압에 백반증까지…살기 위해 운동, 지금은 크로스핏 지도”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몸무게 108kg, 대사증후군에 고혈압, 고지혈증, 백반증까지…. 이러단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집사람하고 상의해 회사를 그만두기로 했죠. 그 때부터 집안일 돌보면서 운동에 집중했습니다.” 김성태 크로스핏스틸 대표(41)는 직업이 두 개다. ‘전업주부’도 겸하고 있다. 2016년 혈압이 최고 170까지 올라 간 뒤부터 건강에 신경을 썼고 2019년엔 회사를 그만두고 출근하는 아내 대신 가정을 돌보고 있다.“대학병원에 갔더니 교수님이 백반증으로 나타난 증세가 내장쪽으로 왔으면 암이 됐을 것이라고 했죠. 뇌쪽으로 갔으면 뇌질환으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했어요. 팔에 나타난 게 어쩌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하셨죠. 그러면서 스트레스를 줄일 방법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라면 그렇게 하라고 하셨어요. 당시 아버지도 돌아가시고 참 복합적으로 저에겐 시련의 시기였습니다. 2018년 둘째도 태어나 집안에서 해야 할 일도 많았죠. 그래서 제가 집안일을 하는 것으로 결정했죠.” 처음엔 적응이 쉽지 않았다. 주부들의 삶 자체를 이해 못했다. 모든 남자들이 그렇듯 그동안은 회사 일만 열심히 하면 됐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들 깨워 밥 먹이고, 씻기고, 유치원 등원시키고 정신이 없었다. 익숙지 않은 삶이었다. 그런데 ‘82년 생 김지영’이란 책을 보고 한국의 워킹맘들이 정말 대단한 것을 알았다. 그 때부터 집사람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집안일을 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집안일이 엄청나게 힘들었다”고 했다. 운동은 몸이 무너진 2016년부터 시작했다. 처음엔 살을 빼려고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크로스핏을 시작했다. 그는 “2008년부터 건강을 생각해 취미 삼아 크로스핏을 했었다. 그런데 회사 생활하면서 2013년부터 3년간 운동을 전혀 할 수 없었고 그래서 탈이 났던 것”이라고 했다. 크로스핏은 여러 종목의 운동을 섞어서 훈련한다는 뜻의 크로스 트레이닝(Cross-training)과 신체 단련을 뜻하는 피트니스(Fitness)를 합친 운동이다. 운동량이 상상을 초월한다. 크로스핏의 핵심은 ‘크로스 오버(Cross Over)’다. 파워리프팅의 최대근력, 역도의 파워, 육상의 스피드, 기계 체조의 협응력…. 서로 다른 영역을 한 데 모아 종합적으로 하는 운동이다. 기구도 다양하다. 아령과 역기 이외에도 케틀벨, 우드링, 샌드백, 타이어, 밧줄…. 특정 부위가 아닌 전신의 운동 능력을 고루 발달시킨다. 크로스핏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지만 소방관이나 군인이 주로 애용할 정도로 거친 운동이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상의 특수성 때문이다. 최근에는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훈련법으로도 각광받고 있다.“운동으로 건강을 되찾았죠. 지금은 82~84kg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냥 유지는 안 되죠. 수업시간 외에 3~5시간 개인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먹는 것도 조심하고요.” 김 대표는 아침에 무조건 5~10km를 달리고 수업이 비는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에 2~3시간 크로스핏 운동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아이들 등원시킨 뒤인 오전 10시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오후 늦게는 다시 아이들을 돌봐야 했다. 크로스핏으로 몸이 만들어지자 함께 운동하는 회원들이 조언을 구했다. 그래서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 자격증을 획득했다. 2020년 1월 크로스핏 코치 자격증, 2021년 11월 운동처방사 1급과 스포츠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 땄다. 지난해 말엔 생활체육역도지도자 자격증까지 획득했다. 그는 “크로스핏에 역도 동작이 많아서 역도지도자 자격증을 땄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사람들을 지도하다보니 제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더 알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확실하게 알아야지만 사람들한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죠. 그래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시작했죠.” 운동처방사는 사람의 몸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운동을 처방해줘야 하기 때문에 운동생리학을 공부해야 한다. 사람들에게 어떻게 동기부여를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스포츠심리학까지 공부하게 됐다. 김 대표는 크로스핏 코치 자격증을 딴 뒤 처음엔 무료로 지도했다. “제대로 잘 지도해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고 싶었다”고 했다. 자신은 있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를 검증한 뒤 제대로 지도하고 싶었다고 했다.“크로스핏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지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게을리 해 몸이 무너지면 회원들이 저를 믿지 않아요. 시범도 제대로 보여야 하고 그래서 늘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달리기와 크로스핏을 병행했을 때 고도비만자들이나 기초 체력이 부족한 사람들의 체력을 급진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체득했고 회원들의 변화를 통해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그는 “나와 함께 몸을 만들고 싶은 회원들에게 100일 동안 함께 달리며 운동을 하겠다고 하면 지도해주겠다고 한다”고 했다. 김 대표를 통해 ‘변신’한 사례가 많다. 110kg이던 30세 남자 회원은 6개월간 38kg을 감량했다. 117kg이던 34세의 남자 회원도 100일간 살 24kg을 뺐다. 다이어트에는 유산소 운동이 중요하다. 김 대표가 틈틈이 산에 오르는 이유다. 회사를 그만둔 뒤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고 뜻이 맞는 회원들하고 지난해 124주 산에 올랐다. 대한민국 100대 명산 등반도 시작했다. 지금까지 명산 37개봉에 올랐다. 그는 “등산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김 대표는 크로스핏이 과격한 운동이 아니라고 강조했다.“크로스핏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처럼 그렇게 위험한 운동은 아닙니다. 적응하는데 2주면됩니다. 크로스핏은 건강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게 합니다. 엄청 과격할 것이라 겁을 먹는 분들이 많은데 모든 운동은 본인의 능력에 맞춰 합니다. 다만 본인 능력에 맞추면서도 비교적 높은 강도의 운동을 수행하기 때문에 운동 효과는 큽니다. 제가 체육관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제가 좀 운동을 좀 편안하게 하고자 하는 이유가 첫 번째였고 두 번째는 제가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서 사람들한테 좀 더 저렴한 금액으로 알려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경기도 고양 삼송에 크로스핏 체육관을 지어 1월2일부터 오픈하게 됐다. “인테리어 등 비용이 워낙 많이 들어 후배들과 함께 직접 공사해서 지었다”고 했다.“제가 전업주부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체육관은 아이들과 함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우리 딸은 유치원 끝나면 여기 와서 놀이터처럼 놀고 있습니다. 다른 회원들의 아들딸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 학교에서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 제가 놀이식으로 운동도 시키고 있습니다.”고양=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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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합니다]‘쿠(KOO)크로스파크 축제’ 29일 웰리힐리파크에서

    제2회 쿠(KOO)크로스파크축제가 29일 강원도 횡성 웰리힐리파크에서 열린다.‘인생 즐기는 네가 챔피언!’이란 슬로건으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축제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두 종목을 대상으로 아마추어부와 레벨2 이상의 자격증을 소지한 선수부로 나눠 치러지게 된다. 참가 신청은 16일까지 네이버 카페 ‘쿠홀리데이’를 통해 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3만 원이다. 참가비는 쿠어린이재단(대표 김상호)을 통해 소외 받는 아동과 청소년들을 위해 쓰이게 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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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라도 안 달리면 몸이 근질근질… 올핸 철인3종에도 도전”[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집안에 큰 일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싶었어요. 좀 나태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7년 회사도 옮겼고 가족들과 떨어져 나와 독립했죠. 제 삶을 바꾸기엔 운동이 좋을 것 같았죠. 그래서 요가학원에 등록했고 어릴 때 자주 오르던 산에도 갔어요. 몸이 달라지니 삶도 즐겁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특히 2018년 시작한 달리기는 제 인생의 활력소가 됐습니다.” 회사원 김보은 씨(35)에게 2017년은 인생의 큰 변곡점이었다.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시작이 운동이었다. 지금은 하루라도 안 달리면 안 되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솔직히 왜 달리는 줄 모를 때였습니다. 운동을 시작한지 얼마 안 돼 2018년 가을 동아오츠카 선정 ‘포카리스웨트 러닝크루’를 뽑는다고 해서 신청을 했는데 된 겁니다. 처음 달릴 땐 때 정말 힘들었어요. 얼마 달리지도 않았는데… 그런데 달리고 난 뒤 밀려오는 성취감이 너무 좋았어요.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김 씨는 “20세 때 신발장에 운동화가 하나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운동화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 때 만난 사람들과 지금까지고 연락하며 친하게 지내고 있다. 소중한 인연이 됐다. 김 씨는 2019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 마라톤에 데뷔했다. 4시간 30분. 그해 동아일보 공주마라톤에서 하프,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다시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 57분으로 ‘서브 포’를 했다. 김 씨는 2019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 포카리스웨트 영러너어워즈를 수상했다.“제가 동아마라톤과 인연이 많았어요. 2019년 한 해 동아일보 주최 대회에만 출전을 했어요. 2020년에도 동아일보 주최 서울마라톤 언택트, 지난해 서울마라톤 오프라인 출전권 추첨에 떨어져 다시 언택트로 달렸어요. 2019년 영러너어워즈 상품으로 2020년 도쿄마라톤 출전권을 받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가지 못했어요. 올핸 꼭 출전할 겁니다.” 3월 5일 열리는 도쿄마라톤에서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 하는 게 목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보스턴 마라톤 출전 기록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보스턴마라톤 출전가능 나이대별 기록이 여자 만 35세의 경우 3시간35분 이내지만 그보다 더 단축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김 씨는 지난해 가을 3시간 45분을 찍고 바로 3시간38분까지 당기는 등 달리면 개인 최고기록을 바꾸고 있어 330이 가능할 전망이다. 그는 “그냥 달리는 것도 좋지만 목표를 세우고 대회에 출전해 기록을 줄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회 출전 목표는 늘 개인 최고기록 경신”이라고 말했다. 2019년 ‘필 레이디’란 여성 달리기 동호회에 가입한 김 씨는 주로 회사를 마친 뒤 저녁에 달린다. 새벽엔 모이기 어려운데 저녁엔 대부분 다 모일 수 있어 좋단다. 거의 매일 5~8km를 달리고 10km를 넘게 달릴 때도 있다. 한강공원, 남산, 연세대 신촌캠퍼스 운동장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달린다. 왜 달리냐고? 달리는 것도 좋은데 야경이 주는 즐거움도 있다.“서울 한강을 달리며 한강다리를 본 적이 있나요? 달과 야경의 불빛이 한강물에 반사돼 비친 다리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달리는 게 큰 매력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치 않아요. 차를 타고 가면 못 보죠. 한강을 밤에 달리거나 걸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김 씨는 코로나19 탓에 여럿이 모이지 못할 때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했다. 2021년 영남알프스 나인피크 105km도 35시간에 완주했고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도 돌았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산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나무, 꽃, 바위, 개울 등 모든 게 정겨웠다. 그냥 달리지 않았다. 요즘 달리미들은 문화를 만든다. 김 씨는 새해를 맞은 1일 서울 여의도 공원에서 ‘2023 계묘년 새해기념러닝’에 나가 300여명과 함께 20km를 달렸다. “다 나와”가 아니라 “달리고 싶은 사람들 모여”해서 20여개 동호회에서 모인 것이다. 필 레이디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알리고자 ‘위안부 기림의 런’ 행사를 열기도 했다. “여자끼리만 달리니 의미 있는 일엔 더 잘 뭉친다”고 했다. 김 씨가 참여하는 또 다른 동호회 ‘toktok 클럽’에선 불우이웃돕기 연탄기부 달리기 행사도 열었다. 함께 달리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연탄을 사서 직접 나눠주는 행사다. 그는 “한강변, 혹은 산을 오르면서 쓰레기 줍는 이벤트도 한다”고 했다.“단순히 달리는 게 아니라 뭔가 의미 있게 달리려고 노력합니다. 목적이 있는 달리기라고 할 수 있죠. 달리며 건강도 챙기고 좋은 일도 하고… 삶의 의미가 달라집니다.” 이렇게 즐기기 위해서 점심시간엔 피트니스센터에 가서 몸을 만든다. 코어 근육을 잘 만들어야 부상도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로 크런치와 플랭크 등으로 코어 근육을 단련시킨다. 턱걸이도 한다. 처음엔 하나도 버거웠는데 지금은 1번에 3회 정도는 한다고. 그는 “근육도 잘 만들어야 하지만 쉬기도 잘 해야 한다. 초창기 달리기에 빠져 무리하다 부상을 자주 당했다. 이젠 절대 무리하지 않는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쉰다”고 했다. 김 씨는 코로나19로 모이기 어려울 때 보디프로필도 찍었다. 잘 만들어진 몸의 결과물을 남겨놓고 싶어서다. 김 씨의 도전은 끝이 없다. 토끼해인 올핸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한다.“아주 오래전에 독일에 간 적이 있어요. 그 때 철인3종 경기에 참여한 사람들을 보고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죠. 그 때 ‘언젠간 해볼 거야’며 일종의 버킷리스트에 올려놨습니다. 필 레이디 회원들하고 어울리다보니 자연스럽게 철인3종까지 하게 됐어요. 함께 달리기도 하지만 사이클도 함께 타고 수영도 함께 합니다. 함께 하는 게 좋아요. 서로 응원하면서….힘들지 않고 즐겁게. 지난해 사이클과 마라톤만 출전하는 듀애슬론에 출전했는데 올핸 철인3종에 출전합니다.” 6월 경남 고성에서 열리는 고성아이언맨 대회다. 아직 철인코스(수영=3.8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완주는 힘들다고 판단해 하프코스(수영=1.9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도전한다.“바다 수영을 해야 하는데….아직 안 해봐서 두렵긴 해요. 하지만 이런 도전이 즐겁습니다. 함께 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걱정하지 않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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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운동 시작… 달리니 행복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회사원 김보은 씨(35)에게 2017년은 인생의 큰 변곡점이었다. 집안의 큰일을 겪은 것을 계기로 지난 삶을 되돌아보게 됐다. 회사도 옮겼고 가족과 떨어져 독립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겠다고 마음먹었다. 그 시작이 운동이었다. 지금은 하루라도 안 달리면 안 되는 달리기 마니아가 됐다. “좀 나태하게 살았다는 생각에 요가학원에 등록했고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몸이 달라지니 삶도 즐겁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죠. 2018년 시작한 달리기는 제 인생의 활력소가 됐습니다.” 2018년 가을 동아오츠카 선정 ‘포카리스웨트 러닝크루’에 이름을 올린 게 달리기의 시작이었다. “처음 달릴 때 힘들었지만 달리고 난 뒤 찾아오는 성취감이 너무 좋았다”고 했다. 김 씨는 “20세 때 신발장에 운동화가 하나도 없었는데 어느 순간 운동화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9년 3월 서울국제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42.195km 풀코스에 데뷔했다. 4시간 30분. 그해 동아일보 공주마라톤에서 하프코스, 동아일보 경주국제마라톤에서 다시 풀코스에 도전해 3시간 57분으로 ‘서브 포’를 했다. 김 씨는 2019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시상식에서 포카리스웨트 영러너 어워즈를 수상했다. “제가 동아마라톤과 인연이 많았어요. 2019년 한 해 동아일보 주최 대회에만 출전을 했어요. 2020년에도 서울마라톤 언택트, 지난해 서울마라톤 오프라인 출전권 추첨에 떨어져 다시 언택트로 달렸어요. 2019년 영러너 어워즈 상품으로 2020년 도쿄 마라톤 출전권을 받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가지 못했어요. 올핸 꼭 출전할 겁니다.” 3월 5일 열리는 도쿄 마라톤에서 ‘330’(3시간 30분 이내 완주)하는 게 목표다. 세계 최고 권위의 보스턴 마라톤 출전 가능 기록을 넘어서는 기록이다. 보스턴 마라톤 출전 가능 나이대별 기록이 여자 만 35세의 경우 3시간 35분 이내지만 그보다 더 단축하고 싶은 욕심에서다. 김 씨는 지난해 가을 3시간 45분을 찍고 바로 3시간 38분까지 당기는 등 달리기만 하면 개인 최고 기록을 바꾸고 있어 330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그냥 달리는 것도 좋지만 목표를 세우고 대회에 출전해 기록을 줄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회 출전 목표는 늘 개인 최고 기록 경신”이라고 말했다. 2019년 여성 달리기 동호회 ‘필 레이디’에 가입한 김 씨는 주로 회사를 마친 뒤 저녁에 달린다. 새벽엔 모이기 어려운데 저녁엔 대부분 다 모일 수 있어 좋단다. 거의 매일 5∼8km를 달리고 10km를 넘게 달릴 때도 있다. 한강공원, 남산, 연세대 신촌캠퍼스 운동장 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달린다. “서울 한강을 달리며 한강다리를 본 적이 있나요? 달과 야경의 불빛이 한강물에 반사돼 비친 다리 모습이 환상적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달리는 게 큰 매력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변치 않아요. 차를 타고 가면 못 보죠. 한강을 밤에 달리거나 걸어본 사람만 알 수 있어요.” 김 씨는 코로나19 탓에 여럿이 모이지 못할 때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에 입문했다. 2021년 영남알프스 나인피크 105km도 35시간에 완주했고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 45km도 돌았다. 자연과 함께하는 산악마라톤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나무, 꽃, 바위, 개울 모든 게 정겨웠다. 김 씨는 새해를 맞은 1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2023 계묘년 새해 기념 러닝’에 나가 300여 명과 함께 20km를 달렸다. “달리고 싶은 사람들 모이자”고 해 20여 개 동호회에서 모인 회원들과 달렸다. 필 레이디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알리고자 ‘위안부 기림의 런’ 행사를 열기도 했다. 김 씨가 참여하는 다른 동호회 ‘toktok 클럽’에선 불우이웃돕기 연탄 기부 달리기 행사도 열었다. 함께 달리고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연탄을 사서 직접 나눠주는 행사다. 그는 “한강변, 혹은 산을 오르면서 쓰레기 줍는 이벤트도 한다”고 했다. “단순히 달리는 게 아니라 뭔가 의미 있게 달리려고 노력합니다. 목적이 있는 달리기라고 할 수 있죠. 달리며 건강도 챙기고 좋은 일도 하고…. 삶의 의미가 달라집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3-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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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키, 제대로 배우면 70대도 즐길 수 있죠…함께 타면 더 재밌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77)은 2016년부터 국내 첫 시니어 스키클럽인 오파스(OPAS, 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를 이끌고 있다. 가족, 친구들과 스키를 즐기고 있던 터에 지인들이 ‘60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어 회장을 맡아 달라고 해 선뜻 나섰다고 했다.“오파스는 100세 시대를 맞아 60세 이상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회원들끼리 스키 타며 즐기기도 하지만 60세 이상 스키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회도 개최합니다. 많은 분들이 참가해 건강한 노후를 즐기기를 바랍니다.” 2017년부터 매년 1월 개최하던 대회가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열리지 못하다 3년 만에 내년 다시 재개된다. 내년 1월 13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다. 대회는 나이대별로 핸디캡을 줘서 운영한다. 60∼64세, 65∼69세, 70∼74세, 75세 이상으로 구분해서 진행한다. 동 타임이면 나이 많은 스키어가 이긴다.“원래는 곤지암리조트(경기도 광주)에서 열리던 대회였죠. 곤지암에 보수공사를 한다고 해서 이번엔 용평리조트로 바꿨습니다. 스키는 혼자 타도 즐겁지만 함께 타면 더 재미있는 스포츠입니다. 전문가에게 제대로 배운다면 70대 이상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대회를 통해 모은 기금으로 ‘스키 안전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안전하게 스키 타는 법에 대한 포스터와 동영상을 만들어 대한스키협회, 스키장협회 등을 통해 스키어들에게 전달되도록 하고 있다. 매년 스키 관련 세미나도 열고 있다. 김 회장은 나이 들수록 스키 등 스포츠에 더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고 함께 살아야 더 즐겁기 때문이다. 그는 “스키는 혼자 타는 운동인데 혼자 타면 별로 재미가 없다. 둘이 타면 더 재미나고 셋이 타면 더 재미난다. 여러 명이 같이 타면 아주 재미난다”고 했다. 사실 김 회장은 경기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그 땐 엘리트선수라기 보다는 순수하게 아이스하키를 즐겼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진정한 생활체육이었다.“처음엔 아이스하키가 순수 아마추어였죠. 그런데 서울 동대문에 스케이트링크가 생긴 뒤 달라졌죠. 우린 공부하면서 운동했는데 일부 다른 학교는 운동만 시킨 거예요. 그러면서 우리가 밀리게 됐죠. 뭐 그래도 우린 공부하면서 즐겁게 했어요.” 김 회장은 건축설계를 공부하러 일본에 갔을 때 스키를 배웠다. 군을 제대하고 1972년 일본 건축설계회사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때였다. 그는 “겨울 어느 날 기숙사에서 밥을 안 준다고 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본 지인이 스키장에 가면 스키도 타고 밥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스키장에 갔다. 일본 야마카타현 자오스키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 때부터 1979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겨울엔 스키를 즐겼다.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아이스하키를 탔기 때문에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는 큰 문제없었다. 한국에선 용평스키장이 막 문을 열어 스키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김 회장은 1983년 간삼건축을 창립해 키우느라 한동안 아이스하키와 스키를 즐기지 못했다. 40세 중반이던 1989년 경기고 아이스하키 동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폴라베어스(북극곰)’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젊었을 땐 사업 기반을 잡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시간이 없었죠. 40세를 넘기니 여유가 생겨 과거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시 운동하게 되더군요. 함께 운동하고 술 한 잔하며 과거 및 현재 살아가는 얘기하고… 이런 게 인생이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과 종별선수권 등에서 전승한 기억을 떠올리며 빙판을 누볐죠. 일본과 러시아, 중국, 뉴질랜드, 대만, 홍콩 등 동호인들과 교류전도 했죠. 2015년 쯤 아이스하키는 그만두고 이젠 스키를 즐기고 있어요. 아이스하키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어요.”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다보니 한국중고등부아이스하키연맹 회장도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조언도 많이 해줬다. 아이스하키를 그만 둔 이유엔 부상 위험도 있었다. 스키는 하체가 튼튼하고 평형감각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었다. 김 회장은 “8090들도 스키를 탄다. 슬로프 내려갈 때 속도 제어만 잘 해주면 다치지 않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고 말했다.“스키는 올라가는 운동이 아니고 내려가는 운동입니다. 속도 제어를 잘하면, 그러니까 스키가 다른 운동하고 제일 다른 점은 빨리 가는 걸 늦게 가게 하는 거예요. 다른 운동은 100m 200m 빨리 가는 운동인데 스키는 사실상 늦게 가게 하는 운동이거든요. 선수들은 제어를 잘 해서 빨리 가려고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나이 때는 제어 잘해서 천천히 내려가면 됩니다. 요즘은 보조기구도 많아서 나이 들어서도 충분히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인생도 그렇고 사업도 그렇고 모든 것을 자기가 제어하면서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제가 이렇게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이유가 전 이제 회장이 아니라 대표 사원입니다. 전문 경영인에게 모든 것을 넘기고 조언을 해주고 있죠. 뭐 일본 홋카이도에 가서도 스마트폰으로 일할 수도 있습니다. 참 좋은 세상입니다.” 스키는 자연 속에서 하는 스포츠라 더 좋다.“좋은 산 구경하면서 좋은 공기 마시면 병도 안 생겨요. 전 스키를 타면 한 번에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타거든요. 친구나 가족들과 이산에서 타다, 저산으로 옮겨 타고, 힘들면 쉬면서 맥주 한잔 하고. 그렇게 즐기다보니 몸도 튼튼해졌어요.” 물론 평소 체력 관리는 꾸준히 하고 있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기상하자마자 음악을 들으면서 30분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근육을 잘 풀어줘야 근육이 탄력을 잃지 않는다.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하체 근육도 키운다. 김 회장은 겨울이 아닐 땐 2~3일에 한번씩 지인들과 골프를 친다. 걷기 위해서다. 한 때 싱글 골퍼였지만 요즘은 80대 초반 치면 즐겁고, 80대 중반 치면 좀 기분이 나쁘다고. 골프 보다는 스키를 더 좋아한다.“솔직히 골프는 남이 잘 안 되기를 바라는 스포츠잖아요. 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이라고.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친구들이 치자고 하니 함께 골프를 즐기긴 하지만 겨울에 스키 타는 걸 늘 기다립니다.”“오스트리아 솔덴에서 스키 타봤어요? 한국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도 가서 훈련하는 명소죠. 환상적입니다. 전 천천히 즐기면서 타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김 회장은 매년 겨울 60일 이상 스키를 탄다. 그는 “100세까지 슬로프 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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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려서 운동한 습관 덕에 일흔일곱에도 슬로프 질주해요”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경기중·고교 시절 아이스하키 선수였다. 그땐 엘리트 선수라기보다는 순수하게 아이스하키를 즐겼다.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하는 진정한 생활 체육이었다. 건축설계를 공부하러 일본에 갔을 땐 스키를 배웠다. 김자호 간삼건축 회장(77)은 팔순을 앞두고도 매년 겨울 오스트리아, 일본 등을 돌아다니며 스키를 탄다. 이런 활동의 원동력은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즐기던 습관이다. 사회생활 하면서 잠시 잊었지만 어느 순간 다시 ‘스포츠 본능’이 살아나 평생 즐기고 있다. “젊었을 땐 사업 기반을 잡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시간이 없었죠. 40세를 넘기니 여유가 생겨 과거 함께 운동했던 사람들끼리 모여서 다시 운동하게 되더군요. 함께 운동하고 술 한잔하며 과거 및 현재 살아가는 얘기하고…. 이런 게 인생이더라고요.” 김 회장은 2016년부터 국내 첫 시니어 스키클럽인 오파스(OPAS·Old People with Active Skiing)를 이끌고 있다. 가족, 친구들과 스키를 즐기고 있던 터에 지인들이 ‘60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는 클럽’을 만들어 회장을 맡아 달라고 해 선뜻 나섰다고 했다. 그는 “오파스는 100세 시대를 맞아 60세 이상도 스키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었다. 회원들끼리 스키 타며 즐기기도 하지만 60세 이상 스키어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회도 개최한다”고 했다. 2017년부터 매년 1월 개최하던 대회가 2020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탓에 열리지 못하다 3년 만에 내년 다시 재개된다. 내년 1월 13일 강원 평창군 용평리조트에서 열리는 ‘할배들의 행복나눔 썰매대회’다. 김 회장은 “대회는 나이대별로 핸디캡을 줘서 운영한다. 60∼64세, 65∼69세, 70∼74세, 75세 이상으로 구분해 진행한다. 같은 기록이면 나이 많은 스키어가 이긴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일본에서 스키를 처음 탔다. 군에서 제대하고 1972년 일본으로 건너가 건축설계 회사에서 일하며 공부하던 때였다. 그는 “겨울 어느 날 기숙사에서 밥을 안 준다고 했다. 고민을 하고 있는데 일본 지인이 스키장에 가면 스키도 타고 밥도 공짜로 먹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스키장에 갔다. 일본 야마가타현 자오스키장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때부터 1979년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겨울엔 스키를 즐겼다. 제대로 배우진 못했지만 아이스하키를 탔기 때문에 슬로프를 내려오는 데는 큰 문제가 없었다. 한국에선 용평스키장이 막 문을 열어 스키 붐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을 때였다. 김 회장은 1983년 간삼건축을 창립해 키우느라 한동안 아이스하키와 스키를 즐기지 못했다. 40대 중반이던 1989년 경기고 아이스하키 동문들이 주축이 돼 만든 ‘폴라베어스(북극곰)’에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스포츠를 다시 즐기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전국체전과 종별선수권 등에서 전승한 기억을 떠올리며 빙판을 누볐죠. 일본과 러시아, 중국, 뉴질랜드, 대만, 홍콩 등의 동호인들과 교류전도 했죠. 2015년쯤 아이스하키는 그만두고 이젠 스키를 즐기고 있어요. 아이스하키를 즐기기엔 너무 나이가 들었어요.” 아이스하키를 좋아하다 보니 한국중고등부아이스하키연맹 회장도 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에 조언도 많이 해줬다. 아이스하키를 그만둔 이유엔 부상 위험도 있었다. 스키는 하체가 튼튼하고 균형감각만 있으면 언제든 즐길 수 있었다. 김 회장은 “8090들도 스키를 탄다. 슬로프 내려갈 때 속도 제어만 잘 해주면 다치지 않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스포츠다”라고 말했다. 물론 평소 체력 관리는 해야 한다. 김 회장은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30분 스트레칭 체조를 한다. 근육을 잘 풀어줘야 근육이 탄력을 잃지 않는다. 고정식 자전거를 타며 하체 근육도 키운다. 김 회장은 겨울이 아닐 땐 2∼3일에 한 번씩 지인들과 골프를 친다. 걷기 위해서다. “오스트리아 죌덴에서 스키 타봤어요? 한국 스키 국가대표 선수들도 가서 훈련하는 명소죠. 환상적입니다. 전 천천히 즐기면서 타기 때문에 전혀 문제없습니다.” 김 회장은 매년 겨울 60일 이상 스키를 탄다. 그는 “100세까지 슬로프 위를 질주하겠다”며 활짝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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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치병? 항노화? 100세 시대, 이젠 내가 줄기세포 키워 직접 맞는다”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미국에서 암치료를 위해 줄기세포 1억 개를 몸에 투여하는데 5억 원, 일본에선 1억 9000만 원이 든다. 암이나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에게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진 줄기세포 치료를 받고는 싶지만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림의 떡이라고 할까. 돈이 없으면 줄기세포 치료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 문제는 돈이 있어도 법적 규제 때문에 국내에선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다.이런 비용을 10분의 1이하로 낮춘다면 어떨까? 또 법적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면.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 ‘발명왕’ 의사가 있다. 성형외과 전문의이자 의료기기제조업체 메디칸 대표인 이희영 박사(56). 1999년부터 지방 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다 법적으로 많은 벽에 부딪혔지만 액수를 낮춘 방법을 고안했고 결국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를 만들었다.“원래 배양된 줄기세포는 의약품으로 팔리기 때문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감독 대상입니다. 배양에 실패하거나 오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제약사의 도움 없이 최종 안전성 검수를 의사가 한다는 전제 하에 자동화 배양장치를 빌려 각자의 줄기세포를 배양하게 된다면 치료비를 10분의 1이하로 줄일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를 스스로 배양하면 문제가 발생할 게 없습니다. 완전 밀폐된 상태에서 배양되고 각자의 배양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남에게도 더욱 안전하게 되죠. 대면적 현미경으로 24시간 세포 상태를 원격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줄기세포 배양에 대한 지식도 많이 익히게 됩니다.”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는 줄기세포 치료비용의 95%가 고가의 인건비인데 이것을 해결하고, 동시에 남의 줄기세포와 혼합되는 것을 막는 안전성도 담보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 박사는 “미국에서 줄기세포 배양을 자동화했는데 비용이 더 들어갔다. 자동화하는 기계를 관리하는 사람까지 써야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AI(인공지능)가 하면 비용이 줄겠지만 그 때까진 시간이 너무 걸린다. 수동과 자동 사이인 반자동이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여기서 반자동이란 의미는 배양기의관리는 자동이되 배양은 개인이 한다는 의미다”고 설명했다.“의사는 약값을 낮추려고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이죠. 전 의사이기 때문에 항상 어떻게 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를 만들게 됐습니다. 하지만 배양기를 직접 구매하면 큰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빌려서 위탁관리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화분에 매일 물주는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줄기세포를 배양할 수 있습니다. 당뇨 테스트하기 위해 혈액 채취하듯 배에서 가볍게 줄기세포를 빼내 배양기에 넣어 배양하면 됩니다. 배양기가 밀폐돼 있고, 그것을 현미경이 찍어서 인터넷으로 휴대폰이나 패드, 컴퓨터로 보내주기 때문에 세포가 잘 배양 되는 지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체내에 투입하려면 보통은 의사의 시술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배양 된 줄기세포를 들고 병원으로 가야하는 과정이 번거로워 집에서 가까운 병원에 맡겨 위탁관리하게 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렌탈 및 위탁 보관 시스템을 만든 것입니다.”앞에서 얘기했듯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결국 줄기세포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은 배양기를 렌탈비, 위탁관리비, 시술비만 내면 주기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박사가 생각하고 있는 현재의 적정 비용은 1회에 300만 원 정도다. 연간 12~15회 줄기세포를 다량 투여 받아야 하는 전신 항노화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법무법인의 법적 해석도 이미 받아 놨다.다음은 panacellbio의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올 4월 18일 최 모씨(38)가 심근경색으로 응급실에서 스텐트 시술로 목숨은 건졌지만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현재는 심장이 50%의 기능밖에 할 수 없다. 평생 심부전 약을 복용해야 하고 언제 다시 심장이 멈출지도 모른다. 그는 5월 12일 보건복지부에 아래와 같은 내용의 청원서를 제출했다.“지금 현재 제가 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은 약물 치료 밖에 없는 현실이나, 줄기세포 치료법을 알게 됐을 때 작은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하지만 심근경색 발생 후 30일 이내에 줄기세포 치료를 받아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다시 한번 절망에 빠졌습니다. 저에게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줄기세포 치료 가능성에 대한 일반인의 희망을 가지고 서울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았지만 ‘이게 무슨 일입니까? 신의료기술에 대한 허가를 받지 못해 줄기세포 치료법을 시행할 없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제 저는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평생 약물에만 의존한 채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는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평생을 살아가야 합니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줄기세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제 저한테는 10일 정도의 시간 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부디 빠른 시일 내에 줄기세포 치료를 허용하여 두 아이의 아빠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아들로, 사회의 한 일원으로 보다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심근경색 스텐트 치료 후 심장 괴사를 막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온 서울대병원 심혈관센터 줄기세포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환자의 줄기세포를 심장 근육에 주입하면 심장이 재생된다는 연구를 입증했다. 500여명 환자로부터 효과가 뛰어나고 안정성이 있다고 확인돼 ‘제한적 신의료기술’로 선정돼 현재 영구적 신의료기술로 인가 신청을 한 상태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심근경색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이 성공했지만, 규제에 막혀 치료법을 시행하면 ‘불법’이기 때문에 살릴 수 있는 사람도 손놓고 보기만 해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심근경색 환자인 경우 응급으로 막힌 혈관을 뚫는 스텐트 삽입술을 거친 후 1개월 내 줄기세포를 주입해야만 효과가 있다. 최 씨는 유효기한 1주일이 남은 시기에 청원서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줄기세포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시술이 불법이다 보니 죽어가는 환자를 마냥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연구팀이 15년이라는 기간을 몰두해 결실을 맺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직셀 치료법이 필요한 환자가 나오고 있는데 행정적인 절차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파나셀바이오텍을 비롯한 국내 많은 줄기세포 연구기관들에서도 백혈병, 유선암 등 항암효과가 있는 NK세포와 황반변성증, 당뇨병, 간경화, 아토피, 폐섬유증, 퇴행성관절염 등 난치병과 불치병 치료에 효과가 있는 성체줄기세포 치료연구에서 성공했지만 규제로 인해 적극적인 치료를 하지 못하고 있다.]줄기세포 자가 배양기 렌탈 및 위탁 관리를 다음과 같이 실시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1. 환자가 직접 렌탈회사로부터 배양기를 빌려 사용하고 소모품 비용을 지불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은 배제 되어야 불법 소지가 없다. 2. 활성 조절, 시기 판단은 원격 접속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 3. 소모품 교체는 의료기관이 지정하는 소모품 판매자가 해도 된다. 4. 배양기를 의료기관이 지정하는 장소에 보관하면 침입, 도난, 본인 확인 등 최종 세포 검사에서 비용이 절약된다. 5. 보관소에서는 개별 인터넷, 전원 관리, 보안 관리 등을 제공하고 비용을 받는다.“식약처가 다른 의약품을 검사할 때 적용하는 규정보다 더 확실한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문제는 없습니다. 그리고 전 이 기술을 모두에게 공개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죠. 제가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래도 제가 얻는 것은 많습니다. 전 이미 서울 휘문고에서 줄기세포 자가 배양에 대해 한 학기 동안 6주간 ‘스스로 배양’ 동아리도 지도했습니다.”줄기세포는 암을 포함한 불치병 치료, 항노화를 목적으로 각각 ‘맞춤형 배양’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만병통치약으로 불리는 것이다.“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배양할 때 온도, 용존산소, 흔들어 주는 정도, 배양액 기본 성분 비율 등 환경을 조절하면 면역 세포와 중간엽 줄기세포의 비율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아지면 항노화에 유리한 세포가 되는 겁니다. 우리 인체는 40~60조개의 세포로 구성되며 전신을 위해서는 누적 수 조 개의 세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생명을 다할 때까지 반복되어야 합니다. 수 회 투여로 끝나는 치료와 지속되어야 하는 치료를 구분 할 수 있습니다. 농작물과 같이, 체외에서 계속 계대를 반복하며 숫자를 늘리는 양생이 필요하며, 새로 자란 세포의 분열과 계대가 반복되어도 특성이 변화하지 않도록(방법의 우월성 필수) 해야 합니다. 무효소 자가 줄기세포 배양이 그 방법입니다.”이 박사는 현재 27명의 자가 줄기세포를 위탁 관리해주고 있다. 또 사우디아라비아로부터 7억2000만 달러(약 9230억 원)의 투자를 약속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자가 줄기세포 배양기 생산하는 플랜트를 만드는 사업이다.이 박사는 2018년 모 약물 자가 실험을 하다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했다. 치사량의 12배를 넣는 바람에 목에 구멍을 뚫고 인공호흡기까지 착용해야 했다. 3개월 만에 깨어났고 2년간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이 박사는 1999년 지나친 흡연과 과음으로 심근경색이 찾아왔을 때부터 지방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스텐트(심혈관이 막혔을 때 넣는 기구)를 삽입해야 한다는 말에 대안을 찾은 게 지방 줄기세포였다. 그는 “전문의 시절 혈관외과에서 파견근무할 때 삽입한 지 1년여가 지난 뒤 다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스텐트를 보면서 막혔던 혈관과 똑같이 여기저기 엉겨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스텐트를 넣어도 문제가 많다’는 생각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가톨릭의대 은사 중에서 지방의 효용성을 연구하던 분이 있었다. ‘지방이 우리 몸에 해로운 것보단 이득이 되는 게 많다’는 그 은사의 주장에 주의를 기울였다. 당시 지방을 분리해 동물에게 투여하는 시술은 많이 있었다. 사람의 지방을 면역 억제 동물에 다시 이식하는 시술이었다. 부작용도 없었고 효과도 좋았다.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한창일 때였다.해외 사례 등을 찾아보면서 ‘내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넣으면 되겠네’ 하면서 지방 줄기세포를 연구했다. 지방에서 줄기세포를 분리해 정맥주사로 놓았더니 심장이 좋아졌다. 지방은 혈관을 늘리고 증식시키는 효과를 준다. 어떤 상처든 지방을 넣어주면 회복능력이 훨씬 좋아진단다. 그때부터 ‘지방 마니아’가 됐다.의대에 입학한 이 박사는 뭘 전공할까 고민하다 성형외과를 택했다.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의사지만 예술적 감각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성형이었다. 사람들의 얼굴과 몸을 고치면서 ‘작품’을 하나 만든다고 생각했다. 그의 취미는 ‘만들기’. 평소 기계란 기계는 다 뜯어보고 그 원리를 분석했다. 궁금하면 뭐든 ‘열어보면 되지’라는 게 그의 철학. 그의 사무실에는 망치와 드라이버 등 의사라기보다는 공장의 공원을 연상할 정도로 다양한 공구들이 넘쳐난다. 대학 다닐 땐 자동차에 빠졌었다. 세계 최고의 엔진을 만들어보겠다며 고향인 군산에 공장용지를 사 자동차 엔진을 여러 개 해체해 놓고 연구를 했었다. 이 박사에게 세상은 연구할 것들을 계속 만들어 줬다.지방 줄기세포를 투입하면서 심장이 좋아지자 ‘내가 사람들에게 뭘 만들어 주면 더 편할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2001년 메디칸이라는 의료기기 제조 회사를 차린 배경이다. 이 박사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지방 압착 이식기를 만들었다. 지방을 분리해 다시 넣는 과정을 안전하게 한 기계다. 가슴에는 지방 이식을 금기시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방에서 오일 비율을 낮추고 압축하여 넣으니 효과가 좋았다. 얼굴 성형의 경우 흡수가 많이 되고 지방 세포 미세주사가 너무 어렵다는 이유로 이용하는 사례가 드물었다. 하지만 이 박사는 세밀하게 분쇄한 지방을 가슴 및 얼굴에 넣는 시술로 한국의 성형 지도를 바꿨다.이 박사는 눈매 교정이란 ‘신천지’도 열었다. 눈을 예쁘게 하려면 쌍꺼풀 수술밖에 없었는데 눈 모양을 잘 잡아주는 눈매 교정 기술을 개발했다. 처음엔 “그게 무슨 수술이냐”며 성형외과 의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지금은 아주 일반화된 시술이 됐다. 이 박사는 지금까지 건수로 300개의 특허를 받았다. 자가 줄기세포 배양기에 들어간 특허만 56개다. 코를 수술하지 않고 실로 높이는 ‘미스코’, 이젠 지방이식의 표준이 된 ‘리포킷’ 등 이 박사가 개발한 의료기기가 70개 정도 된다. 지금까지 연구에 들어간 돈만 수 백 억 원이다. 돈도 벌었지만 까먹은 돈이 더 많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싼 값에 의료 혜택을 주기 위해 발명을 멈추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그 제일 좋은 결과물이 바로 줄기세포 자가 배양기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 202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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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 살려달라’ 산신령께 기도하며 매주 산 올랐죠”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2017년 어느 날부터 매 주말 산을 탔어요. 어머니께서 갑자기 기력이 떨어지셨죠. 제가 할 수 있는 게 산에 올라 산신령님께 어머니 건강하시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어머니가 건강을 되찾으셨고, 저도 건강해졌죠.”컨설팅&유통 업체 비즈니스플러스 안순기 대표(53)는 어머니 건강 기원을 위해 산에 오르기 시작해 2년간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섭렵했다. 지금까지 204개 산 정상에 올랐다. 지금도 매 주말엔 산으로 향한다. 평일에도 시간이 나면 동네 앞산이라도 오른다. 집에서 쉬고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한다.“솔직히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혼자 산에 올라 산신령님께 기도했죠. 대한민국 100대 산신령님들께 우리 어머니 살려달라고 ‘맞짱’ 뜨는 심정으로 올랐어요. 그런데 제가 산에 오르는 심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을 누나가 보고 어머니께 얘기했나 봐요. 그래서 어머니도 건강하려고 더 노력하신 것 같아요. 어느 날 집에서 쉬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산에 안 가냐?’ 하고 물으시더라고요.”비바람 눈, 태풍이 와도 산으로 갔다. 어릴 때부터 부모 말 안 듣고 살았고, 젊어서 사업하다 크게 망하는 등 어머니 속을 너무 썩였다는 생각에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는 “내 에너지가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전달된 것 같다. 올해 82세인데 건강하시다”며 웃었다. 안 대표에게 산은 어머니 품 같은 안식처다.“경북 울진군 서면(금강송면) 불영계곡에서 나고 자라 어렸을 때부터 산에 둘러 싸여 살다보니 산이 좋았어요. 젊었을 때 사업 실패로 낙담했을 때 산에 올랐어요. 산에서 위안과 희망을 찾았습니다. 산에 가면 안 풀리던 문제도 해결되죠. 이제 주기적으로 산을 타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결국 이 습관도 어머니 때문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어머니를 위해 산행을 시작했는데 결국 저에게 더 큰 도움이 된 셈이죠. 제가 건강하니 어머니도 걱정을 덜고 안심하고 사시는 것 같습니다.”안 대표가 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변함이 없어서란다.“사람은 변하잖아요. 전 사업하다 배신도 많이 당했어요. 그런데 산은 변하지 않아요.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절 반겨줘요. 29세 때 사업에 실패한 제가 크게 낙담했는데 몸도 아팠어요. 병원에 가도 병명도 안 나왔죠. 어머니께서 ‘이러다 우리 막내아들 죽겠네’라며 걱정하시는 것을 보고 산으로 갔어요. 1년 365일 산만 탔죠. 1년째 되는 날 지리산 천왕봉에서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가 모두 사라졌어요. 산은 제게 ‘세상엔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너하고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뀝니다. 바뀌길 바란 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죠. 그때부턴 제가 바뀌어 맞추려고 노력합니다.”안 대표는 혼자 산에 간다. 산을 타며 사색을 하기 때문이다. 산악회 차를 얻어 타고 가더라도 맨 앞에 나서서 혼자 오른다. 그는 “한국의 문화는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함께 가면 말을 해야 한다. 그럼 나만의 생각을 못 한다”고 했다. 200개 넘는 산을 오르자 사람들이 ‘어느 산이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 그는 “오늘 오른 산이 가장 힘들다. 나머지는 다 기억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 낮고 높은 게 힘듦의 기준이 아니고 그날 산을 오르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제가 산과 대화를 한다면 믿겠어요? 제가 인사를 하면 산이 받아줘요. 언젠가 겨울에 산에 올랐는데 ‘얘들아 반갑다’고 했더니 산도 반가웠는지 제가 걸을 때마다 계속 나무에서 눈을 떨어뜨려 주는 거예요. 몇 백 m 갈 때까지 계속….”안 대표는 요즘은 유명한 산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을 많이 탄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산은 경기 양평군의 추읍산. 그는 “진짜 혼자서 사색하고 싶을 때 가는 산이다. 높지도 않고 전망도 좋지 않지만 맑은 개천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 조용히 생각하며 산행할 수 있다”고 했다.“한국의 산은 등수가 없는데 누군가가 100대 명산, 200대 명산, 300대 명산으로 등수를 만들어 왔어요. 상업화를 한 것이죠. 명산엔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시끄러워요. 산이 명성 때문에 고요함과 편안함을 잃는 측면이 있어 안타깝죠. 저도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산을 계속 오르고 있더라고요. 뭐 전 산과 대화하는 것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산행은 최소 5시간 걸린다. 오르막 내리막을 걷다 보면 몸 건강은 기본으로 따라온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등산은 산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건강은 물론이고 다이어트에도 좋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심폐 지구력을 키울 때 하는 훈련이다. 예를 들어 100m를 자기 최고 기록의 50%에서 최대 90%로 달린 뒤 조깅으로 돌아와 다시 100m를 같은 강도로 달리는 것을 반복하는 훈련이다.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등산을 인터벌트레이닝과 동급으로 놓을 순 없다. 하지만 산을 오를 때 급경사와 완만한 경사, 평지, 내리막이 반복 된다. 이를 휴식할 때까지 1시간 이상 하니 일종의 인터벌트레이닝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등산은 1, 2시간 안에 끝내기 보다는 5~8시간까지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큰 효과가 있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엘리트 선수들 심폐 지구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 훈련이었다.안 대표는 매주 5시간 이상 산을 타며 인터벌트레이닝을 했으니 건강은 자연히 따라온 것이다.“사람들이 달리고, 축구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전 산을 타면서 느낍니다. 산에 오르면 그냥 좋습니다. 어려운 문제도 잘 정리되고… 산은 제 평생 친구입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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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머니 건강 기원하며 산을 탔는데 제가 더 건강해졌어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경북 울진군 서면(금강송면) 불영계곡에서 나고 자라 어렸을 때부터 산이 좋았다. 젊었을 때 사업 실패로 낙담했을 때 산에 올라 희망을 찾았다. 2017년부터는 어머니 건강을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매주 산을 탔다. 2년간 대한민국 100대 명산을 섭렵했고 지금까지 204개 산 정상에 올랐다. 어머니도 건강을 되찾았다. 자신도 더 건강해졌다. 컨설팅&유통 업체 비즈니스플러스 안순기 대표(53)는 매 주말 산을 탄다. 평일에도 시간이 나면 동네 앞산이라도 오른다. 집에서 쉬고 있으면 몸이 근질근질해서 자연스럽게 산으로 향한다. “어머니께서 갑자기 기력이 떨어지셨죠. 제가 할 수 있는 게 산에 올라 산신령님께 어머니 건강하시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밖에 없었어요. 아무한테도 얘기하지 않고 혼자 올라 기도했죠. 그런데 제가 산에 오르는 심정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것을 누나가 보고 어머니께 얘기했나 봐요. 그래서 어머니도 건강하려고 더 노력하신 것 같아요. 어느 날 집에서 쉬고 있으니 어머니께서 ‘산에 안 가냐?’ 하고 물으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부모 말 안 듣고 살았고, 젊어서 사업하다 크게 망하는 등 어머니 속을 너무 썩였다는 생각에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 그는 “내 에너지가 어머니에게 조금이나마 전달된 것 같다. 올해 82세인데 건강하시다”며 웃었다. 안 대표에게 산은 어머니 품 같은 안식처다. 힘들 때마다 산으로 갔고 위안과 희망을 찾았다. 어머니를 위해 산행을 시작했는데 결국 자신에게 더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산에 가면 안 풀리던 문제도 해결된다. 이제 주기적으로 산을 타는 습관이 생겼다. 이것도 결국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것”이라고 했다. “사람은 변하잖아요. 전 사업하다 배신도 많이 당했어요. 그런데 산은 변하지 않아요. 늘 그대로의 모습으로 절 반겨줘요. 29세 때 사업에 실패한 제가 낙담하자 어머니께서 ‘이러다 우리 막내아들 죽겠네’라며 걱정하시는 것을 보고 산으로 갔어요. 1년 365일 산만 탔죠. 1년째 되는 날 지리산 천왕봉에서 그동안 쌓였던 응어리가 모두 사라졌어요. 산은 제게 ‘세상엔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니라 너하고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이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사람은 절대 안 바뀝니다. 바뀌길 바란 제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았죠. 그때부턴 제가 바꿔서 맞추려고 노력합니다.” 안 대표는 혼자 산에 간다. 산을 타며 사색을 하기 때문이다. 산악회 차를 얻어 타고 가더라도 맨 앞에 나서서 혼자 오른다. 그는 “한국의 문화는 다른 사람을 배려해야 한다. 함께 가면 말을 해야 한다. 그럼 나만의 생각을 못 한다”고 했다. 200개 넘는 산을 오르자 사람들이 ‘어느 산이 가장 힘드냐’고 묻는다. 그는 “오늘 오른 산이 가장 힘들다. 나머지는 다 기억 속에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준다고. 낮고 높은 게 힘듦의 기준이 아니고 그날 산을 오르는 사람의 몸과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고. “제가 산과 대화를 한다면 믿겠어요? 제가 인사를 하면 산이 받아줘요. 언젠가 겨울에 산에 올랐는데 ‘얘들아 반갑다’고 했더니 산도 반가웠는지 제가 걸을 때마다 계속 나무에서 눈을 떨어뜨려 주는 거예요. 몇 백 m 갈 때까지 계속….” 안 대표는 요즘은 유명한 산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을 많이 탄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산은 경기 양평군의 추읍산. 그는 “진짜 혼자서 사색하고 싶을 때 가는 산이다. 높지도 않고 전망도 좋지 않지만 맑은 개천이 있다. 무엇보다 사람이 없어 조용히 생각하며 산행할 수 있다”고 했다. 산행은 최소 5시간 걸린다. 오르막 내리막을 걷다 보면 몸 건강은 기본으로 따라온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등산은 산에서 하는 인터벌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으로 건강은 물론이고 다이어트에도 좋다. 인터벌트레이닝은 일정 강도의 운동과 운동 사이에 불완전한 휴식을 주는 훈련 방법으로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심폐 지구력을 키울 때 하는 훈련이다. “사람들이 달리고, 축구하고, 자전거를 타면서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을 전 산을 타면서 느낍니다. 산에 오르면 그냥 좋습니다. 어려운 문제도 잘 정리되고…. 산은 제 평생 친구입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 2022-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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