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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이 마지막“분명히 나의 마지막 월드컵이다.”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의 마지막 월드컵이 다가오고 있다. 메시는 최근 미국 ESPN을 통해 20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다시는 월드컵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메시는 2016년에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으나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만류하자 복귀한 적이 있다. 그러나 30대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는 그의 나이를 고려할 때 이번에는 진짜 은퇴할 가능성이 크다. 우선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뒤 클럽에서 조금 더 활동하다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메시가 숙원인 월드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메시는 세계 최고의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인 발롱도르를 2009년부터 2021년까지 7번이나 차지할 정도로 현시대 최고의 선수로 꼽혀왔다. 발롱도르 5회를 차지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와 함께 최근 축구계를 양분해왔다. 메시와 호날두는 축구팬들 사이에서 자주 역대 최고의 선수로 거론되곤 했지만 두 선수 모두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월드컵 우승 경험이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늘 펠레(82·브라질)와 마라도나(1960~2020·아르헨티나)를 넘어서는 선수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펠레는 월드컵 3회 우승, 마라도나는 월드컵 1회 우승 경험이 있다. 펠레는 ‘축구황제’, 마라도나는 ‘축구의 신’으로 불리며 여전히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고 있다. 메시와 호날두 모두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크지만, 메시가 이번을 끝으로 월드컵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데 비해 호날두는 아직 은퇴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메시는 아르헨티나 팬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아왔다. 이번이 마지막 월드컵임을 공식화한 메시로서는 이번 월드컵이 그와 함께 자국 팬들의 추앙을 받아온 축구영웅 마라도나를 넘어설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도 하다.●메시, 통산 득점에서는 마라도나에 앞서지만, 월드컵에서는 뒤져메시가 이번 월드컵에 출전하면 아르헨티나 선수 중 월드컵 최다 출전 기록에서 마라도나를 앞선다. 메시는 2006, 2010, 1014, 2018 월드컵에 이어 이번 월드컵까지 총 5회 연속 월드컵에 나선다. 마라도나는 1982년부터 1994년까지 4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했다. 메시는 개인 통산 득점에서도 마라도나에 앞서 있다. 파리 생제르맹(프랑스)에서 뛰고 있는 메시는 FC 바르셀로나(스페인) 시절을 포함해 클럽 소속으로 4일 현재 총 830경기 695골(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 기준)을 기록 중이다. 국가대표 경기에서는 총 164경기 90골을 넣었다. 보카 주니어스(아르헨티나) 및 나폴리(이탈리아) 등에서 뛰었던 마라도나는 클럽 소속으로 총 588경기 310득점, 국가대표 경기에서 91경기 34골을 기록했다. 메시가 마라도나 보다 훨씬 더 많은 경기를 뛰었기 때문에 통산 득점에서 앞섰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도 메시가 마라도나에 앞서 있다. 클럽에서 메시는 평균 0.83골, 국가대표에서는 0.54골을 기록 중이다. 마라도나는 클럽 평균 0.52골, 국가대표 평균 0.37골이었다.이렇듯 기록상으로는 메시가 앞서 있지만 메시가 마라도나를 넘어 섰다는 평가가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가대표 경기, 특히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인 월드컵에서의 부진 때문이다. 이는 월드컵에서의 두 선수의 활약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다. 월드컵 기록만으로 보면 메시는 19경기 6골을 기록 중이다. 마라도나는 21경기 8골을 기록했다. 통산 기록에서는 마라도나에서 앞서 있는 메시가 월드컵 기록으로 보면 평균 0.31골로 0.38골의 마라도나에 뒤져 있다.●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마라도나의 월드컵 충격또한 기록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충격 효과 및 인상적인 플레이에서 마라도나가 앞서 있다. 마라도나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원맨쇼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며 아르헨티나를 우승시켰다. 이 대회에서 마라도나는 7경기 5골을 기록하며 최우수선수로 뽑혔다. 특히 마라도나가 8강 상대였던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로 60m 구간을 드리블하며 수비수 5명을 제치고 터뜨린 골은 국제축구연맹(FIFA)에 의해 ‘20세기 최고의 골’로 선정되기도 했다. 마라도나는 이에 앞서 교묘한 핸드볼 반칙을 감추며 ‘신의 손’ 논란을 일으킨 첫 번째 골을 넣는 등 2골을 넣으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마라도나는 이어 벨기에와의 4강전에서도 2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주도했다. 8강, 4강전과 같은 주요 경기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해결사 역할을 했다. 마라도나는 결승전 상대였던 독일(당시 서독)에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당시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워 감독은 경기 초반 마라도나를 지나치게 의식해 수비 위주의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다. 마라도나는 결승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그의 이런 존재감이 승리의 한 요인이었다. 아르헨티나는 독일을 3-2로 꺾고 우승했다.●기대 모았던 메시, 월드컵 고비마다 골 침묵메시도 월드컵 우승에 근접한 적이 있었다.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과의 결승에 올랐다. 메시는 이 대회에서 7경기 4골을 기록하며 대회 최우수 선수에 뽑혔다. 하지만 결승전에서 독일에 0-1로 져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것이 메시에게는 최고의 월드컵 성적이었다. 이외에도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2006, 2010년 대회에서는 연속 8강에서 탈락했고, 2018년 대회에서는 16강에서 탈락했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2014년 대회에서도 메시는 마라도나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다. 아르헨티나는 당시 8강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1-0, 4강에서 네덜란드를 상대로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힘겹게 결승에 올랐다.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메시는 이 과정에서 계속 침묵했다. 결승까지 오르기는 했지만, 주요 고비인 8강 4강 결승전에서 메시는 모두 골을 넣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메시가 국가대표팀에만 오면 약해진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메시가 클럽에서보다 국가대표팀에서 약한 면모를 보이는 건 물론 팀 환경이 달라서다. 함께 뛰는 선수들과 손발이 맞는 정도가 다르다. 하지만 이는 마라도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마라도나는 개인의 힘으로 월드컵 무대마저 휘저으며 우승을 이끌 정도로 압도적인 역량을 지녔다고 평가받았던 반면 메시는 그에는 다소 못 미친다는 소리가 들렸다.●마침내 메이저 무관 징크스 떨쳐낸 메시의 재도전메시는 이어 2016년 남미축구 선수권(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아르헨티나가 칠레에 패해 준우승하면서 더 큰 심리적 고통을 겪었다. 메시는 항상 메이저 국제대회 우승을 놓치기만 한다는 소리가 더 집요하게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실망한 메시는 이때 국가대표 은퇴 선언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팬은 물론 메시의 국가대표팀 동료들과 마우리시오 마크리 당시 아르헨티나 대통령까지 나서서 메시의 은퇴를 말렸다. 복귀한 메시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또다시 아르헨티나가 16강에서 탈락하면서 한 번 더 심리적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메시는 2021년 아르헨티나를 이끌고 코파 아메리카 결승에서 브라질을 꺾고 우승하면서 지겹게 따라다니던 ‘국가대표 메이저 대회 무관’의 꼬리표를 뗐다. 그토록 오래 따라다녔던 ‘메이저 무관’의 징크스를 떼어낸 그이기에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이 더욱 주목된다. 메시는 월드컵을 앞두고 “월드컵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불안과 긴장도 느낀다”라고 예민해진 심경을 밝혔다. 그는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가 언제나 우승하는 건 아니었다. 아르헨티나는 늘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혀왔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정말 우승 후보인지는 잘 모르겠다. 더 나은 팀이 있다고 본다”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 순위에서 브라질(1위), 벨기에(2위)에 이어 3위에 올라 있다. 아르헨티나는 이번 월드컵에서 사우디아라비아(51위), 멕시코(13위), 폴란드(26위)와 함께 C조에 속해 있다. 전력상 아르헨티나가 조별리그를 통과해 16강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메시가 월드컵 우승하면 마라도나와 어깨 나란히이번 대회 우승 후보로는 2018년 대회 우승팀인 프랑스를 비롯해 전통의 강호인 브라질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등이 꼽히고 있다. 메시 자신은 최근 프랑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 중에서도 브라질과 프랑스의 우승 확률이 가장 높다고 꼽기도 했다. 하지만 메시 자신은 누구보다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간절히 원할 것이다. 생애 마지막 월드컵이자 축구선수로서의 마지막 위업인 월드컵 우승을 누구보다 바라는 그는 분명 최선을 다할 것이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을 일구어낸다면 누가 더 최고의 선수인가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을 이어왔던 호날두와의 비교에서는 확실한 우위에 설 수 있다. 또한 메시가 이번에 우승을 차지하면 월드컵 1회 우승 및 준우승 1회를 차지했던 마라도나의 월드컵 우승 준우승 기록과도 같아진다. 메시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 마라도나와의 비교에 있어서 영원히 어깨를 견주는 것은 물론, 인상적인 활약 여부에 따라서는 마라도나를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해양수산부가 갯벌 모래 소금 해조류 및 해양경관 등 해양자원을 활용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증진하는 해양치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선다. 우선 올해부터 2026년까지 남해서부해역을 시작으로 서해안, 동해안, 남해동부해역, 제주 연안을 대상으로 해양치유에 활용될 수 있는 해양자원의 현황 및 활용 실태에 대한 조사를 추진한다. 또 갯벌, 소금, 해양심층수, 해조류, 해양경관 등 해양치유 자원의 효능 분석 및 안정성 확립을 위한 해양치유 자원 연구사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비롯해 서울대 한국해양대 등 18개 기관이 참여한다. 해수부는 올해 8월 전남 완도군에서 ‘해양치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리빙랩’을 진행하기도 했다. 리빙랩은 공공과 민간, 전문가와 현장 주민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 방식이다. 근골격계 통증 환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해양자원을 활용한 재활운동과 예술 및 힐링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마린 통증 세러피’, ‘마린 아트 세러피’, ‘마린 힐링 세러피’ 등 3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161명의 완도군민을 설문조사한 결과 치유 프로그램 참가 이후 근골격계 통증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신경 검사 결과에서도 스트레스가 감소했다. 바닷물에 발과 발목을 담그거나 맨발로 바닷가를 산책하는 동안 신체 통증과 스트레스가 줄었다. 해변에서 모래를 만지며 조형물을 만들거나 해조류나 머드를 이용해 예술 작업을 하는 활동도 정신건강 증진에 도움이 됐다. 독일에서는 해양 및 온천 치유시설(Kurort)이 전국적으로 350여 개소 운영되고 있다. 일본도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해양치유센터’ 30여 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나 이스라엘도 해양자원을 활용한 치유 시설을 설립해 왔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해양치유를 위한 자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바다까지의 이동 거리가 짧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해 2월 해양치유 자원 관리의 기본계획 수립과 이용 기반 조성 등과 관련한 ‘해양치유 자원의 관리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이 시행돼 해양치유 산업 발전의 법적인 토대도 마련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풍부한 해양치유 자원인 머드나 해양심층수의 정확한 용법을 찾아 그 효능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적절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해양치유의 목표”라고 했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2006년 7월 독일 월드컵 기간 때 일이다. 베를린의 한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소년은 오로지 그를 보기 위해 몇 년 전부터 용돈을 아끼고 아르바이트를 해 모은 돈으로 표를 구했다고 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여운이 남아 있던 때였다. 많은 한국 팬들이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기 위해 독일까지 찾아왔다. 그의 입에서도 당연히 한국 선수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가 언급한 이름은 프랑스 대표팀의 지네딘 지단(50)이었다. 이해에 지단은 프랑스를 이탈리아와의 결승전에까지 이끌었다. 1-1이던 결승 연장전 후반 5분.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을 가득 메웠던 7만여 명의 관중은 한목소리로 ‘우∼’ 하는 야유를 쏟아냈다. 이탈리아의 수비수 마르코 마테라치(49)가 경기장에 쓰러져 있었고, 심판이 달려와 지단에게 레드카드를 꺼냈다. 지단이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는 ‘박치기 사건’이 일어난 순간이었다. 후에 마테라치가 지단의 여동생을 모욕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그 순간에는 지단이 왜 그랬는지 관중석과 기자석에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럼에도 경기장에서는 지단의 퇴장에 항의하는 관중의 함성이 일방적으로 터져 나왔다. 아마도 대회 최고의 슈퍼스타가 물러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탈리아가 승부차기로 우승을 차지했고, 지단은 은퇴를 선언했다. 이 경기가 지단의 마지막 경기였다. 지단의 경기는 사람들을 매혹시켰다. 부드러운 동작과 강력한 힘, 자석 같은 볼 키핑 능력을 갖춘 그의 플레이는 프랑스 대표팀을 표현하는 ‘아트 사커’ 그대로였다. 그러나 먼 한국의 소년을 불러들이고, 세계 축구팬들의 가슴을 사로잡았던 지단의 인기와 영향력이 단지 경기력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축구, 특히 월드컵이 만들어낸 통합의 아이콘이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프랑스 대표팀 22명 중에는 지단을 비롯해 릴리앙 튀랑(50) 등 이민자의 후손들 및 유색인 8명이 포함돼 있었다. 인종 갈등이 극심하던 당시 프랑스 극우진영에서는 이들이 프랑스를 대표할 수 없다면서 대표팀을 백인 위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난한 알제리 이민자의 후손이었던 지단은 이런 프랑스 대표팀의 플레이 메이커로 피부색을 초월한 선수단 단합의 구심점으로 활약했고, 프랑스에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겼다. 그는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2골을 넣으며 팀의 3-0 승리를 주도했다. 다인종을 표현하는 무지개팀으로 불렸던 프랑스 대표팀은 통합의 상징이 됐다. 수많은 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인종이나 피부색과 관계없이 일치된 마음으로 대표팀을 응원했다. 이는 프랑스가 인종 및 이민자들을 둘러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또 다양성에 기초한 노력이 더 큰 결실을 얻을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를 계기로 프랑스 문화가 백인 중심에서 벗어나 좀 더 포용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영국 공영 BBC가 월드컵 아이콘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지단을 첫 번째로 다룬 것은 아마도 그의 이 같은 역할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단은 월드컵 우승 이후 2002 프랑스 대선에서 극우 정당 후보 장마리 르펜(94)이 “지단이냐 르펜이냐”며 다시 인종차별 슬로건을 들고나왔을 때 서슴없이 “르펜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뛸 수 없다”고 응수했다. 르펜은 자크 시라크 대통령(1932∼2019)에게 패했고, 지단은 이후에도 줄곧 극우 진영의 인종차별 정책과 맞섰다. 월드컵에서 우승한다고 저절로 국민통합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1998년 프랑스 월드컵은 축구를 통해 사회가 통합된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이를 통해 나은 미래를 말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우리도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진출 때 이를 경험했다. 스포츠가 국민들의 정치적 시선을 돌리는 데 이용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적어도 이런 행사들을 통해 드러나는 것은 응원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의 확인이다. 이 같은 애정의 바탕 위에 분열된 국론의 소통이나 통합도 가능할 것이다. 현실 정치에서의 국론 분열이 극에 이른 때일수록 월드컵에서의 이런 기억들이 자꾸만 떠오른다.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우수 중소기업 발굴부터 입점, 판매까지 원스톱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인큐베이터로서의 역할을 굳혀가고 있는 홈앤쇼핑이 중소기업에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찾아가는 상품기획자(MD) 상담회 진행, 성과공유제 개선 및 운영, 업계 중소기업제품 판매수수료율 최저 수준 유지, 중소기업 홍보 방송 무료 제작, 라이브커머스 활용 판로 확대 지원 등 실질적 혜택에 집중하며 중소기업 동반 성장에 힘쓰고 있다. 홈앤쇼핑(각자대표이사 이일용·이원섭)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지역의 우수 중소기업 발굴을 위해 매년 초 서울부터 제주까지 주요 광역시와 도를 찾아 ‘TV홈쇼핑 방송입점 지원사업 MD상담회’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는 10월 17일까지 전국 14개 광역시, 도의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71회 진행됐다. 홈앤쇼핑 MD와 일대일 상담을 통해 홈쇼핑 유통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고 입점 컨설팅을 한다. 상담회에 참석한 중소기업들의 방송 적합성 및 상품력 등을 종합 평가해 최종 선정된 제품은 상품화 및 방송 준비 과정을 거쳐 TV홈쇼핑에 론칭된다. 2021년에는 14개 광역시, 도에서 총 96회 상담회를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대구, 경북 소재 중소기업 및 백화점, 면세점 입점 기업 등을 위해 별도 상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비대면 온라인 상담을 통한 개별 상담도 이어갈 계획이다.MD상담회에서 발굴한 지역 우수 상품에는 홈앤쇼핑의 대표 판로 지원 사업인 ‘일사천리’ 프로그램을 통해 TV홈쇼핑 입점 기회를 준다. 2012년 홈앤쇼핑 개국과 함께 시작된 ‘일사천리’는 매년 사업 규모를 넓히며 그동안 총 1270여 개의 중소기업 상품을 소비자들에게 선보였다. 영업 유통망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 중소기업에 저렴한 판매수수료율로 호평을 받고 있다.소비자 반응에 따라 정규 방송으로 전환되는 상품도 점차 늘고 있다. 올해 32개 상품이 일반 정규 방송으로 전환됐다. 이 가운데 특히 △겐제스3단행거(한길산업㈜) △농민도토리순면((농)판교농민식품주식회사) △숨쉬는칫솔(올커니㈜) 콩국이기가막혀(초림단지묵)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일사천리 상품의 모바일 상시 판매도 활성화되고 있다. 몇 차례 노출에 그치는 방송 상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적인 판로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고객이 방송 전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미리주문 서비스로 실질적 판매 기간을 확대하고, 방송 상품 외 보유 상품이 추가 입점을 추진하는 선순환 판매 구조를 구축했다.동반성장 위한 성과공유제 시행홈앤쇼핑은 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위한 실질적 혜택을 주기 위해 흑자전환 첫해인 2013년부터 초과이익 성과공유제를 시행 중이다. 올해는 60개 협력사에 각 1000만 원씩 총 6 억 원을 지원했다.성과공유제는 매출 기여도가 높은 우수 중소협력사를 대상으로 연간 목표액 대비 초과이익을 환급해주는 제도로 처음 시작됐다. 2016년부터는 기여도가 높은 협력사에 초과 이익을 환원하던 방식에서 탈피해, 방송 판매 부진을 겪은 업체들의 손실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홈앤쇼핑은 성과공유제를 통해 2013년부터 현재까지 522개 협력사에 총 49억 원을 지원했다. 업계 최저 수준의 판매수수료율또한 홈앤쇼핑은 업계 최저 수준의 중소기업 상품 판매수수료율로 협력사의 부담을 줄여주고 있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홈앤쇼핑의 중소기업제품 판매수수료율은 20.8%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중소기업 제품 판매수수료율이 가장 높은 업체 대비 16.3%포인트 낮다. 홈쇼핑 7개사의 평균치에 비해서도 9.3%포인트나 저렴하다. 중소기업 홍보방송 제작 지원홈앤쇼핑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중소기업 홍보방송 제작지원 사업’도 진행해 오고 있다. 중소기업 홍보방송은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도 홍보와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판로망 개척을 위해 홍보 영상물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중소기업 홍보방송 제작 지원 사업을 시작한 2012년부터 현재까지 1400여 개 기업에 영상 콘텐츠를 무상으로 제작해 왔다.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제공받은 영상 콘텐츠를 홈페이지, 웹기술서, 박람회, 미팅 등 홍보 활동에 활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신 트렌드에 맞춘 중소기업 판로 지원도 이어가고 있다. 홈앤쇼핑 라이브커머스인 ‘팡LIVE’를 통해 지역 소상공인 판로 확대를 돕고 있다. 2020년 정식으로 방송을 시작한 ‘팡LIVE’는 TV홈쇼핑에 비해 방송 준비 조건이나 비용 부담이 덜해 규모가 작은 기업들도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할 수 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누적 시청 횟수가 700만회를 돌파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TV홈쇼핑보다 수수료가 낮은 것도 장점이다. 전체 ‘팡LIVE’ 판매자 중 절반 이상이 중소기업으로 ‘팡LIVE’는 중소기업의 신규 판로 확대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원섭 대표이사는 “홈앤쇼핑은 상품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을 지원하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설립 취지 구현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앞으로도 중소기업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정책 수립과 함께 지속적인 판로 지원 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사단법인 국가정보포럼(대표 석재왕 건국대교수)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국가전략정보센터에서 ‘안보환경 변화와 방첩의 과제’를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한다. 허태회 선문대 명예교수(전 국가정보학회장)이 ‘21세기 안보환경 변화와 국가방첩의 과제’, 석 대표가 ‘방첩 법제화 필요성과 방안의 모색’을 내용으로 주제 발표를 한다. 한국미디어저널협회(회장 김대은)가 후원한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차세대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그가 지난 10여년간 세계 축구계를 양분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오넬 메시(35·파리 생제르맹)의 챔피언스리그 전성기 기록도 깨버릴 기세다. 하지만 홀란이 진정 호날두와 메시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가 남아 있다.●‘라인 브레이커’의 폭주194cm의 장신에도 폭발적인 스피드와 순발력을 지닌 홀란은 ‘라인 브레이커’라는 표현 그대로 상대 수비라인을 뜷고 폭주하고 있다.홀란은 6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22~2023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G조 3차전 맨체스터시티와 코펜하겐의 경기에서 전반전만 뛰고도 2골을 넣으며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다. 최근 EPL에서 첫 안방 경기 3연속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각종 신기록을 세우고 있는 그는 이날 득점으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여러 기록을 세웠다. 이번 시즌에만 챔피언스리그 3경기 5골을 기록한 그는 자신의 통산 챔피언스리그 기록을 22경기 28골로 늘렸다. 이는 역대 최단기간 28골 기록이다. 또한 해리 케인(29·잉글랜드)이 갖고 있던 챔피언스리그 22경기 최다 골 기록이었던 18골을 10골 차로 앞선 기록이다. 그는 이미 2020~2021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20세 231일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20골을 돌파한 데다 8경기 10골로 메시가 21세에 세웠던 역대 최연소 득점왕 기록도 바꿨다. 이번 시즌엔 22세 47일 만에 역대 최연소 25골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를 보인다.●호날두 메시의 챔스리그 기록과 비교해 보면그렇다면 그의 기록들을 호날두와 메시의 통산 기록과 비교해 보면 어떨까.7일 현재 호날두의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은 187경기 141골(경기당 0.75골)이다. 메시는 159경기 127골(경기당 0.80골)을 기록 중이다. 호날두는 역대 챔피언스리그 득점 1위, 메시는 2위에 올라 있다.22경기 28골을 기록 중인 홀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당 득점은 1.27골이다. 챔피언스리그 전체 평균 득점에서 홀란이 앞서 있다. 하지만 호날두와 메시는 140경기 이상을 치른 상태에서의 평균 득점이고 홀란은 이제 22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장기적으로 홀란이 호날두와 메시의 기록을 넘어서는지 보기 위해서는 몇 년 더 지켜보아야 한다.그러면 홀란의 지금 페이스를 호날두와 메시의 전성기 단일 시즌과 비교해 보자. 이번 시즌 홀란은 챔피언스리그에서 3경기 5골(경기당 1.67골)을 넣었다.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시즌은 2013~2014 시즌으로 11경기 17골(경기당 1.55골) 5도움을 기록했다. 이때 레알 마드리드 소속이었던 호날두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4-1 승리를 도왔다. 메시의 챔피언스리그 최다득점은 2011~2012 시즌 기록했던 11경기 14득점(경기당 1.27골) 5도움이다. 이때 메시가 몸담았던 바르셀로나는 4강에 머물렀다. 하지만 메시는 한 시즌 전이었던 2010~2011 시즌 13경기 12득점(경기당 0.92) 4도움을 기록하며 바르셀로나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메시는 결승전에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도왔다.이렇게 홀란의 현재 기세를 전성기 시절 호날두와 메시의 단일 시즌과 비교해 보더라도 일단 홀란이 경기당 평균 득점에서는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홀란의 기록은 역시 이번 시즌 초반 기록 일뿐이다. 홀란이 호날두와 메시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 기세를 시즌 종료 때까지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 페이스 유지를 위해선 팀 전력과 부상 변수 극복해야이와 관련된 변수가 팀 전체의 전력과 부상이다. 이번 시즌 홀란이 챔피언스리그에서 호날두의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맨체스터 시티가 준결승 이상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다. 팀이 조기 탈락하면 홀란의 출전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남은 조별리그 3경기를 포함해 16강 및 8강 1, 2차전을 치르면 10경기 출전 가능하다. 준결승에 진출하면 추가로 2경기를 더 치르기에 출전 경기 수는 12경기로 늘어난다. 결승까지 오르면 총 13경기를 뛰게 된다. 홀란이 부상 없이 전 경기를 소화하고 현재의 경기당 득점을 유지하면 산술적으로는 21골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와 16강 진출 팀들 간의 격차는 크다. 조별리그 팀들을 상대로 한 득점 페이스가 16강 이후까지 지속될지는 지켜보아야 한다. 또한 16강전부터는 지면 탈락하는 토너먼트 경기이기 때문에 각 팀이 단기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전력을 다하게 된다. 이때 맨체스터 시티의 주득점원인 홀란에 대한 집중 견제가 이뤄질 것은 분명하다. 이 때문에 부상 가능성도 커진다. 최고의 무대에서 이러한 집중 견제를 뚫고 팀을 우승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는 전환점이다.●챔피언스리그 우승 통해 존재 가치 증명해야홀란이 맨체스터 시티를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끈다면 호날두와 메시처럼 최고의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증명한다는 의미가 있다. 더욱이 중동 자본을 등에 업은 맨체스터 시티는 막대한 돈을 퍼붓고도 아직 한 번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지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10년간 선수 이적료로만 2조원 이상을 쓰며 초호화구단으로 지내왔지만, 번번이 챔피언스리그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으며 꿈을 이루지 못했다. 홀란이 이 꿈을 이루어준다면 진정한 해결사로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맨체스터 시티는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지난 2021~2022시즌 4강에 올랐고, 이전인 2020~2021시즌에서는 준우승했다. 최근 몇 년간 줄곧 챔피언스리그 우승 후보 중 한 팀으로 꼽힐 만큼 강한 전력을 갖고 있다. 홀란이 가세한 맨체스터 시티는 다시 한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꿈꿀 수 있다. 홀란에게도 맨체스터 시티에서 뛰는 자체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되고 있다.●전성기 호날두, 메시보다 득점력 좋지만, 공격포인트 적은 것은 보완 과제그러나 역시 우승이란 다른 선수들과의 협업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아무리 뛰어난 슈퍼스타라도 축구를 혼자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동료들과 조화로운 플레이가 또 하나의 관건이다.이런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는 점이 득점과 도움을 합한 공격포인트다. 단순히 득점뿐만 아니라 도움 능력까지 보게 되기 때문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홀란은 이번 시즌 3경기 5골을 기록했지만, 아직 도움은 없기에 공격포인트는 3경기 5점(경기당 1.67점)이다. 호날두가 레알 마드리드를 우승으로 이끌었던 2013~2014시즌 챔피언스리그 공격포인트는 22포인트(경기당 2점)이다. 메시가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었던 2011~2012시즌 공격포인트는 19포인트(경기당 1.72점)다.이렇게 볼 때 홀란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기당 득점에서는 전성기 시절 호날두와 메시에 앞서 있지만, 득점과 도움을 합한 공격포인트에서는 호날두와 메시에 뒤져 있다. 그리고 홀란이 호날두와 메시에 필적하려면 팀을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이끌어야 하는 과업이 남아 있다.물론 수치가 모든 것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홀란이 도움을 적게 기록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가 다른 동료들에게 주는 영향은 상당하다. 큰 키와 빠른 스피드 및 강력한 파워를 지닌 홀란이 상대 수비진을 헤집거나 몸싸움으로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다른 동료들에게 상당한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형의 도움 역시 팀 승리 및 우승으로 귀결되지 못한다면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 홀란이 개인 기록만 찬란하게 쌓고 팀을 우승시키지 못한다면 빛바랜 영광이 될 수 있다. ●젊음이 가장 큰 자산그러나 홀란에게는 이제는 호날두와 메시에게는 없는 다른 강력한 무기가 있다. 그건 바로 젊음이다. 호날두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정점을 찍었을 때가 29세, 메시가 24세였던데 비해 홀란은 이제 22세다. 홀란에게는 아직 더 많은 기회와 가능성이 남아 있고, 그것이 현재 호날두와 메시에게는 없는 차세대 축구 스타로서의 가장 큰 자산이다.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복지 프로그램이 수백 개에 이르고 정부 예산의 3분의 1을 복지에 쓰고 있다. 제도 자체는 굉장히 많지만 공급자 위주로 서로 연결이 안 돼 있다. 중복 지원과 복지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도를 통합해 단순화하고 수요자 중심의 맞춤 서비스를 해야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숨진 서울 창신동 모자 사건이나 수원 세 모녀 사건 등이 발생한 이후 정부가 복지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서상목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민관협력을 통한 사회복지 서비스 전달 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마포구 한국사회복지회관에서 만난 서 회장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업을 소개하며 지역단체 및 정부와 효율적으로 연계해 통합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지역별 복지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전국 117개 시군구에서 지역주민이 봉사자로 참여해 복지 소외계층을 찾아내 정부나 민간 자원에 연결해 주는 ‘좋은이웃들’ 사업을 펼치고 있다. 좋은 이웃들 자원봉사자는 수만 명에 이른다. 또 기업이나 개인이 기부한 식품이나 생활용품을 결식아동이나 홀몸노인 등 저소득 소외계층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국내 최대 물적 나눔 시스템인 ‘푸드뱅크’ 사업도 이어가고 있다. 푸드뱅크 사업은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노숙인 및 결식아동 음식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식품 등 기부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다. 현재 17개 광역푸드뱅크 등 전국 450여 개 푸드뱅크(마켓)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기부액이 2400억 원을 돌파했다. 지난 한 해에만 1만3500여 개 시설 및 단체와 33만6000여 명의 홀몸노인과 결식아동, 저소득 가정의 개인을 지원했다. 푸드뱅크 사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재난 재해에 대응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머전시 푸드팩’도 그중 하나다. ‘이머전시 푸드팩’은 긴급 지원이 필요한 대규모 재난 발생 지역에 즉각 푸드팩을 지원하는 긴급지원 형태와 지역 내 복지 사각지대 소외 계층에 푸드팩을 지원하는 상시 지원 형태로 운영된다. 지난해와 올해 농심과 손잡고 1만 팩씩의 이머전시 푸드팩을 지원했다. 서 회장은 “어려운 사람을 찾아 굶지 않게 하는 것이 첫 번째 할 일”이라면서도 “단순히 음식만 제공할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살피고 정부의 사회복지 시스템 등과 연결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지 프로그램끼리의 연결과 수요자 중심의 통합 맞춤형 대안이 필요하다”며 “내년에 협의회가 관련 연구를 진행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좋은이웃들 사업의 경우 시군구마다 자원봉사자가 400∼500명은 된다. 지역민들끼리는 서로를 잘 알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서 회장은 “이런 분들을 지역 기업 및 협동조합, 정부와 연계하면 복지공동체 형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며 “사회복지협의회가 이 중심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예산 때문에 사회복지협의회가 전국 226개 시군구 중 163개에만 설치돼 있지만 전국 모든 시군구에 협의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 회장은 “정부는 복지기관을 새로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 단체가 가진 수단과 역량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협의회와 같은 단체를 통해 민간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관계자들이 벌써부터 내게 얼마를 줄 수 있는지 얘기하고 있다. 9자리 숫자다.” 은퇴한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5·미국)가 최근 이종격투기 UFC 스타 코너 맥그리거(34·아일랜드)와의 재대결 가능성을 밝히며 떠벌린 말이다. 9자리 숫자면 억 단위다. 대전료를 1억 달러로 잡아도 1440억 원가량이다.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재대결을 위한 양측의 접촉이 있었던 건 분명해 보인다. 메이웨더는 2017년 8월 맥그리거와의 세계복싱평의회(WBC) 슈퍼웰터급 타이틀 매치에서 10회 TKO 승을 거둔 뒤 50전 전승으로 은퇴했다. 이종격투기 선수인 맥그리거가 프로복싱 도전자로 나서는 것이 애당초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이 점 때문에 오히려 관심을 끌었다. 메이웨더는 복싱 챔피언으로서의 체면을 지켰고, 맥그리거는 복싱 룰로만 당대 최강 챔피언과 맞섰는데도 10회까지 버티며 선전했다는 호평을 들었다. 메이웨더는 대전료로만 1억 달러, 맥그리거는 3000만 달러(약 432억 원)를 챙겼다. 게다가 메이웨더는 1.5kg짜리 순금 판 위에 다이아몬드 3360개, 사파이어 600개, 에메랄드 300개가 박힌 약 30억 원짜리 챔피언 벨트까지 부상으로 받았다. 하지만 이 호화로운 이벤트 이후 그만큼 눈길을 끄는 복싱 경기는 열리지 않고 있다. 올해 열린 가장 굵직한 경기로는 18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겐나디 골롭킨(40·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32·멕시코)와의 세 번째 맞대결을 꼽을 수 있다. 고려인 외할아버지를 두어 한국계 혈통을 지닌 골롭킨은 세계복싱협회(WBA), WBC, 국제복싱연맹(IBF), 세계복싱기구(WBO) 슈퍼미들급 통합챔피언 타이틀 매치에서 알바레스에게 0-3 판정패했다. 미들급 최강자인 둘은 2017년과 2018년에도 맞붙었다. 1차전은 무승부였고, 2차전은 골롭킨의 판정패였다. 지난해 10월 열렸던 타이슨 퓨리(34·영국)와 디온테이 와일더(37·미국)의 WBC 헤비급 타이틀 매치도 주목할 만한 경기였다. 두 선수 역시 세 번째 맞대결이었다. 2018년 12월 첫 대결은 무승부였고, 2020년 2월 두 번째 대결에서는 퓨리의 7회 TKO 승, 세 번째 대결에서는 퓨리의 11회 KO 승이었다. 이 경기들은 최근 복싱계의 빅매치로 꼽혔지만 화제성으로나 수익으로나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경기에는 못 미쳤다. 알바레스의 대전료는 4500만 달러(약 648억 원), 퓨리의 대전료는 3000만 달러(약 432억 원)였다. 이처럼 최근 복싱계에서 손꼽히는 경기의 특징은 재대결이라는 데 있다. 신예들과의 대결이 아닌, 이미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는 스타들 간의 대결이었다. 현역 최강자들의 경기들은 은퇴한 메이웨더의 경기보다 관심을 끌지 못했다. 메이웨더 이후 새로운 복싱 슈퍼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메이웨더는 은퇴한 뒤 40대 중반 나이에도 이종격투기 선수나 블로거 등을 상대로 각종 이벤트 경기를 벌여오고 있다. 순수 복서끼리의 대결로 가장 화려한 조명을 받은 최근 경기로는 2015년 메이웨더와 필리핀의 복싱영웅 매니 파키아오(44)의 맞대결을 꼽을 수 있다. ‘세기의 대결’로 불린 당시 메이웨더의 대전료는 27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그 경기를 두고 ‘복싱의 사망 선고’였다는 표현이 나왔다. 메이웨더의 판정승으로 끝난 이 경기는 양측이 조심하며 지루하게 진행됐다. 안 그래도 이종격투기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는 복싱계 최대의 빅매치가 지루하게 끝나면서 대중에게 복싱은 재미없는 경기라는 이미지를 더 깊게 심어주리라는 우려가 번졌다. 복싱 하향세가 꼭 이 경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이 경기는 복싱 하향세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실제로 복싱은 급격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런 침체 속에서는 새 스타가 나오기 어렵다. 이러한 신예 스타 부재가 복싱계에서 옛 스타들 간의 재대결이 번져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이제는 메이웨더와 맥그리거의 재대결뿐만 아니라 메이웨더와 파키아오의 재대결설까지도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은퇴한 파키아오는 필리핀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뒤 재기를 노리고 있다. 메이웨더는 계속 돈을 벌어 좋겠지만 복싱은 자꾸 과거로 회귀하는 듯하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고금리 시대를 맞아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낮은 표면금리를 지닌 저쿠폰 채권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달 16일까지 표면금리 3% 이하의 저쿠폰 채권 판매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9배에 해당하는 3조1000억 원에 이른다. 채권수익은 이자수익과 매매차익으로 나뉘는데, 이자수익에는 15.4%의 이자소득세가 붙지만 매매차익에는 부과되지 않는다. 매매차익은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장외시장에서 유통되는 채권 중 과거 저금리 시기에 낮은 표면 금리로 발행된 저쿠폰 채권의 경우 최근 금리 상승으로 채권가격이 액면가 대비 많이 떨어져 매매차익 부분이 커져 있다. 채권 투자로 얻어지는 수익 중 이자소득세를 내는 이자수익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어 절세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 삼성증권 예탁 자산 30억 원 이상인 초고액 자산가들의 경우 저쿠폰 채권 매수금액이 전년 대비 6.4배 증가했다.삼성증권 백혜진 상무는 “고액자산가를 중심으로 세전 연 4%대의 안정적인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고쿠폰 채권과 더불어 세금 부담을 낮춰 세후 실질소득률을 높일 수 있는 저쿠폰 채권 매수를 병행하는 채권 포트폴리오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를 계기로 국가 차원에서 시설물 안전 및 유지 관리를 개선하기 위해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이 도입됐다. 관련자들은 특수교량 관리 등 전문화된 기술을 축적해오며 국민 안전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무작정 이 업종을 폐지하는 건 국민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토교통부가 2020년 시설물유지관리업종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을 개정 공포한 뒤 업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황현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장이 관련 내용이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은 29개 전문건설업종을 14개로 개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건설업종 간의 상호 시장 진출을 위한 칸막이 줄이기를 취지로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기존 28개 업종이 14개 대업종으로 통합되며 시설물유지관리업만 폐지되는 상황이 됐다. 국토교통부는 2023년 12월 31일까지 유예기간을 두었다. 시설물유지관리업은 각종 시설물의 안전을 위한 유지 보수 및 재난 재해 시 긴급 개보수에 투입되는 업종이다. 이 업종을 폐지하면 그동안 관련 면허를 지닌 전문 업체들이 해오던 기존 사업을 다른 업체들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다. 업종 관계자들은 2020년 7월부터 청와대 국회 국토교통부 앞에서 대규모 규탄대회 및 천막농성, 릴레이 시위를 이어오고 있다. 업계는 국토교통부가 시설물유지관리업이 지닌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시대에 역행할 뿐만 아니라 유예기간 또한 촉박해 관련 업체들이 곤경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 송파구 대한시설물유지관리협회 서울특별시회에서 만난 황 회장은 사업자들의 급박한 사정에 대한 안타까움과 정부 정책의 불합리성을 강조했다. 황 회장은 먼저 “국토교통부는 시설물유지관리업이 타 업종과 분쟁을 일으킨다는 것을 폐지 사유 중 하나로 들었다. 하지만 건설업종의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업종만을 분쟁을 이유로 폐지시키는 것은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본다. 우리 업종이 폐지되면 이익을 보는 업종이 있다.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건 아닌가 하는 시선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노후시설물 및 특수시설물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고 그 유지 관리의 중요성은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대안도 없이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면서 “또한 기존 업자들에게는 새로운 업종으로 전환하라고 하는데, 갑작스럽게 새로운 분야로 전환하면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엔 다 도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사업자들의 고충을 인정해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시설물유지관리업종 유효기간을 2029년까지 유예하라고 두 차례 의견 표명을 했고, 국회도 2021 국정감사결과보고서를 통해 시설물유지관리업을 별도로 발전시킬 것을 요구했지만 국토교통부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는 것이 황 회장의 지적이다. 황 회장은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더라도 도산하지 않고 경쟁력을 갖출 때까지는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이 먼저 할 일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민 안전을 위해서는 시설관리 업종을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 국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시설물유지관리업종 폐지는 철회돼야 한다. 지금이라도 이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미세먼지와 마스크를 아이들이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한 줄로 표현한다면 ‘귀염뽀짝’ 사랑스러운 작품의 탄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엄동열 상상마루 대표) 미세먼지 때문에 놀지 못하게 된 어린이가 미세먼지의 원인과 그 해결 방법을 찾아 여행과 모험에 나서는 내용을 그린 가족 뮤지컬 ‘잠시, 후’(사진)가 17일과 18일 경기 구리시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에서 열린다. 23일과 24일에는 여주시 세종국악당, 30일과 다음 달 1일에는 강원 인제군 인제하늘내린센터 대공연장에서도 공연이 이어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2019년 대한민국 스토리공모대전 청년작가상’을 받은 김고은 작가의 원작이 뮤지컬로 재탄생한다. 김 작가는 미세먼지 저감조치 사업으로 덩굴식물 심기 작업이 진행될 때 이 덩굴식물을 위한 생장용 그물이 설치된 데서 모티브를 얻었다. 그는 “바깥놀이를 할 수 없을 때 아이들이 바라보는 풍경은 늘 그물에 갇힌 풍경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 ‘잠시, 후’를 집필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슬이라는 어린이가 세상을 뒤엎은 거미줄을 없애기 위해 개미왕국의 개미들과 참새 등 곤충 및 동물 친구들과 환상적인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뮤지컬에서는 음악과 춤 및 홀로그램을 이용한 특수 효과를 활용해 시청각 효과를 높였다. 뮤지컬 극본을 맡은 구도윤 작가는 “원작자와 소통하며 작업을 진행했다. 미세먼지 도깨비를 뜻하는 ‘미세깨비’, ‘민들레 요정’ 등의 캐릭터를 새로 만들거나 역할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제작사인 상상마루의 엄동열 대표는 “아이들의 흥미가 이어지도록 10분 단위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요소들을 넣었다”고 말했다. 어린이 뮤지컬을 전문적으로 제작해온 엄 대표는 “아이들에게는 노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미세먼지 때문에 아이들이 놀지 못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아이들이 원했던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주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느끼는 아이들의 심정과 목소리를 솔직하게 전달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극중에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어린이들의 깜찍하고 재치 있는 의견이 펼쳐지기도 한다. 엄 대표는 “이런 내용을 보면 정말 우리 어린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인지를 새삼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 작가도 “극중에서 아이들은 이 세상에 ‘맑음’을 주기 위한 발걸음을 이어간다. 사랑스러운 존재들인 건 정말 확실하다”며 활짝 웃었다. 작품 속에는 구리시와 여주시, 인제군 등이 배경으로 등장한다. 이곳의 문화단체들이 상상마루와 함께 제작에 참여했다. 이번 뮤지컬이 먼저 이 세 지역에서 무대에 오르는 이유다. 엄 대표는 점차 이 뮤지컬을 전국 투어 공연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원작자인 김 작가 및 전남지역 초등학생들과 협업하여 환경 동화책을 펴낼 예정이다. 김 작가가 ‘지구 때타올 대소동’이라는 스토리를 만들고,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이와 관련한 삽화를 공모했다. 10월 출간될 예정이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세상은 묵직한 고요에 갇히고/70m에서 발목 잡힌 가시광이/심장을 쓰다듬고 서 있다… 보고자 하는 곳은 단 한 곳/비워야 비로소 보이는 과녁/30초 안에 비워야 한다…” 양궁 경기 장면을 표현한 ‘삶의 궤적을 생각하다―양궁장에서’라는 시의 일부다. 빨강 파랑 노랑 등 여러 갈래 색으로 이루어진 과녁이 서 있는 장면이, 대기를 통과하던 빛(가시광·可視光)이 한순간 프리즘에 사로잡혀 분산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연상된다. 이렇게 ‘발목 잡힌’ 그 빛은 자신의 심장을 내어주며 서 있다. 어찌 보면 사수(射手)는 빛의 심장을 노리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 거리는 70m, 사수는 30초 안에 화살을 쏘아야 한다. 이 시는 이병진 대한체육회 사무부총장(57)이 썼다. 실제 양궁 경기에서 사용되는 70m 거리 규정과 30초 이내 발사 룰 등이 시 안에 모두 들어있다. 그러나 다만 장면 묘사에 그치지 않는다. “마음이 닿아야 한다. 눈은 뜨고 있되 버려야 한다. 팔도 하나는 잊어야 한다”며 무념에 가까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점과 “시위에 팽팽하게 감긴 긴장/천년을 농익어/홍시처럼 뚝-떨어진 순간”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뒤 한순간에 터져 버리는 발사 순간의 압축된 긴장과 분출에 대한 내용으로 이어진다. 이어 과녁의 정중앙을 맞힌 것을 뜻하는 “X10!”으로 사수가 빛의 심장을 맞힌 것을, 영광의 정점에 섰음을 알려준다. 그러나 “궤적은 박수소리에 묻히고/잠자리 줄행랑친 표적판에/화살만 파르르 떨더라… 그게 인생이더라/살아온 파장은 짧디짧고/짊어진 이력은 한없이 가볍더라”며 짧게 지나간 영광의 순간을 말한다. 아무리 파란만장하게 지나온 삶도, 때로 박수 속에 살아왔던 삶도, 돌이켜 보면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왔을 뿐, 그 삶 속에 짊어졌던 생활의 무게나 각종 이력도 세월의 화살에 실릴 때는 한낱 가벼운 것이었을 수도 있음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그는 시의 마지막 행에서 표현한다. “사선(射線)이 사선(死線)이더라”고. 이는 출발과 동시에 종결에 이르는 듯한 짧은 생(生)의 기간을, 또는 사선에 오를 때의 죽을 듯한 긴장과 무게감 등등 다양한 상징을 담은 것으로 읽힌다. 양궁장에서 화살이 날아가는 찰나의 순간을 보며 압축된 인생을 표현한 그의 시는 오랜 시간에 걸친 선수들의 극한 훈련과 숨 막히는 경쟁이 살 떨리는 순간의 승부로 압축되는, 그토록 오랜 과정을 준비해온 승부가 화살이 날아가는 빠르고도 눈 깜빡하는 듯한 순간에 결정되는 실제 양궁 경기의 현장과 다르지 않다. 이 부총장은 최근 월간문학 9월호에서 시 ‘내비게이션으로 불리는 그 여자’가 신인작품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섰다.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을 우리가 마음껏 이용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내비게이션에 얽매여 살아가는 내용을 소재로 했다. 심사위원진(구재기 김정임)은 “이병진의 시는 무심한 듯 낮은 목소리로 현재의 세태 풍속화를 무리 없이 잘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이 부총장은 로또 가게에서 꿈을 찾는 사람들을 표현한 ‘로또 가게 앞 풍경’, 약속 취소로 실적을 올리지 못한 영업 사원의 모습을 그린 ‘어느 영업사원’ 등 일상적인 삶 속에 드러나는 꿈과 애환을 따뜻한 시선과 쉬운 언어로 담아왔다. 무엇보다 그는 양궁을 비롯해 축구, 야구 등 스포츠를 소재로 한 시를 써왔다. 앞으로 50여 개 올림픽 종목에 대한 시를 더 쓸 계획이다. 기성 문단에서 스포츠를 소재로 한 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그의 시도는 눈에 띈다. 시가 압축된 언어 속에 삶의 의미와 감성을 담는다면, 스포츠는 압축된 행위 속에 인생의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을 재연한다. 시와 스포츠 모두 삶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통한다. 이 부총장은 두 분야 속에서 ‘삶에 대한 애정과 치유’라는 공통점을 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를 통해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주거나, 스포츠를 통해 즐거운 감흥을 일으키는 것은 본질적으로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스포츠 행정을 이끌고 있는 인사다. 삶에 대한 애정과 깊은 내면의 사색을 지닌 시인의 눈이 육체의 행위를 다루는 스포츠 행정과 만나 이 시대 사람들이 감성과 활력이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생활을 꽃피울 수 있게 도와주기를 기대한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진짜 힘든 일은 빈민가에서 살 때였어요. 아침 9시에 학교로 가면 밤까지 굶을 수도 있었거든요.”최근 네덜란드 아약스로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로 옮긴 브라질의 신성 안토니(22)가 영국 공영 BBC 등을 통해 힘겨웠던 어린 시절에 대해 밝혔다. 이적 전문 사이트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안토니의 이적료는 9500만 유로(약 1291억원)로 EPL 사상 4번째 거액이다. EPL 역대 이적료 1위는 잭 그릴리시(27·영국)가 지난해 8월 아스톤 빌라(잉글랜드)에서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로 옮길 때 기록했던 1억1750만 유로(약 1597억원), 2위는 로멜로 루카쿠(29·벨기에)가 지난해 8월 인터밀란(이탈리아)에서 첼시(잉글랜드)로 이적할 때의 1억1300만 유로(약 1535억 원), 3위는 폴 포그바(29·프랑스)가 2016년 8월 유벤투스에서 맨유로 옮길 때 기록했던 1억5백만 유로(약 1426억 원)다. 안토니의 이적료는 축구계 전체에서도 역대 13위에 해당한다. 축구계 전체에서의 역대 이적료 1위는 네이마르(30·브라질)가 2017년 8월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으로 옮길 때 기록했던 2억2200만 유로(약 3016억 원), 2위는 킬리안 음바페(24·프랑스)가 2018년 1월 프랑스리그 소속인 모나코에서 PSG로 옮길 때 세웠던 1억 8000만 유로(약 2445억 원)이다.●‘작은 지옥’ 출신의 성실함축구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안토니지만 어린 시절은 극도의 가난에 시달렸다. 그는 브라질 상파울루 외곽 지역인 오자스쿠의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흔히 ‘파벨라’라고도 불리는 브라질 빈민가 중 한 곳이다. 그가 살던 동네는 ‘작은 지옥’이라는 별칭이 붙었을만큼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한 곳이었다고 한다. 동네에서 마약 거래상들과 마주치기 일쑤였고, 범죄자들이 경찰에 쫓기는 모습을 보며 자랐다. 그의 집 근처에서 사람들이 피살되기도 했다. BBC는 “선수 경력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느냐”는 질문에 그가 “진짜 힘든 시기는 빈민가에서 살 때였다. 그게 좀 힘든 일이었다. 다른 일에는 모두 적응할 수 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밥을 굶어야했을 정도로 가난했던 점에 비하면 다른 일들은 별거 아니었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그는 18세였던 2018년 11월 상파울루 1군 선수로 데뷔했다. 본격적인 활동을 눈앞에 둔 2019년 초 구단은 그에게 다시 20세 이하 팀으로 내려가 유스 대회에 참가하라고 했다. 상파울루 구단은 시즌 개막을 앞두고 미국 투어를 할 예정이었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 투어를 고대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른 어린 선수들은 화려한 조명을 받게 되는 미국 투어에서 빠진 채 다시 20세 이하 팀으로 내려가라고 하면 불만을 터뜨리거나 거부했지만, 안토니는 군말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당시 상파울루 고위 관계자가 BBC에 전했다. 상파울루는 미국 투어 기간 도중 프랑크푸르트(독일), 아약스(네덜란드) 등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었다. 안토니가 이 투어에 따라갔다고 하더라도 아직 신인이었던 그는 출전 시간을 보장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유스팀에 가면 출전 시간을 더 늘릴 수 있었다. 본격적인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안토니는 화려한 미국 투어 대신 실속 있는 훈련 및 경험을 늘릴 수 있는 유스팀 대회 참가를 택했다. 그리고 이 선택은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됐다.●“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성실하고 겸허한 자세를 보인 안토니에 대해 구단의 인식이 달라졌을 뿐 아니라 조금이라도 더 훈련 시간을 늘리며 시즌을 대비한 안토니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2019년 안토니는 브라질 1부 리그인 세리에A에서 4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신인으로서는 놀라운 성적을 올렸다. 이 활약으로 눈에 띈 안토니는 아약스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고, 2020년 네덜란드 리그에 발을 디디며 유럽 무대에 진출했다. 아약스에서도 그는 총 82경기에서 24골 2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당시 팀을 이끌던 에릭 텐하흐 감독(52)의 눈에 들었다. 텐하흐 감독이 올해 7월 먼저 맨유 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텐하흐 감독은 맨유의 전력을 보강하기 위해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공을 들여 안토니를 아약스에서 맨유로 데려왔다. 일부에서는 그토록 많은 이적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안토니를 데려올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그의 능력을 눈여겨 본 텐하흐 감독은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성장을 의심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안토니는 5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2022~2023 EPL 아스널과의 6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35분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EPL 무대에서의 첫 골이다. 이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포르투갈)를 대신해 선발로 나선 안토니는 호날두가 그랬던 것처럼 맨유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수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다. 안토니는 2021년 10월 베네수엘라와의 경기를 통해 브라질대표팀에서도 데뷔전을 치렀다. 그의 플레이를 본 네이마르는 주변에서 안토니가 드리블을 너무 많이 한다며 패스를 좀 더하라고 지적하자 “안토니가 더 드리블하게 놔두라”고 안토니를 두둔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토니의 드리블을 통한 돌파와 창의적 플레이를 평가한 것이다. 안토니는 올해 말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서도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호날두 메시 음바페에 이은 신화 준비많은 선수들이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 신화를 썼다. 현재 최고의 축구 스타로 꼽히는 호날두와 리오넬 메시(35·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포르투갈의 극빈 가정에서 태어난 호날두는 어릴 때 가난하다고 친구들이 축구놀이에 끼워주지 않아 혼자 흙장난을 하며 놀고는 했다.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 형은 마약 중독자였다. 어머니가 청소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축구에 눈을 떠 어렵게 시작했지만 심장에 이상이 있어 15세 때 수술을 받아야했다. 메시 역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어릴 때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앓아 성장이 느렸다. 재능은 있지만 왜소했던 메시는 이런 이유로 일부 팀에서 입단을 거절당하기도 했다. 구단이 그의 치료비를 대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날두는 쉬지 않는 노력으로 정상에 올랐다. 호날두는 연습 벌레로도 유명하다. 맨유 시절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81)이 호날두가 너무 훈련을 많이 해 일부러 쉬게 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메시는 바르셀로나가 치료비를 대주는 조건을 포함해 계약했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아직도 169cm 단신이다. 하지만 키가 작은 대신 신체의 무게중심이 낮아 드리블을 잘할 수 있는 이점을 얻었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쉽게 넘어지지 않고 몸의 방향을 순간적으로 바꾸는데 유리하다. 메시는 드리블의 달인이 됐다.호날두와 메시를 뒤이을 최고의 축구 선수로 꼽히는 음바페도 마찬가지다. 음바페는 프랑스 파리 외곽 봉디 출신이다. ‘방리유’라고도 불리는 대도시 외곽의 빈민가 중 한 곳이다. 브라질에 ‘파벨라’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방리유’가 있는 격이다. 방리유에는 가난한 이민자 출신들이 많이 산다. 범죄와 테러의 온상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음바페 역시 가난했지만 꿈을 잃지는 않았다. 그는 “사춘기 시절 축구에 전념하느라 보통 사람처럼 지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 덕에 지금은 내가 꿈꾸는 삶을 살게 됐다”고 말했다.한 세대를 풍미했던 호날두와 메시에 이어 그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히는 음바페 모두 넉넉하지 못한 환경 속에서 자랐다. 뛰어난 재능도 있었지만 남다른 노력도 빠지지 않았다. 그 노력 속에서는 가난으로 겪었던 고난을 극복해보려는 의지도 작용했을 것이다. 안토니도 이제 주목을 받으며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섰다. 그가 지금보다 더 높이 비약한다면 호날두 메시에 이어 고난 속에 꽃을 피운 또 다른 대스타로 기록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그를 보며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이원홍 기자bluesky@donga.com}
“어디 가서 한잔할까?” 2022 카타르 월드컵 현장에서는 아직까지 쉽게 답하기 힘든 질문이다. 11월 20일 개막 예정인 카타르 월드컵은 대회 사상 처음으로 이슬람 국가에서 열린다. 카타르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공공장소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현장에서 체포 및 구금될 수 있고 3000리얄(약 110만 원)의 벌금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월드컵 팬들 중에는 애주가도 많다. 경기장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자신의 팀을 응원하거나 경기 전후 인근 식당 등에서 한잔하면서 기분을 내는 이들도 많다. 2014년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과 2018년 개최국인 러시아도 평소에는 경기장 음주를 금지했다. 술에 취한 팬들의 난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브라질과 러시아 모두 월드컵 기간에는 경기장에서의 음주를 허용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개최국들에 압력을 가하거나 회유함으로써 경기장 음주를 관철해 왔다. 영국 BBC에 따르면 2014년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이 경기장 금주 규정을 개정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자 당시 제롬 발크 FIFA 사무총장은 “음주는 월드컵의 일부다. 월드컵에서는 음주가 허용돼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제프 블라터 전 FIFA 회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맥주는 축구팬들의 삶의 일부였으며 지금까지 개최해 온 모든 곳에서 맥주가 허용됐다”며 경기장 금주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축구와 술, 특히 축구와 맥주는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축구 종주국인 영국 팬들의 맥주 사랑은 유별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잉글랜드가 28년 만에 4강에 진출했을 때 잉글랜드 팬들은 일제히 공중에 맥주를 뿌려대는 세리머니를 펼쳤다. 영국 ‘더 선’ 등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크로아티아의 4강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영국 전역에서 1000만 파인트(약 568만 L), 약 3000만 파운드(약 475억 원)어치의 맥주가 팔렸다. 러시아 월드컵 기간 영국 내 맥주 판매량은 4000만 파인트(약 2270만 L), 1억2000만 파운드(약 1900억 원)어치에 이른다. 월드컵 기간 일일 맥주 판매량이 평년의 2배를 넘기는 날이 많았다. 월드컵이 맥주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면서 맥주회사들도 월드컵을 크게 후원해 왔다. 후원 금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연간 수백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를 좀 더 흥겹게 즐기게 한다는 점에서 영국은 평소에도 경기장 내 매장에서 음주를 허용해 왔다. 국내 프로축구 K리그도 경기장에서의 음주를 허용한다. 하지만 흥분하기 쉬운 경기장에서의 음주 행위가 위험하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경기장 내 음주 규정은 나라마다 다른데, 영국과 달리 프랑스는 경기장에서의 음주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는 음주를 허용하는 것이 큰 흐름이었다. FIFA 고위 인사들은 지금까지 축구장에서의 음주를 팬들의 축제 분위기를 위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는 모양새를 취해 왔다. 맥주회사들의 막대한 후원 금액을 무시할 수 없는 속사정도 있었을 것이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온 월드컵의 음주 정책이 새로운 실험에 들어간다. 음주를 동반해 온 대규모 축제가 근본적인 금주문화를 지닌 국가에서 처음 열린다. 문화적 대립이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때도 이슬람교도가 많은 카잔 지역에서 경기가 열렸을 때 경기장에서 술을 파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카타르의 경우 술 판매를 대폭 허용하면 월드컵의 상업 논리에 휘말려 이슬람 국가로서의 정신문화와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하지만 자국 축제에 찾아오는 외국인들의 정서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월드컵 기간 100만 명 이상이 카타르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타르는 평소 엄격한 통제 아래 일부 지정된 호텔과 장소에서만 술을 마실 수 있게 하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카타르가 경기장 내에서의 음주를 허용하지 않는 대신 평소 허가된 호텔 외에도 공원 등을 새로 지정해 하루 중 일정한 시간대에만 음주를 허용하는 것을 검토 중이지만 공식 발표는 미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회 개막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이 문제는 계속 논의 중이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체급과 관계없이 최고의 택견인을 가리는 무대였던 ‘제21회 택견 최고수전’. 지난달 10일 전북 군산에서 열린 결승에서 정현재(32)의 날치기 기술을 김성현(35)이 되받았다. 날치기는 순간적으로 물구나무를 서면서 공중으로 들어올린 두 발로 상대의 안면을 가격하는 화려한 기술이다. 물구나무 쌍발차기로도 불린다. 이를 피한 김성현이 오히려 상대를 넘어뜨리면서 승리했다. 상대의 기술을 되받아 승리했지만 김성현의 발차기 또한 화려하다. ‘무지개 발질’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기술을 지닌 그의 주특기는 ‘얼렁발질 두름치기’와 ‘얼렁발질 밭발따귀’다. 얼렁발질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페인트모션이다. 두름치기는 반원을 그리듯 둘러차는 기술이다. 두름치기에 속임 동작을 가미한 것이 얼렁발질 두름치기다. 발이 일정한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듯하다가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꾼다. 밭발따귀는 발바닥으로 상대의 바깥쪽 뺨을 치는 기술이다. 얼렁발질 밭발따귀 역시 속임 동작이 가미된 기술이다. 김성현은 발을 상대의 머리 위로 높이 들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예측하기 어렵게 하며 이 기술을 사용한다. 김성현은 이날 우승으로 2019년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3년 만에 다시 열린 대회에서 또다시 우승함으로써 2회 연속 최고수에 올랐다. 내년에 한 번 더 우승하면 택견꾼 최고의 영예인 최고수전 영구깃발을 획득하게 된다. 현존 최고수에 오른 그에게는 또 다른 목표가 있다. 올해 10월 울산 일대에서 열리는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택견은 2011년 전국체전 시범종목이 됐다. 그러나 안팎의 사정으로 이후 9년 동안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지 못했다. 전국체전 참가 종목 중 가장 오랜 시간 동안 시범종목에 머물렀다. 2020년 정식종목이 됐으나 이번엔 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대회가 열리지 못했다. 시범종목 채택 이후 11년 만인 올해에야 정식종목 자격으로 전국체전에서 택견이 열린다. 13개 시도에서 104명이 출전한다. 도 개 걸 윷 모 등 5개 체급으로 나뉘어 치러진다. 대한택견회는 택견이 시도대항전인 전국체전 정식종목이 되면서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택견팀을 창단하는 데 관심을 갖는 등 택견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통 무예인 택견이 전국체전에 한국다운 특징을 더욱 뚜렷하게 입혀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택견은 전국체전에서 유일하게 한복을 입고 경기한다. 부산 대표로 걸급(75kg 이하)에 참가하는 그는 “나의 마지막 피날레, 내 은퇴 무대가 전국체전이 아닐까 한다. 첫 정식종목 대회인 만큼 정말 의미 있는 대회다.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영남중 시절 처음 택견을 접한 그는 부산 다대고 시절 전국 고등부대회 단체전에서 우승했던 때를 최고의 순간 중 하나로 기억한다. 땀 흘려 이뤄낸 성취감도 컸지만 당시 지도 선생님께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들려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와 정성껏 고기를 사주시던 모습에서 택견과 제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마음을 느껴서다. 이후 그의 청춘을 택견에 바쳤다. 새벽부터 밤까지 훈련하고 각종 시범에 나서면서 택견 알리기에 힘썼다. 그 과정에서 함께한 택견인들과의 오랜 우정을 기억한다. 그가 택견을 계속하는 이유 중 하나가 ‘사람이 좋아서’라고 했다. 무엇보다 택견이 가진 철학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그는 “택견에는 보호구가 없다”며 “상대를 해하려는 공격은 반칙”이라고 말했다. 택견에서는 다양하고 화려한 발차기 기술들이 사용되지만 대부분 타격이 아닌 밀어차기다. 상대를 해하는 기술은 규칙으로 금지돼 있다. 그는 택견의 정신을 ‘상생 공영’으로 표현했다. 더불어 살며 함께 부흥하자는 뜻이다. 화려한 기술들과 상생의 정신을 겸비한 택견은 신체 단련뿐만 아니라 정신을 함께 성숙시키는 무예라는 설명이다. 드라마 ‘오징어게임’처럼 상대가 죽어야 내가 사는 듯한 극단적 생존게임이 벌어지는 요즘 상황에서 택견의 상생 철학과 룰은 되새겨볼 만하다. 그는 택견 전수관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로서는 은퇴하더라도 택견 대중화와 세계화에 대한 동참은 이제 시작이라고 본다. 세계로 뻗어 나간 태권도에서 볼 수 있듯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될 수 있다. 이원홍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물 속에서 마네킹을 옮기며 경주하기, 상대방의 허리에 꼬리처럼 매단 기다란 천 떼어내기, 농구와 비슷하지만 백보드 없는 공중 바스켓에 공 던져 넣기, 배구처럼 공을 쳐 넘기되 손바닥이 아닌 주먹으로만 공치기, 드론 경주, 남녀 혼성 줄다리기… 올림픽에 포함되지 않은 종목들을 대상으로 하는 2022 월드게임이 올해도 눈길을 끄는 여러 경기들을 치렀다. 월드게임은 국제월드게임협회에서 4년 마다 개최하는 국제대회다. 올해는 7일부터 17일까지 미국 앨라배마 주 버밍햄에서 열렸다. 양궁(컴파운드), 당구, 볼링, 댄스스포츠, 핀수영, 수상스키 웨이크 보드 등 34개 종목에 100개국 36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올림픽에 포함됐다가 빠진 종목이 월드게임에 포함되기도 한다. 또 같은 종목이라도 세부 분류에 따라 올림픽에 참가하기도 하고 월드게임에 참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양궁의 경우 리커브는 올림픽 종목이지만 컴파운드는 월드게임 종목이다. 리커브는 렌즈 없이 맨 눈과 힘으로 활을 겨냥하고 당겨 쏘는 전통 활쏘기 방식에 가깝다. 컴파운드는 활을 당길 때 도르래처럼 생긴 장치를, 겨냥할 때 렌즈를 사용한다. 한국은 양궁, 볼링, 당구, 댄스스포츠, 체조, 핀수영, 수상스키·웨이크보드, 우슈 등 8개 종목에 25명의 선수를 내보내 금메달 1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우슈에 출전한 유원희(대구시청)가 한국에 금메달을 선사했다. 한국의 메달순위는 34위에 해당한다. 독일이 금메달 24개, 은메달 7개, 동메달 16개로 메달 순위 1위에 올랐다. 미국이 금메달 16개, 은메달 18개, 동메달 10개로 2위,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금메달 16개, 은메달 12개, 동메달 17개로 3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는 아크로바틱 체조, 핀 수영, 가라테 등에서 금메달을 땄다. 월드게임은 이색경기들의 등장무대였다. 올해는 미식축구와 비슷하되, 태클을 금지하는 등 상대방과의 신체 접촉을 최소화하는 ‘플래그 풋볼(flag football)’이 월드게임에 처음 참가했다. 득점방식과 경기방식은 미식축구와 비슷하지만 선수들은 허리에 꼬리처럼 생긴 긴 천(플래그)을 매달고 경기한다. 상대방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함께 달리며 상대방이 매단 천을 몸에서 떼어내면 된다. 천을 빼앗긴 선수는 전진을 멈춰야 한다. 몸싸움 부담이 덜해 인기를 끌고 있다.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는 중이다. 미국 이탈리아 호주 멕시코 등이 참가했고 미국이 이탈리아를 꺾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배구와 비슷하지만 손바닥이 아닌 주먹으로 공을 쳐 넘겨야하는 ‘피스트볼(fistball)’도 열렸다. 5명씩 2개 팀으로 나뉘어 남자는 2m, 여자는 1.9m 높이의 네트를 사이에 두고 공을 쳐 넘기는 경기다. 다만 손바닥으로 공을 칠 수 없고 주먹으로 쳐야한다. 팔과 주먹을 사용해 공을 다룬다. 배구는 공이 코트 바닥에 닿으면 끝나지만 피스트볼은 공이 바닥에 닿아 튕겨도 된다. 한국의 족구처럼 바닥에 공을 튕긴 뒤 세 번 만에 상대 진영으로 공을 넘길 수 있다. 1세트는 11점까지 이며 5세트 경기이다. 남자경기는 1985년부터 월드게임에서 열렸지만 올해에는 여자 경기가 월드게임에서 처음 열렸다. 남녀 모두 독일이 금메달, 스위스가 은메달을 땄다. 여러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드론 경주 대회도 월드게임에 처음 참가했다. 무선으로 조종하며 드론의 스피드 및 장애물 통과 기술을 겨룬다. 때로는 시속 160km 이상의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프랑스의 킬리안 루소가 금메달을 차지했다.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색스포츠 대회들도 열렸다. 전통의 힘겨루기 대회인 줄다리기 경기도 그 중 하나다. 우리가 아는 줄다리기와 같은 방식으로 치러진다. 두 팀으로 나뉘어 경기한다. 서로 줄을 당겨 줄의 정 중앙이 기준점을 지나 자기 편 쪽으로 넘어오게 하면 이긴다. 남, 녀 및 연령별 체급별 대회로 치러진다. 팀 당 8명씩 참가하되 몸무게 제한이 있다. 팀 전체의 몸무게 합산이 미리 정해 놓은 기준을 넘으면 안된다. 1981년부터 월드게임에 참가했다. 올해엔 남녀 혼성게임이 월드게임에서 처음 열렸다. 남녀 각 4명씩 한 팀을 이루어 치러졌다. 남자 600kg급 경기에서는 스위스, 여자 540kg급 경기에서는 대만, 남녀 혼성 580kg급에서는 영국이 우승했다. ‘인명구조경기(Life Saving)’도 열렸다. 실내 수영장에서 인체모형(마네킹) 등의 장비를 이용해 경기를 치른다. 수중 장애물을 통과하기도 한다. 인명구조 기술을 향상시키고 인명구조에 대한 동기를 고취시키기 위한 대회다. 생명을 구하기 위한 고귀한 뜻을 담고 있는 종목으로 1985년부터 월드게임에 참가했다. 마네킹을 이동시키며 속도를 겨루는 50m, 100m 경기, 마네킹과 함께하는 수중 릴레이 등 여러 종목이 있다. 독일의 대니 비엑이 남자 50m 마네킹 이동 종목에서 28초96의 기록으로 2위 이탈리아의 프란세스코 이폴리토(29초 16)에 앞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농구와 비슷하지만 백보드가 없는 공중 바스켓에 공을 던져 넣는 ‘코프볼’(korfball)도 성황리에 열렸다. 한 팀은 8명으로 구성되는데, 남자 4명 여자 4명으로 이루어진다. 코트에서 남녀가 함께 뛰는 혼성경기다. 드리블은 할 수 없고 패스를 통해서 움직인다. 1900년대 초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코프볼은 1920년과 1928년 올림픽 종목이기도 했다. 월드게임에는 1985년부터 참가했다. 네덜란드가 월드게임 금메달을 독식해오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올해에는 네덜란드를 비롯해 독일 중국 벨기에 대만 수리남 체코 포르투갈 등이 참가했다. 네덜란드가 결승에서 벨기에를 꺾고 우승했다. 이 밖에 카누를 타고 노를 저으면서 손으로 공을 던져 물위에 설치된 골대에 집어넣는 ‘카누 폴로’, 모래 위에서 핸드볼 경기를 하는 ‘비치 핸드볼’, 정밀지도를 이용해 목표지점까지 최단 경로를 찾아내며 이동 속도를 겨루는 ‘오리엔티어링’ 등 다양한 경기들이 열렸다. 월드게임은 올림픽처럼 화려하고 집중적인 조명을 받지는 않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스포츠들을 보여준다. 올림픽 종목 만큼은 아니더라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스포츠 경기들을 치른다. 이 중에서 점 점 더 인기를 끄는 종목들은 미래의 주요 스포츠로 자리 잡아 새롭게 올림픽 종목이 될 수도 있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황혼의 태양’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는 어디로 갈 것인가. 리오넬 메시(35)와 함께 세계 최고의 선수로 꼽혔던 호날두의 거취가 유럽축구 여름 이적 시장의 최고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002년 포르투갈 스포르팅에 입단해 프로 생활을 시작한 호날두는 이어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2003∼2009년),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레알·2009∼2018년), 이탈리아 유벤투스(2018∼2021년)를 거쳐 지난해부터 다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에서 뛰고 있다. 40을 바라보는 호날두지만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18골을 넣으며 득점 공동 1위인 손흥민(토트넘)과 무함마드 살라흐(리버풀·이상 23골)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주급 50만 파운드(약 7억8000만 원)를 받는 그의 급여는 EPL 전체 1위다. 호날두는 새 시즌을 앞두고 이적설에 휩싸여 있다. 맨유는 지난 시즌 EPL 6위에 머물며 유럽 최고의 팀들이 겨루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다. EPL 소속팀 중 4위까지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수 있다. 맨유에서 1회, 레알에서 4회 등 통산 5차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데다 역대 챔피언스리그 최다 출전 1위(187경기), 챔피언스리그 통산 득점 1위(141골) 기록을 보유하며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로 불리고 있는 호날두로서는 크게 아쉬울 만하다. 맨유에 남아있는 한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어려워진 호날두는 최근 맨유에 이적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날두는 맨유가 새 시즌을 앞두고 열리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맨유는 태국에서 리버풀과 친선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고, 호날두를 볼 것으로 기대했던 많은 팬들이 최대 90만 원이나 되는 티켓을 샀지만 호날두는 참가하지 않았다. 2019년 한국에서 ‘노쇼’ 사건을 일으켰을 때처럼 실망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영국 공영 BBC 등 다수 언론은 호날두가 이적 가능한 팀으로 첼시(잉글랜드), 나폴리(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 등을 꼽고 있다 최근 구단주가 바뀐 첼시는 팀 분위기를 쇄신하고 이탈리아 인터 밀란으로 떠난 로멜루 루카쿠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호날두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첼시의 토마스 투헬 감독이 독단적 스타일의 호날두 영입에 난색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폴리는 과거 전설적 스타 디에고 마라도나를 영입해 큰 효과를 봤다. 나폴리는 이번에도 호날두 영입 효과를 노리고 있지만 팀의 재정 상태가 호날두를 품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하지는 않다. 가장 눈길을 끄는 팀은 바르셀로나와 PSG다. 바르셀로나는 호날두의 영원한 라이벌 메시가 2004년부터 2021년까지 머물렀던 곳이다. 메시는 지난해 바르셀로나의 재정 상태가 어려워져 연봉 협상에 실패하고 PSG로 옮겼지만 그때까지 선수 생활 내내 바르셀로나 한 팀에서만 뛰었던 ‘원클럽 맨’이었다. 메시와 바르셀로나는 한 몸처럼 여겨질 정도였는데, 그러한 바르셀로나에 호날두가 이적해 간판스타로 뛰게 되는 상황은 흥미롭다. 게다가 호날두는 바르셀로나의 최대 라이벌 레알의 간판스타 출신이기에 더욱 그렇다. 극도의 경쟁 관계인 바르셀로나와 레알의 경우 과거 두 팀 간 선수 이적은 팬들 사이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호날두를 영입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관건이다. 여기에 레알 간판스타였던 호날두 영입에 대한 바르셀로나 팬들의 수긍을 얻어야 한다. 호날두가 PSG로 옮긴다면 호날두와 메시가 한 팀에서 뛰게 되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카타르 왕족의 지원을 받고 있는 PSG는 재정 상태도 넉넉한 편이다. 하지만 차세대 유망주 킬리안 음바페와 네이마르를 보유한 상태에서 호날두까지 합류시킬 경우 돈으로 스타들을 끌어모은다는 눈총을 받을 수 있다. 또 스타들끼리의 불화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호날두가 올 경우 메시가 PSG를 떠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말도 들린다. 맨유가 호날두를 이적시키지 않고 잔류시킬 수도 있다. 맨유와 호날두의 계약은 2023년까지 1년 남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호날두와 맨유의 불화가 심해질 수 있다. 떠나든 남든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호날두의 나이로 볼 때 어느 팀으로 가든 사실상 그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원홍 콘텐츠 기획본부 기자 bluesky@donga.com}
정부가 우리 승마산업 규모를 2026년까지 5000억 원으로 키우기로 했다. 아울러 일자리는 9000개까지, 정기 승마인구는 8만 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승마산업을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새로운 여가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를 담은 ‘제3차(2022∼2026년) 말 산업육성 종합계획’을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정부는 ‘즐기는 말 문화 확산’ ‘말 산업 가치 창출 확대’ ‘말 산업 사회공헌 강화’ 등 3대 전략과 이에 따른 9대 과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0년 3060억 원이었던 승마산업 규모는 2026년까지 5000억 원으로 키우기로 했다. 또 2020년 6947개였던 승마산업 일자리는 9000개로 늘린다. 아울러 2020년 4만2000여 명이었던 정기 승마인구는 8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3대 전략 중 하나인 ‘즐기는 말 문화 확산’을 위해 정기 승마인구 확산, 다양한 승마문화 조성, 안전한 승마환경 강화 등의 과제를 추진한다. 정기 승마인구를 늘리기 위해 참가자의 수준을 고려한 단계별 승마대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또 일선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승마교육을 학교에서 정식 과목으로 편입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승마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다양한 여가용 말 체험 프로그램과 관광·체험형 복합승마시설 표준모델을 개발해 민간 승마시설에 보급하기로 했다. 안전한 승마환경을 위해 승용마 검증을 강화하고 우수 승마시설 지정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다른 전략인 ‘말 산업 가치 창출 확대’를 위해 국산마 경쟁력 강화, 말 산업 유통 활성화, 말 산업 인력 전문화 및 취업·창업지원 강화 등의 과제를 추진한다. 국산 승용마 개량을 위해 인공수정 기술 등을 보급하기로 했다. 국산 승용 씨수말을 선발 검증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우수 국산 씨수말은 브랜드화하기로 했다. 말 산업 유통 활성화를 위해 온라인 유통체계를 갖추고, 말의 전 이용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이력관리를 하기로 했다. 말 산업 전문지도자 육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전문인력 양성기관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말 산업 분야 일자리 확대도 추진한다. ‘말 산업 사회공헌 강화’ 전략을 위한 과제로는 재활·힐링 승마 활성화, 말 복지 선도, 사회 공익 기능 확대 등의 과제가 마련됐다. 최근 재활 승마에 대한 관심이 증가함에 따라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또 부족한 재활시설 기반 확대를 위해 재활승마 협력시설 지정을 늘려 나가기로 했다. 말 복지를 위해서는 말의 용도별 복지 지침을 확대 제정하고, 말 관계자 대상 동물복지교육을 도입하기로 했다. 말 복지 전문가도 양성할 계획이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사회공익 승마체험 지원을 확대하여 말 산업의 공공성을 높이고 경마 수익을 활용한 공익사업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이번 종합계획은 생산농가와 말 산업 관계자, 전문가 등의 의견과 연구 용역 등을 통해 마련했다. 말 산업 육성을 위한 종합계획은 5년마다 수립된다. 농식품부 박범수 차관보 직무대리는 “이번 3차 종합계획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된 말 산업이 활성화되고 재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도입, 연금 백만장자 시대 열릴까’를 주제로 한 제31회 동아모닝포럼이 29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렸다.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이날 포럼에서는 7월부터 국내에 디폴트옵션이 도입되는 것을 계기로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제도 개혁과 운용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이 열띤 논의를 펼쳤다. 디폴트옵션이란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 가입자가 별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설정한 상품에 투자하는 제도다. 기존 DC 가입자의 경우 금융지식이 없는 개인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다 보니 손실 회피를 위해 원리금 보장 상품에 투자가 집중된 탓에 수익률이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권기섭 고용노동부 차관은 이날 “미국의 DC형 퇴직연금인 401K계좌에 100만 달러(약 12억8300만 원) 이상을 보유한 근로자가 44만 명을 넘는다”며 “그 일등 공신으로 디폴트옵션이 꼽히고 있으며 401K계좌의 최근 연평균 수익률은 9%에 이른다”고 말했다. 권 차관은 “2005년 도입된 우리나라 퇴직연금은 300조 원 규모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연간 수익률은 1∼2%에 그친다”며 “새로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이 수익률을 높이고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정부와 운용사업자, 기업과 근로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자인 김경록 미래에셋자산운용 고문은 국내에서 연금으로만 10억 자산을 모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짚어 봤다. 김 고문은 남성 28세(연봉 2900만 원), 여성 26세(연봉 2700만 원)에 직장 생활을 시작할 경우를 상정해 퇴직연금(임금의 8.3%), 개인연금(연소득 4000만 원 미만은 연 400만 원, 4000만 원 이상은 700만 원 저축) 및 국민연금 등을 운용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외벌이의 경우 연금운용수익률을 8% 이상 유지하며 65세까지, 맞벌이일 경우 5% 이상 운용수익률을 유지하며 60세까지 일한다면 연금 자산 10억 만들기가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고문은 연금자산 10억 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젊은 시절 좀 더 적극적인 자산운용에 나서는 등 생애주기별 자산분배가 필요하다며 디폴트옵션에 포함되는 은퇴예상시기별 자산분배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에 나선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디폴트옵션은 외국 연금시장에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고 특히 젊은 세대의 호응이 많았다”며 “디폴트옵션 도입 이후 TDF 상품 가입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상품들의 혁신이 유연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상품들을 믿고 가입할 수 있게 하는 사전 심의와 수익률 창출 능력을 살피는 사후 적격성 규제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새로 도입되는 디폴트옵션의 향후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장은 “디폴트옵션에 여전히 원리금보장 상품이 포함되어 있어 가입자들이 기존처럼 이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가입자들이 디폴트옵션 상품을 쉽게 비교 선택할 수 있도록 운용 현황의 공시표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디폴트옵션에 대한 의무교육을 주장했다. 김 소장은 “제도 안내에 그치는 형식적 교육이 아닌 투자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며 “투자에 대한 교육이 있어야 나이 들어서도 위험자산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정승혜 모닝스타코리아 상무는 “디폴트옵션을 처음 시작할 때 제대로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효과적인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현재로서는 이직할 때마다 개인형퇴직연금(IRP)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 실정인데, 기존 계좌를 이전할 수 있도록 해 장기 연금운용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고용노동부 노동정책실 퇴직연금복지과장은 퇴직연금의 발전 방향에 대해 “앞으로 퇴직연금 가입자를 더 늘리고 더 많은 중소기업 근로자들도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퇴직연금의 운용수익률은 국민연금에 비해 크게 낮다. 퇴직연금 운용사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시간이 없습니다.”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으로는 역대 최장 재임 기간을 기록 중인 파울루 벤투 감독(53)은 최근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1-5로 패한 뒤 그동안 추구해 온 경기 스타일을 바꿀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2018년 8월 22일 지휘봉을 잡은 벤투 감독이 한국 팀을 이끈 지 4년이 돼 간다. 그는 1948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첫 축구대표팀이 소집된 이래 한국의 80번째 대표팀 감독(감독 대행 및 임시 감독 포함)이다. 그동안 한국 감독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1년이 채 안 된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대표팀을 이끌어 온 벤투 감독의 입에서도 시간 부족 이야기가 나왔다. 벤투 감독으로서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열리는 11월까지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태에서 대표팀의 주 전술을 바꾸기 힘든 상황을 말한 것이다. 선수들이 새 전술에 맞추어 훈련하고 손발을 맞추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벤투 감독이 마주친 시간 부족의 원인은 과거 대표팀 때와는 다르다. 한국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을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76) 퇴임 이후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감독을 자주 바꿨다. 2002년 이후 2018년 러시아 월드컵까지 4번의 월드컵을 더 치르는 동안 사령탑이 12번 교체됐다. 벤투 감독 직전 대표팀을 이끌었던 신태용 전 감독(52)은 2018 러시아 월드컵 1년 전인 2017년 7월 대표팀 감독이 됐다. 신 전 감독은 새 전술을 찾기 위해 짧은 기간에도 실험을 거듭했다. 시간이 촉박하니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손발을 맞출 수 있도록 빨리 주 전술을 확립하고 주전들을 확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일었다. 하지만 그는 실험을 멈추지 않았고 핵심 전술을 끝까지 숨겼다.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전술을 개발해 기습효과를 노리고자 했기 때문이다. 결국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장신의 김신욱(34·198cm)을 원톱 스트라이커로 깜짝 기용하며 평소 자주 사용하던 4-4-2 대신 4-3-3 포메이션을 실전에서 처음 사용하는 파격을 감행했다. 그러나 충분히 훈련되지 않은 이 카드는 효과를 보지 못했고 한국은 0-1로 패했다. 한국은 독일을 2-0으로 물리치기는 했으나 1승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벤투 감독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다른 감독들보다 긴 준비 기간 내내 그는 처음부터 비슷한 경기 운영 방식을 보여주고 있다. 포백 수비를 바탕으로 후방에서부터 패스를 통해 점유율을 높여 가는 빌드업 축구다. 이를 바탕으로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성과를 내기는 했지만 너무 비슷한 경기 방식을 펼치는 데다 주전 선수들이 별로 바뀌지 않아 상대가 전술을 간파하기 쉽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그가 경기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대표팀 소집 기회가 별로 많지 않은 상황에서 기회가 올 때마다 같은 방식으로 경기해야 선수들의 손발과 호흡이 더 잘 맞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대신 그는 플랜B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한때 좀 더 공격적인 스리백을 실험하기도 했으나 결과가 좋지 않자 금방 그만두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시간 부족이란 상대적으로 준비 기간이 짧았던 다른 감독들에 비해 그 자신이 오랫동안 한 가지 방식에만 집중해 왔기에 다른 것을 선택할 여지가 없어졌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는 벤투호의 불안 요소다. 짧은 기간이지만 실험적 전술을 준비한 뒤 기습적 효과를 노렸던 신 전 감독의 방식과 상대에게 많은 전술이 노출되더라도 긴 시간 동안 한 가지 방식을 일관되게 훈련해 온 벤투식 경기 운영 방식은 뚜렷한 대비를 이루고 있다. 벤투 감독이 성공한다면 일관성 면에서 큰 평가를 받을 것이다. 실패한다면 경직된 경기 운영 방식이나 유연성 부족으로 비판받을 것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모처럼 한 감독에게 오랫동안 대표팀을 맡김으로써 과거 감독을 자주 바꾸던 시절의 감독들이 어쩔 수 없이 임기응변이나 단기 처방에 매달리게 했던 점에서는 벗어나게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 이후 한국 축구의 과제는 분명해 보인다. 짧고 긴 감독 체제의 장단점을 모두 경험해 본 한국 축구계에서 현재로서는 일관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결국 일관성과 유연성을 조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원홍 전문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