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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트럼프는 떴는데 ‘홍럼프’는 왜 안 뜰까

이승헌 특파원 , 송찬욱 기자 입력 2017-04-08 03:00수정 2017-04-08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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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착한 사람 흉내내기 거부… 속 시원한 화법에 유권자 환호
洪, 노이즈 마케팅 별 소득 없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종종 ‘홍 트럼프’로 불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케 하는 특유의 막말 때문이다. 처음엔 부인했지만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홍 후보는 국회의원은 물론 경남도지사 시절에도 돌직구로 유명했지만 대선 정국 전후로 그 강도가 더 심해졌다. 지난달 18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노무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자살’ 발언이 시작이었다.

홍 후보는 ‘성완종 게이트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어 자격 논란이 있다는 지적에 “만약 0.1%도 가능성이 없지만 유죄가 나온다면 노 전 대통령처럼 자살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앞서 문 후보에 대해서는 “지금 민주당 1등 하는 후보는 자기 대장이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홍 후보는 상대편의 반발에 무덤덤하다. 오히려 즐기는 듯하다. “표현이 다소 거칠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팩트(사실)”라며 물러서지 않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중도’라고 했다가 최근 지지율이 급등한 뒤로는 ‘얼치기 좌파’로 표현을 바꿨다. 이른바 ‘비문 후보 단일화’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안 후보를 ‘민주당 2중대’로 깎아내려 자신과 문 후보의 ‘우파 대 좌파’ 양자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를 향해서는 “TK(대구경북) 정서는 살인범도 용서를 하지만 배신자는 용서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막말 시리즈에 정작 홍 후보는 막말이 아니란다. “정치라는 것은 고상한 언어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소박한 언어로 서민이 사용하는 언어로 하니까 품격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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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트럼프가 구사해 온 막말은 홍 후보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우리 정치권이라면 한 번만 말해도 정치생명이 끝장날 만한 초강경 막말이 즐비하다. 2015년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자신에게 거친 질문을 던진 여성 앵커를 겨냥해 “그녀의 눈은 물론 다른 어딘가에서도 피가 나오고 있었을 것”이라고 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전 미국 대통령들에게선 찾기 어려운 막말을 하면서도 트럼프가 여전히 살아남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트럼프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틀을 깨겠다고 공언했고, 그의 막말은 트럼프 식 ‘언행일치’라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PC로 불리는 ‘정치적 올바름’은 인종차별, 종교적 편견 등을 금기시하는 일종의 사회문화적 운동으로 지난 20∼30년간 미국에서 보편적인 불문율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갈수록 먹고살기 어려워져 이런 사회적 체면치레를 사치라고 느낀 중산층 이하의 트럼프 지지층은 ‘착한 사람 코스프레(분장)’를 거부하는 ‘속 시원한’ 트럼프 화법에 지지를 보내고 있는 셈이다.

자신의 막말이 ‘계산된 발언’이라는 홍 후보가 이런 점까지 감안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홍 후보의 지지율이 유지되거나 오른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마음 둘 곳을 잃은 보수 민심이 홍 후보의 막말에 ‘정치적 위안’을 느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송찬욱 기자
#홍준표#트럼프#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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