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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도 눈치보고...새내기 김광현 “정말 새롭고 떨려”

퇴근도 눈치보고...새내기 김광현 “정말 새롭고 떨려”

Posted February. 13, 2020 07:57   

Updated February. 13, 2020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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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합류 이틀째를 맞은 세인트루이스 김광현(32)은 영락없는 ‘늦깎이 신인’이다. KBO리그를 호령했던 기억들은 모두 옛 이야기다. 그 또한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신인 중 한 명이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13년 전인 2007년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의 문을 두드리던 때의 초심을 다시 떠올리고 있다. 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주피터의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만난 김광현은 “정말 새롭고 떨린다”며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토록 꿈꿔왔던 메이저리그(MLB)의 하나하나가 새롭다. 출퇴근길에서도 해프닝이 있었다. 팀 합류 첫날이었던 11일에는 예정된 시간(오전 7시)보다 이른 오전 6시 반 클럽하우스에 도착했다가 닫힌 문을 마주해야 했다. 개인 훈련과 언론 인터뷰를 마치고도 언제 퇴근하는지 눈치를 보기도 했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1년 차 아닌가. 분위기를 살피다가 동료들이 퇴근할 때 씻고 집으로 갔다. 시간 잘 지키고 룰만 잘 따르면 된다더라”며 웃었다.

 이날은 첫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초청 선수 자격으로 캠프에 합류한 마이너리그 포수 호세 구도이와 배터리를 이뤄 50개를 던졌다. 패스트볼과 변화구를 80∼90%의 힘으로 투구했다. 첫 불펜 피칭치고는 꽤 많은 공을 던졌다. 투구 뒤 통역을 통해 구도이와 한참 대화를 나눈 김광현은 “공의 회전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하더라. 몸을 확실하게 만들어 회전력과 스피드를 더욱 끌어 올리겠다”고 말했다.

 활발한 성격의 김광현은 동료들에게 먼저 영어로 말을 걸며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대부분 통역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간단한 대화는 직접 영어로 시도하고 있다. 김광현은 “운동을 일찍 시작하고 끝내 여가시간이 많다. 일상 대화 정도는 할 수 있도록 영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료들에게 ‘KK’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니셜 KKH에서 두 글자를 딴 것. 김광현은 “야구에서 K가 삼진을 의미하지 않나. 좋은 의미이기도 하고 동료들이 편하게 불러줘서 나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인트루이스 합류 전 친정팀 SK 동료들로부터 꽃신 선물을 받기도 했던 김광현은 최정에게 받아온 방망이도 이날 소개했다. 지명타자 제도가 없어 투수도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의 특성상 김광현도 이번 시즌 타격을 소화해야 한다. 김광현은 KBO리그에서는 대타로 2타수 무안타 1타점 1볼넷 1삼진을 기록했다. 김광현은 “유명 선수들의 방망이를 받아 열 자루로 되갚겠다. ‘홈런 세 방은 치겠다’고 장난으로 말했는데 공을 맞히면 1루까지 전력질주하겠다”고 말했다.

 김광현의 시범경기 등판 일정도 확정됐다. 23일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뉴욕 메츠와의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른다. 팀의 시즌 첫 실전인 만큼 무게감이 적지 않다. 김광현은 2이닝 정도를 소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15일에는 불펜 피칭, 19일에는 라이브 피칭(타석에 타자를 세우고 실전처럼 하는 투구)을 한다.


강홍구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