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철 中유학생 대거 입국...방역망 뚫리면 大재난이다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어제 전국 31개성에서 우한 폐렴 확진 환자 5974명이 발생했고, 13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확진 환자 수(5327명)를 이미 앞질렀다. 2차 감염, 3차 감염 환자가 나타나 감염병 최전선에서 중국 정부가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학에 재학하다 겨울방학과 춘제(春節)를 맞아 귀국했던 중국인 유학생이 개학을 앞두고 대거 입국할 것으로 보여 국내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학생은 약 7만 명에 달한다. 인구가 밀집된 서울 주요대학에 절반 가량이 집중돼 있다. 강의실·식당·기숙사 등 대학 내 시설에서는 밀접 접촉이 잦을 수 밖에 없어 학생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미 서울시내 동국대·성균관대·세종대·숙명대의 한국어학당 등이 임시휴강에 돌입했고, 동서대·배재대·원광대·전북대·청주대 등 지방대는 중국인 학생의 입국 연기를 요청하거나 양국 교류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교육부는 어제 주요 대학 관계자들과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대학마다 학생 감염병 예방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비상관리체계를 가동하도록 했다. 중국 후베이성(湖北)성을 다녀온 국내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2주 자가격리를 권고했고 졸업식·입학식 등 행사 자제를 요청했다.

　정부는 대학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유학생을 포함해 입국자에 대한 철저한 방역대책으로 시민을 안심시켜야 한다. 그래야 극심한 공포에서 파생된 중국인 혐오나 차별도 막을 수 있다. 정부는 확진 환자를 빠르게 선별하기 위해 유전자(PCR) 검사 키트 부족부터 해결하고 중국 입국자 전원에게 예방수칙을 숙지시키고 언제든지 역학조사가 가능하도록 조치해야 한다. 감염병과의 전쟁에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신속하고 체계적인 행정력이 관건이다. 공중보건시스템과 그 인력을 동원해 널리, 촘촘히 방역망을 구축하는 수밖에 없다. 역대 감염병 사태는 첨단 의학 기술이 아닌 역학조사, 격리와 검역 같은 전통적 방역조치로 종료됐음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인 입국 금지는 정말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 정치 외교 경제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득보다 실이 많다. 밀입국시 경로를 파악할 수 없어 감염병 통제가 어려워진다. 비이성적인 중국인 혐오도 결코 있어선 안된다. 정부는 선제적으로 면밀히 대응하고 시민은 철저히 위생안전 수칙을 준수하되 냉철하고 성숙한 이성을 잃어선 안된다. 최선의 방법은 우리 사회 스스로 감염병 면역시스템을 갖춰 대응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