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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1...100%를 향해 달리는 ‘파란 괴물’

Posted January. 01, 2020 07:43   

Updated January. 01, 20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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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방 로저스센터에서 등판할 때마다 100%를 보여 주겠다.”

  ‘99번’ 류현진(32)이 ‘100%’를 약속했다. 류현진에게 4년 8000만 달러(약 925억 원) 계약을 안겨 준 토론토는 캐나다의 전설적인 하키 선수 웨인 그레츠키의 등번호 99번을 내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할 때 류현진의 등번호는 15번이었다. 이듬해 일본과 미국을 거쳐 한화에 복귀한 선배 구대성이 15번을 가져가면서 99번으로 바꿔 달았다. 처음엔 큰 의미를 두지 않은 번호였지만 이내 “1999년 한화 우승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99번에 애착을 보였다.

 KBO리그에서 류현진은 통산 98승을 달성했다. 2013년 메이저리그(MLB)에 진출한 류현진은 그해 4월 8일 피츠버그와의 경기에서 6과 3분의 1이닝 2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LA 다저스에서도 99번을 단 류현진이 개인 통산 99승이자 MLB 첫 승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호평 속에 첫 승을 따냈지만 당시 류현진은 “아직 각도나 스피드가 한국에서 던질 때만큼은 아니다”라며 부족했던 1%를 아쉬워했다.

 99번 류현진의 야구는 ‘1%’를 채워 가는 과정이었다. 7시즌 동안 명실상부한 KBO리그 최고의 투수였지만 더 큰 꿈을 위해 MLB 도전을 선언했다. KBO 출신으로 빅리그에 연착륙한 사례가 없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컸지만 류현진은 첫 시즌에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하며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냈다.

 위기도 있었다. 2015년 왼 어깨 관절와순 파열로 수술을 받았을 때는 복귀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기에 성공한 선수는 꽤 있어도 어깨 수술 뒤 원래 구위를 회복한 선수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보란 듯이 재활에 성공했다. 전성기의 구위를 되찾은 것은 물론이고 수술 이후 컷 패스트볼이라는 새 무기까지 장착하며 한 단계 더 도약했다.

 최근 ‘동아스포츠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류현진은 동아일보 100주년을 축하하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각오를 전했다. 새해 류현진은 다시 한번 100%를 향해 달린다. 1월 초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하는 류현진은 함께 MLB에서 뛰게 될 김광현(31·세인트루이스)과 KBO리그의 정우람(34·한화), 송은범(35·LG)과 같은 숙소를 쓰며 훈련할 예정이다. 류현진과 송은범은 동산고 선후배로 매우 가까운 사이다. 송은범, 김광현, 정우람은 2000년대 후반 ‘SK 왕조’를 만들었던 주역들이다.

 타자 친화적인 새 안방구장,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의 강타자들, LA 다저스에 비해 약한 토론토의 내야 수비 등 새 환경에서 넘어야 할 난관은 많다. 그동안 류현진은 어려운 상대를 만날 때마다 ‘내 공만 좋으면 된다’는 자세로 과감하게 부딪쳤다. 자신을 믿고 어려움을 헤쳐 온 류현진이 2020년 ‘토론토 제1선발’로 다시 100%에 도전한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