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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교황

Posted December. 25, 2019 07:27   

Updated December. 25, 20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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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의 모든 면에서 대조적인 두 사람이 있다. 사소한 것에서부터 그렇다. 한 사람은 혼자서 식사하는 걸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어울려 식사하기를 좋아한다. 한 사람은 스메타나의 피아노곡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은 아바의 노래를 좋아한다. 취향의 차이다. 그런데 이것이 관념과 인식의 차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한 사람은 원칙을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이고, 다른 사람은 변화를 중시하는 진보주의자다. 둘은 서로를 인기에 영합하며 타협적이라고, 또는 시대적인 요구에 너무 둔감하며 독선적이라고 몰아세운다. 허구적인 요소가 가미된 감동적인 영화 ‘두 교황’에 나오는 베네딕토 16세 교황과 프란치스코 교황 이야기다.

 세상은 어떤 지도자를 더 필요로 할까. 2005년 즉위한 베네딕토 교황은 몇 년간의 경험으로, 원리원칙을 고수하는 자신보다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13년 자리를 내려놓으며 개혁적인 베르고글리오(프란치스코 교황의 본명) 아르헨티나 추기경이 교황이 되어 교회를 이끌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 사제들의 성추문과 비리, 교조적 입장으로 인해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긴 했지만, 종신직인 교황의 고뇌와 결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처음에는 교황이 될 자격이 없다며 한사코 거부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예수회 수장으로서 독재정권에 더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고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그를 짓눌렀다. 베네딕토 교황은 그러한 뉘우침과 죄의식이 그를 더 겸손하고 더 포용적인 교황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나오는 다른 추기경의 말처럼, 지도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야말로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도 몰랐다. 교황은 거의 모든 면에서 자신과 반대되는 ‘적’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세속적인 정치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변화를 가르침의 핵심으로 삼았던 예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이은택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