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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메시지

Posted October. 23, 2019 07:33   

Updated October. 23, 201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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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22일 즉위식에서 부친의 평화주의를 계승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혔다. 다만 헌법 개정에 대해선 중립적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 일본에서 개헌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도쿄 지요다구 왕궁 내 영빈관인 마쓰노마(松の間)에서 일본 국내외 2000여 명의 인사가 모인 가운데 즉위를 선언하며 “아키히토(明仁) 상왕이 일왕으로 30년 이상 재위하는 동안 항상 국민의 행복과 세계의 평화를 기원했다. 그런 모습을 보여준 것을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1960년생인 나루히토 일왕은 전후 출생한 첫 일왕이다.

 새 일왕의 즉위 선언에 대해 오쿠조노 히데키(奧원秀樹)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부친의 평화주의에 대한 생각을 계승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 일본 점령지를 순례하며 전쟁을 반성했던 부친의 움직임은 나루히토 일왕 시절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 나루히토 일왕은 “국민의 행복과 세계 평화를 항상 기원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 말하며 세계 평화에 대한 염원을 강조했다.

 다만 5월 1일 즉위 후 첫 소감을 밝혔을 때와 마찬가지로 ‘헌법에 따라’라고 표현하며 개헌과 호헌(護憲)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현재 개헌을 ‘필생의 과업’으로 여기며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전쟁을 경험한 부친 세대 때는 ‘호헌’이 국민의 절대 다수 의견이었지만 지금은 호헌과 개헌 양론이 있어 중립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왕의 선언이 끝나자 아베 총리는 축사를 한 뒤 “즉위를 축하하며, ‘천황(일왕) 폐하’ 만세”라고 외쳤다. 만세는 두 번 더 이어진 삼창이 됐다. 일본 측 참석자들은 아베 총리의 선창에 따라 “만세”를 복창했다. 국민대표인 아베 총리는 나루히토 일왕이 선 단상 ‘다카미쿠라(高御座)’보다 1m 정도 낮은 위치에 섰다. 이를 놓고 헌법에 규정된 국민주권 및 정교분리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일왕 부부는 이날 오후 7시 20분에 180여 개국 대표로 참석한 400여 명의 사절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는 일본 국내 인사와 주일 외국 대사 등 대상을 달리해 31일까지 3차례 더 열린다.

 아베 총리는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21일부터 방일한 각국 대표들과 릴레이 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도쿄 아카사카(赤坂) 영빈관에서 이브라힘 무함마드 솔리 몰디브 대통령,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고문 등 20개국 대표와 회담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아베 총리는 즉위식에 참석하는 외국 인사들과 가능한 한 많은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세계 평화와 번영을 향해 국제사회와 손잡고 여러 과제의 해결에 임한다는 일본 정부의 생각을 공유하는 데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앞두고 해외 주요 인사 400여 명이 한꺼번에 일본으로 입국하면서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경시청은 20년 만에 처음으로 ‘최고경비본부’를 설치하고 2만6000여 명의 경찰을 투입했다. 경시청을 이끄는 경시총감을 본부장으로 하는 최고경비본부가 출범한 것은 1999년 ANA 항공기가 납치돼 기장이 피살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