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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렛 뎀 인 머니' 한국 상륙

Posted September. 19, 2019 07:21   

Updated September. 19, 201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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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이나 처먹어라(Let Them Eat Money)!”

 인류의 미래에 대한 연극을 만들기 위해 ‘도이체스 테아터(DT)’와 훔볼트 포럼이 개최한 워크숍. 참가자들은 ‘인류의 미래 식량’을 주제로 토론하며 저마다 돈, 식량무역, 경제위기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정작 인류가 씹고 맛보며 영양분을 섭취하는 식량의 본질은 잊혀진 지 오래. 이에 한 참가자가 언짢은 기색을 내비쳤다. “돈만 얘기하면 다 해결되나요? 그럼 당신들은 차라리 돈이나 드세요!” 작품 이름이자 극 중 저항단체의 이름이 된 ‘렛 뎀 잇 머니’는 이렇게 탄생했다.

 전문가, 시민의 토론을 거쳐 극본을 완성한 연극 ‘렛 뎀 잇 머니’가 한국을 찾았다. 유럽 최고의 제작극장으로 꼽히는 도이체스 테아터와 훔볼트 포럼이 2년에 걸쳐 만들었다. 작품을 연출한 안드레스 바이엘(60)은 18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준비 과정은 토론의 연속이었다. 세대별, 계층별로 떠올린 미래는 달라도 위협에 맞서 인류의 존재론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 공감했다”고 밝혔다.

 작품이 그린 미래는 2028년까지다. 그럴싸하면서도 ‘에이, 설마’ 하는 의구심도 들게 한다. 2020년 이방카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캘리포니아의 독립 선언. 2022년 가뭄과 내전으로 이란 난민 100만 명 발생, 유럽해역 인공섬 건설 등 모든 아이디어는 토론 중 나왔다.

 극은 미래를 상상하는 재미를 주면서도 현재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묵직한 화두를 투척한다. 디스토피아만 펼쳐지는 건 아니다. 바이엘은 “앞으로 나아갈 기회를 보여주는 점에서 유토피아적 시각도 있다. 적어도 인류가 ‘충돌시험용 마네킹’처럼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구상 모든 문제를 열거하는 듯한 고루함은 피했다. 무대에는 인간, 생명의 본질이자 황폐함, 파괴를 동시에 의미하는 소금을 깔았다. 미래 사회를 그린 영화처럼 배우들은 와이어에 매달려 공중 연기를 펼치기도 한다. 뒤편 스크린에 배우의 라이브 방송이 중계되면서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이 올리는 댓글도 비추는 등 현대적 장치가 다양하게 활용된다.

 극은 무대 밖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해외 공연을 마치는 2020, 2021년 중 전문가들이 다시 토론회에서 뭉친다. “그래서 우린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 하죠(Which Future)?” 이들이 마주할 질문이다. 20, 21일. 서울 LG아트센터. 4만∼8만 원. 


김기윤기자 pep@donga.com